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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신공항에 ‘성난’ 대구 민심···10명 중 4명 “朴대통령, 국정 잘못하고 있다”

    김해 신공항에 ‘성난’ 대구 민심···10명 중 4명 “朴대통령, 국정 잘못하고 있다”

    정부의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 결정이 영남 지방의 민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구·경북지역 신문인 매일신문와 대구·경북 지역방송 TBC가 공동으로 여론조사회사 ‘폴스미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잘못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39.6%로 나타났다. 반면 ‘잘하는 편’이라는 반응은 30.1%였고, ‘보통’이라는 의견은 30.3%였다. 조사는 대구에 거주하는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자동응답전화 면접조사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p다. ‘잘못하는 편’이라는 응답 비율은 4·13 총선 전후 여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에 대한 대구 시민의 지지율보다 10%p 떨어진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20대(52.1%)와 30대(57.8%)의 부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4.5%가 ‘대통령 등 행정부’를 꼽았다. 다음으로 국회의원 등 지역정치권(43.0%), 시민사회의 단합부족(8.0%), 시·도지사(4.4%) 순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등 행정부’를 지목한 응답자 가운데 성별로는 남성이 46.6%로 여성(42.6%)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2.7%, 40대가 50.2%가 ‘대통령 등 행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백지화 결정에 따른) 향후 대구 지역 대응책에 대한 의견’으로는 ‘정부의 결정 불복’을 주장한 응답자가 77.2%로 ‘결정 수용’(22.8%) 응답자보다 3배 이상 앞질렀다. 대응 방안으로는 ‘대구공항 확장과 K2공군기지 이전 등 다른 대안을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는 응답이 57.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중앙정부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22.8%), ‘결정에 불복하고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해야 한다’(19.3%) 순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시 플러스]

    해양경찰공무원 올 100명 선발… 필기 10월 1일 올해 100명을 선발할 예정인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찰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이 오는 10월 1일 실시된다. 안전처는 필기, 체력, 면접 등 시험 일정만 결정한 상태이며, 응시원서 접수 기간을 비롯한 남녀별 선발예정인원 등 세부 사항은 8월 18일 공지할 예정이다. 적성·체력 시험은 11월 15~17일 치러지며, 면접은 12월 6~8일로 예정돼 있다. 최종 합격자는 12월 13일 발표한다. 통상 경찰공무원 시험의 경우 공고문 발표와 함께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올해 안전처 소속 해양경찰 공무원 공채 선발 예정 인원은 지난해보다 20명 늘었다. 응시원서 접수 인원도 지난해에 비해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80명 선발에 3145명이 지원해 39.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별 합격자 수는 남자 65명, 여자 15명이다. 시험은 서류, 필기, 체력, 면접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필기는 한국사, 영어 등 필수 2과목과 형법, 형사소송법, 해사법규, 국어, 사회, 과학, 수학 중 3과목을 택해 모두 5과목을 치른다. 체력시험은 100m 달리기, 12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좌우악력, 팔굽혀펴기 등 5종목을 실시한다. 정보보안 자격증 소지자, 경찰·지방직 응시 가능 경찰이나 지방직 공무원 채용시험의 응시자격에 정보보안 관련 자격증 소지도 추가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기관 사이버 정보보안 강화를 위한 정보통신 분야 공무원 응시자격 개선방안을 마련해 행정자치부와 국방부, 국민안전처,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교육자치단체에 권고했다. 각 부처는 올해 말까지 부처별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이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보보안기사와 정보보안산업기사 소지자에게도 국가직 전산직렬 공무원 채용시험을 볼 수 있도록 응시자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보보안기사와 정보보안산업기사 자격증이 군무원, 경찰, 지방직 공무원 시험 응시자격에는 들어 있지 않아 정보보안 강화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공직 임용 기회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보보안기사와 정보보안산업기사는 정보보안 분야 국가기술 자격증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에 2차례씩 모두 6차례 시험이 치러졌다. 5급·7급 민간경력자 채용 27일까지 원서 접수 올해 258명을 선발하는 국가직 5급·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민경채)의 원서접수가 오는 27일까지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www.gosi.go.kr)를 통해 진행된다. 응시원서 접수 취소 기한은 30일까지다. 응시자격요건인 경력, 학위, 자격증 가운데 1개 이상 해당되면 응시할 수 있다. 단, 응시원서를 작성할 때는 이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1차 필기시험은 언어논리·자료해석·상황판단 3개 과목으로 치러지며 공무원에게 필요한 기본적성, 판단능력, 사고력 등을 중점 평가한다. 2차 서류전형은 민간의 근무경력·직무성과 등을 서면 심사한다. 올해부터는 기본서류에 불필요한 부모 스펙 등을 기재하면 감점 처리된다. 3차 면접에서는 모의상황이 주어지고, 이에 대한 집단토의와 개인발표가 진행된다. 또 국가관·공직관 등 공무원의 기본자세와 관련한 공직가치를 검증하는 심층면접도 실시한다. 면접 시험 일정은 5급의 경우 11월 29일~12월 2일, 7급은 11월 8~12일이다. 최종 합격자는 5급은 12월 31일, 7급은 12월 16일 발표된다.
  • [송혜민의 월드why] 여름휴가, 눈치 안보고 가시나요?

    [송혜민의 월드why] 여름휴가, 눈치 안보고 가시나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계획을 세우며 설레는 마음을 느끼기도 전,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 있다. 바로 회사에 휴가원을 제출하는 일이다. 며칠이 걸리는 여름휴가가 아닌 하루짜리 유급휴가를 낼 때에도, 갑-을 관계에 놓인 일부 직장인은 눈치작전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눈치 보지 않고도 휴가를 사수하는 ‘행복한’ 직장인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리서치회사에 의뢰해 한국과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총 26개국의 18세 이상 직장인 92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급휴가 국제비교 2015’ 통계에 따르면, 유급휴가 소진율이 가장 높은 유럽 국가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지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유급휴가 평균일수가 30일로, 소진율 100%를 기록했고 브라질·스페인 역시 같은 성적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는 독일이다. 지난해 8월독일경제연구소 IW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내에서도 주요 제조업 분야 노동자들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연간 40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사정은 어떨까. ‘유급휴가 국제비교 2015’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이 유급휴가 15일중 실제 사용하는 휴가일수는 6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율이 40%에 불과한 것이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의 직장인의 휴가사수도 평탄치만은 않다. 일본 직장인에게 지급되는 유급휴가는 20일로 한국 직장인보다 많지만 역시 소진율은 60%에 불과한 12일로 나타났다. 중국 관영언론인 인민일보는 지난해, 휴가철의 꽃이라고도 부르는 8월, 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 칼럼은 수도 베이징시의 시정부가 인사부를 통해 조사한 자료의 결과, 즉 베이징 시정부 근로자들의 유급휴가 사용률이 평균 5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나온 것이다.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휴가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워커홀릭 현상의 심화다. 미국의 경제학자 W.오츠가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 ‘워커홀릭’은 가정이나 다른 것보다 일, 업무가 우선이어서 오로지 이것에만 열중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자발적인 워커홀릭이 심할수록, 워커홀릭인 사람이 많을수록 해당 회사에서는 휴가를 쓰는 대신 일을 하는 직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워커홀릭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하는 것이 다양한 방면에서 회사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 6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뉴욕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심각한 ‘두뇌 유출’(Brain Drain)현상을 겪었다. 참신하고 실력있는 인재의 유입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월가의 큰 위기로 다가왔다. 하지만 올해 골드만삭스의 여름 인턴 및 신규 애널리스트 채용에서는 전 세계에서 25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무엇이 신규 인력의 발걸음을 돌린 것일까. 월가 관계자들은 ‘구글’에서 답을 찾는다. 월가의 관계자들은 FT와 한 인터뷰에서 “구글은 최고의 직장으로 평가받는다. 월가의 많은 은행들은 구글을 따라가기 위해 금요일 정시 퇴근과 안식년제 도입, 일과 중 개인시간 보장 등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분석했다. 월가가 워커홀릭 분위기를 벗어던진 것이 뛰어난 인재 도입의 열쇠로 작용한 것이다. 여성 직장인이 출산·육아휴직 등 장기 휴가를 가는 것을 보수적으로 보는 인식은 도리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7년 구글은 유급 출산휴가기간을 늘린 뒤 아기를 낳은 여성 직원이 퇴사하는 경우가 절반으로 줄었다.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휴가, 특히 유급휴가 보장은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이후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유급 휴가 보장을 독려하고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출산 유급휴가를 지급하는 것이 저출산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유급휴가 보장과 국가적 이익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유로운 사내문화 정립과 국가 차원의 법률 재정 필요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임용령 개정안’과 ‘공무원 보수·수당규정 개정안’을 통해 오는 오는 25일부터 5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이라면 직무 관련 자기개발을 위해 최대 1년의 무급 휴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기개발휴직 기간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복직 후 10년간 근무해야 재신청이 가능하다. 자기개발을 위한 휴직을 인정한다는 부분에서는 반길만 하지만 이것이 공무원에 국한돼 있다는 점, 1년 간은 급여를 받을 수 없으므로 생계유지가 급급한 직장인이라면 혜택을 꿈꿀 수 없다는 점, 무엇보다도 ‘자기개발’을 위한 휴직만을 인정한다는 점 등은 진정한 ‘휴식’이 필요한 직장인에게는 해당 정책이 무용지물일 수 있음을 내포한다. 24시간, 365일 내내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국적을 떠나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한 혹은 금수저를 문 직장인에게도, 아이를 둔 워킹맘·워킹대디에게도, 성별·연령을 불문한 싱글 직장인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국적·성별·경제적 수준과 관계없이 자유로운 휴가 사용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사내문화 정착과 더불어 국가 차원의 법률 개정 및 시행이 필수일 것이다. 사진=ⓒsuna / 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24회 공초문학상] “시인의 삶이란 형벌이자 축복”

    [제24회 공초문학상] “시인의 삶이란 형벌이자 축복”

    ‘시인은 시에게 사로잡힌 포로이며 벌받은 사람이다.’ 나태주 시인(71)이 내린 시인의 정의다. 등단한 지 46년, 그는 왜 반세기 가까이 자처해서 벌을 받고 있는 걸까. “고통의 기쁨, 필연적이고 운명적인 끌림 때문이었죠. 남녀의 사랑도 고통이잖아요. 제일 좋은 건 가만히 혼자 앉아 있는 거예요. 알면서도 우리는 기꺼이 사랑에 빠져들잖아요. 그처럼 시인이란 운명에 포섭된 건, 그게 평생 이어져 온 건 내게 형벌이자 축복이에요.” 열여섯에 시인이란 운명을 받아들인 것만큼 지순하고 투명한 언어로 독자들의 잔등을 쓸어준 나태주 시인. 그가 제24회 공초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공초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그를 “정지용, 윤동주, 박목월 등의 계보를 잇는 천진한 동심의 소유자”로 꼽았다. 속된 현실에서 인간의 본연을 깨닫게 하는 그의 시어는 공초 오상순 선생의 세계관과도 맥을 같이한다. “공초는 신문학 초기에 우리에게 좋은 발판을 놓아주신 선배이자 삶의 길을 놔주신 분이에요. 공초가 자주 하신 말씀 중에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는 말이 있어요. 누구나 만나면 그렇게 말씀하셨죠. 구상 선생이 노년에 ‘꽃자리’라는 시로 그 말을 인용하기도 하셨어요. 요즘 세상 사람들이 다 불행하다고 해요. 그런데 공초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는 말만 기억한다면 불행할 일이 없어요. 우리네 삶이 곧 기쁨이죠.” ‘풀꽃’은 대중에게 나태주란 이름을 인장처럼 새기게 한 대표작이다. 2012년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내걸렸던 시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시구는 지난해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글판으로 뽑혔다. 쉽고 간명한 시어지만 한 번 두 번 곱씹어 볼수록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그의 시에는 ‘위로의 힘’이 있다. “시경에 ‘동천지감귀신’이라는 말이 있어요. ‘천지를 움직이고 귀신을 감동시킨다’는 뜻인데 이런 역할로는 시보다 좋은 것이 없대요. 시는 따지고 비난하는 글이 아닙니다. 주먹이 창호지 문으로 푹 들어가듯이, 영혼과 영혼 사이로 불쑥 들어오는 글이에요. 괴테는 좋은 시란 어린이에겐 노래, 청년에겐 철학, 노인에겐 인생이 도는 시라고 했죠. 이런 시가 있으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란 생각으로 시를 쓰니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는가 봅니다.” 이번 수상작 ‘돌멩이’도 독자들의 마음에 불쑥 그윽한 파동을 일으킨다. 시인이 백담사 내설악 골짜기를 찾았다가 자갈돌을 건지며 함께 길어 올린 시다. “맑은 물 밑에 깔린 자갈돌이 참 예뻤어요. 갈 때 하나 주워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바위 위에 하나를 건져 올려놨죠. 10여분 배회하고 돌아왔을까. 물에 젖어 반짝반짝했던 자갈이 물이 마르니 다른 돌과 똑같이 되어버렸어요. 찾을 수가 없었죠. 난감하더라구요. ‘이게 우리 사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나도 본래의 나를 잊어버리고 남과 구분이 안 되게 사는 건 아닌가’ 하고요. 시란 인생의 각성과 발견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늘 이렇게 제 생활에서 시가 뽑아져 나옵니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도 지하철에서 시를 하나 썼다는 시인은 성실한 글쓰기, 왕성한 책내기로 유명하다. 지난 46년간 37권의 시집, 13권의 산문집, 4권의 시화집 등 94권의 책을 냈다. 편운 조병화 선생이 ‘불안해서’ 자주 책을 냈다면 그는 “살아있음을 증거하기 위해 책을 낸다”고 했다. 그의 평생은 시업과 교육으로 직조됐다.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1964년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된 그는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단에서 물러났다. 교직 은퇴 뒤 그의 문학 인생은 더 풍요로워진 듯하다. 2014년 시 ‘풀꽃’을 기념해 세워진 공주풀꽃문학관의 관장을 지내면서 한 해 150여건의 문학 강연 요청을 소화하는 인기 강사로 전국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잘생긴 사람이 아니에요. 못났고 늙고 가난한 사람이죠. 이런 사람한테 좋은 시로 위로해 달라는 강연 요청이 전국에서 들어옵니다. 좋은 시란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과 같죠. 성별, 세대, 종교, 이념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쓰다듬어주는 시, 지친 마음에 꽃송이가 되어주는 시를 쓴다면 저는 죽어도 사는 목숨일 겁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나태주 시인은 ▲1945년 3월 충남 서천 출생 ▲서천중학교, 공주사범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 충남대 교육대학원 졸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로 등단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시집 ‘대숲 아래서’, ‘울지 마라 아내여’, ‘지상에서의 며칠’, ‘지금도 네가 보고 싶다’ 등 ▲현 충남 공주풀꽃문학관 관장
  • 하위직은 사회적기업이 임금 더 높다

    하위 22% 일반기업보다 많아 정규·비정규직 임금 격차 32% 사회적기업 근로자가 일반기업 근로자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을 것이라는 통념이 깨졌다. 평균임금은 일반기업이 높았지만, 저임금 근로자 집단에서는 오히려 사회적기업 근로자가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저임금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20일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적기업의 특성별 임금 실태와 일반 근로자와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사회적기업의 시간당 임금 하위 19%까지의 근로자는 같은 수준의 일반기업 근로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기업 근로자 중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6.2%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사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장애인과 일자리사업 참여자를 제외하면 하위 22%까지 사회적기업 근로자들이 일반기업 근로자보다 임금이 많았다. 사회적기업 근로자는 제조업(145만원)보다 도소매·음식숙박·운수(165만원), 전문서비스(185만원) 등 서비스 분야에서 임금이 많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은 각각 149만원과 113만원으로 32%의 격차를 보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英명문 사립여고 “여학생을 ‘소녀’라고 부르지 말라!”

    英명문 사립여고 “여학생을 ‘소녀’라고 부르지 말라!”

    여학생에게 ‘소녀’라는 의미의 ‘Girl’이나 ‘어린 여성’을 뜻하는 ‘Young Woman’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학교가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여학교 협회’(Girl’s Schools Association) 소속이자 영국 명문 사립여자고등학교 중 하나인 옥스퍼드의 헤딩턴스쿨의 교장 캐롤린 조던은 최근 교내에서 ‘Girl’이나 ‘Young Woman’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공식문을 발표했다. 캐롤린 조던 교장은 여학생들을 지칭할 때 반드시 ‘학생’을 의미하는 성 중립적인 ‘Pupil’ ,‘Student’ 등의 단어를 사용해야 하며, 성별을 의미하는 단어가 포함된 ‘어린 여성’(young ladies)와 같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던 교장은 영국 타임즈의 일요일판인 선데이타임즈와 한 인터뷰에서 “성 중립적인 표현을 쓸 수 있는 장소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남학교 또는 여학교가 학생 성별에 대해 한 쪽 표현만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4월 영국 브리튼앤호브시 의회가 초등학교 입학 신청서에 아이가 ‘선호하는’ 성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준 사례와 연관돼 교육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브리튼시 의회는 학부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9월 입학 전 아이의 성별을 선택할 것을 권호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타고난 성과 성적 정체성이 같지는 않다”면서 “자녀가 자신에게 가장 부합하는 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전했다. 이어 “만일 타고난 성과 다른 성을 선택해 공란으로 남기면 후에 학교에서 이와 관련해 아이와 상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보수당 의원인 앤드루 브리젠은 “학교가 할 일은 학생들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지 성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드는게 아니다”라고 지적하는 등 반발이 잇따르기도 했다. 헤딩턴 스쿨은 영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엠마 왓슨이 졸업한 명문 사립 고등학교로 유명하다. 사진=© MNStudio / 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통·현대 어우러진 몸짓, 프랑스 홀렸다

    전통·현대 어우러진 몸짓, 프랑스 홀렸다

    佛 국민 안무가 조세 몽탈보와 합작 샤요국립극장 ‘포커스 코레’ 피날레 장식 관습의 경계 허문 춤과 영상 하나로 이어 1200여명 관객 “한국의 다른 매력 발견” “전통과 현대의 몸짓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무용수 한 명 한 명에게 ‘브라보’를 외쳐 주고 싶다.” 표현에 인색한 프랑스 관객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1200여명이 장단을 맞춰 보내는 갈채는 이미 한 호흡이 돼 있었다. 박수 소리는 극을 이끌던 북소리처럼 깊고 너른 울림으로 극장을 압도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가 끝난 직후 프랑스 파리 샤요국립극장에서 펼쳐진 커튼콜의 풍경이었다. 샤요국립극장은 ‘세계 무용의 현재’를 집약해 보여 주는 무용 전용 극장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9일부터 한국 무용 작품들을 소개하는 ‘포커스 코레’가 열렸다. 프랑스의 국민 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국립무용단과 합작한 ‘시간의 나이’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국 춤의 결정판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은 매진(유료 관객 점유율 90%)이었다. 1200여석의 대극장을 빈틈 없이 채운 관객들은 전통과 현대, 한국의 문화와 서양의 문화, 현실과 환상이 이물감 없이 어우러진 무대에 매료됐다. 붉은색과 흰색 부채의 극명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환상적인 움직임을 빚어내고,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볼레로’에 맞춰 열정과 신명을 발산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에 관객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몽탈보란 대가의 이름만 보고, 혹은 다른 문화권 춤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은 ‘뜻밖의 발견’에 기뻐했다. 평소 사요극장을 자주 찾는다는 파리 시민 세실 뒤부아(36)는 “평소 홍상수·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 한국은 ‘영화의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을 통해 한국 무용이 소개된다는 걸 보고 왔다”며 “볼레로, 플라멩코 등 몽탈보의 유럽 스타일 춤이 한국적인 몸짓과 어우러지는 조화가 훌륭했고 북, 괭가리 등 한국의 타악기와 전통적인 제스처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무용 잡지 기자인 빅토르 이그나토브는 “프랑스 현대 무용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동시에 한국 전통 무용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 공연이었다”며 “무용계에서는 서로 다른 행성과도 같은 두 나라의 스타일, 움직임, 분위기가 빚어내는 어울림이 놀라웠다”고 평했다. 이는 한국 춤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몽탈보의 발상의 전환에 기인한다는 평이 나온다. 여자 무용수들만 추던 부채춤, 남자 무용수들만 추던 양반춤을 남녀 무용수 모두에게 맡기며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사례나 여성 무용수들이 북 위에 앉아 북을 치며 한껏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몽탈보의 장기이자 그의 작품의 특징인 무용과 영상을 하나로 잇는 작업은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안기면서도 흥미로운 질문 거리들을 던졌다. 공연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몽탈보는 “프랑스에서는 초연에서 관객들에게 큰 갈채를 얻기가 힘든데 현지 평론가들과 대중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품을 공동 제작한 샤요국립극장의 디디에 데샹 극장장도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아함과 부드러운 움직임이 한국 춤의 차별화되는 매력”이라며 “지난 3월 서울 공연에서보다 객석과 가까운 샤요극장의 무대가 프랑스 관객들을 더 집중시키고 몰두하게 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작품은 전통을 어떻게 동시대인들에게 의미 있고 설득력 있게 보여 줄 것인지 우리 춤의 과제에 대한 또 하나의 대답이 돼 주기도 한다. 몽탈보는 “많은 현대 무용가들이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 주는 데만 주력하는데 그건 틀린 발상”이라며 “전통이라는 풍부하고 무한한 가치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게 현대적인 안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파리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양성평등·병력 충원”… 여성 징병제 글로벌 이슈로

    “양성평등·병력 충원”… 여성 징병제 글로벌 이슈로

    최근 국내에서 향후 군병력 부족에 대비해 병역특례 제도를 손질하고, 군복무 기간 연장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 인력 공급이 화두가 됐다. 미국에서도 전쟁이 날 경우 여성의 군 의무 복무를 위해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상정돼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국민에게 의무 복무를 부과하는 나라들 사이에서 군 인력 확충과 남녀평등 구현 등을 이유로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 징집 논의에 대해 살펴봤다. 미 상원이 비상시 징집에 대비해 18~26세 여성들도 징병관리청(우리의 병무청에 해당)에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하는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찬성 85 반대 13으로 통과시켰다고 AP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AP는 “남녀에 관계없이 모든 청년을 징병하는 데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美 국방 의무 강조… 저출산 선제 대응 포석인 듯 미국은 베트남 전쟁 막바지인 1973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만 18세가 되는 남성은 지금도 징병관리청에 자신의 신원을 등록한다. 전시가 되면 징병제를 재가동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상하 양원 협의를 거쳐 최종 통과하면 2018년부터 여성도 전시 징집 의무를 지게 된다. 역사상 여성이 전쟁에 참여해 싸워 온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1941년부터 여성 징병제를 실시했다.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1943년에는 공군 내 여군 비율이 16%에 이르기도 했다. 소련도 1941년 독일의 기습 공격을 받자 자녀 없는 여성을 징집 대상으로 삼는 법령을 공포했다. 소련에서 여군은 한때 100만명이 넘었고 저격수 등 전투 병과에서 특출한 활약을 보인 여군도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된 이후 더이상 대적할 나라가 없는 미국에서, 전시도 아닌 상황에 이런 법안이 나온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여성에게 군대의 모든 지위를 개방한 만큼 징병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며 사실상 여성 징병제를 지지하고 있다. 이미 미군은 1998년 “남녀의 신체적 특성이 아닌 개인 역량에 의해 관리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천명했고 2000년대부터 중동 등 최고 위험 지역에도 여군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던 공화당 덩컨 헌터(메인주) 하원의원은 “미국인 대부분은 우리 딸들이 징병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서명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발효된다고 해서 곧바로 미국이 여성 징집에 나서는 건 아니다. 의무 징집은 전시 등 비상 상황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군 수뇌부 역시 “지금도 군 인력이 충분한 만큼 여성 징집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당장 여성 군인을 충원하기 위해서라기보단 ‘국토 방위는 남녀 모두가 함께 져야 하는 신성한 의무’라는 인식을 넓히고 세계적 추세인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군 인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노르웨이 女정치인 남녀평등 차원 女징병제 주도 전 세계에서 여성 징집제를 채택한 나라는 북한과 이스라엘, 쿠바 등 10여개국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부터 여성을 징집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미스 이스라엘’ 출신 배우 갤 가돗(31)은 2005년 군 입대 당시부터 ‘미녀 여군’으로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근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 생활 경험이 인생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대부분 내전 상태인 아프리카 국가들로, 전쟁이 길어져 군 인력이 부족한 곳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다음달부터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1년간 의무 복무를 하게 된다.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는 정반대로 징병제를 강화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인 노르웨이는 전쟁 위험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해마다 생겨나는 신규 징집 대상 3만여명 가운데 군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력도 1만명 정도밖에 안 된다. 굳이 여군을 뽑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노르웨이가 여성 징집에 나서는 것은 국가적 목표라 할 수 있는 ‘양성평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 시각에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노르웨이에서 여성 징집 논의를 주도한 곳은 사회주의 정당들의 여성 당원들이다. 노르웨이 의회에서도 전체 의원 95명 가운데 90명이 찬성해 여성 징집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현 노르웨이 국방장관(에릭센 쇠레이데)도 여성이다. 노르웨이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 비율은 70% 후반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0%대를 훨씬 넘는다. 성별 간 임금격차도 거의 없으며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공기업과 상장기업 임원들의 최소 40%가 여성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여성 차별은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이런 사회적 기반이 갖춰지자 여성들이 나서 ‘이제 우리도 남성들처럼 군대에 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웃 나라인 스웨덴도 노르웨이 사례를 참고해 징병제 재도입(여성징병 포함)을 검토 중이다. 여성 징병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노르웨이의 모든 여성이 군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이들의 징병제는 ‘무늬만 징집제’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르웨이의 군 병력은 2만명 정도이며, 이 중 징집 인력은 절반이 조금 넘는 1만 1000명 정도다. 노르웨이의 남성은 법적으로 18세부터 44세까지 병역 의무가 주어지지만 학업이나 건강, 종교적 신념 등 다양한 사유로 어렵지 않게 면제받을 수 있다. 이는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이스라엘처럼 거의 모든 여성이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韓, 군 가산점 탓 논란… 여성 일부 “여성 軍복무를” 우리나라에서 여성 징병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1999년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군 복무자에게 공무원 취업 등에 가점을 주는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군필 남성을 중심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국가에 희생한 남성에게 아무것도 보상해 주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여성도 의무 복무하게 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도 군 복무 학점인정제 추진 등 기사가 나올 때마다 여성 징집 논의가 심심찮게 거론된다. 다만 이는 군 인력 확보나 남녀 평등 구현의 차원이라기보다는 ‘너희(여성)도 군대에서 고생해 봐라’는 분풀이식 의견 개진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미군 특수부대 레인저 스쿨 교육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381명 중 287명이 탈락한 가운데 여성 지원자 2명이 기준을 통과해 화제가 됐다. 단순히 신체 능력 차이를 이유로 여성 징병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현대 전쟁이 정보전 양상으로 바뀌면서 여군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 군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여파로 심각한 병역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 단체에서도 헌법 제39조 제1항(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을 내세워 여성도 군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꼭 전투병이 아니더라도 군 행정, 간호, 대체복무 등을 통해 국토방위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무 복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남녀 평등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병영문화 혁신을 전제로 우리 군도 어떤 방식으로든 여군 확대 움직임이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남사친-여사친의 정석 연예인은? 김종민-신지 “1위”

    남사친-여사친의 정석 연예인은? 김종민-신지 “1위”

    애인 사이가 아닌 이성과도 편하게 친구로 지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혼남녀 10명 중 8명(83.8%)은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혹은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과 연애를 생각해봤다고 조사돼 눈길을 끈다. 국내 1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6월 7일부터 14일까지 20~30대 미혼남녀 605명(남성 289명, 여성 316명)을 대상으로 ‘남사친과 여사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성과 친구가 가능한가를 묻는 질문에 남성 과반 이상은 ‘불가능하다’(58.1%)고 답한 반면 여성은 ‘가능하다’(63%)고 답해 남녀의 생각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사친 혹은 여사친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남성은 ‘사귀기 전 어장 관리 중인 이성 친구’(28%)를 뜻한다고 답했다. 이어진 답변은 ‘여럿이 만나는 자리에서만 만나는 이성 친구’(25.6%), ‘동성 친구처럼 편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성 친구’(15.6%) 순이었다. 여성은 ‘스킨십을 하지 않는 이성 친구’(32.3%)를 남사친이라고 정의했다. 뒤이어 ‘연인에게 소개할 수 있는 이성 친구’(27.2%), ‘동성 친구처럼 편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성 친구’(22.8%) 순으로 답했다. 이성과 친구가 되는 계기에 대해 남성은 ‘외모가 서로 취향이 아닐 때’(29.8%)라고 답했다. 이어 ‘속마음을 다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이성일 때’(24.9%), ‘호감은 있으나 각자에게 짝이 있을 때’(21.8%) 등을 골랐다. 여성은 ‘학창시절 추억을 공유한 친구일 때’(41.5%)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뒤이어 ‘속마음을 다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이성일 때’(26.6%), ‘취미나 의견이 잘 맞는 친구일 때’(14.9%) 등을 응답했다. 한편, 남사친-여사친의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인 친구 1위는 남녀 공히 ‘김종민-신지’(32.3%, 복수응답)를 꼽았다. 이어 남성은 ‘헨리-엠버’(17.1%), ‘유아인-정유미’(14.5%), 여성은 ‘유아인-정유미’(17.8%), ‘김희철-태연’(15.1%)을 떠올렸다. 김승호 듀오 홍보 팀장은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일반적으로 ‘연인’을 뜻하게 되어, ‘남사친’과 ‘여사친’이란 신조어가 생긴 것 같다”며, “어느 시구절처럼 사람을 사귀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기 때문에 성별이 상관 없는 친구와 연인을 언어의 굴레에 가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굶주린 아이 생명 구할 옥수수 부자 식탁 오를 가축이 먹었나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굶주린 아이 생명 구할 옥수수 부자 식탁 오를 가축이 먹었나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이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먹거리가 부족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전문가들은 전 지구에 식량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식량 위기는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산하의 인도적 식량 원조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인구의 6분의1에 이르는 1억 2000만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먹거리가 부족하게 된 상황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데, 그중 하나로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꼽힌다. ●사상 최악 슈퍼 엘니뇨, 작황에 직접 영향 특히 올해 사상 최악의 슈퍼 엘니뇨 현상(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발생하는 기후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는 물 부족난뿐만 아니라 쌀과 옥수수 등의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량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해수면 온도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태풍이나 폭우 혹은 극심한 가뭄을 야기하고, 이러한 이상기후가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동남아를 포함해 이미 세계 곡물시장에도 엘니뇨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홍수로 대두 수확량이 줄었고, 옥수수 최대 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수입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엘니뇨 직격탄 공습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전문가들은 올여름 라니냐의 공습을 예보하고 나섰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달리 뜨거워졌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며, 마찬가지로 세계 농수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출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인류의 고기 사랑·곤충 수 급감도 원인 식량부족 사태의 원인을 인류의 지나친 육류 소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옥수수 10㎏을 먹여야 한다. 돼지와 닭 역시 해당 고기를 얻는 대가로 그만큼의 곡물을 소비해야 한다.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먹거리를 위해 기르는 닭과 돼지, 소 등 가축의 수는 500억 마리를 웃도는데, 이는 유엔이 정한 ‘지구에서 기를 수 있는 가축 수’ 기준치의 2배가 넘는다. 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식량을 부자들의 식탁에 오를 가축들이 먹어 치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류의 ‘고기 사랑’이 곡물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식량부족 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무분별한 삼림 개발 및 환경오염으로 인해 곤충 개체수가 급감하는 현상 역시 식량부족 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의 마크 윈스턴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사라진 벌들의 경고’에서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벌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면서 “독성 물질이 함유된 농약이 벌의 생태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 2006년 미국 양봉장에서 벌의 25∼40%가 자취를 감추는 ‘군집 붕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양봉의 규모가 커지고 기계화되면서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식량자원의 3분의1은 곤충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는데, 그중에서도 80~90%는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의 벌의 급감은 곧 작물 생산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앗 저장소 만들어 곡물 종자 보존 노력 식량부족 사태가 소행성 충돌이나 기후 변화, 핵전쟁 등과 함께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인류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특정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씨앗을 보관한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다. 노르웨이의 북극권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는 일종의 씨앗 금고다. 2004년 유엔은 급변하는 세계 위기에서 후손과 자연을 위해 다양한 곡물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세계곡물다양성재단(GCDT)을 설립하고 씨앗 저장소를 운영해 왔다. 일명 ‘최후의 날 저장고’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총 120개국 이상이 이용 중이며, 식물 종자 총 42만종, 82만 5000개의 씨앗 샘플이 빼곡하게 저장돼 있다. 두께 1m의 콘크리트로 축조돼 있고 영하 18℃의 일정한 기온으로 유지되며 모든 알루미늄 상자는 방수 기능이 있어 씨앗을 보호한다. GCDT의 전문가인 메리 하가는 “다양한 종의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곡물의 생산 및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특히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및 생산 중단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의 공통적인 이슈 중 하나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이다.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식량 생산 감소 빛 식량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기아에 신음하는 사태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영국의 한 연구소는 인류의 4대 주식 작물 중 하나인 감자의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며 유전체라고도 한다)지도를 완전히 해독하는데 성공했으며,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 연구소는 실험실에서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을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든 인류는 연령과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식량을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조건인 식량이 충족되지 않아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의 후손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식량위기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50~60대 국민 중 40% “요실금은 부끄러운 증상”

    50~60대 국민 중 40% “요실금은 부끄러운 증상”

    50~60대 국민 10명 중 3명은 요실금 증상을 숨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실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11일 생활용품 전문업체 유한킴벌리 디펜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디펜드가 최근 2개월 동안 전국 50~60대 남·녀 1607명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요실금은 부끄러운 증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2%로 집계됐다. 설문 대상자의 34%는 ‘요실금을 숨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의 상당수는 요실금을 부정적인 증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응답자들 대다수가 요실금이 ‘소변이 샐까 두려워 웃을 수 없는 병’, ‘창피하고 부끄러운 질병’, ‘우울증까지 부르는 병’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요실금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55%가 넘게 나왔다. 요실금은 남녀 모두가 겪을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요실금을 진료받은 사람들을 성별로 나눴을 때 여성 숫자는 11만 4028명으로, 남성 숫자(1만 79명)에 비해 약 10배 이상이 많았다. 그런데 요실금 속옷 착용 경험을 묻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의 62%가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요실금을 신체가 노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증상이 아니라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송정신과의원의 송성용 원장은 “활동성의 제약으로 외출을 꺼리게 만드는 요실금은 심할 경우 대인기피,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문제의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증상을 숨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요실금 걱정이 없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는 ‘야외활동’ 41.2%, ‘여가 활동’ 27.6%, ‘편리한 일상생활’ 21.9% 순으로 나타났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앞으로도 ‘액티브 시니어’(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50~60대를 일컫는 말)들이 요실금을 당당히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다채로운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세계가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송혜민의 월드why] 세계가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이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먹거리가 부족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지구에 식량부족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식량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산하의 인도적 식량 원조 기구인 세계 식량 기구(WFP)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이르는 1억 2000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먹거리가 부족하게 된 상황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데, 그중 하나는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꼽힌다. 특히 올해 사상 최악의 슈퍼 엘니뇨 현상(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발생하는 기후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는 물 부족난뿐만 아니라 쌀과 옥수수 등의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량부족현상이 심각해졌다. 해수면 온도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태풍이나 폭우 혹은 극심한 가뭄을 야기하고, 이러한 이상기후가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동남아를 포함해 이미 세계 곡물시장에도 엘니뇨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홍수로 대두 수확량이 줄었고, 옥수수 최대 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수입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엘니뇨 직격탄 공습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전문가들은 올 여름 라니냐의 공습을 예보하고 나섰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달리 뜨거워졌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며, 마찬가지로 세계 농수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출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식량부족사태의 원인을 인류의 지나친 육류소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쇠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옥수수 10㎏을 먹여야 한다. 돼지와 닭 역시 해당 고기를 얻는 대가로 그만큼의 곡물을 소비해야 한다. 세계 식량 기구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먹거리를 위해 기르는 닭과 돼지, 소 등 가축의 수는 500억 마리를 웃도는데, 이는 UN이 정한 ‘지구에서 기를 수 있는 가축 수’ 기준치의 2배가 넘는다. 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식량을 부자들의 식탁에 오를 가축들이 먹어치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류의 ‘고기 사랑’이 곡물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식량부족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무분별한 삼림 개발 및 환경오염으로 인해 곤충 개체수가 급감하는 현상 역시 식량부족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의 마크 윈스턴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사라진 벌들의 경고’에서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벌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면서 “독성물질이 함유된 농약이 벌의 생태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 2006년 미국 양봉장에서 벌의 25∼40%가 자취를 감추는 ‘군집 붕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양봉의 규모가 커지고 기계화되면서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한 결과로 보여진다”면서 “식량자원의 3분의 1은 곤충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는데, 그중에서도 80~90%는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때문의 벌의 급감은 곧 작물 생산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부족사태를 대비하는 방법 식량부족사태가 소행성 충돌이나 기후 변화, 핵전쟁 등과 함께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인류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특정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씨앗을 보관한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다. 노르웨이의 북극권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는 일종의 씨앗 금고다. 2004년 UN은 급변하는 세계 위기에서 후손과 자연을 위해 다양한 곡물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세계곡물다양성재단(GCDT)을 설립하고 씨앗 저장소를 운영해 왔다. 일명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총 120개국 이상이 이용 중이며, 식물 종자 총 42만종, 82만 5000개의 씨앗 샘플이 빼곡하게 저장돼 있다. 두께 1m의 콘크리트로 축조돼 있고 영하 18℃의 일정한 기온으로 유지되며 모든 알루미늄 상자는 방수 기능이 있어 씨앗을 보호한다. GCDT의 전문가인 메리 하가는 “다양한 종의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곡물의 생산 및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특히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및 생산 중단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의 공통적인 이슈 중 하나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이다.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식량 생산 감소 빛 식량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기아에 신음하는 사태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1년 영국의 한 연구소는 인류의 4대 주식 작물 중 하나인 감자의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며 유전체라고도 한다)지도를 완전히 해독하는데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연구진 역시 당근의 게놈 해독에도 성공하면서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먹거리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든 인류는 연령과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식량을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조건인 식량이 충족되지 않아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의 후손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식량위기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허울뿐인 평등… 좋은 삶 선택할 기회 구조를 만들자

    허울뿐인 평등… 좋은 삶 선택할 기회 구조를 만들자

    병목사회 조지프 피시킨 지음/유강은 옮김/문예출판사/480쪽/2만 2000원 타고난 신분에 따라 살아야 하는 전근대사회와 달리 근대사회에서는 이론상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어떤 기회든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오히려 불평등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교차되는 특징을 보인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병목사회’의 저자 조지프 피시킨은 “기회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으로 야기되는 병목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회를 주어진 것으로 보고 그것의 균등한 분배를 고민하기보다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회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목’이란 사람들이 건너편에 열려 있는 삶의 많은 경로를 좇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좁은 지점을 가리킨다. 병목현상은 모든 사회의 기회 구조에 존재한다. 존 롤스가 ‘정의론’에서 ‘공정한 기회균등’의 거대한 이론적 틀을 축조한 이래 기회균등은 평등주의의 중심을 차지하는 강력한 개념이 됐다. 현대 정치 이론, 법률, 공공정책에서 광범위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예컨대 평등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적극적 차별 조치는 인종이나 성별 등 타고난 출신 배경 때문에 기회를 제약당하는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수자들 사이에서도 ‘운이 좋은 유능한 소수’에게 기회를 주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 구조를 통과하지 못하는 소수자 대다수에게는 허울뿐인 평등이다. 책은 기회균등의 문제점에 대해 전반부를 할애한 뒤 어떻게 기회 다원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지를 논증한다. 어떤 병목을 개선하는 것이 다른 병목보다 더 중요한지, 누구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제약돼 있는지, 또 그들에게 특별히 높은 우선권을 줘야 하는지가 논점이다. 우리 삶에서 기회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소망과 목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피시킨이 관심을 갖는 것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가로막는 병목이다. 그는 “단일한 기회 구조가 불가피하게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므로 기회 구조를 다원화하고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좋은 삶, 행복한 삶의 개념 자체가 다양하고 풍부해야 하며 이런 삶에 이르는 길도 여러 갈래가 있어 누구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병목을 헤집고 나아갈 필요가 없도록 또는 병목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경로가 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재구조화하는 방법을 찾을 때 그 결과는 제로섬이 아니라 포지티브섬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불안과 공포, 분노의 여진에 떨던 지난달 29일 오전 3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20대 남성이 여대생(22)의 몸에 알코올을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끔찍한 범죄였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탈리아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및 우월주의가 개별 국가 단위를 초월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155건, 구타 사건이 8856건, 스토킹 사건이 1261건에 달했지만, 이 중 신고를 한 여성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의 남성 우월적 사고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며 어린 시절부터 교육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러한 사상이 문제로 지적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국가와 종교를 막론하고 보편적 사상으로 인식돼 온 남성우월주의,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시대·국가 초월한 남성의 폭력·우월주의 남성우월주의의 역사는 수렵채집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존을 위해 자연과 동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당시 인류가 스스로 집을 짓고 도구를 이용해 가축을 기르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타인 혹은 자연과 동물로부터 자신의 것, 공동체의 것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발생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의 명확한 구분이 시작됐고,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이들이 믿는 신의 모습은 대부분 ‘남성’이 됐을 만큼 남성은 우월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신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신이 등장하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제우스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테네 여신 등 일부 여신이 제우스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쳤지만, 서구 신화 속 가장 우월한 신으로 제우스를 꼽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신화·종교에서도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 종교는 또 어떠한가. 이슬람은 남녀 불평등 종교의 대표로 꼽힌다. 21세기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여전히 차도르와 히잡으로 온몸을 감싸야 한다. 이를 단순히 옳고 그름이 아닌 문화적 차이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 차별로 대두되는 이슬람의 남성우월주의가 10세 전후 어린 소녀의 강제 결혼과 오로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염산테러 등의 폭력적 행태를 낳은 것만은 사실이다. 자비와 자애를 강조하는 불교에도 여자는 남자가 돼야만 성불할 수 있다는 전여신설(轉女身說), 여성은 제석천(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나 범천(불교의 호법수호신), 불타가 되지 못한다는 여인오장설(五障說) 등이 존재하며, 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지위가 비교적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비구니는 비구의 종속적 위치에 있다. 이 밖에도 다수의 개신교는 현재도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며, 대대로 남성 교황을 필두로 해 온 가톨릭 역시 종교적 자유는 인정하나, 주요 보직을 둘러싼 종교 내 정치적 자유는 불허하는 반쪽 평등을 고수한다.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심화는 남성 중심 사회를 만들었고 이것은 남존여비, 남성우월사상으로 가지를 뻗쳤다. 사상이 또 다른 사상을 낳으면서 17세기 이후 조선 여성들은 ‘칠거지악’, ‘삼종지도’ 등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예속적 숙명을 따라야 했다. 결국 시대와 종교, 국가를 불문하고 인류는 끊임없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해 왔으며, 이러한 구별이 나아가 차별 및 남성우월주의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권신장·양성평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지금 이 시간에도 남성우월주의를 타파하고 여성 인권 신장을 이루기 위한 각양각색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 흥미로운 것은 신(神)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성차별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영국 성공회 교회의 한 여성 주교는 신을 표현할 때 남성을 지칭하는 대명사인 ‘그’(He) 대신 ‘신’(God)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글로스터의 레이첼 트레위크 주교는 “신은 인간을 창조하셨지만, 그렇다고 신(God)이 남성(Male)인 것은 아니다. 신은 신일 뿐(God is God)”이라면서 “신을 묘사할 때 ‘그’(He) 또는 ‘그녀’(She)의 대명사를 쓰는 것보다는 ‘신’(God)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면서 “나는 그 누구도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 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신학자들은 “언제나 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말해 왔지만 우리가 스스로 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신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나긴 역사적·종교적 근거를 들어, 누군가는 남성우월주의를 포함한 성차별적 습성이 인류의 내재된 본성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남성우월주의와 여성 차별은 그저 문화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성(神性)의 성별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신학자들의 주장처럼 여성과 남성의 가치를 달리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남녀가 아직 평등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기 마련이다. 성 평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남성우월주의가 타파됐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 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 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불안과 공포, 분노의 여진에 떨던 지난달 29일 오전 3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20대 남성이 여대생(22)의 몸에 알코올을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끔찍한 범죄였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탈리아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및 우월주의가 개별 국가 단위를 초월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155건, 구타 사건이 8856건, 스토킹 사건이 1261건에 달했지만, 이 중 신고를 한 여성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의 남성 우월적 사고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며 어린 시절부터 교육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러한 사상이 문제로 지적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국가와 종교를 막론하고 보편적 사상으로 인식돼 온 남성우월주의,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시대·국가 초월한 남성의 폭력·우월주의 남성우월주의의 역사는 수렵채집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존을 위해 자연과 동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당시 인류가 스스로 집을 짓고 도구를 이용해 가축을 기르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타인 혹은 자연과 동물로부터 자신의 것, 공동체의 것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발생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의 명확한 구분이 시작됐고,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이들이 믿는 신의 모습은 대부분 ‘남성’이 됐을 만큼 남성은 우월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신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신이 등장하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제우스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테네 여신 등 일부 여신이 제우스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쳤지만, 서구 신화 속 가장 우월한 신으로 제우스를 꼽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신화·종교에서도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 종교는 또 어떠한가. 이슬람은 남녀 불평등 종교의 대표로 꼽힌다. 21세기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여전히 차도르와 히잡으로 온몸을 감싸야 한다. 이를 단순히 옳고 그름이 아닌 문화적 차이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 차별로 대두되는 이슬람의 남성우월주의가 10세 전후 어린 소녀의 강제 결혼과 오로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염산테러 등의 폭력적 행태를 낳은 것만은 사실이다. 자비와 자애를 강조하는 불교에도 여자는 남자가 돼야만 성불할 수 있다는 전여신설(轉女身說), 여성은 제석천(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나 범천(불교의 호법수호신), 불타가 되지 못한다는 여인오장설(五障說) 등이 존재하며, 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지위가 비교적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비구니는 비구의 종속적 위치에 있다. 이 밖에도 다수의 개신교는 현재도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며, 대대로 남성 교황을 필두로 해 온 가톨릭 역시 종교적 자유는 인정하나, 주요 보직을 둘러싼 종교 내 정치적 자유는 불허하는 반쪽 평등을 고수한다.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심화는 남성 중심 사회를 만들었고 이것은 남존여비, 남성우월사상으로 가지를 뻗쳤다. 사상이 또 다른 사상을 낳으면서 17세기 이후 조선 여성들은 ‘칠거지악’, ‘삼종지도’ 등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예속적 숙명을 따라야 했다. 결국 시대와 종교, 국가를 불문하고 인류는 끊임없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해 왔으며, 이러한 구별이 나아가 차별 및 남성우월주의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권신장·양성평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지금 이 시간에도 남성우월주의를 타파하고 여성 인권 신장을 이루기 위한 각양각색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 흥미로운 것은 신(神)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성차별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영국 성공회 교회의 한 여성 주교는 신을 표현할 때 남성을 지칭하는 대명사인 ‘그’(He) 대신 ‘신’(God)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글로스터의 레이첼 트레위크 주교는 “신은 인간을 창조하셨지만, 그렇다고 신(God)이 남성(Male)인 것은 아니다. 신은 신일 뿐(God is God)”이라면서 “신을 묘사할 때 ‘그’(He) 또는 ‘그녀’(She)의 대명사를 쓰는 것보다는 ‘신’(God)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면서 “나는 그 누구도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 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신학자들은 “언제나 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말해 왔지만 우리가 스스로 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신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나긴 역사적·종교적 근거를 들어, 누군가는 남성우월주의를 포함한 성차별적 습성이 인류의 내재된 본성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남성우월주의와 여성 차별은 그저 문화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성(神性)의 성별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신학자들의 주장처럼 여성과 남성의 가치를 달리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남녀가 아직 평등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기 마련이다. 성 평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남성우월주의가 타파됐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생리대 면세에 억울한 면도기?… 승자 없는 형평성 논쟁

    생리대 면세에 억울한 면도기?… 승자 없는 형평성 논쟁

    왜 우리나라의 저소득층 소녀는 생리대를 사지 못해 신발 깔창과 휴지로 모면해야 했을까. 첫째 이유는 돈이다. 2011년 “주요 10개국 생리대 평균가보다 국내 가격이 6% 비싸다”는 조사가 나온 뒤에도, 과점 기업들은 2~3년마다 7% 안팎씩 일격에 가격을 올린 터다. 이유가 더 있을 게다. 만일 소녀의 가족 전부가 남성이고, 소녀가 가족들과 서먹하다면. 일 때문에 가끔 보고, 보면 싸우기만 하는 아버지에게 “생리해요. 돈 좀 주세요”라고 할 수 없다면. 생리를 말하는 게 금기시된 분위기와 소녀의 궁핍함이 만나 ‘깔창 생리대’라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로 잉태됐을 것이다. ‘생리 발설 금기’를 깨려는 시도는 꽤 오래됐다. 여성운동가를 중심으로 1999년 ‘유혈낭자’란 주제로 시작된 ‘월경 페스티벌’은 2000년대 매년 개최됐다. 같은 시기 면으로 만든 ‘대안 생리대’도 공론장에서 팔려 나갔다. 그런데 여성들이 ‘생리대는 생활필수품이니 부가세를 없애자’고 요구하고 2004년 실제 부가세 폐지가 관철돼 조세 정책 대상에 생리대가 편입될 무렵부터 예기치 않은 논쟁이 비화됐다. “여성용품인 생리대를 면세했다면, 남성용품인 면도기 부가세도 면제하라”는 ‘생리대 vs 면도기’의 전선이다. ‘생리대 vs 면도기’ 논쟁이 공식석상에서, 공식 식순에 맞춰 진행되지는 않았다. 관련 토론회 자료집 한편에 낙서로, 부가세 면제 심의 중 휴게시간 잡담으로,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인터넷 게시판에 뼈 있는 푸념으로 시작된 얘기들이다. 그러나 “면도기는 (면세) 안 해 주면서…”라는 말처럼 직관을 자극하는 반론이 있을까. 태초부터 시작된 남성과 여성의 차이, 이에 따라 구별된 남녀 전용 용품에 대해 기계적 균형을 맞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평등’으로 인식하는 곳에서 말이다. 이런 논쟁이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쉽게 불붙고 곧 흔적 없이 사라지곤 했다. 지난 3월 미국에서의 논쟁은 우리보다 좀더 야했고, 순서는 반대였다. 이 나라 대부분의 주에선 (남성이 주로 사는) 콘돔이 면세인 데 비해 생리대에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6만여명이 입법청원서에 서명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청원자들을 거들었다. 오바마는 “혹시 남성들이 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부 주 정부가 생리대에 과세하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남녀별 전용 혜택이 합리적인가’란 말초적 문제제기는 가장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발현된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2009년 ‘전립선암 국가 암 검진 추진 사업단’을 출범시키며 전립선암을 ‘국가 지정 5대 암’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할 때, 이들은 5대 암 선정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 5대 암이 위암, 간암, 대장암에 더해 여성에게만 발병하는 유방암, 자궁경부암으로 구성된 반면 남성 암은 방치됐다는 항변이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발생 빈도, 조기 검진의 효과를 고려했을 때 국가가 조기 검진 비용을 지원하는 암의 범주에 전립선암을 포함시키는 게 시기상조”라고 난색을 표하는 반면, 관련 의학계는 “전립선암이 급증 추세인 데다 의료진의 노력으로 조기 진단 시 과잉 진단 우려가 줄고 있다”며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논쟁은 잠복했다 비슷한 쟁점이 나올 때마다 무한 반복되는 중이다. 올해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 무료 국가예방접종 항목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추가할 때에도 “남성의 전립선암 조기진단 비용은 방치하고…”란 푸념을 정부는 감수해야 했다. 남과 여, 명확한 구분 앞에서 각자 벌이는 캠페인이 묘하게 대척점을 이뤄 호사가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예컨대 아모레퍼시픽이 설립기금 전액을 출자해 설립한 한국유방건강재단이 2001년부터 15년 동안 유방암 극복 캠페인인 ‘핑크 리본’을 이끌었다면, 대한비뇨기종양학회는 2004년부터 매년 전립선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인 ‘블루 리본’을 실시 중이다. 떠밀리듯 성별에 따른 질병 관련 논란의 복판에 선 이들은 “남녀 간 제로섬 싸움을 노리는 게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비뇨기종양학회 홍성후(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홍보이사는 “국가 5대 암에서 여성암의 비중만큼 남성암을 반영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발생이 늘고 조기 검진 시 사망률이 줄어드는 암이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한 국가 관리를 늘리자는 것”이라면서 “국가 5대 암 지정을 기다리지 않고 블루 리본 캠페인을 통해 인식 제고 활동을 벌이는 이유는 국민 건강에 매우 시급한 문제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전립선암을 국가 조기 검진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남녀 간 대결처럼 비화된 뒤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 같아 아쉽다는 눈치다. 이상화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실장 역시 “어떤 이슈를 막론하고 남녀 간 대결 구도가 성립될 경우 ‘축소 지향 논쟁’으로 흐르는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 생리대 부가세 면제를 주장할 때 소비자가격을 내리는 일과 함께, 한때 공중파 광고가 금지될 만큼 금기시됐던 생리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면도기는 면세 안 해 주냐’는 남성들의 분노가 대두된 순간 생리대는 ‘금기의 대상’에서 양지로 나오기는커녕 남성들에게 ‘저항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총평했다. 육아휴직·난임부부 지원과 같은 저출산 대응 정책들이 여성 우대 정책으로 폄하되고, 군대를 갈 의무가 없는 여성들에 대해 남성들이 갖는 오래된 박탈감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서로를 저항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이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생애사적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안기는 군대 문화를 개선해야 하는 게 아닌지, 여성의 생리나 남성의 전립선암 위험 등을 개인의 희생으로 감수하게 방치하는 사회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논의가 확대되어야 한다”면서 “남녀 중 하나의 성별이니 고통을 인정하라는 식의 제도는 박탈감과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남성은 여성이, 여성은 남성이 행여 더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릴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말’의 영역에 과잉적으로 특화된 현상일 수도 있겠다. 오픈마켓 옥션이 2일 올해 1~5월 생리대, 면도기, 콘돔의 남녀 구매 비중을 조사했더니 3개 품목 모두 4개 중 1개꼴로 주사용자 반대 성이 구매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생리대의 23%를 남성이, 면도기의 25%와 콘돔의 24%를 여성이 샀다. 생리대 가격 인하가 꼭 여성의 혜택이고 면도기에 붙은 조세 부담이 꼭 남성만의 것이 아니란 방증이다. 역으로 여성 전용 용품이란 이유로 생리대 가격 급상승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일어나지 않고, 남자들의 푸념으로 치부해 전립선암 조기 검진 캠페인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사회 구성원 모두 돈 잃고 몸 상하는 비용의 범주 안에 든다는 결론도 나온다. 남녀 대립 형태의 ‘논쟁 병목 상태’에서 벗어난 미래를 그리려면 리본을 떠올리면 된다. 국내에서 핑크 리본과 블루 리본이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전 세계 의료계에선 더 많은 리본이 경합 중이다. 에이즈 감염인을 위한 ‘레드 리본’, 골다공증 극복 의지를 담은 ‘레이스 리본’, 기아·백혈병 환우를 생각하는 ‘오렌지 리본’, 자살 예방과 미아보호를 촉구하는 ‘옐로 리본’ 등이다. 남녀 간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평등에서 더 나아가, 모두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때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평등에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무지개색 리본들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중국이 선물한 판다 새끼 낳아…벨기에 ‘난리’

    중국이 선물한 판다 새끼 낳아…벨기에 ‘난리’

     중국이 유럽연합(EU) 친선외교 사절로 벨기에에 선물한 판다가 새끼를 낳았다.  벨기에 브뤼겔레트에 있는 파이리 다이자 동물원은 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암컷 자이언트 판다 하오하오가 전날 밤 새끼 한 마리를 낳았다고 발표했다.  이 성명은 “전 세계에 2000마리도 안 되는 판다가 생존하는 상황에서 모든 새끼 출산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지난 20년간 유럽 국가 가운데 오스트리아와 스페인만 중국의 도움으로 판다 번식에 성공했다. 이번 경사로 벨기에는 유럽 국가 가운데 3번째로 판다 새끼를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어미 판다와 새끼 모두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벨기에 언론이 전했다.  새끼 판다의 성별과 이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오하오는 지난 2월 수컷 싱후이(星徽)의 정자를 인공 수정받아 임신했다.  동물원 측은 지난달 18일 하오하오의 임신 사실을 밝혔으나 실제 출산에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멸종 위기종인 자이언트 판다의 임신과 출산은 매우 드문 일이다. 중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태어나는 판다는 매년 평균 30마리에 불과하다.  하오하오와 싱후이는 2014년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벨기에 방문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파이리 다이자 동물원에 15년 기한으로 임대한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이다.  이들 판다는 중국을 떠날 때 중국주재 벨기에 대사관으로부터 특별 비자를 발급받고 공항 환영식에 당시 엘리오 디뤼포 벨기에 총리가 영접을 나올 정도로 벨기에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판다는 벨기에의 해묵은 지역 갈등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벨기에 어느 지역 동물원에 판다를 보내느냐를 놓고 프랑스어를 쓰는 남부 왈롱과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 주민들이 갈등을 빚었다.  프랑스어권인 파이리 다이자 동물원에 판다가 보내져 인파가 몰리자 벨기에에서 가장 유명하고 역사가 깊은 네덜란드어권 안트베르펜 동물원 측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남성우월주의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

    [송혜민의 월드why] 남성우월주의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미래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으로 한국사회가 불안과 공포, 분노의 여진을 갖고 있던 지난달 29일 오전 3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20대 남성이 여대생(22)의 몸에 알콜을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끔찍한 범죄였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탈리아에 만연한 남성 우월주의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및 우월주의가 개별 국가 단위를 초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155건, 구타사건이 8856건, 스토킹 사건이 1261건에 달했지만, 이중 신고를 한 여성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의 남성 우월적 사고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며 어린 시절부터 교육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러한 사상이 문제로 지적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국가와 종교를 막론하고 보편적 사상으로 인식되어 온 남성우월주의,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남성우월주의를 품은 역사 남성우월주의의 역사는 수렵채집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존을 위해 자연과 동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당시 인류가 스스로 집을 짓고 도구를 이용해 가축을 기르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타인 혹은 자연과 동물로부터 자신의 것, 공동체의 것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발생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의 명확한 구분이 시작됐고,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이들이 믿는 신의 모습은 대부분 ‘남성’이 되었을 만큼 남성은 우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신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신이 등장하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제우스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테네 여신 등 일부 여신이 제우스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쳤지만, 서구 신화 속 가장 우월한 신으로 제우스를 꼽는 것에 있어 반대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종교는 또 어떠한가. 이슬람은 남녀 불평등 종교의 대표로 꼽힌다. 21세기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여전히 차도르와 히잡으로 온 몸을 감싸야 한다. 이를 단순히 옳고 그름이 아닌 문화적 차이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차별로 대두되는 이슬람의 남성우월주의가 10세 전후 어린 소녀의 강제 결혼과 오로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염산테러 등의 폭력적 행태를 낳은 것만은 사실이다. 자비와 자애를 강조하는 불교에도 여자는 남자가 되어야만 성불할 수 있다는 전여신설(轉女身說), 여성은 제석천(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나 범천(불교의 호법수호신), 불타가 되지 못한다는 여인오장설(五障說) 등이 존재하며, 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지위가 비교적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비구니는 비구의 종속적 위치에 있다. 이밖에도 다수의 개신교는 현재도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며, 대대로 남성 교황을 필두로 해 온 가톨릭 역시 종교적 자유는 인정하나, 주요 보직을 둘러싼 종교 내 정치적 자유는 불허하는 반쪽 평등을 고수한다.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심화는 남성 중심 사회를 만들었고 이것은 남존여비, 남성우월사상으로 가지를 뻗쳤다. 사상이 또 다른 사상을 낳으면서 17세기 이후 조선 여성들은 ‘칠거지악’, ‘삼종지도’ 등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예속적 숙명을 따라야 했다. 결국 시대와 종교, 국가를 불문하고 인류는 끊임없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해 왔으며, 이러한 구별이 나아가 차별 및 남성의 우월주의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성 평등을 위한 노력 지금 이 시간에도 남성우월주의를 타파하고 여성 인권신장을 이루기 위한 각양각색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 흥미로운 것은 신(神)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서 인간의 성 차별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해, 영국 성공회 교회의 한 여성 주교는 신을 표현할 때 남성을 지칭하는 대명사인 ‘He’ 대신 ‘God’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글로스터의 레이첼 트레위크(Rachel Treweek) 주교는 “신은 인간을 창조하셨지만, 그렇다고 신(God)이 남성(Male)인 것은 아니다. 신은 신일 뿐(God is God)”이라면서 “신을 묘사할 때 ‘그’(He) 또는 ‘그녀’(She)의 대명사를 쓰는 것 보다는 ‘God’의 표현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면서 “나는 그 누구도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신학자들은 “언제나 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말해왔지만 우리가 스스로 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신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나긴 역사적·종교적 근거를 들어, 누군가는 남성우월주의를 포함한 성 차별적 습성이 인류의 내재된 본성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남성우월주의와 여성 차별은 그저 문화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성(神性)의 성별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신학자들의 주장처럼, 여성과 남성의 가치를 달리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남녀가 아직 평등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기 마련이다. 성 평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남성우월주의가 타파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신세계티비쇼핑, 6월 1일부터 방송제작센터 개국

    신세계티비쇼핑, 6월 1일부터 방송제작센터 개국

     신세계가 운영하는 T-커머스 사업자인 ‘신세계티비쇼핑’은 6월 1일부터 방송제작센터를 개국한다고 31일 밝혔다.  신세계에 따르면 기존 홈쇼핑 산하 T-커머스 사업자를 제외하고 자체 방송제작센터를 보유한 T-커머스 사업자는 신세계티비쇼핑이 처음이다.  신세계티비쇼핑 방송제작센터는 560㎡ 규모로 A스튜디오(254㎡)와 B스튜디오(173㎡), 모바일 스튜디오(132㎡) 등 모두 3개의 스튜디오로 구성됐다.  각 스튜디오는 패션·생활(A스튜디오), 주방·식품(B스튜디오) 등 방송 특성별 특화된 형태를 갖췄다. 모바일 스튜디오는 신개념 상품 소개 영상 서비스인 ‘비디오PICK(픽)’ 촬영을 전담한다. 비디오픽은 신세계티비쇼핑의 차별화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상품의 실제 이용기를 재미난 클립 동영상으로 제작해 소개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웹과 모바일 사이트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바로보기가 가능하다. 신세계티비쇼핑은 Full(풀)-HD 시스템 기반으로 방송, 온라인 등을 연계할 수 있는 MAM(미디어 자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화된 영상 콘텐츠를 플랫폼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영상으로 편집, 송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신세계티비쇼핑은 지난해 11월 브랜드 출시 이후 이달 말까지 회원가입 고객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회원가입 고객 100만명 돌파와 방송제작센터 개국 기념으로 6월 1일부터 12일까지 ‘텐!텐!텐! 고객감사대전’이 진행된다. 삼성, 신한, 현대, BC, 농협, 하나카드로 5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금액의 10%를 할인해주고 신세계티비쇼핑 포인트 10%를 추가 적립해 주는 행사다. 또 행사 기간 구매횟수가 2회 이상 누적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전 고객을 대상으로 신세계상품권 10만원도 증정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식당서 나가” “한국서 나가” “징그럽다”…삶이 차별받는 弱者들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식당서 나가” “한국서 나가” “징그럽다”…삶이 차별받는 弱者들

    “휠체어를 탄 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무조건 나가라는 겁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모(55·여·지체장애 1급)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동구의 한 돈가스 음식점에 식사를 하러 들어가려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가게 주인이 휠체어는 공간을 많이 차지해 통행에 방해가 된다더군요. 휠체어가 탁자 하나 정도 크기라고 따졌더니 가게 주인도 목소리를 높였어요. 결국 장애인들이 식당에 있으면 일반 손님들이 안 들어온다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김씨가 혐오 발언을 들은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지하철 왕십리역 복도를 지날 때는 한 시민에게서 ‘왜 걸리적거리게 돌아다니냐. 집구석에나 있지’라는 말을 들었고, 한 노인은 그를 보고 ‘요즘엔 안락사도 있던데…’라며 혀를 찼다.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내재됐던 혐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약자가 강자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약자끼리 혐오하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장애인, 이주 노동자, 난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차별이 없어야 하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위협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30일 “혐오는 개인의 기호 또는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생기는 사회적 현상”이라며 “계층 이동이 힘들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면서 생긴 피해의식이 위협적 표현, 조롱 등의 형태로 사회적 약자에게 표출되는 것이 ‘혐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접수된 장애인의 ‘정서적 학대’ 상담 건수 389건 가운데는 ‘비하 발언 등 언어폭력’과 관련한 것이 138건(35.5%)으로 가장 많았다. ‘모욕’ 관련 상담이 46건(11.8%), ‘사이버상의 언어폭력’과 ‘불친절 및 무시’ 관련 상담이 각각 42건(10.8%)이었다. 지난해 일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은 ‘장애인에게 사람 대접을 해 줘야 합니까’, ‘한국 기업에 찾아가 민폐네(민폐를 끼치는) 이런 애들 있잖아. (중략) 자폐아들이 많은 것 같아’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 문제도 심각하다.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똥남아’라고 비하하거나 파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파퀴’(파키스탄+바퀴벌레)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국인은 ‘짱깨’ ‘짱꼴라’라고 낮잡아 부른다. 네팔 출신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슈퍼마켓에 가면 가게 주인이 처음에는 한국 사람인 줄 알고 존댓말을 하다가 외국인인 걸 알면 반말을 한다”며 “직장에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해도 ‘한국에서 나가라’는 식의 얘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소수자도 혐오 발언으로 고통받는다. 13~18세 성소수자 200명 중 80%(160명)가 학교 교사에게서 “(성소수자는) 더럽다”, “역겹다”, “징그럽다” 등의 혐오 발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혐오 발언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자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독일은 특정 민족, 인종, 종교적 집단을 모욕하고 악의적으로 비방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에 처한다. 영국, 프랑스 등도 혐오 발언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박기령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종, 성별, 민족, 연령, 지역,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차별금지법령을 제정하고, 혐오 발언도 차별 사유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오 발언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폭력과 다름없기 때문에 증오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며 “우선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혐오 발언을 차별 행위로 간주한 뒤 무엇을 혐오 발언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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