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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카레스크 소설 새롭게 떠오른다

    ◎원로영문학자 이가형 교수 문학이론서 발간/16세기 스페인서 발생… 유럽문단 영향/악한들의 모험 다뤄… 현대작가들 주목 피카레스크 소설(picaresque novel).악한소설 혹은 건달소설로 불리는 이 소설은 16세기 중반 스페인에서 발생해 17세기까지 크게 유행했던 문학양식이다.피카로(picaro,악한)라고 불리던 스페인 사회의 무직자·불량배 등을 주인공으로 한 자전적 형식의 소설로,생존을 위해 무작정 떠돌아다니며 되는대로 살아가는 악한들의 모험을 주로 다룬다.최근 원로영문학자 이가형 국민대 명예교수가 펴낸 ‘피카레스크 소설’(민음사)은 구체적인 작품분석을 통해 악한소설에 대한 이해를 돕는 문학이론서로 관심을 모은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1554년 스페인에서 출간된 작자미상의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에서 비롯된다.그러나 피카레스크 소설의 진정한 원형은 마테오 알레만의 ‘구즈만 데 알파라체’(1599)에서 찾을수 있다.이 작품은 스페인 소설에서 사실주의가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잡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이 책에서는 특히 피카레스크 소설이 영·미와 유럽 소설에 끼친 영향을 상세히 살핀다.영국 최초의 악한소설은 이른바 ‘대학재사’중의 한 명이었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국 작가 토머스 내시의 ‘불행한 나그네:잭 윌튼의 생애’이다.주인공 윌튼은 유럽을 돌아다니는 귀족 주인을 둔 악한 하인이다.이 작품은 전체적인 주제의식과 통일성이 부족하고 성격묘사가 결여돼 있다.그런 관점에서 평론가 엘리자베스 드루는 이를 피카레스크 소설(novel)이 아니라 ‘피카레스크 픽션’이라고 불렀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악한소설의 하나는 독일에서 나왔다.살기 위해 피카로의 본색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한 부랑자의 방황을 그린 그리멜스하우젠의 ‘짐플리치시무스’가 그것이다.소설의 주인공은 로빈슨 크루소처럼 절해 고도에서 은둔생활을 한다.그러나 그와는 달리 속세로 돌아가지 않고 섬에 남는다.정신의 정화를 위해 절대 고독의 경지에 머무는 것은 전통적인 피가로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다.이러한 내면성의 추구는 훗날 독일 고유의 성장소설로 이어지는 토양이 됐다.스페인의 피카레스크 소설은 17세기 프랑스 소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독일의 ‘짐플리치시무스’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피카레스크 소설은 르사주의 ‘질 블라스’이다.스페인 피카레스크 소설의 전통에 따라 르사주는 사회의 풍속을 폭로하는 일련의 희극적 또는 소극적 모험들을 엮었다.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피카레스크 소설의 피카로라기 보다는 로맨스의 주인공에 더 가깝다.고전적 피카로들에게서 나타나는 무지막지한 면이 없기 때문이다.‘질 블라스’보다 훨씬 낙천적인 피카레스크 히어로는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에서 발견할 수 있다.볼테르는 피카레스크 소설의 형태를 빌어 그의 철학사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철학적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 부를 만하다. 19세기 후반 미국에는 독특한 피카레스크 소설이 선보였다.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그것.‘라사리요’가 16세기 스페인의 피카로라면 ‘헉’은 19세기 미국의 피카로다.이러한 피카레스크 소설의 맥은 미국의 자연주의 문학에 속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한결 분명하게 드러난다.그 한 예로 프랭크 노리스의 ‘맥티그’나 시어도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같은 작품은 피카레스크 소설로 읽힌다.돌팔이 치과의사 맥티그와 가난한 시골 아가씨 캐리는 비정한 대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각 피카로와 피카라가 되지 않을수 없다.이 두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인간관과 피카레스크 소설의 인간관이 약육강식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피카레스크 소설은 20세기 들어 새롭게 부활했다.이 교수는 현대의 대표적인 피카레스크 소설로 미국 작가 솔 벨로의 ‘오기 마치의 모험’,프랑스 소설가 셀린의 ‘밤의 끝으로의 여로’,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등 3편을 꼽는다.현대의 많은 작가들이 피카레스크 소설형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이 교수는 피카레스크 소설의 다양한 소설적 가능성에 주목한다.“피카로로 태어나는,자아가 강한 현대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거나 사회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지향할 때 피카레스크소설의 방식을 택하게 된다”는게 이 교수의 견해다.
  • ‘흘러간 명작’ 잇따라 재출간

    ◎‘금은탑’ ‘광화사’ 등 30∼80년대 화제작/‘분례기’ 발표 30년만에 단행본 선봬 박태원의 ‘금은탑’,방영웅의 ‘분례기’,이문구의 ‘관촌수필’,이제하의 ‘광화사’.이제는 ‘고전’이 되다시피한 1930∼80년대 화제의 장편소설들이 잇따라 새옷을 입고 재출간됐다. ‘금은탑’은 30년대 말 ‘우맹’이란 제목으로 당시 일간지에 연재됐던 작품으로 48년 ‘금은탑’이란 제목의 단행본으로도 나왔다.도서출판 깊은샘은 신문연재본을 저본으로 48년판에서 빠진 부분을 보충해 정본 ‘금은탑’을 펴냈다.‘금은탑’은 1930년대 조선을 뒤흔들었던 유사종교 백백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당시의 사회상과 유사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추리적 기법으로 그린다.박태원은 이태준 김기림 이상 등과 함께 1930년대 중반 이후 모더니즘 문학운동을 전개한 ‘구인회’의 대표적인 작가다. ‘분례기’는 67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됐던 농민소설.이번에 작가 자신의 대폭적인 수정을 거쳐 발표된지 30년만에 창작과비평사에서 단행본으로 선보였다.작가의 고향인 충남 예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어머니 석서방댁이 화장실에서 낳았다고 해서 똥례라고 불리는 주인공 분례의 이야기다.작가는 이를 통해 농촌사회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남존여비사상,순결이데올로기,남성위주의 사회가 가하는 정신적 폭력을 고발한다.느리고 진한 충청도 내륙 사투리와 무지막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석서방댁의 태도,샛서방과 붙어 지내다시피 하는 노랑녀의 행태 등이 소설읽는 재미를 더해준다.“생명과 삶에 대한 본능적 긍정이 야만스러울 만큼 징그럽게 그려져 있다”는 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작가 이문구의 자전적 성장소설인 ‘관촌수필’은 그의 대명사와도 같은 작품.72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일락서산’으로 시작된 이 연작 장편소설은 77년 ‘월간중앙’에 발표한 ‘월곡후야’로 끝맺었고,그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냈다.작가의 고향인 관촌을 무대로 한 이 소설에서는 고색창연한 이조인이었으나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던 할아버지,사회운동에 투신하며 세상을 다른 방법으로 보게 했던 아버지,한 마당에서 자라며 자신을 여러모로 키워준 동네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다.작가는 특유의 걸쭉한 입담과 해학적 어조,풍부한 전통어와 토속어로 자신의 체험적 이야기를 풀어낸다.이 소설은 이문구 전집을 내고있는 솔출판사에서 20년만에 단행본으로 발간했다. ‘분례기’와 ‘관촌수필’이 60년대와 70년대의 문제작이라면 ‘광화사’는 80년대의 화제작이다.87년 문학사상사에서 단행본으로 펴낸 이 작품은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린 서울 인사동 화랑가를 배경으로 일탈과 광기로 가득찬 화가들의 삶을 해부한다.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강인하게 일어서는 한 여성의 초상을 통해 미술계의 복마전같은 인맥상을 사실적으로 그린다.이 작품은 문학동네에서 기획한 이제하 소설전집(전12권)의 첫째권으로 제목을 ‘열망’으로 바꿔 눈길을 끈다.
  • 60∼70년대 구수한 고향얘기/중견작가 이윤기·이병천씨 신작2편

    ◎햇빛과 달빛­모범생·악동 사촌형제를 통해 그린 삶의 철학/저기 저 까마귀떼­중학입시에 떨어진 시골 수재 소년 성장일기 옛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구수하고 달큼한 중견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며 한해의 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번역가로도 이름을 날려온 이윤기씨와 시인으로도 등단했던 이병천씨가 나란히 신작장편 「햇빛과 달빛」과 「저기 저 까마귀떼」를 문학동네에서 내놨다.난숙한 붓끝에서 흘러나오는 힘찬 문장과 아기자기한 얘깃거리로 녹록지 않은 재미를 안겨주는 두 작품은 모두 시골에서 자란 남성화자를 내세워 지난 60∼70년대의 먼지나는 지방 풍속들을 재생해 보여주고 있다. 「햇빛과 달빛」은 웅진과 유진이라는 사촌형제를 통해 선과 악을 무 자르듯 가를 수 없는 삶의 철학을 그려보이는 작품.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혀를 찬 악동 동생 웅진에 견줘 형 유진은 학생대표의 하나로 대구에 내려온 박정희 대통령을 영접나갈 정도의 모범생이다.훗날에도 웅진에게선 깡패가 다 됐다는 소문만 들려오는데 유진은 조명기구회사를 차려 떼돈을 번 미국 재벌로 성장,세인들의 입방아에 「될성부른 나무」의 예로 오르내린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들의 고교때까지 동창을 화자로 개입시켜 이같은 세속적 관점을 비튼다.출생의 비밀을 알아챈뒤 홀로서기를 위한 싸움을 벌여온 웅진이 높고 밝은 곳만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유진보다도 빛과 어둠이 둘이 아니며 어둠은 밝음의 한 상태라는 인생의 깊은 이치에 더욱 통달해 있다는 것.지식보다도 지혜를 볼 줄 아는 훈장할아버지,은퇴 뒤에도 제자들의 근황을 주르르 꿰는 지역은사 등 특이한 인물들의 일화가 흥미를 더한다. 이에 견줘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미끄러진 주인공을 내세운 「저기 저…」는 한폭의 깔끔한 수채화를 보는 듯한 성장소설이다.시골 초등학교지만 1등한번 놓치지 않던 용수가 일류중학교에 떨어진 것은 넓이뛰기 점수를 못땄기 때문.잔뜩 주눅들어 불쏘시개나 꺾으러 다니는 용수는 월남전에도 참전한 말더듬이 설우형과 친한데 그 형이 좋아하는 새터 서운이 누님은 라디오하나로 동네에 유선방송국을 차린 어풍이 형님과 정분이 난다. 「하늘의 까마귀가 눈을 뜨는게 어둠」이라는 비유로 시작하는 소설은 줄곧 시적인 문장으로 소년의 눈에 비친 시골정취를 아련하게 그려보인다.자신의 봉곳한 속가슴으로 용수의 다친 손을 품어 녹여주는 향희,하도 허약해 제이름도 얻지 못하다 여섯살로 죽어버린 용수 동생 송아지,시골의 멍석말이풍습 등이 근대화에 떼밀려 사라져간 것들을 애상하게 만든다.
  • 송기원씨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

    ◎파행·자기학대의 젊은날 광기/작가와 친구들의 대학시절 실제체험/아웃사이더의 위악적내면 끝까지 해부 작가 송기원씨의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지은이가 지난 10월부터 계룡산 갑사에 삭발 은거해 썼다해서 더욱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대학 문예창작과 재학시절 작가와 친구들의 실제체험을 토대로 하고있다.이들의 젊은 날은 막 벌어질 꽃봉오리의 눈부신 수줍음이 아니라 파행과 자기학대로 얼룩진 광기의 나날이다. 주인공 윤호는 장돌뱅이 사생아의 자식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얽은 곰보얼굴처럼 빠져 달아날 수 없는 치부로 여긴다.성장환경 탓에 그는 누구보다 일찍 여자에 눈떴고 자신보다 더한 쓰레기들인 주인공들에 안도하며 문학책에 빠져 들어간다.하지만 그에게 문학과 여자는 구원이 아니라 더욱 늪으로 빨아들이는 매개체로 나타난다.그가 여자를 만나는 방식은 강간과 매춘,불장난의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문학적 재능은 삶의 전모를 혼돈이라 제시하는 초현실주의로만 이끌리는 것이다. 우리 문학에 성장소설이나 예술가소설은 많지만 아웃사이더의 위악적 내면을 이처럼 끝까지 밀어붙인 예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특하다.지옥까지 추락하기를 자처하는 한 젊은이의 삶이 희귀한 탐미적 울림으로 빛난다는 것은 과연 문학의 역설적인 힘같이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탓이 아닌 상처와 치부라 해도 하나의 통과의례를 거쳐 성인이 된 이라면 이를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각성에 이르게 되는 것 아닐까.치부에 대한 광태의 통과의례였던 이 작품 이후 위악적 세계관을 넘어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손정숙 기자〉
  • 공선옥 두번째 장편소설 「시절들」

    ◎“잡초처럼 살아온 버려진 인생의 넋두리”/격동기 버틴 30대 남성의 성장기/유신·80년 광주·전씨 구속이 배경 작가 공선옥씨(33)는 국내 문단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개성의 소유자로 꼽힌다.생채기투성이 밑바닥인생의 내뱉듯한 넋두리를 소설이라고 들고 나왔을때 문단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주목했다.그는 머리나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밀고나가는 글쓰기를 보여줬다. 최근 그의 두번째 장편 「시절들」이 문예마당에서 나왔다.첫장편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창작집 「피어라 수선화」 등에서 가난한 미혼모나 이혼녀 얘기를 꾸역꾸역 뱉아놓았던 공씨가 이번엔 남자들의 세계를 들고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장하준이라는 주인공의 다섯살에서 서른여섯까지를 그린 이 책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그 하준의 성장기는 65년부터 유신,80년 광주,87년 직선제 개헌을 거쳐 지난 95년 전두환씨 구속에 이르는 우리 현대사의 격동기와 겹친다.그런 점에서는 후일담소설의 성격도 짙다.하지만 90년대 문단의 상투형인 성장과 후일담이 만난 이 소설은 전혀 상투적이지 않다.그 흔한 소재가 공씨의 붓끝에 녹아 완전히 그다운 작품으로 탈바꿈해버렸기 때문이다. 60년대 장흥읍 탄진강가에서 하준은 옆집 의원딸 은실에게 묘한 감정을 품는가 하면 의리파 두목 추명식과 어울리면서 꿈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다.하지만 젊어서 소신있었던 변호사 아버지가 술자리의 혈기로 박정희대통령을 욕하다 감옥행,자격정지 7년을 먹는 바람에 남부끄러워진 어머니는 자식들을 죄다 끌고 광주로 올라온다. 서울로 대학을 오지만 더부룩이들(머리가 더부룩한 장발족) 사이에서 까닭모를 무력감에 1년만에 중퇴하고 광주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던 하준은 80년 5월 형을 찾으러 나섰다가 얼결에 광주항쟁의 물결에 휩쓸리게 된다. 공씨의 다른 작품들처럼 소설의 매력은 위악적인 인물들에 있다.이들은 하나도 「중뿔나게」 잘난 이가 아니다.아니 오히려 「버려진 인생」인지라 쓰레기같은 세상을 향해 토악질하듯 사설을 늘어놓고 되는대로 몸을 던진다. 독립투사연 하던 아버지가 변호사 신분을 이용해 사기를 쳤다는 내용의공소장을 하준은 화장지 틈에서 발견한다.장남으로 아버지 못잖게 권위를 내세우던 형 하영은 하준의 「마음의 연인」 은실을 가로챈다.80년 광주의 5월에는 비단 학생이나 민주시민뿐 아니라 추명식이나 석철같은 건달도 얽혀든다.여자한테 비열하고 깡패들사이에서도 치사하기로 소문난 석철은 어느틈에 민주투사로 돌변,대학생들에게 강연을 다닌다.「깡패 추명식과 정신병자 장하준이 한패가 될수 있게 된 그 이름 ‘폭도’」라며 하준은 자조한다. 때문에 현대사의 격변을 배경삼으면서도 이 소설은 거창한 울림을 띠지 않는다.중요한 것은 역사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그래도 버텨야 했던 이들의 삶의 몸부림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광기의 시대에 미치지 않고 질기게 살아남은 잡초같은 한세대의 이야기는 진득진득한 익살과 역설에 담겨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손정숙 기자〉
  • 권여선씨의 상상문학상 수상작 「푸르른 틈새」

    ◎짧은 삶의 기억 되새김한 성장소설 쓸모로 따지자면 한줌 공기만큼의 값어치도 없는 게 이야기다.최근 나온 제2회 상상문학상 수상작 「푸르른 틈새」(권여선 지음·살림출판사간)는 이런 군더더기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삶을 비춰보는 주인공의 얘기다. 샘물이 솟듯 주인공 미옥에게선 이야기들이 끝없이 솟아난다.북두칠성이 된 냄비,「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아라비안 나이트」 등 듣거나 읽은 이야기 자락을 떠올리면서 주인공 화자는 지난 삶의 기억들을 함께 이끌어낸다.한 젊은이의 삶을 이야기와 엇갈려 짜며 이야기를 통해 반성적으로 살펴보는 이 작품은 전형적 성장소설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소설은 80년대 대학생 미옥이 2년간의 자취방인 「젖은방」을 떠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형식이다.미옥의 유년시절과 대학생활이 회상속에서 각각의 일화를 품은채 엇갈린다. 유년시절은 미옥의 탄생때 아버지가 본 파랑새,뱃사람 아버지가 비운 집에 빌붙은 몰락한 외가식구들,성에 눈떠가는 계집애들간의 야릇한 교감이 지배하는 공간이다.한편대학은 이성간의 공개적 호기심이 허락된 곳,술을 먹고 참가하는 가투,실패한 운동권의 자괴감,상처받은 연애로 기억된다. 미옥을 끔찍이 사랑하던,군주와 같던 아버지는 별볼일없는 실업자로 전락하고 절대 변치 않을 줄 알았던 사랑도 바랜다.「운동의 현장」인 공장을 일주일을 못버티고 박차고 나온 미옥은 자괴속에 「아라비안 나이트」를 붙든다.「아라비안 나이트」읽기를 통해 미옥은 상처입고 다친 삶을 한걸음 물러서 치유하는 이야기의 힘을 어렴풋이 엿본다. 이 작품은 난장처럼 널린 무수한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다.그 에피소드들은 떼어놓고 보면 재미있지만 그들을 한꺼번에 꿰뚫는 중심이 없다.읽고나면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라고 되묻게한다.이는 탐색할뿐 체계를 세우지 않는 성장소설의 특징이겠지만 육화되지 못한 날관념이 그대로 드러나 거북스러운 대목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문장,솔직하고도 익살맞게 디테일을 척척 엮어나가는 작가의 힘은 돋보인다.무엇보다 삶의 깊숙한 아픔을 알아버렸으면서도 낙관을 거두지 않는작가의 진정어린 시선은 드문 재능으로 보인다.
  • 12살진희 눈에 비친 세상살이/은희경씨 장편소설「새의 선물」출간

    ◎60년대 시골마을 무대… 당시 세태 비판 「소설이 너무 어려워진다」거나 「사설만 길고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찾아볼만한 소설.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바로 아기자기한 소설적 재미를 듬뿍 얹은 요즘 드물게 「얘기다운」 얘기다. 개발경제의 기치가 드높던 69년 자그마한 시골마을을 무대로 한 소설의 화자는 열두살 진희.이 꼬마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보다 배는 조숙하지만 「양철북」의 오스카에 견주면 한결 또래다운 깜찍함이 반짝인다. 그 나이에 더 이상 성장할 게 없을 만큼 삶을 알아버렸다고 단언하는 영리한 진희.그 뒤엔 엄마가 전쟁통에 실성,딸을 집의 나무기둥에 묶어두고 자살해버린 상처체험이 감춰져있다.다락방에 깔린 대학생 삼촌의 책을 죄다 읽어치운 진희앞에서 어른들은 함부로 속을 드러낸다.고고한체 하는 이들의 심술과 허세가 남달리 통찰력있는 아이의 시선으로 익살스러우리 만큼 적나라하게 들춰지는 묘미가 읽는 이의 배를 움켜쥐게 만든다. 어디서든 볼 법한평범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엔 당시의 세태와 삶을 굴절시키는 구조적 힘에 대한 비판도 은연중 묻어나고 있다.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리는 광진테라(양복점)아주머니는 아이를 들쳐업은 채 터미널을 떠나는 버스가 일으킨 먼지구름속에 망연히 서서 고달픈 삶을 훌쩍 벗어나고픈 심사를 달랜다.육군상사였던 남편이 사병들을 기합주다 못을 밟아 파상풍으로 죽었어도 아들에게 뒤를 받들 장군이 되라고 당부하는 「장군이」엄마는 군사정치가 만연했던 당시의 웃지못할 삽화다. 그런가하면 윤정희·신영균 주연의 「여진족」이며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암호를 제목으로 딴「도라 도라 도라」 따위 영화,이성교제의 요긴한 수단이었던 펜팔 등이 당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진희의 대학생 허석에 대한 아련한 첫사랑,피부하얀 현석과의 키스 등은 이 책을 한편의 깔끔한 성장소설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전북 무주 적정산의 안국사에 틀어박혀 어떤때는 하루 2백장씩 써내려가며 두달만에 작품을 완성한 지은이는 이번 작품에잠시 얼비치고 있는 진희의 성년시대도 별개의 소설로 풀어 써 볼 계획이다.
  • “출판의 사각지대”/중학생용 서적 출간붐

    ◎「세계걸작선」·「중학생을 위한 철학교실」·「중학생이 알아야 할 소설」 등 잇달아 선보여/중학생들 정서·의식수준에 맞춘 내용/동화책·청소년서적 사이 공백을 메워 출판계에서 외면당해온 중학생용 책들이 요즘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그동안 어린이책이나 고교생을 주로 겨냥한 청소년도서는 많이 나왔지만,「어린아이 티를 벗어나 정신적·육체적으로 막 성숙기에 접어든」중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발간된 책은 거의 없었다.따라서 독서 소외계층으로 꼽히는 중학생을 위한 책들이 잇따라 나온 것을 서점가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중학생 책은 「세계 청소년 걸작선」(우리교육 펴냄),「중학생을 위한 철학교실」(한샘출판사),「열려라 소설나라」(사닥다리),「중학생이 알아야 할 소설」(신원문화사)등 시리즈를 비롯해 모두 10여종.이 책들은 청소년도서의 범위를 좀더 좁혀 중학생 또래의 정서와 의식수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가운데 「세계 청소년 걸작선」은 지금까지 「라몬의 바다」「푸른 돌고래 섬」「달빛 노래」등 소설 3종을 냈다.이 책들은 청소년·어린이도서에 주는 「한스 크리스천 안데르센」상,「뉴베리」상을 각각 받은 성장소설들로 모두 미국작가 스코트 오델의 작품이다.작가는 멕시칸과 인디언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어른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감동깊게 그려냈다. 이에 견줘 「중학생을 위한 철학교실」은 학생들에게 합리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주면서,삶의 의미도 함께 깨닫게 해준다는 뜻으로 기획됐다.「깐깐하게 생각하기」「똘똘하게 생각하기」「널널하게 생각하기」등 1∼3권이 이미 출간됐고 네째권인 「싱싱하게 생각하기」가 곧 나올 예정이다. 「열려라 소설나라」(전 2권)와 「중학생이 알아야 할 소설」(전 3권)은 문학에 관심있는 중학생을 위한 단편소설집.한국작품을 주로 하면서 외국작품을 일부 넣었다.이 가운데 「열려라 소설나라」는 국어교사 모임인 열린국어교육연구회에서 작품을 골랐으며,이 연구회는 앞으로 「열려라 시나라」등 시·수필·희곡·설화등 문학 장르별로 중학생 책을 계속 낼 계획이다. 이밖에 「선생님이 풀어주는 중·고교 한자어」1∼2(한문교사모임 지음,풀빛)는 한자어의 뜻·음을 소개하면서 관련된 고사,보기들을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 교양서 성격의 학습서이다.단행본으로는 「나의 산에서」(진 조지,비룡소),「나비가 된 작은 숙녀에게」(이혜원,현암사)들이 있으며 특히 「나의 산에서」는 중학교 2학년생이 번역해 화제가 됐다. 「세계 청소년 걸작선」을 펴낸 우리교육 편집자 신명철씨는 『중학생들은 동화책을 읽자니 시시하고,어른 책은 어려워서 못 읽는다고들 한다』면서 그 때문에 국민학교 시절 부모에게 이끌려 그나마 형성된 독서습관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또 책을 즐기는 아이들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어른 책을 읽거나,무협지·하이틴로맨스 소설에 빠지는등 바람직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청소년양서 선정을 맡고 있는 김성만씨도 『국민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나이별로 좋은책을 고르고 있지만 중학생용은 책 자체가 적어 선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그는중학생에게도 또래의 아이들이 갖는 보편적 정서와 갈등에 공감하면서 폭넓은 세계관을 키워줄 책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여성소설가 인기/사회환경변화가 주인

    ◎평론가 박혜경씨 「문학동네」가을호서 분석/80년대 「광장 문학」서 90년대 「밀실 문학」으로/「사랑타령」 탈피… 여성문제 사회문제적 접근 문단에 여성 소설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요즘 소설가들 가운데 공지영·신경숙·김형경 등은 남성보다 먼저 꼽히는 여성작가.마땅히 떠오르는 남성 신예작가는 없는데 한강·송경아·배수아·김미진·강규·김운비·김이소 등 여성 소설가들의 작품은 봇물을 이룬다.여성소설가 바람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 여성소설가들의 작품이 듣기좋은 사랑타령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진지한 문제의식으로 뿌리깊은 남성위주의 문단체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소설가들이 이처럼 문단에 「또하나의」 흐름을 이룰 정도가 되자 여성 비평가인 박혜경씨가 이같은 현상의 문학적 의미를 밝히는 평론을 내놨다.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의 「90년대 여성소설가」 특집에 실릴 「사인화된 세계속에서 여성의 자기 정체성 찾기」가 그것.평론가 황종연·우찬제·신수정씨의 작품론과 한데 묶일 이 글은 최근의 30대 여성소설가들을 여러 층위에 걸쳐 분석하면서 여성작가 붐의 의미를 따져보고 있다. 여성소설가 약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 박씨가 꼽는 것은 80년대와 90년대를 뚜렷이 가르는 사회환경의 변화.두개의 힘이 서로 다른 이념으로 맞섰던 80년대 곪은 사회를 껴안고 함께 쓰라려 해야 하는 것을 당위로 여겼던 문학은 역사·사회·정치 등 거시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끌여들였다.여성이 훨씬 민감하게 포착하는 개인적 욕망이나 실존의 문제는 자연히 스스로 잦아들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높기만 하던 명분이 어느 순간 물거품으로 변하자 문학도 존재의 내밀한 욕망,심리적 갈등 같은 사인의 문제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80년대 「광장의 문학」이 90년대 「밀실의 문학」으로 바뀐 것을 계기로 여성작가들이 「비온 뒤의 죽순처럼 솟아 올라오기 시작」한 것.박씨는 80년대 중반부터 줄곧 내면의 미묘한 흔들림을 다뤄온 소설가 신경숙이 90년대 와서야 스타로 떠오른 이유를 이같은 정황에서 찾는다. 이런 배경하에 우선 가족사를 매개로 한 자전적 성장소설들이 쏟아졌다.신경숙의 「외딴방」,김형경의 「세월」,공선옥의 「떠도는 나무」,이혜경의 「길위의 집」 등이 모두 그같은 범주에 드는 것.이들은 「개인에게 주어진 작은 실존적 삶」으로 소설이 공간이동하는 사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면서 사회문제조차 가족이라는 용광로속에 끌어들여 녹여버린다. 한편 「이념」이 무너지고 난 자리에 페미니즘이 부상하면서 여성작가 소설의 주요한 전략으로 여성의 자기정체성 탐구가 대두됐다고 박씨는 분석한다.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이같은 전략이 전면에 드러난 예.같은 작가의 「고등어」나 김형경의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 등 운동권 뒷얘기를 다루는 후일담소설도 80년대 이념의 외피에 실은 남녀간 사랑문제를 담고 있다. 남성들과 관계맺고 상처받는 과정을 내밀한 목소리로 그려낸 작품들을 통해 여성작가들은 사적인 차원이라고 홀대받아온 이런 문제들을 어느덧 「사회문제의 범주」로 끌어냈다고 박씨는 평가한다.권력지향적 남성중심주의가 치명타를 입은 90년대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삶을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그 갈라진 틈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 성폭행 아픈상처 담담하게 고백/김형경 성장소설 「세월」1권 선보여

    ◎힘겨운 삶의 무게 이겨내고 지난날과 화해 세월의 주름살 마디마디에는 얼마나 많은 말 못할 사연이 깃들여 있을까.지난 93년 국민일보 1억원고료 장편소설공모에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가 당선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김형경씨(36)가 자신의 절절한 내면세계를 고백한 자전적 성장소설 「세월」1권(문학동네 펴냄)을 펴내 화제다.2백자원고지 4천5백장분량 총 3권으로 완성될 「세월」은 아직도 어른거리는 지난날 성폭행의 그림자 등 작가 자신의 숨기고 싶은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30대중반을 넘기기까지 속으로만 삭여오던 「봉인된 삶」의 안쪽을 송두리째 뒤집어 보인다.아버지의 외도로 민달팽이처럼 떠돌아다녀야 하던 유년시절,별거한 부모에 의해 「버려져」 12살때부터 시작한 힘겨운 하숙생활,대학시절 연극반선배와의 「강요된」 동거로 인한 심신의 고통 등 자신의 굴곡진 성장사를 소설화자인 「그 여자」의 입을 통해 토해낸다.특히 부리부리한 눈,강인한 턱의 소유자로 묘사되고 있는 소설속 「그 남자」는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현역문인을 대번에 떠올리게 해 호사가의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말 대중문화를 다룬 소설을 1천장정도 써나가고 있을 때 펜이 더이상 움직여지지 않음을 느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있다간 그 세월의 하중에 저 자신 압사당해버릴 것만 같았어요.그래서 부랴부랴 지난해 11월16일부터 2월말까지 설악산에 틀어박혀 눈물을 흘리며 「내 얘기」를 쓰게 됐습니다』 삶의 치열함과 문학성이 한몸을 이룬 이 장편은 작가의 문학적 성년식이자 문학생활의 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세월이다.시간이 퇴적층처럼 쌓여 정신을 기름지게 하고 사고를 풍요롭게 하는,바로 그 세월이다.그러므로 세월 앞에서는 누구든 겸허해야 한다』 혹독한 인생살이를 통곡하듯 쏟아낸 작가는 이제 넉넉한 화해의 눈빛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 꼬마천사 다이사 1·2·3/보이트지음 이광찬옮김(화제의 소설)

    미 코네티컷에서 성장,대나홀스쿨과 매사추세츠의 스미스컬리지를 졸업한 지은이의 처녀작 「귀가」(82년 미 도서상 후보 추천작품)와 그 후속편 「다이시의 노래」(83년 미 최우수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 수상작)를 3편으로 엮은 장편. 정신이상이 된 엄마와 이별한뒤 안주할 곳을 찾아 헤매는 어린 네남매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은이의 시각에서 접근한 성장소설. 자의식강한 열세살짜리 소녀가장 다이시,사려깊은 남동생 제임스,공부는 못하지만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여동생 메이베스,개구장이 남동생 새미등 각각 개성적인 성격을 가진 네남매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꿋꿋함등이 그려지고 있다. 열린세상 각권 5천원.
  • 방송인들 경험담 출판 활발

    ◎PD·아나운서·탤런트·개그맨들/무대 안팎의 진솔한 삶·애환담아 방송국 PD와 탤런트,개그맨등 방송인들 사이에 최근 출판붐이 강하게 불고있다.내용도 무대안팎의 진솔한 삶과 애환,각종 에피소드를 담은 수필집에서 소설까지 다양하다. 가장 최근 수필집을 낸 방송인으로는 에세이집 「나는 가끔 도망가버리고 싶다」를 펴낸 중견 탤런트 김수미씨와 일본문화보고서「사요나라 개그나라」를 출판한 개그맨 이홍렬씨등이 있다.지난달말에는 인기탤런트 채시라양이 자신이 감명깊게 봤던 영화 78편에 대한 감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사랑의 테마」를 책으로 내 관심을 모으기도. 한편 탤런트나 개그맨보다 더욱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방송 PD들.SBS 「열려라 웃음천국」의 이상훈PD는 제작현장에서의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코미디프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코미디 PD의 웃음만들기」를 내놓았다.91년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연출상을 수상한 기독교방송 윤병대PD는 「프로듀서?프로도사!」에서 라디오방송 PD로서의 애환등을 적고있다.그런가하면 지난76년 문단에 데뷔한뒤 두권의 시집을 낸 불교방송 김재진PD는 「문인」답게 무명가수들과 조동진등 인기가수들을 실명으로 등장시킨 소설 「99%의 사랑」을 발표해 화제가 됐었다. 글재주가 뛰어난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PD 주철환씨도 월간지에 1년동안 연재한 자전적 성장소설 「잊고 산 것들」을 곧 단행본으로 낼 예정이며 KBS 여수방송국의 노경환PD도 출간준비에 눈코뜰새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난 14년동안 MBC라디오 「푸른신호등」을 진행해온 「교통박사」가수 서유석씨가 파리특파원 시절 르포「파리특파원의 교통정책」을 펴낸 바 있는 MBC 카메라취재부의 이상로기자와 함께 「교통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하여」를 펴냈다.대담과 수필형식으로 서울시 교통행정의 문제점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로 채워져있다.한편 MBC 뉴스데스크 백지연씨도 뉴스진행의 어려움등을 적은 「MBC뉴스 백지연입니다」를 내놓아 방송인들의 출판 바람에 가세했다. 방송인들의 출판붐은 근래에일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출간붐과 같은 맥락에서 출판의 벽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의 하나가 되고있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전문분야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 실무자들의 견해를 표출해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흥미위주의 신변잡기식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소설 「흰뱀을 찾아서」/「오늘의 작가상」 남상순씨 수상

    새로운 작가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다.이름은 남상순.나이는 30세.처음으로 써본 장편소설이 권위있는 제17회 「오늘의 작가상」수상작으로 뽑힌 재능있고 운도 타고난 여류작가이다. 수상작 「흰뱀을 찾아서」는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불행했던 역사에 의해 희생양이 된 한 비극적인 인물의 삶과 죽음을 반추함으로써 작가의 역사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곱게 살아 있다는 평을 얻었다.낡은 소재이면서도 특유의 상상력으로 문체의 긴장감을 유지한 힘도 돋보였다. 이번 「올해의 작가상」은 다른 어느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다.지난77년 「부초」의 작가 한수산을 제1회 수상자로 뽑은 이래 박영한,이문열,조성기,강석경,박일문등을 인기소설가의 반열에 올렸으며 시부문에서도 김명수,김광규,최승호,구광본,이갑수등 쟁쟁한 시인들이 이 관문을 뚫었다.올해는 시 73명,소설 47명,평론1명등 모두 1백20명이 좁은 문을 두드렸다. 남씨는 경북 문경산으로 동덕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지난해 문화일보 추계문예공모에서 단편소설이 당선돼 문단에 입성한 신출나기이지만 우리 문단을 기름지게할 성장주로 기대를 모운다.「흰뱀을 찾아서」는 계간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전재되며 6월초 단행본으로 독자들 앞에 선보일 예정이다.
  • 신춘문단에 페미니즘소설 붐/박완서·이경자·윤명혜씨 등 잇달아 출간

    ◎여성시각서 바라본 여성문제 작품화/남아선호사상·이혼·외도 등 주제 다양 문학을 비롯해 연극·영화등 문화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여자로 말하기,몸으로 글쓰기」라는 부제로 출간된 「또 하나의 문화」 제9호가 페미니즘문학에 관한 글들을 집중 게재했다.편집방향과 판형을 바꿔 재창간한 「사회평론」2월호도 「영상시대의 페미니즘」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또 하나의 문화」 최근호에서는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지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두 여성작가­박완서 양귀자­의 소설을 분석한 글들을 싣고 있다.조은교수(동국대)는 박완서씨의 자전적 성장소설을 조명한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가 우리에게 던진 숙제라는 글을 통해 격변의 시대를 산 한 여성작가의 꾸밈없는 삶의 기록이 갖는 의미를 찾았다. 이 작품은 결국 「작품성의 평가 운운」하는 차원을 뛰어넘었다는 조교수는 특히 이 소설에서 눈에 띄게 묘사된 부분은 작가의 어머니 모습으로 보았다.그 시대 여성들을 지배해온 삶의 구조와 복합성과왜곡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 예로 소설속의 어머니가 아들의 전향과 개종을 「일부종사」라는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와 연결시켜 정색하고 있는 장면등을 들었다. 이소희씨(한양여전 강사)는 이어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계기로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했다.그는 『토론없는 시대에 여성주의소설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이작품은 남성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를 가진 사람이 곧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기존의 통념을 확인시키고 독자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하는 악영향도 함께 비판했다. 「또 하나의 문화」와 「사회평론」이외에도 여상작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낙태를 다룬 박완서의 중편소설「꿈꾸는 인큐베이터」,아내의 외도(?)를 다룬 이경자의 신작소설「혼자 눈뜨는 아침」,여성의 홀로서기등을 다룬 윤명혜의 「여자가 여자에게」와 두행숙의 「길들여진 고독」등이 그것이다.박완서씨는 「현대문학」1월호에 발표한 중편소설 「꿈꾸는 인큐베이터」에서 낙태문제를 통해 남아선호사상과 남성 못지않게 여성들 자신이 또 다른 여성에 대한 가해자라는 사실을 다뤘다.비록 여성들이 그 행위의 주체자일지는 몰라도 남편들 역시 낙태의 공범자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낙태가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경자의 장편소설「혼자 눈뜨는 아침」은 아내로서 또 어머니로서 「충실한」삶을 살아오던 여인의 이야기다.주인공 태경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부덕」으로 박제된 자아,그래서 정체되어있던 「자기」를 발견하고 「사랑」을 통해 한 인간으로 세상앞에 서고자 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중견작가 윤명혜씨의 자적적 소설「여자가 여자에게」는 박완서의 「‥싱아‥」와 마찬가지로 소설속에 드러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생활과 의식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실체와 그속에서 한 여성이 자기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두행숙의 첫 장편소설「길들여진 고독」은 진정한 사랑이 결여된 결혼을 경멸하는 여주인공 강문이가 자기중심적이고 무절제한 남편과 이혼하고 자신의 오랜 꿈인 미술공부를 위해 독일유학길에 올라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들 작품의 주제들은 다양하지만 모두 다양한 여성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 「…싱아…」「문학액범」/박완서 문학인생 담은 책 출간

    ◎「…싱아…」/본인 체험담 다룬 자전적 성장소설/「문학앨범」/맏딸이 본 작가의 삶과 문학 등 실려/형식 특이… 평론계에 큰 반향일으킬 전망 중견작가 박완서(61)씨의 작품론·문학론을 다룬 책 두권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작가 박완서가 3년만에 완성한 자전적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출판사 펴냄)와 「박완서 문학앨범」이 바로 화제의 책들. 신작 장편소설「…싱아…」는 70년 발표된 처녀작 「나목」이후 22년만의 두번째 전작소설로 박완서 소설의 원형과 그가 소설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보여주고 있다.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에서 보낸 유년시절에서부터 작가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체험을 겪게되는 6·25와 1951년 1·4후퇴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는 이소설은 작가가 당시 체험했던 시대에 대한 증언으로서 글을 쓰게 될 것이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끝난다. 「나」라는 일인칭 화자의 정신적·육체적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소설은 그러나 기존의 성장소설과는 구별해 「자전적 성장소설」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높다.이는 출생지를 비롯해 가족관계,화자가 살던 서울 동네이름,학교이름등이 작가 자신의 그것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기 때문.또 책 여기저기에 이 책이 자전적인 생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예를들어 「경제정의」지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내 소설중 가장 긴 장편 「미망」을 쓰는데 중요한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어 이 소설의 자서전적 형식을 뒷받침하고 있다.이와같은 형식상의 특이점은 「소설=허구」라는 일반 공식에 배치되는 것으로 문단은 물론 평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작가 자신도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듯이 소설「…싱아…」는 기억이나 경험에 소설적인 윤색을 최대한으로 억제한 글짓기로 윤동주및 서정주의 시 「자화상」이나 화가들의 자화상처럼 「소설에서의 자화상」에 해당한다.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도 이를 「자전적 소설이거나 소설의 형태를 빌린 자서전」으로 분류하고 작가의 6·25에 대한 남다른 관심,강인하고 자존심 강한 어머니상,가족사 소설에 대한 집착등 이소설에서 이미 발표된 소설들의 원형이 발견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설「…싱아…」는 형식적인 면이외에 화자의 어머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특히 눈길을 끈다.개성사람 특유의 강한 생활력과 자존심의 화신인 어머니,이에 못지않는 화자의 독특한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또 들풀냄새 풍기는 정감어린 30∼40년대 시골생활과 때묻지 않은 풍부한 정서는 근래 다른 소설들에서는 접하기 힘든 이소설의 특징.한마디로 한편의 서정시나 수채화를 대하는 듯한 편안함과 포근함을 안겨준다. 이밖에 이미 발표된 작가의 여러 소설들처럼 40∼50년대 개성지방의 사회상과 풍속,인심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고 토속어와 고유어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제목에 쓰인 「싱아」 역시 개성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마디풀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작가의 고향들판에 지천으로 널려있어 작가와 고향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함께 출간된 「박완서 문학앨범」은 박완서씨의 맏딸인 호원숙씨가 가까이서 본어머니 박완서의 삶과 문학을 적은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글이 실려 「…싱아…」와 함께 박완서의 인생궤적을 상호보완적으로 고찰할수 있게한다. 웅진출판사는 「…싱아…」와 「문학앨럼」출간을 계기로 오는8일 하오5시30분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그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90년대 한국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문학심포지엄을 연다.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문학평론가 김철교수(교원대)가 「분단시대의 삶과 소설」를,권영민교수(서울대)가 「중산층의 삶과 소설」을,박혜란씨(상명여대 강사)가 「여성의 삶과 소설」을 각각 발표한다.
  • 유신시대 시인의 고뇌 형상화/신예 박상우작 「시인 마태오」

    ◎타락한 정치 맞서 예술혼 지키려 노력 박상우의 두번째 장편소설인 「시인 마태오」는 예술가소설인 동시에 지식인소설이며,또한 넓은 의미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20대 중반인 19 73년 한 사람의 시인이 된,그리하여 이른바 유신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강원도 탄광촌 출신의 마태오가 겪는 여러가지 애환과 절망·고뇌·방황의 풍경이 이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뼈대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인 마태오가 편력하는 삶의 고통스러운 풍경은 무엇보다도 마태오와 그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의 불화에서 연유한다.유신시대라는 암울한 파시즘의 시기에 정결한 영혼을 지니고서 시를 쓰고자 하는 마태오에게 있어서,그 유신시대는 그야말로 커다란 벽으로 다가왔던 것이다.그래서 마태오는 여느 사람들처럼 그 타락한 시대에 적당히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와 정치적 억압에 예술가적 자존심과 특유의 아웃사이더적 의식을 가지고 그야말로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이다.그 저항은 시인 마태오에게 「예술이나 시는 과연 누구에게 봉사하는가?」「타락한 정치와 사회에 맞서서 예술 본원의 힘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와 같은 예술과 정치에 관한 근원적인 성찰과 물음으로 이끈다. 마태오의 치열한 고뇌에 동반자가 되었던 사람은 마태오가 신문사에 근무할 당시 선배기자였던 장경석이라는 인물인데,그는 언어가 지배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시녀의 기능으로 전락하였다는 착잡한 사실에 커다란 절망감을 느낀 나머지 결국 자살하고 만다.장경석의 이러한 행동은 마태오의 고뇌와 상심을 더욱 깊고 크게 만들어 마침내 마태오는 신문사 사직,아내와의 이혼,고향인 탄광촌 「흑사리」로의 낙향,광부로의 변신,「사북사태」로 추정되는 흑사리 탄광의 파업 참여,도피자가 되어 보낸 바닷가 마을 숙포에서의 며칠,자신의 신념에 대한 회의,마침내 1973년에 처음 시인이 된 이후로 7년만인 1980년 다시 시인으로 등단 등등의 파란만장한 인생여정을 체험하게 된다.한 시대가,그리고 역사가 어느 순수하고 정결한 영혼을 할퀴고 지나갔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박상우의 「시인 마태오」는 유신시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모든정결한 영혼들의 「추억의 사진첩」과 같은 작품이다.그러나 그 사진첩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흑백사진들이 담겨있다.무엇보다도 「예술이 정치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예술사가 전개된 이래로 가장 중요한 물음이 이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1980년 다시 시인이 된 마태오의 내면풍경과 시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도 좀더 치밀하고 정교한 형상화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형식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거의 단상형식에 가까운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각기 일련번호가 적힌채 나열되고 있는데,최근에 소설들이 단상이나 수필의 형식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소설사적 징후로 생각된다.앞으로 나아갈 전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우리를 편하게 하고 그 무엇에 대해서 확신케 했던 이념의 푯대가 사라진 시대가 소설사적으로는 형식의 파편성과 해체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이 점에 대해서는 성실한 후속적인논의가 필요하리라.
  • 평론가 김철씨,아버지주제 단편소설 9편 분석(문학)

    ◎소설속의 아버지상 시대따라 변천/일제통치­6·25전쟁중엔 「부재의 얼굴」/70년대들어 작가들의 복권노력 시작 우리 소설에 나타나는 아버지의 모습들은 어떠한가.흔히 관용 인내 부드러움 등을 상징하는 모성에 대응하여 권위 질서 억압 제도 등을 뜻하며 이원적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유효한 잣대의 하나인 부성이 우리 문학에선 어떤 방식으로 추구,반영되고 있는가.최근 국민서관에서 출간된 「아버지의 얼굴」은 아버지를 주제로 한 소설모음집으로 위의 물음에 미흡하게나마 답해 준다. 문학평론가 김철씨에 의해 엮어진 「아버지의 얼굴」은 김원일 임철우 이경자씨 등 작가 9인이 각각 아버지를 주제로 쓴 단편소설들을 수록하고 있다. 대부분 분단상황과 긴밀히 맞물려 있는 이 소설들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아버지와의 화해를 모색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원일씨의 「어둠의 혼」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세계와 첫 대면하는 소년의 심리를 묘사한 소설.여순반란사건으로 시체가 된 아버지와 세계가 소년에겐 불가해한 대상일 뿐이다.소년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공포와 연민이 묘하게 뒤섞인 것이지만 굶주림이라는 현실의 중압이 소년의 그같은 감정의 지속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창동씨의 「용천뱅이」는 현실의 중압에 잊혀지거나 잊으려 애썼던 것들이 언젠가 다시 대면해야 할 것임을 깨우쳐 준다.과거 좌익활동에 가담,가족에게 고통을 주었던 아버지와의 재상봉은 과거를 잊으려 했던 주인공에게 과거의 역사와 질곡을 돼새기게 하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와의 화해는 임철우씨의 「아버지의 땅」에서 비로소 이루어진다.진지구축작업중 철사가 감긴 유골을 발굴한 한 병사의 생각은 6·25때 좌익활동을 하다 어딘가 땅에 묻혔을 아버지에게로까지 미친다.발굴한 유골을 장례 치르는 일이 병사에겐 다름아닌 아버지를 고이 잠재우는 진혼곡인 것이다. 김성동씨의 「오막살이집 한 채」는 그같은 화해의 정점을 보여준다.좌익활동을 이유로 예비검속에 붙잡혀가 결국 6·25때 시체로 발견될 아버지가 소년에겐 신비와 숭앙의 대상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최윤씨의 「아버지 감시」는 그같은 아버지 신비화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일러주는 작품이다.그러나 월북했던 아버지를 외국에서 만나 그의 변함없는 이상을 확인하는 일이 주인공으로선 그리 기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아비 살해」의 모티브 즉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주인공이 비로소 세계와의 대면을 시작하는 구도는 성장소설의 고전적인 문법에 속하지만 우리 소설사에서 그리 익숙한 방식은 아니다.왜냐하면 급격한 근대성의 도입과 식민지경험,연이은 분단 등은 이미 부권을 청산의 대상으로서 철저히 파괴해 놓았기 때문이다.부정되어야 할 부권은 더이상 남아 있지 못한 형국인 것이다.따라서 분단시대의 「아버지」는 이데올로기적 금기와 억압과 맞물려 「실종」 또는 「타살」의 상태였음을 부인키 어렵다.즉 아버지는 공격을 통해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니었고 존경을 통해 모방해야 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었으며,「아버지는 없다.입밖에 내서는 안 된다」가 분단시대 작가들을 짓누른 잠재의식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70년대부터 시작되는 작가들의 아버지 되찾기는 천덕꾸러기 아버지의 때는 늦지만 바람직한 복권 시도로 보여진다.그들은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아버지 왜 그냥 그렇게 떠나셨나요』하고 묻는 격이다.근래 작가들의 아버지 찾기는 아버지가 겪었던 역사를 짚고 넘어감으로써 단절을 극복하고 한국소설의 스스로의 힘과 형식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철씨는 책말미에 붙인 해설에서 아버지를 찾아나선 작가들의 여정이 『분단의 상황이 지속되는 한 끊임없이 계속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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