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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인내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자/김창범 한화L&C 대표

    [CEO 칼럼] 인내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자/김창범 한화L&C 대표

    헬렌 켈러는 미국에서 최초로 인문계 학사를 취득한 중복 장애인이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그는 작가, 사회운동가, 교육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암흑 속을 뚫고 나온 빛의 천사로 불리며 칭송받았던 그의 뒤에는 48년 동안 고난과 헌신의 삶으로 일관한 개인교사 앤 설리번이 있었다. 앤 설리번은 헬렌 켈러에게 ‘시작하고 실패하는 것을 계속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켈러의 기적적인 삶은 인생에서 인내의 힘을 깨우쳐 준 설리번과 같은 조력자가 있어 가능했다. 한 사람이 보낸 인고의 세월이 다른 사람의 천재성을 발현시킨 값진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꿈을 실현시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월트 디즈니. 그의 어린 시절은 그가 이룬 환상의 세계와는 달리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가정 불화로 집을 뛰쳐나와 추운 골목을 뛰어다니며 신문배달을 했던 그는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고난의 세월을 견뎠다.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고전을 거듭했지만 꿈을 이루겠다는 집념과 신념으로 마침내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그룹을 일구고, 어린이들의 꿈과 환상을 구현한 디즈니랜드를 탄생시켰다. 인내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들은 모두가 인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하철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추태를 부리는 ‘○○녀’, ‘○○남’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출현은 인내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에게 가해지는 사소한 피해에도 발끈하고 격한 감정을 쏟아내야 권리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참을성 부족한 개인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다. 무한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 참을성 있게 꿈을 좇는 일은 시대에 뒤처지는 일이 됐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기주의가 득세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경제불황과 정치적 이념 대립으로 정신적, 물질적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은 점점 남에 대한 배려를 배울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 살벌한 경쟁으로 상실한 인간성을 회복하고 믿음을 되찾기 위해 특별한 처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손바닥을 건드리는 것이 전부였던 열악한 교수법이지만 믿음을 가지고 암흑 속의 소녀를 일깨운 앤 설리번의 참을성과 암담한 현실에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수없이 도전했던 월트 디즈니의 인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이 세상 어느 것도 스스로를 낮추고 인내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계의 원리가 그러하고 인생의 모습 역시 그러하다. 지나친 성급함과 조바심으로 천재일시(千載一時)의 기회를 놓치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삶은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기다리면 값진 선물을 안겨 주기도 한다. ‘몸과 정신을 단련하는 부단한 노력이 재능을 앞선다.’는 격언을 가슴에 새기고 인내하는 여유를 갖자. 기나긴 제련의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순금이라는 빛나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없듯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기업경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불안한 세계 정세와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 등으로 위기 의식이 팽배한 요즘과 같은 기업환경 속에서 믿음의 인내와 도전의 인내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성급한 열정에 휩쓸리지 않고 참고 노력한다면 인생은 달콤한 결실로 우리에게 보답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은근과 끈기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 내는 유전자가 있다. 올바른 가치관을 세웠다면 기다림의 여유와 안목을 가지고 미래를 기대해 보자.
  • ‘Mr. 가위손’

    ‘Mr. 가위손’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의 배경에는 미스터 가위손이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재정 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하는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수석 애널리스트 모리츠 크래머(45)가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그가 이끄는 평가팀이 유럽 각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관가의 경제 분야 공무원들은 그를 마뜩잖게 흘겨보면서 신평사들의 성급함을 비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크래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빌딩 27층 사무실에서 팀원 10여명과 유로존 국가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모니터하고 있다. 독일 출신답게 치밀함과 냉혹함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 그는 미국 워싱턴의 미주개발은행에서 잠시 근무한 뒤 2001년부터 S&P에서 일하고 있다. 크래머는 2007년 이후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36차례나 끌어내린 탓에 일부 국가 정책담당자들로부터 ‘가위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진짜 손 대신 가위손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판타지 영화 ‘가위손’에서 따온 말이다. S&P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 탓에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게 된 국가의 관료들은 ‘화풀이 대상’으로 크래머를 지목한다. 그의 결정은 국채 금리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태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파장이 크다. 크래머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달갑지 않다. S&P는 “신용등급 결정은 개인이 아니라 위원회가 내린다는 것을 강조해 주기 바란다.”고 언론에 부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평사가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너무 거만하게 일처리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크래머의 동료와 일부 유로존 국가 관료들은 크래머가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업무를 다룰 적절한 인물이라고 감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객원칼럼] 공손수를 심는 마음/박명재 CHA 의과학대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객원칼럼] 공손수를 심는 마음/박명재 CHA 의과학대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공손수(公孫樹)는 은행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공(公)은 남을 높이는 말이고 손(孫)은 손자를, 수(樹)는 살아 있는 나무를 일컫는 말이다. 은행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고 그 수확이 가장 풍성한 시기는 식재 후 대략 80년 내지 150년이라고 한다. 적어도 손자대에 가서야 그 수확의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손자와 그 후대를 위하여 심는 나무라 하여 공손수라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은행나무는 보통 수령이 1000년 이상 가며, 약 2억년 전 고생대 이래로부터 그 모습이 변하지 않아 진화론을 쓴 찰스 다윈은 그 불가사의함을 일컬어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하였다. 이 밖에도 은행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어(雌雄異株) 봄철 수나무의 화분이 2㎞까지 바람을 타고 날아 수정을 하며, 강한 내화성으로 불에 잘 타지도 않고 나무와 잎이 병충해에도 강한 식물이다. 또한 나무의 형태가 웅장하고 생김과 모습이 아름답고 고결하여 우리나라 성균관대학교는 그 잎을 교표로, 일본 도쿄대학교는 교목으로 삼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단풍이 든 은행잎은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워 김동리(東里)는 “무슨 꽃이 이에서 더욱 꽃다우랴.”하며 절찬하였다. 그러나 이보다도 우리에게 더 감동을 주는 것은 옛사람들이 공손수란 이름을 붙여 손자대와 그 후를 생각하며 나무를 심었던 갸륵한 마음과 정성이다. 공손수를 심었던 그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깨달음을 찾아본다. 먼저, 눈앞의 이익이나 당대의 수확을 기대했다면 속성의 유실수를 식재했을 텐데 가문과 후손들의 미래에 대비한 계획과 투자, 소위 후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수목 선택의 예지와 탁월함을 엿볼 수 있다. 당장의 수확과 단번의 승부를 기대하고 바라는 현대인의 조급증과 성급함 그리고 단견적 실용주의를 경계하는 좋은 가르침이 된다. 옛사람들은 적어도 100년 이후를 기약하는 기다림과 인내, 먼 장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은행나무를 심었다. 1년을 내다보면 곡식을 심고 10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면 사람(인재)을 심는다고 하였듯이, 은행나무 식재는 단순히 나무의 식재가 아닌 손자와 그 후손을 위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인내의 씨뿌림과 가꿈이었다. 옛사람들이 나무를 심고 80년 내지 100년 후의 수확을 기대하는 진득함과 기다림이 가장 돋보이는 대목이다. 우리들이 가끔 유럽여행을 하면서 무려 수백년에 걸쳐 건축이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성당과 교회를 보게 되며, 아직까지도 몇백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건축물을 또한 만나게 된다. 비록 이처럼 장구하고 거대한 건축물에는 못 미칠지라도 후손의 먼 미래를 생각하며 한 그루의 작은 은행나무를 심었던 우리네 조상들의 소박한 사랑이 은행잎 색깔만큼이나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국가 백년대계 운운하는 우리사회의 어떤 제도나 정책, 사업이 이토록 영구성과 지속성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나무를 심는 조상들과 함께 그 수확을 재촉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함께 기다리며 인내했던 후손들의 참고 기다림이 또한 감동적이다. 또한 가지 의미를 찾아본다면 나무 자체의 고결함과 끈질긴 생명력, 병충해에 대한 강한 면역력 그리고 은행잎의 아름다운 자태와 고상한 조락까지, 은행나무의 외면과 내면의 기품과 좋은 점들을 후손들이 본받고 닮기를 바랐던 후손에 대한 은근한 희망과 사랑이다. 화려하고 현란한 부귀와 성공보다 은은하고 끈질기며 고결한 삶을 원했던 조상의 소박하고 담백한 인생관이 더욱 돋보인다. 분주하고 야단스러웠던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 마지막 칼럼을 쓰면서 공손수를 심었던 옛사람들의 깊은 지혜와 정성, 생각들을 돌아보며 새해에는 우리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과 사랑의 공손수를 각자의 마음속과 사회 곳곳, 특히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안위가 걸려 있는 국가안보 분야에 더욱 깊고 튼튼하게 심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 동양적 이미지에 호소하는 한류

    동양적 이미지에 호소하는 한류

    ‘한류(韓流)’라는 말은 무한증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 한류가 아니라 오리엔탈리즘에 호소해 온 게 아니냐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영미문학연구회가 펴내는 반년간지 ‘안과 밖’ 최근호에 실린 ‘DVD 커버, 일상에서 만나는 한국영화 이미지’가 그것이다. 최아룡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생이 서구권에서 유통되는 한국영화를 분석했다. 서구에서는 DVD 시장이 여전히 크다. 영화의 첫 인상을 결정짓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최씨가 DVD 겉표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과거 군사정권의 혹독한 검열로 침체됐던 한국영화가 다시 부흥기를 맞은 것은 1988년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화 ‘씨받이’가 여우주연상(강수연)을 받으면서다. 이때부터 국제무대에서 한국 영화계는 많은 상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최씨는 ‘오아시스’(이창동 감독)를 분기점으로 삼는다. 이 작품이 200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음으로써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세계무대에서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 이전 수상작들은 주로 한국의 과거, 그러니까 동양적 풍경을 담은 작품이었다. 여기서 최씨가 지적하는 문제는 오리엔탈리즘이다. 동양은 대개 신비롭고 연약하고 관능적인 여성으로 상징된다. 이는 한국형 할리우드 액션영화인 ‘쉬리’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판에서는 한석규라는 남자배우를 중심으로 DVD 표지가 구성되어 있다. 여배우 이미지는 아예 없다. 반면, 해외판 DVD는 007 영화 본드걸을 연상시키는 여배우의 노출 사진이 표지 전체를 장식한다. 2002년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취화선’도 마찬가지다. 한국판에서는 널리 알려진 포스터 사진, 그러니까 최민식이 술병을 들고 호기롭게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실렸다. 그러나 해외판에서는 장승업이 기생 매향을 들판에서 범하는 장면이 실려 있다. 들에서 벌어지는 야합, 말 그대로의 이미지다. 폭력적인 이미지를 과도하게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는 한국판 DVD에서 폭력성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판에서는 칼과 망치, 권총 등 복수 도구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최씨는 “한류에서 한(韓)자를 과도하게 확대해 동양적인 신비감을 극대화하거나 붉은색 등 자극적인 색깔을 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영화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익스트림’(Asia Extreme)이란 별칭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씨는 “한국영화가 시장을 확보하려는 성급함을 자제하고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면 이런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영화 내용 자체로 만든 DVD 표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목숨 던진 아버지… ‘복지 사각’ 장애인 더 없어야

    서울 가리봉동에 사는 윤모(52)씨가 한쪽 팔이 불편한 아들(12)에게 장애아동수당을 받게 하려고 나흘 전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건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윤씨는 자신이 죽으면 아들에게 복지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주민센터의 복지담당 직원들은 “숨진 윤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고 윤씨의 아들도 장애인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윤씨가 한 번이라도 찾아와 상담을 했더라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의 수사와 주민센터 직원들의 진술로 미루어 윤씨가 구청이나 동네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윤씨 주변의 이웃들이나 친인척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의 가족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뒤늦게 윤씨 아들의 장애 상태를 살펴본 주민센터 직원은 “등급을 신청해서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의 성급함과 주변의 무관심, 그리고 복지시스템이 실제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아까운 목숨을 버리는 일이 벌어진 것은 딱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현재 서울시 자치구별로 사회복지사가 10명 남짓 있고, 동네 주민센터마다 2~3명의 직원이 복지업무를 맡고 있다고 한다. 이런 열악한 인력으로는 지원 대상자에 대한 재산이나 소득 등 현장 확인을 하는 일조차 벅찰 것이다. 더구나 복지사들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지원 대상자를 일일이 발굴하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윤씨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복지지원금 수급 대상이 될 만한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신청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도 복지담당 직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특히 이웃 등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자원봉사자·시민단체 등을 조직화해서 활용하는 실용적 방안을 적극 찾아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장애인·노인·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돌보는 데 복지정책의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도 10조 1765억원이다. 부정 수급이나 예산 빼먹기를 철저히 차단해야겠지만 윤씨처럼 사각지대에서 절망하는 사람이 더는 없도록 보다 능동적인 복지행정을 펼쳐야 한다.
  • [열린세상]정치와 스포츠 사이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정치와 스포츠 사이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밴 쿠버에서 금의환향한 올림픽 선수들, 서울에서 대립과 교착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정치인들, 양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쪽은 국민을 짠하게 감동시키고 속이 뻥 뚫릴 만큼 통쾌하게 해준다. 다른 쪽은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암담한 심정을 갖게 한다. 국민에게 기쁨을 주기는커녕 울화증만 일으키는 한국 정치는 응당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처럼 확실한 승리로 기분을 확 바꿔달라고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한국선수단이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쾌거를 떠올리며 정치도 그처럼 시원스럽게 승부를 내달라고 한다면 무리한 주문, 더 나아가 위험한 주문이 될 수 있다. 정치는 명확한 승부를 통해 한쪽이 이겨 다 가져가고 패배한 다른 쪽은 상실감을 맛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충되는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사람이 폭넓은 대화를 통해 합의를 추구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적 절충과 조정을 시도하는 지난(至難)한 과정이 정치의 본질이다. 정치에서는 승패가 확실히 갈리기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윈·윈 게임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할수록,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강압적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 방식을 따를수록, 그리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할수록 대화·합의·절충·조정이 더 어려워지고 정치의 지난함은 도를 더한다. 이러한 정치가 스포츠처럼 통쾌한 승리로 일순간에 감동과 희열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치가 충실해질수록 결론 내는 데 오랜 시간이 들고, 그 결론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중간에 머물기 때문에 극적 승리감과 순간적 쾌감을 느끼기 힘들다. 내가 애초 원했던 것이 완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치적 조정을 거쳐 희석될 때 당연히 갑갑한 마음이 들고 찜찜한 느낌이 남기도 한다. 이 처럼 원래 갑갑할 수밖에 없는 정치를 스포츠와 혼동해 승부를 명명백백 하게 내려 할 경우 대립과 교착의 악순환은 심해진다. 이쪽저쪽 다독이며 중용과 조정의 미학을 실천해야 할 정치를 포기하고 내 입장을 절대적으로 고수, 관철시키려 할 때 다른 사람들이 흔쾌히 따라올 리 없다. 그들도 각자의 입장을 밀어붙여 승리를 얻고자 할 것이다. 서로 이기려는 독선과 독선이 부딪치면 상황은 결국 극심한 대립 국면에 빠지고 한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교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요즘 세종시를 둘러싼 갈등이 이를 잘 예시해 준다. 세종시 수정론자들과 원안론자들은 정치를 포기하고 승패 내기에 매몰되어 있다. 전자는 국가 백년대계의 기치 하에 수정안만이 해답이라고 강공을 펼치고 있다. 후자는 약속에 대한 신의를 모토로 삼아 원안을 절대 고수하고 있다. 중간적 절충안은 배신이니, 물타기니, 임기응변이니 양쪽에서 다 매도되고 있다. 양 진영은 자기네가 이겨야 한다는 구호만 외쳐댈 뿐, 서로 마음이 열린 대화를 통해 중간지점을 찾는 정치적 노력은 시도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이기고 상대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운동선수 같은 승부사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한, 암담한 대립과 교착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절충하고 양보해야 하는 만큼 정치는 스포츠 같은 흥분을 낼 수 없다. 지루하기도 하고 갑갑하기도 하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이러한 정치를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며 척척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성과주의적 국정운영을 예찬한다. 그러나 승부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이긴 측은 감동과 쾌감을 느끼지만, 패한 측은 억울하고 우울하다 못해 분노로 떨게 된다. 일방적 국정운영으로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측이 있는 반면 불만감, 소외감, 심지어 적개심에 사로잡히는 패한 측도 있다. 정치는 이처럼 승패를 확 가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끌어안으며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중간적 조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운동선수와 달라야 하는 이유, 정치인이 극적 성취감보다는 차분한 중용의 미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도 성급함보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 하겠다.
  • [씨줄날줄] 교권 조례/김성호 논설위원

    전장(戰場) 속 지휘관의 명령, 지시는 거역하고 거스를 수 없는 지침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절체절명의 순간, 지휘관의 한마디와 몸짓은 생사를 가르는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복종의 철칙이라 할 때 말이다. 실제로 고금의 숱한 전장에서 걸출한 영웅들이 탄생했고 그 가치는 후대에 전해져 회자된다. 지휘관의 철학과 판단은 나와 남을 함께 살리는 ‘하늘의 명령’에 빗대지곤 하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지휘관은 교사다. 죽이고 죽는 사선(死線)의 절박에선 멀다 해도, 교사의 교편은 전장지휘관의 명령 지휘와 다름없는 힘과 방향성의 상징이라 할 것이다. ‘돌격 앞으로’ ‘나를 따르라’는 전장 지휘관의 무지막지한 명령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교권의 추락은 가슴아픈 일이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과 위엄의 위상에서 ‘촌지 도둑’ ‘단순 지식의 전달자’쯤으로 격하된 지금 교사는 분명 병든 우리사회의 상징이다. 학생 없는 교사가 어디 있고, 교사 없는 학생이 가당할까. 교사와 학생의 선후나 가치의 우열을 따짐은 어리석음의 극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고 기른다.’는 교육의 가치를 따질 때 교사의 자리매김은 우선이다. 정도를 벗어난 교사와, 제 방향을 상실한 학교의 혼탁함이 더할수록 교편의 가치가 들먹거려짐은 뭘 뜻할까. 교육에 진짜의 의미를 덧댄 ‘참교육’은 학교, 교사의 탈선을 되돌리려는 반작용이나 다름없다. 남의 허물과 부정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반면교사’의 가르침도 괜한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학생인권의 우선 부양을 통한 교육현장의 교정을 선언한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는 모순이다. 학생의 교내집회 허용과 수업선택권 보장, 체벌금지…. 학생인권의 결핍이 우리 교육의 파행과 탈선을 부른, ‘악의 요인’이란 발상은 가치의 전복이고 본말의 전도가 아닐까. 교육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큰 뜻이라면 학생인권 부양에 앞서 추락한 교사의 신음소리는 왜 듣고 담아내지 못했을까. 일선학교와 교사들의 원성이 있고서야 교사인권헌장을 마련하겠다는 안이함과 성급함은 그래서 더욱 씁쓸한 것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무대 사고… 잇단 연말 공연장 사고 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무대 사고로 연말 공연계에 비상이 걸렸다.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는 연말 시즌은 한 해 공연의 3분의 1 이상이 집중되는 ‘대목’이어서 관객들의 안전에도 주의보가 내려졌다. 3일 문화계에 따르면 ‘금발이’는 2일 저녁 공연 도중 천장 무대막이 떨어져 배우 2명이 다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적인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객석 뒤편의 VIP세트가 무너져 수 십명의 연예인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007년 12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라보엠) 도중 불이 나 관객들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가수들의 공연장 사고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공연장 사고가 이렇듯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공연계는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는 성급함’을 첫째 이유로 꼽았다. 연말 공연에 많은 관객이 몰리는 만큼 공연장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체계도 철저히 점검해야 하지만 급박한 공연일정과 비용 상의 문제로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고백이다. 그 대표적 예가 부실한 ‘테크니컬 리허설’이다. 기술상의 결함과 안전문제를 집중 점검하는 테크니컬 리허설은 일반적인 공연 리허설과 별개로 반드시 실시해야 하지만 대충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한 공연단체 관계자는 “본 공연을 올리기 전에 테크니컬 리허설을 최소한 열 차례 이상 실시해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공연 도중에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공연 붐이 일면서 대관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일단 공연부터 올리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털어 놓았다. 공연장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 제작비가 열악한 것도 안전점검 소홀을 부르는 한 요인이다. 기술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화려한 무대 장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따르는 설비 및 기술은 부족하다.”면서 “‘장기 공연 뿐 아니라 시설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공연을 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맘마미아’는 음향 시스템과 무대 세트 작동 오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연말에 체육관에서 많이 진행되는 가수들의 콘서트는 안전사고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는 경고다. 공연 전문 기획사 ‘좋은콘서트’의 최성욱 대표는 “최근 국내 가수들도 볼거리가 있는 공연을 선호하면서 무대가 화려해지는 경향”이라면서 “그러나 군소 기획사의 경우 시간과 전문인력 부족에 쫓겨 부실하게 무대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이경원기자 erin@seoul.co.kr
  • 경제발전에도 행복지수는 오르지 않는 신세계

    산업혁명은 왜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났는가, 산업화의 축복은 왜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났는가, 빈부격차는 왜 이렇게 심화되었는가. 그레고리 클라크 미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들 수수께끼에 대해 새로운 답변을 내놓는다. 책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이은주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에서다. “세계 경제사는 어이없을 정도로 매우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다.”는 저자의 단언은 인류의 1인당 소득 그래프에서 나타난다. 석기시대나 중세까지도 미미한 차이를 보였던 그래프는 1800년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보인다. 배경에 도사리고 있는 메커니즘은 바로 ‘맬서스의 덫(맬서스 트랩, Malthusian Trap)’. 기술 진보를 통한 소득 증가가 인구의 증가로 상쇄되던 것을 말한다. 이 맬서스의 덫을 산업혁명이 풀어버렸다. 그러나 부의 증가는 모든 사회에 고루 확산되지 못했다. 서구사회만 집중적으로 비약·발전하는 ‘대분기(大分岐)’가 발생해 국가 간 소득 격차가 심대하게 벌어졌다. 기존 경제학은 산업혁명의 촉발을 정치, 법률, 경제 등 제도상의 급작스러운 발전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나 클라크 교수는 폭력, 성급함 등 수렵채집인의 속성에서 벗어나 근면·합리성·교육 등 경제성장에 적합한 속성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오늘날 부국들이 허울 좋은 원조를 통해 겉으로는 인심을 쓰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통합이 아닌 배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난한 나라에 제시할 만한 경제발전 모형이 적어도 서구사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같은 비판 기조는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를 패러디한 원제 ‘A Farewell to Alms(구제금(救濟)이여 잘 있거라)’에서도 드러난다. “지금 인류는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부자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의 행복지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에 살고 있다.”는 지적이 따끔하다. 3만 2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데스크시각]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데스크시각]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집안 어른 한 분은 오래 전부터 이명박(MB)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MB의 당선이 유력해졌을 무렵 “대통령이 되면 잘할 것”이라고 흐뭇해 했다. 그러면서도 “MB는 경솔한 측면이 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성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MB의 반대자 중에서도 비슷한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추진력 속에 담겨진 조급성이 장기적 안목이 요구되는 국정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는 MB정권 출범 이후 현실화되고 있다. 국정 전반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난맥상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마음만 앞선 아마추어리즘의 소산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성과를 빨리 내려는 성급함이 빚어낸 결과를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만큼 국민들은 박하지 않다.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정권에 대한 평가를 벼랑으로 내몰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행착오 차원이 아닌, 보수세력의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부조리와 좋지 못한 의도가 담긴 행위까지 관대할 수는 없다. 청소년들은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정책에 절망한다.0교시와 우열반이 부활되는 등 숨막히는 현실이 촛불의 배후가 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가 발표한 인터넷 여론에 대한 규제책도 지나친 처방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네티즌들이 해외 사이트로 활동공간을 옮겨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는 현실이 좌절감을 대변한다. 대부분 가장인 중년들은 계속 강조되는 ‘경제위기론’에 불편해 한다. 경제는 심리다. 자꾸 안좋다고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경제논리를 알 만한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위기를 내세우고 있다. 경제공약을 잊어 달라는 주문이겠지만, 그 수법의 야비함에 더 배신감이 든다. 대통령은 연신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지만 실제 행보는 거리가 멀다. 참모들은 대폭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대통령의 지혜를 돕는 책사(策士)도, 직언을 하는 지사(志士)도 보이지 않는다. 노년층은 북한과 일본에 대한 대응력 부재에 허탈감을 느낀다. 금강산 피격사건과 독도문제 등 외교적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일관성 없고 매끄럽지 못한 대처가 되풀이돼 한나라당 지지세력 내에서도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20%대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 이후 느껴보지 못했던 음습한 기운의 소생이다. 검찰과 경찰이 뭔가 움직이는 듯한 모습, 공영 언론매체에 대한 장악 시도, 심각한 수준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 등이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공적인 시스템은 정권 분위기를 타게끔 돼 있다. 서울경찰청이 시위대를 검거한 경찰관에게 성과급을 주려 했던 데서 그것을 본다. 비난 여론 때문에 없던 일로 됐지만, 참여정부 때 같으면 가능한 발상이었겠는가. 권력기관들이 동원돼 KBS 사장에 대한 초법적인 해임처리를 강행한 것도 어두웠던 시절의 기억을 추스르게 한다. 일국의 정치문화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권력기관의 심리상태다. 이것이 또다시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래서 지난날을 기억하는 소시민들은 불안한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실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가치와 대립되는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용이라는 명목 아래 시대정신이 훼손되어서는 안되며,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것을 정상적인 실용으로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실용이 모든 것을 거꾸로 돌리는 마법의 상자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촛불장난 너무 오래 한다”

    “촛불장난 너무 오래 한다”

    소설가 이문열(60)씨가 17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촛불장난을 너무 오래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네티즌들이 보수언론 광고주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범죄행위이고 집단난동”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씨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20일까지 재협상 발표가 없으면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움직임과 관련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12%대까지 하락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성급함, 부주의함, 말과 의욕이 앞서가는 것”을 꼽으면서도 “사실 이상한 형태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으며, 사회적 여론조작이 개입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수입 반대)’ 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공영방송을 사수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여론조사 개입이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며 “정부 대변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경우, 정부에 인사권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네티즌들이 보수 언론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하는 것과 관련,“정부가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정책들을 전부 꺼내 가지고 반대하겠다고 하면서 촛불시위로 연결하는 것은 집단난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병이라는 것은 내란에 처했을 때도 일어나는 법”이라며 일종의 의병운동으로서 촛불집회 반대여론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의 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 선거를 통해 더 이상 물려받지 않아야 할 권위주의 시대 보수의 유산까지 전부 보수의 이름으로 들어오게 됐는데, 이것이 분열과 혼란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문열의 ‘말장난’이야말로 도를 넘었다.”면서 격앙된 분위기다. 아이디 ‘oksusu31’은 “촛불장난이라니, 그럼 참여한 100만 시민은 장난친 어린애냐?”면서 최근 출간한 이씨의 소설 ‘초한지’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주장했다.‘할 말을 했지만 지나쳤다.’는 의견도 있었다.‘malchemy’는 “초기 촛불집회와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민 다수의 의견을 한마디로 묵살해버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씨는 더 이상 보수진영의 논객이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를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수구극우주의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이문열 “‘촛불장난’ 오래하면 델 것” 논란

    이문열 “‘촛불장난’ 오래하면 델 것” 논란

    “너무 촛불 장난을 오래 하는 것 같은데….” 소설가 이문열씨가 17일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 세상.오늘!이석우입니다’에 출연,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촛불 장난’에 비유하며 “불장난도 오래 하면 결국 델 것”이라고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씨는 “예전부터 의병은 국가가 외적의 침입에 직면했을 때 뿐만 아니라 내란에 처해 있을 때도 일어나는 것”이라며 “이제 촛불시위에 대항하는 반작용(의병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쇠고기 파동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며 “‘쇠고기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공영방송 사수’라며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촛불집회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더라도 쇠고기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며 “정부가 무엇을 하더라도,설사 재협상을 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이슈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씨는 “촛불집회의 배후에는 자발성과 순수성을 충분히 위장할 수 있을만큼 분산된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는 조직적인 배후세력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중동 광고주 압력 운동’에 대해 “네티즌들의 범죄 행위이고 집단 난동”이라고 규정한 그는 “우리사회에서는 이상하게 네티즌이 정부 위에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돼 버렸다.”며 “합법적인 정부가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정책을 전부 꺼내 가지고 반대하겠다며 촛불시위로 연결하는 것은 집단 난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10%대로 추락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관련,이씨는 “이상한 형태의 여론조사는 믿지 않는다.”며 “적어도 10% 이상 오차가 나는 것같다.”고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성급함·부주의함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그 외에 사회적 여론조작도 충분히 많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조사 조작설을 제기했다. 그는 또 “느닷없이 공영방송 사수 라면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라고 주장하는데 음모란 말을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고….”라며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인사권은 당연한 것”이라고 정부가 추진하는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옹호했다. 한편 보수세력의 분열과 혼란의 원인에 대해 이씨는 “받지 말아야 할 유산까지 보수의 이름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범보수가 합치면 헌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데도 쩔쩔매고 정신 못 차리는 것을 보면 절망감이 든다.”고 한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데스크시각] 투자의 허수(虛數)를 경계한다/안미현 산업부 차장급

    일주일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재계 신년인사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손경식 상의 회장이 (새 권력을 맞이하는)‘영신’(迎新)만 하면 되는데 (구 권력을 초대하는)‘송구’(送舊)까지 해줘 고맙다.”고. 특유의 직설 어법으로 “나가는 권력에 뒤에서 구정물을 끼얹고 소금을 뿌린다.”고도 했다. 주로 정치권을 겨냥한 말이었지만 재계도 뜨끔했을 터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바로 전전날 충남 태안에 기름 방제 봉사활동을 가서는 “공산권이 100년 실험 끝에 포기한 사회주의를 (참여정부가)왜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마디 했다. ‘아름답지 못한 퇴장’의 모양새를 두고 노 대통령이 남 탓만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로 이 신년인사회-한 해를 시작하는 재계의 가장 큰 행사다-만 하더라도 1년 전 국무총리를 대참시켜 재계의 사기를 꺾었던 그다. 그래도 대통령은 재계에 서운한 마음이 많았던 모양이다. 기어코 한마디를 더 내뱉는다. “재계가 새 권력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 하긴 5년 전 내가 들어올 때도 그랬다.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해도 눈치를 많이 보더라.” 요즘 재벌기업들은 입만 열면 ‘투자’ 얘기다. 지난 5년간은 ‘상생’(相生)이었다. 상생은 구 권력의 핵심코드다. 투자는 새 권력의 키워드다. 국제유가, 환율 등 안팎 불안변수가 많아 투자 확대가 어렵다던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불어난 수치를 제시한다.30대그룹이 지난해보다 19.1%나 많은 약 90조원을 시설투자하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비약적인 증가세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투자 여부를 갈등하던 참에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기업 친화적) 정부를 만나 결단을 내린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덮어 놓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재계가 투자를 많이 늘리지 못한 것은 규제 탓, 심리 탓, 자기방어 필요성(경영권 방어용 현금 비축) 탓 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신성장 동력)를 찾지 못해서였다. 일단 발표용 투자 수치를 늘려 권력의 비위를 맞추고 보자는 심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작정 부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1년 뒤에는 성적표가 나오고 그 때는 아직도 기세 등등한 정권 초기이다. 다들 연초 제시한 숫자를 비슷하게 맞추려 기를 쓸 것이다. 걱정스럽다.‘아무리 권력이 무섭다한들 생래적으로 장사꾼인데 밑지는 투자야 하겠는가.’ 애써 생각을 돌려 본다. 그렇더라도 투자의 군더더기나 결정의 성급함은 있을 수 있다. 경계하고 걸러낼 일이다. 물론 기업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을 탓할 수만 없다. 한 재계인사의 말이다.“당선인이 F 발음에 별로 엄격하지 않아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종종 비즈니스 후렌들리로 들린다. 기업을 후리겠다는 말로 들려 가슴이 철렁한다.” 농담 속에 뼈가 있다. 권력에 괘씸죄로 찍히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기업들은 경험을 통해 절절히 알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가장 서슬이 퍼렇다는 권력 접수기다. 그러니 기업들이 없는 투자계획도 세우고 채용계획도 후하게 잡을 수 밖에. 그러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 권력도 변해야 하지만 기업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떳떳해져야 한다. 투자만 하더라도 약점이 있는 기업일수록 내놓는 숫자(증가율)가 크다. 어느 기업이고 물의를 일으킨 해에는 사회 기부액도 커진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기업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비용’이다. 이를 줄이려면 오너의 행실도, 지배구조도, 경영 투명성도, 공격의 빌미를 주어서는 안된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 당연이 지켜지지 않아 매번 요란법석 눈치작전이다.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안미현 산업부 차장급 hyun@seoul.co.kr
  • 韓·美대작 열풍… 2008빅매치 예고

    올해 게임시장은 어느해보다도 ‘대작(大作)’이 홍수를 이룰 전망이다. 정확히 말하면 해외 대작이다. 넥슨은 미국 밸브사의 1인칭슈팅(FPS)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한게임도 미국 터바인사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반지의 제왕 온라인;어둠의 제국, 앙그마르’를 상반기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네오위즈는 ‘배틀필드 온라인’과 ‘NBA온라인’을 준비 중이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도 게임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2~3년 개발기간·100억원 투자 국내 업체들도 대작 열풍에 가세했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웹젠의 ‘헉슬리’, 예당온라인의 ‘프리스톤테일2’, 넥슨의 ‘SP1’,CJ인터넷의 ‘프리우스 온라인’ 등이 대표적인 게임이다. 모두 2∼3년의 개발기간과 100억원 가까운 투자비를 들인 작품들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게임들을 대작 게임 2세대로 분류한다.1세대 대작 게임은 2006년 선보였던 웹젠의 썬 온라인,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넥슨의 제라이다. 빅3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 게임 또한 10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갔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그라나도… 등 1세대 빅3은 흥행 참패 국내에서의 참패와 달리 해외에선 성공한 편이다.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20개국에 수출돼 총 2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러시아·중국·타이완에서의 성공적인 상용화로 올해 전세계 누적 매출액은 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썬온라인은 지난해 말 6억 6000만엔(한화 52억 9000만원)에 일본에 수출되기도 했다. 한빛소프트 김영만 회장은 “온라인 게임은 1회성 소비재가 아닌, 서비스 제품이기 때문에 영화처럼 개봉과 동시에 성패를 내리는 것은 이르다.”면서 “온라인 게임의 성공 여부는 서비스가 종료되는 출시 2년 뒤에나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빅3의 국내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빅3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성급함이다. 게임개발엔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게임 한개당 200∼300명이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이들의 인건비만 2∼3년이면 수십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개발기간이 길어지면 투자비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불어나는 투자비를 줄일 요량으로 ‘설익은’ 상태에서 게임을 발표한다. 눈높이가 높아진 이용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묻지마 투자 줄고 완성도 높아져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설익은 게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업체에는 약이 되기도 한다.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또 역설적이지만 빅3의 실패로 게임업계의 ‘묻지마’투자가 줄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김효섭기자 newworld @seoul.co.kr
  • [오늘의 눈] 대면접촉과 피랍자 석방/최종찬 국제부 차장급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주에서 결성된 무장 이슬람단체다. 지금은 반군 신세가 됐지만 한때 정권을 잡기도 했다. 구도자의 뜻을 가진 탈레반이 세간의 눈길을 끈 것은 2001년 3월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미명하에 세계문화 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로켓과 탱크로 파괴했을 때다. 그들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다. 당시 미국에 맞선 것은 바로 탈레반정권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제공한 대가로 탈레반은 힘 한번 못 쓰고 정권을 잃었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탈레반이 오뚝이처럼 일어나 요즘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골메뉴가 되었다. 탈레반은 지금 아프간에서 외국인들을 무자비하게 납치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 미군에 의해 구금된 동료 수감자들과 맞교환을 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국인 23명도 그 카드의 희생양들이다. 피랍 사태가 32일을 넘기는 동안 한국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은 두번 얼굴을 맞댔다. 탈레반도 인질 2명을 풀어줬다. 그리고 탈레반의 태도가 유연해진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탈레반은 18일 협상 진전속도에 불만을 품고 인질 석방뒤 처음으로 살해위협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허를 찌르듯 분위기를 냉각시켜 협상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만남은 그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다. 인질 석방과 관련,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남은 19명이 모두 무사하게 풀려나오기까지 우리가 갈 길이 탄탄대로는 아니지만 여러 정황을 퍼즐 맞추듯 맞추어가면 인질 추가 살해와 같은 비극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양측의 만남은 앞으로 몇 번 더 이어지며 밀고 당기는 협상이 계속 되겠지만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낼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다는 기대는 나만의 성급함이 아닐 듯싶다. 최종찬 국제부 차장급 siinjc@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북·미 관계 변화 대비해야

    지난 2월13일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핵 문제 해결의 초기조치에 합의한 후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의 미국 방문이 그렇다. 그의 방문은 양국 간의 관계개선을 논의하는 실무 성격이라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 외교 이벤트로 변하고 있다. 그가 만나는 미국 정부 인사들의 면면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미정이지만 그가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 차관급 인사를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외교관례상 매우 예외적이다. 그러나 2·13 합의를 자신의 주요한 외교 업적으로 간주하고 싶어하는 부시로서는 외교관례 쯤은 무시할 수도 있다. 설사 만나지 않는다 해도 부시의 메시지는 김계관을 통해 김정일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 메시지는 부시와 김정일이 한국전쟁 종전 문서에 직접 서명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이래저래 미국과 북한은 관계정상화를 둘러싼 정상차원의 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미·북 관계 개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도 있다. 금융제재는 사실상 해제되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가와 적성국가 명단에서 빼는 일도 김계관의 방문을 계기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 단계는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이름이 연락사무소이지 실제로는 대사관에 준하는 비중을 갖게 될 것이다. 적어도 북한으로서는 워싱턴에 고위급 인물을 보내려 할 것이고 미국도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연락사무소의 설치는 실질적으로 외교관계의 정상화를 의미하게 된다. 물론 이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시설이 폐쇄수준을 넘어 재가동이 불가능한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이미 만들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포함해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것이 2·13 합의의 초기 실천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대목이지만 그렇다고 미·북 관계개선에 결정적 장애물은 아니다. 벌써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미국 측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2·13 합의를 실현시키려는 부시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은 어떤가.10개 정도의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핵 시설을 계속 가동시킬 필요가 없다. 특히 금년은 김정일의 65회 생일이자 그가 공화국 원수에 취임해서 군의 통수권을 장악한 지 15년이 되는 해다. 그런 특별한 해에 식량재고가 바닥나고 에너지 부족으로 평양이 암흑세계라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으로부터 식량과 중유 등 필요한 경제 지원을 확보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을 이룰 수 있다면 핵 시설을 폐쇄해도 그야말로 남는 장사가 된다. 북한이 2·13 합의대로 초기조치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추동시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마샬 플랜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게 성급함을 나타낼 뿐이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러브 콜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따로 놀아서도 안 된다. 북한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북한에 줄 것은 주지만 받는 쪽이 감사하면서 받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그들에 대한 지원이 우리의 국내용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모처럼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놓치는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경제현장 읽기] ‘역외펀드 비과세 검토’ 논란

    지난달 15일 재정경제부가 해외주식투자펀드(이하 해외펀드) 비과세 방침을 발표한 뒤 증권가에서는 어느 자리에 가도 말이 많다. 대체로 비판하는 말들이다. 달러가 넘쳐서 생기는 환율급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해외로 ‘밀어내야’ 한다는 성급함에 세부 사항에 대한 검토도 없이 덜컥 발표부터 했다는 비판이 첫째다. 처음 발표 당시에는 분명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역외(off-shore)펀드’는 비과세가 안 된다고 했다. 역외펀드란 세금 등에 관해 엄격한 규제가 없는 외국의 특정지역에 만들어서 국내에서는 팔기만 하는 펀드를 말한다. 그러나 나중에 역외펀드도 비과세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자 시장에서는 정부가 ‘배짱이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역외펀드, 외국보다 개방된 상태 재경부는 이번주 중 정부의 최종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역외펀드를 과세하지 않기로 한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나라를 ‘동북아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목표와 배치된다. 역외펀드 비과세는 국내에 본거지를 두지 않는 펀드에도 국내시장을 열어 똑같이 대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역외펀드를 엄격하게 규제, 사실상 시장을 원천봉쇄했다. 역외펀드가 과세되면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국내에서 만들어야 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펀드의 복제판이 국내에 나오는 것이고 현재 몇몇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하고 있다. 복제펀드를 3개 팔고 있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관계자는 “서류작업이라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별도 계정을 싫어하는 본사를 설득하는 등 일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룩셈부르크가 역외펀드가 설립되는 대표적인 예다.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펀드는 1조 7070억유로(2079조원)로 미국(7조 734억유로)에 이어 2위다.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펀드 중 많은 수의 운용은 미국과 영국에서 하지만 금융서비스 수입이 룩셈부르크 국내총생산(GDP)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했다. 역외펀드가 비과세되면 정부 방침에 맞춰 힘들여 복제펀드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물론 역외펀드가 비과세를 받으려면 내야 하는 자료가 꽤 많을 전망이다. 제출해야 할 자료목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수 있다. ●애매모호한 국내주식 매매차익 비과세와의 형평성 해외펀드 비과세의 논리적 근거는 국내 주식 매매차익 비과세와의 형평성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해외 주식에 직접투자해 차익이 나도 비과세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투자자문·일임업도 문제다. 시중에는 고액 자산가의 돈을 모아서 해외 주식에 투자해 주는 자문·일임사들이 있다. 실제 이들은 재경부에 비과세 여부를 문의해 오고 있다. 국내주식 매매차익을 비과세하는 이유는 국내 주식 시장 활성화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왜 우리가 해외주식 시장 활성화까지 맡아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사실 해외펀드 비과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7년전인 2000년 1월 시작돼서 4년 2개월 정도 적용되다 2005년 2월 폐지됐다. 당시에도 1998년 1400원대였던 원·달러환율이 1999년 1200원대로 내려가면서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발표됐다. 당시에는 해외투자나 펀드 등에 대한 관심이 적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다가 재정확보를 위해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분위기가 되면서 폐지되기에 이른 것이다. 혜택 대상이 많은 비과세·감면 조항은 한번 만들어지면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외펀드 비과세에 대해 정부는 3년 한시라는 조건을 붙였으나 시장에서는 계속 갈 것이라고 본다. 지난 2005년 폐지 당시와 달리 펀드가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3년 뒤 비과세가 폐지된다면 펀드를 환매하려는 수요가 몰릴 것이고 자본시장에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인도·중국·베트남 등 특정 지역에 몰린 자금을 한꺼번에 찾아 오면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패인공방보다 자기성찰이 먼저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집권세력의 자중지란이 점입가경이다. 열린우리당은 중진들의 만류에도 불구, 김혁규 조배숙 두 최고위원의 사퇴로 결국 지도부 공백사태를 맞았다. 그런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패배가 내겐 중요치 않다.”는 말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과 해법을 놓고 당·청간, 당내 계파간 갈등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습이다. 국민의 호된 꾸지람 앞에서 벌이는 집권세력의 집안싸움에 말문이 막힌다. 엊그제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은 시기와 내용에 있어서 크게 잘못됐다. 노 대통령은 “정책홍보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이 있어서 선거에서 패했는지 모르겠으나 그게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그 나라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도 했다. 선거 결과에 개의치 않을 뿐더러 심지어 선거 민심을 탓하려는 말로까지 들린다. 청와대는 “제도발전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세제개혁을 밀어붙이다 총선에서 참패한 멀루니 전 캐나다 총리를 예로 든 것을 보면 적확한 해명이 아니다.“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는 총선 직후 발언까지 감안하면 다분히 민심과 상관없이 내 뜻대로 밀고 가겠다는 독선적 자세로 읽힌다. 여당의 모습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계파간 이해를 따지느라 며칠째 지도체제 정비도 못하고 있다. 한쪽에선 노 대통령 우선책임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부동산정책 수정론을 꺼내들기도 한다. 그 성급함과 소아적 자세가 어이없다. 지금이 네 탓을 할 때인가. 부동산 정책을 만지작거릴 때인가. 이를 놓고 대통령과 당이 갑론을박할 때인가. 초록동색의 처지에서 책임공방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민심을 따르고 말고를 논할 때가 아니다. 당과 청와대는 자기성찰을 할 시기다. 왜 민심이 돌아섰는지부터 제대로 따져본 다음 방향을 잡고, 대책을 세우라. 집권세력에 참패를 안긴, 착잡한 민심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길 바란다.
  • 아이 좋아 봄취나물 밭으로

    아이 좋아 봄취나물 밭으로

    부침개 재료 취나물 150g, 미나리 50g, 밀가루 1/2컵, 달걀 2개,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초장(식초·진간장 2큰술씩, 깨소금 1/2큰술, 풋고추·붉은고추 1/3개씩) 만드는 법 (1)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다듬어서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2)달걀을 풀어서 소금간을 한다.(3)취나물을 접어서 미나리로 둘러 풀어지지 않도록 묶는다.(4)묶은 취나물에 밀가루를 고루 묻혀서 달걀물을 씌운다.(5)달군 팬에 기름을 두른뒤 취나물을 펴서 앞뒤로 고루 지진다.(6)초장을 곁들여 낸다. 겉절이 재료 취나물 100g, 미나리 50g,양념장(진간장 3큰술, 고춧가루·참기름 1큰술씩, 깨소금 1/2큰술) 만드는 법 (1)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다듬어 물어 씻어 한입 크기로 썰어둔다.(2)양념장을 준비한다.(3)미나리는 잎을 따고 깨끗이 씻어 4㎝ 길이로 토막낸다.(4)준비한 양념장에 미나리와 취나물을 가볍게 무쳐서 그릇에 담은 뒤 위에 깨소금을 뿌린다. 간장무침 재료 취나물 150g, 소금 약간,양념장(청장·다진파·다진마늘·참기름 1/2큰술씩, 깨소금 1큰술) 만드는 법 (1)취나물은 싱싱한 것으로 준비해 흐르는 물에서 흙과 먼지를 씻어낸다.(2)씻은 취나물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서 찬물에 헹군다. 취나물 줄기가 아싹아싹 씹힐 정도로만 데친다.(3)분량의 재료를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4)데친 취나물의 물기를 가볍게 짜서 칼로 대각선으로 한번씩 썬다.(5)양념장을 취나물에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낸다. 팁 취나물 특유의 향을 살리려면 양념장에 마늘을 넣지 않으면 된다. 깨소금이나 참기름의 양도 줄이면 취나물 고유의 향이 더욱 산다. 된장무침 재료 취나물 200g, 소금 조금, 된장 1큰술·고추장 1/2큰술,양념장(간장·다진 마늘·깨소금 1/2큰술씩, 참기름 1큰술) 만드는 법 (1)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소금물에 살짝 데쳐내 찬물에 헹군다.(2)분량의 재료를 넣고 섞어 양념을 준비한다.(3)취나물의 물기를 가볍게 짜서 칼로 두어번 썬다.(4)준비된 양념을 취나물에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가볍게 무친다. ■ 고성군 푸른 취나물 밭으로 봄철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지천으로 나는 산나물 가운데 하나가 취나물이다. 연하디 연한 어린 순을 나물로 먹어왔다. 산나물 특유의 향긋하면서 쌉싸래한 맛이 식욕을 당긴다. 취나물을 비롯한 봄나물은 사실 요즘 나는 게 제대로 자란 것이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2∼3월에 시장에 나온 온실 재배가 대부분. 봄나물을 기다리는 우리의 성급함을 채워줄 수 있지만 맛과 향은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무공해’ 노지에서 한창 취나물을 캐고 있는 경남 고성을 가봤다. 고성군 하일면 학동리. 길가의 보리밭과 미나리꽝은 벌써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돌과 흙으로 켜켜이 쌓은 돌담을 따라서 학동마을과 저수지 학동못을 지나서 한참 들어갔다. 야트막한 산속의 양지바른 밭에서 아낙네 셋이 취나물을 캐고 있었다. 취나물 취재차 나왔다고 하니 나물캐던 조효임씨가 대뜸 물었다.“서울 사람들은 어째 취나물 어린 잎만 찾습니까?”“그야 맛과 향이 더 좋으니까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대답하자, 아낙네는 “그렇지 않다. 어린 잎은 향이 약하다.”고 주장했다.“취나물은 잎이 5∼6개쯤은 나고 길이가 10㎝쯤은 돼야 맛과 향이 제대로 난다.”고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법 긴 취나물잎과 어린 취나물 잎을 따서 씹어봤다. 어린 것은 보드라우면서 싱그러운데 반해 제법 성숙한 잎은 향이 진하고 맛이 썼다. 옆에 있던 오을선씨는 “취나물 대(줄기)가 붉은 색이 감도는 것이 더 좋다.”며 좋은 취나물을 고르는 요령도 이야기했다. 여기서 생산하는 취나물은 참취. 우리의 산야에서 나는 취나물의 종류는 대략 70여가지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참취와 곰취. 곰취가 머위처럼 둥글고 넓은 반면 참취는 넓지만 잎 끝이 뾰족하다. 또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잎과 줄기가 솜털로 덮여 손으로 만지면 다소 꺼칠한 느낌이 든다. 학동 토박이 최효석(43)씨는 “물맑고 흙좋고 깨끗한 고성에서 나는 취나물을 최고로 친다.”며 “산나물 중매인들은 고성 취나물을 가장 먼저 찾는다.”고 자랑했다. 취나물의 쌉싸래한 맛은 정유 성분 때문. 정유는 위액 분비를 촉진해 봄철의 까칠한 입맛에 미각을 돋워준다. 또 칼륨과 비타민C, 아미노산 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주로 무쳐서 먹는데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 성숙한 취나물은 두통과 현기증에 좋으며 한약재로도 쓰인다. 참취 100g에는 칼슘 8㎎,80㎎, 철 0.5㎎, 탄수화물이 8.6g, 단백질이 2.3g, 회분이 1.5g이 들어있다. 비타민은 2340IU(국제단위)를 함유하고 있다. ■ 도움말 고성농협 하일지소 (055-673-1151) 고성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향토음식연구가 허영둘씨는 시어머니와 동네의 할머니들로부터 어깨너머로 배워 사라지고 있는 향토음식 보존에 힘써고 있다. 임포횟집(055-673-1017)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음식 맛은 신선한 재료”라고 말한다.
  • [마니아] 한전 ‘찌릿찌릿’ 우승

    [마니아] 한전 ‘찌릿찌릿’ 우승

    직장인 야구 마니아들의 한 판 겨루기에서 ‘한국전력’(감독 박명선)의 ‘고압전류 파워’가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영재사관학원’(감독 김형진)의 무서운 기세를 눌렀다. 지난 24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2005 회장배 전국사회인야구 춘계대회’에서 한국전력은 선발 송영수(43)가 7회까지 완투하는 활약에 힘입어 강호 영재사관학원을 4대1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회장배 전국사회인야구대회’는 대한야구협회가 주최하는 아마추어 대회로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가 추천하는 전국 8개 직장인 팀이 참가자격을 갖게 된다.2003년부터 연 2회(춘·추계)실시되고 있으며 영재사관학원은 지난 2004년 이 대회 춘·추계를 모두 휩쓸며 사회인야구 강자로 급부상한 바 있다. 한국전력은 그러나 다른 대회에서는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지만 유독 이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우승 주역 선발 송영수” ‘한전’의 우승 주역은 손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7회까지 완투하며 ‘영재’의 강타선을 장단 4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은 선발 송영수다. 송영수는 ‘영재’의 7이닝 공격기회 가운데 3이닝을 삼자범패로 처리하고 위기의 순간마다 삼진(4개)으로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반면 예선과 준결승을 모두 10점차 이상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영재’의 방망이는 송영수라는 복병을 만나 침묵했다. ‘영재’는 예선에서 ‘안산 고대병원’을 맞아 2루타 4개를 포함, 총 10개의 안타를 뽑아내며 12대1로 승리했다. 또 ‘IBM’과의 준결승에서는 4회 진중윤(30)의 1점 홈런을 포함, 장단 15개 안타를 몰아치며 15대 1로 승리하는 등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특히 ‘영재’의 3번과 4번타자로 출장한 강래현(31)과 김영록(31)은 전날까지 각각 5타수 4안타 5타점,6타수 4안타 3타점으로 기회 때마다 맹타를 휘두르며 대회 MVP는 물론 타격상까지도 노려볼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강래현은 이날 적시 2루타 하나를 쳐내며 1타점을 얻는 데 그쳤다. 또 김영록은 첫 타석 삼진 이후 나머지 타석에서도 중견수와 2루수 플라이로 아웃당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한전, 필요시 ‘한방’ ‘영재’의 강타선이 침묵하는 동안 ‘한전’타자들은 적시타를 때려 기회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초반부터 팽팽한 승부는 경기 중반인 3회에 갈렸다. 3회초 ‘영재’의 선발 최상도(24)는 적극적인 몸쪽 승부를 펼쳐 두 타자를 투수앞 땅볼과 3루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2사 이후 방심했던 탓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내야 실책이 나왔다.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1루수가 놓쳤던 것. ‘한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안타를 만들어내 2사 1·3루 상황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이어 타석에 등장한 선수는 ‘한전’의 강타자 노형근(45). 노형근은 전날까지 홈런 2개를 포함, 5타수 3안타 5타점을 뽑아낸 명실상부한 ‘한전’의 4번 타자다. 위기를 느낀 ‘영재’의 덕아웃에서는 노형근을 고의사구로 보내는 만루작전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작전은 실패. 2사 만루상황에 타석에 선 원중희(36)는 전날까지 7타수 2안타에 그친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적극적으로 투수를 공략해 우익수 앞 안타를 뽑아내 주자 두명을 불러들였다. 실책에 이은 작전실패, 연속안타 허용으로 대회 3연패를 노리던‘영재’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어 5회에도 1점을 보탠 ‘한전’은 6회말 2사후 ‘영재’의 2번타자 송승호(31)와 3번타자 강래현의 연속 2루타로 1점을 내주며 위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4번타자 김영옥을 범타로 처리, 승기를 잡았다. 이날 완투하며 ‘한전’을 승리로 이끈 선발 송영수는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안타 2개를 포함, 고의사구·사사구 등을 얻어내 팀 승리에 또다른 공헌을 한 노형근은 대회 MVP를 비롯, 타격상(7타수 5안타)·타점상(6타점)을 휩쓸었다.‘영재’의 선발투수 최상도는 감투상을 수상했다. 대회를 주최한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이 대회를 명실상부한 사회인 야구 최고 대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한국전력 박명선 감독 “선수들 표정보고 우승 감 잡았다” 예선 첫 경기만 해도 3대1로 겨우 이기는 등 전날까지만 해도 팀 분위기가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덕아웃에 들어서면서 선수들 표정을 보는 순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팀 감독 수준만큼은 아니겠지만 야구를 오래하다 보면 선수들 얼굴 표정만 보고도 그날의 컨디션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선수들이 다 잘 해줬지만 누구보다도 손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7회까지 완투하며 투혼을 발휘해 준 송영수가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한다. 영재사관학원 타자들은 사회인 야구계에서 알아주는 강타자들인데 송영수가 정말 잘 막아줬다. 필요할 때 나가고, 안타를 쳐 낸 노형근도 잘했다. ■ 영재사관학원 김형진 감독 “타자들 성급함이 패배 자초” 한국전력의 선발인 송영진의 공이라면 우리 타자들이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 타자들은 하나같이 2~3구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성급한 승부를 펼쳤다. 상대투수가 우리 타자 한 명을 상대하며 공을 5개 이상 던진 경우가 없을 정도다. 우리 타자들의 실력이라면 웬만한 투수들은 3∼4회를 넘기기 힘든데 그런 점에서 오늘 경기는 너무 아쉽다. 우리 팀이 2004년도 춘계와 추계를 모두 우승했는데 3연패를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 하지만 추계 대회 때에는 반드시 우승을 따내 사회인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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