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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럼즈펠드 방한기/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과 일행이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날 저녁 리셉션에 참석했다(10월20일). 윤광웅 국방장관에 이어 축사를 한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에서 지금까지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동맹(alliance)이라는 것이다. 한·미양국은 13개항에 이르는 공동성명을 채택함으로써 한·미동맹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확인하였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었던 한·미간의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에 대해 ‘적절히 가속화한다(appropriately accelerate)’는 데 동의하였다.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이 자국 방위를 위해서 더욱 많은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 이에 따라 지휘관계가 자연스럽게 조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국간에 민감하게 여겨졌던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순조롭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을 계기로 한·미동맹은 보다 성숙한 단계로 발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미동맹은 ‘비대칭적(asymmetrical)’관계에서 ‘대칭적(symmetrical)’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의 자주국방이 논의되어 왔다. 이번에 미국이 자주 국방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의 국방개혁을 이해하고 지원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향후 미국측과의 사전협의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미행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럼즈펠드 장관이 남북간의 화해·협력 노력과 6자회담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한·미동맹 관계의 심화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반면 한국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움직임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한 질문에 럼즈펠드 장관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한국이 자유를 얻기까지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바친 희생을 해왔고 한·미동맹관계는 한반도의 불안정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이바지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 필요성과 미국의 대 한반도 방위공약의 공고함을 재확인하였다. 일부에서 거론되는 주한미군 추가감축설과 주한미군 사령부의 후방 이전설에 대해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일행이 한국을 떠나는 날,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은 북한을 겨냥한 모든 작전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10월22일). 한국의 국정감사에서 한 야당 의원이 언급한 ‘작전계획 5027-04’가 알려진 만큼 북한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미국의 공약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버리지 않는다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보장은 이뤄질 수 없으며 북한은 오히려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다음 달 초에 열릴 예정인 5차 6자회담에 무조건 참석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북한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핵문제해결을 위한 민족공조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중국과의 군사교류 정례화를 위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럼즈펠드 장관은 중국의 군사능력과 전략적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함으로써 한국은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북·미관계 개선을 원하는 북한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이 신뢰하지 않게 된다면 한국은 주변국이나 북한의 신뢰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 판사님들 목요일마다 日만화 빠지는 까닭은

    판사님들 목요일마다 日만화 빠지는 까닭은

    서울가정법원의 법원장실에 딸린 소회의실에는 매주 목요일 오후 5시쯤이면 이동흡 법원장과 판사·직원 등 20여명이 모인다. 가사·소년 사건 사례를 연구하는 스터디 그룹이다. 교재는 일본 만화 ‘일본가사재판소 사람들(家栽の人)’이다. 이 만화는 우리로 치면 가정법원인 일본 가사재판소에서 실제로 취급한 가사·소년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원예가 취미인 구로다 판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식물의 성장에 빗대어 그린다. 편마다 소제목도 장미, 엉겅퀴, 백합, 동충하초 등이다. 국내에 번역본이 없어 이 법원장이 원서를 읽어준 뒤 관련 사건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지난 20일에는 19세 소년범이 20대 여성을 강간·살해한 사건을 그린 ‘백합’편을 읽었다. 작품 속에서 소년범의 실명을 보도한 기자는 신체적으로 성숙한 소년범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형을 감해주는 게 옳은지 묻는다. 구로다 판사는 기자에게 백합을 보여준다.“알뿌리 식물인 백합은 뿌리 한 조각만으로 꽃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은 더디지요.”사람마다 성장의 속도가 다르니, 사회가 그들의 성장을 기다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강독보다는 토론이 인기 가사4단독 고연금 판사는 “어쩔 수 없이 일본 교재를 쓰지만 이 모임은 일본어 연구모임이 아니다.”라면서 “모임의 진짜 매력은 만화를 본 뒤 이어지는 난상토론”이라고 귀띔했다. ‘백합’편을 읽은 뒤에는 소년범 재판이 화제가 됐다. 가사 조사관과 소년 사건 조사관을 같은 수로 배치하는 일본에 비해 소년 조사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소년부 판사는 “사건 처리 수가 많아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첫 기일도 늦게 잡힌다.”면서 “사건 발행 후 5∼6개월 만에 첫 기일이 잡히면, 소년범이 가출해 잠적해 버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에 적응하다가 재판으로 다시 상처를 건드리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가사부 판사들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가사부 사건에 대한 만화를 읽는 날에는 담당 판사들의 발언 횟수가 늘어난다. ●“우리 사례로 연구했으면…” 지난 8월 임명돼 업무파악을 위해 책을 보다가 사례 연구모임을 만들었다는 이 법원장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그려진 만화이기 때문에 현실적이면서도 심도깊은 논의가 가능하다.”면서 “법관과 직원이 함께 토론하며 의사소통이 활발해진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이점”이라며 웃었다. 모임에 참석한 가사1부 김매경 판사는 “책이 나온 지 시간이 흘러 약간 구닥다리인 부분도 있지만, 가사·소년 사건을 다루는 진지한 자세에서 배우는 점도 많다.”면서 “만화가 아니더라도 국내 사례를 정리, 연구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공단·미군기지 ‘죽은 땅’ 환경신기술로 살린다

    [우리땅을 살리자] 공단·미군기지 ‘죽은 땅’ 환경신기술로 살린다

    유류 등으로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사업이 떠오르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류 저장소는 물론 군부대, 미군기지, 공장부지 등 오염된 대규모 부지들이 도시화 등으로 택지나 생활근린시설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양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도 속속 개정되고 있어 여건도 성숙되고 있다. 한 정유사가 최근 조사한 내용을 보면 자사의 오염된 주·저유소 복원 예산만 200억원대에 달했다. 용산 미군기지 정화 비용도 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주유소 47곳서 토양복원 진행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 앞에는 컨테이너가 있다. 이 안에는 1번부터 40번까지 숫자가 빼곡히 적힌 호스가 땅밑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주유소 바닥 곳곳에는 손바닥 크기만한 원형 마개가 박혀 있다. 마개 밑 땅속 5m까지 호스를 심어 컨테이너에 연결시켜 놓았다. 경유로 오염된 주유소 부지를 정화해 복원하는 장비다. 유해 물질을 없애고 미생물 산소 등 복원 물질을 주입 중이다. 15년전 쓰레기 매립지였던 이 곳은 유류 탱크를 묻고 주유소를 운영해 왔으나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탱크가 기울어져 주유구와의 연결 부분이 끊어지면서 유해물질인 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 등 BTEX가 기준치(80㎎/㎏)보다 4.5배(362.02㎎/㎏)나 높게 검출된 것. 이 주유소의 토양 복원을 담당하는 ‘아름다운환경’의 안훈기 차장은 “오염된 토양을 굴삭해 복원하는 방법과 그대로 둔 채 정화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굴삭 방법이 6개월 만에 끝나 빠르기는 하지만 영업을 해야 하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자연 복원 방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평균 2년간 총 2억여원이 소요된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10월 현재 5대(SK·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인천정유) 정유사가 운영하는 주유소 중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오염 토양을 복원하는 사업장은 47개다. 이와 별도로 최근까지 전국 21개 사업장이 복원을 끝냈다. 국내에 토양복원이란 개념이 들어온 것은 IMF 경제위기 이후다.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할 때 환경 문제를 이유로 매입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생겼다. 지난 4월 두산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할때 환경 문제로 깎은 금액은 무려 3500여억원이다. 2001년에 땅 매입자가 오염된 땅을 복원하도록 토양환경보전법이 개정되면서 토양 복원에 대한 인식은 확산되고 있다. 토지를 거래할 때 환경평가를 하고 매입 가격에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구입자가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되면서 분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오는 2007년부터 주유소와 같은 오염물질 저장시설의 누출검사를 의무화하도록 토양환경보전법이 최근 다시 개정돼 토양복원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시설 설치후 10년이 지나면 4∼6년 주기로 누출 여부를 검사하도록 해 조사 대상이 많아질 전망이다. ●2011년까지 미군기지 34곳 반환돼 업계는 2010년까지 토양 복원 시장이 한 해에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곽무영 토양지하수환경보전협회장은 “국내 토양 복원 시장은 90년 중반에 형성됐고 2000년 이후 큰 폭의 성장을 하는 데다 관련법이 계속 정비되고 있어 5년후엔 1조원대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010년 국내 토양오염 복원시장을 1조 500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폐금속 광산은 전국 총 906곳에 산재하고 있다. 광해방지사업단 준비사무국 정지봉 팀장은 “최근 광해방지사업법이 공포됨에 따라 휴·폐광산 복구를 전담하는 광해방지사업단이 내년 6월 정식 발족돼 휴·폐광산 복구 작업에 탄력이 붙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납되는 미군기지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11년까지 서울, 의정부, 동두천, 부산 등 14개 시 34개 미군기지와 훈련장 5167만평 이상이 한국에 반환된다. 올해 반환되는 곳만 강원 춘천, 경기 파주·김포 등 8개 지역 22개 기지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전문가 제언 ●정부·지자체 땅부터 오염조사를 부산시 문현동의 이전 군부지에서 보았듯 부대 부지의 토양 오염은 심각하다. 중앙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소유 부지의 점검이 필요하다. 오염복원 문제는 정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사기업에게 떳떳하게 복원시행 명령도 내릴 수 있고 그에 따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제는 단순히 군기지 기름 유출이나 폐·광산 중금속 토양오염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토양오염 전반에 대한 복구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화학물질 수입·생산업체 등으로부터도 재원을 조달해 미국의 슈퍼펀드처럼 토양복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등 환경복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석영 전 미 테네시주립대 토양학과 교수 ●‘미군기지’ 토양복원 투명하게 오는 2011년까지 34개 이상 미군기지가 반환된다. 수시 반환과 임무전환 명목으로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해마다 늘어난다. 최근 환경부 국감에 따르면 반환 예정 15개 미군기지 조사에서 용산 헬기장을 제외한 14개 기지에서 토양·수질오염이 발견됐다. 중추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피부조직을 썩게 하는 물질들이다. 현재 미군기지는 반환 1년 전부터 한미 공동오염조사를 실시하고, 발견된 오염은 미군이 치유한다. 문제는 과정의 투명성이다. 미군이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는 물론 언론에 환경오염과 정화 실상을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환경오염 사고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오염된 미군기지 복원에도 이 원칙이 예외없이 적용돼야 한다. 고이 지 선 녹색연합 간사 ■ 대기업·벤처 속속 시장진출황종식 에코솔루션 사장은 지난 3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400평 주유소 부지를 매입했다. 경유로 오염된 땅의 복원 비용이 제외돼 싸게 인수한 셈이다. 그는 “부지 오염을 정화한 뒤 6층 규모의 상가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라면서 “분양 이익이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공단이 해외로 이전하는 등 산업 환경이 바뀌면서 오염된 땅의 재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1998년 토양 복원 전문벤처 선두주자로 시장을 개척해오고 있다. 최근 토양정화업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10월 현재 환경부에 총 18개 업체가 토양정화업 등록을 마쳤다. 등록을 마친 업체 중 SK건설과 한화건설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벤처이지만 대형 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관심이 많다. 등록을 해야만 내년 1월부터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환경관리공단 박정구 토양지하수사업조사팀장은 “초기 시장은 중소 벤처들이 중심이 됐지만 2000년 이후에는 대기업들도 속속 뛰어들 채비를 갖춰오고 있다.”고 말했다. SK건설측은 “향후 국내의 미군기지 이전시 정화업 수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환경부에 최근 정화업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화북댐 상류 폐광산 지역의 중금속 오염토양 복원 공사를 수주, 진행 중인 조사가 끝나면 연말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이에 앞서 삼성물산은 주한 미군부대가 발주하는 오염토양 복원사업을 4년째 벌이고 있으며, 현대건설의 경우 1998년부터 복원기술 개발에 착수해 일찌감치 이 시장을 준비해 왔다. 신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에코파트너스는 최근 토양속 중금속 성분을 추출해 재활용하고 환경 유해성이 없는 금속광물로 환원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국토양지하수환경보전협회 곽무영 회장은 “토양 정화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벤처업체들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며 정부의 감시와 지원을 당부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정치적 변화보다 법률 따라야”

    김종빈 검찰총장은 17일 오후 퇴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말을 아끼며 “눈앞에 안개를 거두니 가을단풍이 아름답다.”고 28년 검찰직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이에 앞서 퇴임식장에 들어선 그의 표정은 평상시처럼 온화했다. 식장에 모인 검찰 간부 200여명의 굳은 표정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김 총장의 퇴임사는 첫마디부터 강한 어조였다. 김 총장은 “수사지휘는 검찰의 독립성을 해치는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청와대가 검찰총장의 처신을 비난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구속수사 결정에 대해 김 총장은 “구체적인 사건 처리는 정치적인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사퇴와 검찰에 대한 여권의 비난을 의식한 듯 “검찰이 정치권력에 흔들려 신뢰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검찰조직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켜야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검찰의 현안인 사법개혁 논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 것은 짐으로 남는 듯했다. 그는 “논의들이 권력기관간 권한 배분이나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오전에 이용훈 대법원장과 천 장관을 잇달아 방문해 퇴임인사를 했다. 천 장관을 5분쯤 독대한 김 총장은 “이번 사태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면서 “검찰 조직은 급속히 안정될 것이며, 일선 검사들도 자숙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지키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김 총장의 퇴진은 ‘명예로운 퇴진’으로 검찰사에 남을 것”이라는 말로 김 총장을 배웅했다.홍희경 박경호기자 saloo@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블루오션과 상생/최미숙 증산도 부산당리도장 수호사

    극즉반이란 말이 있다. 극(極)에 가면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궁즉통이란 얘기도 있다. 절실하게 구하면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요즘 세상의 변화상을 지켜보면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한 전 분야에서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곤 한다. 그러나 한계는 극복하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며, 이를 계기로 인류 문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것을 역사가 증거하기도 한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블루오션도 극즉반의 예라 할 수 있겠다. 블루오션은 치열한 경쟁으로 과열되고 있는 산업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포드사의 경우 당시 비싸고 사치스러워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를 가치혁신으로 현실적이고 편리한 운송수단으로 자리잡게 하였으며 동시에 성공의 키도 거머쥐게 되었다. 또한 고 비용에다 진부하여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던 서커스를 전혀 새롭고 세련되게 변화시킨 시르크 뒤 쏠레이유의 성공 등…. 많은 기업들이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블루오션이란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새로운 가치를 설정하고 미지의 고객층을 형성하여 거의 경쟁이나 흔한 벤치마킹도 하지 않고 성공을 이룬다는 것이다. 기업이 성공하지만 다른 경쟁사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며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닌 글자 그대로 윈-윈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다름 아닌 상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학에 일음 일양 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하였다. 한번은 음하였다가, 한번은 양하였다가 하는 것이 바로 도라는 것이다. 밤이 지나면 낮이 찾아오고. 만물이 번성하는 봄여름이 지나면 열매맺고 쉬는 가을 겨울이 찾아오듯, 불행이 지나면 행복이 시작되듯 만물은 극에 다다르면 다시 회귀하는 본능이 있는 것이다. 조카가 어렸을 때 자주 무릎이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을 보았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크려고 그러는 거다.’ 고 말씀하셨다. 지나고 보면 훌쩍 커 있는 조카를 보게 되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상극의 고통속에서 커가고 상생의 조화속에서 성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 문명의 대 전환기에 이르러, 상극의 치열한 경쟁인 레드오션 외에 고객과 기업이 서로 살고 서로 도와주는 상생의 성숙한 블루오션의 바람이 불고 있으니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블루오션이 경쟁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다. 가치 혁신을 이루어 이윤을 내고 성공을 했기에 타 기업들은 점차 모방을 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또다시 치열한 경쟁 구도 속으로 휘말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블루오션으로 성공한 기업은 또 다른 성공을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새롭게 거듭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퇴보하고야 말 것이다. 블루오션 또한 매우 비전있고 성숙된 경제 전략이긴 하지만 아직 인류가 꿈꾸어온 이상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펼쳐질 상생의 대도 세계를 그려본다. 100년전 증산 상제님께서 이 땅에 오시어 행하신 천지 공사 프로그램 그대로 세상은 말없이 변화해가고 있다. 상제님께서는 “남 잘되는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남 잘되고 남은 것만 차지하여도 우리 일은 된다.”고 하셨다. 필자는 먼저 남 잘되게 하는 공부만이 진정으로 인류가 함께 영원히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모두가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 남 잘되게 하려는 그런 세상. 그것이 바로 천지의 열매인 인간이 사는 우주의 가을 세상일 것이다. 최미숙 증산도 부산당리도장 수호사
  • [시론] 독일 ‘대연정’ 감상법/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시론] 독일 ‘대연정’ 감상법/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에서 39년만에 보수 연합의 기민·기사당과 중도 좌파의 사민당간에 대연정이 이루어졌다. 전체 의석의 70%를 차지하는 초거대 여당이 등장했고,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도 탄생했다. 슈뢰더 총리 집권 7년동안 독일 경제는 참담했다.47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가 발생했고, 성장률은 전임 콜 총리 집권기(1983∼1998년)의 연평균 2.4%의 절반에 불과했다. 과연 대연정은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독일의 ‘잃어버린 7년’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세력이 비슷한 거대 정당이 합쳐진 독일의 좌·우 대연정에 대한 평가는 유동적이다.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고 정책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과 정책 추진의 역동성과 추진성이 떨어지고 의회내 견제 세력의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상존한다. 독일의 대연정 실험은 향후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관련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분하게 감상해 볼 만하다. 첫째, 독일병을 치유하기 위한 영국의 대처리즘과 같은 강력하고 과감한 개혁 조치가 이루어질지 여부이다. 대연정의 핵심 당사자들은 기민당과 사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약 50%이상이 서로 겹치고 개혁의 목표도 같으며 이를 구현하는 수단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기 때문에 낙관적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기민당이 제시하는 부가 가치세 인상, 노동시간 연장, 임금교섭의 자율화 등 친기업적 정책에 대해 사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메르켈 여성 총리가 어떤 리더십으로 이러한 경제 정책 갈등을 극복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평등 문제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관심사이다. 독일의 ‘68년 학생 혁명세대’는 유럽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친환경 정책, 소비자 보호정책, 동성애자 등 사회 소수자 권익 보호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정치 세력이었다. 대연정으로 슈뢰더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던 ‘68세대’ 출신 진보 각료들의 퇴진이 불가피해졌다. 장기 침체로 고전중인 독일의 경제 회생 목표가 과거 사민당-녹색당 연정으로 이룩한 사회적 평등 정책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셋째, 외교 정책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흥미롭다. 사민당은 터키의 유럽 연합 가입을 강력히 지지하는 반면, 기민·기사당 연합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슈뢰더 전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독자적인 노선을 견지한 반면,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기민당이 총리직을 맡았지만,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사민당이 차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친미와 반미로 대변될 외교 정책의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해 볼 만하다. 넷째, 대연정이 얼마나 유지될지도 관심을 끈다. 현재 기민당과 사민당의 핵심 지지계층은 과거에 비해 견고하지 못하다. 전통적인 지지계층이 무너지면서 두 정당 간에 레드 오션의 격렬한 상호 경쟁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이 점이 확고한 지지계층을 기반으로 1966년에 구축되었던 대연정 때와는 달리 정치적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더욱이, 다섯개 정당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독일의 다당체제하에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운 형태의 연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독일의 대연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열린 우리당의 문희상 의장은 한 토론회에서 “연정은 물 건너 갔다.”고 연정 폐기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한국 정치가 ‘상생과 협력’의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독일의 대연정 실험은 분명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줄 수 있다.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열린 마음으로 이러한 교훈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 아드보카트호 주전경쟁 불꽃튄다

    아드보카트호 주전경쟁 불꽃튄다

    ‘모든 포지션이 플래툰.’ 12일 아시아의 난적 이란을 통쾌하게 제압하며 데뷔전을 승리로 이끈 아드보카트호의 주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각 포지션마다 2명 이상의 쟁쟁한 멤버들이 저마다 기량을 뽐내며 주전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것. 이름만 봐도 흐뭇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원톱에선 이란전에서 기존의 ‘게으르다.’는 평을 불식시킨 이동국(26·포항)이 한층 성숙된 움직임을 보인 안정환(29·FC메스)과 끝없는 자리 다툼을 벌인다. 윙포워드에는 박주영(20·FC서울),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천수(24·울산) 모두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설기현(26·울버햄튼), 정경호(25·광주), 차두리(25·프랑크푸르트)와 생존 경쟁을 펼친다. 미드필드는 더 화려하다. 양날개 요원에 조원희(22·수원), 수비형 미드필더에 이호(21·울산)가 화려하게 비상했고 김두현(23·성남), 백지훈(20) 김동진(23 이상 FC서울), 김정우(23·울산)도 만만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때문에 이영표(28·토트넘 홋스퍼), 송종국(26) 김남일(28 이상 수원) 등과 중복 포지션에서 맘껏 경쟁을 펼치게 됐다. 수비에선 최진철(34·전북)-김영철(29·성남)-김진규(20·이와타) 등 스리백에다 후반 교체 투입된 유경렬(27·울산)도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영역을 넓히며 기존의 김한윤(31), 신예 조용형(22 이상 부천) 등과 자리 확보에 불꽃을 튀기게 됐다. 딕 아드보카트(58) 감독은 새달 12일과 16일 잇따라 홈에서 펼칠 예정인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과 내년 1월로 예정된 해외전지훈련에서 전술적 실험과 함께 주전 경쟁에도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이란보다 한수 위의 기량을 지닌 유럽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어떤 태극전사가 ‘공격적 투쟁심’을 제대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아드보카트의 선택도 분명히 갈릴 전망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염주영 칼럼] 공기업도 사회적 감시를

    [염주영 칼럼] 공기업도 사회적 감시를

    공기업의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행태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각종 경영 비리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올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문제가 벌써 수년째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정부가 그때마다 이런저런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상례다. 이번 국감에서도 공기업의 다양한 부조리들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주유소 영업권 독식 사례는 단연 압권이다. 하루 수십만대의 차량이 통과하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주유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다. 독점적 영업권이 보장되는 데다 100% 현금장사여서 누구나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영업권을 받는 것만으로 엄청난 특혜가 된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에는 퇴임한 군 장성 출신들이 독식해왔다. 한국도로공사는 그런 특혜성 사업권을 자신들의 퇴직자 단체에 수의계약으로 넘겨주는 일을 5년째 계속하고 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모든 특혜에는 비리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밖에도 공기업의 헤픈 경영과 그에 따른 부조리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생산성을 초월하는 임금 인상은 다반사이고, 부채상환을 뒤로 미루면서 무려 1000억원대의 재원을 사원들의 복지기금으로 쌓아두기도 한다. 독점·거대기업의 지위를 남용한 문어발식 조직 확장은 민간기업을 능가한다.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이나 설립목적과 다른 신규사업 진출 등으로 공룡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는 기획예산처 산하에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기업의 이같은 고질병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 핵심은 ▲공기업관리기본법 제정 ▲공공기관관리위원회 설치 ▲공공기관 지배구조 재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도 칼을 빼들었다. 내년까지 226개 공기업과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의 기획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공기업 경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과 감사 강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과거에도 몇차례 정부의 그같은 시도는 있었지만 그 성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각종 제도적 개선과 함께 공기업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와 시민계층의 성숙으로 각종 소비자·시민단체들이 다양한 공익적 목적의 사회적 감시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영역이 아직은 정부와 사기업에 국한하고 있다. 특히 사기업에 대한 이들의 감시기능은 최근의 ‘삼성에버랜드 CB 사건’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 혁혁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에 대한 감시활동은 아직 부진한 실정이다. 이제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을 바로 잡는 일에 소비자·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기업의 재산은 기업주의 것이지만 공기업의 재산은 국민의 것이다. 사기업은 개인 돈을 쓰지만 공기업은 국민이 낸 세금을 쓰고 있다. 사기업의 지나친 사익 추구로 인한 공익의 침해도 문제지만 공기업이 공익을 소홀히하는 일은 더 큰 문제다. 소비자·시민단체들이 사회적 감시의 영역을 공기업으로 넓혀주길 기대한다. 정부는 사회적 감시 장치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공기업의 경영정보 공개 등 관련 제도를 다듬어주기 바란다.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god 7년 활동 “아듀”

    god 7년 활동 “아듀”

    인기 남성그룹 god가 7집 ‘하늘 속으로’ 발표와 11월 열릴 콘서트 ‘god The Last’를 끝으로 결성 7년 만에 사실상 해체한다. 12일 한강 유람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7집 활동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각자 생활한 뒤 더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god가 사실상 해체를 결정한 데에는 이중국적 논란을 빚은 손호영과, 김태우의 군입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태우는 향후 계획에 대해 “나와 손호영은 군입대를, 데니안은 (KBS 라디오 ‘키스 더 라디오’DJ 등)개인활동을 하고 박준형은 휴식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니안은 “우리는 데뷔후 8년간 함께 살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마음의 휴식을 취할 시기가 왔을 뿐”이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다가 지금의 어린 팬들이 성장하면 그들 앞에서 다시 공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아쉬워했다. 이들의 마지막 공연인 ‘god The Last’는 11월10일부터 12월1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내 올림픽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전시작전권 환수 협의 주목한다

    정부가 최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협의를 미국측에 공식 제안했다. 한·미 양국간의 협의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군의 날 기념 연설에서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자주군대”를 강조하면서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50년 미국측에 작전통제권을 넘겨준 이래 94년 평시 작전통제권만 되돌려 받았다.‘반쪽 자주국방’체제인 셈이다. 따라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은 명실상부한 자주국방체제의 확립을 위해 당연하고도 옳은 일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협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 우리 국방력은 55년 전 작전통제권을 넘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또 6자 회담의 합의에 따른 주변 안보정세의 변화이다. 북핵 해결과 함께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가질 경우,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미군과의 관계나 작전지휘명령체계 등에 대해서는 협의에서 조율해 나가면 된다.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도 필요하다. 시기상조나 한반도의 불안 조성 등의 반대 여론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분위기를 성숙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담보돼야 한다. 미국측은 우리 정부의 제의에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단다. 미국측은 6자 회담과 함께 북한의 핵포기 진전 과정을 연계해 협의의 완급을 조절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는 한·미간 우호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은영의 DVD레서피] 질리지않는 카타르시스

    [박은영의 DVD레서피] 질리지않는 카타르시스

    무교동 낙지의 진수는 혀가 갈라질 듯한 매운 양념이다. 통제 불능으로 눈물이 흐르고 감전된 것처럼 뒷골이 저릿한 고추 페이스트는 먹는 희열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무교동을 자주 찾는 이들은 영리하게 촉촉한 빵이나 우유를 지참하기도 한다. 빵에 있는 작은 구멍들이 낙지의 매운 향을 흡수하고 유성의 우유는 매운 맛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김치와 버터 빵이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처럼 이 낯선 조합은 혼절 직전의 매운 맛을 질리지 않고 즐기게 해준다. ‘배트맨 비긴즈’와 ‘해롤드와 쿠마’는 전혀 다른 장르지만 함께 보기에는 좋다. 지적이고 음울한 액션과 강도 높은 화장실 유머의 조화다.‘배트맨 비긴즈’는 이전 시리즈들과는 달리 초인간 영웅이 탄생되기 이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박쥐에 대한 공포를 간직한 소년이 영웅으로 변모하기까지를 인간적으로 보여주는데 만화 원작이 없는 프리퀼이라 팬터지 대신 현실적인 캐릭터가 강하게 감지된다. ‘배트맨 비긴즈’가 제대로 구운 빵이라면,‘해롤드와 쿠마’는 코끝이 찡할 정도로 자극적인 요리다. 할리우드 화장실 유머의 계보를 잇는 이 코미디는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인종 국가 미국의 인종차별을 풍자한다. 피플지가 선정한 아름다운 50인이자 한국계인 존 조가 독특한 캐릭터로 어필하며, 배설의 카타르시스가 안겨주는 저력도 있다. ●배트맨 비긴즈 크리스천 베일, 마이클 케인, 리암 리슨, 게리 올드만, 모건 프리먼 등이 출연하고 ‘메멘토’ ‘인섬니아’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았다.1,2편 이후 장난스러운 팬터지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배트맨’의 탄생통을 무게 있게 그렸다. 러닝타임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배트카와 배트맨은 둔탁하고 미성숙한 모습이지만,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고전적인 파괴력이 있다. 다채널 스피커를 따라 이동하는 입체 사운드와 박력 있는 우퍼도 매혹적이다. 코믹스 창을 응용한 메뉴도 이색적이다. ●해롤드와 쿠마 ‘오스틴 파워’ 시리즈와 패럴리 형제에 이어 할리우드 화장실 유머를 계승하고 있는 대니 라이너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 ‘내 차 봤냐?’ 같은 질펀한 농담은 여전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인과 인도인 청년을 주인공으로 해 뼈있는 웃음의 날카로움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 DVD의 백미는 부가영상이다. 소리 취재를 위한 전국 화장실을 방문한 기록은 화장실 유머의 진수다. 이 밖에 두 주인공의 자동차 인터뷰와 본편보다 강도가 센 삭제장면들,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는 감독 인터뷰 등이 수록되었다. 두 배우와 감독이 함께 한 친절하고 유쾌한 코멘터리는 또 한 편의 코미디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 [경제플러스] CMMI 레벨3 인증 획득

    LG전자 디지털TV연구소는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공정 성숙도 분야 국제 품질인증 기준인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레벨 3 인증을 획득했다고 11일 밝혔다.CMMI는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 연구소인 SEI가 미국 국방부의 의뢰로 개발한 것으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의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통합 지표이다. 세계적 기업들의 품질 관리 측정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레벨 4까지 있으며 숫자가 클수록 인증 수준이 높은 것이다.
  • “北과 개성관광 협의 않을것”

    북한측으로부터 구두와 문서로 개성관광사업 제안을 받은 롯데관광은 10일 “현재는 여러 조건이 성숙되지 않아 북측으로부터 제안이 와도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관광 이순남 이사는 이 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성관광사업은 수익성이 있어야 하고 현대아산과 북측과의 계약관계가 분명하게 정리되고, 정부 당국의 승인도 따라야 추진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국민 정서가 중요한데 일부에서 거론되는 1명당 200달러나 1000만달러 관광 대가 지원은 국민 여론상 곤란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북측과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하지만 북측으로부터 아직까지 관광 대가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아산이 북측과 맺었다는 7대 사업 독점권의 효력 여부 등 모든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북측에서 추가 제안이 오더라도 통일부와 현대, 국민 여론을 주시하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관련기사 17면
  • 무덤가에 쌓이는 분홍빛 편지

    무덤가에 쌓이는 분홍빛 편지

      망우리 공동묘지, 차중락의 무덤가에서 때때로 밤샘을 하는 소녀가 있다. 도심지가 아득히 내려다 보이는 호젓한 산골짜기에서, 망령이 되살아날 것 같은 무덤들 사이에서 눈오는 밤을 혼자 새우는 여고3년생. 단순한「팬」이라기엔 실로 엄청난 집념이 아닐 수 없다. 무덤 옆 쌓아놓은 돌성(城)엔 아가씨들 편지 자꾸 쌓여 그 소녀는 차중락의 무덤가에 돌을 모아 조그마한 돌성을 쌓아놓았다. 성이라기보다는 편지를 넣기 위한 우체통이다. 그 돌로 된 우체통에는 고인에게 바치는 연서(戀書)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묘를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잔디도 엉성한 무덤. 우체통은 겨우 비를 가릴 수 있을 정도고 편지는 펼쳐볼 수 있게「노트」로 엮어졌다. 『눈이 오기에 달려왔지요. 오빠 얼굴에 흰 눈이 소복. 하얀 눈을 조용히 쓸어드렸죠. (중략) 해가 저물었군요. 저번「크리스마스·이브」처럼 밤을 샐 용기가 나질 않는군요. H올림』 차중락을 오빠라고 부르는 H란 소녀. 첫「페이지」가 1월 14일자로 시작됐으나 그 다음 장에는 또 다른 필적의 글이 실려있다. 역시 오빠란 호칭. 『귓전에 맴도는 노랫소리에 끌려 오늘도 왔습니다. 오빠가 그리울 때면 아니 마음이 산란해지면 찾아 뵙겠습니다 - X옥』 『오빠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 금할 수가 없군요. 하지만 오빠의 미소가 그리운「화(花)」는 이렇게 찾아왔잖아요? 백설만이 오빠를 대신해서 반겨주는군요. 저는 결코 울지 않겠어요 - X화』 『오빠의 노랫소리가 귓전을 울리기에 찾아왔어요.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서- 오늘도 경이는 오빠가 그리워 이렇게 찾아왔어요. 누가 뭐래도 울지 않겠어요 - X경』 『눈 오던 어느 날 환히 웃던 개구장이씨, 짓궂은 놀림을 못받는 게 서운하군요. 하얀 눈망울 속에 어여쁜 꿈이나 꾸셔요 - 여X』 산책길에 나선 사람이라도 그 무덤의 주인공이 차중락임을 알고는 몇 마디씩 써놓고 가는 것일까? 문학소녀적인 애절한 글귀가 아닌 것도 몇 가지 있다. 그러나「H」「X옥」「X경」「X화」란 이름은 흡사 경쟁이라도 하듯「그리운」사연을 적고 있다. 차중락은 그토록 많은 소녀들에게 아픈 사연을 심어 놓고 갔던가? 소녀들의 사연은 자못 한이 담겨 있다. H라는 이름의 아가씨는 하루도 안 빠지고 날마다 특히 H란 이름의 아가씨는 일기를 적듯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써넣었다. 그 중에는 봉함편지도 한 장. 수신란은「서울특별시 면목동 망우리1호 차중락 귀하」「H가 천국에 계신 오빠에게」라고 쓰여있다. 죽은 사람은 수신 불능임을 그도 알고 있다는 듯 우표는 안붙였고 그 대신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차중락의 사진이 붙어있다. 이 H란 아가씨의 집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차중락이 입원했을 때에 거의 빠짐없이 병원에 왔고 임종도 지켜봤다. 2월 16일, 망우리에서 열린 차중락 묘비 제막식에는 50여명의 아가씨들이 몰려와 눈물을 뿌렸다. 거의가 중3에서 고3정도의 교복입은 소녀들. 폭설로 뒤덮인 망우리 공동묘지가 꽃봉오리 같은 소녀들의 눈물방울로 꽤나 질척거렸다. 그 중에서도 5, 6명의 소녀는 계속 손수건을 얼굴에서 떼지 않았고 한구석에서 오열하는 소녀도 보였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등 주로「센치」한 노래를 불러 소녀「팬」을 많이 가지고 있던 차중락이긴 하지만 죽은 현재까지도 그토록 많은 소녀가 그를 잊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H란 소녀는 이날 일기체로 된 3권의 연서를 무덤 앞에 내놓았다.(이「노트」는 유족의 양해 아래 기자가 입수했다) 「오빠」가「임」으로 변하고, 그 아가씨는 고교 3년생 「펜」으로 또박또박 일기체로 쓴 연서는 차중락이 숨진 68년 11월 10일부터 시작하여 69년 2월 9일까지 쓰여 있다.「오빠」호칭은 일기 속에서「임」으로 변모되었다. 『임께서 가시는 곳에 저도 따라갈까요. 이젠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임께서 가신 길 - 11월 10일』 『이젠 꽃을 사와도 볼 사람이 없어졌군요. 이젠 누구에게 편지를 써야 하나요. 낙엽을 따라서, 그것도 첫눈 오는 날 아침. 모두가 나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드는 것 뿐』 이쯤되면 보통「팬」으로서의 관계 이상이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아가씨는 교지(校紙)원고를 쓰고 대학입학자격시험을 걱정한 여고3년생. ”저는 숙녀가 되었답니다” 무덤 옆에서 밤을 새우기도 『지금 다섯째 시간이랍니다. 오늘 아마 일기를 못쓸 것 같아요. 방과 후 엄마한테나 가볼까 해요』 『오늘, 대학입시 예비고사를 치른 날. 어제 오빠의「그대의 미소」가 절 마중 나와 주셨더군요』 교복차림의 소녀라 해서 인기가수에 연정을 품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소녀가 무덤가에서 품는 꿈을 상당히「핑크」빛이다. 『달은 밝은데 혼자 있으려니 정말 귀신이 나올 것 같이 무섭더군요. 하지만 24일 밤 같진 않았어요. 그땐 무덤 옆으로만 내려갔으니. 꼭 하얀 귀신이 목덜미를 꽉 잡는 것 같아서 집에 가서도 한동안 떨었답니다』 『오빠는 지금 정말 하늘에 계신가요? 아닐 거예요. 금호동 건넌방에 계시지 않으세요? 그 빨간「커튼」이 드리운 그 차갑던 방에』 『저는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었답니다. 전날같이 그런 자그마한 여학생이 아니고 하나의 성숙한 여자예요. 오빠, 전 오빠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모릅니다』 차중락 기념사업회장 최희준은『차중락은 죽은 게 아니고 살아있다. 여기「팬」들 그리고 전국의「팬」들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동생 차중광(24)과 사촌형인 차도균(28)은 저마다『중락의 뒤를 이어 휼륭한 가수가 되겠다』고 다짐, 제2, 제3의 차중락이 속속 탄생했다. 영화계에서는 이 차중락「붐」을 타고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2편이나 만들어 찍고 있다.『그의 요절은 애석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행복한 죽음도 없을 것』이란 게 묘비제막식에 모인 한 사람의 얘기. 그러나 인기인과「팬」과의 관계는 어느 한계선을 유지할 때 아름답고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고인의 무덤에 꽃을 꽂는 소녀의 마음은 더없이 아름답지만 밤샘하는 소녀에겐 그 나름의 사연이 있게 마련인 것. 그의 무덤가에서 밤새우는 소녀에게 차중락은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지? [ 선데이서울 69년 2/23 제2권 제8호 통권 제22호 ]
  • 청계천 인파에 밟힌 시민의식

    청계천 인파에 밟힌 시민의식

    청계천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연휴 마지막 날인 3일에도 북새통을 이뤘지만 시민의식은 여전히 미흡했다. 간간이 빗방울이 흩뿌렸으나 이날에도 약 50만여명의 시민들이 청계천으로 몰려 사흘간 모두 170만여명이 청계천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흘간 170만여명 찾아 이날 오전 열린 시민걷기대회를 시작으로 7080 가요제 등 문화행사가 오후까지 이어졌다. 걷기대회에는 참가신청자보다 1만여명이 많은 2만 50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청계광장을 출발해 청계천로 남쪽차선 5.8㎞구간을 걷는 행사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부부와 임동규 서울시 의회 의장, 임백천·공현주씨 등 서울시 홍보대사와 서장훈(삼성썬더스), 전희철(SK나이츠), 이병규(LG트윈스), 박주영(FC서울) 등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 농구·야구·축구선수들도 자리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대회에 참가한 회사원 김수현(27·여)씨는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청계천 덕에 서울이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청계천 주변 식당가에는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몰리면서 ‘청계천 특수’를 누렸다. 무교동의 한 찐빵집에는 200m나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의식 부족은 여전 하지만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은 여전히 성숙한 시민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질서의식은 양호했지만 자연사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행사 첫날 인명사고까지 일어났지만 이날까지도 청계천 다리 난간에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는 위험한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어린이들이 오간수변 주변 등 미끄러지기 쉬운 곳에서 물장난을 치거나 물속에서 뛰놀아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했다. 진입계단·청계천 위쪽 안전통로 등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보행에 지장을 주기도 했으나 200m이상 대기하면서도 별다른 마찰이나 고성이 오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산책로 주변에 조성된 녹지대는 사람들에게 짓밟혀 심하게 훼손됐다. 특히 산책로가 좁은 청계천 상류지점의 잔디와 창포 등 식물의 훼손이 심각했다. 또한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도록 산책로에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은 탓인지 홍보 전단지와 음료수병 등 생활쓰레기가 녹지대 아래 쌓이기도 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는 이날까지 사흘간 모두 1t이 넘는 쓰레기를 청계천에서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상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관계자는 “안내방송은 물론 자원봉사자 9000여명이 모두 나서 잔디 등을 밟지 말고, 쓰레기를 버리지 말도록 당부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며 부족한 시민의식을 꼬집었다. 정은주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환경정의硏-일선교사 중·고교 사회교과서 16종 분석

    환경정의硏-일선교사 중·고교 사회교과서 16종 분석

    “마지막 한 그루 나무가 잘려지고, 마지막 강물이 오염되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히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순 없다는 것을….” 캐나다 중앙부에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크리(Cree)족’의 한 예언자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오랜 세월, 자연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삼아 온 인류 문명의 어두운 결말을 내다본 불길한 경고로도, 파멸에 이르기 전에 현명하게 맞서라는 잠언으로도 읽힌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급속한 감소, 북극 빙하가 수십년내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전망, 그리고 초강대국 미국을 무릎 꿇린 태풍 ‘카트리나’ 등 인류는 여전히 환경에 위해를 주고 있지만 자연의 반격 또한 점점 거칠어져 가고 있다. ●“환경교육은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인디언 예언자의 말대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면, 그 주체는 누구일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물려 줄 책임이 있는 어른들의 당연한 몫이지만 ‘미래 세대’도 이에서 빠질 수는 없다. 환경정의연구소(소장 한면희)와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환생교)’은 이런 점에 천착해 지난 2001년부터 청소년들이 배우는 중·고교 교과서의 내용을 ‘환경·생태적 관점’에서 분석해 왔다. 여러 환경문제에 대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어떤 안목으로, 어떻게 해결책을 찾도록 가르칠 지에 대한 의무가 현 세대에 주어져 있는데, 그 주요한 수단이 ‘교과서를 통한 환경교육’이라는 것이다. 수년 전 중·고교 선택과목인 ‘환경교과서’를 도마에 올린 데 이어, 올해엔 ‘사회교과서’를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달 28일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과 함께 개최한 ‘중등 사회교과서의 환경 건전성 평가’ 세미나를 통해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교과서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설득력이 높다.“현대사회에서 환경문제는 단순 재해와 같은 자연현상만이 아니라 인간가치와 욕구, 그리고 사회적 제도 속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환생교 이수종 사무처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 단체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들이 배우는 16종의 사회교과서를 꼼꼼히 분석한 뒤,‘환경 지속성’ 등 관점에서 이를 평가했다. 이들은 “학교 환경교육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진단하면서도,“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배워도 될까?”란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대목도 분석대상 교과서 대부분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한다. ●핵폐기장 문제 등 ‘님비´ 탓으로 우선 환경문제의 주체와 원인 등에 대한 입체적 접근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디딤돌출판사에서 펴낸 고교 1년 사회교과서 ‘열대우림 파괴’(120쪽) 대목이 대표적이다. 그림설명을 통해 “열대림 축소의 주 요인은 (원주민의)화전경작 때문”이라고 썼을 뿐 다른 어떤 요인도 제시하지 않았다. 요컨대 지구의 ‘산소통’ 역할을 하는 열대림이 빠른 속도로 감소해 인류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원인을 전적으로 원주민 탓으로 돌린 셈이다. 조지연(서울 양재고) 교사는 “열대우림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은 선진국의 목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벌목과 (대부분 선진국에서 소비되는)식육용 가축을 키울 목장을 만들기 위한 벌채”라면서 “이런 사실을 누락시킨 것은 사안을 왜곡시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쟁점과 갈등을 불러일으킨 환경문제에 대한 편향된 시각도 노출됐다. 거의 모든 고1 사회교과서들이 핵폐기장과 화장장, 쓰레기소각장 건설과 지역주민의 반발을 언급하면서 이를 ‘님비(NIMBY·내 뒷마당엔 안된다)’ 및 지역이기주의 현상으로 부각시켰다. 직접적으로 환경권·건강권을 침해받는 주민쪽에서의 접근은 부족한데, 이럴 경우 민주사회에선 당연한 시민의 권리주장을 학생들이 부정적 안목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얘기다.‘성숙한 시민의식의 출발점’이란 시각을 제공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 균형잡힌 관점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일방적 편들기’에 가까운 중3 교과서의 기술은 특히 문제로 꼽혔다. 핵폐기장 등 사례에서 주민과 환경단체는 이유없는 반발의 당사자로, 정부는 ‘국가 중요사업이 갈등으로 표류하는 것을 걱정하는 산업자원부 관계자’ ‘반발하는 주민들을 일일이 방문하는 공무원’ 등으로 묘사됐다. 이수종 사무처장은 “사례로 든 대부분의 환경쟁점 사안들이 진행과정이나 근본 원인에 대한 설명을 배제한 채 그저 갈등을 겪는 일반적 사건으로만 설명돼 있다.”면서 “다양한 관점 제시없이 갈등사례를 반복 나열할 경우 환경현안을 기계적·습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교육 양·질 향상시켜야” 중·고교에 환경과목이 선택적 독립교과(중학교는 ‘환경’, 고등학교는 ‘생태와 환경’)로 신설(1995년)된 지 10년이 지났다. 환경문제가 국내·국제적으로 인간의 삶과 생태계 전반의 화두로 떠오른 추세에 맞춰 환경교육의 관심도 꾸준히 높아져 왔다. 그러나 양적 측면에서의 환경교육은 지난해 하향곡선을 그렸다.2000년대 들어 3년 연속 증가해 온 일선학교의 환경과목 선택률이 지난해 뚝 떨어진 것이다.(그래프 참조) 중학교의 경우 전국 2858개교 가운데 368개교(12.9%), 고등학교는 2071개교 중 565개교(27.3%)로 전체 평균은 18.9%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부산(78%)과 충북(55%)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는 5∼10%대 수준에 그칠만큼 관심도가 낮았다. 이 사무처장은 “학교 환경교육의 교육적 효과가 의문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여러 선진국처럼 모든 교과에서 분산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환경교육 내용들이 생태적 합리성을 갖추도록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현재 환경관련 교과의 교육과정 개정을 진행 중인데, 교육부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다음달 개편시안을 마련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환경부는 “현재로선 선택과목인 환경교과를 의무화로 바꾸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창규 민간환경협력과 사무관)”이라고 판단, 각 과목에 환경관련 교육의 양과 질을 확충·강화하는 쪽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환경과 사회, 인간의 삶과 생태계를 바라보는 올바른 안목을 키워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7·9급 공무원 시험 완전정복] 국어

    ●어휘의 의미 1. 지시적 의미와 함축적 의미 지시적(指示的) 의미:사전적 의미와 문맥적 의미가 있다. 사전적 의미는 외연적·1차적 의미이고, 문맥적 의미는 어떤 어휘의 중심적 의미가 문맥에 따라 그 범위가 확장되어 여러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주변적 의미라고도 한다. 함축적(含蓄的) 의미:내포적·연상적 의미를 말한다. (예) 해당화는 지금 이 가슴 속에서 새빨갛게 피지 않았어요?(심훈 ‘상록수’) ⇒여기서 ‘해당화’의 사전적 의미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관목’이며, 문맥적 의미는 ‘정열, 열렬한 사랑’이다. 그리고 함축적 의미는 ‘밝고 뜨거움, 화려하게 짙음’ 등으로 말할 수 있다. 2. 전의적 의미와 관용적 의미 전의적(轉義的) 의미:하나의 어휘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면서 본래의 지시적 의미와는 다른 뜻으로 전용되어 쓰이는 의미이며 함축적 의미가 포함된다. (예) 얼굴 빛이 좋다.(표정)/ 네가 입은 옷의 빛이 곱다.(색깔)/친구들이 모인 자리는 화기애애한 빛을 띠고 있었다.(분위기) 관용적(慣用的) 의미:어느 한 사회의 언어생활에서 일정하게 사용되던 말들이 특정한 상황에 적응되어 습관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쓰이게 될 때, 원래의 의미를 넘어서 또 다른 의미로 굳어져 널리 사용되는 의미를 가리킨다. 관용구, 격언, 속담 등이 대표적이다. (예) 개밥의 도토리(소외감)/오지랖이 넓다.(쓸데없는 참견)/ 변죽을 울리다.(둘러서 말함)/개머루 먹듯(대충대충 처리함)/입이 짧다.(음식을 가림)/을씨년스럽다.(쓸쓸함)/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아무런 힘도 미치지 못함) 3. 축어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 축어적(逐語的) 의미: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가리킨다. 비유적(比喩的) 의미:다른 사물에 빗대어 말하는 의미를 가리킨다. (예)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축어적 의미:나락이 잘된 벼가 그 무게로 인해 고개가 숙여진다./비유적 의미:많이 배우거나 성숙한 사람일수록 겸손하다.) -------------------------------------------------------------------- (예제) ‘모습’의 사전적 의미는 ‘생긴 모양’이다. 다음 예문에서 ‘모습’이 각각 어떤 문맥적 의미로 쓰였는가를 생각해 보자. 진도 지방의 상례(喪禮) 가운데 ‘다시래기’라는 것이 있다. 보통 초상이 나면 다음날 출상을 하기 전에 마을 사람들이 미리 상여를 메고 출상 연습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노는 것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1)모습이었다. 그러나 진도 지방의 이 놀이에는 작은 민속극도 끼어 있으며 또 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2)모습도 다채롭다. 죽음의 현장에서 벌이는 것인데도 이 연극은 대단히 희극적이다. 배우들의 재담이 그러려니와 극의 (3)모습도 그렇다. 연극을 보는 사람들도, 상주(喪主)나 그 친지들도 모두가 웃고 즐긴다. 연극의 한 대목에는 조리중과 눈이 맞아 임신한 각시가 아이를 낳는 (4)모습이 나온다. 한껏 부푼 뱃속에서 아이를 꺼내고 나면 그 배가 쑥 꺼지면서 또 한바탕 웃음을 만들어 낸다. 죽음의 자리에서 출생의 (5)모습이 연출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례(喪禮), 이는 죽음과 재생, 즉 생명의 순환 질서라는 원초적 관념을 그대로 보여 주는 예이다. ⇒(1)관행,(2)행색(차림새),(3)진행,(4)장면,(5)사건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동수 남부행정고시학원 강사
  • [새물길 청계천] 사고지점 강화유리 추가 설치 市, 시민들에 이용 자제 당부

    청계천 복원 개통 첫 날부터 청계 2가 삼일교에서 50대여성이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나 ‘청계천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청계천 안전문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고 자부해 왔던 서울시는 사망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일 서울시 대변인은 2일 “사고 발생 지점에 강화 유리를 설치해 추락을 방지키로 했다.”면서 시민들에게 청계천 혼잡 구간 진입 자제를 당부했다.●좁은 보행로, 낮은 차단벽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추락의 위험성이다. 청계천과 보행로 사이의 철제 차단벽은 1.5m가 채 안된다. 일부 다리의 난간도 마찬가지다. 자칫 구경하다가 4∼5m아래 청계천으로 추락할 수 있다. 청계천과 인근 도로와의 사이에 있는 보행로도 폭이 1.5m로 너무 좁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도로가 보행로가 아닌 안전통로라고 주장하지만 시민들이 이 길을 사실상 보행로로 이용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청계천 진입계단도 너무 가파르고 좁아 인파가 많이 몰리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교통사고도 복병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다. 청계천은 양 옆의 2∼3차선 도로와 나란히 동쪽으로 이어진다. 일부 사람들은 이 도로를 동네골목길처럼 건너 다니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단속을 철저히 하거나 차로와 보행로 사이에 차단 울타리를 두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운전자들이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보행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요구된다.김기용 서재희기자 kiyong@seoul.co.kr
  • [사설] 보다 내실있는 정책국감 기대한다

    중반을 넘어선 국회 국정감사가 과거보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국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와 국회의원들의 고압적 질의 태도, 정부의 무성의한 답변이 뒤엉키면서 무용론마저 제기된 과거 국정감사를 생각하면 그나마 17대 국회의 달라진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가능성을 제기, 세계적이라는 전자정부의 허점을 파헤친 것이나 ‘납 김치’를 비롯한 중국산 먹을거리의 위해성을 고발한 것 등은 정책국감의 좋은 사례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감사 역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깊이가 보이질 않는다.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와 부실정책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방독면 국감’ ‘죽창 국감’ 같은 보이기식 국감이 돼서는 곤란하다. 여기엔 언론의 책임도 크다. 튀는 모습만 쫓는 언론 환경에서 차분하면서도 내실있는 질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원 상호간의 역할 분담도 눈에 띄질 않는다. 의원들의 요구자료가 상당부분 중복돼 과도한 행정력 낭비를 불러온 점 등이 이를 말해준다. 법사위의 대구 술자리 파문이나 증인채택을 둘러싼 신경전 같은 구태가 재연되기도 했다. 국회는 남은 열흘의 국감 기간에 정부산하기관 등에 대한 국감에 이어 주요부처를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이게 된다. 여야는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종합감사 때 수준 높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어떤 것이 정책국감인지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 [녹색공간] 에코캠퍼스에 대한 어떤 거부감/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교수

    김치를 ‘기무치’로 말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는 썩 유쾌하지는 않겠다. 일본 사람들이 김치라는 발음을 할 수 없어 기무치라 했으리라 짐작하지만 만약 그들의 경제와 문화가 한 수준 높은 시절이 계속되면 김치가 기무치로 알려질 가능성은 크다. 지난 여름 비단길 여행을 떠나기 전에 홈페이지에 일정을 공지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그것을 읽은 한 학생이 물었다.“비단길이 무엇인데요?” “흔히 실크로드라고 한단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아, 예.” 나는 설명을 더 할 생각이었는데 그는 이미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단길은 모르고 실크로드는 안다는 뜻이다. 비단 무역의 길이 되었던 사실을 강조하여 1877년 자이덴슈트라센(Seidenstrassen)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던 독일인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Ferdinand von Richthofen)이 대화를 들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다산 정약용 선생이 사시던 시절의 식자들 사이에도 거슬리는 언어 풍토가 있었던 모양이다.‘바른 말로 그릇된 점을 깨닫게 한다.’는 뜻을 지닌 선생님의 책 ‘아언각비(雅言覺非)’는 이렇게 시작한다. “장안과 낙양은 중국 두 서울의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를 서울의 일반적인 이름으로 삼아 시문이나 편지를 쓸 때에 의심하지 않고 쓴다.” 생각하기에 따라 비유하여 사용한 경우로도 볼 수도 있는데 선생님은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내셨다. 남의 말을 우리 것인 양 쓰고 있는 세상이 안타까워 굳이 남의 나라 말을 흉내내는 문제점을 바로 잡으려는 노고를 작정하신 것이다. 녹색공간을 꿈꾸는 대학인들이 근래에 에코캠퍼스라는 말을 쉽게 쓰는 모습도 다산 선생님의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만들어놓은 에코캠퍼스에서 서구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는 생각도 든다. 이는 경관 조성 작업에 우리가 쓰는 말의 힘이 굳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겠는가? 나는 에코캠퍼스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진다. 비슷한 뜻이 될 생태교정이라고 하면 어째 좀 세련되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면 좀더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나서는 노력을 해볼 만도 한데 쉬운 길을 택한 셈이다. 요즘 음식점에서 ‘아가씨’ 대신 등장한 ‘언니’라는 호칭처럼 여기저기 붙는 수식어가 되어 생태의 깊은 뜻이 왜곡될까 두렵다. 에코의 우리말인 생태를 연구하는 학문의 깊은 바닥에는 다양성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사람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자연 중심의 생태학에서는 마땅히 생물다양성이 주요어가 된다. 나아가 생태는 우리 삶의 다양성 또한 담아야 한다. 이는 한층 성숙한 현대 생태학이 꿈꾸는 길이다. 녹색공간이 그러한 생태학과 어딘가 닿아 있다면 생물과 공간 그리고 우리의 삶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함께 묶어서 다루어야 할 대상이다. 왜냐하면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 속에 담긴 다양성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태도 안에 깃든 다양성이 경관다양성을 낳고 그래야 생물다양성이 유지된다. 그런데 우리는 서구화와 함께 전통적인 삶과 경관 안에 깃들어 살던 많은 생물들을 몰아내었다. 이를테면 서구를 닮고자 정겨운 울타리와 작은 흙 도랑을 밀어내어 그곳에 기대어 살던 생물은 이 땅에서 설 곳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지구 차원의 생물다양성을 위축했다. 그리고는 지난 일이 아쉬워 에코캠퍼스를 꾸미려고 한다. 실상은 생태학의 철학 안에는 삶의 다양성도 들어 있다. 그렇다면 언어의 다양성도 유지되어야 마땅하다. 삶을 구성하는 마음과 말 그리고 실천은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태를 고려하는 우리의 언어마저 생태 철학과 멀리 있는 모습을 보여 걱정이다. 부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내가 작은 것을 너무 부풀려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길 빈다. 이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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