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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도 특정체제도 세대도 정치도 탈피… ‘열린 애국주의’ 새지평 열다

    국적도 특정체제도 세대도 정치도 탈피… ‘열린 애국주의’ 새지평 열다

    “억눌려 있던 성역과 금기의 틀이 무너졌다.”(2002년 한·일 월드컵) “광장의 자발성과 쾌락의 상호주의가 넓어졌다.”(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승전보를 멈췄다. 하지만 보름간의 축제는 이미 전국을 뒤흔들었다.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이 남긴 의미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되짚었다. 2002년과 2010년의 월드컵이 모두 ‘16강 진출’의 성과를 거뒀고 우리 사회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일 월드컵은 자발성과 역동성을 던져줬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경제위기가 불러온 상실감을 잊게 했다. 또 냉전세대의 ‘관제문화’ 대신에 대중 주도의 자율적인 문화가 넘쳐났고, 이는 그 해 대선의 에너지로 작용했다. 물론 ‘집단적 애국주의’라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당시로선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에 견줘 남아공 월드컵은 2002년의 새로움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진한 흔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단적 애국주의가 ‘자유주의·개인주의적 애국주의’로 이동했다. 국적을 뛰어넘어 즐거움을 나누려는 젊은 선수들과 젊은 응원단이 서로 소통하며 동질성을 공유했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대~한민국’처럼 국가명을 응원구호로 외치는 경우는 드물다. 2002년 거리응원에서 처음 불려진 국가의 이미지가 2010년에는 더욱 밝아졌다.”고 평가했다. 8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대한민국’이 내재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2002년이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존재를 확인하는 계기였다면 2010년은 이를 뛰어넘어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월드컵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태도도 변화시켰다. 새벽 거리응원을 마치고 쓰레기를 줍는다거나 일상으로 차분히 복귀하는 모습이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김윤철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처럼 국수주의와 결합된 홀리건적 문화로 흐르지 않고 우리는 일상과 조화를 이룬 축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상대팀이 이겨도 야유와 비난을 퍼붓지 않았다. 비록 16강전에서 승리는 멈췄지만 아쉬움과 원망보다 “보름 동안 즐거움을 줘서 고맙다.”고 화답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북한팀의 ‘정대세 신드롬’에서 볼 수 있듯 애국주의는 더 이상 이념과 체제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 이 교수는 “국가에 대한 자신감이 강해지는 만큼 상대편 국가를 더욱 인정하게 됐다.”면서 “이는 내가 즐기는 만큼 너도 즐길 수 있다는 ‘쾌락의 평등주의’를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와 김 연구원은 이를 두고 ‘열린 애국주의’ 혹은 ‘한국식 애국주의’라고 통칭했다. 이같은 변화는 ‘세계화’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박지성·이청용·이영표 등 해외파 선수가 많아지면서 탈국적 애국주의가 태동했다. 중산층들의 해외 이주가 늘면서 개방에 대한 인식도 커졌다. 응원을 주도한 계층의 변화도 이런 흐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386세대(2002년)에서 10~20대(2010년)로 응원 주체가 변했다. ‘차미네이터’ ‘잔디남’ ‘동방예의지 슛’ 등의 신조어는 스마트폰 세대의 축제 코드를 대변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2002년에 비해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적인 특징이 공동체주의와 결합돼 탈정치적인 현상이 심화됐다.”고 바라봤다. 구혜영·신진호기자 koohy@seoul.co.kr
  • [검사와 스폰서 질긴 악연] (하) 수사지휘·기소독점권

    “검사는 성스러운 존재가 돼야 한다.” 대구고검장을 지내고 지난해 9월 퇴임한 이준보(57) 변호사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개혁-검찰관계법’ 공청회에서 “검사의 결정에 국민이 승복하려면 정치권이 검사의 성스러운 존재성을 유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聖域 비판 높아 27년간 검사로 살아온 ‘노병(老兵)’의 고백은 당황스럽지만, 현실을 대변한다. 검찰은 그의 말처럼 침범할 수 없는 ‘성역(聖域)’이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적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조직이다. 이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지휘권으로 경찰을 통제하지만, 검찰을 견제할 기관은 없다. 법무부가 수사지휘권을 지녔지만, 법무부도 주요 직책은 검사 또는 검사 출신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견제할 장치가 없으니 부실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무죄율도 높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한 대형 사건의 무죄율은 2008년 27.2%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1.5%)의 18배였다. 더 강한 권력은 기소독점권이다. 경찰, 국가정보원 등은 수사만 하고, 형사재판에 넘겨 처벌을 받게 할지는 검찰만이 결정한다. 이론상 어떤 범죄자라도 검찰이 형사처벌을 면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안이 중대해 무혐의로 처분하지 못하더라도 벌금형이 나오도록 ‘약식기소’로 낮춰 줄 수도 있다. 공개 재판과 달리 ‘비공개 수사실’에서 이뤄지는 결정이라 이 같은 위험성이 항상 맴돈다. 2008년 검찰의 불기소율은 48.7%였다. 스폰서는 검찰의 수사하지 않을 권리, 기소하지 않을 권리, 즉 ‘봐주는 권한’을 탐한다. “25년간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한 건설업체 전 대표 정모(51)씨는 “‘무슨 어려운 일 있다.’ 이러면 진짜 100% 봐준다.”고 ‘PD수첩’에서 밝혔다. 그리고 성매매·불법 오락실·게임업소 단속을 무마해 주겠다, 성폭력 피의자를 석방시켜 주겠다며 수천만원을 받았다. 검사를 접대하며 ‘봐주는 권한’에 기생했던 것이다. 대안은? 민주당은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을 말한다.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나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과 같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할 특별사정기구를 두자는 것이다. 그래야 ‘성스러운 검사’도 수사해 스폰서를 끊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野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제안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정신청 대상사건을 고발사건까지 전면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대형비리·부패사건은 시민단체 고발 등으로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검사가 이를 기소하지 않으면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검사의 불기소 결정이 옳았는지 법원이 심사하는 재정신청은 현재 범죄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에서만 가능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박연차회장 로비 스캔들] “성역 없다”… 사법처리 20명 넘을 듯

    [박연차회장 로비 스캔들] “성역 없다”… 사법처리 20명 넘을 듯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수사 범위도 현 정권과 전 정권, 여·야 인사 등 광범위하다. 전방위 수사 신호탄으로, ‘메가톤급’ 폭발력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1일 추부길 전 비서관을 체포한 뒤 “수사범위를 한정시키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개인 비리로 보이고, 퇴임 뒤 이뤄진 ‘실패한 로비’”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등 현 정권으로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정치권이 제기할 전 정권에 대한 표적 수사, 편파 수사 논란을 싹부터 잘라버리기 위한 검찰의 ‘선제공격’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김해 갑 선거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략공천된 뒤 노건평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 5억원을 받은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구속한 이튿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박 회장으로부터 역시 5억원을 불법 수수한 송은복 전 김해시장을 곧바로 구속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추 전 비서관을 체포하는 동시에 옛 여권의 거물급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소환한 것도 현역 의원도 지체없이 사법처리하겠다는 경고의 의미와 함께 균형 맞추기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박연차 회장이 구속기소된)지난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길고 험한 길이지만 무소의 뿔처럼 가겠다.”고 언급한 것처럼 ‘성역 없는 수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이 구속기소된 지난해 12월 말 이후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던 검찰 수사는 지난달 검찰 인사와 함께 특수통 중견검사 8명을 ‘긴급수혈’하면서 이미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4일을 전후로 박 회장의 계좌에서 뭉칫돈을 발견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고, 불과 엿새만에 옛 여·야 인사 2명을 구속하고 1주일만에 추 전 비서관을 체포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수사를 끌어가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지금의 ‘탄력’을 유지하되 4월 임시국회 개회를 기점으로 나눠 그 전에는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는 현역의원, 이후에는 전직 의원과 고위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부산, 경남지역 정치인을 중심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신빙성 있는 소문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현 여권 인사들도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 것으로 예상되며, 최종 사법처리되는 인원은 20명 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혜 장형우기자 wisepen@seoul.co.kr
  • 英항공사 ‘섹시 스튜어디스 광고’ 논란

    英항공사 ‘섹시 스튜어디스 광고’ 논란

    영국 항공사 버진아틀란틱 항공(Virgin Atlantic Airways)의 TV광고 내용이 성적 편견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 항공사는 취항 25주년을 맞아 특별한 TV광고를 제작해 방영했지만 다소 자극적이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내용 때문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문제가 된 광고는 25년 전인 1984년 영국 히스로(Heathrow) 공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첫 비행에 나선 버진아틀란틱 항공 여성 승무원들이 공항에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외모와 붉은 빛 유니폼으로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모은다는 내용이다. 5명의 매력적인 버진아틀란틱 항공사 승무원들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열심히 오락을 하던 남성도 홀리듯 시선을 빼앗긴다. 또 한 남성은 “직업을 바꿔야겠다.”(I need to change my job)라고 말하자 또 다른 남성은 “항공 티켓을 바꿔야겠다.”(I need to change my ticket)고 대답한다. 마지막에 ‘훈남’ 파일럿이 웃으며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아름다운 스튜어디스들이많은 이들의 눈길을 잡는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 ‘25 이얼스 스틸 레드 핫’(25 Years Still Red Hot)이라는 광고 문구를 넣어 유니폼 색깔에 대한 상징과 더불어 섹시하다는 이중적인 내용을 담았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향수를 자극하고 재밌는 내용을 담고 있는 CF”라고 호평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광고 내용이 전반적으로 여성 스튜어디스를 섹시하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해 보기 불쾌했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영국광고협회(The 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는 “항의의 요점은 이 광고가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는 점이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거나 반감을 일으킬 정도의 내용은 아니다.”며 이를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는 뜻을 전했다. 또 “이 광고는 1980년대 사람들이 실제 갖고 있었던 성적 편견을 의도적으로 과장해 재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대다수 시청자들은 진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버진아틀란틱항공은 팝과 록으로 유명한 버진그룹이 지난 1984년 설립해 현재 전세계 30여 곳에 취항하고 있다. 사진=광고 캡처 서울시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PD수첩 800회… ‘녹색 뉴딜’ 해부하다

    PD수첩 800회… ‘녹색 뉴딜’ 해부하다

    국내 ‘PD저널리즘’을 이끌어온 시사교양 프로그램 MBC TV ‘PD수첩’이 20일 방송 800회를 맞는다. 1990년 5월8일 첫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18년7개월 만에 800회를 돌파했다. 그동안 76명의 취재 PD들이 거쳐 갔고, 7명의 MC를 배출했다. 1995년 7월 200회부터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PD수첩’은 지난 2002년 미선이·효순이의 죽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SOFA, 미국 범죄의 면죄부인가’, 친일 청산의 문제를 다룬 ‘친일파 시리즈’ 등을 방송하며 우리 사회 곳곳의 성역을 깨트렸다. 특히 2006년에는 황우석 박사와 관련한 프로그램으로 ‘황우석 신화’의 허구를 파헤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관련 보도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4월 이 프로그램의 보도로 국민적인 촛불 집회가 촉발되기도 했으나, 오역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8월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을 하는 오점을 남겼다. 한편 ‘PD수첩’은 800회를 기념해 2009년 연중기획으로 ‘희망의 조건’ 시리즈를 2~3개월에 1편씩 5편을 내보낼 예정이다. 제작진은 “경제 위기 속에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원칙들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과연 희망의 씨앗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첫번째로 이명박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인 ‘녹색 뉴딜’ 사업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재추진되고 있는 경인 운하의 경제 효과는 타당한 것인지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미국 오바마 정부의 뉴딜 정책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있는 뉴딜의 조건을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임채진 검찰총장 “부정부패 수사 더 강력하게”

    임채진 검찰총장이 2일 부정부패 수사와 공안 수사를 새해 화두로 꼽았다.앞서 법무부도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검찰의 공안 조직 및 기구를 정비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보강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어 신공안 정국 조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임 총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 일류국가 진입을 위해 부정부패 수사가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정의의 수호자’로 불리기 위해서는 본연의 임무인 권력형 비리 척결에 있어서 어떠한 성역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지난해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촛불집회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며 국법 질서 확립을 그 어느 때보다도 거듭 강조했다.그는 특히 “경제 정책과 관련된 노사분규나 불법 집단행동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불법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고,불법필벌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또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며 친북좌익이념을 퍼뜨리고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그린벨트 해제 가속도 붙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일부 풀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성역이었던 그린벨트 해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0일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 그린벨트 해제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 추가 해제에 큰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도심주택공급을 확대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그린벨트 추가 해제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2001년 그린벨트 해제 당시 2020년까지 해제 총량을 정해 두고 이 범위에서만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계획을 세워 점진적으로 풀 수 있도록 했다. 당시 7대 대도시권 그린벨트 해제 총량은 342㎢이고 124㎢가 수도권에 배정됐다. 현재 남은 그린벨트는 7대 대도시권에 120㎢, 수도권에 26㎢다. 수도권에 남은 그린벨트는 동탄2신도시보다 약간 큰 규모다.12만∼13만가구밖에 지을 수 없다. 그린벨트 해제가 도심주택공급 확대 차원이라면 이 정도의 주택 공급만으로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없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풀기로 한 총량 외에 추가 지역 해제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도심 택지가 이미 고갈됐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실제 늘어나는 주택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그린벨트 추가 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대통령이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그린벨트 추가 해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권도엽 1차관은 “서민들의 주거공간은 가급적 도심에서 가까운 데 조성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에서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추가 해제할 계획은 (현재로서는)없다.”고 못박았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섣부른 그린벨트 해제는 큰 반발과 부작용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유선진당은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는 것은 녹색성장정책과 엇갈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미 해제 계획된 총량 외에 추가로 풀기까지는 많은 논란도 예상된다. 류찬희기자chani@seoul.co.kr
  • [데스크시각] 총리보다 힘센 감사원장/ 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

    [데스크시각] 총리보다 힘센 감사원장/ 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중 누가 더 권한이 많을까?’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물러나면서 후임 감사원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뜬금없는 듯하지만 감사원의 사령탑을 누가 맡는가에 따라 감사원의 역할과 위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던져 본 질문이다. 서열로 따지자면 감사원장은 부총리급이다. 총리보다 한 수 아래다. 하지만 총리실과 감사원 역할로서 그들의 역학 관계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좀 다를 수 있다. 감사원장의 파워가 실질적으로 훨씬 셀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93년 2월 당시 대쪽같은 성격의 대법관 출신의 이회창씨를 문민정부 초대 감사원장으로 임명했다. 그의 감사원장 수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12월 총리로 영전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장이던 이씨는 정부 조직들의 비리에 거침없이 ‘칼’을 들이댔다.‘성역은 없다.’며 율곡비리 문제로 전직 대통령까지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국민들은 이런 감사원장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YS를 비롯, 권력 핵심부의 생각은 달랐다. 감사원장의 행보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이씨를 자를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감사원장으로 두자니 더욱 부담이다 보니 결국 이씨를 총리로 발탁하는 방법으로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한 듯싶다.”고 회고했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감사원장보다는 총리가 더 상대하기 쉬운 자리라는 설명이다. 이는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지만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법률에 규정함으로써 함부로 할 수 없는 특수성을 가진 덕분이다. 본래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도록 행정부나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부여하다 보니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 감사원이다. 감사원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각종 권력기관은 물론 행정수반인 대통령도 감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최근 감사원이 혁신도시 재검토 보고서 등과 관련해 ‘코드 감사’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것은 국민들이 감사원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에 코드를 맞추는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권력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감사원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전 전 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감사원장 후보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후임자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첫 감사원장이다. 현재 정치권 기류를 보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쇠고기 협상,FTA 협상 등으로 대립각이 선 여야 대치 정국에서 과연 야당이 순순히 감사원장의 임명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리 만무하다. 5년 전 노무현 정부 출범시 윤성식 초대 감사원장 내정자도 야당의 정치공세로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해 낙마한 적이 있다. 당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하는 바람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야당이 손잡고 반대해 부결됐다. 야당이 반대한 이유는 윤 내정자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였다. 전 전 원장이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것도 부담이다. 적어도 후임자는 업무 능력이나 도덕적 측면에서 전임자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 그보다 못한 사람을 내세우면서 전임자를 물러나게 했다고 야당이 공세를 펴면 여권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 중립적으로 일할 감사원장감을 찾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감사원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라는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가진 인물을 원하지만 실제로는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감사원장 인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 bori@seoul.co.kr
  • “민노 패권·종북주의 혁신”

    대선 패배 이후 내분 사태를 겪던 민주노동당이 지난 12일 중앙위원회에서 심상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가까스로 합의, 내분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비대위는 총선 이후 차기 지도부를 정식으로 선출할 때까지 최고위원회를 대신해 조직개편과 인사권은 물론 비례대표 후보 공천권을 행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심 위원장은 당내 정파 갈등을 촉발시켰던 종북(從北)주의, 패권주의 등 고질적인 쟁점들에 대한 성역 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는 민주노동당의 낡은 요소를 성역 없이 과감하게 혁신해서 거듭나겠다는 대국민 약속의 장”이라고 전제한 뒤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패권주의, 종북주의, 주관주의 등 모든 쟁점과 문제들을 성역 없이 평가하는 과정을 정립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심 위원장은 논란이 거듭됐던 전략공천권에 대해선 “비례대표는 민주노동당의 가치와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무기가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신망 받는 분들로 공정하고 독립적인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장애자, 비정규직, 환경, 생태, 교육, 복지, 평화, 인권 등 각 분야 전문가들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공천을 추진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심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시·도당 위원장들과 논의를 거쳐 이번주 중에 인선을 마칠 예정”이라며 “당이 비대위를 중심으로 혁신과 변화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한국정치의 중심에 민노당이 우뚝 서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인수위 키워드 ‘참여정부 지우기’

    인수위 키워드 ‘참여정부 지우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존 정책 방향을 정면으로 뒤집는 ‘참여정부 지우기’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조직 관리 측면에서 참여정부는 ‘일 잘 하는 정부’를 내세우면서 조직과 인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방향을 급선회, 기능에 따라 관계 부처간 통·폐합에 초점을 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관계 ▲균형발전 ▲기자실 문제 등 세 가지 사안만큼은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바꿔 말하면 이들 사안이 참여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핵심 정책분야이자, 이를 다루는 부처가 핵심 조직인 셈이다. 하지만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한 국정홍보처는 사실상 폐지가 확정된 상태다. 정부혁신과 균형발전을 각각 주도해온 정부혁신지방분권위, 국가균형발전위 등 국정과제위원회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우선적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참여정부 핵심부처, 대부분 통·폐합 대상 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의 주무부처로서 우뚝 선 통일부 역시 새 정부에서는 조직 축소 또는 외교통상부로의 흡수 통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직개편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최소한 외교·안보 부문 ‘1인자’의 자리를 내놔야 할 실정이다. 게다가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참여정부에서 ‘성역’처럼 간주되던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이른바 ‘대입 3불(不)제’도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단순히 조직개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최종적으로 노 대통령이 개정안을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막판 돌발변수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책 180도 전환에 속도전까지… 대변혁 예고 정책 측면에서도 ‘규제’ 위주에서 ‘경쟁’ 중심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인수위에 대한 부처별 업무보고 ‘첫 주자’인 교육부를 통해 일찌감치 감지됐다. 또 경제 부문에서는 재벌의 문어발식 출자로 인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1987년 도입된 이후 대기업 규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는 등 재벌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현 정부가 철저히 유지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에 대한 분리 정책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와 산업은행 등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지부진했던 공기업 민영화 및 통·폐합 문제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역시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우선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나 거래세(취득·등록세)율 인하 등을 통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선(先) 가격안정, 후(後) 규제완화’로 속도 조절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대북 정책의 경우 퍼주기식 지원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상호주의 원칙을 내걸었다. 이는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이 향후 10년 안에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이상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됐던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강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밖에 참여와 대화를 강조한 참여정부와 달리 이명박정부는 정권 출범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한 정책은 조기에 확정·발표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총선 가는 길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총선 가는 길

    11세기 북송(北宋)시대 개혁가 왕안석(王安石)에게는 ‘우활(迂闊)’이라는 인물평이 따라다닌다.‘왕안석, 황하를 거스른 개혁가’의 저자 미우라 쿠니오는 ‘현실과 유리된 낙관적 이상주의자를 꼬집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정적(政敵)과 기득권층의 반대로 사회 전반의 미래지향적 개혁에 실패한 왕안석은 반대파의 ‘이미지 조작’으로 한동안 ‘간신전(奸臣傳)’에 이름이 올랐다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역사의 재평가를 받게 된다. ‘우활’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 관행에 맞서 몇 발짝 앞서 나가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즐겨 인용한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와 맥락이 닿는 말이다. 김구 선생 어록에 나오는 이 구절은 역사의 대의를 위해 여론을 거스를 줄 아는 지도자상(像)을 제시하고 있다. 새 정부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부각되고 있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 갈등은 ‘우활의 리더십’과 ‘실용의 리더십’간 일대 충돌이라 할 만하다. 권력 속성상 노 대통령의 파괴력은 소멸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대운하 등 주요 정책을 둘러싼 신·구 정부의 알력은 4월 총선에서 반(反)한나라당 세력에 ‘깃발’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이가 주목된다. 새해 들어 정치권은 총선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4·9총선’의 일정을 역산하면 각 세력이 생존과 회생을 도모할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다급하다. 통합신당이 총선을 모양새 있게 치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가지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도부 구성과 공천 방식 결정, 당 쇄신 방안 마련 등이다. 하지만 첫 단추인 지도부 구성에서부터 합의추대냐 경선이냐를 두고 삐걱대고 있다. 일부 세력이 당내 지분과 기득권에 연연하고 있어 ‘질서있는 수습’이나 ‘아름다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 구성 방식을 결정할 7일 당 중앙위원회가 갈등과 견해의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에 그친다면 통합신당은 걷잡을 수 없는 분화의 과정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포스 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노선과 비전의 문제는 총선 이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통합신당이 안정된 견제세력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체질과 좋은 후보를 갖추는 정치적 액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는 이번 총선 과정이 정치력을 검증받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선에서 사재(私財)와 빚을 포함,90억여원을 소진한 문 대표는 총선 자금난에, 대선 후보 단일화 거부에 따른 세력과 인물의 이탈까지 겹쳐 명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주 일부 측근과 회생 방안을 논의한 문 대표가 이번 주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살아남기 경쟁은 한나라당에도 예외가 아니다. 친이(親李·친 이명박)쪽인 이방호 당 사무총장의 ‘공천 40% 물갈이’발언은 공천시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친박(親朴·친 박근혜)쪽의 생존 본능을 한껏 달궈 놓았다. 박 전 대표가 국익을 이유로 이 당선인의 중국 특사 제의를 받아들이긴 했지만,‘원칙은 원칙, 갈등은 갈등’이라는 박 전 대표의 메시지는 친박쪽의 거센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처절한 생존 경쟁으로 정치권이 또 다시 빠져들고 있다. ckpark@seoul.co.kr
  • 靑 “공수처법 처리안되면 특검법 거부”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정치권이 검토하는 삼성 비자금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조정하지 않고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삼성 비자금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삼성 비자금 특검법과 공수처법을 연계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송된 법안에 한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의 거부권을, 입법부에서 절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다른 법안과 연계해 포괄적·추상적으로 행사하려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04년 11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 정치권의 이견으로 표류해 온 공수처법이 민감한 대선 정국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가 삼성 비자금 특검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그 배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국회는 검찰 수사의 보충성과 수사 대상의 특정성이라는 본래의 원칙에 맞도록 특검법 내용을 다시 검토해야 하고, 아울러 공수처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거나 이를 보장하는 구속력 있는 정치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둘 중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으면 삼성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특검 때마다 벌어지는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정치논쟁을 줄이고, 공직의 부패와 권력의 비리를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BBK 공방 재연… 한나라 퇴장

    ‘이명박 국감’ 논란의 진원지인 국회 정무위원회가 23일에도 파행했다.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증인채택을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지루한 공방이 재연됐다. 막상 국감이 본격 시작되자 한나라당은 일제히 퇴장하면서 ‘반쪽 국감’에 그쳤다. 오전 10시쯤 박병석 정무위원장이 ‘국감 개시’를 선언하자마자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앞다퉈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말싸움을 벌였다. 핑퐁 입씨름만 1시간 20분 넘게 진행됐다. 논란은 여전히 ‘BBK 증인채택’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통합신당 간사인 박상돈 의원은 “지난 11일의 증인 채택은 민주주의 절차, 정당성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궁색한 논리로 신성한 국감장을 어지럽혀선 안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도 “한나라당이 문제 삼는 증인은 오로지 (BBK 전 대표)김경준씨다. 영웅본색이 아니라 한나라당 ‘증인본색’은 김경준”이라면서 “여기서 큰 소리를 치면서 뒤로는 못 오게 하느냐.”며 일각에서 제기한 ‘김씨 귀국 저지설’을 거론했다. 김재홍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나오면 우리 후보도 나온다. 성역 없는 국감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의 반격도 거셌다. 김양수 의원은 “김경준씨는 여권 위조를 밥먹듯하고, 사문서 위조는 떡 먹듯한 사람”이라면서 “그런 김씨가 3년 내내 (한국에)안 오려고 하다가 왜 갑자기 자기 손으로 들어오려는 것인가…정치권이 이걸 가지고 대선에 악용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진수희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업 병역비리, 윤여준 20만달러 수수설, 이회창 후보 부인 10억원 수수설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을 가능케 했고 이는 허위로 드러났다.”면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BBK 의혹의 내용이 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공작과 선동”이라고 꼬집었다. 원색적인 비난도 넘쳤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참여정부 5년의 실정에 대한 평가는 실종되고 1등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로 오염되고 ‘똥칠’되고 있다.”고 말했다가 통합신당 채일병 의원으로부터 “차 의원의 ‘X칠 발언’은 품위가 너무 떨어진다. 속기록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채 의원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리를 자꾸 ‘구 열린당’이나 ‘신당’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정식 약칭인 대통합신당으로 불러 달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한당’이라고 부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차떼기한 당’,‘부패한 당’이라고 오해받을 것”이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지루한 말싸움 끝에 잠시 정회했다 속개된 정무위 국감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했다. 이제 전선은 이틀 뒤인 25일 금융감독위원회 국감 때 다시 형성될 전망이다. 금감위 국감은 BBK 사건과 관련해 통합신당이 ‘책임소재’를 캐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는 상태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열린세상] 언론,법조 그리고 종교/김형태 변호사

    [열린세상] 언론,법조 그리고 종교/김형태 변호사

    요즈음은 조용하다. 연초만 해도 저잣거리 술집이며 북한산 계곡 같은 데서도 사람들이 모이면 그저 대통령을 안주감으로 올렸다. 마치 그러지 않으면 시류에 뒤처지기나 하는 듯이 경쟁적으로 그랬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을 하나 꼽으라면 권위주의 해체를 들겠다. 아니 권위주의를 넘어서서 권위 그 자체까지 도마에 올려 놓았다. 돌아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 저돌성으로 하나회를 해체하여 정치군인들을 몰아내고 금융실명제를 통해 우리사회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는 초석을 놓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으로 민족통일의 첫 단추를 확실히 꿰고 후임자 누구도 쉽게 되돌려 놓을 수 없게 했다. 노 대통령의 권위주의 해체는 인터넷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모든 부문의 목소리를 키워 주었다. 다음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권위주의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대통령의 권위까지 도마에 올릴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성역이 남아 있다. 언론, 법조, 그리고 종교다. 언론은 남들을 비판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자유’‘알 권리’ 등을 내세워 가며 잘 용납하지 않는다. 취재 선진화방안을 둘러싼 논란만 해도 그렇다. 이 기회에 아예 취재를 회피하려고 하는 일부 행정부처는 물론 문제다. 하지만 ‘기자단’을 통해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거나 소속 언론사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심지어는 공무원들과 서로 주고 받는 관계를 형성한 잘못된 관행은 어쩔 것인가. 문제를 찾아 현장을 발로 뛰기보다는 부처에서 주는 정보에 안주한 적은 없을까. 법조에도 비판을 막아 주는 ‘사법권 독립’이란 방패가 있다. 검찰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상당부분 독립했다. 하지만 검찰 그 자신의 권력을 통제할 제도나 집단은 아직 없어 보인다. 요즈음 들어 법원이 구속영장 심사나 판결을 통해 조금씩 검찰과 각을 세워 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철저한 성문법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에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존재한다? 행정수도 이전 정책의 적정 여부를 떠나서 이런 비법률적 결론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아무런 견제없이 대통령의 진퇴여부나 종부세제 등 우리사회의 근간이 되는 중요사항들을 결정한다. 법원·검찰·헌법재판소에 대해 국민이 통제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종교는 문자 그대로 성역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53%가 종교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교리가 너무 독선적이다. 자신만이 절대로 옳다며 아프간까지 선교하러 가는 세계 제2위의 선교국이 되었다. 모든 종교의 알짬은 결국 사랑·자비일 터다. 그런데 자기 종교가 아니면 구원이 없다는 주장은 제 울타리부터 헐어야 하는 ‘사랑’에 정반대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선언을 곱씹어 볼 일이다.‘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과 행동양식뿐 아니라 그들의 규율과 교리도 거짓 없는 존경으로 살펴 본다. 그것이 비록 교회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해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를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 한편 우리나라 절·교회·성당이 가진 재산이 얼마인지, 어떻게 쓰이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 종교의 우두머리들도 잘 모르지 싶다. 종교도 사회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종교법인법 제정 등을 통해서 사회로부터 최소한의 감시·감독을 받는 것이 맞다. 이를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한다면 종교는 그 스스로의 모순에 의해 어느 날엔가 무너지고 말 게다. 언론과 법조, 그리고 종교 영역에 대한 국민적 통제와 비판은 우리가 꼭 넘어야 할 다음 산이다. 김형태 변호사
  • [남북열차 56년만에 달렸다] 北열차 본 80代 “추억속 기차 꿈만 같다”

    ●‘김일성수령 오르셨던 차’ 현판 이날 오전 동해선 시험운행을 앞두고 금강산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북측 기관사 노근찬씨는 열차 시험운행 소감을 묻는 남측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도 손사래까지 치며 질문을 피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열차 탑승 직전 우리측의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역사적인 순간인데 소감이 어떠냐.”는 물음을 받고서야 “조국 분단 역사에서 잊지 못할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씨가 운전하는 열차는 낮 12시21분 군사분계선을 통과,9분 뒤인 12시30분 남측 제진역에 도착했다. 북측 열차는 내연 기관차 1량과 발전차 1량, 객차 4량 등 모두 6량으로 ‘위대한 김일성 수령동지께서 몸소 오르셨던 차’라는 붉은 현판이 기관차 측면에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열차에서 내린 북측 탑승객들은 기자들을 향해 “반갑습니다.”“감사합니다.”라며 짧은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오찬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객차 문을 열고 나선 열차원 김혜련(28)·이혜경(28)씨는 “한민족의 핏줄은 속일 수 없다.”면서 “6·15 북남선언이 잘 지켜져 통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김용삼 북측 철도상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날씨가 참 좋다. 통일의 좋은 징조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열차내부는 노란색과 회색 의자가 단정했고 테이블마다 과일과 북한산 생수, 사이다, 콜라병이 놓여 있어 짧은 시간 남북 탑승객들끼리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하게 했다.한편 열차에 탑승한 명계남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로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원칙과 상식 대표 직함으로 이날 동해선 행사에 참석한 명씨는 기자들이 ‘탑승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바다이야기 대표로 온 사람이다, 나는 바다이야기 이후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오후 3시 기적 울리며 북으로 아침부터 환영행사에 참석한 고성군 간성읍 상리마을 주민들은 반세기 만에 북한 열차를 둘러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생 고성에서 살았다는 유순덕(80)할머니는 “6·25전쟁 이전에는 북한 열차를 타고 고성·제진역에서 원산을 통해 평양과 서울을 오갔다. 죽기 전에 옛날 타던 기차를 다시 보니 꿈만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북측 일행은 한식에 반주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마친 뒤 이날 오후 3시 타고 온 열차편으로 다시 돌아갔다. ‘고향의 봄’과 ‘반갑습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북측 일행은 기차에 올랐고 고성 명파초등학생들이 한반도기를 흔들자 손을 흔들며 아쉬워했다. 북한 기차는 오후 3시쯤 기적소리를 여러 차례 울리며 미끄러지듯 북으로 움직였고 플랫폼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다음 만남을 기약하듯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북한 언론 짤막하게 보도북한은 17일 반세기 만에 이뤄진 남북 열차운행을 극히 짤막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남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이 17일 동서해선에서 각각 있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시험운행이 금강산청년역에서 남측 제진역까지, 남측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진행되었다.”면서 “여기에는 우리 측에서 철도상 김용삼, 내각책임참사 권호웅을 비롯한 관계부문 일꾼(간부)들이, 남측에서 건설교통부 장관 이용섭, 통일부 장관 이재정 등 관계자들이 참가하였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그러나 열차 시험운행의 역사적 의미나 평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측이 축제 분위기를 띄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경의선 동해선 공동취재단파주 한만교·고성 조한종·문산 한상우 정서린기자 mghann@seoul.co.kr
  • [사고] 반론보도문

    국세청은 본지 2월27일자 24면 ‘정치목적 조사 vs 언론권력 남용’ 제하의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데 대해 ‘언론사도 영리기업인 이상 일반기업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성역없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고, 현재 진행 중인 언론사 세무조사도 이에 따른 법집행으로 정치적 목적과는 전혀 무관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고 있어 불필요한 논란이나 근거 없는 의혹제기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밝혀왔습니다.
  •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안 반드시 관철해야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공무원연금 개혁 시안을 내놓았다. 공무원연금 수령자는 기득권을 인정하되, 현직은 국민연금 개혁안과 마찬가지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꿔 나간다는 복안이다. 신규 임용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조정된다. 이러한 구조로 개편되면 국민연금에 비해 과도한 혜택이 주어지면서 논란이 됐던 재정 부담은 2012년 기준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는 노후 빈부갈등을 해소하려면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사학 등 특수직연금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안은 국민의 기대치에 비해 미흡한 것이 사실이나 그동안 성역처럼 간주됐던 공무원연금에 메스가 가해졌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시안을 바탕으로 공무원관련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넘긴다는 계획이지만 공무원노조 등에서는 벌써 극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정안 마련 때도 드러났듯이 자신의 노후 밥그릇이 줄어든다는데 누구든 흔쾌히 응할 리 없다. 하지만 연금 개혁은 현세대가 누리는 과도한 혜택의 부담을 떠맡아야 하는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현 세대가 이기주의에 매달린다면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세대간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고통스럽더라도 미래 세대와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금 당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더구나 공무원들은 이미 민간부문에 못지않은 임금과 복리후생 외에도 고용안정이라는 특혜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잖아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로 되돌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공무원연금이 반드시 함께 개혁돼야 한다.
  • “同性교사 한테 배울때 성적 높다”

    “同性교사 한테 배울때 성적 높다”

    남학생은 남자 교사에게서, 여학생은 여자 교사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발표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워스모어 대학 부교수이자 스탠퍼드 대학 교환교수인 토머스 디는 미 교육부가 1988년 2만 5000여명의 8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를 심층 분석, 같은 성별의 교사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성적이 나아졌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분석 결과는 후버 연구소의 계간 학술지 ‘에듀케이션 넥스트’에 28일 게재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디 박사는 심지어 이성 교사가 가르치면 학생의 학습 발달을 해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시험 성적과 교사 및 학생들이 스스로 보고한 느낌들을 조사한 결과, 과학·영어·사회 과목에서 남교사 대신 여교사가 가르치면 소녀들의 성적이 올라갔고 소년들의 성적은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이와 달리 남교사가 이 수업들을 지도했을 때 소년들의 성적이 더 나아졌고 소녀들의 성적은 더 나빠졌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남교사의 비율이 40년만에 가장 낮은 시기에 나왔는데, 미 공립학교 교사 가운데 약 80%가 여교사들이다. 디 박사는 여러 가지 요인을 배제한 분석이라는 점을 전제한 뒤, 교사의 성별이 학습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여교사가 가르치면 남학생들은 불만이 더 많은 것 같았고, 여학생들이 부주의하거나 무질서하다고 간주될 가능성은 더 적었다. 남교사 수업 때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유용하지 않다고 말할 가능성이 더 많았고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질문할 가능성도 더 적었다고 디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국립여성법률센터(NWLC)의 마르시아 그린버거 공동의장은 “소년과 소녀 모두 남녀 교사로부터 성역할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며 성급한 일반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해방전후사 재인식’ 이념논쟁 가열

    지난 9일 발매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도서출판 책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한국 현대사를 표방한 ‘재인식’은 한국 현대사의 주류적 역사해석을 제공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1979년 제1권 출간)을 좌파적 시각에서 씌어진 책으로 공격하고, 여기에 일부 보수언론이 가세하면서 이념논쟁화할 조짐이다. 이처럼 화제가 되면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만 2권짜리(총가격 6만 1000원)인 ‘재인식’이 100여권 팔리고 출판사측이 추가 인쇄에 들어가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책 출간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들은 ‘인식’을 진보와 좌파적 역사관을 대변하는 책으로 간주하는 한편,‘재인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뉴라이트 혹은 보수우파적인 학계의 집단 산물로 규정한다. ‘재인식’ 필자들은 이번 공동연구 성과물이 ‘보수우파’로 비쳐지는 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재인식’ 편집대표인 서울대 박지향 교수(서양사학과)는 “우리가 ‘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드러난 역사해석을 우려하는 이유는 그것이 ‘좌파적’이기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그렇다고 ‘재인식’이 우파적 역사해석이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또다른 필자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나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처럼 뉴라이트 운동과 연관 있는 사람들이 필자로 참여하긴 했지만 그들의 한국 현대사 해석이 반드시 ‘뉴라이트’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입장과 달리 ‘재인식’에 실린 논문의 상당수는 ‘보수우파’적 시각이 짙은 것이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와 친일파 문제,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이 대표적인 예다.‘인식’의 필진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친일파의 대명사격인 춘원 이광수를 ‘친일 내셔널리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좌파계열 민족주의자로 간주되는 작가 이태준을 일본제국주의자적 성향을 지닌 인물로 규정하는 것을 어떻게 학문적 성과라고 내세울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이번 ‘재인식’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성역’처럼 군림해온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 ‘탈(脫)민족주의’를 주창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계나 언론이 ‘재인식’이 표명한 탈민족주의 화두는 접어둔 채 소모적인 이념 공방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점은 우려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왕위계승’ 말많은 日왕실

    ‘왕위계승’ 말많은 日왕실

    일본 사회가 왕실 문제로 법석이다. 왕위 계승 문제에다 왕세자비에 대한 왕실내 따돌림 분위기와 잇단 ‘돌출행동’. 거기에 옛 왕족의 복권문제와 ‘천황제 존폐’주장까지 겹쳐 시끄럽기 그지없다. 아키히토 일왕의 둘째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이후 40년간 일본 왕실에 남아 출산이 없는 것이 ‘소동’의 근본 원인이다. 왕위계승방안을 규정한 왕실 전범의 개정을 둘러싼 공방이 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왕세자의 힘겨운 결혼생활’이 입방아에 오르는 등 ‘왕실 소동’은 세간의 관심 속에 갈수록 복잡하게 엉켜들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인은 남성 왕을 원한다. 그렇지만 핵가족 시대에 안정적으로 왕위를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계왕(여왕의 자녀 출신 왕) 인정 문제로 왕실 전범 개정 공방이 일고 있다.” 54년째 일본 왕실을 취재하고 있는 ‘왕실 저널리스트’ 가와하라 도시아키(85)는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왕실 소동’ 배경을 설명했다.(가와하라는 인터뷰에서 줄곧 왕은 천황 폐하, 왕세자는 황태자, 왕실은 황실이라고 불렀다.) ▶‘왕실 소동’의 해결 방안은. -둘째 아들 아키시노노미야의 부인인 기코 빈이 아들을 낳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기코 빈이 임신한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몇달 안에 판명된다. 옛 왕족을 부활시킨 뒤 나루히토 왕세자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그들 중 한 명과 결혼, 아들을 낳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리노미야 전 공주가 아들을 낳아도 전범 개정이 쉬워진다. 개정을 늦추는 게 자연스럽다. ▶왕세자와 세자비 이혼설은. -그런 정도는 아니다. 이혼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마사코 비가 아이코 공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도 변수다. 전례가 없는데도 외국 순방때 아이코 공주를 데려가려고 했을 정도였다. 왕족의 이혼 사례는 19세기말 단 한 번 있었는데 와병이 이유였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이혼하고 새 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주장도 물론 있다. ▶왕세자의 마사코 비에 대한 사랑은. -오랫동안 애정이 각별했지만 최근 마사코 비가 왕실 신년 노래회에 몸이 아프다고 참석하지 않은 뒤 왕궁에서 승마를 하는 등 도리에 어긋난 행동이 이어지면서…. 세자는 이 결혼이 힘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처지가 어려울 것 같은데…. -술을 잘 마신다. 위스키, 포도주, 맥주, 청주도 마신다. 미치코 왕비도 술을 좋아한다. 왕비가 “세자는 나의 술 선생”이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왕은 술이나 담배를 전혀 안한다. 아키시노노미야는 술은 하지만 담배는 안한다. 한 왕족은 술을 많이 마셔 3차례 입원했었다. ▶마사코 비는 진짜 와병 중인가. -마음의 병이다. 그래서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주기가 있다. 의도적으로 아픈 척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울증은 정말이다. ▶마사코 비가 왕실에서 ‘이지메’를 당하나. -이지메는 아니지만 이지메보다는 약간 기피를 당하는 분위기다. ▶왕세자 일가는 고전하고,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일가는 부상하고 있다는데. -그대로다. 마사코 세자비의 행동 등으로 왕이나 미치코 비와의 사이가 서먹하다. 그러나 기코빈은 매우 온화하고, 붙임성도 좋아 평판이 아주 좋다. 일본인들의 마사코 비에 대한 시각도 지난해보다 나빠지고 있다. ▶‘천황제’의 위기란 지적은. -지금 그 정도는 아니다. 왕은 국민의 상징이다.80% 이상의 국민이 천황제가 좋다고 한다. 왕족의 생활이 매우 건전하다. 적어도 수십년은 위기가 없을 것이다. ▶왕실에서 여성의 지위는. -차별은 남아 있지만 거의 사라지고 있다. ▶아이코 공주가 왕세자에게 파파라고 하던데, 왕실 용어는 안 써도 되나. -아버지를 지칭하는 오모사마라는 왕실 용어가 있지만 파파라 부른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그래서 우익들이 비판한다. ▶소동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 한해동안은 소동이 계속될 것이다. 왕위 계승을 규정한 전범 개정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왕과 세자가 건강하기 때문에 최소 20∼30년은 큰 문제가 없다. ▶궁내청의 전범 개정에 대한 입장은. -개입하지 않는다. 총리가 왕의 의도를 이심전심으로 파악,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반대가 많은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3월 개정을 추진했던 것에 대해 ‘일왕의 뜻’이란 설이 있다. -왕의 뜻에 따라 밀어붙이는 것처럼 하면 국민들이 “왕을 정치에 이용한다.”며 비판한다. 정치권에는 “여계왕은 왕의 뜻”이란 풍문이 돌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상황에서 남성 왕에 매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왕에는 반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여계왕에는 반대가 적지 않다. ▶여왕은 되는데, 여계왕은 안 되는가. -지금까지 125대 일왕 중 여왕은 8명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혼, 미혼, 미망인 등으로 자식이 없어 후계 문제가 없었다. 다음 왕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여왕을 했다. 남계론자들은 여계를 인정하면 만세일계(萬世一系) 이어져온 일본 왕실의 남성 염색체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남성 염색체 XY와 여성 염색체 XX 중, 여계가 될 경우 이어져온 왕실의 남성 염색체 Y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1947년 11개 옛 왕족의 지위 박탈이 있었다. 그들에게 왕족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양자로 입적, 남계를 잇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옛 왕족은 60년간 민간인 생활을 해, 그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 방송과 신문들은 왕실 보도에 신중하다. 금기가 남아 있나. -금기는 아니다. 일간지는 영향력이 커 신중한 것이다. 주간지들은 영향력도 적어 민감한 문제도 거리낌 없이 보도한다. ▶50년간 왕실 취재중 변한 것은. -과거에는 불경죄가 있었다. 패전 후 사라졌다.‘천황’은 신적인 지위였다. 그러나 1946년 인간 선언과 함께 바뀌었다. 국가의 원수도 아니고, 상징적 지위만을 갖게 됐다. 취재 관행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왕실 취재단은 어떻게 구성됐나. -궁내청 안에 전국지와 지역지, 방송, 통신사 등으로 기자 클럽이 있다. 프리랜서·외신기자 등은 기자단에 못낀다. 예전엔 20∼30년씩 출입한 기자가 있었지만 요즘은 순환이 빨라졌다. ▶궁내청 출입기자에게도 제한되는 것이 많은가. -왕궁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고 단체로 움직인다. 취재기자가 직접 왕을 보거나 개인적으로 인터뷰할 수도 없다. 연간 1∼3회 단체로 인터뷰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범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기코 빈의 임신으로 가을이나 내년 정도로 미뤄지지 않겠는가. ▶왕실 저널리스트는 어떻게 취재하나. -옛 왕족, 현 왕족의 주변, 남작·백작 등 옛 귀족의 주변을 취재한다. taein@seoul.co.kr ■ 왕실 저널리스트 가와하라 1921년 홋카이도 출신으로 메이지대학 중퇴 뒤 1952년부터 프리랜서로 전인미답의 일본 왕실을 취재한 ‘왕실저널리스트’ 1호. 다쿠쇼쿠대학 객원교수를 지냈다.1984년 당시 영국유학중이던 현 나루히토 왕세자와 2시간 단독 인터뷰를 하는 등 많은 특종을 건져낸 왕실 취재의 산증인이다.‘마사코비’‘마사코황후’‘마사코사마와 황족들’ 등 3권의 저서가 140만부 이상 팔리는 등 20권 이상의 저서가 있다. ■ 왕위계승 쟁점은 무엇 |도쿄 이춘규특파원|현행 왕실 전범은 ‘왕위 계승 자격은 왕통에 속하는 남자계 남자의 왕족으로 한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여왕·여계왕을 인정해 남녀를 불문하고 장자의 왕위 승계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임신 6주째인 것으로 7일 알려진 일왕의 둘째 며느리 기코 빈이 가을에 아들을 출산한다고 해도 남자 왕손은 한명뿐이고 공주 셋을 포함해도 왕손은 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자 왕손이 보태지더라도 승계를 둘러싼 불안감은 완전히 씻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여계왕을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전범 개정은 필연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다만 어떤 내용으로 어떤 시기에 개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뿐이라는 견해다. 일본 국민의 63%도 여계왕 허용에 찬성한다고 6일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기코 빈이 아들을 낳으면 각각 1,2순위의 왕세자와 아키시노노미야는 변함 없지만, 그의 아들이 3위가 된다. 하지만 여계왕, 장자 우선으로 전범을 개정하면 승계 순위가 크게 달라져 왕세자를 이어 아이코 공주가 2위, 아키시노노미야가 3위, 마코 4위, 가코 5위, 기코 빈의 세번째 자녀가 성별에 관계없이 6위가 된다. 왕실 소동이 빚어지게 되는 원인이다. 아울러 마사코 비가 왕실 생활의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을 이유로 생일 잔치나 신년 노래회 등에 자주 빠지면서 왕실을 둘러싼 입방아 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 여왕·여계왕을 인정하면 궁극적으로 ‘천황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보수파는 좌불안석이다. 왕실의 성역과 금기가 하나씩 무너지면 근본적인 변화가 일 수밖에 없고, 결국 ‘천황제 무용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래서 명확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남계왕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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