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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계석] 한국경제 지뢰밭 위에 있다/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1일 능률협회 주최로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호텔에서 2007년 경영환경전망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나라 안팎으로 볼 때 한국경제는 지뢰밭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므로 기업은 경영 초점을 리스크 관리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전무의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과 북핵 문제의 악화가 내년 경제성장에 미칠 2대 난기류다. 지난 4∼5년간 세계 경제는 미국이 초저금리에 기반한 내수 소비를 통해 이끌어왔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계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미국 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재정·경상적자는 이미 1조달러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이상 확대될 여지가 없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성장률의 과잉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미국 주택 버블의 붕괴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지는 게 지표상으로 확인되면 달러화 약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경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4.3%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더 공감대를 얻고 있으며 이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도 4%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은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압력에도 홍콩 달러 환율 이상으로 위안화를 절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년도 원·달러 환율은 평균 925원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국내 소비는 구조조정을 완료한 카드사에서 대출을 확대해 국내 소비가 최근 1년간 늘었지만 소득·자산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이상 신장되기는 어렵다. 다만 수출은 긍정적인 예상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수출국인 미국 시장에서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중동 등 제3시장에서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건국 이래 최대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 [Form나게 Beauty나게] 악마는 정말 프라다를 입을까

    [Form나게 Beauty나게] 악마는 정말 프라다를 입을까

    내용만큼 연기자, 무대디자인, 색감, 혹은 의상에 많은 집중을 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특히 어떤 영화는 마지막 크레디트까지 확인해야만 자리를 뜰 수 있게 만든다.‘스캔들, 남녀상열지사’의 정구호 디자이너가 그랬고,‘친절한 금자씨’‘타짜’의 조성경 디자이너가 그랬다.‘역시’라는 생각을 하며 온몸에 전율이 짜릿하게 흐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섹스 앤 더 시티’의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과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가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됐다. 다행인 것은 사라 제시카 파커 대신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촌스러운 듯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앤 해서웨이가 주인공이라는 것. 영혼을 파는 슈즈와 잡지화보 속 의상을 ‘시’로 둔갑시킬 ‘패션지상주의’가 영화로 나올 뻔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옷은 날개가 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는 아름다운 결론을 보여준다. 초반 ‘앤드리아’(앤 해서웨이)는 패션을 ‘도구’라고 말한다. 그러다 ‘패션은 작품’이라고 여기는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패셔너블하지 않으면 사람으로 치지 않는 그의 추종자들과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그녀는 변신한다. 사회초년생의 깜찍 발랄한 스타일에서 보이시, 레트로, 심플을 거쳐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멋스럽고, 맵시있는 섹시한 그녀로. 첫 장면부터 길게 늘어지는 액세서리, 앞코가 짧고 뾰족한 얇은 굽의 힐, 부츠, 빅숄더 백, 벨트·퍼 트리밍 등 트렌드세터들의 모습을 패션과는 무관한 앤드리아와 대비시켜 보여준다. 코트는 대체로 1980년대 레트로 혹은 벨티드의 슬림한 라인으로 세련되면서도 심플하고, 코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헌팅캡도 훌륭한 코디매치를 보여준다. 또한 앤드리아는 점점 멋스러워지면서 네크라인이 깊어지고 섹시한 프로패셔널한 여성으로 그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간다. 레이어드의 대세를 보여주듯 화이트 셔츠와 블랙 니트의 레이어드와 앤드리아뿐만 아니라 미란다에게서도 볼 수 있는 여러개를 레이어드한 듯한 길게 늘어뜨린 목걸이. 레이어링의 가장 중요한 벨트도 같은 계열의 색상보다는 보색이나 대비되는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올 가을 겨울, 어느때 보다도 부츠의 유행을 잠재울 수 없다. 영화 내내 보여준 부츠는 약간 슬림하게 붙는 혹은 스키니한 부츠로 보디 라인을 강조했다. 가방은 그녀의 친구가 열광한 백처럼 모든 잡동사니를 다 넣을 수 있는 빅 숄더백이면 충분하다. 스타일컨설턴트 이혜숙(www.cyworld.com/colorism02)
  • 선진국 가는길 가로막는 ‘3대덫’

    선진국 가는길 가로막는 ‘3대덫’

    ‘후진적인 정치체제(정치 불안정), 공공부문의 비대, 노동시장의 경직성’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반면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국가들은 작은 정부와 강력한 리더십, 친기업적인 조세개혁, 개방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이 모든 국가에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개발도상국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어 속도와 일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김애실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비전2030 민간작업단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작업단이 삼성경제연구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세계 각국의 사회적 자본, 성장·분배, 인적 자원, 성장동력, 국제화 등 5개 분야를 점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한 14개국과 2만달러 돌파에 실패한 7개국의 원인을 분석했다.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1432달러를 기록한 뒤 11년째 2만달러 벽을 깨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정책적인 시사점을 던져준다. ●선진국 진입에 성공하려면 룩셈부르크와 노르웨이, 미국, 일본, 아일랜드 등 14개국이 1인당 국민소득을 1만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데 든 기간은 5∼13년으로 편차가 있지만 10년 안팎이 대부분이다.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이들 국가들은 효율적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토대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으면서 분배 욕구가 커지자 노사정의 상생적 타협으로 사회·경제 문제를 풀어나갔다. 이들 국가들은 친기업적 조세개혁과 개방화, 민영화, 규제완화, 시장주의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주로 펼쳤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혁신·경쟁, 고급 핵심 인력의 적극 개발과 유치도 선진국 진입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선진국 진입 실패 사례 스페인과 그리스, 포르투갈,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타이완, 이스라엘 등 7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었지만 2만달러 도달에 실패한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여야가 심하게 대립하는 등 정치체제가 후진적이며 노사분규는 장기화되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개방보다는 수동적인 수입대체 및 과도한 보호전략으로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상실했다. 외국계자본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서비스 등 특정산업에 치우진 경제구조도 지속적인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경우 고질적인 노사분규와 이에 따른 노동 경직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스도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정치갈등의 장기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포르투갈은 비대한 공공부문이, 타이완은 계속된 정치적 혼란이 각각 선진국 진입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실패에서 배운다 작업단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을 생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의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또 소득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분쟁해결이 어려워진다고 강조하고, 성장동력 및 수출상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적극적인 대외 지향 발전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적의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혁신과 함께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준조세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경상수지↓ 자본수지↓ …내년 쌍둥이 적자?

    경상수지↓ 자본수지↓ …내년 쌍둥이 적자?

    달러화 흐름의 역(逆)패턴으로 내년에는 경상 및 자본의 ‘쌍둥이 수지적자’가 우려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강세(환율하락)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된다. ●고질적인 서비스수지 적자 통상 경상수지는 흑자, 자본수지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균형수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상수지는 상품(무역)수지와 서비스수지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자본수지는 직접투자수지와 증권투자수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6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는 올해 최악의 경우 균형점(0)까지 떨어질 처지에 놓였다. 수출증가 등에 따라 상품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연수 등으로 해외에 쏟아붓는 돈이 올 1∼9월동안에만 106억 3000만달러에 달해 경상수지의 흑자구조를 깨뜨리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수지의 적자폭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내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민간 및 국책연구소는 20억∼45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10억달러 가량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복병, 자본수지 최근의 자본수지 동향을 보면 외국인의 직접투자 등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단기차입금의 급증으로 기형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9월말까지 공장 건립 등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7억 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4억 2000만달러)의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29억 6000만달러가 순유출돼 지난해 27억 1000만달러 유입된 것과 대비된다. 반면 국내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1∼9월 49억 70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특히 해외부동산 구입, 공장건설 등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2003년 34억 3000만달러,2004년 46억 6000만달러,2005년 43억 10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의 직접 및 증권투자는 줄어들고, 외국인이 돈을 빼내가거나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하는 돈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대안찾기 부심 한국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내년에 우려되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동반 적자는 향후 달러 약세의 지속 여부 등에 따라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세제혜택은 물론 채권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유출된 외국인 자금의 재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만성적인 적자인 서비스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외소비를 국내소비로 돌릴 수 있는 감세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비스수지의 적자 가운데는 무거운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자녀들에게 주택을 구입해 주는 등의 수법으로 상속·증여세를 피해나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돈있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민간소비도 진작되고, 서비스수지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정부 지출확대” “규제완화”

    “정부 지출확대” “규제완화”

    내년 경기를 바라보는 재계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누구도 언급을 꺼려하던 ‘내년 경제성장률 3%대 추락’ 가능성도 처음 제기했다. 지금까지는 4%대가 대세였다. 해법에서는 ‘선(先) 정부지출 확대’와 ‘선 규제완화’로 다소 엇갈린다. ●내년 성장률 3%대 첫 언급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북한 핵실험 이후의 시나리오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1%에서 3.8%로 0.3%포인트 하향 수정했다. 정부(4.6%), 삼성경제연구소(4.3%) 등 민(民)·관(官)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한경연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북핵에 따른 경제 제재와 관련,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경제성장률은 3%대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불협화음은 이미 감지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은 2.9%, 경상수지 적자폭은 30억 6000만달러로 각각 전망했다. 북핵사태가 국지적 군사충돌로 악화될 경우, 성장률은 1%대(1.9%)로 급락할 것이라고 연구원은 경고했다. ●돈 vs 규제…엇갈리는 부양수단 재계는 정부가 이미 의지를 밝힌 ‘경기 부양론’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구체적 부양 방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경연은 ‘선행적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배상근 연구원은 “재정지출 확대나 감세 등 최근 몇년간 정부가 써온 고전적 방식으로는 심리적 안정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근본적으로 끌어내려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나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규제 완화 못지않게 재정지출 확대도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하동만 전무는 “최근 몇년새 경기 주기가 매우 짧아져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효과가 낮을지라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짜거나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방법으로 돈을 적극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차 오일쇼크 우려도 대두 현대경제연구원은 같은날 낸 ‘국제유가 하락 지속될 것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유가가 내년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두바이유 가격이 내년에 배럴당 85달러에 이르면 환율과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가격은 1980년대 초 2차 오일 쇼크때와 사실상 비슷해져 3차 쇼크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경기 침체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맞게 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이 한권의 책] ‘갈등과 반목’ 칼의 문화를 버려라

    북한의 핵실험, 정치권의 행태, 부동산의 투기 열풍, 대학입시 전쟁, 지하철 출근전쟁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전쟁 속에서 산다. 지구촌은 어떠한가? FTA, 탄소시장,ODA 등의 세계 관계 속에서 각기 설 자리를 쟁탈하기 위한 세계인들의 삶은 국가의 경계도 없이 발가벗겨져 가고 있다. 힘센 자의 성공 논리로 점철되어온 지배 중심의 사회체제를 비판하고 평화의 대안으로 성배의 문화를 강조한 ‘성배와 칼’. 이 책의 저자인 리안 아이슬러는 인류학, 여성학, 사회학을 두루 아우르며 전쟁과 침략의 역사를 만들어온 지배문화를 ‘칼의 문화’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인간이 끊임없이 분쟁을 일삼는 것도 ‘칼’의 역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마치 펜은 칼보다 무섭다는 말을 실감나게 할 만큼 인류학자 시각에서 지난 역사를 속속들이 분석하여 파헤치고 있다. 반면 대립보다는 협력과 공존을 중요시하는 공동협력 사회체제를 성배의 문화라고 칭한다. 아이슬러는 성배로 상징되는 ‘여신’을 중시한다. 여성의 출산과 자손번창, 심지어 죽음까지 성스럽게 덧입힌다. 남녀가 평등했으며 부자와 가난한 자도 없었고 의사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던 신석기시대를 성배문화의 기원으로 잡는다. 또 크레타문명을 재조명하며 “크레타는 역사 기록상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대등한 동반자로서 조화를 이루어 즐겁게 지낸 마지막 세상 같다.”고 극찬하고 있다. 그러나 유목민족의 침략으로 신석기시대는 무너지고, 청동기와 철의 무기를 만들어내면서 인류의 전쟁이 지구상에 등장한다. 텐트만 접으면 삶의 터가 바뀌므로 힘이 약한 여자들을 쉽게 납치, 약탈하여 노예화할 수 있던 유목민사회에서 ‘여신문화’는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야금술과 남성우월성이 자리잡혔다. 저자는 로마제국 시절 저술된 성경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비판하는데, 약자인 여성을 귀하게 섬겼던 예수님의 모습은 가려지고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남성 중심으로 기록되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인류가 평화를 지향하기 위하여 칼의 문화가 짓밟아버린 성배의 문화를 되찾는 새로운 관점을 정립해야 한다고 아이슬러는 강조한다. 죽음이 아닌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피라미드식의 위계질서보다는 연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공동협력사회를 이룰 때 인류의 평화가 도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보여준다. 그런 사회를 지향해갈 때 우리 사회는 21세기 지구촌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을 덮으며 잠시 한국사회 속에 녹아 있는 칼의 문화를 되새기게 된다. 특히 조선시대 이래 600년간 이 땅에 뿌리박아온 부계사회에서 휘두른 칼의 위력에 짓밟힌 여성들의 슬픈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당시 이화고녀를 졸업한 씩씩하셨던 어머니, 온화하고 항상 인내하시던 모습의 외할머니, 그 윗대 할머니들은 또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그 모습은 모르지만 분명히 가부장적인 가치로 움직이던 사회에서 당신들의 주장은 접은 채 아이들 젖을 먹이고, 밥하고, 시부모님, 남편의 옷을 밤새워 지었으리라! 이제 세상이 많이 변하였다고 하나 곳곳이 아직도 칼의 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들의 현실이다. 이 책을 통하여 인류역사에 숨어 있는 성배적인 속성이 현대사회에 승화된 모습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정의감마저 치솟는다. 그래야만 남·녀를 불문하고 현대인 모두의 삶이 편안해 지리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해졌다. 심리학자 샌드라 뱀의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속성이 아닌, 적응력을 강조하는 ‘양성의 문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바로 이 저자의 ‘성배문화’와 접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나눔과 섬김의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박은경 대한YWCA연합회장·인류학 박사
  • [美중간선거 현장을 가다](중)미국선거를 만드는 사람들

    [美중간선거 현장을 가다](중)미국선거를 만드는 사람들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주)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도 선거의 주역은 유권자와 후보들이지만 선거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조연들의 역할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하고, 관심 대상이다. 교회와 목사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하면, 기업들도 사업에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후보들의 득표력을 올려준다는 정치 컨설턴트와 선거의 판세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방송의 공정성을 중시” 유권자와 후보를 연결하는 우선적인 매개체는 물론 언론이다. 미 NBC 방송의 미네소타 지역 방송국인 WCCO TV의 패트릭 케슬러 기자는 매일 아침 자신을 “뚱뚱하고 땅딸한 백인 대머리”라고 묘사하는 ‘성난’ 유권자들이 보낸 이메일을 열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150∼200통씩 배달되는 이메일의 절반은 “공화당 후보에게 편견을 갖고 보도를 했다.”는 비판이며, 나머지 절반은 “민주당 후보를 폄하하는 보도를 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케슬러 기자는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은 전날 뉴스 리포트에서 내가 어느 후보에게 몇초를 할애했고 어느 후보 이름은 몇번 언급했는가까지 지적한다.”면서 “대부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나 각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인터넷 시대가 오고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선거와 관련한 1차 정보는 이미 ‘홍수’를 이루고 있다.”면서 방송기자의 역할은 그처럼 많은 정보를 여과(Filtering)해서 “정말 중요한 뉴스는 이것”이고 “저 후보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보도국에서 뉴스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많은 토론을 하고 있다.”면서 “기자도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객관성보다는 공정성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미네소타의 일부 신문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신문이 지지해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드랙은 없다.” 최근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가 여론조사다. 미네소타 대학 정치 및 정부 연구센터의 소장인 래리 제이콥스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사회적 이슈로, 민주당은 경제적 이슈로 승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보 이슈도 중요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공화당이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고,‘이라크전’에서는 민주당이 유리해 서로 상쇄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지지하는 56%의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미네소타 주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과 의료보험 분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제이콥스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른바 부시 드랙(Bush Drag)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이콥스 교수는 선거 테크닉 측면에서는 공화당이 앞서 있다고 분석한다. 공화당은 유권자들의 상품 구매 행태까지 분석해 선거운동에 적용할 정도다. 예컨대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낙태에 비판적인 서적을 구입한 사람을 찾아내 낙태라는 이슈만으로 그 사람을 집중 공략한다는 것이다. 제이콥스 교수는 부시 정부가 선거 막판에 오사마 빈 라덴을 잡아들이는 등 ‘깜짝쇼’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같은 이벤트가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친기업적 후보에게만 기부한다.” 선거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미 상공회의소의 더그 룬 미네소타주 지부장은 “기업친화적이고 보수적인 재정관을 가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룬 지부장은 “상공회의소가 마치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지만 우리는 당을 지지한 적은 없다.”면서 “공화당 후보든 민주당 후보든 과거의 투표기록과 발언 등을 분석해 70% 이상 우리 입장과 일치하면 지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지지를 결정하면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회의소 회원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고 해당 후보의 공약과 정책도 홍보한다. 룬 지부장은 제6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미셸 바크만 후보의 경우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해 기업을 잘 이해하고, 세금 감면과 건전한 재정을 주창하기 때문에 지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 미네소타가 중요한 이유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 선거 때마다 워싱턴의 중앙 정가와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찾는 미네소타주의 정치 분석가는 배리 캐슬먼이다. 캐슬먼은 미니애폴리스의 커피 전문점에서 기자와 만나 미네소타주가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네소타주의 수도 세인트폴에서는 2008년 대통령 선거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리적으로 미네소타는 오른쪽에 접해 있는 위스콘신과 남쪽에 붙은 아이오와와 함께 ‘북부 3각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세 주를 합친 대통령 선거인단의 수는 27석. 미국 대선의 대표적인 승부처인 플로리다나 오하이오주보다 많다. 세 주는 지리적으로 인접해서인지 선거 성향이 비슷하다. 특히 지금까지 공화당에도, 민주당에도 표를 몰아주지 않아온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서도 미네소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왔다가 최근들어 공화당이 지지층을 늘려가는 형세여서 두 당이 모두 사활을 걸고 이 지역을 잡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2008년 미국 대선의 승부처는 북부 3각 벨트, 그 중에서도 미네소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캐슬먼은 예측했다. dawn@seoul.co.kr ■ ‘政·敎 분리주장’ 그레고리 보이드 목사 인터뷰 |세인트폴(미국 미네소타주) 이도운특파원|“교회가 정치적 권력을 추구하면 스스로 붕괴하고 맙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세인트폴에 자리잡은 우드랜드힐 교회의 그레고리 보이드 목사는 “종교와 정치는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면서 “신자들에게도 이번 선거에서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양심의 판단에 따라 투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드 목사는 미국 내의 복음주의 대형교회(Evangelical Megachurch)의 목사들 가운데는 드물게 ‘정교(政敎)분리’를 주장하는 인물이다. 보이드 목사는 미네소타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예일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세인트폴의 베텔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다 4년 전 목사가 됐다. 선거를 앞두고 보이드 목사에게도 다른 대형교회의 목사들처럼 예배 시간에 ‘보수적 가치를 내건 후보’를 축복해 주라는 주변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생존했던 시기에 그 지역에서는 정치적 격변이 일어났다. 하지만 예수님은 한번도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복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기독교 국가’ 건설론에 동의하지 않는가. -종교는 정치에서 깨끗하게 손을 떼야 한다. 기독교 국가라는 구호를 내리고 미국의 대외적인 군사활동에 대한 환호도 걷어야 한다. 미국의 힘은 다른 나라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라크 전을 지지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나. -칼을 들면 십자가를 잃게 된다. 복음주의자들 가운데 부시 대통령을 돕는 것이 기독교도의 의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언제 예수가 전쟁을 지지하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동성애와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동성애는 신의 뜻에 거스르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가 섹스 문제를 도덕적 이슈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또 성경은 살인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낙태는 그런 점에서 죄가 된다. 그것은 탐욕이 죄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것을 어떻게 투표행위로 연결시키느냐 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자들 가운데 당신의 생각을 바꾸려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물론이다. 그들 가운데 교회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5000명의 신도 가운데 1000명이 떠났다. 그러나 미국 정치의 양극화에 대해 신물을 느끼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동성연애자인 신자들이 결혼한다면 주례를 서줄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아마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이 종교를 정치에 이용한다고 생각하나. -개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정치인들은 늘 종교를 이용해 왔다. 정치인들은 연설을 할 때 성경 구절 하나씩은 꼭 인용하지 않는가? dawn@seoul.co.kr
  • [경기부양 진단] “감세정책으로 내수 살려야”

    [경기부양 진단] “감세정책으로 내수 살려야”

    경제전문가들의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부양의 강도, 즉 해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경기부양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인위적 경기부양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형민 수석연구원은 “통화정책이나 재정지출 하나만으로 경기를 인위적 또는 소극적으로 부양시키려고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규제 완화와 투자 활력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산운용협회 윤태순 회장은 “기업들의 투자위축, 소비침체, 경제의 구조적인 양극화 현상 등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장기간 침체를 겪어온 만큼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단기적인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실패할 경우 적자재정과 인플레이션 심화 등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보증권 김승익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수 있으나 지금의 침체는 경기순환 사이클의 단축 등에 따른 기술적인 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잠재성장률 위에서 움직이는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부양을 반대했다. 경기부양 해법은 단기·장기 가운데 어느 곳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엇갈렸다. 산은경제연구소 송정환 소장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재정의 조기집행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규제완화 등 투자환경개선, 소비심리 진작 등 보다 근본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화경제연구소 유시왕 소장은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관련 세금 등 감세 정책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재정지출도 성장 우선쪽에 집중하는 선택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동현 KB국민은행연구소장과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소장,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 등은 통화신용정책(금리 인하)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기침체의 원인으로는 소비 및 투자 위축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홍익대 김종석 교수는 “체감경기가 지수경기보다 나쁘고, 사실상 불황에 빠져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현 정부의 경제에 대한 기본 정책과 이념이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가 경제 혼란에 이은 경제 침체를 부른 주범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에 대해서는 원인과 처방이 다양했다. 한국투자증권 강성모 상무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업가 정신이 부족하고 단기 실적주의에 얽매인 점이 투자 부진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우리크레스트스위스자산관리 백경호 사장과 산업연구원 윤우진 연구본부장 등은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정부가 기업들이 자신있게 기업활동을 할수 있도록 기(氣)를 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신관호 교수는 “정부 규제가 심하고, 토지 등 땅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도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강성노조 등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어 기업의 생산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女談餘談] 시어머니의 ‘행복론’/정은주 지방자치부 기자

    “몸이 저렇게나 불편하신 줄은….” 양가 부모님이 상견례하던 날, 친정 어머니는 걱정스레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뵙고 나니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으신가 보다. 시어머니는 1999년 울릉도 여행길에 올랐다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헬리콥터에 실려 병원에 도착,5시간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깨어났다. 하반신 부분 마비라는 후유증이 찾아왔다. 쉰살을 갓 넘긴 나이에 혼자 걷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 후 시어머니는 ‘행복찾기’에 나섰다. 행복찾기 하나, 손잡기. 시부모님은 나들이 나갈 때 손을 꼭 잡는다. 지팡이나 휠체어가 있어도 시아버지가 손을 고집한다.“매일 결혼식장에 입장하듯 살고 싶어서”라고 농담처럼 말씀한다. 생사의 문턱에서 돌아온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리라. 그래서인지 시부모님의 걷는 모습이 갓 연애를 시작한 20대처럼 애틋하다. 시어머니는 두 며느리를 양쪽으로 의지하며 걷길 좋아한다. 아들들이 나서도, 키가 비슷한 며느리들과 걸어야 편하다고 물리친다. 첫 발을 내디딜 때 고부는 휘청거린다. 발걸음이 맞지 않아 균형을 잃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라는 시어머니의 귀띔에 고부는 행진하듯 발을 척척 맞춘다. 몸으로 조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행복찾기 둘, 인터넷. 시어머니는 인터넷이라는 친구를 얻었다. 고스톱은 물론이고 검색, 메신저, 쇼핑, 금융거래까지 함께 한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성경책을 베끼며 타자를 연습했다. 그러다 고스톱 삼매경에 빠져 사이버머니를 10억원쯤 모았다. 돈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즐거워하신다.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어느날부터 포털사이트에서 며느리 기사를 찾아 읽고, 싸이월드에 ‘힘내라.’는 쪽지를 남긴다. 요즘은 동네 아줌마들을 대신해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저렴하지만 좋은 물건을 골라 준다. 시어머니께 행복찾기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다음에 진짜 떠날 때는 ‘나는 행복했다. 너희들도 행복하라.’고 말하고 싶어서.” ejung@seoul.co.kr
  • 두번째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펴낸 이기호

    두번째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펴낸 이기호

    7년 전,“교수님 칭찬 한번 듣는 게 소원”이었던 문예창작과 대학원생은 문예지 신인 공모전을 앞두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러나 뒤늦게 심사기준이 2편의 작품이란 걸 알고는 부랴부랴 단편 하나를 더 써서 냈다. 뜻밖에도 당선작은 심혈을 기울여 쓴 역작이 아니라 3일 만에 뚝딱 지어낸 소설이었다. 랩음악 가사 형식으로 구성된 이 독특한 소설의 제목은 ‘버니’, 이 소설로 문단의 유망주로 떠오른 소설가가 바로 이기호(34)다. 첫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2004)에서 전통 화법과는 다른 성경체, 법정진술서, 자기소개서 등의 문체실험으로 주목받았던 이기호가 신작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문학동네)를 냈다. 기발하고 다양한 소설적 외피 안에 동시대 인간군상의 비루한 삶을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연민으로 담아냈던 전작의 미덕은 이번 작품집에도 여전하다. 하지만 ‘소설’과 ‘소설가’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서너편의 수록작에선 작가 내면의 어떤 변화가 감지된다. ●“작정하고 제 자신 온전히 드러냈죠” “소설가는 소설 뒤에 숨어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번엔 작정하고 제 이야기를 썼어요. 익명의 다수 앞에서 발가벗겨진다는 점에서 소설가는 창녀와 비슷해요. 어차피 평생 소설가로 살 거라면 좀더 용감해질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먼저 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자고 생각했지요.” ‘나쁜 소설-누군가 누군가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는 이야기’는 수 년째 9급 공무원시험에 낙방한 별 볼일 없는 30대 남자가 여관방으로 부른 성매매여성에게 소설을 읽어 준다는 엉뚱한 이야기다.‘오디오용 소설’을 표방한 소설은 최면 기법을 끌어들인 독특한 형식으로 읽는 이를 화자인 동시에 청자로 만들어 버린다.‘수인(囚人)’은 소설가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지독한 우화이다.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소설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형서점의 무너져 내린 시멘트벽을 곡괭이로 파헤친다.‘자기를 증명하기 위한 끝없는 노동’이 소설가를 소설가이도록 하는 원동력임을 암시한다. ●“소설은 조금 더 비루해져야” “저는 소설이 조금 더 비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설에 등장하는 우아한 백수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넓히고, 독자를 소설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에요. 지상에서 한뼘 떨어진 소설이 아니라 진흙탕에서 함께 구르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이기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약자들이다.‘최순덕 성령충만기’에 등장한 ‘시봉이’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뒷골목 낙오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시골에서 상경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시봉이는 어린 불량배들에게 얻어맞거나(‘당신이 잠든 밤에’), 국기를 훔쳐다 팔기 위해 새벽마다 게양대에 매달린다(‘국기게양대 로망스-당신이 잠든 밤에2’). 황당하고 기막힌 상황에 정신없이 웃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찡해진다. 작가는 “누구를 가르치거나 위로해줄 처지는 못되고, 그저 같이 붙잡고 울어주는 게 내 한계”라고 말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갈팡질팡하면서 살다 보니 소설가가 돼 있더라.”는 작가는 “두 권의 단편집은 워밍업 과정이었고, 앞으로 긴 호흡의 장편에 매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외환보유고가 ‘북핵 쇼크’를 잠재웠다.”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융시장 주변에서 나온 평가들이다. ●외환보유고의 위력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환율, 주가, 금리 등 금융시장의 미시 변수들이 동요되지 않았다.1997년 11월 외환위기 직후 보여줬던 패닉 현상과는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코스피지수는 북핵실험 당일에는 전 거래일(4일)보다 32.6포인트나 떨어져 1319.14를 기록했으나,5일 만인 16일에는 1356.72,18일에는 1354.26으로 마감하는 등 북핵쇼크 이전 상태를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9일에는 15.1원이나 올라 달러당 960원대로 치솟았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여 950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리는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 규모가 전체의 40%에 가까운 외국인들의 자본유출이 거의 없었고, 금융시장이 안정됐던 배경에는 2200여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도이치방크,JP모건 등 외국투자 회사들도 “북핵쇼크가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풍부한 외환보유고 덕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도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A+’였던 것이 순식간에 B+로 9단계나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의 A등급이 그대로 유지됐다. ●적정 규모 여부는 여전히 논란 한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규정에 근거해 마련한 외환보유고 적정 규모 수준은 3500억달러가량으로 본다. 이는 경상지급액의 3개월(700억∼800억달러)+단기외채(잔여만기 1년 이내의 외채 포함,1000억달러)+자본도피(국내거주자의 자본이전)+자본유출(외국인 국내투자분 유출 규모,2700억달러)+현지금융(해외법인에 대한 국내의 보증) 등을 고려한 액수다. 지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282억 2000만달러로 세계 5위다. 한은 변재영 국제기획팀장은 “외환보유고의 적정 규모는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현재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통화안정채권 발행 규모(162조원)에 따른 이자만 연간 5조∼6조원에 이른다는 비난이 있지만, 북핵 등과 같은 사태에서 외환보유고의 상징적인 액수가 가져다 준 효과는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 비중(38∼39%), 자본자유화, 글로벌 경제에 따른 현지금융 확대, 북핵 등 남북관계의 지정학적인 리스크(위험) 등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변수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외국계 외환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의 최소 규모는 단기외채 규모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넘어선 외환보유고는 수익성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경제 ‘원高의 덫’에

    경제 ‘원高의 덫’에

    환율이 ‘덫’에 걸렸다. 북한 핵실험과 일본의 금리 인상 유보 등 국내외의 돌출변수로 환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본 엔화와 미 달러화, 중국 위안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경쟁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나홀로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기관들이 달러를 대량 매도하기 때문이며. 원·엔 환율 하락은 엔·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다. 이 때문에 북핵, 유가에 이어 환율이 내년도 경기의 3대 복병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 고용·투자 위축, 소비 위축, 경상수지 적자, 성장률 둔화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환율 하락, 무섭다 환율의 주변 여건이 예전 같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북핵사태로 우려됐던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950선대에 머물고 있으나,2차 핵실험 여부 등에 따라서는 시장에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불안을 느낀 외국인의 자본유출이 현실화되면 주식시장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달러화 약세 기조를 염두에 두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내다팔기 장세’가 멈추지 않는 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원·엔 환율은 더 심각하다. 당초 예상했던 일본의 금리 인상이 ‘유지’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엔·달러 환율이 오름에 따라 상대적으로 원·엔 환율이 줄곧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100엔당 80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등 ‘원고(高) 엔저(低)’가 고착화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일본 경제가 아직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위안화 역시 미국측의 압력으로 올 4·4분기 또는 내년 1·4분기쯤 절상으로 돌아서면 원화강세는 불가피하다.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면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원화가치도 높아지는 것(환율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은행 오재권 외환시장팀장은 “지금의 환율은 과거의 패러다임(동조화)과 같은 추세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추세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환율과 관련된 각국의 내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여건)만으로 경기를 전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우려만큼 충격 크다. 수출주도형인 우리로서는 환율 하락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미국·중국·일본에 대한 수출비중은 14.5%,21.8%,8.4%다. 수입비중 역시 11.7%,14.8%,18.5%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적자, 자본수지 흑자라는 현재의 국제수지 구조는 IMF 외환위기 이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면서 “다행히 외환보유고가 2000억달러를 넘고 있어 비상상황에 대응할 여력은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환율이 지금과 같이 부담스러운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경제연구소 소재용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높고 엔화가치가 낮은 상황에서 중국의 위안화마저 절상된다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공통적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IT(정보통신), 철강 등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박사는 “원·달러 환율은 내년에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미국의 달러화가 강세에서 약세기조로 돌아서고, 일본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원·엔 환율은 다소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개입이냐, 국제 공조냐 정부는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찮은 변수라는 데 동의한다. 최근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수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외환시장 개입 여부도 고려 대상에 포함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여부 등이 자본유출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직접적인 시장개입보다는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와의 공조 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통계속에 ‘대박’ 있다

    통계속에 ‘대박’ 있다

    출시 6개월만에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한 두산 ‘처음처럼’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대박은 ‘통계’에 있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두산주류BG는 음주율과 경제활동참가율에 주목했다.1995년 15.3%에 불과하던 여성음주율은 98년 32.7%로 급증한 데 이어 2005년에는 41.1%로 높아졌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도 2000년 48.8%에서 2004년 49.9%, 지난해 50.1%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다. 두산은 지난해부터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나섰으며, 브랜드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처음처럼’을 내놓은 지 5개월 11일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했고 6개월만에 시장점유율 10.1%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22%를 차지했다. CJ㈜는 1985년 66만 가구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90년 102만 가구,95년 164만 가구로 급증하는 것에 착안했다. 가구 형태의 변화는 식생활 패턴도 바꿀 것이라고 확신, 이듬해에 즉석 ‘햇반’을 개발했다.2000년 22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86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317만으로 증가했다. 2004년에 나온 오뚜기의 ‘씻어 나온 쌀’도 싱글족과 맞벌이족을 겨냥한 것으로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대상㈜의 청정원 ‘튜브형 고추장’은 해외관광의 급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02년에 개발됐다.98년부터 2001년까지 해외관광이 연평균 24%씩 성장하자 한국인에게 필수식품인 고추장을 쉽게 휴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 결과 60g짜리 용기로 올해 52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보령메디앙스의 ‘유피스 나노실버 젖병’은 출산율을 주목했다. 이 회사의 마케팅팀은 2001년 초 합계출산율이 1.3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통계청 발표에 저출산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였다. 아이를 하나만 낳는 사회에서는 출산·유아용품의 소비가 급감하겠지만 ‘외동이’를 위한 프리미엄급 제품은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2002년 은나노 입자를 사용해 항균력과 탈취력을 높인 젖병을 내놓았다. 가격은 150㎖짜리 1개당 1만 30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하나뿐인 아이를 더욱 잘 키우려는 신세대 엄마들에게는 크게 어필해 올해 6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밖에 ㈜해태음료는 국내 65세 이상의 인구가 2000년 7.2%에서 2005년 9.1%를 거쳐 2010년에는 10.9%까지 늘어나고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에 예의주시했다. 그 결과 실버세대를 위해 6년근 홍삼에 지황과 벌꿀을 가미한 ‘건강음료’가 나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의류·패션의 거래액이 지난해 1월 960억원에서 지난 7월 185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자 여성 상품을 크게 늘려 전체 주문 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실적을 올렸다. 현재 여성 상품군의 비중도 70%를 넘고 있다. 한편 통계청은 e-나라지표(www.index.go.kr)와 통계정보시스템(kosis.nso.go.kr), 지리정보시스템(gis.nso.go.kr) 등 5개의 통계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구원에 이르는 길/길자연 목사·왕성교회 당회장

    에머슨은 “인간은 믿도록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하나님을 믿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믿음 없이 사는 것보다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는데 부정적인 여건들로 가득찬 세상에서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실상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믿지 않고 사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창조하실 때 우리 속에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심성을 심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이를 하나님의 형상이라 부르는 바 이를 가리켜 사람들은 종교성이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하나님을 믿도록 태어난 인간들이 하나님 없이 자기 혼자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매 그 자체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을 갖고 산다는 것은 믿음 없이 사는 것보다 쉽고 또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믿음은 결코 삶의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믿음이 우리 인생의 전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믿음 속에 현실문제의 해답이 있고, 믿음 속에 영생의 유일한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있으면 다 있는 것이고 믿음이 없으면 다 없는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성경이 이 믿음을 두고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사람들 중에는 삶이 죽음과 동시에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후에 존재하는 내세 천국에 가려면 선한 일을 행해야 한다는 신념아래 온갖 선행에 힘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이 잘못된 이유는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계획대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또 우리 인간들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받도록 섭리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천하 범사에 예수 이름 외에 우리를 구원할 자가 없다.”고 한 것입니다. 이런 믿음에 대하여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훌륭한 원동력은 바로 믿음이다.” 그렇습니다. 믿음이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믿음이야 말로 삶의 원동력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하나님을 믿는 일에는 누구나 예외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믿도록 창조된 인간이 믿음에 대해 미온적이며 동시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모순 속에서 살 때 사람들은 삶의 힘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삶의 본질을 외면한 채 물질과 쾌락에 빠져 들게 되는 것입니다. 믿음의 힘은 불행과 실패를 막아주고 우리로 하여금 올바른 인생을 살게 해줍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영생으로 인도해 줍니다. 그래서 믿음으로 사는 삶이 행복한 것입니다.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전 간곡한 경고문이 여러 가지 모양과 다양한 크기로 뿌려졌습니다.“히로시마 시민 여러분,1945년 8월6일 오전 0시에 히로시마 50리 밖으로 도피하십시오!” 그러나 히로시마 시민들은 매일 같이 뿌려지는 이 경고문에 귀를 귀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도리어 그 경고를 거짓말로 여겼습니다. 드디어 8월6일 두 대의 비행기가 날아와서 두어 번 히로시마 상공을 선회하다가 검은 물체를 떨어뜨렸습니다.‘꽝’하는 굉음과 함께 번쩍하는 순간 30만 명이 타 죽었습니다. 그들이 만약 미국의 경고를 믿음으로 받아 들였다면 그들은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믿음 속에 생명이 있습니다. 행복이 있습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성경의 말씀은 그래서 진리인 것입니다.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당회장
  •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4) 호남 첫 자립교회 목포 양동교회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14) 호남 첫 자립교회 목포 양동교회

    멀리 유달산이 바라보이는 전남 목포의 구시가지인 양동 127 언덕배기에 오똑하니 서있는 석조건물 양동교회(담임 목사 정기대·등록문화재 제114호).1910년 신자들이 유달산의 돌을 옮겨다 세운 호남지역 최초의 자립교회다. 개항기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 전진기지로 부각된 목포에서도 가장 먼저 복음을 전한 호남의 중심적인 신앙유산. 지금은 목포 신시가지가 번성하면서 기독교 신앙의 중심도 자연스레 옮겨갔지만 100여년간 원래 자리에서 옛 모습을 잃지 않은 채 복음을 전해온 양동교회의 신앙적 자부심은 여전하다. 개항기 대부분의 교회들이 그랬던 것처럼 목포에 기독교 신앙의 씨앗을 뿌린 것도 역시 선교사였다.‘양동교회 100년사’ 등 기록에 따르면 1893년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 소속 선교사 몇몇이 호남지역 선교기지를 낙점하기 위해 군산 무안반도 등지를 오가며 전도활동을 한 것이 이 지역 개신교 전파의 시초다. 남장로회 선교부는 당시 들불처럼 번진 동학혁명의 기세에 잠시 활동을 멈췄지만 세상이 안정되면서 전남 나주를 선교기지로 만들기 위해 배유지·하위렴 목사를 파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세력이 강했던 곳. 당연히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고 선교사들이 나주 신앙터 건립을 위해 사들였던 부지를 팔아치우고 옮겨온 곳이 바로 목포다. 당시 목포에는 이미 바깥에서 들어온 신자들이 퍼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이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1897년 지금의 양동교회 자리인 만복동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양동교회의 시작이다.1년 만에 신자가 30여명이나 생겨났으며 1906년에는 당회를 구성하면서 신자가 200여명으로 늘었다. 신앙의 씨앗을 뿌린 배유지 선교사는 1905년 광주로 떠나 양동교회의 건립은 보지 못했다. 지금의 양동교회 건물을 세운 것은 1909년 당회장으로 청빙된 조선예수교장로회 평양신학교 졸업생 윤명식 목사. 조선인 목사가 담임 목사를 맡은 것은 당시 한국 전체에서 네번째, 호남지방에선 처음이었다. 윤 목사는 당시 돈 7000원을 들여 그 이듬해 마침내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6평 규모의 교회를 세워놓았다. 신앙의 씨앗은 미국인 선교사가 뿌렸지만 교회는 한국인 목사와 신자들이 직접 올려세운 호남지역 최초의 자립교회인 것이다. 교회 본당 건물의 주춧돌과 외벽 석재들은 모두 교인들이 유달산에서 직접 날라다 썼다고 한다. 교회에 들어서면 정면 오른쪽에 ‘이곳은 목포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 맨 처음 터’라 새겨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1986년 처음으로 목포지역 교회가 모두 모인 가운데 드린 부활절 연합예배후 선교100주년 기념으로 세운 선교기념비다. 함석 지붕을 인 교회 본당은 원래 사방의 크기가 똑같은 정방형으로 세워졌으나 1982년 교회 정문 앞에 있던 종각을 헐고 본당 정면에 종탑을 들이는 바람에 앞쪽 공간이 조금 늘어나 125평의 규모가 되었다. 종탑 머릿돌엔 ‘내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는 성경(이사야 56장)구절이 새겨져 있다. 본당 출입문도 원래는 양측에 두 개, 정면에 두 개가 있었는데 종탑을 세우면서 지금은 세 개만 남아있다. 네 개의 문을 만든 것은 남녀 신자들이 각각 다른 문을 통해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이 출입문의 위쪽 부분이 모두 태극 문양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이하다. 등나무 넝쿨이 태극 문양을 가리는 바람에 일제 경찰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신자들은 귀띔한다. 당시 교회를 세운 목사와 신자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 예배에 꾸준히 참석하는 신자는 300명 정도. 양동에서 대를 이어 사는 고령층 교인들이 많지만 신앙처를 바꾸지 않은 채 오래도록 적을 두고 있는 인근 지역의 신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신자 수와 교세를 감안할 때 목포 지역 350개 교회 가운데 차지하는 위상은 20위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양동교회 제21대 담임 정기대(44) 목사는 “초기와 달리 양동교회의 역할이 분산됐지만 목포 주민들과 교인들 사이에선 한국인 목사를 담임으로 모신 호남 최초의 자립교회이자 신앙 중심으로서의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kimus@seoul.co.kr ■ 목포의 3·1운동… 그 중심에 선 교인들 1919년 3월 독립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갈 때 목포에서도 20일과 4월 8·9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이 가운데 4월8일의 이른바 ‘4·8 만세운동’은 목포의 3·1운동으로 불리며, 이 만세운동의 중심에는 양동교회가 있었다. 당시 청년·시민들의 시위 움직임에 호흡을 맞춰 3월1일 이전부터 별도의 만세시위운동을 준비해온 기독교인들은 바로 양동교회의 주요 신자들. 장로였던 곽우영을 비롯해 집사 서기견·서화일, 정명여학교(양동교회가 세운 미션스쿨) 한문교사였던 강석봉이 그들이다. 당시 매일신보 등 기사에 따르면 정명여학교 학생들을 동원한 기독교인들은 이날 새벽부터 태극기와 독립선언문을 집집마다 돌린 뒤 ‘대한독립만세’라고 쓴 플래카드를 앞세워 시가지에서 일제히 시위를 시작했다. 시가가 순식간에 사람들로 뒤덮였고 시위에서 체포된 80여명이 경찰서에 끌려가 심한 구타와 고문을 겪었다. 특히 양동교회 집사 서기견은 시위 현장에서 일경의 칼에 맞은 상처와 혹독한 고문 탓에 출감 직후 사망했다. 검거된 시위자 중 40명이 보안법·출판법 위반으로 1∼3년의 징역을 언도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일 오후 1시15분쯤에 목포 창평정 근처에서 별안간 4명의 야소교학교 여생도가 몰려나오며 손에 한국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것을 경관이 잡아 본서로 인치하였는데….”(4월11일자 매일신보)/“8일밤에 야소교 경영의 여학교 졸업생 약 40명이 운동을 개시하였으나 관헌이 출장하여 제지하고 주모자를 잡았다더라.”(4월12일자)/“목포는 지난 8일 이래로 불온한 형세가 되어 각 상점은 오전 중에 철시하고 그 이튿날 9일에도 오전중 폐점하였는데, 양일간에 관헌의 활동으로 선동자 20여명을 포박하고 일변 군대가 오는 등….”(4월14일자) 특히 20일자 기사는 “금월 8일 이래로 소요사건에 관계된 남궁혁·김영주·곽우영·서화일·배치문…외 32명은 경찰서 취조를 마치고 17일에 검사국으로 넘어왔는데, 당일은 조선인 군중이 약 1000명이나 재판소에 모여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검사국 취조를 마치고 감옥으로 넘어갈 때에는 울음소리가 자자하며 일시 목불인견의 비극을 이루었더라….”라고 기록해 당시 시위사건과 관련한 목포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만세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양동교회에 가해진 일제의 탄압과 그로 인한 교인·가족들의 희생과 고난도 당연히 비례했다.
  • [장하성 펀드 허와실](하)외국인 펀드 문제점가 개선책

    [장하성 펀드 허와실](하)외국인 펀드 문제점가 개선책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공세에 시달려온 KT&G는 지난 8월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앞으로 3년간 최대 2조 8000억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KT&G가 경영권을 압박하는 외국자본의 요구에 대해 취한 조치이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등에 투입되는 돈은 매년 9300억원으로 사업역량 강화에 들어가는 액수 7200억원보다 더 많다. 당연히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성장잠재력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KT&G의 사례는 펀드가 경영권을 공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외국 펀드의 역기능도 경계해야 장하성펀드라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는 외국자본을 중심으로 구성돼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를 경유해 들어왔다.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 장기 투자 등의 명분을 내세우며 SK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이나 KT&G에 사외이사로 참여한 칼 아이칸과 외견상 확연히 구별되지는 않는다. 물론 장하성펀드가 간접적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던 소액주주운동에서 펀드를 통해 지배구조개선 압력을 가하는 펀드자본주의로 관심을 이동시켰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장하성펀드는 국내 기업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외국인 글로벌 펀드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국인 펀드의 무리한 경영 간섭은 시장을 교란하고 경영진이 불필요한 소모전에 휘말려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게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해 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범석 한국투신운용 사장은 “기업을 잘 알지 못하는 펀드가 경영권에 참가한다는 것은 시장의 입장에서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시킬 수 있다.”면서 “기업을 발전시키는 측면에서도 경영 위협으로 작용하며 순기능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역기능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영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펀드가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등장한 만큼 펀드 자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위한 다양한 방어 장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지펀드 등록제도와 공시강화 도입이 절실 국가간 자본거래가 자유화되는 추세에서 펀드의 유·출입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펀드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금의 성격이나 투자운용 방침,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절차·목적 등을 자세히 밝히는 공시제도 개선책 등이 거론된다. 펀드의 오용과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주주에 대한 책임에 버금가는 펀드의 투자자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내부투자 운용 원칙과 주주권 행사 등에 관한 절차를 공개해 운영의 투명성과 합리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시론] 축구와 관광산업이 닮은 다섯가지 이유/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관광학

    [시론] 축구와 관광산업이 닮은 다섯가지 이유/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관광학

    ‘월드컵 때 거리에 나섰던 그 많은 팬들은 어디로 갔을까.’ 월드컵이 끝난 뒤 K리그가 속개됐지만 경기장을 찾는 관중의 수가 극소수에 불과하자 축구계에서 터져나온 한탄의 소리다.K리그의 경기수준이 월드컵으로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추석 연휴기간중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천공항 출국장이 무척이나 붐빈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내나라 먼저 보기’ 등 국내 여행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해외로 쏠리는 국민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국내 관광지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상품과 서비스 또한 열악하다는 게 솔직한 진단이다. 축구와 관광산업은 비슷한 속성이 있다. 축구와 관광은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다. 우선 재미가 있어야 관중을 모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극적인 반전이 있으면 더 좋다. 축구의 경기력은 선수들의 기술과 팀워크에 달려 있다. 관광산업도 종사원의 서비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업계와 행정, 시민 모두가 손발을 맞출 때 경쟁력이 생긴다. 이런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축구와 관광산업은 다섯가지 이유에서 서로 닮았다. 첫째, 축구를 즐길 줄 모른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축구가 아니라, 지면 안 된다는 식의 강요된 승부축구를 하다 보니 창의력이 떨어지고 생각하는 축구가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기의 승패 즉 돈벌이만 된다면 환경이 파괴되건,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건 상관않는 상혼이 국내 관광산업을 멍들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알맹이 없이 투혼만 강요한다. 축구경기를 지켜보면서 기술력없는 정신력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본다. 관광사업은 아무나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있는 자원과 타당성 있는 계획, 주도면밀한 마케팅과 운영자의 서비스마인드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셋째, 뿌리가 약하다. 축구 꿈나무들이 맨 땅에서 무릎이 까지고, 인조 잔디에서 발목이 접질려 기술 향상은커녕 선수 생명이 위협당한다. 그런 실상을 외면한 채 대표선수들만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한국축구의 위상이 높아질까? 지도 한 장 없는 불편한 관광현실을 그대로 둔 채, 관광단지를 개발하고 엑스포만 개최한다고 국제적인 명소가 되는 것이 아니다. 넷째, 잘하면 띄워주고 못하면 아예 죽여 버리는 언론과 정책도 문제다. 어제는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굴뚝 없는 산업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사치성 소비산업, 유흥산업으로 손가락질 받는 관광산업도 마찬가지이다. 다섯째,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 경기 한판에 모든 것을 거는 감독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2∼3년을 넘기지 못하는 관광기획 및 마케팅분야의 공무원은 전문성이 없는 영원한 아마추어이다. 그러니 관광진흥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리 없다. 축구는 곧 상품이다. 관중들의 인기를 먹어야 산다. 국민들이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하는 축구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축구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해야 하듯, 이제 일상생활에서 관광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지역관광명소 즉 차세대 스타가 나올 수 있는 토양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멀지만 경쟁력을 갖추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축구나 관광산업이나 이기기 위해서는 한판이 아니라 지속적인 우위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관광학
  • 금욕실천 개신교 소수파

    17세기 메노파(派) 장로였던 야콥 암만의 가르침을 좇는 개신교내 소수종파. 프랑스·독일 등 유럽에 거주하다 19세기 미국으로 대거 이주, 지금은 미국 내 25개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등에 약 18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이 벌어진 랭커스터에는 약 2만명이 거주중이다. 1980년대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위트니스’를 통해 독특한 생활방식이 소개되기도 했다. 성경원문에 충실한 금욕생활을 고수하고 검은색 계통의 옷에 독일계 방언을 사용하면서 농경생활을 한다. 특히 전기와 TV, 자동차 등 모든 물질문명을 거부하면서 자녀들에게는 8학년까지만 학교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법원도 아미시들에게는 종교 자유 차원에서 의무 교육을 강요하지 않도록 판결한 바 있다.
  • [커리어 우먼] 한나영 우리투자증권 과장

    [커리어 우먼] 한나영 우리투자증권 과장

    우리투자증권의 브랜드 담당인 한나영(35) 과장은 ‘꿈(DREAM)’이 삶의 목표다. 자기가 만든 브랜드가 다른 회사 브랜드와 달라야 하고(Differentiation), 생수하면 에비앙이나 제주삼다수가 생각나듯이 해당 업종을 생각할 때 그 브랜드가 떠올라야(Relevance)한다. 소비자들로부터 존경(Esteem)받아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자들이 알고 있어야 하며(Awareness), 소비자들이 마음의 눈(Mindeye)을 가지고 보듯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진짜 꿈같은 이야기이다. 한 과장은 꿈은 있지만 두려움은 없다. 시스템통합(SI)업체인 LG EDS에서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마케팅에 관련된 일만 하면서 직장을 4차례 옮겼다. 직장을 옮기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새 직장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다. 일이 좋아서 옮긴 것이고, 선입견 없이 직접 경험해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일만큼 좋은 배움의 장소는 없죠” 성공했을까. 그녀는 “직장을 옮기고 처음 며칠은 끊임없이 ‘잘한 것일까, 그냥 집에 갈까.’라는 고민을 수백번 했다.”고 고백한다. 고비를 넘기면 마케팅에 대한 사랑으로 회사 일이 즐겁단다. 마케팅을 하려면 회사는 물론 회사가 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지적 탐구과정이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마케팅 대상인 고객들의 취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관련 잡지는 물론 영화, 케이블방송, 시사잡지 등을 통해 트렌드를 쫓아가는 즐거움도 계속 일하게 만든다. 두려움이 없으니 주저함도 없다. 레인콤에서 MP3 제품인 아이리버의 글로벌마케팅을 담당했을 때 그녀는 다양한 아이리버 제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세계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인 만큼 세계적으로 창의성이 뛰어난 광고업체를 찾았는데, 답이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에서 독립한 광고전문가 야사무치 오카가 만든 터그보트였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는 오카를 찾아가 만났고 여기서 ‘애플(사과 또는 미국 컴퓨터업체)을 씹어먹는 아이리버’ 광고가 만들어졌다. 금융업도 다른 업종보다 브랜드 개발·관리 등 마케팅이 다소 뒤져 있어 앞으로 좋은 마케팅이 많이 쏟아져 나올 곳이라는 생각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브랜드는 사장이나 직원들이 아닌 고객의 마음을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점에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달 초 우리투자증권이 고객예탁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 연 4%의 이자를 주는 상품을 내놨을 때는 “사내 공모보다는 소비자가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쓰도록 외부 전문가에 의뢰하자.”고 주장,‘오토머니백(Auto Money Back)’을 탄생시켰다. 연초부터 영화배우 황정민이 등장하는 TV광고 ‘당신의 성공파트너’도 그녀의 작품이다. ●브랜드 관리 경험 담은 ‘하트샵´ 발간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브랜드 관리경험과 삼성SDS 멀티캠퍼스(사내 온라인 교육기관)에서 감성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감성펀치’를 연재하는 등의 경험을 살려 ‘하트샵(heartshop)’을 발간하기도 했다.“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케팅 대신 열정 가득한 영혼의 울림인 하트가 필요하고 디자인은 아트 수준으로 승화돼야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책 내용의 핵심이다. 법대 출신에, 관련 학위를 받거나 강의도 들어보지 않은 한 과장은 그많은 지식들을 어디서 배웠을까.“일만큼 좋은 배움의 장소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좋은 프로젝트를 맡으면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웬만한 대학원 과정 못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좋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를 꿈꾼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한나영 과장은 ▲1971년 서울 출생 ▲93년 이대 법학과 졸업,LG EDS 입사 ▲98년 SAP코리아 마케팅커뮤니케이션 ▲02년 ㈜얼리어답터 ▲04년 레인콤 글로벌브랜드 마케팅팀 이사 ▲05년 12월 우리투자증권 홍보팀 과장
  • [HAPPY KOREA]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3인의 제언

    [HAPPY KOREA]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3인의 제언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신문은 25일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이진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상임회장을 만났다. 이들은 “미래의 일자리는 살기 좋은 생활 환경에서 나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에는 어느 지역이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느냐가 지역발전의 핵심요체였지만, 앞으로는 교육·문화·복지 등의 생활 환경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기업은 제발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단순한 생활환경개선운동이 아니라, 이 시대에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불가피한 사업이라고 입을 모아 역설했다. ■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 “도시민은 90%에 육박하는 도시화로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살고 있는 반면 농촌은 인구 급감과 고령화로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추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역의 생활 여건과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해 아름답고 쾌적하고 특색있는 곳으로 만드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바로 그 해결책”이라고 단언했다. 살기 좋은 지역에는 숲과 공원이 있고, 교육·의료·복지수준이 높으며, 각종 문화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역 주민의 공동체의식이 높고 특화된 브랜드를 보유해 개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이번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중앙이 기획하고 지방은 단순히 집행하는 개발시대의 획일적인 지역개발정책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자율과 책임에 따라 지역이 주도하면, 행자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관계 부처가 범정부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원으로 단기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 전국에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건설교통·농림·문화관광부 등이 준비하고 있는 시범사업이 중앙보다는 지역의 시각에서 추진되도록 총괄 조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의 창의적인 우수 계획 30개를 선정해 중앙정부의 정책을 패키지로 묶어주고,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예술적 감각과 경제성·소득기반 등이 조화된 종합적인 정주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교육·의료 등 생활여건을 강화하는 것도 병행돼야지요.” 이 장관은 영국, 독일, 스위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아름다운 도시와 농산어촌에서 늘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저들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올까?’하고 궁금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많은 시간 그리기, 만들기 등을 교육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몸으로 습득한 아름다움이 미국과 캐나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만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는 선진국에선 민간부문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면서, 지역의 미관과 경관을 개선할 수 있는 밑그림을 주민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마련하려는 노력이 지역을 질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도 전망은 매우 밝다고 했다. 함평의 나비축제, 보성의 녹차밭 등을 배경으로 한 지역의 인공적·자연적 가치의 재창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정부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로 협력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우리가 흘리는 땀방울이 훗날 후손들이 아름답고, 쾌적한 생활여건속에 살아갈 수 있는 밀알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 위원장 “참여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양적 발전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질적 발전 정책을 병행해야 균형발전정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필요한 이유는 “한마디로 삶의 질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도시화는 도시지역에는 인구 과밀화에 따른 무질서 문제를, 농촌에는 인구 과소화에 따른 저발전 문제를 각각 안겨주었다.”면서 “그러나 삶의 질이 저하된 것은 공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활환경을 재창조하는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황량한 국토 공간을 살기 좋은 국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대안적 국가발전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성 위원장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우선 소득증가와 주5일 근무제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됐다. 개발주의적 관행 대신 생태주의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성장방식도 요소투입형에서 혁신주도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성 위원장은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훼손하고 문화를 도외시한 산업시대와 달리 지금은 깨끗한 환경과 활기찬 문화가 경제도약의 전제조건이 되는 창조형 경제시대”라면서 “국토 공간을 왜곡시켰던 파괴적·소극적 공간정책을 보존적·적극적 공간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특정 지역을 평가할 때 과거에는 취업 기회가 중요하게 고려됐지만 창조형 경제시대에는 공간의 질이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도시에서는 더많은 주택과 도로를 건설하는 데 투자를 집중했으나, 앞으로는 녹지, 공원, 실개천, 보행자 도로, 문화·체육시설 등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 위원장은 “창조형 경제를 이끌 핵심적 자산인 우수 인재들은 과거와 달리 생활환경이 좋은 지역을 선택한 뒤 일할 직장을 찾는다.”면서 “결국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지역은 인재를 끌어모으고, 이들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투자가 뒤따라 오고, 좋은 일자리가 생겨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쾌적성, 심미성, 매력성, 안락함 등 공간의 질을 높임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간의 질과 삶의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정책은 질적 발전과 도약을 위한 선행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위원장은 “세계화로 모든 생산요소가 국경을 넘어 유동화하는 상황에서 쾌적하고 매력적이며 개방성을 갖춘 창조적 도시를 몇 개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도시 및 지역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는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진 지방의제21 전국협 상임회장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나 일본의 센다이처럼 창조적이면서도 문화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주민과 행정, 기업 등의 합의와 협력도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지요.” 지방의제21 전국협의회 이진(64·웅진그룹 환경부문 부회장) 상임회장은 농어촌의 가장 큰 문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젊은이는 없고 노인만 많다 보니 아이디어가 상대적으로 적고, 농업이 상업적 수단이 아닌 자급자족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자발적 발전을 이룰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차관을 지내고 NGO 활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결론이다. 그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성공을 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역만의 특성을 살리고 ▲민간과 지역 기업의 참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도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다.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이 뒤따르는지도 바람직한 발전의 척도라는 뜻이다. 이 회장은 “과거엔 습지를 깔아 뭉개고 바둑판 모양으로 개발했지만 이제는 그대로 보존하는 추세가 아니냐.”면서 “과거의 공학적 발상에서 벗어나 생태학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3T 시대’라고 했다. 기술(Technology)과 인물(Talent), 포용력 있는 행정(Tolerance)이 결합돼야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적인 요소도 경제 개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농촌에 기반 시설을 아무리 늘려도 문화적인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작업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농촌에서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없고, 오페라 한 편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농촌을 외면한다.”면서 “경기 부천 등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장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지역발전 성공 사례로 꼽는 인구 14만명의 프라이부르크는 일정 구간 말고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대신 시 전역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태양광 발전도 활성화돼 있다. 남는 전력은 정부가 모두 사들인다. 하이델베르크는 5개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과 연구소, 생명공학의 메카이다. 막스 프랑크 연구소 등 유수의 연구 기관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가 성장했다. 일본의 센다이도 도로와 주차장을 줄이는 대신 나무를 심으면서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살기 좋은 지역은 하루 아침에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적인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은 시작됐지만, 현 정권 임기에서 이루려는 욕심을 버리고 추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전국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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