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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임혜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독일에서 활동 중인 고건축 전문가가 쓴 건축 에세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독일 뮌헨의 집과 주변 건축물, 독일 남서부 칼스루에의 오래된 주택 등 건축에 대한 따뜻한 학자적 시선이 담겼다.1만 5000원.●대한민국 머니 임팩트(윤광원 지음, 비전코리아 펴냄) 한국금융 60년 역사를 되짚었다. 지금까지의 한국금융사는 금융·기업·정치권력의 제 살 파먹기식 공존관계인 ‘네거티브 머니 임팩트’가 초래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재벌 탄생과 붕괴, 금융위기의 연속이었다고 진단한다.2만 5000원.●윈난에 가봐야 하는 20가지 이유(탕하이정 지음, 박승미 옮김, 터치아트 펴냄) 전 세계 배낭족에게 최고의 여행지로 떠오른 윈난(雲南)의 매력포인트를 망라했다.26개 소수민족 등 윈난 곳곳의 이야기와 풍경을 꼼꼼한 글과 천연색 사진으로 전해준다.1만 2000원.●현대미술의 심장 뉴욕미술(이주헌 지음, 학고재 펴냄)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에서 꼭 들러볼 미술관, 꼭 봐야 할 걸작들을 골랐다.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 뉴욕의 ‘빅5’ 미술관의 놓치면 안 될 걸작 100여점이 소개됐다.1만 6500원.●유학, 우리 삶의 철학(필립 아이반호 지음, 신정근 옮김, 동아시아 펴냄) 세계적 동양학자 필립 아이반호는 2500년 유학사를 `개성 분투의 역사´라 규정했다. 공자, 맹자, 순자, 주희 등 유학사의 대표 학자 7명을 조명함으로써 유학이 원형반복의 역사가 아님을 주장한다.1만 5000원.●그로테스크로 읽는 일본문화(김종덕 등 지음, 책세상 펴냄) ‘그로테스크’한 원형을 추출함으로써 일본문화를 새롭게 조명했다. 언령신앙, 모노노케, 노(能), 가부키 등에서부터 오늘날의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학제를 넘나드는 문화분석 글 10편이 묶였다.1만 5000원.●카페를 사랑한 그들(크리스토프 르페뷔르 지음, 강주헌 옮김, 효형출판 펴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놀이 공간’으로 여겼던 19세기 프랑스의 풍경을 옮겼다. 카페를 사랑했던 예술가와 프랑스 대문호의 유명작품들을 이끌어냈다.1만 3000원.●우리는 합리적 사고를 포기했는가(버트런드 러셀 지음, 김경숙 옮김, 푸른숲 펴냄) 무비판적 열정과 맹신주의에 빠져 합리적 사고가 마비된 현대에 울리는 버트런드 러셀의 경종.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당연하다고 여겨온 모든 것들을 의심하는 회의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1만 3000원.●런던 미술 수업(최선희 지음, 아트북스 펴냄) 저자는 영국 런던에서 6년여간 경매회사, 갤러리 등에 몸담으며 현지 미술계 속성을 체득한 큐레이터. 경험담 속에 경매사, 화랑, 미술관, 작가 등 런던 미술계 상황이 생생히 녹아 있다.1만 7000원.●즐기고 계신가요?(로저 하우스덴 지음, 박미애 옮김, 북스코프 펴냄) 쾌락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눈앞의 인생을 생산적으로 즐기라고 제안한다. 남들이 보기에 쓸데없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며, 때론 어리석음과 무지 속에 즐거움과 고독을 맛보는 것도 삶의 가치라고 귀띔한다.9500원.●여성 노동 가족(루이스 틸리 등 지음, 김영 등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노동하는 여성, 노동계급 여성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여성노동사 연구에 초석이 된 ‘고전’. 노동을 여성 해방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마르크시스트 페미니즘에 의문을 제기하며, 임노동 자체가 여성의 지위 향상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1만 8000원.●홍사장의 책읽기(홍재화 지음, 굿인포메이션 펴냄) ‘세상이 덜 무서워진다.’‘분노가 줄어든다.’‘상상력이 늘어난다.’ 인생의 자산인 책읽기가 생활 속에서 어떤 효용이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었다.1만원.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 빨래터의 여자와 남자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 빨래터의 여자와 남자

    김홍도의 그림 ‘빨래터’다. 아낙네 몇이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그림 왼쪽의 어린아이가 딸린 여성은 머리를 풀어헤쳐 감은 뒤 다시 땋고 있다. 앞에는 빗이 놓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린아이다. 아랫도리를 홀랑 벗고 있는데 이놈은 심심한 것인지 배가 고픈 것인지 엄마 젖을 만지고 있다. 그 아래의 여성은 긴 빨래를 비틀어 짜면서 건져내고 있다. 그 오른쪽에 방망이질 하는 여성 둘이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빨래터는 온갖 수다가 난무하는 곳이 아닌가. 시누이 험담인가, 동서 험담인가, 아들 자랑인가, 건너 마을의 아무개 남편의 이야기인가. 우물과 빨래터는 여성들 고유의 일터이자, 수다판이다. ●여성의 일터이자 은밀한 이야기 나누는 곳 빨래는 밥짓기와 함께 여성노동에 속한다. 아니, 속하는 것이 아니라, 빨래와 밥짓기는 여성을 여성으로 규정하는, 좀 더 어렵게 말해 여성성을 규정하는 본질적 노동이다. 곧 밥과 빨래란 가사노동은 곧 여성이란 말과 등치된다. 밥짓기와 빨래가 언제부터 여성 노동으로 규정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 가부장제 사회가 성립하고부터가 아니었을까.112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옷을 빨고 비단이나 베를 희게 말리는 것은 모두 부녀자의 일이다. 비록 밤낮으로 부지런히 일해도 감히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물을 파고 물을 긷는 것은 대개 시내 가까운 곳에 한다. 우물 위에는 두레박을 걸어 함지박에 물을 긷는다. 함지박은 배의 모양과 같다. 빨래는 오래 전부터 여성의 노동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고려나 조선이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조선의 여성은 고려의 여성에 비해 훨씬 부자유하였다. 지난 호에 말한 바와 같이 조선의 양반-남성들은, 여성의 외출을 금했다. 하지만 고려조의 여성은, 남편의 승진과 출세를 도모하기 위해 엽관운동을 하러 남편의 상관을 찾아가는 일도 가능했고, 굿을 하기 위해 신당을 찾거나, 불공을 올리기 위해 절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구경거리가 생겼을 때도 당연히 떳떳하게 외출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조가 들어서면서 여성의 외출은 금지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외출이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금지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활동의 의지를 축소시켰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남아 있는 여성의 합법적 탈출로, 곧 해방구는 우물과 빨래터였다. 그것은 힘든 노동의 공간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동네의 소식을 주고받고 은밀한 험담을 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그곳은 성적 담화가 가능한 해방의 공간이었다. 단원의 그림 오른쪽 위의 갓을 쓰고 쥘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양반, 이 양반의 자세는 분명 성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사내의 포즈는 지난 호에서 소를 타고 길을 가던 여인의 얼굴을 훔쳐보던 그 사내의 포즈와 같다. 부채를 넘어서 보내는 눈길의 속내는 곧 남성의 성욕인 것이다. 빨래터 그림은 이것 말고 더 있다. 아래쪽의 그림은 신윤복의 그림 ‘빨래터의 사내’다. 개울가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 흰 천을 펼치는 할미, 그리고 목욕을 마쳤는지 젖은 어여머리를 땋고 있는 젊은 여성이 있다. 이 젊은 여성은 저고리 아래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의 젊고 늘씬한 몸매의 사내를 보라.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반이 분명하다. 이 사내의 눈길은 젊은 여성의 가슴에 꽂혀 있다. 우물가가 남성과 여성이 접촉하는 성적 공간인 것처럼 빨래터 역시 성적인 공간이다. 고려가요 ‘제위보’를 들어 우물가의 성적 접촉의 실례를 확인해 보자.‘고려사’에는 국문가사는 없어지고 이제현이 한시로 번역한 것이 남아 있는데, 이 노래의 사연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어떤 아낙이 죄를 지어 제위보에서 노역살이를 하던 중 남자에게 손을 잡혔는데, 씻을 방도가 없어 노래를 지어 자신을 원망했다. 이제현이 한시로 그 노래를 풀어 옮겼다. 빨래터 시냇가 수양버들 아래서 손을 잡고 자기 마음 말하던 흰 말 탄 그 사람 처마에 석 달 비가 내린다 해도 손 끝에 남은 향기 어찌 차마 씻을 수 있으리. 아낙이 지은 죄의 구체적 내용이야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애정에 관계된 것이 아니었을까. 어느 날 자신과 관계하던 남자가 빨래터에서 일을 하던 여자를 찾아왔다. 여자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는 말을 털어놓는다. 남자는 이내 떠난다. 손끝에 남자의 체취가 남아 있다. 석 달 비가 쏟아진다 해도 씻을 수가 없다. 여자는 남자를 따라갈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처럼 빨래터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 신호가 오가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이다. ●황진이는 빨래터에서 만난 남녀의 작품 ‘제위보’는 이별을 노래한 것이지만, 빨래터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17세기 초 이덕형이 쓴 ‘송도기이’란 책은 개성에 관계된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거기에 황진이가 태어난 내력을 밝힌 부분이 있다. 이 이야기는 이덕형이 공무로 개성에 머무를 때 채록한 것이기에 당시 개성에 유포되어 있던 이야기다. 황진이의 어머니는 이름이 현금인데,18살에 병부교 다리 밑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 훤칠한 대장부 하나가 다리 위에서 나타나 현금을 보고 웃기도 하고 손으로 가리키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잘생긴 사내라, 현금의 마음도 적잖이 쏠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사내는 갑자기 사라졌고, 빨래하던 아낙들도 모두 흩어졌다. 인적이 끊어지자 그 사내가 다시 나타나 기둥에 기대어 노래를 한 곡 뽑는다. 노래가 끝나자 사내는 현금에게 물을 한 잔 달랜다. 현금이 냉큼 물을 떠 주었더니, 반쯤 마시고 돌려주면서 마셔보라고 하였다. 현금이 마시자 물이 아닌 술이었다. 말하자면 마술을 동원한 ‘작업’이었던 바, 현금은 거기에 넘어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황진이는 빨래터에서 만난 두 남녀의 작품이었다. 우물가에서 만나 왕비가 되었던 그런 이야기는 빨래터에도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은 빨래터에서 만난 여성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고려의 두 번째 왕이 된다. 왕건은 태봉의 궁예의 장수로서 903년 수군을 이끌고 후백제 땅인 나주를 공격한다. 목포에 배를 정박시키고 있는데, 멀리 오색 구름이 서린 동네가 보인다. 찾아가 보니, 어떤 처녀가 빨래를 하고 있다. 즉시 ‘신원조회’를 해 보니, 처녀의 할아버지는 부돈, 아버지는 다련군이란 사람이었다. 다련군이 사간 벼슬을 지낸 연위란 사람의 딸 덕교와 혼인해서 낳은 딸이 바로 이 처녀다. 뭐 이렇게 말해 보아야 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요약하자면, 그 여자는 그 지방 호족의 딸이었다. 보니, 인물이 괜찮다. 무슨 말로 수작을 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여자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시집 안 간 처녀를 건드려 놓고 왕건은 여자의 출신 성분이 낮다 하여, 임신을 원하지 않았다. 해서 돗자리에다 사정을 한다. 그런데 이 처녀의 행동이 놀랍다. 여자는 전날 밤 용이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용은 곧 왕이 아닌가. 여자는 이불에 흘린 정액을 쓸어 넣었다. 일종의 인공수정인 셈인데, 어쨌거나 임신이 되었고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혜종이다. 혜종은 특이하게도 얼굴에 돗자리 무늬가 있었다. 원래 왕건이 사정한 곳이 돗자리였으니, 말이 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혜종을 ‘돗자리 대왕’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한다. 빨래터는 용흥사란 절이 되었다. 용흥은 용이 나타났다는 뜻이다.‘고려사’는 혜종이 용의 아들답게 늘 물을 잠자리에 뿌리고, 큰 병에 물을 담아 팔꿈치를 씻었다고 전한다. ●남성이 성적 욕망 따라 여성 관찰하던 곳 이제 빨래터가 단지 옷을 세탁하는 공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빨래터는 남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이 시키는 바에 따라 여러 여성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또 여성은 자신의 나신 일부를 슬쩍 남자들에게 보일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단원과 혜원의 빨래터 그림에 남자가 등장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외환위기가 ‘新현모양처’ 만들었다

    외환위기가 ‘新현모양처’ 만들었다

    지난 9일 총 상금 1억원이 걸린 ‘제1회 대한민국 인터넷 미술대전’에서 여성 화가 3명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14일 국내 4대 은행의 과장 승진인사 발표 결과 52%가 여성이었다.15일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여성 최연소 사법연수원생이 탄생했다. 당연히 ‘여풍’이란 단어가 반복 사용됐다. 외환위기 10년, 미디어가 창조한 세상엔 온통 ‘알파걸’(남성을 압도하는 엘리트 여성)로 가득하다. 외환위기는 과연 한국사회 젠더(사회적 성) 관계를 여성친화적으로 재편한 것일까.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가 전통적 현모양처에서 막 벗어난 여성들을 ‘신현모양처’로 만들었다고 규정한다. 최근 출간된 ‘외환위기 10년, 한국사회 얼마나 달라졌나’(정운찬·조흥식 엮음, 서울대출판부 펴냄)에 실린 논문 ‘경제위기와 젠더관계의 개편’에서 내놓은 분석이다.‘신현모양처’는 물론 퇴행적인 조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경제위기가 가속화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반여성적 담론 구조란 이중적 현상을 보여 주는 사례다. ●‘남성 생계부양-여성 전업주부´ 해체 외환위기는 산업화시대 초고속 경제발전을 지탱한 ‘남성 1인 생계부양자-여성 전업주부’ 모델을 해체했다.‘산업역군 남편’을 내조하며 알뜰살뜰 살림하기, 부동산투자, 헌신적 자녀교육을 전담해온 전업주부들은 경제위기에 직면해 맞벌이 시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는 여성노동자에게 더욱 가혹했다.97∼98년 여성노동시장은 여성 우선해고, 여성의 비정규직화, 여성 노동조건 악화로 요약된다. 여성은 정규직에서 가장 먼저 해고됐고, 재고용될 땐 비정규직으로 흡수됐다. 배 교수는 “외환위기로 해체된 ‘남성 1인 생계부양자 모델’은 이 과정에서도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다.”면서 “미혼여성들은 자기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기혼여성들은 자기를 부양해 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우선 해고됐다.”고 설명했다.98년 47.1%로 한꺼번에 2.7%P가 하락(같은 기간 남성은 1.0%P 감소)한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2004년이 돼서야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당시 여성들에게 불어 닥친 고용불안은 그만큼 강력했다. ●여성을 경제주체 아닌 조력자로 재위치 반면 담론이 여성 현실을 이미지화하는 방식은 정반대였다는 게 배 교수 주장이다. 가족 생계에서 차지하는 남성의 지배적 지위를 해체하며 진행된 여성노동의 증가는 ‘신현모양처론’을 탄생시켰고,‘신현모양처론’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노동시장에 뛰어든 여성들을 경제주체가 아닌 남성의 조력자로 재위치시켰다. 배 교수는 “여성은 그 자신의 실직이 문제되는 노동자로서가 아니라, 실직 위기에 처한 ‘고개 숙인 가장’을 격려하고 지원할 주부로만 재현됐다.”고 지적한다.‘신현모양처론’은 경제력을 획득한 기혼여성을 ‘미시족’이라 딱지 붙여 소비주체로 전락시키는 한편, 생계 걱정 없는 중산층 여성들은 ‘더욱 고도화된 전업주부 역할’에 몰두시키는 현상을 초래했다. 배 교수는 “경제 부양보다는 가족 내 계급재생산이라는 면에서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자신이 가진 역량과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모두 투자해 남편의 사회적 성공과 자녀의 학업성적에 몰두하는 어머니 노릇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때 ‘신현모양처’는 경제 주체가 아닌 교육이란 ‘가족사업’의 대리자 역할만 부여받는다. 배 교수에 따르면, 성별분업의 기본적 젠더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여풍’도 ‘알파걸’도 아직은 실체 흐릿한 허상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2)] 여성정책 토론 활성화를/이영자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2007 대선 릴레이 시론(12)] 여성정책 토론 활성화를/이영자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1997년과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선후보 초청 여성정책토론회가 지난달 28일과 30일에 걸쳐 개최됐다.80여개 여성단체와 여성신문사 주관으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들과 토론을 가졌다. 여성들 간에 계급적 격차, 지역적 격차, 집단적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극소수 여성의 ‘권력화’가 나타나는 오늘의 한국 현실에서 ‘범여성’ 토론회가 여전히 유효했던 것은 성차별적 사회구조가 여전히 뿌리 깊을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양극화가 ‘여성노동의 주변화’와 ‘빈곤의 여성화’를 통해 다수 여성들의 삶을 더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정책실종’,‘정당실종’이 두드러진 ‘최악의 상황’에서 국민이 그 ‘최대의 피해자’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그 배경에는 특히 대선 후보들의 기본 자질과 리더십에 관한 논란과 불신이 자리잡고 있기에 이 토론회에서도 후보의 도덕성,‘정치공학’의 행보, 개인적 경력과 정치적 입장과의 자기모순 등을 따져 물었다. 하지만 그 응답들은 역시나 자기정당화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면의 제약상 이 토론회에서 향후 중요한 여성정책으로 다루어진 세 가지 의제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첫번째 의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중, 삼중의 차별 해소를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기준을 확립하고 그 비교대상을 동일한 기업, 동일한 산업으로 확대시키는 방안이었다. 네명의 후보 모두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에는 찬성하였으나 그 범위를 동일한 산업분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권영길 후보만 찬성이었고, 나머지 후보들은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두번째 의제인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에 대해서는 네명의 후보 모두가 찬성을 했지만 각기 역점을 두는 부분은 달랐다. 전체 시설 대비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을 정동영 후보는 15%, 문국현 후보는 30%, 권영길 후보는 50%까지 늘리겠다고 한 반면에, 이명박 후보는 민간 보육시설의 서비스 질의 향상을 더 강조했다. 세번째 의제인 성평등 정책의 추진기구 강화에 관해서는 네 후보가 다 찬성하는 입장이나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이명박 후보는 기존의 여성가족부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성평등 정책기구의 재편을 약속했는가 하면, 정동영 후보는 ‘정부 부처 축소’의 대원칙 하에서 여성가족부의 향방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성평등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성인지 예산제도의 실질화 방안과 관련하여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성인지정책센터’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영길 후보는 전 부처를 대상으로 성인지 예산을 총괄하는 추진체계로서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여성가족부로 구성되는 전담조직과 대통령 산하에 ‘(가칭)성인지 예산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 평등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국가정책이 아니라 국정의 근간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면 한국 현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선거 때마다 후보의 ‘벼락치기 공부’나 ‘임기응변식 공약’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따라서 여성정책 토론은 선거철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일상적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아야만 한다.
  • “외환위기 뒤 심화된 불평등이 민주화 위협 사회·경제적 요인”

    “외환위기 뒤 심화된 불평등이 민주화 위협 사회·경제적 요인”

    불평등 문제만을 집중 연구하는 학회가 최근 탄생했다. 한국 학문사상 최초다. 이름부터 ‘불평등연구회’다. 한국 사회를 ‘불평등 사회’로 진단하고 학문적 전면 대응을 공표한 셈이다.‘선진사회’ ‘소득 2만달러 달성’ 같은 레토릭의 이면을 들추겠다는 ‘불편한’ 선언이다. 지난 7월 한국산업사회학회는 “신빈곤, 양극화, 소비자권리, 욕망의 구조 등 ‘반독재 스펙트럼’으로 포착되지 않는 의제들을 적극 끌어안자.”며 비판사회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비판사회학회는 이후 ‘비판의식의 재조직’을 위한 각종 소모임(사회운동 모임, 생태주의 모임, 생활세계와 문화모임, 전쟁과 평화모임, 현대복지국가 연구모임 등)을 준비해 왔고,24일 불평등연구회가 소모임 창립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경제·사회·복지·의료·교육 등 각 분야 연구자 20여명이 참여했다. 불평등연구회 회장은 신광영(53·비판사회학회 부회장)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다. 연구회 발족을 주도한 그는 ‘학문적 유행을 타지 않고’ 국내 계급 및 불평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온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명이다. 신 교수는 26일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불평등은 민주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로 현 시기 불평등 문제의 핵심을 요약했다. ●“새로운 불평등 태동 기점은 구제금융사태” 연구회가 주목하는 ‘새로운 불평등’의 태동 기점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다. 연구회 창립 및 기념 심포지엄 개최일(11월24일)을 구제금융 공식요청(1997년 11월21일) 10주년이 되는 주간으로 정한 것도 이런 시각의 상징적 표현이다. 97년 이후 불평등은 산업사회에서 경험하던 불평등과 양상을 달리한다.‘선진국-후진국’ ‘부자-빈자’의 단순 이분법을 벗어난 지도 오래다.“국내 산업·인구구조, 기술, 노동시장, 가족관계 등 여러 차원의 변화들과 세계화라는 초국가적인 변화가 맞물리면서 불평등 심화 현상은 매우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신 교수는 설명한다. 그가 산발적인 개별연구를 넘어 좀더 체계적이고 집단적인 불평등 연구를 도모하게 된 까닭이다. ●한국적 불평등 대안 체계화가 목표 연구회가 목표하는 것은 불평등의 ‘한국적 상황’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한국적 이론’의 체계화다. 신 교수는 “세계화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추상적이고 이론적으로는 많이 논의했지만 우리 상황을 우리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는 부족했다.”면서 “불평등 연구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에 기초해야 하는 만큼 통계분석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 말했다. 24일 창립 심포지엄(‘민주화, 세계화와 불평등: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불평등에 접근하는 연구회의 문제의식를 잘 보여준다. 한국사회 불평등을 파헤치는 총 9편의 논문 발표방식은 세계화가 민주화(1주제: 민주화, 세계화와 불평등)와 한국사회의 구조변동(2주제: 불평등과 한국사회의 구조변동), 빈곤과 가족(3주제: 빈곤과 가족)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횡축으로 놓고, 교육과 계층이동(한준 연세대 교수 발표), 주택정책과 주거불평등(장세훈 동아대 교수), 여성노동과 소득불평등(김영미 중앙대 박사후 과정), 고용불안정과 복지악화(이성균 울산대 사회학과) 등을 종으로 배치하는 구도로 짜여 있다. 현 세계화가 민주화란 절대가치뿐 아니라 사회구조 틀거리에서부터 교육, 주거, 노동, 고용 등의 구체적 삶의 질까지 종횡으로 흔들며 불평등의 세부를 양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 교수는 “한국사회 불평등이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불평등에 대응하는 연구 또한 전방위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 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자료해석11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자료해석11

    비율의 평균적 배분이란 통계적 용어로 설명하면 가중평균과 같은 의미이다.2가지 이상의 비율 평균을 이용하여 비율값을 가지는 원값의 도수를 추정하는 과정을 비율의 평균적 배분이라고 한다. ☞ 비율의 평균적 배분 (이론 및 실전문제) 바로가기 일반적으로 같은 도수를 가지는 원값들의 비율 평균은 단순한 비율값의 산술평균으로 구하면 되지만 도수가 다른 원값들의 비율 평균은 원값들의 도수가 가중치로 작용한 가중평균을 구해야만 그 값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비율의 평균값을 이용하여 어느 쪽의 원값이 큰 도수를 가지고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이 평균적 배분이므로 본래는 약간의 방정식을 이용하여 그 정확한 값을 밝혀낼 수 있지만 실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는 방정식보다는 수의 개괄적인 흐름을 이용하여 도수의 크기를 정확히 산정하기보다는 어느 쪽의 도수가 더 큰지만을 주로 판단한다. 다만 최근 문제의 흐름 속에는 정교한 계산을 요구하는 문제도 가끔 나타나고 있으므로 정밀한 계산을 하는 과정도 같이 소개하기로 한다. 예. 다음 자료들을 종합하여 지문의 진위를 추정해 보자. 1.1996년 노동자의 수는 남성 노동자의 수가 여성 노동자의 수보다 많다? -1996년 여성의 비정규 노동자 비율은 38%이고, 남성의 비정규 노동자 비율은 8,5%로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높으므로 외관상으로 상기의 지문은 틀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 각각에서의 비율이므로 실제의 원값(성별 비정규 노동자의 수)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전체의 값이 있으므로 비율의 평균적 배분을 통해서 그 원값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본래 여성과 남성 노동자의 수가 같다면 비율의 평균은 단순한 산술평균으로 구할 수 있으므로 23.25%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의 평균은 전체로 표현된 19.9%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의 비율을 정확한 계산으로 구하면, 여성 노동자의 비율을 x라 하자. 38x+8.5(1-x)=19.9 x=0.39 따라서 여성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39%를 차지하고, 남성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61%를 차지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실제의 답은 평균의 편향된 모습을 통해서 파악한다. 산술평균인 23.25보다 실제의 평균인 19.9가 작은 쪽으로 편향되어 있으므로 작은 쪽 수치의 도수(또는 비율)가 큰 것이므로 작은 쪽 비율인 남성 노동자의 수가 여성보다 많다고 결론짓는 것이 바로 비율의 평균적 배분인 것이다. 2. 성별 비정규 노동자의 수는 여성이 남성의 4배를 넘고 있다? -역시 외관으로는 여성 비율인 38이 남성 비율인 8.5의 4배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앞에서 계산한 것처럼 남성노동자의 비율이 여성노동자 비율의 약 1.5배에 해당하고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여 비교하면,38×0.39=14.8 8.5×0.61=5.18이므로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수는 비정규 남성노동자 수의 3배 정도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승일 에듀 PAST연구소 소장
  • 문학전문 인터넷방송 ‘문장의 소리’ 16일 공개방송

    국내 유일의 문학전문 인터넷방송 ‘문장의 소리’(http://radio.munjang.or.kr)가 16일 오후 7시 서울 홍대역 부근 여성노동자회관에서 100회 특집 공개방송을 진행한다. 애청자 40명을 초청해 진행되는 이번 특집방송 현장에는 시인 안현미, 소설가 편혜영, 문학평론가 복도훈 씨 등이 참석해 문학이야기를 들려준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 테마이벤트 게시판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 이랜드 “65억피해” 민노총 “불매운동”

    비정규직 근로자 해고에 대한 항의로 이랜드 노조원 2600여명이 8일 매장 13곳을 점거·봉쇄하면서 이랜드 계열의 전국 홈에버 및 뉴코아 매장에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각 사업장들의 ‘차별시정’이 본격 접수될 경우 비정규직을 둘러싼 갈등이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랜드 노·사는 10일 재협상을 벌인다. 이와 관련, 노동부 관계자는 “전국 300인 이상 사업장 1800여곳에 대한 비정규직보호법 관련 실태조사에 나섰다.”면서 “이랜드와 뉴코아 등에 대해서도 이미 실태조사를 마치고 특별 근로감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검토”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는 노조원 300여명이 계산대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고, 경찰 병력 9개 중대 800여명이 매장의 출입구를 봉쇄해 긴장감을 더했다. 뉴코아 아웃렛 강남점과 킴스클럽에도 노조원 400여명이 출입구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뉴코아 야탑점에서는 매장에 진입하려는 노조원과 경찰간의 몸싸움으로 노조원 이기륭(34)씨가 부상을 입었다. 노조원들은 “홈에버와 뉴코아를 이용하지 말아 달라.”며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평화의교회 박경양 목사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줄 임금이 아까워 법망을 피하기 위해 용역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말 쇼핑못해 분통 점거 농성으로 발길을 돌린 이용객들은 “사태가 계속될 경우 홈에버 매장을 이용하지 않겠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 이번 사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코아 강남점을 찾은 변모(55·자영업)씨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물리력을 동원해 시위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월드컵몰점 이용객 박모(24·대학생)씨는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는 홈에버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홈에버 및 뉴코아 노조측도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9일부터 본격적인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미 서울 송파구청, 광주시청, 서울대병원 등에서는 기존 비정규직의 계약해지나 용역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사태 다른 사업장으로 비화될까 이랜드 노사는 점거 농성에 앞서 지난 7일 노동부의 중재 아래 2시간여 동안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중단됐다. 이랜드그룹은 이날 영업 중단으로 65억원의 막대한 매출액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랜드노조 측은 “이번 사태의 원인인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한 회사측의 책임으로 사측이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전국 단위의 농성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또 “이랜드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마당에 한 달 동안 대화를 갖자는 사측의 제안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사정에 맞춰 법적으로 허용된 ‘외주화’를 택한 것일 뿐”이라면서 “매장을 볼모로 하는 폭력적인 투쟁을 하는 상태에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교섭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동구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양극화 현상,대안은 없는가?/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양극화 현상,대안은 없는가?/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통계청에 따르면 올 1·4분기 하위 20% 계층 대비 상위 20% 계층의 소득배율은 8.4로 2003년 동기의 7.81보다 높아졌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3년 0.341에서 2006년 0.351로 악화되었다. 지난해의 부동산 광풍과 올해의 주가 폭등세는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은 중간 60%계층의 소득증가율이 최상위와 최하위 계층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허리가 취약한 양극화 현상은 국가와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양극화는 생산, 교육, 고용, 주거, 소비 등 모든 부문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극화의 주범이 세계화라는 사실은 누구나 지적할 수는 있지만 대안을 제시하라면 명쾌한 답을 듣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다양한 처방을 내놓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복지지출은 늘었지만 지니계수는 오히려 악화되었고, 부동산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집값과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성장이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지만 경제 활성화가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경제법칙은 없다.1960,70년대의 고도성장시대에는 임금증가가 분배상태를 개선시켰고,80,90년대에는 노동권 강화로 분배상태가 나아졌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 시대에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생산과 고용단계에서부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안으로 유럽의 빈국에 속했던 아일랜드의 성장모형이 강조되기도 한다. 아일랜드는 1987년 이후 노사간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정부지출을 줄이고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을 통해 외자유치에 성공하고 고성장과 저실업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아일랜드 모형은 당연히 복지축소 개념을 내포하고 있지만, 아일랜드도 기본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갖춘 국가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리고 또 다른 대안으로 사회투자국가모형이 제시되고 있다.‘제3의 길’ 주창자 앤서니 기든스가 언급한 사회투자국가는 경제가 잘 작동하려면 교육, 직업훈련, 주거, 의료 등 사회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육 등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투자를 늘려서 단기적으로는 여성노동력 확보, 중장기적으로는 인적자본 유지 및 빈곤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복지의 투자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근로연계복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복지국가와 구분되고, 경제성장과 사회정책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노선과 구분된다. 그러나 사회투자국가 개념은 국민의 정부 시절의 생산적 복지, 현 정부의 참여복지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근로연계복지를 강조한 것이 생산적 복지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한 것이 참여복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복지인프라도 완성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 증가를 강조하는 것은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크다. 이를 성장 강조의 사회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이해하는 전문가도 있다. 양극화의 해법이 복지지출의 확대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실증되고 있다. 과거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뒤틀어진 국가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성장잠재력을 억누르고 있는 규제뿐 아니라 보육, 교육, 보건, 환경 등 각종의 사회제도와 나아가서는 정치 및 행정제도를 유연하고 생산적인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먼저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완성되어야 한다. 부자와 빈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 경제사회 개혁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성장과 복지가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한국적 발전모형이 구상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 비정규 근로자 막판 힘겨루기

    비정규 근로자 막판 힘겨루기

    비정규 근로자들의 집회 및 시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오는 7월 비정규보호법의 시행을 앞두고 불이익을 차단하기 위한 비정규 근로자와 정부, 사용자측간 막판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경우 이달 말로 예정된 무기근로 계약 대상자 발표에 맞춰 각급 노동단체들과 함께 잇따라 집회를 갖고 정규직 전환의 당위성 설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노조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비정규법과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공공노조는 15일부터 17일까지 비정규 노동자들과 집회를 여는 등 공동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학교비정규직 전 직종 무기계약 전환 촉구대회’를 1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갖기로 했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국적으로 9만 5000여명에 이른다. 여성노동조합은 집회에서 정부의 대책대로 일용잡급직을 포함해 상시업무를 하는 전 직종에 대해 즉각 무기근로로 전환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민간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사용자측이 비정규 보호법의 시행을 빌미로 비정규 근로자의 사용을 줄이면서 해고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전문업체 비정규 근로자들은 지난 11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 함께 사업주의 비정규직 근로자 해고 방침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회사 근로자들은 “사업주가 7월 시행되는 비정규법에 의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이 맡고 있는 업무를 순차적으로 외주화하면서 해고를 일삼고 있다.”고주장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여성운동 대모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여성운동 대모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진해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원로 여성학자 이효재(83) 전 이화여대 교수가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창립 2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여성학자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데 선생님 곁에만 가면 깊은 감화를 받는다.”며 그의 존재를 불교의 ‘큰스님’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씩은 그 ‘기’를 받기 위해 진해에 다녀온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아서인지, 이 교수도 서울에서 후학들이 청하면 마다하지 않고 올라온다. 그러나 근래 들어 언론과의 인터뷰는 거절해 왔다. 언제부턴가 자신의 말이 너무 길어지고, 반복이 많다는 걸 발견하고부터라 했다. 그러나 서울 나들이길에서 어렵게 만난 이 교수는 매우 정정했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중간중간 가쁜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었던 것 외에는. ▶진해로 낙향하신 지 10년이 됐습니다. 연구 열정이 여전하신 것 같아요. “내려갈 때 조선시대 가부장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 결과가 2004년 ‘조선조 사회와 가족’ 책으로 나왔습니다. 작년에는 평전 ‘아버지 이약신 목사’를 냈습니다. 개인적 동기도 있었지만 식민지와 분단시대를 살아온 한 가족의 삶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서울사람의 역사만이 역사는 아닙니다. 지방의 민중사도 소중한 사회사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가족사를 쓰라고 권합니다.” 그 뒤로 약 1년 쉬었지만 이제 새로 일을 시작하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대신 ‘죽을 준비’로 쌓아놓은 강의노트와 사회운동 자료, 사진, 문건들을 정리해 자신의 ‘지성사’를 엮어보고 싶다고 했다. ▶유치하신 ‘기적의 도서관’이 개관 3주년을 맞았지요. “이곳 청소년들을 조사해 봤더니 75%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답이 나왔어요. 문화욕구를 풀 길이 없었던 거지요. 마침 방송캠페인이 있기에 백방으로 뛰어 어린이도서관을 설립했습니다. 자원활동가 엄마들과 어린이들이 책과 그림, 비디오, 각종 문화 프로그램들을 즐기며 얼마나 활기있게 움직이는지, 파급효과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사장됐던 여성들의 능력을 끌어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것. 이 교수는 진해 도서관 사례에서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을 본다고 한다. ▶진보적 여성운동단체라 할 수 있는 여성단체연합과 여성민우회가 올해로 창립 20년이 됐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사회개혁을 위한 여성운동 단체가 가능할지,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가족법개정 운동이 있긴 했지만 여성해방, 평등사회를 요구하는 급진적 여성운동은 처음이었거든요.20년 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됩니다.70년대 여성노동자투쟁과 더불어 활성화된 여대생운동 조직기반이 있었던 덕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권인숙사건, 정신대문제 제기에 이어 가족법 개정, 공보육도입, 호주제 폐지 등 많은 제도개혁 성과를 이뤄냈어요.” ▶국민의 정부 이후 여성운동단체가 행정부, 입법부 등에 많은 정치인을 배출하면서 권력화됐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민주사회에서는 정치를 비롯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참여가 이뤄져야 합니다. 여성운동가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정치참여를 할 수 있지요. 개혁적 정부가 개혁성과 경험을 갖춘 여성운동가를 요직에 기용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활동가들이 운동을 정치적 출세의 수단으로 삼는다거나 권력으로부터 분별없이 혜택을 얻기 위해 종속적 관계를 유지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운동단체가 정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독립적 권력’을 갖는 한 이를 ‘권력화’라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 교수 자신은 평생 정치와는 선을 긋고 학자와 사회운동가로서 자리를 지켰다. 이는 순전히 독재정부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 때 회유를 물리쳤고,1980년 ‘서울의 봄’ 이후 각종 민주화요구 서명을 주도한 결과 돌아온 것은 해직교수라는 멍에였다. ▶여성운동이 중산층 여성들의 이익옹호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는 여성운동도 노동문제에 관심이 컸어요. 그러나 노동운동이 자체 조직화돼 여성운동과 거리를 두게 되면서, 대학출신 주부들과 사무직 여성들이 여성민우회를 조직하게 된 겁니다. 이후 민주화운동과 법개정, 제도개혁운동에 집중하면서 빈민층, 노동자계층의 삶을 이슈화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요. 이번에 서울에 와서 보니 이 부분을 반성하고 빈민여성과 소외계층 문제를 새 과제로 삼겠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방화시대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 쪽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평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혁은 웬만큼 이뤘습니다.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평등을 구체화하여 진정한 변화를 실현하도록 해야 합니다. 민법 개정, 성매매 금지 등 여성운동의 성과들이 사회의 역공(逆攻)을 받는 것은 아직도 우리의 관습 속에 차별과 대립, 폭력과 억압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역의 풀뿌리 단위, 혹은 각 전문분야별 수준에서 새로운 문화를 싹틔워 가도록 하고 중앙 여성단체는 이를 연결시키는 미디에이터( mediator) 역할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통 사회의식이 없습니다. “그동안 여성들이 짓눌려 산 데 대한 반작용으로 정체성 찾기와 전문성 개발, 열심히, 당당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기가 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자기주장, 개성만으로는 고립되어 성장에 한계가 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친지, 이웃, 직장동료, 지역사회 등과 연대를 넓혀가야만 능력이 증가되고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민주화운동을 하신 입장에서 참여정부의 지지율 저하를 어떻게 보십니까. “참여정부가 제도개혁, 절차적 민주주의, 비리척결, 가부장적 권위주의 청산 등 한 일도 많았죠. 문제는 내가 지방에 있어 보니까, 열린우리당이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요. 정당이 풀뿌리들의 지지를 받아서 활동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자기들끼리 오직 대통령, 국회의원 되기 위한 목적으로 합쳤다, 헤어졌다 하는 겁니다. 민주화세력들 이제는 흩어져야 합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파고들어 풀뿌리민주주의 싹을 틔워야 해요. 그동안 뿌려놓은 씨앗들이 여기저기 보이긴 하거든요.” ▶진보세력 일각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앞으로 한나라당이 집권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민주적인 정당정치에서 집권세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요. 그러나 보수 정당이 아직도 냉전시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언제까지 보수는 반북·반공·친미를 해야 한다고 할까요.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예요. 친북·반미로 언제 우주화시대를 따라가겠습니까. 과학이 발전해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여자 난자를 팔아 줄기세포를 만들자는 세상이에요. 보수·진보 모두, 우리가 진정 지키고 보호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질서와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을 잘 봐야 합니다.” 서울 일은 잘 모른다면서도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 예리하게 느껴졌다. yshi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이 효재 그는… 1924년 경남 마산 출생(만 83세). 이화여대 영문과를 2년 다닌 뒤 미국 앨라배마대, 컬럼비아대,UC버클리에서 사회학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귀국 후 1958년부터 이대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 여성학과 가족사회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업적을 쌓는 한편, 실천적 운동에도 앞장서 평우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을 주도적으로 결성했다. 지은희, 신혜수, 이미경, 장하진, 최영희 등이 그의 제자.1980년 반체제 지식인으로 분류돼 해직되기도 했다.1990년 이대교수직 은퇴 후 1997년부터 제2의 고향인 경남 진해로 낙향. 이곳에서 부친이 세운 경신사회복지재단 부설 사회복지연구소 소장직과 진해어린이도서관 운영위원장을 맡아 지역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다.‘여성해방의 이론과 현실’(1979)‘분단시대의 사회학’(1985)‘조선조 사회와 가족’(2004) 등 저서. 제1회 비추미 여성대상(2002), 제4회유관순상(2005) 등을 수상했다.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초대석] 이석행 민주노총 5대위원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초대석] 이석행 민주노총 5대위원장

    이석행(48)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온건파인가, 강경파인가. 이 위원장을 온건파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29일 그의 첫 기자회견 뉴스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온건파라더니 아니네.” 이 위원장은 회견에서 “파업투쟁을 통해서 노동자의 조직역량이 강해져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장기투쟁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180명의 구속자 문제 해결을 내걸었다. 마오쩌둥을 연상시키는 ‘현장대장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잦은 파업, 강경시위는 시민들만 짜증나게 했을 뿐 아무런 위력이나 실익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지도부 비리사건, 내부 폭력사태 등과 겹쳐져 민주노총의 위기론까지 자초했던 터다. 이 상황에서 이른바 ‘온건파’의 당선은 변화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꽤 센´ 발언으로 이런 예상에 물음표를 찍게 했다.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뜻밖에 사람좋은 ‘배추장수´ 인상이었다. 충청도 억양, 내려간 눈꼬리에 시종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아 외모로만 본다면 분명 그는 ‘온건’했다. ▶해고노동자 출신인데 어떻게 해고됐습니까. “대동중공업이 두원그룹으로 매각된 다음 해인 1991년 해고됐습니다. 당시 윤석양 이병이 양심선언을 하고 보안사의 정치사찰 문서를 공개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제가 267번째로 나왔습니다. 조합원 20명의 임금을 옷장에서 훔쳐 해고됐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게 ‘말’지는 물론 주간 노동자신문에 박스기사로 실린 거예요. 너무 분하고 황당하여 보안사 앞에 가서 ‘보안사 해체하라’고 유인물을 돌리며 항의했죠.” 회사는 항의하는 그를 오히려 ‘회사 무단이탈’‘회사 명예훼손’을 이유로 해고했다. 더욱 황당해져 법에 호소했지만 대법원까지 가서 졌다. 그때는 젊은 정열이 넘쳤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믿던 때였다. 사법부에 대한 절망과 불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 노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전북기계공고를 나왔습니다. 정밀가공사 자격증만 따 나가면 잘 살 수 있다고 해 그런 줄 알았습니다. 졸업하고 상공부장관 추천을 받아 진주 대동중공업에 취직했는데 이게 딴판이에요. 일당이 770원이었는데 월급으로 10만원을 받았습니다. 일요일도 없었고, 연장근무를 얼마나 했으면 이만 한 돈을 받았겠습니까. 누가 와서 노조 만들면 일요일과 ‘4대절’ 빨간날은 모두 놀 수 있다고 말해 따라가서 교육부장 맡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 같은 ‘강성’이 됐나요. “1984년도에 한국노총 1주일 코스 ‘새마을 교육’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이름만 ‘새마을 교육’이지 노동 교육이었어요. 김금수(전 노사정위원장), 천영세(민주노동당 의원)씨가 강사로 나왔고, 함께 교육을 받았던 여성노동자들이 서울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해요. 청춘이라 1주일 후 서울로 올라갔죠.” 그때 여성들이 서울대 다니다 현장에 들어온 ‘학출’운동가였다. 노조운동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며 혼을 냈고 이때부터 월2회,1박2일씩 상경 학습이 시작됐다. 다음 해에는 문성현(민주노동당 대표)씨 등을 만났고 이불 속에서 ‘불온서적’을 탐독하기에 이르렀다. 본격적으로 파업을 주도하거나 연대투쟁에 가담하는 운동가가 되었다. ▶해고노동자인데 어떻게 민주노총 조합원 자격이 있었지요. “제가 전과 7범이라 정식 취직은 못합니다. 대신 비정규직으로 작은 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며 서울 동부 금속지역노조에 가입했죠. 비정규직으로 위원장이 된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이 위원장은 선반공으로서 촉망받는 기술자였다. 해고된 뒤는 물론,2005년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금형공장으로 돌아가 선삭 일을 하였다.‘엄마냄새 ’다음으로 ‘기름냄새’가 좋다는 그는 죽을 때까지 현장 노동자로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현장’을 강조하고 계신데 ‘현장’의 힘을 몰아 더욱 세게 나가는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맞습니다. 힘이 되는 만큼 교섭을 요구할 겁니다. 지금 걱정이 ‘제조업 공동화’입니다. 남아 있는 굴뚝산업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정도입니다. 이거라도 제대로 지키는 민주노총이 돼야 합니다. 제조업들이 외국가는데 정부는 서비스산업, 관광산업 외치다 실업률이 이렇게 됐습니다. 힘을 갖고, 정부 정책 초기단계서부터 개입해 들어갈 겁니다. 이렇게 되자면 민주노총이 파업을 해도 콧방귀 뀌는 상황으론 안 됩니다.” 그러나 파업은 수단이지 목적은 될 수 없다고 못박는다. 이 일로 내부에선 욕먹지만 이론이 아니라 체험으로 굳어진 신념이기에 현장에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현장대장정은 앞으로 6개월간 텐트를 들고 떠나려 한다. 우선 2월 한달간 서울 사무직을 순회한 후에는 20만 조합원이 파업 안되면 촛불집회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낼 작정이다. ▶이수호 전 위원장 때 추진했던 사회적 교섭 재개를 기대해도 될까요. “우리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되면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 그 힘을 받아 들어가겠습니다. 정부가 틀 만들어놓고, 받을래 안 받을래 하는 식으론 안 됩니다. 현장에는 교섭하자는 소리가 높습니다.2004년 당시, 정부와 민노총 간에는 노사정·노정의 중층적 교섭틀이 합의돼 가고 있었습니다. 실무자들이 대화를 거부해 깨졌지요. 이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데서부터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폭력적인 거리 시위에 시민들이 지쳐 있는데요. “비정규 법안, 자유무역협정(FTA) 거리 시위는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가족에 한 명 꼴이나 되고 FTA는 민족 정체성과도 관련된 일입니다. 또 임금인상 요구만으로는 민주노총 존재의미가 없습니다. 제도개선, 정치운동을 통해 소외 계층의 공감을 얻어야지요. 다만 폭력시위는 다분히 유도된 측면도 있지만, 오는 8일 공식 취임식 때 비폭력투쟁을 선언하겠습니다. 경찰이 밟고, 잡아가도 저항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경영계는 산별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들을 테이블로 끌어낼 복안은 있습니까. “산별노조가 정착되면 기업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을 설득하겠습니다. 주택, 교육, 의료비 등 기업의 후생복지비 지출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부분을 정부와 함께 교섭하면 기업이나 노동자나 걱정없이 일할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노동장관을 만나겠고, 산자부, 행자부, 교육부 등 누구라도 찾아가겠습니다.” 이 위원장은 누구와도 대화를 피하지 않겠다며, 자신은 ‘더디게 발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열려 있음을 뜻하는 이 말은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유인 듯도 싶었다. yshin@seoul.co.kr ■ 이석행 위원장은 1958년 충남 청양 출생. 광산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이후 기성회비를 한번도 못내고 초등학교를 졸업했다.14세 때 광산에 들어가 아침 여섯시부터 노동자로 일하고 밤 1시까지 재건학교에서 공부한 뒤 귀가하는 생활 끝에 학비를 모아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비를 보태주던 누나가 결핵에 걸리는 바람에 서울로 올라가 구두닦이를 했다. 또다시 2년간 돈을 벌어 고향에 내려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는 박정희 대통령 때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세운 전북기계공고(익산)를 다녔다. 돈이 안 들고 취직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977년 대동공업에 병역특례자로 입사해 이때부터 금속노동자가 됐다.1980년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위원장을 2회 지냈다. 해고된 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차장, 전국자동차산업연맹 부위원장을 지냈고 1988년 전국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을 거쳐 2004년 민주노총 4기 이수호 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사무총장이 됐다.2005년 민주노총 내 금품비리 혐의로 지도부가 총사퇴할 때 물러났다. 민주노총 내 온건파인 국민파로 5기위원장 당선. 월수 150만원 정도의 선반공 임금과 강의료, 아내가 액세서리에 구슬을 붙여주고 받는 돈 60만원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다.
  • 진보세력 “대선 개입” ‘단일후보’는 엇갈려

    진보세력 “대선 개입” ‘단일후보’는 엇갈려

    국내 진보·개혁 성향의 시민·사회운동가들이 ‘합리적 신진보운동’을 기치로 올 대통령선거에 적극 개입할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단일후보 추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창조한국미래구상(가칭)’은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국사회의 창조적 미래를 위한 시국 대토론회’를 열고 본격 행보에 나섰다. 발제에 나선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열망을 배반, 정책·현실적으로 대안이 아니다. 민주노동당도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문제제기 정당’으로 축소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존 정치세력으로는 곤란하며, 대안은 ‘새로운 상상력의 정치운동’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새로운 정치운동은 단기적으로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범진보·개혁세력의 국민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정책을 먼저 제안하고 단일 국민후보를 선출하는 ‘선 정책 후 후보’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성급하게 진보·개혁세력의 승리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대선에서 실패하더라도 강력한 진보정당 건설에 이바지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면서 “단일후보를 내려면 어디까지 진보·개혁세력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그것부터 의견일치를 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우리의 역할은 올 대선에 가장 올바르고 전문성있고 역량있는 후보를 찾아내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라면서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가운데서도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자로는 문국현 유한킴벌리사장, 임진택 연극연출가, 임동규 부산YMCA사무총장, 나간채 전남대 사회과학대학장, 권미혁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손석춘 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위원장, 최현진 회사원, 이학영 YMCA사무총장 등 9명이 참석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단신]

    2006 여성영화인축제가 14일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올해로 7회째로 한 해 동안 여성영화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 이날 오후 7시30분 총 8개 부문에 걸쳐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시상한다. 공로상은 원로배우 이경희씨로 선정됐다. 이에 앞서 70년대 동일방직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혜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들은 정의파다’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영화 프로젝트인 ‘시선’ 시리즈 가운데 여성감독이 연출한 ‘그녀들의 시선’, 단편 ‘착한 아이’와 ‘땐싱보이’도 상영된다. CJ CGV(대표 박동호)는 오는 20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두 가지 이벤트를 마련했다. 가장 오래된 티켓을 소지하고 있는 고객을 찾는 ‘태고의 티켓을 찾아라’ 이벤트를 펼쳐 10명의 고객을 뽑아 10돈 상당의 황금티켓을 증정한다.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티켓의 사진을 찍어 20일까지 홈페이지(www.cgv.co.kr)에 올리면 된다. 당첨자는 26일 홈페이지에 발표.
  • 본지 ‘마이너리티’ 대한민국 인권상

    본지 ‘마이너리티’ 대한민국 인권상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처음 제정한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서울신문사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작팀 등 17개 단체 또는 개인을 선정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인권문화(언론) 분야 수상작인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혼혈인, 성매매피해 여성 등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다룬 기획 연재물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서울신문에 10회에 걸쳐 게재됐다. 인권위는 지난해까지 인권위원장 명의로 인권활동가나 단체에 포상을 했으나 올해 ‘대한민국 인권상’으로 확대, 개편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8일 세계인권선언 58주년 기념식에서 같이 열린다. 인권위는 수상자 가운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전 상임의장 임기란씨와 법무부 원주교도소 소속 곽병은씨는 각각 국민훈장 석류장과 근정포장을 함께 수여해 주도록 행정자치부에 추천했다. 이밖에도 한국교육방송공사 ‘똘레랑스’ 제작팀, 한센병보상청구소송일본변호단,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원회, 성안드레아정신병원,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등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오늘의 눈] 四字成語에 비춰본 정치권/박찬구 정치부 차장

    현실이 위중해서일까. 스산한 가을 바람에 마음은 벌써 세밑으로 달린다. 올 한해 지나온 길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갈무리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조반유리(造反有理). 북핵 사태는 누구의 책임인가. 궁지에 몰린 정권의 무모한 승부수인가. 한민족의 감성적 포용정책이 빌미를 제공한 것인가. 따지자면 ‘세계화의 첫 전쟁’,‘폭력의 유목화’로 일컫는 이라크전을 세계에 강요한 미 부시 정부의 메시아주의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항거에는 이유가 있다.’며 문화대혁명을 기획·연출한 마오쩌둥이라면 북핵 사태에 어떤 어록을 덧붙일까. 물론 정세의 냉정한 진단이나 전망과는 별도로 내년 대선을 겨냥한 이념대결의 수위는 잔을 넘칠 조짐이다. #화중지병(畵中之餠). 올 들어 정치권에서 제기된, 그나마 생산적인 화두는 ‘뉴딜’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쪽도 현실화 가능성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럼에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고민에서 ‘사회적 대타협’의 절실함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만의 게임과 정쟁이 난무한 정치권에서는 ‘그림의 떡’이긴 하지만…. #승자독식(勝者獨食). 시장의 논리가 공동체의 가치를 잠식한 지는 오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시장’이라는 바퀴 하나로 삐걱대며 굴러간다. 내년 노동계의 화두인 산별노조가 대안의 물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현실로 상징되는 양극화 현상을 치유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미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해밀턴 프로젝트에서 자국의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으로 ‘폭넓은 계층을 포괄하는 동반성장’을 제시했듯이, 우리에게도 사회안전망으로서 패자부활전을 보장하는 것이 미래 담론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은 절박하다. 세밑엔 어떤 단상이 꼬리를 물까. 박찬구 정치부 차장 ckpark@seoul.co.kr
  • ‘이혼고아 1천명’ 그들의 현주소는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되는 아이들이 매년 1000명에 달한다고 조사될 정도로 최근 ‘이혼고아’가 급증하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가 돼 아동보호시설에 들어간 아이들은 4394명에 달한다.13일 오후 10시5분 방송되는 EBS ‘똘레랑스’는 이혼고아가 전체 아이들의 절반이 넘는 보육시설 현황과, 부모가 한명인 가정에서 겪는 양육의 어려움을 담았다. 이혼 후 한 부모 가정의 가장이 된 부모들은 모자 가정의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을, 부자 가정의 경우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극빈층의 한 부모 가정은 양육과 부양, 두가지 중 한가지를 포기해야 생활이 가능할 정도이다. 프로그램은 한 부모 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지원이 무엇인지 대안을 찾는다. 지난해 평균 352쌍이 이혼했으며 그 중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가 80%에 이른다. 서울의 어느 보육시설은 75명 중 60% 정도가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다. 아버지의 발길이 뜸해진 뒤 밤낮 컴퓨터 게임에 빠진 경훈이와,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 때문에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는 솔미의 사례를 통해 이혼 고아들의 실태를 살펴본다. 또 양육과 부양의 의무를 짊어진 한 부모 가장들의 홀로서기도 생생하게 전달한다.1년 전 이혼한 전선미씨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데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다. 부자가정의 경우, 자녀 양육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5년 전 이혼한 뒤 가사와 육아에 조금 익숙해졌다는 양창호씨는 돈 버는 일도 포기하고 딸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에게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최근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이혼 후 여성 한 부모 가장을 위해 영·유아 보육서비스를 시작했다. 군산 늘빛지역아동센터는 이혼한 부모를 위한 강의를 개최하고, 오후 9시까지 공부방을 운영한다. 최근 법무부는 미성년 자녀양육문제에 대한 협의 없이 이혼이 불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들어본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임신땐 해고 공포”…멀고도 먼 2세 낳기

    “임신땐 해고 공포”…멀고도 먼 2세 낳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높지만 정작 저출산 극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들은 여성의 출산과 임신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범정부적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구호는 요란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임신과 출산이 해고 사유가 되고, 공직 사회 내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 최근 5개월간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 내용들은 출산친화 문화가 아닌 반(反)출산 문화의 현실을 보여준다. 평등의 전화측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임신 여성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에는 변화가 없다. 임신과 출산 때문에 해고됐다는 상담도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100여건의 모성보호 상담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해고다. 서울의 모 치과에서 간호사로 2년째 근무하던 A씨는 임신 6개월이 되자 쫓겨날 처지가 됐다. 원장 의사로부터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사직 권고를 받은 것이다.A씨는 “원장이 임신해서 보기 안 좋고 힘들어 하니 일도 못한다며 나가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30세 여성은 지난 2월 출산휴가를 끝내고 출근을 하니 이미 책상이 치워져 있었다. 그는 “출산휴가 중에 회사에서는 이미 정리해고 대상으로 결정해 나 대신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놓고 있었다.”고 황당해했다. 미용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30대 B씨는 산전후 휴가가 끝나 출근을 일주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B씨는 “회사에 항의를 하니 다른 지점으로 옮기라고 하더라. 출산 전에는 지점장으로 근무를 했는데 다른 지점의 텔레마케터로 일하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접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지는 않지만 퇴사를 종용하는 사례도 많다. 엉뚱한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직급을 강등시켜 회사를 나가도록 유도하는 경우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던 C씨는 산전후 휴가 90일을 쓰고 복귀를 했더니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돼 있었다. 그는 “임신 전에 영업부 팀장을 맡고 있었는데 복귀 직전에 팀장을 면하게 됐으니 팀원으로 일하라는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와서 보니 영업 경험이 없는 엉뚱한 사람이 팀장으로 와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소리인지 너무 분하다.”고 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20대 여성도 지난 3월 엉뚱한 배치를 받았다. 기술직으로 정산을 담당하던 그는 출산 후 90일 만에 출근을 했더니 고객창구 업무로 담당업무가 바뀌어 있었다. 30명 규모의 기업체에 다니던 D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사업주가 임신한 그의 얼굴에 대고 담배연기를 뿜어댄 것이다. 그는 “화가 나 항의를 했다가 그만 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억울해했다. 임신과 출산이 죄가 되는 것은 규모가 작은 민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친화 문화를 이끌어야 할 국가 기관에서조차 임신 여성을 홀대하는 상황이다. 어린이집 교사인 E씨는 지난달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묶어쓰려다 담당 구청 직원에게 욕을 들었다. 어린이집 원장이 허락한 사안에 대해 담당 구청 직원은 “요즘 그런 용감한 X이 어딨느냐.”며 사직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다 임신이 걸림돌이 된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 해고돼 고용안정센터에 실업수당을 신청했던 한 실직 여성은 ‘임신한 상태이기 때문에 구직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는 “남편은 행방불명이 된 상태고 두 돌된 아기까지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배도 안 나온 사람에게 국가기관에서 임신 때문에 구직 능력이 없다고 할 수가 있느냐.”면서 “나중에 담당직원의 착오로 드러나긴 했지만 어이가 없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모성보호 고용지원금 실효 거둘까 산전후 휴가, 유·사산 휴가, 육아휴직 등 법 테두리 속의 모성보호 규정은 많다. 당장 7월1일부터는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위한 계속고용지원금이 지원되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보육시설을 갖추거나 보육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보육 의무를 따르는 사업장은 전체 40%도 안 된다. 올 상반기 현재 직장보육 의무 사업장은 모두 817곳으로 이 가운데 직장 보육시설 등을 갖춘 곳은 302곳뿐이다. 지자체의 이행률이 95.5%로 높지만, 학교는 21.8%, 민간은 24.8%로 저조하다. 중앙 정부기관 역시 34.9%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출산·가족 친화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장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출산친화 문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의무로 규정만 할 뿐 제재도 없고 그렇다고 인센티브도 없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법 의무규정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근로기준법은 산전후 휴가 90일을 보장하고, 이 중 60일은 유급휴가로 정하고 있다. 육아휴직 역시 1년 이상 근무자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양육해야 할 경우 10개월∼1년 동안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육아휴직 이용률이 전체 26%에 불과할 정도로 모성보호가 열악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은 일자리를 보전하는 것조차 어렵다. 때문에 정부는 이달부터 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업장에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산전후 휴가나 임신 34주 이후 계약 기간이 끝나는 계약직 직원을 1년 이상 계속 고용하는 사업장에 매월 40만∼60만원을 고용비용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성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계속고용지원금이 얼마나 실효성을 보일지 미지수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밀착취재] 사내부부 차별 여전

    [밀착취재] 사내부부 차별 여전

    사내부부가 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생긴 직장문화의 한 단면이다. 사내연애를 아예 금기시하는 기업도 있으나 사내결혼을 적극 권장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로 사내부부에 대한 시선이 너그러워졌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일상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지내다보면 사내부부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과 가정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한 문화에서 사내부부는 아직 낯설다. 때문에 기본적 권리 침해조차 도외시되기도 한다. 새로운 문화인 만큼 바람직한 정착을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사내부부는 구조조정 1순위란 말이 있다.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통용됐던 말이다. 당시 모 금융사는 ‘경제적 충격이 덜한’ 부부사원 중 여성의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무더기로 해고해 소송까지 가기도 했다.7∼8년 전의 일이다. 지난 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여전한 현실이기도 하다. ●남편에게 해될까 ‘쉬쉬’ 대기업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사표를 내야 할 처지에 처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임신한 여성과 사내부부를 우선 해고한다는 소문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A씨는 “사내커플인 데다 임신까지 해서 확실한 해고 대상인데 노조에서도 사내커플은 알아서 나가라는 분위기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기업체 과장으로 있는 B씨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사내결혼을 했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둘 중 한 명은 나가는 게 관행이라는 것이다. 사내부부였던 C씨는 이혼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C씨는 “사내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게 됐는데, 회사에서 전 남편과 함께 근무하는 게 불편할 거라며 그만두라고 한다. 공사를 확실히 구분했는데 이혼 때문에 쫓겨날 처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내부부·성차별 이중문제 이처럼 사내부부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성노동 전문 상담창구인 ‘평등의 전화’에도 사내부부의 하소연은 심심치 않게 올라 온다. 사내부부라는 이유로 퇴직을 종용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구조조정시엔 관행처럼 사내부부가 타깃이 되다 보니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한 여성은 “회사 구조조정 때마다 사내부부가 타깃이 되는데, 남편과 법적으로 이혼을 하면 사내부부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고 평등의 전화에 묻기도 했다. 사내부부에 대한 차별은 부당대우 문제뿐만 아니라 성차별 문제도 안고 있다. 해고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고, 임신이나 출산시에도 사내부부라는 조건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부산의 중소기업체에 다니던 여성은 “출산한 지 12일 만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만약 부당해고로 문제를 삼으면 사내커플인 남편에게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해서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법을 위반한 기업을 실제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내부부는 부당해고를 당하더라도 한 쪽이 회사에 남아 있기 때문에 회사에 불만을 드러내지 못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내부부 부당 해고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지만 실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없어 정부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입사동기 부부가 털어놓은 속얘기 임왕섭(34·KT&G 브랜드국 과장)·김경선(31·KT&G 북서울본부 대리)부부와 김영곤(32·삼성SDS 전자해외팀 대리)·오윤정(30·삼성SDS 전자해외팀 대리) 부부는 사내부부다. 회사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부부라는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서 사내부부의 속얘기를 들어봤다. 왕섭 아내와는 입사동기인데 발령을 다른 지점으로 받았지만 맡은 업무가 비슷해서 힘들 때나 고민있을 때 전화를 주고 받다보니 정이 들었다. 영곤 신입사원 수련회에서 지금 아내를 처음 봤는데 같은 부서에 배치받은 게 계기가 됐다. 워낙 해외출장이 많은 부서라 같이 출장다니면서 가까워졌고 2년 정도 몰래 데이트를 했다. 왕섭 4년 넘게 연애했는데, 거의 첩보영화를 찍는 수준이었다. 퇴근 후에 만날 때도 회사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접선하듯이 몰래 만났고, 회사 내에서는 꼭 필요할 때만 복도 계단 통로에서 살짝 만나곤 했다. 윤정 사내부부라서 좋은 점이 많다.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다. 업무상 해외출장도 많고 야근도 많은데 서로 다른 일을 한다면 여자 입장에서 남편을 신경쓸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데 같은 회사 사람이다보니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일할 때도 편하게 할 수 있다. 경선 예를 들어 회식이 늦어져도 서로의 상사 스타일을 아니까 그러려니 하는 식이다. 대화거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영곤 부부간에 대화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사내부부의 경우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진다. 서로 업무에 대해 잘 모르면 아예 얘기조차 안 꺼내게 되질 않나.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위안을 받을 수 있어 든든하다. 경선 물론 사내부부라는 조건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한 사람이 사내에서 자기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그 흉이 상대에게까지 돌아가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사내부부라는 걸 항상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일이나 인간관계에서나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된다. 회사생활뿐만 아니라 가정사에서도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긴장하게 된다. 왕섭 남자는 특히 왕따가 될 수도 있다. 너무 투명한 유리지갑이어서 보너스조차 따로 챙길 수가 없다. 친구들끼리 2차,3차를 가는 경우에도 친구들이 알아서 열외를 시켜줄 정도다. 영곤 회사의 시선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결혼 전에 사내커플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경영진의 호응도가 낮은 편인데 가정사를 회사까지 가져온다, 보안유지가 힘들다 등의 이유 때문이더라. 우리의 경우는 특히 결혼 후에도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다. 윗선에서 부서배치를 달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 회사에서 신뢰를 보여준 만큼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더 조심한다. 윤정 남편과 사내에서는 둘이서 따로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호칭도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서로 공식 직급을 부른다. 왕섭 회사에 위기가 있을 때 사내부부가 타깃이 된다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둔다. 아예 와이프에게는 우리 중 하나가 나갈 일이 생기면 내가 나간다고 공언을 해놨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직장을 옮기기가 쉽지 않나. 하지만 그런 위기의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자극제가 된다. 정리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사적인 문제로 업무에 지장” CEO 60% “사내결혼 반대” 사내부부의 증가는 기업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연애나 결혼은 사생활이지만, 사내 분위기나 업무와 직결돼 모른 척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전 직원의 7% 정도가 사내결혼을 했다.1만 2000명의 직원 중 사내부부가 424쌍이다. 우리은행측은 “사내결혼을 반대하지도 않고 특별히 장려하는 분위기도 없다. 다만 인사발령 때 부부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고려해 배치한다.”고 했다. 유한킴벌리는 사생활은 사생활이라는 주의다.1700명의 사원 중 46명이 사내결혼을 했다. 사내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하는 커플이 많다. 부부가 원하면 같은 사업장에 배치할 정도로 개방적이다. 삼성SDS도 사내부부가 많은 기업 중 하나다. 직원 7100명 중 사내부부가 90쌍 정도다. 팀 프로젝트와 밤샘작업이 많고 여성인력 비율이 높다 보니 사내커플이 많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개방적이진 않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사내연애를 금지하거나 사내결혼 때 한 쪽을 퇴사시키는 곳도 있다. 사측의 이같은 고민은 사내결혼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헤드헌팅업체 아인스파트너가 직장인 1100여명과 최고경영자(CEO) 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직장인들의 70% 이상이 사내결혼에 긍정적인 반면 CEO는 60% 이상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CEO들은 사내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로 ‘사적인 문제가 회사에서도 이어져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회사에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출산이나 육아지원에 대한 책임이 무거워진다’는 점들을 들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켄 로치 황금종려상 수상 가슴 서늘해지는 이유는?

    [시네드라이브] 켄 로치 황금종려상 수상 가슴 서늘해지는 이유는?

    얼마전 막 내린 칸영화제가 ‘드디어’ 켄 로치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줬다. 이 얘기를 다룬 기사들은 한결같이 그를 미국·영국 제국주의에 문제를 제기해온 좌파 혹은 반골 감독이라 언급했다. 아무래도 수상작 ‘보리밭에 부는 바람’이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다룬데다 감독 스스로 이 영화를 9·11 이후 미국사회에 대한 은유라 발언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상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하다. 수상소식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그의 전작 ‘빵과 장미’였다. 물론 일단 영화가 좋아서다. 영화는 미국의 거대한 소비도시 LA에서 멕시코 출신에다, 그것도 건물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하층 노동자에다, 여자이기까지 한, 그래서 ‘3중’으로 소외당한 자매의 노조설립 이야기다. 이주 여성노동자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노조설립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자칭 인권천국이라는 미국도 별다르지 않게 사는구나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칫 도식적으로 흐를 수 있는 묵직한 주제를 너무도 발랄하게 표현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연애담으로 봐도 될 만큼 흥미있다. 너무 뚜렷한 방향성에서 나오는 뻔한 웅변이나 프로파간다는 없다.‘좌파감독’이란 꼬리표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이 영화만큼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빵과 장미’가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 사는 후배가 전해준 이야기가 남긴 뜨끔함 때문이다. 영화에 히스패닉계 청소부들이 단결해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 시위대로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히스패닉계 인권운동가들이란다. 여기까지야 그러겠거니 하겠는데,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비판하는 대상이 바로 ‘LA 한인’들이라는 거였다. 대형 슈퍼 체인이나 봉제공장 등을 운영하는 한인들이 히스패닉계들을 혹독하게 부린다는 얘기였다. 어찌나 심하게 다루는지 애초 설움받는 한국인 노동자를 보호하자고 만들었던 한 노동상담소는 아예 한인에게 고통받는 히스패닉계를 보호하는 쪽으로 활동방향을 바꿨단다. 흑백갈등이 워낙 심해 그다지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뿐이란 얘기였다. 켄 로치 감독은 결국 미국·영국의 제국주의만 비판하게 아니었다. 이제 좀 살 만하다고 우리도 어느새 그 제국주의 식탁 위에 숟가락 하나 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의 수상소식이 서늘했던 까닭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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