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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위야 물렀거라 이웃사랑 납신다

    추위가 닥치기 전에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주민들의 사랑이 물결치고 있다. 공무원들도 딱한 처지의 동료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으뜸 사업으로 삼은 서울 중구는 20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에 ‘LP가스 무료공급 자매결연 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후원자를 물색중이다. LP가스판매협동조합의 협조를 받아 106가구에 대해 취사용 가스를 연중 공급하고, 난방용의 경우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매월 20㎏짜리 1개씩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다. 차상위계층(생활이 극히 어려우면서도 법적 규정에 막혀 사회보장 등 혜택을 못받는 가구) 등 다른 불우이웃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이들이 지속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기 연료사용 현황을 조사하는 한편 대상자의 전·출입 및 연료사용 변경(신규 LP가스 사용, 또는 도시가스 사용) 때 자매결연 대상자에게 곧장 통보해 어려움이 없도록 배려해줄 방침이다. 서울시내 각 자치구 교통과 주차단속 직원들은 강동구 주차단속 담당으로 일하다 병상에 누운 동료 강미숙(37·여)씨 돕기에 ‘십시일반’ 거들고 있다. 강씨가 업무중 쓰러진 것은 지난 7월 말.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뇌경색 등의 진단을 받고 대수술에 들어갔으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8월 말 1.7㎏짜리 미숙아를 분만, 인큐베이터로 옮긴 상태. 강동구 교통관리과 최중무 과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나서 399만원을 모은 것을 시작으로 마포구 등 시내 13개 자치구 주차단속 직원 등이 900여만원을 전달했으나 병원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신동우 강동구청장은 “성실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직원이 날벼락같은 난치병으로 앓아 누워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청주시 ‘개 파문’ 형사고발 검토

    충북 청주시가 동절기 근무시간을 늘리는 조례 개정 움직임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대수 시장을 ‘개’에 비유한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 청주시지부 관련자들을 중징계키로 방침을 세운 데 이어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18일 “일부 전공노 간부들이 시장을 개에 비유한 사진을 시 전자문서시스템에 올리고 공공장소에서 청주시장이라고 적힌 천을 두른 개를 끌고 다닌 것은 명백히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중징계(해임, 파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 외에 다른 간부들이 ‘개 파문’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들도 함께 징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또 이들이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청주시장이라고 적힌 천을 두른 개 사진을 올린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를 면밀히 따져 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청주시청 사무관 모임인 ‘청주시 실·과·소·동장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법외단체인 일부 노조 간부들의 행위와 관련해 시정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간부공무원 입장에서 깊이 반성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또 “공무원으로서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으로 공직 분위기를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공무원들에 대한 복무 및 업무 감독을 철처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주 연합
  • 김영남 “北 핵관련 대화 계속할 것”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흘 동안의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공식 방문하고 있는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8일 핵 문제와 관련, 북한은 대화를 더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방문 첫날인 이날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북한측은 대화를 통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우 위원장이 “6자회담 과정이 현재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으나 참가국 모두 성실과 인내, 유연성을 보여준다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협상 지속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거부했으나 관영 중국일보는 “6자회담을 재정비하려는 노력이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춘(中關春)을 방문,283개 첨단기술 회사의 창업을 지원한 중관춘 국제창업보육사를 시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방문 이틀째인 19일 베이징 근교 모범 농촌마을인 팡산(房山)구 한춘허(韓村河)를 방문한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oilman@
  •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원인] “학력차 반영 당연” vs “은밀한 기준 말썽”

    [고교등급제 어떻게 풀 것인가-원인] “학력차 반영 당연” vs “은밀한 기준 말썽”

    ■ 대학 나름대로 입시제도 문제 보완 -류호두 교총 정책연구소장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파문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제 이 문제는 교육문제를 떠나 사회 계층간, 집단간, 지역간의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는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고교등급제’란 용어는 엄밀히 말해 전국의 모든 고교를 학력차에 따라 등급화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등급제’라는 말보다는 고교간 ‘학력차’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고교 등급제든, 고교간 학력차든 간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대학이 수시모집 학생선발 과정에서 왜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나 연유는 꼭 짚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첫째 고교평준화가 가져온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과열 입시경쟁의 사회적 병폐 등을 해결하고자 도입한 고교평준화는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평준화지역의 대도시 집중 등 학군간·학교간·지역간의 교육여건의 격차로 인한 고교간의 학력차가 발생하고, 교육의 수월성 저하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전교생의 90% 이상이 수능 상위 10% 안에 드는 학교가 전국에 15개교가 있는가 하면, 단 한 명도 10%안에 들지 못하는 학교도 800개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이처럼 엄연히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교간의 학력차를 도외시한 채 획일적인 방식으로만 학생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고교등급제는 대학이 나름대로 학교간의 엄연한 학력차를 반영하는 하나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둘째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따른 문제점이다. 현재 입시에 반영되고 있는 학생부에는 절대평가인 평어(수우미양가)와 상대평가인 석차백분율(석차/재적수)이 함께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대학들이 대학입시 사정에서 평어인 절대 평가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자, 고교에서는 자기 출신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한 평가를 받게 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교등급제는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방편으로 평어 절대평가를 중시하는 대학 행태 그리고 이에 편승하여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성적 부풀리기’를 하는 고등학교의 학력평가 시스템이 동시에 빚어낸 합작품이다. 여기에 학부모들까지 입시에서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고교가 성적 부풀리기를 하도록 가세한 것도 한 요인이다. 셋째 고교등급제가 이러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상당 부분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일관성 없는 무책임한 행정에 기인한다. 교육부는 지난 2002년도 입시에서 평어 상대평가가 학생들간의 과열 경쟁을 조장한다면서 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성적 부풀리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 고교가 내신 부풀리기를 하고 대학이 고교간 학력격차를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교육부만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직무유기로밖에 볼 수 없다. 또 알면서도 문제를 시정하려 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다. 넷째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개발하여 입시를 치르지 않고 단순한 학교간의 학력 격차를 반영하는 손쉬운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안이한 자세도 한 몫을 했다. 다섯째 고교등급제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특정 교원 또는 학부모 관련 단체의 편향된 교육이념에도 원인이 있다. 교육에서의 평등이란 교육에의 접근기회와 교육의 과정에서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신분 및 경제적 지위에 의한 차별 금지로서 교육운영의 기본 원리이다. 그러나 교육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능력에 따른 상대적 평등이다. 교육운영에서 평등성도 중요하지만 수월성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수월성은 교육선택권 보장과 경쟁력 제고, 교육의 다양성과 질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가치이다. 따라서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은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추구되어야 할 덕목으로서 어느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같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고교등급제 문제와 대학입시제도가 이러한 방향으로 시급히 해결되고 개선되길 바란다. ■ 지역·학부모의 사회적 위상도 반영-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대학이 확인되었다. 이 대학들 모두 ‘고교등급제’라는 용어를 극력 부인했다. 하지만 수시 1차 합격자 선발 과정에서 각 대학 나름으로 산출한 ‘고등학교간 학력차’를 ‘지원자 개인간 학력차’로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시켰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정되었다. 문제된 대학의 이런 전형 방식이 격렬한 항의에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원자 ‘자신’의 개인 학력을 놓고 평가해야 할 전형 과정에서 지원자 출신학교의 평균 학력이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학교간 격차를 포함한 판정에서도 그 학교가 소재한 ‘지역’,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자 ‘부모’의 각종 사회적 상태를 고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점만 놓고 보면 문제가 된 세 대학은 교육평가의 기법과 윤리 측면에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범주 착각을 일으켰다. 게다가 이런 요건들은 모집 요강에 공시도 되지 않은 ‘은밀한 기준들’이었다. 그런데 필자 자신도 대학 교육 개선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타 대학의 귀감으로 인정하는 이 대학들이 그 명성과 사회적 신뢰에 걸맞지 않은 이런 부적절한 전형 방식을 택한 이유로 제시하는 것이 ‘내신 부풀리기’다. 내신제도는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교육해온 ‘선생님’이야말로 학생의 잠재적 능력을 가장 성실하게 계발하고 그 성취도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교권의 핵심인 바로 이 교육권과 평가권만 제대로 행사되면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실시해온 수시 1차 모집은 이런 기대와 정반대되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로 넘쳐난다. 한 마디로 말해 내신 부풀리기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각 주체들이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해서 나온 결과이다. 누구보다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 30년 동안 현장 교사들이 가르칠 만한 내용을 적기에 공급하고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교권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강구해 주지 않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아주 허약한 지위에 있는 교사를 가운데 놓고 일류대학 지상주의를 앞세운 학부모, 학교 운영자, 그리고 학생들이 총체적으로 교사를 ‘내신 뻥튀기’로 몰아 세웠다. 수시 모집은 대학의 자율 선발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다양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런데 수시 모집이 대학 정원의 40%를 감당하는 수준에 이르자 학생들을 교육시켜 진정한 실력을 올리기보다 당장 책상 머리에서 할 수 있는 점수 조작으로 학력 기록을 올리는 얄팍한 기법의 개발이 교사들의 주업무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학과를 학력 최우수자만으로 충원하고 싶어하는 문제 대학들의 획일적 평가 방식에 의해 조장되었다. 이렇게 관련 교육 주체들이 모두 자기가 지켜야 할 선을 이탈한 가운데 학부모의 직접 압박, 학교 운영자가 위협하는 인사상의 불이익, 그리고 학생들의 합격에 대한 근시안적 온정주의 등 학교 현장에서 각종 형태로 가해지는 압박에 각기 고립된 교사들이 끝까지 교육자적 전문성과 양심을 고수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상 교권은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짓밟혔다. 그리고 강남 지역에서부터 발원한 이런 압력에 대해 전교조도 근본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 바로 이런 상태에서 공교육 현장에서 ‘내신용 교육’과 ‘수능용 교육’이 분열되고, 교사들이 학생 교육에 투신할 의욕과 위신 모두가 상실되면서, 사교육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교실 붕괴? 당연하지 않은가? 시험 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고 받을 성적을 알아서 헌납하는 선생을 어떤 학생이 존경하겠는가? 그런 선생에게서 더 무엇을 알 것이 있겠는가? 전국 단위의 수능을 배경으로 아직은 알 수 없는 답을 알아 맞히게 하는 학원 선생이 인식능력 면에서 훨씬 찬란한 후광을 업은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제 분명히 투시해야 한다. 본래 의도된 내신 제도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 [씨줄날줄] 스팸의 공격/김경홍 논설위원

    정보는 돈이다.‘시간이 금’이니 하는 인간의 성실성에 입각한 말들은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옛말이 됐다. 남보다 먼저 정보를 선점하고 이용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성실보다는 비밀스럽고 영악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고물시장에서 고교, 대학 등의 동창회 명부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얘기에 놀란 적이 있다. 본인과 관계없는 동창회 명부를 왜 수집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수집이 아니었다. 그 명부에 적힌 주소와 직업, 연락처 등을 이용해 동문인 척하며 물건 등을 팔려는 상술이라고 한다. 이 정도는 애교스러울 수도 있다. 부유층이 많은 특정지역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의 주소록을 사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학원이나 학습지 등 사교육과 관련된 장사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란다. 얄팍한 상혼이 어린 학생들에게 용돈을 주고 친구들의 인적사항을 수집하는 데 이르면 화가 치민다. 그런데 최근 전체인구의 8분의1에 이르는 637만명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에서 무방비로 악용되고 있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제 들켰으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들이 분명하다.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정보유출이 예고돼 있다고 봐도 틀림없을 것이다. 더욱이 개인의 정보를 다루는 통신회사, 보험회사, 인터넷 쇼핑몰 등의 핵심 관계자들이 개인정보를 사고팔았다는 점은 경악할 일이다. 국민들은 이제 몇몇 악덕 정보사냥꾼들로부터 발가벗겨졌다. 보통 직장인은 출근하면 먼저 컴퓨터를 켠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백통에 이르는 스팸메일을 감당하기 힘들다. 개인정보가 이렇게 무차별로 악용된다.90% 이상이 음란, 상품, 사설금융 등의 광고메일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이들의 무차별 공격에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지금 정보통신부, 검찰, 경찰 등에 사이버관련 신고센터가 있고, 신고프로그램도 있지만 스팸메일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단속이나 신고 부분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단속과 처벌을 최대한 강화하고, 신고정신을 드높여 보이지 않는 적들을 공격해야 한다. 발가벗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씨줄날줄] 美 대선 TV토론/이목희 논설위원

    1960년 9월26일 미국 시카고의 CBS방송국 스튜디오. 미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열렸다. 부통령을 지낸 노련한 리처드 닉슨에게 40대 초반의 상원의원 존 F 케네디는 역부족으로 비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자신만만하고 잘생긴 케네디에 비해 닉슨은 지치고 무능력해 보였다. 토론 내용보다 이미지에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감성정치 시대’가 개막됐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다음달 2일 미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3차례의 TV 후보 토론이 어제 마무리됐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토론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언변이 뛰어나다. 그러나 천진난만한 듯하면서 단호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이미지 쪽에 강점이 있다. 부시가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모범생 스타일의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보다 유권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강했기 때문이었다. 인상만을 보면 부시는 케네디, 케리는 닉슨과 닮은꼴이다. 지난달 초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부시는 케리와의 지지율 격차를 5∼10%포인트까지 벌렸다.‘케네디 효과’를 과신한 부시 진영은 이번 TV토론을 계기로 선거를 조기에 결판 짓겠다는 의욕에 불탔다.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미 대선전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박빙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져 투표율이 역대 최고기록(1960년 62.8%)에 육박할 전망이다. 케리 측은 ‘따분함’을 ‘성실성’으로 보충하면서 앞서갔다. 상대 후보 발언을 필기하면서 경청했다. 반면 부시는 1차토론에서 자주 찡그리는 등 수세에 몰렸음을 자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점을 살리지 못한 셈이다.2·3차 토론에서 반격에 나섰으나 만회가 되지 않았다. 이번 미 대선전을 통해 과거 같은 ‘단선적 이미지 정치’에 대한 변화 요구가 나오는 듯하다. 우리가 미 대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선거방식의 흐름 때문이 아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안보지형이 크게 영향받는다.1차 토론 때 부시와 케리 두 후보는 ‘북한핵’이라는 단어를 무려 30회나 사용했다. 북한 문제에 상대적으로 온건하리라던 케리도 부시 못지않게 강경 입장을 보였다. 대선과정에서 제시된 두 후보의 주장을 정밀하게 분석, 국익에 손상이 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피감기관 해도 너무해] (上)의원들 ‘자료와의 전쟁’

    [피감기관 해도 너무해] (上)의원들 ‘자료와의 전쟁’

    중반으로 접어든 17대 첫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자료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피감기관들이 갖가지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하기도 하고, 심지어 엉터리 자료를 제출하기도 해 여야 의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이유도 다양하다.“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언론에 보도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국가기밀이라서….”“내부 검토 자료에 불과하다.” 등등. ●사례 1-“그런 자료 왜 필요한지 이유 대라”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교육부에 대학별 취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그런 자료가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며칠 뒤 유사한 자료가 모 경제신문에 실렸다. 이 의원측이 다시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교육부는 “도대체 그런 자료가 왜 필요한지 이유를 대라.”고 적반하장격으로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은 자료 요청 배경을 밝혀야 할 이유가 없고, 피감기관이 자료제출 거부 사유를 밝혀야 한다. 이 의원측은 할 수 없이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개인비밀 보호차원에서 자료를 절대 못준다.”고 응수했다. 이에 “개인비밀 보호 운운은 정당한 사유가 못된다.”고 따지자 교육부는 “알았다.”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의원의 보좌관이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엔 “통계법 제13조에 의거해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통계청에 확인한 결과,“학생 신체검사자료만 빼면 다른 것은 괜찮다.”는 답변을 들은 뒤 “교육부가 말도 안 되는 법까지 들먹이며 자료를 안 주는 이유는 뭐냐.”고 따진 뒤에야 자료를 넘겨받았다. 그마저 극히 기초적인 통계자료에 그쳐 또다시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사례 2-엉터리 자료에 의원들만 골탕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인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정보보호진흥원(이하 KISA)이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자료가 천차만별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내가 받은 자료와 KISA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자료, 이해봉 의원이 받은 자료가 서로 다르다.”며 ““어떻게 KISA를 믿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사례 3-기초자료도 한달 가까이 질질 끌어 국회 교육위 소속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지역구가 서울 25개구 가운데 대학 진학률이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원인을 찾던 중 지역구민들이 “구로구에 정년 퇴직을 앞둔 교장, 선생님만 보내주기 때문”이라고 불평해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하고 서울교육청에 관련자료를 요구했다. 서울교육청은 하루 이틀 미루면서 한달 가까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이 의원의 보좌관은 “의원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자료인데 왜 보내지 않느냐. 이 의원이 화가 많이 났다.”며 상황을 다소 과장해서 말하자 그제서야 자료를 보내왔다. 그러나 보내온 자료는 진학률 1위인 구와 꼴찌인 구의 변별력을 확인할 수 없는 기초적인 자료에 불과했다. ●대안-“불성실 피감기관 처벌기준 강화해야”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피감기관들이 처벌 강도가 약해서인지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기피하는 피감기관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소영 전광삼 박지연기자 hisam@seoul.co.kr
  • [문화마당] 백조 또는 보바리 부인/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시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노랗게 물들어 가는 은행잎,청량한 햇살,출렁이는 황금 들판.가을은 봄과 여름 동안 땀 흘려 가꾸어 온 삶의 열매를 수확하면서,겨울을 넘어 이듬해 봄에 뿌릴 새로운 씨앗을 잉태하는 때이다.그렇다면 이 계절에 우리가 거둬들일 삶의 열매는 어떤 모양과 색깔을 띠고 있을까. 얼마 전 서울 소재 어느 구청의 백일장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일이 있다.주부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참가를 해 대성황을 이루었다.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백일장에 참가한 주부와 어린 학생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또 고마울 따름이었다.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쓸 글을 골똘히 생각하거나 열심히 원고지에 글을 쓰는 이들을 보면서,문득 우아한 백조의 자태가 떠올랐다. 문학을 최고의 예술로 평가하고 있는 어떤 사상가는 문학을 ‘고독한 백조의 최후의 노래’에 비유하고 있다.모든 새들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 길 잃고 방황할 때,홀로 고독하게 최후까지 어두운 밤하늘을 비상하여 다른 새들이 나아갈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는 백조는 얼마나 숭고한가.문학은 그런 백조와 같은 것이다.위대한 문학작품은 시대의 모순에 맞서 싸우면서 그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그러면서 문학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절대가치로 숭배되는 돈과 무관한 자리에 있다. 이처럼 고귀하지만,가난과 배고픔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문학에 심취하여 백일장에 참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물질적 가치가 지배하는 황폐한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대신 정신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서 좀더 가치 있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일 것이다.이들은 대개 평소 좋은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밝고 진솔한 눈으로 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 왔고,그 과정에서 지난 삶을 반성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해 왔을 것이다.그러기에 이들의 가을 열매는 고고한 백조의 향기로운 숨결로 가득 빛나지 않겠는가. 그런 백조 같은 이들이 있는 반면,보바리의 후예들도 있다.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 나오는 보바리는 프랑스 시골에 사는 처녀인데,삼류소설과 잡지를 통해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키우고,급기야 그 허황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파리의 사교계에 진출했다가 파멸하는 인물이다.이 보바리라는 인물로부터 ‘보바리 부인의 기질(Bovarysme)’이라는 용어가 생겨난다.이 용어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자발적이고 개성적인 측면에서 어떤 것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각종 정보 매체나 타인 등의 주변 환경에 의해 촉발되어 모방 가능한 모든 것,특히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과 관련된 것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려는 성향을 비하하여 표현하는 것이다.오늘날 보바리의 후예들은 어느 탤런트의 머리띠가 유행하면 똑같은 머리띠를 하고,어떤 연속극에 멋있는 가구나 옷이 나오면 그것을 구매하고픈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다.또한 옆집에서 멋있는 차를 사면 그보다 좋은 차를 사야만 직성이 풀린다.심지어 이들은 성형수술로 스타의 얼굴까지 모방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낙엽이 뒹구는 도심의 거리를 걷다 보면 코를 찌르는 향수에 자주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그런 육신의 향기가 아니라 마음의 매혹적인 향기가 그립다.우리 모두가 정신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정직하고 성실한 자세로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이 가을은 백조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황홀한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 ‘부모님 전상서’ 김수현

    ‘부모님 전상서’ 김수현

    집필한 드라마마다 화제를 일으켰고,출연한 배우들도 죄다 스타가 됐다.방송사는 그를 끌어안기 위해,연기자들은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안달이다.바로 방송사 사장도 두렵지 않다는 작가 ‘김수현 파워’다.최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KBS 새 주말연속극 ‘부모님전상서’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작가 김수현(61)은 깐깐하고 날선,고집스러워 보이지만 완벽함이 묻어나는 특유의 독설을 통해 그 ‘파워’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 요즘 드라마 네티즌들이 ‘노망난 할매’라며 달려들지 모르지만,내 정도 나이면 이제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요즘 드라마들은 단 5분을 못 봐.괴물같이 황당한 캐릭터가 많고 삼각·사각·오각 관계가 막 나오는 등 도무지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죠.개연성도 없고 시차조차 안 맞고….시청자들은 굉장히 인심이 좋은 가봐요? # 가족 요즘 드라마에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가족다운 가족의 모습이 어디 있습디까?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을까 궁금해요.드라마 작업이 ‘오락’으로 끝나는 거라면 난 이 작업 안해요.‘이 시대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가 필요할까.’라는 것이 ‘부모님전상서’의 화두죠.있는 그대로의 우리네 ‘가족’의 삶을 그릴거예요. # 김희애 젊었을 때는 생김새는 물론 발음까지 전혀 빈틈 없는 ‘차돌맹이’같았어요.나하고는 안 맞았죠.결혼 후엔 참 잘하더라고요.이번 작품의 주인공 성실 역은 소화해내기 쉽지 않은 인물이지만,그가 적임자라고 봤죠.SBS ‘완전한 사랑’을 포함해 이번이 두번째에요.왜 또 김희애냐고? 다 자기 취향이 있잖아요? 난 언제나 ‘베스트’만 원해요. # 자폐아 극중 주인공이 자폐아예요.예전에 한 팬이 내 홈페이지에 ‘김수현이 장애인에 관심을 갖고 작품으로 다뤄본 적이 있느냐?’며 따진 적이 있었죠.그래서 내가 그분께 “미안하다.기회되면 꼭 해보겠다.’고 말했고,이번에 그 약속을 지키게 된 거예요. # 김수현 드라마 내가 쓴 작품들마다 주연 배우보다는 작가인 내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고요? 인정옥이 쓴 드라마는 인정옥이,노희경이 쓴 드라마는 노희경이 떠오르지 않나요? 나라고 뭐가 다를 게 있죠? # 연기지도 매주 대본 연습에 참가해요.연기가 처지는 연기자들에게는 일일이 연기지도를 해주죠.이 참에 나 그냥 연기학원 차려 버릴까?(웃음)직설적인 말로 호되게 다그치지만 참고 견디면 배울 기회는 많을 겁니다.일부 PD들이 “김수현이 연출까지 다해 할 게 없다.”고들 말하는데,그건 나와 일을 안 해 본 사람들 얘기예요. # 숫자 놀음 요즘 ‘황당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은데….시청자보다 신문이 더 인사불성이에요.IQ·EQ 높은 신문기자들이 왜그래요? 시청자보다 더 미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요.대체 왜 그런거야? 당신들 그렇게 안목이 없어? 멀쩡하게 교육 받았잖아? 왜 숫자만 쫓아다니는 거야? 숫자가 반드시 드라마 질과는 상관없는 거예요.그게 대중문화인 겁니다. # 경쟁작 김정수 작가가 만날 때마다 “선배님 제발 살살 써달라.”고 하더라고요.그런데 ‘한강수 타령’ 첫 회를 보니 정작 본인은 무섭게 써 제끼고 있던데요.(웃음) 16일 첫 전파를 타는 김수현 작가 집필의 ‘부모님전상서’(연출 정을영)는 맏딸을 비롯한 네 남매의 결혼을 소재로 빚어지는 갈등과 삶의 곡절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짚는 작품.김희애 허준호 송재호 김해숙 김보연 등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40년간 그려온 한국인 얼굴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권순철(60)은 40년을 한결같이 얼굴을 그려온 작가다.온갖 풍상에 시달린 노인의 주름진 얼굴,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선량한 이웃들의 순박한 얼굴….그것은 권순철 그림의 영원한 화두다.가끔 얼굴을 소묘의 대상으로 삼는 화가는 있지만 본격적으로 그것을 그리는 화가는 찾기 힘들다.그는 왜 집요하게 얼굴,그 중에서도 유독 한국인의 얼굴에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권순철의 얼굴 그림은 그의 남다른 개인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작가는 한국전쟁에서 아버지와 삼촌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그의 작품에는 그런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1988년 프랑스로 건너간 뒤 정체성 문제를 고민하며 한국인의 원형적 심성을 추구해온 것도 그가 얼굴 그림에 몰두하게 된 배경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권순철-얼굴’전(31일까지)에는 작가의 이같은 고민이 담긴 연작 ‘얼굴’등 40여점이 나와 있다. 권순철은 ‘현장의 작가’다.수십년 동안 병원이나 시장,터미널 등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보통 사람들의 표정을 스케치해 왔다.얼굴 크로키들을 작업실에 세워둔 채 화면이 두툼해질 때까지 유화물감을 덧칠하고 붓질을 거듭해 얼굴을 완성한다.그러니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데 몇 년씩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권순철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그가 구사하는 두터운 마티에르와 무채색에 가까운 색상처리,세부묘사의 생략은 민중의 강인한 표정을 드러내는 데 제격이다.배경도 없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 고통스러운 얼굴.그러나 작가에게 그 얼굴은 시대의 아픔을 묵묵히 견뎌온 불멸의 한국인상이다.한국의 거친 산맥을 연상시키는 그 얼굴에서 작가는 삶의 진지함과 엄숙함을 발견한다.작가는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이야말로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소재”라고 말한다.그는 종종 “역사를 증거하는 작가”라는 얘기를 듣는다.(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증인 어디갔나” 맥빠진 국감

    “증인 어디갔나” 맥빠진 국감

    중반으로 접어든 국정감사가 ‘증인 무더기 불출석 사태’라는 또다른 덫에 걸렸다.12일 금융감독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핵심증인들이 대거 불참한 것이다. 정무위는 당초 ‘카드대란’과 관련,29명의 증인을 채택했었다.그러나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변양호 금융정보분석원장,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등 핵심 증인 7명이 재경위 출석,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이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이날 금감위 감사는 맥빠진 모습을 면치 못했다. 14일 국회 재경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구자열 LG전선 부회장과 김학수 한화회계법인 대표도 이미 불출석 의사를 국회에 통보했고,19일 증인으로 채택된 김승연 한화 회장 역시 미국을 방문 중으로,불참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카드대란’의 원인인 카드사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부실한 금융감독체계 점검 등의 실체 규명이 흐지부지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핵심증인들이 대거 불참하자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던 한나라당은 여당의 ‘빼돌리기’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했다.유승민·나경원·고진화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이 카드대란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증인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도 “증인 불출석이 정부 여당과 연계된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가세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법적 대응은 충분히 동의하지만 이를 정쟁거리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전병헌 의원은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변 원장의 경우 날짜가 겹치는 재경위의 기관 증인이며,진 전 장관은 21일 재경위에서 성실히 증언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정무위에서만 65명의 증인을 신청했고,다른 상임위에도 복수로 출석하게 하는 등 구태를 반복했다.”고 비난했다. 논란 끝에 여야는 일단 불출석 증인들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거나 사법당국에 고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김희선 정무위원장은 “여야 합의로 선정한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은 국민과 국회를 경시하는 행위이며 국회 차원에서 증인들의 불출석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EU “성장 우선… 美 따라잡겠다”

    ‘미국을 따라 잡아라.’ 날로 벌어지는 미국과의 경제 격차를 줄여 2010년에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유럽연합(EU)의 야심찬 청사진 ‘리스본 선언’의 중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유럽 지역 경제가 순조롭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4년 전인 지난 2000년 설정한 목표들이 지나치게 높고 광범위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EU로서는 달갑지 않지만 목표를 경제로 집중하고 회원국가들에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구체적인 국가차원의 실행계획을 내놓을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리스본 선언’에 대한 중간 점검 작업을 주도해온 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는 현재로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미국 경제를 따라잡겠다는 당초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타깃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다음달 5일 열리는 EU정상회담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재계,학계 및 노동계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팀은 오는 14∼15일 회의를 갖고 보고서 내용을 확정한다. EU는 지난 2000년 3월 리스본 정상회담에서 2010년까지 미국 경제를 추월하기 위해 성장률을 연 3%로,고용률은 70%로 각각 높이는 것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내용에 합의했다.그러기 위해 정보기술(IT)산업 등을 집중 육성,일자리 200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장률은 2002년 기준으로 2%,고용률은 64.3%에 각각 그친데다 경기회복 속도가 개선되지 않아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특히 리스본 목표에는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이외에 금융시장 통합과 가스·전기·우편·교통서비스 완전 자유화,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3%,배기가스 감축,생물다양성 확보,복지확대,해양안전 등 사회·환경 목표가 모두 포함됐다. 신문은 특별팀 활동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목표가 너무 많다는 점에 팀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성장률과 고용률 목표만이라도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해 경제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경제성장 못지않게 환경과 복지,건강 등에 미국보다 높은 관심을 가져온 EU로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한걸음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특별팀은 또 미국 경제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권 탈환이라는 EU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원국들의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성장률 및 고용률을 제고하기 위해 어떤 경제개혁 조치들을 취할 것인지를 담은 실행계획을 마련,다른 회원국가들과 합의토록 할 계획이다.EU 정상들간의 합의가 각국에 성실한 이행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사설] 납득 안되는 ‘관제데모’ 문건 해명

    서울시가 지난 4일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수도이전 반대 집회와 관련해 행사참여 안내 문건을 일선 구청에 보낸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열린우리당은 이명박 시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할 기세다.이에 따라 수도이전 반대 집회와 관련,이른바 ‘관제 데모’ 논란을 둘러싼 여야간 정치 공방이 확산될 조짐이다. 경위야 어찌 됐든 이 시장과 신연희 행정국장이 국정감사에서 수도이전 반대 집회 관련 문건이 없다고 답변한 것은 거짓 증언을 한 셈이 됐다.이 시장은 열린우리당 우제항 의원이 관제 데모 의혹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문건을 제시하자 이를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이 아니라면 공문서 위조가 될 수도 있다.”고 역공세까지 폈다.물론 이 시장과 신 국장은 행정과에서 구청에 팩스로 문건을 보낸 것을 몰랐을 수도 있다.그렇더라도 이 시장은 적어도 국감 현장에서는 “진위를 알아보겠다.”라고 답변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옳았다.피감기관의 장(長)으로서 국감이 열리기 이전 관제 데모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점을 간과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서울시 행정과가 시 의회의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고 ‘업무 연락’ 문건을 구청에 보냈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힘들다.수도이전 문제가 민감한 사안임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서울시나 의회가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그 방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그래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여당도 “건수를 올렸다.”거나 “잘 걸렸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될 것이다.서울시가 “수사가 이뤄지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도이전에 대한 여야간 건전한 논의가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CEO 칼럼] 자기계발엔 마침표 없다/서두칠 (주)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이사

    [CEO 칼럼] 자기계발엔 마침표 없다/서두칠 (주)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이사

    주5일 근무제의 확대 시행이 발표됐을 때 당사자격인 직장인들을 제외하고 이를 가장 환영했던 사람들은 아마도 관광·레저 산업,혹은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금요일 저녁부터 고속도로에 정체현상이 나타나고,주말이면 유명 관광지에 도시를 빠져나온 승용차들이 넘친다. ‘휴식이 길면 곰팡이가 슨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닷새 동안 열심히 일해서 지친 심신을 다독일 수 있는 주말 휴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토요일 휴무를 자진 반납하고 출근길에 오르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토요일 오전에 두세 시간씩 각종 외국어 강좌나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개설해 직원들에게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아예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도 있고,오전과 오후에 걸쳐 8시간씩 ‘토요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체도 있다. 그러니까 직장인들이 평일에는 일하러 출근하지만 토요일에는 공부하러 출근한다는 얘기다.‘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휴식 반납’이라는 식의 경직된 부담감만 주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모습이다. 평생학습의 중요성이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그것을 토요일에만 한정할 필요도,그리고 당장 직장 생활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보탬이 되는 어학이나 컴퓨터 혹은 경영관련 지식 같은 실용적인 분야에 국한할 필요도 없다.직무와 상관없는 문학·철학 서적,역사서 등은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한다.또한 직장 생활을 잘할 수 있는 폭넓은 사고와 지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동안 내가 맡았던 회사마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인지 요즘도 노사화합을 주제로 한 강연요청이 간간이 들어온다.그런데 간혹 약속된 강의날짜 직전에 취소통보가 날아오는 수가 있다.분규가 해결됐으니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그들은 나를 쇳소리 나는 분규현장을 일거에 평정할 여의봉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조직원들을 위한 강좌이든 외부인 초청강연이든 목전의 실리에만 목적이 실리면 동기도 흥미도 유발하기 어렵게 된다.또한 이러한 조직이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평소 공부란 많이 듣고,폭넓게 읽고,자주 토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부서원들이 같은 책을 읽고 와서 아침에 30분쯤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 전 자투리 시간을 내어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시도해 봄직하다.내 경험에 의하면 지위고하간,혹은 조직원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토론 대상으로 삼을 책으로 반드시 경영서나 실용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셰익스피어의 희곡이면 어떻고,신세대 여류작가의 연애소설이면 또 어떤가. 책을 벗 삼는 사람에게서는 독단,경솔,아집 같은 조직의 인화를 해치는 덕목을 찾아보기 어렵다.읽고난 뒤(讀後)의 느낌(感)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자녀들에게 다그쳤던 ‘공부하라.’는 말을 스스로를 향해 해야 한다. ‘영웅 숭배론’을 쓴 19세기 영국의 역사가이자 평론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영웅의 자질 5가지를 열거했다.그 중 하나가 성실성이다.성실성은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끊임없이 공부하라는 말을 스스로를 향하게 하고,그 약속을 지켜 나가면 배움이라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두칠 (주)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이사
  • 한국어 강사 지망생 모임 ‘한국어참사랑’

    한국어 강사 지망생 모임 ‘한국어참사랑’

    “우리말에서 ‘굳이’란 단어가 왜 ‘구지’로 소리나는지 혹시 아시나요?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구개음화’가 원래 그런거니까 무작정 외우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우리말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가르칠 때는 신중해야 해요.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한국어참사랑’모임의 황현종(53·자영업) 부회장은 ‘한국어 세계화’의 선결과제로 훌륭한 한국어 선생님을 많이 배출하는 것을 꼽았다.그리고 그것이 ‘한국어참사랑’모임의 목표라고 강조 했다. “영어도 가르치는 선생님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이 천양지차입니다.실력도 실력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도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죠.” ●회원들‘한국어교사’시험 도전 ‘한국어참사랑’모임(cafe.daum.net/koreantruelove)은 지난해 12월31일 만들어져 현재 회원 수가 440여명에 이른다.특히 최근 중국,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일대에서 부는 ‘한류’(韓流)열풍에 힘입어 한국어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국어참사랑’모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순수한 스터디모임인 만큼 처음엔 회원 수를 40명 정도로 제한할 방침이었어요. 회원이 많아봐야 공부하는데 부담만 된다는 생각이었죠.하지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다만 모임에서의 활동 성과와 성실성 등을 평가해 평생회원,특별회원,우수회원,정회원,준회원 등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있어요.” 황 부회장은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20∼30여명은 주로 국·공립대학의 한국어강사들과 국내외에서 한국어 교육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어참사랑’회원들은 대개 국·공립 평생대학원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이나 한국어 세계화재단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자격에 대해서는 아직 국가 공인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두 단체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국가 공인자격 시험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회원들은 평소 온라인 상으로 한국어 교육 관련 자료와 시험에 대한 정보 등을 교환하며,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는 정기 모임을 갖고 직접 만나 세미나를 열고 있다.특히 시험을 3∼4개월 앞둔 시점부터는 ‘시험대비 특별 세미나반’을 꾸려 집중 공부하기도 한다. 지난 9월 4일에 치러진 제6회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에도 서울지역 ‘한국어참사랑’회원 80여명이 도전했다. “평균 70점을 넘어야 합격인데 큰일났어요.아무래도 69점으로 떨어질 것 같거든요(웃음).” 시험을 치른 ‘한국어참사랑’임용관(47·회사원)씨는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몇 달 전부터 회원들 10여명이 모여 시험대비 스터디,세미나를 해 왔는데 문제 적중률이 좀 떨어졌던 것 같다.”며 “새삼 한국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털어놨다.임씨는 이번 시험이 조금 까다로와서 시험을 치른 회원 중 30% 정도 합격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가르쳐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달도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죠.” 모임의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제대로 배워야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 말이 곧 ‘한국어참사랑’의 슬로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씨도 다니던 교회에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실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요즘 말로 ‘원리 학습’이라는 거죠.근본 원리를 알고 있어야 배우는 사람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가 있는 겁니다.그래서 짬을 내서 이 모임에서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저만 바라보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어설프게 가르치면 안되잖아요.” ‘한국어참사랑’모임을 만드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황 부회장도 조만간 자격시험을 볼 계획이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한국어에 대한 ‘전문지식’이 남다르지만 모임을 이끄는 중심인물인 만큼 자신이 먼저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어에 대한 새로운 학설들도 공부해야 하고,실력이 녹슬지 않았는지 끊임없는 검증도 필요한 것 같아요.”그는 작은 기업을 이끌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어참사랑’모임에는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상담들도 황 부회장이 도맡아 답변을 해 주고 있기도 하다. ●“초급 한국어 교육 메카로 키울터” 황 부회장은 최근 회원들의 일본어 능력과 영어 능력을 배양시키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교사가 그 나라 말을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다음 주부터 정기적으로 일본어 스터디가 있어요.최근 KBS드라마 ‘겨울연가’ 때문에 일본에서 한국어 바람이 거셌거든요.이 기회에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어 교사를 대거 양성할 방침입니다.” ‘한국어참사랑’의 인터넷 카페에는 한국어 교육과 관련 다양한 자료들이 축적되고 있다. 특히 한국어강사 자격 시험과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관한 자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기출 문제는 물론 문제에 관한 정답과 해설 등이 자세하게 모아져 있다.또한 각종 한국어 관련 학설과 교수들의 한국어 교수법 등 유용한 자료들도 많다. “장기적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인터넷만 접속하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입니다.지금은 초기단계라 문서화된 자료들 뿐이지만 앞으로 동영상 자료 등을 추가해 명실상부한 초급 한국어 교육의 메카로 키울 것입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시론] 美대선과 북핵 해법/유찬열 덕성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시론] 美대선과 북핵 해법/유찬열 덕성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지금 미국에서는 2004년 11월의 대선을 위한 레이스가 한참 진행중이고 아직은 그 결과를 예단하기에 이르다.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가 전 세계의 안보 상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공화당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과 민주당의 외교 정책 방향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국제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 금지를 위해 전 세계를 선과 악의 세계로 구분하고,임시 연합(ad hoc coalition)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며,외교적 방법보다는 상대적으로 군사적 수단에 더 의존하려 한다.반면,민주당은 일방주의보다는 동맹국과의 외교 협력을 중시하고 역시 상대적이긴 하지만 군사적 해결 이전에 더 많은 외교 수단의 동원을 중시한다. 한반도 문제의 경우에도 비슷한 차이가 감지된다.민주당은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다자 회담뿐 아니라 양자 회담을 추진해야 하고,정책의 실패로 인해 북한이 추가로 핵무기를 생산했을 수 있다는 것 등이 비판에 포함된다. 공화,민주 양당의 기본 노선과 대북 핵정책에 관한 시각 차에 비추어,양당 후보가 집권했을 때의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상당한 차이를 낼 것으로 보인다.부시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에는,미국의 북핵 해법은 그동안 추진해 오던 전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6자 회담을 지속해서 북한핵의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의 폐기를 추진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점진적 강화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수술적 공격’의 구체적 수순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두 번째 집권 시기의 시한을 감안,한층 더 강경하고 신속하게 행동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한반도에 높은 지정학적 이익을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이미 외교 노력은 소진되었고 북한의 붕괴보다는 정권 교체 또는 북핵 제거가 미국의 제한적 목표라고 말해 베이징 정권의 협력을 유도하려 할 것이다. 케리 후보가 집권한다면 부시 진영과는 크게 다른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대화의 형식에서는 다자 회담뿐 아니라 양자 회담을 별도로 추진하고,평양 정권의 진정한 의도가 핵의 대량생산인지,아니면 국제 공동체로의 재진입인지를 일차로 확인하려 할 것이다.북한이 부시 행정부 초기에 제네바 합의로의 복귀를 희망했고,러시아,중국,한국 정부 모두 제네바 합의로의 복귀를 선호해 온 것에 비추어,외교적 해결을 중시하는 민주당 행정부는 정치,경제적 보상의 대가로 핵 동결을 추구하는 정책을 일단은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북한이 추가로 생산했을 수 있는 핵은 그 상태에서 또다시 동결해서 더 이상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려 할 것이다.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북 선제 공격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케리 후보도 시사한 바 있다. 이처럼 공화·민주 양당이 구사하는 정책 모두 한국에는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부시 행정부의 경우에는 북핵 문제의 완전 해결을 모색할 수 있으나,그 과정에서 위험의 수위가 높은 것이 약점이다.반면,민주당의 양자 협상에 의한 해법은 미봉적 해결 가능성은 클 수 있으나,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비밀 핵개발을 한 데서 나타나듯 평양 정권의 성실한 합의 이행에 관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따라서 우리는 장·단기적 국가 이익을 신중하게 고려해 새로 성립되는 미 행정부와의 외교 관계 강화와 한·미 동맹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찬열 덕성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 [결혼이야기]이순주(30·롯데 홍보실)·황정미(30·회사원)

    [결혼이야기]이순주(30·롯데 홍보실)·황정미(30·회사원)

    기억나니 친구야,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가 벌써 18년 전이구나. 땡볕이면 운동장에서 손야구하고 비오면 골목길에서 뜀박질하던 초등학교 시절,공주옷 새침데기와 바가지 머리 코흘리개로 만나 이제는 결혼을 앞둔 연인이 됐으니 훌쩍 자란 키만큼이나 새삼 쑥스럽고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너와 다시 만난 지난 5년이 다툼 한번 없이 후딱 지나가 버렸네.고맙다.언제나 친구처럼,연인처럼 함께할 수 있어서 말이다. 우리가 5년 전 다시 만난 대학로 피자집 앞에서부터 취직됐다고 한턱 쏘던 겨울 포장마차에서,아버지 돌아가신 그날,아직 춥던 봄날,그리고 널 닮은 인형을 주며 어색한 프러포즈할 때,우리가 살게 될 신혼집이라며 아파트 구경 다니던 날에도 넌 언제나 웃음 띤 내편이지. 녹록한 사랑표현도 없고,가슴 벅찬 이벤트가 없는 나지만 너의 웃음은 나를 착하게 하고 성실하게 한다. 퇴근길 집 앞 호프집에서 맥주 500㏄와 먹는 치킨 반마리가 흥겹고 얼큰한 취기에 사먹는 닭발과 김밥이 산해진미로 느껴지니 또한 정겹다.이 모든 것을 다정다감한 너와 함께해 더욱 복에 겹다. 친구야,우리 예쁘게 사랑하자.건강하게 사랑하자. 과묵하지만 정직하고,투박하지만 정겨운 우리 부모님들처럼 최소한 3남매 이상 다복한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그리고 주위 고마운 분들의 아낌없는 관심에 보답하듯 함께 손잡고 결혼식 입장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몫을 멋지게 살아가자. 자꾸 실없는 웃음이 난다.편지랍시고 안 쓰던 글을 쓰려고 하니 어색한가 보다.너도 이 글 보면 한바탕 웃어제끼겠지? 그깟 짧은 문자 메시지도 안 보낼 정도로 뼈 속까지 경상도 사내 티 내는 ‘네가 웬일이냐.’하겠지?’ 푸르른 가을,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우리의 예식장에서 만나자.50m도 채 안 되는 결혼 행진이지만 예식이 끝나면 착하고 예쁜 너를 만난 나에게는 꿈의 실현이자 초등학교 동갑내기 커플인 우리에겐 희망의 발걸음이다. 너로 인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어 널 좋아한다.사랑한다!파이팅.아자아자.
  • [열린세상] 운전면허 시험장서 만난 젊은이/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마흔이 넘어 운전을 배우게 되었다.공부를 하다가 보니 운전 배울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물론 걸어다니는 것도 큰 불편은 없었다.어떻게 차 없이 생활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걸어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다.매연상자와도 같은 서울의 공기를 나혼자만이라도 악화시키지 않고,살인무기와도 같은 자동차로 곡예를 하지 않아도 되며,주차전쟁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다.학생들은 이런 나를 천연기념물이라고 놀렸다.2200만명에 이르는 운전면허 소지자 가운데 노령인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성인이 면허를 가진 셈이니 그럴 만도 했다.하지만 연구년을 미국에서 보내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미국에서 차는 신발과도 같아서 차를 몰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하는 수 없이 운전면허 시험장을 찾기로 했다. 방학을 맞아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들었다.나는 단연 최고령자에 속했다.대부분이 반바지에 운동화,아니면 슬리퍼 차림이었다.그런데 딱 한 젊은이가 시선을 끌었다.허름한 양복바지이지만 단정하게 다려 입고,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껌을 질겅거리며 아무렇게나 앉아있던 사람들은 그를 힐끗힐끗 쳐다봤다.조금은 촌스럽다는 듯한 시선들이었다.30,40년 전에는 운전하는 것이 대단한 일이었지만,요즈음 누가 운전을 배우는 것에 외경심 같은 것을 갖기라도 하는가. 4주 동안 운전을 배우며 트럭운전 교습을 받는 그 젊은이를 유심히 관찰했다.그는 수강생 가운데 가장 공손하고 성실하게 운전을 배우고 있었다.선생님을 모시는 태도가 가장 깍듯했고,차를 가장 정성스레 대했으며,규칙을 가장 정확하게 준수했다.밝은 표정에 군청색 넥타이도 한결 같았다.교육을 받는 동안,내게는 운전을 배우는 것보다 그 젊은이를 바라보는 게 더 큰 낙이었다.넥타이를 매고 공손하게 운전을 배우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운전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그 무엇을 볼 수 있었다.책임을 전가하며 이전투구에 여념이 없는 우리 사회의 아귀다툼을 해결할 그 무엇까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육이 끝나고 시험이 있던 날,그 젊은이가 무난하게 시험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았다.나는 그 젊은이의 이름을 묻지 못했다.앞으로 자가용을 운전할지,택시를 운전할지,아니면 어느 회사에 취직하여 회사차를 몰지도 묻지 못하였다.그러나 그 젊은이야말로 누구보다 차와 사람을 귀히 여기는 운전자가 될 것임을 굳게 믿었다.작은 것에 정성을 다하는 마음은 배움이나 부귀보다 더 큰 축복처럼 보였다.하기야 배움이나 부귀를 두고 펼치는 우월감이란 것이 얼마나 어린애 같은 상념들인가.그런 것에 목숨을 걸고 이 세상을 ‘전략’으로 살아가는 영혼들이 주변의 무엇을 귀히 여기겠는가. 출국에 앞서 나는 서점에 들러 시집 한권을 샀다.정현종의 ‘견딜 수 없네’라는 시집이었다.그 안에는 ‘어리석겠으나’라는 시가 있었다.“젊은 여자가 내 일터의 복도에서,누구의 방을 찾는지 정중하게,조심스럽게 문패를 살피며 움직이고 있다.오,저런 태도로 찾지 않는다면 언제,이 방들은 드높여질 것인가.…스스로 드높은 게 어디 흔하랴.어리석겠으나,저런 태도가 꾸며 주어 그렇게 되는 것이리니,누구의 가슴 앞에서든지,무엇 앞에서든지,찾기는 저렇게 찾아야 할 것이리라.어두운 저 복도 끝,문에서 비껴드는 햇빛과 더불어.” 어찌 보면 우리에게 완벽한 성공이나 온전한 목표달성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틱낫한 스님은 ‘도달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이미 도착하였다.’라고 말한다.나의 자리에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섬기는 것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그것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우리가 깃들어 사는 이 곳을 공동체답게 할 것인지도 모른다.이 가을,운전면허 시험장에서 만났던 그 젊은이의 환한 얼굴이나 생각하며 걸어야겠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직장 성차별 ‘채용때부터 정년까지’

    직장 성차별 ‘채용때부터 정년까지’

    공기업인 H사에 6직급으로 입사한 여성 정영임(43)씨는 15년 만인 지난 2000년 6직급에서 승진했다.그러나 정씨는 이듬해 ‘5직급 40세 정년’ 규정에 걸려 퇴직당했다. 반면 남성은 여성과 같은 학력,같은 자격임에도 한 단계 높은 5직급으로 평균 3∼4년 만에 승진시켜 사실상 5직급 정년은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정씨 사례는 채용에서 승진,퇴직에 이르는 광범위한 중첩적 여성 차별을 상징한다.”면서 “관련 사례를 수집하는 등 공동 법적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정영임 40세 조기직급정년사건,왜 성차별인가’라는 주제로 7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02-736-7883) ●“직장내 성차별 상담자 매년 꾸준히 늘어” 여성민우회의 노동 상담에서 직장내 성차별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2003년 채용·승진·임금 등 고용상의 성차별은 42건이었으나,올해에는 상반기에 이미 43건을 기록했다. 민우회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인식자체가 부족한 만큼 상담을 한 사람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면서 “사안의 성격상 실제적으로는 해당 사례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실태조사 결과는 문제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온라인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는 지난 4월 노동부와 남녀 직장인 2347명과 국내거주 기업 인사담당자 225명을 대상으로 ‘고용차별 인식 실태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 직장인의 60.8%가 “신입사원으로 배치되면서 남성 동기생보다 낮은 직급 또는 직위에 배치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58.3%는 “특정 직급 또는 직위 이상 여성의 승진에 제한을 받고 있다”,73.2%가 “입사동기 남성들에 비해 승진기간이 길다.”,45.8%가 “여성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기업 인사담당자의 42.1%도 “현재 회사에 과장급 이상 여성관리자가 없다.”고 답했다. 몇몇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이 여성들의 야근,외근 꺼리기,애사심 부족과 불성실한 업무 태도,팀플레이 미숙 등을 지적하며 “여성이라고 인사상 차별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결과인 셈이다. ●‘유리천장’은 있다 직장 생활을 경험한 대부분의 여성은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한다는데 뜻을 같이한다.임신을 하면서 출산휴가를 얻고 복직한 후 상사의 노골적인 ‘눈치’로 직장생활을 접었던 최진희(32·여)씨도 “직장생활에서 야근을 일부러 자청하며 남자들과 공평한 대우를 받으려 노력했지만 직장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 자체가 남성 위주인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면서 “업무배치 등 기회조차 공평하게 제공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업무능력이 없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서민자 상근활동가는 “겉으로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실제로는 성별에 따라 채용부터 승진,퇴직까지 중첩적으로 차별이 이루어진다.”면서 “그러나 회사 차원의 구조적 차별 시스템을 개인이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씨줄날줄] 이치로 신화/오풍연 논설위원

    기록은 깨지는 법이라고 했다.난공불락의 성처럼 여겨졌던 대기록도 언젠가 무너진다는 얘기다.기록의 역사가 인간에 의해 쓰여지고,경신(更新)되기 때문일 듯싶다.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체육 분야의 신기록도 그렇다.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기록도 한 순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그러면서 새로운 영웅이 탄생한다. 2003년 10월2일 대구 달구벌 경기장.이승엽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공을 날린 날이다.시즌 마지막 경기인 롯데전에서 56호 홈런을 쏘아 39년 묵은 아시아 최다 홈런기록을 깬 것이다.아시아 홈런 킹의 영예를 일본으로부터 빼앗아 왔으니 흥분은 절정에 달했다.그때까지 아시아 기록은 55개.대만 출신으로 일본에 귀화한 왕정치가 1964년 신기록을 세운 뒤 2001년 터피 로즈,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가 타이기록을 세운 바 있다.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들도 이 선수의 신기록 달성을 대서특필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그로부터 만 1년이 지난 2004년 10월2일.일본 선수가 미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시애틀 매리너스 소속 스즈키 이치로가 84년간 잠자고 있던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1920년 조지 시슬러(1893∼1973)는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 유니폼을 입고 257개의 안타를 때려냈다.각 인기 구단에 기라성 같은 타자가 즐비함에도 누구도 이 기록을 넘지 못했다.1921년 뉴욕 양키스의 전설 조지 허먼 루스(1895∼1948)가 세웠던 60개의 홈런 신기록은 40년만인 1961년 로저 매리스가 61개를 쳐 무너졌다.그 후 1999년 마크 맥과이어(70개),2002년 배리 본즈(73개)가 차례로 신기록을 경신했다.이치로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4년만에 ‘세기(世紀)의 기록’을 달성한 셈이다. 이같은 신화를 창조하기까지는 그의 남다른 집념과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이치로는 같은 메이저 리그 선수인 마쓰이 히데키에 늘 가려 있었다.마쓰이가 고교시절부터 주목받아 드래프트 1위로 요미우리에 입단한 반면 이치로는 오릭스라는 인기없는 구단에 4위로 들어갔다.그럼에도 이치로는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진가를 발휘하며 야구천재의 명성을 입증했다.미국·일본의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쓰는 한국인 선수를 기대해본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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