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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 보수 성향…“사제는 현실문제 직접 개입 안 된다” 소신

    중도 보수 성향…“사제는 현실문제 직접 개입 안 된다” 소신

    염수정(71·세례명 안드레아)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국내 천주교계 일각에서는 일찍부터 막연하게나마 그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우리나라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음 달 추기경 서임식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추기경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졌던 것. 그런 기대감 속에서 천주교계의 시선은 한국 천주교의 대표 격인 서울대교구에 집중됐다. 1943년 경기 안성의 가톨릭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난 염 대주교는 가톨릭대 신학대를 나와 1970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성신고등학교 교사, 이태원과 장위동, 영등포 본당 주임 신부 등을 거쳐 가톨릭대 성신교정 사무처장과 신학과 조교수로 재직했다. 1992년에는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을 맡아 서울대교구의 운영에 기여했다. 서울대교구 제15지구장 겸 목동 성당 주임 신부를 거쳐 2002년 1월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로 서품됐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와 주교회의 상임위원 등을 거친 염 대주교는 2012년 5월 정진석 추기경의 후임으로 서울대교구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그해 6월 29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직접 팔리움(견대)을 받았다. 또 대교구장 임명에 따라 대주교로 자동 승품됐다. 평화방송 이사장, 옹기장학회 이사장,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과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동생 염수완, 염수의 신부와 함께 3형제가 신부로 봉직하고 있는 것으로 천주교 내에서 유명하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염 대주교는 정치나 사회 현안에 관한 직접적인 발언은 자제해 왔다. 지난해 11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시국 미사를 열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서도 가톨릭 교리서 등을 근거로 “사제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염 대주교는 “정치 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염 대주교의 서임으로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다시 2인 추기경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되면서 2인 추기경 시대를 한 차례 맞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한국 세번째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는

    한국 세번째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는

    12일 추기경 서임이 확정된 염수정(71) 대주교는 국내 가톨릭의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장으로 평양교구장 서리도 겸하고 있다. 세례명은 안드레아.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과 정진석(83) 추기경에 이어 한국에서 나온 3번째 추기경이다. 1943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염 대주교는 가톨릭대 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0년 사제품을 받았다.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를 거쳐 1973∼77년 성신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이태원과 장위동, 영등포 본당 주임 신부 등을 거쳐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과 신학과 조교수를 맡아 가톨릭 교육에 힘썼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을 맡아 서울대교구의 운영에 큰 기여를 했으며, 서울대교구 제15지구장 겸 목동 성당 주임 신부를 거쳐 2001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에 임명돼 2002년 1월 주교품을 받았다. 이후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와 주교회의 상임위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감사 등을 맡았다. 2012년 5월에 서울대교구장 계승이 결정돼 같은해 6월 착좌식을 가졌다. 이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사임 요청을 수락하고 서울대교구 총대리로 당시 주교였던 염 대주교를 후임으로 임명하였다. 염 대주교는 2012년 6월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직접 팔리움(견대·肩帶)을 받았다. 견대는 가톨릭교회에서 주교 이상의 고위 성직자 가운데 교황을 비롯해 지역 관구를 구성하는 대교구의 교구장 중 관구장을 맡은 관구장의 미사용 제의 위에 걸치는 어깨 장식띠로 권위와 책임, 친교를 상징한다. 염 대주교는 현재 주교회의 상임위원과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장, 선교사목주교위원회 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작년 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현실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사제의 몫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염 대주교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순수의 대명사’ 이미연…‘꽃누나’로 보여준 감동

    ‘순수의 대명사’ 이미연…‘꽃누나’로 보여준 감동

    이미연이 tvN ‘꽃보다 누나’ 7회에서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 ‘꽃보다 누나’에서는 여행의 최종 종착지인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해 9박10일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미연은 방송 시작부터 주변에 애교를 선보였다. 아침에 김자옥의 방을 찾아가 “편히 주무셨느냐. 뭐 좀 드셔야 한다”고 챙겼고 팔과 어깨를 쭈무르며 모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또 성모승천 대성당을 찾아나선 이미연은 오로지 가이드북에만 의존하며 잠시도 여행책을 놓지않는 모습을 보여 ‘고3 느낌 수험생형 여행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미연은 함께 한 멤버들에게 줄 엽서를 구입, 저녁식사 시간에 일일이 나누어 주는 따뜻함을 선보였으며 스태프에게 “나 돈 많다”며 낮술을 쏘기도 했다. 이미연은 ‘여행’이라는 제목의 ‘꽃보다 누나’ 촬영 비하인드 컷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한 이미연의 모습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등 두브로브니크를 배경으로 한 사진 두 장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 한국 세 번째

    새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 한국 세 번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 대주교가 다음 달 새 추기경으로 서임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염 대주교를 비롯한 세계 각국 출신의 19명을 새로운 추기경으로 정하고 다음 달 서임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 추기경이 나오게 됐다. 1943년생인 염 대주교는 1970년 가톨릭 신학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해 12월 사제가 됐으며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로 사제 생활을 시작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을 퇴임한 2012년 5월부터 서울대교구 제14대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염 대주교는 현재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상임위원과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장, 선교사목주교위원회 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을 서임하는 것은 지난해 3월 즉위 후 처음이다. 염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되면 교황 선종 또는 부재 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다. 이 권한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 주어진다. 새 추기경 19명 가운데 콘클라베에서 교황을 선출할 권한을 가질 80세 미만의 새 추기경은 염 대주교를 비롯해 이탈리아, 영국, 니카라과, 캐나다,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부르키나파소, 필리핀, 아이티 등 출신의 16명이다. 이날 바티칸(로마교회)은 “새로운 추기경은 바티칸과 전 세계에 있는 다른 교회들의 깊은 관계를 대표하는 이들”이라고 밝혔다. 추기경 서임식은 다음 달 22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다. 한편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는 염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사실이 전해지자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서울대교구는 세 번째 추기경 서임을 한국 교회의 기쁨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수입 줄었지만 여가 즐길 수 있어 행복”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수입 줄었지만 여가 즐길 수 있어 행복”

    “그렇게 살면 행복한가요. 이런 말을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네요.”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취리히 그로스뮌스터 대성당 옆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만난 스티븐 바우만(45)은 세계에서 노동 시간이 가장 긴 한국의 노동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간제 노동자의 삶에 대해 질문하자 대답보다 한국인은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지, 그런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질문을 더 많이 내놓았다. 한 시간가량 나눈 대화 중 바우만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행복’이었다. 바우만을 만난 날은 평일인 목요일 오후 5시였다. 인근 호텔에서 예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바우만은 전일제 노동자 대비 60%의 시간만 일한다. 호텔 업무의 특성상 일이 몰리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출근하고 월요일부터 목요일 중 하루만 선택해 일한다. 이날은 낮에 스키를 즐겼고 오후 7시 친구들과의 파티가 있어 일찍 나와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바우만은 2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주 5일 일하는 전일제 노동자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이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노동 시간을 줄였다. 호텔 측도 일이 별로 없는 평일 노동을 줄임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게 바우만의 설명이다. 바우만은 늘어난 여가 시간에는 주로 등산과 스키, 자전거 타기 등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는 “줄인 근무 시간만큼 당연히 수입도 줄었지만 생활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고 지금의 생활이 2년 전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내가 다시 전일제 근무를 신청하면 받아 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스위스의 기업 전체가 시간제와 전일제 근무 간 전환이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일을 많이 하고,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해서 행복한 삶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바우만은 “당신을 포함한 한국 국민들이 일이 아닌 개인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래서 행복을 느끼고 공유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며 약속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취리히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한국 세 번째 추기경 된 염수정 대주교는?…비교적 보수 성향

    한국 세 번째 추기경 된 염수정 대주교는?…비교적 보수 성향

    12일 추기경 서임이 확정된 염수정(71·세레명 안드레아) 대주교는 한국 가톨릭의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장으로 평양교구장 서리도 겸하고 있다. 염수정 대주교는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과 정진석(83) 추기경에 이어 한국에서 나온 3번째 추기경이다. 1943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염수정 대주교는 가톨릭대 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0년 사제품을 받았다.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를 거친 염수정 대주교는 1973∼77년 성신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이태원과 장위동,영등포 본당 주임 신부 등을 거쳐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과 신학과 조교수를 맡아 가톨릭 교육에 힘썼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을 맡아 서울대교구의 운영에 큰 기여를 했으며,서울대교구 제15지구장 겸 목동 성당 주임 신부를 거쳐 2001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에 임명돼 2002년 1월 주교품을 받았다. 이후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와 주교회의 상임위원,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감사 등을 맡았다. 2012년 5월에 서울대교구장 계승이 결정돼 같은해 6월 착좌식을 가졌다.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사임 요청을 수락하고 서울대교구 총대리로 당시 주교였던 염수정 대주교를 후임으로 임명하였다. 염수정 대주교는 2012년 6월 2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직접 팔리움(견대)을 받았다. 견대는 가톨릭교회에서 주교 이상의 고위 성직자 가운데 교황을 비롯해 지역 관구를 구성하는 대교구의 교구장 중 관구장을 맡은 관구장의 미사용 제의 위에 걸치는 어깨 장식띠로 권위와 책임, 친교를 상징한다. 염수정 대주교는 현재 주교회의 상임위원과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장, 선교사목주교위원회 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인 것으로 알려진 염수정 대주교는 지난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현실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사제의 몫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염수정 대주교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오지 구상’

    문재인 ‘오지 구상’

    문재인(얼굴) 민주당 의원이 신년 구상을 가다듬기 위해 뉴질랜드로 ‘오지 트레킹’을 떠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문 의원이 대선이 끝난 뒤에 여러 가지 일로 휴가 기간을 갖지 못해 지난 5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뉴질랜드로 출국했다”면서 “정치권에 입문한 뒤 2년 반 만의 첫 휴가”라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문 의원은 지역구에서 알게 된 뒤 뉴질랜드 현지에 정착한 한 신부가 기거하는 성당의 사제관에서 잠시 머문 뒤 트레킹 일정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가 작동되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출국한 문 의원은 15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산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2월 말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한 뒤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떠났다가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접하고 도중에 급히 귀국했다. 이번 트레킹은 히말라야 등반 뒤 10년 만이다. 그는 귀국 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 안팎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친노 프레임’에서 탈피하겠다는 복안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맞서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문재인, ‘오지 트레킹’ 떠난 文…숨고르며 신년구상

    문재인, ‘오지 트레킹’ 떠난 文…숨고르며 신년구상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뉴질랜드로 ‘오지 트레킹’을 떠난 것으로 9일 밝혀졌다. 문 의원은 지난해 11월 말 차기 대선 재도전을 시사한 뒤 12월 대선 회고록을 발간해 서울,부산에서 북콘서트를 갖는 등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문 의원은 새해를 맞아 주말인 지난 5일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뉴질랜드로 출국했으며 오는 15일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의원은 새해 첫날인 1일 민주당 단배식에 참석한 뒤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로 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어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까지는 지역구가 있는 부산에서 지냈다. 천주교 신자인 문 의원은 지역구에서 알고 지내다 뉴질랜드 현지에 정착한 한 신부가 기거하는 성당의 사제관에서 잠시 머문 후 트레킹 일정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지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휴대전화 등 통신 기기가 일절 연결되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문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2월 말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한 후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떠났을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히말라야 트레킹 당시에는 산에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이 탄핵돼 급하게 귀국하기도 했다. 문 의원이 외국으로 트레킹을 떠난 것은 히말라야 등반 후 10년만이다. 주변 인사는 “2011년 가을 시민사회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혁신과 통합’을 주도하며 정치권에 뛰어든 지 사실상 첫 휴가인 셈”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귀국 후 합리적 보수진영까지 포함해 당 안팎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에서 탈피, 외연 확대에 나서는 한편 ‘문재인의 국가비전’이라는 주제로 분야별 정책 발굴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러시안 루트를 가다] 만약 여기 안 가봤다면 러시아를 말하지 마세요

    [러시안 루트를 가다] 만약 여기 안 가봤다면 러시아를 말하지 마세요

    ‘크렘린, 붉은 광장, 여름궁전….’ 러시아 여행에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곳들이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지만 러시아에는 두 도시 외에도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여행지가 많다. 유럽과 아시아에 영토를 걸치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그리스 정교, 로마 가톨릭 문화를 이어받은 유럽 문화와 몽골, 타타르족의 잦은 침략을 받아 섞인 아시아 문화, 사회주의 혁명 뒤에 발전시킨 소비에트 양식 등 여러 가지 문화·예술 양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모스크바 북동부에는 ‘황금고리’로 불리는 작은 고대도시들이 있다. 세르기예프 포사드, 페레슬라블 잘레스키, 로스토프, 야로슬라블 코스트로마, 이바노보, 수즈달, 보골류보보, 블라디미르 등으로 러시아 정교 문화·예술에 큰 역할을 했다. 이들 각 도시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수많은 성당이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몽골과 국경 지역엔 알타이 공화국이 있다. 199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황금 산맥을 따라 곳곳에 카나스, 아켐 등 아름다운 강과 호수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연해주 지역의 도시에는 러시아가 국경을 정하기 전부터 정착한 한인들의 거주지가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1863년 이주한 한인들이 정착한 신한촌 터가 있다. 이곳엔 한민족연구소가 1999년 3·1 독립선언 80주년을 맞아 건립한 ‘신한촌 기념비’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북쪽으로 약 112㎞ 떨어진 우수리스크는 연해주에서 펼쳐진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 이곳에는 이상설 선생 등이 머물렀던 유적지와 2009년 문을 연 고려인문화센터가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30년간 방방곡곡 세계일주 한 ‘여우’ 인증샷

    30년간 방방곡곡 세계일주 한 ‘여우’ 인증샷

    미국 라스베이거스, 뉴욕부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까지 30년 동안 세계여행을 쉬지 않은 ‘여우 인형’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 등 해외 언론에 소개된 이 독특한 여행자는 제시카 존슨이라는 여성과 함께하는 인형으로, 제시카는 3살 때 선물로 받은 여우 인형인 ‘미스터 폭스’(Mr. Fox)와 30년 동안 세계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녀는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미스터 폭스’를 주인공으로 세운 기념사진을 찍어 왔으며, 이 사진들을 한데 모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여행 사이트를 개설했다. 독일 뉘른베르크의 한 성당에서 찍은 사진은 조용히 앉아 기도를 하는 듯한 ‘미스터 폭스’의 뒷모습을, 영국 런던의 타워브릿지 앞에서 찍은 사진은 감격스러운 듯 이를 바라보는 모습 등을 담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 콜롬비아의 검문소에서는 이곳 경비를 맡은 군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기념사진을 찍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제시카는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미스터 폭스’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의심 때문에 강제로 검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또 “이 인형은 내가 아기였던 때부터 사춘기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언제나 함께 해왔다”면서 “내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편 그녀는 어렸을 적 자신에게 이 선물을 준 지인이 암 투병중인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가 ‘버킷 리스트’에 있는 세계 일주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웹사이트 ‘thetravelingmrfox.com’ 에서는 그녀와 오랜 친구 ‘미스터 폭스’의 여행사진 감상 및 기부 캠페인 참여가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enews@seoul.co.kr
  • ‘여우’가 세계 일주를? 이색 인증샷 화제

    ‘여우’가 세계 일주를? 이색 인증샷 화제

    미국 라스베이거스, 뉴욕부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까지 30년 동안 세계여행을 쉬지 않은 ‘여우 인형’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 등 해외 언론에 소개된 이 독특한 여행자는 제시카 존슨이라는 여성과 함께하는 인형으로, 제시카는 3살 때 선물로 받은 여우 인형인 ‘미스터 폭스’(Mr. Fox)와 30년 동안 세계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녀는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미스터 폭스’를 주인공으로 세운 기념사진을 찍어 왔으며, 이 사진들을 한데 모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여행 사이트를 개설했다. 독일 뉘른베르크의 한 성당에서 찍은 사진은 조용히 앉아 기도를 하는 듯한 ‘미스터 폭스’의 뒷모습을, 영국 런던의 타워브릿지 앞에서 찍은 사진은 감격스러운 듯 이를 바라보는 모습 등을 담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또 콜롬비아의 검문소에서는 이곳 경비를 맡은 군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기념사진을 찍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는 제시카는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미스터 폭스’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의심 때문에 강제로 검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또 “이 인형은 내가 아기였던 때부터 사춘기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언제나 함께 해왔다”면서 “내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편 그녀는 어렸을 적 자신에게 이 선물을 준 지인이 암 투병중인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가 ‘버킷 리스트’에 있는 세계 일주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웹사이트 ‘thetravelingmrfox.com’ 에서는 그녀와 오랜 친구 ‘미스터 폭스’의 여행사진 감상 및 기부 캠페인 참여가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고통乙 벗고, 희망乙 말하다

    고통乙 벗고, 희망乙 말하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재능교육 노사 갈등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쌍용자동차 장기파업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절박한 현장에서 새해를 맞은 이들이 생각하는 갈등의 해법과 소망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 기록을 세운 재능교육 노사는 끝내 단체교섭을 타결하지 못한 채 협상 시한인 2013년을 넘겼다. 지난해 8월 오수영(40) 재능교육지부장 직무대행이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202일 만에 땅으로 내려오면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듯했지만 여전히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 직무대행은 “회사는 매번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면 학습지 회원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 상황도 나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오 직무대행은 “지난 6년간의 농성 과정에서 3800여명이던 조합원이 11명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8월 이후 다시 21명으로 늘어났다. 우리끼리 ‘2배나 늘었다’면서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연말에는 100명 정도의 조합원이 모여서 송년회를 열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한국전력과 주민들의 갈등 역시 이어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765㎸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지난해 10월 공사를 재개한 한전은 올해 말까지 46기의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계삼(41) 대책위 사무국장은 “지난 8년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추호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태도였다. 주민들의 요구나 주장을 듣지 않은 채 정부와 한전은 절차적 정당성만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사망 사고나 자살 기도가 없기를 바라며, 정부가 한발만 양보해서 피해 주민들의 집단 이주와 송전탑의 부분적 지중화 등을 통해 주민들이 겪는 피해와 고통을 덜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09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사태 이후 24명의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철탑에 올라가고 도심 한복판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창근(41)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해고자 복직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다”면서 “노사 양측의 옳고 그름을 가리고 갈등을 해결하려면 이른 시일 내에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가 모든 ‘을’들이 상처받은 해였다면 올해는 ‘을’들이 대접받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것이 지난해 대학가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에 대한 응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프란치스칸 3개 수도회 첫 합동서품식

    국내 프란치스칸 1회 수도회가 처음으로 사제·부제 서품식을 함께 거행한다. 오는 6일 오후 2시 30분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있을 작은 형제회(OFM)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OF Mconv), 카푸친 작은 형제회(OFMCap) 등 세 수도회의 서품식이 그것.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주례로 합동 서품식이 열릴 예정이어서 천주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이날 서품식에서는 작은 형제회(관구봉사자 기경호 신부)가 사제 2명과 부제 2명을, 콘벤투알 프란치스코회(관구장 윤종일 신부)가 부제 2명을, 카푸친 작은 형제회(보호자 에드워드 다울리 형제)가 사제 1명을 각각 배출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세 수도회가 한 뿌리에서 비롯됐다는 역사를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합동 서품식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서품식은 지난 2009년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열린 ‘돗자리 총회’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돗자리 총회’는 성 프란치스코가 생전에 그를 추종하던 형제들이 마땅한 회합 장소가 없어 돗자리를 깔고 바닥에 앉아 모임을 한 데서 유래한 말. 교황 인노첸시오 3세의 프란치스코회 원수도 규칙 구두 인준 800주년을 기념해 열린 2009년 ‘돗자리 총회’에선 1회 프란치스칸 세 수도회 장상과 회원들이 모여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며 친교와 사랑을 나눈 자리였다고 천주교계는 전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돗자리 총회’이후 ‘프란치스칸 가족 봉사자 협의회’는 지난해 4월 3일 제48차 총회에서 협의회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전례를 통한 일치’를 결의했었다. ‘프란치스칸 가족 봉사자 협의회’는 국내 프란치스칸 남녀 수도공동체들로 이뤄진 단체. 1회 프란치스칸 관구장들이 이 결의에 따라 서품식을 함께 개최키로 합의한 끝에 결실을 거둔 것이다. 한편 천주교계에 따르면 프란치스칸 가족 수도회는 성 프란치스코가 설립한 남자수도회인 1회 세 수도회를 비롯해 관상수도회인 2회 성 클라라수도회(OSC), 3회인 재속프란치스코회(OFS)와 초기 재속 프란치스코회원 중 공동생활에 소명을 받은 이들이 모여 나중에 수도회로 인가받은 율수 3회(TOR), 수도 3회 등이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2014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전당포/김아로미

    [2014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전당포/김아로미

    때 현대 곳 한적한 거리/ 전당포 안 등장인물 남자 40대 여자 30대 후반, 남자의 아내 노인 전당포 주인 손님 1 손님 2 제1장 배경은 한적한 거리이다. 무대에는 사막(絲幕)이 내려와 있고 사막(絲幕) 뒤로 상점의 흐릿한 불빛이 한번 반짝이다가 꺼진다. 남자와 여자가 무대 오른쪽 끝에서 등장한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걷는다. 여자의 시선은 앞을 보고 있으나 초점이 흐릿하다. 남자 길을 잃은 것 같지? 여자 무엇이 보이는지 자세히 말해 봐요. 내가 당신보다 훨씬 길눈이 밝잖아요. 남자 방금 들어선 골목 입구에는 작은 어린이집이 하나 있었지. 아까도 그랬던가? 여자 노란색 미끄럼틀이 있던가요? 남자 글쎄 노란색이었던가. 우리가 이미 지나온 길이지? 여자 아뇨. 이제야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요. 그곳은 아주 오래된 곳이에요. 어렸을 때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가선 친구들과 원형 그네를 타고 놀았죠. 남자 원형 그네? 여자 동그란 새장같이 생긴 그네 말이에요. 네 명이 들어가서 두 명씩 마주보고 앉으면 그 안이 꽉 차곤 했죠.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열에 여덟 번은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그네를 밀어야 했어요. 남자 그 어린이집은 이제 막 지어진 새 건물이던데. 물론 어두워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말야. 여자 그네를 밀다가 심술이 나면 정글짐에 달려가 거꾸로 매달렸어요. 모든 게 거꾸로 보이곤 했죠. (사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해본 적 있어요? (남자, 고개를 젓는다) 한참을 매달려 있으면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왔어요. 지나가는 발만 봐도 그게 아버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죠. 왜냐하면 아버지의 구두는 아주 특별했거든요. (걸음을 멈춘다. 남자 또한 여자가 멈추자 함께 멈추어 선다) 목구멍이 간질거려요. 남자 감기에 걸리면 고생이야.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여자에게 둘러준다.) 여자 아뇨.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단 말이에요. 그게 갈색이었던가, 검은색이었던가. 남자 남성용 구두는 다 비슷하게 생겼지. 여자 아녜요. 그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구두였어요. 남자 그나저나 여기는 우리가 찾던 길이 아닌 것 같아. 점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여자 좀 더 밝은 곳으로 나를 인도해 줘요. 그러면 뭔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두리번거리다가 왼쪽으로 퇴장.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린다. 사막(絲幕) 뒤에서 갑자기 조명이 밝아지더니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몇몇 사람들의 실루엣도 보이지만 그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어 마치 물건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자 사막(絲幕) 뒤의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진다. 두 사람, 다시 오른쪽으로 처음처럼 입장한다. 남자 다시 그곳이야. 여자 정말요? 남자 응.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그 흔한 택시 한 대 지나다니지 않는군. 여자 원래부터 이 동네는 차가 잘 다니지 않아요.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꽤 오래 걸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사이) 역시 여전하군요.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에요. 남자 당신 말이 맞다면 그 분식집은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여자 분식집이 아니라 문방구. 남자 그러니까 떡볶이를 파는 그 문방구 말야. 여자 무엇이 보이는지 내게 자세히 말해 봐요. 남자 우리가 들어온 골목 입구에는 어린이집이 하나 있었고. 여자 노란색 미끄럼틀이었나요? 남자 어두워서 보지 못했어. 여자 당신은 너무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중요한 문제예요. 남자 (여자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날씨가 몹시 쌀쌀해. 여자 목도리를 다시 가져가도록 해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여자가 남자의 얼굴을 더듬거린다. 여자 캄캄해서 그런지 이 정도도 잘 보이지가 않네요. 남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커튼 뒤의 불빛 하나가 유난히 반짝 들어온다. 사막(絲幕) 뒤에 있던 남자의 그림자는 사라진 뒤다. 남자 (사이) 요즘엔 깔끔한 게 제일이지. 떡볶이도 마찬가지야. 당신이 그렇게 말하던 그 떡볶이, 지금 먹어보면 오히려 실망만 클걸. 나도 어렸을 적 먹던 삼양라면 맛을 잊지를 못하지. 하지만 정작 슈퍼에 가서 사오는 건 나가사끼 짬뽕이라고. 여자 사실 그건 딱히 맛있지는 않아요. 남자 당신은 나가사끼 짬뽕이 아니라 너구리를 더 좋아하지. 여자 떡볶이 말예요. 남자 그래.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어. 여기는 (둘러본다) 아무것도 없어. 여자 떡볶이는 상관없어요. 그저 당신과 함께 와 보고 싶었어요.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바로 이곳을 말예요. (사이) 좀 더 밝을 때 왔더라면 흐릿하게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 남자 추억이 특별해지는 건 마음에서 잊고 났을 때뿐이지. 여자 그래요. 하지만 나처럼 잊어버릴 일만 남은 사람에게 무엇을 추억한다는 건 말예요.(남자, 말을 자른다) 남자 지금 당신 입장에선 이게 꽤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 내가 그걸 이해하려 무척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줬으면 해. 그치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당신이 찾고 있는 거라곤 없어. 이미 우린 같은 자리를 네 번이나 뱅뱅 돌고 있다고. (여자의 손을 잡는다) 꽁꽁 얼었군. 여자 우린 같은 자리를 헤매고 있는 게 아녜요. 당신이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라고요. 예를 들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남자 또한 여자의 시선을 따라 둘러본다.) 여자는 남자보다 먼저 그 불빛 가까이로 다가간다. 사막(絲幕)을 손으로 건드린다. 여자 들어가서 물어봐요. 남자 뭘 말이야? 여자 이런저런 것들을요. 남자 그러니까 이런저런 것들이라면? 여자 여기가 입구네요. 제2장 여자가 불빛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손짓한다. 남자는 하는 수 없이 여자를 따른다. 무대 전체에 내려와 있던 사막(絲幕)이 서서히 올라간다. 사막(絲幕)이 올라가고 하나의 막이 더 설치된 무대의 바닥에는 중앙이 동그랗게 뚫린 철문의 그림자가 있다. 그곳에 노인의 머리통이 어른거린다. 여자 낯설지가 않아요. 뭔가 기억이 날 듯도 한데. 남자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인걸. 아주 단단히 닫힌 것 말이야. 여자 (중얼거리며)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인걸. 남자 아무도 없어. 여자가 막에 손을 뻗으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막 사이로 한 노인의 손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도리어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노인 (손을 흔들며) 내 놔! 물건부터 내놓고 시작하지. 남자 뭘요? 여자, 노인의 얼굴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빤히 본다. 노인 곧 문을 닫을 시간이야. 딱 1분 주지. 1분 안에 물건을 팔아봐. 남자 저희는 단지 길을 잃었기 때문에. 노인 다들 그렇게 핑계를 대곤 하지. 처음부터 여길 찾아올 생각은 아녔어요. 어르고 달래야 그제야 슬쩍. 그런 거 다 생략하자고. 혹시 휴지가 필요한가? 그렇다고 고해성사를 하라는 건 아니야. (여자를 슬쩍 보더니) 기다려. 영 귀찮지만 말이야. 여자 어디로 갔죠? 남자 웬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그냥 돌아가자고. 여자 역시 우리 앞에 보이는 건 철문뿐이 아니었어요. 남자 여전히 철문뿐이야. 그리고 이 철문 뒤에는 이상한 노인이 하나 있어. 여자 무슨 물건을 내놓으라는 거죠? 남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우리는 길을 물으러 온 것뿐이니까. 여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어요.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해 봐요. 남자 당신이 그까짓 떡볶이를 꼭 먹고 싶다고 해서 온 거지. 여자 정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당신 먼저 돌아가요. 노인의 그림자가 다시 어슬렁거린다. 노인 (여자에게 휴지를 건넨다) 아직 필요 없나? 남자 여기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지나다니는 택시도 없고, 전화로 부르려고 해도 이곳이 어딘지 설명할 수가 없군요. 노인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외면한다) 여기는 보성당 골목이죠. 남자 보성당이 어디죠? 노인 이미 예전에 없어졌지. 그렇지만 보성당을 기억하는 택시 기사 한 명쯤은 있을 거야. 여자 생각났다. 보성당! 노인 (반가워하며) 내가 말했지. 보성당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 비록 택시 기사는 아니지만 말야. 여자 아버지가 졸업선물로 손목시계를 사주셨죠. 노인 좋은 아버지를 뒀군요. 여자 벽엔 커다란 괘종시계가 빼곡히 걸려 있고 유리장 속에는 딱딱하고 달콤해 보이는 보석들이 잔뜩 진열이 되어 있었죠. 그 보성당 이름을 어떻게 잊었지? 남자 모든 걸 기억하며 살 순 없는 거니까. 여자 좋겠군요. 당신은 아직 보고 기억할 것들이 많아서. 노인 잠깐 들어오시는 건 어떨까요? (남자에게) 필요하신 건 주소란 말이죠? 남자 보성당 골목이 이곳 주소 아닌가요? 노인 보잘것없이 보여도 저도 명함이란 게 있습니다. 쓸 일이 없어 그렇지. 서랍 어딘가에 있겠죠. 난 무엇이든 버리는 법이 없거든요. (손짓하며) 이쪽입니다. 철문이 열리는 육중한 소리가 들리고 남겨졌던 하나의 막이 천천히 올라가자 물건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는 전당포 내부가 드러난다. 정면을 제외한 삼면이 모두 물건의 크기에 알맞게 제작된 조립식 진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열장은 각각 유리로 된 문이 달려 있어 그 내부를 볼 수 있다. 무대 중앙에는 작은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무대의 오른쪽에는 스탠드가 놓인 노인의 사무용 책상과 의자가 하나 덩그러니 있다. 노인, 그들을 테이블 앞 소파로 안내하고는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을 빼내어 뒤집어서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몽땅 바닥으로 탈탈 턴다. 바닥에는 구겨진 영수증과 편지봉투, 정리되지 않은 크고 작은 메모지와 아이스크림껍질, 비닐봉지 따위가 쏟아진다. 여자 (유리장을 더듬거리며) 여기 안에 이 작고 반짝이는 건 뭐죠? 남자 커다란 유리구슬이네. 여자 스노우볼. 뒤집어서 마구 흔들어 제자리에 놓으면 천천히 눈이 내려오는 것. 남자 참 난잡하게 물건들을 진열해 뒀네. 아무런 체계도 없이 말이야. 여긴 웬 머리고무줄 하나가 덩그러니 있군. 여자 기분이 이상해요. 남자 맞아. 하는 것 없이 지치는 날이군. (노인을 흘끗 본다) 아무래도 저 노인, 몹시 오래 걸리거나 아예 쓸모가 없을지도 몰라. 그저 잠깐 쉬었다가 나가도록 하자구. 여자 (말없이 남자를 이끌고 걸음을 옮긴다) 여기엔요? 남자 구두 한 짝이 들어있군. 여자 (들여다보며) 희미하게 볼 수 있어요. 남자 흔해빠진 남성용 구두. 여자 아버지의 것과 비슷한 것 같아. 남자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 남자 구두는 다 비슷비슷하니까. 여자 아버지의 구두는 단 하나밖에 없는…. 맞아! (말을 멈춘다) 남자 무슨 일이야? 여자 아버지와 함께 여기에 온 적이 있어요. 노인, 그 말을 듣고 물건을 뒤지던 것을 멈추고 천천히 일어나 여자 쪽으로 다가온다. 갑자기 모든 조명이 꺼진다. 여자의 목소리만 들린다. 동시에 1장에서 들렸던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들려온다. 여자 여기는. 노인 전당포지요. 유리장 속에서 작은 조명이 반짝 켜진다. 오뚝이 모양을 하고 있는 알람시계이다. 무대 가운데에 핀 조명이 떨어지고 무대 끝에서 손님1이 걸어 들어온다. 손에는 진열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과 똑같은 알람시계가 들려져 있다. 손님1 이런 것도 받아 주시나요? 어디가 고장 난 모양인지 약을 갈아도 작동되지 않아요. 하긴 요새 누가 알람시계를 쓰나요. (머리를 긁적인다) 그렇지만 담보가 될 만한 것이 물건에 대한 값진 기억이라고 하셔서 고민 끝에 가지고 왔습니다. 제게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손을 내저으며) 아뇨. 휴지는 필요 없어요. 이 시계는 제겐 정말 의미가 컸어요. 이 시계만 있으면 다른 장난감은 필요 없었어요. 노인이 무대 위로 등장해 손님1 옆에 나란히 선다. 그러고는 손님1을 조금씩 조명 밖으로 밀어낸다. 노인 나는 다른 장난감은 필요가 없었어. 이 녀석만 있으면 충분했거든. 손님1 (사이) 이 녀석의 몸뚱이가 볼록하고 통통한 것이 이걸 이불 속에서 끌어안고 있으면 외롭지 않게 잠들 수 있었어요. 어머니는 (노인이 말을 자른다) 노인 나의 어머니는 귀가가 매일 늦었지. 그래서 (손님1에게 어서 이야기하라고 재촉한다.) 손님1 이 녀석의 배에다가 (노인이 동시에 말하기 시작한다.) 노인 귀를 대고 있으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지. 손님1 (노인에게)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노인 (손님1이 들고 있는 알람시계를 빼앗는다) 여기서 똑딱, 하면 나도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손님1 저기요. 이건 제거예요. 노인 (정색하며) 이게 네 거라고? 확실해? (알람시계의 버튼을 누르자 까르르 웃는 소리가 난다) 손님1 약도 들어 있지 않은데 어떻게 된 일이죠? 노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버튼을 누른다. 까르르 까르르. 그것을 들으면서 따라 웃는다. 손님1 그래서 값은 얼마를 쳐주신다는 거죠? 조명이 꺼졌다 다시 유리장 속의 조명 몇 개가 차례대로 빛난다. 손님1 퇴장. 남자 요즘에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군요. 쓰던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곳 말이에요. 여자 쓰던 물건을 맡기고 돈을 얻는다니 쓸쓸해지네요. 남자 그 돈을 다시 새로운 물건을 사는 데 쓰고. (사이) 별 다를 것 있나? 노인 아무 물건이나 받지는 않지요. 그 안에 기억할 만한 것이 담겨 있어야 해요. 여자 모든 물건에는 기억할 만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노인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지.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건을 다시 찾으러 오겠군요. 노인 이곳을 둘러봐요. 이 수많은 물건들을. 지금까지 물건을 되찾으러 온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지요. 여자 어째서요? 노인 요즘 사람들은 제 자신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니까요. 자신이 이곳에 들렀었다는 것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걸요. (남자를 본다) 여자 물건을 되찾으러 왔다는 사람이 맡긴 물건은 뭐였나요? 노인 사실 되찾아갔다고 볼 수는 없지요. 용케도 자신이 무엇을 맡겼는지는 기억해냈지만 그 사람이 찾아간 건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의 물건이었거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의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집어 들기에 그냥 보고만 있었지. 여자 얼마 전에도 남편과 함께 식당에 갔다가 다른 사람이 제 신발을 신고 돌아가 버려서 남의 신발을 신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남자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사이즈의 신발이었으니까. 여자 그래도 그건 내 신발이 아니죠. 남자 식당 주인이 결국 신발값을 물어주었으니 손해 본 것은 아니지. 그나저나 제 기억에 전당포라고 하면 아주 캄캄한 내부에 차갑고 단단해 보이는 철창뿐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군요. 노인 이전에 전당포에 와 본 적이 있소? 남자 아뇨. 그저 전당포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노인 그렇지만 기억 속 전당포라는 말을 했지요. 남자 영화나 티브이 혹은 소설 속에도 전당포는 종종 등장하곤 하니까요. 말꼬리를 잡으시는 군요. 여자 그렇지만 여보. 여기에도 아주 튼튼한 철창이 곳곳에 있어요. 남자 아니, 철창이라곤 없어. 아, 그렇지. 당신은 여기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당신이 철창이라고 본 것은 아주 얇은 유리문이야. 여자 제대로 봐요. 당신은 너무 쉽게 지나치고 단정하려고 들잖아요. 남자 내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야? 노인 아주 영리한 아가씨군. 남자 (비아냥거리며) 아가씨라고하기엔 조금 많이 늙었지요. 여자 제가 이곳에 왔던 때에는 아주 어린 꼬마였을 거예요. 아버지가 무언가를 두런두런 이야기하시고 저는 이곳을 둘러보는데 정신이 빠져 있었어요. 노인 아, 기억이 나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왔던 꼬마 숙녀. 여자 저를 기억하세요? 저희 아버지도요? 노인 난 뭐든 잊어버리는 법이 없지. 무대 전체, 조명이 꺼진다. 유리장의 불빛이 하나씩 차례대로 들어온다. 천천히 깜빡깜빡거리는 조명. 그러다 다시 무대 전체가 밝아진다. 여자 저희 아버지가 무엇을 파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노인 물론이지. 그렇지만 그것을 돌려줄 수는 없어. 본인이 아니면. 여자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노인 안타깝군. 인상이 아주 좋은 양반이었는데. 남자 우리는 택시를 부르러 여기에 온 거야 여보. 노인 택시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데에도 그렇게 시간이 걸리다니. 여자 요새 자꾸 깜빡하곤 하더라고요. 노인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지. 남자 내가 잊어버린 말은 택시가 아니야. 그렇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해. 내가 제대로 말 한마디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에 오고부터 당신이 아주 수다스럽게 내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 모든 게 내 탓이군요. 차라리 혼자 오는 것이 더 좋을 뻔했어요. 당신은 내가 이 동네를 찾아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요. 남자 당신이 꼭 이 동네에 있는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가 비싸고 좋은 선물을 사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지. 노인 오늘이 어떤 특별한 날인가? 생일? 결혼기념일? 프러포즈를 한 날? 여자 제 생일은 오늘이 아니라 이 달의 마지막 날이에요. 남편이 바빠 오늘밖에는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요. 남자 그 귀한 시간을 이곳에서 낭비하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그 떡볶이 집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소원이라고 했잖아. 여자 내게 중요한 건 떡볶이가 아니라 아버지와의 추억을 다시 새기는 일이에요. 제가 누누이 말했잖아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말예요. 사진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눈앞이 흐릿하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다고요. 노인 눈은 언제부터 말썽이었지? 여자 몇 년 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제 선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건 절 불안하게 만들어요. 예를 들면, 초록색이란 것을 떠올리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이제 제 눈으로 볼 수 있는 초록이란 아저씨가 입고 있는 짙은 쑥색의 것밖에 없지요. 그럴 때는 기억 속의 초록을 떠올리는 데 열중해요. 신호등의 눈이 부신 녹색, 이제 막 뜨거운 물에 데친 시금치의 색깔 같은 것. 남자 여보, 이 분이 입고 있는 건 쑥색이 아니라 네이비색이야. 아주 짙고 검은 파랑. 노인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네. 하지만 이건 쑥색이 맞아. 내가 쑥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쑥색인지 아닌지는 내가 제일 잘 알 수 있어. 남자 어르신, 전 색맹이 아닙니다. 노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남자 그건 분명한 파랑색이니까요. 노인 당신의 기억 속에서 파랑색과 녹색의 체계가 멋대로 흔들리고 섞여버린 거라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내게 설명할 수 있지? 남자 그렇담 어르신 말이 옳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죠? 노인 말했듯이 난 뭐든 잊는 법이 없어. 이 옷을 산 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분명히 나는 쑥색의 옷을 골랐고 종업원은 내게 쑥색의 옷이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하고 말했지. 그리고 당신의 부인이 다시 한 번 말해 주지 않나. 남자 말해 봐야 내 입만 아프지. 그나저나 혹시 잊으신 건 아니겠죠. 제가 사장님께 원하는 건 이곳의 주소가 적힌 종이 쪼가리인 것을요. 여자 여보, 제발 그 퉁명스런 태도 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계속 이럴 거면 혼자 돌아가도록 해요. 나는 이곳에서 꼭 찾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그건 내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지만 당신에게는 시간낭비일 뿐이라면 말예요. 남자 그저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 주소를 묻기 위해서였다는 걸 당신이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야. 노인 잊어버린 게 아니라 잠시 손님 대접을 했을 뿐이야. 남자 저희는 무엇을 팔러 온 게 아닙니다. 노인 확실해? 그 말을 꼭 기억해 두도록 하지. 노인은 다시 책상으로 가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때 누군가 문을 급하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노인은 그것을 무시한다.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손님2 사장님! 사장님 안 계세요? 안에 계시는 거 다 알아요. 이번에는 진짜예요. 이번에는 정말 굉장한 것을 가지고 왔어요. 들어보세요. 듣고 계세요? 제3장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가운데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온 손님2가 등장한다. 그는 가방을 옆에 내려다 놓고 물건 하나를 꺼낸다. 노인은 무대 왼쪽의 책상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소파에 앉아서 그를 쳐다보고 있다. 손님2 이 물건으로 말씀 드릴 것 같으면 우선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는 것부터 알아 두셔야 합니다. 아주 가치 있는 물건이죠. 여기 정중앙에 있는 이 마크가 보이시죠? 이건 88올림픽을 기념하여 캐논사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내 놓은 겁니다. 1988년 그때를 기억하시죠? 굉장했죠. 어마어마하게 넓은 잔디밭에서 굴렁쇠를 굴리던 그 소년 말이에요. 노인 그 소년이 자넨가? 손님2 아뇨. 그건 아니에요. 노인 자네는 또 내 시간을 뺏고 있어. 손님2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입니다. 그러니까 이 카메라는 제가 어렸을 때에 할머니께서 주신 물건이지요. 할머니는 일수쟁이셨는데 돈을 제때에 갚지 못하면 대신 값나가는 물건을 받아오시곤 했어요. 노인 (하품을 한다) 손님2 이 물건의 진짜 가치에 대해 아직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 카메라는 한 여인에게 정말 귀중한 물건입니다. 이 카메라의 주인은 미군부대 앞에서 몸을 팔던 아주 어린 여자였지요.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순수한 소녀 말이에요. 상상해 보세요. (노인의 눈치를 슬쩍 본다) 그 소녀에겐 정인이 있었죠. 그 사람이 소녀에게 선물한 카메라예요. 노인,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장부를 뒤적이는 등 딴짓을 한다. 손님2 자신의 정인이라고 생각한 남자가 주고 간 카메라를 일수쟁이에게 빼앗기게 된 거죠. 어쩌면 돈 대신 이 카메라를 내어준 것은 이미 그 소녀는 이곳에 사랑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정말 슬픈 이야기 아닌가요? 제 애인은 이 이야기를 듣고 울던걸요. 노인 그 일수쟁이는 정말 비정하군. 그런데 말이야. 자네 애인이 이야기를 듣고 울었단 말이지. 손님2 여자들이란 눈물이 많죠. 노인 그것은 이미 그 여자에게 팔렸군. 손님2 지금 제 손에 들려 있는데요? 노인 이 봐, 그 카메라가 자네의 기억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손님2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물건이잖아요. 노인 전해 오는 이야기일 뿐이지. 차라리 그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나 가져오면 몰라. 손님2 요즘에 누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요. 저는 그렇게 사진을 잘 찍는 편도 아니고요. 노인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나는 드라마틱한 사연을 원하는 게 아니야. 그런 사연이라면 차라리 방송국에 제보하라고. 자네의 것을 가져오란 말이야. 자네의 기억, 추억거리가 담긴 물건들 말이야. 손님2 그치만 저는 그렇게 물건을 오래 쓰는 성격도 아니고 평소 건망증도 심하기 때문에 그럴 만한 것이 없어요. 노인 그런데도 자꾸 이곳에 찾아오는 이유가 뭐야. 돈이 급하면 나가서 은행을 찾아봐. 사채를 쓰든지 장기라도 팔든지. 손님2 할아버지가 자꾸 이렇게 퇴짜를 놓으시니까 제 삶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종일 멍하고 우울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요. 노인 할아버지? 이 봐. 고해성사는 이곳에서 하는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는지. 이제 돌아가게. 내 인내심은 바닥이 났어. 손님2 아직 물건이 많이 남았어요. 제가 모조리 긁어 온걸요. 노인 영업은 끝났어. 이 손님들이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지. 노인은 손님2를 데리고 무대를 퇴장하고 남자는 여자의 손을 끌고 소파에서 일어서려고 하지만 여자는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여자 여보, 저 남자는 담보할 만한 기억이 하나도 없대요. 남자 그럴 수도 있지 뭐. 여자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요. 우리에게도 담보할 만한 기억쯤은 있는 거겠죠? 남자 오늘따라 무척 감상적이군.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노인은 수상해. 당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게 말이 돼? 여자 저는 분명히 기억이 나요. 남자 난 저 노인을 말하고 있는 거야. 우린 저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어. 노인, 다시 무대에 등장한다. 진열장에서 머플러 하나를 꺼내어 목에 두른다. 남자는 그것이 신경 쓰인다는 듯 쳐다본다. 남자 자, 알아들었지? 이제 그만 일어나자고. 여자 이제 막 아버지의 물건을 찾아보려고 하는 중이란 말예요. 남자 어차피 당신이 되찾을 수 없는 물건이야. 여자 찾을 수도 있어요. 남자 여기선 아무 물건이나 당신 아버지 것이 될 수도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자, 저기 있는 저 구두 한 짝이 당신 아버지의 구두라고 하자고. 당신은 그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이겠지. 맞아요, 아버지의 것이 확실해요 라고 말할 거야. 아니면 저기 저 덩그러니 진열된 만년필이 당신 아버지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야. 여자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요. 노인,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가 흘러내려 바닥에 질질 끌린다. 남자가 움찔한다. 남자 (사이) 여보.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중요한 건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야. 여자 그래요 오늘. 내게 오늘은 제대로 볼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해요. 노인은 머플러를 다시 진열대에 곱게 접어 둔다. 그러고는 서랍을 뒤져 장부 하나를 가지고 온다. 노인, 두 사람 가운데에 선다. 노인 (장부를 여자에게 건네며) 이 전당포를 개업하고부터 지금까지 써 왔던 것이니 아버지의 이름이 분명 여기에 적혀 있을 거야. 한번 찾아보시게. 남자 아뇨. 저희는 이제 가 보겠습니다. 잊으신 게 아니라고 하신 그 주소는 이제 필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또 잊으신 게 아니라면 제 아내는 앞이 잘 보이지 않죠. 여자, 소파에 앉아서 장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잘 보이지 않는 듯 눈 바로 앞에다 가져다 대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것에 열중한다. 노인 굳이 주소가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기다리고 있던 거였지. 자네는 이미 이곳에 온 적이 있지 않나? 남자 저는 이곳에 처음 왔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노인 길을 잃었다는 건 확실한가? 자네가 이곳을 찾아낸 건 아닌가? 남자 이곳을 발견하고 저를 이끈 것은 제 부인이었죠. 노인 그렇지만 자네 부인의 눈은 영 말썽이지. 남자 말장난은 이제 그만 하세요. 노인 여기에 맡긴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나? 남자 네. 물론입니다. 노인 잊어버린 것은 아니고? 남자 잊어버린 것이라면 다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노인 그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그렇지. 돈을 받고 기억을 버리는 것. 여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장부를 들고 뒤의 유리장을 기웃거린다. 남자의 시선이 여자를 살핀다. 여자, 결국 유리장 사이로 들어간다. 남자가 그것을 쫓아가려고 하는데 노인이 남자의 팔목을 잡는다. 남자 (노인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여보, 어디로 가는 거야. 이리 나와. 여자 (목소리) 걱정 말아요. 혼자 찾을 수 있어요. 남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 여자 장부에서 분명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본 것 같아요. 적혀진 번호에 따르면 이쯤에. 여보, 여긴 아주 많은 물건이 있어요. 남자 따라서 들어가 봐야겠으니 이것 좀 놓으시죠. 노인 저 안은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비좁아서 둘은 들어갈 수 없어. 한 명이 들어가려면 한 명이 나와야 하고. 한 명이 나오기 위해선 다른 한 명이 들어가서는 안 되지. 두 명이 한꺼번에 들어간다면 둘 다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고. 저 안에선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니 안심해. 남자 그 안은 캄캄하지 않아? 여자 캄캄해요. 그래도 보일 건 다 보이는걸요. 노인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지. 연도별로 작은 구멍도 없이 완벽하게. 남자는 노인의 손을 뿌리치고는 소파에 가서 앉는다. 남자 대체 이 따위 것들을 사들이는 이유가 뭡니까? 노인 그야 가치가 있으니까. 남자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죠. 물건에 담긴 고유한 기억요? 노인 그렇지. 남자 그렇다면 아까 그 남자의 물건은 왜 값어치가 없다고 돌려보내신 거죠? 노인 불순물이 없는, 아무와도 공유되지 않았던 기억만이 내게 가치가 있지. 남자 이를테면 최초의 고백. 노인 그렇지. 남자 그런 것들을 돈을 주고 사신다고요. 그러니까 대체 왜요. 노인 원하는 것들만을 기억할 수 있는 거야. 프레임 안에 새로운 필름을 끼워대는 것처럼 나는 다채로운 기억 속에서 숨 쉰다고. 매일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말이야. 남자 남의 것들이잖아요.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들의 것들. 노인 깊숙이 숨겨져 있던 기억들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제 자신이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것들. 남자 순진하시군요. 노인 무슨 뜻이지? 남자 가장 순수한 형태로 내재되어 있던 기억을 샀다. 당신이 사 모은 것들은 모두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사람들에게 속은 거라고요. 여자 (목소리) 당신 거기 괜찮아요? 남자 괜찮아. 노인 난 여태껏 한 번도 속아본 적이 없어. 남자 자신이 기억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기억이라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게 거짓된 말들을 지어낼 수도 있죠. 노인 나는 항상 앞뒤 정황과 맥락을 기억하고 있지. 아까 그 남자도 내게 거짓말을 하려던 걸 귀신같이 잡아낸 걸 보지 못했나? 남자 당신이 사들인 완성된 기억이라는 것. 그건 원래 없었던 것일 수도,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어요. 당신이 끼어들어서 만들어 낸 거겠죠. 노인,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손바닥 위에 올린다. 노인 한 남자가 가져온 머플러지. 냄새를 맡아 보겠나? 아직도 그 여자의 화장품 냄새가 나. (남자는 거부한다) 이게 내 손에 쥐어져 있으면 내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장면이 있지. 첫사랑과 동정을 떼어버린 날.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던 이 부드러운 머플러를 천천히 풀어내는 장면. 그 여자의 머리칼보다 더 부드러운 머플러. 이제 그녀는 없고 그날의 기억들은 이 머플러의 부드러운 결 틈틈이 저장되어 있지. 하나도 막히지 않고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어. 남자, 노인에게 다가가서 머플러를 만져 보려다가 주저한다. 무대의 조명이 한순간에 꺼진다. 진열장에서 차례로 조명이 깜빡거린다. 손님 1, 2가 무대 위로 천천히 등장한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여자 (목소리) 여보! 내가 찾은 것 같아요. 진열장의 깜빡이는 조명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꺼진다. 무대 뒤로 사라졌던 여자가 진열장 사이로 걸어 나온다. 여자, 들고 있던 장부를 떨어뜨린다. 네 사람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는 듯 더듬으며 서성거린다. 노인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다. 진열장 사이로 빛이 쏟아진다. 이제 네 사람은 빛 사이를 헤매 다닌다. 노인 번호 7218. 남성용 정장구두. 남자 머리카락의 엉킴. 여자 딱 맞으면 안 돼. 노인 4684 다시 1번. 한 칸씩 밀려났군. 여자 오른발이 더 커야 해. 남자 축축한 곰팡이 냄새. 여자 왼쪽 구두의 앞코는. 노인 여기도 구멍. 남자 캄캄한 방. 여자 좀 더 밝은 빛이 필요해요. 남자가 서성거리다가 손님1과 부딪혀 넘어진다. 알람시계의 까르륵 소리가 들린다. 손님 1과 2가 동시에 말한다. 손님1 한 번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일분이라도 늦게 왔으면. 손님2 그 소녀. 아, 내가 전에도 말한 적 있나요? 손님1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면서, 오락실에서 서둘러 뛰어 오면서, 골목 어귀에서 떨어진 꽁초나 주워 모으면서. 손님2 떠난 정인을 기다리는데 카메라라니요. 이건 처음 말하는 거죠? 손님1 그랬나. 손님2 그랬었지. 손님1 그랬었지. 손님2 그랬나. 말들이 어지럽게 뒤섞인다. 등장인물들 때로는 동시에 말하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는 어둠 속을 더듬으며 서성거린다. 노인은 여자가 떨어뜨린 장부를 주워 자세히 들여다본다. 진열장이 제멋대로 천천히 깜빡인다. 노인 여기가 뻥 뚫렸잖아. 여자 뽕따. 꼭다리만 드시고는 했는데. 남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에서 노인 만년필 뚜껑. 여자 어금니로 살살. 남자 몇 번이나 머플러는 노인 시집. 여자 잔뜩 찌푸려지면 남자 질척한 바닥에 손님1 (남자에게) 혹시 저 모르세요? 여자 깊게 파인 주름 때문에 남자 미끄러지는데. 손님2 악! 노인 티켓. 여자 너무 진해서 손님1 (여자에게) 내가 어디까지 말하고 있었죠? 남자 쓸모없는 잔상들. 여자 눈썹이 말이야. 노인 목캔디. 남자 분명히 내가 다 버렸었는데. 손님2 (말없이 긴 한숨을 쉰다.) 여자 두 눈 같았던. 노인 카세트 테이프. 남자 뚫려 있는 구멍에. 여자 간신히 기억난 거야. 손님1 내가 말하고 있는 중이잖아! 남자 그랬지. 여자 미안해. 남자 그렇지만. 여자 이제야. 노인 연두색. 뭐라고 써진 거야. 남자 내 것이 아닌. 손님2 (긴 한숨을 쉰다.) 여자 기억. 남자 악몽의 조각조각. 노인 립스틱. 여자 조각난 것들이. 노인 하이힐. 여자 꿰맞춰지고. 노인 새빨간 색이라는 설명이 빠졌군. 남자 반복되는. 손님1 (더듬더듬 말하려다가 실패한다.) 여자 유영하는. 남자 당신? 여자 잘 보이지가 않아요. 노인 어두우니까. 남자 뭐라고? 노인 무슨 껍질? 여자 당신 거기에 있어요? 남자 당신? 여자 분명히 들었어요. 남자 움직이지 마. 내가 갈 거야. 남자와 여자. 어둠 속을 더듬다가 결국 만난다. 여자 당신이지요. 남자 여기 있었군. 점점 어두워지며 무대 전체에 사막(絲幕)이 천천히 내려온다. 진열장의 불이 차례로 꺼지고 육중한 철문이 닫히는 소리. 제4장 사막(絲幕)의 앞쪽이 밝아진다. 남자와 여자가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다. 여자 여기는 어디죠? 남자 처음 들어선 곳인 것 같아. 여자 여전히 아무 간판도 보이질 않죠? 남자 날이 몹시 어두워졌어. 여자 찬찬히 봐요. 스쳐 지나지 말고. 남자 저기에 있는 가게는 내부를 다 뜯어냈군. 여자 매일같이 지나던 거리에 있던 가게 하나가 뻥 뚫리고 없어지면 그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남자 요새는 상점들이 참 빨리도 들어섰다가 없어지곤 하지. 여자 안타까운 일이네요. 남자 저쪽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 같은데. 남자와 여자, 무대를 가로질러 퇴장. 암전.
  • 유경촌·정순택 신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유경촌·정순택 신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유경촌(왼쪽·51·티모테오) 신부와 정순택(오른쪽·52·베드로) 신부 등 사제 두 명을 새로 임명했다고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30일 발표했다. 유 주교는 1992년 사제품을 받아 1988∼1998년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와 프랑크푸르트의 상트게오르겐 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가톨릭대 교수, 통합사목연구소장을 거쳐 지난 8월부터 서울 명일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해 왔다. 정 주교는 가르멜 수도회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았고 1992년 종신 수도서원을 한 뒤 2000∼2004년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수학했다. 가르멜 수도회 한국관구 제1참사를 거쳐 2009년 5월부터 가르멜 수도회 로마 총본부 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최고평의원을 맡아 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랑의 정치 실현한 ‘김근태 정신’이 그립습니다”

    “사랑의 정치 실현한 ‘김근태 정신’이 그립습니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불리는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제2주기 추도식 및 추도미사가 지난 28일 서울 창동성당에서 열렸다. 김 전 고문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원들과 함세웅 신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장영달 전 의원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이후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마석모란공원으로 이동해 김 전 고문의 묘역을 참배했다. 묘역 참배에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김 전 고문의 서울대 동기인 손학규 상임고문 등이 함께했다. 김 전 고문의 서울대 동기인 손 고문은 추도사에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사랑의 정치를 실현한 분”이라고 회고하면서 “퇴보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김근태 정신으로 투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어 이날 저녁 추모 문화제가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야권 인사들을 비롯해 유족과 지인, 시민 등 500여명이 모여 고인의 뜻을 되새겼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 선배는 많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이런 시기에 더욱 그리운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고문의 부인 인재근 의원은 “김근태의 언어 ‘희망’을 잃지 않고 모두 열심히 싸워 2014년을 반드시 점령하자”고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추모제에 들러 인 의원에게 인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로 주변 교통 사정이 여의치 않아 행사장에 도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해외 네티즌들이 꼽은 세계 비경 10선

    해외 네티즌들이 꼽은 세계 비경 10선

    아는 사람만 안다는 세상의 비경. 그런 경치 중에서도 손꼽히는 비경 10선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질문-대답형 유명 웹사이트 ‘쿠오라’(Quara)에는 직접 가보니 매우 좋았던 비경들이 대거 소개되고 있다. 이는 해외 네티즌들이 직접 가본 곳 중 좋았던 장소를 꼽는 것으로, 실제로 가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멋진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쿠오라에 소개된 비경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1. 필리핀 히나투안, 인첸티드 리버 2. 폴란드 그리피노, 뒤틀린 숲(Krzywy Las) 3. 중국 쓰촨성, 주자이거우 4. 노르웨이, 로포튼 제도 5. 인도, 판공초 호수 6. 미국 위스콘신, 슈피리어호(湖) 사도섬 해식동굴 7. 페루, 후아카치나 오아시스 8. 미국 오하이오, 호킹힐스 9. 콜롬비아, 라스 라하스 성당 10. 튀니지, 엘젬 원형 경기장 한편 쿠오라는 전 페이스북 직원들이 지난 2009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업체로,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1100만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유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플리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교황 “평화와 함께 더 나은 세계” 기원

    교황 “평화와 함께 더 나은 세계” 기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3월 즉위한 뒤 처음 맞은 성탄절에 평화가 함께하는 ‘더 나은 세계’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25일(현지시간) 정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수천명의 신자들에게 성탄 맞이 메시지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교황이 라틴어로 행하는 강독)를 낭독했다. 그는 시리아와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을 직접 언급하며 “다른 이들을 겸손히 살펴 세상의 황폐화된 곳들이 좀 더 나아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교황은 전날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서도 사랑과 겸손을 강조했다. 그는 아기 예수상을 두 손에 안고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라는 구약성경 이사야서의 구절을 언급하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듯 나 또한 (여러분께)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말한다”고 했다. 그는 “어둠의 정신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면서 “우리의 마음이 닫히고 자만심과 기만, 이기주의에 사로잡히면 어둠에 떨어지고 반대로 하느님과 형제자매를 사랑하면 빛 속을 걷게 된다”고 말했다. 또 “주님은 거대하지만 스스로 작아졌고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졌으며 전능하지만 스스로 약해졌다”며 낮은 자세를 주문했다. 이날 미사에는 300명의 사제를 포함해 수천명의 신자가 참석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산타가 은행 털어…지구촌 크리스마스 이색뉴스

    산타가 은행 털어…지구촌 크리스마스 이색뉴스

    미국 플로리다주의 은행에 산타 복장을 한 강도가 들어 돈을 챙겨갔다고 CNN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산타 모자를 쓰고 하얀 턱수염을 붙이고 흰색 가발을 쓴 남자가 23일 포트 오렌지의 선트러스트 은행에 들어왔다.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강도는 창구 직원 앞에 선물처럼 보이는 분홍색 상자를 올려놓은 뒤 직원에게 상자에 위험한 것이 들었다며 돈을 요구하는 쪽지를 건넸다. 강도는 상자는 그대로 둔 채 직원이 건넨 돈을 챙겨 사라졌다. 이후 은행 직원들이 대피해 확인 작업을 거쳤으나 상자에 폭파 장치는 없었다. ’산타 강도’의 은행털이는 감시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경찰은 강도가 강탈해 간 돈의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교도소에서는 2005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24시간 음악을 틀어주던 교도관이 재소자들의 항의에 부딪혀 아침에 2시간, 저녁에 2시간 등 하루 4시간으로 줄였다고 UPI 통신이 24일 전했다. 이 교도관은 크리스마스 음악 리스트에 안드레아 보첼리와 엘비스 프레슬리,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음악은 물론 유대교와 모르몬교의 노래도 포함돼 있다고 항변했다. 영국 런던 남부 캄버웰에서는 한 여성이 15일 요양시설을 찾아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훔쳐간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이 여성은 누군가를 만나러 왔다고 했지만 해당 입소자는 모르는 여성이었다. 프랑스 알프스 지역의 한 성당에서는 성탄 전야 미사 중 천장 일부가 신부 머리로 무너져 내렸다. 다친 신부는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성당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계사 ‘제2의 명동성당’ 되나…경찰, 철도노조 체포 진입 여부 관심

    조계사 ‘제2의 명동성당’ 되나…경찰, 철도노조 체포 진입 여부 관심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조합원 등 파업중인 철도노조 관계자 4명이 25일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연행하기 위해 경찰이 조계사에 진입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검문검색을 강화했지만 조계사 경내에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조계사 측은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상태다. 조계종 사회부장인 보화스님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철도노조 지도부 중에서 일부가 어제 조계사에 들아왔는데, 궁지에 몰린 약자를 일단 보호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극대화했을 때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충분한 조정을 하지 못해 이 추운 날씨에 이런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안타깝기 짝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섣불리 조계사 진입을 시도했다가 종교계의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6월 6일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이던 한국통신 노조간부들을 기습 검거했다고 국무총리가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또 사제와 신도들이 정부를 겨냥, 단식농성을 하거나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80년대 명동성당은 민주화 운동의 성역이자 보루였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기원하는 철야기도회의 장소였던 데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근로자들의 마지막 피난처였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당시 명동성당에 공권력이 투입된다는 경보에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 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라”고 맞서기도 했다. 종교계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대한성공회 유시경·구균하 신부는 25일 오전 조계사를 찾아 철도노조 및 조계사 관계자를 만났다. 극락전 2층에서 10여 분 동안 이뤄진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난 유 신부는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철도노조를 지지하고 기도하는 마음이다. 팥죽을 갖고 인사차 들렀다”고 말했다. 또 유 신부는 “안에 있는 사람들 보니까 불안한 표정이더라.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뜻을 전했다. 조계사에서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성공회 쪽에서도 부족한 게 있거나 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24일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민주노총에 경찰력을 투입하면서 국제인권기준 및 노동기준을 위반하고 있다. 당국은 부당한 경찰력 투입과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체포를 중단하고,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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