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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라법이다”…민주당 교육공무직법안에 공시, 임고생 ‘반발’

    “정유라법이다”…민주당 교육공무직법안에 공시, 임고생 ‘반발’

    교육공무직원법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교육공무직원법)을 두고 임용고시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임고생, 공시생)의 반대 의견이 거세다. 지난달 28일 발의된 이 법안은 학교 등 교육기관에 교육공무직이라는 새로운 직제를 신설하고,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인 교육공무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 발의에 찬성한 유 의원 등 75인은 “지난 4월 기준 학교 비정규직은 약 14만명”이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33%가 학교 비정규직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서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어 “교육공무직원의 채용과 처우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겠다. 이를 통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고생과 공시생들은 “교육공무직법은 정유라법”이라며 강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학교 실무사 등을 정규직인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임고생과 공시생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공시생은 “발의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세부 내용이 법안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된 조항은 부칙 제2조 4항이다. 해당 조항은 교육공무직원 중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대 측은 이 조항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처우 및 지위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우선해 이 법을 적용한다’는 문구도 논란이 됐다. 유 의원은 지난 8일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법안에 대해 해명하는 등 논란 진화에 나섰다. 유 의원은 “일방적으로, 비공개로 법안을 추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이 법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우리 사회 과제 해결을 위해 구상된 민주당의 추진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노동자가 90%를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2012년부터 추진 중이다. 문제가 된 부칙 제4항은 삭제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역사 속 ‘은폐의 여성史’ 다시 보다

    역사 속 ‘은폐의 여성史’ 다시 보다

    글로벌시대에 읽는 한국여성사/정현백·김선주·권순형·정해은·신영숙·이임하 지음/사람의무늬/296쪽/1만 5000원 1980년대 말 이후의 한국 여성운동은 국제사회에서도 언급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군 위안부’ 운동이 대표적이다. 1970·80년대 활발했던 한국의 여성노동자운동은 제3세계 여성운동의 모델로, 동남아나 중남미지역 여성노동자운동에서 하나의 전범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사에서 남성 중심적 역사서술을 통해 이 땅 여성들의 주체적 행위는 거의 은폐돼 있었다. ●한국사학계 여성 경제활동 주목 못 받아 성균관대·중앙대·성공회대 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등 6명이 쓴 이 책은 그 역사 속 ‘은폐의 여성’을 재조명해 눈길을 끈다. 간과됐던 여성사 속의 문제들을 새로 찾아 여성사의 새로운 위치 지우기(positioning)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도외시됐던 여성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 역사를 복원해 도드라진다. 한국사학계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저자들은 그 이유를 “여성은 가사에 전념하는 수동적 존재로 간주된 역사적 상식에 역사학자들의 상상력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그 같은 인식의 거풀을 보기 좋게 벗겨내는 반전의 사례들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우선 경제활동을 보자. 원시·고대사회의 여성들은 생산활동에서 통념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농사일 외에도 길쌈을 통해 경제활동에 기여했으며 공적으로 역역(力役)을 부담하기도 했다. 고려시대 여성들은 자신의 재산을 기초로 상업과 무역활동에 종사해 재산을 축적하기까지 했다. 조선시대 여성은 가부장적 통제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한 가정의 운영자로서 중심적인 지위를 확보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전문직 여성 처음 등장 근대 일제강점기 여성들은 가혹한 착취 아래 가족 생계를 위해 혹독하게 일해야 했다. 이 시기에 전문직 여성이나 서비스직 여성이 처음 등장한 점이 흥미롭다. 여성교육 확장으로 여교사, 간호부, 조산부, 여기자 등의 전문직은 물론 전화교환수, 점원이 서비스직업으로 부상했다. 전체 공장노동자의 30%가 여성이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여성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은 식민지 자본주의 착취의 젠더화를 확인하게 한다”면서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들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저항주체로 등장했다고 해석한다. ●저항 주체로 성장→여성인권 제도 개선 성취 한국전쟁에서 여성들은 생계부양자로서 후방에서 남성의 자리를 대신했으며 경제성장 주역으로 등장했다. 1960년대 공업화와 함께 ‘공순이’로 불린 여성공장노동자가 대거 등장했고 이들의 희생을 토대로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본원적 축적이 가능했다.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사무직 여성노동자가 더해져 여성은 경제활동의 주체일 뿐 아니라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저항주체로 성장했고 이들의 투쟁을 토대로 민주화체제 아래 여성운동은 역동적으로 발전해 여성인권 증진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을 성취했다. 저자들이 책에서 특히 강조한 점은 주체적 행위자로서의 여성 모습이다. 정치에서 종교적 권위가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고대에는 제정에서 여신이나 여사제의 역할을 토대로 여성의 정치적 비중이나 역할이 컸다. 특히 불교가 전통신앙과 습합되는 과정에서 여성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왕비나 귀족여성이 비구니로 출가했고 재산이 있는 여성들은 사찰을 건립하는 등 비중 있는 활동을 했다. 신라에서는 여성을 매개로 가계 계승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고려시대에는 중국식 사회제도가 정비돼 공적 영역에서 여성 배제가 심해졌지만 조선시대 들어선 여성이 가정경제를 운영하는 책임자로 각종 경제활동을 담당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기에는 전쟁에서 활약한 여성들도 나타났다. ●“진취적 여성운동, 근대 가족 탄생 가져와” 일제강점기 여성들은 각종 단체를 조직해 치열해진 반제·반식민지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이 시기 여성 교육이 확대되고 사회진출이 늘면서 민족독립이나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여성 지위에 대해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다가 해방 이후 참정권을 가진 국민국가의 구성원으로 등장했으며 해방공간에서 조직된 여성운동은 분단사회의 이념 대립 속에서 과도한 정치화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 저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고양된 여성의식은 한국사회에서 근대 가족 탄생을 가져왔다”면서 “그러나 19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더불어 여성의 노동권이 취약해지고 여성 내부의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됐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여성사 새로 쓰기의 작업을 이렇게 전한다. “여성의 행위성과 주체성은 역사적 맥락에 의해 규정받고 여성들은 내적으로 분할되어 있고 복수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이다. 이런 여성 정체성의 다중적인 복합성을 읽어내는 것도 여성사의 몫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렌터카까지 빌려 간호사 감시 ‘수상한 미행’

    경남 창원시가 시 소속 비정규직인 여성노동자를 렌터카까지 빌려 미행하는 수법으로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는 정당한 감찰 업무였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경남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은 18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미행해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창원시보건소 소속 방문간호사 A(47·여) 씨는 지난 10일 보건소 차량을 몰고 취약계층 방문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창원시 봉곡동 일대 주택가를 돌아다니던 중 흰색 아반떼 승용차가 따라오는 것을 알아챘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방문간호를 위해 도착한 한 아파트에서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A 씨와 이야기를 하자 아반떼 승용차는 미행을 중단하고 사라졌다. A 씨는 창원시보건소 담당계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시청으로 복귀했다. 민주노총은 “창원시 보건소 담당계장과 면담한 결과 ‘지금은 감사 기간으로 감찰반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감찰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창원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보건소 관리자들을 앞세워 사건을 덮으려고만 했다”며 “혼자 근무하는 여성이 극도의 불안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찰이 과연 적법한 감사업무 범주에 속하는지 창원시에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이날 이후 심신불안에 3일 동안 병원에 입원했으며 ‘급성스트레스 반응’ 진단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병가를 내고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에 대해 창원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방문간호사들의 2인 1조 근무체계 도입을 요구했다. 시는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 이를 단속하기 위해 정당한 감찰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 감찰팀은 “공용차량은 소속 직원만이 운전할 수 있어 적법한 감찰 대상이다”며 “공용차량을 사적인 목적으로 쓴다는 신고가 늘고 있어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것이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사찰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동형 워킹맘에 ‘以쉼傳쉼’ 쉼터 제공 “더위야 물럿거라”

    이동형 워킹맘에 ‘以쉼傳쉼’ 쉼터 제공 “더위야 물럿거라”

    경기 부천시가 찜통더위 속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부천여성청소년재단은 10일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지역단체들과 이동형 여성노동자들의 쉼터인 ‘以쉼傳쉼 까페’ 개설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돌봄노동자를 대표하는 ㈜희망나눔 등 5곳과 쉼터를 제공하는 지역 도서관 등 4곳이 참여했다. 쉼터카페는 원미동 ‘마을문화사랑방’과 괴안동 ‘언덕위광장’, 역곡동 ‘뜰안의 작은나무’, 소사동의 ‘청소년무지개카페’ 등 4곳에서 시범운영된다. 부천은 10인 미만 사업장이 95%가 넘고,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시간제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주로 가사돌보미나 간병인, 보험인, 시간제 학습지 등에 종사하는 중장년 워킹맘들이 많다. 이들은 시간제여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일하기 때문에 중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쉼터를 이용하려면 부천여성청소년재단에 회원을 신청하면 된다. 쉼터에서는 음료를 무료로 주고 회의실도 이용할 수 있다. 문의는 재단 정책개발팀(032-322-0700)으로 하면 된다. 조도자 실장은 “현재 쉼터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분들이 1000명에 이른다”며 “시범운영한 후 부천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서울포토] 기자회견 하는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

    [서울포토] 기자회견 하는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

    헌재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한 31일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와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눈물 흘리는 한터전국연합회 성노동자 대표

    [서울포토] 눈물 흘리는 한터전국연합회 성노동자 대표

    헌재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한 31일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고 있다.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헌재 ‘자발적 성매매 처벌’ 합헌…눈물 흘리는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

    [서울포토] 헌재 ‘자발적 성매매 처벌’ 합헌…눈물 흘리는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

    헌재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한 31일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성차별 기업 금복주 제품 사지 말자”

    결혼을 이유로 여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해 피소당한 대구의 주류업체 금복주<서울신문 3월 16일자 11면>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1인 시위와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대구여성회 등 지역 여성단체들은 17일 달서구 금복주 정문 앞에서 ‘여성노동자 결혼 퇴직 강요한 금복주 같은 성차별 기업은 필요없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오는 31일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또 금복주 성차별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 50여개를 지역 곳곳에 내걸었다. 이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불매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금복주 김동구 회장은 성차별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예정됐던 지난 4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신미영(49)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금복주가 지난 16일 발표한 사과문에는 퇴사를 종용한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없다”면서 “금복주는 해당 여직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여직원 근무 여건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與 “노동5법 밤샘 토론하자”… 野 “논의는 하되 처리는 어렵다”

    與 “노동5법 밤샘 토론하자”… 野 “논의는 하되 처리는 어렵다”

    12월 임시국회 이틀째인 11일 여당은 노동 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연내 일괄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여야는 지난달 24일 이후 전면 중단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재가동하기 위한 일정 협의에도 나섰다. 그러나 야당은 ‘논의는 하되 처리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기싸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일정을 노동 개혁 관련 회의와 간담회로 모두 채웠다. 오전 원내대책회의에는 ‘야당은 12·2 합의를 즉시 이행하라’, ‘노동 개혁 입법 즉시 시작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등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야당이 법안 처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을 몰아세우며 국민에게 법안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모양새다.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인제 당 노동개혁선진화특위 위원장은 “TV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보는 앞에서 노동 개혁 5법의 입법 공청회가 열려야 한다”면서 “노동 개혁이 무조건 악법이라고 외치는 야당과 민주노총은 공청회에 나와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와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날 선 반응을 내놨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집단 민원을 관철시키기 위한 대리 입법일 뿐”이라면서 “마치 박정희 유신 독재 정권이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을 짓밟아 스스로 자멸했던 것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환노위 법안소위 일정은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앞서 법안소위는 여야가 노동 개혁 5법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한 상정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파행을 겪은 바 있다. 환노위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비공개 회동을 갖고 법안소위 일정을 협의했다. 구체적인 일정에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법안소위 개최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야당이 (가장 논란이 되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법안소위에 상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소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한번 해보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다음주부터 소위 운영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이 의원이 야당 환노위원들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혀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환노위 야당 관계자는 “(소위를 열어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말이지 처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시론] 전후세대 일본인의 국가 인식과 한·일관계/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

    [시론] 전후세대 일본인의 국가 인식과 한·일관계/김용덕 서울대 명예교수·동북아역사재단 초대 이사장

    1995년 일본 도쿄에서 ‘해방 50년, 패전 50년: 화해와 미래를 위하여’를 주제로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들이 학술회의를 하던 때 일이다. 회의장 밖에서는 극우파들의 시위가 있었지만 회의장 안의 분위기는 한·일 관계의 앞날에 대해 희망적이고 건설적이었다. 당시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자기는 1945년 이후 출생자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물었다. “왜 한국은 일본에 대해 끊임없이 사죄를 요구하는가? 전후(戰後) 세대에게 전전(戰前)세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아닌가?” 나는 답했다. “사죄란 말로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죄에 따른 합당한 행동이 따라야 진정한 사죄다. 과연 일본은 한국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들을 사죄 후에 하고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전후 출생한 일본인은 일본국(日本國)이라는 역사적 실체의 연속선상에 있는 일본 국민이 아닌가.” 2013년 말 통계로만 봐도 전후 태어난 일본 국민은 전체 인구의 80.5%인 1억명을 넘는다. 이들 중 상당한 숫자가 질문자처럼 생각한다면 과거사에 대한 건전한 인식과 앞으로의 진정한 한·일 관계 수립은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단순하고 피상적인 형식 논리나 증거로는 역사의 진실과 깊은 의미를 인식할 수 없다. 한 국가는 시대가 변한다고 그 역사적 연속성이 단절될 수는 없다. 역사적 실체로서의 국가는 그 국가가 안고 있는 모든 역사의 집합체다. 특정한 시점에 태어난 존재라고 해도 연속적인 역사적 실체의 한 부분인 만큼 자기가 속한 국가의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독일은 1945년을 경계로 정부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치의 만행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독일이라는 역사적 실체로서의 국가에 대한 책임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치의 전시 체제에서도 ‘성노동자’로 끌려온 여성들의 집단수용소가 있었다. 독일 정부는 라벤스브뤼크에 있는 수용소 등 여러 곳을 공개하고 학생들에게는 평화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억 책임 미래(EVZ) 재단을 만들어 각국의 나치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 피해자를 위한 기념사업 등을 대규모로 벌이고 있다. 독일인의 올바른 국가 인식이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설령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이라도 이전 정권이 했던 국제적 약속을 지키기로 선언해야만 국제적으로 그 정권의 정당성이 인정받는 법이다. 현재 일본은 고노, 무라야마 담화의 후속 조처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그 담화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미도 보인다. 이보다도 “이웃 아시아 국가와의 사이에서 발생한 근현대의 역사 사상(事象)을 다룰 때에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라는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 명시한 1982년 이른바 근린제국조항(近隣諸國條項)은 어떠한가. 일본은 이 약속의 엄중함을 알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국제적 약속을 지키는 정권이라야 국가의 신뢰를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는가. 불행한 과거를 딛고 건전한 미래를 구축하는 길은 진실의 규명과 확인 그리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용서와 화해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뢰와 행동을 담보로 한 굳은 의지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일본의 정권과 국민의 국가 인식이 보편적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할 것이다. 단순히 현재의 이해관계에 빠져 덮고 갈 일이 아니다. 물론 현실에서 닥친 문제는 그 나름대로 대처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한 과거사’를 ‘특수한 두 나라 간’의 문제로 보는 것은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감성적 대응이나 정치공학적 접근을 넘어 세계사적 보편성의 차원에서 제국주의 침략과 군 위안부 문제를 다뤄야 한다. 보편성의 논리를 세울 때 일본 국민뿐 아니라 국제적인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될 수 있다. 우리가 양국 간 역사 문제를 특수한 한·일 관계로 한정해 감성적으로 압박하려 할 때 일본인에게는 한국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갈 수 있고, 건전한 국가 인식의 길을 넓히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여기저기서 ‘경단녀’를 채용한다고 한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직장을 관둔 엄마들에게 취업 문이 활짝 열린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한번 끊긴 경력을 다시 잇는 데 평균 7년이 걸린다. 어렵사리 끈을 다시 이었더라도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한국에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이 있다”며 냉소인 듯 희망인 듯한 진단을 내놓았겠는가. 여성 근로자들은 “최고의 경단녀 대책은 처음부터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인프라와 분위기를 구축)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글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육아와 경력을 맞바꾼 건 지금도 후회가 없어요. 다만 평생 ‘비정규직’ 꼬리표를 달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신세는 서글픕니다.” 김인선(45·가명)씨는 A은행에서 지난해 9월부터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김씨는 ‘산전후(産前後) 대체근무자’로 채용됐다. 정규직 창구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떠나면 그 기간만큼 근무를 하게 된다.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그나마 이곳은 조건이 나은 편이다. 상황에 따라 최장 2년간 계약 연장이 가능해서다. #정규직은 꿈도 못 꾸는 그녀들… “정년까지 일할 수만 있다면” 김씨는 1989년 상업고등학교(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B은행에 취직했다. 만 13년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다 2003년 3월 퇴사했다. 자녀 양육 문제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아이를 봐주던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어요. 비싼 돈을 주고 베이비시터도 고용해 봤지만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됐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0년 김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시중은행 시간제 경력직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원서를 내 봤지만 마흔이란 ‘적지 않은 나이’가 늘 걸림돌이 됐다. 어렵게 취업해도 1년 이상은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실업자가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김씨는 ‘운이 좋으면’ A은행에서 2016년 9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런 김씨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는 31일 “정규직 전환은 감히 꿈꾸지도 않는다”며 “남들이 정년퇴직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A은행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다른 은행에도 원서를 내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마도 지금 근무하는 은행이 제 인생에서 마지막 영업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씨는 씁쓸하게 덧붙여 말했다. ‘경단녀’는 ‘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이다. 김씨처럼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실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기혼여성(15~54세)은 971만 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은 406만 3000명(41.83%)이고, 그중에서도 경단녀가 195만 5000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pool)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15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2013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될 경우 1인당 6억 30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 들어 무상보육(2013년)을 비롯해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2014년 2월), ‘여성고용 후속·보완대책’(2014년 10월) 등 경단녀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 개혁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성고용 활성화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정권의 강한 의지다. #여성의 경력 단절로 사회적 비용 15조 날린다는데 하지만 ‘기혼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직장을 관두고 있는 것이 국내 고용시장의 현 주소다.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부족과 남성 외벌이 중심의 근로문화, 여성 중심의 가사양육 활동 고착화 때문”(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다. 실제 경단녀들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45.9%)이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육아(29.2%), 임신·출산(21.2%), 자녀교육(3.7%)은 그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기업과 시중은행들이 2013년부터 경단녀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대기업과 시중은행 계약직은 근무 여건과 처우가 좋은 곳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단녀들은 단순 서비스 직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에 따르면 경단녀가 가장 취업을 많이 하는 업종은 경영·회계·사무직(22.5%)으로 나타났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리, 사무, 행정보조, 콜센터상담원 등이다.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 직종(17.4%)이 두 번째로 많았다. 가사도우미나 산모·신생아 돌보미, 요양보호사 등이다. 음식서비스업(9.2%)이나 경비 및 청소(8.8%), 영업 및 판매(6.1%), 미용·숙박·여행·오락(4.1%) 등의 저임금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그마저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년이었다.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임시계약직(1년 미만)이 52.3%로 절반이 넘는다. 정규직은 25.2%, 상용계약직(1년 이상)은 22.5%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계약조건 차별도 두드러진다. 30대 이하는 상용계약직(22.5%)이나 임시계약직(33.0%)보다 정규직 비율(36.1%)이 높다. 반면 40대(41.1%)와 50대(68.6%)는 임시계약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급여 수준도 취약하다. 재취업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92만원이다. 100만~150만원 미만(42.7%, 세전 기준)이 가장 많다. 50만~100만원 미만(38.2%), 50만원 미만(12.3%)을 받는 재취업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정부 “여성 고용 늘려야” 기업은 “국가가 할 일” 입씨름만 원경록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사무국장은 “재취업 여성은 음식·숙박·복지 분야와 같이 진입 장벽이 낮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많이 취업하는데, 근무 조건이 좋지 않고 저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회에 다시 적응해야겠다는 욕구가 떨어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력 단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단녀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체, 가정의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 사무국장은 “경단녀 등 고용취약계층은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맞춤형 고용서비스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며 “경단녀 고용 유지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장려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지현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여성노동 정책의 초점이 ‘경력 단절’이 아닌 ‘노동 지속’으로 옮겨 가야 한다”며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 유지 및 경제활동 참여를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고용 확대와 일·가정 양립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권장 등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정부의 경단녀 일자리 창출 정책이) 여전히 기업부담을 전제로 한 제도 확대에 치중하는 추세여서 기업 경쟁력 저하와 경단녀 채용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공공재인 ‘보육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민간기업에 전가하는 규제”라며 “보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재원 분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여성이 가사와 양육의 전담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가정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경단녀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yium@seoul.co.kr
  • 여공의 아들, 여성 노동자 위로하다… 한국의 영상, 세계 미술 경계를 넘다

    여공의 아들, 여성 노동자 위로하다… 한국의 영상, 세계 미술 경계를 넘다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본전시(국제전)에 아시아 여성노동문제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을 출품한 임흥순(46)씨가 한국작가로는 역대 최고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비엔날레 재단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비엔날레 본부에서 열린 개막식 겸 시상식에서 은사자상 수상자로 임흥순씨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은사자상은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상이다. 원래 35세 미만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 은사자상을 40대 중반의 임 작가에게 수여한 점과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정한 점 등이 이변으로 꼽힌다. 심사위원단은 “인터뷰와 역사적 사실들이 가볍게 매개된 다큐멘터리 형태로 인물들과 그들의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작가로는 그동안 국가관에 출품한 전수천(1995), 강익중(1997), 이불(1999)씨 등이 특별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본전시 수상은 처음이다. 임 작가의 이번 전시 초청 및 수상은 미디어 아트 관점에서 작품 해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세계 미술 영역으로 한국 영화의 외연을 확장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임 작가는 시상식 직후 “예상치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기분이 굉장히 좋다”면서 “어머니가 가장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보조)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 온 여동생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위로공단’은 국내뿐 아니라 캄보디아 등에서 포착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면서 신자유주의 사회의 자본 이동과 노동 변화에 따른 현실적 불안을 예술적 언어로 써내려 간 역사 기록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적 불안을 예술이 어떻게 위로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질문하며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국과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지에서 64명의 여성노동자를 인터뷰했다. 영화에는 이 가운데 22명이 등장한다. “항상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 속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동자나 서민들이 얘기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고민해 왔다”는 임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실을 설명한다기보다 현실을 얘기해 주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에게서 이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는 희망을 봤다. 특히 경험 많은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에게서 그랬다. 그분들의 경험을 통해 이 사회의 힘든 지점을 얘기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에서 금기시되는 부분들을 다루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라는 사회성 짙은 화두를 놓고 영상언어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과 효과를 꾸준히 탐색해 온 그는 미술과 영화의 결합에 대해 “그 경계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 미술도 미술관 안에서만 이뤄질 필요는 없다”면서 “미술과 영화의 경계에서 결합을 꾀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9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다산콜센터에서 감정노동자로 일하다 해직된 한 여성의 절규에 가까운 인터뷰로 시작된다. 동남아 여성노동자들의 고된 환경을 보여 준 영화는 후반부에 다시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고생스럽게 일했던 여성의 증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할머니가 등장한다. 작가의 어머니다. 할머니는 습관처럼 동네 뒷산에서 산책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온다. 엔딩 음악이 묻는다. ‘이 풍진 세상을 살았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고. 그의 어머니는 3년 전 대상포진이 발병해 봉제공장 일을 그만뒀다. 임 작가는 “먼지가 많고 반지하라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오래 일하시다 보니 그렇게 됐을 것”이라며 “너무 감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임 작가는 경원대 회화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3년 일민미술관 ‘애니미즘’, 2014년 아르코미술관 ‘역병의 해 일지’, 국립로마현대미술관 ‘미래는 지금이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의 사르자 비엔날레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예술상’ 독립예술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2014년 내일의 작가상, 인천다큐멘터리리포트에서 베스트러프컷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 국제전 황금사자상은 미국의 에이드리언 파이퍼가 받았으며,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아르메니아에 돌아갔다. 베니스(이탈리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젠더 관점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실상과 대안 토론

    젠더 관점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실상과 대안 토론

     ‘젠더 관점에서 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실상과 대안’ 토론회가 3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공동주최로 열린다.  이번 토론회는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분석·평가하고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봉정숙 여연 사회권위원장(여성민우회 상임대표)의 사회로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젠더관점으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평가하고 노동시장 개편안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다’를, 윤애림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강의교수가 ‘젠더관점으로 비정규직 대책을 다시 쓰다’를 각각 발제한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원정 서울대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박영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기획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주최측은 “정부는 지난해 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논의를 거쳐 3월 중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하지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노동단체들은 이번 대책이 비정규직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정규직 하향평준화 대책’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여성노동자의 56.1%가 비정규직임에도 젠더 관점에서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열린세상] 가족의 시장화/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가족의 시장화/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아이는 셋 정도 두고 싶어요.”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학생들의 답이었다. 새 학기 서두에 던진 결혼과 가족 구성에 대한 질문에 예상과 달리(?) 학생들은 대부분 서른 즈음에 결혼을 하고 자녀도 꼭 둘 것이라고 했다. 삼포 세대, 88만원 세대라고들 하지만 가족 공동체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었다. 1990년대에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한인들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한인들은 100여년에 가까운 국가 사회주의의 압력 속에서도 가족 공동체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 니콜라이, 박 루드밀라 같은 식이었다. 소비에트 해체 이후에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로 떠나 파종에서 수확까지 임시 텐트에 거주하면서 고본질(상업적 농업)을 주저하지 않은 것도 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했다. 국가가 해체되고 불안할 때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라는 믿음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게 한 것이다. 남북 관계 냉전의 얼음을 잠시나마 녹이는 것도 이산가족의 재회의 눈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족주의 전통 중에서 가부장제를 도려내고 싶어 했던 것이 한국 여성 운동의 방향이었다. 호주제 폐지, 돌봄노동·양육노동의 사회화, 가정폭력에 공권력을 도입하는 것, 여성의 취업을 위한 지원, 여성의 정치 참여 강조 등을 통해 여성을 사회의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 개인으로서의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매진해 왔다. 가족끼리 계산 없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전통이고 여성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가부장제는 나쁜 전통일 것이다. 그런데 전통은 한 덩어리로 뭉쳐 나쁜 전통과 좋은 전통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과 여성노동의 사회화를 요구하고 국가의 책임을 요구했지만 늘 요구는 높고 제도 개혁의 응답은 느리다. 가족을 대신할 사회 공동체는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에 수몰된 지 오래였다. 이 틈새를 채우는 것이 시장의 논리다. 편리함 또는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청소, 식사 준비, 자녀 돌봄, 세탁 등 가사 ‘노동’이 상품화되는 것까지는 별 저항이 없었다. 그런데 ‘시장’은 성의 상품화, 결혼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대학생들이 결혼 정보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것을 사설 입시학원 다니는 것만큼 당연하게 여기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러다가는 간통제 폐지도 자유 선택권의 보호 대신 성 상품화 시장에 대문을 열어 주는 격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최근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문제와 관련해 곧바로 폐쇄회로(CC)TV 설치가 해답인 양 제시되는 것을 보고 최종 수혜자는 CCTV 업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주의는 재벌가의 ‘상속’으로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재산 상속뿐 아니라 근대적인 지위인 교수, 목회자, 사립학교 경영 등도 물밑에서 상속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서민들의 현실에서 공동체로서의 가족은 해체 일보 직전이다.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 정말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직업 이산가족, 교육 이산가족까지 합치면 실제로 혼자서 먹고 자는 1인 가구는 통계 숫자보다 더 늘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세 가족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가족 공동체의 울타리 밖에 던져진 개인들은 소비의 자유라는 환상으로 도피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점점 더 소비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상상 속 또는 드라마 속의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가족의 시장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끈끈한 가족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시장이 아니라 시민사회공동체, 복지국가의 비전이 돼야 한다. 최근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다중 인격을 우리도 활용해 보자. 각 개인은 시민이라는 아이덴티티도 포함하고 있고 유권자로서의 권리도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보다는 시민과 유권자로서의 ‘인격’을 끌어낼 때다. 손익 계산의 시장 논리가 가족 공동체에 대해 남아 있는 기억과 상상 그리고 희망마저 지워 버린다면 복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근대 자본주의가 출발하면서 많은 가족 사회학자들은 가족을 험한 세상의 피난처 그리고 안식처라고 불렀다. 마지막 안식처마저 무너진다면 인간다운 삶은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고 모두 패자가 된다.
  • “성평등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성평등 통해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오후 여성단체 회원 및 여성·시민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1회 한국여성대회를 열었다. ‘성평등이 모두를 위한 진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은 “성평등은 한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 인권과 정의 실현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본 척도이며,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 다양성과 차이가 존중받는 세상, 일상생활 속에 성평등 가치가 실현되는 세상, 전쟁과 갈등이 사라진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자”는 내용의 ‘3·8 여성선언’을 발표했다. ‘제27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받았다. ‘성평등 디딤돌’상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조치 문제를 공론화한 피해자와 조력자,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 6개 개인·단체가 받았다. ‘성평등 걸림돌’상은 계약직 여성노동자의 죽음조차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5개 팀에 돌아갔다. 이날 기념식은 뮤지컬 배우 박해미씨와 함께 성평등한 사회를 그리는 참가자들의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18개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전후해 열린 퍼플난장에서는 각종 캠페인과 체험행사 물품판매, 자선행사 등을 통해 시민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기념식에 앞서 종각역 등에 모여 광화문광장으로 함께 걸어가며 성평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퍼플워킹, 한국여성대회 가는 길’이란 문화행사가 진행됐다. 국회 성평등정책연구포럼과 미래여성가족포럼 등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평등한 국회, 더 좋은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연다. 이날 채택될 비전선언문은 여성 국회의원이 30%가 되도록 제도화 및 상임위원장과 간사의 여성비율 확대, 국회의장 산하 성평등 자문위원회 설치 운영, 성희롱 및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엄중 징계 등의 내용을 담는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1만 5000여명의 미국 방직 여성 노동자가 럿거스 광장에 모여 노동환경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출산 휴가 급여 미지급에… 임신 중 시간외 근로까지

    출산전후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거나 임신 중 시간외 근로를 시키는 등 직장맘을 위한 모성보호를 위반하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모성보호 취약사업장 101곳을 수시 근로감독한 결과 70곳에서 위반사항 92건을 적발하고 65건을 시정토록 지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보건의료업 33곳, 제조업 21곳, 보육시설 7곳, 콜센터 8곳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이 여성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육아휴직시 급여 등 체불금품은 약 1억 5400만원이었다. 노동부는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은 1곳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경북 구미에 있는 A사는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해 급여 등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적발됐다. A사는 육아 휴직을 한 직원 18명에게 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서 제외하고 상여금 1980만원을 적게 지급했다. 대전의 B사는 여성 노동자 13명의 퇴직급여를 산정하면서 육아휴직 기간을 반영하지 않아 모두 1427만원을 적게 지급했다. B사는 임신 중인 노동자 11명에게 연장·휴일 근로를 강요했다. 현행법상 출산전후 휴가시 최초 60일간은 사업주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 또 정부로부터 출산전후 휴가 급여를 지원받으면 통상임금과의 차액을 지급해야 하고, 퇴직급여를 산정할 때는 근속기간에 육아휴직기간도 포함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를 살펴보면, 출산전후 휴가 급여 미지급이 24건(250명, 8600만원), 육아휴직기간을 퇴직급여에 포함하지 않거나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16건(53명, 4800만원), 임신·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상여금 산정 및 승진 불이익을 당한 경우가 2건(19명, 2000만원)이었다. 또 임신 중 시간외 근로를 시키는 등 근로시간을 위반(48건, 149명)하거나,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은 경우(1건, 1명), 배우자 출산휴가를 허용하지 않은 경우(1건, 2명)도 적발됐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세계의 창] 여성노동 차별의 대가, 각국 GDP 최대 35% ‘증발’

    [세계의 창] 여성노동 차별의 대가, 각국 GDP 최대 35% ‘증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노동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가로막는 장애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결혼과 출산, 육아, 교육, 임금 격차 등은 오랫동안 여성의 노동 참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같은 인구학적·정책적 요인 외에 여성 차별적 법률이 아직도 많은 나라에 존재하며, 이 같은 법률을 개선해 여성에게 동등한 법적 권리를 보장해야만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성의 노동 참여는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 과제가 됐으며,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높아질수록 국내총생산(GDP) 증가 등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현지시간) IMF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IMF 블로그에 올린 ‘공정한 경쟁: 여성의 동등한 노동 기회를 위한 동등한 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성을 위해 공평한 법적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대부분 무시됐고, 너무나 많은 나라에서 너무나 많은 법적 제약이 여성의 경제 활동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 뒤 “IMF 이코노미스트들이 이 같은 장벽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IMF의 첫 여성 수장인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남성 수준으로 올라가면 미국은 5%, 일본은 9%, 아랍에미리트는 12%, 이집트는 34%의 GDP 증가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며 “여성의 노동 참여를 높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소개한 IMF 소속 4명의 여성 이코노미스트들의 연구 보고서 ‘공정한 경쟁: 더욱 동등한 법률이 여성의 노동 참여를 촉진한다’는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의 여성 차별적 법률 실태를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보고서는 여성의 법적 권리 제한은 인구학적·정책적 요인보다 여성의 노동 참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노동 참여율에서 남녀 성별 격차를 더 늘리고, 이는 많은 나라의 경우 GDP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별 격차가 큰 나라들의 경우 GDP 손실이 최소 15%(일본·이탈리아 등)에서 최고 35%(카타르)까지 나타났다. 보고서는 세계은행(WB) 자료 등을 인용, 회원국들을 조사한 결과 143개국에서 제도 접근권, 재산권, 취업 기회, 근무 인센티브 제공, 금융 신용 제공, 법률 접근권, 폭력 예방 등 7가지 지표에서 여성에게 법적·규제적 장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물론 지난 50년간 여성의 제도 접근권과 재산권 등 법적 제한은 다소 완화됐지만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많은 법적 제한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조사 대상국의 약 90%는 적어도 한 가지의 성차별적 법 조항이 존재하고, 28개국은 여성의 노동 참여를 제한하는 성차별적 법률을 10개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79개국은 여성이 특정 직업을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일부 나라들은 남편이 아내의 취직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여성이 재산권을 갖거나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법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상당수 국가들이 이 같은 성차별적 법률을 완화시킴으로써 공정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이 결과 경제성장률 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1960~2010년 성차별적 법률 개선 측면에서 280개의 변화가 있었다”며 “제도 접근 및 재산권 제한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특히 기혼 여성의 취업 제한은 터키·과테말라 등 23개국에서, 은행 계좌 개설 제한은 모잠비크 등 20개국에서 철폐되거나 완화됐다. 보고서는 또 100개 국가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보다 평등한 재산권 및 취업·직업 추구를 위한 동등한 권리가 노동 참여에서 성별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성의 동등한 상속·재산권과 직업 추구권이 있는 나라들은 제한이 있는 나라들보다 노동 참여에서 성별 격차율이 절반 수준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성차별법 철폐 등 변화는 여성의 노동인력 증가와 밀접하게 연계됨을 알 수 있다”며 “남녀 평등이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들의 50%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법적 변화 이후 5년간 5% 정도 올라갔으며, 이 같은 참여율 증가는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나미비아와 페루, 말라위 등은 1990년대 이후 성평등법 제정 및 차별법 철폐를 통해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10~15% 이상 높였다. 케냐는 2010년 헌법 개정을 통해 여성의 평등한 지위를 인정했다. 보고서는 “결국 여성 경제활동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공정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이라며 “여성 노동 참여의 법적 제한을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는 대신 공정한 장을 제공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성희롱에 고통받는 여성 76% 늘었다”

    “성희롱에 고통받는 여성 76% 늘었다”

    “병원 원장이 성적 농담을 하거나 ‘보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손을 잡거나 뽀뽀를 하려 해서 싫다고 했더니 해고하더라고요. 근무 중 잡담해서랍니다. 너무 억울하고 괘씸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입사 한 달 만에 해고된 인천 거주 A씨) “거래처와 1박 2일 워크숍이 있다고 해서 회사 대표와 둘이 지리산으로 내려갔는데 도착해 보니 거래처 직원과 회사 동료는 아무도 없었어요. 대표가 ‘네가 놀고 싶은 대로 놀자. 주변에서 놀 만한 거리를 알아보라’고 해서 바로 올라가겠다고 했더니 ‘너는 그냥 워크숍 갔다 온 거다’라고 하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IT 업체에 다니는 서울 거주 20대 B씨) “직장동료가 미혼인 나를 두고 ‘남자직원 중 여러 명과 사귀고 관계를 가진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따돌렸어요. 너무 힘들어서 사장에게 이야기하니 나보고 그만두랍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둔 상태인데 소문을 내고 다닌 사람을 해고시키거나 법적 책임을 묻는 게 가능한가요?”(3년 다닌 회사를 그만둔 대구 거주 40대 C씨) 여성의 권리가 신장됐다고는 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은 여전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세계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지난해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 2591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416건(16.1%)에 달했다고 1일 밝혔다. 전년(236건·8.6%)에 비하면 성희롱 상담 건수는 76% 늘었고 전체 상담건수 중 차지하는 비중도 두 배 증가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사장을 제외한 상사가 57.5%로 가장 많았고 사장(17.5%), 동료(16.1%) 순이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담당해야 할 사장이나 상사가 가해자인 터라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성희롱 상담자 가운데 62.5%는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평등의 전화’ 상담사례 가운데 근로조건 상담이 991건(38.2%)으로 가장 많았고 모성권 상담이 890건(34.3%)으로 뒤를 이었다. 모성권 상담 가운데는 ‘육아휴직’ 고민이 394건(15.2%)으로 가장 많았고 ‘출산(전·후)휴가’가 342건(13.2%)을 차지했다. 송은정 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는데 현행법상 10인 미만 사업장은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를 게시하거나 배포하는 방법만으로 법적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를 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해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강력히 대처해 무조건 처벌받는다는 점을 보여 주고 예방교육을 통해 ‘이제 성희롱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삼성에버랜드 ‘노조 방해’ 1심 이어 항소심도 인정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윤성근)는 삼성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부당노동행위 재심 판정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1년 7월 설립된 노조가 유인물을 배포한 행위는 정당한 것으로, 삼성에버랜드 측이 유인물 배포를 막은 행위와 노조 지도부를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삼성에버랜드는 노조 설립 이후 보안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노조 부위원장 조모씨를 해고하고, 노조 회계감사 김모씨를 정직 2개월에 처했다. 이듬해 5월에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며 위원장 박모씨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BNP손보 저임 여성노동자 생존권 확보하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지부는 1일 성명을 발표,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에서 콜센터 상담직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은 이 회사의 전신인 다음다이렉트 시절 대전에 만들어진 고객콜센터로 입사하여 7년이 넘도록 일해 왔으나, 다음다이렉트에서 악사로, 악사에서 BNP파리바카디프로 회사가 두 번이나 매각되는 동안 콜센터 상담직 여성노동자들은 회사 측의 농간으로 일방적으로 급여를 삭감당하고, 대전에서 서울까지 상상하기조차 힘든 출퇴근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악사와 BNP파리바 자본의 매각 협상을 한참 벌이고 있던 지난 6월, 대전에 있는 콜센터가 폐쇄되었고, 회사는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던 8명의 여성노동자들을 서울 본사로 출근토록 조치했다”면서 “대전에서 서울까지는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시간이고, 한 달 120만원의 급여로 KTX를 탈 수 있는 형편도 안 되는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여성노동자를 배려하는 것은 사회적 큰 흐름이자 국가적 과제”라면서 “아무리 자본의 이익이 중요하다지만, 자본은 인원 10명도 안되는 작은 규모의 콜센터를, 그것도 가정생활을 병행해야하는 여성노동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쇄시켜버리고 이들을 모두 원거리로 발령내서 가정생활에 고통을 주고, 임금도 깎아, 가정경제가 파탄 나든 말든 알 바 아니라고 떠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부는 “기업은 단순히 이윤추구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기업은 가정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그 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했다.  지부는 “여성가족부는 말로만 모성보호, 일과 가정의 양립을 외칠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생기는 부당한 사례에 대해 적극 개입하고 중재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우리노조는 콜센터 상담직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 정상화되는 그날까지, 그녀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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