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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전일적 관점을 위반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도발적 상상력을 끌어와 보면 이러한 점은 더 명백해진다. 인간을 꿈틀거리는 생명덩어리, 즉 고기로 표현한 그의 이미지에 기대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증명할 방법을 탐구한다. 이때 우리는, 완벽한 몸이라는 정형을 벗어나 감각과 존재를 해방하고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본능의 심연까지 가 닿으려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의 살과 고기의 살점을 저울에 달 때와 정용준의 관점은 다음 같은 문장에서 겹친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105쪽). 함량과 수치만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은 고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무게가 고기와 동급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베이컨의 고기-인간들은 2) 육체라는 전체성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정형과 규격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뇨·혈액·타액·정액 같은 체액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홀쭉해진 형체들을 그의 그림은 보여 준다. 여기에 정용준의 소설은 해부하고 해체한 육체의 일부분들과 조각들,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처럼 넘치는 비만한 살들, 지문, 주민등록번호, 냄새 같은 기호들을 추가한다. 육체라는 전체로부터 일부분이 끊임없이 탈주하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정의된다. 흘러나온 육체의 일부분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설하면서 전체성으로서 육체의 허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자가 이 지구 상에 있는 한 완결할 수 없는 질문, 그래서 우리는 반복하여 묻는다. 그 물음이 단지 존재의 물질성을 해명하려는 것이 아닌 한 실존 그 자체로서 무수한 질문을 품는다. 해부된 육체의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한다면 공포를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갈가리 찢어지거나 분해된 육체 3)의 성분들, 일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육체는 미학적이지 않으므로. 그래서 우리는 물질과 물질이 부딪쳐 상처 나고 찢어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 애쓴다. 완결된 육체, 곧 육체의 전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몸이 와해될 때 인간은 이른바 고기가 되고 말 테니까. 살점 일부와 한 컵의 피, 한 바가지의 오줌으로 존재가 정의된다면 그것은 과연 한 점 얼룩일 뿐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서 정용준의 소설로 들어가보면 우리는 거기서 육체의 질곡과 해방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용준의 소설은 세계를 이루는 존재자들을 되도록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완전체로서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쪼갬으로써 개별성과 존재다움을 드러낸다. 쪼개진 그 조각에 장식이란 없으며 당연히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들은 거칠고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몸의 조직에 정신을 심으면서 정용준의 소설은 국부로 전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체성으로서보다 피 한 방울, 지문, 살점 일부분들에 압착되어 있다. 몸은 해체되면서 전체를 말하고, 부분은 전체로 나아간다. 정용준의 소설은 가족공동체로부터 발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과 구별된다. 그는 존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 삶의 작은 조직들에 주목하고, 몸을 해체하듯 관계를 해체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들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정용준은 ‘말한다’. 사진만이 인간의 육체를 죽임으로써 전체를 보여 준다는 바르트의 사유방식으로 말하면 정용준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몸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일부분으로 접근한다. 미소한 부분으로부터 존재의미를 캐면서 가장 생생한 육감을 재현해 내려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까지도 정용준의 육감은 벋는다. 존재가 어느 한 부분의 신체조각으로 증명될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존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을 얻게 된다. 보이지만 ‘없는’ 쁘리즈락 우리 몸은 ‘근대’라는 개념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물질이다. 시간은 몸의 물기를 쥐어짜면서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시간에 휩쓸려 가는 물질로서의 육체는 점점 추악해지고, 위선 속에서만 순결성을 띤다. 이 세계는 온통 ‘금지’ 구역이자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육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체를 무너뜨리고 분해하고서야 위선의 고리는 끊어진다. 개인을 넘어선 인류 전체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때 탄생한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몸에 관한 담론이 아니며, 불멸하는 육체를 이미지화한 비개인적인 것이다. 금지에 결박된 덩어리로서 몸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을 그 몸의 일부로 자유롭게 구가하는 생명성이다. 사회의 습속을 배반하고서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거칠고 기이한 몸들은 그때 허위에서 해방된다. 자연의 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때 우리 몸은 사회라는 인위적이고 완강한 간섭보다 자연이라는 거칠고 전체적인 범주 안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이란 바로 그러한 지점에 구겨 박힌 육체를 불러내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세계가 우리에게 존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온다면 위와 같은 단언만으로는 그 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에 정용준 소설의 고민이 자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필요 없는 사회적 기호를 우리는 두 개 갖고 있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다. 전자가 개별 신체의 주소지라면 후자는 개인의 번지수다. 두 개 코드는 인간 개체에게 한편의 안정과 다른 편의 위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존재를 나타낸다는 것은 안전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와 그것이 위협당하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의 나타남이 사회의 가시적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면, 존재의 숨김에 대한 탐문은 비가시적 공간의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닐까. 가시적이라는 분명한 현상 가운데서도 모든 타자는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가시적 존재와 가시적 존재 간 차별성은 없다. 가시적인 존재자에 대한 탐문도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74번’에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만난다. “그의 지문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었다.” 가시적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존재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까. ‘그’라는 3인칭만이, 열다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오명만이 그를 말해 준다. 살인을 한 이유도 ‘그냥’이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존재자가 그것이 있는 존재자를 살해했으므로 사건은 실종된다. 법이 작동하는 곳은 물리적 공간인데 그것을 적용할 존재가 없다. 죄를 물어야 하지만 죄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며 종결지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정용준은 여기서 ‘사건 있음’과 실존재의 부재라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던져 준다. ‘가해자 없음’과, 분명히 누군가가 죽어 없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여기에 이 소설의 발화의지가 있다. 가해자 없음으로부터 정용준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문’ 부재현상으로부터 소설로 접근해 가자. 지문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간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기호이므로. 정용준은 이 소설에서 지문 없는 존재 곧 몸이 없는 존재와, 살인자의 ‘의도’를 추적하기보다 살인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살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무심코” “거리낌 없이” 몹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러한 살인자에게 우리는 정신병력이 있는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금품이 필요했는지 등을 물을 수가 없다. 작가가 살인동기부터 이렇게 밝혀 놓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살인동기의 자연스러움을 그 존재의 어떤 특성과 연계해야 하는가. 살인이란 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절멸하는 것이기에 범죄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해자 없음’과 ‘무심코’라는 두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에 대한 단정은 잠시 유보하고 또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보자. 그 살인현상에 대해 정용준은 이렇게 해명한다. “사자가 사슴의 숨통을 끊고서 자신을 만든 창조자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그가 살인을 했다고. 그는 “잔인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스스로도 정신이상에 대해 부정”한다고. 그는 죄책감이 없으며 살인을 해놓고도 용맹을 자랑하는 존재다. 이쯤에서 우리의 사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무성無性, 이렇게 존재를 확정하고서 정용준이 보여 준 살인자의 특성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손에 잡혀 오는 것이 있다. 그의 본성의 그러함과,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부터 확보한 ‘그’라는 존재. 존재를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는 탁월한 킬러다. 존재가 은닉하는 문제를 감추는 식으로 존재하는 자를 신으로 명명한 하이데거 방식대로라면 그는 최상의 존재자 4)다. 자연 이후 문명 이전의 존재자, 인간의 죄를 물으며 공격적으로 성장한 종교현상을 빗대는 존재다. 그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성’이다. 이렇게 단정하고 보면 생각의 가지는 다시 갈라진다. 정용준은 ‘그’로부터 신의 존재를 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의 소설은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열린 지층이라는 것을. 단정은 그의 소설의 지층을 단면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지층을 거기에 더 얹어 놓자. 그는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 태어났지만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근친이다. 그래서 현실공간으로 부상할 수 없는 존재, 정용준의 표현대로 ‘쁘리즈락’이다. 가시적이므로 분명한 존재자이지만 사회의 법망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없는 사람’이다. 법의 그물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정화할 수 없는 원죄의 피가 흐르는 몸, 주소지도 번지수도 없으므로 무성의 캐릭터다. 이 ‘없음’ 현상에 ‘신’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자꾸만 얹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가 자꾸 겹쳐지는데도 명징하지 않은 그 존재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에게 신의 속성을 심어놓았듯 정용준은 ‘474번’의 그에게 신의 속성을 이식하지 않았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재지에 신도 ‘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작가의 질문은 이어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살해에 과연 의도가 있는가? 의도된 살해가 증오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의도 없는 살해는 자연현상처럼 일상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살해 후의 정서와 애도 행위가 죽음과 나를 관계 맺게 하지만 이때 살해에는 아무런 정감도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 내가 떠안을 책무란 없다. 살해는 일상처럼 이뤄진다. 충동·쾌락·분노 같은 격동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괴로움도 없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자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화에서처럼, 존재의 사라짐과 비밀의 완전 봉인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 점을 알게 된 아이가 악행에 빠지듯 그는 ‘순수’하게 살인을 한다. 지능 높은 어린이들을 훈련시켜 체제에 반대하는 양민을 죽이게 한 폴포트 정권도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순수함과 죄책감 없음은 동류의 정서임을, 그러므로 순수하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이며, ‘순수한 죄인’은 더 극악함을 일깨운다. 도깨비감투를 쓴 아이, 지능 높은 순수한 아이, ‘474번’의 그는 이때 최상의 존재자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널린 ‘현상’들을 증명한다. 그의 소설의 두께는 그렇게 형성된다. 그러니 앞서 우리가 본 ‘그’가 ‘지문’ 곧 육체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설의 또 다른 문면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의 주민등록번호 부재 현상을 보자. 번호가 부여되면서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에서 번호 부재는 곧 존재 부재를 일컫는다. 정용준은 이 존재를 쁘리즈락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요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현상과는 구별하고 싶다. 번호가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 번호가 사실은 존재를 희미하게 지워 나가는 기호임을 우리는 ‘벽’의 염전 일꾼들에서 본 바 있다. 가혹한 구타, 죽음 같은 침묵의 공간, 감정은 일체 거세된 채 오직 복종하고, 죽음에 이르러 물질이 되어 가는 그들의 몸을 보면서 우리는 21, 23, 9 같은 숫자일 뿐인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존재를 지워 존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화법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은 다시 갈라진다. 그러면서, 번호는 우리의 육체를 알기 위해 매겨진 하나의 기호이며, 육체를 아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언제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육체, 거울로서의 육체, 이 육체로부터 우리의 모든 ‘앎’은 출발한다. ‘그’의 몸이 없으므로 우리가 그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므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관들이 ‘유령’이라며 고개를 젓고, 지문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서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그.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으나 나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일방향의 시선이 목적성을 가질 때 악의든 호의든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되는 지점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상처 충돌의 흔적-체액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일에서부터 사유가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로의 회귀를 꿈꾼 셰익스피어가 ‘리어왕’(1막 4장)에서 물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락 안에서 인류가 존재를 증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는 존재증명, 그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운동’할 때부터 물질로 전락하는 때까지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탐색은 그 무엇보다 꾸준히 정치하게 진행되어 왔고, 정용준의 소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른바 ‘겹치는’ 존재자들로부터 인식의 깊이를 수립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자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언제나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며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이는 하이데거가 타자를 ‘함께 있음’ 즉 서로 관계하는 방식으로 본 것으로, 정용준 소설의 타자들 중에는 냉혈한의 정서로 관계망을 형성한 인물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한 점 살이나 오줌 얼룩으로 존재를 말하고, 각기 다른 피들이 혼종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음습하게 그리면서 존재를 증명하는 ‘개들’, 혈액 투석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을 채워 넣는 일에 골몰하며 계란을 먹어치우는 아버지를 보여 주면서, 새 피를 보충하고 허약해진 ‘근육’을 회복하려는 남성의 고투를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그러하다. 한 점 살과 피·눈물·오줌 같은 체액들로 그가 누군지를 말하기 위해 정용준은 미소한 부분을 응시한다. 피는 수치數値라는 정확성으로 우리를 근원의 비밀로 이끌지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수치’를 따지려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피는 부패의 습격을 막으려는 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살과 몸은 제 안에서 피를 단속할 때는 부패하지 않지만 피가 쏟아져 살만 남을 때 몸은 썩는 것.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살과 몸에는 피가 방부제다. 존재는 보여 준다, 인간의 체액 중 피가 가장 원초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존재의 근원을 은폐하는 것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속성에 관계된 것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 ‘피’라는 물질만이 개별자와 가족을 묶는 준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있다. 타자의 피와 내 피의 원소가 겹쳐 하나의 혈맥을 이루는 양태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정용준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개들’에서 ‘곰’은 동물세계의 지배자와 동격이다. ‘모란’은 그의 하인이자 아내·종업원·딸이다. 모란이 곰의 하인이자 종업원이라는 데에는 의미 부여가 달리 필요 없다. 그러나 아내이자 딸이라는 자격은 보편을 위반하는 강한 금지를 동반한다. 성생활과 혼인관계의 교차로가 가족이라면, 아내이자 딸이라는 모란의 자격은 근친상간이라는 강한 장치를 내포한다. 성생활의 특권을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이 꽃피는 두려운 비밀의 세계, “불가결의 접합부로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거부” 5) 되면서 관계의 틀 안으로 수렴되는 욕망이 곰의 아내이자 딸인 모란에게서 발산된다. 그러나 모란이 손님들로부터 ‘연변아가씨’라고 불리는 데에 이르면 또 다른 소격현상에 우리의 의식이 밀린다. 모란이 곰과 혈연관계가 아니며, 원시공간 속 여성 대명사로서 문명 이전 세계에서 가족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아직 자연으로부터 미분화한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앞서 본 ‘474번’의 그가 실정법에 매이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정서를 몰아온다. 곰과 모란을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부와 동거하는 고아인 ‘나’를 보자. ‘나’에게서 풍기는 다소 불쾌한 징후들, 이를테면 ‘나’는 곰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한 집에 살지만 곰의 아내인 모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지금이야. 비가 오면 여자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거든. 모란의 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해. 모란도 원하고 있을 거야. 병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개들’, 120쪽) ‘나’는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현에 충실하다. 노련한 ‘나’가 병구를 꼬드기지만 그것은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모란을 두고 병구와 경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가 아니기에 사실은 어떤 주문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능이 모자란 병구가 사랑을 위해 고투하는 어수룩한 형태의 결말은 빤하고, 모란을 향한 병구 마음의 경사도와 실패 가능성 또한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모란에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근육’을 단련하는 냉혈한이다. 이렇게, “이두박근, 승모근, 상박근, 하박근 등 근육”을 키우며 “내 근력은 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은밀하게 확인해 나간다. ‘곰’은 원시자연의 지배자이므로 나는 곰이라는 법을 뛰어넘기 위해, 즉 모란을 얻기 위해 근육을 단련한다. 곰의 근력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할 욕망의 저장고, 그곳은 근육을 단련함으로써만 채워질 것이다. 어머니이자 누나인 모란의 육체와의 연속성과 경계 없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곰처럼 완력을 갖춰야 한다. 어머니-누나의 경계가 없는, 있다 할지라도 나와 비혈연인 모란과는 피차 내재적 질서가 없는 관계이므로, 우연과 외면성으로 정해진 관계이므로 ‘곰’과 ‘나’에게 모란은 혈연이라는 필연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인물은 이 세계에 유일한 하와, 곧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에게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물 중 우리는 ‘병구’를 지나칠 수 없다. 곰과 ‘나’가 근육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명한다면, 병구는 근육들의 세계로부터 일찍이 소외된 자로서 또 다른 신체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도 죽음으로써. 모란의 방문이 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곰”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아는 순간 세계가 열리는 그 지점으로부터 병구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는 병구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모호함이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충격을 가하는 인식세계, 병구는 곰의 건장한 몸을 보고 있었고, 성을 인식했고, 그 순간의 눈뜸은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입사식과 같다. 새로운 세계의 도래는 ‘앎’이라는 충격파가 이전세계의 인식을 부수는 것이다. 곰과 모란이 아프로디지아(aphrodisia,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몸짓·접촉 ; 푸코, 같은 책, 55쪽)를 누리고 있는 그때 수다쟁이인 그가 말이 없어지고, 울보가 울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고, “멍하니 어둠의 한 지점을 응시”하면서 “무엇인가 깨닫”는 그곳이 ‘앎’의 정곡이다. 그의 시각을 충격하는 것은 미학적인 감정이기보다 본능에 대한 자극이며, 지식에 대한 충동이 그 대상과 맞닥뜨린 순간이다. 병구가 본 곰은 나체였고, 곰의 몸 중 일부분이었으며, 그 조각만으로도 세계의 비밀은 누설되었을 터, 곰의 벗은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비밀이 그를 충격한다. 일부분이 세계 전체의 환유일 때 그 조각은 본래 체적을 초과하여 팽창하는 게 아닐까. 좁은 문틈으로 바라볼 때도 바깥세계의 면적은 팽창하는 이치대로. 벌거벗은 ‘곰’처럼 ‘개들’은 고깃덩어리 같은 육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덩어리가 툭, 이 세계를 흔드는 것을 감지한다. 병구가 곰의 나체를 응시하는 한 몸에 대한 의미생산은 이어진다. 남녀 상호 간 본능적으로 생산되는 몸의 기호들이 상대의 감각을 지배할 때 거기서 비밀이 탄생하고, 그것에 휘어잡히고, 사로잡힌 자는 몸이 부단하게 발설하는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비밀은 ‘복종’하지 않는다. 주인인 몸을 언제나 벗어난다. 탈주를 노릴 때만 비밀은 자신의 신분을 확정한다. 그러니 절대성을 갖는 비밀은 없다. 모란의 몸이 생산하는 기호들이 병구에게 와 닿자 세계의 비밀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누설된 비밀 때문에 병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죄인으로서 스스로 그 비밀이 선고한 사형수가 된 셈이다. 성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언어는 세속화라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수습 불가능한 자기 증식력을 동반한다. 그러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노골적 담론화는 죽음으로 가는 직행통로다. 나타나는 순간 폭발하는 속성 때문에 성은 자신을 숨기는 대가로서만 유지된다. 병구의 죽음은 이렇게 그것의 나타남을 몸소 덮어버린 철저한 제의다. 성을 버리는 것, 그것은 죽음처럼 깊고 캄캄하지만 가장 분명한 가시성이다. “이십 년을 살다 죽은 병구의 사체는 십 개월을 산 도사견보다 작아 보였다”는 지점에는 세계의 비밀을 보게 된 자신을 폐기해 버린 왜소한 몸과, 삶의 마지막 기표인 “오줌으로 변색된 면바지가 까”맣게 남는다. 경련이 일고, 감각이 빠져나가고, 몸은 굳어간다. 이때 흘러나온 오줌은 산 자를 해체하는 마지막 운동의 징표다. 죽음 직전 감각이 마지막으로 운동한 흔적이며, 인간이 물질화되는 바로 직전 현상이다. 병구는 오줌 얼룩을 남기며 이 세계의 비밀로부터 도망쳤고, 그 얼룩은 성이라는 불경스럽고 속된 것으로부터 병구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육체의 기호일 것이다. 욕망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안타깝게도, 병구가 스무 살 성년의 문턱을 막 넘어서다 직면한 세계는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식의 빛은 병구가 눈을 뜨는 순간 번쩍임과 사그라짐이 동시에 진행되고 만다. 병구는 발설되어서는 안 될 것을 싸안고 캄캄한 죽음 속으로 투신한다. 억압되었으므로 알 수 없었으나 억압을 통해서만 검토되는 성에 대해 허용된 그 시각, 병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동시에 죽었다. “나를 죽여 주세요”라고 자신의 서투른 삶 같은 글씨를 써놓고서. 베이컨의 그림 한 컷처럼, 그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인식, ‘지식애’(피터 브룩스)의 흔적은 오줌 얼룩으로 남는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액체인 오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난 격렬한 경련의 징표다. 그가 죽음으로써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도 무화되었다. 부재하고 비표명되도록 숨겨야만 성은 생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의 본성은 오래도록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을까. 죽음처럼 절대적인 침묵은 없으므로 차라리 죽음으로써 입을 다물어 버린 병구,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저 세계의 문을 죽음으로써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해져서는 안 될 세계는 폐기되고, 병구의 목숨도 그 비밀처럼 폐기된다. 변하는 살 냄새에 존재 묻기 정용준 소설의 인물들에게서는 눅눅한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후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죽은 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각에 의존하는 문명인과 달리 정용준의 캐릭터들은 원시 인간처럼 퇴화하지 않은 후각으로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원시공간에서 막 생성된 존재가 바닷물로부터 비릿함을 감아올릴 때처럼 개 냄새, ‘모란’ 냄새, 곰팡이 냄새, 비린내, 게 냄새 등으로. 하층계급과 중간계급의 관심사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가 냄새에 대한 태도에 있다는 지적 6)대로라면, 정용준 소설에서는 소외계층의 냄새가 불유쾌한 조짐들을 몰고 온다. 하층민일수록 그들의 습관은 냄새에 더 잘 실려 있다. 이웃은 그들의 습속을 냄새로 타자에게 실어 나르고, 냄새는 이웃에게 번지면서 생명에서 비생명으로 진행한다. 이때 ‘썩음’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데, 냄새를 맡는 일은 사멸할 것에 대한 불쾌한 감각의 마지막 쏠림이다. 부패 현상의 끝과 죽음은 같은 지점에 있으며, 죽음이 가까울수록 냄새도 강렬하다. ‘개들’에서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곳은 개가 도륙당하는 도축장이다. 죽음 냄새가 음습하게 번지면서 불쾌함이 주조를 이룬다. 오래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기분을 바꾸려고 다른 데로 신경을 써도 여전히 붙들리는 냄새. 악취도 오래 맡다 보면 휘발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선가 지속적으로 살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오래 씻지 않은 하층민의 삶처럼 눌어붙은 냄새, 고질화된 고통, 그것은 썩어가는 살의 증표다. 생명체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부패선상에서의 피 흘림과 절규는 살이 단단해지고 건조해질 때까지 진행된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몸은 냄새를 풍긴다. 살 냄새, 즉 우리가 살아 있다는 냄새를. 비가 싫다. 마당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냄새는 진해진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개 냄새. 주변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는 우울한 기운들. 마르지 않은 오줌 위에 누워 철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노랗고 빨간 눈들.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 팔이 끊어지도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도 불쾌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개들’, 100쪽) 우울하고 물기 마를 날 없고 갈망으로 충혈된 “노랗고 빨간 (개의) 눈들”. 개들처럼 인물들도 습도 높은 공간의 음습함에 지배당한다. 찌든 ‘개 냄새’가 어두운 기운에 섞인 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 그것은 곧 도축될 짐승의 살 냄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우울한 정서가 깔린 공간에 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눈빛에서 예정된 죽음을 본다. 질척한 죽음의 세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바라보는 개들. 전망 없이 하강하는 비, 그 빗금들을. 소설 읽기는 해석학의 유혹 7)을 동반한다. 표층 의미가 견인해 내는 숨은 의미를 찾아 들어갈 때 느끼는 쾌락이 없다면 독서행위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비평은 독서행위의 연장인 만큼, 소설 읽는 즐거움의 다른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용준 소설의 존재들은 눅진한 그림자처럼 천천히 몸집을 불렸다가 작아지며 이렇게 소설 공간으로 편입된다. 어둠의 한쪽을 잠시 떼어낸 듯한 그 그림자들은 인간의 살이 흘러나온 것처럼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아래 예문의 ‘비린내’는 핍진한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한 바람이 들어왔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 나는 창문을 닫고 탁자에 걸터앉아 계란껍데기를 깠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고 현기증이 났다. 하얗고 부드러운 계란을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65쪽)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 그것은 생명의 발원지로부터 확산하는 냄새다. 투석 환자인 아버지가 과도하게 식탐을 부려 다른 환자들보다 계란과 치즈를 더 많이 먹고, 다시 혈액에 독이 쌓여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생명의지는 죽음을 거부한다. 예문에서 보듯 이러한 생명의지가 ‘나’ 또한 존속게 한다. 인류가 출현하던 그때,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이 비린내를 몸에 내장하고 나온 후 우리들 세포에 그대로 삼투된 냄새, 체액을 품은 살이 비린내를 풍기고, 땀을 많이 쏟을수록 생명체는 냄새를 더 짙게 풍긴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의 살은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것,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썩어가면서 살고 있고, 냄새를 풍기고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살이 내장한 액체들이 다 마르기 전까지만 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렇게 인간의 살 냄새와 피 냄새를 그리워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사이’의 문학이다. 다시 ‘474번’으로 돌아가 누나가 사갖고 들어온 꽃게에서 풍기는 ‘진짜’ 냄새를 맡아 보자. 그 냄새는 이제까지 먹어 온 가짜 게맛살과 달리 생경하다. 지금까지 ‘나’는 게맛살이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누나는 누나로서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누나가 꽃게를 사들고 와 ‘진짜’ 모성을 풍김으로써 비극이 불거진다. 몰라도 상관없을 세계를 ‘나’가 알아버린 것이다. “누나가 어머니라는 사실”처럼 가짜 냄새와 진짜 냄새가 겹치고, 이제 진짜가 출현함으로써 자아 탐문이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나’가 누구인지는 ‘가짜’가 규정해 왔지만 진짜를 아는 순간 나를 충격하는 세계, 끝까지 누나여야 할 존재가 ‘진짜’ 어머니가 된 이때부터 게는 썩은 냄새를 풍긴다. ‘나’가 누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게의 부패현상, 이는 정용준이 ‘개들’에서 병구를 통해 보여 준 인식의 자국을 따라간다. 앎으로써 세계는 열리지만, 앎이 죽음을 몰고 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어머니/누나, 진짜 냄새/가짜 냄새로 나뉘는 세계, ‘나’의 존재는 진짜 꽃게 냄새와 게맛살 냄새처럼 섞인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를 겹침 현상이다. 꽃게는 점점 썩어가고, 냄새는 확산되고, 존재는 죽어간다. 죽음 뒤에는 냄새를 풍기지 않을 존재,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살아 있는 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를. 존재를 규정하는 데 완벽한 준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용준은, 육체의 일부분들을 열어놓고 그 조각들을 비개인적 욕망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풀어나간다. 피와 눈물과 오줌의 물기가 번들거리는 살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존재는 증명되고 해방된다. 정용준 소설에서의 ‘부분’들은 비천함의 육체적 표지이기보다 욕망의 현실적 드러남이다. 근대의 합리와 원칙과 정형을 따르지 않고 결합·분해·해체하여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그 조각에 실어낸 표식이며 현상이며 증상이다. 그곳에 근접해 보면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은 조직들에 박힌 ‘존재’가 보인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 8)는 화가의 역설적 심미안에 정용준의 소설은 다시 중첩된다. ‘나’가 ‘곰’을 죽인 후 “손목을 타고 피와 내장이 그리고 그의 생명이 바닥으로 쏟아지”(‘개들’, 128쪽)는 여기, ‘나’는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모란을 포함하여 모든 부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서 빠져나온 몸의 일부분이 ‘개의 간식’으로 먹히는 현장에서 벌이는 아들의 저항과 투쟁이 보이는가. 과연 지금,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다. 그것은 ‘중량’의 문제가 아니며, 존재가 거부되거나 수용되는 경계에서 육체의 일부분들이 뭉치거나 녹아내리거나 해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장에 다다른 생명체들에서 오히려 인류의 영속적인 생명의지를 반어법으로 만나면서 ‘존재’를 재확인한다. 소설이 반드시 미의식을 표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정용준 소설 속 원시의 육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의도 없는 듯 냉담한 그곳으로부터 낮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남성들조차도 중성 코드를 띠는 곱다란 사회에서 정용준의 소설은 다소 거칠게 인간 육체의 일부를 들어낸다. 전체성에 대한 해체와 저항, 부분으로 해석되는 육체들은 그때도 욕망한다. 전체로부터 흘러나온 조각과 살 냄새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그 물질들의 전일적 주체인 인간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증명된다. 나.는.누.구.인.가. ■각주 1)정용준 창작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 2015), ‘가나’(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하였다. 이 글은 이 작품집에 실린 ‘개들’, ‘474번’, ‘벽’,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대한 고찰이다. 2)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독·공포·절규가 가득하며, 흘러넘치는 비가시적인 힘들이 잔뜩 뒤틀린 채 표현된다. 프랑크 모베르, 박선주 옮김, ‘인간의 피 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린비, 2015, 117쪽. 3)노태훈은 “인간 근원의 존재론적 탐색을 지속하는 여러 작가들과 (정용준이) 변별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몸’이라는 실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용준 소설의 지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훈,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문학의 오늘’, 2015, 겨울호, 216쪽. 4)엠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외 옮김,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2013, 9쪽. 5)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1’, 나남, 2015, 126쪽. 6)슬라보이 지제크, 이현우 외 옮김, ‘폭력이란 무엇인가’, 난장이, 2014, 232쪽. 지제크는 이웃을 “냄새 풍기는 자”로 정의한다 7)위의 책, 118쪽. 지제크는 이를 보다 깊은 의미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8)데이비드 실베스터, 주은정 옮김,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6, 161쪽. 저자와 베이컨의 대담 부분.
  • “남성우월·플레이보이 행동, 정신 건강에 나쁘다”

    “남성우월·플레이보이 행동, 정신 건강에 나쁘다”

    남성 우월주의자나 성생활이 문란한 플레이보이가 정신 건강에 더 문제가 많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인디애나대학 블루밍턴캠퍼스 연구팀은 일부 남성들이 갖는 성차별(sexism)적인 행동과 태도가 우울증 같은 정신병을 더 야기시킨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거에는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행동이 도리어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점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총 1만 9453명의 피실험자 데이터가 망라된 지난 11년 간의 관련 논문 78편을 재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전통적인 성차별적 남성성을 의미하는 11개의 기준을 만들어 피실험자의 행동과 비교했다. 그 남성성의 기준을 예로 들면 폭력, 자립적, 위험 감수, 성적으로 문란한 플레이보이, 남성 우월, 동성애 무시 등등이다. 이 기준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성차별적인 행동을 가진 남자들이 그렇지 않은 남자들보다 우울증이나 약물 남용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갖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조엘 웡 박사는 "성차별은 사회적인 불평등의 문제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정신 건강을 저해하는 요소"라면서 "일반적으로 강한 성차별적 성격과 행동을 가진 사람들이 더 열악한 정신 건강 상태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자립적인 남성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도 잘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부서진 우리에게 에둘러 건넨 안부

    부서진 우리에게 에둘러 건넨 안부

    “세상에 부서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악몽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현실이 더 악몽 같은 요즘을 살고 있어서일까. 작가의 말에 묘하게 설득됐다. 소설가 조수경이 최근 펴낸 첫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문학과지성사)에 대해 건넨 말이다. 제목처럼 그의 소설에는 권력의 먹이사슬에, 극악한 폭력 앞에 몸이든 마음이든 부서진 사람들이 파편처럼 널려 있다. 이들은 머리가 잘려나가고(마르첼리노, 마리안느), 절단된 사지들이 바다를 부유하고(젤리피시), 좀비가 된 애인이 흉기를 들고 덤비는(할로윈-런,런,런) 악몽을 거듭 꾼다. 다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것’(153쪽)이라고 자위해 보지만 결국 내려딛은 곳은 허방이다. ‘사슬’에 이르러서는 개와 돼지가 소녀를 겁탈하고 동물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기괴하고 끔찍한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할로윈-런,런,런’은 세월호 사건과 ‘혼이 비정상’이라는 대통령의 말에서, ‘사슬’은 인간사회의 먹이사슬에서 풀어냈다는 작가의 말에서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니 현실이 지옥보다, 악몽보다 끔찍하고 참담할 수밖에. “저는 사람들이 들여다보기 두려워하는 내면의 지하실 같은 곳에 시선이 머물러요. 고통스럽기는 저도 마찬가지지만, 꼭 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집요함이 있어요. ‘사슬’은 자연에서의 먹이사슬과 완연히 다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는, 그래서 무서운 인간사회의 먹이사슬을 주목했어요. 더 무서운 건 이 먹이사슬이 무한 연쇄로 이어져 있다는 거죠.” ‘할로윈-런,런,런’에서는 죽음과 공포를 상품화하는 놀이공원이 등장한다. 좀비가 되어 인간 사냥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는 가장 약한 사람을 물색해 그의 생명줄을 낚아챈다. 사람들은 경보음이 들리면 무조건 대피소로 내달린다. 그런 나에게 동료는 말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공포지. 공포를 던져주면, 그냥 믿는 거야.”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정말 가만히 있었을 때, 그 후의 세상을 상상해 본 거죠. 진실로 둔갑한 거짓, 거기에 공포를 더할 때 그것이 갖는 위력에 대해서요. 진실을 덮기 위해 사람들에게 계속 공포를 심어주면 결국 진실보다 공포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잖아요. 그런 모습이 ‘좀비’나 다름없죠. 세월호 이후 이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는데 ‘혼이 비정상’이란 말을 듣고 세상이 얼마나 비정상인지가 선명해졌어요. 이야기가 빠르게 완성될 수 있었던 촉매제였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그의 첫 소설이자 이번 소설집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보이는 ‘젤리피시’는 ‘부서진 우리의 내면’을 부감하는 듯하다. 성생활용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자들에게 ‘도구’처럼 이용당하는 장애 여성 ‘나’는 분절된 신체 기구로 이뤄진 상품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것들은 나와 제법 어울렸다. (중략) 내 몸뚱이는 버려진 재료를 모아다가 아무렇게나 조립해 만든 결과물 같기도 했다. 나는 가끔 분해된 채로 가게에 진열된 내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다.’(77쪽) “세상에 부서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쩌면 저는 이 인물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안부를 묻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괜찮으냐고…. ‘사는 게 재앙’ 같은 날들도 많지만, 최승자의 시처럼 결국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몸이든 마음이든 부서진 사람들이 이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생을 꽉 붙잡았으면 좋겠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소화제로 버틴 난소암… 암세포 전이 땐 생존율 ‘뚝’

    [메디컬 인사이드] 소화제로 버틴 난소암… 암세포 전이 땐 생존율 ‘뚝’

    환자 빠르게 증가… 4년 새 28% 늘어 악화될 때까지 증상 없는 ‘침묵의 질병’ 유방암, 자궁경부암과 더불어 3대 여성암인 ‘난소암’은 흔히 ‘소리 없는 살인자’, ‘침묵의 질병’으로 불립니다. 환자의 상당수가 위중한 상태로 병원을 찾기 때문에 사망률이 비교적 높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5년 생존율은 61.9%로 유방암(91.3%), 자궁경부암(80.3%)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중앙암등록본부 조사에선 2013년 기준으로 난소암 신규 환자 수는 2236명으로 전체 여성암 환자의 2%, 순위로는 10위였습니다. 환자 수가 많지 않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평원 조사 결과 지난해 난소암 환자 수는 1만 6172명으로 2011년(1만 2669명)에 견줘 27.6% 늘었습니다. 28일 산부인과 교수들을 만나 난소암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첫째 이유는 발생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알려진 가설은 ‘반복적인 배란’입니다. 배효숙 강남차병원 교수는 “배란 시기에 상피세포의 손상과 회복이 반복되는 과정에 세포 변이가 일어나 난소암이 생긴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초경 연령이 어릴수록, 폐경 연령이 늦을수록, 임신 횟수가 적을수록 난소암 위험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난소암, 자궁내막암, 유방암 가족력이나 여성암 발병 경험, 고지방 식사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난소암은 다양한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성암에 비해 생존율이 낮습니다. 증상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특이한 증상이 없어서 병이 악화될 때까지 방치하게 되고 늦게 발견해 사망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암세포 전이가 잘 되는 특성 때문에 복수(腹水)가 차 배가 불러오거나 흉수(胸水)가 차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야 처음으로 증상을 자각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속이 더부룩해 소화제만 먹고 견디다 암세포가 전이된 뒤에 발견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기경도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70%를 웃도는 환자가 완치하기 힘든 3기 이상의 단계에서 암을 발견해 치료하기 때문”이라며 “암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전까지는 소화불량, 빈뇨, 하복부 불쾌감 등의 특별한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배 교수도 “난소암에서 소화가 안 된다거나 배가 부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소화기계 이상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며 “또 난소는 뱃속에 있는 장기여서 위내시경이나 자궁경부암 검사처럼 장기를 들여다보고 바로 조직을 채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기검진법이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1·2기에 발견 시 5년 생존율 90%까지 올라 결국 현재로서는 ‘골반초음파’와 혈액검사 형식으로 하는 ‘종양표지자검사’를 함께 시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진단법입니다. 기 교수는 “가족력이나 유방암 발병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 폐경 후 여성은 매년 난소암에 대한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50~60대가 전체 환자의 50%를 차지해 중·노년 여성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난소암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는 초음파 검사나 종양표지자 검사조차 암을 100% 발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기 검진 확률을 높이려면 정기적인 검사로 몸 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암을 발견하는 시기에 따라 5년 생존율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초기인 1·2기는 70~90%, 3·4기는 17~39%입니다. 배 교수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초기에 발견할수록 암 발병 부위 전체를 절제할 수 있게 돼 재발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 교수는 “난소암엔 림프절 전이가 많이 일어나는데 복부대동맥 주위와 골반 내 림프절이 붓고 점차 가슴과 목 림프절로 퍼지게 된다”며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난소암은 수술만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전이된 상태에서는 수술만으로는 모든 암을 제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난소암은 모든 병기에서 우선 수술 치료를 먼저 권하게 됩니다. 3기 이상의 환자는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하기도 합니다. 기 교수는 “3기 이상의 환자는 일반적으로 3~4회의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수술한다”며 “선행화학요법이 최근 생존율을 높이는 데 좋은 효과를 보여 표준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으로 화학항암제는 혈액 속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 빈혈, 구토, 식욕저하, 탈모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큰 고통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 맞는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도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배 교수는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정신적인 충격이 크다는 사실을 치료하는 의사가 가장 잘 안다”며 “하지만 걱정과 고민으로 너무 시간을 오래 허비하지 않고 굳게 마음을 먹고 가급적 빨리 치료하는 것과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치료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전히 낮은 보장성… 평균 외래진료비 44만원 수술을 받은 뒤에는 6~8주간 회복기를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성관계나 수영, 샤워가 아닌 탕 목욕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배 교수는 “그 이후에는 피곤할 정도의 무리한 일이 아니라면 성생활을 포함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며 “적당히 운동하고 고르게 영양 섭취를 하되 암 치료에 좋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영양제나 건강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습니다. 난소암 환자에게 권장하는 음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평상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충분히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만 권장할 뿐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용식품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배 교수는 “일부 식품은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줘 항암제 투약 시기를 늦추게 되고, 결국 병이 더욱 악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높인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술로 난소를 제거하면 호르몬 치료를 하게 됩니다. 전문가와 상의해 폐경기 검사인 유방·골밀도·혈액검사를 함께 하는 게 좋습니다. 난소암 환자의 경우 치료비 부담이 커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각종 신약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보장성 탓에 환자들의 부담이 높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입원과 외래를 포함한 난소암 환자 1인당 평균 외래진료비는 44만 7000원으로 자궁경부암(41만 2000원), 유방암(15만 5000원)보다 많았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대표적 남성질환 전립선암 수술 후 성생활 문제없어

    대표적 남성질환 전립선암 수술 후 성생활 문제없어

    전립선은 15~25g 무게의 밤알 크기인 기관으로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정액의 30%를 생성하고 정낭, 고환과 함께 정자의 생존과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서구식 식생활,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전립선암 환자는 2013년 기준 9515명으로 전체 암 환자의 4.2%에 이른다. 암 순위로는 7위인 대표적인 남성암이다. 21일 김광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전립선암에 대해 알아봤다. Q. 전립선암도 조기 검진이 필요한가. A.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전립선 비대증 검사 도중에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 검진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간단한 혈액검사인 ‘전립선특이항원검사’와 전립선 이상을 촉감으로 확인하는 ‘직장수지검사’가 대표적인 조기 검진법이다. 기대 수명이 10년 이상인 50세 이상 남성은 조기 검진을 권장한다. 또 아버지나 형제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는 사람은 10년 정도 앞당겨 40대부터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Q. 수술을 받으면 성생활이 불가능하다는데. A.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을 받으면 정낭과 전립선을 모두 적출하기 때문에 사정액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성관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 전 성기능이 좋았고, 초기 암에서 신경보존술을 적절하게 시행했다면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0~70% 성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1개월 이내에 성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는 환자도 있다. 최근에는 발기부전, 요실금 등의 수술 부작용을 줄인 로봇수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요실금이 있을 때는 항문 근육을 조이는 ‘골반저근육 강화운동’을 꾸준히 해 주면 효과가 있다. Q. 전립선암 예방법은. A.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고 운동을 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토마토나 녹색 채소,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자몽, 살구 등 라이코펜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고등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 섭취도 좋지만, 빨간 육질의 고기는 지방 함량이 높아 과식하면 안 된다. 농약, 코크스, 유기용제, 방사성물질 등의 유해물질을 취급할 때는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남성 갱년기도 호르몬 투여? 신체검사 필수”

    “남성 갱년기도 호르몬 투여? 신체검사 필수”

    중년을 갓 넘긴 남성 A씨는 최근 별것 아닌 일에도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예전과 달리 자신감이 없고 일에도 흥미가 떨어졌다. 가슴에 구멍이 난 듯 공허하기만 하고 퇴직 이후 긴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걱정이다. 여성이 폐경하고서 느끼는 심리 변화가 A씨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모든 여성은 50대에 누구나 갱년기를 겪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사춘기 때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듯 갱년기를 맞으면 몸과 마음은 2차 격동기를 겪게 된다. 여성은 폐경과 동시에 갱년기가 뚜렷하게 찾아오지만, 남성 갱년기는 서서히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나 자각이 힘들고 여성 갱년기만큼 증상이 복합적이다. 신체적·심리적인 무기력증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발기부전이나 성욕감퇴, 안면홍조 등의 발진이 생길 수 있으며 식욕감퇴, 우울증, 기억력 저하, 복부비만, 골다공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갱년기가 나타나는 원인은 호르몬 부족이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일반적으로 30대 후반부터 감소해 40대 후반에 급격히 수치가 떨어지고 난소의 크기도 작아진다. 에스토르겐은 유방, 비뇨생식기뿐만 아니라 혈관과 뼈 등에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폐경 후 증후군 외에도 심혈관 질환과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불면증과 고독감 등의 심리적 증상과 함께 두통, 관절·근육통, 어지럼증, 심장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 노화가 빨라져 주름이 깊어지고 피부 탄력도 떨어진다. 남성도 50세가 넘으면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이 점차 감소한다. 이 호르몬은 30세 전후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해마다 약 1%씩 감소하며 40~60세 남성의 약 7%, 60~80세 남성의 21%는 혈중 남성호르몬이 정상치 미만까지 떨어진다. 임승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50대 남성의 절반 정도가 새벽에 테스토스테론 부족 현상을 겪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리듬이 깨져 저녁에도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뇌, 골(骨) 대사, 근육질과 신체지방분포, 성 기능, 적혈구 생산, 심혈관계도 영향을 받는다. 신체적으로는 근육의 양과 골량이 감소해 체지방이 증가하고, 팔과 다리보다 주로 배에 지방이 축적돼 배가 나오는 전형적인 노인의 체형이 된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이 많아지기도 한다. 호르몬 감소가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갱년기 증상은 호르몬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다만 경윤수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호르몬 치료는 일부 장기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치료 방법이므로 남성 갱년기 치료에 무조건 호르몬 보충 요법을 써선 안 된다”며 “신체검사를 해 다른 이상이 없을 때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갱년기를 겪는 여성에게 주기적으로 호르몬을 투여하면 자궁이 폐경 이전 상태로 돌아가 갱년기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호르몬 보충요법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970년대 이전에는 무분별하게 여성호르몬을 사용해 암 발생이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예방하는 약제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하며 적정 용량의 호르몬을 보충하면 자궁암, 유방암 등의 암 발생 위험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갱년기 치료는 호르몬 보충요법 못지않게 운동과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남성 갱년기를 겪고 있다면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한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조깅이나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고, 정기적으로 성생활을 하며 무기질이 많고 지방은 적은 음식을 먹는 게 갱년기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중년 여성에게는 혈액 순환과 심장·혈관 건강에 좋은 빨리 걷기, 자전거, 수영, 에어로빅, 하체 강화와 관절염 예방에 좋은 고정식 자전거 타기, 스트레칭 등을 권한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를 신장 기능이 허약해져 오는 ‘신허증’으로 본다. 이진무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부인과 교수는 “여기서 신장이란 생식기능과 비뇨기 기능의 신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부모에게서 받은 선천적인 기능을 저장하고 뼈를 관장하며 우리 몸의 진액 중 하나인 정액, 뇌척수액, 골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갱년기에는 긴장한 심신을 이완하고 노화를 늦추는 한약을 처방한다. 또 갱년기에 잘 발생하는 근육통, 어깨결림 등을 치료하고 기혈 순환을 돕고자 봉침, 약침을 포함한 침치료와 뜸치료, 부항요법 등을 시행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제대로 알자! 의학 상식] 40대男 10명중 3명은 갱년기 겪어요

    갱년기는 흔히 여성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남성도 30대 후반부터 성호르몬 분비가 서서히 감소해 갱년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남성의 신체 건강, 정신 상태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해마다 약 1%씩 감소한다. 50~70대 남성의 약 30~50%가 정상치보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다. 다만 남성 호르몬은 감소하긴 해도 완전히 소멸하진 않기 때문에 생식 능력이 소실되진 않으며 갱년기 증상도 개인차가 크게 난다. 남성 갱년기 증상의 원인은 노화 외에도 음주·흡연·비만 등 다양하다.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 호흡기 질환 등 만성질환도 남성 갱년기의 원인이다. 또한 스테로이드, 위장약, 이뇨제, 무좀약도 남성 갱년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의학계에선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의 약 30%가 남성 갱년기를 겪는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로 성욕감퇴, 발기부전 등 성생활과 관련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이 밖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감,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우울증, 불면증, 자신감 상실, 복부 비만, 체모 감소, 근력 저하, 관절통, 피부 노화, 안면홍조,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발한, 골다공증 등이 나타난다. 폐경 이후 급속히 진행되는 여성 갱년기와 달리 남성 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이 3.5ng/㎖ 미만으로 나오면 남성 갱년기로 진단한다. 3.0ng/㎖ 이하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상태다. 남성 호르몬 수치는 자주 변하기 때문에 오전 7~11시에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여성 갱년기 증상은 주위의 관심과 적극적인 치료로 완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 갱년기는 이해도가 낮고 증상을 스스로 표현하지 않아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성 갱년기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보기보다 질병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남성 갱년기가 의심되면 호르몬 수치 검사를 하고 의사와 상담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흡연과 과음을 삼가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하며 가족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도움말 홍준혁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 [알쏭달쏭+] 해묵은 논란…살 빼려면 운동? 식이요법?

    [알쏭달쏭+] 해묵은 논란…살 빼려면 운동? 식이요법?

    규칙적인 운동이 다이어트(식이요법)보다 비만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끈 연구팀이 미국인과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규칙적인 운동 실태에 관한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동을 충분하게 하고 있는 사람은 20% 안팎(남성 23%, 여성 18%)에 불과하며, 약 64%에 이르는 이들은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다. 유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단 33%만이 권장 수준에 해당하는 운동을 했으며, 42%는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찰스 헤네켄스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이 만약 약이 된다고 한다면 아마 더 많은 사람이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체중 증가는 물론 중년에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는 것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제2형 당뇨병, 골관절염과 같은 질환뿐만 아니라 대장암과 같이 흔하지만 치명적인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규칙적인 운동이 체중 감량을 넘어 혈압과 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리드(혈중 지방성분)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당뇨병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위험을 낮추고 관절염과 기분, 활력, 수면, 성생활을 개선하는 등 중요한 건강 효과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위와 같이 중요한 모든 혜택을 갖고 있음에도 잘 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팀은 규칙적인 운동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이점에 관한 정확한 지식이 제한돼 있어 우리가 주로 앉아있는 생활 습관에 빠지도록 내버려둔다고 말했다. 이런 가설은 어떤 운동도 전혀 하지 않는 42%의 유럽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자료가 그 이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역시 공동저자로 참여한 스티븐 루이스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과 열량 섭취, 그리고 운동 시 열량 소모의 역할에 관한 많은 오해가 있다”면서 “그 결과로, 열량을 제한하는 다이어트가 일반적인 운동보다 체중 조절에 더 실용적인 것으로 추천되고 있는데 이는 커다란 문제”라고 설명했다. 많은 미국인과 유럽인은 30대 이후부터 매년 0.5~1.5kg의 체중이 늘며, 55세가 될 때까지 그중 많은 사람이 13.5~22.5kg의 체중이 더 불어 과체중이 된다고 한다. 이런 전형적인 체중 증가는 또 운동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동반해 지방조직 질량의 증가와 무지방 신체질량의 감소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헤네켄스 교수는 “대부분 사람이 열량 섭취를 제한하는 큰 노력으로 체중 감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오늘날 운동하지 않는 생활 습관은 최소한 비만의 원인이 되므로 운동은 다이어트만큼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하루에 20분만이라도 활기차게 걸으면 일주일에 약 700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고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위험을 30~40%까지 줄이며, 이런 효과는 심지어 노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팀은 심지어 노인과 심부전 환자들도 규칙적인 운동에 아령 들기와 같이 비교적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저항력 운동을 포함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저항력 운동을 통해 무지방 신체질량이 유지되거나 증가되면 체중 조절에 상당한 추가적인 기여를 더해 운동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열량 소비의 증가를 촉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이스 교수는 “중년과 노년에게 저항력 운동이 갖는 일반적인 건강 혜택은 노화 관련 근육감소증을 예방하고 근육량 유지를 향상하며 골다공증과 관련한 골절이나 넘어짐, 신체장애, 사망 위험을 감소하는 등 많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운동 부족은 관상동맥성 심장질환과 대장암에서 각각 22%, 골다공증 관련 골절에서 18%, 당뇨병과 고혈압에서 각각 12%, 유방암에서 5%가 그 원인으로 여겨진다. 또한 운동은 미국에서 연간 약 240억 달러 또는 약 2.4%의 건강관리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갖는다. 헤네켄스 교수는 “임상의들과 그 환자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삶의 질과 양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활기차게 걷는 것과 같이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은 물론 그에 더해 유익한 보조 수단으로 저항력 운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체중 조절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환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구팀은 현재 심혈관계 질환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에서의 주된 인자는 비만 증가와 운동 감소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 저널(journal Card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살 빼려면 식이요법보다 운동 더 신경써야”(연구)

    “살 빼려면 식이요법보다 운동 더 신경써야”(연구)

    규칙적인 운동이 다이어트(식이요법)보다 비만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끈 연구팀이 미국인과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규칙적인 운동 실태에 관한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동을 충분하게 하고 있는 사람은 20% 안팎(남성 23%, 여성 18%)에 불과하며, 약 64%에 이르는 이들은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다. 유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단 33%만이 권장 수준에 해당하는 운동을 했으며, 42%는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찰스 헤네켄스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이 만약 약이 된다고 한다면 아마 더 많은 사람이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체중 증가는 물론 중년에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는 것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제2형 당뇨병, 골관절염과 같은 질환뿐만 아니라 대장암과 같이 흔하지만 치명적인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규칙적인 운동이 체중 감량을 넘어 혈압과 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리드(혈중 지방성분)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당뇨병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위험을 낮추고 관절염과 기분, 활력, 수면, 성생활을 개선하는 등 중요한 건강 효과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위와 같이 중요한 모든 혜택을 갖고 있음에도 잘 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연구팀은 규칙적인 운동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이점에 관한 정확한 지식이 제한돼 있어 우리가 주로 앉아있는 생활 습관에 빠지도록 내버려둔다고 말했다. 이런 가설은 어떤 운동도 전혀 하지 않는 42%의 유럽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자료가 그 이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역시 공동저자로 참여한 스티븐 루이스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과 열량 섭취, 그리고 운동 시 열량 소모의 역할에 관한 많은 오해가 있다”면서 “그 결과로, 열량을 제한하는 다이어트가 일반적인 운동보다 체중 조절에 더 실용적인 것으로 추천되고 있는데 이는 커다란 문제”라고 설명했다. 많은 미국인과 유럽인은 30대 이후부터 매년 0.5~1.5kg의 체중이 늘며, 55세가 될 때까지 그중 많은 사람이 13.5~22.5kg의 체중이 더 불어 과체중이 된다고 한다. 이런 전형적인 체중 증가는 또 운동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동반해 지방조직 질량의 증가와 무지방 신체질량의 감소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헤네켄스 교수는 “대부분 사람이 열량 섭취를 제한하는 큰 노력으로 체중 감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오늘날 운동하지 않는 생활 습관은 최소한 비만의 원인이 되므로 운동은 다이어트만큼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하루에 20분만이라도 활기차게 걸으면 일주일에 약 700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고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위험을 30~40%까지 줄이며, 이런 효과는 심지어 노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팀은 심지어 노인과 심부전 환자들도 규칙적인 운동에 아령 들기와 같이 비교적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저항력 운동을 포함시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저항력 운동을 통해 무지방 신체질량이 유지되거나 증가되면 체중 조절에 상당한 추가적인 기여를 더해 운동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열량 소비의 증가를 촉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이스 교수는 “중년과 노년에게 저항력 운동이 갖는 일반적인 건강 혜택은 노화 관련 근육감소증을 예방하고 근육량 유지를 향상하며 골다공증과 관련한 골절이나 넘어짐, 신체장애, 사망 위험을 감소하는 등 많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운동 부족은 관상동맥성 심장질환과 대장암에서 각각 22%, 골다공증 관련 골절에서 18%, 당뇨병과 고혈압에서 각각 12%, 유방암에서 5%가 그 원인으로 여겨진다. 또한 운동은 미국에서 연간 약 240억 달러 또는 약 2.4%의 건강관리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갖는다. 헤네켄스 교수는 “임상의들과 그 환자들은 규칙적인 운동이 삶의 질과 양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활기차게 걷는 것과 같이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은 물론 그에 더해 유익한 보조 수단으로 저항력 운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체중 조절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환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구팀은 현재 심혈관계 질환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망 원인이 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들에서의 주된 인자는 비만 증가와 운동 감소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 저널(journal Card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춰 한국 필자가 쉽고 대중적으로 펴낸 책이다.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과 교수로 근무하는 저자는 알파고 충격 이후 청와대에 초청돼 강의를 했을 정도로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저자는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해 인공지능에 대한 논란에 답한다. 사람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인지하는 인공지능은 알파고와 같이 현실화됐고 독립성, 자유의지 등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은 아직은 만들지 못한다. 저자는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을 인류 멸망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강한 인공지능이 어느 한순간 인간을 놓고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지구에 왜 있어야 되나?’” 352쪽. 1만 8000원. 세상을 바꾼 전략 36계(김재한 지음, 아마존의 나비 펴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전략적 키워드로 융합한 책이다. 동서고금의 세상사를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인간만의 알고리즘으로 엮어 해석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들은 선거와 같은 정치 게임의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전략적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 당선 가능성을 보고 차선의 대안에 투표하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를 다룬 장에서는 어떻게 투표 선택으로 정치 결과를 바꿀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1997년 DJP연합을 사례로 들며 산토끼 공략의 성공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청계천 복원 등을 통해 토목건축의 정치적 효과를 살펴본다. 316쪽. 1만 7000원. 환자가 된 의사들(로버트 클리츠먼 지음, 강명신 옮김, 동녘 펴냄)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삶의 마지막 종착지에 이른 환자가 된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고백은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 문제에 관한 진중한 성찰인 동시에 자신들이 행해 온 의료체계에 대한 반성을 드러낸다. 저자는 환자가 된 의사 70여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그들의 직무적 고충과 생존의 어려움으로 번민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한다. 저자 자신도 지독한 우울증을 경험하며 의사와 환자 양자를 체험했다. 그리고 의료계 내부의 시각에서 환자를 다루고, 환자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 의료시스템의 철옹성을 깨닫게 되면서 현대 의료 철학과 병원의 물리적, 제도적 한계를 환기시킨다. 488쪽. 1만 9000원. 모던 씨크 명랑(김명환 지음, 문학동네 펴냄) 1920년부터 1940년까지 20여년간 발행된 신문 6000여 부의 광고면들을 탐험하며 신문 광고에 담긴 근대 조선인의 삶과 사회상을 흥미롭게 짚어 냈다. 책은 의식주에서 성생활까지 우리가 누리는 현대적 생활양식들이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의 세상 풍경을 다채롭게 펼쳐 낸다. 껌은 흔히 6·25 때 미군에 의해 전해졌다고 알려졌지만 저자는 1925년 ‘리글리 췌잉껌’ 광고를 찾아내 껌의 역사를 바로잡는다. 샴푸로 머리를 감기 시작한 것도 1934년부터였고, 토마토케첩도 이미 80여년 전 경성의 상점가에 판매됐다. 오늘날 성형외과 광고에 등장하는 수술 전후 비교 사진이 당시 병원 광고에 사용됐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당대 광고 원본 이미지를 통해 경성시대의 디테일들을 엿볼 수 있다. 360쪽. 1만 6500원. 나를 위한 사찰여행 55(유철상 지음, 상상출판 펴냄) 느림의 미학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국내의 대표적 사찰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10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만난 사찰 가운데 55곳을 골라 지리와 역사, 종교적 가치와 문화재로서의 의미를 상세하게 풀어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저자는 여름에 추천할 만한 산사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 전남 해남의 미황사, 경남 합천 해인사를 꼽는다. 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마음을 달래고 자연을 즐기는 ‘맨발 산행’이 가능한 마곡사, 다도해를 바라보며 무한한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땅끝마을의 미황사, 팔만대장경 인경 체험과 암자 순례가 인상적인 해인사의 템플스테이 등 산사의 매력을 소개한다. 432쪽. 1만 6500원.
  • 마음속 편견… 낙인이 ‘독’

    마음속 편견… 낙인이 ‘독’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 해 에이즈 환자들이 1000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2014년 한 해에만 1191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081명이 내국인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0.8%(367명)로 가장 많고, 30대 23.7%(282명), 40대 19.2%(229명)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73.7%를 차지한다. 1985년 첫 에이즈 환자가 신고되고서 30여년간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2013년 1000명대에 접어들었다.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환자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탁월한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면서 이제는 죽음에 이르는 질병이 아니라 치료와 관리를 제대로 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질병이 됐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원숭이에게서 인간으로 처음 옮겨 왔을 때만 해도 ‘제2의 페스트’라고 불릴 정도로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었지만, 오랜 기간을 거치며 치명성이 떨어졌다. 지금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면역 결핍으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10~12년이 걸리며, 치료하고 건강 관리를 한다면 30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에이즈를 ‘죽는 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들이 더 두려워하는 건 병이 아니라 ‘사회적 낙인’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에이즈예방협회가 발표한 ‘2015 에이즈 행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전국 15~59세 남녀 1000명 가운데 25.3%가 에이즈와 관련해 ‘죽음’을 떠올렸다. 16.7%가 에이즈를 생각하면 ‘동성애, 문란한 성생활, 성매매, 불결한 성관계, 잘못된 성문화’가 연상된다고 했고, 10.5%는 ‘전염병, 직업여성이 걸리는 병’ 등을 떠올렸다. 또 심지어 ‘지저분한 사생활, 혐오스럽다, 지저분하다’라는 말을 떠올린 사람도 5.4%나 됐다. 병원도 에이즈 환자를 꺼린다. 정부는 에이즈 환자 전문 병원을 새로 지정하는 게 여의치 않자 지난해 12월 전국 모든 요양병원에서 에이즈 환자 입원을 받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요양병원협회가 감염 위험을 이유로 시행규칙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요양병원협회는 ‘일반인 4000명의 95.9%’가 에이즈 환자 요양병원 입원에 반대한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에이즈 행태 조사를 보면 35.8%가 에이즈 환자와 키스하는 것만으로 HIV에 감염될 수 있다고 답했고, 27.4%는 변기를 같이 사용하는 것만으로 HIV에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아직 만연하다. 하지만 에이즈는 그리 쉽게 발병하지 않는다. 우선 HIV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에이즈 환자가 아니다. HIV 감염자와 밥을 같이 먹어도 음식에 들어간 HIV는 생존할 수 없어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체액인 땀과 침에는 극소량의 바이러스가 들어 있어 상대방 몸 안으로 들어가도 감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감염인을 문 모기에 물려도 감염되지 않는다. HIV 감염자와의 한 차례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0.01~0.1%로 매우 낮지만, 이는 평균 감염률로 단 한 번의 성관계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수혈로 감염될 확률은 90%나 되지만, 혈액은 엄격히 관리되고 있어 실제 수혈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적다. HIV에 감염된 산모가 출산할 때 아이에게 감염될 확률은 25~30%로 높은 편이지만, 치료를 받으면 아이에게 수직 감염될 가능성은 5% 이하로 낮아진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생계형·자발적 性판매 처벌도 ‘합헌’… “건전한 성풍속 우선”

    생계형·자발적 性판매 처벌도 ‘합헌’… “건전한 성풍속 우선”

    착취나 강요를 당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특별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성적 자기결정권’ 같은 국민의 기본권보다 건전한 성 풍속 등의 공익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생계형·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처벌이 위헌인지를 다툰 것은 처음이다. 헌재는 31일 성을 사거나 판매한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에 대해 제기된 위헌 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성 구매 남성이나 알선·건물임대업자 등이 7차례 헌법소원을 냈지만 모두 이번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위헌 법률 심판은 서울북부지법이 2012년 12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여)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 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며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보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를 함께 처벌하지 않으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확대될 수 있고, 포주 조직이 불법 인신매매 등을 통해 조직범죄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건전한 성 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면서 “청소년이나 저개발국의 여성까지 성매매 시장에 유입돼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초기인 2002년 69곳이었던 집결지 수는 2013년 44곳으로 36%가 줄었다. 성매매 여성의 수도 9092명에서 5103명으로 44% 감소했다. ●“공동체 가치관 훼손 보호 안돼”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절제되지 않은 본능에 좌우돼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욕망과 이를 추구하는 행위까지 행복추구권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며 “성매매를 범죄화하지 않으면 성산업 팽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성 판매자들의 보호 및 선도에 노력해야 하며 입법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단속이 있다면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이 그동안 7번의 결정에서 단 1명뿐이었지만 이번에는 3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건전한 성 풍속 내지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며 “성 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도한 형법권 행사”라고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전부 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라며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는 심판 대상 조항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약자 배려 없어… 유엔인권위 제소를”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관련 단체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성매매 종사자 단체인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사무국 대표는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있는 자의 논리를 따라가는 결정”이라면서 “유엔 본부에서도 성매매 합법화를 권고하고 있어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은경 회장은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 대상화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해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뉴스 정리]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소수의견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

    [뉴스 정리]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소수의견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번에도 합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31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냈습니다. 지금까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7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요. 모두 각하되거나 합헌으로 판단됐는데요. 이번에는 또 왜! 합헌 결정이 났는지 자세히 한 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 헌재 결정에서는 3명의 재판관들의 의견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지난 2012년 비슷한 성매매 처벌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는 ‘전원 일치’로 합헌이 나왔는데 4년 사이 ‘3명’이라는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최종 판단 결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3명의 재판관들의 의견에는 우리 사회의 가치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대목들이 나옵니다. 자, 그러면 헌재에서 결정을 낸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을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긴 글 주의!) 이번 결정이 특히 주목을 받았던 것은 과연 자발적으로 성(性)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하는 것이 맞느냐는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계형이나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게 위헌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위헌심판 대상이 된 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을 사고 파는 사람들 모두 처벌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조항을 두고 지난 2012년 12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김모씨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서울북부지법이 이를 제청하면서 헌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당시 법원이 위헌성을 지적한 근거는 이렇습니다. →“성매매처벌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성매매 관련 국제협약도 형사처벌과 행정적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헌재는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성매매특별법의 실효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보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성 판매자가 구매자의 적발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 조건으로 성매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헌재는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보다 더 크다는 점을 들어 자발적인 성매매도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합헌 의견을 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6명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한철 재판관 등 6명(합헌) -정당성: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 확립에 필요 -실효성: 집결지를 중심으로 성매매 업소와 성판매 여성 감소 추세 -성매매의 본질: 경제적 대가를 매개로 약자인 성 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며, 폭력·착취적 성격이어서 자유거래 행위가 아니다. -기타: 성매매는 타인의 성을 고귀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허물어뜨리므로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결론: 합헌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보충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절제되지 않은 본능에 좌우돼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욕망과 이를 추구하는 행위까지 행복추구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성매매를 비(非)범죄화하면 성산업 팽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다만 성판매자들의 보호 및 선도에 노력해야 하며, 입법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단속이 있다면 지양돼야 할 것” ‘3명’의 의견은 어땠을까요. 이번 판단 역시 합헌으로 결론이 났지만 소수의견에 더욱 주목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소수의견에는 달라진 사회 가치관이 반영돼 있을 뿐더러 여전히 진행 중인 성매매 처벌 논쟁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일부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여성 성 판매자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이고 사회구조적인 것이어서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두 재판관들은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고 밝혔습니다. 두 재판관의 의견에서 유심히 봐야할 것은 자발적 성매매 여성도 사실상 피해자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성매매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빈곤 등이 결합된 복합적 문제”라면서 “성이 상품화된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가 성 판매자들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개인적 사정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통틀어 피해자로서의 여성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성매매의 본질도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 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따라서 두 재판관은 성판매자에 대한 처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이들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처벌이 아니라 경제적인 지원이나 보호, 선도 등 다른 방식으로 성매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면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성매매 장소나 지역 출입금지 ▲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 ▲성매매피해 상담 ▲전담의료기관 치료위탁 등의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 (일부 위헌) -정당성: 건전한 성풍속 확립은 추상적이고 막연하지만 성판매자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 -실효성: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해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장애가 된다. -성매매의 본질: 가부장적 사회와 노동시장 구조, 빈곤 등이 결합된 사회경제 구조의 문제. 여성 억압과 성차별을 강화하고 자본에 의해 성 판매자 사물화·대상화 -기타: 성 판매자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다른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 -결론: 일부 위헌(성구매자만 처벌해야)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밝힌 1명의 재판관은 과연 어떤 의견에서였을까요. 조용호 재판관은 성구매자도 처벌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성매매가 일종의 ‘자유 거래’이고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가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합니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악이 되지 않고 결혼이나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행위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도 아니다”라면서 “성매매 수요와 공급은 항상 있어왔고 그래서 성매매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건전한 성풍속, 성도덕이라는 관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이는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성매매 처벌을 특정 도덕관의 강요로 판단하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라는 부정적 평가 및 여성의 정조라는 성차별적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남녀평등 사상에 기초한 헌법정신과도 합치되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조 재판관의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볼까요.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다.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는 심판대상 조항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조용호 재판관(위헌) -정당성: 성매매 처벌은 특정한 도덕관을 강제한다. -실효성: 풍선효과로 오히려 성매매 정보에 쉽게 노출되거나 접근할 기회가 많아진다. -성매매의 본질: 인간 본성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항상 존재한다. 오히려 아무런 대가가 결부되지 않은 성관계를 찾기 어렵다. -기타: 성매매 처벌 때문에 성적 소외자는 성욕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결론: 전부 위헌(성구매자·판매자 모두 처벌하면 안 된다) 이날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의 의견은 지난 2012년 12월 성매매 장소제공 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 내보인 견해와도 달라진 것입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을 내며 “외관상 강요된 것인지를 불문하고 성매매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날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3명 가운데 조용호 재판관을 제외한 2명은 그때도 심리에 참여했고요. 소수의견도 유심히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암 예방하려면 하루 ‘술 한 잔’도 멀리하라

    암 예방하려면 하루 ‘술 한 잔’도 멀리하라

    소량 음주, 식도암 등 30%↑ B형 간염·자궁경부암, 암 예방 접종 대상 첫 명시 보건복지부가 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음주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암 예방 수칙을 개정했다. 기존 10대 암 예방 수칙 가운데 음주 기준은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기’였다. 하지만 수칙을 제정한 지 10년 만에 ‘암 예방을 위해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수칙이 강화됐다. 소량 음주도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하루 한 잔의 가벼운 음주에도 암 발생 위험은 유방암 5%, 대장암 7%, 간암 8%, 구강인두암 17%, 식도암 30%가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간호사 10만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1주일에 3~6잔 음주로 유방암 발생 위험이 15% 증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실리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암 예방 음주 기준을 2014년 ‘암 예방을 위해 음주하지 말 것’으로 바꿨다. 알코올은 현재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의 74%, 여성의 43%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실 정도로 음주에 관대한 문화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복지부는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접종 대상으로 ‘B형 간염과 자궁경부암’을 처음 명시했다. B형 간염은 국내 간암 발병 요인 가운데 72%를 차지한다. 성생활 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받으면 자궁경부암을 94%까지 예방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4개국 가운데 29개국이 지난해 9월까지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오는 6월부터 만 11~12세 여아에게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해 준다. 복지부는 4대 중증 질환인 암 치료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국립암센터의 비급여 의료비 규모는 2013년 상반기에 비해 지난해 상반기 21%(약 39억원) 감소했다. 건보 보장률은 71.4%에서 75.6%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30년 이상 흡연한 고위험 흡연자에 대한 폐암 검진 도입, 지역의료원을 통한 취약지 호스피스·완화의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제3차 암 관리 종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복지부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9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윤영호 서울대 교수 등 모두 93명의 개인 및 기관장에게 포상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휠체어 생활해도 성생활 가능… 발기부전 검사 먼저 받으세요

    휠체어 생활해도 성생활 가능… 발기부전 검사 먼저 받으세요

    중대한 교통사고 뒤 예상치 못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많다. 그중 하나가 ‘성기능 장애’다. 특히 심한 척수손상을 입은 남성 환자 10명 가운데 7명은 발기부전을 호소하게 된다. 그러나 성기능 장애 증상을 주변에 터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데다 전문 의료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치료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교통사고로 인한 성기능 장애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14일 성기능 재활 전문가인 김재식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교수에게 치료법을 알아봤다. Q)휠체어를 사용하는 남성 척수손상 환자는 성생활이 불가능한가요. A)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척수손상 환자도 성행동에 대한 욕구를 표출합니다. 단순한 욕구충족이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친밀감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완전 척수손상인 경우에도 감정을 통한 발기는 어렵지만 성기자극을 통한 감각성 발기는 가능합니다. 다만 자체의 발기력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죠. Q)어떤 치료법이 있습니까. A)성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기부전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와 진공발기 기구 사용, 음경 내 주사법, 음경 보형물 삽입수술 같은 다양한 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약물은 급성기 척수쇼크 단계를 지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고 70% 이상의 발기 성공률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척수손상 환자에게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있죠. 환자에 따라 저혈압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비뇨기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진공발기 기구는 음경을 기구에 넣고 펌프로 공기를 빼내 기구의 압력을 떨어뜨리고 음경으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켜 발기시키는 방법입니다. 안전한 방법이지만 30분 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음경과 음낭이 만나는 부위에 고무밴드를 끼워야 하는 단점이 있죠. 약물 주사법도 효과적이지만 통증이나 음경이 휘어지는 음경 만곡, 음경 발기 지속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상담을 받고 진행해야 합니다. 발기력이 떨어지더라도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고, 적극적인 치료의지를 가지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Q)여성 환자도 주의할 점이 있나요. A)여성 척수손상 환자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성생활 자체를 이야기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 문제가 종종 있습니다. 병원도 잘 찾지 않지요. 꼭 정해진 치료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감대 소실이 있는 경우에는 제2의 성감대를 찾도록 교육합니다. 배우자와 함께 성생활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윤활액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요. 특히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업무 중 개인 메신저 감시는 정당”

    “업무 중 개인 메신저 감시는 정당”

    직원이 업무 시간에 보낸 인터넷 메신저 채팅 내용을 회사가 감시한 것은 정당하다는 유럽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12일(현지시간) 회사가 업무 시간 중 메신저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직원의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루마니아 출신 엔지니어의 주장을 기각했다. ECHR의 판결은 유럽인권조약을 비준한 모든 국가에 구속력을 갖는다. 재판부는 “피고용인이 업무 시간에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지 고용주가 검증하는 행위는 불합리하지 않다”면서 “회사는 업무 관련 내용만 있을 것이라고 믿고 메신저에 접근했던 것”이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보그단 미하이 바르불레스쿠란 이름의 이 엔지니어는 업무 시간에 개인적 목적으로 메신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2007년 회사에서 해고됐다. 바르불레스쿠는 판매 담당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메신저를 통해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일을 맡았는데, 당시 회사는 그에게 메신저의 개인적 사용을 금지한 내규에 대해 공지했다. 2007년 7월 회사는 바르불레스쿠의 8일간 메신저 채팅 내용을 조사했고 그가 메신저로 애인 및 친형과 건강, 성생활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회사는 내규에 근거해 그를 해고했다. 그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루마니아 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회사가 사전에 적절히 내규를 공지했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해 ECHR에 재판을 다시 청구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ECHR은 루마니아 법원이 개인적인 메신저 대화록을 증거로 채택해 재판 절차가 불리했다는 그의 주장 또한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화록에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상대의 신원은 나와 있지 않다”면서 “루마니아 법원이 사생활의 자유와 고용주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지켰다”고 판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찰리쉰 에이즈 감염 의혹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한 성관계” 경악

    찰리쉰 에이즈 감염 의혹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한 성관계” 경악

    찰리쉰 에이즈 감염 의혹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한 성관계” 경악 찰리쉰 에이즈 감염 할리우드 배우 찰리 쉰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 연예매체 레이더 등 외신은 “찰리 쉰이 2년 전 에이즈 유발인자인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리 쉰은 HIV 양성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도 감염 사실을 숨기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쉰은 시트콤 ‘두 남자와 1/2’, 영화 ‘무서운 영화5’, ‘못 말리는 람보’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다. 지난해는 24살 연하인 포르노배우 브렛 로시와 결혼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찰리쉰 에이즈 감염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관계”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관계”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관계”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할리우드 배우 찰리 쉰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 연예매체 레이더 등 외신은 “찰리 쉰이 2년 전 에이즈 유발인자인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리 쉰은 HIV 양성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도 감염 사실을 숨기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쉰은 시트콤 ‘두 남자와 1/2’, 영화 ‘무서운 영화5’, ‘못 말리는 람보’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다. 지난해는 24살 연하인 포르노배우 브렛 로시와 결혼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찰리쉰 에이즈 감염 “감염 사실 숨기고 무분별하게 성관계”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감염 사실 숨기고 무분별하게 성관계”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감염 사실 숨기고 무분별하게 성관계”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할리우드 배우 찰리 쉰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 연예매체 레이더 등 외신은 “찰리 쉰이 2년 전 에이즈 유발인자인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리 쉰은 HIV 양성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도 감염 사실을 숨기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쉰은 시트콤 ‘두 남자와 1/2’, 영화 ‘무서운 영화5’, ‘못 말리는 람보’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다. 지난해는 24살 연하인 포르노배우 브렛 로시와 결혼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찰리쉰 에이즈 감염 의혹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의혹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의혹 “감염 사실 숨기고 여성들과 무분별하게…” 충격 찰리쉰 에이즈 감염 할리우드 배우 찰리 쉰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 연예매체 레이더 등 외신은 “찰리 쉰이 2년 전 에이즈 유발인자인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고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리 쉰은 HIV 양성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도 감염 사실을 숨기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쉰은 시트콤 ‘두 남자와 1/2’, 영화 ‘무서운 영화5’, ‘못 말리는 람보’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다. 지난해는 24살 연하인 포르노배우 브렛 로시와 결혼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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