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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상 최악 대졸 실업, 일자리 나누기로 돌파를

    우리나라 실업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대학 나온 사람’이다. 최근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올해 1~3월 전체 실업자 117만명 가운데 대졸 이상이 54만 3000명(46%)으로 학력별로 가장 많다. 분기 기준으로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대졸 실업자가 크게 느는 것은 고학력자들이 원하는 직업과 갈 수 있는 일자리 간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갈수록 벌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가 늘고 공무원 준비 학원이 ‘공시족’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커다란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신규 채용에 오불관언이다. 특히 은행권의 무책임한 처사는 도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4대 은행들은 평균 1조 4000억여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올 1분기에 사상 최대치인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4대 은행 가운데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일정과 규모를 확정한 곳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지난해 신규 공채도 전년보다 무려 39%나 줄였다. 막대한 과실을 자기들끼리 독점하고 대졸 청년 실업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대졸 실업 해소는 민간경제를 활성화해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려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저성장 상태에서 장기적 방안은 될지언정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턱없이 한가한 대책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시적인 특단의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소득자의 임금 동결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대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재원 조달이 선결 과제이긴 하지만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확대하는 것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몇 년간 한시적으로 현행 3%인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 비율을 확대하고,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협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새벽청소 5년째 月125만원… 가난병, 자식에게 옮을까 두렵다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새벽청소 5년째 月125만원… 가난병, 자식에게 옮을까 두렵다

    #1 허기진 청춘“요즘도 배곯는 대학생 있냐고? 등록금·집세는 줄일 수 없으니까”“1000원 한 장이 없어 생으로 굶을 때도 잦습니다. 가진 게 없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이젠 좀 지치네요.” 대학교 4학년생인 조재희(가명·23)씨에게 한두 끼 굶는 일은 다반사다. 밥 먹으러 가자는 말이 나오면 그는 슬그머니 뒤로 빠진다. 혼자 배가 고파 물을 들이켜는 일도 그만큼 잦아졌다. 조씨는 얼마 전 구호단체인 기아대책 ‘청년 도시락 사업’에 식권 지원을 요청했다. 창피했지만 끼니 걱정하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만 모자란 등록금에 생활비를 모두 채우는 건 늘 버겁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배고픔이다. 다른 비용은 참는다고 줄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단 한번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써본 적이 없다. 식비 걱정을 하지 않으려면 매달 30시간은 더 일해야 하지만 편입 시험을 준비 중이라 알바 시간을 더 늘릴 수도 없다. “굶는 것보다 더 두려운 건 당장 현실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고 공부할 시간을 뺏기는 겁니다. 그것마저 뺏기면 영원히 뒤처질 것 같거든요.” 2017년 대한민국에서 노오력(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풍자하는 신조어)으로 하루를 채워가는 한 젊은이의 ‘허기진 일상’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에 근접한 시대에 배 곯는 청년이 있을까 싶겠지만, 이 땅에 사는 흙수저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다. 조씨 또래의 청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같은 일을 해도 보수는 평생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저임금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두려움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보는 2015년 기준 비정규직 비중은 32.5%, 노동계의 시각으로 보면 비정규직 비율은 42.5%까지 늘어난다. 차이는 사내하청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자를 정규직에 포함하느냐 마느냐에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보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한국의 임시직 근로자 비율은 22.2%로 OECD 평균인 11.4%에 비해 2배에 달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저임금 노동자란 중위 임금소득의 3분의2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말하는데 한국은 2014년 기준 4명 중 1명(23.7%)이 저임금 노동자에 속한다. 실업률 지표도 우울하다. 청년 실업률은 OECD 국가들과 달리는 방향이 다르다. 한국은 2012년 9.0%를 기록한 이후 계속 상승해 2015년 10.7%까지 올라갔다. 반면 OECD 회원국의 평균 청년 실업률은 2010년 16.7%까지 치솟은 이후 2015년 13.0%까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2 빈곤은 유전병“음식점 세 번 망하고 아파트·퇴직금 날려… 빚더미에 위장 이혼” 돈으로 줄을 세운다면 오영순(58·가명)씨는 끄트머리에 해당한다. 매일 새벽부터 빌딩 청소일을 하며 받는 돈은 월급은 125만원 정도. 5년째 그대로지만 나가라는 소리가 날아들까 봐 월급 올려달란 소리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평생을 모은 자산이라고 해봐야 빌라 보증금 2000만원에 500만원 정도가 든 생활비 통장이 전부다. 16년 전 남편이 “직장 때려 치고 장사나 해 볼까”라고 할 때 말렸어야 했다. 먹고 마시는 장사만 3번을 접고 사기까지 당하면서 아파트도 퇴직금도 모래알처럼 오씨의 손을 빠져나갔다. 빚이 불어 남편과는 법적으로 이혼했다. 아이들과 살려면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오씨에게 가난은 유전 같은 질병이다. 그는 “가난이 두 자식에게 전이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각종 통계 속에 투영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 Database·WTID)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였다.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고 전 세계 주요국 중 미국(47.8%) 다음이다.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양극화로 달려가는 속도다. 조사기간인 17년(1995~2012년)간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 상승 폭은 15.7% 포인트로 해외 주요국 중 가장 빠르다. 통계적으로 보면 이미 20년 이상 지속된 고질병이지만 진단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경제적 불평등은 크게 소득 불평등(버는 것)과 재산 불평등(가진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중 가진 것에 대해 객관적인 비교를 할 수 있는 자료나 통계가 빈약하다는 점이 문제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상속세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자산 상위 10%(2010~2013년 20세 이상 성인)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0%에 달했다. 반면 자산 하위 50% 사람들의 자산 비중은 1.7%였다. 상위 10%의 평균 자산액은 2000년 3억 9600만원에서 2013년에는 6억 24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하위 50%의 평균 자산 가격은 1억 2000만원에서 1억 8400만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3 최선에 배신 없다?“나도 흙수저였지만 치열하게 살아 극복… 젊은이들 더 노력할 순 없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단칸방부터 시작하느니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하잖아요. 일단 부딪혀 보려는 패기도, 도전하려는 의지도 없는 게 문제라고 봐요.” 전직 금융공기업 고위인사인 이모(64)씨는 흔히 말하는 ‘수저론 계급론’이 마뜩잖다. 단지 꼰대 취급을 받을까 봐 말을 아낄 뿐이다. 그는 자신을 원조 흙수저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떠올리기 싫을 만큼 힘들게 공부했다. 흔한 참고서도, 사교육도 없이 최고의 대학을 입학했고, 당당히 금융 공기업에 입사했다. 자부심도 크다. 지금의 부인을 만나 단칸방에서 낳은 아이도 어느덧 사회인이 됐고, 그럭저럭 노부부가 살아갈 노후 준비도 마쳤다. 그는 요즘 세대들이 치열했던 자신의 삶처럼 더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씨에게 있어 빈부의 골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가능성은 점점 주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설 확률(빈곤탈출율)은 2006년 32.4%에서 2014년 22.6%로 떨어졌다. 반면 고소득층이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비율은 같은 기간 78.5%에서 77.3%로 큰 변화가 없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소득 양극화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혀왔다. 가장 대표적인 소득 불평등 지표인 통계청의 지니계수가 2009년 0.314에서 2015년 0.295로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값이 줄어들수록 빈부 격차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다. 고소득층의 표본이 빠져 있고, 소득이 적은 1인 가구 소득도 제외됐다. 조사 가구 표본 수가 전체의 0.07%에 불과하다. ‘반쪽 짜리 통계’라는 지적에 통계청도 올해부터 고소득층의 소득을 반영한 ‘새 지니계수’를 공표할 예정이다. #… 낙수효과의 허상“경제성장 열매, 국민 아닌 기업에 분배” “조세·사회정책 바꿔야 실마리” 정부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야 성장한다”고 믿었다. 이른바 ‘낙수효과’로 새 정부마다 대기업을 지원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용론이 대두한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00~2014년 국내총생산(GDP) 누적성장률은 73.8%로, 1인당 GDP의 누적성장률은 62.1%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의 실질소득 누적증가율은 30.9%였다. 가계소득 증가가 경제 성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 셈이다. 같은 기간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소득으로 배분된 몫은 6.0% 포인트 줄었고, 정부소득으로 배분된 몫 역시 1.4% 포인트가 줄었다. 반면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4% 포인트가 늘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분배되지 않고 기업이 독차지한 것이다. 또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기업의 매출액 1% 증가에 따른 하청업체의 매출액 증가는 1000분의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경제력집중에 따른 낙수효과보다 폐해가 커지자 2015년 국제통화기금과 OECD도 “낙수효과가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학자들은 기존의 시각을 버리지 않으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병유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소득과 자산, 주거, 교육 등의 각 사회영역의 격차가 중첩되고 똬리를 틀어 만들어낸 다중격차”라면서 “기존 성장에 대한 패러다임은 물론 조세정책·사회 정책 등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용어 클릭] 노오력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단순히 노력하는 것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풍자한 신조어. 암담한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청년들에게 노력만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행태를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 “세계경제 회복세…보호무역은 경계”

    “세계경제 회복세…보호무역은 경계”

    주요 20개국(G20) 경제수장들이 세계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들었음을 공식 확인했다.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전략이 먹혀들면서 소비와 투자가 점차 살아나고, 그 덕에 글로벌 교역도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가격까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원자재 수출이 많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경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요국 경제수장들은 세계경제의 성장 원동력이 자유무역에 있음을 강조하고 회복세를 유지하려면 보호무역 조치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20개국 경제수장들은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세계경제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투자 및 제조업, 무역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1월보다 0.1% 포인트 올린 3.5%로 제시했다. 실제로 주요 경제 권역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경제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에 대해 “지난달 실업률이 4.5%로 완전 고용 수준으로 떨어지고 임금 상승률은 올라가면서 소비 여력이 확충돼 완만한 경기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중국도 소비가 견고하게 증가하고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존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소비와 투자 중심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도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안정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도 지난 2월 실업률이 2.8%로 1994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신흥국도 선진국의 수요 확대와 유가 반등으로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다. 다만 경기 회복을 위협하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왔다. G20 경제수장들은 “성장 모멘텀을 지속하고 하방 위험에 대응하려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베네수엘라 美 GM공장 몰수… GM “불법 압류” 반발

     역대 최대 규모의 반(反)정부 시위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이 몰수 조치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본사가 있는 GM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가 카라보보주 발렌시아에 있는 GM 공장과 생산시설·완성차 재고를 몰수했다고 밝혔다. GM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전날 발렌시아에 있는 공장을 갑자기 몰수했다며 불법에 근거한 사법적 자산 압류인 만큼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은 공장에서 일하던 베네수엘라 노동자 2700여명을 일시적으로 해고했으며 69년간 활동해온 GM 베네수엘라 법인도 운영을 중단했다. 또한 39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내 79개 딜러 역시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베네수엘라 당국의 GM 공장 몰수는 한 지방법원의 금수조치로 촉발됐다. 한 지역 딜러가 GM을 고소하자 법원이 이 딜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GM 측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금수조치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GM 발렌시아 공장은 매년 1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석유 매장지로 주목받았던 베네수엘라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지속하면서 원자재 부족·소비 침체 등으로 이미 2015년부터 생산이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4900대에 불과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이 기업자산을 몰수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총 1400여개 기업의 공장과 사적자산이 몰수당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폐업했다. 최근 수일간 이어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 시위로 이달들어 지금까지 8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봄볕 비치는 경제, 호황 기업부터 일자리 늘려야

    국내외 연구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올려 잡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6%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6%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2.5%에서 2.6%로 끌어올렸다. 수출을 포함한 건설·설비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는데도 고용시장에 전혀 온기는 돌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년 만에 8만 3000명 줄었다. 지금도 구직자는 114만명을 웃돈다. 15~29세 청년층이 50만명을 넘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을 조사했더니 올해 ‘신규 채용을 했거나 채용 계획이 있다’는 곳이 열에 다섯 뿐이었다. 경기 회복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일부 수출 대기업만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반도체·석유화학 분야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9조 9000억원, 2조 5000억원이나 된다.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는 반도체·석유화학 부문은 수조원을 투자하더라도 고용 창출에는 한계가 있는 산업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대부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550조원, 30대 그룹은 807조원이었다. 기업은 존재 목적이 비록 이윤추구에 있긴 하나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 기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사내 유보금을 풀어서라도 새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도록 세제를 개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과거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 세액공제는 국내에는 R&D 인력만 남기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거나, 생산설비를 자동화해 일자리를 줄인 기업에도 혜택을 줬다. 이제는 그럴 만큼 한가한 처지가 못 된다. 이명박 정부 때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낮춰 준 이유도 신규 투자 여력을 늘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기업들은 잊어선 안된다. 대선 주자들도 재계가 사내유보금을 풀어 고용 창출에 나서도록 강력히 주문하고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의 고용창출 실적에 따라 법인세 등에서 인센티브를 차등화하는 구체적 고용창출 성장 공약을 내놓기 바란다.
  • [우리는 라이벌] 습윤드레싱제 메디폼 vs 이지덤

    [우리는 라이벌] 습윤드레싱제 메디폼 vs 이지덤

    상처 치료제가 연고에서 습윤드레싱으로 진화하고 있다. 습윤드레싱은 상처의 진물을 흡수하고 상처 회복에 적절한 습윤 환경을 유지해 주는 제품이다. 특히 성형외과와 피부과 시술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점을 빼거나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은 뒤 습윤드레싱 제품을 붙이면 흉터가 남지 않고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상처가 치유될 때 필요한 다핵백혈구, 단백질 분해효소, 세포 성장인자 등은 건조한 환경에서는 외부로 배출되거나 건조돼 그 역할을 못하지만 습윤 환경에서는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습윤드레싱 제품은 크게 폴리우레탄폼 소재와 하이드로콜로이드 소재로 나뉜다. 폴리우레탄폼 소재는 1㎜, 2㎜, 5㎜ 등으로 비교적 두꺼운데 진물이 많이 나는 상처에 주로 사용한다. 하이드로콜로이드 소재는 0.5㎜ 이하로 얇아 티가 나지 않지만 자주 교체해야 한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습윤드레싱 시장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17.8% 성장하는 등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선두 제품은 한국먼디파마의 ‘메디폼’이다. 동성그룹의 바이오제약사인 제네웰이 2002년에 만든 제품으로 일동제약에서 팔다가 2014년 6월 판권이 먼디파마로 이전됐다. 먼디파마는 메디폼을 아시아태평양, 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메디폼을 위협하는 상품으로는 대웅제약의 ‘이지덤’이 있다. 2007년 출시된 이지덤은 하이드로콜로이드 소재다. 별도 첨가제 없이 천연 및 합성 고분자만으로 이뤄졌다. 영국 알레르기협회로부터 무알레르기 제품으로 인증받아 민감한 아이들이나 아토피 환자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대웅제약 측은 설명했다.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어 상처 부위에 새살이 돋는 과정에서 색소가 침착하는 것을 방지한다. 습윤드레싱 시장이 커지면서 다른 제약사들도 관련 제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상위 제약사들도 수성을 위해 더욱 적극적이다. 대웅제약의 이지덤은 “사랑으로 감싸 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격투기 선수 추성훈씨와 딸 추사랑을 광고모델로 쓰고 있다. 먼디파마의 메디폼은 가수 이승기가 광고모델이었다. 제품 형태도 다양해져 상처의 종류와 크기, 위치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먼디파마는 ‘메디폼 H뷰티’ 라인을 출시, 작고 얇으며 동그란 패치로 얼굴처럼 잘 보이는 노출 부위에 쓸 수 있는 제품을 강화했다. 가볍게 베인 상처에 바를 수 있는 액체 형태의 ‘메디폼리퀴드’도 있다. 이지덤은 발뒤꿈치 상처에 붙이기 편리하도록 피부밀착력을 높인 ‘이지덤풋’을 내놨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KDI 올해 경제성장률 2.4→2.6% 상향 전망…IMF도 2.6%→2.7%로

    KDI 올해 경제성장률 2.4→2.6% 상향 전망…IMF도 2.6%→2.7%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제시한 2.4%에서 2.6%로 올렸다.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달 발표한 2.6%에서 2.7%로 상향 전망했다. 한국은행과 해외 투자은행(IB)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IMF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 낙관론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소비가 부진하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도 있어 본격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KDI의 시각이다.KDI는 18일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성장률을 4개월 전보다 0.2% 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KDI가 그해 또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2013년 11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KDI는 전망치 조정의 근거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덩달아 투자도 호조를 보이는 점을 들었다. 앞서 국내외 기관들도 한국 경제의 회복세에 주목해 성장 전망을 수정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13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해 지난해 11월(2.5%) 때보다 0.1% 포인트 올렸다. 정부도 오는 6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존 전망치 2.6%를 상향 조정할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국내 민간소비도 회복세가 미약해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임금근로자의 증가세 둔화, 자영업자 증가세도 부담스럽다. IMF도 저조한 민간소비와 정치 불안정성, 높은 가계부채 등을 우리 경제의 취약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다음달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 “당장 추가경정예산은 필요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IMF는 “글로벌 투자와 제조업, 무역 회복세가 완연하다”며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3.4%에서 3.5%로 상향 전망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차고에서 시작된 ‘수제 맥주’… 26조원 대박 축배 들다

    차고에서 시작된 ‘수제 맥주’… 26조원 대박 축배 들다

     시작은 ‘엄마 집’에 딸린 작은 차고(Garage)였다. 스코틀랜드 맥주회사 ‘브루독’(Brewdog)의 공동창업자 제임스 와트(35)는 23살 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자퇴하고 죽마고우인 마틴 디키와 본격적으로 맥주를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다. 스코틀랜드 남동 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 출신인 와트는 13세 때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수영 대회에 출전하면서 친구와 몰래 맥주를 숨겨 가져갔을 정도로 일찍이 맥주 맛에 눈뜬 타고난 ‘맥주광’이다.  와트는 ‘고루하고 진부한 영국 맥주’가 늘 불만이었다. 당시만 해도 영국 맥주는 전통 맥주인 ‘캐스크 에일’(Cask ale)과 헤이네컨류의 ‘라거’(Lager) 맥주 일색이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에 목말랐던 와트는 에든버러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로 어선에서 고기를 잡는 일을 하면서 디키와 틈틈이 맥주를 만들어 마시곤 했다. 에든버러의 헤리엇와트 대학에서 양조·증류학을 공부한 디키 덕분에 둘은 수준급 홈브루잉(Homebrewing)을 즐길 수 있었다.  처음 와트와 디키는 와트 어머니의 집 창고에서 맥주를 만들어 주말에 열리는 장에 내다 팔았다. 일반 맥주와 달리 주로 홉에서 내뿜는 과일향과 쓴맛이 두드러지는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를 표방한 맥주로 상품을 차별화했다.  이듬해 와트와 디키는 은행에서 3만 파운드(약 4200만원)를 대출받아 프레이저버그의 한 건물을 임대해 양조장을 차렸다. 브루독이라는 브랜드도 론칭했다. 양조장 직원이라곤 와트와 디키, 그리고 와트가 키우는 골든 래브라도 개 한 마리가 전부인 ‘초미니 회사’였다.  이들이 만든 ‘펑크IPA’라는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는 에일 맥주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영국 사람의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특히 2008년 대형마트인 테스코에 맥주를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브루독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5만 6000여명에게 투자를 받아 양조장과 펍을 확장하는 등 몸집을 키웠다.  창업 첫해 14만 파운드(약 1억 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브루독은 지난해 세계 55개국에 맥주를 수출하면서 직원 약 650명에 718만 파운드(약 9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초기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던 1300여명의 투자자는 2800%에 달하는 수익을 얻게 됐다고 CNN머니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사모펀드 회사인 TSG 컨슈머파트너스는 2억 6500만 달러(약 2980억원)를 투자해 브루독의 주식 23%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현재 브루독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 3770억원)로 평가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차고에서 시작한 소규모 맥주 회사가 불과 10년 만에 시장 가치 10억 파운드에 달하는 놀라운 회사가 됐다”면서 지난 9일 브루독의 성공스토리를 전했다.●제2의 IT 신화 연상케 하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란 지역에서 소규모로 양조해 다양한 레시피를 구현하는 맥주를 뜻한다.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정부가 자가양조를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1980년대부터 미국 각 지역의 마을에서 소규모 맥주 양조장이 생겨난 것이 기원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비슷한 맛의 라거 맥주만 생산하는 대기업 맥주와 달리 여러 가지 홉과 맥아, 부재료를 조합해 기존에 없는 맥주 스타일을 창안하고 독특하고 개성이 넘치는 맥주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트 맥주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맥주 신화’를 쓴 주인공도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적은 돈으로 집 앞 차고나 허름한 건물에서 양조장을 시작해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됐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처럼 집에 딸린 차고에서 컴퓨터 몇 대로 사업을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전의 ‘IT 신화’를 연상케 한다.  특히 크래프트 맥주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선 스코틀랜드의 브루독 성공스토리가 특별하거나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5년 11월 미국 주류업체 콘스텔레이션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밸라스트포인트(Ballastpoint)를 10억 달러(약 1조 1420억원)에 인수했다. 창업자 잭 화이트도 대학시절 맥주 만들기에 매료돼 1992년 홈브루잉 장비를 파는 작은 가게로 맥주 비즈니스를 시작, 4년 뒤 양조장을 열었다.  이후 크래프트 맥주 열풍에 맞물려 밸라스트포인트는 한 해에 1억 1500만 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맥주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 화이트는 5000만 달러(약 570억원)를 챙겨 샌디에이고, 하와이 등에 대저택을 구입해 초호화 요트에서 낚시하며 화려한 ‘백만장자의 삶’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크래프트 맥주 회사 ‘시에라네바다’의 창업자 켄 그로스맨(62)도 수년 연속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오르고 있다.●소비자들 취향 저격…식을 줄 모르는 인기  ‘소규모’가 특징인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수년째 식을 줄 모르는 크래프트 맥주의 인기 때문이다. 단순히 유행이라기보다는 대기업 라거 맥주가 지배했던 기존 해당 산업의 판도가 뒤바뀐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크래프트 맥주가 채워 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크래프트맥주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236억 달러(약 26조 8000억원)로 전체 맥주 시장(1076억 달러·약 122조원)의 약 12.6%를 차지한다. 특히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2015년까지 5년간 평균 20%라는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성장률은 10% 이하로 주춤했지만 이는 그동안의 매서운 성장세가 안정기로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같은 속도라면 2020년 크래프트 맥주 시장 규모는 전체의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CNBC는 보도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양조장도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전역의 양조장 수는 5000개가 넘는다.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12시간마다 한 개씩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국에서도 크래프트 맥주 열풍으로 1700개에 이르는 양조장이 성행하고 있다. 4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영미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베이징, 상하이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크래프트 맥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글로벌 열기가 계속되자 기존의 대규모 맥주 회사는 공격적으로 크래프트 맥주 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네덜란드 맥주회사 헤이네컨은 2015년 9월 캘리포니아 크래프트 맥주양조장인 라구니타스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구체적인 인수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소 8억 달러(약 9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맥주 업체 안호이저부시(AB) 인베브는 2011년 시카고의 크래프트 맥주회사인 구스아일랜드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5년간 무려 9개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 지분을 샀다.  현재 미국에선 크래프트 맥주 상위 50개 회사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일부 지분을 판 상태다. 장인 정신과 지역성, 독립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크래프트 맥주업계에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크래프트 맥주 고유의 본질을 잃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그렇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크래프트 맥주가 현재 가장 ‘돈이 되는’ 산업 중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2014년 4월 주류법 개정안이 시행돼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크래프트 맥주 업체 수는 현재 약 80여개에 달한다. ‘더 부스’처럼 자본금 1억원, 직원 2명으로 시작해 창업 4년 만에 직원 90여명에 연매출 약 80억원을 달성하는 크래프트 맥주 업체도 나왔다.  아직 시장 규모는 전체 맥주 시장 5조원에서 약 1%에 해당하는 500억원에 불과하지만 수년 내 점유율 5~6%까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한국의 ‘브루독’을 꿈꾼다. ‘더 부스’ 양성후 대표  “사람 사이에서 가장 강한 형태의 신뢰는 돈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믿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잖아요. 그런데 더부스 크라우트 펀딩에선 불과 24분 만에 10억이 채워졌어요. 한국에서도 크래프트맥주가 그만큼 시장성이 있다고 보시는 거죠”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의 더부스 캠퍼스(사무실)에서 만난 양성후(30) 대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터뷰 전후로도 모두 미팅이 잡혀 있었고, 일정을 마친 이후엔 당장 더부스 맥주공장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유레카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더부스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투자회사에 다니던 양 대표가 ‘맥주가 너무 좋아’ 2013년 당시 여자친구였던 부인 김희윤(30) 대표와 공동 창업한 크래프트맥주 회사다. 김희윤 대표도 한의사로 일하다 더부스를 창업한 뒤 최고경영자(CEO)로 ‘전직’했다.  둘은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과 함께 자본금 1억 1000만원으로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근처에 펍 ‘더부스’를 차렸다. 피자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컨셉의 이 펍은 오픈하자마자 ‘대박’을 쳤다. 이후 더부스는 맥주 수입사, 양조장, 미국 진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창업 4년 만에 직원 90명, 매출 80억 이상을 달성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더부스가 덴마크 맥주회사 미켈러와 만든 ‘대동강 페일에일’은 현재 전국 1000여 곳의 마트와 펍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크래프트맥주가 됐다. 더부스가 지난 1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치한 크라우드펀딩은 24분 만에 목표 금액 10억을 달성해 큰 관심을 모았다.  “운이 좋았던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크래프트 맥주 성장기에 사업을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맥주 회사가 아닌, 정말 맛있는 맥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수출도 하는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장도 관두고 여기에 올인했죠.”  지난해 스타트업 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기관투자 30억을 받은 더부스는 투자금을 모두 미국 양조장에 쏟아 부었다. 현재 더부스는 주력 맥주 국민IPA의 드래프트(생)맥주를 판교 양조장에서 만들고, 미국 유레카 공장에선 병맥주로 만들어 한국에 역수입해 팔고 있다. 한국 맥주 회사가 미국에 양조장을 연 것은 더부스가 처음이다.  “처음에는 한국의 각종 규제 때문에 미국 진출을 타진했는데, 지금은 크래프트 맥주가 탄생한 미국에서 맥주를 만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홉, 몰트(맥아), 효모 등 신선한 맥주 원료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 맥주를 만든다는 게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점이거든요. 재료의 신선함은 당연히 맥주 맛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죠”  이 정도 사업 규모면 돈을 벌만큼 벌지 않았냐고 묻자 양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 되는 기업들을 보면, 초기에 수익보다 품질에 더 투자하더라고요. 저희도 지금은 돈 보다는 맥주 품질에 더 쏟아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콜드체인’(냉장배송)이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콜드체인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더부스 맥주는 맛있고, 관리도 잘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더부스의 최종목표는 미국,유럽의 크래프트맥주 회사처럼 더부스의 맥주를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다. 양 대표는 “최근 동남아 국가들을 다녀왔는데, 크래프트맥주가 여기서도 유행이더라. 동남아 시장이 한국 크래프트맥주계엔 큰 기회가 아닌가 싶었다”며 “언젠가는 동남아 진출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브루독 같은 회사요? 당연히 닮고 싶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장기적으론 브루독을 뛰어 넘어 세계 곳곳에서 더부스 맥주를 마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만들겁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에르도안 ‘무소불위 술탄’… 과거로 간 터키

    에르도안 ‘무소불위 술탄’… 과거로 간 터키

    세속주의서 정교일치 국가 추구 80세 되는 2034년까지 집권 가능 의회 해산권 등 입법·사법까지 장악 숙원이던 EU 가입 포기 가능성 서구, 이슬람국가 완충지대 잃어터키의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정을 수립한 지 94년 만에 터키 정부 형태를 의원내각제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안이 16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통과됐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34년까지 장기 집권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물론 ‘서구 지향적 세속주의 국가’ 터키가 권위주의적 이슬람 국가로 회귀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유권자 5836만여명 가운데 5060만여명(87%)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개헌안이 찬성 51.4%, 반대 48.6%로 가결됐다고 밝혔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명백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가 된 이후 지금까지 터키를 통치해 오고 있다. 2007년, 2011년 총선을 거치면서 총리직 4연임 금지 규정에 가로막히자 201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 현 의원내각제 헌법에서도 실질적 1인자의 지위를 누려 왔다. 이번 개헌안 가결에 따라 2019년 11월 대선 이후 새 헌법에 따른 새 정부가 시작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1회 중임할 수 있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에 이어 2024년 대선에서도 승리한다면 2029년까지 집권하게 된다.하지만 새 헌법은 중임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다시 조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9년 임기 만료 직전 조기 대선을 실시한다면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총리직이 없어지는 대신 대통령이 부통령을 임명할 수 있고 대통령은 법관 임명권과 의회 해산권도 갖게 되는 등 사법부와 입법부의 견제도 약화된다. 가디언은 “터키가 병든 민주주의 체제에서 권위주의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28개 회원국 중 2개국에 불과한 이슬람 국가이자 러시아와 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서방세계의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와 인접해 있어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터키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이슬람주의와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꼽혀 왔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국민 지지를 등에 업고 과감하게 자기 색깔을 내 왔다. 국부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지켜 온 서구 지향적 정교분리와 세속주의 전통을 버리고 이슬람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공공 장소와 대학 등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던 것을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도 했다. 에르도안이 총리로 재임했던 초기 5년(2003~2007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7%에 달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1년에는 8%대 성장률을 유지해 왔고 지난해 7월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군부 쿠데타 진압 이후에는 지지율이 70%에 육박했다. 실제로 이번 투표 결과 지역별로 이스탄불, 앙카라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개헌 반대표가 앞섰지만 보수적인 내륙 도시에서는 찬성표로 몰렸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親)이슬람, 반(反)서방 기조가 주효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개헌안 통과로 터키가 숙원이던 유럽연합(EU)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도 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국민투표 승리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에게 첫 메시지로 “(2004년 폐지된) 사형제 부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EU는 사형제 국가의 회원국 가입은 금지하고 있다. EU는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신속히 진행시키는 대가로 지난해 3월 터키와 맺은 난민송환협정이 폐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데이비드 필립스 컬럼비아대 인권연구센터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터키의 서방 지향은 이제 끝났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낙수보다는 분수… 힘 실리는 ‘포용적 성장’

    저성장·양극화 해소 위해 구체적 담론 필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에 위기를 가져왔다. 오랜 세월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저성장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사람들은 그 효용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공정한 기회 보장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고 약자를 보듬어 함께 가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포용적 성장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의 단골 화두로 등장했다. 올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과 2월 미국 백악관 ‘대통령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포용적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국민성장’,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공정성장’은 포용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개념이다. 보수 진영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혁신성장’도 일정 부분 이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포용적 성장은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고 참여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와 비슷하지만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출발점은 기존 성장정책의 ‘낙수효과’에 대한 반성이다. 대기업과 부유층 소득이 늘어나면 경기가 살아나고 결국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내려간다는 게 낙수효과의 핵심이다. 하지만 IMF가 150개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 포인트 증가할 때 이후 5년간 국내총생산(GDP)은 오히려 연평균 0.08%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하위 20% 소득이 1% 포인트 늘어나면 같은 기간 GDP는 0.38% 포인트 높아졌다. 위보다는 아래 계층의 소득을 증대시켜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분수효과’ 이론이 힘을 얻은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포용적인 세계 경제 건설’이란 제목의 연설에서 “성장의 혜택이 좀더 광범위하게 공유될 때 성장은 더 강하고, 지속가능하며, 복원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도 낮지만 국민 행복도는 이보다 더 낮아 특히 고민이 많다. 통계청이 지난달 처음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2015년 기준)는 10년 전에 비해 1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1인당 GDP 실질증가율(28.6%)의 절반도 안 된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소득 격차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점점 아래로 떠밀려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영세 자영업자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포용적 성장의 구체적인 담론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모든 것을 잃는다”…대선 2등 잔혹사

    “모든 것을 잃는다”…대선 2등 잔혹사

    1등만이 모든 것을 다 갖는 냉혹한 승자 독식의 승부, 대통령 선거. 대한민국은 막강한 권력에 취해 이를 사유화한 박근혜 전 대통령, 지금은 그저 ‘수인번호 503번’이 된 사람 탓에 이 냉혹한 승부를 예정보다 이른 오는 5월 9일 또 치르게 됐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눈앞에 두고 눈물을 삼켜야 했던 2등들은 다시 1등에 오르기 위해 5~10여 년 간 표심 다지기 나서거나, 중앙 정치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하기도 했다.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지난 5차례 대선에서 2등에 머물렀던 정치인의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 정계 은퇴와 출국…민주화 거목 김대중1992년 12월 18일 제14대 대선. 13대 대통령 노태우의 퇴장과 함께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중대한 선거였다. 대선은 영남 지역을 정치 기반으로 둔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둔 김대중 민주당 후보 양강 구도로 치러졌다. 두 정치인 모두 과거 군부정권에 맞서 선봉에서 싸운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었다.유권자 2942만 2658명 81.9%가 투표에 참여한 결과 대한민국 최고 권좌는 42.0%를 득표한 김영삼 후보에게 돌아갔다. 김영삼 후보와는 190만여 표 차이(34.0%)로 낙선한 김대중 후보는 선거 결과에 승복, 대선 이튿날 정계 은퇴 성명을 발표하고 1993년 1월 영국으로 떠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던 그는 아시아·태평양 민주지도자회의(아태재단)를 설립하며 한국 정계 복귀를 위한 초석을 마련한 뒤 1995년 7월 국내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옛 민주당 탈당 의원들과 함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해외와 국내 정치의 외곽을 떠돌던 김대중은 1997년 제15대 대선에도 다시 도전, 당시 대통령으로 유력했던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39만여 표 차로 간신히 누르고 그토록 갈망하던 대통령에 당선됐다. 15대 대선은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회창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흐름이었으나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에 밀린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가 국민신당을 창당해 출마하면서 결국 일부 보수층이 분열, 김대중 후보 당선에 기여한 결과만 낳았다. ● 삽질하고 햄버거 먹고…대법관 출신 ‘대쪽’ 이회창1993년 12월 대법관 출신 이회창이 김영삼 정부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현실 정치에 등장했다. 그는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판결을 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대쪽 판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후 총리 사임 뒤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회창은 1996년 다시 김영삼 대통령의 영입으로 신한국당에 입당, 1997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 밀려 2위에 그쳤다.15대 대선에서 낙선한 이회창은 당을 이끌며 다음 대선을 준비했다. 2002년 16대 대선 유세에서는 기존 ‘대쪽 판사’의 강직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서민과 함께하는 친근한 대통령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출근 시간대 만원 지하철에 올라 유권자들을 만나고, 패스트푸드점과 포장마차 대화 등 서민 행보에도 주력했다. 하지만 그의 친서민 행보는 진짜 서민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 족구하고 분식 먹으며 분투했지만…초라한 패배 정동영2007년 12월 17대 대선은 10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전국 63.0%라는 대선 역대 최저 투표율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48.7%)됐다. 2등은 득표율 26.1%에 그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다. 이 후보와 표 차이는 무려 530만 표가 넘었다. 문화방송 기자와 메인 뉴스 앵커를 거치며 전국적 인지도가 높았던 정동영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정치활동을 시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까지 지냈지만 대선 후보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권 경쟁자 중에서는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경제 성장 747 공약(연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 등 굵직한 대선 이슈를 선점하며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정동영 후보는 ‘안보 대통령’, ‘일자리 창출 경제 대통령’ 등 이미지 강화에 나섰지만 민심의 흐름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대선 이듬해 4월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도 서울 동작구에 출마한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 제2의 노무현을 꿈꿨지만…재수에 나선 문재인2008년 2월 노무현 대통령 퇴임과 이듬해 5월 노 대통령 서거로 국내 정치권에서 이른바 ‘친노’ 정치 계보도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제도 정치권에서 비켜 서 있던 문재인 참여정부 비서실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는 정치권과는 거리를 뒀었지만, 2012년 제18대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명박 보수정권에 반감을 가진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출마 요구가 이어지자 2012년 4월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 후보는 총선 출마를 앞두고 출간한 저서 ‘운명’에서 “당신(노무현)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작하지 못하게 됐다”며 정치 입문 배경을 밝힌 바 있다.2012년 12월 대선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 양강 구도로 진행됐다.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무소속 안철수 현 국민의당 전 대표도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으나 문 후보로 단일화하면서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박정희 향수’와 유권자의 보수성은 강했고,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 끝에 박 후보가 51.6% 득표로 48.0% 득표에 그친 문 후보를 눌렀다. ● 사상 초유 대통령 궐위 대선, 누가 울 게 될 것인가?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민간인이 됐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지금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미결수로 전락했다. 이 탓에 애초 올해 12월로 예정됐던 제19대 대선은 오는 5월 9일로 당겨 치러진다.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경쟁 중인 가운데 지난 13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가 44.8%, 안 후보가 36.5% 지지율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쳤던 두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는 최대 라이벌이 된 것이다.대선 시계는 점차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2017년 5월 9일, 이번에는 누가 2등 자리에서 눈물을 삼키게 될까.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설비투자 좋다”… 성장 전망치 올린 한은

    “설비투자 좋다”… 성장 전망치 올린 한은

    中보복에 성장률 0.2%P 하락 반영 기준금리는 年 1.25%로 동결 수출 호조·IT 투자 확대 등 영향 전문가 “경기회복 의지 반영”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5%에서 2.6%로 0.1% 포인트 올렸다. 이달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현재의 연 1.25%로 동결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상향 조정과 관련해 “수출 호조뿐 아니라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당초 0.4%에서 0.5%로 상향 조정된(레벨업) 효과, 정보기술(IT) 업종의 투자 확대, 소비 심리 개선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건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당시에는 국민계정 체계와 기준년 개편 때문에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경제 회복세를 토대로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사실상 2013년 7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한은은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2.3%에서 올해 6.3%로 크게 반등하고,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1.1% 포인트 높은 3.3%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10.7%를 기록한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4.5%로 떨어지고 민간소비 증가율은 2.0%로 지난해(2.5%)보다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 역시 확장세를 이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이 총재는 “수출과 투자는 주로 IT 업종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생산 기반이 대부분 해외에 있다”며 “여기에 중국과의 교역 여건이 악화되면서 관련 업종, 특히 서비스업에서 고용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영향으로 성장률이 0.2% 포인트 떨어지고, 고용은 2만 5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올 2분기부터 1년간 중국인 관광객이 30% 감소하고, 대(對)중 상품 수출이 2% 감소한다는 전제하에 보복 조치의 효과를 추산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없다면 올해 우리 성장률이 2.8%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를 종전보다 0.1% 포인트 높은 1.9%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987억 달러에서 올해 750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호조에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이번 성장률 상향 조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소비가 안정적으로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고 투자와 고용지표도 마찬가지여서 경기회복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헌(전 금통위원)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번 상향 조정은 ‘경기회복’을 알리고 싶은 한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소비와 고용지표는 긍적적으로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5대 국제기구 “경제성장 위해 자유무역 필요”

    5대 국제기구 “경제성장 위해 자유무역 필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 5대 국제기구 수장은 보호무역주의 득세를 우려하면서 자유무역의 혜택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례적인 이들의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시장 개방과 자유무역이 필요하다”면서 “무역성장률 하락과 보호무역주의 위험 증가가 현재의 국제무역 시스템을 더욱더 지지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넷마블·4차 산업혁명發 훈풍… 웅크렸던 한국게임, 다시 날까

    넷마블·4차 산업혁명發 훈풍… 웅크렸던 한국게임, 다시 날까

    시가총액 13조원 기업의 등장, 단일 모바일게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견 게임사들의 잇따른 기업공개(IPO) …. 국내 게임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게임산업은 ‘20년 만의 최대 위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성장률은 5.6%로 전년 대비 9% 포인트 내려앉고 중견 게임사들은 부진에 허덕였다. 그동안 ‘포켓몬고’와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에 안방을 내주며 ‘게임 종주국’의 체면까지 구겼다.그러나 올해는 연초부터 호재가 이어지며 게임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 1위 기업인 넷마블게임즈가 상장하며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에 게임사가 당당히 자리하게 됐다. 넷마블의 상장으로 게임산업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때 ‘마약’, ‘중독’ 등의 오명을 뒤집어썼던 게임은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주자들로부터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넷마블게임즈의 상장은 국내 게임산업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 예측하는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약 13조원으로, 넷마블이 상장하면 엔씨소프트(7조원)를 제치고 게임업계 대장주 자리를 차지함은 물론 코스피 시장에서 단숨에 시가총액 상위 20위 이내로 뛰어오르게 된다. 일각에서는 넷마블의 시가총액이 최대 14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게임산업 파이 키운 넷마블 ‘레볼루션’ ‘모바일 퍼스트’를 선언하며 국내 1위 모바일게임사로 등극한 넷마블은 국내 모바일게임의 성장 역사를 새로 써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등을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시킨 데 이어 지난해 12월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는 국내 게임시장의 지형을 흔들었다. 출시 1개월 만에 한 달 매출 2000억원이라는, 국내 모바일게임 사상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며 국내 게임산업의 규모 자체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에 힘입어 넷마블은 지난 1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통계 분석회사 앱애니가 발표하는 글로벌 게임 공급사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의 가치를 인정받고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안병도 한국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콘텐츠산업으로서 게임의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는 넷마블과 ‘리니지2: 레볼루션’에 그치지 않는다. 컴투스가 2014년 출시한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는 출시 3년 만인 지난달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 ‘아이온’ 이후 4년 만의 일이며, 국내 게임 역사상 최단기간에 달성한 성과다. 컴투스 관계자는 “매출 1조원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10편의 매출 합계보다 많으며 베스트셀러 소설 5550만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을 넘어 ‘난공불락’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안착했다는 점에서 국산 게임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업계 기업공개·신사업 진출 본격화 지난해까지 잔뜩 움츠러들었던 게임업계는 올해 기업공개와 신사업 진출 등 공격적인 행보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넷마블 외에도 카카오의 게임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 ‘2016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히트’(HIT)를 개발한 넷게임즈 등이 상장을 준비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던 시기에 한동안 투자가 위축됐다”면서 “모바일게임사들의 연이은 상장으로 게임업계에 투자가 늘고 중소 게임사들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임의 원천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과 e스포츠 등에서 성장 발판을 다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넷마블은 게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캐릭터상품 제작 등 IP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같은 사업이 게임업계에서도 본격화되는 것이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제작하는 한편 지난달에는 오프라인 대회를 열며 e스포츠의 시동을 걸기도 했다. ●업계 ‘빅3’ 매출 40% 독식 구조는 해결 과제 그러나 이 같은 호재들을 둘러싸고 회의론도 나온다. 몇몇 상위 기업들의 성장이 전체 게임산업에 낙수효과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가장 큰 원인은 수년째 심화돼 온 게임산업의 양극화다. 지난해 각 게임사들의 실적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빅3’의 지난해 매출은 전체 게임사들의 매출 중 40%에 달했다. 2015년(35%)보다 5%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상위 3개 게임사들이 전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는 해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위 게임사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동안 중견 게임사들은 부진에 빠졌다. 게임산업의 ‘허리’가 없다 보니 고용도 위축돼,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2014년 5%, 2015년 7.9% 줄었다. 대형 게임사들은 기존의 시장을 지키고 중견 게임사들은 생존에 매달리면서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양극화가 지속되면 결국 국내 게임산업에는 상위 소수 기업들만 남게 될 것”이라면서 “경쟁 속에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개발되고 고용이 늘어나는 생태계의 선순환은 더이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견사부터 대형사까지 “기술혁신 도전” ‘혁신 부재’라는 뼈아픈 비판을 받아 왔던 게임업계는 올해 들어 신기술 개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엠게임이 국내 첫 증강현실(AR)게임 ‘캐치몬’을 지난달 출시하는 등 중견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AR·가상현실(VR) 게임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신기술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대형 게임사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콘퍼런스 GDC2017에서 첫 번째 VR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공개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올해는 VR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일변도에서 벗어나 장르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넥슨은 최근 3차원 퍼즐 어드벤처게임 ‘애프터 디 엔드: 잊혀진 운명’과 2차원 픽셀 그래픽 게임 ‘이블팩토리’를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RPG게임과 차별화된 재미와 확률형 아이템 없는 시스템이 호평을 받고 있다. 넷마블이 이달 중 출시하는 ‘펜타스톰’은 PC에서 주로 즐겼던 전진점령(AOS) 장르를 국내에서는 드물게 모바일에서 시도한 게임이다. ●“게임 전담기관 신설해야” 요구 목소리도 이와 함께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게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적 해법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게임개발자연대와 한국게임미디어협회 등의 주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진흥원’과 같은 게임 전담 기관을 신설할 것을 주문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같은 정부의 규제가 게임산업을 옥죄 왔던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게임 생태계 악화와 그로 인한 혁신 부재가 게임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아 왔다는 문제의식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면서 “새 정부에서 ‘게임 진흥’을 기조로 내걸고 업계 스스로 혁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게임산업이 다시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수출 호조 내수 살릴 마중물로 삼자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게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수출과 내수의 동반 위축으로 찬 바람이 쌩쌩 불던 우리 경제에 봄기운이 일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다소 회복되는 것 같아 반갑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 수출은 432억 달러(통관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늘었고 3월에는 14% 정도 늘어난 489억 달러로 집계됐다. 애초 우려했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수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은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지난 2월 수입이 24%쯤 늘었는데도 경상수지 흑자가 84억 달러로 지난 석 달 동안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간의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나타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고리에서 벗어나 정상적 흑자 패턴으로의 방향 전환을 예고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1~2월 생산과 투자가 모두 증가하면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을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지난주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0.4% 포인트 올린 데 이어 KDI와 한국은행도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우선 경제지표 호전은 지난해 실적이 워낙 저조한 데 따른 기저효과(基底效果)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이 앞장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수출이 계속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다음주에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담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기다리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중국의 사드 보복도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체감경기가 냉골인 것이 걱정스럽다. 수출 대기업들과 달리 내수에 의존하는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 서비스업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증가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은 탓이다. 가계부채에 발목 잡힌 서민들은 6개월째 상승행진을 하는 생활물가 탓에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은 윗목의 수출 온기가 아랫목까지 이어지도록 내수에 힘쓰는 일이다. 그 해답은 일자리 창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모처럼 만들어낸 경기 회복의 ‘마중물’ 환경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기엔 대선 주자를 포함한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한다.
  • 올 임금상승률 3.5% 전망… 작년보다 0.3%P 낮아

    올해 임금상승률이 지난해보다 0.3% 포인트 하락한 3.5%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평균 월급은 354만 5000원으로 지난해 342만 5000원보다 12만원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6일 ‘2016년 임금 동향과 2017년 임금 전망’ 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경제여건이 다소 개선되더라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2.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임금상승률도 지난해 3.8%에서 0.3%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연구원은 1인당 노동생산성지수 증가율이 2010년 이후 일정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1인당 실질임금상승률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소득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가계부채 부담이 실질구매력 상승을 억제하면서 민간소비는 둔화되고 내수기여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건설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여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올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는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과 ‘부동산·임대업’의 임금상승률이 각각 8.1%와 5.6%로 전 산업 임금상승률을 견인했다. 건설업도 지난해 특별급여증가율이 17.2%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상승률은 최저임금 인상수준 등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7.3%로 전체 임금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공무원 임금상승률도 지난해보다 0.5% 포인트 높아진 3.5%로 전체 임금상승률에 다소 영향을 미쳤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복지 수준 올랐지만 행복감 떨어진 한국

    우리나라 복지 수준이 지난 5년 동안 소폭 개선됐지만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복지 23위→21위로 소폭 상승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복지 수준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복지 수준은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2011년 23위에서 지난해 21위로 상승했다. 이는 경제 활력, 복지 수요, 재정 지속, 복지 충족, 국민 행복 등 5개 부문의 23개 지표를 측정한 결과다. 지난해 종합 순위에서 복지강국인 노르웨이와 덴마크,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아이슬란드가 1∼5위였고 에스토니아, 칠레, 터키, 그리스, 멕시코는 30∼34위였다. ●국민 행복도 30→33위로 하락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높아졌지만 ‘국민 행복도’는 낮아졌다. 삶의 만족도와 국가 투명도, 자살률, 여가, 합계출산율 등으로 측정한 점수는 2011년 0.348점에서 지난해 0.133점으로 크게 감소했다. 순위도 30위에서 33위로 하락했다. 지난해 삶의 만족도는 5.8점으로 이탈리아와 공동 27위, 국가 투명도는 56점으로 체코와 공동 27위였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8.7명으로 34위에 그쳤다. 합계출산율도 1.21명으로 꼴찌였다. 여가는 하루 14.7시간으로 25위, 출생 시 기대수명은 82.2세로 이스라엘, 노르웨이와 함께 공동 10위였다. ●경제활력도 8위·재정지속도 3위 반대로 고용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실질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증가율로 측정한 ‘경제활력도’는 0.75점에서 0.834점으로 올랐다. 다만 순위는 6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국민부담률, 국가채무비율, 재정수지 비율로 측정한 ‘재정지속도’는 0.775점에서 0.879점으로 상승하며 3위로 조사됐다. 상대 빈곤율과 지니계수, 경제고통지수, 총부양비가 포함된 복지 수요도는 0.781점에서 0.786점으로 소폭 올랐고 순위도 12위에서 10위로 상승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집중분석] 수출·수입 모두 증가 ‘침체의 터널’ 끝이 보인다

    [집중분석] 수출·수입 모두 증가 ‘침체의 터널’ 끝이 보인다

    한국호 장기 침체 터널 벗어나나우리 경제가 기나긴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다. 그 근거는 당초 예상보다 좋게 나온 경제지표들이다. 섣부른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아직 우세하지만, 최소한 경기 회복의 ‘마중물’ 같은 환경은 만들어졌다는 데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한 수출이다. 지난 2월 경상수지 흑자도 84억 달러로 석 달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특히 수입이 급증한 게 고무적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의 오랜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날 조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당국 수장들의 발언에도 희망이 묻어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5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다소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수출 증가로 생산과 투자 심리 등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실물부문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이 우리 경제에 대해 “호전”과 ”회복”을 언급하는 것은 좀체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지난 2월 상품수지 흑자(105억 5000만 달러)가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작년 9월 이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84억 달러에 달했다. 2월 수출은 432억 달러(통관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 늘었고, 수입도 361억 3000만 달러로 23.9% 증가했다. 3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3.7% 늘어난 489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당초 우려됐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수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대중 수출에서 70% 이상이 중간재이고, 소비재는 5.6%에 불과하다”면서 “사드 보복이 전체 대중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내수를 떠받치는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조금씩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1∼2월 산업생산 합계가 앞선 2개월(작년 11~12월)에 비해 1.0% 증가한 가운데 특히 2월에는 소비가 4개월 만에 전월비 증가세(3.2%)로 돌아섰다. 2월 투자도 전년 동월 대비 19.5% 증가했다. 바클레이즈, HSBC, 씨티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국 기업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역대 최고 수준의 반도체 호황 등으로 전체 산업 생산이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8일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보다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가 ‘바닥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수출 호조로 경제 성적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당초 추계했던 0.4%에서 0.5%로 상향 조정했다. 1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0.5%)보다 높은 0.6~0.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서 성장률 상향 조정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는 게 KDI의 공식 입장이지만, 내부 기류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경기가 안 좋다고 예상했는데 반도체 생산 호조로 수출·투자가 좋아져서 예상보다 괜찮았다”며 “지난해도 4분기 성장이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도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0.4% 포인트 올린 바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놓은 LG경제연구원도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3일 발표되는 한은의 경제전망 수정 발표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최소한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경제지표에서는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체감경기는 냉랭하다. 일각에서는 반등을 가리키는 경제지표도 고유가와 기저효과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시경제 전체로 봤을 때 부분의 이익이 전체로 확산되는 ‘낙수 효과’가 많이 약화돼 있다”면서 “수출 대기업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내수에 의존하는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 서비스업 등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 효과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인류는 오랫동안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 등 거시경제 지표를 국부(國富)의 척도로 활용해 왔다. ‘1인당 GDP’나 ‘1인당 GNI’가 높은 나라 국민들은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의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여기는 기계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왔다.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을 우리나라 선진국 진입의 필수 요건처럼 여기는 것도 이런 경제규모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GDP 등이 말해주는 경제 수준과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거시 지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이를테면 1인당 GNI가 3000달러도 안 되는 부탄 같은 나라 국민들이 체감 행복지수 세계 1위를 다투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웰빙 지표’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 지난달 16일 발표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다. 교육, 안전 등 일부 지표가 현실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으나 질적인 삶의 수준을 평가해 보려는 첫걸음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삶의 질 종합지수 개발·측정의 주역인 유경준 통계청장과 한준 한국삶의질학회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만났다. 삶의 질이 주목받게 된 시기는참여정부 때부터 성장·분배에 관심 유 청장 삶의 질 종합지수가 발표된 뒤로 많이 바빠지셨죠? 한 교수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면담이나 자료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삶의질학회 창립총회를 열었을 때 회원 수가 30명 정도였는데 종합지수 발표하고 나서 여기저기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많이 밝혀주셔서 학회 규모가 꽤 커질 것 같습니다. 삶의 질이란 게 건강, 가족, 소득·소비, 문화여가 등 다양한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사회과학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주축은 사회학자이지만 심리학, 경제학, 행정학 다양한 학계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 청장 맞습니다. 저도 국내에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GDP를 대신해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경제지표 개발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참여정부 때부터 삶의 질을 논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만 해도 외환위기 해결이 시급해 분배보다는 성장이 더 큰 과제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했습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으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던 시절에는 분배도 개선됐는데, 1990년대 초부터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나라는 부강해지는데 왜 개인은 그에 비례해 부유해지지 않는지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이 일정수준 높아져서 먹고살 만큼 되니 노동의 질, 환경 등 다른 주제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지요. 한국인들은 왜 자기 행복감이 낮은가타인과 비교 잘해 상대적 박탈감 커 한 교수 그렇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을 전환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에 접어든 시점이지요. GDP가 늘어도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 시작된 때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발전을 계속하는데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는 다양해집니다. 비단 촛불시위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등 여러 주제에 걸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총량은 커졌는데 이를 대하는 개인의 가치와 의식이 바뀐 겁니다. 국제적인 환경 변화도 적잖은 영향으로 작용했습니다. 국제연합(UN)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나라별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비교해 발표하니까 우리는 왜 삶의 질 순위가 낮은지 궁금해진 겁니다. 한 교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대신 행복감, 즉 주관적인 웰빙(안녕)으로 측정하는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해서 남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것 등이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유 청장 경제성장률, 기대수명처럼 객관적 지표는 한국이 높은데 주관적 행복감이 낮은 이유는 아무래도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해서 그렇다고 봐야 될 겁니다. 내가 스스로 느끼는 행복도 중요한데 다른 사람의 눈에 비쳐진 내 모습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상대적 행복감이라는 개념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GDP나 월급봉투에 찍히는 숫자는 객관적인 소득 수준만을 나타내는 데 머물고 있습니다. 한 교수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다 보니 정부 정책은 공급자 중심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욕구와 관심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의 정책 마인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압축성장을 한 만큼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에 기대가 충족되는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불만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유 청장 우리와 정반대 사례가 동남아시아의 부탄입니다. 이 나라는 경제 수준은 180개국 가운데 140~150등으로 하위권이지만 삶의 질 만족도는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툽니다. 종교적 만족도와 명상을 정책목표로 삼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도 삶의 질 향상을 경제 성장과 함께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셈입니다. 삶의 질과 경제발전과의 관계는GDP 영향 크지만 보완할 부분 많아 유 청장 이번에 발표한 삶의 질 종합지수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GDP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누가 뭐래도 소득수준 아닙니까. 그러한 GDP를 넘어선다는 뜻으로 ‘비욘드(beyond·넘어서) GDP’라는 말이 나왔죠. 그러다가 GDP도 중요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GDP 플러스 비욘드’ 등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이나 공유경제처럼 GDP가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주목하면서 사회적 이동성과 같이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지표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 그렇게 되려면 삶의 질 종합지수가 사회현상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사실 이번에 발표하고 나서 외부에서 욕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나는 불행한데 삶의 질이 왜 개선됐다고 하느냐”는 등 불만이 많았습니다. 삶의 질 종합지수는 12개 영역 80개 지표로 작성됩니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80개 지표 가운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잘 반영한 지표라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계층 이동성 지표, 이른바 ‘흙수저’가 ‘금수저’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담고 싶었지만 관련 통계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계 자체는 유용하지만 비교적 최근 자료라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지표도 있었고요. 결국 통계가 쌓이다 보면 삶의 질 종합지수도 완성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최근엔 미세먼지 같은 환경도 중요 유 청장 맞습니다. 최근에는 환경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 통계를 삶의 질 측정에 반영하는 건 꽤나 복잡한 작업입니다. 미세먼지도 입자 크기에 따라 다양하고, 이마저도 최근 통계밖에 없기 때문에 시계열 비교가 어렵습니다. 개인의 체감과 숫자의 간극은 통계청 입장에서도 참 난감한 문제입니다. 실업률이 3.5%라고 해도 내가 실업자이면 자신의 실업률은 100%이니까요. 정책지표로서 삶의 질 지수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삶의 질 종합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지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녀, 연령, 지역, 학력, 소득수준 등 각각의 지표를 집단별로 구분해서 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데이터 분산’이라고 하는데요. 이른바 ‘평균의 함정’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분산이 가능하려면 모집단이 커지고 기반 통계가 풍부해야 합니다. 결국 비용의 문제이지요. 한 교수 지표 작성 과정이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톱다운)으로 추진되어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와 닿았는데요. 보완할 방법이 없을까요. 유 청장 안 그래도 올 하반기에 삶의 질 지표 보완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포털사이트나 통계청 사이트에서 삶의 질 측정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표는 무엇인지 국민 의견을 받을 예정입니다. 국제적으로 삶의 질과 웰빙 측정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일본, 부탄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서 필요한 지표를 추가할 생각입니다. 지표 개선안이 마련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지표검토위원회에 올려서 확정할 예정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다양한 욕구 충족·사회 문제 해결해야 한 교수 많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통계청과 함께 삶의 질 지수를 발표한 이유는 암울해 보이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이 낮은 배경을 따져 보면 젊은이들의 낮은 삶의 질과 연결돼 있습니다. 결혼은 미래를 기약하고 과감히 투자하는 것인데 불확실성이 크니 자꾸 꺼리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삶의 질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사회 갈등, 인구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은 신뢰, 자원봉사, 기부행위, 사회적 지지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단지 물질적 삶의 수준만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과 인생관, 가치관을 아우른다는 뜻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우리처럼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증하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향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정부 정책도 그에 맞게 많이 바뀌었습니다. 서구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각자 자기만족을 위한 삶을 추구한다면 사회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회에서 만난 경제학자들과 얘기해보면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방향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입니다. 유 청장 한국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중 하나가 삶의 질 지수 작성의 계기였습니다. 주관적 행복감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소득이 중요하고, 다른 누구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취합해서 올바른 정책지표로 삼는 데 삶의 질 종합지수가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정부만의 과제는 아닙니다. 시민사회와 학계의 광범위한 참여가 절실합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정리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유경준 통계청장은 ▲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고려대 경제학과 석사, 미국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관,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한준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옌칭연구소 방문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균형경제분과 위원, 한국삶의질학회장
  • [사설] 대선 주자들, 저성장시대 ‘행복비전’ 내놓아야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는 데 또 실패했다. 벌써 10년째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 7561달러로 2만 달러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8%로 수년째 2%대 박스권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보통 선진국으로 인정받으려면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는 미국·일본·영국 등 43개국이다. 46위인 우리는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1인당 소득과 경제성장률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담보하는 잣대는 아니다. 하지만 부국(富國)이 뒷받침되지 않는 행복이란 추상적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교훈을 우리 현대사가 똑똑히 증명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전문이 밝히고 있듯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도록 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경제가 밑받침이 돼야 한다. 그런 까닭에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 국가지도자 역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켜 선진국에 진입시킬 비전과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이처럼 저성장의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지만 대선 주자들이 쏟아내는 경제성장 공약은 진단은 그런대로 맞지만 처방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뜬구름 잡기식 정책이 대부분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장 엔진이 꺼졌다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요 과제로 삼은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 등 정보기술과 기존 제조업을 결합한 산업 구조의 혁신이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각 후보의 공약은 졸속이며 천편일률적이다. 무슨 무슨 위원회를 만들겠다느니, 창의적 교육이라느니, 학제를 개편하겠다느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장 집권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그저 논의하겠다는 식이니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 경제 신성장 엔진의 주체는 정부 부처가 아닌 민간 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체 역시 기업이다.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비로소 우리 경제와 국민의 숨통이 열린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지금 기업 때리기에 주력할 게 아니라 기업이 열정을 갖고 혁신을 통해 꺼져 버린 경제 성장엔진을 다시 살릴 수 있도록 장애물, 즉 규제를 혁파하는 일이 급선무다. 차기 행정부가 총체적인 비전을 갖고 경제성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대선 주자들은 이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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