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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30분당 1건꼴 발생… 강남구가 최다

    성폭력 30분당 1건꼴 발생… 강남구가 최다

    전국에서 지난 5년간 30분당 최소 1건, 하루 평균 52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며, 기초자치단체로는 서울 강남구에서 성폭력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563명당 1명, 서울은 425명당 1명꼴로 성폭력 피해를 봤다. 17일 여성가족부의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따르면 2008년 1만 5970건이었던 성폭력 사건은 지난해 2만 1912건으로 37% 증가했다. 2008년부터 올 8월 말까지 9만 20건에 이른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서울이 2만 4081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만 9437건, 부산 6993건, 인천 5363건, 경남 4284건 등이었다. 서울에서는 한강 이남에서 성폭력 사건이 많이 일어났는데 최근 5년 동안의 합계는 강남구 1924건, 관악구 1620건, 중구 1462건, 서초구 1456건, 구로구 1274건, 송파구 1195건 등이었다. 서울시 성폭력의 7%가 강남구에서 발생했다. 강남구에는 유흥업소가 집중돼 있어 성범죄가 많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도에서는 수원시 2321건, 부천시 1979건, 성남시 1697건, 고양시 1560건, 안산시 1424건 순으로 성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성폭력이 일어나는 장소는 길거리가 1만 5792건으로 1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단독 주택, 숙박업소, 목욕탕,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유흥접객업소, 지하철, 기타 교통수단, 유원지, 학교, 의료기관, 종교기관 등이었다. 특히 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비롯한 역대합실, 유흥접객업소에서 성범죄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피해자를 보면 13~20세가 2007년 3783명에서 지난해 6844명으로 5년 사이 80%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해자를 보면 18세 이하 범죄율이 2007년 1477명으로 전체의 10.5%였는데 지난해에는 10.9%인 2203명으로 늘어났다. 청소년 간의 성범죄로 소년재판에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2002년 6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690명으로 급증했다.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타인에 의한 성폭력이 50.7%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인, 애인, 이웃, 친구 등 아는 사람에 의한 범죄도 17.4%나 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동 성폭력은 70~80%가 이웃주민, 친척, 친구나 선후배 등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5년간 시도별 성범죄와 성매매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상관관계 지수가 0.893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 의원은 “성매매가 많은 지역에서 성범죄도 많다는 증거”라며 “성폭력을 줄이려면 성매매와 같은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하는 각종 유해환경을 줄이고, 성교육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팀장은 “성 산업이 확대되면 성폭력이 증가하는 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제발,때리지 말아요” 20대 아내의 절규

    제발,때리지 말아요” 20대 아내의 절규

    캄보디아 출신 S(22)씨는 한국에서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그리며 2011년 경남 사천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C모(42)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S씨의 기대와 달리 고통의 연속이었다. 남편 C씨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날이 잦았고 S씨가 임신을 한 뒤에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자녀 2명만 있으면 되니 유산을 시키든지 캄보디아로 돌아가라며 폭언과 협박을 했다. 견디다 못한 S씨는 올 초 임신중절을 하겠다며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가 도망쳐 나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9일 C씨처럼 외국인 부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남편 15명을 폭력·상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다문화 가정 폭력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 여성지원 단체 등을 통해 피해자들로부터 신고를 받아 지난 7월부터 이달 초까지 3개월여간 수사를 벌인 결과다. ●“고향 모임 다녀오니 바람 의심” 캄보디아 출신 K(24)씨와 2007년 결혼해 자녀 1명을 두고 있는 P(41·농업·함안군)씨는 부인 K씨가 한국에 취업해 일시 거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 모임에 나가는 것을 보고 “바람을 피운다.”며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자주 폭력을 휘둘렀다. K씨도 남편 P씨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 T(28)씨는 2009년 남편 B(44·무직·김해시)씨와 결혼해 자녀 1명을 두고 살고 있으나 올해 초 남편이 실직해 자신이 집 근처 작은 전자회사에 다니며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남편 B씨는 최근 부인 T씨가 자신을 속여 월급을 적게 갖고 왔다며 부인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해 코뼈를 부러뜨렸다. 2009년 베트남인 Y(41)씨와 결혼한 L(60·무직)씨도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자주 폭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Y씨가 가출해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H(54)씨와 J(40)씨도 부부관계를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의 아내인 중국인 K(36)씨와 베트남인 L(21)씨를 폭행, 부인들이 가출해서 지내고 있다. ●“월급 적다고 주먹… 코뼈 부러져” 경찰조사 결과 다문화 가정의 한국인 남편들 가운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거나 아내가 부부관계를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부부 인성교육 등 종합적인 대책이 과제로 지적됐다. 이번에 경남지방경찰청에 입건된 가해자 남편은 모두 40대 이상이며 부인과 평균 16.5세의 나이 차가 났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다문화가정의 경우 언어와 문화 차이에 따른 어려움과 갈등이 있는 데다 국제결혼 정보회사 등이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결혼 성사 위주로 무작위적으로 국제결혼을 연결하는 탓에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남지부 이둘녀 대표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신분이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한국 남편들의 잦은 폭력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국적이나 영주권 취득 등의 신분 보장 조건을 완화해 주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다문화 가정 아내들의 절규 “여보, 제발…때리지 말아요”

    다문화 가정 아내들의 절규 “여보, 제발…때리지 말아요”

    캄보디아 출신 S(22)씨는 한국에서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그리며 2011년 경남 사천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C모(42)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S씨의 기대와 달리 고통의 연속이었다. 남편 C씨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날이 잦았고 S씨가 임신을 한 뒤에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자녀 2명만 있으면 되니 유산을 시키든지 캄보디아로 돌아가라며 폭언과 협박을 했다. 견디다 못한 S씨는 올 초 임신중절을 하겠다며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가 도망쳐 나와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9일 C씨처럼 외국인 부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남편 15명을 폭력·상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다문화 가정 폭력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 여성지원 단체 등을 통해 피해자들로부터 신고를 받아 지난 7월부터 이달 초까지 3개월여간 수사를 벌인 결과다. ●“고향 모임 다녀오니 바람 의심” 캄보디아 출신 K(24)씨와 2007년 결혼해 자녀 1명을 두고 있는 P(41·농업·함안군)씨는 부인 K씨가 한국에 취업해 일시 거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 모임에 나가는 것을 보고 “바람을 피운다.”며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자주 폭력을 휘둘렀다. K씨도 남편 P씨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 T(28)씨는 2009년 남편 B(44·무직·김해시)씨와 결혼해 자녀 1명을 두고 살고 있으나 올해 초 남편이 실직해 자신이 집 근처 작은 전자회사에 다니며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남편 B씨는 최근 부인 T씨가 자신을 속여 월급을 적게 갖고 왔다며 부인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해 코뼈를 부러뜨렸다. 2009년 베트남인 Y(41)씨와 결혼한 L(60·무직)씨도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자주 폭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Y씨가 가출해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 H(54)씨와 J(40)씨도 부부관계를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의 아내인 중국인 K(36)씨와 베트남인 L(21)씨를 폭행, 부인들이 가출해서 지내고 있다. ●“월급 적다고 주먹… 코뼈 부러져” 경찰조사 결과 다문화 가정의 한국인 남편들 가운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거나 아내가 부부관계를 거부한다는 등의 이유로 폭행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부부 인성교육 등 종합적인 대책이 과제로 지적됐다. 이번에 경남지방경찰청에 입건된 가해자 남편은 모두 40대 이상이며 부인과 평균 16.5세의 나이 차가 났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다문화가정의 경우 언어와 문화 차이에 따른 어려움과 갈등이 있는 데다 국제결혼 정보회사 등이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결혼 성사 위주로 무작위적으로 국제결혼을 연결하는 탓에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남지부 이둘녀 대표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신분이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한국 남편들의 잦은 폭력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국적이나 영주권 취득 등의 신분 보장 조건을 완화해 주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체험! 조선 왕세자 교육법

    체험! 조선 왕세자 교육법

    조선시대 왕실의 왕세자 교육법이 5일 경기 화성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화성시는 이날부터 7일까지 효 문화를 기리기 위해 안녕동 용주사와 융·건릉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2012년 정조 효문화제’를 통해 조선시대 왕세자 교육방법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교육은 조선시대 왕세자에게만 가르쳤던 왕세자 인두수련법, 사신수련법, 서연(소학, 효경, 동몽선습), 예절교육(공수, 절, 다례, 한복 입는 법), 심신수련(명상), 활쏘기, 투호, 무예, 국악 등을 학습하는 것. 또 용주사에서는 왕세자가 성균관에 나가 문묘에 배향하고 배움을 청하는 왕세자 입학례 행사도 재연됐다. 이번 효 문화제에서는 왕실 왕세자 교육체험뿐만 아니라 정조시대 왕실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도 함께 열려 정조의 효심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한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조선시대 CEO리더(왕세자) 교육에서 배우는 ‘효’와 ‘인성교육’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해 화성의 정신 및 인성교육의 문화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사흘간 펼쳐지는 효 문화제는 이 밖에 황실 무예교육 및 시연, 효 역사 골든벨 퀴즈, 효 백일장, 홍재 미술대회, 서예 효 휘호대회, 융·건릉 효명상 걷기체험, 융·건릉 제향 승무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음란물 접근 막는건 어려운 일…성교육 통해 판단력 길러줘야”

    “음란물 접근 막는건 어려운 일…성교육 통해 판단력 길러줘야”

    행정안전부와 경찰은 지난달 인터넷 음란물 사범 109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우리 이웃들인 ‘누리캅스’와 ‘사이버 지킴이’의 역할이 컸다. 이들의 음란물 모니터링과 근절 캠페인 활동은 ‘사이버 클린’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한계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성교육 전문센터를 설립한 ‘탁틴 내일’의 성교육 강사 강덕임(41)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음란물이 넘쳐나 청소년들이 원치 않게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성교육을 통해 본인들의 판단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씨 역시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현장에서 보는 아이들은 어떤가. -학교에 가면 ‘음란물로 자기주도 학습을 많이 하지 않느냐.’고 학생들에게 꼭 묻는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린다. 중학생들도 ‘스킨십을 어디까지 해봤냐.’는 질문에 오럴섹스와 같은 단어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또 친구들에게 성기가 작다고 놀리는 일도 다반사다. 성기가 크게 부각되는 음란물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성기 중심적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음란물 모니터링 외에 성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음란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접근을 막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성교육을 통해 판단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 음란물에서 보여지는 남성의 권위적인 모습이 현실과 다르다는 걸 아이들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은 무조건 순종적이다.’, ‘사정 시간이 긴 게 좋다.’ 등의 고정관념들을 바로잡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애로사항은 없나. -짓궂은 애들이 있다. ‘섹스 해봤냐.’고 직접적으로 묻는다. 미혼인 강사들은 “난 결혼했고 아이가 2살이야.”라는 식의 원치 않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특히 남학교는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강사에게 관심을 보여 진땀을 흘리게 만든다. →성교육에 있어 보완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학교가 성교육을 형식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교육을 답습하는 것이다. 자던 아이들도 벌떡 일어나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데 현장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나 시민단체들은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에너지 배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운동장 확충 등이 한 예이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0) 인천 배다리와 우각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0) 인천 배다리와 우각로

    인천 배다리와 쇠뿔고개길(우각로)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근대사 전면에서 밀려나 주변부를 형성했던 조선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일제 침략이 진행되면서 인천 개항장에 일본인들이 밀려들어와 번화한 상업 중심지와 주택가를 차지했다. 조선 사람들은 외곽으로 떠밀려났다. 배다리는 일본인과 조선 사람들의 영역을 나누는 경계가 됐다. 개항장에서 배다리 사거리까지는 은행과 관공서, 호텔과 상점가, 병원과 일본인 주택가들로 메워졌다. 배다리를 넘어서 조선인들의 집거지와 공간이 형성됐다. 1899년 개통된 경인선은 번화한 개항장과 주변부인 배다리 마을, 쇠뿔고개길을 갈라놓았다. 당시 언론들은 배다리 안과 밖을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나누듯 확연하게 구분했다. 예전에는 배다리 사거리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하나 찾아볼 길 없다. 배를 맞대어 임시 다리로 만들어놓은 곳이란 뜻으로 배다리라 불렸다. 경인선 도원역과 동인천역 사이의 배다리 사거리 일대는 해방직후 한동안 노천 장터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경인선은 사거리 위에 세워진 철교를 지나 인천 방향으로 향한다. 사거리 헌책방 거리 옆으로는 성냥공장, 간장공장 등 조선인 노동자들의 애환이 스며있는 노동현장과 도축장, 도쿄대학 전염병시험소 등이 있었다. 헌책방 거리 서쪽편으로는 2차선 도로가 경인철도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나 있는데 이 길이 쇠뿔고개길로 불리는 우각로다. 우각로는 개항장에서 소와 말을 타거나 걸어서 서울로 가던 경인가로였다. 개항과 함께 북적였고, 개항의 변천과 함께 굴곡을 겪는다. 1920년대 중반 경인철도를 따라 신작로가 생기기 전까지 이 길은 개항장에서 서울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개항장과 신흥동 등 신흥 개발지역 신작로들은 곧게 뻗어있지만, 이곳은 자연발생적인 길 그대로의 구불구불함도 함께 지녔다. 쇠뿔고개길을 따라 조선인 집거지역으로 형성된 이 일대는 우각동으로 불리다 일제 강점기때 일본식 이름인 창영정(昌榮町)으로 바뀌었다. 해방후 창영동으로 불리다 지금은 행정안전부의 새 주소 사업으로 우각로란 이름을 되찾았다. 고갯길을 향해 길을 재촉하다 골목길에서 쏟아져나오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1907년 인천 최초로 문을 연 인천공립보통학교 후신 창영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이었다. 우각로 15번길 16. 1922년 지어진 빨간 벽돌 본관은 반아치형 현관과 1층 창문, 2층 수평아치의 초기 근대건물로 시 유형문화재 16호다. 배다리 안쪽 인천공립심상고등소학교(현 신흥초등학교)가 일본인 학교였는데 비해, 이곳은 조선인들의 배움의 요람이었다. 인천에서 3·1 만세운동이 제일 먼저 일어난 곳임을 일깨워주는 비석과 건학 100주년 기념비가 본관 앞에 서 있다. 미술사학자 고유섭, 경제학자 신태환 전 서울대총장, 조진만 전 대법원장, 수류탄을 몸을 던져 막아 중대원들의 생명을 구하고 산화한 강재구 소령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개항시대 연륜을 보여주는 이정표적인 건물들이 쇠뿔고개길을 따라 이어졌다. 창영학교에서 담 하나 건너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초등학교인 영화초등학교와 영화관광경영고가 나왔다. 우각로 39번지. 미국 감리회 선교사 G.H 존스가 1893년 세웠다. 1910년에 세워진 3층 건물은 시 유형문화재지만 지금도 쓰이고 있었다. 운동장에선 초가을 투명한 햇살아래 고사리 손의 초등학생들이 금발의 외국인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릴레이를 하며 즐거운 함성과 웃음을 쏟아냈다. 한국 여성교육의 선구자 김활란, 서은숙 전 이화학당 이사장, 영화배우 황정순 등이 이곳 출신이다. 학교 옆으로 1938년에 자리를 잡은 창영감리교회가 나란히 서 있었다. 우각로 43번지. 에즈베리 동산으로 불리는 교회 뒤쪽 언덕에는 감리교 여선교사 기숙사가 감춰져 있다. 지금은 주말 청소년 교육장으로 쓰이는 북유럽 르네상스식 건물. 파란색 지붕에 빨간 벽돌, 흰색 창문과 현관문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자태를 뽐냈다. 언덕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감리교 남자 기숙사 건물터엔 인천세무서가 들어서 있었다. 세무서를 지나면 쇠뿔고개길은 가파라지고, 쇠락해진 모습도 확연했다. 빈 가게들, 조그마한 미장원과 분식집, 우유 대리점, 점집, 문닫은 목욕탕, 열쇠로 잠겨진 대문, 길가 평상 위에서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 1990년대 중반부터 인접한 개항장 지역에 있던 시청 등 주요시설들이 남동구의 신도심으로 빠져나가면서 우각로의 조락도 더 역력해졌다. 세무서에서 쇠뿔고개길을 10여분 오르다 보면 언뜻 체육관처럼 보이는 퇴락한 대형 건물이 길을 가로막는다. 고종황제의 어의로 광혜원을 세운 미국인 선교사 호러스 알렌의 별장터다. 1950~60년대 한 기독교 종파가 예루살렘교회란 이름으로 운영하다 떠나, 지금은 지역주민들과 구청 측이 우각로 문화마을 만들기의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전도관으로 불리는데 남쪽으로 인천항이 보이고, 날씨 좋은 날에는 동쪽으로 관악산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알렌 별장터에서 내리막길로 10분가량 가다보면 서울로 이어지는 신작로인 새천년로가 우각로 진행을 동서로 갈라놓았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해 2㎞ 남짓 이어진 뒤 우각로란 지명은 숭의동 진로아파트 직전에 막을 내리지만 개항기 우각로는 조선인들에게 한양길로 이어지는 길이란 의미로 마음속에 새겨져 왔다. 글 사진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도움말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과장 ●21회는 전남 목표시 영산로를 소개합니다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우리 아이가 음란물을 본다면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우리 아이가 음란물을 본다면

    얼마 전 우연히 중학생 아들의 전자사전을 열어 본 이모(40·여)씨는 숨이 턱 막혔다. 전자사전 속엔 과외 교사가 제자와 성행위를 벌이는 속칭 야동이 여러 편 저장돼 있었다. 이씨는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모른 척하고는 있지만, 속으론 걱정이 태산 같다. 이씨는 “막상 내 아들이 음란물을 본다는 것을 확인한 뒤 뭔가는 해야겠는데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부모가 무조건 아이를 야단치거나 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만약 이때 “우리 아들(딸)한테 정말 실망이야.”, “언제부터 이런 거 봤어. 너 오늘부터 컴퓨터 금지야.” 등 다짜고짜 아이를 때리거나 다그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이들은 더욱 숨어서 음란물을 찾아본다고 말한다. 민망함에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 음란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 소장은 “부모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아이들이 언제부터 음란물에 노출됐는지 또 중독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지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조건 야단치거나 때리면 되레 역효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좋아하니?”, “언제부터 봤니?”, “느낌이 어떠니?” 등의 질문을 던져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도 주문한다. 당황한 아이가 대답을 꺼리면 “아빠도(엄마도) 네 나이 때 처음 봤어.”라는 식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이후에는 음란물은 보고 지우도록 유도하고 음란 동영상의 대부분이 과장된 연기나 왜곡된 성의식 등의 내용이라는 점을 확실히 일러 두어야 한다. 남자 아이일 경우 아버지가, 여자 아이일 경우에는 어머니가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아이가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영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교수는 “사춘기 때는 그럴 수 있어 하고 눈감는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아이 성교육에 적극적으로 부모가 나서야 한다.”면서 “컴퓨터보다 더 음지에서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은 늦게 사 줄수록 좋고 컴퓨터에도 반드시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보안관 등 차단 프로그램 설치도 해법 그린아이넷(www.greeninet.or.kr)에서는 인터넷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스마트보안관(www.cleanwave.or.kr)에서는 스마트폰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의 중독이 심각해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청소년전화(1388), 청소년 탁틴(02-3141-6191)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동작 “성폭력 OUT”

    동작구가 ‘성폭력 제로 도시’를 선포한다. 구는 다음 달 12일 노량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문충실 구청장을 비롯해 아동·여성 보호기관 관계자와 주민 등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폭력 예방 범구민연대 발대식’을 한다. 이 자리에서 구는 성폭력 제로 도시를 천명한 후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성폭력 추방을 위한 구체적인 10대 실천 핵심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과제에는 ▲실무자급 사례 관리팀과 아동·여성 보호 지역연대 결성 ▲아동·여성시설 성교육 ▲성폭력 예방 매뉴얼 작성 등이 포함된다. 발대식에 이어 참석자들은 노량진초교~대방동~장승배기역~상도2동에서 성폭력 추방 가두캠페인도 벌인다. 구는 주민 스스로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위해 아동·여성 보호기관 및 경찰서, 교육지원청, 의료기관, 주민 등이 참여하는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를 결성한다. 동별 지역 주민대표와 지구대 파출소 직원, 초·중·고 상담교사, 학부모 운영위원회, 병원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주민자치위원, 자원봉사자, 녹색어머니회, 새마을부녀회, 자율방범대, 청소년지도위원회, 바르게살기위원회, 참좋은봉사단 등 모든 지역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들은 주 1회 이상 우범 지역 순찰에 나선다. 또 동별로 매월 1회 이상 성폭력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동별 관련 단체 월례회의를 개최해 성폭력 예방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문충실 구청장은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폭력으로부터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면서 “나와 가족, 이웃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공감하고 여성과 아동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동작을 물려주기 위해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Delete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음란물 광고라도 막아 주세요”… 고딩 3총사의 호소

    [Delete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음란물 광고라도 막아 주세요”… 고딩 3총사의 호소

    “음란물 때문에 성범죄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걱정돼요.” “언론사 홈페이지의 음란성 광고를 규제해 달라.”는 취지의 청소년보호법 개정 청원서를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했다는 배재고 2학년 노지명(18)군의 말이다. 청원에는 노군을 비롯한 ‘좋은 학생, 좋은 교사들의 모임’(Good Students and Good Teachers·GSGT) 소속 2500여명 등 총 1만여명의 학생, 교사들이 동참했다. ●“음란 스팸메일 하루 7통 이상” 청소년이 청소년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음란물 탓이다. 지난 21일 배재고 남준근, 노지명, 박준상 등 동갑내기 세 학생과 나눈 얘기는 방관하고 있는 어른들에 대한 따끔한 질타였다. 청원에 학생 대표로 참여한 남군은 “단순히 광고에서만 문제를 느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인물은 인증이라도 거치지만 음란 광고와 사진은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다.”면서 “넘쳐나는 음란물 중 최소한 광고만이라도 규제해 달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음란물을 보고 공유하는 행위는 일상처럼 여겨진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방식과 수법은 나날이 ‘진화’한다. 컴퓨터로 내려받은 파일을 스마트폰에 숨기는 것은 예사다. 음란물을 포털사이트 웹하드에 올리고 페이스북의 비공개 모임을 통해 또래끼리 공유하거나 아예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음란 사이트 계정을 함께 쓰는 일도 있다. 성인인증은 걸릴 가능성이 적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주민번호로 간단히 해결한다. 카카오톡으로는 링크를 전달한다. 팝업창을 통해 우연히 음란물을 처음 접했다는 박군은 “하루에 많게는 7통까지도 음란성 스팸 메일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 학생도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 박군은 “솔직히 청소년기에 호기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음란물의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남군은 “음란물이 곧바로 성범죄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성범죄의 시발점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군은 “누군가 음란물을 보고 내 가족을 향해 나쁜 생각을 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는 노군은 “성적 개방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음란물을 통해 잘못된 관념을 갖게 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잘못된 性관념 가질까 걱정” 학생들은 어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음란물을 배포하거나 언론사 홈페이지에 걸어 놓은 야한 광고를 자식들이 본다면 어떨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사설] 청소년 성범죄 급증 사회적 대응 시급하다

    최근 9년간 청소년(19세 이하) 성범죄 사범이 3배 늘었지만, 이들이 또래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11배 이상 급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법원이 펴낸 사법연감에 따르면 성범죄에 연루돼 소년재판을 받은 청소년은 2002년 537명에서 지난해 1615명으로 3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또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은 60명에서 690명으로 무려 11.5배나 늘어 청소년 성범죄 증가율을 압도했다. 최근 전자발찌 소급적용 등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해 경각심이 일고 있는 것과 달리 청소년 성범죄 양상은 악화일로인 셈이다. 청소년 성범죄는 당사자 간 합의로 정식재판 전 종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실태가 많이 묻히고 있다. 지난해 성폭력 및 강제추행으로 경찰에 붙잡힌 청소년(18세 이하)은 1883명에 달했으나 상당수가 피해자와 합의를 통해 ‘공소권 없음’ 또는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벌로 빠져 나갔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해 일시적인 성적 충동이나 유혹을 이기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야동 등 음란물에 쉽게 노출된다.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케이블이나 TV 등에서도 위험수위의 영상을 방영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성 개방 풍조와 맞물려 청소년들에겐 은연중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또 사회적으로도 당사자 간 합의가 있으면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을 용인하는 데다 아이들도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라면서 충동적인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죄의식,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지만 가해 청소년들은 성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관념을 갖도록 하고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또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엄중한 책임과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가정에서도 응석받이로만 키울 게 아니라 자제와 절제, 인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과거에 비해 신체적 또는 성적으로 부쩍 성숙해 있다. 청소년을 지금처럼 보호와 선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워야 할 것인지 우리 사회가 청소년 정책을 재점검해 볼 때도 됐다.
  • “부사관 복무 3번째… 홀어머니 모시고파”

    “부사관 복무 3번째… 홀어머니 모시고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도전에서 반드시 성공해 가족과 후배들에게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현재 전북 익산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훈련받고 있는 후보생 중 중사로 두 번 전역하고도 군대가 좋아 다시 입대한 후보생이 있다. 지난 10일 입대한 이주혁(30)후보생이다. 남들은 꿈도 못 꿀 세 번째 군 생활을 시작한 이 후보생은 16일 “원래의 동기들보다 후배기수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힘든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으며 초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후보생은 2001년 8월 병참 주특기로 육군 하사로 입대해 항공작전사령부에서 급양관리관으로 4년여를 복무한 뒤 2005년 11월 중사로 전역했다. 전역후 중소기업에서 컴퓨터 수리 등을 하다가 전우애가 그리워 2007년 4월 다시 부사관으로 재입대해 66사단에서 저장반장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평균 합격률이 30%에 불과한 장기복무 대상자로 뽑히기 어렵겠다는 판단하에 심사를 포기하고 지난해 4월 중사로 전역하는 길을 택했다. 군 생활만 8년을 한 그의 올해 나이는 부사관 지원 상한 연령인 만 30세다. 군 복무시절 사이버대학을 통해 부동산학을 공부하기도 한 이 후보생은 “전공을 살려볼까 생각도 했으나 군대가 좋고 올해가 지원 가능한 마지막 해라서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면서 “이번에는 꼭 장기복무자로 선발돼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드러냈다. 이 후보생은 앞으로 3주간의 양성교육을 마치면 오는 28일 하사로 재임관해 세 번째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현재 육군 부사관학교에서 이 후보생과 함께 훈련받고 있는 동료 2000여명 중 예비역 간부 출신 부사관 후보생은 115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복무 심사에 탈락했기 때문에 재도전한 경우다. 육군 관계자는 “초임 부사관의 약 98%가 장기복무를 희망할 정도로 부사관에 대한 인기가 좋다.”며 “이는 장교와는 달리 한 부대에 해당 분야 전문가로 오래 머무를 수 있으며 20년 이상 복무시 연금 혜택 등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성매매 금지가 성폭력 늘렸다는 근거 없다”

    “성매매 금지가 성폭력 늘렸다는 근거 없다”

    “성매매가 합법인 나라에서도 성폭력 범죄는 있습니다. 최근 성폭행범 가운데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성폭력 전과가 있는 범인도 있습니다.” 김금래(60) 여성가족부 장관은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매매가 금지됐기 때문에 성폭력이 늘었다는 것에 대한 인과관계를 알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8주년을 맞아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여성폭력 없는 행복세상’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연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 방지법으로 인권 사각지대에 있던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여가부의 평가다. 김 장관은 “최근 잇따른 성폭력 사건으로 전 부처가 충분한 대책을 내놓으려 하지만 긴급히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예방이 어렵다.”며 “어렸을 때부터 상처받은 사람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 등을 통해 각종 유해 음란물에 노출되는 아동·청소년에게 1년 10시간의 학교 성교육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빈발하는 성폭력 사건에 책임감과 미안함 그리고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00년 역사 한학기에 공부 끝내라니”

    한 학기에 배울 과목 수를 줄여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 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중·고등학교에 도입된 집중이수제 때문에 학생들이 녹초가 되고 있다. 2년에 걸쳐 배울 과목들을 한 학기에 몰아 배우면서 학습 부담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학기당 배우는 과목 수를 줄인 대신 학습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은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사회교사가 국사 가르치기도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집중이수제 개편안을 내놓은 뒤에도 학교 현장의 혼란은 심화되고 있다. 교과부는 예체능 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 배우는 것이 현재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추진 중인 인성교육 강화 방침과 상반된다는 비판에 음악·미술·체육 과목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놓았다. 예체능 과목 대신 사회·역사·도덕 등 다른 과목이 집중이수 대상이 되면서 부작용은 여전하다. 서울 A중학교 역사 교사 김모씨는 한 주에 5시간씩 수업을 진행해 한 학기에 과정을 끝내고 있다. 그는 “토론식 수업은 고사하고 책을 읽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도록 하고 핵심만 짚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간·기말고사 시험범위가 각각 1000년씩이나 돼 학생들의 항의가 많지만 달래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어·영어·수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주요 입시 과목은 3년에 걸쳐 가르치지만 수능과 직접 연관이 없는 실용영어 등은 한 학기에 몰아서 끝내는 경우도 많다. 영어1과 실용영어를 일주일에 세 시간씩 나눠서 가르치던 경기도 D고는 지난 학기부터 일주일에 여섯 시간씩 실용영어만 배운다. 학생들도 학업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많다. 대구 B고등학교에 다니는 정모군은 “고시 공부도 아니고 정해진 과목을 ‘끝내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제도”라며 “국·영·수는 사정이 그나마 낫지만 나머지 과목은 완전히 장식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집중이수제 때문에 학교 운영도 파행으로 이뤄지는 일이 흔하다. 교사 수는 부족하고 수업시수는 많아 집중이수 과목에 다른 과목의 교사를 동원하는 일이 빈번하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1학기 2년에 걸쳐 배워야 할 국사 과목을 일주일에 5시간씩 한 학기에 끝내도록 하면서 일반사회 과목 담당 교사에게 국사 수업을 맡겼다. 해당 교사는 익숙하지 않은 국사 수업까지 하느라 국사 교사에게 수업방법 등을 물어 가며 겨우 한 학기를 끝마쳤다. ●“땜질 처방 아닌 자체 재검토를” 교과부는 ‘보완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예체능 과목을 제외해 사실상 한 학기에 10~11과목을 배우게 되기 때문에 전처럼 일부 과목만 지나치게 집중해 배우는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성호 전교조 정책국장은 “그동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체육이나 교양 과목을 한 학기 8과목 제한에서 예외로 규정하는 식으로 대응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집중이수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만져봐도 돼?” 아이들은 꺄르르… 어른들만 흠흠

    “만져봐도 돼?” 아이들은 꺄르르… 어른들만 흠흠

    “나 만져봐도 돼?” “꺅!”/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건데 뭐가 어때?” “옳소!”/ “나는 대학생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첫 키스를 할 거야.” “우~” 환호와 비명, 야유 등 사람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대부분의 감탄사가 터진다. “너 ×냐?” “×치다가” 같은 노골적인 말이 툭툭 튀어나오면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어 젖히고, 어른들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던진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벌어진 진풍경이다. 이날 공연은 서울시뮤지컬단이 올린 성교육용 뮤지컬 ‘호기심’. 성교육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몽정을 걱정하는 남학생부터 “내 사랑, 아오이 소라(일본 성인영화 배우)”를 외치는 남자아이, 가슴 크기를 고민하는 여학생과 용돈 벌이용으로 어른과 만나려는 여자아이까지, 사소하거나 심각한 문제를 하나씩 안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술과 담배, 성관계, 원조교제 등 대표적인 청소년 문제를 얹었다. 이야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진우와 여학생 은정이 중심이다. ‘이성교제는 대학 간 후에’라는 다소 순진한 신념을 가진 진우와 답답한 현실의 탈출구로 조건만남을 ‘감행’하려는 은정이 우연히 미팅에서 만나 성에 대한 의견 차를 좁혀간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이런 건 안 돼.’라는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참여하게 하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술은 안 하는데 담배 피우는 여자애와 담배 대신 술을 마시는 여자애 중에서 누가 더 나으냐.”는 황당한 질문을 한다. 객석에서는 “차라리 술이 낫다.”가 압도적이다. 담배는 몸에도 안 좋지만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이란다. “꼬장(주정) 부리고 여기저기 토하는데 좋으냐?” 한바탕 토론이 벌어진다. 원조교제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다. 은정은 “다들 하잖아. 비싼 가방 받고 좋다.”고 옹호하지만, 친구들은 “걔가 걸레처럼 구니까 사주지.”라면서 강도 높은 발언으로 막아선다. 그러나 학생 관객의 반응이 환호와 진지 사이를 오가는 것을 보면, 그런 민망함은 확실히 어른의 시선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평일 관객과 주말 관객의 반응이 다르다. 학교 단체 관람을 많이 하는 평일 공연에는 객석 호응이 더 뜨겁다. 주말 관객은 주로 부모와 함께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겸연쩍어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은 강북문화예술회관(18~20일), 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22~23일)에서 공연을 이어 간다. (02)399-1114~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학교폭력 해답은 처벌 강화가 가장 효과적”

    우리 국민은 학교폭력의 가장 큰 원인을 가정교육이 약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6~8월 범정부 정책소통 온라인 포털인 국민신문고의 정책토론방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1170명 가운데 20.3%는 ‘가정교육 부재와 기능약화’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17.6%)을 꼽았고, 이어 ‘학교의 대처능력 미흡 및 권한 부족’(13.8%), ‘인성교육 부족’(13.1%), ‘인터넷, 게임 등 폭력적 사회환경’(10.2%) 등의 순이었다.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는 ‘불관용 원칙에 입각한 가해자에 대한 징계 강화’(54.4%)를 꼽은 이가 절반을 넘었다. 반면 ‘가해자에 대한 교육적 선도역할 강화’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이 해결책이라고 답한 사람은 31%와 14.6%로 각각 조사됐다. 온라인에서 함께 진행한 정책토론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권익위 관계자는 “강력한 제재를 고지함으로써 학교폭력을 미리 차단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며, 학교마다 전담 경찰공무원을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535건이었던 관련 민원은 올 상반기 1421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편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논란과 관련, 국민신문고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온라인 추가토론도 진행되고 있다. 권익위는 “국민신문고에서의 설문조사와 정책토론으로 수렴된 여론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작은 갈등 풀어내니 큰 시비로 번지지 않아요”

    “작은 갈등 풀어내니 큰 시비로 번지지 않아요”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충동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학교현장에서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과 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도덕 교과서를 읽으며 바른생활을 배우는 대신 수업시간에 반 친구의 고민을 듣고 직접 상담해 주는 시간을 갖거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말하기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개발한 국어·도덕·사회과목 ‘프로젝트형 인성교육 교재’를 지난 7월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하고 활동과 체험 중심의 실천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과부가 지정한 ‘인성교육 실천주간’ 나흘째인 6일 서울시내 각급 학교에서 이러한 체험중심의 인성교육 수업이 공개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년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창덕여중 3학년 1반 교실에서는 6개의 ‘창덕 자치법정’이 열렸다. 학교생활 중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갈등상황을 대화로 풀어가는 조정절차를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다. 수업을 진행한 임윤희 교사는 “작은 시비가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상대방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해 보자.”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임 교사는 20분의 시간을 주고 갈등상황 설정부터 토론, 합의문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의 손에 맡겼다. 학생들은 실제 상황처럼 목소리를 높여 친구를 변호했고, 진지하게 상대방의 말을 경청했다. 6조는 김유빈(15)양이 자신을 놀리는 것에 화가 나 짝꿍 정혜원(15)양을 때린 것으로 상황을 설정했다. 조정위원을 맡은 문주희(15)양은 “각자 서로의 불만을 얘기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세요.”라며 사뭇 진지하게 대화를 이끈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양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놀려 화가 났다.”고 말하자 정양은 “처음부터 싫다고 했으면 됐을걸 갑자기 때려서 황당했다.”고 답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같은 조 김예지(15)양은 “듣는 이가 기분 나쁘지 않게 좋은 별명을 지어주자.”고 제안했고 학생들도 동의했다. 다른 조들도 친구의 지갑을 훔쳤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 외모를 비하해 말다툼을 한 경우 등 가상의 갈등을 모두 무난히 해결했다. 임 교사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화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강남구 대모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도 생소한 국어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과서를 읽는 대신 어른을 공경하는 말을 배웠다. 옆 교실에서 진행된 사회수업에서는 그동안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친구의 장점 말하기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에 낯설어하던 학생들도 이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기본적인 인성을 도외시한 채 단편적인 지식만 강조하는 교육풍토가 학교폭력이라는 부작용을 낳아 많은 학생들에게 불행을 안겨줬다.”면서 “학생들이 일상 속 갈등을 해결해가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인성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독자의 소리] 잔혹 성범죄, 해법 달리해야/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성오

    최근 경악과 함께 두려움을 갖게 만든 잔혹한 성범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성범죄자는 정신적 장애자로 봐야 한다. 높은 재범률에서 보듯 자신을 제어할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들이다. 얼마 전 서울 중곡동 사건에서 입증된 것처럼 전자발찌와 같은 기계장치에 의한 사후적 조치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전자발찌 착용자는 심리적으로 스스로 인생을 포기,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신과적 치료가 최선이다. 억지력의 심리기제가 발동될 수 있도록 격리된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의무화시켜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피해를 확대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또 경찰력 배치보다 치료전문 상담사를 양성, 배치하는 것이 보다 미래지향적 처방일 수 있다. 가해자들의 사회생활을 분석해 보면 한결같이 이른바 ‘사회적 왕따’에 해당한다. 당연히 평범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이웃이나 친구와 연대 없이 홀로 생활한다. 범행은 사회와 연결고리가 없이 본능만 발달해 있는 상태에서 빚어진 결과의 하나일 뿐이다.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성오
  •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4)비뚤어진 성통념을 바로잡자(끝)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4)비뚤어진 성통념을 바로잡자(끝)

    아동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각종 형사사법적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왜곡된 성관념에 대한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범죄 원인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며, 손가락질하는 잘못된 사회통념이 바뀌지 않는 한 강력 성범죄는 물론 일상적 성폭력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설계 등 사회의 기본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부터 아동과 여성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잘못된 성관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 중 하나가 학생과 회사원 성범죄자의 증가 추세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강간을 저지른 학생과 회사원은 2000년 445명과 624명에서 2010년 2609명과 2641명으로 각각 486%와 323%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일용직 노동자와 무직자는 각각 1228명과 441명에서 3921명과 1211명으로 늘어 219%와 17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범죄가 특정 계층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강제추행이 증가한 점도 일상적 성폭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됐음을 보여 준다. 현행법상 강간 범죄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기를 삽입하는 전통적 의미의 강간과 함께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이 모두 포함된다. 협의의 강간은 2000년 2299건에서 2010년 2808건으로 122% 증가했지만 강제추행은 2181건에서 6797건으로 311% 증가했다. 강력 성범죄의 증가보다 흔히 ‘가볍다’고 여기는 성폭력의 증가가 뚜렷한 셈이다. 억지로 신체 접촉이 있는 러브샷을 강요해 2008년 대법원에서 강제추행죄를 선고받은 남성도 법적 의미에서는 강간범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잘못된 사회통념도 문제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자들은 은근히 강간당하기를 바란다’ 등의 항목에 대해 남자 대학생들이 여자 대학생보다 높은 수용도를 나타났다. 성범죄자의 심리도 비슷하다. 유재두 목원대 경찰법학과 교수가 2010년 ‘성에 관한 진실과 오해: 성범죄자 심리 보고서’를 통해 분석한 전국의 성범죄자 285명의 심리 상태를 보면 이들은 일반인보다 ‘여자가 키스·애무를 허락하는 것은 성관계를 허락하는 것’, ‘여자가 노브라·짧은 치마를 입는 것은 강간을 자초하는 일’ 등과 같은 통념을 더욱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식은 성범죄 신고를 막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하고 ‘(신고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 142명 중 23.2%가 ‘성폭력 피해를 주변인이 알게 될까 봐’라고 답했다. 여기에는 자칫 신고했다가 ‘혹시 성범죄를 유발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와 사생활 노출 등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성범죄 방지를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물론 시대감각에 부합하는 성 교육 강화 등 사회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아동·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올바른 성교육을 받아야 하며 대중매체에서는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 근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아동·여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도시 설계 등 인프라 구축도 요구된다.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범죄 예방을 고려한 환경을 구축하는 셉테드(CPTED)가 이 개념에 해당한다. 어두운 골목이나 밀폐된 엘리베이터 등이 성범죄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골목의 시야를 넓히는 설계를 한다거나 유리 재질로 된 투명 엘리베이터 등을 도입하는 것이 셉테드의 예다. 한국셉테드학회장인 강부성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는 “특히 도시의 아파트 단지보다 지방의 소규모 주택 등이 범죄에 취약하다.”면서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범죄 예방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성과가 나타나는 지역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초중고 ‘인성교육 실천주간’ 운영 學暴 근절

    앞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매 학기 초 ‘인성교육 실천주간’이 운영된다. 인성교육 실천 우수 학교는 ‘어울림학교’로 선정해 다른 학교들의 롤모델이 되도록 한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핵심대책으로 꼽아온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본격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정부는 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213개 민간단체 연합체인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과 공동으로 중장기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인성교육 비전과 4대 추진전략·12대 세부실천과제를 확정했다. 우선 정부는 우수 인성교육 모델로 어울림학교 50개교를 선정해 학교당 2000만원씩을 지원하고 매 학기 ‘인성교육 실천주간’을 운영해 인성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기로 했다. 또 국가 수준에서 사회성·감성 학습 프로그램을 인증·보급하는 미국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민간주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 시스템 및 ‘인성교육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상시 컨설팅 지원단’을 운영, 단위학교가 적기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은 이날 ‘비전 선포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실련은 청소년 인성교육을 범사회적으로 확산시킨다는 목표로 지난달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천주교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등 종교계, 한국교총 등 교육계, 굿네이버스 등 비정부기구(NGO)가 참여해 발족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교육청 평가, 학교폭력 예방 비중 확대”… 교과부 ‘고삐’

    내년부터 전국 각 시도 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 성과가 교육청 평가에 새롭게 반영된다. 인성교육 실적에 대한 평가도 강화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일 ‘2013년 시도교육청 평가계획’을 발표하고 각 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노력을 평가하는 지표를 새롭게 추가했다고 밝혔다. 각 교육청의 학교폭력 예방 실적은 올해까지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이라는 평가지표에 포함됐지만 내년부터는 정확한 예방성과와 근절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개별 지표로 추가됐다. 배점은 100점 만점에 15점으로 전체 평가지표 가운데 가장 높다. 교과부는 또 인성교육 실천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예체능 교과 수업시수 비율이 3점, 체육·예술교육 등 활성화 4점,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 3점을 각각 배정했다. 이로써 올해까지 10점이었던 인성교육 및 학교폭력 예방·근절 관련 지표는 내년부터 25점으로 크게 늘어난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청의 책무성을 강조하기 위해 평가지표를 새롭게 만들고 배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각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선정하는 정책과제에 대한 정성평가 비율이 기존 10점에서 15점으로 늘고 장애인 의무고용 실적도 새로운 지표로 추가해 2점을 배정했다. 동시에 기초학력 미달 비율 지표 배점은 7점에서 5점으로, 학부모 만족도 지표 배점은 8점에서 6점으로 하향조정됐다. 시도 교육청 평가는 내년 3~6월 중 실시돼 7월쯤 발표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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