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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9) 1923년 일본인들의 정감록 처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9) 1923년 일본인들의 정감록 처형

    ‘대일본제국의 애국적 지식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호소이 하지메란 일본인이 있었다. 그는 한일합병(1910년)을 전후해 ‘동경아사히신문’과 ‘한일전보통신사’ 기자로 다년간 한국에 체류했다. 갓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편입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호소이는 흥미를 느꼈고 나름대로 많은 ‘연구’도 했다. 그런 호소이에게 1919년의 기미독립운동은 전혀 뜻밖의 사태였다. 무지렁이로 보였던 한국인들이 수백만 명씩이나 길거리로 뛰쳐나와 독립을 요구할 줄 그는 미처 몰랐다. 한낱 정치군인에 지나지 않는 조선총독이 그걸 짐작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당한 한국전문가 호소이 자신도 사태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독립만세운동이 좌절되자 한국엔 예언서 ‘정감록’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대한독립이 박두했다는 둥, 신천지가 열릴 거라는 둥 갖가지 소문과 예언이 한반도를 뒤덮을 지경이었다. 특히 1921년부터는 계룡산을 중심으로 숱한 신흥종교단체들이 등장해 위세를 떨쳤다. 겉으론 종교를 표방했지만 은연중 독립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조선총독부는 정감록 비상이 걸렸다. 1922년 겨울, 호소이는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조선총독부의 부탁을 받았다. 예언서 정감록을 죽이라는 것이었다. 동경의 자택 서재에 틀어박혀 호소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반도는 우리 대일본제국에 무엇인가. 제국의 용맹스러운 장졸(將卒)들이 목숨 바쳐 강적 청나라도, 러시아도 연달아 무찌른 다음 어렵게 얻어낸 제국의 새 영토가 아닌가. 저 버러지 같은 한국 놈들은 천황폐하의 신민이 된 영광을 모른다. 놈들은 감히 독립을 바라고 있다. 훈련된 군대도 총칼도 없이 맨주먹으로 일어서려는 무지막지한 저들의 맨주먹을 쇠뭉치로 둔갑시키는 것은 독립에 대한 부질없는 열망이다. 거기 불 붙이는 부싯돌이 바로 정감록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정감록을 처단할 것이다. 나 호소이로 말하면 천황폐하의 뜻에 언제나 기꺼이 순종하고 순수한 대일본제국 신민의 고귀한 혈통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는 위대한 제국의 충량한 신민이 아닌가. 우리 대일본제국으로 말하면 단일하고 순수한 혈통이 천만대를 두고 이어져온 아름다운 나라. 그에 비할 때 이른바 저 한국 놈들은 어떤가. 놈들은 우선 생리학적으로 열등하다. 혈액만 하더라도 한국 놈들의 피는 ‘거무칙칙하고 더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조 500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당쟁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이 살상됐지만 나라꼴은 늘 엉망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 놈들은 유전인자 자체가 불순하고 열등하다. 따라서 놈들에게 밝은 미래란 있을 수가 없다. 오직 천황폐하의 자애로운 품속에 있을 때만 그들은 행복을 바랄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나는 이미 두 권의 저서에서 명확히 입증했다.‘조선문화사론(朝鮮文化史論)’과 ‘조선 문제의 근본적 해결(朝鮮問題の根本的解決)’이 그것이다. 한국에 대한 나의 전문적인 연구는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해 바쳐질 것이다. 실용성이 없는 학문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대일본제국의 발전을 위해, 무지하고 악랄한 한국 놈들의 순화를 위해 나의 저술은 두고두고 쓰일 만한 것이다. 탁상공론으로 걸핏하면 양심을 들먹이는 비겁하고 위선적인 놈들이 있어 훗날 나 호소이를 대일본제국의 어용학자(御用學者)라고 불러도 좋다. 제국의 영예를 위한 나의 일편단심은 그럴수록 더욱 밝게 드러날 것이다. ●정감록을 죽이는 묘책 호소이는 묘안을 찾기 위해 좀더 생각했다.‘도무지 정감록이란 무슨 책이냐. 조선시대 위정자들도 몹시 두려워했던 책이 아니냐. 위정자들은 정감록을 소지하거나 퍼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범법 행위로 간주했다. 그런데 혹독한 금압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감록은 널리 퍼져나갔다. 지금 반도의 덜떨어진 한국 놈들이 감히 독립을 바라는 것도 다 그놈의 정감록 때문이다.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공개하라. 그렇다, 금단의 예언서 정감록을 죽이는 방법은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감록은 신비함을 잃게 된다. 신비성을 잃어버린 정감록이라면 이미 반쯤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또 하나. 기왕에 공개할 바엔 정감록의 정본(正本)을 만드는 거다. 바로 이 호소이가 대일본제국의 정치적 이익에 봉사할 정감록의 정본을 결정한단 말이다. 총독부에서 수집해 놓은 정감록의 이본들을 자세히 살펴 그 가운데서도 정치적 선동성이 별로 없는 텍스트를 골라 공개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 텍스트에 살짝 손을 댈 수도 있다. 아주 심하게 손을 대면 조작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영악하고 의심 많은 한국 놈들을 상대로 하는 일인 만큼 더욱 주도면밀해야 한다. 나는 정감록을 순화시킬 뿐이다. 이것은 변조나 개작이 아니다. 나는 대일본제국과 천황폐하를 위해, 한반도와 한국 놈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정감록을 편집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잊지 말아야 될 일이 또 있다. 이렇게 교묘한 수단을 부려 김을 빼놓더라도 한국 놈들은 순화된 나의 정감록을 다시 개악하거나 제멋대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 놈들은 워낙 피가 더럽기 때문에 제멋대로니까. 그들의 망령된 행위를 막기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을까. 그래, 예방주사를 놓자! 정감록은 이래서 진짜 믿을 것이 못 된다. 이런 식으로 계몽적인 비평을 잔뜩 써 가지고 독자 놈들의 배를 채우는 것이다. 정감록의 대가 호소이가 만든 정감록 정본의 맨 앞에 실린 비판을 읽게 하자. ●동경판 정감록에 대한 불만 대일본제국의 충량한 신민 호소이는 이미 수집된 정감록 이본들을 널따란 책상 위에 펼쳐놓고 수술을 시작했다. 일제는 이미 오래 전에 광개토대왕비문까지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변조했다. 정본이 따로 존재할 리도 없던 정감록을 개작하는 것쯤이야 호소이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그의 솜씨와 애국심은 참으로 대단해 불과 몇 달 만에 ‘정감록비결 집록’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한국인들에겐 억압의 상징인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정감록을 죽이기 위한 음모가 결실을 맺은 날은 1923년 2월15일이었다. 이것이 사상 최초의 정감록 인쇄본이다. 도쿄판 정감록은 인기가 대단했다. 초판으로 몇 부를 찍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출간된 지 약 보름 만에 제3판을 제작할 정도였다. 도쿄판은 아마 일본에서도 상당히 팔렸겠지만 주로는 ‘식민지 조선’에서 소비됐을 것이 뻔한 이치였다. 호소이가 바란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도쿄에서 만든 정감록으로 한국의 정감록 세계를 평정한다는 목표는 어쩌면 단시일 내에 달성될 듯도 하였다. 도쿄서 들어온 정감록이 잘 팔려 나가자 한국의 출판계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감록을 찍어내면 돈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호소이의 민족성 비판에 강한 불만이 제기되었다. 내놓고 맞싸울 형편은 안 되었지만 정감록까지도 ‘그 잘난’ 일본인의 손으로 다듬어진 책을 봐야 되는가 하는 강력한 반발이 없지 않았다. 동경판의 뚜껑을 열어본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경악했다. 호소이는 무지한 한국 사람을 계몽한답시고 무려 50쪽이나 되는 정감록 비평을 썼다. 정감록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고 나아가 한국 사람의 타고난 ‘야만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 논지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한국인들은 태초부터 불합리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련한 한국 민족의 정신적 미성숙은 그들이 정감록과 같은 미신에 맹목적으로 빠져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이렇게 유치하고 야만적인 성격이 한국민족의 본성이다. 국제적으로 저열한 한국의 민족성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한반도의 역사 및 지리적 조건이 빚어놓은 결과다. 당시 유행하던 지리적 결정론을 빌려 호소이는 ‘미개한’ 한국인을 질타했다. 귀신을 숭배하고 점치기를 좋아하는 풍습은 당시 일본사회에서 더욱 성행했다. 그러나 일본민족의 위대성을 맹신한 호소이의 눈에는 그런 현상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야만적’인 한국인까지도 호소이는 마음속 깊이 사랑했던 것일까. 그는 하루바삐 정감록 신앙에서 한국인을 구출하여야만 된다고 믿었다. 합리적이고 발달된 현대 일본사회의 참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한국인은 정감록 신앙을 포기해야 된다. 이것이 호소이의 변(辯)이었다. 그러나 1923년 동경판 정감록을 간행한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대일본제국의 번영을 위해 정감록이라는 정치적 폭탄에서 뇌관(雷管)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동경판이 제3판에 돌입한 지 보름 정도 지난 1923년 3월19일 김용주가 편찬한 정감록이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편찬에 나선 김용주는 호소이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는 정감록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비평도 보태지 않았다. 딱히 정감록을 옹호하지는 않았으나 이것은 호소이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었다. 굳이 김용주가 정감록을 신앙하였다거나, 민족주의자였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정감록에 대해 아무런 비평을 가하지 않은 데는 호소이의 지나친 악평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밖에도 김용주에게는 정감록을 비판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첫째, 당시 많은 한국인들은 정감록의 내용을 틀림없는 예언으로 믿고 있었다. 식민지의 힘없는 지식인에 불과했던 김용주로서는 대중의 그러한 열망에 굳이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었다. 설사 그가 남다른 애국심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대한독립이 된다고 믿고 있는 동포들의 기대심리를 비난할 필요는 없었다. 둘째, 단순히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라도 잠재적인 독자들의 희망을 꺾어서는 안 됐다. 김용주의 편집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호소이에 대한 반감을 비롯해, 독립에 대한 기대와 상업적 목적이 골고루 다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김용주는 정감록의 신빙성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또 하나의 정감록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은 한성판이라 불릴 만했다. 한성판엔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동경판과 공통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두 판본이 내용 면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매사를 곧이곧대로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민간에 퍼져 있던 허다한 비결 가운데 어느 것은 호소이만, 또 다른 것은 김용주만 수집해서 자연히 그렇게 됐다고 할 것이다. 실제 정감록은 수백 년 동안 필사본으로 암암리에 전파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수집본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동경판과 한성판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비결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야 물론 좀 더 널리 퍼져 있던 유명한 예언서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전국 어디에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누구나 손쉽게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그런 대표적인 예언서 말이다. 나는 이런 입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동경판을 편집한 호소이가 매우 국수주의적이었단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수집된 정감록을 모두 출판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달리 말해 진인출현이나 대한독립의 메시지가 약한 ‘순화된’ 비결만을 선별적으로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그는 ‘고약한’ 내용의 예언까지 인쇄에 부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김용주는 달랐다. 그는 도쿄본의 상당수를 답습하면서도 도쿄본에 실리지 못한 다른 비결들을 많이 포함시켰다. 김용주는 호소이가 정감록의 정본을 만들려고 한 의도를 정확히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쿄판이 정감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진짜 정감록은 훨씬 더 위험한, 폭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정감록을 출간하지는 못했다. 총독부의 검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결국 호소이의 뜻대로 되다 당연히 김용주의 정감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은 조선총독부의 의도와 배치된다. 일본인들이 보기에 김용주의 한성본이 딱히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점이 없지 않아 조만간 도태되어야만 될 책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지자 식민지 한국의 정세는 한결 경색됐다. 이른바 전시총동원체제가 작동돼 비상시국이었다. 엄격한 사상통제와 감시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정감록에 대한 통제도 한 단계 더 나갔다. 그 무렵 새로운 정감록이 나왔다. 현병주의 ‘비난정감록진본’이었다. 마침 경성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를테면 경성본이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해명돼야 할 문제가 있는 책자였다. 우선 표면상 출간연도가 미상이란 점이 문제다. 책의 간행지를 ‘경성(京城)’이라고 표기해 놓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식민지시기 서울에서 나온 것은 틀림없다. 경성본이 나온 시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내기 위해 나는 본문의 표기법을 자세히 분석했다. 문장의 구조와 맞춤법이 현대의 격식에 가깝다. 그런 이유로 나는 경성본의 간행시기를 1930년대 중반 이후로 확신한다. 경성본은 내용면에서도 앞서 간행된 한성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성본은 정감록이 사실무근의 허망한 책자라는 논설을 싣고 있다. 편자 현병주는 정감록의 가치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을 보류한 김용주와는 달랐다. 하지만 현병주가 단순히 일본인 국수주의자 호소이를 추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는 정감록의 허구성을 비판하였을 뿐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을 한국인의 저열한 민족성에서 찾지는 않았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현병주가 비결의 내용 중에서 자신이 동의하지 못하는 대목에 대해 일일이 비판을 가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비결의 본문에 길지(吉地)에 피난을 가더라도 피난 시기에 따라 생명을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부분이 있다. 현병주는 바로 그 구절의 끝에 괄호를 치고는 “생명을 건지는 땅 중에도 종종 생명을 건지지 못하는 곳이 있다.”고 비꼬는 투로 주석을 붙였다. 이와 같이 조목조목 정감록의 내용을 비판함으로써 현병주는 정감록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 했다. 호소이의 정감록 말살 의도는 현병주에 이르러 더욱 공교해졌다. 나는 현병주가 친일파였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다만 정감록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감록을 출간했다는 점에서 현병주는 호소이의 완벽한 후배다. 현병주는 좀더 중요한 점에 있어서도 호소이의 전통을 계승했다. 나는 지금 경성본에 실린 비결의 내용을 문제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호소이는 35종의 선별된 비결을 공개했다. 김용주는 그보다 16종이 더 많은 51종을 간행했다. 그런데 경성본에는 25종만 실려 있다. 현병주는 호소이의 동경본과 김용주의 한성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비결로 한정했다. 결과적으로 말해 그는 호소이가 간행한 비결의 일부만이 정감록의 정본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기여했다. 호소이가 공개한 35개의 비결 가운데 25종은 광복 이후 간행된 여러 정감록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20세기 후반부터 한국사회에서 정감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호소이의 비결을 정본으로 대접하게 됐다. 그렇게 된 줄이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北, ‘南 양보’ 굳히기 전략

    北, ‘南 양보’ 굳히기 전략

    남북 차관급 회담에 나선 양측 대표단의 전략을 지켜본 협상 전문가 김태기(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소장) 교수의 분석이다. 남한측은 포괄적인 주제를 던지면서도 ‘양보’를 통해 (북측의) ‘양보’를 받아내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중단된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민족적’인 문제와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시선을 동시에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남한측은 남북 정상화 의제만 던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상황에서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과 중국과의 협조관계가 어려운 현 국면을 김 교수는 ‘파국적’상황으로 인식했다.“비료지원을 전제로 하면서 북핵문제와 향후 교류지속에 대한 확답을 듣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파국 돌파를 위한 양보전략’에서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는 점과 “카드를 보였을 때 상대방이 위협을 느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반면 북한측은 철저한 ‘굳히기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목표는 핵 보유국임을 인정받고 비료를 지원받는 것으로 정리된 것 같다. 회담의 격도 실무급회담으로 국한시켰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비료지원 문제도 ‘지원방법’만 언급할 뿐 그 이상은 거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남한측처럼 차관급회담 정도로 높은 격으로 생각했다면 6자회담에 대해서도 “분위기와 조건 성숙” 등 기존 입장 정도는 설명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정치 발언과 국제관계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북한의 굳히기 전략이라고 한다. 그는 차수를 변경하는 협상 전략에 대해서는 “입장변화를 위한 시간벌기보다는 협상 객체를 의식한 숨돌리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관객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의견이다. 따라서 남은 회담에서는 명분을 살리는 전략을 세우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한측이 특별한 입장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마스터플랜을 달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보다 남한측이 양보를 하는 명분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독자체험 송지미씨 ‘살 뺐어요’

    독자체험 송지미씨 ‘살 뺐어요’

    서울신문 독자에게 슬리밍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 김효숙(29·주부)씨와 송지미(28·플랫폼 마케팅팀 주임)씨가 용기있게 나섰습니다. 찬란한 여름을 앞두고 슬리밍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망설였던 분들, 효숙씨와 지미씨를 따라 살짝 체험해보세요. 다이어트와 체형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찾아 다닌지 어언 5년. 올해도 여름을 앞두고 체형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려고 했지만, 견적을 뽑아보니…. 헉! 한달에 수백만원은 들겠다.‘올 여름에도 멋진 몸매는 포기해야하나.’낙담하던 내게 20만∼40만원선의 체형관리 프로그램인 ‘이롬 에스트리밍’의 코스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경기 분당에 있는 에스트리밍 서현점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브라운톤의 실내와 은은한 아로마향에 축축한 날씨로 우울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녕하세요, 처음오셨죠?” 체구는 작지만 또렷한 말투의 김수빈 실장이 반갑게 맞았다. 간단히 카드를 작성했다. 키, 몸무게, 평상시 식습관, 생활패턴 등을 적는다. 키는 조금 늘리고, 몸무게는 조금 빼는 경우가 많지만 이 순간만큼은 정직해야 한다. 바로 이어지는 체조성검사에서 키, 몸무게, 근육량, 체지방, 비만 상태 등이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근육은 적정선인데, 체지방량이 조금 많네요. 지미씨는 기초대사량이 1397㎉는 돼야하는데 1168㎉정도고요. 기초대사량이 낮다는 것은 분해능력이 떨어져 몸 속에 지방이 쌓이게 된다는 말이죠.” 표준 체형에서 약간 비만이 진행된 상태로 체지방을 6㎏ 정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야 한단다. 진단 결과 ‘전신 체지방 관리’다.. 우선 가운과 일회용 팬티를 입고 활발한 신진대사를 위해 물을 한잔 마신다. 이어 온몸에 에스트리밍 젤을 발랐다. 체지방 분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고농축 젤이죠. 자극이 있을 수 있으니 일주일에 1∼2차례 발라 마사지해 주는 게 좋아요.” 김 실장의 설명이다.4개팩으로 구성된 제품은 25만원으로,10회 무료관리를 받을 수 있다. 운동기구 위에 올라섰다. 온몸에 통하는 진동으로 몸 속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를 준다. 시작 버튼을 누르니 발바닥에서부터 진동이 느껴진다. 러닝머신을 30분 뛴 듯한 느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고안된 운동기구죠. 똑바로 서있으면 몸 전체에, 무릎을 살짝 굽히면 허벅지부분에 운동이 돼요.” 다음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원적외선 온열기 처음에 발랐던 젤이 땀과 함께 흘러내린다. 따뜻한 것이 스르르 잠이 온다.30분 후 깨어나니 몸에 땀이 흥건하다. 다음은 저주파로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 지방이 많이 모여있는 배와 허벅지에 기계를 붙여 전기자극을 준다. 처음에는 온몸에 침을 맞는 듯 찌릿했는데, 점점 익숙해지니 누군가가 몸을 마사지해주는 느낌이다. 마지막 단계는 아로마 마사지. 등부터 다리까지는 꾹꾹 눌러주는 안마의자에 앉아 머리와 목에 아로마 에센셜오일 마사지를 받는다. 단계별로 30분 정도 소요됐다. ■집에서도 뺄 수 있어요 ●비오템 앱도 쇼크 복부전용 제품. 초콜릿 원료인 활성 코코아 농축성분과 카페인이 지방 축적 억제와 지방 배출을 도와 복부를 슬림하게 해준다. 원더셰이프(Wondershape™) 특허성분은 뱃살을 더욱 탄력있게 조여 준다. 아침, 저녁 하루 2회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마사지하면 피부 깊숙이 흡수된다. 최상의 결과를 위해 각질 제거제를 병행하고(일주일 1∼2회 이상) 하루 1.5ℓ 이상의 물을 마셔 노폐물 배출을 돕고, 균형잡힌 식생활과 더불어 운동을 병행한다.(150㎖,4만원) 복부: 항상 시계 방향으로 마사지한다. 양손을 같이 평평하게 펴 움직인다. 배꼽을 중심으로 작은 원을, 점점 큰 원을 그리면서 힘을 줘 마사지한다. 골반부분은 민감한 부분이므로 피한다. 특히 생리 중에는 더욱 조심한다. ●클라란스 토털 바디 리프트 프랑스연구소에서 26명의 소비자를 30일간 임상실험한 결과 허벅지 둘레를 최대 3㎝ 감소시켰다는 제품. 특허식물성분인 바카린이 지방세포 크기를 키우는 효소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지방세포가 성숙되는 것을 억제한다. 또 피부결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가꾸어 아름다운 보디 라인을 완성한다.(200㎖,5만 7000원) ●로레알파리 퍼펙트슬림 아침, 저녁으로 나누어 지방을 관리하는 제품. 데이젤은 피부의 셀룰라이트를 분해하고, 피부를 탄력있게 가꾼다. 나이트젤은 피부 셀룰라이트 성분의 자연배출을 촉진하고 피부 당이 셀룰라이트화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한다. 피하지방층의 셀룰라이트에 강한 자극을 주는 마사지를 하면 전문시술기구로 마사지한 것에 비견할 만한 효과를 줄 수 있다. 허벅지와 다리에 더욱 효과적이다.(각 200㎖,2만 5000원) step 1:슬리밍 젤 적당량을 가볍게 패팅하듯 부드럽게 펴 바른다. step 2:양손을 붙이고 양손을 편하게 허벅지에 올려놓고 엄지 방향으로 쓸어 올리듯이 마사지한다. step 3:이때 엄지와 검지를 살짝 모아 다리부위를 꼬집는 느낌으로 마사지한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특히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집중적으로 마사지한다. ●시세이도 보디크리에이터 아로마 스컬프팅 젤, 아로마 퍼밍 크림, 아로마 솔트 스트럽의 세가지 제품으로 보디케어 효과를 준다. 그레이프 푸르츠, 후추, 회향초, 에스트라곤의 4가지 에센셜 오일로 아로마 효과를 유지한다.30∼60세 97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할 결과 4주동안 셀룰라이트 82%가 감소했다는 설명. 젤과 퍼밍크림은 은 몸 전체, 특히 허벅지 히프 허리 팔 위쪽 등 신경쓰이는 부위에 충분히, 집중적으로 바른다. 하루 최소 한번 이상 정기적으로 사용한다.(200㎖·젤 5만 5000원, 크림 6만원) ●DHC 보디라이너 은행나무·월년초·진피 엑기스 등 식물성 엑기스가 배합돼 빠르게 흡수되며 고민이 되는 부위를 매끄럽고 탱탱하게 가꾼다. 진피 엑기스는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끈적이지 않고 시원한 사용감을 위해 알코올 성분이 약간 함유돼 있어 건조한 피부라면 제품을 사용한 뒤에 아로마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매일 아침·저녁 적어도 두달 이상 꾸준히 바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몸이 따뜻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므로 운동이나 목욕 후에 바르면 좋다. 고민이 되는 부위를 가볍게 꼬집거나 비틀어 주어 겹겹이 쌓여 있는 셀룰라이트 구조를 흐트린다. 팔·허벅지·종아리 부위는 아래서 위로 끌어 올려 주듯이 가볍게 마사지해준다. 방망이나 병 등의 도구를 이용해 종아리·허벅지 등을 문질러 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배 부위는 가볍게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듯이 문질러 마사지한다.사용 후에 얼음팩을 2∼3회 정도 반복해 올리면 더욱 좋다. 아이, 임산부, 아토피 피부, 알코올 성분에 민감한 사람은 피하고, 가슴부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300㎖,4만원) ■ 여기서도 뺄 수 있어요 ●스타 몸매 만들기로 유명한 ‘마리프랑스’ 아시아인의 체형과 식습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방, 셀룰라이트가 축적된 신체 부위와 팔뚝, 뱃살, 다리, 허리 등 원하는 부위의 살을 빼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이슈가 된 가수 윤은혜의 비키니 프로그램은 전신관리·독소배출·셀룰라이트제거·몸매 보정관리 등 5단계로 진행됐다. 전신관리는 가장 대표적인 기본관리 프로그램으로 오랜 시간 체지방을 연소시키고, 체내 열에너지 소모를 극대화해 날씬한 실루엣을 만든다.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독소가 많이 쌓여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독소배출 관리를 통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지방분해 효과를 준다. 울퉁불퉁한 몸매 라인을 만드는 셀룰라이트를 제거해 아름다운 보디라인을 만든다. 부분관리 이후에는 몸매 보정관리를 통해 남은 셀룰라이트와 지방, 특히 내장지방을 감소시켜 정상적인 생활만 유지하면 요요현상 없이 탄력있는 몸을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리가 200만원부터 시작된다.1588-7546,www.mariefrance.co.kr ●알뜰 뷰티족을 위한 ‘이지은 레드클럽’ 실속형 피부·체형관리 숍을 내세운 이지은 레드클럽은 기존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가격은 대폭 줄여 알뜰족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짧은 시간에 체지방과 복부 지방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레드클럽의 인기 비결이다. 체지방 5%를 감소시키고 기초대사량 30∼40% 증가시키는 관리(20분·3000원), 복부 경혈을 자극해 장기능을 개선시키고 불필요한 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는 복부관리(30분·5000원), 팔 복부 등 히프 종아리 허벅지 등 부위별로 원하는 곳을 관리하는 부분비만관리(부위별 15분·2만원)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복부와 부분비만 관리가 함께 들어가는 복부지방집중관리는 1시간 20분 정도 진행되며,2만 8000원이다.(www.leeredclub.co.kr) ●셀프 다이어트 클럽 ‘이피온’ 1만원으로 6단계 다이어트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는 이피온은 ‘빠르고 쉬운 다이어트’를 표방한다. 먼저 체성분분석기로 체지방율 복부비만율을 측정한 뒤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주는 활성수소가 나오는 전해환원수를 마신다. 이어 세포활성화 및 세포조직 생성을 도와 주는 원적외선 온열돔에 들어간다. 순수 원적외선 사우나와 롤링베드의 지압, 마사지 기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독자체험 김효숙씨 ‘쏙쏙 빠져요’ 한방다이어트로 5㎏ 감량에 성공한 나. 하지만 결혼한 지 두 달만에 무려 4㎏이 불었다. 결혼 전에는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시험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살을 빼기 힘들더니, 직장을 그만둔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하루빨리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서울 청담동에 새롭게 연 ‘헬스앤슬림’을 찾았다. 고급스러운 체형관리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체조성검사를 끝내고 상담에 들어갔다. 상쾌한 목소리의 이샤론 원장이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체지방이 높아요. 몸무게의 30% 정도가 체지방인데, 여기서 10%는 빼주어야 건강체형이 될 수 있겠군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요. 몸이 쉽게 붓는다는 말이죠. 이런 경우에는 식이조절이 필요해요. 탄수화물을 줄여 체지방을 몸 속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단백질 섭취를 늘려 근육량을 높이는 식으로요.” 진단 결과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분해하고,1시간30분의 운동을 병행하는 프로그램 필요. 그래, 한번 해보자. 우선 1층에 있는 오토피트니스장으로 갔다.“운동부터 해야 마사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몸을 활성화시켜 분해, 흡수가 잘되죠.” 늘 고객에게 운동을 먼저 권한다는 이 원장의 설명이다. 기구에 앉아 팔을 위로 뻗어 손잡이를 잡았다. 시작 버튼을 누르니 앉은 상태로 몸을 쭉 펴준다. 가만히 엎드려 있으면 다리를 움직여 히프업을 시켜주는 기구도 있고, 하체를 90도 정도 움직여주는 것도 있다. 기구가 알아서 적당한 각도를 맞추고 평상시 쓰지 않는 근육을 운동시켜 준단다.17가지 기구를 5∼6분 정도 기본으로 사용한다. 개운한 느낌으로 온몸이 쭉쭉 뻗은 느낌인데 땀은 나지 않는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다시 화장을 해야하는 것 때문에 낮운동을 꺼린 여성에게 좋죠. 운동을 싫어하거나, 바쁜 직장여성에게 권할 만합니다.” 이 원장이 덧붙였다. 한달에 30만원인데 6개월이면 120만원,1년에 200만원으로 장기회원일수록 혜택폭이 크다. 지난해 100만원을 들여 스쿼시 연간 회원권을 끊었지만 너무 힘들어 몇번 못갔던 것을 생각하면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닌 듯하다. 체지방을 분해하는 실버래핑에 들어갔다. 얼굴에 간단한 마사지를 하고, 은가루를 발라 각질을 제거와 미백효과를 준다. 온몸에도 은가루를 젤과 함께 바르고 원형 기구로 온몸을 마사지했다. 노폐물을 내보내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단다. 세상에, 은가루를 온몸에 바르다니. 이런 호사가 없다. 체내 흡수율이 더 좋은 금가루를 사용하는 골드래핑도 있단다.30만∼40만원선.
  • 盧대통령 “시민사회, 위상 맞게 대안 제시를”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광주 국립 5·18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시민사회가 이제 위상에 걸맞게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해 가야 하며, 무엇보다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80년대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으며, 시민사회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주체로 등장했고,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시민사회를 가진 나라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왔으며, 이번이 세 번째다. 노 대통령은 “반대를 용납하지 않고 폭력과 공작으로 경쟁을 무력화시켰던 독재의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감정적 대립을 뛰어넘어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광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 광주·전남 지역 광역단체장, 광주지역 현역의원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호남지역에서 여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보고를 받아 광주 민심이 비판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날씨가 잔뜩 흐린 것을 화제삼아 “그동안 (5·18때는)날씨가 흐려도 행사 중에는 비가 안 왔다.”라고 말했다. 오찬에는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과 열린우리당의 김태홍·염동연·강기정·양형일·김동철·지병문 의원, 민주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박준영 전남지사, 박석무 5·18 기념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우식 비서실장과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김완기 인사수석,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참석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지하철 안전시설 외국수준은

    지하철 안전시설 외국수준은

    지하철내 안전시설이 가장 잘 구축돼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지하철에는 최첨단 안전시설인 승강장 스크린도어(PSD)가 설치돼 있다. 스크린도어는 승객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지거나 뛰어들지 못하도록 승강장과 선로를 투명한 유리로 막아놓은 것이다. 지하철이 도착할 때만 문이 열려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안전사고나 승객의 자살시도를 막기 위해서다. 이같은 스크린도어 시설은 싱가포르 말고도 홍콩과 코펜하겐, 방콕에 설치돼 있다. 파리는 지하철 14호선에만 설치돼 있다. 우리 지하철에는 스크린도어 대신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안전펜스가 넘어지는 것은 어느정도 막을 수는 있지만 승객이 자살하기 위해 지하철로 뛰어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 서울지하철공사도 조만간 일부 구간에 스크린도어를 시범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안전펜스는 도쿄에 처음 설치됐고, 선진국 가운데 안전펜스가 설치된 것은 뉴욕지하철이 유일하다. 안전펜스는 시민질서가 성숙된 유럽쪽에서는 승객들의 쾌적한 환경과 시각적인 부담감 때문에 환영을 받지 못한다. 또 다른 안전시설로는 전동차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 시설이 돼 있는 곳은 싱가포르와 파리 지하철이다. 전동차 내에 CCTV가 설치돼 있으면 승무원이 지하철 승강장의 비상사태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동차내 CCTV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은 승강장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하철 승강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승강장의 CCTV에 대한 활용도는 각국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는 감시용으로 운용하고 있지만 런던에서는 기록으로 유지해 법적 문제에 대한 증거로도 활용하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위성DMB에 지상파 재송신 않기로

    KBS와 MBC,SBS,EBS 등 방송 4사가 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에 대한 지상파 재송신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들 지상파 4사 사장과 노동조합 대표자 등 10여명은 13일 오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방송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지난달 19일 위성DMB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사업자 자율계약을 전제로 한 전면허용’조치에 대해 “노사 양측이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보류할 것”을 문서로 확인했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는 오는 17일 방송회관에서 ‘위성DMB 투쟁 결과 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참석자들은 당면 현안 중 무엇보다 지상파DMB 서비스가 조기에 정상화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으며,EBS의 지상파DMB 서비스 조기실시 방안 마련 등에 대해 노력하기로 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은영의 DVD레시피] 달콤한 어머니 vs 지독한 어머니

    초코파이와 카레라이스. 마시멜로를 넣은 비스킷에 초콜릿을 입힌 초코파이와 야채와 고기를 썰어 넣고 뭉근하게 끓여 밥에 얹은 카레라이스는 맛은 물론이고 색깔과 향기도 확연히 다르다.‘말아톤’(감독 정윤철)과 ‘아무도 모른다’(고레에다 히로카즈)에는 서로 다른 두 어머니가 등장한다. 마라톤 레이스 중 한 입 베어 문 초코파이 같은 어머니와 아이들을 버리고 집을 나갈 만큼 지독히 향기가 강한 어머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집으로’에서 초코파이는 우정과 화해를 부르는 장치였다. 그러나 ‘말아톤’에서는 달리는 것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당근이다. 실제 42.195km의 마라톤에서는 15km 지점에서 초코파이를 나눠준다. 소진된 열량을 보충해 탈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말아톤’에서도 초원이를 포기하지 않게 한 것은 초코파이였다. 어머니가 내민 초코파이로 산의 정상에 오르고 마라톤도 시작하게 됐지만, 마지막에는 그 이상으로 뜨거운 에너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열두 살배기 아들은 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위해 카레라이스를 만든다. 그러나 밤늦게 돌아온 어머니는 다음날 아침 쪽지 한 장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아버지가 다른 4명의 아이들의 가난하고 슬픈 일상은 이렇게 시작된다.‘카레라이스’는 아이들에게 음식다운 음식을 먹었던 마지막 추억이고 잊혀지지 않는 어머니의 향기이기도 하다. 의암 호수에 비친 햇살은 물결의 움직임에 따라 섬세하게 표현될 정도로 해상도가 뛰어나다. 잘 닦은 유리창처럼 고르고 투명해서 보는 내내 기분이 산뜻할 정도다. 잔잔한 드라마임에도 입체적인 배경음을 들려주는 사운드 디자인이 시원하다. 극중 어머니 김미숙과 실제 주인공 형진군 어머니의 짧은 대화가 실려 있는 부가영상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흥행에 상관없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김미숙과 “내가 사명감을 갖고 알려야 어린 엄마들이 수월할 것”이라는 형진의 어머니는 같은 어머니로서 이심전심의 공감대를 보여 준다.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에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야기라 유야의 놀라운 집중력은 제작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디스크 2는 한 장으로 담기에 모자라 별도의 디스크를 마련한 듯 분량이 많지 않다. 그러나 시사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기라 유야의 모습을 부가영상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영화 속에서보다 한 층 성숙한 모습이라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필름의 입자가 느껴지는 본편의 화질은 대형 화면에서는 다소 거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몇몇 장면에서 보여주는 기막힌 촬영 감각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다.
  • [지금 부산에선] ’APEC회의 D-200’ 손님맞이 분주

    [지금 부산에선] ’APEC회의 D-200’ 손님맞이 분주

    오는 11월 중순에는 세계의 이목이 항구도시 부산으로 쏠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가 11월12일부터 19일까지 8일 동안 부산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부산을 찾는 것은 개항 이래 처음이다. 부산시는 ‘함께하는 APEC’‘도약하는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APEC 개최에 따른 부산시의 준비상황, 기대효과 등을 짚어본다. 부산의 관문인 김해국제공항 주변과 시내 주요 간선도로 등에는 꽃동산과 화단 등이 조성되는 등 도시미관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또 정상들이 묵는 숙소 및 회의장이 들어서는 해운대 일대와 시내 주요시설물 등에 대한 정비 및 보수 공사도 한창이다. 시는 5월 한 달간을 환경정비의 달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환경정비를 추진하는 한편 도시미관을 흐리는 입간판과 에어탑, 애드벌룬, 현수막, 벽보, 전단 등 불법 유통광고물 등에 대해 자진 철거토록 지시했다. ●정상회의장 등 주요시설 공사 순조롭게 진행돼 해송이 우거진 동백섬 끝자락에 위치한 APEC 2차 정상회의장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건물은 골조공사가 끝나고 지붕공사와 외벽작업이 진행 중이다. 티타늄 코팅 아연강판 재질의 둥근 지붕에 전망을 고려해 외벽은 유리로 시공되며 12개의 기둥으로 건물을 지탱하게 된다.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이 40%에 이르고 있다. ‘누리(세계, 세상), 마루(정상, 꼭대기)’의 뜻을 갖고 있는 이 정상회의장은 지상 3층 규모로 전통 정자의 개념을 현대적 양식으로 표현했다. 첫번째 정상회의가 열리는 해운대 벡스코 컨벤션홀도 정상들을 맞이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집기 등 각종 편의시설 교체 작업과 내부수리 작업을 하고 있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꾸미고 출입문은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나무문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정상들이 첫발을 내딛는 김해국제공항도 운항정보안내시스템(FIDS)을 한국어·영어·중국어·일어 등 4개 언어가 나오는 전자식 방식으로 교체하는 등 시설 개·보수 작업을 대부분 끝냈다. 이밖에 정상들이 묵는 숙소인 해운대와 서면 등 특급 호텔들도 인테리어 공사와 함께 시설 및 안전보안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이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D-200일을 맞아 대대적인 시민 참여행사 개최 부산시는 시민참여 분위기 확산을 위해 통역, 안내요원, 행사지원, 아름다운 도시 가꾸기, 질서계도,APEC 교통봉사대 등 5개 분야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 2일 정상회의 D-200일을 맞아 5월 한 달 동안 APEC 시민참여 활동과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또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단위 28개, 구·군 단위 72개 등 모두 100개의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부산시 교육청도 지역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APEC 우리가 해냅니다.’라는 책자를 발간, 부산지역내 유치원 및 초·중·고교와 유관기관에 보급,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8,19일은 자가용 2부제가 실시되며, 첫날인 18일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부산시 APEC 준비단 이경훈 단장은 “시설 공사 및 환경정비 등 모든 준비상황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오는 7월쯤 21개 참가국 관계자들과 합동으로 준비상황을 총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PEC은 정치적으로 부산을 홍콩·싱가포르항에 맞서는 해양 비즈니스 거점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1만여명 취업·고용유발 효과 부산시 산하 연구기관인 부산발전연구원은 APEC 개최에 따른 부산지역 경제적 파급효과가 6700억원이 넘고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가 각각 6000여명과 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시 APEC 준비기획단은 정상회의에 앞서 고위관리회의·각료회의가 열려 각국 정상을 비롯해 행사기간 동안 관료와 기업인·언론인 등 6000여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미리보는 ‘정상회의 풍경’ APEC 정상들은 무슨 술로 건배를 하고 어떤 전통의상을 입을까. 국제회의 석상에서는 관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약한 ‘포도주’를 건배주로 사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도주와 도수가 비슷한 국내 전통술이 건배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검토되는 술은 2002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건배주로 사용된 ‘선운산 복분자’(산딸기)와 부산에서 생산되는 상황버섯 발효주인 천년약속, 화랑(찹쌀), 천국(국화꽃) 등으로 알려졌다. 정상회의 때 건배주가 사용되는 것은 2차례 정도.11월18일 1차 정상회의가 열리는 벡스코 연회장 만찬과 19일 동백섬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의 오찬 장소에서 사용될 공산이 크다. 만찬 때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의장 자격으로 회원국 정상들에게 건배를 제의하게 된다. 행사기간 동안 제공되는 음용수는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생산하는 고도 정수처리된 수돗물인 ‘순수’가 사용될 전망이다. 시는 APEC 정상회의장을 비롯한 각종 회의장에 병입 수돗물인 ‘순수’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의전용 차량은 현대자동차와 BMW가 선정됐다.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현대자동차가 21개 회원국 정상 의전용으로 ‘에쿠스 4.5’ 등 모두 240여대의 차량을,BMW그룹 코리아가 정상들의 배우자와 각료급 대표단 등을 위해 160여대의 차량을 각각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상들이 기념촬영 때 관례적으로 입는 개최국 전통의상으로는 조선시대 왕이 입었던 곤룡포를 비롯해 마고자, 두루마기, 배자 등이 물망에 올라 전문가들이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 허남식 부산시장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부산을 세계적인 도시의 반열로 끌어올리겠습니다.” 허남식(56) 부산시장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APEC이야말로 항도 부산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한 단계 성숙된 도시로 만드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숙박·교통시설 현장 등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또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도시 환경정비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허 시장은 23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APEC 봉사단이 최근 발족하는 등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말했다. 또 시민과 함께하는 APEC을 위해서 질서 청결 친절 등 자발적인 APEC 손님맞이 세계 시민운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PEC 개최를 부산발전과 연계해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행사기간 동안 각국 기업체 정상들을 초청해 신항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 산업 시찰과 투자박람회를 개최, 부산의 잠재력을 알리고 투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생각이다. 허 시장은 APEC 개최로 부산이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산의 이미지가 향상되는 등 장기적으로 부산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는 만큼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했다. ■ APEC 경호단장 김희웅 총경 “APEC 경호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지난 3월 발족, 본격 가동에 들어간부산경찰청 APEC기획단 김희웅(52·총경) 단장은 “APEC 참가 정상들의 안전과 경호가 완벽하게 이뤄지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호업무에는 연인원 2만여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되는데 이는 창설 이래 최대 규모다. 그는 “각국 요인들이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바로 경호업무에 들어가며, 이동 동선에 따른 단계별 경호계획을 수립해 놓았다.”고 전했다. 특히 1,2차 정상회의장인 부산 벡스코와 해운대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비롯해 숙소, 이동 도로 등에 대해서는 일일이 현장 확인작업을 거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국제정보기관, 국정원 등과 수시로 국제 테러분자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테러에 대한 대비책도 완벽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8∼9월에는 최종 점검을 위해 실전모의 훈련도 가질 계획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한국 경제규모 세계 11위 국가경쟁력은 22위

    ■ 경제규모 세계11위 한국의 2003년 경제규모는 세계 11위,1인당 국민소득(GNI)은 49위로 전년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수 2005’ 보고서를 정리해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명목 GNI는 2003년 현재 한국이 5764억달러로 전년(5430억달러)보다 소폭 늘었으나 세계순위는 변동이 없었다.1위는 미국으로 11조 126억달러를 기록했고 일본(4조 3608억달러)이 2위, 독일(2조 855억달러)이 3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1조 4168억달러로 6위였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일본의 2.5배, 일본의 경제규모는 중국의 3.1배에 달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전년 1만 1400달러에서 1만 2030달러로 늘었으나 세계순위는 49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의 1인당 GNI는 슬로베니아(1만 1920달러·50위)와 포르투갈(1만 1800달러·51위)과 비슷한 정도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국가경쟁력은 22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3단계 상승한 22위로 조사됐다. 산업정책연구원(IPS)이 9일 발표한 ‘IPS 국가경쟁력 보고서 2005’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조사대상 66개 국가 가운데 46.82점을 얻어 2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이 보고서가 처음으로 발간된 2001년 22위를 기록한 이후 2002년 24위,2003·2004년 25위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처음 상승했다. 1위는 65.67점을 얻은 미국이 차지했으며 캐나다와 네덜란드가 뒤를 이었다. 또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홍콩 10위, 싱가포르 11위, 타이완 18위, 일본 19위, 중국 24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동성 이사장은 “한국은 지난해에 비해 전문경영인의 역량 강화, 시장구조 성숙 등으로 국가경쟁력이 선진국형으로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박세리, 20대를 즐겨라

    “오직 골프뿐인 생활에 지쳤다.” 지난 1년 동안 깊은 시름에 빠졌던 박세리가 미국 LPGA투어 미켈롭울트라오픈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5일 자신이 최근 겪고 있는 부진의 이유를 솔직하게 토로했다.L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오로지 골프에만 매달려 주변 사람과 어울려도 골프 얘기만 했고, 쉴 때는 집에만 틀어 박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골프 외에 다른 즐거움도 찾고 싶다는 속마음도 고백했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골프 전문가들은 박세리의 부진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렸다. 가장 큰 이유는 갑작스러운 목표 상실. 지난해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얻은 뒤 선수로서 더 이상 추구해야 할 목표를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역시 “명예의 전당 입회가 최종 목표였다.”라고 인정했다. 수년간 정상의 자리를 고수한 그에게 지난 1년간의 슬럼프는 소녀에서 숙녀로 성숙하는 과정으로 작용할 것이다. 본인이야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싶겠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 일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3주간의 휴식을 마친 뒤 필드로 돌아온 그의 성적은 거의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한두 번의 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강한 자존심은 자기 부정으로 이어지고 또 실수를 낳는 악순환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이었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다. 골프를 완전히 그만둔다고 해도, 다시는 필드에 서지 못한다고 해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1998년 외환 위기에 시달리던 우리에게 힘과 꿈을 준 요술공주 세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주변에 뭔가 보여줘야 하는 강박 관념, 옛 모습을 빨리 되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은 필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이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인생을 즐기길 바란다. 세상 곳곳을 둘러보는 여행도 좋다. 평소 못한 쇼핑을 해도,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떤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골프장과 연습장, 집을 오가던 무료한 생활에서 벗어나 20대의 활짝 핀 인생을 즐기는 것. 그게 지금 그에게 필요한 일이다. 안니카 소렌스탐도 5년이라는 긴 슬럼프를 겪은 후에 비로소 LPGA 투어의 ‘골프 여제’로 군림했다. 그에 견줘 박세리는 이제 겨우 1년이다.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잭 웰치, 위대한 승리/ 잭 웰치·수지 웰치 지음

    ‘잭 월치·위대한 승리’(잭 웰치·수지 웰치 지음, 김주현 옮김, 청림출판 펴냄)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을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이끈 CEO 잭 웰치의 경영지침서이다. 그의 첫 책 ‘끝없는 도전과 용기’가 자신의 성장기와 GE에서의 경험을 담은 자서전이라면 은퇴 후 4년 만에 나온 이 책은 기업 경영의 전 분야에 걸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담은 책이다. 은퇴 후 25만명이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면서 받은 수천가지의 질문에 대한 현장 경험이 잘 살려진 답변이기도 하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 출신인 부인 수지와 함께 이 글을 썼다. 또 은퇴 전에 터진 혼외스캔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입각제의를 받은 사실, 언론이 자신을 깔아뭉갰을 때 느낌과 대처 등 껄끄러운 얘기를 솔직하게 써놓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승리의 진짜 비결은 열정 이 책에서 잭은 우리에게 승리하라고 말한다.”사업은 위대한 것이다. 성공 기업은 건강한 사회의 원동력이며 자유와 민주주의 세계의 기반”이라고 기업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를 밝힌다. 말더듬이에다 키도 작고 머리 숱도 많지 않아 어렸을 때부터 놀림을 당했던 잭은 그런 자기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활기있게 열성적으로 일하고 전진하라. 그리고 실행하라. 하지만 진짜 비결은 열정”이라고 승리의 비결을 알려준다. 그는 특히 지식과 아이디어로 충만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조직간 ‘벽 없애기’를 시도했다.“월요일에 아이디어를 찾으면 금요일에 관련 직원 수백명이 이를 공유하고 있어야 하며 이는 영업이익률과 재고회전율 등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중시하는 인력관리 시스템 그는 변화하는 수많은 사업들을 관리하는 최고의 방법은 결국 사람 관리라고 판단, 사람에 모든 집중을 했다.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철저하게 차별화 원칙을 관철했다. 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상위 20%, 중위 70%, 하위 10%로 구분, 상위 사람들에게는 보너스·스톡옵션·칭찬과 격려 등 다양한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주되 하위 사람들에게는 회사를 떠나라고 통고했다. 특히 그는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는 일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그의 인재를 평가하는 첫번째 기준은 도덕성, 지적능력, 성숙성이다. 그 다음 4E와 1P를 갖추고 있느냐를 평가한다.4E는 Energy(에너지),Energize(활기를 불어넣는 능력),Edge(결단력),Excute(실행력)이며 1P는 Psssion(열정)을 말한다. ●현명한 해고가 필요 기업경영에서 가장 까다로운 행위가 해고다. 그는 해직자들을 놀라게 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말라고 조언한다. 종업원의 하위 10%에 대해 사전 경고를 하고 일단 해고가 결정되면 본인에게 해고 6개월 전에 통보를 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너무 서두르거나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시간을 너무 오래 끄는 일 없이 현명하게 처리하면 관련 당사자들이 감내할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량해고시 매일 거울을 보면서 “과연 이 방법밖에 없는가.”를 자문하고 확신이 생겼을 때만 해고를 실행했다.1만 68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임해리의 色色남녀] 당당하게 손써봐女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는 제목만큼이나 충격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로 기억된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난 테레사는 농아학교의 교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섹스 상대를 찾아 삼류술집을 전전하는 여성인데 결국은 자신이 유혹한 건달에게 살해당한다는 이야기이다. 청교도적인 시각에서 보면 여자가 섹스에 환장하면 개죽음 당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성숙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성적 억압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의 심리와 방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성적 욕망은 본능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깔아뭉갤 수만은 없는 강력한 힘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누가 여성의 성욕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겠는가? 미국의 유명한 하이테 보고서(The Hite Report)는 1976년 하이테 여사가 3000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성생활을 조사한 것이다. 그 내용 중 ‘여성이여 당신은 자위(自慰)를 하십니까?’에 나타난 다양한 체험은 여성의 성에 무지한 이 땅의 많은 ‘남자아이(?)’들에게는 정신적 쇼크를 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응답자의 80%가 자위를 통하여 자신의 주체성과 독립심을 키우고 섹슈얼리티를 발달시켜 오르가슴을 얻는다고 답하였다. 또한 여성이 자기 충족과 완전성의 표현을 가짐으로써 이성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분명히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여성은 자위를 알고 오르가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힘과 해방을 느꼈다고 하고 또 다른 여성은 자위의 필요성으로 섹스의 욕구가 강할 때 ‘미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들었다. 의사들도 만족한 성생활을 위한 첫 단계가 자위(마스터베이션)라고 말한다.19세기 말까지도 마스터베이션은 정신병이라 여겼고 ‘악마의 유혹에 이끌린 악습’이라는 오명을 가졌었다. 한편 자위를 오나니(Onanie)라고 표현하는데 창세기에 나오는 오난이란 사람이 수음(手淫)을 한 일에서 유래한다. 우리말에서 자위에 대한 속어적 표현으로는 ‘딸딸이’ ‘독수리 오 형제’ ‘효자손’ ‘핸드플레이’ ‘자가발전’ ‘자력갱생’ 등으로 풍성한 반면 자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구에서도 20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자위행위는 하나의 정상적이고 자연적인 성행위로 인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인간의 자위행위를 이유로 하느님이 그 인간을 벌하고 부처님이 자비심을 거두어 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간이 기쁨을 느끼는데 신(神)이 질투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섹스가 그렇듯이 자위도 지나치게 하거나 그것에만 집착하면 건강과 정상적인 성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위, 적당히 복용하면 비아그라가 되고 남용하면 독약이 된다. ‘디지털 버튼 방식으로 회전하며 리모컨으로 조작, 무드 램프와 25개의 구슬이 내장되어 있으며 사운드 기능으로 감도 강화, 단 진동기 장착모델은 물이 제품 내부로 스며들지 않도록 주의요망!’ 어느 여성용품 사이트에 명품으로 소개된 제품 설명인데 가격이 좀 더 대중적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도 굿바(Goodbar)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김홍신의 세상보기] 우리 역사의 아픔

    [김홍신의 세상보기] 우리 역사의 아픔

    멀쩡한 한국 영토인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우기며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일본의 가당찮은 역사인식은 일본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들끓듯이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좀더 성숙되고 냉정하게 우리의 미래를 갈고 다듬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이참에 우리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종합진단과 조화로운 대책을 강구하는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헤게모니는 언제나 이동하기 마련이다. 근래 들어 가장 두려운 존재가 중국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친디아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 할 만큼 중국과 인도의 잠재 결속력까지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중국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위협론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족과 수많은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거대인구 중국은 사회주의를 대신할 이념적 고리로 민족주의를 선택했다. 이런 중화민족주의의 일환으로 현재의 중국 영토 안의 과거 역사는 모두 중국역사로 편재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동북공정의 잣대는 중국의 중화사상과 중국민족주의의 가늠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광활한 고구려 땅과 호쾌한 고구려 역사는 모두 중국의 변방사요, 고구려보다 훨씬 넓은 영토의 주인이었고 장대한 역사를 가졌던 발해도 중국변방사로 재편해 가고 있다. 중국은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나라로 규정해서 아예 중국사로 규정지으려 한다.1712년에 조선과 청나라가 합의하여 서쪽은 압록강, 동쪽은 토문강으로 국경을 삼아 정계비를 세웠다. 토문강은 송화강 지류라는 게 드러남으로써 간도 일대가 조선영토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1907년 일본은 간도가 조선땅이라고 주장하다가 1909년에 청나라에 간도를 넘기고 안봉선 철도와 무순 탄광의 이권과 바꾸어버렸다. 그러나 근래에 규장각에서 발견된 자료를 통해 한·일관계의 협약이 무효임이 밝혀졌으니 간도협약은 무효이며 간도가 조선 땅이었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현재 발해의 흔적들은 철저한 보안 속에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당서의 기록으로 보면 사방 5000리(중국은 5㎞가 10리)의 광대한 땅, 고구려보다 무려 두 배 가까운 영토를 소유했던 발해 역사는 지금 중국역사로 재편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도읍지 상경용천부의 고궁터는 외성의 둘레가 16㎞가 넘고 10개의 성문과 잘 다듬어진 도로가 위풍당당하다. 비록 화산석 주춧돌과 고성의 위용만 남아 있지만 5경·15부·62주를 다스린 흔적은 장대하기만 하다. 연길의 계림으로부터 화룡현 도산자 동산촌까지 이어지는 100리 장성은 실제로 300리 장성이다. 당나라와 대적하며 황제 칭호를 거침없이 사용했으며 장안의 관문인 등주를 매섭게 공격하는 위용도 보였다. 바닷길을 갈라 일본과 문물을 교환하며 고구려 정신을 계승한 우리의 조상이 펼친 담대한 모습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동모산 정상에 서서 1300여 년 전의 발해의 혼을 흡입해 본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되며, 귀하디귀한 정효공주 비문을 읽어본 사람은 누구이며, 막새기와 한점 만져본 사람이 있으며, 러시아와 북한에 흩어져 있는 유물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은 얼마일까? 거란의 침공으로 처절하게 멸망한 탓에 구당서와 신당서, 일본사기 속에 아주 작은 기록밖에 자료가 없는 형편이다. 그러하기에 유적 발굴작업은 발해를 재현하는 귀하디귀한 사료이다. 정효공주 무덤에서 발굴된 묘비석 하나 때문에 얻어낸 사료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과서에서조차 발해역사를 가볍게 다루는 우를 범하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대 국사학과의 송기호 박사는 중국과 러시아를 헤짚으며 발해 역사를 낱낱이 규명해 주어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다. 송 교수의 주장(저서 ‘발해를 다시 본다’)처럼 역사는 객관적이어야 하고 개방적이며 독점물이 아닌 공동의 역사로 설정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발해 멸망이후 줄곧 줄어든 우리 영토의 아픔을 치유하는 자세를 우리 시대의 소명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거론되기를 소망한다.
  • [발언대] 60년 경찰에 맞는 옷을…/김동자 경찰청윤리계장

    라일락 향기가 향수보다도 좋게 내 코를 스치는 아침이다. 엊그제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갔다 왔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야 짭새 나타났다.’하며 반가워들 한다. 사실 초등 동창모임은 30년이 지난 중년이 되어서야 만들었기 때문에 처음엔 여간 어색하지가 않았다. 자기 소개들을 하는데 불현듯 나는 ‘짭새’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나 짭새야.’ 라고 소개하는 순간 얼마나 키득거리는지…. 쉬쉬하며 쓰던 ‘대명사’를 당사자가 직접 인용을 하니 우스웠던 모양이다. 그 다음부터는 모두가 거리낌없이 나를 짭새라고 부른다. 비하의 뜻이 전혀 담기지 않은 애칭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한참 오고간 뒤에 짭새 근황은 어떠냐고 누가 물어온다. 이때다 싶어 침을 튀겨가며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이야기를 시작했다. 힘들게 설명했더니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그래도 수사에 있어서는 검찰이 형이고 경찰은 동생 아니니? 형만한 아우 없다고 아무래도 형이 낫지 않겠니?” 하는 거였다. 집에서 살림하는 동창 아줌마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애 키우는 이야기를 했다.6살 짜리한테 7살이 할 수 있는 일,8살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번 시켜보자. 처음엔 어려워 할지 몰라도 점차 7∼8세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게 된다. 마냥 못 미덥다고 맡기지 못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손해다. 처음엔 좀 크다 싶은 옷을 입혀야 자라면서 알맞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들한테 설명하려다 보니 궁박한 설명이 됐다. 혹여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임상실험’ 운운한다면 그 또한 속좁은 사람일 것이다. 순경으로 들어와서 올해로 23년째가 된다.15∼16년전 내가 수사과 서무업무를 담당할 때만도 검사가 유치장 감찰을 나올 때면 수사과장 이하 전직원이 현관 앞에 도열했었다. 이제 그런 모습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모든 게 변하고 있다. 광복과 더불어 창설된 우리 경찰이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성숙한 국민에게 성숙한 치안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기를 간절히 기대해 보는 아침이다. 김동자 경찰청윤리계장
  •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이적표현물은 ‘시대의 면류관’인가, 아니면 ‘국가 전복의 도화선’인가. 검찰은 지난달 31일 소설 ‘태백산맥’과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건국회 등은 지난 28일 검찰의 태백산맥 결정에 불복, 서울고검에 항고하면서 이적표현물 판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적표현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반정부=이적표현물’ 1981년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을 쓴 대학생 박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됐다. 정파(正派)와 사파(邪派)의 대결 구도로 변증법을 설명했다는 이유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사회주의 서적과 김지하와 리영희씨의 저서들도 대표적인 ‘불온 고전’이다. 올 광복절에 독립 유공자로 추서될 예정인 장지락(일명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당시 대법원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서적이라도 일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거나 동조하는 내용이 있다면 처벌했다. ●1990년대 중반,“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체제 위협해야.” 하지만 이적표현물의 기준도 변하기 시작했다.1991년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국보법 제7조 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추가된 이후부터다. 대법원은 1992년 이후 판례를 통해 이적표현물은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북한 관련물들은 여전히 된서리를 맞았다.1990년대 초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일환으로 알려진 ‘꽃 파는 처녀’등 북한의 4대 소설과 황석영씨 등의 북한방문기도 이적표현물로 분류됐다. ●1990년대 후반, 경직된 이적성 판단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하자 남북 관계가 급랭했다. 이적성 판단도 경직됐다. 경상대 교재 ‘한국 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도 이때 검찰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급심의 무죄 판결들이 대법원에서 번복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법원은 1998년 북한 소설인 ‘용해공들’ 등에 대해 “김일성 개인에 대한 찬양과 미화가 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여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 또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그림 내용이 민중민주주의 혁명과 연방제 통일 등 북한 공산 집단의 주장과 같다.”고 밝혔다. ●2000년대, 이적성 판단에 ‘봄바람’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에도 해빙기가 찾아왔다. 대법원은 2001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레드 헌터’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지 11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송두율 교수의 저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도 소설가 조정래씨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남북 관계를 감안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식지 않는 이적성 논란 이적표현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1992년 이적표현물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등 세 명의 대법관은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의 이적표현물들을 다시 심판한다면 변경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무혐의 결정을 통해 2000년대 중반 판단 기준을 살짝 내비쳤다. 남북 관계와 대중성(태백산맥)그리고 학문과 순수 예술성(최장집)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법적용은 변한다.”면서 “국보법이 폐지돼 내란·외환의 예비음모죄로 이적표현물을 처벌한다면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의 이적성 판단은 매우 자의적”이라면서 “사회가 미숙해 국보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보법이 사회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는 이제 맹꽁이가 울고 시민들이 즐겨찾는 쉼터로 자리잡았다.1998년 10월 난지도 일대에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1999년 초부터 그 주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쓰레기 매립지의 북측 80여만평에는 디지털미디어시티를 포함한 상암뉴타운을 개발하는 동시에 매립지 일대를 5개 단지로 구분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기본계획에 따라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앞 13만 5000평은 새천년 환경시대의 개막과 월드컵 경기개최를 기념하는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됐다. 하천의 기능을 잃어버린 8만 9000평의 난지천에는 한강물을 난지천으로 흐르게 해 친수환경과 수변생태계를 복원했다. 미개발상태인 난지한강시민공원부지 23만 5000평에는 선착장 등 친수공간과 생태공원 등 난지한강공원을 조성했다. 평화의 공원에 인접한 매립지 상부는 초지생태공원인 하늘공원으로, 또 다른 매립지 상부 10만 3000평은 대중생태골프장과 생태관찰원이 포함된 노을공원으로 태어났다. 이제 난지도를 감싸고 도는 봄내음을 맡으며 산책을 나서 보자.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만남, 평화의 공원 월드컵공원 전체를 대표하는 평화의 공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천년에 이루어야 할 자연과 인간, 문화의 공존과 공생 그리고 세계인이 화합할 때 비로소 도래하는 ‘평화’를 기원하는 공간이다. 유니세프광장은 미래지향적인 열린 광장을 의미하며 한강의 지류를 끌어들여 자연의 정취를 그대로 담은 7400평의 난지호수 둘레에는 물풀이 자라고 있다. 그 안에 ‘생명의 나무 천만 그루 심기’운동으로 조성된 희망의 숲과 월드컵공원 전시관은 이 공원 안의 다른 녹색정원과 더불어 휴식공간이자 살아있는 자연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초원, 하늘공원 하늘공원은 월드컵공원 중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있다. 북한산 남산 한강 등 서울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드넓은 평지에 북쪽에는 억새와 띠를, 남쪽에는 메밀, 해바라기 등을 심어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광활한 초지를 조성했다. 또한 2000년부터 3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풀어 나비공원이 되도록 했다. ●서울의 석양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 노을공원 노을공원은 대중골프장과 자연식생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식물이 자라는 곳), 산책로 등 시민이용공간으로 조성됐다. 대중골프장 조성은 앞으로 20년간 진행될 안정화기간에 지반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환경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임시조치다. 넓은 잔디밭으로 조성된 진입광장은 휴게 및 운동공간으로, 바람의 광장과 서쪽의 노을광장에서는 서해의 낙조 등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생태관찰공원과 야생화단지는 토지의 안정성을 높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난지천공원 난지천공원은 그동난 쓰레기 침출수로 오염된 채 방치되어 있던 난지천을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물고기와 새가 떼를 지어 찾아드는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했다. 그리고 하루 5000t 가량의 난지 호수 연못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갈대와 버들이 우거진 하천공원으로 조성됐다. 인근에는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푸른 숲이,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여가시설이 있다. 특히 천변공터에는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장애인, 노인,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조성됐다. ●강변의 정취, 난지한강공원 난지한강공원은 하천의 자연성과 시민이용을 조화시킨 공간이다. 상류측은 유람선 선착장, 요트장, 캠핑장 등의 친수활동구역이다. 중앙에는 운동장, 잔디마당이 있는 완충녹지구역, 하류측에는 생태공원구역이 들어섰다. 범람이 잦은 시민공원 특성상 수리적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했다. 한강의 여러 명소를 잇는 유람선을 운영, 육로와 함께 월드컵공원의 또 다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야생동·식물 쓰레기 매립이 끝난 1993년부터 사람의 간섭이 점점 줄어들게 되자 난지도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깃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들은 또 다시 다른 생명들을 불러 모았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게 된 난지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 동물들도 찾아오고 있다. 매립가스, 건축 폐자재 등 악조건에서도 봄이면 능수버들의 연둣빛 잎이 아름답고,5월이면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를 간질거린다. 지금 매립지 사면에는 가중나무가 가세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구기자, 참오동, 층층나무, 고욤나무, 비술나무, 복사나무, 벚나무, 모과나무, 회화나무 등도 하늘공원의 사면과 노을공원의 사면에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 매립지 상부에는 차단막을 깔고 약 1m깊이로 흙을 얇게 덮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 공원 위에는 나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명의 힘은 놀라워 몇 그루의 나무가 제 스스로 터를 잡았다. 붉나무, 아카시아, 가중나무, 참싸리 등이 그들이다. 나비와 무당벌레 등 곤충과 여러 가지 새, 그리고 양서류 등의 다양한 동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난지도를 푸르게 만드는 것은 풀이다. 현재 난지도에는 400여종이 넘는 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 중 100여종은 귀화식물이다. 그래서 난지도의 별명은 귀화식물의 천국이다. 난지도의 초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하늘공원을 걷노라면 수많은 곤충과 함께 나불대며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 네발나비, 노랑나비 등을 쉽게 말날 수 있다. 서울의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수의 나비를 만날 수 있다. 난지도를 대표하는 동물이라면 단연 맹꽁이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맹꽁이가 환경이 나빠지면서 우리 곁을 떠나 환경부에서는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난지도에서는 장마철에 시작되는 맹꽁이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무당개구리, 두꺼비, 참개구리, 아무르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남한에서 볼 수 있는 양서류 총 18종 중 8종이 살고 있다. 특히 맹꽁이와 청개구리, 참개구리는 이곳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난지도에는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도 함께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파충류 27종 중 살모사, 쇠살모사, 누룩뱀, 유혈목이, 줄장지뱀, 붉은귀거북 등 6종이 살고 있다. 난지도에는 또 새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435종 중, 난지도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종은 약 90여종에 이른다. 여기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소쩍새, 참매 등 5종과, 환경부지정 보호야생동물로서 조롱이, 새홀리기,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4종, 그리고 서울시 지정 관리야생동물로서 물총새, 오색딱따구리, 제비, 흰눈썹황금새, 박새, 꾀꼬리 등 6종이 포함되어 있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류로는 우리나라(북한 포함)에서 사는 102종 중 월드컵공원에서 서식이 확인된 종은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족제비, 고슴도치, 안주애기박쥐, 멧밭쥐, 다람쥐, 청설모로 9종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지공원을 찾는 이용객은 연평균 98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난지도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일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이다. 난지도 옛 이름에 걸맞은 시민과 야생동물의 진정한 쉼터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난지도 변천사 이름에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난지도(蘭芝島). 난지도는 세월의 흐름속에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목가적인 풍경에서 쓰레기산으로, 다시 시민의 사랑을 받는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난지도에서 쓰레기 산으로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가 자라고 철따라 온갖 화초가 만발해 그 이름만큼 향기로운 난지도라 했다. 물이 맑고 먹이가 풍부해 겨울이면 고니 떼, 흰뺨검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었다.1970년대 중반까지 70여가구의 토착민들이 수수, 땅콩, 채소를 가꾸고 젖소를 기르기도 하는 등 목가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갈대숲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이자 영화촬영장소로 애용되던 낭만적인 곳이기도 했다. 꽃이 만발하고 철새들이 날아들던 난지도는 단 15년 만에 쓰레기 섬으로 그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다.1978년부터 1993년까지 1000만인구의 거대도시 서울에서 배출된 모든 쓰레기가 이곳에 묻혔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는 5년 가량 난지도를 쓰레기매립지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팽창하는 도시공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1993년부터 수도권매립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으나 그동안 난지도는 해발 100m에 이르는 쓰레기 산으로 변했다. 오늘 우리가 한강변에서 바라보는 난지도의 모습은 바로 쓰레기더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환경오염 난지도는 한강의 범람으로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섬의 북단을 끼고 난지천이 흐르고 있었다. 난지천은 홍수철에는 배수로의 역할을, 평시에는 습지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난지도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이러한 모습은 점차 사라져갔다. 습지와 화초는 쓰레기에 덮였고, 난지천은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채워졌다. 위생매립이나 복토와는 거리가 먼 단순투기방식(Open dumping)으로 매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매립지 인근은 먼지와 소음으로 가득했다. 쓰레기의 분해산물인 메탄가스에 의해 1400회 정도의 화재가 발생했고 어떤 화재는 45일 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매립지를 관리하던 사람, 쓰레기더미를 뒤져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접근하고 싶지 않은 섬이 되었으며, 더이상 철새도 야생동식물도 찾아오지 않았다. ●시민공원으로 탄생 1993년 3월, 난지도로 향하던 서울의 쓰레기 차량은 수도권매립지로 방향을 돌렸다. 난지도의 임무도 끝이 났다. 그러나 쓰레기만 들어오지 않을 뿐 환경문제는 그대로였다. 이즈음 난지도 매립지의 이용방안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 몇 가지 청사진이 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조기개발론’과 ‘안정화 장기개발론’이었다.‘조기개발론’은 쓰레기를 당장 파내어 새로 조성된 해안매립지로 옮기고, 택지나 업무지구로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안정화 장기개발론’은 오염방지시설과 안정화 시설을 설치하고, 공원을 조성해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개발여건이 성숙됐을 때 장기개발에 착수하자는 주장이었다. 상반된 주장을 심사숙고한 끝에 서울시는 ‘안정화 장기개발론’을 선택했다. 여의도공원의 15배,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105만평의 크기로 조성된 친환경공원인 월드컵공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 안정화 사업 4단계 쓰레기산 난지도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첫번째 노력은 안정화사업이었다.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와 오염된 물의 정화, 매립지의 안정화를 위해 1991년부터 1996년까지 5년 동안 설계에 들어갔다. 매립지 안정화 사업은 2001년 8월까지 공사완료를 목표로 시작됐다. 침출수 처리, 매립가스 처리, 상부 복토작업, 사면 안정화 등 네 가지가 관건이었다. 우선 침출수 처리를 위해 침출수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매립장 둘레에 총 연장 6017m의 차수벽을 세우고, 차수벽 안쪽에 200m 간격으로 31개소의 집수정을 설치했다. 집수정의 오염된 물은 처리장에서 정화된다. 또 매립가스 처리를 위해 매립지 상부와 비탈면에 120m 간격으로 가스를 모아 뽑아내는 포집공을 40∼60m 깊이로 106개를 박았다. 여기에 14.1㎞에 이르는 이송관로를 연결해 가스를 뽑아내고 있다. 이 가스를 연료로 냉난방 에너지를 생산하여 월드컵경기장과 성산동의 아파트 4430여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난지도는 일종의 발전소인 셈이다. 세번째 상부 복토작업은 매립지 내부로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매립가스 분출을 억제,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매립지 상부에 지지층(차수막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흙층), 차수막(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막), 배수층(차수막 위에 고인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층), 식물생육토층(나무뿌리를 지지하고 수분을 공급하는 흙층), 표층(식물에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는 흙층)을 층층이 쌓고 식물을 심었다. 마지막으로 사면 안정화는 불안정한 매립지 경사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사면붕괴를 막기 위해 경사를 완만하게 조정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층을 조성한 후 식물을 심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쓰레기산 난지도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용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 [기고] 지역 균형발전 위해 수사권 조정 필요/김영하 단국대 교수·한국지역사회발전학회 회장

    광복 60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민생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권은 일제 치하 때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검찰이 경찰을 지배하는 수사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법치주의의 성숙과 인권의식의 향상, 민주제도 정착으로 과거에 비해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우려는 많이 해소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논의되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고 검찰과 경찰이 합리적으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분권화와 더불어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하지만 현재 검·경의 수사권 조정의 내분은 시대적 변화를 외면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저지하는 명분으로 첫째 경찰의 자질문제, 둘째 수사의 전문성 부족, 셋째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은 이에 맞서 경찰대학 출신의 간부와 고시 합격자 등 우수한 중간 인력의 채용 및 대학 졸업자의 경찰 진출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축적됐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검찰 법원 언론 사회단체 등 많은 감시장치가 있어 인권침해 문제가 상당히 해소됐으므로 이중수사의 폐해를 줄이고 신속한 수사를 위해 수사권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에서 수사를 하더라도 인권을 보장받으면서도 신속한 수사절차를 원한다. 하지만 현재의 수사구조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시·공간적 이중으로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국민 몫으로 떠넘겨져 있다. 우리의 수사구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검찰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경찰은 수사의 주체, 검찰은 소추기관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경찰이 1차 수사를 주도하며 검찰은 보완적 2차 수사기관이자 소추기관으로 대등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 검사가 수사권은 물론 수사지휘권과 기소권 모두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반한다. 또한 정부조직상 독립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명령과 복종관계로 결합돼 있어 헌법상 민주적 정부조직의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재정립돼야 한다. 이제는 민주적인 큰 틀 안에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21세기는 지방자치시대이다. 각 지역의 균형발전과 공동체적 삶을 영위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자 사명이다. 특히 자치경찰 시대를 앞두고 수사권 조정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경찰은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감을 갖고 더욱 수사에 전념해야 한다. 법률전문가이자 소추권자인 검사는 협력자로서의 역할로 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갖추어지면 검찰 역시 수사의 적법성과 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역할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경찰은 수사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내부혁신을 강화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려는 피동적인 수사행태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선진사회의 발전은 지역의 발전을 의미한다. 이같은 성숙된 환경 변화를 생각한다면 수사권 조정문제는 더 이상 ‘밥그릇 싸움’일 수 없다. 구시대적인 가치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인권보호 차원에서 분권과 자율을 바탕으로 개선돼야 한다. 검찰은 이제 기득권에 집착하지 말고 권한을 이양하고 업무부담을 줄임으로써 양질의 법률서비스로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김영하 단국대 교수·한국지역사회발전학회 회장
  • [시론]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황연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부회장

    [시론]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황연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부회장

    지난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언론매체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앞다퉈 장애인 기사를 다뤘다. 성공한 장애인, 장애인과 공동체를 일궈낸 사람들, 체육대회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장애인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날 사회 한쪽에서는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자유롭지 않은 몸은 전동휠체어의 힘을 빌리고, 소리가 나지 않는 목소리는 호르라기로 대신하며, 자신의 생일날 거리로 뛰쳐나온 장애인들…. 이들이 점거해 버린 마포대교에는 퇴근차량과 뒤엉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었다.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의 삶을 지탱해 주는 생계형 트럭도 있었을 것이고, 거래선 납품 시간을 맞춰야 하는 기업체의 긴박한 물품도 있었을 테고, 모처럼만에 장거리 손님을 태운 택시도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이들이 거리로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일년에 딱 하루, 장애인의 날이 아니면 아무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17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경쟁하듯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탄생시키자, 국회내 편의시설이 빠른 속도로 보완되고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장애 당사자가 체감하는 장애인복지 수준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장애인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온 사회가 장애인 문제에 대해 떠들썩하다가 또다시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지는 현상. 그 근본 원인은 바로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후진성(시선의 오류)에 있다고 본다. 아직도 장애인을 능력과 개성을 가진 한 주체가 아닌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혹여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날 하루만이라도 떠들썩한 관심을 보여야 나머지 364일이 심적으로 편한 까닭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제 장애인 문제는 복지적 관점에서 베푸는듯 해온 기존의 관행과 인식을 바꿔 ‘인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의 가장 큰 현안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손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법적인 강제성을 통해서라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의 ‘인권’을 우리 사회가 지켜주어야 한다. 우리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문제를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계형 운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장애인 차량의 LPG 사용을 한달 250ℓ로 상한선을 정한 점,1991년 제정 이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아직도 2% 선에 머무르고 있는 점(선진국은 최고 15%까지 적용), 장애아동의 양육 문제를 전적으로 가족에게 책임지우는 일 등은 바로 가슴이 아닌 머리로 한 일들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장애인 중 92.4%가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으로 발생한 후천성 장애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모두는 예비장애인인 셈이다. 따라서 장애인복지에 투입되는 비용은 나와 가족을 위한 미래투자이며,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사회의 안전망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줄기세포는 척수장애인의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 주고, 컴퓨터칩이 내장된 인공 의족과 의수는 불편한 몸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게 해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장애인을 영원히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으로 갈라 놓는다면 이러한 첨단기술들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필자 역시 세 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일본인 교장에게 초등학교 입학부터 거절당했던 아픈 기억을 안고 사는 장애인으로서 이제는 국가경제와 사회 인식 수준에 맞는 장애인정책이 수립되고 운영되길 간절히 바란다. 장애인들이 장애인의 날 길거리에서 처절한 모습으로 절규하는 모습을 더이상 보지 말았으면 한다. 장애인들 역시 이제는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우리 모두의 노력을 통해 장애인의 날이라는 ‘특별한 하루’가 필요없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황연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부회장
  • 아이 좋아 봄취나물 밭으로

    아이 좋아 봄취나물 밭으로

    부침개 재료 취나물 150g, 미나리 50g, 밀가루 1/2컵, 달걀 2개,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초장(식초·진간장 2큰술씩, 깨소금 1/2큰술, 풋고추·붉은고추 1/3개씩) 만드는 법 (1)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다듬어서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2)달걀을 풀어서 소금간을 한다.(3)취나물을 접어서 미나리로 둘러 풀어지지 않도록 묶는다.(4)묶은 취나물에 밀가루를 고루 묻혀서 달걀물을 씌운다.(5)달군 팬에 기름을 두른뒤 취나물을 펴서 앞뒤로 고루 지진다.(6)초장을 곁들여 낸다. 겉절이 재료 취나물 100g, 미나리 50g,양념장(진간장 3큰술, 고춧가루·참기름 1큰술씩, 깨소금 1/2큰술) 만드는 법 (1)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다듬어 물어 씻어 한입 크기로 썰어둔다.(2)양념장을 준비한다.(3)미나리는 잎을 따고 깨끗이 씻어 4㎝ 길이로 토막낸다.(4)준비한 양념장에 미나리와 취나물을 가볍게 무쳐서 그릇에 담은 뒤 위에 깨소금을 뿌린다. 간장무침 재료 취나물 150g, 소금 약간,양념장(청장·다진파·다진마늘·참기름 1/2큰술씩, 깨소금 1큰술) 만드는 법 (1)취나물은 싱싱한 것으로 준비해 흐르는 물에서 흙과 먼지를 씻어낸다.(2)씻은 취나물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서 찬물에 헹군다. 취나물 줄기가 아싹아싹 씹힐 정도로만 데친다.(3)분량의 재료를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4)데친 취나물의 물기를 가볍게 짜서 칼로 대각선으로 한번씩 썬다.(5)양념장을 취나물에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낸다. 팁 취나물 특유의 향을 살리려면 양념장에 마늘을 넣지 않으면 된다. 깨소금이나 참기름의 양도 줄이면 취나물 고유의 향이 더욱 산다. 된장무침 재료 취나물 200g, 소금 조금, 된장 1큰술·고추장 1/2큰술,양념장(간장·다진 마늘·깨소금 1/2큰술씩, 참기름 1큰술) 만드는 법 (1)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 찬물에 헹군다.(2)분량의 재료를 넣고 섞어 양념을 준비한다.(3)취나물의 물기를 가볍게 짜서 칼로 두어번 썬다.(4)준비된 양념을 취나물에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가볍게 무친다. ■ 고성군 푸른 취나물 밭으로 봄철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지천으로 나는 산나물 가운데 하나가 취나물이다. 연하디 연한 어린 순을 나물로 먹어왔다. 산나물 특유의 향긋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식욕을 당긴다. 취나물을 비롯한 봄나물은 사실 요즘 나는 게 제대로 자란 것이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3월에 시장에 나온 온실 재배가 대부분. 봄나물을 기다리는 우리의 성급함을 채워줄 수 있지만 맛과 향은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무공해’ 노지에서 한창 취나물을 캐고 있는 경남 고성을 가봤다. 고성군 하일면 학동리. 길가의 보리밭과 미나리꽝은 벌써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돌과 흙으로 켜켜이 쌓은 돌담을 따라서 학동마을과 저수지 학동못을 지나서 한참 들어갔다. 야트막한 산속의 양지바른 밭에서 아낙네 셋이 취나물을 캐고 있었다. 취나물 취재차 나왔다고 하니 나물캐던 조효임씨가 대뜸 물었다.“서울 사람들은 어째 취나물 어린 잎만 찾습니까?”“그야 맛과 향이 더 좋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자, 아낙네는 “그렇지 않다. 어린 잎은 향이 약하다.”고 주장했다.“취나물은 잎이 5∼6개쯤은 나고 길이가 10㎝쯤은 돼야 맛과 향이 제대로 난다.”고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법 긴 취나물잎과 어린 취나물 잎을 따서 씹어봤다. 어린 것은 보드라우면서 싱그러운데 반해 제법 성숙한 잎은 향이 진하고 맛이 썼다. 옆에 있던 오을선씨는 “취나물 대(줄기)가 붉은 색이 감도는 것이 더 좋다.”며 좋은 취나물을 고르는 요령도 이야기했다. 여기서 생산하는 취나물은 참취. 우리의 산야에서 나는 취나물의 종류는 대략 70여가지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참취와 곰취. 곰취가 머위처럼 둥글고 넓은 반면 참취는 넓지만 잎 끝이 뾰족하다. 또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잎과 줄기가 솜털로 덮여 손으로 만지면 다소 꺼칠한 느낌이 든다. 학동 토박이 최효석(43)씨는 “물맑고 흙좋고 깨끗한 고성에서 나는 취나물을 최고로 친다.”며 “산나물 중매인들은 고성 취나물을 가장 먼저 찾는다.”고 자랑했다. 취나물의 쌉싸래한 맛은 정유 성분 때문. 정유는 위액 분비를 촉진해 봄철의 까칠한 입맛에 미각을 돋워준다. 또 칼륨과 비타민C, 아미노산 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주로 무쳐서 먹는데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 성숙한 취나물은 두통과 현기증에 좋으며 한약재로도 쓰인다. 참취 100g에는 칼슘 8㎎,80㎎, 철 0.5㎎, 탄수화물이 8.6g, 단백질이 2.3g, 회분이 1.5g이 들어있다. 비타민은 2340IU(국제단위)를 함유하고 있다. ■ 도움말 고성농협 하일지소 (055-673-1151) 고성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향토음식연구가 허영둘씨는 시어머니와 동네의 할머니들로부터 어깨너머로 배워 사라지고 있는 향토음식 보존에 힘써고 있다. 임포횟집(055-673-1017)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음식 맛은 신선한 재료”라고 말한다.
  • [사설] 정부 잇단 언론공세 의도 있나

    청와대와 정부의 잇따른 언론 공격과 통제 기도가 심상치 않다. 검찰과 경찰은 입이라도 맞춘 듯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언론의 범죄수사과정 취재를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의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정략적 외눈뜨기’로 몰아붙였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 언론, 법조계가 부패근원지”라며 언론계를 매도했다. 이 모든 일이 동시에 터진 것이 단순한 우연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사태의 진원지가 청와대와 차기 대권주자 등 권력 깊숙한 곳이다. 언론에 대한 또 다른 의도나 기획이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는 출범초부터 언론개혁 기치를 높이 들고 브리핑제 도입 등 제도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취재시스템의 선진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언론과의 갈등 유발로 국정혼란이 격화되는 등 부작용도 컸다. 우리는 최근 정부가 국정홍보시스템을 개편하고 언론비판 수용체제를 재정비한 것을 이런 평가를 인식한 결과로 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만이 아니고 건강한 협력관계를 맺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한 단계 성숙된 언론관의 표현이길 바랐다. 그러나 아직도 여권은 언론을 ‘엉뚱한 의혹을 사실인 양 단정짓고 부풀리기’나 하는 뒤틀린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근거 없는 부패혐의로 언론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여기에 검찰은 “수사관련 오보를 하는 언론은 출입을 제한하겠다.”고까지 하고 나섰다.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은 물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 권리를 권력이 임의로 제한할 수 있다는 오만한 통제 발상과 다름없다. 더구나 이 발표가 청와대의 지시로 나왔다니 더욱 한심하다. 청와대는 언론에 대한 피해강박에서 벗어나 언론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정책 홍보가 정부 일이듯, 사회적 의제 설정은 언론이 맡아야 할 기본 역할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방기했다면 청와대도 인정한 비서실내 유전의혹 정보공유 문제점이 드러났겠는가. 언론을 따돌리고 밀실수사를 용인한다면 권력층이나 재벌 비리 수사과정을 누가 감시하겠는가.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중지하고 언론에 대한 이유 없는 음해도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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