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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생산성 OECD 최하위… 저출생에 일할 사람도 없다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

    노동생산성 OECD 최하위… 저출생에 일할 사람도 없다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

    ‘저효율’ 시간당 노동생산성 OECD 38개국 중 33위 ‘44.4달러’ 저성장 심화와 긴 근로시간 영향생산연령인구 40년 뒤 반토막25~49세 줄어 잠재성장률도 추락“고숙련자 정년 연장, 저성장 해법” ‘44.4달러(2015년 구매력평가(PPP) 불변가격 기준).’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자 1명이 1시간 동안 생산한 가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총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노동생산성’ 지표는 1명의 노동자가 1시간 동안 국부의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보여 준다. ▲업무 숙련도 ▲자본 축적 정도 ▲과학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데 육체 노동보다 기술력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수치가 올라간다. 한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측정하고 노동 경쟁력을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 중에선 2022년 기준 38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우리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라는 그리스,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 콜롬비아뿐이다. 미국은 지난해 77.9달러로 한국의 2배에 이르렀다. 독일 68.1달러, 프랑스 65.8달러, 영국 60.1달러, 일본 49.1달러로 한국보다 높았다. 이들의 GDP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크거나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 5570달러로 세계 26위였지만,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234일)으로 OECD 34개국 중 6위였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배경에는 저성장 심화와 긴 근로시간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반전시킬 방법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꼽는다. 평생 한 분야에 종사해 온 베테랑들이 떠날 시점을 늦춘다면 생산 가치는 늘어나고 평균 노동시간은 줄어 생산성이 향상될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다. 노동생산성이 부진한 상황에서 저출생 심화로 ‘일할 사람’ 자체가 줄고 있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4세) 중 25~49세 인구는 40년 뒤 반토막 날 것으로 예측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5~49세 인구는 2022년 1860만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60년 910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총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71.1%에서 2060년 48.9%로 축소된다. 일할 사람이 국민 10명 중 7명에서 2명 중 1명도 채 안 되는 수준까지 쪼그라든다. 대한민국 평균 나이를 뜻하는 중위 연령은 2022년 44.9세에서 2031년 50세를 넘고, 2060년에는 61.5세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란 언감생심이다. OECD는 지난 5월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에 해당한다. 미국은 한국보다 0.1% 포인트 높은 2.1%로 나타났다. 통상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잠재성장률이 저조하고 개발도상국일수록 높다. 우리가 미국에 역전당했다는 의미는 그만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락 속도는 2001년 5.4%에서 2013년 3.5%로 떨어졌고 이후 10년 연속 하락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 고숙련 인력이 노동자 혹은 멘토로 시장에 투입된다면 생산성이 확대될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다. 올해 10월 주민등록인구 기준 만 60~64세는 420만명으로 집계됐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이 심화하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령 인적 자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무분별한 정년 연장은 경계해야 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숙련 노동자에 한해 선별적으로 연장했다”면서 “우리도 고숙련 경력자를 2년씩 계약하는 형태로 연장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년 연장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비스·육체 노동 등 일에 대한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수요에 맞게 계속 고용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밝혔다. 고령층과 청년층 간 일자리 갈등을 억제하는 정책 접근도 필요하다. 조 교수는 “기존 노동 시스템을 60세까지 두고, 별도의 고령자 노동시장을 만들어 평생 직무를 하도록 하면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 감소·내수 부진·저성장 늪… 한국 경제 ‘트리플 쇼크’ 오나

    수출 감소·내수 부진·저성장 늪… 한국 경제 ‘트리플 쇼크’ 오나

    韓, 대미 무역흑자 역대 최대 예상美적자국 6위… 1위 中, 2위 멕시코‘고관세 데스노트’ 오를까 불안 고조보편관세 땐 대미수출액 304억弗↓내년 GDP도 최대 0.67%P 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관세 폭탄’의 첫 타깃으로 중국·멕시코·캐나다를 지목했다. 대선 캠페인 때 쏟아낸 ‘관세 장벽’ 공약이 빈말이 아닐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되는 한국이 ‘트럼프발(發) 고관세 데스노트’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까닭이다. 국책연구원들은 보편관세(10~20%)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대미 수출액은 약 55억~93억 달러(산업연구원), 152억~304억 달러(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감소하고,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최대 0.67% 포인트(KIE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한국무역협회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한국은 올 상반기 대미 교역에서 미국에 340억 7800만 달러(약 47조 7160억원) 적자를 안겼다. 미국의 10대 무역국 가운데 6번째다.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 규모에서 일본(7위)을 제친 건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번째로 지목한 중국은 상반기에만 1276억 53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멕시코(827억 40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캐나다(291억 9300만 달러)가 9위였지만, 2022년 4위를 기록한 미국의 핵심 수입국 중 하나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무역 적자를 많이 안긴 국가 순으로 관세 폭격을 한다면, 한국도 베트남(3위), 독일(4위), 아일랜드(5위), 일본 등과 함께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에 초래할 악재로는 ‘수출 감소·내수 부진·성장 둔화’가 꼽힌다. 관세는 수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세우면 미국 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한다. 그러면 미국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국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미국 시장에서 수익을 올려 온 수출 기업은 현지 장사가 어려워진다. 대미 무역수지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미국이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산업도 많다. 그럴 땐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 ‘고물가’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고관세율 적용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해 물가가 오르면 미국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 이는 달러 강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수출 감소에 고물가 여파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수출과 GDP의 감소 규모는 한국이 고관세국 명단에 오르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에 10~20%의 보편관세가 적용되면 한국의 연간 대미 수출액이 최대 304억 달러(42조 5600억원) 감소하고, 미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입액도 최대 116억 달러(16조 24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KIEP 관계자는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제3국으로 수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한국의 GDP는 0.29~0.67%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데스노트에 오르지 않는다면 긍정적 측면이 더 크다. KIEP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1% 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장기적으로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이 장악했던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등을 한국이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 950만 2차 은퇴러시…‘소득절벽’ 길어진다[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2>]

    950만 2차 은퇴러시…‘소득절벽’ 길어진다[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2>]

    중견기업 간부였던 정지훈(59)씨는 2021년 56세에 퇴직했다. 정년을 채우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회사 사정이 여의찮았다. 정씨 같은 사무직 출신에게 선택지는 자영업뿐이었다. 2022년 서울 외곽 주택가에 편의점을 차렸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낮에는 아내와 일하고 야간 알바를 쓰면 그럭저럭 벌이가 됐어요. 그런데 2분 거리에 편의점이 또 들어왔습니다. 알바를 안 쓰고 12시간씩 맞교대로 버티고 있어요. 연금 받고 쉴 형편은 아니어서 편의점을 옮겨야 할지, 업종을 갈아탈지 고민입니다.” 1965년생 정씨가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는 64세다. 자녀가 취업하지 않은 데다 노모도 부양하고 있어 앞으로도 4~5년을 이 악물고 버텨야 한다. 정씨는 26일 “재취업하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안 됐다. 편의점에서 적자가 나면 내년부터 (최대 30%가량 손해를 보는)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생)의 첫 주자인 1964년생이 정년을 맞고, 내년부터 954만명 규모의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한다. 지금과 차원이 다른 ‘소득 절벽’(은퇴~연금 수령까지의 공백)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앞서 은퇴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705만명)보다 250만명가량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5년 초 한국은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 이상)에 진입하게 된다.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 현 정부의 어떤 구조개혁 과제보다도 절실한 이유다. 1965년생은 칼바람 부는 ‘소득 절벽’을 맞는 실질적인 첫 세대다. 올해 60세 법정 정년을 맞은 1964년생 퇴직자는 연금을 받을 때까지 3년만 버티면 되지만, 1965년생부터는 연금 수급까지 4~5년을 버텨야 한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그래도 괜찮았다. 대부분 연금 수급 연령(61~62세)에 진입했다. 1953~56년생은 61세, 1957~60년생은 62세에 연금을 탈 수 있었다. 하지만 1961~64년생은 63세부터, 1965~68년생은 64세, 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는다. 연금 수급 나이가 65세가 되는 시점은 2033년이다. 정부는 1998년 1차 연금개혁 당시 연금 지급 개시 나이를 5년마다 한 살씩 올리기로 했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소득 절벽’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되지 않으면 소득 절벽이 길어진다. 60세가 넘으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순 있지만 연금이 매년 6%씩 깎여 최대 30% 손해를 보기 때문에 노후를 생각하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계속 고용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지난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1세인 1956년생과 62세인 1957년생을 비교·분석한 결과 빈곤율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64~65세로 수급 연령이 높아져도 같은 추세를 보이리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령일수록 재취업이 어려워 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기를 근로 소득으로 메울 능력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고령자 취업도 녹록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취업 인구 중 고령층(55~79세) 임시 일용직 비중이 2022년 기준 27.8%, 자영업자나 무급 종사자 비중은 37.1%다.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상시 근로자 1인 이상 기업 중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한 비율은 31.3%(2022년 6월 기준)였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정년 퇴직 연령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 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다 고령자 재취업이 열악해 단기 계약직이나 단순 노무직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어렵다”며 “초고령사회 진입(2025년) 5~6년 전부터 고령자 계속 고용 문제가 논의됐어야 했는데 우린 지금도 늦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란 의미에서 ‘마처 세대’로 불린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1960년대생(만 55~64세) 98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15%가 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를 ‘이중 부양’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월평균 164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이 되지 않은 채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만 올라가게 되는 2차 베이비붐 세대는 나가는 돈은 많은데 일은 못하고 연금마저 늦게 받는 ‘삼중고’를 겪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악인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40.4%)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후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30.3%에 달했고, 주된 노후 준비 수단이 국민연금이란 응답이 10명 중 6명꼴(59.1%)이었다. 방송·통신업에 종사하다 58세에 퇴직한 이모(60)씨는 “모든 사람이 노후 준비를 잘하는 건 아니다. 정신없이 일하고 부모, 자녀를 부양하다 준비 없이 퇴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KDI는 소득 절벽의 대안으로 ‘부분연금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연금 일부를 조기에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금도 조기노령연금 수급 제도가 있지만 전체 금액을 삭감된 형태로 끌어다 써야 한다. 김도헌 KDI 연구위원은 “부분연금제도를 활용하면 은퇴할 때까지 점진적으로 근로 시간을 줄여 가거나 다른 직업으로 이동할 때 부족한 소득을 보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부분연금제도를 검토해 봤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 “트럼프 보편관세 땐 GDP 0.2%P 하락”… 한국 저성장 경고음 [뉴스 분석]

    “트럼프 보편관세 땐 GDP 0.2%P 하락”… 한국 저성장 경고음 [뉴스 분석]

    산업硏, 내년 성장률 2.1%로 제시 트럼프 리스크·전쟁·IT 부진 원인美 관세 10% 부과 땐 수출 8.4%↓내수 부진·고금리 장기화도 발목해외 IB 일각선 1%대 성장률 전망“수출 주도 성장 한계… 재정 필요” 한국 경제에 한기가 밀려들고 있다.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에서 나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내수 회복 조짐’을 자신하던 기획재정부의 판단(10월 경제동향)과 달리 추운 겨울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린 수출 여건 악화 가능성 등 ‘내우외환’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책 처방 또한 마땅치 않아서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KIET)은 25일 발표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1%를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 2.2%보다 0.1% 포인트 낮은 수치다. 산업연은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속도 등 불확실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총평했다. 권남훈 원장은 “내년 수출 성장세가 둔화해 확실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IB 5곳은 내년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씨티·바클레이즈는 1.8%, HSBC·노무라는 1.9%를 제시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전망치를 2.0%까지 낮췄다. 삐끗하면 1%대로 미끄러질 수 있다는 경고다. 1%대 성장률은 현재 잠재성장률 2.0%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국가가 보유한 자본·노동력 등 생산요소를 활용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기본 성장률도 기록하지 못한다는 건 경제 기초 체력이 소진돼 간다는 의미다. ‘저성장의 늪’이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1%대 이하로 내려간 건 GDP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54년 이후 총 6차례뿐이다.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5.1%),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9년(0.8%),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0.7%)과 2023년(1.4%) 등이다. ‘저성장 경고음’이 울리는 최대 원인은 ‘트럼프 리스크’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수출 둔화 전망은 더이상 변수가 아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445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10월 443억 달러로 신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관세 장벽을 높이면 축소가 불가피하다. ‘널뛰기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흑자 감소폭이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관세(10~20%)가 실제 부과되면 대미 수출이 약 55억~93억 달러(8.4~14.0%)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도 0.1%~0.2% 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도 경제 위기론을 키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1.3%까지 내렸지만 가계부채가 다시 불어나면서 통화당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가계부채는 전 분기 대비 18조원가량 늘어난 1913조 8000억원으로 2002년 관련 통계 공표 이후 최대액을 기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오는 28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3.25%)를 동결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경기 둔화와 감세 정책이 맞물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나면서 재정 여력도 크게 떨어졌다. 현 정부가 ‘건전 재정’ 도그마에 매몰돼 손발을 묶은 탓에 재정이 경기 회복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했다. 때이른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이 대통령실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건전 재정과 경기 부양을 둘러싼 정부의 딜레마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을 적극 확대하되 세수 확충안을 함께 내놔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내년 경제 반등의 열쇠는 결국 ‘재정’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GDP를 이끄는 과거 성장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면서 “정부가 재정 정책에서 방향 전환을 하지 않으면 반등 모멘텀이 없다. 재정을 활용해 경제 주체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을 줘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3高 위기·관세 장벽… 불씨 안 꺼지는 ‘추경론’

    3高 위기·관세 장벽… 불씨 안 꺼지는 ‘추경론’

    대통령실에서 지난 22일 느닷없이 제기된 내년 연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이 정부와 여당의 정면 반박에 막혀 하루를 못 가고 진화됐다. 대통령실과 당정 간 ‘정책 메시지 불협화음’이 일자 대통령실은 “검토한 바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 전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대내외 경제 악재가 돌출하면서 내년 추경을 편성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4일 대통령실발 연초 추경론에 대해 “추경은 확정된 본예산을 변경하는 일인데, 지금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상황에서 다음 단계를 언급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소한 내년 예산 집행 이후에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예산 편성 프로세스 때문에 지금까지 연말에 추경 편성 주장이 나온 적은 없었다. 11월 말 불쑥 나온 연초 추경론이 해프닝성으로 일단락된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2월과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월(11조 7000억원), 2021년 3월(14조 9000억원), 2022년 2월(16조 9000억원) 등 연초에 추경이 편성된 적은 있지만 모두 본예산 집행 이후에 이뤄졌다. 악화한 재정 여건도 정부가 추경 편성 가능성을 일축하는 배경 중 하나다. 9월까지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91조 5000억원으로, 올해 예산상 전망치 91조 6000억원에 거의 근접했다. 나랏빚(국가채무)도 1148조 6000억원으로 연간 예상치 1163조원의 98.8%까지 불어났다. 올해 세수 결손 규모는 29조 6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하는 추경은 ‘빚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추경론 회수에도 추경의 잔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하면 재정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IMF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해(2.2%)보다 더 낮은 2.0%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내년 성장률 전망치 2.1%를 1%대까지 내릴지 주목된다. 내년 예상되는 경제 악재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장벽 현실화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달러 강세에 따른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 ▲내수 부진에 따른 고용 악화 등이 꼽힌다. 경제학자들은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섣부른 추경론을 만들었고, 추경 공방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급격한 경기 둔화가 예측되고 주가가 하락하고 부동산 거래까지 올스톱되자 내수를 부양해야겠다는 인식에서 추경론이 나온 것”이라면서 “정부가 아마 내년 상반기에 추경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추경 검토 안 해”… 대통령실 ‘연초 추경론’ 일축한 당정

    “추경 검토 안 해”… 대통령실 ‘연초 추경론’ 일축한 당정

    대통령실발(發) 내년 ‘연초 추경론’을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정면 반박했다. 대통령실과 당정이 ‘추경 불협화음’을 빚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추경 편성 시기가 내년 초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이 추경론을 띄운 건 최근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내수 경기가 부진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재부는 추경 편성 가능성을 일축했다. 기재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2025년 예산안은 국회 심사 중이며, 내년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은 본예산을 고치는 일인데, 아직 내년 예산안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며 추경론에 선을 그었다.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절차상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고 나서 가능하고, 내년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면 굳이 추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기재부의 인식이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천재지변 등 추경을 편성할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 상황이 도래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나랏빚을 내가며 추경 편성을 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당도 대통령실발 추경론에 선을 그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로부터 추경 편성에 대한 협의 요청이 없었으며 당정은 정부 측에서 공지한 대로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도 본예산 심의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추경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당정은 오는 12월 2일까지 내수 경기 및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2025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가난한 나라 됐다”더니…성매매에 ‘어둠의 알바’까지 나서는 日젊은이들

    “가난한 나라 됐다”더니…성매매에 ‘어둠의 알바’까지 나서는 日젊은이들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등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사회 병리 현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돈이 필요한 젊은이를 소셜미디어(SNS)로 모집해 범죄에 동원하는 ‘야미바이토’ 활용 신종 범죄가 주목받고 있다. 야미바이토는 일본어로 어둠을 뜻하는 ‘야미’와 아르바이트를 의미하는 ‘바이토’를 조합한 신조어로, 단시간에 고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담한 젊은이들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망보기, 가택 침입, 장물 운반 등을 하고 보수를 받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은 올해부터 야미바이토 범죄 적발 현황을 별도 집계하기 시작했다. 이 집계(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4~10월 야미바이토 모집에 응해 강도 사건에 관여했다가 붙잡힌 인원은 34명이었다. 사기는 492명, 절도는 126명이었다. 계좌 대여 등 범죄수익이전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적발된 사례가 98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 사회가 특히 주목한 사건은 올해 8월부터 이달까지 도쿄와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 일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연쇄 가택 침입 강도 사건이다. 범인 대부분은 생활고나 빚 때문에 야미바이토에 응한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엔화 약세와 일본 빈곤층 증가 등으로 성매매하는 일본 여성이 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7일 일본 경제 호황기에는 일본 남성들이 가난한 국가로 ‘성 관광’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외국인들이 도쿄로 몰려든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을 찾은 외국인 성 매수자 중 중국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청소년보호단체 관계자는 SCMP에 “일본은 가난한 나라가 됐다”며 “성매매 장소가 된 공원에는 해가 지기도 전부터 젊은 여성들이 나와 대기한다”고 귀띔했다.
  • [사설] 깊어지는 경제 그늘… ‘비상 경제 내각’ 꾸려야 할 판

    [사설] 깊어지는 경제 그늘… ‘비상 경제 내각’ 꾸려야 할 판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파산을 신청해 법원에서 처리된 법인파산 선고(인용) 건수가 1380건으로 지난해(1081건)보다 27.7% 증가했다.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전체(1302건)를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파산 기업들은 도소매업, 제조업, 건설업 등 업종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고금리와 높은 인건비에 따른 자금난,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기업에서도 포스코는 올해 공장 두 곳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공장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몰아닥칠 고관세 태풍은 한국의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전기차·배터리·조선산업에서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5%에서 2.2%로, 내년 2.2%에서 2.0%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그제 발간한 ‘2분기 해외직접투자(FD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간 투자는 올 상반기 234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는 39억 달러에 그쳤다. 나간 돈이 들어온 돈의 6배에 달한다. 돈도 인재도 한국을 뜨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에게도 관세 부과를 주장해 온 억만장자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를 상무장관에 내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높은 관세장벽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기존 대비 ―1.14% 포인트까지 떨어지고, 고용도 31만 3000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정책 여파로 동원할 수 있는 재정 수단이 제한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 경제팀이 과감한 정책으로 내수·수출의 돌파구를 여는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식의 안이한 자세에 머물러선 안 될 일이다. 다음달 예상되는 개각부터 중량감과 장악력을 바탕으로 경제 난국 돌파에 적합한 ‘비상 경제 내각’으로 꾸렸으면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명박 정부처럼 비상 경제대책회의 같은 컨트롤타워를 조기에 가동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를 내세워 규제와 관료제를 바닥에서부터 뒤엎을 ‘정부효율부’(DOGE)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규제개혁부’ 신설을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초격차 기술 개발 및 인재 양성을 위한 세제·재정·금융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가격·기술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노동·투자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임금, 고용, 산업구조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도 서둘러 성장 잠재력의 하락을 반전시켜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트럼프 ‘미치광이 전략’의 뿌리

    [서울광장] 트럼프 ‘미치광이 전략’의 뿌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언행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앞뒤가 안 맞는 ‘미치광이 전략’으로 불렸던 불예측성의 정치 행보도 마찬가지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2024년 11월 대선 승리까지 그를 지켜본 지구촌 일원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주창해 온 정책들은 뚜렷한 정치 철학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집권 1기의 정책들이나 ‘트럼프 2.0’ 대선 공약들을 살펴보면 일관성 있는 전략적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의 정책 대부분은 1980년대 이후 40여년간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기조에 대한 강한 반발에 기초한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평화나 민주주의 확산, 분쟁 방지 등을 위한 무분별한 개입이 미국의 국력을 소모시켰다는 인식이다. ‘정치적 올바름’(PC 주의)만을 훈장처럼 내세운 워싱턴 기득권 세력에 반발한 유권자들을 대표한다. 트럼프의 핵심 캠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1960년대 이래 미국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좌표였다. 혼란스럽고 쇠퇴한 현재의 미국을 최고의 전성기로 돌려놓겠다는 목표다. 이런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의 뿌리는 멀게는 국제문제 개입에 반대하는 먼로주의(고립주의)에 닿아 있고 가까이는 시카고대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가 2016년 발표한 ‘역외균형 전략 예시: 미국의 대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가 제시한 주요 정책들은 ‘유럽·중동 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라’로 요약된다. 트럼프의 친러시아 성향엔 주적인 중러의 밀착을 막아 중국을 공략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냉전 시대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견제하고 붕괴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있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외국 분쟁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되 동맹국 자체 방위 부담을 늘리고 미국은 핵심적 이익이 위협받을 때만 개입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피즘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버락 오바마에 대한 반발의 의미가 있다. 오바마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와 대기업에 엄청난 규모의 세금(공적자금)을 몰아주면서 블루칼라 계층이 몰려 있는 러스트 벨트를 몰락시킨 장본인이다. 오바마를 지지했던 중하층 백인들의 배신감은 컸고 이것이 트럼피즘의 원동력이 됐다. 국제 정치의 출발점은 국내 정치이다. 트럼피즘의 역외균형 전략의 출발점은 국내 제조업의 부활과 이에 따른 ‘공고한’ 일자리 창출이다. 미 우선주의의 성공 여부는 미국 제조업 부활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그 핵심은 생산의 필수 요소인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비싼 친환경 에너지 대신 가성비 높은 석유와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기 행정부의 인선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대외 코드는 강성 매파의 전면 포진이다. 중국·북한·이란 등 적성국에 대한 강경파가 장악했다. 국무장관 지명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의회 내 대표적인 반중 정치인이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된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대중·대북 매파 성향이 짙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노선은 압박과 협상을 통해 진행된다.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하는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게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나 주한미군 감축 등의 압박 카드를 꺼낼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트럼프 스톰’이란 거대한 파고에 직면해 있다. 보호무역주의 심화, 미중 무역전쟁 등 곳곳에 암초가 즐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 달 만에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낮춘 2.0%로 예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우선주의’의 관점에서 국가를 이끄는 것이 트럼프 실용주의다. 우리도 철저한 실리주의 노선으로 맞서 우리가 얻을 실익을 토대로 정교한 대응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 CJ제일제당, 美·유럽에 새 공장… K푸드 확장·관세 면제 ‘일석이조’

    CJ제일제당, 美·유럽에 새 공장… K푸드 확장·관세 면제 ‘일석이조’

    헝가리에 1000억 규모 생산 라인 美 사우스다코타엔 7000억 투자비비고 만두 시장 사업 규모 확대 트럼프 보편 관세 대비 전략 복안 CJ제일제당이 8000억원을 들여 유럽과 미국에 신규 식품 생산 기지를 세우고 K푸드의 영토 확장에 나선다. 성장성 높은 해외 식품 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것인데,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대응책으로도 해석된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 두나버르사니에 축구장 16개 크기의 부지(11만 5000㎡)를 확보하고 공장 설계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1000억원이 투자된 이 공장은 최첨단 자동화 생산라인을 갖추고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헝가리 투자청과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헝가리 정부의 지원을 확보했다. 헝가리 신공장은 2018년 독일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하며 확보한 공장에 이은 유럽 지역 두 번째 공장이다. 유럽 만두 시장이 연간 30% 이상 성장 중인 만큼 헝가리를 거점으로 인근 폴란드, 체코와 발칸반도 지역까지 진출해 유럽 사업의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2019년 인수한 자회사 ‘슈완스’는 지난 13일 미국 중부의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의 착공식을 열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는 이 공장은 축구장 80개 규모(57만 5000㎡)의 부지에 세워진다. CJ제일제당은 7000억원을 초기 투자 금액으로 잡았다. 완공 시 찐만두와 에그롤을 만드는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이 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사우스다코타 공장을 통해 현재 42%인 비비고의 미국 만두시장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비고 만두의 미국 매출 성장률은 지난 1~9월 전년 대비 33%로, 시장 전체의 성장률(1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박민석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이번 투자는 미국에서 증가하는 K푸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의 이번 투자는 성장세가 가파른 해외 식품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행보다.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2019년 3조 1540억원에서 지난해 5조 3861억원으로 4년간 70% 이상 커졌다. 식품 사업 중 해외 비중도 같은 기간 39%에서 48%로 늘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바이오사업의 매출(4조 1343억원)은 전년 대비 14.8% 줄었다. 원재료 가격 상승, 중국 업체와의 경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5조~6조원의 몸값이 예상되는 바이오사업부 매각이 성사되면 CJ제일제당이 해외 식품 사업에 재투자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이미 공장 20곳이 있는데, 추가 확충에 나선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춘 대비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이라 현지 공장 생산을 늘리게 되면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물류비 등도 절약할 수 있다.
  • IMF “내년 韓성장률 2.0% 그칠 것”… 한 달 만에 0.2%P 낮췄다

    IMF “내년 韓성장률 2.0% 그칠 것”… 한 달 만에 0.2%P 낮췄다

    올해도 내수 부진 탓 2.2%로 하향내년 위기 확산 땐 1%대 성장 우려“불확실성 탓 점진적 금리 인하 필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한 달 만에 0.2% 포인트를 낮춰 잡은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린 대외 불확실성을 거론하면서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경기 회복이 둔화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보다 0.3% 포인트 낮췄다. IMF 한국미션단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연례협의는 회원국의 경제 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로 최근 2주 동안 진행됐다. IMF는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고 밝혔다. IMF는 지난달 세계 경제 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한 달 만에 0.2%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국 경제가 내년에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하겠지만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위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라훌 아난드 미션단장은 “주요 상대국의 경제성장 둔화나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고조돼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가격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하방 위험들이 현실화한다면 통화 및 재정 정책 대응으로 성장률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주요 기관들도 내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0.1% 포인트 내렸다. 한국금융연구원(KIF)도 2.0%로 전망했다.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도 기존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둔화된 내수 회복이 발목을 잡았다. 아난드 단장은 “내수가 부진했던 이유는 가계 구매력 저하와 공공부문 부채 부담 때문”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 조정이 시장에 더 확실하게 반영되고 물가가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실질소득은 높아지고 내수가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경제적 제약 요인 완화 ▲금융기관의 회복력 강화 ▲높은 수준의 민간 부채 위험 대응 ▲자본시장 개혁 추진 등 중장기적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달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환영하며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IMF는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으나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 내수 한파에… 20대 일자리 13만개 사라졌다

    내수 한파에… 20대 일자리 13만개 사라졌다

    건설·도소매 부진 속 최대폭 감소청년층 일자리 7분기 연속 내리막‘경제 허리’ 40대도 5만개 이상 줄어 지난 2분기 내수 경기와 밀접 업종인 건설업과 도소매업의 부진으로 청년층과 ‘경제 허리’인 40대 일자리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장기적인 고용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2분기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 4000개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분기(21만 1000개) 이후 역대 최소 증가폭이다. 근로자가 점유한 ‘고용 위치’를 의미하는 일자리는 취업자와 다른 개념이다. 2가지 이상 일을 하는 ‘N잡러’라면 취업자는 1명이지만 일자리는 복수로 잡힌다. 특히 청년층과 40대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20대 이하 일자리는 7개 분기 연속 내리막을 이어 오다가 2분기엔 13만 4000개 줄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 40대도 역대 가장 큰 폭인 5만 6000개가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26만 1000개)과 50대(12만 4000개), 30대(5만 9000개)에서는 늘었다. 도소매업과 건설업은 내수 부진 직격탄을 맞았다. 건설업 일자리는 3만 1000개 줄어 3개 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도소매업 일자리는 5000개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폭이 1분기(1만 5000개)보다 좁혀졌다. 부동산업 일자리도 8000개 줄면서 5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13만개), 사업·임대(3만 2000개), 제조업(2만 8000개) 등에서는 일자리가 늘었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20대 이하는 운수창고업(물류배송·라이더 등)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일자리가 줄었고, 40대는 건설업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면서 “건설업은 수주액과 인허가 실적이 전반적으로 마이너스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년들이 비경제활동인구인 ‘쉬었음’으로 빠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고용률이 높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 입증된 것”이라면서 “경제 중추인 40대의 일자리도 심각한 만큼 재정을 투입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높고 물가가 올라 내수기업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일자리 상황이 나빠졌다”며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인 고용 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 “美 보편관세 실현 미지수… 韓기술력 우위 분야 수출 육성해야”[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답을 묻다]

    “美 보편관세 실현 미지수… 韓기술력 우위 분야 수출 육성해야”[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답을 묻다]

    韓 주가, G20 중 가장 큰 폭 하락 왜 美증시·가상자산 일시적 호황 탓트럼프 이전 회복까진 시간 필요美 우선주의·무역 장벽 강화 여파는 세계 경제 둔화·인플레이션 압력 금리 인하 지연·강달러 지속 ‘모순’‘트럼프 2기 시대’ 한국 정부 대응은대미 무역흑자 적당히 조정 필요美 시장에서 강점 분야 선별 지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의 비정상적 움직임은 대외변수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아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정책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포비아’(트럼프 공포증)로 환율은 1400원대를 넘나들고, 주가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18일에야 소폭 반등했다. 화폐·금융·증권시장의 흐름과 이론에 밝은 곽노선(사진·61) 한국금융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은 18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직격한 ‘트럼프 쇼크’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뉴욕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의 일시적 호황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이탈해 휘청거리는 상황인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당선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증시가 폭락한 원인과 전망은.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수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주가를 떨궜다.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혹은 급락) 측면이 있다. 앞으로 안정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은 걸릴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 1기와 2기의 차이는. “1기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건 ‘레드 스위프’(상하원 공화당 싹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음만 먹으면 대선 과정에서 밝힌 공약을 모두 실행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트럼프 1기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정부도 채택했는데 방법이 달랐다. 지금까지 해외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생산시설 회귀)이나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2기에서 미국 우선주의 강도는 더 세질 것으로 본다.” -보편관세를 통해 무역 장벽을 높이겠단 공약이 시행될 수 있을까. “법인세·소득세를 감면했을 때 확대될 재정 적자를 관세 수입으로 보충한다는 건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미국이 관세율을 높이면 상대국은 제품 가격을 낮추지 않고 높아진 관세만큼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미국 물가가 오르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공약대로 실현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나온 측면이 있으므로 어디까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세계 경제 자체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 전까지만 해도 미국 물가가 차츰 안정되며 연착륙 중이었다. 트럼프 당선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후퇴하면 교역이 줄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뒷걸음질칠 우려가 크다. 미국이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아 금리 인하가 어렵게 되는 등 통화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조에 변화가 있을까. “트럼프 당선인은 통화 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하향 조정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연준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물가가 오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압력과 무관하게 금리 인하 경로를 늦출 수밖에 없다. 우선 다음달에는 예상대로 0.25% 포인트를 내려도 내년 1월에는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향후 전망은. “전반적으로 강달러(달러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공약대로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약달러를 기반으로 가야 하는데 역설적인 상황이다.” -트럼프 시대에 국내 물가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나타나면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강달러로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까지 올라 1%대까지 내려간 물가 상승률이 반등할 수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응책은. “단기적으로 미국이 자국에 많은 무역적자를 안긴 나라부터 목표로 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올해 기준 8위 수준이다. 이때 한국은 수입을 늘릴 분야가 무엇이며 수출은 어떻게 해야 타격이 없을지 방향을 잡고 대미 무역흑자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기술력 우위에 있는 분야의 수출을 집중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해 지원하는 방안이다. 미국도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제품 수입을 차단했다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수 있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거시·금융 경제학이며, 자유무역협정(FTA)과 인플레이션율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공저 논문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 ‘내수회복 조짐’ 정부 진단, 7개월 만에 사라졌다

    ‘내수회복 조짐’ 정부 진단, 7개월 만에 사라졌다

    지난 6개월 동안 ‘내수회복 조짐’이라고 평가했던 정부의 기조가 바뀌었다. 소매판매와 건설투자 등 내수 지표가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 발표와 비교하면 6개월째 들어간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이 사라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산업활동동향의 주요 지표들이 회복 둔화 흐름을 보였다. 9월 광공업 생산은 지난달보다 0.2%,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감소했다. 소매판매도 지난달보다 0.4%, 건설투자도 0.1% 줄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전반적으로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내수 상황도 일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경기회복 흐름’을 처음 언급했다. 이어 지난 1분기 ‘경기회복 흐름 확대’, 2분기에는 ‘경기회복 흐름 지속’이란 표현을 썼다. 이어 이날에는 ‘완만한 경기회복세’로 조정됐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는 상황을 반영한 ‘톤 조절’로 분석된다. 경기 동행지수는 전월 대비 하락, 선행지수는 보합이었다. 호조세를 보이던 고용에서도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넉 달 만에 10만명 밑으로 하락(8만 3000명)하는 등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실업률 역시 작년 동월보다 0.2% 포인트 증가한 2.3%였다. 지난달 소비자 심리지수는 101.7로 전월보다 1.7p 상승했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진단에서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 및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금융·통상 산업 등 3대 분야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건설투자·소상공인 등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김영익의 경제 통찰]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것인가

    [김영익의 경제 통찰]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두 가지 슬로건으로 미국의 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이 현재 어떤 상태이길래 다시 위대해지겠다는 것인가.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회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의 저서 ‘변화하는 세계 질서’(2021)에서 미국의 현 위치를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는 제국의 흥망성쇠 과정을 7단계로 구분했는데 1단계에서는 한 국가가 새로운 세계 질서를 정립한다. 2단계에 가서는 평화와 번영 속에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한다. 3단계에는 경제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으로 그 나라의 부(富)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부채도 같이 증가한다. 4단계에 접어들면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도 크게 낮아진다. 이에 대응해 정책당국은 대규모로 돈을 찍어 내 신용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5단계에 접어든다. 6단계에는 통화정책에 의한 경기 부양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경제주체 간 갈등이 심화하고 혁명이나 내전이 일어난다. 7단계에 이르면 부채 재조정이나 신생 정치 세력의 등장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인권과 법치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정립했다(1단계).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정보통신혁명으로 호황을 누렸다(2단계). 특히 1996~2000년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9%로 그 이전(1980~1995년 1.5%)보다 2배 정도 늘었다. 이 기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3%로 매우 높았는데 물가상승률은 1.7%에 그쳤다. 이를 일부 경제학자가 ‘신경제’ 혹은 ‘골딜록스 경제’라고 극찬한 가운데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등 미국의 부가 대폭 증가했다(3단계). 가계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친 총자산이 1989년 말 25조 4367억 달러에서 2000년 말에는 52조 9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채도 같이 급증했다(4단계). 민간과 정부를 포함한 총부채가 같은 기간 13조 4587억 달러에서 30조 2076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2000년에 정보통신혁명의 거품이 붕괴하고,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가 찾아오며 미국 경제는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대규모로 돈을 풀어 대응했다(5단계). 돈의 힘으로 미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하지만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부의 불균형이 확대됐다. 1989년에서 2023년 사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26.7% 증가했으나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은 2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지니계수도 0.431에서 0.485로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국민 사이에 가치의 격차(사회 양극화)가 커졌다(6단계). 지난 46대 대통령 선거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은 미국 패권주의 상징인 자유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이번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했다면 더 큰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Trump)라는 이름의 첫 번째 글자 ‘T’는 ‘타리프’(Tariff·관세)에 비유된다. 그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신약성경 고린도전서의 한 구절을 차용해 “관세는 믿음(faith), 사랑(love)을 제외하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공약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 상품에 20%까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 대해서는 6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관세 부과 등 미국 우선주의로 미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정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무역과 경제성장을 후퇴시킬 수 있다. 미국의 힘의 상대적 축소는 세계 여러 곳에서 지정학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높고 남북이 심각하게 대결하고 있는 우리가 미국 우선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서로 싸울 시간이 없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장
  • 올 성장률 2.2% 정체… 대미·대중 수출 줄어 내년 2.0%로 후진 [뉴스 분석]

    올 성장률 2.2% 정체… 대미·대중 수출 줄어 내년 2.0%로 후진 [뉴스 분석]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 성장률과 고용 증가폭은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대중·대미 수출이 ‘2연타’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성장률 둔화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 포인트 낮춰 잡았다. 상반기 2.8%, 하반기 1.7%의 ‘상고하저’ 흐름으로 봤다. 당초 KDI는 지난 2월 올해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그러다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1.3% 상승의 ‘GDP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전망치를 2.6%(5월)로 올렸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3분기에 이어지자 2.5%(8월)로 낮췄고 다시 3개월 만에 연초 전망치인 2.2%로 되돌려놓았다. KDI는 “0.3% 포인트 하향 조정은 전적으로 내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과도 비슷한 궤적이다. 한은은 지난 8월 2.5%에서 2.4%로 0.1% 포인트 내렸고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이 2.2~2.3%로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달 말 발표하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전망치를 2.2% 안팎으로 낮출 것이 유력하다. 내수가 무너진 건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부진 탓이 크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상반기 0.4%, 하반기 -3.8%로 연평균 -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3%(상반기 1.0%, 하반기 1.5%)로 고물가로 인해 내수가 악화됐던 지난해 소비 증가율 1.8%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늦어진 것이 (내수 부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한은의 ‘금리 인하 실기론’을 제기,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KDI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0%로 0.1% 포인트 내렸다. 내년 취업자 수는 올해 18만명에서 4만명이 줄어든 14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뿐만 아니라 고용 상황도 더 나빠지리란 의미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경고음도 나왔다. KDI는 내년 수출 증가율이 2.0%를 기록하며 올해 7.0%에 비해 3분의1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해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데다 미국의 대중 견제 심화로 미중 갈등까지 격화하면 중국 경기가 급락함으로써 대중 수출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이 증가율은 트럼프표 관세 장벽이 내년에 현실화하지 않을 것을 가정한 전망치다. KDI는 “미국의 보편 관세 10~20% 도입 시기가 2026년보다 더 당겨지면 내년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뒷걸음질 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안양시-사업시행자·감리단·시공사, ‘지역경제 활성화’ 업무 협약

    안양시-사업시행자·감리단·시공사, ‘지역경제 활성화’ 업무 협약

    안양시는 12일 오전 시청 상황실에서 관내 사업시행자(조합), 건설사업관리단(감리단), 시공사(건설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재건축사업 및 공공건축물 건립사업 등 대규모 공사 현장의 사업시행자·건설사업관리단·시공사와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체결 대상은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지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관련 조합·㈜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GS건설, 평촌도서관 건립공사 관련 ㈜한국종합건축사사무소·연일종합건설㈜, 부흥동 행정복지센터 건립공사 관련 ㈜선진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지씨에스이다. 협약에 따라 각 사업시행자, 건설사업관리단, 시공사는 건설공사 추진과정에서 관내 소재한 공사·용역업체와의 하도급 체결을 확대하고, 관내 소재 기업의 건설자재와 건설장비를 우선 이용하게 된다. 또 관내 거주 근로자를 우선 채용하고, 공사장 주변 음식점을 우선 이용하는 등 지역 소상공인들과도 상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며, 어려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 “트럼프 정책 일관성 없어… 거시 지표 영향까지 종합 고려해야”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답을 묻다]

    “트럼프 정책 일관성 없어… 거시 지표 영향까지 종합 고려해야”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답을 묻다]

    수출 최대 62조원 감소 전망 왜관세전쟁 등 극단적인 상황 가정FTA 국가 관세 면제하면 7조원대경제성장률·환율 영향은수출 줄면 GDP 최대 0.67% 감소불확실성 겹쳐 강달러 지속될 듯트럼프 시대 대응 방법은외환시장 등 보며 기준금리 조정우려 증폭 말고 슬기롭게 대처를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미 수출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3%를 차지하고 전체 수출액에서 점하는 비중도 18.3%에 이르는 터라 한국 경제의 앞날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이끄는 이시욱(57) 원장은 11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장사꾼’으로 규정하며 그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을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집권 후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수출이 448억 달러(약 62조원)까지 줄어든다면 GDP도 최대 0.67%(약 15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의 정책을 단편적으로 봐선 안 된다. 거시지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KIEP는 트럼프가 되면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것이란 보고서를 냈는데. “극단적 상황을 가정했다. 보편관세 10~20% 범위에서 20%를 적용하고 중국엔 관세를 60%까지 매겨 이른바 ‘관세전쟁’이 벌어졌을 때 수출액이 최대 62조원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이 보복관세를 매기지 않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면 감소폭은 7조 4000억원으로 줄어든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는 보편관세 정책이 환율에 미칠 영향은. “달러 강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관세율이 높아지면 수입이 줄어 미국인은 수입품을 덜 쓰게 된다. 미국은 해당 수입국 화폐가 필요 없어져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 둘째,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장벽을 높여 외국 기업에 부담을 주려 하지만 관세는 구매자가 낸다. 미국 소비자 부담을 키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텐데 그러면 달러화가 절상된다. 마지막으로 보편관세 정책으로 금리·환율·물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 수요가 커진다. 이것도 기축통화인 달러 강세로 연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약달러를 유지하는 것인데 둘은 공존하기 어렵다.” -소비를 늘리는 감세 정책과 위축시키는 보편관세가 모순처럼 보이는데.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편관세는 단순히 무역 불균형을 교정하는 수단이 아니다. 감세 정책으로 줄어드는 세수를 관세로 충당하겠다는 의도다. 감세로 줄어드는 재정 소요가 10년간 4조 7700억~10조원인데 이 중 2조 7000억원 정도를 관세로 채우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관세 수입 비중은 전체 재정 수입의 2%밖에 안 된다. 1900년대 초반 개인소득세가 없었던 시절엔 관세가 연방정부 세수의 60~70%를 차지했다. 보편관세 정책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의미다. 깎아 준 소득세와 법인세를 관세로 메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강달러 현상은 언제까지 갈까. “미국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 요인이다. 하지만 관세 정책과 물가, 통상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달러는 당분간 강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 취임 후 보편관세를 부과하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릴 것 같다. 그때까지 불확실성 탓에 달러 약세와 강세가 뒤섞여 흘러가다가 공언한 대로 통상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면 달러 강세로 기울 수 있다. 앞으로 ‘트럼프노믹스’는 통상만 봐선 안 되고 거시 정책과 엮어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으로 ‘매크로 매니지먼트’(거시 관리)가 중요 변수로 부각됐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하를 따라갈 수 있을까.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미국 금리와의 격차와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한국은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성을, 미국은 물가와 고용시장의 안정성을 우선 고려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가계 부채였던 이유다. 그래서 한은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기 상황만 보고 금리를 내리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하지 못할 거란 전망도 있다. “장사꾼이니까 정책의 논리성과 일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IRA 폐지를 선언한 건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에너지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다. 에너지 가격을 낮춰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나는 친환경 대통령’이라고 나서지는 않겠지만 전기차 분야에선 기존 기조와 부조화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IRA 폐기까지 가지 않고 보조금 지급 기준을 엄격하게 하거나 보조금을 지연해 주는 방향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시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대미 무역수지 문제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가장 먼저 언급하진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 무역 적자를 많이 안긴 나라는 캐나다, 유럽연합(EU), 베트남이다. 우려를 너무 증폭하는 건 좋지 않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최대 피해국이 한국이라는 건 과장됐다. 슬기롭게 극복하면 기회도 있다. 조선·바이오·방위산업이 유망하다.” ●이시욱 원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9대학에서 응용경제학과 석사,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기획처장,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역임한 국제경제·통상 전문가다.
  • 투자자 기다리는 ‘中 부양책’ 언제 나오나…“내년 적자재정 적극 활용”

    투자자 기다리는 ‘中 부양책’ 언제 나오나…“내년 적자재정 적극 활용”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수 있다는 언급이 관영매체에서 나왔다. 중국공산당·국무원 기관지 경제일보는 11일 “내년 우리나라(중국)가 강도가 더 큰 재정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확대 가능한 적자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제 회복 촉진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올해 ‘5% 안팎’ 경제성장률 목표를 설정했으나 내수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져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올해 9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경제 회의’를 열고 금리 인하와 재정·통화정책 역주기조절(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으면 금리 인하로, 과열되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거시경제 정책) 강도 상향, 필요한 재정 지출 보장 등을 주문했다. 이에 중앙은행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부양 의지를 피력했지만 구체적인 재정 지출 규모나 특별국채 발행 시기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폐막 뒤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향후 5년간 2000조원 가까운 재정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 나오긴 했지만 기대를 모은 부양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망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기관지가 ‘내년을 기다려 보라’고 운을 띄운 것이다. 일각에서 중국 당국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부양책을 확정해 내년 3월 전인대에서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세우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지난 8일 전인대 상무위 폐막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정책 도구와 자원이 있어 올해 재정 수지 균형 보장이 가능하고 중점 지출 강도가 줄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중앙 재정은 여전히 부채와 적자 확대 공간(여유)이 크다. 내년 발전 목표를 결합해 확대 가능한 적자 공간을 적극 이용할 것이다”라고 했다. 경제일보는 “전문가들은 내년 재정정책 강도를 기대해볼 만 하다고 본다”며 특별채권 발행 규모와 투입 분야 확장, 지방정부 특별채권 활용 유연성 상승 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 與 “李 재판 생중계” 野 “尹 회견 참담”… 국회 예결위, 이튿날도 ‘정쟁’

    與 “李 재판 생중계” 野 “尹 회견 참담”… 국회 예결위, 이튿날도 ‘정쟁’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정쟁을 이어 나가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의 생중계를 주장했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과 7일 기자회견을 지적하며 공세를 펼쳤다.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둘째 날인 이날 야당 의원들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지적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윤 대통령의 담화가 “결국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는 기자회견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고,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공사 구분을 못하는 대통령이 어제 140분간 생중계 자리에서 반말을 써가며 우리 국민들에게 무례한 웃음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게 또 국민을 갈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정말 소탈하고 솔직하게 국민들께서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대답하셨고, 불찰을 진솔하게 사과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셨으면 조금은 야당도 인정을 하셔야 한다”고 대답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서범수 의원이 “오는 15일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1심 선고, 위증교사 1심에 대한 생중계 여론이 많다”며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이 대표는 당연히 생중계에 동의해야 하고 동의하지 않더라도 재판 공개는 공공의 이익에 들어맞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선 재판 중계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부임 이후 경제 성과와 재정 기조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여당은 현 정부에서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며 정부를 옹호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대내외 복합위기를 무난히 넘기면서 글로벌 선진국에 대해 비교우위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야당이) 확장재정을 하라고 주장은 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지난 정부는 팬데믹을 핑계로 (재정을) 많이 썼다”며 “미래 세대가 국가부채를 짊어지게 할 수 없다는 긴박한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인기는 별로 없었지만, 재정 상황을 바꾸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침체된 민생경제 상황에도 정부가 초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한다고 비판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허울뿐인 재정건전성에 매몰돼서 취약계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민생위기를 외면하는 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서영석 의원은 “이번 정부의 예산은 감세와 건전재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다”며 “(그래서) 세수가 감소하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오히려 악순환의 연결고리에 의해서 재정 건전성마저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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