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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직원에 “상사 옆 앉아라”… 아직도 회식 문화로 여기십니까

    여직원에 “상사 옆 앉아라”… 아직도 회식 문화로 여기십니까

    ‘남도학숙 사건’ 1심 뒤집고 성희롱 인정 “술시중 직접 언급 없어도 암묵적 요구” 직장 내 성희롱 43.7% 회식장소서 발생 작년 오거돈 시장도 여직원 앉혔다 사과“회식 때 여직원에게 상사 옆자리에 앉으라고 지시하는 것도 성희롱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인 ‘남도학숙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최근 민사 손해배상소송 2심에서 받은 판결 내용이다. A씨는 2014년 전라남도와 광주시가 서울에서 함께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남도학숙 장학부에 입사한 뒤 직속상사 B씨에게 수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중 2심 재판부는 회식 자리에서 B씨가 A씨에게 “원장 옆으로 가 앉으라”고 한 발언을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명시적으로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가 없다 해도 상사 옆자리로 옮겨 앉게 한 것만으로도 성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예전보다 훌쩍 높아진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조직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던 술자리 관행이 성희롱이 될 수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A씨는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회식 때 연령·직급이 낮은 여성에게 상사의 고기를 굽게 하거나 술을 따라주도록 하는 문화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 박영호)는 원장 주변에 직급이 낮은 남성 직원이 있었는데도 굳이 A씨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A씨는 상급자의 시중을 들거나 분위기를 맞춰줄 여성 직원이 필요해 부른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B씨와 남도장학회가 공동으로 A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보수적 판단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리를 원장 옆으로 옮기라고 한 상사의 요구가) 공개 장소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7년 대법원 판례도 여자 교사들에게 “교장에 술을 따르라”고 한 교감의 지시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한 언동으로 보지 않았다. 남도학숙 사건의 2심을 전향적 판결로 볼 수 있는 이유다. 회식 자리는 성희롱이 발생하기 가장 쉬운 환경이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의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곳 가운데 회식장소(43.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5.3%), 음담패설(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2.7%) 순으로 나타났다. 법원 판단 기준이 바뀌는 건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은 회식 때 바로 옆에 젊은 여성 노동자들을 앉힌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개돼 비판받았다. 당시 여론은 “남성 중심적인 회식 문화를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잘못된 관습과 폐단을 안일하게 여기고 있었다”며 사과했다. A씨 측 정정훈 변호사는 “술을 따르라는 명시적 지시가 없더라도 그 자체로 성희롱이라는 적극적인 해석을 내렸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회식자리에서 술시중 들 때 여성이 느끼는 모욕감과 성적 굴욕감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강간 미수 패러디 ‘피에로’… 성범죄도 홍보 수단?

    강간 미수 패러디 ‘피에로’… 성범죄도 홍보 수단?

    경찰, 자작극 밝힌 게시자 임의동행 조사 미투 희화화·불법촬영 인증샷 캠페인 등 기업·치안기관 낮은 성인지 감수성 논란 “본질 혼동하게 만들면 더이상 유머 아냐”남성이 여성의 원룸에 불법 침입하려 한 ‘신림동 강간 미수 동영상’을 연상시켜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피에로 가면 동영상’(왼쪽)은 택배 대리수령업체가 광고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노이즈 마케팅인 셈인데 “어떻게 범죄를 돈벌이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문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최모(34)씨를 이날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최씨는 지난 23일 유튜브에 ‘신림동,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1분 29초짜리 영상에서 피에로 가면을 쓴 인물이 원룸 복도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집 문 앞에 선다. 이 사람은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며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잘 안 되자 문 앞에 있던 택배를 들고 사라졌다. 이 영상은 23~24일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여성들의 공포감을 자극했다. 특히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으로 알려진 원룸 침입 영상을 떠올리게 해 논란을 키웠다. 신림동 영상에는 조모(30·구속 기소)씨가 새벽 시간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원룸에 따라 들어가려는 모습이 담겼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운영하는 택배 대리 수령 회사를 광고하려고 영상을 올린 것”이라고 자작극임을 시인했다. 기업이 홍보 효과를 높이려고 성범죄까지 소재로 활용해 물의를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자사 상품을 광고하면서 ‘미투’ 운동 당시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를 패러디해 ‘#너무_많이_흥분 #몹시_위험’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비판이 터져나오자 광고를 내리고 사과문을 올렸다. 또 성폭력과 마약, 경찰 유착 등이 얽혔던 ‘버닝썬 사건’을 유머 코드로 활용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도 논란이 됐다. 범죄를 막아야 할 치안기관도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곧잘 드러낸다. 부산 경찰은 지난해 8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붉게 볼터치한 남성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불법 촬영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불법 촬영 범죄자 등신대’ 사진을 해운대에서 찾아 ‘인증샷’을 올리도록 하는 캠페인(오른쪽)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본부장은 “과거 타이어 광고에 비키니 입은 모델을 등장시켜 자극적으로 활용한 것처럼 이제는 성적 폭력까지 상품의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범죄는 결코 희화화될 수 없는 대상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동의받지 못한 패러디 탓에) 원래 전달하려고 한 본질적 메시지까지 혼동하게 만든다면 그건 더이상 유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강간미수 영상까지 패러디…“돈벌이에 범죄까지 소재 삼느냐”

    강간미수 영상까지 패러디…“돈벌이에 범죄까지 소재 삼느냐”

    “피에로 가면 동영상, 택배 대리수령업체가 광고용 제작”미투운동·버닝썬 사건까지 유머 코드로 활용하다 ‘뭇매’전문가 “성범죄는 결코 희화화할 수 없는 대상”남성이 여성의 원룸에 불법 침입하려 한 ‘신림동 강간 미수 동영상’을 연상시켜 온라인에서 논란을 일으킨 ‘피에로 가면 동영상’은 택배 대리수령업체가 광고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인 셈인데 “어떻게 돈벌이를 위해 범죄까지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문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최모(34)씨를 이날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최씨는 지난 23일 유튜브에 ‘신림동, 소름 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1분 29초 짜리 영상에서는 피에로 가면을 쓴 인물이 원룸 복도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집 문 앞에 선다. 이 사람은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며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잘 안되자 문 앞에 있던 택배를 들고 사라졌다. 이 영상은 23~24일 온라인 상에 빠르게 퍼지면 여성들의 공포감을 자극했다. 특히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으로 알려진 원룸 침입 영상을 떠올리게 해 논란을 키웠다. 신림동 영상에는 조모(30)씨가 새벽 시간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원룸에 따라 들어가려 하는 모습이 담겼다. 조씨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운영하는 택배 대리 수령 회사를 광고하려고 영상을 올린 것”이라고 자작극임을 시인했다. 또 온라인에 사과문을 올리고 “여성들이 택배 받는 게 두려워 (수령인으로) 남성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불안감을 없애고 싶어 업체를 만들었다”면서 “모든 네티즌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말했다.기업이 홍보 효과를 높이려고 성범죄까지 소재로 활용해 물의를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자사 상품을 광고하면서 ‘미투’ 운동 당시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를 패러디해 ‘#너무_많이_흥분 #몹시_위험’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비판이 터져나오자 광고를 내리고 사과문을 올렸다. 또 성폭력과 마약, 경찰 유착 등이 얽혔던 ‘버닝썬 사건’을 유머 코드로 활용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도 논란이 됐다. 범죄를 막아야 할 치안기관도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종종 드러낸다. 부산 경찰은 지난해 8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붉게 볼터치한 남성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불법촬영하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불법촬영 범죄자 등신대’ 사진을 해운대에서 찾아 ‘인증샷’을 올리는 캠페인을 했다가 뭇매 맞았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본부장은 “과거 타이어 광고에 비키니 입은 모델을 등장시켜 자극적으로 활용한 것처럼 이제는 성적 폭력까지 상품의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범죄는 결코 희화화될 수 없는 대상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동의받지 못할 패러디 탓에) 원래 전달하려고 한 본질적 메시지까지 혼동하게 만든다면 그건 더이상 유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여름, 잡초 이야기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여름, 잡초 이야기

    지인이 텃밭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철 잡초에 두 손 두 발 들고 말았단다. 장마철 즈음의 텃밭은 작물이 크는 모습이 보일 정도다. 소나기 한 줌, 한나절 뙤약볕이면 어느새 오이가 하나, 호박이 둘 뚝딱 매달린다. 그 작물보다 쑥쑥 더 잘 자라는 게 잡초다.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찾기는 하지만, 지난번에 풀을 벤 자리에 벌써 달맞이꽃, 개망초가 무릎 높이까지 올라왔다. 2015년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농경지의 악성 잡초는 모두 619종이다. 불과 50평 남짓의 내 텃밭에도 40~50종은 되는 듯하다. 개망초, 민들레, 애기똥풀, 환삼덩굴, 뱀딸기, 쇠비름, 바랭이, 질경이, 방동사니, 명아주, 닭의장풀, 비름나물 등 한여름 잡초와의 싸움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제초제를 쓰면 문제는 간단할지 몰라도, 나로서는 농촌진흥청처럼 어느 잡초가 악성인지 구분할 자신이 없다. 더욱이 제초제는 어딘가 나치 정권의 인종청소 같은 느낌이다. 내가 심은 작물 아니면 다 나와! 이 풀, 저 풀에 유대인처럼 ‘잡초’라는 주홍글씨를 달아준 뒤 모조리 제초제 가스실로 보내야 하는 걸까? 꽃 보기가 궁한 이른 봄 텃밭 가득 자리잡은 오랑캐꽃도? 어디선가 날아와 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워 내는 한여름 큰금계국도? 분홍색 꽃이 아름다운 메꽃은 또 어떤가? “아빠는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해?” 언젠가 TV 뉴스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보며 딸이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탕수육을 만들면 아빠, 엄마는 소스를 부어서 먹지만 너희는 찍어 먹잖아? 자기와 성향이 다르다고 비난할 수는 없지 않겠어?” 딸이 보기에도 성소수자를 향한 날 선 비난이 거북했던 것이다. 성소수자가 악성 잡초인 걸까? 그래서 종교인들이 저토록 기를 쓰고 제거하려는 걸까?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는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잡초’ 낙인을 찍는다. 목숨을 걸고 고국을 탈출한 난민들을 테러범 취급하며 다시 사지로 내몰고, 장애인 특수학교를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고, 심지어 가난한 이웃의 출입을 막겠다며 통로에 장벽을 치는 아파트도 있다. 사실 그 정도면 어느 쪽이 ‘악성’ 잡초인지조차 헷갈린다. 북풍과 해님이 사람 옷 벗기는 내기를 한다는 이솝우화를 좋아한다. 북풍은 차가운 강풍으로 옷을 날리려 하지만 사람들은 도리어 단단히 옷깃을 여민다. 그리고 햇볕이 따뜻한 열기를 보내자 그제야 옷을 벗는다. 텃밭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잡초는 제거 대상이 아니다. 제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초제를 뿌려 발본색원한다고?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어느새 내성이 생겨 다시 일어나고 만다. 잡초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밟으면 밟을수록 고개를 들어 올리는 존재. 테러가 무섭다지만 그 명분을 제공한 것은 애초에 무분별한 박해와 진압이었다. 약자들을 향한 막연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증오는 옷깃을 여미게 하고 저항을 낳는다. 북한을 이만큼 평화의 광장으로 끌어낸 것도 햇볕정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알고 보면 잡초가 꼭 나쁜 것도 아니다. 토양 입자 사이를 넓혀 물 빠짐을 좋게 하고 유기질을 만들어 미생물의 활동을 도와주며 병충해를 유인해 작물을 보호한다. 큰비가 내릴 경우 토양이 유실되는 것도 막아 준다. 냉이ㆍ쑥ㆍ달래ㆍ민들레 나물은 슈퍼에서도 비싸게 팔리고, 왕고들빼기ㆍ쇠비름은 몸에 좋기로 유명하다. 오래전 잡초와의 싸움을 포기했다. 예쁜 꽃들은 텃밭 한 귀퉁이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 옮기고 작물에 직접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이따금 예초기로 키만 조절한다. 이렇게 하면 풀이 쌓여 거름이 되고 오히려 잡초가 나오는 것도 막아 준다. 애초에 잡초라는 이름을 달고 태어나는 풀은 없다. 베려 하면 모두가 잡초이고 품으려 하면 꽃 아닌 것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하찮은 풀이라도 배제가 아니라 공존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 성폭력 무고 고소, 유죄로 확인된 것은 6.4%

    성폭력 무고 고소, 유죄로 확인된 것은 6.4%

    성범죄 사건 무고죄 처벌 10명 중 1명도 안돼성폭력 가해자가 자신은 죄가 없다면서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 중 유죄로 확인된 것은 전체 6.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대검찰청은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양성평등정책포럼을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한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과 지난해 검찰이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처리한 사건 규모는 7만 1740명이고 이 중 무고죄로 기소된 피의자는 556명(0.78%)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가해자의 무고 고소 중 84.1%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에서도 15.5%는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성폭력 무고로 고소된 사례 중 유죄는 6.4%에 그쳤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해자의 무고 고소가 남발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고소·증언을 막고자 무고죄 고소를 부추기는 현상은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연구원은 성폭력 무고 사건 현황과 특성, 문제점 개선과제 등을 분석하고 새로운 성폭력 범죄 분류안을 마련하는 논의를 이어갔다. 현재 법무부에는 성폭력 범죄의 큰 카테고리를 성범죄 통계로 해서 성범죄 사범을 신설하고 이것을 전통적인 의미의 강간, 강제추행을 포함하는 성폭력 사범과 디지털 성범죄 사범, 공공장소 성범죄 사범, 성매매 사범 등 4가지로 분류하는 방안이 접수된 상태다. 한윤경 대검찰청 형사 2과장은 “새로운 통계 범주에서도 강간과 강제추행 사건은 모두 성폭력 범죄에 포함돼 있어 범행이나 죄질에 맞는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하려면 구체적인 통계가 필요하다”면서 “사건의 세분화, 유형화를 통해 검찰 내부에서도 적정한 사건처리가 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고 국민도 성폭력 사건이 잘 처리되고 있는지 통계로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인지 관점에서 바라본 성폭력 무고 실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박은정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은 “수사실무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로 인지하려면 단순히 성폭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의 피해사실 진술에 명백한 허위와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용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많은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했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성폭력 법령체계성 성폭력으로 기소할 수 없더라도 그 자체로 무고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인간방패 동원된 청주시 여성공무원들 “우리 피해자 아니다”

    인간방패 동원된 청주시 여성공무원들 “우리 피해자 아니다”

    청주시 여성 공무원들이 도시공원위원회 회의장에 여성 공무원을 동원한 것을 두고 ‘젠더폭력’이라고 주장한 시민단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이 여성공무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나섰는데, 오히려 여성공무원들에게 공격을 받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시 푸른도시사업본부 소속 여성 공무원은 18명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공무원이 앞에 서 있었던 것은 남성 동료들을 성추행 시비로부터 지키기위해서였다”며 “시민단체들이 젠더폭력이라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여성을 보호받야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게 젠더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폭력을 당하지도 않았는데 폭력피해자로 비춰져 분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젠더폭력을 당했다고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룡산 민간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대책위원회가 도시공원위원회 개최를 막기위해 회의장을 점령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며 “그래서 앞에 서 있는 것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나섰던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효윤 정책국장은 “여성공무원들마저 이번 논란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더 큰 문제”라며 “청주시청 공직사회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공무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동원됐는지 꼼꼼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간부들이 자신들은 빠진 채 하위직공무원들을 동원했다면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2일 시가 도시공원위원회가 열린 시청 소회의실 출입구 앞에 여성공무원 15명을 배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팔짱을 낀 채 출입구를 지킨 여성공무원들과 시민대책위 간에 물리적 충돌이 10여분간 벌어졌다. 시는 남성직원들을 배치할 경우 시민대책위와의 충돌과정에서 성추행 시비가 우려돼 여성공무원들을 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들은 “반인권적, 반여성적 행동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한범덕 시장은 지난 16일 성인지 평등의식이 부족했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5회] 또 USB 증거능력 논란…재판부는 ‘양승태 보석 가능성’ 시사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5회] 또 USB 증거능력 논란…재판부는 ‘양승태 보석 가능성’ 시사

    지난 10일 첫 증인신문이 시작되고 약간의 속도가 붙는 듯 했던 재판이 간만에 시작하자마자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외교부에서 압수수색된 USB의 증거능력을 놓고 언성이 높아진 것을 시작으로 양측이 내내 예민했고, 재판이 마무리될 즈음 재판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 만료 전 석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4회 공판에서는 당초 계획했던 증인신문 대신 서증조사가 이뤄졌다.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한상호 변호사가 건강이 좋지 않다며 불출석사유서를 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의 일본 기업 측 대리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검찰은 “가급적이면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간 등을 감안해서 다음달 7일에 한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 주십사 한다”며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리고 또 불출석할 경우 김앤장 사무실에서 압수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승태 피고인의 구속기간 만료 전에 가급적이면 강제징용 관련 핵심 증거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지도록 지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을 비롯한 변호인들은 김앤장에서 압수된 자료들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다. 재판부가 임종헌 USB에 이어 법원행정처 임의제출 문건들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잇따라 내놨지만 변호인 측은 여전히 검찰의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노파심에서 일부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면서 한 변호사의 증인신문에서 제시할, 김앤장에서 압수된 문건들에 대해 말을 열었다. 그는 “한 가지만 지적하면 압수물에 대해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만 기재했는데 검찰의견서에는 그 증거들이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과 동시에 진술서의 성격이 있다고 밝혔다”면서 “두 가지 성격이 다 있는 이상 해당 증거를 조사하려면 당연히 진술서, 전문증거, 진술증거로서의 능력이 부여된 뒤에야 조사가 가능한 게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상호 불출석으로 증인신문 무산…또 ‘증거능력’ 다툼 형사소송법에 따라 특정 문건에 대해 증거능력을 부여할 때 이런 문건이 있다는 그 자체만을 증거능력으로 삼는 ‘증거물인 서류’와 문건 속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증거 서류’로 증거의 성격을 구분된다. 예를 들어 많은 형사재판에서는 몇 년 전 특정 사건이 있었음을 보도한 언론기사의 경우 주로 해당 날짜에 그런 기사가 있다는 것이 증거가 되는 ‘증거물인 서류’로 주로 채택되고 사건에 당사자가 직접 말한 내용이 담긴 문건의 경우 그 내용이 맞는지 인정되는 ‘증거 서류’로 쓰인다. 증거 서류의 경우 피고인 측에서 증거로 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진술한 사람을 법정에 불러 본인이 한 말이 맞는지를 확인받은 뒤에야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고, 증거능력이 인정된 증거들만 법정에서 보여질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한 변호사를 법정에 부르기 전에 관련 문건들을 증거조사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주장에 “모든 문건들은 모두 증거물인 서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이미 밝혔고, 다만 그 중 일부는 증거 서류로서 경우에 따라 내용의 진실성까지 입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변호인은 과연 입증하고자 하는 게 기재 내용의 진실성인지를 우려하는 것 같은데 그건 이후 한 변호사 증인신문에서 입증하면 된다”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검사님이 기분 나쁘실지 몰라도 증거능력제도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난 주장이라 이게 받아들여지면 강력히 이의제기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검사님의 취지는 입증취지를 어떻게 편의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여되기 전에 증거조사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재판부가 당연히 검사님 주장을 받아들일 거라 믿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재판부에도 호소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완전히 결정된 다음에 증인신문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엔 공감하고 있다”며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임종헌 USB’이어 이번엔 ‘외교부 사무관 USB’ 위법수집증거 주장 그러나 곧 이어서 검찰이 외교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뒤 확보한 USB에 대한 증거능력을 두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외교부 사무관이 소유한 USB를 검찰이 압수한 게 적법한 건지에 대한 검찰의 증거를 발겨할 수 없고 USB를 압수하고 추출하는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없는 파일까지 압수된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리고 해당 사무관에게 USB 포렌식 또는 파일 분류, 추출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됐는지 의문”이라며 USB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의심을 밝혔다. 검찰은 USB 압수절차에 위법성이 없었음을 거듭 설명하며 “변호인은 지난 기일에 (임종헌 USB) 검증 결과 동일성 등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직접 확인하고도 검찰 수사에 흠집을 내려고 이런 주장하는 걸로 보인다”며 불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마치 저희 주장이 검찰 수사를 흠집내는 걸로, 이유가 없다는 걸로 말하는 것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며 얼굴을 붉혔다. “변호인들이 좀 화가 나신 것 같은데 변호인의견서에도 ‘검사가 모르고’라는 등의 마찬가지의 표현이 많다. 상호 인격과 품격, 양식의 문제라 생각한다. 그 부분은 각자 주장하고 화가 나셨으면 화를 풀어달라”고 검찰이 달래자 이번엔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의심하는 의미로 서로 표현이 오간 건 맞지만 법정에서 말한 적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감정적인 설전은 정리됐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 이어 외교부 사무관의 USB를 두고도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외교부 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USB 소유자인 사무관을 법정에 불러 신문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 “양승태 석방해도 재판 공정성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이후 서증조사가 이어졌고 오후 4시쯤이 되자 재판이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때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 신병에 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다”면서 “저희들이 지금까지 한 주도 빼지 않고 꾸준히 재판을 해왔는데 구속기간 제한으로 피고인을 구속한 상태에서 재판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에 대해 언급했다. 재판부는 특히 “사건의 내용이나 증거의 방대함 때문에 남은 기간 아무리 서둘러 재판을 한다고 해도 판결을 선고까지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에 다들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어차피 그 기간 이후에도 상당히 불확정한 기간 동안 심리해야 할 중요사안이 너무 많이 남기도 해서 현재 이후 어느 시점에서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더라도 공정한 재판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보긴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에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에 관한 의견이나 주장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검찰이 “정확히 말씀의 취지를 이해 못해서 묻는다”며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형사소송법상 (석방)하는 게 당연한 건데 의견을 구하시는 건 직권 보석을 고려하시는 건가“라고 묻자 재판부는 “직권 보석 말씀은 안 드렸고 현 시점 이후 구속 피고인의 신병에 관한 의견이라고 했다. 여러가지를 가정해서 의견을 제출하셔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석방이고 만료되기 전에도 석방되는 것이 있는 걸로 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0일 전에 양 전 대법원장을 보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형사재판에서도 1·2심 선고 후 항소·상고기간(일주일) 등을 고려해 구속기간이 완전히 다 끝나기 일주일~열흘 전에 피고인을 직권으로 보석하거나 피고인이 이전에 신청한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주는 일이 종종 있다. 다음달 10일만 기다렸을 양 전 대법원장은 서증조사 내내 눈을 질끈 감고 뒤로 기대고 있던 몸을 앞으로 세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한국당의 저급한 성인지 감수성 참담하다

    자유한국당이 그제 개최한 여성당원 행사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장기자랑 도중 바지를 내리고 속바지 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속바지에는 ‘한국당 승리’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민망함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저질스런 행동이 제1야당의 공식 행사에 버젓이 등장했다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자는 취지의 행사에서 어떻게 여성을 희화화하고 대상화하는 선정적이고 구태의연한 공연을 올릴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 기막힌 건 행사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반응이다. 황 대표는 공연이 끝난 뒤 “오늘 한 걸 잊어버리지 말고 좀더 연습을 계속하라”고 했다고 한다. 눈앞에서 뻔히 보고도 문제가 뭔지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비판이 일자 한국당은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라고 변명했다. 설령 미처 몰랐다손 치더라도 퍼포먼스의 부적절성을 깨달았다면 즉시 유감이든 해명이든 공개적으로 밝혀야 했다. 황당한 공연에 박수가 쏟아지고, 행사 내내 누구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국당의 저급한 성인지 수준뿐만 아니라 혁신의 방향에 대해서도 회의하게 만든다. 한국당이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 준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대립 때 문희상 국회의장을 저지하려고 “여성 의원이 막아야 한다”며 성추행 논란을 유도하는 듯이 행동하고 동료 여성 의원에게 모멸적인 언사를 해 물의를 빚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달창’ 발언을 뒤늦게 ‘달빛 창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 대표는 여성 친화적 정당을 표방하며, 여성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나 퇴행적인 성인지 수준으로는 언감생심이다. 한국당이 진정으로 혁신적인 대안 정당을 희망한다면 시대에 맞는 성인지 감수성부터 제대로 갖추길 바란다.
  • 7월 첫주 양성평등주간, ‘평등을 일상으로’ 다채로운 행사

    내달 첫주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전국에서 성평등 실현 의지를 다지고 실천을 약속하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정부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진하고 관심을 높이고자 매년 7월1~7일을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하고 각종 기념행사와 유공자 포상을 해오고 있다. 양성평등주간은 1996년부터 ‘여성주간’으로 운영되다 ‘양성평등기본법’ 시행에 따라 2015년부터 양성평등주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여성가족부는 오는 4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여성·시민단체, 양성평등 진흥 유공자와 일반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2019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을 연다. 또 인구·가족·건강·경제활동 등 다양한 통계로 알아보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통계청과 함께 발표하고, 성평등 채용 안내서 ‘성평등 일자리, 차별 없는 채용이 만듭니다’를 발간한다. 어린이들이 성인지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 만드는 동화 ‘나다움 어린이 책 토론회’(내달 2일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와 도서전시회(2~3일 마포중앙도서관 갤러리)도 연다. 이 밖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순회전이 2~15일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오는 11월까지 광주, 경기 구리시, 서울, 충북 청주, 부산, 대전 등 6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방부, 경찰청 등 중앙행정기관들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직원 대상 성평등 교육, 강연, 공모전, 영화 상영 등 각종 행사를 연다. 문화부는 내달 6일 ‘문화예술이 젠더를 말하다’라는 성 평등 문화캠페인을 진행한다. 지역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기념식, 강연, 문화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서울시는 내달 1일 기념식과 함께 성평등 노동정책 특강과 토론회를 비롯해 ‘씨네토크’, 시민체험 행사 등을 진행한다. 대구시는 5~6일 여성행복 정책박람회, 토론회 등 여성분야 종합박람회인 ‘여성UP(업) 엑스포’를 개최한다.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이번 양성평등주간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성평등을 위한 과거 100년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장제원 “낮뜨거운 춤 춘다고 여성 친화 정당되냐”…당에 쓴소리

    장제원 “낮뜨거운 춤 춘다고 여성 친화 정당되냐”…당에 쓴소리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일부 당원들이 바지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당의 장제원 의원이 “우리끼리 모여 낯뜨거운 춤을 춘다고 여성 친화형 정당이 되겠느냐”면서 허탈감을 토로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에서는 사활을 걸고 ‘패스트트랙 강행’을 저지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밖에서는 그토록 축제를 열어야 하나”면서 “안에서는 ‘선별적 국회 등원’이라는 초유의 민망함을 감수하면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싸우고 있는데, 밖에서는 ‘철 좀 들어라’라는 비판을 받는 퍼포먼스를 벌어야 했나”라면서 논란이 된 행사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법(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개혁의 일환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반대하고 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같은 날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우먼 페스타’ 행사를 열었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늘리자는 취지로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가 마련한 행사였다. 그런데 시도별 장기자랑 시간에 흰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일부 당원들이 공연 중에 바지를 내린 뒤 속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엉덩이춤을 췄다. 당원들의 속바지에는 ‘한국당 승리’라는 글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속바지 퍼포먼스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자유한국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장 의원은 “국회가 2개월 이상 파행돼 정국이 유례없이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 전체가 엄숙하고, 진지한 마음과 자세로 이 엄중한 상황을 돌파해야 하지 않나”라면서 “안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총(의원총회)의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문 부결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밖에서는 그토록 즐겁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 들고 간 합의문은 추인이 불발됐다. 장 의원은 “일반 국민들의 정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끼리 모여 낯뜨거운 춤 춘다고 여성 친화형 정당이 되겠느냐”면서 “정말 힘 빠지고, 속상한 하루다. 성인지 감수성, 왜 이리 낯설게 들리는 걸까”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국당 여성 당원들 ‘속바지 엉덩이춤’ 논란

    한국당 여성 당원들 ‘속바지 엉덩이춤’ 논란

    비판 일자 “예상 못한 돌발 행동” 해명자유한국당이 여성 당원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일부 여성 참석자들이 선정적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는 엉덩이춤을 춰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당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한국당 우먼 페스타’ 행사를 가졌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늘리자는 취지로 당 여성위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성별전쟁 OUT·여성공천 30%’를 모토로 내걸었고, 약 1600명이 참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강의를 듣고 원탁토론 등의 일정을 소화한 참석자들은 오후에 시도별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다. 문제의 장면은 경남 지역 순서에서 나왔다. 흰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여성 당원들은 공연 도중 바지를 내린 뒤 속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엉덩이춤을 췄다. 각 당원들의 속바지에는 ‘한국당 승리’라는 글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다른 당원들은 ‘총선 경남 여성이 앞장서 필승하겠습니다’라는 피켓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오늘 한 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조금 더 연습해서 정말 멋진 한국당 공연단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오늘 출전 선수단 중 위에서 다섯 팀은 행사마다 와서 공연을 해 주고 6등 이후는 1년 동안 연습하시라”고 했다. 행사 후 속바지 퍼포먼스가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일자 한국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명했다. 한국당은 “해당 퍼포먼스는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으로 행사의 본질적 취지인 여성인재 영입 및 혁신정당 표방이라는 한국당의 노력이 훼손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당 중앙여성위원장인 송희경 의원은 “지난 1월 행사 때 밋밋한 부분이 있어 노래를 준비했는데 아무도 모르게 그런 장면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좋은 취지의 행사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마무리가 이렇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저질스러운 행태를 사전에 관리·감독하지 못한 볼썽사나운 한국당”이라며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이를 보며 박수를 치던 당대표의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게 사죄하라”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일은 우리 정치가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며 “남녀평등을 주장해야 하는 공당이 정식 모임에서 이런 식의 퍼포먼스를 한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한국당 여성당원 행사서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 논란

    한국당 여성당원 행사서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 논란

    자유한국당이 여성 당원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일부 여성 참석자들이 선정적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는 엉덩이춤을 춰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당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모 호텔에서 ‘한국당 우먼 페스타’ 행사를 가졌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늘리자는 취지로 당 여성위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성별전쟁 OUT·여성공천 30%’를 모토로 내걸었고, 약 1600명이 참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강의를 듣고 원탁토론 등의 일정을 소화한 참석자들은 오후에 시도별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다. 문제의 장면은 경남 지역 순서에서 나왔다. 흰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여성 당원들은 공연 도중 바지를 내린 뒤 속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엉덩이춤을 췄다. 각 당원들의 속바지에는 ‘한국당 승리’라는 글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다른 당원들은 ‘총선 경남 여성이 앞장서 필승하겠습니다’라는 피켓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다.행사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오늘 한 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조금 더 연습해서 정말 멋진 한국당 공연단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오늘 출전 선수단 중 위에서 다섯 팀은 행사마다 와서 공연을 해 주고 6등 이후는 1년 동안 연습하시라”고 했다. 행사 후 속바지 퍼포먼스가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일자 한국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명했다. 한국당은 “해당 퍼포먼스는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으로 행사의 본질적 취지인 여성인재 영입 및 혁신정당 표방이라는 한국당의 노력이 훼손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당 중앙여성위원장인 송희경 의원은 “지난 1월 행사 때 밋밋한 부분이 있어 노래를 준비했는데 아무도 모르게 그런 장면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좋은 취지의 행사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마무리가 이렇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저질스러운 행태를 사전에 관리·감독하지 못한 볼썽사나운 한국당”이라며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이를 보며 박수를 치던 당대표의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게 사죄하라”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일은 우리 정치가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며 “남녀평등을 주장해야 하는 공당이 정식 모임에서 이런 식의 퍼포먼스를 한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김학의 성범죄 무혐의·신림동 강간 미수…가부장 인식 드러내”

    “김학의 성범죄 무혐의·신림동 강간 미수…가부장 인식 드러내”

    창립 36주년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대표“지금도 2가정 중 1곳꼴로 가정 폭력 발생”“여성문제는 인권 문제…여성만의 것 아냐”“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봉천동 주거침입 범죄, 그리고 김학의·윤중천 사건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인식의 방증입니다.” 지난 11일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김학의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합당한 처벌, 철저한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 전화 대표와 관계자들은 단체의 36주년 기념행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지금도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고통 받고 있을 여성들 때문이다. ‘고통 받는 여성과 함께 하겠다’는 모토 아래 1983년 출범한 한국여성의 전화가 36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3번 이상 바뀔 동안 여성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된데다 지난해 미투운동이 여성운동의 큰 전환점이 됐지만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은 여전히 목마르다. 지금도 다양한 여성 차별 사건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폭력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 36년째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페미니즘 정책’ 등 여성 운동이 낯설지 않은 사회가 됐지만 창립 이전보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의 범위는 오히려 넓어졌다. 80년대에는 주로 가정 폭력이 주된 문제였다면 2019년에는 성폭력, 성매매, 불법 촬영 문제 등 다양해졌다. 이에 발맞춰 한국 여성의 전화도 저변을 넓혀왔다. 현재는 전국 25개 지부가 함께 활동하는 전국 조직으로 커졌다. 고 대표는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36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여성 폭력 없는 성평등한 세상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많은 여성과 만나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운동이 보편화 됐지만 그만큼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 때 나타나는 반발 심리)도 커 분노스럽다”면서 “혐오를 일삼는 분들에게 ‘평등을 믿는다면 당신은 페미니스트’란 말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여성의 전화를 짧게 소개한다면. “처음 출발은 가정폭력 위주였지만 이제는 폭력 상담뿐 아니라 성희롱, 성차별 문제 전반을 다룬다. 폭력의 범위도 넓게 본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불법촬영 문제 등 여성이 당하는 모든 문제를 상담한다. 시대에 따라 활동 범위가 넓어졌지만 우리 활동에는 3가지 일관된 주장이 담겨있다. 첫째, 여성 문제는 인권과 젠더에 관한 문제이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둘째,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 필요하다. 셋째,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가부장적인 사회문화 인식을 개선하자. 이 3가지를 끊임없이 사회에 요구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0년 간 상담 오는 내용이 많이 바뀌었나. “가정폭력은 80년대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일어난다. 지금도 2곳 중 1곳 가정 꼴로 가정폭력이 발생한다. 생각보다 많지 않나. 다만 지금은 80년대보다 피해 여성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구조 요청을 보낸다. 이제는 더 이상 가정 내 부끄러운 문제로만 여기거나 덮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지하고 신고하는 것이 과거와 큰 차이다. -가정폭력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법이 있지만 그 법이 아직까지도 가정을 유지하는데 더 큰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을 당했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쪽으로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다. 피해 여성은 고려하지 않은 반여성적, 반인권적 판단이다.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 사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중 상당수가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 그래서 함부로 신고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여성의 자립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에는 가정폭력보다 신림동과 봉천동에서 일어난 강간미수 및 스토킹 범죄가 이슈다. 여성에겐 일상조차 공포가 될 수 있는데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아 생기는 범죄다. 이런 인식이 있으니 따라와서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다. 우리가 김학의·윤중천 사건 수사에 대해 계속 문제 제기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뇌물 수수 문제가 아니라 피해 여성이 있는 성범죄라고 강조했는데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의 성범죄를 무혐의 처리됐다. 이 모든 것이 여성을 물화(물적인 상품으로 대하는 것)하는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적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여성에게는 꼭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공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정책들은 이러한 공포를 공감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부족한 측면이 많다. 또, 처벌을 강화해 스토킹처벌법을 만들어야한다 계속 우리 단체와 여러 시민단체가 주장하는데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여성이 세상의 절반이지만 늘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외면받는다. 헌법에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 안전할 권리가 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 -여성운동에 관심갖는 사람이 늘었지만 그만큼 ‘백래시’ 등으로 공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성운동가로서 기운 빠지는 일 아닌가. “솔직히 분노스럽다. 페미니즘은 남과 여를 갈라서 대결 구도로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철학적 지향이다. 어떻게 하면 성평등의 가치를 남녀 모두가 알기 쉽게, 동의할 수 있게 설명할까 고민되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평등이 하나의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향후 한국여성의전화의 활동 계획은. “여성 폭력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성평등한 사회는 여성들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나은 사회 되기 위해서 좀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여성을 만나고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평등, 일상이 되다”… 7월 ‘양성평등학교’ 변신하는 서대문

    “평등, 일상이 되다”… 7월 ‘양성평등학교’ 변신하는 서대문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가 양성평등 배움의 터로 거듭난다. 다양한 기념 행사와 문화 콘텐츠로 남녀 평등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인다는 목표다. 14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구청 대강당에서 ‘성평등으로 다시 쓰는 역사’ 전시회가 열린다. 시대에 따라 변해온 여성의 지위를 짚어볼 수 있는 전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근대국가 건설 과정 속 여성, 사회변화와 여성운동,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인권과 정의를 위한 진일보 등 주제별로 준비한 자료를 선보인다. 청소년들이 100년 전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 20여점도 같은달 1일부터 5일까지 구청 로비에서 만나볼 수 있다. 4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구청 대강당에서는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이 열린다. 양성평등 문화 확산과 여성 권익신장에 공헌한 주민 7명에게 성평등상을 시상하고, 성평등과 관련한 상식을 주제로 ‘구민과 함께하는 성평등 퀴즈’를 진행한다.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이혜정씨가 ‘소중한 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이날 구청 광장에는 10개의 체험 부스도 마련된다. 성차별 인식 개선 전시를 비롯해 가정폭력 예방 캠페인, 위기가정 심리상담, 한부모가정 자립 지원을 위한 바자회, 장애 인식개선 체험, 여성안전사업 홍보, 서대문구여성센터 강좌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6일 오후 1시 30분에는 서대문문화체육회관 2층 소극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그린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상영하고, 7일 오후 2시에는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다목적실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그림자극 ‘제발 돌아와주세요’를 무대에 올린다. ‘제발 돌아와주세요’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돼지책’을 원작으로 해 가정 내 가사·돌봄 분담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서대문구는 오는 18일부터 한달 동안 5회에 걸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성인지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구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내 차별 없는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오현정 서울시의원, 서울시 성인지 예산서 재작성 필요

    오현정 서울시의원, 서울시 성인지 예산서 재작성 필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오현정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광진2)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 제1대회의실에서 열린 ‘2018 회계연도 서울시·교육청 결산토론회’ 발제를 맡아 ‘더 나은 결산심사를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결산심사 발전방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치권 침해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번 토론회는 결산검사 및 시의회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토대로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운용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도출하여 향후 예산편성과 재정운용 등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개최됐다. 오 부위원장은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여 성별 형평성을 담보하는 성인지 예산 제도는 관례적이고 의례적인 예산편성”이라고 비판하며 “서울시는 성과 목표, 성평등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사업지표를 설정하여 객관적 평가에 기초하여 성인지 예산서를 전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결산심사의 발전방안으로 “결산심사의 초점을 회계적 기준보다 정책과 실적에 집중하여 결산 결과를 향후 예산편성에 활용하는 등 의회가 강력한 예산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2018 회계연도 예산 전용 중 조례 위반 사업 현황 자료를 통해 “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심의권의 침해 여부는 결산심사를 통해서만 밝힐 수 있으며, 나아가 행정부의 자의적 집행에 대해 경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방의회 위상정립과 지방분권 실현 방안으로 심도 있는 결산검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결산검사위원의 수를 늘리고 그 기간도 연장하는 등의 대안을 시의회 차원에서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결산검사위원회의 자료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공유하여 예산심의에 반영해야한다”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끝으로 오 부위원장은 “결산검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예산이라는 숫자를 통해 서울시의 정책이 잘 수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결산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민이 원하는 정책 개발에 힘쓰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권수정 서울시의원, ‘1보 전진과 2보 후퇴’ 민선 7기 1년 박원순 서울시정 평가 나서

    권수정 서울시의원, ‘1보 전진과 2보 후퇴’ 민선 7기 1년 박원순 서울시정 평가 나서

    지방정부로서 상당한 업적을 쌓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이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마구자비 설립한 서울시 자회사 문제, 여의도 통개발 발언 논란, 현장의 목소리가 사라진 서울시 성평등 정책 등 진지한 고찰과 방향성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의회 주관, 시민재정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서울시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협의회, 녹색당 서울시당, 정의당 서울시당 공동주최로 ‘박원순 민선7기, 서울시정1년 평가토론회’가 개최됐다. 6/11~12일 개최하는 시정평가 토론회는 서울시정 평가기준을 복지, 노동, 교통, 젠더·인권, 거버넌스, 문화, 소상공인, 주거, 도시개발 등 9개 분야로 세분화해 진행된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정4개년계획(2019~2022)’과 그간 사업 추진 내용과 방향성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현장요구를 고찰하는데 주력한다. 권 의원은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한 서울시가 중앙정부에서 추진하지 못하고 있거나 감수성 부족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상당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며 “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서울시 정책에 대해 활발한 벤치마킹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동관련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노동존중특별시’, ‘유니온시티’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특정 직무만을 관리하는 자회사들을 설립했다”며 “이는 정규직화 수치는 높이는 차별과 온전한 대우가 부재한 꼼수로 지적됐으며 이것이 지자체로 파생해 지방정부발 자회사 설립이 자행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권 의원은 “뉴타운 지구 해제를 성공한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 통개발 발언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것 또한 괄목한 성과와 대비된 이중적 태도이다”라고 말했다. 젠더분야의 경우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갈급하지만 관련 정책생산의 주체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조직 역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성평등과 여성안심 서울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평등 사업 추진에 있어 예산 확보조차 준비 미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1년 ‘시민 중심’ 기조로 재보궐 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시장은 3선 기간 중 ‘내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1보 전진의 성과와 대비되는 2보 후퇴의 서울시는 ‘시민중심’이라는 초심을 흔들고 있다. 시민단체, 서울시, 학계 등에서 참여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서울시민 삶을 위한 10년 혁명’ 완성을 위해 느리지만 담대한 1보 전진들이 이어져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 3기는 이러한 담대함이 모여 궁극적으로 서울시민 속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오로지 시민을 위한 시정활동이 펼쳐지길 바란다.”며 의견을 모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도봉, 여성정책 이끌 젠더전문관 채용

    서울 도봉구가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젠더전문관을 채용했다. 젠더전문관은 구정 사업 전반에서 젠더(사회적 성) 관점을 반영하기 위한 정책 자문을 맡게 된다. 성주류화 정책 개발,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 검토와 조정 등 성평등 지표의 개발·관리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민간전문가 채용으로 도봉구 여성정책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학술연구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과제 도출, 향후 일관성 있는 방향 정립으로 도봉구 여성정책 중장기발전계획에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도봉구는 기대한다. 정현지 신임 젠더전문관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전담 연구원으로 활동한 전문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단톡방서 초등생 제자 성희롱 의혹까지… 서울교대 출신 현직·예비 교사 18명 감사

    서울교육청이 현직 초등교사와 예비 초등교사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감사를 실시한다. 이른바 ‘서울교대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재학생에 이어 현직 교사들에게도 징계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울교육청은 현직 초등교사 7명과 임용대기자 11명에 대해 10~14일 사실확인 감사(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서울교대에서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사진 등이 담긴 책자를 만든 뒤, 이 책자로 여학생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서울교대는 자체 조사를 거쳐 성희롱에 가담한 재학생 21명에 대해 유기정학과 경고 등의 징계를 내리고 졸업생 24명의 명단과 성희롱 관련 증빙자료 등을 서울교육청에 전달했다. 이번 조사 대상 중에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자신의 초등학생 제자를 성희롱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현직 교사도 포함됐다. 졸업자 24명 중 현직 교사 7명과 임용 대기자 11명 외에 임용시험 합격 기록이 없는 6명은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신규 교사 임용 전·연수 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현직 교원들에게도 성인지 감수성 연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귀찮게 토론은… 커피나 마실래요” 성평등 강의 딴죽 건 고위 경찰들

    총경 승진 예정자·간부급 등 60여명 “일찍 끝내라” 소리치고 자리 이탈도 민갑룡 “구체적 확인 뒤 재발 방지” 일선 경찰서장급인 총경 승진 예정자와 간부급 공무원 등이 성평등 교육을 받으며 노골적으로 강사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자리를 이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된 강의를 맡았던 권수현 여성학 박사는 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모습이었다”며 “배우려는 의지가 없었으며, 조직을 관리하겠다는 사람으로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고민도 없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충남 아산의 경찰대에서 실시된 치안정책과정 ‘성평등한 조직 문화 만들기’ 강의에는 총경 승진 예정자 51명과 일반 부처 4급(서기관) 간부 6명, 공공기관 임직원 14명 등 총 71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사정상 자리를 비운 경우를 제외하고 60여명이 수업을 들었는데 권 박사는 “1명을 제외한 모두가 비협조적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권 박사는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강의 중 잡담, 토론 거부, 자리 이탈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권 박사에 따르면 수업 중 “성평등 조직을 만들기 위해 관리자의 고민을 이야기해 보자”며 토론을 제안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A씨는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고 큰소리를 쳤다. 권 박사가 그대로 토론을 진행하자 “귀찮게 이런 것 왜 하냐”, “졸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15명 정도는 “커피나 마셔 볼까”라며 자리를 비웠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도 무성의하긴 마찬가지였으며, 강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며 딴죽을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증가하는 여성 대상 범죄를 언급하자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한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권 박사는 “강사 개인은 물론 성평등이란 주제 자체를 조롱하는 것으로 느껴졌다”며 “이런 사람들이 기관장이나 경찰서장으로 앉아 있는 조직에선 성평등 행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평등 강사로 일하고 있는 장승진씨도 “성범죄 등 여성 대상 범죄를 수사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비판이 쇄도하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강연한 분의 입장에서 보면 불쾌하고 무례한 행동이 있었던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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