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없게” 성북주민 인권선언
“우리 성북 주민은 성북구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성북주민인권선언’에 규정된 권리를 누리고 특히 아동과 청소년, 여성과 노약자,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성북주민인권선언이 긴 산고 끝에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선포된다. 성북구와 구의회, 성북구 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공동 추진단을 꾸린 지 1년 만이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광역단체인 광주시가 인권헌장을 제정한 바 있으나 기초단체에선 처음이다.
선언은 제정 취지와 목적을 담은 전문과 평등, 민주와 참여, 교육, 문화, 노동, 이동과 접근, 주거, 환경, 건강, 안전, 아동과 청소년, 여성, 장애인, 노인, 이주민, 성소수자, 노숙인, 감염자, 난민, 북한이탈주민, 그 외 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을 규정한 21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올해 초 위촉된 주민참여단 134명이 추진단에 합류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전문가 18명으로 이뤄진 인권위가 초안을 마련하고 두 차례 열린 토론회를 거쳐 수정안을 작성했다. 초안에 견줘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 조항도 크게 늘었다.
추진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취합했고 10월 2차 수정안을 내놓으며 열린 설명회를 가졌다. 주민참여단은 자구 하나하나, 문안 한 줄 한 줄을 직접 제안하는 등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물 흐르듯 진행된 것은 아니다. 당초 5월 구민의 날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특히 성소수자 조항이 논란이 됐다. 주민참여단이 제안해 수정안부터 ‘성북구는 성소수자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 등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를 놓고 종교계 일부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추진단 내에서 반박 의견도 제시됐으나 결국 ‘성북구는 성소수자가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김영배 구청장은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다양한 견해와 인식 차이를 뛰어넘어 타협과 절충을 통해 합의에 이른 것 자체가 인권이 실현되는 과정이었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에 중요한 울림을 주는 선언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북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신축 공공건물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실질적인 인권 향상을 위한 정책에 애쓴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국내 1호 인권 건축 공공건물이 될 안암동 복합청사를 착공했다. 내년 9월 완공된다. 설계안도 인권 전문가를 포함한 심사위원회에서 공모해 선정했다. 인권건축감리단 자문도 받았다. 주민의견 반영을 위해 설문 조사와 네 차례 설명회도 거쳤다.
또 준법 시공, 인권 약자를 위한 실내 건축과 집기 구매, 주민 참여자치 프로그램 운영 등 설계부터 시공, 준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인권침해 요소를 없앴다. 교사 인권캠프를 마련하고 구립 도서관에 ‘인권책 읽기 다독다독(多讀多讀) 캠페인’도 펼쳤다. 덕분에 서울신문 STV 주최 ‘2013석세스 어워드’에서 기초단체 대상을 받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