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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돌고 도는 역사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돌고 도는 역사

    서양 문명의 원조인 그리스 문명을 그리스인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전히 독자적으로 이룩한 업적이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유럽중심주의’ 또는 ‘유럽쇼비니즘’이다. 유럽중심주의적 시각에서 그리스는 백인들의 우월한 역사가 시작된 자궁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 문명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독자적 문명으로 보는 연구자는 없다. 고대 세계에서 처음으로 문명의 불을 밝힌 건 메소포타미아·이집트였다. 두 문명이 빛을 발할 때 그리스는 후미진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스인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오리엔트 문명을 받아들여 그리스 문명을 탄생시켰고, 알렉산드로스는 그것을 동부지중해에 확산시켰다. 헬레니즘 문명의 등장이다. 그리스 문명이 떠오르자 오리엔트는 주변부로 가라앉는다. 헬레니즘 문명이 동부지중해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때, 이탈리아 반도의 로마는 어두컴컴한 변방이었다. 그러나 포에니전쟁으로 서부지중해를 장악한 로마가 이어 동부지중해를 정복하고 헬레니즘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다. 이렇게 천 년을 지속한 로마는 5세기에 멸망한다. 로마 멸망 후 로마가 수용한 그리스 문명의 물줄기는 이슬람 세계로 흘러간다. 이슬람 문명은 그리스의 학문과 철학을 대대적으로 아랍어로 번역하고, 여기에 독창성을 가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750년에서 900년 사이에 아랍어로 완역됐다. 이슬람 문명이 세계사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다. 로마 멸망 후 5세기 동안 변방에 머물던 서유럽은 11세기 십자군원정 이후 아랍인과 교류하면서 이슬람의 선진 문명에 경악한다. 그들은 이슬람 학자들을 스승으로 받들고, 아랍어로 번역된 그리스 고전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에 몰두한다. 12세기를 ‘번역의 세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리스어를 라틴어로 번역할 수 없어서, 그리스어→아랍어→라틴어로 중역(重譯)했다. ‘대학’이 설립된 것도 이 무렵이다. 지적 자극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차오른 시기였다. 그 결과 1300년경 서유럽은 이슬람을 추월한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한 서유럽은 14세기 흑사병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16세기에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대륙으로 뻗어나간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다. 21세기가 밝았다. 태평양 건너 동아시아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전성기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 불혹의 테니스 황제… 불패의 美농구 드림팀… 불굴의 日 수영 여제

    불혹의 테니스 황제… 불패의 美농구 드림팀… 불굴의 日 수영 여제

    인류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볼거리, 즐길 거리도 풍성하지만 세계인이 주목하는 유명 스포츠 스타의 출전 여부도 큰 관심사다. 전 세계 최악의 재앙인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1년 늦춰지면서 일부 불참도 있지만 4년간 기다려 온 스포츠 스타의 승부욕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는 불혹의 나이임에도 도쿄올림픽 출전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테니스에서 황제로 군림한 페더러지만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따지 못한 한을 이번 대회에서 풀 수 있을지 관심이다.매회 올림픽에서 ‘드림팀’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미국 올림픽 농구대표팀도 주목받고 있다. 미 프로농구(NBA)를 호령하는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 등 유명 스포츠 스타도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세계적인 축구선수 무함마드 살라흐도 이집트 대표팀에 합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된 올림픽에 맞춰 은퇴를 1년 미룬 미국 여자 기계 체조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시몬 바일스도 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4관왕에 올랐던 바일스는 체조 선수로는 이미 전성기가 지난 나이임에도 올림픽 6관왕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2019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극복한 일본의 여자 수영 스타 이케에 리카코도 이번 대회에서 물살을 가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개월간의 병원 치료 후에도 매일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6주에 한 번씩 통원 치료를 받아 한때 체중이 최대 15㎏이 빠지기도 했다. ‘통가 근육맨’으로 유명한 올림픽 스타 피타 타우파토푸아도 3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엔 태권도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픽채널은 “타우파토푸아가 태권도 종목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서 우승해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 이란의 ‘원반던지기 영웅’ 에산 하다디 등도 올림픽 무대에서 뛸 전망이다. 반면 ‘축구 천재’로 평가받는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음바페는 프랑스 23세 이하 대표팀에 승선할 예정이었지만 피로 누적과 차기 소속팀 선정에 대한 문제로 도쿄행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도 미국프로골프 투어에 집중하고자 도쿄올림픽 승선을 거부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경기북부 신성장 거점 핵심 육성기지로… 3년 뒤 서울서 고양시로 출근하게 될 것”

    “경기북부 신성장 거점 핵심 육성기지로… 3년 뒤 서울서 고양시로 출근하게 될 것”

    “지금은 고양시민이 서울로 출근하고 있지만, 3년 후에는 서울시민이 고양시로 출근하는 상황이 될 겁니다.” 오는 6월 70만㎡ 규모의 방송영상밸리 착공 등을 목전에 둔 이재준 경기 고양시장이 13일 “일산신도시 입주 30년 만에 ‘베드타운’의 오명을 벗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고양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지식재산(IP) 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공모 사업도 따냈다. 이 시장은 “일산테크노밸리는 경기북부의 신성장 거점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육성기지로 그 역할과 의미가 크다”면서 “이를 책임질 알짜 기업들을 유치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통일한국의 중심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1992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1기 신도시 일산은 서울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베드타운’ 역할을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위성도시로서, 서울에 경제적으로 예속된 상황이다. 고양시에는 공장을 지을 땅도 극히 적고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설사 공장을 짓더라도 취득세가 인접한 파주시보다 5배가량 비싸다. 이 시장은 “고양시에 하나둘 들어설 모든 자족시설들은 이미 작년, 재작년에 정부의 인허가를 모두 끝냈다”면서 “내년부터 소사~대곡선, GTX-A노선, 교외선, 고양선 등의 철도까지 차례차례 개통할 경우 고양시는 수도권에서 가장 교통이 편리하고 자족시설이 많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간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게 될 CJ라이브시티마저 완공될 경우 라페스타·웨돔 등 기존 상권들의 활성화는 물론 그 수혜가 고양 전역을 넘어 파주 등 경기북부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학교앞 ‘리얼돌 체험 카페‘ 용인시민 청원에 3일 만에 폐점

    학교앞 ‘리얼돌 체험 카페‘ 용인시민 청원에 3일 만에 폐점

    “아이들이 오가는 건물에 저게 뭡니까” 경기 용인시 기흥구청의 한 상가에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체험카페가 문을 열자, 시민들 항의가 빗발쳐 영업 사흘 만에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닫기로 했다. 용인시 시민청원 게시판 ‘두드림’에는 지난 10일 ‘기흥구 구갈동 구갈초등학교 인근 청소년 유해시설 리얼돌체험방 허가 취소 요청건’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개관을 앞둔 기흥구청 인근 대로변 상가 2층 리얼돌체험관 반경 500m 이내에 3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와 11개 유아교육시설이 있다”면서 “유해시설인 리얼돌체험관의 인허가를 취소하라”고 시에 요구했다. 청원에는 사흘만에 13일 오후 3시 현재 시민 4만55명이 동의했다. 맘카페 등 용인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말 경악스럽다.어찌해야 하나요?”,“아이들이 오가는 건물에 저게 뭡니까,영업허가가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에 리얼돌체험카페 업주 A씨는 “불법 시설은 아니지만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장사하기 어렵다”며 영업 사흘 만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리얼돌체험카페가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종이어서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리얼돌 체험카페는 현행법상 성인용품점으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고,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어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청소년 유해시설이기 때문에 청소년보호법 위반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며 “교육청과도 협의해 제재할 방법이 있는지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 당국도 해당 업소를 상대로 실태파악과 함께 법률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리얼돌 체험관 또는 체험카페는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까지인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는 영업할 수 없는 여성가족부 고시 금지시설(성기구 취급업소)에 해당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문제가 된 리얼돌 체험카페가 학교로부터 200m 이내에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고발을 검토했으나,영업시작 전이며 업주의 영업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해당 리얼돌체험관 업주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시설이 아닌 것을 다 확인하고 보증금과 인테리어비용 4000여만원을 투자해 지난 10일 간판을 달고 일요일부터 영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용품점 같은 합법 업종인데 이렇게 비난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차라리 법으로 규제하라”고 지적했다. 리얼돌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성인용 여성 리얼돌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 성인용품업체가 지난해 1월 중국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다 김포공항세관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통관을 보류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관세청은 “아동·청소년이나 특정 인물 형상의 리얼돌 유통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며 “리얼돌의 국내 허용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세관이 자의적으로 통관을 허용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항소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학교 인근에 리얼돌체험관?” 시민 반대 청원에 4만명 동의

    “학교 인근에 리얼돌체험관?” 시민 반대 청원에 4만명 동의

    500m 거리에 초중고교 “경악스럽다”용인시민 청원 글에 4만명 가깝게 동의법원 “리얼돌 수입 가능”…관세청 항소경기 용인시의 한 상가에 사람의 신체를 본떠 만든 성인용품인 ‘리얼돌’ 체험카페가 문을 열자 주변 학부모들의 허가 취소 요청이 쇄도했다. 해당 업주는 “불법 시설은 아니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 장사하기 어렵다”며 영업 사흘 만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법원이 리얼돌 수입통관을 보류한 관세당국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해외 제품 수입이 허용된 가운데 곳곳에서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용인시 시민청원 게시판 ‘두드림’에는 지난 10일 ‘기흥구 구갈동 구갈초등학교 인근 청소년 유해시설 리얼돌체험방 허가 취소 요청건’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개관을 앞둔 기흥구청 인근 대로변 상가 2층 리얼돌체험관 반경 500m 이내에 3개 초등학교, 2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와 11개 유아교육시설이 있다”며 “유해시설인 리얼돌체험관의 인허가를 취소하라”고 시에 요구했다. 이 청원에는 13일 오후 2시 20분 현재 4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동의했다.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 안은 영업금지 맘카페 등 용인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말 경악스럽다”, “아이들이 오가는 건물에 저게 뭐냐. 영업허가가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교육부에 민원을 넣어 폐업하도록 하자” 등의 비판글이 이어졌다. 시는 리얼돌체험카페가 자유업종이어서 단순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청소년 유해시설인 점을 감안해 위반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리얼돌 체험관 또는 체험카페는 인허가 대상은 아니지만,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200m까지인 교육환경보호구역 안에서는 영업할 수 없는 여성가족부 고시 금지시설(성기구 취급업소)에 해당한다. 시 관계자는 “청소년 유해시설이기 때문에 청소년보호법 위반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며 “교육청과도 협의해 제재할 방법이 있는지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문제가 된 리얼돌 체험카페가 학교로부터 200m 이내에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고발을 검토했으나, 영업시작 전이며 업주의 영업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해당 리얼돌체험관 업주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불법 시설이 아닌 것을 다 확인하고 보증금과 인테리어비용 4000여만원을 투자해 지난 10일 간판을 달고 일요일부터 영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용품점 같은 합법 업종인데 이렇게 비난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차라리 법으로 규제하라”고 지적했다. 리얼돌 관련 마찰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용인뿐만 아니라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리얼돌 체험카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성인용 여성 리얼돌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 성인용품업체는 지난해 1월 중국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다 김포공항세관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통관을 보류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법원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동·특정인 닮은 리얼돌 규제” 법안 발의 관세청은 “아동·청소년이나 특정 인물 형상의 리얼돌 유통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며 “리얼돌의 국내 허용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세관이 자의적으로 통관을 허용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항소했다. 아동·청소년과 특정인 외모를 본뜬 리얼돌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청소년과 특정인 외모를 본뜬 리얼돌을 규제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달 4일 대표 발의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증오범죄 언급한 윤여정 “아카데미 참석하려는데 아들이 걱정”

    증오범죄 언급한 윤여정 “아카데미 참석하려는데 아들이 걱정”

    미 포브스 인터뷰…“공격받을까 아들이 염려”“결혼, 미국 이민, 이혼 경험에 성숙해졌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씨가 시상식 참석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에 사는 아들이 아시안계를 향한 증오범죄 우려 때문에 자신의 미국 방문을 걱정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윤여정씨는 12일(현지시간) 포브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들은 “길거리에서 어머니가 다칠 수도 있다. 어머니는 노인이라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증오범죄 가해자들)은 노인을 노리고 있다”고 염려한다면서 아들이 경호원 필요성까지 얘기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씨는 “아들은 내가 (증오범죄) 공격을 받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씨와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한국배우 한예리씨에게 시상식 참석을 요청했고, 두 배우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윤여정씨가 미국 배우조합(SAG) 여우조연상과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잇달아 수상하면서 오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선두주자로서 빠르게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최근 잇단 수상에 대해 윤여정씨는 “(‘미나리’에서) 한국어로 한국에서처럼 연기를 했을 뿐인데 미국 사람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평가를 받을 줄 기대도 못 했다”며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저는 배우들 간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영화마다 다른 역할을 연기하고 이것을 비교할 방법이 없다”며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5명 모두 사실상 승자”라고 강조했다. 윤여정씨는 결혼과 미국 이주, 이혼의 경험이 현재 자신을 키운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했다. 윤여정씨는 1970년대 배우 생활 첫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10여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이혼한 뒤 한국에서 다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대배우로 일어섰다. 그는 “과거 한국에선 결혼하면 특히 여배우의 경우 경력이 끝났다”면서 “나는 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지만, 주부가 됐고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이혼 경험에 대해서도 “그 당시만 해도 이혼은 주홍글씨 같았고, ‘고집 센 여자’라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이혼녀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결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어긴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텔레비전에 나오거나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끔찍한 시간이었다.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맡으려 노력했고, 과거 한때 스타였을 때의 자존심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며 “그때부터 아주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그는 “(저 이전에)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오른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슬프다”면서도 “저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생은 나쁘지 않으며 놀라움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한국외대 ‘제2외국어’ 교육학과 통폐합

    한국외대가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등 제2외국어 교육학과를 통폐합하고 교원도 30% 줄이기로 했다. 이 학교 사범대가 교육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영향이 컸다. 한국외대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사범대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교육과를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합하고 전체 인원을 약 30% 감축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이런 개편안을 교육부에 보고하고 내년 입시부터 학부 형태로 신입생을 받는다. 이번 개편안은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에서 한국외대 사범대가 전국 45개 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가장 낮은 C등급을 받으면서 추진됐다. C등급에 속한 학교는 교원 양성 정원의 30%를 감축해야 한다. 해당 학과 교수와 학생, 동문들은 학부제가 학과 교육의 전문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범대 학생들은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총장실과 이사장실 등에 학과 구조조정 반대 피켓을 붙이기도 했다. 프랑스어·독어교육과 총동문회는 법인 주도로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이 추진됐다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서봉수 9단vs 유창혁 9단 22년 만에 결승 격돌

    서봉수 9단vs 유창혁 9단 22년 만에 결승 격돌

    1980∼90년대 한국 바둑의 ‘4대 천왕’ 멤버였던 유창혁(55) 9단과 서봉수(68) 9단이 22년 만에 결승에서 격돌한다.한국기원은 유 9단과 서 9단이 14일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K바둑 TV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제8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결승에서 맞붙는다고 9일 밝혔다. 유 9단은 지난 7일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김혜민 9단을 꺾었고, 서 9단은 8일 준결승에서 김영환 9단을 물리쳤다. 둘은 20세기 후반 조훈현·이창호 9단과 함께 ‘4대 천왕’으로 불리며 한국 바둑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두 기사가 결승에서 맞붙는 것은 1999년 11월 4일 LG정유배(GS칼텍스배 전신) 이후 21년 5개월여만이다. 당시 결승에서 서 9단이 3승2패로 이겨 우승했다. 상대 전적에선 유 9단이 41승28패로 앞서 있지만 최근인 NH농협은행 시니어 바둑리그 8라운드에서는 서 9단이 승리했다, 대주배 결승 진출은 서 9단이 세 번째, 유 9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 모두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TM마린이 후원하는 제8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은 만 50세 이상(1971년 이전 출생) 남자 기사와 만 30세 이상(1991년 이전 출생) 여자 기사가 출전하는 제한 기전이다. 우승 상금은 1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500만원이다. 예선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이며, 본선 제한 시간은 각자 15분에 40초 초읽기 3회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美 청문회 소환된 대북전단금지법...통일부 “국내 청문회와 성격 달라”

    美 청문회 소환된 대북전단금지법...통일부 “국내 청문회와 성격 달라”

    이미 시행된 법률을 청문회 대상 삼아통일부 “정책연구모임 성격 가까워”외교부 “정확한 이해 구해나갈 예정”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일명 대북전단금지법)이 오는 15일 미국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하는 청문회에 소환된다. 개정을 추진할 때부터 논란이 되긴 했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률을 미 의회가 청문회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9일 톰 랜토스 인권위가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이란 제목으로 청문회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미 의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는 의결 권한이 없는 등 국내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연구모임 성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경제발전법 개정 내용과 관련해서 생명·안전 보호 차원의 관련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좀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외교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 정부는 동 위원회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법률 관련 청문회 개최 동향을 지속 주시하면서 미 행정부, 의회, 인권단체 등을 대상으로 동 법률의 입법 취지 및 법안의 적용 범위와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해 미국 조야의 이해를 재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동 개정법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법률을 청문회 대상으로 삼은 미국 의회의 이례적 행동에 대해선 통일부나 외교부 모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알권리 증진 등 인권적 가치들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 보호와 같은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법 개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톰 랜토스 인권위는 청문회 개최 배경으로 이 법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들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전방위 설득에도 못 막은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北 태양절에 개최

    전방위 설득에도 못 막은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北 태양절에 개최

    미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15일 화상 청문회 개최 공지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따질듯청문회 개최만으로 한국에 부담北 반발 가능성..북미대화 ‘악재’미국 하원의 정식 조직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과 관련해 청문회을 연다. 이날은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청문회 일정을 공지했다. 청문회는 화상으로 진행된다. 위원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며 청문회 개최 배경을 소개했다. 앞서 톰 랜토스 인권위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지난 2월 11일 성명을 내고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청문회 추진을 예고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은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의 금지를 약속한 4·27 판문점선언의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의 국내법 정비 조처인데 미 의회에서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청문회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 인권위는 하원의 공식 상임위원회는 아니어서 법안·결의안 처리 등 입법 권한은 없다. 하원 공식 의사록에도 기록되지 않는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내린 결론이 미 하원의 공식 견해도 아니지만, 청문회가 열리는 것만으로 한국 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주미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 의회 등에 이 법의 취지를 설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시행에 앞서 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했고,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적용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북전단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해 온 북한도 청문회가 15일 태양절에 맞춰 열린다는 점에서 강력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17전 17승 완벽했던 원성진, 뚝심 한수 뒤엔 내조의 힘

    17전 17승 완벽했던 원성진, 뚝심 한수 뒤엔 내조의 힘

    20대 초중반의 기사가 패권을 쥔 바둑계에서 30대 기사가 존재감을 드러내긴 쉽지 않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에는 항상 뜻밖의 변수가 있는 법. 지난 시즌 바둑리그에서 100%의 승률로 최고령 다승왕에 오른 원성진(36) 9단이 그랬다. 원 9단은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소속팀 셀트리온이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2004년부터 바둑리그에 참가한 그가 처음으로 맛보는 우승이었다. 셀트리온의 우승에는 정규리그와 포스트 시즌에서 17전 17승을 거둔 원 9단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강 신진서(21) 9단도 2패가 있을 정도니 원 9단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원 9단은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 예상 못 했는데 압도적인 성적을 올려 기쁘다”며 웃었다. 쟁쟁한 젊은 기사들 틈에 다른 진로도 고민하던 시기에 찾아온 전성기는 바둑기사로서의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원 9단은 “주변에서 도핑테스트해야 한다고 농담한다”면서 “나이가 들면 실력이 안 된다는 편견을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전승을 거두기까지 몇 번의 난관도 있었다. 원 9단은 “박건호 5단과의 첫 경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끝내기에서 역전했는데 그 바둑을 졌으면 안 좋게 꼬였을 것”이라며 “4연승을 달릴 때 만난 박승화 8단과의 대국은 마지막 30수 정도까지 지던 바둑을 결국 한집 반 차이로 이겼다”고 돌이켰다. 승부의 세계에서 아무런 원동력도 없이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원 9단이 꼽은 가장 큰 비결은 바둑계를 대표하는 미녀인 아내 이소용(32) 바둑 캐스터의 내조다. 원 9단은 “아내가 항상 시합날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써 줬고 바둑 공부를 할 때는 바둑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줬다”면서 “다른 금전적인 부분에 신경 쓰지 말고 바둑만 하라고 부담을 덜어 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자랑했다. 또 다른 비결은 마음가짐의 변화다. 2019년 성적 부진으로 자신감을 잃은 원 9단은 방송이나 교육 등 다른 진로도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 끝에 “이 생각 저 생각 할 바에는 일단 승부에 집중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실수가 나오면 또 다른 실수로 이어지던 약점도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끝까지 꾸준히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었다.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원 9단의 책임감도 커졌다. 국내 기사를 상대로 잘해 놓고 외국 기사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원 9단은 “바둑팬들이 그전에 나한테 기대가 없었는데 이제 조금은 생기지 않았을까”라며 “다른 정상급 기사와 달리 세계대회에 참가하면 예선부터 올라가야 해서 쉽지는 않겠지만 기왕이면 목표는 크게 잡고 결승까진 다 올라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편의점서 음란행위한 60대, 투표하러 나섰다 ‘덜미’

    편의점서 음란행위한 60대, 투표하러 나섰다 ‘덜미’

    편의점에서 음란행위를 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남성이 재보궐선거 투표에 나섰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공연음란죄 등의 혐의로 7일 6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을 찾아 여성 직원 앞에서 성기를 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바로 다음날에도 편의점에 들어오려다 직원에게 제지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여온 경찰은 7일 편의점 인근에 다시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오전 9시 30분쯤 투표를 마치고 투표소 밖으로 나온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경위와 구체적인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무협은 영원하리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무협은 영원하리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반에 학급문고라는 것이 생겼다. 선생님들은 학기 초마다 아이들에게 각자 집에서 보던 동화책을 한 권씩 가져오라고 했다. 요즘처럼 책이 흔하던 시대가 아니라 우리는 아이 책이든 어른 책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학교에 가져갔고 선생님은 교실 뒤편의 서가에 그것들을 무질서하게 꽂았다. 아마 ‘질서 있게’ 꽂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천금성이 쓴 전두환 전기 ‘황강에서 북악까지’ 같은 책까지 있었으니까. 참고로 나는 이 책에 무척 감동했다. 초등학교 몇 년 동안 전두환은 대하소설 ‘대망’의 일부였던 시바 료타로가 쓴 ‘료마가 간다’의 주인공 사카모토 료마와 함께 내 마음속의 영웅이었다. 중1 때 설날에 큰댁에서 만난 대학생 사촌형에게서 “그 새끼는 죽일 놈이야”라는 욕을 듣지 않았다면 또 몇 년을 그 독재자의 신화에 속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내가 학급문고에서 가장 감명스레 읽은 책은 뭐니 뭐니 해도 ‘어린이 군협지’였다. 표지가 너덜너덜했던 그 다섯 권짜리 책은 10살 남자아이의 영혼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소림사에서 달마역근경의 무공을 배우고 강호의 혈투에 뛰어든 소년 서원평. 무림의 정의를 구현하려다 수십 차례 죽을 고비를 만났지만 그때마다 굳은 신념과 기연으로(함정에 빠지거나 절벽에서 떨어질 때마다 거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무공을 높여 주는 무공 비급이나 영약이 놓여 있었다) 살아나고 신비로운 자의소녀와 애절한 사랑을 나눈다. 훗날 고교생이 돼서야 나는 그 책이 대만의 무협작가 와룡생의 1959년 작 ‘옥차맹’(玉釵盟)의 소년판이라는 것을 알았다. 중화권에서 삼국지 다음으로 널리 읽혔다는 ‘옥차맹’은 한국에서는 ‘군협지’ 또는 ‘군웅문’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번역, 출간됐는데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어린이용 개작본까지 나와서 초등학교 학급문고로 흘러들어 왔을까. 어쨌든 난 처음 접한 ‘강호’의 세계관에 완전히 매료됐고, 급기야 그 대학생 사촌형이 어느 날 우리 집에 들러 “요즘 무슨 책이 재미있니?”라고 물었을 때 아주 당당하게 “‘어린이 군협지’요”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순간 사촌형은 당황해서 좀 머뭇대다가 “애들은 그런 책 보면 안 돼”라고 말했다. 아니, 왜? 어린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눈치를 보니 사촌형도 그 책을 본 게 분명했는데도 말이다. 나중에야 이해가 갔다. 나는 ‘군협지’를 시작으로 중고교 때는 김용의 무협소설에 빠져 살았다. 김용의 18권짜리 ‘영웅문’이 출판되고 있을 때는 매일 서점에 들러 다음 권이 나왔는지 기웃거리곤 했으며, 시험 때마다 무협소설을 읽느라 밤을 새우는 바람에 학교 석차가 곤두박질을 쳤다. 그뿐인가. 하필 가장 중요한 인격 형성기에 강호의 세계관을 흡수하는 바람에 매사에 대의명분이나 따지고 어려울 때 기연이 생기길 바라는 비현실적인 어른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형, 무협소설은 실제로 내 인생의 기연이기도 했어. 대학원생 신분으로 일찍 결혼해 애까지 낳고 생계가 막연할 때 우연히 무협소설 윤문 일을 시작해 20년 넘게 살림에 큰 보탬이 되고 있으니까. 내가 교양으로 밥 먹고 사는 출판 번역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 시대가 교양으로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잖아. 지난달에도 웹에 연재될 무협소설 한 권 분량을 급히 손봐야 해서 집을 나와 홍대 앞 게스트하우스에 사흘간 처박혀 있었어.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사람들은 왜 대본소도, 도서대여점도 거의 사라진 이 웹소설의 시대에 아직도 무협소설을 읽는 걸까? 심지어 무협 게임과 무협 드라마까지 즐기고 있잖아. 생각해 보면 무림 고수와 절세미녀들이 서식하는 그 강호라는 곳은 고대 중국을 모형으로 설계된, 우리 한국인과는 전혀 무관한 가상세계인데도 말이야. 아마 요즘 사람들도 기연이 필요해서겠지? 현실에는 기연이 존재하지 않으니 강호의 고수들을 통해 상상으로라도 기연을 누려 보고 싶어서겠지? 형은 이제 세상에 없으니 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은 갈수록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지고 있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와 정비례해 갈수록 가상세계에서 기연을 찾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지. 아마 무협은 영원할 거야. 어쩌면 인류와 끝까지 운명을 함께할지도 몰라.”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와인 장기 숙성, 과연 필요한 일일까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와인 장기 숙성, 과연 필요한 일일까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 더이상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마지막 남은 한 병의 와인을 팔 것인가, 아니면 보관해 두고 언젠가 내가 마실 것인가. 보통 이런 와인들은 한번에 수만 병씩 만들어 내는 대형 와이너리의 와인이 아니라 수천 병 내외를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자의 와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와인은 보관해 둘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더 나아가 와인을 바로 마시지 않고 보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와인에 딱히 흥미가 없다 해도 와인을 오래 묵혀 두고 먹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만든 지 100여년 지난 와인을 오래된 창고나 난파된 배에서 발견하고 들뜬 마음에 코르크를 따 마셔 보았는데 식초가 되어 있었다는 건 해묵은 구전동화다. 요즘 나오는 와인은 어지간해선 식초가 되는 법은 없다. 그러니 무조건 오래 둔다고 와인의 맛이 반드시 좋아지리란 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와인은 왜 묵히거나 장기간 보관해 두고 마신다는 개념이 생겨났을까. 왜 맥주나 소주는 묵혀 두고 마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오크통에서 병으로 옮긴 이후부터 더이상 숙성이나 변질이 되지 않는 위스키와 달리 와인은 병 안에서도 변화를 겪는다. 코르크 마개로 꼭꼭 막아 액체가 새지는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공기가 코르크 입자 사이를 오가며 병 안에 담긴 와인과 계속 반응한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산화 반응이다. 와인이 산화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변화가 진행된다. 변화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대개 긍정의 상승곡선을 타고 올라가다가 서서히 내려가 부정의 끝에 도달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사람처럼 유년기를 거쳐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를 맞고 장년기에 다다르는 셈이다.한 병의 와인엔 전성기가 존재한다. 향과 맛이 가장 강렬한 힘을 뽐낼 때다. 병을 열자마자 전성기를 맛보면 좋으련만 와인은 처음부터 전성기를 보여 주지 않는다.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자마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쉴 새 없이 잔을 돌려본 적이 있는가. 잔을 돌릴수록 와인은 공기와 빠르게 만난다. 만약 금방 딴 와인에서 이렇다 할 향이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직 전성기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잔 돌리기가 이럴 때 필요하다. 공기와 접촉시켜 전성기에 빠르게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 공기와 너무 접촉하면 전성기가 금세 지나버리니 계속 돌려 가며 마실 필요는 없다. 와인을 바로 열어 먹지 않고 보관해 둔다는 건 천천히 산화를 진행시켜 전성기가 자연스럽게 오기를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전성기에 다다르면 그 어떤 와인보다 강렬한 향과 맛을 보여 주는 와인을 흔히 ‘잠재력’ 있는 와인이라 한다. 꼭 들어맞진 않지만 고가의 와인일수록 전성기 때의 힘이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하나 생길 수 있다. 아직 열어 보지 않은 와인의 전성기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전문가의 의견도 있지만 제법 여유가 있는 와인 애호가들은 잠재력이 있다고 소문난 같은 와인을 여러 병 사두고 스스로 판단하는 행위를 즐긴다. 우선 한 병을 마셔 보고 전성기가 지금인지, 나중인지 나름 판단을 한 후 연 단위 시차를 두고 하나씩 맛보는 것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연 단위로 맛을 보면 과연 비교를 할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 들긴 하지만, ‘시음 적기’를 맞히는 건 꽤 흥미가 가는 일이다. 물론 아끼다 적기를 놓쳐버려 안타까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가끔 자녀의 출생 같은 뜻깊은 해를 기념하기 위해 특정 연도의 와인을 구해 십수년 뒤에 따서 마시겠노라는 장면도 목격된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왕 오래 묵혀 둔다면 일단 두 병을 사서 한 병은 꼭 미리 마셔 보자. 과연 십수년 지나도 전성기를 여전히 뽐낼 수 있는 와인일지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린 와인의 맛이 전성기를 한참 지나 맹숭맹숭한 것보다는 마셨을 때 놀라움을 자아내게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란 노파심에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면 와인을 보관해야 할까의 문제는 와인의 전성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열어서 억지로 전성기를 맞게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임을 이해했을 것이다. 단지 희귀하다는 점에서 와인을 보관해 둔다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와인은 셀러에 누워 있거나 진열장에 서 있을 때보다 좋은 사람들과 마셨을 때 그 즐거움이 크니 말이다. 마지막 남은 와인은 기꺼이 그 가치를 알아주는 이에게 드리리.
  • 국대 지도자로 뭉친 여자농구 전설들, 올림픽 영광 위해 쏜다

    국대 지도자로 뭉친 여자농구 전설들, 올림픽 영광 위해 쏜다

    전주원(49)과 이미선(42). 이름만으로도 찬란한 한국 여자농구의 두 ‘레전드’ 언니들은 요즘 휴식기 아닌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여자프로농구 시즌이 끝나고 편히 쉬어야 할 시간이지만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진출한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를 맡아 올림픽 준비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6일 서울 성북구 소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전주원 대표팀 감독은 “휴가 기간인데도 통화도 자주 하고 벌써 오늘로 다섯 번째 만난다”는 말로 이미선 코치와 함께 바쁘게 보내고 있는 근황을 전했다. 한국 여자농구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쓸 때 주역으로 활약했던 전 감독과 이 코치에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계획과 각오에 대해 들어 봤다.국대 감독·코치로 재회 구기종목 첫 女지도자 콤비 지난 1월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전 감독과 이 코치를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과 코치로 확정, 발표했다. 두 레전드에겐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최초의 여성 지도자 콤비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각각 현역으로 뛰었던 구단에서 이들의 등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남겼을 만큼 선수로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두 사람은 지도자로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전 감독과 이 코치는 나이 차이가 꽤 있다. 현역 시절 전 감독은 신한은행(전신 현대산업개발 포함), 이 코치는 삼성생명에서만 뛰어 소속팀도 달랐다. 지도자로서도 우리은행 코치, 삼성생명 코치로 팀이 겹치진 않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로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사이가 된 것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룸메이트로 함께한 인연 덕분이다. 이 코치는 “처음에 언니랑 같이 방을 썼는데 나이 차가 나는데도 편안했다”고 회상했다. 전 감독은 “먹는 것도 잘 맞고 한 3~4년 미선이가 방졸을 했는데 나쁜 기억이 없다”며 웃었다. 서로 잘 맞다 보니 전 감독이 이 코치에게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러닝메이트를 제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 감독은 “미선이가 선수로서도 영리했고 은퇴 후에도 바로 코치를 하고 있어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파트너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코치는 “나는 고민할 것 없이 언니를 믿고 가는 것”이라며 돈독한 신뢰를 자랑했다.화려한 ‘라떼 시절’의 경험 선수들에게 더 와닿을 것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가 되면서 두 사람은 소속팀 코치 역할 이외에도 국가대표 지도자로서의 역할도 생각해야 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선수 누구 하나라도 다칠까 노심초사하고 분석하면서 상대 선수를 같은 팀보다 더 눈여겨보기도 했다. 전 감독은 “비디오를 본다든가 중계를 볼 때 다른 팀 선수들을 많이 살피게 되더라”며 웃었다. 이 코치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박지수(23·KB)의 상태가 신경 쓰였다. 이 코치는 “지수가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번 다친 적 있는데 크게 다친 것처럼 보여서 안 다쳤으면 싶었다”고 했다. 전 감독도 “나도 TV를 보면서 ‘지수 다치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이 다른 국가대표 지도자보다 더 많은 기대를 받는 까닭은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고, 올림픽을 직접 경험했으며 프로 무대에서 코치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공한 농구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라떼(나때)는 말이야’라며 꺼내는 옛날 이야기가 결코 공허한 잔소리가 되지 않는 이유다. 전 감독도 “올림픽을 직접 나가서 경험했으니 우리 얘기가 선수들에게 훨씬 와닿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여자농구가 13년 만에 나서는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의 선전을 위해 두 지도자가 공통적으로 꼽는 과제는 팀워크다. 전 감독은 “시드니올림픽 때 뛰는 선수나 안 뛰는 선수 가릴 것 없이 팀워크가 좋았다”면서 “당시에도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는데 잠깐씩 뛰는 선수들까지 자기 역할을 하며 팀이 하나가 돼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을 냈다”고 했다. 이 코치도 “시드니 때 막내여서 언니들을 응원했는데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희생을 많이 했다”면서 “팀워크에 하나 더 보태자면 베이징올림픽 때는 수비에도 많이 신경을 써서 성적을 냈으니 그 부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대표팀 주축 전성기… 올림픽 농구 13년 갭이 변수 여자농구 대표팀은 다음주 최종 명단이 확정된다. 가장 고민하는 포지션은 가드다. 정통 포인트가드의 역할을 하는 선수가 부족하고 여러 선수가 각자의 경쟁력이 있다 보니 고민이 깊다. 같은 조 상대팀 전력이 만만치 않은 문제도 있다. 한국(19위)은 스페인(3위), 캐나다(4위), 세르비아(8위)와 함께 A조다. 1승조차 거두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살펴본 상대팀은 더 무서웠다. 전 감독은 “세르비아와 스페인이 하는 경기를 봤는데 세르비아가 만만치 않았다”면서 “유럽 선수들이 신장도 있는데 스피드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같은 조 국가 중 세르비아가 세계 랭킹이 가장 낮지만 전 감독은 “세르비아가 4년 전 정도부터 두각을 나타내 랭킹이 낮은 거지 지금 실력만 보면 유럽에서 3위 안에 든다”면서 “세르비아가 그래도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슬프더라”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국은 박지수를 비롯해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전성기를 맞았다는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지난해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지금 대표팀에 나갈 선수들이 올림픽 티켓을 따낸 것만 해도 잘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어 고무적”이라면서 “다만 역대 전력과 비교했을 때는 올림픽에서 13년의 갭이 있어 경험이 없는 것이 많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실패의 가능성이 훨씬 큰 자리지만 두 지도자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도자가 불안해하면 선수들이 더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더라도 부딪쳐 보는 게 도전”이라며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실패라기보다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의 여성 지도자란 타이틀이 달리지 않아도 국가대표 감독은 책임감이 정말 큰 자리”라면서 “영광스러운 자리이니 가진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자농구 대표팀을 통해 두 지도자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 코치는 “누가 봐도 박수쳐 줄 수 있는 경기를 준비하고 싶다”면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힘든 상황에서 스포츠를 통해 힘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추민규 경기도의원, 경기도교육청 G-스포츠클럽 담당자와 정담회

    추민규 경기도의원, 경기도교육청 G-스포츠클럽 담당자와 정담회

    경기도의회 추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하남2)은 지난 5일 올해 G-스포츠클럽의 하남시 사업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학생건강과 장학사와 경기도의회 하남상담소에서 정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정담회는 하남시 문화체육 담당자와 하남시 체육회 담당자가 함께 했으며, 경기도 교육청 학생건강과 박진성 장학사의 설명으로 이뤄졌다. 경기도 G-스포츠클럽은 전국 최초 경기도교육청, 도의회, 지자체(시·군 체육회) 공공형 스포츠클럽 정책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28개 시·군 106개(102개 클럽, 4개 사업담당자) 사업을 하고 있다. 도교육청 박진성 장학사는 “G-스포츠클럽은 학교운동부 운영 관련 폐혜를 예방하고, 사회적·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안전한 스포츠 생태 환경을 기반으로 마을(지역)에서 운영 가능한 초·중·고 학교운동부와 연계한 정책으로 경기도 학생선수들의 타시도 전출을 예방하는 등 운동부 해체로 인한 지도자 고용불안을 해결하는 정책으로 하남시 공모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여러 사업들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민규 의원은 “G-스포츠클럽과 관련해 전반기 교육위원 시절, 하남시에서 경기도 정책토론회를 진행했고, 지역 거점형 G-스포츠클럽을 안착하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며 “경기도의 아이들이 마을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운영돼야 하겠지만, 경기도 본예산 편성과 자치단체의 본예산 편성기간이 달라서 많은 애로점이 문제로 부각되는 등 일관성 있는 경기도 정책을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형 G-스포츠클럽 사업은 경기도형 운동부와 초등 스포츠클럽으로 나뉘며, 학교체육·생활체육·전문체육의 선순환 시스템과 초·중·고 학교운동부 연계 활동 지원 및 마을 기반 전문학생선수 발굴·육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초등학생 참여의 스포츠교실과 스포츠 참여 지원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니버설발레단-예술의전당, 6월 4~6일 ‘돈키호테’ 공연

    유니버설발레단-예술의전당, 6월 4~6일 ‘돈키호테’ 공연

    유니버설발레단이 희극발레 ‘돈키호테’로 올해 첫 무대를 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으로 6월 4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돈키호테’를 공연한다고 6일 밝혔다. 발레 ‘돈키호테’는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과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만들어졌다. 1869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하며 성공을 거둔 뒤 1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인기 작품이다. 발레로 그려지는 돈키호테는 달리 매력 넘치는 아름다운 여인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재치있는 이발사 바질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돈키호테는 시종 산초와 함께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을 돕는 조력자이자 신스틸러로 등장한다. 여기에 지중해의 낭만과 스페인의 정취가 녹아있는 무대와 의상, 코믹한 발레마임으로 표현되는 등장인물들의 좌충우돌 해프닝, 고난도 발레 테크닉과 화려한 춤들이 이어져 고전발레의 정수로도 꼽힌다. 유니버설발레단을 비롯해 전세계 발레단이 선보이는 ‘돈키호테’는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에 뿌리를 둔 알렉산드르 고르스키 버전 안무를 바탕을 한다. 고르스키는 스승의 원작에 2막 ‘둘시네아가 된 키트리의 바리에이션’과 3막 ‘부채를 든 키트리의 바리에이션’ 등을 넣어 이전 버전을 더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997년 당시 예술감독이자 23년간 러시아 키로프발레단(현 마린스키발레단) 전성기를 이끈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개정 안무로 국내 첫 선을 보였고, 그 해 무용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무용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2017년 이후 4년 만으로 고전발레에 스페인 춤이 어우러진 화려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우위 지키려는 美, 발판 포기 않는 中… ‘패권 전쟁터’ 된 신장

    우위 지키려는 美, 발판 포기 않는 中… ‘패권 전쟁터’ 된 신장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와 손잡고 ‘동시다발 제재’를 단행해 ‘동맹을 통한 중국 압박’을 본격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바이든식 외교 전략’은 이제 시작이어서 신장 지역을 둘러싼 양국의 충돌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위구르족 인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두 나라는 왜 이제서야 사생결단에 나선 것일까. 미중 갈등의 새 축이 된 신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아시아·이슬람 연결 ‘교량’… 18세기에 中 편입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역사적으로 실크로드(비단길)를 통해 동아시아와 이슬람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했다. 중국 고전 ‘서유기’를 보면 당나라 고승 현장(602~664)이 인도에서 불경을 구하려고 서역을 지나다 갖가지 요괴들의 공격을 받는데, 소설 속 서역이 바로 신장이다.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돌궐(투르크)에서 찾는다. 돌궐은 중국 역사에서 ‘흉노’로 불리던 민족들 가운데 하나로 몽골과 만주 지역 등에 퍼져 살았다. 전성기에는 고구려와 손잡고 중국 대륙을 위협했다. ‘돌궐의 후예’를 자처하는 터키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돌궐은 중국의 압박으로 영토를 잃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정착해 위구르족이 됐다고 믿는다. 1759년 청나라 건륭제(1711~1799)가 이곳을 중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새로운 강토’라는 뜻의 신장(新疆)이라는 이름도 이때 지어졌다. 19세기 미국이 멕시코 땅이던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네바다 등을 빼앗아 국토 면적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신장 병합은 약소 민족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패권국 팽창 경쟁의 결과물이다. 20세기 들어 청이 멸망하고 일본이 중국 본토를 침공하자 위구르인들은 ‘힘의 공백’을 깨닫고 1944년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선포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1949년 신장을 다시 침공했고, 1955년 이 지역을 자치구로 만들었다. 그간 신장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받았음에도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위구르인들의 뿌리 깊은 반중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설명했다. 위구르족은 수니파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유목 민족의 후예다. 중국의 주류인 한족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다. 1949년 인민해방군이 신장으로 갈 때만 해도 이 지역의 위구르족 비율은 80%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50% 밑으로 떨어졌다. 베이징 당국이 의도적으로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지역의 고유성을 말살한다는 것이 위구르인들의 주장이다. 현재 ‘동투르키스탄 망명정부’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당’ 등 50여개 단체가 분리·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구소련 해체 뒤 위구르인도 독립 열망 커져 전문가들은 위구르인들이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들이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도 나라를 세우자’는 열망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1997년 신장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SCMP는 “2013년 베이징 톈안먼광장 위구르 차량 돌진 사고와 2014년 중국 윈난성 쿤밍역 테러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중국 지도부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2017년쯤부터 신장에서 위구르인들이 하나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극적으로 탈출해 국경을 넘어 도망친 이들의 증언과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콘크리트 건물들, 내부자가 몰래 제공한 수용소 관련 공식 문서가 외부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강제수용소 논란에 대해 “위구르인들의 직업 교육을 위한 재교육 시설”이라고 반박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 지역 위구르인 1100만명 가운데 100만명 정도가 이 시설에 수감된 적이 있다고 추산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위구르족 강경책을 고수할까. 구소련 같은 ‘분리독립 도미노’가 절대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구르족이 독립하면 54개의 다른 소수민족도 이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어서다. 만에 하나 위구르족을 독립시킨다고 해도 새 나라는 중국과 ‘앙숙’으로 지낼 가능성이 크다. 신장의 ‘전략적 가치’도 한몫한다. 이곳은 중국에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다. 18세기에 편입된 신장과 시짱(티베트)은 중국 전체 면적의 3분의1이나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신장을 포기할 리 없다.●“美, 中에 나쁜 이미지 심어 추격 막으려 해” 여기에 더해 중국은 ‘서구 세계가 숨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여긴다. 겉으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위구르족 독립운동을 은밀히 지원한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내부 분열로 치명상을 입게 해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이 이끄는 국제질서’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양국 관계를 해칠 정도로 신장 문제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심지어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구르 독립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전 세계 테러 의심자들을 초법적으로 가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던 신장 분리주의자들을 중국의 심문관이 만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2010년에는 노르웨이가 중국을 대신해 위구르 독립단체 조직원을 체포했다. 최소한 10년 전까지는 서구 세계가 신장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와 궤를 같이했음을 알 수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휩쓸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중국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안정을 지키길 원했기에 위구르족 인권 문제에 눈감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조는 ‘비정치인 출신’으로 ‘반중’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깨졌다. 그간의 국제질서 맥락을 알리 없던 그가 신장 문제를 그냥 넘어갈 리 없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위구르족 수용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때는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2017년이다. ●“나토 등 IS와의 전쟁에 위구르족 병사 이용”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신장 인권 문제로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을 패권 경쟁에서 낙오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과거 미국이 구소련에 대해 그랬듯 중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최대한 나쁘게 만들어 전 세계에 ‘힘이 커지면 안 될 나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캐나다 진보성향 매체 ‘글로벌리서치’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터키 등이 IS 궤멸을 위해 위구르족 수천명을 테러 조직에 잠입시켰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위구르인들이 영화 ‘무간도’나 ‘신세계’에서처럼 신분을 숨기고 범죄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매체는 “세계 주류 언론사나 미국의 정치인들은 (서구 세계가 위구르인을 은밀히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에 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언론 ‘볼테르 네트워크’도 시리아 매체들을 인용해 “‘IS와의 전쟁’ 임무를 수행한 위구르족 병사 1만 8000여명이 2013년부터 몰래 신장으로 돌아가 여러 형태의 테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나토 비밀 계획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접합수술 못하게 변기에 버렸다”…남자친구 신체 일부 자른 대만 여성

    “접합수술 못하게 변기에 버렸다”…남자친구 신체 일부 자른 대만 여성

    남자친구의 성기를 절단한 뒤 변기에 버린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5일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펑모(40)씨는 대만 장화현 자택에서 잠든 남자친구 황모(52)씨의 성기를 절단했다.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마친 황씨는 현재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펑씨는 얼마 뒤 경찰서에 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펑씨는 “부엌 가위로 황씨의 성기를 절단한 뒤 접합 수술을 할 수 없도록 변기에 흘려 보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이 10개월 전부터 동거를 시작했고, 평소 황씨의 여자문제로 다투는 일이 잦았다고 전했다. 황씨의 성기는 1.5㎝ 정도 절단된 상황이다. 의료진은 “황씨는 더는 성관계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인공 성기를 이식하는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출신 펑씨는 과거 대만 남성과 결혼하며 대만 국적을 취득했다. 남자친구는 슬하에 세 명의 자녀를 둔 이혼남으로 알려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도심 빈민가 고통 숨긴 ‘파라오들의 황금 퍼레이드’

    도심 빈민가 고통 숨긴 ‘파라오들의 황금 퍼레이드’

    3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석양이 내릴 무렵부터 2시간 동안 거행된 고대 이집트 왕가의 행렬에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 위치한 이집트박물관에서 100년 넘게 안식을 취해 오던 파라오 미라 18구, 왕비 미라 4구가 5㎞ 거리의 신축 이집트문명박물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훼손 방지용 질소충전상자에 담긴 뒤 특수충격흡수장치가 설치된 차량에 태워진 미라들이 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카이로 도심을 관통하는 장면은 이집트 국영방송에서 생중계됐다. ‘파라오들의 황금 퍼레이드’라고 이름 붙인 이날 행렬은 시종일관 화려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집트 예술가와 학생 350여명이 색색의 조명을 받으며 고대 이집트 의례를 재연하거나, 행렬 주변 벽화를 꾸몄다. 황금빛으로 치장한 운구차량들은 30여분 동안 천천히 이동했다. 시대순에 맞춰 기원전(BC) 16세기의 세케렌테 타오 2세가 행렬의 맨 앞에, 기원전 12세기의 람세스 9세 미라가 맨 끝에 섰다. 이집트 왕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람세스 2세, 통틀어 4명뿐인 여성 파라오 중 하나인 하트셉수트 미라도 행렬 속에 있었다. 새 거처에 다다른 행렬은 ‘대관식’을 상징하는 21발의 예포(로열 설루트) 뒤 입성했다. 이집트 정부는 3년 전부터 이날 행사에 공을 들여 왔다. 10년 전인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때 이집트박물관에 있던 미라 2구가 훼손되기도 했고, 이후 카이로를 ‘역사도시’로 꾸민다는 계획에 따라 2017년 2월 이집트문명박물관 부분개관이 이뤄진 터였기 때문이다. 유로뉴스는 “이집트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줄었고,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다”면서 “이날의 행렬은 관광산업 부흥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라 운구를 전후해 ‘왕의 평화를 방해하는 자들에게 죽음이 빠르게 찾아갈 것’이라는 저주 미신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다. 지난달 23일 수에즈운하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하고, 27일엔 카이로에서 10층짜리 건물이 붕괴해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게 ‘미라의 저주’ 징후라는 것이다. 이에 당국은 “이번에 옮기는 미라들은 이미 3000년 전 묻힌 왕의 계곡을 떠나 몇 차례나 옮겨졌던 미라”라며 우려를 일축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화려한 행렬이 중계되는 동안 근처 빈민가의 남루한 주택들이 대형 방음벽 뒤로 철저하게 가려졌을 뿐 아니라 행렬을 직접 보려던 빈민들이 바리케이드에 막혀 돌아가야 했다고 꼬집었다. NYT는 “화려한 행렬에 가려진 빈민가의 풍경은 영광스러운 이집트의 과거와 불안한 현재, 그 사이의 단절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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