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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 공원 女화장실마다 비상벨… 성범죄 꼼짝마!

    마포, 공원 女화장실마다 비상벨… 성범죄 꼼짝마!

    최근 강력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구청도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 만들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마포구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이달까지 지역 내 모든 공원 여자화장실 부스에 비상벨을 설치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비상벨은 공원 내 여자화장실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외부로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선 송신벨을 누르면 화장실 외벽에 설치된 경광등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리는 동시에, 표시판엔 ‘112’가 표시돼 곧바로 긴급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구는 지역에 있는 18개 공원 중 지난달까지 망원동 옹달샘공원, 합정동 양화공원 등 6곳에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서교동 잔다리공원 등 나머지 10개 공원은 이달말까지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구는 비상벨이 실제 긴급상황 발생 때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은 물론 범죄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경호 공원녹지과장은 “비상벨이 설치된 곳을 이용할 때는 그렇지 않은 곳에서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잠재적 성범죄자에게도 심리적 압박을 주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안전한 공원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공원에서 우려되는 사고를 예방하고 주민들의 편리한 공원 이용을 돕기 위해 마포경찰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망원안내센터, 홍익대 등과 손잡고 ‘공원안전협의회’를 구성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성 과장은 “앞으로도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환경 속에서 편안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독도 갈등 이후 열도… 한류, 너 괜찮니?

    독도 갈등 이후 열도… 한류, 너 괜찮니?

    #1. 지난 4일 밤 일본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구의 한 대형 대여점. 게임과 CD, DVD를 함께 빌려주는 이곳에선 한류 드라마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수천장의 DVD 속에는 ‘야인시대’와 같은 일제 강점기 주먹패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도 눈에 띄었다. ‘혐한류’가 무색하다고 느낄 즈음 구석의 현란한 원색 DVD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합작’이란 설명이 붙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일본 AV(어덜트 비디오)들. 게다가 한류코너 바로 옆은 ‘18금(禁)’이 선명한 일본 AV 전문코너. 신작 한류 드라마의 1박 2일 대여료는 380엔(약 5400원) 안팎이었다. 출입문 가까운 목 좋은 곳에 진열된 일본·미국 드라마의 3분의2 수준이다. 대여점 종업원은 “한류 드라마를 빌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혹은 40, 50대 여성”이라며 “올 들어 부쩍 손님이 줄었다.”고 전했다. #2. 도쿄 시내를 안내한 여행 가이드 한소정(31)씨는 “일본 여성들은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강한 남성에 대한 선망이 강해졌다.”면서 “최근 남성다움을 강조한 2PM과 동방신기 등의 인기가 다시 올라간 이유”라고 말했다. 지요다구 유라쿠의 교통회관 앞에서 만난 30대 일본 여성들도 배우 장근석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케멘데스네(미남이시네요)~.”라며 그가 출연한 드라마 이름을 외쳤다. 한인타운이 있는 신오쿠보역사는 한국 드라마와 뮤지컬, 공연 등을 알리는 광고판으로 도배돼 서울이 아닌가 헷갈릴 정도다. 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일본 내 한류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새 아이돌 그룹과 연예인들의 진출로 콘텐츠는 쉼없이 수혈되고 있지만 그와 비례해 한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는 않다. 콘텐츠 내용과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도·위안부 문제와 별개로 일본 내 한류 붐 지속 여부가 더욱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부 연예인의 독도 관련 행사 참여 이후 일본 내 우익단체들이 송일국 등 해당 연예인의 일본 방문과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 방영에 반대하고 있지만 타격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반한류 현황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도 “한류 소비자들은 한·일 간의 정치적 마찰이 발생해도 콘텐츠 소비와는 별개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콘텐츠 자체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 한인타운인 신오쿠보 거리의 한류백화점 관계자도 “올해 초부터 한류관련 상품의 매출이 줄고 있다. 혐한이라기보다 거품이 가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류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이 알려진 것처럼 마냥 뜨거운 것만도 아니다.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성그룹 포스터는 ‘카라’나 ‘소녀시대’가 아닌 일본그룹 ‘AKB48’이다. 신오쿠보 거리의 한 자영업자는 “왜 한국 연예인들에게 (한국 언론이)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는 질문을 던지느냐.”며 “정치적 답변을 강요하면 약해진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온라인 독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1%가 ‘K팝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관심이 줄었다’는 응답도 18%나 됐다. 이유로는 ‘비슷한 가수가 많아서’(39%)가 가장 많았다. 최근 홋카이도와 삿포로에서 예정된 2개의 K팝 공연은 티켓판매 저조 등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한류의 쇠퇴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지사 관계자는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붐은 과열 양상을 보이다 최근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류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진행중이라는 분석이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지 소비자의 기대수준 이상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도쿄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뉴스&분석] 올해 성장률 2%대 추락한다는데… 국가신용등급 상향 러시 왜

    [뉴스&분석] 올해 성장률 2%대 추락한다는데… 국가신용등급 상향 러시 왜

    최근 우리 경제를 칭찬하는 소식이 잇따라 외국에서 들려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렸고,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19위)를 다섯 계단이나 올려 잡았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김석동 금융위원장)라던 정부는 이제 “노는 물이 달라졌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며 자찬한다.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게 확실시되고 국민들은 늘어나는 빚에 한숨만 나오는데 왜 나라의 경쟁력은 오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신용등급과 한 나라의 실물경제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7일 “국가신용등급은 다른 나라들이 돈을 빌려 줘도 떼이지 않을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이지, 종합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가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이를 동급으로 혼돈하는 데서 괴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오른 것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관리를 더 잘 했다는 뜻”이라면서 “등급 상승으로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관리를 잘한 측면도 있지만 세계 주요국의 재정 상황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측면도 있다는 게 하 교수의 얘기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34.1%다. 일본(199.7%), 프랑스(94.1%), 미국(93.6%)에 비해 양호하다. ●부채는 늘고 소득과 수출은 감소하고… 국가신용등급이 빚 갚을 능력을 중시하다 보니 이 부문 지표가 개선된 것도 등급 상향을 끌어낸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비율(2010년 47.9%→2011년 44.4%)은 하락했다. 외환보유액은 같은 기간(2916억 달러→3064억 달러) 불어났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우리보다 더 나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성장률은 3.6%다. 전년(6.3%)의 반 토막이다. 하지만 2007~2011년 평균을 내면 3.5%로, 피치가 우리나라와 더불어 더블 A 등급을 준 다른 나라들의 평균치(2.7%)보다 높다. 신용등급이 미래가치가 아닌, 과거에 대한 후행적 평가라는 것도 ‘괴리감’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은 “과도한 수출 의존도나 주식 시장에서의 높은 외국인 비율, 가계부채 문제 등은 앞으로 악화될 소지가 크다.”면서 “이런 요인들은 (과거에 대한 평가로) 지금 신용등급이 오른 것과 상관없이 멀지 않은 미래에 리스크 요인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GDP의 58% 정도를 차지하는 수출은 올 들어 7월까지 3198억 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 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지난 1분기 322만 3000원에서 2분기 301만 7000원으로 줄어들었다. ●“서민생활 안정 주력, 부채관리 주력해야”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은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보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얇아지는 지갑이 훨씬 더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라면서 “정부가 외부 칭찬에 취하지 말고 서민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디스나 피치도 이런 대목을 우려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30일자로 내놓은 ‘글로벌 거시 위험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2.5%로 낮췄다. 소비 위축 등을 들어서다. 피치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황 실장은 “가계부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변동 금리 대출의 고정 금리 전환 등 연착륙을 유도하고 신흥시장 개척 등을 통해 경제위기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 가계부채가 ‘부메랑’으로 날아올 공산이 크다는 경고다. 이두걸·김양진기자 douzirl@seoul.co.kr
  • 北, 물가 잡으려 상업은행법 부활하나

    북한이 경제개혁의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금융개혁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경우 물가와 원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으며 결국 경제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북한에서는 그동안 임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화폐를 신규로 발행했고 통화량 증가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배급을 받는 특권층과 일반 주민의 생활 격차는 더욱 커지는 양극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일 “2002년 7·1조치 이후 최근까지 10년간 북한의 명목 시장물가는 무려 4700배나 올랐다.”고 밝혔다. 임 수석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결정하는 국정 가격은 고정되어 있는데 시장물가가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니 물자와 노동력, 자금이 모두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공식경제는 계속 ‘속 빈 강정’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북한의 경제개혁은 금융개혁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7·1조치 이후 개인과 기업의 현금사용을 허용하면서 화폐유통량은 급증했는데 이를 흡수할 금융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열리는 최고인민대회를 통해 2006년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잠시 실시됐던 상업은행법이 본격적으로 부활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당시 경제개혁을 이끌다가 실각된 박봉주 당시 총리가 최근 경제실세(경공업부장)로 부활하며 금융개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지난달 1일부터 내각의 지시로 각 지방에서 중앙은행 등 재정회계부문 전문가들을 선발해 새로운 경제 검열조직의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금융개혁 움직임으로 미뤄 이번 개혁조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개혁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그 효과는 경제 안정화, 양극화 해소, 외화사용 추세의 억제, 외자 유치 환경 조성 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경제개혁 차원에서 내각 산하 발권은행인 조선중앙은행의 위상을 강화하고 군부나 노동당이 관리하던 은행의 힘을 약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하) 안착하려면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하) 안착하려면

    농협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유통·판매)사업을 쪼개 서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만 정했지,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산물 유통과 생산체계를 근본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금융이나 경제 부문 모두 거대 은행이나 대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농협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면서 “금융은 외부 전문가의 과감한 영입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는 도매사업과 가공유통사업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기존의 비효율적인 조직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내놓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정주 건국대 명예교수도 “신·경 분리 과정에서 감시하는 사람만 많아지고 일할 조직은 별로 없는 ‘옥상옥’ 구조로 변질됐다.”면서 “비효율적인 체계를 바꾸지 않고는 농협의 성공적인 안착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조한 금융 부문의 실적 향상을 위해서는 농협은행만의 ‘색깔’을 살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협은행은 전국 곳곳의 농어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라면서 “일반 은행으로 경쟁하는 대신 지역별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차별성을 살리는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 경제사업 평가협의회 위원인 이상영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장은 “판매와 생산은 바늘과 실”이라면서 “농협이 ‘농협’이라는 간판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친환경 농산물 중심으로 농민과 소비자를 끈끈하게 이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농협 안에서도 고민이 많다. 이부영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사업활성화팀장은 “농촌의 위기는 농협이 신용사업 위주로 하고 경제사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면서 “농민은 생산에만 주력하고, 협동조합에서 판매를 전담하는 시스템을 통해 농민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농협 경제부문이 유통뿐 아니라 농축산물 전반에 걸쳐 역할을 확대해야 ‘농협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생산과 소비 등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야 농촌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물가상승) 문제 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농협이 곡물 생산과 관련돼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산지의 조직화와 규모화 등을 통해 공급자로서 농민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농협이 운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길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은 “농협이 단순한 유통 강화로 대형 마트들과 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농협 주도하에 국민이 주로 소비하는 곡물이나 채소를 사들이거나 방출하는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를 실시, 도시민들의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농민들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당초 약속한 1조원의 출자 문제를 빨리 매듭짓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신·경분리를 서둘러 단행한 만큼 1조원 출자 문제를 해결해 줘야 농협 발전의 전제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김양진기자 douzirl@seoul.co.kr
  •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미완의 출범’ 농협경제

    [농협 겉도는 ‘신·경 분리’ 6개월] ‘미완의 출범’ 농협경제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3월 2일 남해화학, 농협목우촌 등 13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출범했다. 그렇다고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전체가 넘어온 것은 아니다. 2017년까지 5년에 걸쳐 중앙회 사업이 넘어오며, 이 과정에서 어떤 분야를 어떻게 강화할지가 결정된다. 미완의 출범이다. 농협은 지난 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농협경제활성화 계획 초안을 제출했다. 초안이기는 하지만 이렇다 할 내용이 없어 보인다는 게 농식품부 주변의 얘기다. 정부는 중복 투자 방지와 대형 유통센터 활성화 등에 중점을 두고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최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협 경제사업평가협의회 위원인 성경일 강원대 동물생명시스템학과 교수는 “초안 단계 이전의 1~2차 농협 자료는 기존 사업을 묶고 규모를 키우는 정도로 돼 있었다.”면서 “농촌이나 농민의 미래에 대한 진단은 없고 농협만 비대화되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중앙회에서 사업을 순차적으로 넘기는 구조라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또 농업경제대표와 축산경제대표 공동대표 체제다. 출범 초기 단계라 계열사의 관리감독 역량이나 조직도 미흡하다. 그동안 농협 계열사가 저질러 온 비리의 재연을 막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해 초 농협 계열사인 남해화학은 15년간 비료값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에 적발됐다. 남해화학은 비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42.5%로 1위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시작되자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를 두 번째로 신청, 502억원의 과징금을 251억원으로 낮췄다. 담합은 시장점유율 1, 2위인 회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는 유지되기가 힘들다. 지난달에는 역시 계열사인 영일케미컬이 8년간 농약 담합에 참여한 사실이 적발돼 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비료와 농약은 농협중앙회가 일괄 납품받은 뒤 지역조합을 통해 농민들에게 전달한다. 농협중앙회의 입찰에 계열사가 가격 담합을 해 농민들로부터 폭리를 취한 것이다. 비료 담합으로 농민들이 더 지불한 돈은 1조 6000억원, 농약 담합으로는 4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농협 계열사의 담합으로 2조원을 농민들이 더 낸 셈이다. 담합이 가능한 입찰 형태를 유지한 것도 문제지만 계열사의 불법 행위를 몰랐다는 것은 농협중앙회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남해화학은 2011년 모판흙(상토) 담합에도 가담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도 비리가 적발되기는 마찬가지다. 감사원의 2011년 농업정책자금 감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산지유통활성화 자금의 일부인 1070억원을 회원조합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 산지유통활성화자금은 과일값 안정과 산지유통 활성화 등을 위한 정책자금인데, 실제 필요한 지원금보다 더 받아서 남은 돈으로 이자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를 회원조합도 그대로 답습,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단위농협이 대출금리 조작으로 검찰의 잇따른 조사를 받는 것도 이런 모럴 해저드를 걸러낼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 출범으로 지역조합의 위상도 문제로 떠올랐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농업정책연구소 팀장은 “농협은 지역조합과의 공동투자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단위조합 노조가 지난 1일 농협법 재개정을 외치며 시위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지주 출범으로 자산의 일부는 금융지주로 넘어가는데 경제지주 출범에 따른 사업은 안갯속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전경하·김양진기자 lark3@seoul.co.kr
  • 안테나 고치려다 ‘태초의 빛’ 찾아… 음극선 실험중 ‘X레이’ 발견도

    안테나 고치려다 ‘태초의 빛’ 찾아… 음극선 실험중 ‘X레이’ 발견도

    ‘우연’이나 ‘사고’는 과학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하고 싶은 연구주제를 명확하게 정한 뒤 목표를 향해 간다. 오랜 세월 지식이 축적되고, 어떤 방향이 옳고 어떤 방향은 틀렸는지 식별하는 노하우를 쌓아간다. 그래서 과학을 ‘경험의 산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대한 과학적 발견 중 상당수는 ‘우연’과 ‘사고’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마치 콜럼버스가 인도를 가려다 북미 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또 사람들은 ‘연구실에서 수십년간 노력한 결과’라는 말보다는 ‘행운과 우연에 얽힌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가끔은 ‘진실’보다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누구나 알고 있는 아이작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얘기는 과학사가들 사이에는 정설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턴의 공식석상 발언이나 직접 쓴 글 어디에도 사과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친구였던 윌리엄 스터클리가 쓴 ‘뉴턴전기’ 42쪽에 “어느 따뜻한 저녁 뉴턴은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20년 전 난 이 정원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어쨌든 ‘천재인 뉴턴이 우주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것보다는 ‘사과가 인류의 대발견을 가져왔다.’는 쪽이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훨씬 더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 최대의 물리교육 사이트를 운영하는 ‘영국물리협회’(IOP)는 2일(현지시간) ‘노벨상을 받은 사고들’이라는 제목으로 우연이나 사고에서 얻어진 현대물리학의 3가지 발견을 꼽았다. 더하거나 빼거나, 보태거나 덜어내지 않은 ‘진짜배기 스토리’들이다. ●펄서와 작은 초록 외계인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박사 과정 연구원이자 초보 여성 천문학자인 조슬린 벨 버넬은 퀘이사(아주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나오는 미약한 전파를 잡기 위해 새로운 전파망원경을 시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초 예측했던 퀘이사의 신호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전파가 섞여 나왔다. 마치 사람의 맥박처럼 1.34초마다 한번씩 오는 신호의 정체에 대해 지도교수였던 앤서니 휴이시는 버넬의 실수를 의심했다. 버넬이 2년간 직접 만든 전파망원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버넬은 그 당시를 회고하며 “박사학위도 못 받고 쫓겨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망원경에는 문제가 없었고 이들은 새로운 신호의 정체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버넬은 신호에 ‘작은 초록 외계인’(LGM·Little Green M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또 다른 방향에서 1.25초에 한번씩 오는 전파를 발견했다. 이때서야 휴이시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전파가 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고, 맥박처럼 규칙적인 신호라는 뜻에서 ‘펄서’라고 이름 붙였다. 펄서는 별의 죽음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였다. 펄서는 무거운 별이 마지막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남은 중성자별이 내뿜는 전파이기 때문이다. 휴이시 교수는 펄서 발견에 대한 공로로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펄서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휴이시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넣었고, 정작 펄서를 발견한 버넬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다른 목적으로 만든 실험기구가 훨씬 더 놀라운 천문학적 발견을 이끌어낸 우연의 산물이 최악의 공적 가로채기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버넬의 사례는 DNA 발견에 대한 공로를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 빼앗긴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함께 ‘여성 과학계의 비극’으로 과학사에 기록됐다. 펄서 연구성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버넬이 받은 질문은 ‘남자친구가 있느냐.’였다. 성경의 창세기는 조물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빛이 있으라’고 한 후 세상이 시작됐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과학은 ‘태초의 빛’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137억년 전 우주대폭발(빅뱅)이 일어난 뒤 엄청난 혼돈이 이어졌고, 30만년쯤 지나자 우주공간이 맑아지면서 ‘빛’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우주배경복사’라고 부른다. 우주배경복사는 1964년 미국 벨연구소의 엔지니어인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하지만 이들이 원래 찾았던 것은 태초의 빛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새롭게 개발된 고성능의 통신용 마이크로파 안테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버넬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정체불명의 전파 잡음을 계속 수신하게 된다. 방향을 아무리 바꿔도 같은 파장의 전파 잡음이 계속됐고, 두 사람은 새똥을 치우거나 새를 쫓아내는 등 안테나의 문제를 찾기 위해 애썼지만 허사였다. 망원경의 성능 자체에는 자신이 있었던 둘은 안테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러시아 출신의 미국 천문학자인 조지 가모프가 1948년 논문에서 예측했던 현상과 새로운 발견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주배경복사가 망원경의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게 관측된다는 것은 빅뱅에서 시작된 태초의 빛이 지금도 계속되는 우주의 팽창과 함께 모든 방향으로 균등하게 뻗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망원경을 수리하려던 사람들이 당시 증거 부족으로 입지가 불안했던 빅뱅의 핵심 근거를 찾아낸 것이다. 두 사람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첫 노벨상 수상자도 우연의 수혜자 ‘우연’에 의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역사는 길다. 1901년 첫 노벨상 시상식에서 물리학상을 받은 빌헬름 뢴트겐이 시초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물리학 교수였던 뢴트겐은 1895년 자신의 실험실에서 음극선의 성질을 알아보기 위해 진공 유리관에 전류를 통하게 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실험 중 뢴트겐은 옆에 놓아둔 진공 유리관에서 종이를 뚫고 지나가는 강한 빛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 가지 물질로 이 새로운 빛의 성질을 시험하던 뢴트겐은 이 광선이 밀도가 낮은 나무, 천, 종이 등은 쉽게 통과하지만 밀도가 높은 물질은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뢴트겐은 수학에서 ‘미지수’라는 의미를 가진 ‘X’라는 이름을 이 광선에 붙였다. 또 아내인 베르타를 실험실로 불러 인류 최초의 ‘손 X레이 사진’을 찍었다. 당시 자신의 손 X레이 사진을 본 베르타는 “마치 나 자신의 죽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너도나도 ‘빚 깎아주기’… “대출자 모럴 해저드 우려”

    너도나도 ‘빚 깎아주기’… “대출자 모럴 해저드 우려”

    금융기관들이 여기저기서 ‘빚 탕감’을 해주고 있다. 연체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깎아준다.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기관들까지 가세했다. 여권에서는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들인 뒤 저렴하게 다시 전·월세를 내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안도 내놨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빚이 1100조원을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의 ‘연착륙’ 대책은 불가피하지만 자칫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빚을 깎아주면 당장은 좋은 것 같지만 이로 인해 금융사의 부실이 커지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성실하게 빚을 갚던 사람들조차 상대적 허탈감에 휩싸이면서 금융시장의 근본적인 ‘신용’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빚을 잡으려다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카드대란 때도 원금은 안 깎아줘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3개월 이상 장기 연체자의 빚 원금과 이자를 최고 70%까지 탕감해 준다. 4만 9000명의 빚 970억원 중 600억원 정도가 대상이다. 탕감 후 남은 30%도 봉사활동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으면 감면해줄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장기 연체자가 사회봉사활동을 하면 시간당 최대 4만 5000원까지 채무 상환을 인정해 준다. 올해 상반기에만 76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6억 4000만원의 빚을 탕감받았다. 우리은행은 장기 연체자가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해 빚을 성실히 갚으면 금리를 최저 연 7%까지 깎아준다. 대출연체 이자인 17%보다 10% 포인트나 낮다. 신보는 오는 11월까지 신보 보증을 받았다가 신불자가 된 사업자 32만명을 대상으로 채무액의 5%만 갚으면 신용불량자에서 풀어주고 연체이자를 감면해 준다. 새누리당은 하우스푸어의 집을 정부 재정으로 사준 뒤 그대로 살 수 있게 전·월세로 임대해 주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나중에 여력이 되면 살던 집을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도 준다. 대상은 150만 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성장·내수로 가계부채 풀어야” 전문가들은 지금껏 저금리 기조와 대출 확대를 용인했던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의 일부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체자들의 원금까지 탕감해주는 것은 다른 대출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면서 “부실채권자를 대거 양산한 2003년 ‘카드 대란’ 때도 원금 탕감까지 해준 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도 “채무 조정이 만연하면 대출자들이 빚을 탕감받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다.”면서 “최선책은 빚 상환 능력이 부족한 대출자들이 과도한 채무를 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당국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가계부채 대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는 있지만 솔직히 효과는 불투명하다.”면서 “결국 은행들이 그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채 탕감은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키우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이라면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내수시장 활성화 등 근본 대책을 통해 가계빚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두걸·이성원기자 douzirl@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2회) 책읽는 소리 중심, 도서관 어제·오늘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2회) 책읽는 소리 중심, 도서관 어제·오늘

     러시아인들만큼 독서를 좋아하는 민족도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도,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공원에서도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어디서든 책을 펼친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뒤 휘청거리던 그 큰 나라가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를 이룩한 저력은 아마도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법 하다.  러시아인들이 이처럼 지적인 열정을 갖게 된 데에는 도서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그들은 자신있게 말한다. 일반 서적은 물론 대학 교재까지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다니 도서관이 그들의 삶 속에 온전히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국립도서관은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인 모스크바 크렘린의 삼위일체탑 바로 앞에 있다.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지점, 붉은광장 입구와 마주한 곳에 서 있다는 점만으로도 국립도서관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짐작된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레닌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장서 500만권, 세계 249개 언어로 된 자료 4300만여 점을 보유한 대표도서관으로, 미국의회도서관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도서관 구석구석을 안내해 준 코프테로바 올가 마츠베예브나는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의 책장을 넘기는 데만 73년이 걸리고 책장을 일렬로 세우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어질 정도”라며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어떠한 관심 분야든지, 언제든지 이곳에서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용자의 연령은 2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자료를 전자검색할 수 있지만 예전의 열람카드 방식으로도 운영하는 이유다.  수갑·곤봉을 찬 경찰이 도서관을 경비하는 것이 특이해 그 이유를 물었더니 희귀한 국보급 자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경찰청 산하 문화재 담당부서에서 경찰을 파견한다. 실제로 이곳 희귀본 박물관에는 고서들과 필사본, 도스토옙스키가 읽던 성경책, 푸슈킨의 친필, 황제의 자녀들이 사용하던 교재, 세계적인 명저들의 초판본 등 진귀한 출판물들이 가득하다.  러시아국립도서관은 일반 열람실과 디지털열람실, 필사본 및 음악자료실, 문헌정보학 및 서지학 자료실,동방문학센터, 논문 및 정기간행물 자료실 등 5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동방문학센터 한국어자료실은 단행본 9000권을 비롯해 정기간행물과 신문 등 한국어 자료 1만 3000권을 소장하고 있다. 마리아 카이체바 동방문학센터장은 “한국은 남과 북으로 나뉜 나라이지만 같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함께 소장·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학 자료 담당자인 아나스타샤는 “1950,60년대 북한에서 나온 귀중한 자료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미국 하버드대, 캐나다 토론토대 등 한국학 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신문에 이 부분을 꼭 소개해 한국의 학자들도 널리 이용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도서관이 외무장관을 지낸 루먄체프 백작이 평생 수집한 고대 서적과 필사본, 초상화 등을 국가를 위해 쓰겠다는 유언을 남긴데서 비롯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식은 사유물이 아니며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지도층의 지혜로운 계몽주의적 사고가 값진 결실로 맺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서관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도서관은 러시아의 대표적 개혁군주 표트르 대제의 개인장서와 여름궁전에 있던 도서를 정리해 출발했다. 러시아 문화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예카테리나 2세 여제의 칙령으로 1795년 설립된 이 도서관은 1814년 황실공공도서관으로 대중에 공개되면서 진정한 러시아 문화·예술 및 과학의 중심지가 됐다. 장자크 루소와 볼테르 같은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의 사상을 선호한 여제는 1778년 볼테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소유했던 책을 통째로 사들였다. 이것이 이 도서관이 세계에 자랑하는 ‘볼테르 장서’다. 볼테르가 직접 펜으로 주석을 단 2000권을 포함해 총 6814권이 보관돼 있다. 볼테르장서실의 코바네프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계몽주의연구실장 “지혜로운 여제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도서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일컬어 ‘도서관의 숲’ 이라고 한다. 모스크바 시내에만 크고 작은 도서관이 4000개 이상이 존재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도서관 이용을 습관화하는 교육을 받는다. 고도(古都) 벨리키노브고로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이리나 두나예바(29)는 “어렸을 때 어머니 손잡고 마을도서관에 가서 글을 읽기 시작했고, 나도 아이들이 네 살 때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도서관을 뺀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 사진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함혜리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 ‘모바일투표 시비’ 앙금…문재인-김두관 악수도 않고 외면

    ‘모바일투표 시비’ 앙금…문재인-김두관 악수도 않고 외면

    28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지역순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2837표로 45.85%를 차지, 1위에 올랐다. 제주와 울산에서 열린 두 차례 지역순회 경선에 이어 초반 3연승을 달렸다. 강원도를 ‘제2의 고향’이라 부르며 추격을 노렸던 손학규 후보는 2328표(37.63%)로 2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김두관 후보는 678표(10.96%)를 얻어 3위, 정세균 후보는 344표(5.56%)로 4위에 그쳤다. 투표율은 61.25%로 집계됐다. 이로써 제주와 울산, 강원까지 세 지역 경선 결과를 합산한 누적 득표에서는 문 후보가 1만 9811표(55.34%)를 얻었고, 손 후보(7615표·21.27%), 김 후보(6675표·18.65%), 정 후보(1696표·4.74%) 순으로 나타났다. 1·2위간 지지율 격차는 34.07% 포인트나 벌어졌다. 문 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이겼지만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마음이 답답하다.”면서 “우리 사이에서 누가 1등 하느냐가 다가 아니다.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신뢰받는 경선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원에서 조직세의 우위를 점쳤던 손 후보는 어느 정도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손 후보 측은 “아쉬움이 크지만 선전했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일모레 충북에서 확실한 승리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원 경선은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이 우여곡절 끝에 봉합된 뒤 열린 첫 경선이었다. 울산 경선 파행으로 인한 후유증 탓에 어수선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행사 시작 전 문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행사장 안에서 마주쳤으나, 악수도 하지 않고 외면했다. 문·손 후보는 말없이 냉랭하게 악수만 나눴다.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문 후보는 파행 후유증을 봉합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이번 민주당 경선은 네 명 가운데 한명을 고르는 게 아니다. 네 명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백배 천배 힘을 키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비문(非文) 후보들은 모바일투표 논란이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연설에서 “불공정·비상식적인 경선을 바로잡기 위해 경선을 잠시 중단했다.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서 “모바일 선거에서 1만 3000명이 불참한 것으로 됐다. 1·2·3번만 듣고 찍으면 참정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는 경선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성경 구절을 인용, “‘악을 행하는 자들에게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네 일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 제가 드리려는 말을 여러분은 알 것이다.”라고 했다. 정 후보는 문 후보 비판에 대해서는 자제하고 정책 제시에 주력했다. 황비웅·원주 이영준기자 stylist@seoul.co.kr
  • [성장률 비상 긴급진단] “소규모 추경은 되레 독…10조원 이상 빅볼 필요”

    [성장률 비상 긴급진단] “소규모 추경은 되레 독…10조원 이상 빅볼 필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재정 건전성을 들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전격 상향했음에도 국내 경제전문가들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성장률 하락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경 편성론자들은 그러나 “소규모 추경은 오히려 독”이라며 “10조원 이상의 빅볼”을 주문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스몰볼 정책’(소규모 부양책)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심상치 않은 성장률 하락세는 그동안 우리 경제에 가장 낙관적이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전망치 수정에 들어간 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KDI는 당초 전망치인 3.6%에서 2%대로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으로는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투자와 소비 위축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추경 등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단, ‘대규모’라는 단서를 달았다. 조 교수는 “생색내기 수준의 추경은 효과도 보지 못한 채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무디스의 긍정적 평가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긴장감을 갖고 경제정책을 적극 펴나가야 한다.”면서 “성장률 하락을 막으려면 1200조원 정도인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12조원) 이상을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위기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추경은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자칫 무디스도 인정한 우리 경제의 ‘강점’(건전 재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권영준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행적으로 응급처방을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추경으로 예산을 늘리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소유구조는 인정하되 중간지주회사와 같은 방화벽을 둬, 두 자본 간 이동을 차단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예컨대 삼성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우려를 더 많이 나타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고 계열사 간 지분을 정리하는 비용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데다 경영권 행사도 못하는 지분을 국내 자본이 살 가능성도 희박해 자칫 외국 자본의 ‘먹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강화해야 한다.”(6명)거나 “모르겠다.”(11명)는 응답도 적지 않아 향후 정치권 입법과정이 본격화되면 치열한 논리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벌이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업까지 지배하는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왜곡된 구조의 개선 없이 일부 재벌의 공룡화를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16명)이 반대(13명)보다 다소 우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다음달 이후 0.25% 포인트 정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금 당장은 (인하 시점이) 아닌 것 같다.”고 맞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추가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부동산 가격의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어려운 데다 잠재 구매층이 이미 과잉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집을 살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DTI의 추가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거래 활성화와 자산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취득세 인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종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오석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상무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 이 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이종윤 한국외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3)비정규직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3)비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으로 여야는 ‘차별 철폐’와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통계청의 공식 통계로만 2003년 8월 460만 6000명에서 지난 3월 580만 9000명으로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정규직까지 더하면 8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일자리나 양극화, 복지 문제뿐 아니라 최근에는 ‘묻지 마 범죄’ 등 흉악 범죄의 배경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문제는 최우선 선결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대안에서는 여야 후보별 온도 차가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차별 철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박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 시정 제도의 대폭 강화를 공약했다. 비정규직 스스로 차별 시정 신청을 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에 대해서는 차별 행위로 얻는 이득보다 더 큰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상시적, 지속적으로 일하는 업무 분야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 실현-일자리 창출-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 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삼는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비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후보들은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을 강조하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입법화해 정규직과의 차이를 줄이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공약했다. 정세균 후보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과 함께 불법 파견 등 비정상적인 고용 행태를 없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공공 부문에서부터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 내 70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무기계약직 정원 반영 등으로 차별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김두관 후보도 비정규직 대폭 축소를 내걸었다.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을 대폭 축소하는 등 비정규직의 5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정당, 양대 노총,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주국정협의회를 중심으로 총노동과 총자본이 사회적 대타협을 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임기 중 비정규직 10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매월 한사람당 50만원 등 정규직 전환 보조금으로만 6조원을 쓸 계획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기업의 불법 파견, 위장 도급 근절 등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고 주장했다. 또 2017년까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일자리 중 상시 일자리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전 산업의 비정규직 비중을 30%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기업·사업장별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 국민 고용평등법’을 만들겠다는 대안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많은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국민의 체감 만족도는 크지 않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득 분배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4대 보험 문제와 임금 기준 등의 차이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비정규직 보호법의 2년 유예 문제, 파견 도급 문제, 제조업 등에서 비정규직의 장시간 근로 등도 또 다른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2)대·중소기업 동반성장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2)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약에서 여야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기업엔 ‘규제와 채찍’, 중소기업엔 ‘보호와 지원’으로 모아진다. 대기업의 횡포뿐 아니라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고, 중소기업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여야 후보별로 온도 차는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중소기업에 특혜를 주기보다 공무원의 ‘칸막이’를 없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에 쏠려 있다. 문재인·손학규 등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대기업에 강력한 진입 장벽을 세우고, 중소기업 지원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재탕 분위기의 공약들이 없지 않고, 중소기업에 과도한 특혜가 집중된 점이 눈에 띈다. ●野, 대·중소기업 수평적 관계 전환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법과 제도 개편, 정부 지원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기존 ‘갑’과 ‘을’에서 ‘갑’과 ‘갑’의 수평적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동반성장 공약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납품단가 변동 등 하도급거래의 주요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대기업이 횡포를 부릴 수 없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하청업체에 짬짜미를 강요한 대기업에는 족쇄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즉각 직권조사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또 대기업과 납품단가를 협상할 때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공동 구매나 공동 납품, 공동 교섭을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명박 정부의 동반 성장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을 논의했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적합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진입을 사전에 막을 계획이며,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이익 공유제의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과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중소기업부 설치도 계획하고 있다. 문 후보는 “대기업이 서로 담합하고, 중소기업과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쩨쩨한 돈벌이는 더 이상 안 된다.”면서 “중소기업도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경제에 활력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손학규 후보는 국책연구개발사업 예산에서 중소기업의 지원 규모를 해마다 10%씩 늘려 4년 후에는 50%가 되도록 하되 의무 할당제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갑’과 ‘을’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상생협력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성과에 따라 대기업에 각종 혜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손 후보 측은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일원화하고, 중소기업 전담 조직의 위상 강화를 위해 현행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두관 후보 측은 중소기업의 고유 업종을 확대하고, 대기업 독점 시장에서의 중소기업 단합을 허용할 계획이다. 대기업의 물품 떠넘기기 방지도 강화하며, 정부의 입찰 사업에 ‘소기업·소상공인 제품’을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정세균 후보는 중소기업의 제한적 집단교섭 허용과 중소기업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주장했다. ●박근혜, 특권 없는 경쟁과 공존 유도 박근혜 후보 측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상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당한 거래를 요구할 때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중소기업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과 경쟁 관계가 유지되도록 뒷받침해 줄 예정이다. 특권 없이 제도적인 틀 안에서 경쟁과 공존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미다. 특히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많은 정책들이 부처가 다르거나 공무원의 성의 부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할 평가 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다. 박 후보의 ‘경제 브레인’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과 세제, 인력, 마케팅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효성이 있도록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 통합전산망을 구축해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지원과 보호와 관련해 고려할 요소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정치권의 논의는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치권에서 법제화하려는 중소기업의 지원 방안들이 해외 사례를 참조한 것이 많아 우선 우리나라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는 단어는 해외에선 생소한 개념이어서 다른 국가와의 무역 충돌 가능성도 없지 않아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美의회서 규탄했는데 이제와 증거 대라니”

    “美의회서 규탄했는데 이제와 증거 대라니”

    “문서로 된 증거까지 있는데, 무슨 증거를 더 대라는 말인가.” 2007년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의 주역인 서옥자 미 워싱턴성경대학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차세대 총리감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전날 “위안부 강제 동원의 증거를 대라.”고 망언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하시모토 시장이 증거를 대라는데. -이미 나와 있는 문서만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충분하다. 미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안까지 통과됐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은 어떤가. -슬프게도 미국 사람 대부분은 이 문제를 잘 모른다. 세미나 같은 데서 위안부 문제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수백 명 가운데 서너 명 손들까 말까 한다.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이제는 미국 정부에도 일본에 압력을 가하도록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정부는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막후에서 미국 정부에 역할을 촉구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양쪽 정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위안부 문제는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어떻게 보나. -정부 차원에서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국 정부끼리 이런 식으로 싸우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는 만큼 민간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인들 중에는 위안부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들을 상대로 교육하고 홍보하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① 재벌 개혁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① 재벌 개혁

    2012년 대선 공약의 경제 키워드는 여야 구분 없이 ‘좌클릭’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로 불리는 ‘약자 보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후보 간 선명성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에서 고개를 젓게 하는 대목도 없지 않다. 서울신문은 여야 후보들의 대선 공약 중 경제 분야를 5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경제민주화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대상이 재벌 개혁이다. 여야 간 공방이 뜨겁다. 대한민국 재벌의 지배구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금산 분리 주장도 나왔다. 2007년 대선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견줘 격세지감이다.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혁의 대상자로 몰린 재벌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럼에도 지배력이 커진 재벌들에게 일정 수준의 규제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야 후보들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朴,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측은 ‘재벌 개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재벌 개혁보다 ‘공정 경쟁’을 더 선호한다. 재벌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면서 재벌의 문제점으로 제기된 경제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권의 선명성 경쟁에 맞서 생명과 보험 등 제2금융권을 산업자본과 분리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박 후보가 이를 채택할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높지 않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21일 재벌의 금융계열사 소유권을 허용하되 의결권은 제한하는 금산 분리 강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박 후보가 이를 수용할지도 관심이다. 현행 금산 분리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 20일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후보가 됐으니 경제민주화에 대한 종합 계획, 이른바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실천해 나가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식 재벌 개혁의 내용 일부를 내놓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대기업의 편법 상속 제한, 재벌 총수의 집행유예 금지, 대기업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재벌의 문어발식 공격 경영을 가능하게 했던 출자총액제한제와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와 그다지 차별화된 것이 없다. 다만 순환출자(계열사 A가 B, B는 C, C는 다시 A의 지분을 소유하며 서로를 지배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 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이 밖에 법인세 인상과 재벌세 신설 반대, 연기금 주주권 행사 중립 등 대기업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박 후보는 “우리 경제는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공정성의 중요성을 간과해 불균형이 심화됐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문자 그대로 ‘재벌 개혁’ 문재인, 손학규 등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재벌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와 달리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유예 기간 3년)에 찬성한다. 이를 뺀다는 것은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도 기존 8%에서 4%로 낮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문 후보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재벌세 신설과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도 찬성한다. 대기업의 편법 상속 제한과 법인세 인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재벌 해체는 아니다.”라면서 “재벌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을 살려 나가야 하지만 재벌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구조가 너무나 정의롭지 못하고 민주적이지 못한 점은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링 밖의 예비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저서 등에서 기업집단법을 제정해 계열사 간 내부 거래와 대기업의 편법 상속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벌 총수로 대표되는 경제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 공정거래법 강화도 밝혔다. ●전문가들 “표 의식한 경제민주화”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 개혁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재벌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과도한 요구가 없지 않으며 재벌 길들이기 의도도 엿보인다고 해석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재벌 개혁 공약은 과거에 나왔던 내용에서 강도만을 끌어올린 것 같다.”고 꼬집었고 박근혜 후보 측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진정성에 의혹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새누리당에서 나온 제2금융권의 산업자본 분리는 금산 분리의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김효섭기자 golders@seoul.co.kr
  • [깔깔깔]

    ●평안의 뿌리 한 변호사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친구들이 병문안을 갔는데 변호사가 정신없이 성경을 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모습을 본 친구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자네 웬일인가. 이제부터 하나님을 믿으려고?” 그러자 변호사가 말했다. “아니, 혹시 죽음으로부터 빠져나갈 구멍이 없나 찾아보고 있는 중이었다네.” ●고민 상담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와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 속상하다고 아버지에게 하소연하면서 대처 방안을 물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아버지가 고개를 저으며 조언했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나보단 너희 엄마에게 물어보는 게 더 나을 거 같구나. 엄마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거든….”
  • [대륙을 질주하는 한국기업] 한·중 1992~2012 ‘교역액 35배↑ ‘상전벽해’ 이제 경협 고도화 시대로

    [대륙을 질주하는 한국기업] 한·중 1992~2012 ‘교역액 35배↑ ‘상전벽해’ 이제 경협 고도화 시대로

    “물이 흐르면 자연히 개천이 될 것이다.”(수도거성·水到渠成)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 리펑(李鵬) 총리가 한·중 관계를 두고 표현한 말이다. 이는 20년이 된 지금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의 5분의1은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중국에도 한국은 제3위 교역 대상국이다. 수교 이후 ‘세계 경제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이제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힘센 이웃’이다. 하지만 경제 부문에서 중국과의 상호 보완보다는 경쟁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역시 한국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기술력 우위를 이어가는 동시에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중, 생산분업체제서 경쟁 관계로 진입 19일 재계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1992년 64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35배 이상 증가한 2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연평균 22.9%나 증가한 수치다. 양국의 무역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류루이 중국인민대 교수는 최근 한·중 수교 20주년 심포지엄에서 “향후 10년 안에 한·중 경제무역 총액이 1조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의 전체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1%(수출), 16.5%(수입)에 달하고 있다. 1992년(수출 3.5%, 수입 4.6%)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은 셈이다. 수출입을 합친 무역의존도는 수교 전 해인 1991년 2.9%에서 2011년 20.4%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반대로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같은 기간 24.7%에서 9.3%로 3분의1 정도로 축소됐다.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우리가 거둔 과실은 상당하다. 대중 무역수지는 수교 이듬해부터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 흑자는 통관 기준으로 477억 80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인 321억 4000만 달러를 뛰어넘는다. 지난 20년간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725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 등 과의 교역에서 기록한 적자를 중국과의 흑자로 메꾼 셈이다. 이 기간에 대중국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몫은 평균 0.37% 포인트를 기록했다. 수교 초반 한국은 주로 완제품과 원자재 등을 수출하고, 식품과 섬유 등을 수입했다. 그러나 점차 전자·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부품과 자본재 등을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조립·가공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생산분업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한·중 생산구조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의 기술력과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이 결합한 분업시스템을 통해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이 용이해졌다.”면서 “또한 수교 초기 가죽, 인조섬유 등 경쟁력을 상실한 제품의 생산 라인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산업구조 고도화의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역사학자 샹다(向達)가 지적했던 ‘한반도가 중국을 그림자처럼 따른다.’는 현상이 경제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따라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에 따른 위험에 직접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말하는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의 주어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셈이다. 중국의 기술수준 향상에 따라 한·중 관계가 분업이 아닌 경쟁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컨테이너선, TV 등 우리의 30대 수출상위 품목과 일치하는 중국의 주력 수출품 숫자는 2000년 8개에서 2010년 13개로 늘어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의 주력 수출 분야인 석유화학, 철강 등은 중국과의 기술 차이가 크지 않고,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의 기술 격차도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中내수시장 연 20%씩 ↑… “우리에겐 기회의 땅” 중국에 대한 가공무역 비중 역시 감소하는 데다 대중국 수출 품목의 경쟁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의 마켓’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도 220개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매년 약 20%씩 성장하고 있고, 중국 정부 역시 내수주도형 성장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상태이다. 우리가 꾸준한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경쟁력 우위를 유지한다면 과거 2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향후에도 중국 시장은 우리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 정부 및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중국 현지형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의 경제협력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DTI수혜 40% 강남3구에 집중…”위화감 우려”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혜택을 받게 될 주택 40%가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20~30대 무주택 정규직은 100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DTI 완화가 실효는 적고 위화감만 키운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19일 금융당국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DTI 우대비율 혜택이 확대 적용되는 6억원 이상 아파트는 서울과 수도권에 약 48만가구가 있다. DTI가 50%에서 65%로 높아질 수 있는 서울이 36만1천가구, 60%에서 75%로 높아질 수 있는 경기와 인천이 각각 11만1천가구, 8천가구다. 서울에선 강남구가 8만2천가구로 가장 많고 송파구와 서초구가 6만3천가구, 6만2천가구다. 이들 강남 3구에 있는 6억원 이상 아파트는 모두 20만7천가구다. 수도권 전체의 43.1%를 차지한다. 경기 지역에선 성남(4만6천가구), 용인(1만6천가구), 고양(1만2천가구), 과천(9천가구) 등이 우대 혜택을 많이 받는다. DTI 우대비율 혜택은 정부가 권장하는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받으면 DTI 한도를 5%포인트씩 최고 15%포인트 높여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가 주택이 많은 곳이 혜택을 보게 됐다”며 “이들 지역에서 부동산이 거래되도록 심리적 유인책을 만드는 취지에서 DTI를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나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킨 투기를 막고자 도입한 게 DTI인데 규제의 예외가 결과적으로 ‘부촌(富村)’에 집중된 건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풀어 DTI가 40%에서 50%로 높아졌음에도 거래가 활성화하지 못한 마당에 이를 더 높여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회의론마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의 실효는 얻지 못하고 자칫 지역간 위화감만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완화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20~30대 무주택 직장인도 정부의 기대만큼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20~30대 가계대출 잔액은 123조원, 대출자는 370만명이다. 전체 가계대출은 1천37만명에게 576조원이 나갔다. 20~30대가 이미 가계대출에서 잔액 기준으로는 21.4%, 대출자 기준으로는 35.7%를 차지해 대출을 더 늘릴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2011년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40세 미만 가구주는 전체의 23.9%다. 무주택자는 조사 대상의 42.4%다. 이 가운데 적어도 10년 이상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정규직에 대출한도 확대가 적용될 수 있다. 상용직 가구주는 전체의 38.0%다. 이들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는 잠재적 대출 수요자는 3.9%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산가의 순자산(자산-부채)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것 역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60세 이상 가구주의 순자산은 평균 2억7천만원이다. 이 가운데 자산소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동산과 임차보증금은 2억3천만원(84.9%)이다. 정부는 2억3천만원에 은행권 평균 예금금리를 곱해 소득으로 인정한다. 지난해 예금금리 3.69%를 적용하면 자산소득으로 인정받는 금액은 약 850만원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자산가들은 주택에서 수익상품으로 갈아타는 추세여서 소득을 조금 더 인정받는다고 주택 거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은행의 역모기지 대출(주택담보대출로 노후자금을 받는 연금상품)에 DTI 적용을 면제하는 것도 실제 혜택은 거의 없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대형은행 가운데 자체 역모기지 상품은 국민과 신한에만 있다. 두 은행이 판매한 역모기지는 351계좌, 275억원에 불과하다. 1만계좌 넘게 팔린 주택금융공사 보증 주택연금은 애초 DTI 적용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은행 자체 역모기지는 주택연금과 달리 연금을 받는 기한이 정해져 있어 담보가치(집값)가 하락하면 오히려 도중에 상환 부담을 져야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DTI 완화는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를 뒤로 미루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대출을 일으켜 집값을 떠받치는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다. 연합뉴스
  • 다중채무자, 경기 불황·집값 하락 직격탄… ‘불량 대출자’ 전락

    다중채무자, 경기 불황·집값 하락 직격탄… ‘불량 대출자’ 전락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가 원금과 이자가 밀린 ‘불량 대출자’가 최근 1년 사이 80만명이나 쏟아졌다. 신용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이자를 부담하는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한계 대출자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개인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가계대출자 1667만 6488명의 불량률이 지난 3월 말 기준 4.78%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4.67%)보다 0.11% 포인트 상승했다. 불량률은 최근 1년 사이에 대출이 연체된 적이 있어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거나,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대출자의 비율이다. 지금은 쓰지 않는 표현인 ‘신용불량자’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연간 가계대출자의 5% 정도, 즉 79만 7136명이 최근 1년 사이 불량 대출자 신세가 됐다. 저소득층이 분포한 하위 신용등급(7~10등급)의 불량률은 평균 21.98%에 이른다. 인원으로 따지면 약 62만명으로 전체 불량 대출자의 77.67%다. 소득이 높고 신용이 좋은 1~3등급 불량률이 1%를 밑도는 것과 대조된다. 저소득층이 대거 불량 대출자로 전락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 불량률은 평균 2.49%이다. 하지만 하위등급은 8등급 20.30%, 9등급 29.69%, 10등급 45.90%로 평균치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10등급만 보자면 거의 2명 중 1명꼴로 대출을 연체하고 있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용시장 경색과 자영업자 급증으로 저소득층이 여기저기서 빚을 냈다가 집값 하락의 폭탄을 가장 먼저 맞았다.”고 지적했다. 신용 하위등급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또 하나의 원인은 대부분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난달 대출자 6만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회사 여러 곳에 빚을 질수록 대출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1곳에서 대출을 받으면 부담률이 18%이지만, 3곳은 23%, 5곳은 25%, 7곳 이상은 28%다. 다중채무자일수록 상환 부담이 커져 신용불량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실물 경제의 충격이 대출 부실에 영향을 주는 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 1, 2분기 성장률은 예상보다 나빴다. 하반기로 갈수록 불량 대출자가 더 쏟아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이승훈 두메산골] 민주화 시대의 권력체제

    [이승훈 두메산골] 민주화 시대의 권력체제

    연봉 1억원 이상, 집무실과 비서, 판공비, 그리고 운전기사 딸린 승용차가 나오는 자리이면 최고급 지위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최고급 지위는 수천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최고의 자리를 탐내는 소위 엘리트 수만명은 대통령 주변을 돌면서 충성경쟁을 벌인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은 이들이 충성하도록 권력을 행사하면서 자신의 통치력을 강화하였다. 최고위직들은 국정 운영을 현장에서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만큼 유능하면서도 대통령과 뜻을 함께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그 캠프 사람들이 대거 최고위직에 진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또는 그 측근과 가까운 사람을 고위직에 임명하면 으레 전문성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판이 항상 적절하지는 않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낙하산 소동이 그치지 않는 것은 전문성 없이 친분만으로 고위직을 차지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모두 하나같이 권력행사의 후유증을 혹독하게 치렀다. 혁명으로 쫓겨나고, 비명에 타계하고, 직접 옥살이를 했거나, 자식이 옥살이를 했다. 한 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 대통령도 측근들은 물론 친형까지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을 궁지로 몰고 간 것은 예외 없이 부패다. 유독 죽은 권력에만 강하다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검찰은 부정한 돈을 받은 현직 대통령의 자식들을 처벌하였다. 부패 규모가 훨씬 작은데도 조사했다는 불평은 있었지만 그렇게 불평하는 사람도 사안 자체를 조작이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전임 대통령이 무슨 고초를 겪었는지 생생히 보았는데도 다시 같은 일들이 판박이처럼 재현된다는 점이다.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여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까닭은 대통령 권력에 대한 오판 때문이다. 대통령은 분명히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무소불위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유효기간도 5년인데 소위 레임덕까지 고려하면 그보다도 더 짧다. 비리 행각에 동원되는 하수인들은 한껏 아부하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잽싸게 빠져나간다. 이런 무리들과 함께 벌이는 일이 감쪽같이 묻혀버릴 턱이 없다. 민주화는 권력체제를 바꾸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최고급 지위의 임기도 함께 그만큼 줄여 놓았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부분의 고위직은 아직 임기가 남았는데도 함께 물러난다. 명분은 새 대통령의 새로운 통치 방향에 들어맞는 진용을 짜야 한다는 것이지만, 본질은 한시라도 빨리 내 사람들에게 최고급 지위를 하나라도 더 많이 배정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의 숫자는 바로 대통령 권력의 지표이기도 하다. 후보시절에 약속한 공기업 민영화가 집권 후에는 흐지부지되는 것은 민영화가 대통령 권력의 위축을 뜻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독립은 보통 시기상조라고들 하는데, 대통령과 그 측근이 대통령의 권력 축소를 싫어한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측근의 비리는 대통령이 권력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비선에 넘겼기 때문에 일어난다. 감당 못할 권력이라면 측근이 아니라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제도화된 공식기구에 위임할 일이다.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독립시키면 대통령의 권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권한 축소가 달갑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스스로 행사하지 못할 권력을 측근 비선에 맡기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 그동안 겪은 일 때문에 국민은 새 대통령에게서 무엇보다 청렴성을 갈망한다. 현 5년 단임제 권력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면 권력에 대한 욕심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중한 대통령 권한의 제도적 위임은 권력행사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부패를 크게 줄인다. 이러한 선거공약은 막연한 청렴 이미지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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