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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요즘 ‘리얼돌’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리얼돌 수입을 금지한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지난 6월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리얼돌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후 한 리얼돌 판매 대행업체가 ‘사용자가 원하는 얼굴로 리얼돌 얼굴을 제작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성들은 분노했고,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청원 시작일로부터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돌을 찬성하는 남성들은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은 단순한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고, 리얼돌을 사용하는 개인의 성적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실제 인물의 얼굴이 아닌 리얼돌은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얼돌의 모사 대상으로 표적화된 여성들은 일상에서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남성다운 일’로 여기고 일종의 놀이로 소비하는 사회에서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두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와 윤지선 작가 겸 독립연구자를 통해 리얼돌 논란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리얼돌 금지가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요?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한 인천지법(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전체적인 모습에서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돼 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법(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취소하며 다음 헌법재판소 판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 이를 근거로 리얼돌의 금지는 개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성적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그 ‘개인’이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여기서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 윤김지영 교수의 말입니다. “성적 욕망의 주체를 남성으로만 설정하고 있는 남성 지배 문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성은 남성의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 형상이 남성에게 특화된 성기구로 전락한 이 위계적 현실이야말로 여성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사람의 형상 전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체를 폄하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신체의 고유한 속성이 파괴되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내 신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인간의 은밀하고 사적인 성 활동과 성기구 사용에서도 인간 신체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고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부각된다면 타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국가가 엄연히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차이가 없다고요? 리얼돌 수입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국내 업체는 리얼돌이 “여성의 성기 모습을 단순화한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기능적인 측면에 중점을 뒀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얼돌 논란을 다룬 기사들에서도 ‘여성용 성기구가 있는 것처럼 리얼돌도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다’는 댓글이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여성용 성기구인 ‘딜도’와 리얼돌은 같을 수 없다고 윤김지영 교수는 지적합니다. “딜도는 남성 성기와 유사한 모양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색상과 조명, 바이브레이션(떨림) 기능, 온도조절 기능, 자동세척 기능 등을 갖추면서 남성의 신체 형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바이브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여성용 성기구는 리얼돌이 추구하는 인간 신체 형상의 완벽한 재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용 자위기구는 여성 신체와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가격대가 높아지는 반면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 성기가 갖지 않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가격대가 높아진다”면서 “이런 차이를 통해서도 여성의 성기구는 남성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남성용 성기구인 리얼돌은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력, 통제력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성기구는 인간의 성적 감도를 다각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인간 형상의 사실적인 모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의 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성이라는 존재를 성적 기능으로 환원하고,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여성을 인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실제 인물의 얼굴을 하지 않은 리얼돌은 괜찮다고요?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만들면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리얼돌을 판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 주문 제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 인물의 얼굴로 제작하지 않은 리얼돌의 유통은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리얼돌이 타인의 얼굴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핵심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설령 실제 인물의 얼굴을 본뜬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성적 행위들을 실현하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 남성용 리얼돌의 판매 목적”이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불법촬영, ‘지인 능욕’(실제 인물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 ‘딥페이크 포르노’(인공지능 기술로 특정인의 사진을 기존 포르노그래피에 정교하게 합성해 만든 영상물)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리얼돌을 통해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범죄자들이 불특정 다수의 실제 여성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해 딥페이크 포르노나 지인 능욕 등 사이버 성범죄에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처벌되거나 통제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또 몇몇 남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리얼돌을 성적으로 이용한 콘텐츠를 ‘강간인형 사용 후기’라는 자극적인 해시태그를 걸어 영상으로 유포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리얼돌도 실제하는 여성을 표적해 능욕하는 범죄 도구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2심 재판부는 리얼돌의 얼굴, 유두, 성기 부분(이하 별도 부분)은 이에 해당하는 각 제품을 소비자가 별도로 구매해 리얼돌에 탈부착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별도 부분이 리얼돌보다 표현의 구체성 수준이 높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별도 부분의 향후 주문 제작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2심 재판부, 그리고 2심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윤지선 연구자는 비판합니다. ■여성용 리얼돌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요? 이런 주장은 리얼돌 판매에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윤김지영 교수는 말합니다. “여성들을 위해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존재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리얼돌은 남성용으로 제작되는 걸까요? 남성을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대상화한 역사가 여성들에게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역사가 있었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남성들에게 여성의 몸은 아동,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매순간 성적 품평과 성적 대상화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강간 문화’(남성들의 성적 공격성을 장려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신념·환경을 가리키는 말)에 대한 해체 의지가 리얼돌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나타난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도 “남성의 신체를 본뜬 여성용 리얼돌을 만든다고 해서 인간 몸의 온전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해소해주는 존재로 규정해온 성차별 구조가 여성용 리얼돌의 판매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장애인 등 성소외자를 위해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는 ‘성에서의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장애인 등 성소외자에게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지선 작가는 리얼돌을 성기구로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리얼돌이 성소외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성적 욕구는 기존의 자위기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또 남성 노인이나 남성 장애인들은 때로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일방적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 노인, 여성 장애인들은 무성적 존재로 치부돼 그들의 성적 욕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남성들의 성적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리얼돌의 사용이 단순히 성소외자의 성적 쾌감을 충족하는 문제를 넘어 성적 권력을 경험하고 싶은 남성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성적 자유를 허용할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이번 리얼돌 논란이 “‘여성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남성의 성적 행위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여성의 인권과 자유는 왜 남성의 성적 자유를 위해 희생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총평했습니다. “리얼돌은 단순한 성기구가 아닙니다. 인형은 사랑받는 대상이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훼손과 대체, 폐기가 가능합니다. 이런 취약성이 지금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리얼돌 문제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섹스로봇’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시야를 확장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만다’, ‘하모니’, ‘록시’ 등 다양한 섹스로봇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 파트너의 부재를 사람이 아닌 리얼돌,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감정, 욕망을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 존재의 축소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윤지선 연구자는 말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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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그리고 저녁(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노르웨이 작가의 짧은 소설.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영된 노르웨이 극작가’인 욘 포세는 미니멀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의 중간쯤에 있는 반복 화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152쪽. 1만 2500원.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일본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성인 저자가 일본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했다. “아베 신조 정부가 전후 일본의 모든 정부 중 가장 무능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보수화, 배금주의와 사대주의를 개탄하면서도 건강한 시민의식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다. 359쪽. 1만 5000원.로맨틱 상실사(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현대문학 펴냄)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 청얼의 작가 데뷔작. 수록작 중 단편 ‘로맨틱 상실사’, ‘여배우’, ‘영계’는 2016년 개봉한 장쯔이·거유 주연의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의 원작으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비정한 본성과 낭만의 상실을 이야기한다. 260쪽. 1만 3000원.프레디쿠스(임영익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세계 법률 인공지능 경진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한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의 임영익 대표가 말하는 딥러닝, 예측 기계, 메타 인공지능 이야기. 특히 인공지능의 예측지능에 초점을 맞춰 변화될 미래와 비즈니스를 실전 사례로 들려준다. 336쪽. 2만원.에로틱 조선(박영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잘 알려진 저자가 조선의 성 풍속도를 복원했다. 기생을 차지하기 위한 양반들의 멱살잡이, 세자빈 신분으로 동성애에 빠진 여인 등 ‘선비의 나라’라는 타이틀과 달리 조선인들의 성생활은 대담하고 농밀했다. 332쪽. 1만 8000원.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김광일 지음, 이담 펴냄) CBS노컷뉴스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하는 저자가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어 떠난 쿠바 여행기. 삶의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책임감을 벗어나고자 떠난 쿠바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이야기와 함께 새벽 늦게까지 취해 있어도 ‘괜찮은 쿠바’를 노래했다. 296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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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그리고 저녁(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노르웨이 작가의 짧은 소설.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영된 노르웨이 극작가’인 욘 포세는 미니멀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의 중간쯤에 있는 반복 화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152쪽. 1만 2500원.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우치다 다쓰루 지음, 김경원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일본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성인 저자가 정치·교육·외교·문화 등 다양한 시사 쟁점을 통해 일본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돌아보고 시민적 대안을 모색했다. “아베 신조 정부가 전후 일본의 모든 정부 중 가장 무능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일본 사회의 보수화, 배금주의와 사대주의를 개탄하면서도 건강한 시민의식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다. 359쪽. 1만 5000원.로맨틱 상실사(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현대문학 펴냄)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 청얼의 작가 데뷔작. 수록작 중 단편 ‘로맨틱 상실사’, ‘여배우’, ‘영계’는 2016년 개봉한 장쯔이·거유 주연의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의 원작으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인간의 비정한 본성과 낭만의 상실을 이야기한다. 260쪽. 1만 3000원.프레디쿠스(임영익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세계 법률 인공지능 경진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한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의 임영익 대표가 말하는 딥러닝, 예측 기계, 메타 인공지능 이야기. 특히 인공지능의 예측지능에 초점을 맞춰 변화될 미래와 비즈니스를 실전 사례로 들려준다. 336쪽. 2만원.에로틱 조선(박영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잘 알려진 저자가 조선의 성 풍속도를 복원했다. 기생을 차지하기 위한 양반들의 멱살잡이, 세자빈 신분으로 동성애에 빠진 여인 등 ‘선비의 나라’라는 타이틀과 달리 조선인들의 성생활은 대담하고 농밀했다. 당대의 풍속화가 김홍도, 신윤복이 그린 춘화를 수록했다. 332쪽. 1만 8000원.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김광일 지음, 이담 펴냄) CBS노컷뉴스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하는 저자가 철저하게 혼자이고 싶어 떠난 쿠바 여행기. 삶의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책임감을 벗어나고자 떠난 쿠바에서 ‘고독할 자유’를 벗어 버리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이야기와 함께 온종일 늘어져 있어도, 새벽 늦게까지 취해 있어도 ‘괜찮은 쿠바’를 노래했다. 296쪽. 1만 5000원.
  • [달콤한 사이언스] 아들 짝짓기까지 관여하는 동물계 극성맘은

    [달콤한 사이언스] 아들 짝짓기까지 관여하는 동물계 극성맘은

    자식 짝짓기하는 데 보초 서며 보호하는 어미 보노보“자신의 유전자를 유지하려는 일종의 종보존 전략”피그미 침팬지라고도 불리는 보노보는 아프리카 콩고강 남쪽 끝 저지대에 분포하는 유인원이다. 성비는 1대 1로 친척인 침팬지처럼 부계 중심이 아닌 모계 중심사회로 구성돼 수직서열적 사회가 아닌 민주적 수평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독특한 동물이다. 이 때문에 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학교수 시절 ‘보노보 찬가‘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모계중심의 수평적 사회를 이루고 있는 보노보 사회에서도 엄마들의 극성은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제공동연구진이 보노보 엄마들이 아들의 결혼에까지 나서는 등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극성엄마들 같은 ‘헬리콥터맘’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미국 뉴멕시코대, 더프츠대, 하버드대, 워싱턴대, 듀크대, 애리조나주립대, 일본 교토대, 영국 존무어대, 스위스 뇌샤텔대 공동연구팀은 침팬지의 친척인 보노보 사회에서도 자식들의 생활에 일일이 간섭하는 헬리콥터맘이 있다는 사실을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1일자에 발표했다. 헬리콥터맘은 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가리키는 말로 엄마들은 아이들이 성장해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헬리콥터처럼 자녀들 주변을 선회하면서 참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부계사회 중심으로 구성된 침팬지의 경우 엄마들이 수컷 자식들이 지배권 다툼에 나설 때 자기 아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렇지만 모계사회를 이루고 인간처럼 자유로운 성생활이 가능한 보노보 사회에서도 엄마 보노보의 간섭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졌다.모계중심의 보노보 사회에 암컷은 사춘기 무렵 무리를 떠나 자신의 배우자를 고르게 된다. 이 때 암컷들은 소수의 선택된 수컷들로 구성된 일종의 ‘짝짓기 풀’(mating pool)에서 맘에 드는 수컷과 결혼을 하게 된다. 짝짓기 풀에 포함되지 못한 수컷들은 생식에 참여하지 못해 결국 ‘대가 끊기게 된다’. 연구팀은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정글에서 230일 동안 침팬지와 보노보의 짝짓기를 관찰한 결과 침팬지와는 달리 보노보 집단에서 수컷을 가진 엄마들은 아들의 짝짓기에 적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컷 보노보 엄마들은 선택됐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보다 생식력이 높은 암컷에게 끌고가 일종의 중매를 선다. 특히 엄마 본인의 순위를 이용해 아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고 애쓸 뿐만 아니라 생식력 높은 암컷과 강제로 짝짓기를 시도하거나 아들이 짝짓기 시도를 하는 동안 보초를 서기도 하며 다른 수컷들이 가까이 올 경우 짝짓기 시도를 좌절시키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관찰됐다. 실제로 엄마의 지원을 받은 수컷 보노보들은 엄마가 없거나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들보다 새끼 낳을 확률이 3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이끈 마르틴 슈벡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는 “엄마 보노보는 아들 보노보에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에도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과잉보호를 받지만 딸 보노보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 관찰됐다”라면서 “이 같은 현상은 보노보 집단이 모계 사회라는 특징 때문에 딸들은 성장하면 출가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다른 집단에 소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슈벡 교수는 “이것은 진화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엄마 본인이 새끼를 많이 낳는 것보다 아들이 건강한 암컷과 짝짓기를 해 새끼를 낳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보노보판 ‘스카이캐슬’…엄마, 아들의 ‘짝짓기’도 관여

    [핵잼 사이언스] 보노보판 ‘스카이캐슬’…엄마, 아들의 ‘짝짓기’도 관여

    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로 꼽히는 ‘보노보’(Bonobo) 세계에도 아들을 '성공'시키기 위한 뜨거운 모성은 있었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보노보(Bonobo)의 어미는 자신의 수컷 새끼와 짝짓기를 할 암컷을 직접 중매서는 것은 물론 보초까지 선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피그미침팬지로도 불리는 보노보는 인간과 98.7%의 DNA 일치율을 보일만큼 우리와 가장 비슷한 종이다. 인간 사회에서도 많은 엄마들이 자식들의 사생활과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헬리콥터맘'이라는 말도 있지만 보노보 정도는 아니다. 왜냐하면 엄마 보노보는 아들의 성생활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야생 보노보를 관찰했으며 이를 탄자니아와 우간다 등지에 사는 야생 침팬지와 비교했다. 두 집단 모두 엄마들이 아들들의 싸움을 돕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일하게 보노보는 자식의 짝짓기에도 관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엄마 보노보는 집단에 있는 '며느리감'을 물색하고 그중 가장 생식력이 높은 암컷을 골라 아들과 짝짓기를 유도한다. 특히나 다른 수컷이 아들과 짝지워 준 며느리에 구애하면 엄마는 다리를 잡아 끌어낼 정도로 이를 방해한다. 이렇게 엄마에게 물심양면 지원을 받은 아들 내외는 놀랍게도 그렇지 않은 커플에 비해 3배나 더 새끼를 낳을 확률이 높았다. 엄마의 이같은 행동은 보노보 집단이 모계사회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동물집단과 마찬가지로 보노보 사회도 최고위 수컷들이 생산력이 좋은 암컷들을 독점하는데 엄마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아들의 자손 생산을 돕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마틴 서벡 박사는 "우리도 엄마 보노보가 손주를 얻는데 그렇게 강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엄마 보노보는 아들이 사회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반해 딸들에 대한 엄마의 도움은 없었는데 이는 딸들은 남지않고 지역사회로 떠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청소년 부모 “피임법만 알았어도…” 5억짜리 성교육 헛바퀴

    청소년 부모 “피임법만 알았어도…” 5억짜리 성교육 헛바퀴

    뜬구름 잡는 성교육에 잦은 ‘임신 사고’ 청소년 부모 임신 계획한 성관계 거의 없어 10대부터 생활용품으로 피임기구 인식해야“임신 전까지 한 번도 콘돔을 써 본 적이 없어요. 남자친구가 싫다고 해서 그랬는데 이렇게 쉽게 임신할 줄은 몰랐어요.” 한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김아연(18·가명)양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김양은 “콘돔을 어디서 사는지도 몰랐고, 질외사정만으로 임신을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 “학교 성교육은 남녀 신체가 어떻게 생겼다는 것만 알려주고 실제 성관계에서 필요한 내용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청소년기에 임신·출산한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 심층조사를 진행해보니 임신한 이유에 대해 ‘피임에 실패해서’, ‘피임 방법을 몰라서’ ‘상대방의 강제에 의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각각 41%, 24%, 16%(복수 응답)였다. 피임만 제대로 했다면 준비 안 된 임신을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적지 않은 청소년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서 임신·피임 등 실질적인 성교육은 아직도 터부시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중고교생 청소년 6만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5.7%였지만, 이 가운데 피임 실천율은 59.3%에 그쳤다.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을 2016년 4.6%, 2017년 5.2%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해당 연령(만 13~18세) 주민등록인구가 총 309만 6947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실 내 성교육의 내실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교육부에서는 약 5억원을 들여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지만,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피임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박주현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20~59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여성의 성생활과 태도에 대한 10년 간격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주로 하는 피임법(복수 응답)은 질외사정(61.2%), 생리주기 조절(20%), 남성 콘돔 착용(11%), 피임약 복용(10.1%) 순이었다. 특히 남성 콘돔 사용률은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4년 조사에서는 질외사정(42.7%), 남성 콘돔 착용(35.2%), 생리주기 조절(26.7%), 피임약 복용(9.1%) 순이었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청소년 성 행태조사 등에 따르면 청소년은 성인과 달리 임신 12주 이후인 후기에 낙태 수술받는 비율이 훨씬 높다”며 “이는 성인보다 관련 지식이나 자원이 훨씬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외사정이나 생리주기 조절은 피임실패율이 아주 높아서 피임법으로 볼 수 없는데도 이를 알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며 “임신중절보다는 원치 않는 임신이 줄어야 하기에 지역사회 청소년과 성교육 활동가들에게도 피임 교육과 성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을 위해 ‘100원 콘돔 자판기’를 국내 최초로 설치한 박진아 인스팅터스 대표는 “청소년기에 성교육만 제대로 받아도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 역시 학창시절 남들처럼 큰 도움이 안 되는 성교육만 받고 성관계는 ‘나쁜 것’처럼 여겨왔는데 막상 성인이 된 이후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성생활을 마주하게 됐다”면서 “콘돔을 사는 게 민망한 일이 아니고, 애인이 ‘불편하다’며 콘돔을 쓰지 말자고 하는 게 잘못됐다는 걸 아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10대 초반부터 포르노그라피에 노출돼 성관계가 뭔지 다 아는 상황에서 쉬쉬하기만 하면 오히려 그릇된 인식만 심을 수 있다”면서 “청소년기부터 콘돔이 ‘성인용품’이 아닌 ‘생활용품’이고, 불이 나든 안 나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소화기’라고 인식하도록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알앤비 황제 알켈리의 두 얼굴…추악한 성범죄로 또다시 재판에

    알앤비 황제 알켈리의 두 얼굴…추악한 성범죄로 또다시 재판에

    1990년대 미국 대중음악을 풍미했던 알앤비 스타 알켈리(R.Kelly)가 최소 10개의 성폭력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의 킴벌리 폭스 검사는 2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그가 23일 법원 보석 심리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혐의는 1998년에서 2010년 사이 벌어진 사건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피해자 4명 가운데 3명은 사건 당시 17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나이가 확인되지 않은 1명이 관계된 사건의 경우, 켈리는 이 사람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죄가 선고되면 켈리는 각 혐의당 3∼7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국내에는 히트곡 ‘I believe I can fly’로 알려진 알켈리는 소울, 알앤비, 가스펠을 자유자재로 오간 천재 아티스트지만 1994년부터 추악한 성추문에 휩싸였다. 다큐멘터리와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직접 고백했지만 그는 줄곧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다. 2002년 10대 소녀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유출돼 아동 포르노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당시 켈리측 변호사는 그를 닮은 비디오 속의 인물은 본인이 아니며 컴퓨터로 합성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케이블·위성방송 채널인 라이프타임은 지난 1월 6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켈리의 소아 성애 및 납치, 감금 행태를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공개했다. 10~20대 여성 팬들과 가수 지망생들을 골라 시카고와 애틀랜타 트럼프 타워의 본인 자택에 가두고, 철저히 일상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일종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폭로다. 알켈리의 전처 안드레아 켈리 역시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알켈리의 추악한 성생활을 폭로하며 자살을 고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알켈리의 지인들과 동업자들은 그가 다른 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성관계 동영상을 일일이 녹화했으며, 피해자 중 한 명에게 가족을 살해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리제트 마르티네즈는 고교 시절 알켈리가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탓에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고, 얼마 후 유산의 아픔까지 겪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자신으로부터 알켈리가 영감을 받아 작곡한 노래가 바로 마이클 잭슨의 1995년 히트곡 ‘You are not alone’이라고 주장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흥미로운 노년 생활

    [홍석경의 문화읽기] 흥미로운 노년 생활

    언제부턴가 인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오히려 인구학적 데이터들이 오래전부터 말해 주던 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지 않고 과시성 단기 정책에 집중했던 국가 기구의 무능함의 결과를 지금에야 피부로 경험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출생률이 급기야 공포의 0점대로 떨어졌고, 출생자보다 사망자,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훨씬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직접적인 존속의 위험 앞에 있다. 이런 산술적 변화와 더불어 인구구조 또한 역삼각형의 고령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했고, 국내 인구 연령대에서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는 1959~74년생(연령별 평균 인구 88만명)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은퇴를 시작한다. 수명의 지속적 연장으로 은퇴 후의 삶이 30~40년에 달할 이 인구는 부모의 노후를 부양했으나 자식에게 노후를 의지하지 못할 것이며, 여가를 누릴 줄 아는 서구적 개념의 은퇴자층을 형성할 것이다. 이들은 배고픔을 모르고 자라 좋은 고용조건 속에서 비교적 안정된 은퇴자의 생활을 준비할 수 있었던 첫 세대이고, 20대에 독재정권을, 40~50에 부패한 우파정권을 평화적으로 바꿨다는 집단적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20대에 과외 수입으로 브랜드 상품을 소비할 수 있었고, 최초로 1인 미디어인 워크맨을 사서 꽂고 레드 제플린과 퀸을 들었으나 그만큼 개인주의적이지는 못한 세대, 유학을 쉽게 가지는 못했어도 해외여행을 대대적으로 갈 수 있었던 첫 세대, IMF가 왔을 땐 조직의 말단 관리자로서 아랫세대가 잘려 나가는 걸 보고 안심했던 세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소셜네트워크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매사에 적극적인 이 세대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들은 민주를 외쳤으나 성차별을 방관하고 일터의 권위적 갑의 자리를 내화했으며, 세대 간 민주적 관계 정립에 무능했다. 또한 딸들을 독립적이고 유능하게 키웠으나 그 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아들들을 교육하는 것은 그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남자들은 스스로를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핑계로 룸살롱을 마다하지 않으나 해외 출장 시 부인의 선물을 잊지 않으며, 남자 동창들과 골프와 술로 묶인 정서와 이해관계 네트워크를 자산화한다. 여자들은 대학교육을 받았으나 대다수가 ‘누군가의 부인’으로 자식들을 경쟁적으로 키우기 위해 아이들의 입시 전쟁에서 실력을 발휘했고, 적극적인 문화 향유자로서 고양된 취향을 일상을 아름답고 세련된 것으로 변화하는 데 투자했다. 이들의 비정상적 부부 관계, 급증하는 이혼, 독신생활과 성생활이 미디어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세대가 은퇴에 돌입한다. 즉 일하지 않고 소비하고 생활하며 투표하는 거대한 노년층을 구성할 것이고, 이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바꿀 것이다. 이것은 또한 젊은층의 소비 패턴에 기댄 현재의 모든 서비스 산업의 재구조화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변화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문화 공간, 패션, 주거, 서비스 등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은퇴자는 과거 노인들의 이미지에 맞춰져 의료 혜택의 대상일 뿐 젊음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한국의 모든 생활세계 하부 구조는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없어 보인다. 과거와 같은 ‘나잇값’을 하지 않는 이 건강한 은퇴자들은 나이를 먹어 가나 늙기를 거부하고, 선배들보다 안정된 경제력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 스스로를 위해 쓸 것이다. 이미 외국과의 접촉으로 거주의 대안을 경험했기에 건강한 은퇴자로서 적극적으로 여행할 것이며, 대안적 은퇴자의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신적·물질적 투자를 할 것이다. 이들은 도시뿐 아니라 청년이 떠난 농촌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물론 농촌이 이들의 취향과 요구에 부응할 때 그러하다. 이 세대가 남길 마지막 유산은 아마도 흥미로운 노년 생활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이미 어려운 청년 세대의 짐이 되지 않고, 경제적·정치적으로 공조하는 은퇴자의 삶. 이것은 물론 도시 중심적 시각이고, 안정된 중산층 은퇴자의 모습일 뿐이다. 그래도 미래를 밝게 보는 것은 건강에 좋다.
  • “천주교 1순위 과제는 사목자 리더십·인성교육 강화”

    한국 천주교계는 사목자들의 리더십과 인성교육 강화를 쇄신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생각한다. 또 성직자들의 독선과 소통부족을 가장 개선할 요소로 여긴다. 이 같은 사실은 천주교주교회의 가톨릭사목연구소가 지난 연말 주교회의와 각 교구 홈페이지, 사목연구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해 8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확인됐다. 천주교 구성원 886명 대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교회의 쇄신과 복음적 성장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응답자의 34.7%가 ’사목자들을 위한 리더십과 인성교육 강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적 분위기 조성’(34.5%),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지속적인 양성제도 마련’(26.1%)이 뒤를 이었다. ‘신자들의 기도와 영성생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23.1%나 됐다. 한국천주교의 구성원별 개선 사항도 눈길을 끈다. 주교들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59%가 ‘대화와 소통필요’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은 ‘독선과 권위주의 탈피’(52.2%)라고 답했다. 신부의 경우 ‘독선과 권위주의’(73.3%)가 ‘대화와 소통’(73%)보다 다소 높게 조사됐다. 수도자들은 ‘미성숙한 언행’이 42.2%로 가장 높았고 ‘편협하고 일방적인 사고’가 38.1%로 뒤를 이었다. 한편 평신도의 개선점으로는 가장 많은 63.5%가 ‘분파적 모임과 행동’을 꼽았고 ‘동료, 이웃과의 반목과 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답변도 61%를 차지했다. 가톨릭사목연구소는 조사 결과와 관련, “무엇보다 성직자의 쇄신 요구가 확인됐다”면서 “대화와 소통, 독선과 권위주의는 동전의 양면으로 이는 사목적 리더십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라고 지적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저는 당신이 훔쳐본 그 ○○녀…디지털 성폭력 제발 멈춰주세요”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저는 당신이 훔쳐본 그 ○○녀…디지털 성폭력 제발 멈춰주세요”

    “매일 밤 영상 퍼졌는지 검색하느라 잠들 수 없어…2차 범죄 두려워 엄벌은커녕 합의까지 해줬어요” 당신이 보는 건 ‘야동’이 아니다. 디지털 성폭력의 현장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돈벌이를 위해, 누군가는 관음적 욕망을 채우고자 잔인한 유포와 시청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당신도 나를 봤을지도 모른다. 내 이름은 ‘OO녀’다. 벗은 내 몸뚱이가 담긴 영상을 제멋대로 뿌리고 소비하며 그들은 나를 그렇게 정의했다. 영상은 껌 한 통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또 무료로도 뿌려진다. 지구상 어떤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다. 그렇게 지극히 사적인 추억이 지구 반대편까지 퍼져 나가는 건 채 보름도 안 걸린다. 정작 내 몸이 누군가의 욕망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내 영상은 ‘신상’이 아니었다. 전 재산을 털어 지우고 또 지워도, 암 덩어리 같은 영상은 끈질기게 증식했다. 지금도 나는 전 세계 곳곳에서 누군가에게 발가벗겨진다. 그냥 지워 달라. 당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의 긴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니 몸 대단하더라. 사람들이 너보고 소장각이래. 영상을 아주 잠시 올렸는데 조회수가 150회 넘어가던데….” 몇 명이나 본 걸까. 서주영(가명·피해자 요청에 따라 나이 미공개)씨는 3년째 지옥 속에 살고 있다. 매일 밤 온갖 불법 성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웹하드 등에 자신의 연관검색어를 넣어 혹시나 자신의 영상이 있는지 뒤지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는다. 혹시 누군가 해코지를 할까 집 밖을 제대로 나서지도 못한다.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는 벌써 수십통을 비웠다. 악몽은 3년 전 시작됐다. 남편과 헤어진 서씨에게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던 C씨가 접근했다. 그는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아들 하나 바라보고 사는 자신처럼 남자는 자상한 ‘딸바보’ 행세를 했고, 지방에서 매일같이 서울에 올라와 사랑을 속삭였다. 하지만 만난 지 반년이 지나자 C씨는 본색을 드러냈다. 가게에 진을 치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에게 가정이 있다는 걸 알고 거리를 두려 하자 집 앞에서 밤을 새우고 폭탄 문자를 보냈다. 급기야 남자는 “○년이 바람을 피운다”며 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막고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 그날 가방과 휴대전화를 낚아채 2주간 잠수를 탔다. “그날 이후 해킹 프로그램을 깐 것 같아요. 문자 메시지부터 SNS, 사진첩과 클라우드에 저장된 과거 사진들까지 다 털렸어요. 실시간으로 제 휴대전화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깔았더군요.” ●카카오톡 지인들에게 성관계 영상 전송 그는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었다. 남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 본 서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의 복제폰에 가까웠다. 지인들의 이름과 번호가 그대로 복사되어 있었다. 사진첩은 더 끔찍했다. 서씨가 자는 사이 찍은 알몸 사진이 수두룩했고,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들도 나왔다. 소름이 끼쳤다. 배신감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 수치심에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영상과 사진을 빌미로 C씨가 저지를 짓들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렇게 그녀는 질질 끌려다니게 됐다. 그날 이후 서씨는 어떻게 하면 탈 없이 그를 정리할 수 있을지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밀어낼수록 더 큰 협박이 되돌아왔다. 일하는 서씨를 찾아와 “한번 다 폭파해(퍼트려) 버려?”, “얼굴이 하얗게 질리니 보기 좋네”라고 속삭였다. 어떤 날은 또 욕설을 퍼붓다가도, 어떤 날은 울며 “죽을 만큼 사랑한다”고 매달렸다. “너 가게 근처에 영상 담은 이동식 저장장치(USB) 쫙 뿌려 놨어. 어떤 놈이 주워서 보면 재밌겠지? 어디 얼굴 팔려서 장사하겠니….” 더 상대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C씨를 완전히 외면하자 그는 “니가 가장 고통스러워할 게 뭔지 생각해 봤다”면서 동영상 유출을 들먹였다. 그 후 그는 실제로 카카오톡으로 지인에게 성관계 영상을 뿌렸다. 그날 이후 서씨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 매일 밤 SNS, 불법 성인 사이트, 웹하드에 혹시나 본인의 영상이 퍼지지는 않았는지 검색하면서 밤을 새웠다. 밥알은커녕 물 한 모금 제대로 삼킬 수도 없었다.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불안감은 흉통으로 이어졌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없인 제대로 잠들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다들 얼굴을 알아보며 손가락질을 하는 듯해 집 밖을 나서기조차 어려웠다. 가게는 내놓은 지 3일 만에 헐값에 처리했다. ●아들 죽이겠다는 협박에 고소 결심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씨 아들의 메일 주소를 들먹이며 영상을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심지어는 집 앞에 찾아와 “아들을 죽이겠다”고도 했다. 서씨의 친구를 찾아가 위협도 했다. “사지가 벌벌 떨렸어요. 단지 나 하나로 끝나지 않겠구나. 주변 사람은 물론 아들까지 해코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고소를 결심했어요.” 도움이 필요하단 생각에 서씨는 자신과 비슷한 사연의 기사들을 검색했다. 거기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를 발견했다. 활동가에게 처음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동안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겠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경찰서에 같이 갈게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정말 펑펑 울었어요.” ●고소장 접수하자 숨겨둔 영상으로 협박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서도 남자의 협박은 4개월여간 이어졌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듯했다. 끝까지 숨겨 놨던 10개의 영상과 수백장의 사진을 보이며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모두 뿌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C씨는 영상물 비동의 촬영,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서씨의 변호사와 다수의 전문가들조차 합의를 권했다. 실형을 살아봐야 형량이 얼마 안 되는데, 오히려 앙심을 품고 2차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실제 초범인 C씨가 받을 수 있는 형량은 최대 5년, 하지만 관행적인 형량은 6개월 정도에 그친다. 서씨가 합의를 해 주면 1~2개월을 선고받거나 바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에 결국 합의서를 작성했어요. 여자가 합의를 안 해 줘서 실형 살았다고 나와서 복수를 하고 영상을 재유포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거예요. 엄벌하진 못할망정 피해자가 합의를 해 줘야 하는 상황이 말이 되나요? 저는 너무 억울해요. 죽을 만큼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그 사람이 또 나와서 가해를 하면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는 법도 저를 지켜주지 못하잖아요. 제가 망치라도 들어서 저를 지켜야 하나요? 방법이 없어요.” 서씨는 이 일을 겪으며 머릿속으로 수백번 손목을 긋고 목을 맸다. 하지만 자신이 죽고 나면 남겨질 아들과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대체 무얼 잘못했나’ 하는 억울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곤 꼭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하는 성생활이에요. 제가 남들에게 피해라도 줬나요? 근데 왜 내 개인적 공간과 사생활을 동의 없이 퍼뜨려요. 이제는 당당하고 싶어요.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제발 죽지 말고 사시라고요. 그리고 힘을 합쳐 함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꿔야 해요. 우린 잘못한 게 없잖아요.” ●관행적 형량 6개월 불과… 피해자만 낙인 서씨는 최근 피해자들을 위해 애쓰는 여성 단체에 기부도 했다.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 강연을 나갈 생각이다. 서씨는 “출소 후에도 가해자는 당당하기만 한데 피해자들은 오히려 문란한 여성으로 취급받으며 평생 숨어 살아야 하는 모순된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2차피해를 막으려 피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해자에게 합의까지 해 주는 상황”이라면서 “나쁜 사람들이 잘못의 무게에 맞는 벌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첫맛에 불끈… ‘타우린 보고’ 문어선생, 어찌 그리 힘이 좋소

    첫맛에 불끈… ‘타우린 보고’ 문어선생, 어찌 그리 힘이 좋소

    문어는 발이 8개 있는 연체동물의 일종이다. 수심 100~200m에 살고 몸길이는 5㎝에서 5.4m로 다양하다. 발 하나의 길이가 9m, 몸무게는 30㎏에 이르는 대형 문어도 있다. 문어는 바닥을 기어다니지만 놀라거나 공격을 받았을 때는 먹물을 뿜으며 빠르게 움직인다. 몇몇 종의 문어는 먹물로 상대방 포식자를 마비시키기도 한다.조선시대 지리, 풍속 등을 적은 책인 ‘동국여지승람’에는 문어가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 등의 37개 고을 토산물로 돼 있다. 이로 미뤄 예전에도 문어가 동해와 남해에서 많이 잡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동 문어 전국 유통량 30% 차지 조선후기 실학자인 서유구가 쓴 ‘전어지’에는 단지를 던져 문어 잡는 법이 소개돼 있다. 노끈으로 단지를 옭아매어 물속에 던지면 얼마 뒤에 문어가 스스로 단지 속에 들어가는데 단지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단지 한 개에 한 마리가 들어간다고 ‘전어지’에 기술돼 있다. 조선 순종 때 빙허각 이씨가 부녀자를 위해 엮은 일종의 여성생활백과인 ‘규합총서’에는 문어의 조리법과 약효가 언급돼 있다. 이 책에서는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소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 대가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 빙어각 이씨는 서유구의 형수로 알려져 있다.문어 하면 경북 안동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 안동 문어는 전라도 홍어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보면 된다. 정인창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안동 문어는 전국 유통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며 “안동에서는 잔칫상이나 제사에 문어가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정 교수는 문어가 안동에서 사랑받는 이유로 선비의 덕목을 들었다. 문어(文魚)의 글월 문(文)자가 양반고기를 나타내며 바다 깊은 곳에서 몸을 낮춰 생활하는 습성이 선비들 겸양의 뜻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외에는 ‘선비의 필수품인 먹물을 뿜기 때문에 양반고기다’, ‘알을 지키다 죽는 문어의 절개가 선비와 닮았다’는 등 문어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다양하다. ●안동 중앙신시장 문어골목 유명 안동 중에서도 중앙신시장의 문어골목이 유명하다. 이곳에는 문어를 파는 업소만 15곳이나 있다. 이 업소들은 동해안과 남해안 등지에서 산 문어를 들여와 수족관에 보관한다. 고무 대야 하나에 한 마리가 가득 찰 정도의 큰 문어를 판다. 육안으로도 족히 10㎏은 넘는 문어도 있다. 중앙신시장에서는 오히려 작은 문어들을 보는 게 더 힘들 정도다. 택배를 통해 전국에 배달까지 하고 있다. 문어가 안동 간고등어와 함께 지역 특산물로 자리잡자 중앙신시장에서는 단오 때 ‘고객감사 문어대축제’를 연다. 최종익 안동시 상권활성화팀장은 “안동 문어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축제를 열고 있다”면서 “문어가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정 교수는 안동 문어의 맛이 다른 곳과 차이가 나는 것은 안동 문화의 영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안동에서는 중요한 집안 행사에 문어가 빠지지 않다 보니 문어가 질기지 않으면서 원래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삶는 물의 온도, 간, 시간 등에 대한 조리법이 축적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몸집이 큰 문어, 회 대신 숙회로 즐겨 문어는 데치거나 말려 먹는다. 오징어, 낙지와 같이 생으로 썰어 회로 즐기지는 않는다. 횟감으로 사용하기에는 몸집이 크고 질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어요리는 문어숙회다. 정 교수는 맛있는 문어숙회 만드는 방법을 귀띔했다. 먼저 문어다리는 소금으로 주물러 점액질을 제거해 깨끗이 씻는다. 이때 밀가루를 조금 넣고 주물럭거리고 손으로 훑으면서 씻어주면 깨끗하게 된다. 냄비의 물이 끓으면 소금과 문어를 넣고 삶는데 문어 1㎏ 정도 크기면 3~4분 정도 삶으면 된다. 문어가 식으면 0.3㎝ 정도의 두께로 썰어 고추장, 식초, 설탕, 물엿으로 맛을 낸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지니까 주의해야 한다.안동에서 문어숙회로 유명한 곳은 구한말 전통목조건물 형태로 지어진 향토 음식점 예미정이다. 예미정의 문어숙회는 뜨거운 물에 데쳐내듯 살짝 삶아 육질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조일호(50) 예미정 대표는 “상차림에 아무리 맛 좋고 귀한 음식이 올라와도 안동문어를 먹어야 손님들이 대접을 잘 받았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문어통마늘볶음도 소개했다. 문어를 데친 뒤 먹기 좋게 썬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문어부터 볶아준다. 문어가 어느 정도 볶이면 간장과 조청 1대2 비율에 후추를 넣어 만든 양념장과 통마늘을 가미한 뒤 골고루 섞으면서 볶아 준다. 마지막에 청양고추와 홍고추를 넣은 다음 불을 끄고 통깨를 윗부분에 살짝 뿌려주면 문어통마늘 볶음이 완성된다. 겨울철에는 뜨끈하고 부드러운 문어죽도 보양식이다. 삶은 문어에 표고버섯과 당근, 양파를 넣어 볶은 뒤 불린 쌀을 넣는다. 쌀알이 퍼질 때까지 끓여 주면 맛있는 문어죽이 만들어진다. 간을 할 때는 소금으로만 하는 것보다 액젓을 약간 넣으면 맛이 더욱 좋다. ●몸이 차고 냉한 사람에게 안성맞춤 대구 달서구 장기동에는 문어삼합이야기라는 독특한 문어요리집이 있다. 이 식당의 주메뉴인 문어삼합은 문어숙회에다 한약재를 넣고 삶은 돼지 수육, 야채 등으로 구성되는데 환상적인 맛의 궁합을 이룬다. 또 문어에 돼지고기, 해물, 닭고기 등을 넣어 끓인 문어삼합탕과 문어와 돼지갈비가 짝을 이루는 문어물갈비 등의 메뉴도 입맛을 유혹한다. 이 식당 노재춘(52) 사장은 “문어삼합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요리다. 그래서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문어에는 타우린 성분이 많다. 일본에서는 1940년대에 낙지 삶은 국물에서 타우린을 추출, 심장 및 결핵 치료약을 개발했다고 한다. 또 타우린은 심장마비나 동맥경화 등에 효과가 좋고 간세포를 재생시키며 신진대사를 원활히 한다. 여기에다 혈액 중의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한다. 이 밖에 혈압조절과 두뇌계발, 망막기능 정상화, 신경정신 활동에 효과적이고 동맥경화, 간장병, 시력감퇴, 변비, 미각장애 등에도 효능이 있다. 정 교수는 “문어는 몸이 차고 냉한 사람에게 특히 좋다. 고지혈증이나 중풍으로 몸이 무거운 사람의 경우 문어를 곶감과 함께 넣어 죽을 쑤어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운동엔 젬병 ‘초짜’라면 ‘우리 동네 열린 체육관’으로 가라

    운동엔 젬병 ‘초짜’라면 ‘우리 동네 열린 체육관’으로 가라

    ●수강료 무료 ‘여성생활체육 배달강좌’‘여성생활체육 배달강좌’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최소 5명 최대 20명 미만의 여성 동호회에 한해 원하는 시간, 장소에 원하는 지도자와 프로그램을 배달해 주는 신개념 스포츠 학습프로그램이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주 2시간 3개월 과정을 연 2회씩 이용할 수 있다. 단 출석률이 70% 미만이면 자동 폐지된다. ‘美채움 프로그램’은? 이는 임신·출산·육아 등 환경적 요인으로 생활체육 참여 기회가 적은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체육 활동 지원 사업이다. 올해는 육아종합지원센터 및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66개소에서 매주 2회씩 총 20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내년부터는 100개소로 확대된다. 여성의 규칙적 체육 활동 시간은 남성에 비해 낮다. 체육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남성이 28.6%인 반면 여성은 40.2%에 달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스포츠 활동이 중단된 ‘워킹맘’들, 용기를 내 보자.●국공립 유치원 400곳 유아체육꾸러미 교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활체육이 실현되려면 유아기 적절한 체육 활동이 필수다. 이 시기 생활체육 활동이 생애 주기별 체육활동의 근간이 돼 평생 건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체육회의 주도로 유아체육 시설에 전문 지도자와 프로그램, 용품 등을 지원하는 ‘유아체육꾸러미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전국 국공립 유치원 400곳을 선정해 만 3~6세 유아 51만 2000명을 대상으로 생활체육지도자 400명을 파견했다. 1주일에 2회, 1일 2시간씩 유아체육 프로그램을 지도한다. 이와 함께 평행봉, 원마커, 스카프, 솜털공, 낙하산, 탱탱볼 등이 들어 있는 유아체육용품 꾸러미를 보급해 프로그램을 지도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대한체육회, 체육시설 개방 학교 운영 특히 초보자가, 가족 단위로, 집 근처에 운동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 인근 초·중·고등학교에 시선을 돌려보자. 대한체육회는 올해부터 체육시설개방 학교 155곳을 선정해 ‘우리동네 열린체육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개방 학교에서는 마음껏 학교 체육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개방학교 체육시설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기존 동호회원보다는 초보자들이 운동을 배우고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 “교원대 성추행 의혹 교수 파면하라”

    “교원대 성추행 의혹 교수 파면하라”

     ‘충북 미투시민행동’은 23일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교원대 A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이들은 이날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원대는 징계위원회 및 성희롱심의위원회 등에 외부 젠더 전문가를 포함시켜 교수의 성폭력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피해전수조사도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부는 초·중·고와 대학에 만연된 성폭력 문제를 사법기간 수사에 의존하지 말고 별도의 규정으로 가해자를 징계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건이 지위를 악용한 위력임을 간파하고 철저히 피해자 관점으로 수사하라”며 “미투시민행동은 피해자들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교원대 성추행 사건은 이달초 대학원생 B씨의 폭로로 알려졌다. 교원대 홈페이지에 대학원 졸업생이라고 밝힌 B씨는 “A교수에게 1년간 상습 성추행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A교수가 논문지도를 핑계로 자신을 연구실로 불러 안마를 시키고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미투 이후 학내 게시판 등에는 추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수업시간에 여성의 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자신의 성생활을 얘기하고, 대학원생들에게 운전까지 시키는 등 갑질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교원대는 A교수를 직위해제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A교수는 자녀양육법과 혁신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스타강사였다. 2014년 공공장소에서 추행을 저질러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채팅으로 만난 여성 술 먹여 집단성폭행한 20대 5명 2심에서도 중형

    채팅으로 만난 여성 술 먹여 집단성폭행한 20대 5명 2심에서도 중형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술을 먹여 집으로 데려가 차례로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20대 5명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왜곡된 성 관념을 고치려고 엄중한 형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 신동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26)씨, B(25)씨, C(26)·D(26)·E(26)씨에게 각각 징역 8년, 징역 7년,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5명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 5년간 신상정보 공개도 명령했다. 항소심 선고 결과, D·E씨가 피해자와 합의해 징역 6년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고, 취업제한 명령이 추가된 것 외에는 1심 선고 결과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밤 휴대전화 채팅으로 만난 20대 여성과 성관계한 뒤 친구 B씨, C씨와 함께 여성을 주점으로 데려가 술을 마시게 했다. 이들은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택시에 태워 여성의 원룸으로 데려가 친구 D씨, E씨도 불러 차례로 성폭행하고 A씨, B씨, D씨는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평소에도 휴대전화 채팅으로 통해 알게 된 여성들과 한방에서 성관계하며 이를 지켜보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문란한 성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징역 5∼8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5명은 범행 당시 피해 여성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수법을 볼 때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는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인들은 여성을 일시 쾌락의 대상으로만 보는 왜곡된 성 관념을 가져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형벌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스웨덴 정부, 이민자 성교육 사이트에 거액 세금 투입 논란

    스웨덴 정부, 이민자 성교육 사이트에 거액 세금 투입 논란

    스웨덴 정부가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위한 성교육 웹사이트를 개편하기 위해 거액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프리아티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가 청소년·시민사회부(MUCF)에 500만 크로나(약 6억4000만 원)를 투자하며 그 중 일부는 이민자를 위한 정부 성교육 웹사이트를 개편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개편에는 이민자들의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매춘과 인신매매, 동성애 관련 폭행·억압, 생식기 손상, 성폭행, 그리고 성희롱 등의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다. ‘유모’(youmo)라는 이름의 이 성교육 웹사이트는 이민자들에게 건강과 성생활, 그리고 성평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지난해 4월 개설됐다. 현재 이 사이트는 스웨덴어와 영어는 물론 다리어와 아랍어, 그리고 소말리어 등을 제공한다. 사이트에는 원하지 않은 임신이나 성병을 막기 위한 피임 방법부터 성폭력이 성범죄임을 알려주는 성교육 콘텐츠가 담겨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이트는 이민자들에게 사랑의 기쁨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콘텐츠도 담고 있다. 특히 ‘사랑에 빠져있다’(Att vara Kar)라는 제목으로 실린 콘텐츠 이미지는 어두운 피부색의 이민자 남성에게 현지 금발 여성이 키스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이민자 남성들에게 현지 여성들과 사귀어 관계를 맺으라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프리아티더는 이런 방법은 스웨덴 납세자들의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유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부산 100가구 이상 아파트 불연성 쓰레기 분리 배출

    “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 따로 버리세요”. 부산시는 이달부터 불연성생활쓰레기 전용수거함을 설치한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387곳을 대상으로 불연성 쓰레기 분리배출을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불연성생활쓰레기는 도자기,깨진 유리,조개류 껍데기,뼈다귀,고양이 배변 모래 등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를 말한다. 불에 타는 쓰레기(가연성)와 타지 않는 쓰레기(불연성)를 소각시설에 혼합 반입하면 잦은 고장을 일으켜 소각처리 효율이 떨어지고 수리비용이 증가하는 원인이 된다. 불연성 쓰레기는 소각하더라도 대부분 소각재와 함께 잔재물로 남아 매립시설로 옮겨 2차 처리하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불연성 쓰레기 전용수거함이 없어 대부분 일반 생활 쓰레기와 함께 배출돼 소각 처리했다. 부산시는 16개 구·군과 함께 지난해부터 불연성 쓰레기 분리배출 시범시행을 거쳐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6억8000만 원을 들여 전용수거함 5760개를 배치했다. 불연성 쓰레기는 배출은 전용수거함 안에 설치된 전용 마대에 배출하는 공동배출 형식과 기존 종량제 봉투(혹은 불연성 전용 마대)에 불연성 쓰레기만 담아 배출하는 개별배출 형식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알쏭달쏭+] ‘신’을 믿는 사람, 안 믿는 사람보다 오래 사는 이유

    [알쏭달쏭+] ‘신’을 믿는 사람, 안 믿는 사람보다 오래 사는 이유

    종교가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진은 2010~2012년 미국 전역에서 발표된 부고(사망기사) 1601건을 토대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평소 종교가 있던 사람은 종교가 없이 삶을 마감한 사람에 비해 수명이 평균 4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우선 아이오와 주에서 2012년 1~2월 게재된 부고 기사 505건을 분석한 결과, 유신론자는 무신론자에 비해 수명이 평균 수명이 9.45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혼인여부 등을 고려할 경우 평균수명의 차이는 6.48년으로 줄어들었다. 두 번째 연구는 2010년 8월~2011년 8월까지 미국 전역 42개 도시에서 발표된 부고 기사 1096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유신론자는 무신론자에 비해 평균 수명이 5.65년 더 길었고, 성별과 혼인여부를 고려할 경우 평균수명의 차이는 3.82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종교를 가진 사람의 수명은 종교가 없는 사람에 비해 평균 약 4년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회적인 활동이 더 활발하며 특정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이 보다 오래 사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종교의 규칙과 규범이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예컨대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마약을 멀리 하는 것, 성생활을 절제하는 것 종교적 제약으로부터 이어지는 생활습관이 장수의 삶으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 여기에 종교 활동의 일환으로 행하는 기도와 명상 등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는 무신론자들에게 헛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종교와 수명 사이에 명확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종교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늘고 있으며, 이번 연구 역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 세이지(SAGE)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학술지 ‘사회 및 성격심리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유신론자가 무신론자보다 더 오래 산다...이유는?

    [건강을 부탁해] 유신론자가 무신론자보다 더 오래 산다...이유는?

    종교가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진은 2010~2012년 미국 전역에서 발표된 부고(사망기사) 1601건을 토대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평소 종교가 있던 사람은 종교가 없이 삶을 마감한 사람에 비해 수명이 평균 4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우선 아이오와 주에서 2012년 1~2월 게재된 부고 기사 505건을 분석한 결과, 유신론자는 무신론자에 비해 수명이 평균 수명이 9.45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혼인여부 등을 고려할 경우 평균수명의 차이는 6.48년으로 줄어들었다. 두 번째 연구는 2010년 8월~2011년 8월까지 미국 전역 42개 도시에서 발표된 부고 기사 1096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유신론자는 무신론자에 비해 평균 수명이 5.65년 더 길었고, 성별과 혼인여부를 고려할 경우 평균수명의 차이는 3.82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종교를 가진 사람의 수명은 종교가 없는 사람에 비해 평균 약 4년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회적인 활동이 더 활발하며 특정 집단에 소속돼 있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이 보다 오래 사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종교의 규칙과 규범이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예컨대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마약을 멀리 하는 것, 성생활을 절제하는 것 종교적 제약으로부터 이어지는 생활습관이 장수의 삶으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 여기에 종교 활동의 일환으로 행하는 기도와 명상 등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는 무신론자들에게 헛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종교와 수명 사이에 명확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종교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늘고 있으며, 이번 연구 역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영국 세이지(SAGE)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학술지 ‘사회 및 성격심리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착한 척하기/유효상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열린세상] 착한 척하기/유효상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는 비율이 무려 82%에 달한다는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참고로 2014년 투표율은 56.8%였다. 선거 때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할 것’이란 응답 비율보다 실제로 투표한 사람들의 비율은 훨씬 낮았다.엄마들이 아이들의 과자를 구매할 때 영양가와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는 품목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이 교회를 간 횟수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예배 참석은 긍정적인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한 횟수와 금액도 실제보다 높게 응답하는 경향을 보인다. 텔레비전 시청자들도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방송국에 요청하지만, 막상 그런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매우 낮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시청자들 때문에 방송국은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흑인 후보였던 토머스 브래들리는 공화당의 백인 후보인 조지 듀크미지언과 경쟁했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브래들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은 물론 선거 날 출구조사에서도 듀크미지언에 앞섰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리 브래들리가 듀크미지언에게 패배했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때는 인종적 편견을 숨기려고 흑인이지만 능력이 있는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거짓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백인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브래들리 효과’라고 한다. 이후 ‘흑백 대결’이 펼쳐진 여러 선거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멋지고 착하게 보이기를 원한다. 설문조사가 대부분 익명인데도 말이다. 이런 여론조사나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거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응답을 하려는 경향을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이라고 한다. 일종의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평판과 위신, 체면을 관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응답하게 된다. 심지어는 수면시간도 실제 잠을 잔 시간보다 적게 잤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적은 수면시간을 근면의 상징으로 여기고, 긴 수면 시간을 게으름의 상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데이터 과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세스 다비도위츠는 2017년에 출간한 그의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에서 구글 트렌드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인종차별, 정신질환, 성생활, 아동학대, 낙태, 광고, 종교,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 부분을 거짓말로 왜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모든 사람들이 사실과 다르게 대답하고 왜곡을 습관처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125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연구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각광받는 무인 자율자동차가 이런 사고를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윤리학의 고전적 문제인 ‘트롤리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는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가?’이다.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은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를 위해서 기꺼이 차 안에 있는 자신이나 동승자가 희생돼야 한다는 밴덤의 공리주의적 답변을 했다. 그러나 동시에 만약 그런 차가 출시된다면 그런 차는 사지 않겠다는 이중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의미 없는 SNS에 댓글이나 ‘좋아요’를 할 수 없이 누르는 것도 좋은 사람인 척하려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연구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미시간대의 로저 투랑조 교수는 놀랍게도 ‘선의의 거짓말’을 자주 하면 습관적으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에 빠진다고 했다. 착한 척하다가 진짜 착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면 좋겠다.
  • 그들에게 가족은 ‘내 편’이다

    그들에게 가족은 ‘내 편’이다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프레데리크 마르텔 지음/전혜영 옮김/글항아리/632쪽/2만 5000원 신가족의 탄생/친구사이+가구넷 지음/시대의 창/272쪽/1만 6800원“미국에서 게이로 사는 게 두렵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걸어도 아무도 해코지를 하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희망은 증오보다 강하며 사랑은 무시와 욕설보다 힘이 셉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한 행사에서 한 말이다. ‘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미국 대통령으로도 꼽힌 오바마는 ‘이류 시민’으로 취급받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의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미국은 2015년 동성애자 결혼을 합법화했다.세상은 점점 바뀌고 있다. 진보적인 정부와 민간 시민단체들이 동성애자 인권 개선을 위해 힘을 모은 덕분이다. 성소수자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자연스럽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프레데리크 마르텔이 전 세계 50여개국 성소수자 600여명을 만나 취재하며 쓴 책 ‘같은 성을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에 따르면 ‘게이스러움’은 전 세계 곳곳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물론 성소수자를 여전히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범죄자’,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방탕한 사람’, ‘에이즈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이란에서는 2015년 한 해에만 980여명의 동성애자가 사형을 선고받아 희생됐고,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이 정부의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세계 성소수자들이 퀴어 영화 페스티벌, 게이 퍼레이드 등 각종 연대 모임과 캠페인 활동을 이어 가는 이유는 “혼자 꾸는 꿈은 그냥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각 나라가 동성애자 이슈에 대응하는 자세야말로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근대적 진보를 가늠케 하는 좋은 척도”라며 “(이를 통해) 그 나라 국민의 의식 변화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의식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한국 연예인 최초로 커밍아웃한 홍석천씨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는 가족 중심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자손을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그래서 결혼도 할 수 없고, 아이도 낳을 수 없는 동성애야말로 가족의 계보를 단절시키는 행위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핏줄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가족’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 ‘신가족의 탄생’에 등장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커플,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사는 공동체 ‘성북마을무지개’ 등 10개의 특별한 성소수자 가족공동체는 가족 너머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이들이 정의하는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 아니라 ‘항상 집에 가면 있는 내 편’,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적을 이루는 관계’다. 2016년 스위스에서 동성 파트너십 등록을 하고 같은 해 7월 서울에서도 결혼식을 올린 플플달 제이와 크리스 커플, 법적으로 서로의 보호자임을 증명할 수 없지만 15년 세월을 함께한 승정과 정남 등 다양한 성소수자 커플들이 바라는 건 간단하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누구든 서로의 가족이 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이 사회가 공감하는 것. 물론 각기 다른 이유로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이 커플들을 인터뷰한 크리스가 책의 말미에 남긴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우리는 가시화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일과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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