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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을 알면 돈이 보인다?… 헬스케어 시장 진격하는 대기업

    몸을 알면 돈이 보인다?… 헬스케어 시장 진격하는 대기업

    전통 제약회사의 성역으로만 여겨졌던 헬스케어 산업의 ‘허들’이 무너지고 있다.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운 주요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재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방대하고도 민감한 소비자의 생체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생체데이터 사업 활용 무궁무진 조만간 전자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 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5’가 최근 출시된 데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 ‘애플워치8’의 판매가 오는 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라서다.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은 온통 헬스케어 기능에 쏠려 있다. 갤럭시워치5는 체성분·심박·혈압·심전도를 측정해 주는 ‘삼성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앞세운다. 애플워치8는 체온을 측정해 주는 기능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를 모았던 ‘무채혈 혈당 측정’ 기능은 이번에 두 모델 모두 탑재하지 않았다. 관련 기술 개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글로벌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이 스마트워치의 헬스케어 기능 고도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개인의 신체에서 벌어지는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병원 등 다양한 기관과 제휴하거나, 특정인을 위한 마케팅에도 쓰일 수 있다. 이름난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새로운 먹거리’라며 뛰어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와 가장 긴밀한 접점을 구축한 유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건강기능식품 추천 등 ‘개인화’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롯데는 최근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점차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계열사와 협업도 진행한다. ‘맞수’인 신세계도 앞서 이마트를 통해 맞춤형 건기식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인 ‘고바이오랩’에 지분(3.3%)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CJ도 ‘CJ웰케어’를 통해 개인에게 필요한 건기식을 한 포에 담아 판매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와 만나는 지점이 크지 않은 중후장대(重厚長大·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정유 등 무겁고 길고 큰 산업을 통칭) 위주의 ‘B2B’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모바일 기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하는 등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내 아산병원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보톡스’ 기업 휴젤에 투자한 GS, 한화솔루션을 통해 합성비타민 원료인 ‘크레졸’ 사업에 나선 한화, 의약품 보관용기 제조사 ‘SiO2’에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하며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에 뛰어든 두산,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해 유망 바이오 벤처를 발굴하는 포스코도 간접적으로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대표적인 B2B 회사다. 헬스케어 사업의 영토가 디지털로도 확장되는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나란히 의사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관장하는 사업부의 수장으로 영입하기도 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네이버는 연세대 소속 나군호 교수를, 카카오는 서울대 소속 황희 교수를 각각 헬스케어 사업을 이끄는 자리에 앉혔다. 네이버가 ‘클로바’를 필두로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해 의료에 접목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한편 카카오는 일반 사용자와 밀착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등 개인화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만 2조 달러… “성과 내는 데 시간” 재계의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가속페달을 밟은 올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는 약 2조 2844억~2조 3022억 달러다. 보수적으로 봤을 땐 전년보다 5.3%, 낙관적으로 보면 6.1% 성장했다. 2년 전보다 무려 2배가량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면서 시장의 기회는 점차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실을 보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 다른 제조업과는 달리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을 수 있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 짙어진 ‘S공포’ 피난처가 없다

    짙어진 ‘S공포’ 피난처가 없다

    주요 3개국(G3)으로 불리는 미국, 영국,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전 세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지난해부터 발신된 인플레이션 경고음에도 조기 대응에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경기침체를 부추겼고 영국의 감세 정책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다.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전방위 위축에 투자 피난처도 사라졌다. 올해 들어 뉴욕증시의 주요 지표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21.4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25.25%, 나스닥지수는 33.20% 추락했다. 2002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달만 봐도 다우지수는 8.8%, S&P500지수는 9.3%, 나스닥지수는 10.5%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내림세를 기록했다.지난달까지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연준의 긴축 기조 때문이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CNBC에 “(연준이) 1년 전 호황 때는 인플레이션이 위협이 안 된다더니 지금은 슈퍼긴축 발언들로 시장을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3% 증가했다. 7월에 2020년 4월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준이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PCE 근원물가지수(에너지·식료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연 2%의 2배를 넘었다. 미 정부는 ‘연착륙 가능성’을 강조하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연착륙이) 경기 침체나 실업률 증가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전 세계에 ‘영국발(發) 금융위기’ 공포를 확산시킨 감세 정책의 고수 입장을 지난달 29일 재확인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이날 “인플레이션 상승, (정부) 신뢰 약화, 파운드화 변동성이 (영국의) 전면적인 경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9월 물가상승률도 9.9%나 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정책 장기화로 자국 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세계은행)는 지난 4월 5%에서 2.8%로 대폭 낮춰진 상태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저성장, 고물가 등의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며 현 경제상황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했다. CNN은 “안전한 투자 피난처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 美英中 G3 정책실패에 짙어가는 ‘S의 공포’… 투자 피난처가 없다

    美英中 G3 정책실패에 짙어가는 ‘S의 공포’… 투자 피난처가 없다

    미, 연준 인플레이션 대응 실기 후 초긴축영, 금융위기 공포 감세정책 고수 입장중, 코로나19 제로 정책 고수로 경기둔화세계은행 총재 “퍼펙트 스톰” 위기 강조주식, 채권, 금, 코인 등 모두 하락 ‘한숨’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3개국(G3)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전세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부터 발신된 인플레이션 경고음에도 조기 대응에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경기침체를 부추겼고, 영국의 감세 정책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다.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전방위 위축에 투자 피난처도 사라졌다. 올해 들어 뉴욕증시의 주요 지표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21.4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25.25%, 나스닥지수는 33.20% 추락했다. 2002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달만 봐도 다우지수는 8.8%, S&P500지수는 9.3%, 나스닥지수는 10.5%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내림세를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연준의 긴축 기조 때문이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CNBC에 “(연준이) 1년전 호황 때는 인플레이션이 위협이 안 된다”더니 “지금은 슈퍼긴축 발언들로 시장을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3% 증가했다. 7월에 2020년 4월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준이 금리결정에 참고하는 PCE 근원물가지수(에너지·식료품 제외)는 전년동월대비 4.9% 상승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연 2%의 2배를 넘었다. 미 정부는 ‘연착륙 가능성’을 강조하지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연착륙이) 경기 침체나 실업률 증가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CNN도 추수감사절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 대목에 “지난해 15만명의 정규직을 채용했던 월마트가 올해는 4만명의 계절적 고용에 그칠 것”이라며 경기침체 경고 신호로 해석했다.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전세계에 ‘영국발(發) 금융위기’ 공포를 확산시킨 감세 정책의 고수 입장을 지난달 29일 재확인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이날 “인플레이션 상승, (정부) 신뢰 약화, 파운드화 변동성이 (영국의) 전면적인 경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9월 물가상승률도 9.9%나 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정책 장기화로 자국 경제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세계은행)는 지난 4월 5%에서 2.8%로 대폭 낮춰진 상태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저성장, 고물가 등의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며 현 경제상황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했다. CNN은 올해 주식, 채권, 금, 비트코인 등도 모두 폭락해 “안전한 투자 피난처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 ‘1달러=7.2위안’ 14년 만에 최고

    ‘1달러=7.2위안’ 14년 만에 최고

    미국의 고강도 긴축 여파에 따른 달러화 강세 현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대규모 감세정책에 따른 파운드화 폭락으로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가 14년여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하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가 치솟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전날보다 0.73% 상승한 1달러당 7.2282위안을 기록했다. 7.2위안 선이 뚫린 건 2008년 2월 이후 14년 7개월여 만이다. 역외 시장에서도 7.2389위안까지 오르며 2010년 홍콩 역외 거래소 개설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26일부터 금융기관들이 선물환 계약 매도 시 보유해야 할 외환 위험준비금 비율을 0%에서 20%로 올려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기 어렵게 만들었지만 위안화 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위안화 약세는 최근 세계은행(WB)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5.0%에서 2.8%로 대폭 내려 잡은 것이 영향을 줬다. 이는 중국을 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22개국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인 5.3%를 크게 밑돈다. 중국의 성장률이 역내 개발도상국 평균을 하회하는 것은 톈안먼 사태로 서구세계의 제재를 받아 어려움을 겪던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3%가량 떨어졌다. WSJ 등은 “위안화가 역내외 시장에서 모두 달러당 7.2위안을 넘어서면서 인민은행이 2020년 폐지한 ‘경기 대응 요소’ 지표를 다시 부활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의 경기 부양·안정 의지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미국 등에서 환율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문제 삼자 2년 전 중단했으나 다시 지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만큼 위안화 급락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한편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 현재 엔화·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가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인 114.578까지 치솟으면서 다른 아시아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약 24년 만에 처음으로 144엔대로 올라선 일본 엔달러 환율은 이날 144.76엔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도 장중 한때 1442.2원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선 가운데 아시아 주식시장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1.50%, 대만 자취안지수는 2.61%, 호주 지수는 0.53% 각각 하락 마감했다. 중국에서도 상하이종합지수는 1.58%, 선전성분지수는 2.57% 폭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 [글로벌 In&Out] 영국 여왕 서거와 트러스 총리의 취임/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글로벌 In&Out] 영국 여왕 서거와 트러스 총리의 취임/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9월에 영국은 두 가지 큰 변화를 겪었다. 첫째는 9월 8일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것. 여왕은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긴 70년간 즉위하면서 15명의 총리를 임명했다.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면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다. 두 번째 변화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취임이다. 취임 직후, 여왕 서거에 따라 영국 전체가 국장 분위기에 돌입했다. 내각 구성은 조용하게 이루어졌고 정책 발표는 뒤로 미뤄졌다. 국장에 따른 세기적인 조문외교 준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트러스 총리는 마거릿 대처(1979~1990), 테리사 메이(2016~2019)를 잇는 세 번째 여성 총리이다. 올해 47세로 영국 총리 중에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지난 2010년 하원에 입성한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나이에 비해서는 정무직 경험이 많다. 환경, 법무, 국제통상, 외무 장관 등을 거쳤다. 특히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는 국제통상 장관과 외무 장관 등 핵심 요직을 맡았다.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는 감세와 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효율화 등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법인세, 소득세 등의 인상을 주장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형성했다. 외무·군사 분야에서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특히 ‘러시아를 반드시 패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협상 여지를 남겨 두려는 유럽 대륙의 정치인들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트러스 총리의 역할이 무거운 이유는 영국과 유럽이 마주한 상황 때문이다. 먼저 영국 국내 상황을 보면 물가상승률은 10%를 기록 중이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제일 큰 요인이다. 전기·가스 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대 8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지난 2분기 영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더 나빠질 수 있다. 영국 중앙은행은 올해 4분기부터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파운드화의 가치는 1.13달러까지 떨어졌다.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물론 영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독자적으로 이 상황을 이겨 나가야 한다. 영국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와 북해산 유전으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낮다. 반면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심국으로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과 훈련 등 대대적인 군사 지원을 시행했다. 따라서 이번 전쟁을 어떻게 종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EU를 탈퇴했지만, 여전히 EU와 협의를 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안보 문제로 인해 잠시 가려져 있을 뿐이다. 미국과의 관계도 새로운 영국 정부에는 중요한 과제이다. 영국 내 고질적인 북아일랜드 문제를 두고 견해차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등에서 양국은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 취임식에서 트러스 총리는 감세와 기업 주도의 경제성장, 에너지 위기 해결, 보건 서비스 개선을 우선순위 목표로 발표했다. 폭풍우를 이겨 내고 영국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대처 전 총리와 유사한 면이 많다. 대처 전 총리는 1970년대 말 ‘영국병’ 극복을 내세우며 기업 감세, 민영화를 추진했다. 포틀랜드 전쟁 등 외부의 도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했다. 트러스 총리의 출발은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취임식을 연상시킨다. 그 당시 영국 정부는 비교적 양호한 경제 상황 속에서 EU 집행부를 상대로 브렉시트 협상을 해야 했다.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더 복잡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통해 느꼈던 안정감이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 ‘인구 블랙홀’ GTX 멈춰라… 4대 대도시권 광역철도가 더 급하다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인구 블랙홀’ GTX 멈춰라… 4대 대도시권 광역철도가 더 급하다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 금리도 높아졌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니 달러도 강세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잦아드는 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집값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주택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5년간 27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지만 팔리지도 않을 집을 너무 많이 짓는 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8년간의 집값 폭등은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했다. 수요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점은 명확히 하자.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건 공급이 갑자기 부족해져서가 아니다. 주택건설 인허가 통계를 보면 매년 우리나라에 새롭게 공급되는 주택 물량은 꽤나 안정적이었다. 지난 30년간 평균적으로는 매해 40~60만호 정도가 꾸준히 공급됐다. 주택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은 수요 때문이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공급은 부족해 보이고, 반대의 경우엔 공급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변덕스러운 수요도 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장기간에 걸친 집값 변동 그래프는 지속적인 우상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이니 집값 역시 장기적으론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만큼은 높아져 왔다. 집값이 물가나 경제 총량의 변화 추세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계단식 상승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안정적인 시기를 보내면서 에너지를 응축하다가 유동성 확대나 금리 인하 등의 호조건을 만나면 폭발적으로 불타오르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 집값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 시각에서 설계돼야 한다. 꾸준히 주택 공급을 이어 간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좀더 집중해야 할 부분은 ‘장기 수요’의 변화다. 이 변화는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일어난다. 그럼 장기적 수요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하나는 ‘인구의 증가’다. 인구는 수요를 증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다. 수요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은 ‘소득수준 상승’이다. 소득이 늘면 새집이나 넓은 집을 더욱 찾게 되기 때문이다. 인구와 소득수준의 변화는 지역별 편차가 크다.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고부가가치 일자리도 늘어나는 지역은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 반면에 인구가 줄고 일자리의 질도 낮아지는 곳은 장기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과거 30년간 수도권의 집값 상승폭은 유난히 컸다. 수도권은 인구가 계속 늘어났고, 소득 증가폭도 다른 지역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이때마다 정부는 어김없이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는 우리나라가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난 후 나왔다. 당시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의 3저 호황으로 인해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돈이 쏠렸고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을 1기 신도시로 지정했고, 여기에 30만호 주택을 공급했다. 이후 오랫동안 주택시장은 평안한 시기를 보냈다. 수도권 쏠림은 계속 이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 시기를 거치며 웅크렸던 부동산 시장은 노무현 정부 때 다시 한번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하늘이 무너져도 집값은 잡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무색하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3년엔 동탄, 김포, 검단 등 2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공급물량은 60만호 정도로 계획했다. 수도권은 높아진 집값을 잡기 위해 신도시로 대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은 잔뜩 위축됐다. 전 세계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췄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집값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폭등세가 이어졌다.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왕숙, 교산, 계양 등 8곳에 30만호 정도의 주택 물량을 계획했다. 여기까지가 우리나라 신도시의 아주 간략한 역사다. 이쯤에서 독자들도 신도시 정책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집값이 폭등하면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다시 집값이 폭등하면 또 신도시 계획을 내놓는다. 이것을 무려 세 차례나 반복했다. 신도시는 장기적으론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 중심성을 더욱 강화해 지방의 인구를 유입시키고, 장기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신도시를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존재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하며 강한 공급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집값과 임대료는 더 큰 폭으로 뛰었을 것이고, 무주택자는 더 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게다가 절박한 마음으로 상투를 잡은 젊은이들의 고통은 더욱 컸을 것이다.수도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인구가 계속 유입되니 집값이 폭등했고, 이를 막기 위해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도시에 주택만 지을 수는 없다. 해가 뜨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저녁엔 밀물처럼 들어오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족 용지’를 대거 배치하는 것이다. 자족 용지란 도시의 자족성을 강화하는 용도로 쓰이는 용지다. 주택용지 이외에 상업과 공업 등에 쓰는 땅이지만 기업을 입주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용지로 봐도 무방하다. 또 다른 하나는 신도시 주민을 고립된 섬에 가두지 않기 위해 ‘광역교통망’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다. 도로와 철도로 신도시와 서울의 주요 핵심부를 연결하면 신도시는 서울의 기능적 권역으로 포함된다. GTX라고 불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일산, 동탄, 남양주 등의 신도시로 인해 탄생한 교통수단이다. 이 철도는 3기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됐다. GTX를 지하철보다 조금 더 빠른 교통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놀라지 마시라. GTX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시간당 80~100㎞ 정도로 달린다. 일반 지하철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운행되는 열차다. 현재 파주에서 서울역까지, 동탄에서 삼성까지는 각각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GTX가 개통되면 20분 정도로 단축된다. 지금은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1시간 30분 거리다. 하지만 GTX 개통 후엔 30분이면 족하다. 이렇게 GTX는 서울, 인천, 경기를 통으로 엮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GTX가 중심부에 쏠린 압력을 밖으로 빼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논리는 이러하다. 주택가격이 높은 곳은 교통이 좋다. 그래서 교통비용이 낮다. 대표적인 예가 강남이나 여의도다. 강남엔 일거리와 놀거리가 차고 넘친다.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니 집값이 비싸다. 반면에 주택가격이 낮은 곳은 교통비용이 높다. 경기도 가평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앞으로 GTX 역이 설치된 외곽 지역은 접근성이 대폭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주택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집값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 수요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접근성을 가진 곳에서 옮겨간 ‘이전 수요’다. 아직 GTX B·C 노선이 삽도 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GTX 광역교통망의 판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공약으로 ‘2기 GTX’를 발표했다. GTX A·B·C에 더해 D·E·F의 3개 노선을 신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수도권 전 지역 30분 출근 시대’를 약속했다. 지난 4월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GTX A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GTX와 관련해 임기 내 GTX A·B·C 노선은 착공을 개시하고, D·E·F 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8월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에 GTX의 조기 개통 및 조기 착공 계획을 천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방선거 공약으로 ‘출퇴근 하루 1시간의 여유 GTX 플러스’를 발표했다. ‘플러스’는 말 그대로 기존 발표된 GTX에 노선 연장과 세 개의 신규 노선인 GTX D·E·F를 더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11월에는 GTX D·E·F 노선 신설에 관한 12억원 예산의 연구용역도 시작된다. 경기도나 정부나 GTX의 정책 목표는 대체로 유사하다. 수도권을 ‘30분대’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GTX를 건설하며 전면에 내세운 편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도권의 교통 체증 완화’고 또 하나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기여다. GTX가 교통 체증을 완화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 효과는 없을 것이다. 아니, GTX는 수도권 집값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2030년 기준으로 GTX A·B·C로 인해 통행 시간이 30분 이상 줄어드는 인구를 추정한 바 있다. 추정 결과 서울시청행 기준과 삼성역행 기준으로 각각 190만명과 270만명 정도의 인구가 이런 혜택을 받았다. 달리 표현하면 시청역 주변과 삼성역 주변으로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인구가 각각 대전시 총인구(150만명)와 대구시 총인구(240만명)보다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중심부에 쏠려 있던 주택 수요를 외곽으로 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심부를 더욱 주목받는 공간으로 만들 것임을 의미한다. 중심부는 상업과 업무 기능으로 무장하며 땅값을 높이고, 이는 주변의 집값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GTX는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집적 불경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수도권 주민의 고통을 경감하는 데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수도권 내 지역 간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고 정주 인구도 분산될 것이다. 수도권은 GTX와 GTX 지선을 통해 강원도 영서지역과 충정도 북부지역까지 끌어안으며 몸집을 키워 가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지방민들은 이런 수도권의 변신을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메가톤급 광역교통망은 서울에 더욱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지방 청년 인구의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다. GTX는 수도권 주민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기보다 지방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GTX A·B·C 노선이 개통되면 지방은 더 많은 인구가 유출돼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GTX 연장 노선과 신규 노선인 GTX D·E·F의 사업비는 18조원이 넘는다. 이 18조원은 휘청거리는 지방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한 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너진 지방을 회생시키기 위해 GTX 사업비의 10배가 넘는 돈을 지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GTX가 더욱 필요한 곳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 대도시권이다. 교통망은 지역경제의 기초를 제공하는 뼈대 역할을 한다. 지방 4대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GTX 노선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와 집적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에 기업과 인구를 유인할 수 있고, 수도권에 4기, 5기 신도시가 건설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가 마지막이길 희망한다. GTX 플러스 논의도 여기서 멈추길 바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도권과 지방은 서로를 끌어안고 침몰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환율 악재 가득한데… 정부 “원화 실질가치 2010년 수준” 낙관 왜

    환율 악재 가득한데… 정부 “원화 실질가치 2010년 수준” 낙관 왜

    ‘상황은 비관적, 전망은 낙관적.’ 원달러 환율이 26일 1430원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정부는 여전히 “과거 경제 위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며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초강세 속 원화의 가치가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 저평가 수준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 실질실효환율이 지난 7월 101.4(2010년=100)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의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보여 주는 환율이다. 기준 시점과 현재 시점 간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됐다고 본다. 원화는 101.4로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유로화(유럽)는 90.1, 엔화(일본)는 58.7로 2010년 수준을 밑돌았다. 달러화(미국)는 129.7로 큰 폭으로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화가 달러화보다는 약세지만 다른 나라 화폐보다는 저평가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아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훨씬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원화 가치만 떨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하지만 학계 진단은 달랐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가 쥔 약 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은 외환 시장에서 금방 빠져 버릴 수 있다”고 지적한 뒤 “10월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도 “앞으로 원화가 달러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달러화가 계속 올라 버리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파국으로 간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서는 통화스와프 외에는 대책이 없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OECD는 이날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0.3% 포인트 낮췄다. 경기침체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화하고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 中 성장률까지 ‘봉쇄’ 될라… 상하이 노점 영업 풀었다

    中 성장률까지 ‘봉쇄’ 될라… 상하이 노점 영업 풀었다

    주요기관들 전망치 잇단 하향“정부 목표 한참 밑돈 3.5% 예상”청년실업률도 20%까지 치솟자고육지책으로 노점경제 활성화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고 추가 긴축까지 예고하면서 글로벌 경기하강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바닥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고, 2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을 보다 못한 상하이시는 노점상 영업 제한을 풀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노무라는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3%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중국 성장률 예상치를 5.3%에서 4.5%로 낮췄다. 소시에테제네랄(프랑스) 역시 내년 성장률이 5%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5%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 목표치인 5.5%를 한참 밑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봉쇄에 따라 회복세가 강해졌다가 약해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와 수출 증가세 둔화, 자본유출 가능성, 에너지 공급난 역시 내년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내년 상반기 이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해도 (열악한 의료 인프라 때문에) 곧바로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단시일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퍼지자 ‘경제수도’ 상하이시는 수년간 금지한 노점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24일 상하이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최근 환경위생 조례를 개정해 이 같은 내용을 통과시켰다. 오는 12월부터 곳곳에 노점상을 허용해 ‘야간 경제’와 ‘체험 경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간 중국은 ‘양꼬치 냄새가 온 도시에 퍼진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노점상을 강력히 단속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늘자 고육지책으로 ‘노점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2020년 6월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실업자들이 노점 경제에 합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베이징 등 ‘1선 도시’들은 반응이 없었지만 감염병이 3년째 기승을 부리자 상하이가 결국 문을 열었다. 중국에서는 지난 7월 16~24세 실업률이 사상 최대치인 19.9%를 기록하는 등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 R의 공포… 美 연준發 경기침체 확실

    R의 공포… 美 연준發 경기침체 확실

    달러 급등·유가 폭락 쇼크유럽·아시아 인플레 악화최근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연말까지 1.25% 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달러 급등, 증시 폭락, 유가 급락 등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실물경기가 둔화하며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치솟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사흘째인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75달러(5.69%) 하락한 배럴당 78.7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0일 이후 최저치이자 같은 날 이후 처음으로 80달러 선이 무너졌다. 같은 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2만 9590.41로 지난 6월 이후 3만 선이 붕괴되며 2020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인덱스는 113.192로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113을 돌파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응용경제학 교수는 CNBC방송에 “(연준 긴축 이후)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80% 정도로 본다”고 했고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CBS방송에서 “미국 경기침체가 확실해졌으며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도 지난 21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월의 1.7%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연준의 긴축으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면서 각국에 자본유출, 수입물가 상승 등의 악재를 안기고 있다. 23일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해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달러·파운드 환율은 장중 1.084달러까지 폭락해 파운드 가치가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도 1.59% 하락했다. 특히 미국의 긴축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부족 현상과 맞물리며 경기침체 속도를 재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49를 기록했으며, 1974년 조사 이후 -30에 못 미치는 다섯 번의 시기 중 네 번이 실제 경기침체로 이어진 바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차량 생산 기업 10곳 중 1곳은 에너지 비용 인상 때문에 생산을 줄였고, 3곳 중 1곳은 감산을 고려 중이다. 잉글랜드은행이 지난 22일 “영국 경제는 경기침체에 진입했을 수 있다”고 평가한 뒤 금융시장의 예상(자이언트스텝)과 달리 ‘빅스텝’(금리 0.5% 포인트 인상) 단행에 머무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 아시아도 경기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무역의 풍향계인 한국은 이달 들어 20일간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 줄었고 대만의 8월 수출 증가율은 2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으며, 지난 7월 전년 같은 달 대비 18%를 기록한 중국의 수출증가율도 8월에는 7.1%로 크게 둔화했다”고 전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진정될 때까지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CNBC에 “연준은 지난해 상품 가격이 빠르게 오를 땐 인플레이션이 안 보인다더니 가격이 하락하는 지금은 내년까지 긴축 유지를 주장한다”면서 “지난 2년은 연준 110년 역사상 가장 큰 정책 실수 중 하나”라고 밝혔다.
  • “호적제 차별 철폐” 인구 1260만 中정저우, 농민공 불러 경제 부양 도모

    “호적제 차별 철폐” 인구 1260만 中정저우, 농민공 불러 경제 부양 도모

    지난, 쿤밍, 대련에 이어 허난성 성도 정저우가 외지 호적의 정착민에 대한 완전한 거주 자유화를 공표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개혁 개방 이후 줄곧 농민공을 옭아매는 ‘족쇄’ 역할을 해온 호적제도가 일부 중대형 도시를 중심으로 완전 철폐하는 움직임이 확대하고 있다면서 24일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가 그간 일명 ‘농민공’으로 불리며 각종 공공서비스 혜택에서 제외됐던 외지 호적자의 안정적인 도심 정착을 지원하는 새로운 내용의 호적 제도를 공개했다.제7차 전국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정저우 상주인구는 약 1260만 명으로 허난성에서는 유일하게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중대형 도시다. 이날 공표된 새로운 도시 정착 요건에는 ‘합법적으로 고용된 외지 호적 근로자와 1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증명할 수 있는 부동산 계약 증명서 등을 소지한 자라면 누구나 정저우 정착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기존의 사회보험 납부 기간을 점수로 계산해 외지 호적자의 정착을 차등 허가하고 중앙 정부가 할당한 연간 정착 신청자 수 기준에 따라 소수에 대해서만 거주 허가증을 발급해왔던 것에서 크게 완화된 조건이다. 지금껏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해 교육과 취업, 창업, 사회보험과 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를 균등하게 제공받지 못했던 다수의 외지 호적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비탄력적인 호적제도 운용이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성장률 둔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호적제도라는 무형의 신분제도가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꾸준하게 일어왔다. 때문에 지난 7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제14차 5개년 도시화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각 지방 도시에 대한 정착 제한을 전면 폐지하고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호적 등록 제도를 시범 운영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상황이었다. 당시 공개된 지침에는 상주인구 300만 명 이하의 소형 도시와 300~500만 명의 중대형 도시에 집중해 거주 이전 제한을 완전 폐지, 농촌 출신자의 도시 정착을 보장하겠다는 공격적인 정책을 골자로 했다. 이에 맞춰 지난 4월 대련시 정부가 ‘외지 호적자의 정착 전면 자유화에 대한 통지문’을 공개하고 자격을 갖춘 자라면 본인과 그의 직계 가족 등에 대해 대련시 정착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공표했으며 푸저우, 난창 등 인구 500만 규모의 도시에서도 외지인 정착의 문턱을 완전히 내려놓는 ‘후커우 완전 철폐’를 선언한 바 있다.
  • [사설] 美 3연속 자이언트스텝, 복합위기 대책 정교해야

    [사설] 美 3연속 자이언트스텝, 복합위기 대책 정교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올렸다. 6월과 7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3.25%까지 올라가며 다시 한국 기준금리 보다 0.75% 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은 다음번인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했다. 당분간 한미 금리 역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연준은 올 미국 성장률 전망치도 0.2%로, 기존보다 무려 1.5% 포인트나 낮춰 잡았다. 여기다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간다고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언급이 전해지자 미국 증시는 추락했다. 미국발(發) 긴축 공포로 어제 한국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는 2300선을 위협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1400원이 깨진 건 13년 6개월 만이다. 환율은 1450원을 넘어 연말에는 1500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무역적자가 확대된다.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면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기에 환투기 세력까지 끼어들면 환율 상승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고환율 말고도 고금리, 고물가 등 3고(高)로 한국 경제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3고로 인한 피해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면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내년 상반기엔 가장 극심해질 것이라는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로서도 최대의 위기다. 예고된 복합위기에 맞서려면 정교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물가 잡기와 통화가치 방어는 기본이다. 미국과 추진 중인 한미 통화스와프도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10월 금리 조정을 앞두고 ‘빅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급격한 자본 유출이 가시화된다면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기가 길어질 것에 대비한 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외환안전망 가동은 기본이고 재정건전성 확보, 원자재 국내 조달 비중 확대, 에너지 다소비 구조 개선 등 경제체질 개선도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위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될 서민·취약계층과 한계기업에 대한 보호 대책도 나와야 한다.
  • 오로지 국익 ‘모두 다 동맹’ 진영 넘나들기[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오로지 국익 ‘모두 다 동맹’ 진영 넘나들기[오일만의 글로벌 패권경쟁]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인도의 ‘마이웨이 외교’ 노선은 미중러의 삼각 패권 게임에서 진영을 뛰어넘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인도가 과거 전통적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양한 진영과 손을 잡는 ‘다자동맹’ 외교를 펼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국제 위기 속에서 인도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도 관계를 지속하고, 앙숙 중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는 반중(反中) 쿼드에선 미국·일본 정상과 악수하고,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선 러시아·중국 정상과 손을 잡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몇 달간 보여 준 행보다. 최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강대국들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14억명의 ‘인구 대국’ 인도는 진영을 넘나드는 독특한 외교안보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경제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 대신 ‘세계의 엔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진의 연료는 다자동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은 일종의 위험 분산 게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도는 전 세계 파트너 사이에서 특정 국가를 고르지 않고 국익이란 잣대로 다자동맹 또는 ‘전부 다 동맹’이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도 특유의 실용주의 국익 극대화 전략인 것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걸어왔다.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시대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고 제3세계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1955년 반둥회의를 계기로 촉발된 비동맹운동의 좌장 노릇을 하며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인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맞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997년에는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설립을 주도하며 남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BIMSTEC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벵골만에 인접한 7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속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간 협의체인 I2U2의 멤버이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한 쿼드 회원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을 도입하기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인도의 독자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인도는 미국과 서방의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 판매를 제안했고 인도가 흔쾌히 응한 것이다. 원유 수입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미국의 제재 동참이라는 ‘명분’보다는 국내 물가 안정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인도는 주요 7개국(G7)이 결정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 참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인도와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온 데다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미국의 요청으로 인도가 IPEF에 몸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인도는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협상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 11월 최종 타결 직전 불참을 선언했다. 조금이라도 국익이 침해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인도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행보를 통해 인도는 정치·경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의 GDP는 명목 기준으로 8547억 달러를 기록, 세계 5위 영국(8160억 달러)을 넘어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의 GDP 규모가 2027년에는 4위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인도는 올해 2분기에 경제성장률 13.5%를 기록하며 무서운 질주를 이어 가고 있다. 인도는 주요 20개국에 속해 있지만, 이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주변 국가인 방글라데시(2362달러), 스리랑카(3699달러)보다도 1인당 소득이 낮다. 인도의 전체 가계소비 지출도 2조 달러로 세계 5위 소비시장이지만, 1인당 지출액은 1500달러에 불과하다. 비슷한 소비시장 규모를 가진 독일의 1인당 소비지출액이 2만 40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인도는 독일 구매력의 14분의1에 불과하다.
  • 고물가·고금리·저성장 덮친 킹달러… ‘퍼펙트 스톰’ 몰아친 한국경제

    고물가·고금리·저성장 덮친 킹달러… ‘퍼펙트 스톰’ 몰아친 한국경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저성장 징후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이 몰아치고 있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줄고, 에너지 수입량이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합위기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22일 1400원대로 진입하면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이 높아져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수입 물가 상승은 전년 대비 5~6%대에서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10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세는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은행은 시중 유동성 흡수를 통한 물가 안정을 꾀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기업은 이자 부담으로 투자를 꺼리게 되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계 부채 위험도 커진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전체 가계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산술적으로 3조 4455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 결국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2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1% 포인트 올린 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0.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경기 둔화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심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여기에 무역수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는 오르지만 수출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달러만 나 홀로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되고 중국·일본 등 수출 경쟁국의 통화는 원화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 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에서 지난달 26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했다. 이에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 8700만달러 적자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입 적자 폭이 심화하면서 경상수지 적자마저 우려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무역·상품·경상수지에 관한 문제가 조금씩 커져 8월 경상수지가 다소 우려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며 적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상품수지는 7월 11억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물가·고금리·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 고리는 ‘수출’에 있다”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려 대외 부문을 안정시킨 다음 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파월 “keep at it” 긴축 장기화 시사… 자이언트스텝 한번 더 밟을 듯

    파월 “keep at it” 긴축 장기화 시사… 자이언트스텝 한번 더 밟을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내년까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하자 4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의 핵위협이라는 변수까지 부상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1일(현지시간) 3연속 자이언트스텝 단행을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에서 “FOMC는 물가상승률을 2%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굳건하게 결심한 상태”라며 “이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 일(통화긴축)을 계속할 것(keep at it)”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8월 물가상승률은 8.3%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eep at it’은 1980년대 초 경기침체를 불사하고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의 저서 제목으로 매우 강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으로 통한다. 파월 의장은 “내 메시지는 잭슨홀 연설(경기침체도 불사하는 금리 인상) 이후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적 기록은 조기 통화정책 완화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번 자이언트스텝 단행으로 3.00~3.25%로 오르면서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지만 연말까지 4% 돌파가 확실시된다. 실제로 FOMC 위원들은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 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를 4.4%로,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4.6%로 높였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점도표상) 올해 말 중간값은 1.25% 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11월과 12월 두 번의 FOMC가 남았으니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이 한 번씩 있을 것이란 얘기로 해석된다. 즉 11월까지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FOMC 위원 19명 중 12명이 내년 기준금리를 4.5% 이상으로, 이 중 6명은 4.75~5%까지 관측하면서 긴축기조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침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더욱 제약적인 정책의 결과로 연착륙 확률이 줄어들 것 같다”면서도 “고통 없는 방법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런 길은 없다. 금리 상승,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는 모두에게 고통스럽지만 물가 안정에 실패했을 때만큼의 고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연준 스스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의 1.7%에서 0.2%로 크게 낮췄다. 물가 상승률은 5.2%에서 5.4%로, 실업률은 3.7%에서 3.8%로 각각 높였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기는 장단기 국채 간 금리 역전도 심화됐다. 이날 2년물 국채금리는 3.993%로 마감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강력한 통화긴축이 만들어 낸 달러 강세는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 경제를 강타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이 금리를 높이면 수입 물가가 비싸져 물가는 오르고, 달러 표시 부채 부담은 커지는 한편 미국으로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경쟁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신흥국은 3중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연준의 강한 긴축에 시장도 출렁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11.66을 기록하며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71%, 1.79% 폭락했다.  
  • 고물가·고금리·저성장 덮친 ‘킹달러’… ‘퍼펙트 스톰’ 몰아친 한국경제

    고물가·고금리·저성장 덮친 ‘킹달러’… ‘퍼펙트 스톰’ 몰아친 한국경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저성장 징후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이 몰아치고 있다.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줄고, 에너지 수입량이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합위기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이 22일 1400원대로 진입하면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이 높아져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수입 물가 상승은 전년 대비 5~6%대에서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10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세는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은행은 시중 유동성 흡수를 통한 물가 안정을 꾀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기업은 이자 부담으로 투자를 꺼리게 되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계 부채 위험도 커진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전체 가계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산술적으로 3조 4455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 결국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2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1% 포인트 올린 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0.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경기 둔화가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심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여기에 무역수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는 오르지만 수출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달러만 나 홀로 ‘킹달러’(달러 초강세)가 되고 중국·일본 등 수출 경쟁국의 통화는 원화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수출 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에서 지난달 26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했다. 이에 지난달 무역수지는 94억 8700만달러 적자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입 적자 폭이 심화하면서 경상수지 적자마저 우려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무역·상품·경상수지에 관한 문제가 조금씩 커져 8월 경상수지가 다소 우려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며 적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상품수지는 7월 11억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물가·고금리·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 고리는 ‘수출’에 있다”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려 대외 부문을 안정시킨 다음 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바이든도 시진핑도 모두 우리 편”...인도 모디 총리의 ‘마이웨이’ 전술

    “바이든도 시진핑도 모두 우리 편”...인도 모디 총리의 ‘마이웨이’ 전술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인도의 ‘마이웨이 외교’ 노선은 미중러의 삼각 패권 게임에서 진영을 뛰어넘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인도가 과거 전통적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양한 진영과 손을 잡는 ‘다자동맹’ 외교를 펼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국제 위기 속에서 인도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도 관계를 지속하고, 앙숙 중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는 반중(反中) 쿼드에선 미국·일본 정상과 악수하고,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선 러시아·중국 정상과 손을 잡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몇 달간 보여 준 행보다. 최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강대국들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14억명의 ‘인구 대국’ 인도는 진영을 넘나드는 독특한 외교안보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경제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 대신 ‘세계의 엔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진의 연료는 다자동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은 일종의 위험 분산 게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도는 전 세계 파트너 사이에서 특정 국가를 고르지 않고 국익이란 잣대로 다자동맹 또는 ‘전부 다 동맹’이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도 특유의 실용주의 국익 극대화 전략인 것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걸어왔다.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시대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고 제3세계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1955년 반둥회의를 계기로 촉발된 비동맹운동의 좌장 노릇을 하며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인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맞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997년에는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설립을 주도하며 남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BIMSTEC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벵골만에 인접한 7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속했다. 지난 5월에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간 협의체인 I2U2의 멤버이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다. 인도가 가입한 국제 협의체의 성격을 보면 폭넓은 스펙트럼을 띠고 있다. 1962년 국경 문제로 중국과 전쟁을 치른 인도는 2020년 다시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면서 급격하게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달 초 러시아와 중국 등이 참여한 다국적 군사훈련 ‘보스토크(동방) 2022’ 훈련에 군병력을 파견했다.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라면 앙숙이라도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인도식 실용주의의 단면을 보여 준 것이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한 쿼드 회원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을 도입하기도 했다.1분기 GDP 세계 5위…7년 후 일본 추월 경제 분야에서도 인도의 독자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인도는 미국과 서방의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 판매를 제안했고 인도가 흔쾌히 응한 것이다. 원유 수입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미국의 제재 동참이라는 ‘명분’보다는 국내 물가 안정이라는 ‘실리’를 택했다. 인도는 주요 7개국(G7)이 결정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 참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인도와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온 데다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미국의 요청으로 인도가 IPEF에 몸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인도는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협상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 11월 최종 타결 직전 불참을 선언했다. 조금이라도 국익이 침해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인도의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행보를 통해 인도는 정치·경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의 GDP는 명목 기준으로 8547억 달러를 기록, 세계 5위 영국(8160억 달러)을 넘어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의 GDP 규모가 2027년에는 4위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인도는 올해 2분기에 경제성장률 13.5%를 기록하며 무서운 질주를 이어 가고 있다. 인도는 주요 20개국에 속해 있지만, 이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주변 국가인 방글라데시(2362달러), 스리랑카(3699달러)보다도 1인당 소득이 낮다. 인도의 전체 가계소비 지출도 2조 달러로 세계 5위 소비시장이지만, 1인당 지출액은 1500달러에 불과하다. 비슷한 소비시장 규모를 가진 독일의 1인당 소비지출액이 2만 40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인도는 독일 구매력의 14분의1에 불과하다. 중러 “달러 패권 맞서 독자적 국제 결제망 개발하자”...반미 연합전선, 사마르칸트 선언러시아·중국 주도의 ‘반미 연합체’로 평가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달러 패권에 맞설 SCO 회원국 간의 독자적 국제 결제망 개발을 제안했다.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지역 통화(회원국의 화폐) 화폐를 이용한 국제 지불과 결제 시스템 개발을 강화하고 SCO 개발은행 창립을 추진, 지역경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착수한 대러 금융 제재는 물론 향후 중국에 가해질 금융 제재에 대비, 달러·유로화가 아닌 위안화·루블 등의 통화로 SCO 회원국 간에 결제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되자 자국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통해 SWIFT를 대체할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또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간위안화지급시스템(CIPS)도 허용했다. 이미 중러가 독자적 결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양국 통화를 활용한 결제 비중을 높이는 가운데 이에 동참할 국가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2001년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SCO의 회원국은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었으나 ‘옵서버’ 이란이 이번 회의를 통해 사실상 정회원으로 추가됐다. 중러 주도의 국제 결제망을 전 세계 인구의 4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는 SCO 회원국으로 확대시켜 ‘달러 패권’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SCO 정상회의는 시 주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동성명인 ‘사마르칸트 선언’을 통해 “SCO 국가들의 통화를 상호 교역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점진적으로 늘린다”고 공식화했다.신냉전 빨려드는 미중러 삼각 경쟁 미중러 삼각 경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공산 진영인 중러는 국경 전쟁을 벌이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 틈을 타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전격적인 수교를 단행하면서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견제하는 ‘세력 균형 전략’을 펼쳐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냉전 이후 미국이 일극 패권국이 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에 맞서는 새로운 패권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승리에 도취한 미국은 어느 날 문득 중국과 러시아의 달라진 모습을 알아챘다. 중국은 더이상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저임금으로 지탱하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기술 표준과 통상 규칙을 제시할 정도의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 있었다. 러시아도 구소련 해체 뒤 만신창이 국가가 더이상 아니다. 체첸 전쟁, 조지아(그루지야) 전쟁을 거쳐 크림반도 합병과 시리아 개입에서 보여 준 대국으로서의 군사력을 자랑했고, 가스·석유 등 자원 강국으로서의 외교적 역량 등을 보이면서 유라시아의 또 다른 거인으로 재등장했다. 이런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더이상 미국의 압력(제재)과 요구에 개의치 않고 있다. 2011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였던 두 나라 관계를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킴으로써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편입으로 경제제재를 받고 있던 2014년 5월엔 두 정상이 400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15년 5월엔 시진핑의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과 푸틴의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서로 연계하며 전면적 협력 관계가 됐다. 중러는 북핵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리아 문제 등 거의 모든 주요 현안에서 한목소리를 내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씨줄날줄] 한강의 기적/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강의 기적/박홍환 논설위원

    지난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지대에서 일제히 공격을 감행하면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국은 단연 우크라이나다. 지금까지 어린이 1000명을 포함해 민간인 희생자만 6000명에 이르고 있다. 4300만명의 인구 가운데 15%가 넘는 사람이 전쟁 난민으로 해외를 떠돌고 있다. 폐허로 변한 우크라이나 국토 곳곳은 마치 6·25전쟁 당시 한반도 남쪽을 보는 듯 처참하다. 국제통화기금이 예상하는 우크라이나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무려 마이너스 35%. 지금 전쟁이 끝나더라도 인명 손실과 산업기반시설 대량 파괴, 국민 탈출 등으로 향후 몇 년간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이어 나가기 어렵다. 완전한 복구까지는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허나 우크라이나는 절망보다는 희망, 부정적 역사보다는 긍정적 역사의 흔적을 찾고 있는 듯하다. 나치 독일이 항복한 1945년 5월 9일 옛 서독은 전 국토가 황폐화한 상황이었다. 1948년부터 비로소 경제활동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는데, 마셜플랜을 통해 지원받은 14억 4800만 달러의 종잣돈과 6·25전쟁 당시 연합군에 대한 보급품 지원 프로그램 참여, 광공업벨트의 재가동 등으로 1950년대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뤄 냈다.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이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강의 기적’은 모든 개발도상국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1960년대 경공업,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했고, 정부와 국민이 힘써 노력한 결과 1953년 65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1977년 1000달러, 2000년 1만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급속 성장했다. 저임금 노동 등 부작용도 컸지만 한국 경제는 전쟁 후 30년 동안 규모가 수백배 커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와 경제가 초토화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의 ‘한강의 기적’을 교과서에 싣는다고 한다. 한국의 발전상을 고교 지리와 역사 교육 과정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속히 전쟁이 끝나 우크라이나 또한 ‘드네프르의 기적’을 이뤄 내기를 소망해 본다.
  • 이달에만 -41억 달러… 올해 무역적자 사상 최대 가능성

    이달에만 -41억 달러… 올해 무역적자 사상 최대 가능성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전례 없는 극심한 무역적자난에 빠졌다. 올해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100억원대 예산을 긴급 투입해 수출 물류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21일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329억 5800만 달러(약 46조 9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70억 6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1%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41억 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 67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로써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누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92억 1300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무역수지 전망을 조사한 결과 281억 7000만 달러 적자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 달러 적자를 웃도는 규모로, 1956년 통계 집계 이래 66년 만의 최대치다. 수출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첫 번째로 꼽힌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반도체 재고 과잉 상태가 빚어졌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부진하다. 이달 1~20일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째 감소했고,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 부진이 심각해지자 이날 ‘수출입 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현장의 애로가 큰 물류비 부담을 줄여 주고자 예비비를 활용해 120억원을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비를 국고로 직접 지원하고 수출 바우처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올해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35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연초 계획 대비 90조원 늘어난 수준이다. 추 부총리는 또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유망 신산업의 수출 동력화를 위해 조선업과 2차 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미래 모빌리티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침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ADB는 이날 발표한 ‘2022년 아시아 경제 수정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를 유지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0.3% 포인트 낮춘 2.3%로 하향조정했다. 물가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4.5%를 유지했고 내년에는 3.0%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에 빠지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에 빠지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전례 없는 극심한 무역적자 난에 빠졌다. 올해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100억원대 예산을 긴급 투입해 수출 물류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은 21일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329억 5800만 달러(약 46조 9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70억 63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1%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41억 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 6700만 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로써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누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92억 1300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무역수지 전망을 조사한 결과 281억 7000만 달러 적자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 달러 적자를 웃도는 규모로, 1956년 통계 집계 이래 66년 만의 최대치다. 수출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첫 번째로 꼽힌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반도체 재고 과잉 상태가 빚어졌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부진하다. 이달 1~20일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째 감소했고,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가 유력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 부진이 심각해지자 이날 ‘수출입 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현장의 애로가 큰 물류비 부담을 줄여주고자 예비비를 활용해 120억원을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비를 국고로 직접 지원하고 수출 바우처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올해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35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연초 계획 대비 90조원 늘어난 수준이다. 추 부총리는 또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유망 신산업의 수출 동력화를 위해 조선업과 2차 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미래 모빌리티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침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ADB는 이날 발표한 ‘2022년 아시아 경제 수정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를 유지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0.3% 포인트 낮춘 2.3%로 하향조정했다. 물가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4.5%를 유지했고, 내년에는 3.0%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美 내년 기준금리 4% 이상 유지”… 3분기 성장률 0%대까지 추락

    “美 내년 기준금리 4% 이상 유지”… 3분기 성장률 0%대까지 추락

    미국 경제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미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4% 이상으로 올리고 내년에도 이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내년 중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더 강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란 의미로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지난 13~15일 경제학자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응답자 중 66%는 연준의 통화긴축을 통해 금리 인상이 최종적으로 연내 연 4~5%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18%는 연 5~6%로, 2%는 연 6~7%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3~4% 선에서 멈출 것이라는 응답률은 14%에 그쳤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 2.5%다.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 이 경우 기준금리는 연 3.0~3.25%로 오른다. 오는 11월과 12월에도 FOMC 회의가 열리며 추가 인상이 이뤄진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연준이 긴축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 68%는 금리 인하 시기가 빨라도 2024년일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25%는 2024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봤다.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시장 예상을 웃돌며 8.3% 오르는 등 물가 압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 경고음은 더 커졌다. 미국 경제의 침체 여부를 공식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내년에 경기 침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한 비율은 설문 응답자의 70%에 육박했다. 특히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도 가파르게 추락하며 0%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예측 모델인 GDP 나우가 15일 현재 기준으로 측정한 미국 3분기 GDP 성장률은 0.5%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9일) 1.3%에서 0.8% 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영국 경제전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공격적인 연준의 긴축 기조, 세계경제 환경 악화로 인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결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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