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성숙
    2026-04-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889
  • [대한광장] 합리적으로 비판하라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의약분업이라는 것은 약품의 오·남용으로 약에 대해 내성이 생기고 그래서 정작 그 약이 필요할 때 약이 듣지를 않아서 사소한 병으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약 먹는 것을 신중하게 하도록하자는 것이다.오·남용으로 인해 내성이 생기고 정작 필요할 때 약발이 듣지 않기로는 아이들에 대한 꾸지람도 마찬가지다.꾸지람을 반복하다 보면 점점 더 심하게 꾸지람을 해도 효과가 전같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이 부모말을건성으로 듣게 된다.꾸지람이라는 약이 갖는 효과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정말 필요할 때 적절한 정도로만 사용해야 꾸지람의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어른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비판이라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아주 중요하고도 소중한 약이다.우리는 이 비판이라는 약으로 군사독재를 무너뜨리는 신기한 효험을 보았다.그래서인지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비판이라는 약쓰기를 즐겨서 비판과잉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그런데 대상이 부적절하고 쟁점도 명확하지 않은 무분별한 비판이 난무하고반개혁의 내용에 비판이라는 당의정만 입힌 사이비 비판이 계속되면,비판에 대한 내성과 저항감이생겨서 정작 비판해야 할 때 약발이 듣지 않게 되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있다. 비판은 민주주의의 초보단계일 뿐이다.개혁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활발한 비판이 필요하지만,개혁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참여와 책임’이 더욱중요한 민주시민의 미덕이 된다.개혁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만들어가는 것이므로 막연한 비판보다는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한 것이다. 비판은 개혁에 대한 저항세력에 집중되어야 한다. 며칠전 경찰이 롯데호텔 노조의 농성을 진압하였을 때 대부분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정부가 집단폐업하던 의사들에게는 쩔쩔 매면서 약자인 노동자들에게는 강경책을 썼다면서 ‘적당히 무른 곳을 찾아 강하게 나오는’ 정부를비판하였는데,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잡힌 상황에서 폐업이 장기화될 수 있는강경책이 능사였겠는가 하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이 비판은 고스란히 언론과 지식인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언론과 지식인들자신이 사회개혁에 저항하는 수구 기득권세력에 대해서는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가 인격적인 융단공격을받고 왕따가 될 것을 두려워해서인지 무딘 펜 끝으로 눈치를 보다가, 그나마개혁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정부나 시민·사회단체는 직접 이해관계 당사자가아니어서 비판을 하더라도 그악스럽게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고 반대공격을당하더라도 탄압받는 폼을 연출할 수 있다고 여겨서인지 개혁정책의 문제점을 침소봉대하여 비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반개혁세력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비겁자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비판은 그 자체로 좋은 것만도 또 나쁜 것만도 아니다.결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되었는가를 가늠하는 것은 ‘분별력’의 수준이다.의사들이 저수가에 대해서 항의하고 진료권을 확보하겠다고 2∼3차례 휴업하는정도는 인정하지만,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무기한 집단폐업을 하거나 고의로의약분업을 지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는 것,외설영화를 만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지만,그와 동시에 음란물이 청소년에게 접근할 수없는 단호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것이 분별력이다.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남에게만 요구하는 무책임한 비판,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목표도 없고 주장의 일관성도 없는 비합리적인 비판,앞뒤 따져보지않고 대안제시도 없이 큰소리만 치는 막무가내식 비판,그저 센세이션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정적인 비판,사실은 개혁을 반대하는 것이면서 그럴 듯하게포장해서 폼잡는 사이비 비판을 부지런히 가려내서 치워내야만,우리는 사회개혁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비판의 효험을 지켜낼수 있을 것이다.분별력을 향상시키려는 치열한 노력 없이는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사회에서편안하게 사는 행복을 결코 얻을 수 없다. 朴 珠 賢 변호사
  • 朴통일 “이산가족 함께 살게된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4일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장기적으로 자유의사에 따라 남쪽 가족이 북에 가서 살거나 북쪽 가족이 남에 합류해 원하는지역에 정착토록 하자고 (북측과)얘기했다”고 밝혔다. 박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 조찬토론회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의와 향후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을통해 “8·15때 상호방문하고 나면 나머지 이산가족에 대해서도 8·15때와같은 절차에 따라 생사확인과 상호방문을 거친 뒤 분위기가 성숙되면 재결합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장관은 강연후 기자들의 질문에 “공동선언에 ‘재결합’이라고 표현된부분을 자세히 설명한 것”이라며 “면회소가 설치돼 이산가족 교류가 활발해지면 10년이나 20년쯤 후엔 상호 자유의사에 따라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는뜻”이라고 설명했다. 박장관은 이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과 관련, “김위원장이 ‘고위급회담 한두번 (다른 사람을 먼저)보내고 세번째쯤 내가 (서울에)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장관은 “우리가 평양방문을 준비하다 보니 2개월이 굉장히 짧았다고 판단해 지금부터 김위원장 답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현진기자 jh
  • ‘과잉투자=IMF주범’ 소문이 사실로

    대기업의 과잉·중복투자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위기를 불러온 주범임을입증하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3일 197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자본이윤율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이윤율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80년대까지 평균 23%의 높은 수치를 기록하다가 90년대 들어 15%대로 떨어진 뒤 중반부터는 8%대로 급감했다. 자본이윤율이란 생산에서 이자와 같은 자본이용에 따른 기회비용과 임금 등생산요소비용을 뺀 이윤을 자본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따라서 자본이윤율이 낮다는 것은 동일한 자본을 투입해 거둬들인 순수이윤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국 김대수(金大秀) 조사역은 “자본이윤율은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90년대 초반 15% 수준을 유지하던 자본이윤율이 94년 이후 다시 급락한 것은 이 기간중의 자본이용이 효율적이지 못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즉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에서 과잉·중복투자가 이뤄졌으며이것이 경제전반의 자본효율성 하락을 초래해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는설명이다.일부업종에서의 과잉·중복투자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은여러차례 있었으나 이를 실증하는 분석은 아직까지 없었다. 80년대 이후 들어 전반적으로 자본이윤율이 하락한 것은 생산에 비해 임금및 금융비용 등의 상승이 더 빠르게 진행된데다 자본생산성까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70년대말까지 18%대를 유지하다가 일본경제에 추월당하던 80년대 초반 다소 떨어졌다가 90년대 들어 다시 18%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자본이윤율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들의 투자패턴이 외형확대에서 수익성 위주로 바뀌어야 하며 최근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정보기술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금융구조조정의 조기 마무리,임금의 지나친 인상 억제 등을 통해 시장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미현기자 hyun@
  • 멕시코 정권교체 이모저모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비센테폭스 후보에 투표했다는 가정주부 레베카 메자 올리바씨는 이같이 말했다.그녀의 말처럼 폭스의 승리는 대다수의 멕시코 국민들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제도혁명당(PRI)이란 이름은 멕시코 국민들에게 정부나 국가와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그것이 사상 처음으로 미리 결과를 점칠 수 없었던 이번 대선에서 깨지고 멕시코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메자 부인은 “나는 평생 PRI에 투표했었다.직장 또는 이웃으로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그같은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로 했다.이제까지 많은 것을 보아왔지만 이제 더이상 그런 것들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나는 진심으로 변화를 원한다”고 71년만의 정권교체를 기뻐했다. 반면 PRI의 라바스티다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상인 리사 시오론 페르난데즈씨(53)는 “PRI는 언제까지라도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았는데…”라며 비탄을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나는 항상 PRI를 사랑했었다.PRI는 언제나 멕시코를 위해,그리고 멕시코의 이상을 위해 싸워왔다”며 아쉬워 했다.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때문인지 이번 대선은 다른 어느때보다도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정치분석가들은 이처럼 높은 투표율이 야당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투표율이 낮다면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으로 인식되는‘고정표’가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투표율이 높아짐으로서 고정표의비중이 희석됐다는 것이다.이번 대선에서는 1만 곳에 이르는 투표소 어디에서나 길게 줄을 늘어선 유권자들의 행렬이 목격돼 대선에 대한 멕시코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특히 미 텍사스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티주아나에서는 미국에서 일하는멕시코 노동자들이 부재자투표를 위해 대거 몰려들어 준비한 투표용지가 부족,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미 오스틴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리고베르토멘디에타씨는 “멕시코에 일자리가 없어 미국으로 갔다.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이번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권당 후보에 기표한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발표한 유럽 선거참관인단에 살해 위협이 가해지고 야당인 PAN이 매표(買票)를 위해 돈을 제공하고 있다는 등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가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국제 선거감시인단은 이번 선거가 멕시코 선거 사상 가장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입을모았다. ■자신의 58번째 생일인 2일 71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위업을 이룬 폭스는 이날 승리 연설을 통해 “오늘 선거는 멕시코가 한단계 더 성숙했음을 보여주었다.멕시코는 변화의 다리를 건넜다.이제 멕시코의 앞날에는 새 길이 펼쳐졌다”고 말하고 멕시코는 모든 민주국가들과 나란히 ▲국제공약을 준수하고▲경제안정을 위해 노력하며 ▲민주개혁을 촉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온 시민들에게 “나는 오늘 다른 어느때보다도 조국 멕시코에 더 매혹돼 있다.그러나 정권을 교체하는데 있어 어떤 원한이나 적대행위도 있어서는 안된다.우리의 첫번째 과업은 ‘단결’이다”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아무 주저없이 투표 결과를 즉각 인정해준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에게 진지하고 전폭적인 감사를 보낸다”고 말해 평화적인 정권교체에 대한 세디요 대통령의 협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꿈이 현실로 나타났다.”멕시코시티의 카를로스 후암블레즈씨(45)는 폭스 후보의 당선 소식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선거 직전까지도 일말의기대를 갖기는 했지만 실제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지 못했다. 오늘은 멕시코에 있어 역사적인 날이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한편 멕시코시티는 이날 58회 생일을 맞은 폭스 후보를 축하하는 거리 악단들의 ‘라스마나니타스’ 연주로 온통 축하 분위기.‘라스 마나니타스’는 멕시코 전통의 생일축하 노래다. 멕시코시티 외신종합
  • [집단이기 안된다](3.끝)대처방안

    최근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집단 이기주의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기득권을양보하지 않고 집단의 힘으로 유지하려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집단 이기주의를 막으려면 ‘불법적인 행동에는 법적 제재와 불이익이 따른다’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어대 이장희(李長熙·법학) 교수는 “집단 이기주의가 빈발하는 것은자신들의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집단이기주의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역설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俔) 시민입법국장은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이익집단들 사이에 정책 결정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원칙이나 규칙이 없는 게 문제”라면서 “이익집단들이 탈법과 불법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불법적인 행동에는 법적 제재와 불이익이 따른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국가는 원칙에따른 공권력 투입으로 법을 어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공공의 선(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김호균(金昊均·지식정보학) 교수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볼모로 집단이익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비민주적이고 이기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원칙없이 대응,정부 스스로권위를 실추시키고 비민주적 집단행동을 정당화시킨 꼴이 돼 집단행동의 재발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소외계층이 생존권을 찾으려고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것을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문제”라면서 “의사들의 집단 폐업과 고엽제후유의증 전우회원들의 난동과는 성격이 다른 데도 집단 이기주의로 함께 매도하는 태도는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소수 특권계층의 기득권 추구와 다수의 생존권 보장을구별해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사회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김용학(金用學·사회학) 교수는 “최근 이익집단들의 갈등이 문제된것은 갈등을 중재하는 제도적 절차가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노사정위원회나 의사회,약사회 등과 관련된 정책을 보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형완(金炯完·40) 협동사무처장도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의사들의폐업과 노동자들의 파업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공권력 사용의 엄격성과 형평성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법 집행은 만인 앞에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美 적법시위 ‘관대' 과격행동 ‘엄벌'. 지난해 11월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때 미국에서는 보기드물게 대규모 과격집단행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때 미 경찰관들이 노란색 띠로 표시된 폴리스라인을 넘는 사람들을 가차없이 경찰봉으로 때리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특히 연차총회 때에는 대규모시위로 인한 질서 파괴,행사 차질 등을 우려,경찰이 미리 설정한 민간인 진입금지 구역을 넘는 사람들은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장면도 많았다. 그런가 하면 두 달 전쯤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일리노이주 한 학교당국의 흑인 차별에 항의하면서 거리에 나섰다가 경찰에 체포됐다.미 전역이 그의 구호에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도 그의 체포에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처럼 폴리스라인으로 대별되는 미국의 공권력은 법과 규정을 어기면 주의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가차없이 처벌을 가한다. 60년대 반전무드를 타고 결속되기 시작한 시민운동은 한때 과격시위로 발전하기도 했지만,무질서와 인명피해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 사이에 “무질서로 인한 피해는 목적의 정당성을 가린다”는 시민의식으로 뿌리내려졌다. 이 때문에 오늘날 거리의 피켓시위는 웃는 낯으로 아이들까지 동참하는 나들이쯤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시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집회 및결사의 자유를 누리려면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사회단체들도 극단적인 집단행동보다는 적법한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이들이 집단행동의 호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은 법정에서 배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합리한 점을 지적,주의를 환기시키는 법정투쟁이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 [사설] 이한동총리의 분발을

    국회는 29일 본회의에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그동안 계속됐던 자격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국회의장 표결 때처럼 여야의 세대결 양상이 두드러졌다.부결됐을 경우의 정치적파문을 고려한 여권의 ‘표단속’ 결과로 이해된다.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았더라면 자민련은 민주당의 비협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양당의 공조는 뿌리째 흔들렸을 가능성이 다분했다.이는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을 동반,한나라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그렇다 하더라도 이날의 표결행태는 의정사상 처음이라는 인사청문회의 참뜻과는 거리가 있었다.원칙대로 한다면 정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의원 개개인의 소신에 따라 투표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이한동 총리에게는 청문회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이 매우 곤혹스럽고 괴로웠을 것으로 여겨진다.잘 기억나지도 않는 30여년 전의 행적이 문제가 되고 가족과 주변사람들마저 추궁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말바꾸기,재산형성 과정,전력 등 쟁점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껄끄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말바꾸기’에 대해서는 “정치를 하다보니 불가피했다”면서 거듭 사과했지만 일반인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70년대 초반의 일이고 투기의 목적은 없었다고 하지만 부인의 ‘위장전입’ 문제도 여론의 표적이 됐다.최근 2년 동안 재산세 납부실적이 없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이총리로서는 사안의 전체를 보지 않고 특정부분만 ‘확대재생산’해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불만스러워할 수도 있다.본인의 해명에는 아랑곳하지않고 단순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경우도 있었다.총리 후보가 아니라 자연인이라면 그냥 넘었갔을 대목들도 적지 않았다.그렇지만 이같은 불만이나문제점들이 인사청문회 개최의 당위성을 퇴색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이총리에 대한 청문회는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도덕적,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고위공직에 나서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동안 거론된 이총리의 문제점들이 총리직 수행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하지만 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 자체를 국민적 동의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의견표명도 있었지만 아직도 상당수 국민들은 이총리가 총리로서 적격자인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지난 일을 교훈으로 삼고 입법·사법·행정부를 두루 거친 경륜을 최대한 살려 국가현안 해결에 매진해줄 것을 기대한다.야당도 더이상의 자격시비를 자제하고 협조할것은 협조해주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유도 정성숙·조민선 시드니行

    ‘돌아온 스타’ 정성숙(포항시청)과 조민선(두산)이 시드니올림픽에 동반출전한다. 1·2차 선발전 우승자 정성숙은 29일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열린 국가대표최종선발전 겸 전국체급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부 63㎏급 결승에서 대학 후배인 이복희(용인대)에 연장 3분만에 허벅다리 되치기를 내줘 한판으로 패했으나 최종합산에서 앞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조민선은 여자부 70㎏급 결승에서 종료 1초전 밭다리 걸기를 성공시키며 절반승,올림픽 2연패를 노리게 됐다.한편 한지환(용인대)은 남자부 66㎏급 결승에서 염동원(상무)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누르고 출전권을 따내 아버지 한상철교수(53·용인대)에 이어 2대에 걸쳐 올림픽에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남자 73㎏급 최용신(용인대),여자부 조수희(부산 정보대·78㎏급)와 김선영(용인대·무제한급)도 시드니행 막차를 탔다. 곽영완기자
  • “궁예 인간적 모습 보일것”

    “앞으로는 좀더 인간적인 궁예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입니다.그래야 나중에궁예가 미치더라도 동정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KBS1 ‘태조 왕건’에서 궁예 역을 맡고 있는 김영철(47)은 요즘 궁예 연기에 깊이 몰입해 있다. 23년의 연기 인생동안 다양한 역을 맡아봤지만 김영철은 특히 궁예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궁예가 워낙 특이하고 강렬한 성격이어서,연기자로서소중한 공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98년말 ‘태조 왕건’의 작가 이환경씨로부터 궁예 역을 제의받았다.“아마도 제 눈빛이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라고 김영철은 말한다.그 뒤 다른 프로그램 출연을 모두 사양하고 삭발한 채 궁예에만 매달렸다.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혼자 중얼거리면서특유의 발성을 연습했다.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태조 왕건’의 주인공이 궁예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사실 150회 분량의 이 드라마에서 100회까지는 궁예가 중심이다.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다 보니 견훤,왕건 역의 서인석,최수종씨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 “앞으로 점점드라마의 무게 중심이 두 사람에게로옮겨갈 것인 만큼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오랫동안 안대를 착용하다 보니 왼쪽 눈이 나빠지는 것이 걱정이다.“한 눈을 가리니까 머리 한 구석이 빈 느낌입니다.대사도 잘 안 외워지구요” 앞으로 궁예는 연화가 왕건의 정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점점 주위사람들을 의심한다.결국 부인과 아들까지 자기 손으로 죽이는 ‘미친 궁예’역을 소화하기 위해 김영철은 머리도 삐쭉삐쭉 기르고 눈빛도 ‘퀭하게’ 바꿀 생각이다. “궁예의 인기가 아무리 길어봐야 드라마 끝나고 1년을 넘지 못할 것임을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면서 “좀더 성숙한 연기자가 되는 계기로 삼겠다”고 김영철은 밝혔다.‘태조 왕건’이 끝난 다음에는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보여주는 배역을 맡고 싶다고 김영철은 말한다. 장택동기자 taecks@. *“포용의 지도자 왕건 표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앞으로 위엄을 내세우기 보다는 포용력있는 지도자 왕건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KBS1 ‘태조 왕건’에서 고려 태조 왕건 역을 맡고 있는 최수종(38)은 조선시대 사극의 왕과 다른,독특한 왕을 표현하려 한다.최수종은 “왕건의 힘은지혜와 포용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미스 캐스팅이 아니냐’는 말이 적잖이 나왔을 정도로 궁예 역의김영철에 비해 최수종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한 국가를 세운 영웅보다는 문약한 선비의 역할에 머물렀다.연화와의 갈등에서도 시원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최수종은 ‘긴 호흡’을 강조했다.“150회나 이어질 ‘태조 왕건’에서 매번 변신을 꾀하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작가,연출진과 함께 차근차근왕건의 풍모를 찾아내야지요”라고 최수종은 밝혔다. 궁예 역의 김영철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극중에서 왕건이 궁예를 넘어서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것과 지금의내 처지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그렇지만 이미 연기생활 13년째에 접어든 ‘톱스타’답게 여유를 잃지 않는다. ‘개다리 춤’으로 대표되는 그의 가벼운 이미지 역시 왕건 역을 하는 데 짐이 되지만 그렇다고 오락프로에서 보여준 모습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대신 왕건 역을 맡을 때 만큼은 다른 프로그램에 전혀 출연하지 않을 계획이다.‘태조 왕건’ 홍보를 위한 토크쇼 출연도 거절했고 ‘드림팀’ 멤버로참가하라는 지시에도 ‘항명’했다.말을 타는 장면을 연기하고 나면 마(麻)로 만든 속옷에 살갗이 긁혀 다리가 온통 상처 투성이가 되지만 대역을 쓰는것은 한사코 마다한다. 쌍꺼풀이 뚜렷한 눈이 사극에서 연기하는 데 가장 큰단점이라고 최수종은 웃으며 말한다. 그러면서도 “왕건의 매력에 시청자들이 빠져들면 눈에 쌍꺼풀이 있다는 것 조차 의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택동기자
  • 정부 3차개방 안팎

    문화관광부가 27일 발표한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조치는 박지원(朴智元)장관이 말한 대로 “상당히 과감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 98년과 99년 두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개방이 우리 문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결과 나타난 자신감의 표현이다.나아가일부의 우려 속에서도 과감한 개방을 강행한 데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앞두고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정부 차원의 의지도 읽혀진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특정국가의,그것도 대중문화만을 봉쇄하는 정책이 국제사회의 관행에 맞지않지만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민들의 대일감정도 무시할수 없다는 딜레마가 적지않았다.‘단계적’ 개방을 택한 것도 우리 문화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국민들의 대일감정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2차 개방의 결과 문화산업적 측면은 물론 대일감정의측면에서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 이번 조치의실질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추가개방된 영화나새로 개방된 극장용 애니메이션,대중음악 공연과 음반 등은 우리 시장에 즉각적이고,현실적인 영향을 미친다.반면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대중문화 개방이 일본의 한국문화에 대한 이미지 제고로 이어져 우리 문화상품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쉬운 일도 아니다. 박장관이 이날 4차 개방을 언급하며 “3차 개방의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 대중문화의 일본정착을 위해 일본이 얼마나 협력하느냐를 고려하여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일단 이번 대폭개방에 상응하는 일본측의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또 ▲문화산업지원센터 설립 ▲5,000억원의 문화산업신흥기금 조성 ▲전문인력 양성 등 문화산업 및 대중문화예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청사진을함께 밝힌 것은 내부적으로도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가요계 “파괴력 미미” 안도 영화계 “예상폭 이상” 경계. 3차 일본문화 개방 조치에 영화계는 “기대폭이상”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이고 가요계는 앨범 제한개방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영화계 수입업자들은 벌써부터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보이고 있다.개방을 기다려온 일본영화가 충무로에 10여편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당장 동아수출공사가 수입해둔 ‘링 2’는 공포영화 특수를 노려 8월초 선보일 예정이다. 신필름은 ‘고질라 2000’ 등의 ‘고질라 시리즈’ 상영 준비를 마친데다 심지어는 오는 8월 일본에서 개봉할 블록버스터급 액션‘화이트 아웃’까지 들여다 놓았다. 이밖에도 일본에서 14개월 동안 롱런하며 700만명을 동원한 ‘춤추는 대수사선’이 7월 말 국내 개봉한다. 그러나 수입업체쪽과는 달리 한국영화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한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와 오락성을 갖춘 영화들이 대거 간판을 걸면 국산영화는 할리우드와 일본 블록버스터의 협공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수입업자들끼리의 제살깎기식 과당경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요계 2,000석 미만 실내공연장으로 제한됐던 일본 대중가수들의 공연이실·내외를 불문하고 전면 개방되긴 했으나 일본어로 부른 음반시장의 빗장이 풀리지 않음에 따라 가요계는 당장의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앨범 판매’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장 수익과 홍보효과만을 노려엄청난 개런티를 물고 선뜻 공연에 달려들 기획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번 공연에 수십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비주얼록그룹글레이나 일본 최고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 등이 잠실 올림픽주경기장같은 대규모 야외무대에 선다면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당장은 일본 인기 가수들이 곡 전체를 영어로 부른 사례가 드물어 음반시장 진입이 어렵지만 잠재력이 큰 한국시장을 겨냥해 서둘러 영어음반이나 한국어번안 음반을 낼 경우 사정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황수정 이순녀기자 sjh@kadily.com. *방송계 여유·곤혹 '두얼굴'. 일본대중문화 개방안에 방송이 포함되자 방송관계자들은 대체로 자신감을내비치면서도 다큐 등 일부 부문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일본색이 짙은 오락물이나 드라마는 개방대상에서 제외됐고,스포츠 보도 자연다큐 등은 이미 위성방송 등을 통해 소개돼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 관계자는 보고 있다.그러나 다큐 가운데 일본청소년의 행태 등을다룬 프로는 자칫 문화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가능성이 커 우려된다. 일본프로의 국내방송 방법을 보면 일단 스포츠는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 음성다중형태로 방송될 전망이다.뉴스는 신문사가 해외언론과 특약을 맺어 외신을 전하는 방식으로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정규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사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프로는 다큐멘터리이다.다큐에는 국내에 소개됐던 ‘실크로드’나 ‘황하’ 등 자연이나 역사물만 있는 게 아니다.성(性)생활이나 일본 청소년의 문화생활,소비행태 등을 다룬 다큐도 많다.방송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일본문화에 무분별적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말했다. 더욱이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방송법제정에서 사전심의에 해당하는 방송용 영상물에 대한 수입추천이 없어졌다.방송위원회의 ‘사후약방문’인 사후심의나 시청률 경쟁에 내몰린 방송사들의 자체심의가 있을 뿐이다. 이번 개방은 방송산업에도 충격을 줄 전망이다.일본의 다큐는 세계적 수준이다.국내 방송사 프로 중 다큐는 외주비율이 높고 제작환경도 성숙돼 있지않다.거대 방송사로서는 외주를 주는 것보다 일본 다큐를 사오는 것이 돈이덜 든다.제한된 다큐 방송시간을 두고 국내 소규모 제작사들은 일본의 거대제작사들과 싸워야 하게 됐다. 전경하기자 lark3@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선진금융‘일류경제로 가는 길

    지난 5월 한·영 금융감독기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다.이 기간영국의 통합금융감독청장 하워드 데이비스,영란은행총재 에드워드 A.J.조지등의 인사들과 업무협의를 하면서 잠시 시간을 내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앤터니 기든스 총장과 면담한 적이 있다.그는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사회학자로서 ‘제3의 길(The 3rd way)’의 저자이며,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영국 체류시 많은 교분을 나누었던 영국의 석학이다. 기든스 총장은 한국의 개혁방향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세계경제 환경변화에대한 자신의 의견도 적극 개진했다.그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각국의 경제문제는 서로 상이하고 해결방법도 각나라의 문화와 환경·법률적 제도에따라 달랐으나,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각국이 직면하는 경제문제는 매우 유사해지고 있으며 해결수단도 시장원리 중심으로 단일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원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길 수만은 없다’는 견해를 밝히며,21세기 세계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조건을제시했다. 첫째,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훌륭한 정부,둘째 공정하고 자율적인 건전한 시장경제,셋째 긍정적이고 사려 깊은 성숙한 시민문화와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기든스 총장의 이야기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경제철학인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발전’과 ‘생산적 복지국가 건설’과 맥을 같이 한다. 그와의 대화에서 김대통령이 한평생 정치적 민주화와 한반도 통일방안 마련에 몰두하여 오면서도 기든스 총장에 못잖은 앞선 경제철학과 식견을 갖추신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올바른 경제개혁의 방향을 설정하고 흔들림없는 추진으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위기극복이 가능했던 것도 이러한 김대통령의경제철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기든스 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 최고지도자의 정치이념 뿐만아니라 확고한 경제철학과 식견의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경제개혁,원활하고도 신속한 금융구조조정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시장원칙을최대한 존중하면서 경제주체간의 협조와 보완적인 역할 수행이 절실하다고생각한다.기업과 금융기관,근로자,정부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다같이 노력한다면 선진금융,일류경제 실현이 머잖아 이루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
  • [기고]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마약류는 ‘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극복하기어려울 정도로 강력하고,약물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경향과 금단현상이 나타나며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가정과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되어 있다. 8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대한 물질만능주의의 만연,도덕윤리의 혼란에 기인한 가치붕괴,지나친 욕망과 무분별한 경쟁심리 조장 등으로 마약류와 약물 오·남용 악습이 확산되기 시작했다.최근에는 경제난에 따른 실직자들의 마약류 사용증가도 가세하여,지난해 마약류 단속실적이 1만 589건에 달하였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종류별로는 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이 전체사범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마약사범과 중독자를 관리하고있으며, 과거의 마약사범에 대한 정책은 주로 형사처벌 위주로 되어왔으나,근래에는 처벌보다는 치료 위주의 정책관리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또개인의 비밀이 보장된 상담기회의 부여 등,과거와는 다른선도의 입장에서관리하고 있다. 최근 마약류 사범의 단속결과를 분석해보면 기존의 사용층인 남성 청·장년층에서 주부,운전사,회사원,여대생까지 확산추세에 있다.직업 계층도 다양해져 이제는 집안에까지 스며들어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그 뿐 아니라,외국으로부터 필로폰 밀반입량 증가에 따른 마약류 유입 위험성 상존 등 마약류 공급선이 국제화·다변화돼가고 있다. 유엔은 1988년부터 매년 6월26일을 ‘세계 마약퇴치의 날’로 정했으며,이날을 기념하면서 마약류를 인류공동의 적으로 인식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로대두되고 있는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의 폐해를 지구촌 모두에게 널리 알려 ‘마약없는 밝은사회’를 구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지난 1992년 4월22일 마약퇴치운동본부를 설립하였으며,식약청은 마퇴본부와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마약류 등 약물 오·남용 퇴치를 위한 홍보지도·예방대책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이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상태이며 ‘국가마약퇴치전략’으로 범정부적 종합 대처체계 구축,수사조직 및 수사역량 강화,국민적 관심제고,마약류 사범 치료·재활지원보강 등이 제기되어 왔다. 마약류 등 약물 오·남용자들이 마약류를 접하게 되는 것은 호기심으로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자신의 위치를 한번 평가해보고 싶어,약물의 세계가 어떤가를 경험해보기 위하여,주변의 압력이나 개인적인 문제로,자아나 가치판단력이 결핍되어,주변상황(전통,가치,문화,권위 등)에 저항하는 수단으로,허무와 권태로 인한 향락추구 등으로 조사되고 있다. ‘Weekly Reader’지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마리화나를 오·남용하는 제일큰 이유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는 것이 한 조사자료에서 밝혀졌다.현실적으로 강박관념으로부터 해방되려는 심리작용,사회적 경쟁의 스트레스와 갈등 속에서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심리상태가 마약류 사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약류 등 약물 오·남용자들은 대부분 좌절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는 자들이다.따라서 그들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독려하는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가족 중에 마약류 등 약물 오·남용자들이있을 경우,자기중심적 충고나 제재보다는 이들이 강한 의지력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하며,앞으로 미칠 악영향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환자들의 문제를 나서서 대신 해결하기보다는 마약류 중독 및 약물 오·남용문제가 자기 책임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약류 등 약물 오·남용 문제는 사전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다시한번 강조한다.국민 모두가 마약류 중독 폐해에 관심을 가지고 마약퇴치운동에 참여하는 성숙된 국민의식이 표출될 때,마약없는 건강하고 밝은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許謹 식품의약품안전청장
  • 의료대란/ ‘약사법 개정’ 시민단체 반응

    여·야 영수회담에서 7월중 약사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굴복한 꼴”이라며 의사들과 정부를 함께 비난했다. 이 단체들은 그러나 의사들은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을 버리고의약분업에 대해 약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약사들에 대해서도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대화로 문제를 푸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참여연대 등 2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의약분업 정착을위한 시민운동본부’는 25일 성명을 내고 “병원 진료가 재개된 것은 다행이지만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에 정부와 정치권이 굴복함으로써 의약분업을 포함한 모든 개혁이 좌초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본부는 또 “의료개혁이 위기에 빠지게 된 1차적 책임은 의사들의 맹목적인 집단이기주의에 있다”고 주장하고 “모든 시민단체와 연대해 의사협회의 이번 폐업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한편 폐업 희생자의 손해배상청구등 법정투쟁을 강력하게 펴겠다”고 밝혔다. 이강원 사무국장은 “공권력은 그동안 여러 집단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가차없이 처벌해 왔지만 유독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만 무기력했다”면서“사회적 합의를 지키려고 애써온 약사회의 반발은 필연적이며,이번 굴복을계기로 우리사회는 집단이기주의를 통제할 힘과 명분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협의회 서경석 사무총장은 “의사들의 집단 폐업 철회는 환영하지만 이는 의약분업 당사자들의 합의가 아닌 정치권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만큼 앞으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의사들은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을 버리고 의약분업에 대해 약사들과 함께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휴전선 일대 땅값 동향] (4.끝) 강원 고성

    설악산과 금강산의 중간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 강원도 고성군이다.바로밑은 관광도시 속초다.지금은 금강산 관광이 해로를 통해 이뤄지지만 남북화해분위기가 성숙되면 육로를 통해서도 금강산을 갈수 있게 될 전망이다.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계한 환상의 관광벨트가 형성되면 고성군은 그 핵심에 자리잡게 되는 셈이다.간성∼거진으로 이어지는 국도 7호선 연결과 고성군 간성읍과 북한의 온정리까지 이어지는 ‘신금강산철도(가칭)’ 건설도 논의되고 있다. ■관망세속 문의전화 늘어/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의전화가 늘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아직은 관망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금강산선이 건설되면 출발역은 간성읍이 될 가능성이 높다.간성역은 지금은 끊어진 동해북부선상의 역이다.철로가 이어지면 이 일대도 개발의 혜택을볼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간성읍내는 부동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오히려 관심은 화진포나 전원주택지 등에 몰려있다. 전원주택이나 민박집을 짓기 위해 5,000만∼1억원선대의땅을 찾는 수요는살아있지만 적당한 매물은 흔치 않은 편이다. 민박용 땅의 경우 경관이 좋은곳은 평당 60만∼7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임야는 A급지가 20만원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3만원짜리도 있다. 농지는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임야는 묘지용이나 송이재배용으로 현지인끼리 거래가 살아있다. 준농림지는 평당 보통 15만∼30만원선이며길이 없는 맹지는 6만원짜리도 있다. 휴전선 밑 농지는 고성과 비슷한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잡종지는 5만∼7만원,싼 것은 1만원짜리도 있다. 해수욕장이 있는 화진포는 전원주택지로 해변에 붙은 경우 100만원을 호가한다. 현지에서 만난 김춘택(金春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고성군지회장은 “80년대말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얘기가 나왔을 때 가격이 크게 오른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문의전화는 늘었지만 거래가 없어 가격 형성조차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문의전화가 늘어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일정기간이 지나면관망세에서 탈피,가격도 오르고 거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곳이 유망하다/ 고성군내에서 가장 유망한 곳으로는 화진포와 송지호,삼포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화진포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북한주석,이기붕 전 부통령 등의 별장이 모여있을 만큼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해수욕장과 화진포호를 끼고 있으며 주변에는 소나무숲으로 둘러쌓여 있다.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 쪽으로는 현재 다리공사가 진행 중이다. 금강산과 함께 관광벨트가 형성되면 낙산해수욕장이나 설악 못지 않은 관광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화진포 주변에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다.현재 고성군에서 이 일대를 시설용지지구로 지정,개발계획을 수립중이다.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이밖에고성군내에서는 신금강산선이 건설될 경우 역사로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는간성역 주변의 신안이나 동호,봉오리 등도 투자유망지로 꼽힌다. 김성곤기자 sunggone@. *투자 유의점. 고성군에서 유망한 지역으로 꼽히는 화진포 투자는 군에서 수립중인 개발계획을 잘 살펴봐야한다. 현재 반쯤은 지구별로 설계가 나왔다.따라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나머지땅을 살 경우 용도에 따라 가격에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목좋은 자리라는소개만 믿고 샀다가는 낭패볼 수 있다는 얘기다.이곳 사정에 밝은 현지 중개업소를 통해 땅을 매입하는 것이 좋다. 통일전망대까지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된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현재 2차선인 국도변에 땅을 샀다가 도로에 편입되면 손해다. 도로변이라고 무조건 사는 것도 금물이다.국도가 확장되면 기존도로는 소외돼 도로변이라는 이점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상 떼어볼 것은 모두 떼어 봐야 한다.또 장기 투자자라면 몰라도 거래되지 않고 있는 산쪽은 피하는 것이 좋다.현지 중개업소에서는 해안가를 주로 추천하고 있다.
  • 민족종교 지도자대회

    한국민족종교협의회(회장 한양원)는 20일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민족종교 대표와 관계자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민족종교 지도자대회를 갖고종교지도자들이 우리사회의 난국극복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민족종교 대표들은 이날 ‘국난수습을 위한 결의문’을 통해 ▲평화적 남북통일과 통일한국의 새역사·문화 창조에 앞장설 것 ▲국토사랑운동을 적극전개할 것 ▲민족정신을 선양할 것을 결의했다. 협의회는 또 국내외 동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남북간 정상회담으로 통일한국을 향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성숙돼가고 있다”며 “민족화합에 지장을 주는 상극의 분열을 피하고 상생의 대화합을 위해 온 동포가 대동단결해 매진하자”고 다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차범석의 방북 인상기(상)

    대한매일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수행했던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인 극작가 차범석씨(76)의 방북기를 두 차례에 나누어 싣는다.원로 예술가의 따뜻하면서도 정감있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14번 차를 타시라우.” 안내원의 표정은 무표정했다.가슴에 단 인공기 배지의 검붉은 색과 나의 가슴에 단 햐얀 태극기 배지와는 대조적이었다. ◆여기가 평양인가=평양의 순안 공항에 내린 것은 6월13일 오전 10시30분.따가운 햇살이 눈부시기는 했지만 500∼600명쯤 되어 보이는 환영인파의 울긋불긋한 옷차림으로 봐서 여성들이 태반이었음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저마다 손에 든 진홍색과 분홍색 꽃이 강렬한 햇살에 반사되면서 한층 더 붉게 보였다.나는 그것이 생화가 아닌 조화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엷은 비닐제품이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여기가 평양인가 싶다.산세도 하늘도 들판도 그리고 꼭같이 생긴 사람들을가까이 보면서 새삼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하나라도더 보고,더 얘기하고,더 가까이 가리라는 생각에 부풀었다. ◆남남북녀=우리가 탄 차는 외제 고급차,벤츠였다.14호 차에는 나와 이화여대 장상(張裳) 총장,그리고 안내인 김승현씨가 있었다.그녀의 용모는 30대로 밖에 안 보이는 젊음에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여성이었다.어딘지 친근감을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대학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말에 그 곱다란 얼굴을 훔쳐보았다.남남북녀(南男北女)가 결코 헛소리는 아닌가 싶다. 출발하기 전에 소양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평양에서 만나게 될 안내원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보요원인 만큼 말조심하라는 지시가 문득 생각났다.그리고 이쪽에서 먼저 말을 걸거나 그쪽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은 자제하는 게 현명하리라는 충고가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김여인은 시종 미소와 부드러운 말씨로 우리를 대했다.말할 때마다‘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동지’로 시작되는 유창하고 명료하고 논리적인 화술은 웬만한 연극배우를 능가할 정도였다.뿐만 아니라 우리 동족끼리 힘을합하여 통일을 해야지 않겠는 가 라며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말하니 나 역시 반대할 이유라곤 없었다.“그럼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닙니까?”◆물결치는 환영인파=연도에 도열한 평양시민의 대열은 강처럼 이어지고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남쪽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는다는 상투적인인사가 이니라 금방이라도 얼싸안고 춤이라도 출 것 같은 여인들의 표정이자못 감동적이었다.환호를 지르다가 급기야는 울음보를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옷차림은 우리가 보기엔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패션이었다.치마 저고리 차림이며 그것도 위아래가 한 색깔이었다.남한에서 30여년전에 유행했던 한복이었다.치마 저고리의 동정도 좁고 길었다.그런데 고무신을 신은 여성은 없었다.가끔씩 양장을 입은 여인이 보였지만 소박한 부라우스에 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뜨겁고 억새고 광적이었다.외치는 구호는 ‘김정일’의 연호였다.손에 든 조화를 흔들면서 목이 터져나갈 듯 김정일을 연호하는그 표정이 흡사 예배당에서 광신도가 외쳐대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우리 상식으로는 먼길을 찾아준 ‘김대중’을 연호하는 게 순리일진데 그들은 ‘김정일’을 외치고 있어 의아스럽게 여겨졌다. 위대한 지도자께서 뜻밖에도 이 자리에 납시었다는 현실 앞에서 흥분과 감사와 자긍심에서였을 것이다.그리고 이 역사적인 상봉은 애오라지 김정일 장군의 뜻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6월 12일의 출발 스케줄이 갑작스럽게 하루 연기되었을 때 우리들의 동요와 의혹과 억측이 문득 떠올랐다.수수께끼에쌓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게 아닌가 라는 기우(杞憂)아닌 기우도 떠올랐다. ◆남북 두 지도자의 역정=그날 밤 일본 NHK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김정일의 정체를 분석하기 위해 각국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방영하고 있었다.그 가운데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언론인 문명자(文明子)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분은 철저하게 보통사람이예요.소박하고 자상하고…그러면서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뛰어난…” 보통사람인 김정일이 저토록 국민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와 숭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고 교육받아왔던 ‘김정일론’은 한마디로 불가사의한 사람 아니면,특별하고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그 고정관념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란 매우 신중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셈이다. 그런 일이 어디 북한뿐인가.지난 날 선거 때마다 색깔론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려가며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혔던 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많은 인생 역정도 따지고 보면 꼭 같은 경우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번에 손을 잡게 된 두 분 지도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첫째 성씨가 김(金)씨에다,둘째 잘못된 인식과 평가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셋째 두 분 모두가 정치가로서는 드물게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깊다고 한다면 나의 독단일까. 인구 200만의 평양시민 가운데 60만명이 거리로 나와 우리에게 보내준 그정열.그것도 어린 학생들이 아닌 성인들이었고 설령 고위층의 지시로 동원된 환영 행사였을지라도 그 눈과 입과 손짓에서 발산하는 웃음과 눈물과 힘은진심이었을 것이다.그것마저도 의심한다면 우리는이미 화해와 통일을 의심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믿어보자.우리의 믿음이 잘못되었을지언정 그것은 수치도 파렴치도 아니잖는가.지구상에서 가장 먼나라에 들어선 우리는 누구인가.무엇때문에 여기까지 왔는가 하고 절절하게 읊었던 고은(高銀)시인의 말 그대로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약 40분동안 차창 밖을 향하여 손을 흔들었다.우측에 자리한 장상 총장은 우측을 향해서,좌측에 앉은 나는 좌측의 평양 시민들에게 그저 힘이 소진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것만이 나의 모든 정성이라고 믿었다. ◆주암산 초대소=우리 일행은 숙소로 안내를 받았다.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4시부터 있을 환영공연과 만찬회에 나가야 했다. 우리 특별수행원의 숙소는 ‘주암산 초대소’로 모란봉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거진 노송(老松)에 에워쌓인 곳에서 대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풍치는 천하에 자랑할 만 했다.화강석으로 구축된 2층 건물로 나의 객실은 1층 35호실로 응접실과 침실이 있는 스위트룸이었다.마루바닥은 융단이 아닌 왕골돗자리가 전면으로 깔려 있어 맨발의 촉감이 시원했다.그런데 그 공간이 어찌나 넓은지 혼자 지내기엔 약간 불안감을 줄 만큼 허전했다.냉장고 안에는과일과 음료수가,그리고 침실 화장대 옆 작은 원탁에는 차(茶)와 북한 특산의 세가지 술이 사이좋게 놓여있었다.마시고 싶으면 마음대로 마시라는 무언의 권유가 역력하니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슴에 소낙비 격이라고나 할까.호젓한 산사(山寺)에 들어선 나의 감회는 다시 한 번 술렁거렸다. “정말 내가 평양에 와있는가.이것으로 통일의 물꼬가 트인다고 믿어도 되는건가.55년 동안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지냈던 우리가 이렇게 쉽게손에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도 되는가.”◆신명나는 춤과 노래=오후 4시 우리는 모란봉 만수대예술극장으로 초대를받았다.‘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문화성’이 주최하는 예술공연이었다.북한의 음악이나 무용을 이미 여러차례 감상할 기회가 있었던 나로서는 그다지 기대가 가는 편은 아니었다.획일적이며 기계적이어서 한마디로 말해 판에박은 듯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리라. 그러나 이날 밤의 공연은 지금까지의 그것하고는 다른 모습으로 내 가슴을두들겼다.그 특징의 하나로 전통의 현대화이며 그것을 위한 창작성의 뛰어남이다.그것은 다음날 관람했던 학생소년예술소조 종합공연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있는 일관된 몸짓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만난 작품들에서는 그러한 작위성이나 의도적인 역점은가시고 전통을 보다 친근하고 애착심을 가지게 했다.그 예가 민속음악의 재인식이다.아리랑,천안삼거리,옹헤야,노들강변,양산도,그리고 고향의 밤 등우리에게 친숙한 민요와 동요까지 재편곡한 연주는 자칫 잘못하면 치기로 전락될 수 있는 것을 성숙시킨 것이이다.전통악기의 개량도 성사시켰고 무용도 최승희의 기법에 바탕을 두되 서양발래나 중앙아시아의 민속무용의 기법을접목시켰다.그래서 그 기법은 체육에 가깝다는 폐단도 있고 춤 예술 이전에곡예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예술이 누구를 위해 있는가 하는 원초적인 점에서 그것은 철두철미하게 관객을 위해 있고 관객과 혼연일체가되어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음악이나 춤이 관객에게 신명과 춤을안겨줘야 한다는 극히 상식적이고도 근원적 의미가 북한의 극장에는 뿌리내린지 오래다.정치적 이념도 그러하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것’을창작하는 일이다.서양의 그것에 물들거나 모방하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의 장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우리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주체예술이 바로그들의 꿈이자 정체성일 게다. 나는 내가 지금껏 해왔던 작품세계와 나의 위상을 되돌아보면서 평양의 밤하늘을 쳐다보았다.그곳에도 별은 반짝이고 있었다.서울 하늘처럼 말이다. 車 凡 錫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극작가
  • 남북 화해시대/ 金雲龍대한체육회장 訪北수행기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하고 6월13일부터 2박3일 동안 평양을 방문했다.분단55년만에 개최된 회담에서 남북 정상들은 세계가 놀랄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다.반세기만에 대결의 구도에서 만남과 화해와 협력으로 민족의 번영과 통일을 향한 첫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다.특히 정상들의 공동선언문 중에는 문화체육교류가 포함돼 있으며 앞으로 남북 스포츠교류는 이 합의를 기본틀로 하여 추진될 것이다. 나는 평양 방문기간 중 장웅 북한 IOC위원 등 북측 체육관계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스포츠교류 방안을 논의했다.우리측은 주로 남북 스포츠교류 방안을제의했으며 북측이 화답하는 형식의 논의가 이뤄졌다.우리는 시드니올림픽남북한 동시입장,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관련된 남북단일팀 구성과 일부 종목의 북한 분산개최,경평축구 부활,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 대한 북한의 참여와 협조를 요청했고 북측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장웅 북한 IOC위원 겸 북한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를 가졌는데 장 위원은 간담회에서“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은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남북정상들에게 직접 제안한 내용이기 때문에 남북공동선언문의 테두리 안에서 잘 추진될 것이며 이 바탕 위에서 남북간 체육교류와 협력도 빨리 잘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남북 체육관계자들이 열의와 사명을 갖고 교류를 협의해 나간다면스포츠 분야에서만 수십가지의 교류방안이 나올 수 있다.남북 정상회담 이전에도 남북 스포츠는 꾸준한 교류를 가져왔으며 수십차례의 남북체육회담 개최와 비공식 접촉을 통해 90남북통일축구대회,91포르투갈세계청소년축구대회와 91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 구성을 성사시켰던 노하우를 갖고 있다.그렇지만 이런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북스포츠 교류가 성사직전에 번번이 무산된 것은 정치적인 고려 때문이었다.1964년의 제18회 도쿄올림픽대회,1990년의 제11회 북경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남북스포츠는 단일팀구성을 거의 마무리했으나 스포츠 외적인 이유로 성사 직전에 무산돼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 남북체육교류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된 만큼 어느 분야보다 빠르고활발하게 교류가 진행될 것이다.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유연한 협상전략,서로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도출하려는 진지한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양을 방문하고서 필자는 이제 한국스포츠가 21세기를 맞아 지난 20세기 88서울올림픽이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이어 남북스포츠 교류를 통한 제2의 국제적 도약을 할 여건과 분위기가 성숙됐다고 느꼈다. 한국 스포츠는 21세기 세계강국으로의 확고한 비전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며 남북체육인들이 중지를 모으고 신뢰를 증진하는 분위기 조성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체육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었다.북한을 떠나기 전 오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직접 “남북이 힘을 합치면 어느 종목이 세계에서 가장 셉니까”라고 물어올 정도로 남북체육교류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나는 김정일 위원장이 무척 소탈하고 호탕해 보였으며실용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통일을 향한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기대를 건다. 金雲龍대한체육회장
  • [사설] 민족경제의 번영을 위해

    남북공동선언에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대내외에 천명한 두 정상의 합의는 앞으로 경제교류와 협력증진을 가속화함으로써 남북한 공동번영을 이루고 종국적으로는 한반도 경제통합과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루기 위한것으로 평가된다.그동안의 대립관계에서 상생(相生)의 관계로 바뀌어 상호보완적인 경제활동에 온힘을 다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남북이 서로 경제협력과 교역을 넓혀 나가는 동안 지금까지 쌓였던 긴장감이자연스럽게 없어지리라는 예측은 어렵잖게 할 수 있다.이러한 남북 사이의긴장해소 분위기가 상호간의 굳은 신뢰와 민족애를 바탕으로 성숙될 때 남과 북의 군비축소가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경제교류와 성장을 더욱 촉진시켜한반도 번영을 앞당길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경협의 대외적 파급효과도 매우 주목되는 부분이다.우선 이번 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에 국제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호기를 제공한 셈이며 특히북한의 경우 사실상 시장개방을 의미한 것이므로 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IBRD) 등 국제개발기구로부터 지원받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남측의 경우 특히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금시장이 활성화되는 이점이 있다.남북간의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 등 악재는 물론 오랜 대립과 긴장상태는 주가에 언제나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제 남북경협은 머지않아 본격화할 것이다.북한의 실정으로 보아 우선 농업과 생필품 그리고 성장의 추진력 역할을 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시급한 과제일 것이다.경의선 등 끊긴 철도 복구와 함께 곧 닥칠 장마에 대비,임진강 유역 수해방지 사업을 공동추진하기 위한 준비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철도의 연결로 중국을 거쳐 유럽을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가 마련되면 남한 기업들은 바다를 거쳐 유럽 등지에 가는 것에 비해 물류비용을 3분의2나 크게 절약하는 이점을 얻게 된다.철도를 이용,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이를 위해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협정·자금결제방법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경협은 대기업에 못지않게 중소기업에도 상당한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중소기업 업종은 노동집약적인 것이 많기 때문에 북한에서 양질의 노동력을 활용,가격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수출증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또 불필요한 중복투자 등 시행착오가 없도록 차분하게 대북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다.언젠가 이뤄질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남과 북은 보다 이른 시일 안에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이뤄 7,000만 민족경제의 번영을 이뤄야 할 것이다.
  • [대한광장] 행정차원의 통일전략

    남북한 정상간에 파격적인 대화가 이루어짐으로써 민족통일에 대한 열망이더욱 부풀어가고 있다.간헐적인 민간교류 차원을 넘어 이번에는 국가 차원에서 거시적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함으로써 앞으로는 통일정책의 다변화가예상된다. 따라서 총론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각론적인 차원에서 좀더 현실적인 수준의 협력과제에 대한 추진과 내부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다.그리고 그동안 논의돼온 주제들이 주로 정치·경제문제 등에 집중됐으므로 앞으로는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문제나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통일과제 등에 이르기까지 논의주제의 폭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행정 차원에서 사회주의국가에서는 당을 중심으로 한 당원교육이 사회 교육의 주종을 이루어 왔으므로 효율성이나 민주성을 존중하는 행정관리 교육이없었다. 다시 말하면 이념교육 등이 주로 강조돼 행정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실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행정관리가 구조적으로 발전하기 어렵게 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간 공공부문의 협력과 이해가 성숙되려면 북한 관료에게 행정관리에 대한 교육훈련이나 관리기술을 전수해 주는 접근방법도 매우유익한 전략일 수 있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행정학원’이라는 이름이 ‘당간부학원’의 이름과병행돼 사용되면서부터 정부와 대학에 행정이란 개념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여년 전부터 각 성이나 대도시마다 당간부 학원을 행정학원과 병행해 운영하면서 공공부문의 행정관리 교육이 확대되기 시작했다.그런 탓인지는 몰라도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중국관료들의 의식이나 행태가 과거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화됐고,중국의 경제발전이나 개방속도도 가속화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북한도 중국처럼 현대적인 의미의 행정이란 개념에 대한 이해나 관리기술의 습득이 매우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이 필요하다.왜냐하면 북한 관료의 의식과 행태가 변화되면 통일로 가는 길도 그만큼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사업의 기조는 중앙정부와 거시적인 차원의사업,간헐적인 민간협력이 대부분이었다.따라서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통일이라는 민족적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간에 전략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민족통합을 도모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이는 통일 이후의 혼란과 갈등을 감소시키는 데도 필수불가결한 과제이기도 하다.중앙정부와 민간기업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류와협력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때가 도래했다. 예를 들면 서울시와 평양시간 혹은 우리의 강원도와 북한의 강원도가 자매결연 형태로 교류와 협력을 시도해 보는 것 등 새로운 형태의 접근방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통일 이후의 효과적인 국토개발과 지방행정 관리를 위해서도 이러한 협력전략은 필요하다. 자치단체 협력과 지역주민들을 통한 민족적 일체감이 증진된다면 남북한 주민들간의 단절과 오해의 폭이 현실적으로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러므로 행정관리 교육협력 및 지방 차원의 교류협력 과제들을 개발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때다. 金判錫 연세대교수·행정학
  • 특별기고/ 화해·협력의 시대 열었다

    남북한의 두 정상은 14일 평양에서 정상회담 합의문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화해·통일,긴장완화및 평화정착,이산가족 상봉,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한다방면의 교류 등 4개 분야에 걸친 합의문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남북이 손을 잡고 갈등과 적대를 넘어 화해협력의 새로운 시대로 넘어섰다.평화정착과 교류협력도 본격화되고 실천단계로 넘어선 것이다. 분단 55년만에 평양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적극성을 보였고 여러차례에 걸친 환담과 회담 등으로 각종 의혹을 불식시켰다.14일에는백화원영빈관으로 김 국방위원장이 찾아와 두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3시간을 넘기는 등 진지함속에 두 정상은 남북관계사의 분수령을 긋는 합의서를마련했다. 이번 회담으로 남북한 국민들은 한반도에서 대결시대가 끝나고,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리기를 소망한다.또 앞으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좋은 관례의 계기로 정착하기를 기대한다.남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현안문제에대해 허심탄회하게 진솔한 의견을 교환,쌍방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회를 가졌다. 화해와 협력은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출발한다.지난 시절 우리는서로 조작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서로 오해하기도 했다.그러나 이제 직통전화를 설치해 남북한의 긴급한 문제는 상호 직접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됐다.이것이 바로 오해와 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쌓아가는 첫 출발이다.국가적·제도적인 거창한 통일은 일단 접어두자. 그러나 적어도 이 지구상에서 가까운 혈육이 55년 동안 상봉도 하지 못하고서신 한장도 자유롭게 나누지 못하는 비극의 분단역사는 마감하자는 것이민족의 뜻이다.전세계는 지금 우리 민족을 지켜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7·4공동성명의 정신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입각해 성공적으로 이 역사적인 만남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키기로 약속했다.양 정상은 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화해·교류·협력 불가침 약속사항에 대해 강한 실천의지를 정치적으로 재다짐했다.드디어 외세에 의해분단된 분단사를 우리의 힘으로 마감하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의 문이열리기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남북한 내부에 냉전의식을 가진 사회의 여러세력에 대한 설득 작업이다.북한에는 군부 강경세력이 그것이고 남한에는 분단으로 인한 보수 기득권 세력이 그것이다.그래서 우리 국민 모두가 향후 정상회담의 소중한 합의정신을 살리기 위해 지속적인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그 교육내용 중에는 북한사회에 대한 선입견 없는균형감각 있는 교육은 물론이고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모든 방면에서의 인적,물적 교류를 체험케 하는 일일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회담후 대내적으로는 야당과 국민에게,대외적으론 우방국에게 그 결과를 소상히 알리고 향후 후속작업에 필요한 참여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동서독 정상회담에서도 회담후 빌리브란트 총리는 연방의회와 서방 4대국 협의체(미국,영국,프랑스,서독)에 정상회담 진행과정을 보고하여 공감대 확산에 노력했다. 우리 국민들도 정상회담의 성과를 너무 산술적으로 따지지 말아야 한다.민족공동체 회복이란 긴 역사적 관점에서 보는 현명하고 성숙된 자세를 가져야한다. 이제 화해와 평화의 불씨를 지핀 정상회담의 귀중한 정신을 우리 내부에서 실천하기 위해서 여야 정파를 초월하고 보수,혁신을 뛰어넘어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갈등과 분단의 역사를 종결짓고 화해와 통일의 역사로 바꾸는 이 시점에 우리 온 국민의 지혜와 적극적인 참여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이장희 한국외대교수 국제법.
  • [언론개혁을 말한다](8)언론사’1인 소유구조’개선 시급

    “시민단체 일각에서 거론된 바 있는 ‘언론활용론’은 부도덕한 주장으로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그러나 이같은 주장을 공박하기에 앞서 시민단체가 아직 성숙되지 못한 현실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개혁이 우리사회의 대표적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로 부각된 가운데 언론개혁론자들은 시민단체가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해 왔다.이는 현 정권에 대해서는 ‘기대난망’이라는 결론을 내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 4·13총선을 전후해 시민단체 일각에서 ‘언론활용론’이 나돌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시민단체의 맏형격인 참여연대의 김형완(40) 협동사무처장은 언론개혁론자이다.다만 ‘목소리’는 차분하다.전업시민운동가인 그는 참여연대에서 웹사이트 운용·퍼블릭 억세스(매체수용자들의 매체참여)·인터넷방송 업무 등참여연대 내부매체의 총괄책임자이다.현재 맡고 있는 업무도 그렇지만 그는둘째형(한겨레 김형배 편집부국장)이 80년 조선일보에서 강제 해직당한,‘개인적 경험’이 계기가 돼 언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인물이다.그는“기성매체는 보도태도도 문제지만 구조적 속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고 “족벌·재벌언론사들의 횡포는 소유지분문제,경영투명성 확보 등이 해결되지 않고는 기자들만의 노력으로는 언론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고말했다.그는 또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어쨌든 4년에 한번씩 선거를 통해거르고 있으나 언론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대가 시민단체로 몰리고있다”고 분석했다.일부 수구언론에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실리와 명분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불거진 반작용이라는 것.참여연대가 언론개혁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그는 “참여연대가 언론개혁에 주체적으로 나서기에는 아직은 동력이 부족하다”며 “가까운 시기에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