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 Life] (29) 조루증
최근 대한남성과학회는 한국 남성 중 27.5%가 스스로 조루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말도 못하고 끙끙대던 많은 조루증 환자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며 안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여기기엔 조루증의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 심각한 스트레스는 물론 남성의 자존감을 훼손하며, 이로 인해 성관계 횟수가 줄어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가 하면 부부 간에 불신과 불만이 쌓여 이혼에 이르는 사례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내놓고 말하지 못해 이 질환에 대한 정보 수준은 낮다 못해 허황하기까지 하다. 숱한 남성들이 고개를 꺾게 하는 조루증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대한남성과학회 연구이사) 교수를 통해 듣는다.
●조루증이란
성관계 중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아 자신과 배우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를 조루증이라 한다. 즉,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심각하게 짧거나, 사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이런 문제가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조루증으로 진단한다.
●질병이 아닌 신체적 특징인가
조루증은 명백한 질병이다. 과거에는 조루증을 성적인 무능력으로 여기는 경향이 지배적이었고, 그래서 치료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성의학회(ESSM), 미국비뇨기학회(AUA), 미국정신과학회(APA), 세계성의학회(ISSM) 등이 한결같이 조루증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삶의 가치를 훼손하는 의료적 문제이며, 의학적 해결책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은 말초부위 즉 성기의 감각이 매우 예민해서 정상인보다 자극에 민감한 경우와, 사정에 관여하는 중추신경이 사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로 나누는데 학계에서는 중추신경의 이상을 주된 원인으로 본다. 뇌의 사정중추에서 혈관 수축작용을 하는 세로토닌이 정상인보다 빨리 고갈돼 사정이 빨라지게 된다는 견해다.
●국내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발기부전과 달리 조루증은 모든 연령 대에서 비슷한 유병률을 보인다. 미국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발기부전은 29살까지 7%에 불과했다가 50대에 18%까지 증가하지만 조루증은 20∼50대에서 28∼31%의 유병률을 보인다. 즉 발기부전은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조루증은 그렇지 않다. 단, 다른 비뇨기계 질환이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2차적인 조루증은 나이와 관련이 있다. 고환염이나 전립선 비대증, 발기부전 환자의 경우 조루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우울증이나 심한 스트레스,수면장애가 조루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성적자극에 반응하는 중추신경 체계의 혼란 때문이다.
●조루와 발기부전은 어떻게 다른가
조루와 발기부전은 동반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기는, 다른 질환이다. 발기부전은 나이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지만 조루는 모든 연령대에서 유사한 발병률을 보인다. 또 발기부전은 혈관 등 말초 부위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지만, 조루증은 중추신경계의 문제가 주요 원인이다.
●조루증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진단은 ▲삽입에서 사정에 이르는 시간 ▲사정 조절능력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의 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환자들과 대화할 때 일반적으로 사정에 이르는 시간은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어 이를 진단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사정 조절능력과 조루로 인한 부정적 영향, 스트레스 등이 더 중요한 진단의 조건이 된다. 부부의 성생활은 주관적·개인적이며,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의 상당 부분을 환자의 자발적 보고에 의존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정상적인 성관계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사정 시간은 개인에 따라 편차가 크다. 중요한 것은 조루가 단지 사정 시간만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정 조절능력과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도 진단의 중요한 조건이다. 국제성의학학회(ISSM)는 삽입 후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1분 이하일 때를 조루로 규정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정 조절능력과 스트레스의 강도이므로 성관계 시간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행동요법과 국소마취제, 콘돔 그리고 수술 등이 종래의 치료법이었다. 가장 흔한 치료법인 행동요법은 스스로 흥분을 조절하는 방법인데, 효과가 제한적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행동요법으로 해결책을 찾고 싶어하지만 효과나 만족도가 매우 낮다. 국소마취제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성기의 감각 이상을 초래할 수 있고, 사용할수록 만족도가 떨어지며, 삽입 전에 약제를 완전히 세척하지 않으면 2차적으로 여성이 마취되기도 한다. 또 임상실험 등 과학적 근거에 따라 마취제의 종류나 농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효과도 확신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최초의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가 개발돼 핀란드·스웨덴 등 유럽에서는 시판에 들어갔으며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보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 결과, 용량에 따라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평균 3∼3.5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은
성기의 일부 신경을 차단해 감각을 둔화시키는 것이 수술치료의 요체이다. 수술치료는 수술 6개월 후 만족도가 60% 정도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성기의 신경을 끊는 수술이 장기적으로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수술법의 표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앞서 언급한 경구용 치료제가 국내에서 발매되면 수술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약으로 충분한 치료효과를 얻지 못한 환자들만이 제한적으로 수술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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