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성경 구절
    2026-09-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02
  • [길섶에서] 두타(頭陀)/손성진 논설실장

    탐욕에서 비롯된 끔찍한 범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줄을 잇는다. 맘 놓고 걸어다니기도 겁나는 세상이다. 육욕과 물욕. 인간은 어찌해서 이 말초적인 욕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하고 탐욕의 노예가 되는가. 우리는 다 걸어다니는 잠재적 범죄자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 수양으로 탐욕을 다스릴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제정신, 육신 하나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늘고 있는 게 문제다. 이럴 때 우리는 종교를 생각한다. 성경 말씀에는 “너희는 죄가 너희 죽을 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여 몸의 사욕에 순종하지 말고…(로마서 6장)”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죄 앞에서 무기력해지기 전에 내가 먼저 죄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불교에는 두타(頭陀)라는 말이 있다. 탐욕을 버리고 청정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을 말한다. 우리의 선조는 산 이름, 물 이름에 두타라는 말을 붙였다. 강원 양구에는 두타연이 있다. 강원 동해·삼척, 충북 진천·증평에는 두타산이라는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근자에 가 본 두타연에 이어 두타산에 가서 잠시 수양을 해야겠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친박·비박 심리적 分黨… 정진석 ‘더 큰 위기 막자’ 일단 수습

    친박·비박 심리적 分黨… 정진석 ‘더 큰 위기 막자’ 일단 수습

    새누리당이 계파 내분으로 4·13 총선 참패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의 승부수에 당의 운명이 갈린 모습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이 더 큰 위기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일단 수습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로서는 당 개혁의 필요성을 계속 절감하면서도 친박(친박근혜)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당의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지난 17일 상임전국위·전국위 무산으로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가 좌초되면서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는 사실상 ‘심리적 분당(分黨)’ 국면을 맞았다. 양 계파는 18일 사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공방을 벌였지만 ‘혁신’ 키워드는 온데간데없이 실종됐다. 그러나 당을 수습하고 양쪽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정 원내대표의 수습 행보에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 참석에 앞서 “나는 새누리당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계파 인선에 대해서도 “계파 개념을 두고 인선한 적 없다. 나는 당에서 혼자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념식 참석 후 KTX로 상경하던 중 돌연 지역구가 있는 충남 공주역에 내려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부친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 묘소에 혼자 들러 심경을 정리했다. 정 원내대표는 공주시 신관동 사무실을 찾아온 기자들과 만나 당무 복귀에 대해 “생각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 정리가 안 돼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오후 사무실에서 나간 뒤 공주 시내 모처에서 김연광 비서실장 등 측근들과 식사를 하며 내홍 수습 방안과 당무 복귀 여부 등 대책을 숙의한 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내일 오후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라면서 “19일 계파를 대표하는 분들과 통화하고 비대위원 (인선) 관련해서도 의견을 들을 텐데 이미 들어간 사람들을 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고민 지점을 드러냈다. 자신을 지원한 친박계로부터 비토당한 정 원내대표는 당 수습·혁신을 위한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 원내대표 측은 공주에서 친박계와의 물밑 조율을 시도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했다. 정 원내대표는 양 계파 사이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에 대해 “사실상 강을 건넜다”며 압박했다. 비박계가 전면 포진한 비대위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든지 원내대표직을 걸라는 신호였다. 비대위 체제를 조기에 끝내고 친박계의 당권 탈환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론도 불붙었다. 재선 김태흠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마음대로 일을 벌였다가 안 된 만큼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과하고 비대위 인선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친박계는 비박계를 향해 “나갈 테면 나가라”며 등 떠밀고 있다. 김 의원은 “분당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는 말처럼 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는 “친박 패권주의가 혁신의 발목을 잡았다”고 비난하며 정 원내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친박계를 추가한 비대위 재인선 혹은 정 원내대표 사퇴 카드엔 모두 부정적이다. ‘친박계와 더이상 같이 갈 수 없다’는 분위기도 지배적이다. 비대위원에 지명됐던 김영우 의원은 “(친박계에서) 조기 전대론, 분당론이 분출하고 있지만 당선자 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으고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라는 성경 시편 구절을 올렸다. 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공주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씨줄날줄]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임창용 논설위원

    1996년 9월 13일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한국 영화인들의 오랜 꿈이 이루어진 날이다. 인구 7만의 칸이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는 몰라도 칸영화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 영화인들은 참 부러워했다. 그때만 해도 세계 영화계에서 우리 영화는 항상 변방 취급을 받아 왔다. 그러니 수영만 야외상영관과 남포동 극장가에서 31개국의 필름 171편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본 영화인들의 감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 이후 20년, 부산영화제는 믿기 어려울 만큼 성장했다. 8년 앞선 도쿄국제영화제를 제치고 아시아 영화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수출 실적이 없던 한국 영화가 부산영화제 이후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고, 단기간에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비즈니스의 무대가 됐다. 한류의 중요한 통로가 됐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20회 부산영화제에선 200개가 넘는 업체들이 판매 부스를 차렸다. 소개된 302편 중 세계 최초 상영작이 94편이나 될 정도로 양적·질적으로 세계 정상급 수준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것이다.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의 성공 요인으로 기존 영화제와의 차별화 전략과 자율성 확보를 꼽는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의 영화제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아시아 영화의 세계화 창구로서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런 전략 아래 투자자와 영화인을 연결해 주는 다양한 전술을 구상해 실천에 옮겼다. 영화제 규모가 크다 보니 불가피하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으려고도 애썼다. 영화제의 본질이 훼손될까 우려해서다. 성년을 맞아 이제 세계 영화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일만 남은 줄 알았던 부산국제영화제에 악재가 터졌다. 오는 10월 21회 개막을 앞두고 행사의 주인공인 영화인들이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는 지난 21일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영화제를 이끌어 온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인들은 재작년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시와 갈등을 빚어 왔다. 부산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영을 강행한 뒤 부산영화제는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지난해 국고 지원도 반 토막 났다. 영화제 협찬 중개수수료 부정 지급과 관련해 부산시가 이 전 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산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생각나곤 했다. 어렵게 출발했지만 성과가 너무 놀랍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산업과 문화외교의 중심으로 우뚝 서 있다. 이번 갈등으로 영화제 명성에 금이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돌멩아 ♥ 목욕 하자~” 혼자 노는 사람들

    “돌멩아 ♥ 목욕 하자~” 혼자 노는 사람들

    직장인 박모(27·여)씨는 얼마 전부터 ‘애완돌(石)’을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 지름 8㎝ 내외의 평범한 돌멩이지만 이름도 붙여 주고 목욕도 시켜 주는 등 반려동물처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동물을 기르고 싶었으나 생활 여건 때문에 망설였다는 박씨는 “정도 많이 들고 의외로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전했다. 김모(28·여)씨는 컬러링북 ‘마니아’다. 김씨가 지난해 틈틈이 완성한 컬러링북만 5권이다.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색칠에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완성하면 보람도 느껴지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컬러링북이 대중화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서로의 완성품을 공유하는 재미도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PC게임 등 과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혼자 놀기’ 문화가 최근 다양해지고 있다. ‘디지털’ 일색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성향으로 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중장년층도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유층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흑백의 도안에 직접 색을 입히는 ‘컬러링북’이나 문학작품을 필사하는 ‘라이팅북’은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라이팅북은 에세이, 소설, 영어 성경 등 저변이 넓어 중장년층의 참여가 많다. 김모(41)씨는 “시 구절 한 자 한 자 베껴 적다 보면 삶의 무게도 가벼워지고 사색의 시간으로 자연스레 들어간다”고 말했다. 애완돌은 최근 들어 저변을 넓히고 있다. 돌멩이에 전용 하우스, 브러시 등 케어용품까지 갖추고 있는 ‘애완돌 세트’는 개당 1만 5000원대다.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한 애완돌 판매업체의 월별 판매량은 지난해 8월 50여개에서 12월 260여개로 늘었다. 실제 애완돌 향유자들은 돌을 목욕시키고 회사에 함께 가며 식당에 데려간다. 둥지처럼 생긴 애완돌 집에는 크리스마스 패키지 등도 나온다. 애완돌은 게리 달이라는 미국 청년이 10센트짜리 돌을 4달러에 판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6개월 만에 150만개가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현실에 대한 좌절의 반작용으로 통제 가능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4일 “많은 사람이 현실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완성하는 작품이나 무생물처럼 자신이 완벽히 우위에 서는 취미에서 기쁨을 찾으려 한다”며 “객체로서 관람해야 하는 디지털문화 대신 자신이 주체가 돼 결실을 만드는 아날로그 문화에 끌리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해외여행 | Shalom, Israel 샬롬, 이스라엘① 예루살렘 -예루살렘이란 퍼즐 또는 모자이크

    해외여행 | Shalom, Israel 샬롬, 이스라엘① 예루살렘 -예루살렘이란 퍼즐 또는 모자이크

    사막과 사해, 만년설, 지중해, 갈릴리 그리고 텔아비브까지, 국토는 작으나 지형과 기후, 문화는 매우 다채롭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분쟁만 없다면 이스라엘은 완벽한 여행지다. 이스라엘을 3일간 여행한다면 하루는 지중해, 하루는 사해, 하루는 사막에 갈 수 있다. *샬롬은 히브리어로 평화를 의미한다. 안식일에는 노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한 잔 주세요.” “오늘은 보통 커피밖에 없습니다. 샤밧안식일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지 않거든요.” 다른 곳도 아닌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의 일이다. 안식일이면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모든 층에 멈춘다. 안식일에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하느님의 뜻에 맞지 않는 생산적인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렇게 가까이서 하느님을 영접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여기는 다름 아닌 이스라엘 텔아비브Tel Aviv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2시간 만에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 막연하긴 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멀었다. 물리적 거리만큼 심정적 거리도 멀다. 나는 더욱이 기독교 신자도, 가톨릭 신자도 아니니 이스라엘 성지순례 같은 로망도 없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금년 유엔을 인용한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이스라엘군은 51일 동안 가자 지구를 6,000번 이상 공습, 5만번 이상 폭격했고, 민간인 희생자의 3분의 1은 어린이”였다. 물론 팔레스타인도 수천 발의 로켓과 박격포 사격으로 반격을 했다지만 과연 성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스라엘 쪽의 처지도 간단치 않다. 남쪽으론 이집트의 시나위 사막, 동쪽으론 요르단, 북쪽으론 시리아, 레바논과 국경을 마주한다. 모두 아랍 국가다. 서쪽으론 지중해 바다이니 더 이상 나아갈 곳도 없다. 겉으로 드러난 형세만 보면 이스라엘은 거대한 아랍 국가들에 포위된 작은 섬이다. 이래저래 숨이 팍팍 막힐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에는 인터넷, 신문, 컴퓨터도 없는 유대인 마을이 있다. 아무리 ‘정통’ 유대인이라 해도 인터넷을 안하는 청춘이라니?! 이들은 피임도 하지 않기에 마을에 가면 열 명씩 아이를 낳는 부부도 있다고 한다. 정통 유대인들은 14세기 복장을 하고, 미간에 성경을 붙이고 산다. 성경에서 수염 양 편을 깎지 말라고 했다고 여전히 수염을 기른다. 남들이 뭐라 하건 기도하고 순종하며 살겠다는 다짐만 보면 하느님께 더 이상 독실할 수 없다. 그런데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기도할까?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Jerusalem 예루살렘 예루살렘이란 퍼즐 또는 모자이크 새벽 5시, 잠에서 깼다. 시차 따위는 잊고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어두운 올리브산 뒤편으로 붉은색 기운이 피어오른다. 예루살렘 성벽을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20분쯤 걸었을까. 야파 게이트Jaffa Gate가 나온다. 드디어 3000년 고도, 예루살렘과 만났다. 미명 속의 예루살렘 구시가지 골목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만든다. 네모난 돌을 쌓아 지은 건물들이 햇살을 받아 오렌지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야파 게이트를 통과해 시온 게이트로 가는 길은 아르메니아인 지역이다. 예루살렘 구시가지 안에 아르메니아인 살고 있다니?! 알고 보니 구시가지 성벽 안에는 유대인 지역, 아르메니아인 지역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지역, 기독교인 지역도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예루살렘은 예수가 죽고 부활한 곳이다.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는 ‘십자가의 길’을 찾아오는 순례자 행렬은 일 년 내내 끝없이 이어진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친 장소 역시 황금돔 사원 자리다. 그런데 기독교뿐만 아니라 이슬람교, 유대교에서도 신성시하는 곳이 바로 이 자리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슬람교도에게 예루살렘은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이고, 예언자 마호메트(정확한 발음은 ‘무함마드’에 가깝다)가 천국으로 승천한 곳이다. 성전산Temple Mount에 세운 황금돔 아래 동굴에서 마호메트가 말의 형상을 한 동물을 타고 천사와 함께 천장의 구멍을 통해 승천했다고 한다. 632년 예루살렘을 정복한 이슬람교도들은 유대교 성전 터에 황금돔 사원Dome of the Rock을 지었다. 황금돔 사원 안에 있는 엘 악사El Aqsa 모스크는 메카, 메디나를 잇는 세 번째 모스크로 마호메트가 승천한 바위 터에 세웠다. 이슬람 신자가 아니면 황금돔 사원에 들어갈 수 없다. 유대교인에게 예루살렘은 유대교의 발원지, 최고의 성지일 뿐만 아니라 기원전 996년에 다윗 왕이 유대민족을 위해 세운 도시다. 하지만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은 로마군에 의해 서쪽 벽을 제외하고 완전히 파괴된다. 결국 2000년 전 유대인 성전이었던 곳에 현재는 이슬람 황금돔이 서 있다. 유대의 성전에 갈 수 없는 유대인들이 유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서쪽벽이다. 전 세계 유대인들이 기도를 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은 유대교, 안은 이슬람 사원인 셈이다. 예루살렘은 말 그대로 세계 3대 종교의 성지다. 황금돔은 예루살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예루살렘의 상징이지만 그 의미를 외국인이 이해하기란 정말 복잡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구시가지의 성벽을 벗어나 신시가지의 쇼핑몰 카페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이곳이 3000년 고도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로마식 아치, 비잔틴식 해자, 십자군과 오스만투르크 시대에 쌓은 성벽과 신시가지의 이스라엘 뮤지엄, 성서의 전당 등 예루살렘은 거대하고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도시다. 성경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 예루살렘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독실한 유대인들의 모습이었다. 삶이 신앙이고 기도인 사람들. 이들은 길을 걸으며 성경을 읽는다. 이마에 성경 구절을 이고 산다. 율법 토라는 이들의 삶 자체다. 통곡의 벽에 가면 이들이 머리를 세게 흔들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 이 모습을 봤을 때는 기이하고 과장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들에게 머리를 흔드는 건 몸과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는 의미다. 하루에 세 번씩 이렇게 전력을 다해 기도한다. 검은색 옷은 겸손한 삶에 대한 다짐이다. 아직 메시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느님을 잘 섬기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유대인들이 쓰는 모자인 ‘키파Kippah’는 ‘하느님의 종’이란 의미다. 하느님이 자신들 위에 계시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쓴다. 머리와 팔에 붙이는 ‘테필린Tefillin’ 안에는 성경 구절이 담겨 있다. 테필린을 팔에 감는 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꽉 조인다고 할 정도로, 얼핏 봐서는 아플 정도로 세게 감는다. 하느님에 대한 강건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걸까? 하지만 이렇게 독실한 유대인은 이스라엘 인구 전체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들과 이스라엘을 동격시 할 순 없다. 재미있는 건 테필린의 종류도 가격별로 아주 다양하단 사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이스라엘정부관광청 www.goisrael.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여친과 결혼할래, 감옥갈래” 황당판결 美판사 고소당해

    “여친과 결혼할래, 감옥갈래” 황당판결 美판사 고소당해

    여자친구의 전 남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청년에게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여자친구와 결혼하라는 황당한 판결을 내린 판사가 인권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종교 관련 인권단체인 '종교 근본으로부터 자유(The Freedom From Religion Foundation)'는 지난 14일, 이 같은 판결을 내린 텍사스주(州) 판사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발을 당한 텍사스주 스미스 카운티 법원의 렌덜 로저 판사는 지난 7월 2일, 자신의 여자친구인 엘리자베스 제이너스(19)의 전 남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스턴 번디(21)에게 15일간 감옥 생활을 하지 않으려면 제이너스와 30일 안에 결혼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로저 판사는 15일간 감옥 생활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번디에게 2년간의 보호감찰을 판결하면서 보호감찰의 조건으로 번디가 30일 안에 제이너스와 결혼할 것과 매일 성경 구절을 25차례 필기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러한 황당한 판결이 내려지고, 로저 판사가 이들 커플에게 "결혼을 할 것이냐"고 묻자 , 번디는 즉시 "예"라고 답했으나, 제이너스는 황당함에 못 이겨 얼굴이 붉어졌고 판사의 거듭된 확인에 어쩔 수 없이 "예"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제이너스의 부모는 "판사가 부모는 생각하지도 않고 아직 젊은 커플들에게 이러한 황당한 판결을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여움을 표시했다. 번디 역시 "판사가 15일 감옥살이라고 말했을 때, 내가 그것으로 인해 벌금을 물거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냐고 묻자, 판사가 '그렇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보호감찰을 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커플은 판사가 보호감찰 조건으로 내건 결혼 명령을 지키기 위해 지난 7월 20일 결혼식을 거행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판사의 보호감찰 판결로 결혼식을 올린 번디와 제이너스 커플 (페이스북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커버스토리] 금융상품 3대 트렌드…이 시대를 읽다

    [커버스토리] 금융상품 3대 트렌드…이 시대를 읽다

    #1 우리은행 스마트금융부 A과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영화 배급사를 찾아다니는 일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중 흥행이 예상되면 제휴해 관련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영화 ‘상의원’ 이후 구미에 당기는 영화를 못 찾았다. 그러다 최근 영화 ‘암살’을 만났다.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주연(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부터 달랐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배급사와 공동 마케팅을 하기로 결심했다. A과장은 “영화 ‘암살’ 관람객 수가 600만명을 넘으면 최고 연 1.7%의 금리를 주기로 했다”면서 “이 상품은 우리은행 1년 정기예금 중 가장 금리가 높다”고 전했다. #2 수협은행 경인지역의 B지점장 별명은 ‘교황’(교회 대출 황태자)이다. 2003년부터 교회 대출을 전문으로 하면서 1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휴대전화 벨소리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교회를 다니진 않지만 목사들과 통화할 일이 많다 보니 일부러 CCM(기독교음악)으로 골랐다. 몇몇 성경구절도 외우고 다닌다. 교회 대출을 맡은 뒤로는 일요 예배뿐 아니라 새벽 예배에도 가끔 참석한다. B지점장은 “예배에 참석하면 출석교인 수부터 교회 분위기, 목사님의 열정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러면 대출 금액과 한도 등이 금세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말했다. ●최근 2~3년간 수시입출금 상품 증가세… 올 5개월 만에 23조 유입 ‘금융상품은 그 시대의 경제·사회·문화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는 금융상품은 시장에 나와 봤자 환영받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에 사전에 고객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살피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17일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수협 등 6개 시중은행에서 최근 10년치(2005~2015년 상반기) 연도별 신상품(예금·적금·대출) 목록을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2~3년간 정기 예·적금 상품이 점점 줄고 수시입출금(요구불 예금) 상품이 늘었다. 기준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지자 은행들이 더이상 높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정기 예·적금을 유치하기 어렵다고 보고 저원가성 수시입출금 상품에 매달린 것으로 보인다. 올 초부터 지난 5월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에 추가로 유입된 (수시입출금) 예금 증가액은 23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오는 10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마다 ‘집토끼’(기존 고객) 사수 작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우리·신한은행은 이미 주거래 고객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고영배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장은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며 “이 전쟁에서 패하면 생존마저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10월 계좌이동제 시행 앞두고 ‘집토끼’ 사수 총력전 그런가 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내놓거나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품들은 시장을 개척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꽤 장수(長壽)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 콘텐츠를 금융상품에 덧입힌 영화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2009년 하나은행이 영화 ‘세븐파운즈’ 정기예금(1호)을 내놓은 뒤로 계속 새로운 상품이 등장했다. 우리은행이 이번에 내놓은 시네마 정기예금 ‘암살’은 벌써 14번째 상품이다. 하나은행도 오는 24일 영화 ‘베테랑’과 연계한 정기예금을 선보일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흥행과 판매금액이 반드시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은행의 시네마정기예금 중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영화 ‘7광구’(1만 6023계좌, 1969억원)다. 당시 300만명이 넘으면 0.3% 포인트 우대이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관객 수가 224만명에 그쳐 기본이율(4%)만 적용됐다. 반면 1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은 473억원어치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스포츠 스타 내세워 차별화… ‘김연아적금’ ‘류현진예·적금’ 인기 교회 대출은 틈새 시장에 진출해 ‘대박’난 상품이다. 수협은행이 2001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재무제표가 투명하지 않은 교회를 상대로 대출을 한다는 건 위험천만하다”면서 다른 은행들은 쳐다보지 않았지만 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하락하자 서서히 시중은행도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알짜배기 교회가 의외로 많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농협이 ‘미션대출’ 상품을 내놓고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아직 수협(1조 2605억원)의 절반 수준(6952억원)이다. 우리은행도 2008년 ‘실로암대출’ 상품을 선보였지만 2013년 판매(4900억원)를 끝냈다. 교회대출 영업이 쉽지 않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협은행도 교회 대출이 교회의 무리한 확장을 부추기면서 여러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최근 대출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수협은행 여신심사부 관계자는 “신도 수가 많은 대형 교회보다는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건전하게 유지되는 교회 위주로 대출 방향을 틀었다”고 전했다. 기존에 없던 어린이집대출 상품도 수협 작품이다. 2005년 수협은행은 ‘제2의 교회 대출’로 어린이집 대출을 지목하고 새 틈새 시장에 진출했다. 올 6월 말 잔액은 8590억원(파랑새둥지대출 잔액). 2013년 농협도 가세했지만 아직 성과(501억원)는 미미하다. 은행들은 상품 차별화를 위해 스포츠 스타를 내걸거나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군인 전용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 상품은 통상 은행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스포츠 선수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이다. 2009년 국민은행이 내놓은 ‘피겨Queen연아사랑적금’은 가입자 수가 6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나온 상품 중에는 농협은행의 ‘NH류현진예·적금’이 있다. 류 선수가 부상당해 우대금리를 받지 못하는데도 2779억원이나 유입됐다. 군인 전용 상품은 기본금리가 연 4%대로 은행이 사실상 역마진을 보고 파는 상품이다. 그런데도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평생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2012년 국민은행이 ‘KB국군희망준비적금’을 내놓은 뒤로 우리·하나·신한 등이 줄줄이 뛰어들었다. 하나은행의 ‘나라지킴이 적금’은 741억원어치나 팔렸다. 기본금리 4.7%에 군 복무 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헌혈을 하면 우대금리 0.8% 포인트를 얹어 준다. ●은행-다른 업종 제휴… ‘현대차 예금’ 등 하이브리드 상품 ‘붐’ 예상 상품을 기획할 때는 주로 수익성이나 트렌드 등을 고려하지만 정치적 요인을 감안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해 유독 통일 관련 상품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발언한 영향이다. 이후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우리겨레통일 정기예금’, ‘NH통일대박 정기예금’, ‘KB통일기원적금’ 등 앞다퉈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광복 70주년인 올해는 ‘8·15 70주년 정기예금’, ‘하나 대한민국 만세 정기예금’ 등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상품이 유행할까. 최근 추세를 보면 자기계발, 건강 관리와 연계한 상품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벌써 건강생활서약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운동을 실천하겠다고 하면 금리를 더 얹어 주는 상품이 나오고 있다. 금연 치료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도 최근 등장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하이브리드 상품도 ‘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이종 업종 간 제휴를 통한 새로운 상품이다. 예컨대 ‘현대차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현대차를 살 때 5~10%를 할인받는다. 고영배 부장은 “자동차, 유통, 통신업계 선두 업체와 제휴하면 이자를 더 주거나 혜택을 더 늘린 신상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창작의 싹도 싹둑 잘릴라…전규환 감독 ‘성난 화가’로 본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의 수난

    창작의 싹도 싹둑 잘릴라…전규환 감독 ‘성난 화가’로 본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의 수난

    영화감독이라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그에 앞서 기존에 만들어진 여타 작품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예술가로서 더욱 간절한 꿈일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 소망이 양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왕왕 빚어진다는 점이다. 전규환 감독의 신작 ‘성난 화가’(18일 개봉)는 죄와 벌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꾀한다. 화가(유준상)와 드라이버(문종원)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마약 거래, 인신매매 등을 저지르는 세상의 범죄자들을 응징하고, 그들의 장기를 꺼내 새로운 생명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두 사람이 죄를 대하는 방식, 삶을 풀어 가는 방식은 다르다. 화가는 몸에 ‘무릇 율법 없이 범죄한 자는 또한 율법 없이 망하고 무릇 율법이 있고 범죄한 자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심판을 받으리라’(롬 2장 12절)라는 성경의 한 구절을 문신으로 새기고 산다. 그리고 ‘신의 사도’를 자임하며 죄를 벌하는 권한을 스스로 갖는다. 드라이버는 화가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지만 등판에 해골이 된 예수를 그려 넣고서 죽임과 섹스의 쾌락 자체를 즐긴다. 에스토니아 합작 영화다. 철학적 물음과 함께 세피아톤의 음울하면서도 풍성한 색채의 화면, 기존의 관행을 거부한 채 온기를 빼고 서늘하게 만든 스타일리시한 액션, 그리고 솔풍의 팝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등 정치한 미장센을 앞세워 새로운 영화 문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제는 드라이버가 에스토니아 출신 이주노동자 애인과 보여주는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다.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성난 화가’는 이후 영등위가 문제 삼았던 장면을 잘라 내는 대신 화면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으로 다시 심의를 받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전 감독은 그동안 그라나다국제영화제 대상, 브줄국제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댈러스영화제 대상 등 13차례에 걸쳐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껏 전 감독이 연출한 작품 중 ‘바라나시’ ‘불륜의 시대’ ‘무게’ 등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다. 이제 여기에 ‘제한상영가 등급 최다 판정 감독’이라는 경력까지 보태지게 됐다. 2010년 이후 한 차례라도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모두 17편이다. 이 중에는 IPTV를 노리고 선정성을 강조해 제작한 영화들도 있지만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등은 물론 작가주의 영화관을 고집하며 해외에서 더욱 호평받고 있는 이상우 감독의 ‘지옥화’ ‘아버지는 개다’ 등도 포함돼 있다. 전용 상영관을 따로 갖고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는다는 것은 상영 불가로 대중과 소통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함을 뜻한다. 감독으로서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감독은 “어떤 장면, 어떤 영화를 찍건 똑같은 문법을 반복하고 똑같은 내용을 찍는다면 감독으로서 의미가 없다”면서 “섹스 장면 역시 기존의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파격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영등위의 일방적인 등급 판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17편 가운데 마지막까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으로 낮추지 않고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남은 영화는 ‘미조’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등 단 3편이다. 이 중 ‘자가당착’은 포돌이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촛불 집회 등을 정치적으로 풍자한 독립영화다. 영등위는 ‘박근혜 대통령 마네킹에서 피가 솟는 장면’ 등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훼손하고 국민의 정서를 손상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지만 1심부터 대법원에서까지 등급 결정이 부당하다며 등급 결정 취소 판결을 받았다. 안치완 영등위 홍보부장은 “2008년 7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의 불명확한 기준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지만 이듬해 선정성, 폭력성 등의 규정을 구체화한 내용으로 영화 및 비디오물진흥법을 개정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간통죄 위헌 결정] 간통죄 제정부터 위헌까지…10만명 ‘음란 주홍글씨’

    [간통죄 위헌 결정] 간통죄 제정부터 위헌까지…10만명 ‘음란 주홍글씨’

    헌법재판소가 26일 간통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241조 1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60년대의 영화배우 최무룡·김지미 커플부터 2000년대의 탤런트 옥소리까지 그동안 10만명이 넘는 남녀가 음란 주홍글씨를 달았다. 형법상 간통죄가 규정된 것은 1953년이지만, 기원은 고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재는 2008년 10월 30일 간통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간통죄는 우리 민족 최초의 법률인 고조선의 8조법금(法禁)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통설”이라고 소개했다. 8조법금은 ‘사람을 죽인 경우 즉시 사형한다’,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한 경우 곡식으로 갚는다’, ‘도둑질한 사람은 그 집의 노비로 삼는다’ 등 3개항 내용만 전해지고 있지만, 역사가들은 이 법에 ‘음란한 유부녀는 벌한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는 1990년 9월 10일 첫 번째 합헌 결정 당시엔 성경 구절까지 인용했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구약성경의 십계명에도 간통이 금지돼 있는 것을 보면 꽤 오랜 옛날부터 금기 사항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통죄는 1905년 대한제국의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제국 법률 제3호로 공포된 형법대전에는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상간자를 6월 이상 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어 1912년 일제가 만든 조선형사령에서도 ‘부인과 그 상간자를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이때까지는 유부남과의 간통은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간통죄의 법적 시비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형법을 제정하면서부터 제기됐다. 1947년 조직된 법제편찬위원회가 형법 초안을 만들 당시 일본 형법에 따라 유부녀의 간통만 처벌하던 남녀 불평등 처벌 규정을 남녀 쌍벌주의와 친고죄로 고쳐 간통죄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완전 폐지 의견이 맞섰다. 결국 국회는 1953년 표결을 통해 출석의원 110명 중 57명의 찬성으로 쌍벌주의와 친고죄 등의 내용을 담은 간통죄 처벌 조항을 통과시켰다. 간통죄 존폐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1985년 형사법 개정특별위원회 소위원회는 간통죄를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공청회 등을 거쳐 1995년 형법 개정 때 기존 간통죄 처벌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다. 간통죄 폐지 요구는 1988년 헌재 출범에 따라 위헌 확인 심판으로 이어졌다. 헌재는 앞서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가 합헌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1990년 첫 결정 당시에는 9명의 재판관 중 3명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2001년 세 번째 결정에서는 단 1명의 재판관만 폐지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7년이 지난 2008년에는 5명의 재판관이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 처음으로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을 넘어섰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는 미치지 못해 간통죄의 생명이 연장됐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칼 포퍼(필 파빈 지음,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 옮김, 아산정책연구원 펴냄) 20세기 사상가 칼 포퍼의 생애와 연구를 영국 러프버러대 정치학 교수 겸 공공정책 전문가가 총체적으로 다뤘다. 자유주의적 요소와 보수주의적 요소가 공존해 숱한 논란을 일으킨 칼 포퍼 사상의 양면성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오직 반증 가능한 과학 이론만이 지식에 기여한다’고 주장한 포퍼는 과학철학·사상사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가 하면 20세기 전체주의의 기원을 플라톤과 헤겔에서 끌어내기도 했다. 플라톤과 헤겔의 사상이 개인의 권리를 집단적 목적 추구에 예속시켰던 공산주의, 파시즘, 나치정권에 지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본 것이다. 포퍼의 연구 전반과 그 사상이 미친 영향을 포괄적으로 짚은 저자는 포퍼를 보수주의나 자유주의자로 성급하게 낙인 찍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 대신 특정한 관점이나 접근법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기여한 학자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12쪽. 1만 7000원. 그람시의 군주론(김종법 지음, 바다 펴냄) 안토니오 그람시에 매료돼 20여년간 그람시 연구를 해 온 대전대 교수가 그람시의 사상과 현실적 적응 관계를 정리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이론가로 평가받는 그람시의 개념과 이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무엇보다 그람시와 마키아벨리의 상관성을 추적한 것이 도드라진다. 그람시가 작품 ‘옥중수고’의 100여곳에서 마키아벨리를 언급했을 만큼 마키아벨리는 그람시 사상·이론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흔히 한국에서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논리로 민중에 군림하는, 부정적 리더상을 제시한 정치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책은 그람시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창출해 낸 독특한 개념인 ‘현대군주’를 중심에 두고 풀어 나갔다. 저자는 특히 “파시즘 체제의 등장과 발전, 그리고 그 이후 보여줬던 연속성 등의 특징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찾아볼 수 있다”며 그람시의 파시즘 체제에 집중하고 있다. 280쪽. 1만 6000원. 잊히지 않는 것과 잊을 수 없는 것(이만열 지음, 포이에마 펴냄)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여행 중에도 빠짐없이 원고지 40∼50장 분량의 일기를 쓴다고 한다. 성실하고 꼼꼼한 기록자로 소문난 그가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과 강연문, 설교 원고, 페이스북에 쓴 글을 묶었다. 2010년 이후의 글들로 이명박 정권 이후 있었던 이슈에 대한 생각이 가감 없이 담겼다. 당시 일들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따졌던 원로 역사학자의 시각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책이다. 특히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한국 교회의 현실을 따끔하게 지적한다. “‘오직 너희 말은 옳은 것은 ‘옳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 하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옳은 것을 옳다고 용기 있게 소리내지 못하는 세태가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헛소리로 뒷북치는 것이라 하더라도 시대를 향한 소리를 남기기로 했다. 잊지 않기 위해서다.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424쪽. 1만 5000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지음, 한빛비즈 펴냄) 출간 열흘 만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호응을 얻은 인문 입문 ‘지대넓얕’의 두 번째 작품. 첫 편의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에 이어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의 다섯 영역을 ‘현실너머’라는 카테고리로 엮었다. 이번 편 역시 다양한 지식 흐름을 통합해 가는 방식이지만 첫 편과는 조금 다르게 풀었다. 전편이 시장과 정부, 보수와 진보, 개인과 전체 등 이른바 이분법으로 세상의 지식을 구조화했다면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의 세 갈래로 지식 영역을 구분한 게 특징이다. 고정되고 불변하는 보편의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과 변화하는 상대적 진리를 찾는 사람, 그리고 진리에 대한 접근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회의주의자 입장을 각각 다뤘다. 이를테면 절대주의 철학, 고전물리학, 유일신교의 다른 쪽에서 상대주의 철학, 현대물리학, 다신교나 회의주의 철학, 과학철학 등을 비교하는 식이다. 376쪽. 1만 6000원.
  • [서울광장] 아직도 ‘내 탓’이라는 국민이 있다/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직도 ‘내 탓’이라는 국민이 있다/서동철 논설위원

    출근길 집을 나서 버스를 기다릴 때쯤이면 주머니가 덜덜거리기 시작한다. 카톡이며 단체 문자로 온갖 가르침이 진동과 함께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동양 고전을 원문과 해석에 뜻풀이와 영문 번역까지 친절하게 보내 주는 선배도 있다. 물론 시시껍절한 농담을 아침부터 던지곤 해서 좋은 소리 못 듣는 동창도 단골손님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스마트폰 학당의 대세는 자기 얘기이건, 남의 얘기이건 인생에 대한 훈수(訓手)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스마트폰으로 흘러드는 온갖 정보의 홍수가 정보화 시대가 부른 새로운 공해가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다. 정보화 시대는 정보의 혜택도 누리지만, 원치 않는 정보에도 시달려야 하는 한계도 있구나 싶다. 그래서 훌륭한 분의 따뜻한 얘기에도 때로는 엇나가고 싶을 때가 있나 보다. 며칠 전에는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이 올랐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공감하면서도 ‘어이구, 김 추기경이 70년이나 걸렸으면 나는 아예 포기하는 게 좋겠네’ 싶었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부담스러운 것은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냥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것을 모르지 않는 사람이 나를 향해 띄운 일종의 편지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여 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자꾸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버스에 앉으면 스마트폰을 열어 이런저런 글을 되도록이면 읽어 보려 한다. 요즘은 그룹에 따라 공유하는 글의 초점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사회적 지위도 웬만하고, 재산도 없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자기 발전’이라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양고전파(派) 선배가 대표적인데, 엊그제는 ‘배워서 지혜가 원대해지면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며 산에 올라 사해(四海)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장자(莊子)의 한 대목을 보내 주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떻게 하면 노년을 보람차게 보낼 것인지 촉각을 기울인다. 반면 여전히 을(乙)의 지위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화제를 찾기 어렵다. 중소 건설업체 몇 군데를 옮겨다니다 제대로 물어볼 수 없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금도 작은 건설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친구는 독일 작가 괴테가 한 이야기라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행복의 비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내가 변할 때 삶도 변한다.’ 괴테가 진짜 이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했더라도 18~19세기 유럽의 귀족에게나 해당될 것이다. 생존이 보장되지 않은 중년의 중소기업 비정규직이 입에 올릴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당사자도 모르지 않는다. 그것은 자책(自責)이었다. 일주일에 세 차례 성경 말씀을 보내 주는 친구도 있다. 아주 작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벌써 주저앉고도 남았을 지경이라는 것은 옆에서 지켜보아 잘 알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라는 ‘로마서’의 한 구절을 전해 주었다. 큰 어려움이 오히려 사람을 단련해 결국 뜻을 이룬다는 의미이니 아직은 그런대로 버티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미래를 꿈꿀 여력이 없는 사람들의 관심은 현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력해도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조차 ‘남 탓’을 하기보다 ‘내 탓’이라며 끊임없이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전통 공예인이 보내온 카톡 인사장의 제목은 ‘대한민국은 난세인가’였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대형 사고는 ‘난세의 징후’일지도 모르지만, 그럴수록 “진실, 솔직, 봉사, 희생, 순수, 순결, 사랑, 순진무구 이런 걸 찾아 헤매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가 퍼져 나간다면 혹시 난세를 늦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런 국민이 어디에 또 있을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고마움을 넘어 무서워해야 한다. 지금쯤은 ‘내가 모자란 탓’이라고 자책하는 국민의 인내도 한계에 이르고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dcsuh@seoul.co.kr
  • ‘2015년이 좋은 해가 되려면’ 남을 위해 선(善)한 일 실천/ 김인규 전 오정구청장

    ‘2015년이 좋은 해가 되려면’ 남을 위해 선(善)한 일 실천/ 김인규 전 오정구청장

    ‘2015년이 좋은 해가 되려면’ 남을 위해 ‘선(善)한 일’ 실천/ 김인규 전 오정구청장 희망찬 2015년 을미년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다사다난했던 2014년의 잔상(殘像)들이 남아 있다. 새해 벽두인 만큼 우리 모두가 2015년을 좋은 한 해로 장식하기 위해 어떠한 마음을 먹고 실천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같다. 필자도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인적이 뜸한 인근 야산을 찾았는데, 어느 여자분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주문을 외듯 ‘올 한해 우리 가정이 잘 되고 자녀들은 직장을 얻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비는 모습을 보았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저마다의 이런저런 소망을 담아 기원하는 것은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과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서일 것이고, 또한 사람들마다 그만큼 갖가지 사연을 갖고 살아가고, 소망하는 일도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2015년을 좋은 해로 만들기 위한 마음가짐의 하나로 ‘선(善)한 일’을 하자는 제언을 하고자 한다. 거의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보면 선(善)을 행하라고 한다. 성경에서는 악을 행하는 자는 풀과 같이 베임을 당하고 채소와 같이 쇠잔해질 것이기에 그들의 성공을 불평하거나 시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주역에서도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 적불선지가필유여앙(積不善之家 必有餘殃)’이라고 했다. 즉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좋은 일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은 집안에는 재앙이 온다는 뜻이다. 정치권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행태나 요즘 우리사회의 화두가 된 갑(甲)이라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나아가 소시민들까지 진정으로 ‘선(善)한 일’을 한다면 가정과 마을,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잘 될 것이다. 그러면 ‘선(善)한 일’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일까? 남을 위해 잘 되라고 마음을 쓰는 일이다. 어려울 듯하지만 일테면 이런 일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이웃을 위해 작으나마 기부하는 일, 다중집합장소에서 줄을 서는 일, 차가운 길바닥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동전 하나 주는 일, 길거리 휴지를 휴지통에 넣는 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인사하는 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 등등… 마음만 먹는다면 실천할 일이 수없이 많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선(善)한 일’들이 얼마든지 많지만, 그런 마음을 먹는다 해도 실천이 따라주지 않으면 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들일 수밖에 없다. 필자도 아직 제대로 ‘선(善)한 일’을 못해서 바라는 일이 잘 안 된다고 느끼곤 한다. 그래서 ‘선(善)한 일’ 하나를 하면 잘못한 일 열 개를 상계해 주실런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20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서나 죽어서나 명당을 원하는데 죽어서의 명당은 살아서 선한 일 하나 한 것만 못하다고 했다. 2015년에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선(善)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실천에 옮겨보면 어떨까? 영국인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사회단체 2~3곳에 가입해서 활동한다고 한다. 우리의 지갑에는 여러 장의 카드가 꽂혀 있다. 신용카드를 시작으로 빵집, 커피점, 영화관, 백화점, 대형마트 포인트 카드까지 빽빽하게 꽂힌 지갑 안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위해 가입한 카드 한 장 소중하게 넣어 을미년 새해를 좋은 해로 만들기를 바란다. ============================================================== ※‘자정고 발언대’는 필자들이 보내 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글의 내용은 서울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권한 및 책임은 서울신문이 아닌, 필자 개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직업, 학력 등은 서울신문에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보내온 그대로 싣습니다.
  • 9. 정관수술, 과연 정력에 이상 있나?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9. 정관수술, 과연 정력에 이상 있나?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정부의 가족계획 포스터입니다. ‘저출산’이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얘기되는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에게 언제 저럴 때가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이를 너무 안 낳아 문제가 된 게 아주 오래 전 얘기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아주 먼 과거 얘기는 아닙니다. 지금의 어지간한 40대만 해도 과거 20~30대 시절 예비군이나 민방위 훈련장에서 정관수술 받는 대가로 조기 귀가의 혜택을 준다는 등 달콤한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과거 많은 남성들이 겁먹고 꺼렸다는 정관수술. 1973년 여성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남성들의 이런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 [정관수술(精管手術), 과연 정력(精力)에 이상 있나?강해졌다 약해졌다 말도 많은데]-선데이서울 1973년 7월 22일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10일 코리아나호텔에서 국내 24개 여성단체 대표와 각계 인사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가족 계획에 있어서의 남성의 역할이란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가졌다. 이 세미나는 처음으로 여성들이 남성에게 과감하게 문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학계,가족계 획사업 관계자와 정치•문화계 인사 등 다채로운 각 분야 남성들이 초빙된 것도 이날 행사의 특징이었다. 토론의 취지 설명에서 이화여대 이효재 교수는 ”우리나라의 여성은 그동안 출산의 노예로 살아왔다. 자녀를 낳는 것도, 안낳는 것도 그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몰려 왔다”면 어떻게 하면 단산(斷産)의 책임만이라도 남성에게 맡길 수 있느냐는 문제를 던졌다. 특히 근래의 여성들은 인구 조절이라는 과제 앞에 피임약을 먹고 루프 등 피임기구를 몸 속에 끼우고 살아야 하는 불안, 인공유산을 해야 되는 위험을 홀로 감수하고 있다고 강조. ”낳는 것은 여자가, 안낳는 것은 남자가” 이 교수의 설명은 피임에서부터 단산에 이르기까지 그 실천을 남성이 솔선해서 해달라는 애절한 호소와도 같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강갈원 박사는 ”이상적인 피임 방법이 개발되었다면 이 세미나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실패율이 전혀 없는 것은 남성의 정관 절제와 여성의 난관 결찰(結紮) 수술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토론은 남자 쪽이 수술하는 편이 훨씬 간편하다는 정관절제(불임수술)에 대해 집중되었다. 한국의 피임은 전체 대상 인구의 25%가 실시하고 있다고. 선진국의 60% 이상인 것에 비하면 너무도 낮은 비율이고 그 가운데 남자 불임수술은 2%, 여자의 난관 결찰률이 0.5%이다. 나머지는 콘돔과 투약 등 재래식 방법과 자궁내 장치(루프) 등으로 대부분 여자쪽에서 실시하는 것. 남성이 피임에 참여하는 비율은 고작 20%에 그치고 있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부인들은 인공유산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기 때문에 한해 약 30여만명이 이 수술을 받고 있으며 그 중 60%에 해당하는 18만여명은 수술 이유가 ‘가족수 제한’이었다. 3명 이상의 자녀를 두어 더 낳고 싶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부부가 불임수술을 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작용이 많고, 수술 비용의 부담을 가지고서도 이를 감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들의 횡포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게 여성 쪽의 불만이다. 아이를 낳는 고통과 수술의 고통 등 위험을 맛보지 않은 남편들은 좀더 가정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봉처가’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는 것. 이러한 갈망 속에서도”남성들의 불임수술이 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느냐”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구구하다. 최선의 방법이라는 남자 불임수술이 도입된 1962년 이래 수술을 한 남성은 모두 3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이다. 가족계획협회 측은 뒤떨어진 이유를 불임수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이뤄지지 못한 탓이라고 보고, 수술의 영향에 대한 엉뚱한 기우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수술 대상이 되는 남성들은 우선 ‘수술’이라는 이름 때문에 겁을 먹고 정상을 비정상화 한다는 생각을 갖고 크게 꺼린다. 마치 불임수술이 옛날 궁중의 내시처럼 거세(去勢)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며 정력이 쇠퇴되는 등 남성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될까봐 심리적으로도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견해다. 남자 불임수술에 대한 걱정은 남성 자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 여성단체의 대표로 참석한 박모 여사는 ”아내 쪽에서도 남편의 수술이 달갑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며 수술 후 남편의 기능이 달라졌다는 어느 부인의 예를 들었다. 정력이 감퇴됐다는 경우였다. 이희영 교수는 ”그 부인의 경우는 남편이 탈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씨 없는 수박이 되었으니 마음 놓고 방종을 하는 거죠. 다른 젊은 여자를 보고 있을 지도 모르니 착실히 뒷조사를 하도록 귀띔해 주세요” 정관 수술로 이상이 생길 리 없다는 확답이다. 이 교수가 수술을 받은 남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술의 정신적인 영향 문제에 대해 전체의 70%가 “아무 변함 없다”로 절대적이고, 20%는 오히려 “좋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나머지 10%만 “나빠진 것 같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정관을 잘라 버리는 이 불임수술은 거세와는 전혀 다른 것. 이 수술의 원리는 정자가 나오는 정관만을 묶거나 자르는 것. 몇해 전에는 복원의 미련 때문에 정관을 아주 자르지를 않고 묶어 두는 벙법도 썼으나 최근에는 그 방법을 쓰지 않고 아예 잘라 놓는 수술을 한다. 그렇다고 영원히 잘린 것은 아니다. 다시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지 복원이 가능. 복원수술의 성공율(률)도 크게 기술이 늘어 희망자의 70%는 성공한다고. 수술비는 무료에서 최고 5000원까지다. 수술에 소요되는 시간은 2~3분. 부작용은 4% 미만. 출산은 여자, 단산은 남자가 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로 한 50만 여성단체 회원들이 소리가 바야흐로 메아리치고 있다. <투투 클럽의 정관 수술 캠페인> ”공처가가 됩시다”라는 이색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 1971년 12월 발족한 ‘투투 클럽’(TWO TWO CLUB)이 이번에는 ”행복을 무료로 나눠 드립니다”라는 구호를 들고 나와 남성 정관수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투 투 클럽이란 ”딸 아들 구별 없이 둘만 나아 기르자”는 세계적인 추세에 절대 호응, 자녀 둘만 가진 부부 500쌍의 모임. 이들은 ”수고하고 짐진 자여, 모두 바스토닉 왕국으로 모여라”는 유머스러한 현대판 성경 구절을 창작, 남성 피임을 적극 권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해 10월에 이어 두번째로 내주부터 연말까지 500명의 남성에게 수술비용 일체 및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정관 수술을 해주겠다는 계획. 애처가나 공처가(恭妻家)이면 누구나 무료시술한다는 김영목 회장의 말. 희망자는 투 투 클럽으로 문의하면 피부비뇨과, 외과 등 전문의들의 친절히 안내와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편집자註>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복 받은 사람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복 받은 사람

    누구든지 복을 많이 받고 잘 살기를 바랍니다. 새해가 되면 어른들은 자손들에게 ‘복 많이 받으라’고 복을 빌어줍니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산신령님, 용왕님, 삼신할머니와 무당을 찾아가 복을 빌었습니다. 후손들이 복을 받아 잘 살 수 있도록 조상님들을 명당자리에 모시고, 정성스럽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요즈음에는 교회나 절에 가서 복 받고 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복 많이 주십시오> 사람들이 원하는 복은 그 사람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병이 든 사람은 건강하기를 원하고,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부자 되기를 바라고, 아들과 딸들이 잘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부자이고, 건강하고, 오래 살고, 아들과 딸들도 모두 잘 된 사람을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가난하고, 병들고, 자식들도 어렵게 사람들을 ‘복 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복 받기를 원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사람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신사나 절에 가서 예물을 바치고, 절을 하면서 건강하고 부자로 잘 살도록 복을 빕니다. 얼마 전 교토의 신사에 가서 일본 사람들은 어떤 복을 원하는지 궁금하여 나무에 매달아 놓은 쪽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대체로 ‘건강, 대학입시 합격, 회사입사, 승진, 재물’ 등 우리나라 사람들 차이가 없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성당이나 교회에 가서 복을 달라고 열심히 기도합니다. <병고(病苦)도 약이 됩니다> 부자로 잘 살고 건강한 사람들이 하느님에게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면, 가난하고 병에 걸린 사람들은 하느님이나 부처님께 복을 받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일까요?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스님이나 목사님들도 있습니다. 병에 걸린 것은 죄를 많이 지었기 때문이니 잘못을 회개해야만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성경에도 바리세인들이 예수님께 ‘저 사람이 병에 걸린 것은 저 사람의 죄 때문입니까 아니면 조상들의 죄’때문인가‘를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작가 최인호도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은 그 동안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불교경전에서는 병에 걸린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오히려 삶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보왕삼매론에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고 합니다.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수많은 조직과 헤아릴 수 없는 세포들로 구성된 유기체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나이가 들어 조직이 노쇠해지면 자연스럽게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병에 걸렸을 때, 왜 나만 이런 병에 걸리게 되었는가라고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오히려 삶의 좋은 계기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애플(Apple)을 창립한 스티브 잡스(1955∼2011년)는 2005년 췌장암에 걸린 이후 항상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죽기 몇 년 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연설을 했습니다.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기대,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 무의미해지고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언가 잃을 게 있다는 생각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당신은 잃을 게 없으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며 내가 하는 일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나라는 두려움이 있었으나, 암에 걸리게 되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오직 지금 내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만을 생각하게 되고 그 일에 매달릴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죽기 직전에 자신의 자서전을 출간하고, 평소 구상해오던 신형 IT기기들을 잇따라 출시하였습니다. <고난도 복이 됩니다> 보왕삼매론에 이러한 구절도 있습니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하셨느니라. 법정 스님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였습니다. 우리가 어려운 세상, 고해,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바랄 수는 없습니다. 어려운 일이 쌓여있는 것이죠...어떤 집안을 놓고 보더라도 밝은 면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어떤 개인의 인생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게 되면 사람들이 넘치게 돼요. 잘난 체 하고 남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게 됩니다...근심과 걱정을 밖에서 오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지 말라는 거예요. 자신의 삶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우리 집안에 어떤 걱정과 근심거리가 있다면 회피해선 안 됩니다.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해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왜 우리 집안에 이런 액난이 닥치는가, 이것을 안으로 살피고 딛고 일어서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집안에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나쁘게만 생각지 마세요...그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창의력을, 의지력을 계발하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됩니다. 독수리는 태어난 지 30년쯤 되면 무뎌진 부리가 목을 찌르게 되고, 날개 깃털이 무거워져 날지 못하게 됩니다. 날카롭게 자란 발톱이 살 속을 파고듭니다. 그대로 가만있으면 독수리는 죽고 맙니다. 독수리는 높은 산정에 둥지를 틀고 극심한 아픔을 이겨내면서 암벽에다 수없이 자신의 부리를 부딪쳐서 깨뜨립니다. 새로운 부리가 나면 자신의 발톱과 날개의 깃털을 뽑아냅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독수리의 몸은 피범벅이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고통을 이겨낸 독수리만이 30여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경주를 여행했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이동우 경주엑스포사무총장의 주선으로 소산 박대성 화백의 화실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는 6·25 때 어떤 사람이 휘두르는 칼에 맞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의 왼팔도 잃었습니다. 3살 때부터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살았습니다. 친구들이 놀려서 학교도 그만 두었습니다. 혼자 방에 앉아서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늘날 그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겸재에서 소정과 청전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잇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목화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불행은 사람을 단련시켜 좀 더 큰 인간으로 만든다. 누구나 불행을 만날 수 있지만, 큰 인간은 자신의 불행을 행운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어렸을 때 그러한 불행을 겪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훌륭한 화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돈도 많고, 자식도 잘 되고, 건강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근심과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반드시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집안이 망할 수도 있고, 병에 걸리기도 하고, 자식들이 속을 썩일 수도 있습니다. 어려움과 고통을 겪게 될 때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이를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tiger@hanyang.ac.kr
  • ‘바람의 나라’ 잇는 이지나의 문제작 ‘더 데빌’

    ‘바람의 나라’ 잇는 이지나의 문제작 ‘더 데빌’

    최근 뮤지컬계에서 화제로 떠오른 작품은 단연 ‘더 데빌’이다. 지난달 22일 뚜껑을 연 이 창작 록 뮤지컬은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며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더 데빌’을 이끄는 이지나 연출은 ‘헤드윅’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서편제’ 등을 성공시키는 한편 기존 뮤지컬의 문법을 깨는 실험도 꾸준히 이어왔다. 그가 2006년 초연한 ‘바람의 나라’는 스토리가 아닌 이미지로 극을 전개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지만, 점차 곧 작품성을 인정받아 서울예술단의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더 데빌’은 135분의 공연 시간 내내 불친절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작품은 괴테의 ‘파우스트’의 기본 골격을 1987년 블랙 먼데이(주가 대폭락)로 혼돈에 빠진 뉴욕 월스트리트로 옮겨 왔다. 모든 것을 잃은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에게 엑스(X)가 유혹의 손길을 뻗고, 연인 그레첸은 신의 구원을 믿으며 존을 지키려 한다. ‘더 데빌’은 이야기의 틀에 장면과 노래를 끼워 넣는 뮤지컬의 전개 방식을 거부한다. 인물들의 현실과 무의식, 악몽을 마치 꿈을 꾸듯 넘나드는데 극적인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넘버의 가사도 난해하다. 요한계시록과 아가서 등 성경과 레퀴엠 구절을 인용한 가사들은 ‘사과나무’ ‘지옥의 씨앗’ 등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장면들도 여럿 있다. 인기척을 따라 집 밖으로 나간 그레첸은 비명을 지르지만 그가 누구에게 무엇을 당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엑스가 하는 것처럼 보였던 행동의 주체가 존으로 바뀌기도 하고, 존과 엑스가 같은 행동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관객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일부 관객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며 난해함을 불평하는 반면 일부 관객들은 연출자의 의도를 알아맞히는 수수께끼에 동참하고 있다. 장면마다 바뀌는 배우의 옷 색깔과 넥타이 색깔, 발자국 소리까지 힌트 삼아 나름의 해석을 내놓고, 재관람을 하며 해석을 확인하는 것이다. 배우들은 작품의 모험과 도전을 자신한다. 엑스 역의 마이클 리는 “엑스는 악마도, 신도, 사람도 아니며, 존과 그레첸을 통해 볼 수 있는 선과 악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일부 관객들의 불만을 수용한 듯 몇몇 장면들이 난해함을 덜어 내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여주인공에 대한 가학적인 장면은 강도를 낮췄다. 그러나 정작 비판은 난해함 그 자체보다 그 난해함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향해 있다. 4인조 밴드의 연주는 배우들의 노래를 압도해 넘버의 가사를 제대로 듣기 어렵게 한다. 4인조 코러스의 기이한 동작도 종종 극으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늘이 드리워졌던 뮤지컬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 자체로 반갑다. 1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8만원. 1577-336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교황이 남기고 간 메시지/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교황이 남기고 간 메시지/이정옥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운은 깊다. 몸은 이 땅을 떠나 바티칸으로 돌아가셨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평화와 화해, 죽음의 문화가 아닌 삶의 문화와 돈의 세계화가 아닌 연대의 세계화의 메시지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진정한 대안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대안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고 치부하며 살았다. 교황의 메시지를 들으며 떠오르는 성경 말씀이 있다. 성경을 보면 유대의 아들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며 말을 건네는 구절이 나온다. 예수의 말 건넴은 이방인과의 어떤 접촉도 금하고 있는 유대 율법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예수는 이방인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네고 있다. 그럼으로써 예수는 유대 율법 그 너머의 세계, 선민도 이방인도 없는 인류 보편의 사랑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끝에 유대의 아들이자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는 유대 율법사들의 손에 의해 십자가의 형틀에 못 박힌다. 그러나 유대 율법을 위반함으로써 예수는 인류의 구원자가 되고, 인류 또한 사해동포가 된다. 사해동포의 세계가 평화와 화해, 연대의 세계다. 이 틀이 천부인권과 인간 존엄의 기본 틀을 만들어 줬다. 이 귀중한 선물이 훼손되고 망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정학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크고 작은 경계선을 긋고 그 안에서 생을 영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나 그 생의 방식이 동일하지는 않다. 경계선을 넘어 나와 다른 것들과 만나 소통함으로써 끊임없이 낡은 나를 새로운 나로 재창조해 나가는 평화와 화해의 삶의 방식이 있는가 하면 닫힌 마음으로 나와 다른 것들을 낯설어하며 낯설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공격하려고 하는 대결의 삶의 방식이 있다. 우리는 흔히 대결을 강자의 것으로, 화해를 약자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웃는 얼굴로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자가 약자일 수 없을 것이며, 핏빛 어린 눈동자로 대결을 부추기는 자가 강자일 수 없을 것이다. 대결의 길로 치닫는 자 그는 강한 척하나 약한 자이고 용감한 척하나 비겁자일 따름이다. 진정으로 강한 자로서 그것이 지역감정이든 아니면 미래에의 발전 비전이든 경계선을 넘어 나와 다른 것을 만나는 자는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거대한 기회의 축복을 받은 자다. 차이가 없으면 창조도 없다. 같은 것을 아무리 같은 것에 서로 보태도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없다. 남과 여의 차이가 없으면 새 생명의 탄생도 없다. 차이를 창조의 원천으로 받아들이며 나와 같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만큼이나 나와 다른 것을 소중히 여기며 나와 다른 것이라고 해서 이를 경멸 또는 사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강한 자이고, 용감한 자다. 나와 다른 것과의 만남은 제로섬의 게임이 아니라 윈-윈의 게임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있다는 것, 존엄성은 공존 이상의 것이라는 것, 정의가 없는 곳에서는 존엄성도 자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매순간 확인하면서 타자와의 만남을 고마워하는 것들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요구들에 응답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갖고 있다. 공감의 능력이 그것이다. 우리에게는 너의 기쁨과 슬픔을 나의 기쁨과 슬픔으로 받아들이는 공감의 능력이 있다. 공감의 능력이 있음으로 해서 사랑의 비약이 있고, 사랑의 비약이 있음으로 해서 생의 약동이 있다. 지금 우리는 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불의에 분노하고, 세월호의 비극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분노와 눈물이 생을 약동케 하여 우리로 하여금 죽음의 문화를 뒤로하고 화해와 평화, 연대의 세계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기본 추동력이 될 것이다. 조선왕조라는 봉건의 질곡 속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받아들였던 조상들의 음덕이 정말 꼭 필요한 때에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멀리 보고 가는 길에는 공명과 응답이 있다는 역사의 법칙과도 같은 현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를 깊이 깨우친다. 마치 “이래도 믿지 않겠니?”라고 외치는 것 같다.
  • 교황이 남긴 메시지, ’평화와 치유’

    교황이 남긴 메시지, ’평화와 치유’

    짧다면 짧은 4박 5일의 방한 기간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사회에 보여 준 말과 행동이 남긴 반향은 끝이 없다. 지난 14일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방한 내내 평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평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 준 성품대로 수차례 세월호 유족과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 따뜻한 손길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아기들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환하게 웃으며 입을 맞추고 축복을 빌어줬고, 급속한 성장으로 혼란을 겪는 젊은이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북돋워주면서 동시에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경계했다. ◇ “평화는 ‘정의의 결과’” 공식 방한 목적은 사목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입국 순간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언급하면서 아시아 첫 방문지이자 즉위 후 세 번째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를 분명히 했다.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에서 한 연설을 통해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둔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한 면담에서는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도 했다. 교황은 15일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한 가족이 둘로 나뉜 건 큰 고통이지만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있다”며 “그중 가장 큰 희망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남북한이 서로 진심 어린 대화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조언했다. 방한 기간 교황의 평화를 향한 메시지는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교황은 방한길에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인에 대해 축복 메시지를 전한 데 이어 17일 아시아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아직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설에서 직접 국가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뿐 아니라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교황청과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 다른 국가를 포괄하며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기원한 것이다. ◇ 교황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 프란치스코 교황은 100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 움직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네 차례에 걸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달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한 첫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나온 세월호 유가족 4명을 소개받고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러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입장하다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이 모인 곳을 지나자 차에서 내린 교황은 울먹이는 이들의 손을 잡아줬으며, 미사 전 제의실 앞에서도 생존학생 2명과 유가족 8명을 만나 이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도보순례단이 전달한 ‘세월호 십자가’는 직접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날 미사 삼종기도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당초 명단에는 없었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에 유가족 400여명이 함께 하기도 했다. 교황은 시복식 미사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다 세월호 유가족이 모인 곳에 다다르자 차에서 내려 이들에게 다가갔다. 이 역시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쥔 교황은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가 건넨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17일에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다. 교황은 세례식을 마친 뒤 배석한 수원교구 김건태 신부를 통해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해 진도 팽목항에 머무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 편지와 묵주를 전달했다. 교황은 자필로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10명의 실종자 이름도 한 명씩 모두 열거하고 이들이 부모와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은 세월호 유가족이 ‘노란 리본’을 전달한 순간부터 교황이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벗’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은 방한 기간 내내 모두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낮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소탈한 모습은 사회의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췄다. 첫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맞이한 환영단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은 ‘보통 사람들’로 꾸려진 것을 시작으로 교황의 소탈한 행보는 계속 됐다. 16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50여 분의 시간 내내 의자에 앉지 않았다. 올해 78세로 고령인데다 빡빡한 일정 탓에 지칠 법한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 대신 인자하고 따뜻한 눈길로 그 자리에 참석한 장애인 한명 한명을 바라봤다. 다소 서툴지만 성심을 다해 율동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보이고 품 안에 꼭 껴안아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리는 이들에게는 같이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려 화답하기도 했다.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의 입에는 한동안 자신의 손가락을 대신 물려 주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교황의 모습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지체됐지만 교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 장애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일일이 어루만지고 축복을 빌어줬다.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교황은 카퍼레이드 도중 아이들만 보이면 차를 멈추게 한 뒤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거나 이마와 볼에 입을 맞추며 강복했다. 그러다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기도 했다. 교황의 경호원들은 본업인 경호보다 아이들을 발견해 재빨리 교황에게 데려오고 도로 부모에게 데려다 주는 ‘부업’을 하느라 바빴다. 교황은 방한 내내 교황의 상징인 금제 십자가 목걸이 대신 20년간 착용해 온 낡은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낡은 검은색 구두도 그대로였다. 이동 중에는 한손에 직접 자신의 검은색 가방을 들었다. 방탄 차량 대신 국산 소형차 ‘쏘울’을 의전 차량으로 택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자 지붕이 없는 무개차(오픈카)를 이용했다. ◇ “젊은이여 깨어나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의 주목적이었던 아시아청년대회에 두 차례 참석해 아시아청년들을 만났다. 평소 젊은이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교황은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연설문을 읽던 중 갑자기 말을 멈추고 영어로 “피곤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즉흥 연설을 통해 청년들의 고민에 답을 하기도 했다. 일반 신자와 젊은이들에게는 더없이 인자하고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성직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원칙을 강조하는 엄격함과 근엄함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한국 수도자들과 만나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청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도 생활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17일 아시아 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 연설에서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방한 후 처음으로 집전한 첫 대중미사에서는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문화를 경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젊은이여, 깨어 있으라… 잠들어 있는 사람은 춤출 수 없다”

    “젊은이여, 깨어 있으라… 잠들어 있는 사람은 춤출 수 없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성경의 시편 구절을 인용해 젊은이들에게 사회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또 “아시아의 젊은이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이라며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의 승리에 우리도 동참한다는 확신으로, 이 시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여러분은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 시대 문화의 어떤 측면들이 사악하고 타락해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며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 에너지는 여러분의 삶과 문화에서 희망과 사랑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승리하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을 심어줬다. 특히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언제나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라”며 “주교, 신부들과 함께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며 사랑하는 교회를 일으켜 달라”고 했다.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을 밀쳐 내지 말라”면서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신 그리스도처럼 살라”고도 당부했다. 또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죄와 유혹,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하면 많은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시작된 폐막 미사에서 강론하면서 “잠자면 안 된다”며 ‘깨어나라’를 수차례 외쳤다. 그럴 때마다 청년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황은 중간에 둥근 모자인 흰색 ‘주케토’가 바람에 날아갔지만 그대로 강론을 이어 갔다. 이날 폐막 미사가 열린 해미읍성 안에는 청년대회 참가자 등 2만여명이 들어찼고, 읍성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 등 2만여명은 해미읍성 앞에 서서 벽에 설치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으로 미사를 지켜봤다. 내내 비가 내리다 미사 2시간 전부터 멈췄지만 읍성 안이나 밖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들고 있었다. 푸른 기와지붕 모양으로 꾸며진 무대의 반대편 문으로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들어오자 읍성 안 청년대회 참가자들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유 아 마이 라이프’(예수, 당신은 내 인생)라고 합창했다. 환호도 쏟아졌다. 비옷을 입고 교황을 맞은 청년들은 “교황과 같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무대까지 가면서 수차례 무개차를 멈춘 뒤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변함없는 아이 사랑을 보여줬다. 인근 홍성에 사는 개신교 신자 이경주(35·여)씨는 “교황은 종교나 정파를 초월한 분이 아니냐”며 환영했다. 강원 속초에서 온 박형순(75·여)씨는 “교황을 만나려고 인천에 사는 딸과 함께 어제 서산에 왔다”면서 “모든 교황이 훌륭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서민적인 분이라서 더 존경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일가족 6명이 출동한 천주교 신자 양혜선(49)씨는 “진솔한 교황을 직접 보니 믿음이 더 굳건해진다”면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마카오 청년 2명을 홈스테이하면서 도산서원도 구경시켜 줬다”고 자랑했다. 해미면 시가지 곳곳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와 교황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환영 분위기를 북돋웠다. 해미성지에서 폐막 미사가 열리는 해미읍성까지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1.3㎞ 옮길 때도 길가에 늘어선 신자와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쳤다. 교황은 앞서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 만남을 가진 뒤 성지 구내식당에서 주교 등과 함께 해미 꽃게찜, 서산낙지어죽, 한우 등심구이와 생강한과 등으로 점심을 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서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병풍에… 두루마리 화장지에… 감동의 성경 필사

    병풍에… 두루마리 화장지에… 감동의 성경 필사

    서울 양천구 목동 기독교방송 CBS사옥에서 이색 전시가 성황리에 열려 화제다. CBS가 창사 60주년 기념으로 지난달 23일부터 목동 사옥 7층 전층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교회 성경필사본 전시회’가 그것. 교인들이 일일이 성경을 옮겨 쓴 각양각색의 필사본 350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연일 1000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모아 주최 측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번 전시는 CBS가 3년 전부터 전북과 부산, 청주 등지에서 열어온 행사를 전국 규모로 확대해 처음 마련한 자리. 창사 60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필사자들이 참여했고 미국에서도 작품을 보내왔다고 한다. CBS 측은 “당초 작품성이 있는 필사본만 간추려 전시하려 했지만 접수된 작품마다 담긴 수고와 신앙고백이 예사롭지 않아 출품작 모두 전시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전시 초기엔 관람객이 하루 200명 정도에 머물렀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매일 1000여명씩 전시장을 찾고 있다. 전시회는 ‘한국교회 성경필사본 전시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성경 필사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인천선린교회가 제공한 세계 최대 성경전서를 비롯해 교인들이 함께 힘을 모은 필사 성경, 희귀한 두루마리 필사본, 12폭 잠언 병풍 필사본, 두루마리 화장지에 쓴 필사본 등 다양한 성경 필사 작품들이 전시장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대한성서공회와 협력해 구한 사해사본이나 고어 성경, 대륙별 언어 성경 등 희귀성경 코너에도 발걸음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개신교계에서 성경 필사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차원에서 한 차원 더 발전된 각별한 신앙 표현의 하나로 인식된다. 국내에서 성경 필사가 크게 번지면서 대한성서공회가 이 같은 열기를 세계성서공회에 보고해 세계 기독교인들로부터 주목받게 된 풍속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전시된 필사 작품들은 하나같이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며 감동을 자아낸다. 정확한 자간과 필체로 인쇄물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필사본을 낸 전북 전주 동신교회 윤여선 권사는 “70세 때 필사를 시작해 20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세 차례 7시간가량 필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삼덕교회 나순례 권사는 “까막눈이었지만 교회에서 성경공부 시간에 베드로전서를 숙제로 써가면서 한글을 터득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인천 참기쁜교회 강도성 권사는 “파킨슨씨병을 앓아 손 떨림이 심했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성경을 가까이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지난 10개월 동안 성경 66권을 필사해 전시회에 내놓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재소자가 감옥에서 한 자 한 자 두루마리 휴지에 써내려간 성경 필사본이며, 성경 66권을 한 권 한 권 십자가 나무액자에 쓴 사연도 눈길을 끈다. 한편 전시장에선 전시 말고도 필사자들의 간증을 직접 듣는 시간을 포함해 청소년들이 파피루스에 성경구절을 직접 쓰고 그림으로 장식하는 ‘파피루스 체험코너’, 성경가훈 써주기 등 부대행사도 진행되고 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무료로 이어진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조인성-공효진, 무사 기원 고사..진지한 현장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공효진, 무사 기원 고사..진지한 현장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고사 현장이 공개됐다. 최근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제작 지티엔터테인먼트, CJ E&M)의 제작진은 진지함과 유쾌함, 열정이 어우러졌던 고사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6일 경기도 이천 세트장에서 지냈던 고사현장에는 조인성, 공효진, 성동일, 이광수, 도경수, 진경, 최승경, 최문경, 한정현, 이성경, 도상우 등 다수의 출연진들과 노희경 작가, 김규태 PD를 비롯한 제작진들, 그리고 김영섭 SBS 드라마CP를 포함한 여러 드라마 관계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참석해 ‘괜찮아 사랑이야’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알 수 있게 했다. 특히 조인성은 이 날 촬영이 없음에도 이른 시간부터 이천 세트장을 찾아 촬영에 바쁜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들을 격려하며 자상하게 챙겨 현장을 훈훈하게 했다. 드라마의 안녕과 무사고를 기원하며 경건히 기도하는 자세로 임하던 제작진과 배우들은 “제작 기간 동안 스케줄 빵구 귀신, 날씨 변덕 귀신, NG귀신은 금하게 하시고 원하는 대로 날씨 귀신, 한번에 오케이 귀신, 대박 귀신은 몰아주소서”라는 유머 가득한 축문 구절에 웃음을 터뜨리며 고사식은 시작됐다. 첫 순서로 나온 김규태PD는 “이보다 좋은 팀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훌륭한 스태프들과 멋진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나는 매우 복 받은 감독 같다”라며 겸손하게 말한 후 “괜찮아 사랑이야, 파이팅!”을 크게 외쳐 열정 어린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노희경 작가는 진지한 모습으로 제를 올리며 술과 절을 올린 후 “촬영하는 동안 안전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시청률은 하늘에 맡기고 열심히 하자”라며 드라마의 성공을 기원했고 김규태PD와 하이 파이브를 하며 크게 포옹을 해 진지함과 웃음이 공존하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어 벌써부터 완벽한 케미스트리(화학작용)를 선사하고 있는 조인성과 공효진은 함께 제를 올린 후, 조인성은 “미술팀, 세트팀 등 스태프 여러분들이 무척 고생이 많다. 이 작품은 불패의 신화 공효진과 함께 해서 잘될 것 같다. 선후배님 모두 함께 힘내서 열심히 하자”라고 말하고, 공효진은 “한국 드라마계의 드림팀과 꼭 함께 하고 싶었던 선후배님들과 같이 하게 돼서 너무 좋다. 즐거운 작업이 됐으면 좋겠다. 조인성씨 잘 부탁드린다”라고 각각 말하며 주연 배우들답게 스태프들과 상대 배우를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에게 훈훈함을 전했다. 진경과 함께 진지한 모습으로 제를 올렸던 성동일은 “나는 자신 없으면 발 안 담근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대박을 예상해본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이끌어내고, 이광수는 좋은 분들과 함께 해서 기쁘다는 말과 함께 큰 소리로 “대박”을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가하면 도경수는 소감을 말하는 동안 춤을 보여달라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열화 같은 성화에 막내다운 모습으로 열심히 춤을 춰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를 했다. 또한, 도경수에게 춤추라는 요청에 김규태PD가 해맑은 모습으로 막춤을 선보여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하며 축제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이에 김영섭 SBS 드라마CP는 “현재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면 팀워크가 무척 좋다.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모았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생각난다. 올 여름에 화제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기대와 사랑 부탁 드린다”라고 전했다. 한편, ‘괜찮아 사랑이야’는 완벽한 외모와 청산유수의 언변을 가진 로맨틱한 추리소설작가 장재열 역을 맡은 조인성과 겉으로는 시크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정신과 의사 지해수 역을 맡은 공효진, 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펼치는 로맨틱 드라마다. 한여름의 소낙비 같은 유쾌한 재미와 감동이 그려질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끝나는 오는 7월 23일부터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 = 지티엔터테인먼트 연예팀 seoule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