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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꿀보직?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꿀보직? 그렇지 않아요!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 사이에서 ‘꿀보직’(편한 군 생활을 일컫는 은어)으로 통하는 곳이 있다. 1년 11개월 동안 소총 대신 구급상자를 들고, 군용트럭 대신 구급차나 펌프차를 타며, 최전방 일반전초(GOP) 대신 소방서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항상 출동 대기한다. 군 입대를 대신해 소방서 근무를 자원한 의무소방원. 그들에게 요즘 말썽 많은 군 폭력은 남의 얘기다. 의무소방원의 세계를 살짝 엿봤다. 지난 1일 경기 포천소방서로 배치받은 제44기 의무소방대(GIFF) 한동수(23) 대원은 지난 3월 시험에서 4단계의 전형과 5.5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었다. 군인 계급으로 이제 막 이등병(소방계급 이방)을 단 한 대원은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말끝마다 “…다, …나, …까”를 반복했다. ●소방학교선 매일 소방PT 1~2시간씩 “소방학교 훈련받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불평불만을 토로할 수 없습니다. 기상하자마자 10분 만에 옷 갈아입고 운동장에 집합해야 하는 아침점호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한 대원은 얼마 전까지 소방훈련을 받던 충남 천안의 중앙소방학교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쳤다. 꿀보직을 기대했다가 ‘빡센 뺑뺑이’에 혼났다는 것이다. 오전 6시에 기상벨이 울리고 10분에 점호가 시작된다. 그전에 침구를 정리하고 옷까지 입어야 한다. 한 대원은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 들었다”며 살짝 미소 지었다. 소방학교의 아침점호가 엄격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출동 상황이 되면 지체 없이 출동 준비를 할 수 있는 투철한 정신 자세와 태도를 의무소방원에게 심어 주기 위해서다. 점호와 식사 후 오전 8~10시 소방학교 운동장에는 비명이 울려 퍼진다. 의무소방원 훈련병들은 구토와 어지럼을 동반한 체력 고갈, 근육 경련을 기본으로 겪게 된다. 환자를 들것에 옮기고, 무거운 장비를 날라야 하는 의무소방원 임무의 특성상 강한 체력은 필수이기 때문에 공포의 체력단련(PT)은 하루 1~2시간씩 빠짐없이 이뤄진다. 소방PT는 육군의 PT보다 강도나 횟수가 두 배 이상 강력하다. 소방학교에서는 체력훈련, 소방예절 등 기초소양훈련과 함께 소방장비 운반 및 활용, 진화훈련, 로프 매듭법 등 구조장비 활용, 심폐소생술(CPR), 환자 운반 등 구급법, 인성교육까지 소방서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출동직만 있고 구조 작업 땐 책임감 커 “소방서에 배치받은 지 일주일 됐습니다. 그래서 기초적인 업무를 익히고 교육받고 있어 아직 출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주부터 근무조에 편성돼 출동하게 되면 구급차나 P차(펌프차)를 타고 현장에 나가 출입 통제나 장비 조달, 들것을 나르고 환자를 옮기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방대원을 지원하는 임무가 저희 임무죠.” 중앙소방학교 제44기 의무소방원 가운데서도 가장 우수한 교육 성적을 거둬 최우수상을 받은 한 대원이지만 아직 소방서 생활이 익숙하지는 않다. 오전 6시 30분 기상벨이 울리고 포천소방서에서 근무하는 4명의 의무소방원이 눈을 뜬다. 군에선 연대전술훈련(RCT), 대대 군전투력측정(ATT), 혹한기 훈련, 유격 등 각종 훈련과 초소 근무, 제초 작업, 진지 공사 등을 한다. 의무소방원의 일과도 군의 일과만큼이나 빡빡하다. 의무소방원은 2교대 혹은 3교대로 돌아가면서 출동당번을 맡는다. 출동직과 행정직으로 구분돼 있던 과거와 달리 2012년부터는 모든 의무소방원이 출동직으로 분류돼 항상 출동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출동벨이 울리면 당번은 곧장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내무반엔 늘 긴장감이 흐른다. ‘혹시라도 잘못된 조치를 취하거나 제대로 구조 작업을 보조하지 못한다면 환자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에 출동하기 때문에 소방서로 복귀하면 항상 녹초가 된다. 한 대원은 사고 현장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두개골이 함몰되거나 피부가 찢어져 뼈가 보이는 환자, 피 칠갑이 된 구조자는 물론 시체를 보거나 실내에 가득 찬 피 냄새로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무생활은 가족 분위기… 폭력 없어 포천소방서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화재출동이 2.12건, 구조출동 3.87건, 구급출동 28.9건, 벌집 제거 등 생활 민원 관련 출동은 3.2건에 달한다. 당번이 아닌 날에는 장비 관리 및 정비, 상황 대비 훈련 등으로 하루 일과가 채워진다. 의무소방원이 행정 업무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빡빡한 일과와는 별개로 의무소방원의 내무생활에선 구타, 폭행 등 가혹 행위를 찾아볼 수 없다. 기수당 150~200명 등 비교적 소수를 선발하는 데다 배치받는 센터나 소방서에 의무소방원이 10명을 넘지 않아 자연스레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번갈아 출동당번을 맡는 데다 새벽 출동 대기로 인한 고질적인 수면 부족도 서로 돕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구급법 교육받고 소방관 진로 선택 많아 “소방학교에서 들었던 강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구급법입니다. 구조자의 상태가 육안으로 봐서 사망한 것 같아도 CPR를 실시해야 한다는 강사님의 한마디 때문입니다. 사람의 사망 여부는 의사만이 판단할 수 있고, 구조대원은 ‘살아 있다’ 혹은 ‘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CPR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대원은 “구급법교육 이후 죽음을 대하는 소방관의 자세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다시 말을 이어 갔다. 그는 “의무소방원 가운데 소방관을 진로로 생각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소방교육과 소방서에서의 생활을 거치면서 소방관에 대한 매력과 동경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실제로 소방서에 와서 생활해 보니 평상시에는 사람 좋은 이웃 아저씨 같다가도 출동벨만 울리면 눈빛이 바뀌면서 다른 사람이 되는 소방관의 모습에 새삼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에둘러 감정을 표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만화 속 또래 얘기, 마음 다친 날 위로해

    만화 속 또래 얘기, 마음 다친 날 위로해

    감정코치K 1·2/최성애·조벽 원작 및 감수/이진 글 재수 그림/해냄/1권 236쪽, 2권 240쪽/각권 1만 1000원 치열한 입시 경쟁과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 왕따, 학교폭력, 가치관 혼란 등 정서적 위기를 맞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 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 심리, 만화, 청소년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감정코치K’는 청소년들의 실상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상처와 고민을 공감하고 자존감을 되살려 주기 위해 내놓은 청소년 심리치유 만화다. ‘감정코칭’ 방법을 앞세운 상담 전문가 최성애 박사와 조벽 교수는 상담 노하우와 그동안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고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의 작가 이진씨가 스토리 작업을 맡았다. 그림은 국제디지털만화공모전 대상 수상 작가인 재수씨가 그렸다. 감정코칭이란 상담자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인성교육 방식을 말한다. 아동심리학자 하임 기너트 박사가 창시했으며, 존 가트맨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가 30여년간 연구를 거쳐 체계화했다. 책은 한계에 부딪힌 현장 교사들의 요청을 받은 감정코치 K가 학교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정 아래 문제 학생들의 치유과정을 담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됐다. 투명인간이 돼 가는 왕따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 셀로판’과 진한 화장벽이 있는 소녀의 문제를 그린 ‘진짜 얼굴, 가짜 얼굴’ 등 각각의 일화들은 실제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부닥치고 있는 상황들이다. 아이들의 욕설과 은어, 행동들을 그대로 담은 점이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문제를 직시해야만 풀어낼 수 있다는 정공법에 기대고 있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 기저에 어떤 심리적 요인들이 내재하는지, 어떠한 대화법을 통해 이를 치유해 나가게 되는지 과정을 보여 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현대사회의 인성교육, 사회맥락적으로 구축돼야/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현대사회의 인성교육, 사회맥락적으로 구축돼야/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최근 인성교육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의 회의석상에서 ‘전인적 인간교육’을 주문했는가 하면, 국회의장은 지난 회기 말에 벌써 인성교육진흥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 놓았다. 이렇게 정치권에서 서두를 정도로 인성교육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만, 막상 인성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는 초점이 뚜렷하지 않다. 인성교육은 사회구상과 연계돼야 하는데 최근의 인성교육 안에는 사회맥락적인 고려가 세밀하지 않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인성교육진흥법안’을 예로 든다면, 인성덕목으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덕목을 갖춘 사람들이 만들어갈 사회가 어떤 것인지 짐작이 잘 안 된다. 전통적인 덕목이었던 ‘예’와 ‘효’까지 동원되었으므로, 50여년 전에 회자하던 ‘전인교육’과 개념적으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 시대에 적합한 인성교육을 구축하려면, 먼저 사회맥락적인 관점에서 구상돼야 한다. 인성교육은 옛날부터 시대 상황에 맞추어 수행됐던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서열질서를 안정시키고자 인성교육에 주력했다. 가족노동에 기반을 둔 농업사회였기에 핵심 덕목은 효(孝)와 충(忠)이라는 가족질서의 덕목이었다. 국가는 확대 가족으로 여겨졌으므로, 충은 효와 동일 구조적인 덕목이었다. 충효 중심의 종법질서(宗法秩序)를 예(禮)라고 불렀는데, 당시의 정치 이상은 예치(禮治)였다. 산업화시대에 우리는 따라잡기 근대화(catch-up modernization)를 추구했다. 선진 서구사회를 따라잡아야 했으므로, 당시에는 식민지 시대의 패배 의식을 털고 일어나 속도전을 벌여야 했다. 그래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캔두’(can do) 정신과 따라잡기에 필요한 ‘빨리빨리’ 정신을 함양했던 것이다. 산업 인재를 제때에 산업 현장에 공급해야 했으므로, 대학가기 무한경쟁의 학벌주의와 대학 갈 때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학업금욕주의가 교육 현장을 지배했다. 이렇게 길러진 산업역군들이 세계 최고속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현대의 우리는 미래사회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을 길러내려고 하는가. 우리 사회는 따라잡기 산업화를 끝내고 탈산업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탈산업화 사회는 지식기반의 정보화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데, 따라잡기 시대와 달리 갈 길이 분명하지 않다. 따라잡기 시대에는 선진 서구사회가 목표지점이었지만, 거의 따라잡은 만큼 이제 더는 우리의 목표 지점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지의 정보화 시대로 뛰어들고자 한다. 미지의 세계에서는 방황과 실패가 일상이다. 불확실성의 실존 상황 속에서 길을 찾아가려면, 남보다 먼저 나 자신의 내면세계를 성찰해야 하고, 남들과 어울려 광활한 삶의 세계를 탐험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남에 대한 배려가 지식기반 사회를 개척하는 핵심 덕목인 셈이다. 물론 이런 추론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시대의 인성교육을 구축하려면 반드시 우리가 맞이할 미래사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단적인 교육 관심으로 구상해서는 안 된다. 사실상 최근의 ‘학교폭력’ 문제는 종래의 ‘학원 폭력’ 문제와 달리 교육문화의 지체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학원폭력은 교육 현장의 통상적인 현상이었지만, 학교폭력은 진부한 교육문화 때문에 야기된 교육부적응 현상 가운데 하나다. 산업화 시대에는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치열한 학벌주의와 혹독한 학업금욕주의를 견뎌냈다. 그렇지만 탈산업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배고픔의 기억마저 잊혔다.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삶의 의미를 물질적인 성공에 가두고 있는 학벌주의를 이해할 수 없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욕망을 대학 이후로 미루는 학업금욕주의를 견뎌낼 수 없다. 학교폭력 문제는 교육문화를 선진화시킴으로써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현대사회의 인성교육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단적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식기반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하려는 미래지향적인 교육 이상과 본질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 [김병일 사람과 향기] 명절, 화목과 공경의 축제로 삼자

    [김병일 사람과 향기] 명절, 화목과 공경의 축제로 삼자

    올해 추석은 대체휴일제 시행으로 연휴기간이 길어졌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 인천공항의 연휴기간 이용객이 작년보다 25%가량 늘어난 90만명에 이르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개인과 핵가족 단위 여행을 선호하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민족 최대의 고유 명절인 추석을 부모형제와 일가친척을 찾는 귀성보다 여행과 휴가의 기회로 삼는 듯하여 한편으로는 씁쓸한 느낌도 든다. 추석 명절 직후에는 부부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조사도 최근에 보도돼 더욱 안타깝다. 원인이 무엇일까. 평소 잠재해 있던 반목과 갈등이 명절을 계기로 표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친가(시가)가 먼저냐 처가(친정)가 먼저냐, 간다면 또 얼마나 머물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가 다툼을 촉발시켰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의 배경은 전통적인 대가족제의 퇴조와 남녀 양성 평등의식의 증대 등이리라. 이와 같은 현상들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절의 참뜻을 되새기며 개인과 가족, 사회 모두 좋아지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일 것이다. 명절에 가족과 만나는 것을 피할 것인가, 반갑게 맞이할 것인가. 반목과 갈등으로 얼굴을 붉힐 것인가, 이해하고 양보하며 화기애애하게 지낼 것인가. 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 조상은 가족이 모두 모이는 명절을 늘 엔도르핀이 넘치는 행복한 시간으로 활용하고 즐겼다. 여기에는 명절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가로 놓여 있다. 명절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추석 명절을 대표하는 차례를 예로 살펴보자. 첫 번째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님과의 만남이다. 살아계실 때 나를 그토록 보살펴 주셨던 분들을 돌아가셨다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거두어야 할까. 인정상으로나 도리상으로 적어도 명절 때만이라도 조상을 추억하는 문화는 오히려 권장되어야 마땅하다. 두 번째는 같은 조상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확인하는 형제애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남들과의 관계가 좋아야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남보다 가까운 형제 간 혈족과 자연스러운 유대감을 유지하는 일은 행복의 중요한 요건 가운데 더욱 의미 있는 하나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은 자녀와 자손들에게 미치는 인성교육의 효과다. 사람은 누구나 자녀로부터 효도와 공경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효도는 백 마디 말보다 솔선하는 실천이 더욱 효과적이다. 이 점에서 차례문화는 효 교육의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명절 차례는 음식을 장만하고 같은 시간에 한곳에 모여야 하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넓게 멀리 생각하면 이처럼 의미와 효용성이 매우 크다. 조상님과의 관계, 같은 세대 형제 친척 간 관계, 다음 세대 자손들과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유익하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은 봉제사 접빈객을 집안경영의 최고 덕목으로 삼았다. 봉제사(조상 제사 받드는 일)를 성심껏 하여 가문 내부의 화목과 결속을 도모하고, 접빈객(찾아오는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극진히 하면서 밖으로부터 존경받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다. 종교적 이유 또는 그 밖의 불가피한 사유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례들은 자연스레 이해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 명절이나 차례문화도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등의 시류에 맞추어 지내는 시각, 장소, 음식종류,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조상과 자손 사이에 이어지는 혈연적 유대감과 이에 수반되는 자손으로서의 도리와 공경심은 시대를 넘어 계속 돈독히 유지돼야 한다. 그러므로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차례 자체를 기피하고 폄하하는 것은 온당치도 현명하지도 못하다. 이것이 명절을 가족이 함께 모여 화목과 공경의 축제로 승화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추석에 놀이동산보다 현충원을 비롯한 공원묘지로 조상을 찾는 사람이 작년보다 늘어났다니 다시금 희망을 품어 본다.
  • “남아공 에이즈 실태 독립적 연구 뿌듯해요”

    “남아공 에이즈 실태 독립적 연구 뿌듯해요”

    “사회적 스티그마(낙인), 지리·환경적 요인, 성교육 빈약 탓에 남아공에서는 에이즈 치료약 보급률과 콘돔 이용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그 결과 10명에 한 명꼴로 에이즈 감염자였습니다.” 지난 7월 21일부터 2주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방문 연구를 다녀온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1학년 최세진(25)·유현석(24)씨는 10일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 프로젝트를 참여한 과정을 소개했다. 지난해 황준식(88) 전 서울대 교수가 모교에 5억원을 기부하면서 올해부터 시행된 펠로십 프로그램(연구지원 장학금)에는 서울대 의대·의전원 학생들로 구성된 8개팀이 도전했다. 연구 주제는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 보건 문제로 한정됐다. 올 초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최씨와 미국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각각 생화학 학·석사 학위를 딴 유씨는 최고점을 받아 황준식 펠로십 1기에 뽑혔다. 최씨는 “공고를 보자마자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빈부격차, 높은 에이즈 감염률(세계 4위)로 알려진 남아공을 목적지로 정했다”면서 “빈부격차와 에이즈 치료의 질적 수준 간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유씨는 “남아공 부유층은 민간 의료기관을 이용해 데이터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빈부격차 대신 강수·교통 등 지리·환경적 요인이 에이즈 치료 수준에 미치는 영향으로 연구 주제를 바꿨고,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진 하버드대 교수, 남아공 카와줄루나탈대 교수와 함께 공동연구로 내년 여름 논문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방문 연구를 한 곳은 영국의 대표적인 생의학 연구 지원재단 웰컴트러스트의 지원을 받는 남아공 카와줄루나탈 지역의 ‘인구·보건 연구를 위한 아프리카센터’다. 이들은 “연구 주제 발굴부터 데이터 수집, 논문 작성까지 자발적으로 하게 돼 뿌듯하다”면서 “공중보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진경호의 시시콜콜] 토론이 배틀(battle)인가

    [진경호의 시시콜콜] 토론이 배틀(battle)인가

    화면 안엔 눈에 잔뜩 힘을 준 대학생 4명이 둘씩 마주 앉아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진행을 맡은 가수 성시경은 예의 그윽한 미소로 일관했지만 자기 주장에 도취한 대학생 4명은 달랐다. 눈엔 쌍심지를 켰고, 입엔 거품을 물었다. 한 학생은 그도 모자라 허공으로 손을 휘둘러댔다. 삼켜버릴 것 같은 표정들…. 높아가는 언성에 눌려 볼륨을 줄이다 후~, 결국 TV를 껐다. 포털을 검색했다. tvN ‘대학토론배틀5’ 결승전…. S대팀과 K대팀이 ‘인성교육법제 의무화’를 주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고 기사는 전했다. 그랬다. 양보는 한 치도 없었다. 임전무퇴로 시종을 일관했다. 경청? 두 귀는 상대방 주장을 파고들 허점을 찾는 데에만 쓰였다. 심사를 맡은 소설가 김홍신은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출중한 젊은이들이 있다는 게 대한민국의 행복”이라고 했다. 그런가? 겁나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귀는 막히고 입만 열린 나라인데, 이런 ‘출중한 젊은이’들이 만들 내일, 숨 막히지 않나? 토론대회 천국이다. 운동장 청중유세가 TV선거토론으로 진화했듯 ‘~이 연사, 뜨겁게 뜨겁게’로 끝나던 개발시대 웅변대회가 TV와 강당 속 토론대회로 치환됐다. 국회의장배 토론대회, 고등학생 바이오산업 토론대회, 대학생 개인정보보호 토론대회, 청소년 다산독서토론대회…. 토론대회 안 열면 일 안 한다고 할까 싶은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시민단체가 앞을 다툰다. 엊그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대학생토론대회를 열었다. 설립 10주년을 기념한다는 이 행사엔 128개 팀 256명이 출전했다고 한다. 조별리그 예선과 토너먼트 본선을 거친다니 스포츠가 따로 없다. 위원회 측에 심사기준을 물었다. 논리력, 구성력, 이해력, 순발력, 전달력, 일관성 등을 본다고 했다. 얼마나 초지일관 제 주장을 잘 펴느냐, 얼마나 상대를 잘 공격하느냐를 보는 셈이다. 1억 3000만원 예산에서 방송중계료, 심사비, 행사비 등을 빼고 나면 상금은 1760만원 남는다. 재주는 학생들이 부리고, 돈은 어른이 먹는 구조로 손색이 없으나 돈 타령 하려는 게 아니니 그만 접고 보다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토론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은 싸움, 배틀(battle)인가. 이미 청력을 상실한 세상이건만 뭐가 아쉬워 온 나라가 이렇듯 미래세대에게 말싸움을 연마시키는가. 왜 공감대회는 없고, 타협해야 이기는 대회는 없는가. 설득보다 배려, 주장보다 경청을 가르쳐야 할 세상, 헛돈 그만 쓰자. jade@seoul.co.kr
  • “싸우던 아이들 권리교육 받더니 양보 잘해요”

    “싸우던 아이들 권리교육 받더니 양보 잘해요”

    “배려를 배워 가는 아이들을 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에서 3년째 아동권리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박나리(오른쪽·23·여)씨는 “권리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인 박씨는 대학교 2학년이던 2012년 아동권리교육 강사로 나섰다. 딸의 봉사에 감동받은 어머니 천창순(왼쪽·51)씨도 지난 5월부터 교육을 받아 다음달부터 수업에 나선다. 박씨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기반으로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 등을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그는 “나이가 어려서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권리’는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가르치면 대부분 잘 이해한다”고 전했다. 예컨대 전쟁터에 있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여주고 함께 얘기를 나눈 뒤 ‘친구들끼리 싸우는 것도 하나의 작은 전쟁이니까 사이좋게 지내자’는 약속을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아동권리교육은 아동 스스로 권리를 인지하고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씨는 “최근 군 가혹 행위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렸을 때도 권리교육과 인성교육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퍼즐을 맞출 때면 항상 싸우던 아이들이 권리교육 수업 후엔 의식적으로 양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하는데 어릴수록 교육 내용을 잘 흡수한다”고 전했다. 2학기부터 어머니와 함께 강사로 나서게 돼 더 기쁘다는 박씨는 졸업 후 아동복지 관련 일을 할 생각이다. 그는 “학기 중 수업을 들으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교육을 나갔다”면서 “강사로는 내가 선배니까 엄마가 당황하지 않도록 잘 알려줄 것”이라며 웃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저소득층 청소년 밴드·성교육센터… 송파 주민들은 복지 정책 디자이너

    송파구가 안성맞춤 복지서비스에 팔을 걷어붙였다. 구는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주민서비스 공모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27일 밝혔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접수한다. 주민들의 욕구나 지역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민간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공모를 받아 맞춤 복지 서비스 10개를 선정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2014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캠페인 모금액으로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모에 선정된 사업은 청소년, 노인,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 나뉜다. 우선 저소득 가정 청소년들의 건전한 여가생활을 돕는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청소년 밴드가 마을 안에서 연주 활동을 펼치며 지역사회와 소통을 꾀하는 ‘청개구리 마을 속으로 풍덩’은 무지개빛청개구리 지역아동센터에서 담당한다. 가락종합사회복지관은 한부모·다문화·조손 가정 아동 등 방임 아동을 대상으로 토요교실을 추진한다. 요리 실습, 도예 체험, 성교육센터와 안전박물관 견학 등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을 한다. 저소득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풍납종합사회복지관은 ‘할배·할매의 마을 조직단’을 꾸려 골목길 가꾸기나 벽화 그리기, 말벗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서울시 장애아동사회적응지원센터는 ‘동화일러스트 꿈꾸기’를 통해 장애인의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이번 사업에선 지역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한 복지 프로그램을 꾸리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이슈&논쟁] 초·중·고 9시 등교

    [이슈&논쟁] 초·중·고 9시 등교

    진보 성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해 온 9시 등교제가 25일 드디어 시작됐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음달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교에서 9시 등교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내년부터 9시 등교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진보 교육감들이 공감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확산될 기미다. 찬성 쪽에서는 아이들이 충분히 잠을 잘 수 있고 부모와 함께 아침밥을 먹을 수 있어 인성교육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상당수의 학생들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발도 거세다. 등교 시간은 학교장 고유권한이고 맞벌이 부부가 많은 곳에서는 육아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또 줄어드는 학습시간만큼 학업성적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贊> 청소년의 부족한 수면시간 보충… 부모와의 소통 기회 늘어 교육적 이준원 고양 덕양중학교 교장 등교시간 늦추기는 단순히 아침시간 30분의 여유를 주자는 제안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서 시작됐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비교육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만들어 낸 삶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고치자는 말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기를 ‘대학입시’를 위해 인간임을 포기하는 때쯤으로 여겼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중학생이 7.1시간, 일반계 고교생은 5.5시간에 불과하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10∼17세 권고 수면시간인 8.5∼9.25시간에 훨씬 못 미친다. 잠이 모자라는 학생일수록 흡연, 음주, 스트레스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나타나 수면이 학업성취뿐 아니라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정상적인 교육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소화해야 할 수업시간 및 방과 후 학습량은 경쟁적으로 늘어나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이행권고를 받을 정도로 비인권적이다. 더 이상 아이들을 무한경쟁구조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몰고 간다면 스트레스 증가로 인한 우울, 무기력, 폭력적 성향은 커져만 가고 청소년기뿐 아니라 평생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확률도 적어진다. 우리나라 청소년 중 한 해 7만여명이 학교를 떠나고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등교시간을 늦춰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와 소통하며 서로의 존재감을 따뜻하게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인성교육은 없다. 교육은 삶을 나누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의 삶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는 게 교육이지 종일 교실에 앉혀 놓고 문제풀이만 시키는 게 아니다. 오로지 대학입시 준비에만 올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 참사, 군 병사들의 인권문제, 비윤리적인 정치인과 이기적인 재벌 등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비교육적 행태의 결과들을 그대로 보고 있다. 시간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우리는 등교시간의 타당성을 따져 봐야 한다. 학생들은 그 시간까지 왜 나와야 하는지 모른 채 등교하라니까 따른다. 대부분의 학교를 보면 1교시를 시작하기 30분에서 1시간 전에 먼저 등교하도록 규칙을 만들고 이 시간에 학생들은 독서, 자기주도학습, 인성교육 등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 시간을 알차게 이끌어가기 쉽지 않다.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학생과 교사를 힘들게 한다. 더구나 적지 않은 학생들이 1교시부터 존다. 점심을 먹은 5-6교시에 조는 게 아니라 아침부터 조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 상태에서는 베테랑 교사라도 배움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등교시간을 늦췄더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향상됐고 폭력과 각종 사고 비율이 뚜렷이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들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등교시간을 늦춘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늦은 등교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일찍 오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 각종 교육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이보다 등교시간을 늦췄을 때 가장 우려하는 측면은 아침 사교육의 등장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등교시간 늦추기 문화가 변질된다면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정상적인 가정문화 회복’이라는 소중한 가치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 돼 버릴 것이다. 늘 피곤한 우리 아이들을 조금은 쉬게 하자. 피곤한 청소년들이 자라면 결국 더욱 ‘피곤한 사회’가 된다. ■ <反> 등교시간 민주절차 거쳐 정해야… 수면·조식권 보장 기대 확신 못해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37년 전인 1977년 서울에서 중·고교 등교시차제(여름철 기준 중학교 9시, 고등학교 8시)를 시행한 바 있다. 동·하계와 중·고교로 나눠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다르게 하는 제도다. 교육 목적보다는 출근시간의 혼잡을 덜기 위한 사회적 요인이 더 컸다. 그런데 막상 시행해 보니 많은 학생들이 정해진 등교시간보다 더 일찍 등교했다. 부모가 일찍 출근하고 난 후 집에 그냥 있기가 무료해 일찍 등교하는 현상이었다. 남학생 8시 20분, 여학생 8시 40분으로 성별 등교시간이 달랐던 시대도 있었다. 이처럼 예전에는 등교시간을 교육부가 일률적으로 정했지만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학교 실정에 맞게 학교장이 정하도록 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9시 등교’ 정책으로 찬반 논란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쳐 학교 자율로 정해진 학생 등교시간을 9시로 일률화·강제화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후유증도 우려된다. 첫째, 교육 본질과 학교 존재의 의미에 대한 숙고가 부족하다. 학교는 학생 중심적 교육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들어줄 수는 없다. 미성숙한 학생들의 판단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며 인내와 배려 등 다양한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학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 교육감은 학생 100%가 찬성한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찬성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반대하는 학생, 학부모, 교원들도 많다. 따라서 학생, 학부모, 교원의 객관적인 여론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과 현장성,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일이다. 둘째, ‘학생 건강을 지킨다’는 기대 효과성 검증이 부족하다. ‘등교 시간을 늦추면 아침밥을 먹고 잠을 더 잘 것’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없어질 것’이라는 정책 효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3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이러한 기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등교 전 아침식사를 거의 매일 하거나 보통 하는 편인 학생 비율이 75.3%에 달한 반면 거의 하지 않는다(17%), 보통 하지 않는다(7.7%)는 비율은 24.7%에 불과하다. 현재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고 있다는 뜻이다. 잠이 부족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드라마, 영화 시청, 음악청취’, ‘채팅, 문자메시지’, ‘가정학습’ 순으로 응답해 9시 등교로 인해 수면권과 조식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절차적 민주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학생, 학부모, 교원은 물론 학교 교육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은 충분한 여론 수렴과 준비가 전제돼야 한다. 당장 입시를 앞둔 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크다. 말로는 자율이라고 하지만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이 나서서 강하게 주장하고 교장협의회를 소집해 ‘교육감의 뜻이니 따랐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는 것은 사실상 강제 시행이다. 넷째, 교육 법치와 학교 자율에 역행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수업의 시작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고 학교에 위임했음에도 교육감이 강제하는 것은 법령 위배와 학교 자율성 침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찍 일어나 예·복습도 하고, 친구들과 우정도 나누고, 적당한 운동을 권장해야 한다. 교육적·법적·현실적 이유를 살펴봐도 9시 등교는 교육감이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 그 후유증은 바로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 [독자의 소리] 학교농장 조성으로 인성교육 강화하자

    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시키는 엽기적인 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인성 교육의 부재를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특별한 존재로 각인시켜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교농장을 들 수 있다. 학교농장을 통해 청소년들은 교과와 연계한 시간이나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 보는 경험, 나아가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해 전통 음식을 만들어 학교급식으로 먹기도 하고, 불우이웃과 나누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는 즉석 음식에 길들여진 학생들의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몸으로 하는 체험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관심을 폭력 문화에서 관찰, 체험, 보살핌 등의 학교 문화로 전환시키며, 정서순화와 생명 존중의식을 심어 주어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학교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생산을 위한 농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교 텃밭 농사를 통해 협동과 상호공존 의식을 접하게 된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가치관 역시 공생하는 생태적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본다. 텃밭을 통해 농업을 경험해 본 청소년들은 농업인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소중함과 올바른 식생활의 중요성, 전통 음식의 우수성 등을 깨달을 수 있다. 친환경 식재료의 우수성을 알고 도시 환경 개선과 자연친화적 교육 환경으로 정서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일주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 [軍 병영문화 혁신] 軍 사법제도 개혁안·장병 복지 대책 빠져… 실효성 있을까

    [軍 병영문화 혁신] 軍 사법제도 개혁안·장병 복지 대책 빠져… 실효성 있을까

    국방부가 13일 발표한 병영문화 혁신 방안은 병사 상호 간 명령·지시 금지를 법제화한 군인복무기본법의 제정과 제3자가 병영 내 부조리를 신고하면 포상하도록 한 ‘군(軍)파라치’ 제도 등 20개 과제를 담았다. 하지만 군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내놓은 백화점식 ‘단골 메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병사들의 근본적인 복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시설개선이나 복지확충 등에 관한 계획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른바 장병 기본권 등을 담은 군인복무기본법이 제정되면 육군이 2003년 8월 병사들끼리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하도록 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각 부대에 알린 지 11년 만에 법제화를 이루게 된다. 군은 여당이 주도한 ‘군인복무기본법’과 야당 주도의 ‘군인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 등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통과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법제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절차가 복잡한 정부입법 대신 의원입법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법제화하겠다는 의미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두 법안이 공청회까지 거치는 등 상당 부분 진전이 됐고, 우리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군 인권 향상만을 위한 법은 안 된다”고 밝혀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군은 ‘22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GOP 경계근무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GOP에 과학화 장비를 도입해 평소에는 최소한으로 초소를 유지하고 경계근무 투입 병력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군은 또 GOP 부대 병사에 대한 면회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관심병사의 잇따른 자살로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안도 이번 계획에 담았다. 2016년까지 임상심리사를 27명에서 87명으로 늘리는 등 현역 입영 대상자 판정을 위한 전문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집단따돌림 식별을 위해 병사 간 상호인식검사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현재 4단계인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 절차를 2단계로 축소한다. 하지만 민간의 견제기구인 군 옴부즈맨 제도 도입이나 군 사법제도 개혁안은 이번 대책에서 빠져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악한 병영시설 개선이나 장병 복지 확대 등도 이번 혁신안에서 빠졌다. 군 옴부즈맨과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권한을 지나치게 주고, 국민권익위 등의 기능과 중복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과거 유사한 대책이 나왔지만, 보안이나 작전 등 ‘군의 특수성’을 이유로 무산된 전례에 비춰 보면 이번 혁신안이 실제로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당장 군은 GOP 경계 제도를 바꿔 30~40%의 병력을 절감하겠다고 밝혔지만, ‘경계작전 공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군이 내놓은 ‘제3자에 의한 신고 포상’ 제도는 포상 방안으로 휴가가 검토되지만 오히려 제보자를 드러내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우수 소대장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간부 역량 강화 방안이나 인성교육 강화 등은 과거 대책에서 이미 반복됐던 내용들이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휘관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대책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부족하다”면서 “과거 군이 내무생활을 대기가 아닌 주거 개념으로 바꿀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이 같은 내무생활과 관련한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기고] 국가 개조의 세 가지 방법/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

    [기고] 국가 개조의 세 가지 방법/장철균 서희외교포럼대표

    세월호의 침몰, 유병언씨의 죽음과 검·경의 엇박자 수사, 그리고 특별법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의 난맥상을 국민 모두가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세월호 사고는 권력과 이권이 밀착된 구조적 비리가 그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기회에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한 국가 개조를 선언했고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혁신위원회를 뒀다. 하지만 소통 부족 등으로 오히려 청와대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국회도, 정치권도, 관료도, 언론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즈음에서 우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한국은 상반된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최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모범적인 국가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부패지수가 매우 높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압축 성장은 압축 갈등을 동반했으나 갈등해결 능력은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주화로 여야 정권교체는 이뤘지만 대권정치의 이전투구로 인해 오히려 사회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회, 정신적으로 가난한 사회’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처방전은 국가를 개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개조의 거대담론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제2의 도약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 최종 목표임을 유념해야 한다. 공직자의 의식과 기존의 관행이 과거와 결별하지 못하면 국가개조는 정치적 구호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제도는 단번에 개조할 수 있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권력과 이권이 밀착하는 조직적 부패의 고리를 단절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김영란법’과 같은 공직자윤리법을 채택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부패를 근절하는 데 있어 강력한 징벌적 규범만 한 것이 없다. 그리고 이 규범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기관의 공인에게 적용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 그래야 권력의 사유화를 예방할 수 있고 부패의 연결고리도 차단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음으로 권력의 무게 중심이 위에 집중돼 있는 전근대적 권력구조를 개조해야 한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의 원인을 제공하므로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권력을 아래로 분산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과 ‘군림하는 국회의원’의 과도한 권한을 재편성하고,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공유하는 민주적 지방자치제도를 구현해야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예상되는 개헌 과정에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진학이 목적이 되어 버린 비정상적인 교육제도를 개조해야 한다. 9년제 의무교육을 제도화하고 인성교육을 함양해 일그러진 자화상을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선진화를 이루어 명실공히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다. 국민의식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먼저 사회지도층이 법을 지키고 비리를 멀리해 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국가개조의 순서라고 생각한다.
  • 아이들에게 참교육을… 대안학교 ‘팔렬중고등학교’ 입학설명회 개최

    아이들에게 참교육을… 대안학교 ‘팔렬중고등학교’ 입학설명회 개최

    학창시절은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 나가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방치와 무관심 속에 가장 행복해야 할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대안학교가 한 번의 실수와 방황으로 제도권에서 이탈한 학생들에게 참다운 학창시절을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 위치한 기숙사형 인가 대안학교인 ‘팔렬중고등학교’는 경쟁이 아닌 공생과 상생의 이치에 근거를 둔 ‘살림의 교육’을 꽃피우는 곳이다. 학교법인 이화학원과 지역주민들이 마음과 뜻을 모아 1963년에 설립한 기독 사립학교로, 2010년 대안교육분야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하며 2011년부터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 중이다. 팔렬중고등학교는 ‘자유, 사랑, 평화’라는 기독교 건학이념 아래 학생 중심의 교육을 실현한다. 다양한 체험활동 및 특기적성활동,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과감한 시설 투자 및 환경개선 교육 등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 중 ‘국토 순례’는 끈기와 인내심을 기르고 자신의 미래 안목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한다. 2011년 지리산 둘레길을 시작으로 2012년 해남 삼남길, 2013년 제주 올레길로 이어진 국토순례는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살아 있는 교육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테마소풍, 악기캠프, 답사여행, 봉사활동, 대인관계향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감성교육, 노작교육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은 인성교육과 감성교육의 튼튼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또한 기초학력책임지도제, 방과후 진로적성 활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공적인 학과 교육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지도하고 있다. 팔렬중고등학교 관계자는 “팔렬과 함께하는 모든 학생들이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교육을 통해 평생토록 행복하고 보람을 누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며 “전교사가 참여하는 저녁활동을 비롯해 3년 담임제 등을 도입해 모든 교직원은 학생 개개인이 즐겁고 자기주도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팔렬중학교는 오는 8월 23일과 9월 27일에 2015년 신입생 모집을 위한 입학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팔렬고등학교 입학설명회는 9월 27일, 11월 1일 진행된다. 입학설명회는 팔렬중학교 음악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입학안내 및 입학설명회 참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pallyeol.com) 또는 전화(033‐435‐6324)로 문의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진경호 논설위원

    역사는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임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모든 전쟁이 그렇고, 피를 보든 안 보든 대개의 범죄 또한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고 말한다. 28사단 포병연대의 어느 꿈 많은 청년과 마음 둘 곳 잃은 김해의 한 소녀에게 가해진 잔혹극은 그래서, 아우슈비츠 형무소와 일본 관동군 731부대에서 벌어진 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충격과 별개로 인간에게 늑대인 인간들의 세상에 어제도 살았고 내일도 살도록 주어진 현실을 새삼 일깨워 주기에 더 끔찍하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나치 학살범 아돌프 아이히만에게서 발견한 건 악의 평범함이었다. 유대인 학살의 중심에 섰던 그는 악마가 아니었다. 저주스러울 만큼 평범했다. 체제에 순응했을 뿐이고, 그걸 충성이라 여겼을 뿐이다. 링거주사를 맞혀 가며 윤 일병을 때리고 또 때린 이 병장과 그 무리들도 빈도와 강도만 더 했을 뿐 여느 내무반의 고참들과 다를 바 없음을 지금 봇물 터진 듯 구타와 학대의 온갖 양태를 쏟아내는 곳곳의 증언들이 말해준다. 선임들에게 이유 없이 당했기에 후임들에게 이유 없이 갚았을 뿐이다. 그 가학의 대물림에 일말의 망설임은 설 땅이 없다. 조금만 허점이 보여도 떼로 달려들어 굴종을 강요하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들과, 그와 잠시 맞서다가도 시나브로 곁에 서고 마는 ‘한병태’들이 있을 뿐이다. 군 입대 전 이미 수년 동안 학교 교실에서 ‘빵셔틀’과 같은 지배와 굴종의 권력게임을 몸에 익히고 인터넷 게임을 통해 폭력에 무뎌진 그들, 우리의 아이들이다. 고립된 병영 막사, 그 밀폐된 공간에서 선임과 후임은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로 치환되고, 가학과 피학의 살 떨리는 장면들을 연출해 냈다. 불과 엿새 만에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극도의 학대극으로 끝난 1971년 미국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물로 희석해 전국으로 흩어놓은 것이 지금 우리의 병영이라 한다면 지나친 과장임은 분명할지언정 그 속에 담긴 일방적 위계질서가 만들어내는 평범한 악의 본질만큼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돌아보면 윤 일병의 맞아죽음은 세월호 참사와도 뿌리가 닿아 있다. 이유 없는 죽음들 뒤에 악다구니 세상이 펼쳐져 있다. 아렌트는 악의 뿌리로 ‘사유의 결핍’을 꼽았다. 인간이 악해서 악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생각하고 반성하길 거부하기에 악한 행동을 한다고 봤다. 분명 반성하지 않는 우리, 싸울 만큼 싸워 그 어떤 고통과 비극에도 무뎌진 무감각한 이 시대 우리가 이 잔혹사 뒤에 서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치를 떠는 과장과, 윤 일병이 맞아 죽은 부대를 찾아 미소 띤 얼굴로 찍은 단체사진에 담긴 위선과,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이며 희생자 가족들의 울부짖음은 시체장사라는 몰인간성이 뒤섞인 공감 불능의 정치가 그 바탕일 수도 있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힌 채 정치 갈등의 선봉에 서서 적의(敵意)와 증오의 기운을 퍼뜨리기 바쁜 언론도 빠뜨릴 수 없다. 오직 부의 축적만이 유일 가치인 탐욕의 자본시장과, 그에 빌붙어 알량한 권력을 편법과 비리로 바꿔치기하는 썩은 관료집단과, 깊이 있는 성찰과 학자적 양심은 제쳐둔 채 대중 입맛에 맞는 몇 마디 교언만 늘어놓고 뒤로 빠지는 비겁한 지식인 집단도 사회적 각성을 마비시킨 기제로 손색이 없다. 윤 일병의 주검 앞에서 펼쳐지는 새삼스러운 호들갑으로 이제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손에 쥘 수도 있겠다. 군 인권법이 만들어지고, 병영 감시의 눈도 늘어날 모양이다. 눈치 없는 야당 의원 말처럼 한동안 군부모들이 발 뻗고 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잠시뿐이란 걸 우린 지난 시절로 안다. 답을 구한다면 더 멀리 가야 한다. 증오와 저주, 그리고 그 위로 자란 폭력에 대한 집단적 불감을 털어내지 않는 한 제아무리 아이들 인성교육을 강화한들 데자뷔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것이다. 어느 해보다 많은 눈물이 뿌려진 이 낮은 땅에 교황이 온다. 더 많이, 더 뜨겁게 울어야 할 시간이 온다. jade@seoul.co.kr
  • “軍 폭력사건 악순환 끊기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軍 폭력사건 악순환 끊기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11일 “최근 윤모 일병 사건 등 군내 폭력사건, 김해 여고생 피살사건 등 반인륜적인 폭력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우려스럽다”면서 “이 같은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본질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격언이 있다. 우리 사회가 모두 나서 학교와 군대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고 어려서부터 상대를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 존중이 몸에 배어야지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학교 교육을 통해 건강한 정신과 바른 인성을 길러주고 이런 인성교육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군내 폭력과 관련, “민관 합동병영문화 혁신위가 구성됐는데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획기적인 대책만 갖고는 안 된다. 며칠 전 문화융성위에서 인문정신문화중심 회의가 있었을 때 부대 내에서 운영하는 독서프로그램이 병영문화를 개선하고 관심 병사를 변화시키는 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성공사례가 발표됐다.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마련해 이런 악행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힘을 써 지원을 확대하고 독서 공간을 잘 만들어 ‘도서코칭 프로그램’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신임 김요환 육군참모총장, 김현집 제3군 사령관, 이순진 제2작전 사령관으로부터 진급 및 보직 신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사람이 내 아들이다. 내 아들이 잘못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경찰은 폭력과 범죄로 인한 불안 해소를 위해 민생치안 확립에 각별한 대책을 세우고 피해 신고 제도와 고발센터 등을 확대해서 정착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또 다른 윤 일병 막으려 33년 만에 軍병원 돌아갑니다”

    “또 다른 윤 일병 막으려 33년 만에 軍병원 돌아갑니다”

    “제2의 윤모 일병 사건을 막으려면 군 장병에게 인성교육과 심리상담을 해야 합니다.” 31년간 국내 소아정신의학계를 이끌어 온 조수철(65) 서울대 의대 교수가 정년퇴임과 함께 다음달부터 군부대에서 폭행과 왕따 등으로 상처받은 장병의 심리치료에 나선다. 국군수도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옮기는 조 교수는 11일 “장병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려면 군의 법무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등 관련된 모든 분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1년 군의관으로 전역한 지 33년 만에 군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요즘 군에서는 단순 폭력 사건뿐 아니라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 동성애 관련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며 “정신건강증진센터 기능을 폭력, 자살, 왕따, 성폭력 등 사안별로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980년 서울대병원에 소아정신분과를 만든 홍강의 서울대 명예교수에 이어 1983년 제2호 전임의로 임용돼 31년간 외길을 걸어왔다. 국내 최초 성폭력 피해 여성·아동 지원기관인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초대 소장을 맡아 현재까지 재직하면서 피해자를 위한 응급치료, 상담, 사회 복귀 등 통합치료 체계를 구축했다. 그는 “언론에 오르내린 거의 모든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센터를 거쳐 갔다”면서 “피해자들이 치료를 마치고 회복해 사회로 돌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朴대통령 윤일병·김해 여고생 관련 “법과 제도는 한계…인간존중이 몸에 밴 사회가 되어야”

    朴대통령 윤일병·김해 여고생 관련 “법과 제도는 한계…인간존중이 몸에 밴 사회가 되어야”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 “군내 폭력과 관련해서는 민관 합동병영문화 혁신위가 구성됐는데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윤 일병 사건 등 군내 폭력사건이 있었고, 김해 여고생 피살사건이 있었는데 반인륜적인 폭력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획기적인 대책만 갖고는 안 된다”며 “며칠전 문화융성위에서 인문정신문화중심 회의가 있었다. 그 때 부대 내에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것이 병영문화를 개선하고 관심병사를 변화시키는데 강력한 힘을 갖고있다는 성공사례 발표가 있었다. 인간존중이 몸에 배어야지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문체부와 함께 힘을 써 지원을 확대하고 독서공간을 잘 만들어 도서코칭프로그램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지휘관 장교가 이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장병 한사람, 한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식같이, 부모가 보낸 소중한 자녀들이라는 마음을 갖고 이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휘관 장교도 교육연수 과정에서 인문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격언이 있다”며 “학교교육을 통해 건강한 정신과 바른 인성을 길러주고 이런 인성교육이 몸에 배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마련해 이런 악행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을 복원하려면/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열린세상]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을 복원하려면/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요즈음 너무나 굵직굵직한 대형사건이 터져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오랫동안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세월호 사건이 수습국면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자대 배치된 뒤 하루도 빠짐없이 폭행을 당했던 참혹한 윤 일병 사건이 터졌다. 국가시스템에 무슨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물론 과거에도 대형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적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 때 육해공에서 모두 대형사고가 터졌었다. 구포 열차사고, 목포 여객기 추락사고,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대구 지하철 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 열거하기조차 숨이 찰 지경이다. 그래도 당시에는 문민시대가 열리던 참이라 모두들 희망을 잃지 않았다.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국가시스템이 전환되던 때였으므로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 시름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민주정치시스템을 운영한 지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대형참사들이 연속 터져 나오니까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과거에는 생활현장의 물리적 사고가 주류였다. 당시에는 열차전복이나 선박침몰, 비행기 추락이나 건물붕괴와 같은 유형 건조물의 현장사고였다. 현장사고는 우리가 좀 더 경각심을 가지면 어렵잖게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때 금모으기 운동과 태극기 달기 운동으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IMF 위기도 잘 극복했고 월드컵 행사도 잘 치렀다. 박근혜 정부의 대형사고는 질적으로 다른 것 같다. 세월호 참사에서는 한국선급에서 지정된 평형수를 4분의3까지 빼고도 그 이상 과적하고 출항할 수 있었고, 배가 침몰할 때에도 선박지휘부는 승객의 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명도생했다. 세월호 사건은 과거의 사고와 같은 유형 건조물의 물리적 붕괴사고가 아니라, 국가조직이나 국민정신과 같은 무형건조물의 정신적 붕괴사고인 것이다. 윤 일병 사건도 광주민주화운동 때보다도 더 엽기적인 정신적 붕괴사고다. 내무반에서 남이 뱉어 놓은 가래침을 윤 일병이 핥게 만든 것은 광주형무소에서 일반인들이 전통화장실 바닥을 핥게 만들었던 것보다 더 경악스럽다. 소수에게 다수가 당하는 것보다 다수에게 홀로 당하는 것이 훨씬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윤 일병의 내무반은 인간성이 말살된 최후의 생활공간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은 국가개조 작업을 하자고 하는데, 국민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한심한 세월호 참사와 엽기적인 윤 일병 사건을 겪으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개조 작업으로 국가조직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배후였던 유병언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국가기관의 무능이었다. 우리는 사정당국의 지휘계통부터 손보았다. 담당 형사과장, 순천경찰서장, 전남경찰청장 및 인천지검장과 경찰의 최고수뇌인 경찰청장까지 직위해제를 시켰다. 환부를 도려내는 방법으로 수사조직의 수사능력을 복원시키고자 했다. 윤 일병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도 군대의 무능이 국민의 분노를 샀다. 우리는 군당국의 지휘계통부터 손보았다. 담당 본부포대장, 대대장, 연대장 및 사단장과 육군참모총장까지 보직해임을 시켰다. 군대조직에 사정충격을 줘서 지휘능력을 복원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국가개조 작업도 건전한 국민정신이 복원되지 않으면 헛일이 될 뿐이다. 국민정신은 사정기관의 처벌로 복원될 수 없다. 국민 모두를 처벌할 수도 없고 처벌하려 해서도 안 된다. 결국 이 문제는 국민교육 문제로 귀결된다. 대통령은 학교의 인성교육으로 풀자고 한다. 그럴 수 있을까. ‘버릇없는 아이가 크게 된다’는 경구, ‘튼튼하게 자란다면 개구장이라도 좋다’는 다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아이들의 신경질도 다 받아주는’ 부모들의 마음이 언젠가부터 우리의 에토스가 됐다. 이런 현실에서 어느 누가 인성교육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면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아이들의 신경질을 받아주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성적보다는 좋은 버릇을 키워주는 데 올인해야 한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내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말로 풀어야 한다. 가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길뿐인 것 같다.
  • 인문정신문화 고양 7대 과제 마련

    정부가 일상 속에서 인문정신문화를 고양해 사회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7대 중점 과제를 마련했다.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는 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4차 회의를 열어 인문정신문화 고양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보고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마련한 7대 과제를 제시했다. 문화융성위 산하의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가 주관해 마련한 중장기 정책방향 보고서에는 ‘인문정신을 시민의 지혜로’라는 기조 아래 ‘인문정신문화진흥법’ 제정과 재원 확보 및 초·중·고교 과정에서 인문기반 교육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위는 1965년 설립된 미국의 국가인문진흥재단(NEH)과 같은 국가 차원의 진흥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문체부와 교육부가 제시한 7대 중점 과제는 ▲초·중등 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인문정신 함양 교육 강화 ▲인문정신 기반 대학 교양교육 개선 ▲인문 분야 학문 육성 ▲전국 문화 인프라를 활용한 문화체험 확대 ▲인문자산과 디지털 연계 프로젝트 지원 ▲은퇴자의 청소년 교육 참여 등 문화 향유 프로그램 다양화 ▲국제교류 활성화 등이다. 문체부는 ‘길 위의 인문학’ 실현을 앞세워 지역 도서관과 박물관, 미술관 등과 연계해 문화체험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도서관이나 박물관의 기능을 문화 향유 공간으로 재편하는 정비안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자들에게 재능 기부를 통해 청소년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생애주기별 인문학 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과 대학생이라도 인문 교양과목 이수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을 통해 인문교육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인문학 전공 대학생이 비전공 학생을 돕는 ‘인문멘토단’과 대학생들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를 하는 ‘인문 재능기부단’도 운영한다. 2단계 인문한국(Post-HK) 사업을 통해 소규모 인문 랩에 1억~1억 5000만원을 지원하고, 초·중등 분야의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개정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현장으로 책으로, 역사기행 떠나볼까] 수출기지 여공들 애환 따라…

    [현장으로 책으로, 역사기행 떠나볼까] 수출기지 여공들 애환 따라…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를 흥얼거리며 적은 임금도 꾹꾹 참고 누이들은 공장을 돌렸다. 군사정권 때 산업 역군이라는 미명 아래 마구 부리던 여공, 속칭 ‘공순이’들이다. 구로공단. 1960년대부터 수출산업단지로 조성되기 시작한 이곳에서 1970년대 후반 ‘공순이’와 ‘공돌이’ 11만명이 수출 일꾼으로 땀을 쏟았다. 1980년대 들어 재벌이 주도하는 중공업 산업단지로 변신했다. 1985년엔 6·25전쟁 이래 첫 동맹파업으로 기록된 구로동맹파업이 발생하며 ‘한국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기도 했다. 구로구는 5일 이처럼 우리 근현대사의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한 구로공단에서 이색 투어 프로그램 ‘추억과 희망의 구로공단 여행 시즌 2’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첫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 반응이 좋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2는 1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과거의 모습과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로 거듭난 현재의 모습을 함께 체험하는 내용으로 짰다. 구로시장과 가리봉시장 등의 생활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1코스와 노동자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2코스로 나뉜다. 각 코스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숨은 이야기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잔잔하게 들려준다. 1코스는 최초 한국무역박람회 장소였던 마리오사거리에서 출발해 옌볜거리, 구로시장을 지나 만남의 광장으로 이어진다. 여공들의 애환이 깃든 선화기숙사, 공단 만물상이었던 파노라마쇼핑센터, 30년 전통의 떡볶이촌도 방문한다. 2코스는 구로공단역(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시작해 구로봉제협동조합 자리였던 마리오아울렛 사거리를 거쳐 가리봉역(가산디지털단지역)을 찾아간다. 최종 방문지인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에서 당시 노동자들이 흘린 땀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시즌 2는 매주 월~토요일 10시와 오후 2시에 2시간씩 마련된다. 구는 코스별 의미와 역사를 들려주는 ‘우리동네해설사’도 지난달 양성교육을 통해 5명 추가 선발했다. 참여 희망자는 닷새 전까지 구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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