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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빨치산과의 한나절/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빨치산과의 한나절/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우리 조무래기들은 용케도 저녁마다 집을 빠져나왔다. 별별 장난을 다 하다 싫증나면, 목청을 돋워 군가를 불렀다. 들은풍월의 군가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에는 북의 적기가(赤旗歌)까지 끌어댔다. 그러나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적기가는 날이 갈수록 사그라졌고 대신 공비로 회자되던 유격대 이야기가 가만가만 끼어들었다. 이는 제법 플롯을 갖춘 그럴싸한 레퍼토리로 곧 자리를 잡았다. 그해 기어이 전쟁이 터지던 날 동네에서 유일한 사법서사 집 라디오에서도 뉴스 간간이 군가가 흘러나왔다. 북위 37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중부 내륙에 사는 조무래기들이 얼핏 상상한 38선의 전쟁은 무섭기보다 가슴 설레는 어떤 이벤트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어떻든 여름 들머리에 일어난 전쟁은 이내 학교문을 닫아 버렸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주제에 휴교한 나날이 싫지는 않았다. 전쟁 소식이 들리는 언저리에 꽂은 벼포기가 땅 냄새를 맡았을 무렵 동네로 새까맣게 몰려드는 인민군을 처음 보았다. 행렬은 저물도록 꼬리를 물었고, 한 달 뒤에는 부산까지 내달릴 참이라는 소문이 들렸다. 국군이 밀어올린다는 소식도 잠깐, 추위가 몰아치는 동안 전선이 또 밀린다고 했다. 피란민들이 꾸역꾸역 내려왔지만, 다른 군대가 다시 동네에 들어온 적은 없다. 우리 조무래기들은 춥고 배고픈 전쟁의 세월에도 아마 훌쩍 자랐을 것이다. 까치집만 했던 조무래기들의 나뭇짐도 덩달아 커졌다. 어느새 나뭇꾼이 다 되었다는 성급한 생각에서, 늘 개미 쳇바퀴 돌 듯했던 야산을 버렸다. 그 대신 깊고 높은 먼 산에서 나무터를 찾던 첫날 빨치산 숙영지(宿營地)로 제발로 들어가는 낭패를 당했다. 전쟁 다음해 4월 초순쯤이었는데, 높은 산의 음달은 아직 추웠다. 한낮이 기울어지자 우두머리가 좌정한 양달로 조무래기들을 불렀다. 낮잠을 깬 여자 빨치산이 저만치서 막 일어나는 참이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건너편 산마루서 콩 볶는 듯한 총성이 울렸다. 두엇 터울 누나뻘로 보이는 젊은 여전사는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매사가 다 귀찮다는, 짜증스러운 낯빛으로 야전모를 눌러썼다. 그리고 마지못해 총을 들었다. 붙들려 있던 조무래기들은 총소리가 나는 반대 방향으로 튀었기 때문에 빨치산의 그 다음 행동이나 행적을 알 길이 없다. 다만 두고 도망친 지게를 찾기 위해 다음다음날 들른 그 자리 산비탈에는 아랫동네서 잡아올린 개고기 찌끼 몇 점이 나뒹굴었다. 이를 눈치 챈 까마귀떼가 벌써부터 하늘을 맴돌며 아우성을 쳤다. 지금 이 나이에도 가끔 빨치산 꿈을 꾸면서, 누나 같은 여전사를 생시처럼 만난다. 그런데 물어볼 말을 번번이 잊는다. 나이가 들어 읽은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헤로인으로 등장하는 마리아처럼, 어떤 확신을 가진 떳떳한 몸짓으로 울부짖지도 못했느냐는 말을…. 그리고 유고의 빨치산 지도자였던 티토가 만약 당신들의 수령이라면, 고립무원(孤立無援)한 패자집단인 당신네 빨치산을 그냥 내버렸겠느냐는, 그들로선 억장이 무너져 내릴 소리도 꼭 지껄이고 싶었다. 전쟁 당시 북은 일제가 두고 떠난 군수산업 시설 덕분에 웬만한 보급품을 자급자족하는 희떠운 부자였다고 한다. 이는 전쟁을 먼저 서두른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은 ‘민주주의’와 ‘인민공화국’ 따위 듣기 좋은 꾸밈새말을 동원한 명함을 일찍 뿌리지 않았던가. 이같은 얼굴을 한 북한을 향해 고단한 삶을 살던 조무래기 시절의 성장통(成長痛) 같은 과거를 지금 들춘 까닭은 따로 있다. 아직 여진이 남은 잔인했던 전쟁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전쟁의 역사와 전쟁의 참상을 곱씹는다는 것은 바로 평화를 부추기는 반면교사와 상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31) 소아기 류머티즘 관절염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31) 소아기 류머티즘 관절염

    류머티즘 관절염이 어른에게만 나타난다는 것은 오해다. 당연히 어린이에게도 류마티즘 관절염이 온다. 어른보다 증상도 심각하고 부작용도 크다. 그래서 무섭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과학교실 김중곤 교수의 설명을 듣자.“‘소아기 류머티즘 관절염’입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관절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뼈와 연골이 망가지는 질환입니다.30∼40대 이후의 여성에게 많기 때문에 어른들만 걸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린 아이도 결코 예외가 아니지요.” 주로 1∼3세 사이의 유아기에 많이 발병하며 더러는 첫돌 전에도 생기지만 생후 6개월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아의 경우 1∼3세 때에 주로 발병하는 데 비해 남아는 유아기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고루 발병한다. 발생 부위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성인은 손가락처럼 작은 관절에 주로 생기는 데 비해 소아는 작은 관절 외에도 손·발목, 무릎, 고관절과 크고, 기능이 중요한 관절에서 잘 생깁니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보다 관절의 손상이 빠르고, 심한 경우가 많지요. 그러니 후유증도 더 심각하지요.” 병증의 진행이 빠르고, 후유증이 심각한 만큼 적기에 치료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자칫 치료시기를 놓치면 관절이 심하게 변형되고, 발육장애로 성장에 지장을 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국내에는 아직 소아기 류머티즘 관절염의 정확한 유병률 통계가 없다. 그러나 임상치료를 근거로 전국에 최소한 1000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질환은 진단이 쉽지 않다. 증상이 감기와 흡사해서다. 이런 사례가 있다. 올해 다섯 살 난 윤아는 최근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처방한 감기약을 복용했으나 고열은 한달이나 계속됐고, 열이 오를 때마다 온몸에 좁쌀 같은 붉은 반점이 생겼다. 열이 오르면 사시나무처럼 떨다가도 열이 내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멀쩡해 영락없는 감기였다. 그러던 윤아의 양쪽 무릎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놀라 큰 병원을 찾았고, 소아기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터무니없이 감기 치료를 받는 동안 무릎 염증이 심해져 이미 관절이 많이 굳어진 상태였다. 김 교수는 관절에 이상이 나타나기 전의 증상 때문에 오해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대부분의 부모들이 이 병을 감기로 오인하거나, 관절통을 성장통으로 착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이가 팔다리를 움직이기 힘들어한다며 생각 없이 깁스를 해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관절이 굳은 경우도 없지 않고요.” 15세 이하의 소아에게 생긴 관절염이 최소한 6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소아기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진단하며, 증상에 따라 전신형, 다수관절형, 소수관절형 등으로 구분한다.“전신형은 신체의 여러 관절에 두루 염증이 나타나며, 고열과 발진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열이 날 때는 오한을 동반해 힘들어하지만 열이 내리면 멀쩡하며, 전신 발육장애로 키가 크지 않거나 2차 성징의 발현이 늦기도 하지요.” 이에 비해 다수관절형은 다섯 개 이상의 관절에서 병증이 나타나는 경우로 관절염이 대개 대칭적으로 발생하며, 큰 관절뿐 아니라 손마디같이 작은 관절까지 붓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증상이 심해 대부분 만성으로 진행하며, 여기에서 더 진행되면 관절이 뻣뻣하게 굳거나 변형되지요. 여아에게 많고, 피부 밑에 딱딱한 류머티즘 결절(몽우리)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소수관절형은 가장 흔한 유형으로, 관절염이 생기는 부위가 네 군데 이하인 경우를 말합니다. 주로 큰 관절을 침범하며, 특히 염증의 75%가 무릎 관절에 나타나는 특징을 보입니다. 합병증으로 눈에 포도막염이 생겨 실명할 수도 있어 정기적으로 안과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는 유형입니다.” 이 질환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따라서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치료법도 없고, 예방법을 제시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치료의 목표는 환아의 통증을 줄여주고, 염증의 진행을 막아 관절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관절 기능을 보존해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성장기에 발육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약물요법이 표준치료법이다.“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로 시작해 병의 경과와 약물 반응 정도에 따라 스테로이드, 질병 조정 항류마티즘 제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처방합니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는 관절 염증을 유발하는 종양괴사인자(TNFα)의 작용을 억제해 관절염 악화를 막아주며,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서도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제로,‘엔브렐’이 대표적입니다.” “치료 기간은 환자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보통 수년이 걸리며, 치료를 통해 병의 활동성이 사라진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1∼2년은 추가로 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약물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나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치료에 따른 제도적 장애도 없지 않다. 어린이를 치료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생물학적 제제인 엔브렐의 경우 다른 약을 6개월 이상 사용한 뒤에 처방해야 보험 적용이 된다. 또 병증이 나타난 관절의 개수를 보험 적용의 기준으로 삼아 소수관절형은 아무리 중증이라도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1∼3세 환아가 많은데 보험 급여는 4세 이상에 적용된다거나 급여 기간이 27개월로 짧은 것도 문제다.“좋은 약이 있어도 임상시험 근거가 없어 환아에게는 사용도 못하는데, 여기에다 이런 제한까지 가해지니 결국은 손발 묶고 치료 하라는 거지요.” 김 교수는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확실한 효과를 위해서는 초기 치료가 중요합니다.6주 이상 아이의 관절에 통증과 부기가 계속되거나 움직일 때 통증을 호소하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으셔야 합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시론] 영화인들 도덕적 해이가 위기 불렀다/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지금 터져 나오는 한국영화 위기론은 예고된 것이다. 그 정도는 주로 자본의 측면, 특히 양적인 수치로 계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영화 위기는 자본과 영화창작 주체, 관객이라는 삼박자가 서로 엇물리며 일어난 종합적 결과이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수차례 위기론은 자본과 제작편수의 역학관계, 시장 점유율 등의 수치로 설명되곤 했다.1997년 환란 쇼크로 대기업이 일시에 발을 빼자 제작편수가 급감했다. 이후 창업투자회사 자본, 극장과 배급권을 가진 대기업 자본, 거대 통신자본까지 유입되면서 지난해에는 110편이 제작되는 양적 팽창을 보여줬다. 이 와중에 영화업이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자본이 넘쳐나자 ‘지금 영화를 못 만들면 바보’라는 말까지 충무로에 나돌았다. 그 속에는 영화업이 떴으니 이때 한 건을 해야 한다는 기대와 그 여파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있다. 그런 기대와 우려의 이중성이 그대로 담긴 2007년 1·4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해 61.6%였던 시장점유율이 48.9%로 추락했다. 특히 3월 한 달만 보면 21.6%로 2004년 12월의 16.9%를 제외하곤 최악이다. 지난해 110편 중 90편이 적자를 냈다. 자본과 스타 매니지먼트의 유착이 영화창작의 주체인 ‘감독-기획·제작자’를 소외시키는 반영화적인 구조는 이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자본의 논리에 공조 내지는 타협해버린 영화창작 주체들은 영화정신을 배신하면서 몸체만을 키우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왔다. 이를테면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를 혁신한 ‘연애의 목적’은 170만명 관객 동원으로 한재림이란 신인감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의 두번째 영화 ‘우아한 세계’는 전작의 두배에 달하는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천만시대니 뭐니 하지만, 실제로 인구 대비 백만 관객도 놀라운 수치다. 그런 점에서 한재림의 영화 두 편은 모두 성공이다. 스타없이, 대자본의 기대치없이 20억∼30억원대로 ‘우아한 세계’를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알찬 수익을 거두었을 것이다.‘부익부 빈익빈’ 제작풍토를 한탄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에 부응한 세력이 영화판도를 결정하는 도덕적 해이, 그 속에서 창작자의 자존심과 소신을 지킨 소수는 갈수록 창작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보자. 썰렁 개그식 저열한 제목에, 스타를 앞세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난무한다. 아무리 영화가 오락이어도 ‘자신의 저열함을 즐겨라.’라는 유혹에 넘어갈 관객층은 지속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영화를 즐기고 지지해온 관객들은 무덤덤해져 가는 중이다. 신뢰의 상실이다. 관객의 위기이다. 게다가 드물게 나오는 품격을 갖춘 영화들,‘천년학’이나 ‘가족의 탄생’ 같은 작품들은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봉쇄당한다. 주가상승 차익에 대한 기대치를 버린 자본에게도, 제목이나 예고편만 봐도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에게도 한국영화는 이제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주저앉고 말 것이냐 아니냐는 자본이나 정책 이전에 영화창작 주체의 각성, 제대로 된 영화만들기라는 상식의 회복정도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그간의 비상식적 풍토가 몰고온 홍역이다. 창작주체들 즉 제작자, 감독,(스타보다)배우들이 영화창작 중심의 직업윤리 회복과 더불어 상식이 통하는 영화자본시장을 재구성하는 것이 이번 홍역을 성장통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 “황우석 사태는 한국 과학계 성장통”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태는 한국 과학계 발전을 위한 성장통입니다. 의혹과 실수가 있지만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나가야 합니다.” 9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석학교수 활동을 시작한 200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60·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조작에 관한 유혹을 받기 쉽다. 그러나 진실 규명이 생명인 과학은 스스로 검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으므로 스스로 오류들을 수정하고 발전, 성장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한국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활동이 확대되고 토대가 더 잘 갖춰져야 하며,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연구와 강의를 하게 되며, 건국대 산학협동관 7층에 마련된 연구실에서 스탠퍼드대 제자인 강린우 신기술용합학과 교수와 함께 글로벌 연구소를 운영하게 된다. 그는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해 “단백질 구조 및 유전자 규칙과 관련된 분야에 주된 기여를 하고 싶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실험에 성공한다면 학교에도 큰 이득이 될 것이고 한국과 전체 인류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95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서 콘버그 박사의 아들인 그는 “뛰어난 학자들의 2세들은 오히려 부모의 업적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다행히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면서 “오히려 50여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30년에 걸쳐서 헌신적으로 연구를 한 것이 노벨상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유전자를 넘어서’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지난해 노벨화학상의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인간의 모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轉寫) 과정 관련 단백질 집합체의 구조를 원자 단위까지 규명해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불안한듯 줄담배… ‘하필 내가’ 침통

    일하는 공직풍토 조성을 위해 출범한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이 5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속된 직원들은 하나같이 “왜 내가 ‘퇴출후보’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정책을 주도한 시 간부들은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공직사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다그쳤다.●이달 초 승진한 직원도 포함‘퇴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직원들은 안도를 하면서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위기 속에 업무에 열성을 보였다. 이날 오전 7시30분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앞에는 현장시정추진단 80명을 태우고 출발할 관광버스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일행은 ‘서울사랑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15일까지 기본교육과 봉사활동을 한다.그러나 버스 주변에 모인 단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버스 주위를 배회했다. 일부는 줄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아는 얼굴을 만나도 가볍게 눈 인사만 나눌 뿐 말을 거는 사람은 없다. 한 직원은 “이달 초에 일을 열심히 한다며 다면평가와 시 인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승진했다.”면서 “그런데 내성적이어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한 탓인지 추진단에 배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오늘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투표로 선정… 부서장 문책 안받았다”또 다른 공무원은 “내가 있던 부서에서는 퇴출 후보 선정을 위해 투표를 했다.”며 “그래서 여기에 왔는데 부서장들은 아무런 문책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진단 일행을 태운 버스는 출발시간이 한참 지난 뒤인 오전 9시10분쯤 1박 2일 교육이 실시되는 경기도 양평으로 떠났다. 이들은 합숙 교육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일일교육과 봉사활동, 현장 업무 등에 투입된다.이날 추진단 일행을 배웅한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가 분명한 사유가 있는 만큼 교육을 받으며 반드시 잘못된 점을 고치고 건실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CEO칼럼] 고통의 가시도 축복/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CEO칼럼] 고통의 가시도 축복/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이 암초에 걸려 있어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기가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인생의 긴 여정을 걷다 보면 가난, 질병, 실직 등 사람마다 제각기 자기 인생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 고통의 가시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존재는 나약하므로 그런 고난을 겪을 때마다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가.’하며 불평하거나 낙담하지만, 고난 뒤에는 반드시 축복이 오는 것이 신의 섭리이다. 하나님은 바울 선생의 육신에 가시와 같은 고통을 내려주어 그가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했다. 그는 처음에는 육체를 찌르는 그 고통을 힘들어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겸손하게 기도했고 그 과정에서 믿음이 깊어져 나중에는 자기가 겪은 가시의 고통 속에 오히려 축복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이가 열병으로 밤새 부모의 애간장을 녹인 뒤 한 단계 성장하는 것처럼, 고난 속에서 더 겸허한 자세로 인내하여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면 이 고난이야말로 축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시련이 있어야 자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더욱 정진한다는 사실은 위인들의 생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충무공은 과거시험에서 예기치 못한 낙마(落馬)로 낙방했지만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재도전해 32세라는 늦은 나이에 무과에 급제했다. 당시 군관(軍官)의 문란한 기강 속에서 소인배들의 모함을 받아 번번이 좌천당했지만 그 때마다 의지를 잃지 않고 백의종군해 민족을 구한 영웅이 됐다. 명의 허준 역시 한때는 ‘중인(中人)’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실의에 빠지기도 했으나, 마음을 다잡고 의술에 전념하여 ‘한(恨)’을 박애의 정신으로 승화함으로써 당대는 물론 오늘날까지 의료인들의 표상이 되고 있다. 만일 그가 신분상의 핸디캡이 없었다면 적당히 공부하여 평범한 양반으로 평생을 살았을 것이며,‘동의보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나 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헐벗고 굶주리던 신생 국가로 출발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남보다 몇갑절 노력해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급속한 산업발전을 이뤘다. 그러다가 또다시 교만하고 경솔해져서 허세를 부려 외환위기라는 고난을 겪었지만, 온 국민이 하나가 돼 구조조정 고통을 감내하고 다시금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제대국(세계 11위)으로 거듭났다. 현재 우리 사회는 경제·양극화·북핵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청년실업이라는 수렁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고통은 본질적 위험이 아니라 우리 몸 한 부분에 박힌 가시에 해당하는 고통이자,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필연적 성장통이다. 정말 위험한 것은 이러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열정을 잃는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남보다 더 창의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축복이 약속돼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다. 밤이 깊을수록 사방은 더 캄캄해지고 어디로 갈지 방향조차 잡기 힘들지만 인내하고 견디면 곧 희망의 새벽 동이 트기 마련이다. 우리의 고난과 고통도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은 해결할 길 없이 앞이 캄캄하지만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극복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축복이 있을 것이다. 고통의 가시가 앞에 있더라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붙잡고 나아갈 때 그 가시 위에는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날 것이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0) 하지불안증후군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20)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이 이 병을 설명할 때 동원하는 표현을 보면 이 병이 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근질근질하다.’‘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전신이 스멀거린다.’‘얼얼하고 욱신거린다.’‘쿡쿡 쑤시고, 당긴다.’‘몸속으로 물이 흐르는 것 같다.’‘지릿지릿 감전된 듯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환자는 아예 ‘불에 데인 듯하다.’거나 ‘증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신경운동장애인 하지불안증후군(RLS)을 설명하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RLS는 신체운동과 관련된 신경계 질환입니다. 환자들은 다리 부위에서 다양한 증상을 느껴 고통스러워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움직이려는 충동을 겪게 되지요. 주로 다리에서 증상이 나타나지만 몸통이나 팔에서도 나타납니다.” 증상은 대개 앉아 있거나 누웠을 때, 또는 휴식이나 수면 중에 나타나며, 낮보다는 밤 시간에 더 심해진다. 다리를 움직여야겠다고 느끼는 것은 다리를 움직일 때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 완화를 위해 경험적으로 걷기를 택하기도 한다. RLS가 환자의 일상적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이고 심각하다. 가장 심각한 영향으로는 수면장애가 꼽힌다.“환자의 80%가 수면 중 주기적으로 다리운동을 하거나 20∼30초 간격으로 일어나는 경련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만성 수면부족으로 이어져 심각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됩니다.”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20∼40대 성인의 4%,40∼60대의 11%,60대 이상 노인의 23%가 RLS로 인한 수면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런 RLS가 환자의 가정 및 사회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의 54%가 우울하다거나 기분이 심각하게 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의 도파민 전달체계 이상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제 기능을 못해 생긴다는 것이다. 발병 유형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첫째는 특발성 또는 가족성으로도 불리는 원발성이 있는데 이는 환자와 일촌 관계의 가족이 걸릴 확률이 50%나 될 정도로 유전성이 강합니다. 둘째는 이차성으로, 이는 임신, 당뇨병, 신장질환이나 피킨슨씨병, 철분 부족, 신경손상 등이 원인이지요.” “국내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0%에 이릅니다. 전국에 4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다는 건데, 적잖은 규모지요. 특히 이들 중 52.8%가 수면장애를 동반한 것으로 나타나 이 병과 수면의 상관성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다른 특징은 전체 환자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6%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84%는 디스크 질환 등 다른 병으로 알고 엉뚱한 치료를 받거나 아예 치료를 못받고 있는 거지요. 실은 저도 RLS를 갖고 있습니다.” 진단은 어렵지 않지만 증상의 특성상 상당수의 환자가 유년기에 증상을 경험하고도 ‘성장통’이나 ‘과민함’으로 오인, 중년이 넘어서야 병원을 찾는 예가 허다하다.“유·소아는 진단이 어렵습니다. 유·소아기 환자가 다양한 증상을 정확하게 묘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의 3%가량이 중간 정도 이상의 증상을 주 2∼3회씩 경험하지만 이 중에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경우는 고작 0.25%에 불과하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대부분 증상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봅니다.”환자의 문제도 그렇지만 의사들의 RLS에 대한 인식 부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RLS 확진에는 ‘국제RLS연구그룹’이 제시한 4가지 진단기준을 주로 활용한다. 진단 과정에서는 환자가 말하는 증상이 중요한 판정 근거가 된다.“다리에서 느껴지는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움직이려는 충동을 받는가,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충동이 누워 있거나 휴식 중 또는 움직임이 없을 때만 나타나거나 더 심해지지 않는가,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필요와 불쾌감이 움직이는 동안에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없어지지 않는가, 다리를 움직여야 할 필요와 불쾌감이 밤에만 생기거나 밤에 더 심해지지 않는가 등이 바로 진단 기준입니다. 여기에 환자의 가족력, 병력을 참고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질환에 의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 근전도검사, 수면다원검사도 활용되고요.” 치료는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구분한다. 중증의 환자에게는 생활습관을 개선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적용되지만 지속적인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여기에는 균형잡힌 식단, 카페인 음료나 식품의 섭취 제한, 금주·금연과 적절한 운동, 명상, 요가 등이 권장된다. 수면장애가 심각한 만큼 건강한 수면을 위한 지침도 매우 중요하다.“특히 졸음과 이로 인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건강수면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쾌적한 수면 환경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또 낮잠을 일상화하거나 수면제 복용, 알코올 의존 등도 피해야 합니다.” 약물요법도 중요한 치료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정 치료제가 없었지만 최근에 미국 FDA가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리큅(성분명 로피니롤 HCI)이라는 약제를 중등 정도 이상의 원발성 RLS 치료제로 허가하면서 유효한 치료법으로 부각됐다. 미국 FDA가 허가한 제품은 리큅이 유일하다. 물론 이전에도 일차 선택약제인 ‘도파미너직 에이전트’나 진정제, 통증완화제, 항경련제 등이 RLS 증상개선에 사용되기도 했다. 신 교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무슨 병인지를 몰라 치료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수면장애가 인간의 심신을 심각하게 괴롭히고 파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해 RLS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의식을 가질 때”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新 붉은 악마 선언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 악마’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일부 보도에서는 ‘붉은 악마’가 해체 수순을 밟는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 그들이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신 붉은 악마 선언’은 공중분해식의 해체는 아니라는 판단이다.그동안 다소 과잉되었던 양상을 조정하면서 영원히 마르지 않을 축구에 대한 열정을 소박하면서도 신선한 형식에 담으려는 노력이기 때문에, 이는 해체가 아니라 모색이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에 ‘붉은 악마’가 내린 결정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원 저마다가 서로의 조건과 입장에서 주고받았을 진지한 논의는 우리 축구 문화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결절점이 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1997년부터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98년 월드컵을 계기로 ‘붉은 악마’의 싱그러운 깃발을 휘날린 지 어느덧 10년이다.20대의 아름다운 혈기로 참여했던 회원은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견실한 나이가 되었다. 그 세월만큼 ‘붉은 악마’는 내용과 형식에서 상당한 성장을 하였고 그에 따른 성장통도 심하게 앓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국내 스포츠 문화에서는 보기 드문 열혈 서포터스 문화를 일궈왔다는 점이다. 그들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떤 영리의 목적이나 스포츠 외적인 몫을 노리고 그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가능한 스포츠 산업이나 정책에 참여하면 될 것이지, 굳이 혹서기와 혹한기를 막론하고 늘 경기장 북쪽 스탠드를 가득 메울 필요는 없었다.10년 역사 동안 ‘붉은 악마’를 기반으로 무슨 정치적 행세를 하거나 그릇된 이익을 도모한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은 그 영향력과 회원 수를 감안하건대 대단히 아름다운 족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 하나는 두 차례의 월드컵, 특히 작년의 독일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사회 전체가 일종의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그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는데, 불가피하게도 ‘붉은 악마’는 그 한복판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가공할 만한 ‘애국심’의 열기 속으로 붉은 악마의 깃발은 총총히 사라져간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거대 퍼포먼스’에 대한 집중이다. 국가 대항전의 특성 때문에 엄청난 열기를 그라운드로 쏟아부을 필요는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 몇 년 동안 ‘붉은 악마’는 거대한 스케일의 퍼포먼스라는 형식에 너무 치중했다. 이러한 과잉은 팬 저마다의 수많은 열정이 다양한 수로를 통해 축구장으로 촉촉히 스며드는 내실 있는 응원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로막기도 했다. 관중이 함께 응원하는 게 아니라 ‘붉은 악마’의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점을 성찰하건대 굳이 ‘붉은 악마’를 해체할 필요는 없다. 거대한 스케일의 퍼포먼스 대신 소박하면서도 열정적인 응원의 형식을 찾아내면 될 일이고,‘애국심 마케팅’이나 ‘스포츠 국가주의’를 경계하면서도 각 지역의 축구장으로 낮게 스며들면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언은 해산이 아니라 ‘새로운 모색’이 되는 것이다.‘붉은 악마’의 새로운 모색에 건투를 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온라인게임 종주국 위상 갖출때”

    “온라인게임 종주국 위상 갖출때”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에 걸맞은 위상을 갖춰야 할 때입니다.” 김영만(47·한빛소프트 대표)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게임시장의 선도국으로서 걸맞은 위상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국내 게임시장을 진단했다. 그는 “우리의 온라인 게임의 기술 수준과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1위”라면서 “보통 1위 국가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끌어가지만 우리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현재 세계시장의 32%를 점유해 1위에 올라서 있다. 김 회장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스타크래프트’는 온라인 게임의 붐을 일으켰다. 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스타크래프트가 제한적 이용 등급 판정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국민 게임으로 인식할 만큼 게임 환경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 산업은 5억 6600만달러를 수출했고,2억 3200만달러를 수입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무려 3억 3000만달러로 게임 시장의 효과는 무척 크다. 영화 산업의 경상수지 흑자는 2억 9000만달러다. 김 회장이 운영 중인 한빛소프트도 현재 RPG(Role Playing Game·역할 게임)인 ‘위드2’, 온라인 골프게임인 ‘팡야’ 등 7개를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의 누적 수출 실적은 9800만달러로 올 상반기에 1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전국을 사행성 논란에 빠뜨린 ‘바다이야기 사건’에 대해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업자들의 부도덕함이 더 큰 문제였다.”면서 “그 사건 때문에 게임 진흥 정책이 축소되거나 규제 일변도로 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바다이야기 사건을 우리 게임 산업이 겪어야 할 ‘성장통’에 비유했다. 김 회장은 업계의 현안으로 “게임산업진흥법이 지난해 10월29일에 통과된 뒤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구체적인 법령, 시행규칙이 만들어진다.”면서 “게임 산업의 갈림길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업계,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발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 실력은 핸디 13정도. 하지만 그는 “필드의 파5홀에서 홀인원을 하는 것은 꿈도 못꾸지만 온라인 골프게임에서는 가능하다.”면서 “불가능을 가능토록 하는 것이 게임의 매력”이라고 게임의 재미를 설명했다. 그는 평소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인 두 아들과 함께 게임을 스스럼없이 즐긴다고 말했다. 관련해서는 “게임·인터넷의 중독 등 부작용은 정부의 심의 규제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면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모는 바둑을 즐기면서 아이들에게 온라인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그는 “우선 아이방에 있는 PC를 거실에 내놓고 아이와 함께 게임을 즐겨보라.”고 충언했다. 김 회장은 LG소프트에서 일하다 1999년 LG소프트에서 분리된 게임사업부를 맡아 한빛소프트를 차렸다. 게임산업의 ‘맏형’인 그는 2005년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직을 맡고 있다. 올 3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한국축구 대화만이 살길

    한국 축구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타르 친선대회 출전을 위한 올림픽 대표팀 차출을 두고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조용한 전쟁을 치른 격이다. 결국 연맹의 대의원회에서도 차출 거부를 승인함으로써 협회는 친선대회 출전 포기를 결정했다. 모든 홍역이 그렇듯이, 혹은 크든 작든 모든 갈등이나 논쟁이 그렇듯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 그러한 과정과 결정이 어떤 흐름과 영향력으로 나타날 것인가를 예측하고 판단해 보는 것이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것으로 ‘액땜’했다고 말 것이 아니고, 이런 논쟁에서 은밀하게 승패의 셈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다. 요컨대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소중한 성과는 ‘대화의 중요성’이다. 지금 한국축구는 과거처럼 상명하달이 관철되는 때도 아니고 적절한 예우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은근히 밀어보고 슬쩍 당겨보며 상호간의 힘을 절충하고 타협하는 방식이 통하지도 않는다. 한국축구는 대한축구협회를 중심으로 하되 프로축구연맹 등 각 단위 연맹이 서서히 독립적인 위상과 전망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외곽으로 축구지도자협의회와 한국축구연구소, 대한축구협회 노동조합, 축구 전문 미디어,‘붉은악마’를 비롯한 각 구단의 서포터스 등이 저마다의 동심원을 그리며 다양하게 영향력을 주고받는 형세로 변해 가고 있다. 이런 다양한 움직임 속에서 대한축구협회는 바윗장처럼 단단한 원칙과 신념을 지키되 아주 겸손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대화와 타협’을 벌여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축구는 발전 단계이며 진화 과정에 있다. 각급 대표팀과 K-리그 두 가지를 뼈대로 삼아 높은 수준의 축구를 모색해야 한다.‘성장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원칙이 흔들리고 대화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원칙은 현실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래도 걱정인 것은 이 기간 역시 한국축구는 성장하고 진화해야 하는데 이것이 협회의 차기 회장, 미래 전망과 맞물리면서 뜻밖의 충돌이나 성장통을 심하게 앓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지나친 걱정일까. 여의도 정치판의 권력 암투와 같은 양상이 축구계에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기필코 그와 같은 진흙탕 양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화와 타협’을 대전제로 하는 원칙의 실현은 축구계 모두가 연습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당신의 첫 데이트를 위하여!

    팝콘과 음료수 하나. 빨대는 두 개를 꽂고 자리는 커플 석. 영화를 보고 나온 후 늦은 저녁을 먹고 분위기 근사한 카페를 찾아가 야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돌아오는 길에 예상치 못한 눈이라도 만난다면 영원불멸의 ‘나 잡아봐라’로 언 몸과 동시에 서먹한 감정을 녹이고 차오르는 호흡 따라 퐁퐁 솟는 입김 사이로 서로를 응시한 채 엷은 미소와 함께 첫 키스…. 단조롭고 익숙해 보이는 전형적인 데이트 같지만 그 설렘과 떨림은 연애에 무능한 사람이건 카사노바도 울고 가는 연애의 달인이든 간에 판타지고 바람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달뜬 분위기를 십분 활용하여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명불허전! 말랑말랑하고 로맨틱한 영화로 가볍게 시작해 보시길.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2006년)는 따분한 일상과 늘 꼬이는 애정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집을 바꿔 생활하는 홈 익스체인지를 떠난 미국 여자 아만다와 영국 여자 아이리스가 생각지도 못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일과 사랑에 지친 그녀들이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특별한 여정의 이 영화는‘왓 위민 원트’‘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등의 작품에서 여성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포착해낸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과 꼬이기만 하는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사랑을 통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해가는 특별한 순간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사랑스럽게 연출해내 또 한번의 ‘낸시 마이어스 표’ 로맨틱 코미디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지개 여신’(Rainbow Song,2006년)은 젊고 건강하되 시행착오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춘들이 펼쳐 보이는 일종의 성장통과 관련된 러브스토리이다. 기시다 도모야와 아오이의 만남은 최악이었다. 도모야는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녀와 같은 레코드 숍에서 일하는 아오이에게 말을 걸고 대학 영화연구회에 속해 있는 아오이는, 자신이 촬영하는 영화의 필름값이 필요해서 도모야를 위해 사랑의 큐피드가 되는 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어이없게 실연 당한 도모야는 아오이가 속한 영화동아리에 억지로 휘말리게 되고 아오이가 감독하는 영화 ‘THE END OF THE WORLD’에 주연배우로 출연하게 된다. 그리고 잠깐의 소통과 대화. 이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몇 개의 추억과 기억을 지닌 채 성장하여 사회로 나가고 몇 년 후 토모야는 아오이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들은 뒤 놀라운 감정의 체험을 하게 되는데…. ‘첫’이라는 글자가 부여하는 의미는 남다르고 아찔하다. 첫 눈, 첫 키스, 첫 만남, 첫 사랑, 첫 직장 그리고 첫 데이트. 서로를 알아가고 의미를 나누며 교환하는 그 시작의 순간에 같은 기억으로 남을 만한 영화 한편이라면 근사하지 않을까. 모두가 저마다의 특별한 이벤트를 꿈꾸는 세상에선 되레 소박하고 정직한 데이트가 더 강렬할 수 있는 법이다. 모두가 행복한 기운으로 넘쳐나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당신의 그 또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담아 작은 파티를 마련하자. 그 파티에 필요한 준비물은 당신의 진실과 복잡한 줄서기를 피할 수 있는 예매티켓 두 장이면 충분하다. 시나리오 작가
  • 휴대전화 가입률 82% ‘포화상태’

    휴대전화 가입률 82% ‘포화상태’

    휴대전화 가입자 40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이는 1984년 우리나라에 아날로그 방식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도입된 지 22년만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 시작 이후 10년이 걸렸다. 26일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는 모두 4001만 247명이다. 회사별로 SKT는 2017만 8503명,KTF는 1286만 1182명,LGT는 697만 562명을 각각 확보했다. 국내 휴대전화의 효시는 지난 1984년에 도입된 ‘카폰’이다. 그해 가입자는 265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6년 CDMA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가입자가 289만 1000명으로 늘어났다.1998년 6월에는 1000만명을 넘어 ‘1가구 1휴대전화’ 시대를 열었다. 1997년 한국통신프리텔(현 KTF), 한솔PCS(KTF에 합병),LG텔레콤 등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들이 이동전화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1999년 8월에는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2002년 3월에는 3000만명을 넘어섰다. 이 후 4년 8개월만에 4000만명을 돌파했다. 휴대전화 가입률은 올해 10월말 현재 82.3%다. 휴대전화가 개인 필수품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셈이다. 휴대전화는 지난 10년간 우리의 생활을 확실하게 변화시켰다. 앞으로도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이통사들은 전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가입률이 82%를 넘었다는 것은 가입자 시장이 완전히 포화됐음을 말하는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품질전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보이스(목소리) 중심에서 앞으로는 고품질 망을 통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화상전화, 글로벌 로밍 등 고품질 부가서비스의 확대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통사들도 이같은 서비스를 통해 매출액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초기 단계인 3.5세대 서비스 주도권을 놓고 SKT와 KTF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휴대전화 국내 수요가 많아지고 기능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우리나라 단말기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도 한층 높아졌다.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테스트 베드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국내 일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성장통을 앓고 있지만 휴대전화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이다.2004년 국내 업체가 생산한 CDMA 단말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2%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진화는 사생활 침해, 무선인터넷 중독, 휴대전화 스팸, 불법 복제 등 각종 부작용도 낳고 있다. 지난해 동영상 음란서비스에 이어 올해는 ‘야설(야한소설)’을 계기로 휴대전화 음란물이 또다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최용규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불만질주 수입차] (상) 리콜 급증… 차값은 ‘億’ 품질은 ‘헉’

    [불만질주 수입차] (상) 리콜 급증… 차값은 ‘億’ 품질은 ‘헉’

    18일 현재 국내에서 수입·판매되는 외제차는 총 22개 브랜드 255개 차종이다. 외제차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1987년 한 해 통틀어 고작 10대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파죽지세’의 성장속도다. 지난달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4%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성장통(痛)도 적지 않다. 차값 대비 품질에 대한 불만이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AS(애프터 서비스)가 늦고 비용이 비싸다. 수입차를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로 보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수입차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중소기업체 사장 박모씨는 폴크스바겐 얘기만 나오면 혈압이 올라간다. 그가 4000만원짜리 독일 폴크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를 산 것은 2001년. 그러나 2년쯤 지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찌익’ 하는 소음이 났다.AS를 받았지만 기분나쁜 소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박씨는 “이후 여러차례 정비공장을 찾았지만 ‘폴크스바겐의 브레이크 패드가 원래 연성(soft)이어서 빨리 닳고 소음이 다소 난다.’는 얘기만 되풀이해 내 돈을 들여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를 바꾼 것만도 벌써 세번째”라며 “3년 넘게 소음과 싸우다보니 이젠 항의하기도 지쳤다.”고 털어놓았다. 폴크스바겐의 대형세단 ‘페이톤’을 1년 전에 구입한 유모씨도 비슷한 증상으로 속을 끓이고 있다. 유씨는 “폴크스바겐 차가 원래 소음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페이톤은 차값만 1억원이 넘는다. 올 여름 프랑스 푸조의 중형세단을 구입한 이모씨는 차를 산 지 한달쯤 뒤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푸조측은 “연료펌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수리를 해줬지만 이후로도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이씨는 “비싼 수입차라 막연히 품질이 좋을 거라고 기대를 한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푸념했다. 수입차는 동급의 국산차보다 대부분 값이 비싸다.1억원이 넘는 차가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비싼 수입차=고(高)품질차’라는 등식이 은연중에 퍼져 있다. 하지만 수입차종이 급격히 다양화되고 늘면서 품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BMW를 모는 김모(여)씨는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의 특성상 인터넷 등에 대놓고 떠들지 않아서 그렇지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수입차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차량을 회수해 결함을 수리해주는 리콜도 늘고 있다.2001년 1225대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1만 1589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고장없는 차’로 정평난 일본 도요타마저 올해 들어서만 렉서스 LS430,GS300,GS430,IS250 등 간판차종 1041대를 줄줄이 리콜 수리대에 올렸다. 운전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에어백이나 안전띠 관련 결함이었다.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도 지난해에만 192만 7000대를 리콜했다.2001년(4만6000대)의 약 42배다. 급기야 미국시장에서는 지난해 리콜대수가 판매대수보다 많아지는 ‘품질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차인 포드도 올들어 우리나라에서 분기마다 리콜에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는 연료탱크 지지대가, 링컨 타운카는 배선 결함이 각각 문제가 됐다. 미국 GM의 캐딜락과 스웨덴 볼보, 독일 아우디도 올들어 줄줄이 리콜에 들어갔다. 아우디는 지난 17일부터 1억 3680만원짜리 고급대형세단 A8의 에어백 결함을 자체 수리해주고 있다. 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수입차를 경험하는 사람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개개 차종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수입차의 전반적인 품질은 아직도 월등히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울대 개교 60주년] ‘망국론’ 털고 ‘글로벌 대학’ 거듭나야

    [서울대 개교 60주년] ‘망국론’ 털고 ‘글로벌 대학’ 거듭나야

    서울대가 15일로 개교 6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서울대는 국내 1위 대학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서울대 졸업장은 대한민국 어디서도 통했고, 또 다른 권력으로 자리매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인재양성을 요구하는 사회흐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거세다. 국내외 유명대학들과의 치열한 경쟁에다 정부의 법인화 요구 등 ‘지식전수’가 아닌 ‘지식창출’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교 60주년을 앞둔 서울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60주년 생일을 마냥 자축할 수만은 없는 게 서울대가 처한 현실이다. 국내 1위라는 ‘우물안 개구리’식 자부심에 안주했던 여파가 곳곳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지 않은 탓이다. ●안팎으로 겪는 어려움 ‘서울대=1등’이란 공식은 최근 들어 심심찮게 깨지고 있다. 한 일간지가 실시한 대학 종합평가에서는 몇 년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일부 학문분야에서는 서울대가 1위가 아니라는 인식이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인 사이에도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세계 속의 서울대의 위치는 미약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평가한 세계대학 글로벌 순위에서는 10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어 강의·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 등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서울대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이달 초 영국 신문 ‘더 타임스’에서 평가한 세계대학 평가에서 지난해 93위에 이어 올해 63위에 올라선 데서 위안을 찾고는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즈음은 민족사관고와 외국어고, 과학고 등을 중심으로 ‘서울대 대비반’이 아닌 외국 명문대를 겨냥한 해외 유학반에 관심을 둔 고교생들도 상당수다. 서울대도 이런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운찬 전 총장 시절 ‘법인화 태스크포스’팀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사립대학에도 뒤처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내부에서 쌓여온 문제들 서울대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계·관계·경제계·법조계 등 사회 모든 부문에 두루 걸쳐 한국을 이끌면서 서울대 중심적 사고를 심었고 이는 ‘서울대 마피아’라는 패거리 문화를 낳았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과거 독재시대 때의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서울대 망국론’을 불러온 요인이 됐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과 일부 공대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등은 서울대 명성에 먹칠을 했다. 구성원들의 개혁에 대한 불감증과 저항감도 서울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위기를 예견해 온 대학본부에서 학과별 통합·정원 축소 및 연구중심 대학 추진 등 몇 차례 개혁을 시도했으나 구조조정 등을 의식한 내부 반발로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에서 사실상 요구하는 대학 법인화도 진통을 겪고 있다. 이장무 총장은 ‘정부식 법인화’가 아닌 ‘서울대식 법인화’를 강조하고 있다. 상당수 교수와 교직원들은 서울대 법인화 이후 현재의 안정적인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 총장이 구상 중인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20년 장기발전 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되고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3)소아백혈병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3)소아백혈병

    “못 고치는 병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조빈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소아백혈병은 80∼90% 이상 완치된다.”면서 환자나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 중 내내 “다른 암보다 백혈병에 걸린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완치될 수 있는 것이 백혈병”이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난치병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소아백혈병 환자를 돌보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인 김학기 성모병원 부원장의 수제자이다. 현재 200여명의 백혈병 환자를 돌보고 있는 그에게서 소아백혈병의 발병과 대처방법 등을 들어본다. # 한해 350여명 발병, 원인은 몰라 피가 하얗게 변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 백혈병이다. 실제로는 정상보다 조금 묽은 선홍빛을 띤다. 정상혈액은 1㎣당 백혈구수가 5000개∼1만개 사이다. 혈액암인 백혈병은 백혈구수가 이를 넘어서 급격히 증가하는 병이다. 소아환자는 대개 급성이고 림프구성 백혈병이 많다. 반면 성인은 만성 골수성 환자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해 약 350명의 어린이에게서 나타난다. 소아암 중 가장 흔하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게 아직 없다. 단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증명된 것은 없다. 최근에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바이러스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 감기와 비슷, 혈액검사로 진단 백혈병의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얼굴이 창백하게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팔, 다리 등이 아파 병원을 찾기도 한다. 간혹 성장통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병이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도 백혈병에 걸렸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열이 나면서 잘 떨어지지 않고 오래 간다든가, 좀 피곤해 하고 잘 놀지 않는 경우도 진단 결과 백혈병인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증상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생긴다. 첫째는 혈액을 구성하는 정상 세포(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들이 부족해 생기는 증상이고 둘째는 백혈병을 일으키는 림프구가 여러 기관을 침범해 생기는 증상이다. 정상세포가 부족해 생기는 증상은 우선 적혈구의 부족으로 생기는 빈혈, 무기력, 식욕부진,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과 호흡곤란이 따른다. 빈혈이 너무 심해지면 심장이 커지고 심장기능이 약해진다. 병균과 싸우는 백혈구가 부족해지면 각종 감염, 폐렴 등이 생기게 되고 열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염증이 지속되면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병균이 퍼지는 패혈증이 생겨 위험하다. 또 혈소판이 부족한 경우에는 멍이 들고 코피를 흘리며 잘 멎지 않고 장에서도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가장 위험한 경우는 머리의 출혈인 뇌출혈이 생길 때이다. 둘째 증상은 미성숙 림프구인 백혈병 세포들이 비장, 간, 골수, 림프절, 뼈, 뇌 등을 침범하여 생기는 증상이다. 즉 비장과 간이 커지고 목 주위나 겨드랑이등의 림프절이 붓는다. 골수나 뼈를 침범하는 경우 통증이 심하고 뇌를 침범한 경우에는 두통 및 구토, 시력장애, 뇌막염 증상과 신경마비 증상 등도 동반한다. 말초혈액 검사로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동네 소규모의 병·의원에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고 종합병원을 찾는 게 좋다. 확진은 골수검사를 통해 내려진다. # 치료기간 2년 6개월∼3년, 치료비 1000만원선 치료는 조혈모세포이식과 항암치료 등으로 진행된다.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대게 2가지 방법이 병행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암세포가 생기는 골수를 직접 회복시켜 주는 치료법이다. 가장 근본족인 치료법인 셈이다. 최근에는 ‘글리벡’이란 신약이 개발돼 완치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치료 기간은 대개 2년 6개월에서 3년 정도. 치료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소아환자나 가족들이 매우 힘들어한다. 하지만 다른 암환자에 비해 완치율도 높은 만큼 환자나 가족들은 의사를 믿고 완치된다는 확신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진단 비용과 병원 적응비 등에 목돈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약 600만∼1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상태가 좋으면 집에서 외래환자로 치료받을 수도 있다. 힘을 보태주는 곳도 많다. 의료보험도 적용되고 소아암협회, 어린이백혈병재단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아백혈병환자의 25% 정도가 몰려 있는 성모병원의 경우 독지가로부터 받은 기탁금으로 치료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치료할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제대로 된 병원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국가지원 아쉬워 조 교수는 요즘 1세 이전 영아백혈병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완치와 함께 합병증을 없애는 게 목표다. 이른바 맞춤치료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치료기술은 이미 이 분야의 최고 선진국이라는 미국, 독일 등에 뒤지지 않는다. 단지 진단 분야에서는 장비나 인력지원 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세잔류 백혈병을 찾아내는 데는 고가의 정밀장비와 꾸준한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의 경우 국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조 교수는 “백혈병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려면 초정밀 진단 장비의 개발과 보급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다.”고 아쉬워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도움말 : 조빈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 한자락 바람 치마에 휘감으면

    한자락 바람 치마에 휘감으면

    취재, 글 박혜란 기자 한국 사람처럼 어깻짓하기, 일본 사람처럼 걷기, 중국 사람처럼 미소 짓고 태국 사람처럼 손짓하기, 몽골 사람처럼 뒤돌아보기…. 무용가 백향주(32세)의 몸 안에서 동아시아의 몸짓과 표정과 정신이 충돌하고 조화하고 꽃을 피운다. 관음보살춤, 초립동, 무당춤 등을 완벽하게 재현해 ‘최승희 춤’의 마지막 계승자로 주목받았지만, 그는 스승과도 다르다. “왜냐하면 최승희는 그때, 저는 지금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로 하여금 삶의 반려자로 무용, 그것도 동아시아 무용을 선택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 집안의 부모자식, 형제자매의 국적이 다 제각각이지요.” 그의 부모님은 조총련계 재일한국인 2세였다. 그는 재일한국인 3세로 태어났고, 한국 국적을 택했다. 역사, 민족, 국가의 문제는 그에게 3인칭이 아닌 1인칭,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한국춤도 아니고 일본춤도 아니고, 대체 어느 나라 춤이냐고 따지는 이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제 춤이지요.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어 소통하게 하는 것, 다양한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느껴왔습니다.” 언젠가 그의 손금을 본 이가 ‘굴곡 많은 인생’을 예언한 적이 있다. 예언처럼 유독 많은 위기와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중 세 번의 전환점은 그를 더 높고 먼 곳에 다다르게 했다. 세 번의 황홀한 성장통 “열다섯 살에 북경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아마추어에서 전문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 거지요. 그때 전문가의 세계란 것에 무척 충격을 받았어요. 2만 명이 참가하는 콩쿠르란 게 상상이 가나요? 수개월에 걸쳐 심사가 진행되고 끝없는 경합이 벌어지지요. 문자 그대로 배틀이에요. 사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나이였죠. 하지만 그때 강한 신념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엔 한민족의 대표로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결심도 대단했지요. 덕분에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따고 외국인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학 최연소 입학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는 열아홉 살에 솔로 리사이틀을 가졌다. 그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시간여 동안 한 사람이 여러 얼굴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독무는 이십대 후반에야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독무 공연 준비를 북한에서 했습니다. 최승희 선생의 양아들인 김해춘 선생님께 배웠지요. 난 우리 선생님이 사람인가 귀신인가 했습니다. 연습이 어찌나 혹독했던지 쓰러진 적도 있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혀를 깨물고 하라!’ 그러시더군요. 말씀대로 혀를 꽉 깨물고 했더니 너무 아파서 정말 쓰러지지는 않게 되더군요. 그때 저는 아, 명성이란 게 이런 거구나, 보통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노력을 쏟아부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혹독한 훈련 덕분에 그 후 10년을 쉽게 넘어갈 수 있었지요.” 인연이 다하고 태어나는 곳 인생의 세 번째 전환점은 한국과 인연을 맺으며 찾아왔다. 1998년 그는 조총련계 재일교포 무용가로서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공연을 가졌다. “누가 부모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감히 공연을 고집하겠습니까. 제가 한국 무대에 선다는 것은 부모님이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문을 열어야 했습니다. 선생님이었던 어머니는 타국에서 우리말, 글을 지키고자 30년간 노력하셨지만 한순간에 딸을 잘못 가르친 사람이 되고 말았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2년 전에 돌아가셨지요.” 다정다감한 ‘변종 경상도 싸나이’ 이용권 씨(39세)와 사랑에 빠져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그는 예쁜 딸도 낳았다. 그리고 이제 한 사람의 무용가로서 홀로서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30년간의 준비를 맺음한 곳이자, 더 넓은 세계로 발돋움하는 새 출발의 거점인 셈이다. 독립을 위한 무대로 그는 비보이브레이크 댄스팀와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과 제가 가진 서로 다른 ‘코드’가 소통한다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 기대해요. 함께 연습하며 춤의 새로운 재미를 새삼 발견하고 있어요.” 아시아인 백향주는 그의 스승들이 그에게 했던 것처럼, 한국인들에게 냉정한 충고를 건넨다. “한민족은 머리가 아주 비상합니다. 한국춤만 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추기 어려운 춤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현실은 왜 그런지 침체되어 있지요? 저는 그 이유가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든 공유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이 따라야 발전한다고 봅니다. 물론 좋은 부분만 이것저것 떼어와서 새로운 걸 조합해내는 건 결코 공유가 아니지요. 상대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배우고자 할 때 진정한 공유가 이루어지는 거지요. 더군다나 예술에 내 것, 네 것이 어디 있나요? 예술가가 혼자 살고자 하면 다 죽이게 돼요. 그럼 결국 예술가도 죽게 되겠죠.” 월간<샘터>2006.10
  • 두얼굴의 여인 임성언

    두얼굴의 여인 임성언

    신인배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름의 재미가 있다. 특히 그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연기를 보인다면 더욱 그렇다. 4년 전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으로 데뷔한 탤런트 임성언은 그런 의미에서 최근 긍정적인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케이블채널 ‘수퍼액션’에서 30일 첫 전파를 타는 40부작 시트콤 ‘시리즈다세포소녀’에서 내숭 100단인 ‘반장소녀’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는 SBS 주말 사극 ‘연개소문’에서 김유신의 동생 ‘김보희’역으로 출연, 처음 도전하는 사극에서도 당찬 연기를 보여준다. ‘시리즈다세포소녀’에서 그는 과외교사(윤기원 분) 앞에서 고단수 내숭을 떨다가 결국 그를 쓰러뜨리는(?) 귀여운 악역을 맡았다. 붉은 조명 아래 토끼머리띠를 하고 채찍과 수갑, 술을 탄 음료수를 과외교사에게 건내는 모습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원래 성격은 내숭을 떨기보다 솔직한 편이에요. 그런데 반장소녀로 캐스팅이 되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나도 과외를 받았는데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에 쉽게 빠져들었고, 결국 내숭을 배우게 됐어요(웃음).” 영화 ‘여고괴담2’‘여고생 시집가기’와 드라마 ‘때려’‘미라클’ 등에서 조연을 맡으면서 얼굴을 알렸지만 그가 연기자로 한단계 성숙하게 된 것은 SBS 아침드라마 ‘들꽃’에서다.“그동안 작품마다 주로 또래들과 연기하다가 ‘들꽃’에서 만난 선배 연기자들로부터 정말 많이 배웠어요. 연기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구요.” 내친 김에 ‘연개소문’을 통해 사극 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어린 시절 집안의 노예로 들어온 연개소문(이태곤 분)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에 빠진 뒤 함께 도피하지만 실패하고, 연개소문이 쫓겨난 뒤 그를 무작정 기다리는 비운의 여인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연기자로서)갈 길이 아직 멀었어요.”라며 신인다운 겸손함을 내비친 그는 요즘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앞으로 몇달간 주말에는 사극에, 주중에는 시트콤에 나와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보일 텐데, 혼란스럽지 않고 양쪽 모두 좋은 인상을 남겼으면 해요.”털털한 현대여성이나 무서운 악역 등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김희애·김미숙 선배님처럼 카리스마있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케이블로 간 ‘다세포소녀’ 성공할까 ‘다세포소녀’의 ‘원 소스 멀티 유즈’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금기시된 청소년들의 성(性)을 도발적인 유머와 경쾌한 은유로 그려내 인기를 누려온 인터넷만화 ‘다세포소녀’(채정택=B급 달궁 글·그림)가 지난 10일 스크린에 이어 30일 브라운관에 착륙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참신한 소재로 각광받은 만화 콘텐츠가 비슷한 시기에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영화 ‘다세포소녀’를 만든 제작사인 ㈜영화세상이 관계사인 ㈜다세포클럽과 손잡고, 케이블채널 사업자인 온미디어의 자회사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받아 같은 콘텐츠를 각색해 40부에 걸친 장편 시리즈를 탄생시킨 것. 온미디어의 액션채널 ‘수퍼액션’을 통해 매주 수·목요일 각 3편씩 방영된다. 이같은 ‘원 소스 멀티 유즈’전략은 영화사와 방송사간 제휴가 바탕이 됐다. 영화와 시리즈 모두 만화가 원작이지만 장르가 다른 만큼 표현방식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영화는 크게 3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주인공 4∼5명이 두드러지게 부각되지만 시리즈는 40부에 걸쳐 10여명의 캐릭터가 보다 구체적으로 살아난다. 수퍼액션 김의석 국장은 “해외에는 ‘미션 임파서블’‘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영화와 TV시리즈를 넘나들며 성공한 작품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다세포소녀’가 영화 개봉에 이어 영화 스태프들이 참여, 시리즈로 사전제작된 만큼 영화적인 감성과 시리즈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봉한 지 20일이 지난 영화 ‘다세포소녀’가 관객 56만명에 그치는 등 기대만큼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시리즈다세포소녀’가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새 정보전달 도구… 부작용은 성장통”

    네티즌이 만든 동영상 마니아들은 표현의 자유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에서 출발한 UCC가 앞으로 광범위한 정보전달 도구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 때문에 현재의 부작용들은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 하는 ‘성장통’ 정도로 치부한다. 혈액형별 행동특성을 담은 1분짜리 동영상 ‘현대혈액형 생활백서’의 제작자 김여진(22·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3학년)씨는 대학 연합광고 동아리 ‘애드 플래시’ 회원들과 이 작품을 만들어 동영상 전문 사이트 ‘아우라’에 올렸다. 이후 네이버와 싸이월드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UCC는 한번 유명해지면 수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포털사이트에 돌풍을 몰고 온다. 마니아 박영일(27)씨는 UCC 붐의 원인을 “동영상이 네티즌의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기존 가치에 대한 비판과 소통의 장을 만들어내는 한편 사회적 이슈를 쉽게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작용으로 떠오른 음란 동영상과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마니아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워크숍, 체육대회, 방송영상제 등 고려대 KUTV에서 만든 300건의 UCC를 만들어 올린 고려대 조우상(22·전자공학)KUTV 전국장의 얘기.“신입생들을 위한 새터와 관련해 ‘인간승리’라는 UCC를 만들어서 올렸을 때 탤런트 김수미씨 매니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용 중에 김씨가 출연한 CF 등을 편집한 내용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이후 내가 만든 동영상의 사회적 파급효과와 저작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준석 서재희기자 hermes@seoul.co.kr
  • 노사모 노혜경대표가 말하는 친노세력 향배

    노사모 노혜경대표가 말하는 친노세력 향배

    5·31 지방선거 이후 ‘친노 세력’에 쏠리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노사모와 참정연(참여정치연구회), 국참(국민참여1219) 등 대표적 친노세력들이 위기를 맞아 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가의 해석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조’ 친노 세력으로 꼽히는 노사모의 노혜경 대표일꾼은 친노 세력 위기론과 관련,“순간적으로 위축될 순 있지만 정치를 직접 바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늘 것이며, 필요한 시점에는 반드시 재집결한다.”고 내다봤다. 물론 이같은 전망은 친노 세력에 대한 풀이를 달리 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친노 세력이 맹주를 좇는 패거리 정치집단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건설하고 지지하는 세력’으로 크게 읽어 달라는 주문이다. 노 대표는 참정연은 개혁당을 모태로 한 ‘좀더 훈련된 정치세력’으로 본다. 그 연장선에서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발언이 조직 분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면서 최근 참정연을 둘러싼 논란을 굳이 ‘위축’이라고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국참은 노사모 출신의 당원조직이나, 구 당권파를 지지했으므로 정확하게 따진다면 당권파의 위축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두 조직의 변화를 “열린우리당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지지층들의 이탈”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봤다. 때문에 최근의 진통과정을 “개혁세력의 기둥으로 서기 위한 성장통”으로 요약했다. 노사모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퇴임하더라도 노 대통령과 함께 하고자 했던 사회 변화의 목표는 여전히 유효한 조직”이라고 구분했다. 노 대표는 최근 열린우리당이 부동산 정책기조 변경을 거론하자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여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은 “실제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 눈에서 보면 당 지도부의 스탠스가 우리당답지 못하다는 데 있었다.”는 나름의 진단을 내놓았다. 한발 더 나아가 노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지는 못해도 고른 득표율을 얻었고 영남에서는 그동안 꿈도 못꿨던 ‘세’가 생겼다. 국민이 정치적으로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무지개(문승연 글·그림, 천둥거인 펴냄) 우주를 통째로 담은 듯한 밤하늘, 햇빛 속에서 빛나는 한낮의 세상, 도로 위의 빨간 자동차, 빨랫줄의 갖가지 색깔 옷…. 빛을 따라 변화하는 일상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색깔의 세계를 인지하게 배려하는 그림책.3세 이상.8500원. ●키리쿠와 하이에나(미셸 오슬로 글, 크리스토프 루르들레 그림, 염미희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최근 개봉된 애니메이션 ‘키리쿠, 키리쿠’를 ‘키리쿠와 황금뿔’ 등 두 권의 그림동화로 나눠 담았다.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원시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4세 이상.8500원. ●찐찐군과 두빵두(김양미 글, 김중석 그림, 문학과지성사 펴냄) 늘 집을 떠나 있는 여행작가 아빠를 둔 소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었던 소년 등 아빠의 부재로 성장통을 겪는 두 남자아이가 바깥세상과 소통해 가는 이야기. 제2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 초등 고학년.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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