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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소자, 철학강의 30분만에 “저기요…”

    재소자, 철학강의 30분만에 “저기요…”

    위기를 맞고 있는 인문학이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삶의 정체에서 헤매던 교도소 수용인과 노숙인,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서다. 이들은 낯선 인문학에서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찾고 있다. 소외계층에게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일명 ‘클레멘트 코스’의 한국판이 정착하고 있다.13일 의정부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인문학 강의를 계기로 이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클레멘트 코스의 현주소를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인문학을 배운다는 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나중에 어떻게 살지 알고 싶었는데,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가 막막했죠. 다음 수업이 기대됩니다.” 13일 의정부 교도소에서 미국의 ‘클레멘트 코스’와 같은 인문학 수업을 처음으로 들은 수용자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1995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클레멘트 코스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을 말한다. 노숙인과 수용자, 마약 중독자 등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기보다 인문학적인 교육을 통해 살아갈 힘을 주자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노숙인과 성매매 피해여성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은 개발돼 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용자들이 이 과정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동운 교도소장은 “수용자 재(再)사회화를 위한 직업훈련은 많았지만, 정작 인간의 내면과 자아를 성찰하게 하는 과정은 없었다.”면서 “인문학 강의가 수용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 복귀를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사와 학생 모두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오후 1시30분부터 진행된 수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학생은 잔뜩 긴장했고, 강사로 나선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는 학생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바빴다. 이렇다 할 반응이 없이 30분 정도 지났을까. 조 대표가 짐짓 자신이 영화 ‘강원도의 힘’ 출연자라고 너스레를 떨자, 한 수용자가 “촬영을 어디에서 했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강릉과 속초라고 지명이 나오자 수용자들이 활짝 웃는다.“우리 집이 거기예요. 참 좋지요.” 교감이 통한 듯했다. 수업내용과 관련된 질문도 간간이 나오며 수업은 서서히 제 궤도를 찾아갔다. 조 대표는 6주 동안 수용자들과 함께 정확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는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철학을 이용해 삶을 이겨내는 방법을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용자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희경 김민희기자 saloo@seoul.co.kr
  • [인문학 ‘희망 밑거름’ 될까 (상)] 소외층 위한 ‘클레멘트 코스’ 한국등 6개국 57개 코스 운영

    미국의 빈민교육 활동가 얼 쇼리스(69)는 1995년 뉴욕 맨해튼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죄수와 마약 중독자, 에이즈 감염자 등이었다. 강의를 시작한 건물 이름을 따 ‘클레멘트 코스’라고 불린 첫 강좌는 성공적이었다. 참여자 31명 가운데 17명이 강의를 수료했고,1명을 제외한 전원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전일제 일자리를 얻었다. 일자리를 못 얻은 1명은 원래 맥도널드에 취직했지만, 노조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해고당했다.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 4개 대륙 6개 나라에서 57개 클레멘트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멕시코, 아르헨티나, 호주,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인문학 강의가 생기거나 확대되고 있다. 카리브해 근처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이 곧 이 대열에 합류한다. 도미니카에서 새로 생길 인문학 강좌를 듣게 될 학생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홈리스 여성들이다. 이들은 바느질과 컴퓨터도 배울 예정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아프리카에 클레멘트 코스가 상륙한다. 가나의 가나대학이 빈곤층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하겠다고 나섰다. 아프리카 최초로 강의를 듣게 될 수혜자는 일년의 절반을 떠돌며 유목생활을 하는 하우사족이 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 곧 인문학 강좌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에 인문학 강좌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이 강좌가 빠르게 퍼지고 의미 있는 효과를 내고 있는 사례로 손꼽힌다.2005년 다시서기센터의 성프란시스대학이 설립된 뒤 수료생이 생기기 시작했다.1기 31명 가운데 20명이,2기 20명 가운데 13명이 강좌를 끝까지 마쳤다. 수료한 뒤에 방송통신대를 간 학생도 있고, 가족과 연락을 재개한 노숙인들도 많다. 모두가 직업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문학 코스를 수료한 인원은 15명으로, 이들은 모두 취업하거나 창업에 나섰다. 클레멘트 코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강사들에게 적정 수준의 강사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강사에게 인문학 강의는 봉사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빈자들로부터 강사들이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성프란시스대학은 ㈜삼성코닝의 지원을 받아 재원을 마련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성공센터 W-ing의 인문학 코스는 국가가 지원한다.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 코스 역시 국가가 비용을 마련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여성운동 대모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여성운동 대모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진해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원로 여성학자 이효재(83) 전 이화여대 교수가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창립 2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여성학자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데 선생님 곁에만 가면 깊은 감화를 받는다.”며 그의 존재를 불교의 ‘큰스님’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씩은 그 ‘기’를 받기 위해 진해에 다녀온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아서인지, 이 교수도 서울에서 후학들이 청하면 마다하지 않고 올라온다. 그러나 근래 들어 언론과의 인터뷰는 거절해 왔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말이 너무 길어지고, 반복이 많다는 걸 발견하고부터라 했다. 그러나 서울 나들이길에서 어렵게 만난 이 교수는 매우 정정했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중간중간 가쁜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었던 것 외에는. ▶진해로 낙향하신 지 10년이 됐습니다. 연구 열정이 여전하신 것 같아요. “내려갈 때 조선시대 가부장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 결과가 2004년 ‘조선조 사회와 가족’ 책으로 나왔습니다. 작년에는 평전 ‘아버지 이약신 목사’를 냈습니다. 개인적 동기도 있었지만 식민지와 분단시대를 살아온 한 가족의 삶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서울사람의 역사만이 역사는 아닙니다. 지방의 민중사도 소중한 사회사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가족사를 쓰라고 권합니다.” 그 뒤로 약 1년 쉬었지만 이제 새로 일을 시작하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대신 ‘죽을 준비’로 쌓아놓은 강의노트와 사회운동 자료, 사진, 문건들을 정리해 자신의 ‘지성사’를 엮어보고 싶다고 했다. ▶유치하신 ‘기적의 도서관’이 개관 3주년을 맞았지요. “이곳 청소년들을 조사해 봤더니 75%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답이 나왔어요. 문화욕구를 풀 길이 없었던 거지요. 마침 방송캠페인이 있기에 백방으로 뛰어 어린이도서관을 설립했습니다. 자원활동가 엄마들과 어린이들이 책과 그림, 비디오, 각종 문화 프로그램들을 즐기며 얼마나 활기있게 움직이는지, 파급효과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사장됐던 여성들의 능력을 끌어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것. 이 교수는 진해 도서관 사례에서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을 본다고 한다. ▶진보적 여성운동단체라 할 수 있는 여성단체연합과 여성민우회가 올해로 창립 20년이 됐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사회개혁을 위한 여성운동 단체가 가능할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가족법개정 운동이 있긴 했지만 여성해방, 평등사회를 요구하는 급진적 여성운동은 처음이었거든요.20년 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됩니다.70년대 여성노동자투쟁과 더불어 활성화된 여대생운동 조직기반이 있었던 덕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권인숙사건, 정신대문제 제기에 이어 가족법 개정, 공보육도입, 호주제 폐지 등 많은 제도개혁 성과를 이뤄냈어요.” ▶국민의 정부 이후 여성운동단체가 행정부, 입법부 등에 많은 정치인을 배출하면서 권력화됐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민주사회에서는 정치를 비롯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참여가 이뤄져야 합니다. 여성운동가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정치참여를 할 수 있지요. 개혁적 정부가 개혁성과 경험을 갖춘 여성운동가를 요직에 기용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활동가들이 운동을 정치적 출세의 수단으로 삼는다거나 권력으로부터 분별없이 혜택을 얻기 위해 종속적 관계를 유지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운동단체가 정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독립적 권력’을 갖는 한 이를 ‘권력화’라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 교수 자신은 평생 정치와는 선을 긋고 학자와 사회운동가로서 자리를 지켰다. 이는 순전히 독재정부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 때 회유를 물리쳤고,1980년 ‘서울의 봄’ 이후 각종 민주화요구 서명을 주도한 결과 돌아온 것은 해직교수라는 멍에였다. ▶여성운동이 중산층 여성들의 이익옹호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는 여성운동도 노동문제에 관심이 컸어요. 그러나 노동운동이 자체 조직화돼 여성운동과 거리를 두게 되면서, 대학출신 주부들과 사무직 여성들이 여성민우회를 조직하게 된 겁니다. 이후 민주화운동과 법개정, 제도개혁운동에 집중하면서 빈민층, 노동자계층의 삶을 이슈화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요. 이번에 서울에 와서 보니 이 부분을 반성하고 빈민여성과 소외계층 문제를 새 과제로 삼겠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방화시대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 쪽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평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혁은 웬만큼 이뤘습니다.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평등을 구체화하여 진정한 변화를 실현하도록 해야 합니다. 민법 개정, 성매매 금지 등 여성운동의 성과들이 사회의 역공(逆攻)을 받는 것은 아직도 우리의 관습 속에 차별과 대립, 폭력과 억압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역의 풀뿌리 단위, 혹은 각 전문분야별 수준에서 새로운 문화를 싹틔워 가도록 하고 중앙 여성단체는 이를 연결시키는 미디에이터( mediator) 역할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통 사회의식이 없습니다. “그동안 여성들이 짓눌려 산 데 대한 반작용으로 정체성 찾기와 전문성 개발, 열심히, 당당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기가 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자기주장, 개성만으로는 고립되어 성장에 한계가 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친지, 이웃, 직장동료, 지역사회 등과 연대를 넓혀가야만 능력이 증가되고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민주화운동을 하신 입장에서 참여정부의 지지율 저하를 어떻게 보십니까. “참여정부가 제도개혁, 절차적 민주주의, 비리척결, 가부장적 권위주의 청산 등 한 일도 많았죠. 문제는 내가 지방에 있어 보니까, 열린우리당이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요. 정당이 풀뿌리들의 지지를 받아서 활동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자기들끼리 오직 대통령, 국회의원 되기 위한 목적으로 합쳤다, 헤어졌다 하는 겁니다. 민주화세력들 이제는 흩어져야 합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파고들어 풀뿌리민주주의 싹을 틔워야 해요. 그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여기저기 보이긴 하거든요.” ▶진보세력 일각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앞으로 한나라당이 집권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민주적인 정당정치에서 집권세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요. 그러나 보수 정당이 아직도 냉전시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언제까지 보수는 반북·반공·친미를 해야 한다고 할까요.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예요. 친북·반미로 언제 우주화시대를 따라가겠습니까. 과학이 발전해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여자 난자를 팔아 줄기세포를 만들자는 세상이에요. 보수·진보 모두, 우리가 진정 지키고 보호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질서와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을 잘 봐야 합니다.” 서울 일은 잘 모른다면서도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 예리하게 느껴졌다. ysh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이 효재 그는… 1924년 경남 마산 출생(만 83세). 이화여대 영문과를 2년 다닌 뒤 미국 앨라배마대, 컬럼비아대,UC버클리에서 사회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귀국 후 1958년부터 이대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 여성학과 가족사회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업적을 쌓는 한편, 실천적 운동에도 앞장서 평우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을 주도적으로 결성했다. 지은희, 신혜수, 이미경, 장하진, 최영희 등이 그의 제자.1980년 반체제 지식인으로 분류돼 해직되기도 했다.1990년 이대교수직 은퇴 후 1997년부터 제2의 고향인 경남 진해로 낙향. 이곳에서 부친이 세운 경신사회복지재단 부설 사회복지연구소 소장직과 진해어린이도서관 운영위원장을 맡아 지역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다.‘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1979)‘분단시대의 사회학’(1985)‘조선조 사회와 가족’(2004) 등 저서. 제1회 비추미 여성대상(2002), 제4회유관순상(2005) 등을 수상했다.
  • “北 인권탄압 심각 南은 성매매 만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폭압정권이며, 남한은 불법 성매매가 만연해 있다고 미 국무부가 6일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보고서는 비정부기구(NGO)보고와 언론보도, 탈북자 등의 면담기록을 인용해 “자의적 처형, 실종, 고문, 임의적 체포 및 감금, 정치범 수용소, 기본권 부인, 탈북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등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대해선 퇴폐 마사지 등 불법 성매매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전반적으로 인권을 존중하고 있으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강간 등이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으며, 여성·장애인·소수 민족 등은 여전히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제정으로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긴 했지만 최근 중국·동남아 등지로 유행하고 있는 ‘섹스 관광’을 다룰 법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외국인 보호체계 재정립의 과제/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외국인 ‘보호’는 일상적 용어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권력적 행정작용으로서 행정처분이고, 인신의 자유를 박탈하는 ‘억류’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외국인 보호시설은 ‘구금시설’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11일 새벽 전남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실에서 외국인 9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304호실에 수용되어 있던 한 중국인이 혼란을 틈 타 탈출할 목적으로 일회용 라이터를 이용해 바닥재에 불을 지른 사건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보온을 위해 깔아놓은 매트리스가 화재시 유독가스를 뿜는 우레탄 재질이었고, 보호실들이 방화벽 없이 쇠창살로만 구획되어 있으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화재 발생시 수용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당직 직원들이 소화기 등을 이용한 화재 초동 진압에 실패하였을 뿐 아니라, 보호실 화재시 대처 요령을 숙지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수용자 대피가 지체되는 바람에 단순화재에 그칠 수 있었던 사고가 대형 참사로 커졌다. ‘감금시설’ 화재 참사는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2001년 5월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기숙형 대학입시학원에서 담뱃불에 의한 화재로 학원생 10명이 사망했다. 불이 난 강의실은 불법으로 지은 가건물이었는데, 스프링클러·방화문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화재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해 내지 못했으며, 출입구는 학원생들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밖에서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둘째,2002년 12월 충남 서천시 복지원 화재로 장애노인 10명이 사망하였고,2006년 12월 광주시 남구 송하동의 복지선교원 방화 사건으로 보호실에서 잠자던 수용자 4명이 숨졌으며,2000년 11월에는 서울 중곡2동 신경정신과 화재로 환자 8명이 사망하였다. 그 사건들은 쇠창살, 밖에서 걸린 자물쇠, 폐쇄회로 TV라는 공통 요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셋째,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쉬파리 골목 집창촌 화재사건(5명 사망),2001년 2월 부산 완월동 성매매업소 화재사건(4명 사망),2002년 1월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사건(14명 사망),2005년 3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집창촌 성매매업소 화재사건(5명 사망) 등으로 감금 상태에 있던 성매매 여성들이 사망하였다. 그들은 감금장치 때문에 제때 몸을 피하지 못하고 숨져갔다. 이 모든 사건들이 작은 화재로 그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대형 참사가 되었다. 과거 감금시설 화재 사건들이 민간업주의 관리 소홀 또는 강제감금이라는 인권유린의 결과였다면,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실 화재 참사는 국가의 관리 미숙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외국인 보호 체계 자체를 재정립하는 게 필수적이다. 첫째, 정부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여 ‘보호’의 내용과 절차를 명시하여 인권침해 시비를 없애야 한다. 현행처럼 출입국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방식은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보호 받는’ 외국인에게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호 제도와 그 운영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위기 대응 체계를 개발하여, 직원들이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생명 존중과 안전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함은 부언할 필요가 없다. 셋째, 피보호 외국인을 충실히 관리할 수 있는 인적·물적 기반이 확충되어야 한다. 여수 참사는 폐쇄회로 TV를 통한 전자 감시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 섹슈얼리티의 진화/도널드 시먼스 지음

    #88올림픽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유독 여름에만 막히는 구간이 있다. 바로 수영장 구간인데, 이곳을 운전하면서 지나가는 남성들이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선탠하는 광경을 구경하느라 길이 막힌다고 한다. #남성잡지인 ‘플레이보이’는 상당히 잘 팔리지만, 남성의 누드가 나오는 ‘플레이걸’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팔리는 경우도 특집기사 때문이거나, 남성 동성애자들이 구독한다고 한다. ‘섹슈얼리티의 진화(도널드 시먼스 지음, 한길사 펴냄)’를 옮긴 김성한씨가 남성과 여성의 성 특징을 단편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 1979년 펴낸 것으로 인간의 성 특성을 진화심리학적으로 바라보았다. 인간의 감정이나 보편적 정서를 막연한 추측이 아닌, 유전학이나 현대 생물학의 성과를 토대로 설명을 시도하는 이론이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은 유전자를 기본으로 보통 사람의 전형적 심리를 설명한다. 성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논의의 이정표가 된 ‘섹슈얼리티의 진화’는 남녀에게 똑같은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도 결국 성 특성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남성의 특징은 ▲다수의 성 파트너를 얻으려 한다 ▲여성을 놓고 동성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 ▲성적인 독점욕이 강하다 ▲시각적인 자극에 강하게 반응한다 ▲건강하고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 등으로 정리된다. 반면 여성은 ▲다수의 성 파트너를 두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성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이성에 대한 독점욕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 ▲시각 외에 다른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성적인 자극을 느낀다 ▲상대의 젊음이 중요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다 ▲성관계를 맺거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한다는 성 특성을 보인다. 20년전 발표된 이 책은 특별히 새로운 실험결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56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류학과 교수답게 각종 다양한 보고서와 인류학적 지식을 인용해 인간의 성 특성에 대한 수많은 사례를 제시한다. 역자가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책의 내용이 기존 남성주의적 시각과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은 인간에게 있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표지에 실린 클림트의 그림 속 여인만큼이나 책의 내용도 유혹적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北 마약거래 지원 확증 없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그동안 북한이 저질러온 것으로 주장했던 각종 ‘불법 행위’들에 대해 다소 변화되거나 애매한 평가들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서 북한의 마약 밀매 여부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과거에 마약 생산 및 거래 등 범죄활동을 지원해 왔을 수는 있지만 확증은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지난 2004년 이후 몇년 동안 마약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는 물증은 없으나, 마약거래를 중단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지난해 일본 언론들이 북·중 국경지역의 마약거래에 대해 많은 보도를 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사실일 경우 북한 당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거래가 아니라 소규모 마약거래에 개인들이 관여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의 마약 밀매 여부는 오는 5일부터 뉴욕에서 시작되는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인권, 위조 지폐 및 돈세탁, 가짜 담배 등 다른 이슈들과 함께 다뤄지게 될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에 국무부의 공식 보고서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그러나 이날 발표된 마약 보고서를 비롯해 국무부가 연례적으로 발행하는 인권보고서, 성매매 보고서 등 각종 보고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언론 보도를 인용하거나 목격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록하는 등 신뢰성에 의심을 받아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사실상 단절한 원인이 됐던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에 대한 평가도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북 특사를 지낸 조지프 디트러니 국가정보국(DNI) 북한담당관은 지난달 2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북한의 HEU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데는 아직도 확신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강한 확신은 아니며 중간 정도의 확신만 있다.”고 말했다.dawn@seoul.co.kr
  • 법조인등 20만명 호화 성매매

    최근 적발된 강남의 호화 성매매업소 3곳에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20여만명의 남성이 거쳐 갔고 매출이 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소 가운데 한 곳의 공동건물주는 초등학교 교사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일 강남 일대에서 ‘테마방’ 등이 설치된 호화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업주 박모(52)씨와 최모(57)씨를 구속하고 건물주와 성매수자 등 17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논현동과 역삼동 등에 사우나, 안마방, 목욕탕이 설치된 ‘에이스’와 ‘캡틴’을 차려놓고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씨는 200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역삼동에서 안마시술소 ‘휠플러스’를 운영해 1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휠플러스’의 공동건물주 4명 가운데 한 명인 A씨는 현직 교사로 확인됐다. 3개 업소의 이용자는 28개월 동안 20여만명, 매출액은 400억원에 이른다. 성매수자 가운데는 법조인, 교수, 언론인, 의사, 경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업소들은 ‘교실 방’‘스튜어디스 방’‘병원 방’ 등 테마를 정해 장소에 맞는 복장을 한 여성이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사회플러스] 성매매 테마방 업자 6명 적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26일 스튜어디스방 등 테마방을 만들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안마 시술소 운영자 박모(52)씨를 구속기소하고, 박씨 일당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에서 대형 안마 시술소 2곳을 운영한 박씨 등은 여종업원 30명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해 왔다. 논현동 업소에서는 2005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9000여명의 남성을 상대로 97억원을 벌어들였다.
  • ‘성매매여성 AIDS 검사 의무화’ 개정안 26일 재논의

    보건복지부의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26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권고안을 재논의한다. 복지부 개정안이 감염인(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를 검토해 달라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12일 전원위원회를 연 데 이어 두번째다. 인권위가 복지부의 관련 법률안 개정 추진안에 반대 의견을 낼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논의 중인 인권위 사무처안에는 보건소나 지자체가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를 하고 검진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감염인의 비율이 90%로 현저히 높은데 여성을 주요 검진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성차별의 소지가 있으며 형사적 제재를 동반하는 강제 검진은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또한 감염인이 감염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하거나 혈액·체액을 통해 에이즈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현행 조항을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콘돔 사용을 홍보하고 수혈시 혈액 감염 여부를 정확히 검사하는 등 근본적인 예방법을 도입해야지 감염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다는 판단이다. 특히 에이즈환자 중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높은 자가 복지부나 지자체의 치료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공무원이 치료 및 보호 조치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이 조항 역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감염인의 주소 이전시 보건소에 신고하는 조항은 다른 전염병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며 외국인 감염인을 내국인 감염인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권위 사무처안이 확정될 경우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보호와 국민건강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번 전원위원회는 1차 검토 과정이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성급하게 논란 운운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국선원 키리바시서 아동성매매 여전”

    남태평양 국가인 키리바시에서 한국선원들의 아동 성착취가 계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3년 키리바시 정부가 한국어선 정박을 금지할 정도로 한국선원들이 주점이나 배안에서 아동 성매매를 일삼았고, 이 사실이 2004년 국제회의에서 발표돼 국가적 망신을 당했었다.2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지난해 12월19일부터 10일간 키리바시 현지 정부기관, 민간단체, 피해 여성 등을 상대로 한국선원의 상업적 성착취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선원들이 14세 미성년자까지 성매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하)] 청소년위 교육이수 성범죄자 944명…재범률은 0.1%

    “시간이 흘러서 무뎌지고, 잊으려 했는데 교육을 받으라고 해서 짜증이 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잘못을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몇 분의 즐거움을 위해 나의 행복을 깨지 않겠습니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저위험군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재발방지 교육프로그램이 재범 억제 효과를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소년위 관계자는 22일 “교육을 이수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900여명 가운데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단 한 건으로 재범률이 거의 0%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소년위는 지난 2003년부터 성범죄자 중 저위험군을 대상으로 범죄 피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왜곡된 성 인식을 교정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 상담, 피해자 증언, 참여극 등이 교육 내용이다. 지금까지 944명이 교육을 받았고, 이 가운데 재범자는 1명으로 재범률은 0.1%였다. 청소년위가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범죄자 4809명 중 재범자는 67명이고, 신상공개자 5157명 중 재범자는 38명이었다. 신상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재범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위가 지난해 상반기 신상공개대상자 가운데 교육을 이수한 청소년 성매수 범죄자 1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2%는 범행사실이 드러난 이후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별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인과 헤어진 경우는 3.5%였으며, 일자리를 잃거나 직장을 옮긴 경우는 4.8%였다. 청소년과 성매매 직후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54.7%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별 느낌이 없었다는 응답자도 23.6%나 됐고, 기대와 달라 실망스러웠다는 답도 7.4%였다. 하지만 교육 이후에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는 ‘보통’이라고 응답한 5.4%를 제외한 94.6%가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이라고 답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중)] 2만~5만원 주고 남자 청소년과 ‘은밀한 거래’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중)] 2만~5만원 주고 남자 청소년과 ‘은밀한 거래’

    성인 남성들은 남자 아이와 청소년들을 성폭행·추행하는가 하면 용돈이 필요한 일부 남자 청소년들의 성을 매수하고 있다. 경찰은 여자 청소년 등의 성폭행·추행에는 감시와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남자 청소년과 남아 대상 성범죄에는 눈길을 주지 못한다. #1 2004년 지방의 한 중학교로 A(46)씨의 전화가 걸려 왔다.“생활이 어려운 남학생의 후견인이 돼 도와 주겠다.”는 얘기에 학교측은 별 의심 없이 소년가장 영일(당시 13세·가명)이를 연결해 줬다. A씨는 영일이를 만난 뒤 맛있는 것을 사준다면서 여인숙으로 데려가 강제로 성추행했다. 그는 며칠 뒤 이웃 초등학교에 다니는 12살 남자 아이에게도 같은 짓을 저질렀다. #2 노점에서 국화빵을 파는 B(43)씨는 학원을 오가던 우신(9·가명)이에게 국화빵을 주면서 “아저씨가 외로우니까 집에 같이 가자.”고 꾀었다. 집으로 데려가 우신이에게 변태적인 성행위를 했다. ●폭행, 흉기 이용해 협박한 뒤 추행 변태 성인들은 어린 초등학생들에게는 우신이에게 사용했던 유인책을 쓰고 청소년들에게는 협박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때로는 장난감을 사주기도 한다.C(37)씨는 “주머니에 칼이 있다. 옷을 벗지 않으면 찌르겠다.”고 아이들을 위협한 케이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생인 남아 3명을 하수도로 끌고가 성추행했다. 영어학습지 교사인 D(46)씨는 수업시간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서 남자 초등학생 2명의 배를 간질이는 장난을 치면서 신체접촉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을 깨물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는 등 추행의 수위를 높였고, 이런 행위를 1년6개월 동안 계속했다 지난해 신상이 공개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분석한 결과 남자 피해자 47명 가운데 성매수 피해자가 1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은밀한 거래’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13살 제규(가명)는 2004년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 채팅을 통해 무려 6명의 성인 남성과 ‘조건만남’을 가졌다. 장소는 남성의 집이나 승용차, 공중화장실 등으로 달라졌다. 제규의 손에는 대가로 한번에 2만∼5만원이 쥐어졌다. 제규에게 ‘용돈’을 준 남성들의 연령은 20∼40대로 다양했고, 직업도 회사원·대학생·자영업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 변할 가능성” 제규의 성을 산 6명의 범죄자 가운데 한 명은 1000만원, 나머지 5명은 300만∼500만원의 벌금을 내는 데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은 성매매를 하더라도 ‘성관계’가 아니라 ‘유사성교행위’로 분류된다.”면서 “유사성행위는 성관계에 비해 형량이 낮고, 대부분은 벌금형으로 풀려난다.”고 말했다. 청소년위원회 청소년성보호팀 이은옥 사무관은 “남성 청소년 성매수에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바로 재범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자는 어른이 되고 나서 성 가해자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2004년의 서울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범 정남규도 초등학생 때 성인 남성에게 변태적인 성폭행을 당한 뒤 왜곡된 가치관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어릴 적의 성적 학대 상처는 자기파괴적인 자살, 정신질환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타인에게 되갚아 줌으로써 손상된 남성성을 회복하려는 공격적 욕구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박지윤기자 wisepen@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중)] 아동 성범죄자 그들은 누구

    “얼마 전 이사 온 옆집 아저씨가 혹시?”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성범죄자 가운데 동종전과자가 11%에 이르지만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하면 재범률은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재범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성범죄자인지를 주민들이 파악하기 어렵다. 아동성범죄자들의 신상은 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youth.go.kr)에 공개된다. 범죄자의 이름·생년월일·법원 판결문에 나타난 직업, 가해자가 살고 있는 자치구 정도의 정보만 나타난다.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 이후 추가조치가 없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도 그가 성범죄자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미국에선 아동성범죄자가 포함된 성범죄자등록부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알려준다. 일본은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재범방지조치대상자등록부를 만들고 재범방지담당관을 지정해 특별관리한다. 해바라기 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우리나라도 아동성범죄자등록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3세 미만의 어린 아이나 7세도 되지 않은 유아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성인들은 의학적으로 정신 질환인 소아성기호증(페도파일) 환자로 분류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유숙 과장은 “소아성기호증 환자는 성인 여성한테는 성욕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전문연구원은 “아동 성범죄자들은 나이가 어린 사람일수록 깨끗하고 청순하다고 인식해 호감을 갖는 반응이 일반 남성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성적 욕구뿐 아니라 자신의 열등의식을 해소하기 위해 아동·유아에 집착한다는 분석도 있다. 강은영 연구원은 “아동성범죄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 적응 실패 또는 배우자로부터 박대를 받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의 경험으로 열등감에 빠진 사람이 많다.”면서 “이들은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아동을 선택한 뒤 성적으로 학대해 열등의식을 푸는 욕구를 갖는다.”고 진단했다. 인터넷 대중화와 청소년의 빨라진 성장 발육도 아동성범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유숙 과장은 “겉보기에 중학생과 다를 바 없는 초등학생이 많아진 것도 초등학생 대상 성폭력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표창원 교수는 “어린 성을 원하는 남성들에게 인터넷 채팅이라는, 아동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도 아동성매매 급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초등생 性매수 급증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초등생 性매수 급증

    용산 초등생 허모(당시 8세)양이 성추행을 당하고 살해된 지 22일로 꼭 1년을 맞는다. 사건 직후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 정치권에서는 아동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며 앞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성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성범죄 대상은 청소년에서 13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남자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아동 성범죄 실태와 법적·제도적 문제점 등을 3회로 나눠 짚어본다. # 1 초등학생 은희(12·가명)는 가출한 뒤 지낼 곳이 없어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친구 아저씨’에게 연락을 했다. 아저씨는 여관에서 재워주는 대신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에 응한 은희는 3만원을 받았다. # 2 중학생 선희(가명)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아저씨에게 끌려가 야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10살때는 이 아저씨와 여관에서 성관계를 맺고,‘용돈’ 2만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 선생님도 선희를 불러 성 관계를 맺고 용돈 1만원을 줬다.3년동안 무려 4명의 성인과 이런 관계를 맺고 용돈을 받았다. 사리판단 능력도 없고 철도 들지 않은 13세 미만의 아동에게 금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일방적인 성매수 형식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원조교제의 대상이 초등학생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원조교제 대상 초등생까지 확산 20일 청소년위원회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성매수했다고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는 2004년 7명에서 2005년 18명,2006년 21명으로 3년만에 세 배 늘었다. 성매수를 포함한 성추행·폭행은 2004년 577명→2005년 698명→2006년 774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피해 아동과 부모가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성매수, 성폭행·추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성매매 지원 쉼터에서 생활한 A(15)양은 “인터넷 채팅을 하다 보면 더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나오라는 아저씨들이 많다.”면서 “초등학생들은 게임머니나 갖고 싶은 물건, 몇만원만 쥐어줘도 쉽게 ‘조건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 성인들은 9∼12살의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남을 갖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남성들이 교복을 입은 여중·고생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조건만남을 성사시키고 나면 시들해진다.”면서 “그럴수록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결국 초등학생에게까지 눈을 돌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13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성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성관계에 합의하겠느냐.”면서 “겉으로는 성매매지만, 엄연히 강간에 해당된다.”며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청소년기 이후 후유증 심각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과장은 “마치 동네 가게에서 먹고 싶은 것을 슬쩍하는 것처럼 원하는 걸 갖고 싶어하는 단순한 어린이의 심리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기에 이르러 자발적으로 한 행동의 의미를 알고 나면 그만큼 더 후회하고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성적 충격을 겪은 아동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성에 대한 혐오감, 정체성이나 존재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의 후유증을 앓게 된다는 지적이다. 나중에 엄청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동 성범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외국처럼 강간으로 엄벌해야”

    성매매여성 보호 쉼터에 있다 환각 등 정신병적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경아(가명·17세)는 초등학생 때 동네 아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아저씨는 성폭행을 하고 나서 항상 용돈이나 먹을 것을 줬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자 경아는 성을 이용해서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생존의 방법’이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병원에서 친절하게 돌봐주는 남자 직원들에게도 육체적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몸을 접촉하는 등의 성적인 행동을 보이곤 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매수는 이처럼 피해자의 청소년기는 물론 인생과 성적 관념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중범죄에 해당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는 그래서 끊어지지 않는다. 서울신문이 청소년위를 통해 ‘13세 미만 아동 성매수’ 혐의로 판결이 확정된 62명의 형량을 입수, 분석한 결과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8명(12.9%)에 불과했다. 징역형을 받은 범죄자들의 평균 형량도 1인당 12.4개월에 그쳤다. 집행유예가 29명(46.8%)으로 가장 많았다. 절반 가까운 40.3%는 벌금을 내고 풀려났고, 이들이 낸 평균 벌금은 고작 364만원이었다. 아동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형벌이다. 청소년위 관계자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청소년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성매수에 대해서는 성범죄자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3세 미만 아동과의 성관계를 ‘합의’에 의한 성매매로 분류하는 법적 판단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대 경찰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13세 미만의 아동에게 금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가해자들은 상대방도 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고, 사실상 돈이나 환경을 이용한 강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없도록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등 처벌의 원칙 자체를 못박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북유럽 등에서는 청소년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16∼18세 이하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는 당사자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강간으로 간주해 중벌을 내리고 있다. 아동성폭력상담을 맡고 있는 해바라기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성폭력 특별법에서도 미성년의 기준을 13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일 뿐”이라면서 사실상 13∼14세 청소년도 성에 대한 가치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통합적 인지능력을 주관하는 전두엽이 완전히 성장하는 만 16세 정도로 기준 연령을 올리고 그 이하의 청소년, 아동과 성관계를 맺는 행위는 모두 강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미아 균촉지구내 2년간 신축등 제한

    미아 균촉지구내 2년간 신축등 제한

    서울 성북구는 미아 균형발전촉진지구(균촉지구) 가운데 자율정비구역으로 묶여 있던 길음동 31의1 일대 8421㎡를 계획정비구역으로 변경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로써 미아사거리 신세계백화점 주변을 길음 1구역으로 지정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구는 또 기존의 월곡 1·2구역의 면적을 조정해 공원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미아 균촉지구 전체에 대해 2009년 1월까지 2년간 건축물의 신축, 용도 변경 등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고시도 지난달에 냈다. 속칭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던 월곡동 성매매 집결지에는 폭 20m의 관통도로를 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도봉로에서 월계로로 가는 P턴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보상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길음 뉴타운과 인접한 길음구역(2만 8178㎡)에 27층 규모의 초고층 문화·교육·연구 건물 1개 동, 주상복합 3개 동 등 건물 4개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성매매 집결지와 인접한 월곡 2구역(1만 7686㎡)에는 33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4개 동과 공원을 만든다. 미아사거리와 접한 성북 1구역(1만 4900㎡)에는 문화·업무·판매 기능을 갖춘 41층짜리 초고층 건물 1개 동과 주상복합 3개 동, 분수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밖에 성매매 집결지가 집중된 월곡 1구역(5만 3773㎡)에는 33∼40층짜리 상가 1개 동, 주상복합 8개 동 등이 세워진다. 서찬교 구청장은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21개 동이 들어서면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지고 동북부의 중심 상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남창 스캔들… 러 군대 또 먹칠

    러시아 군대가 체벌 등 가혹행위에 이어 ‘남창 스캔들’로 또 한 차례 명예에 먹칠을 당하게 됐다. 러시아 검찰은 13일(현지시간) 군 장병들의 권익단체인 ‘군인의 어머니 모임’이 제기한 성매매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군인의 어머니 모임’은 상트페테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 인근에 있는 부대의 고참들이 신병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이로 벌어들인 돈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성매매는 부대 문 밖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거나 클럽에서 인터넷·전화로 예약한 고객들을 접촉하는 수법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에 응하지 않는 병사는 전기충격 등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의 엘라 폴야코바 대변인은 “성매매를 강요받고, 고문을 당했다는 병사의 부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병사들의 성매매를 유인하는 고객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내무부 대변인은 “제보자로 알려진 병사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면서 “성매매 주장은 군대 제도를 흠집내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군대는 고참들의 체벌과 가혹행위 등 거친 신고식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18세의 병사가 기합을 심하게 받은 끝에 다리와 성기를 잘리는 일까지 벌어져 군대 내 폭력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참 나쁜 언니들’ 10대포주 급증

    ‘참 나쁜 언니들’ 10대포주 급증

    후배 여중생들을 협박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속칭 10대 ‘포주(성매매 알선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30명에 불과하던 10대 청소년에 의한 성매매 알선이 올들어 8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성매매 피해를 당한 10대들이 ‘포주’인 가해자로 바뀌는 예가 적지 않은데다 이들이 점차 조직화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악순환 가출한 여중생을 유인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화대를 빼앗아 오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A(17)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쫓아다니던 ‘언니’들의 협박에 못이겨 4년 전 성매매를 강요받았던 피해자였다. 그러나 A양은 청소년보호소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고, 어느새 다른 10대들을 성매매로 끌어들이는 포주로 변했다. 올초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12살짜리 가출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시킨 뒤 돈을 가로챈 B(17)양 역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락한 예다. ●점차 조직화되는 10대 성매매 또래 남자친구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적발된 뒤 서울의 한 쉼터에 머물고 있는 C(18)양은 “구타를 밥먹듯 하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했지만 미용실 보조로 일해 번 돈은 한 달에 40만∼50만원에 불과해 성매매를 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죄의식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시절 ‘일진회’ 멤버였던 D(18)양은 가출을 한 뒤 돈이 궁해지자 성매매 알선 조직을 만들었다.D양은 성매매에 나설 청소년을 조직 내에서 혹은 가출 청소년들 가운데 고른 뒤 매수자를 접촉하고 돈을 가로채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해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지난 1일에는 중학교 후배에게 70여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뒤 2000만원을 가로챈 E(17)양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성매매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 관계자는 “흔히들 말하는 ‘일진회’ 우두머리가 자신이 거느린 그룹에 있는 얘들 가운데 한 명을 성매매로 내모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 여성청소년계 담당자는 “가출 청소년들이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쉽게 성매매에 빠져든다.”면서 “아이들에게 성매매가 아니라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 다그칠 것이 아니라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 발달의 어두운 측면이 음성적인 성매매의 토양을 제공했고, 영화 등에서 성매매를 너무 안이하게 다루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무감각증이 청소년에까지 확산된 결과”라면서 “입시교육만 할 것이 아니라 범죄에 의해 유린당하는 인권 문제를 초등생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물리적 폭력서 ‘자본 폭력’으로

    서방파의 옛두목 김태촌이 탤런트 권상우를 협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됨에 따라 조직폭력배와 연예인의 끈질긴 ‘악연’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권상우 사건과 관련해 폭력조직만 세곳이 거론되는데다 이들이 연예기획사와 얽혀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연예인과 조폭과의 연계는 시대를 거치면서 폭력→처첩→매니저→기획사 순으로 ‘물리적 폭력’에서 ‘자본의 폭력’ 게임으로 진화화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돈과 이권이 결부돼 있다. 이들의 악연이 처음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잘 나가던 희극배우 김희갑의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폭력을 저지르고도 벌금 3만환의 형을 받은 임화수. 그는 자유당 정권시 영화계의 황제로 군림했던 정치깡패로 수많은 여배우를 자유당 권력자에게 소개하면서 정권과 결탁하고, 평화극장을 아지트로 삼아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당시 유명했던 배우 김승호를 비롯해 김진규, 윤일봉 등을 구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로부터 시작된 조직폭력배의 그늘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1970∼80년대 중반까지는 조폭들이 일부 인기 연예인의 유흥업소 출입을 관리하고 매니저 겸 보디가드로 기생을 해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후 건설업과 사채업을 해오다 2000년대 초반에 일부가 이름을 하나 둘씩 OO연예기획사 식으로 바꾸면서 양지(?)를 지향하게 됐단다. 바로 이때 벤처 캐피털과 건설업계 등에서 비축한 엄청난 ‘자금’이 연예산업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폭력조직은 막강한 자본력과 물리적 힘을 바탕으로 급속히 세를 확장해 어엿한 연예기획사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연예계와 폭력계는 빛과 그림자처럼 하나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다. 지난해 2월 부산에서 유명가수 J씨의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에서 공연기획사 대표가 폭력배들을 동원해 술자리에 오라며 J씨를 위협하자,J씨 역시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두 조폭의 행동대원들이 충돌했다. 또한 서울 신촌 이대식구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연계된 사실이 드러났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거물급 조직폭력배가 시의원 출마자의 선거운동을 돕는 과정에서 기획사를 통해 연예인들을 동원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각종 연예인 관련 성매매 사건에서도 조폭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국, 일본 등지에 부는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해외 조폭조직과 국내 조폭과의 연계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마당이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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