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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법무장관 잘 골랐다…할 일 간단치 않을 것”

    이낙연 “법무장관 잘 골랐다…할 일 간단치 않을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박범계 의원, 환경부 장관으로 한정애 의원이 각각 내정된 데 대해 “전문성과 역량을 가진 분들이라 발탁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의원을 이 시기의 법무장관으로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의 법무부 장관이 할 일이 조금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며 “박 의원의 여러 장점과 특징을 인사권자가 잘 감안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히 박 후보자의 사법고시 기수, 성격, 판사 출신인 점 등이 두루 고려됐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박 의원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이) 이제까지 검사 출신을 (법무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는데, 그 기조를 유지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이 대표는 한정애 후보자에 대해서는 “환경 분야뿐만이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서 많이 아는 분으로, 당내 손꼽힐 만큼 디테일에 강하다. 좋은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중요 당직(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로 모셔가겠다’는 양해를 꽤 이른 시기에 요청받은 적이 있다”면서 “좋은 사람이다, 정부에서 함께 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답했었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외계인은 저 너머 있다, UFO는…?

    [이광식의 천문학+] 외계인은 저 너머 있다, UFO는…?

    -우리은하에만도 슈퍼 지구가 3억 개 아리조나 대학의 유명한 천문학자 크리스 임페이 교수가 29일자 스페이스닷컴(Space.com)에 외계인 관련 칼럼을 발표했다. 약간의 가공을 거쳐 여기 소개한다. 만약 지적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심대한 사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거의 절반이 외계인이 과거나 근래에 지구를 방문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외계인의 지구 방문을 믿는 쪽이 빅 푸트가 있다고 믿는 것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낫다. 빅 푸트는 북미 로키 산맥에 산다고 전해지는 키가 2.5m나 설남(雪男)으로 원숭이처럼 온몸에 털이 있고 인간처럼 직립보행한다고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이러한 믿음이 실제 과학적인 근거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고 일축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적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항성계의 지성체들이 우리를 방문했다는 증거에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 칼 세이건이 일찌기 언명했듯이 "특별한 주장에는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주의 외계 생명체 탐색에 관해 많은 책을 썼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우주 생물학을 강의하는 천문학자이지만, 내가 직접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를 본 적은 없다. UFO,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인가? UFO는 글자 그대로 '미확인 비행체'라는 뜻으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UFO 목격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UFO에 대한 미 공군의 연구는 1940년대부터 계속되고 있다. 1947년 미국 뉴멕시코 주 로스웰에서 UFO에 관련된 '그라운드 제로'가 발생했다. 로스웰 사건은 군용 고고도 감시용 풍선의 추락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함으로써 빚어진 것인데, 미군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로스웰 사건이 외계인 관련 사건이 아니며, 군에서 운용하던 감시용 기구가 추락한 사건이라고 확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로스웰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로스웰 사건 역시 흔한 음모론 중 하나일 뿐이며, 이 가짜 뉴스가 끈질기게 확대재생산되는 이면에는 책 판매와 관광수입을 노리는 일부의 비즈니스가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부분의 UFO는 미국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UFO 목격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며, 또 희한하게도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에서 딱 멈춘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UFO 목격은 대체로 평범한 천문적인 현상으로 설명된다. 절반 이상이 유성이나 화구(火球:큰 불덩어리 운석)이거나, 워낙 밝은 금성 때문에 일어나는 소동이다. 이러한 밝은 ''천체'는 천문학자에게 친숙하지만 일반인의 의식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UFO의 목격 보고는 약 6 년 전에 정점에 도달했다. UFO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개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다. 왜 그럴까? 그들이 가장 많이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술에 거나해서 휴식을 취하는 저녁 시간, 특히 금요일에 UFO 목격이 급증한다. 전 NASA 직원 제임스 오버그 같은 사람들은 수십 년에 걸친 UFO 목격담을 끈질기게 추적해 진상을 파헤쳤다. 그러나 어떤 과학적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외계인 방문에 대한 가설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지구 너머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과학적 탐구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혼자인가?' UFO가 인기있는 대중문화로 자리잡는 동안 과학자들은 UFO가 제기한 큰 질문, 곧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인가?'에 답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은 다른 별을 공전하는 40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이 수는 2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들 외계행성 중 일부는 지구와 질량이 비슷하고 모성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어 표면에 물이 있기 때문에 거주 가능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 거주 가능한 행성들 중 가장 가까운 행성은 우리 우주의 '뒤뜰'에서 20 광년도 안되는 거리에 있다. 이 같은 결과를 확대하면 우리은하에 거주 가능한 세계가 약 3억 개나 된다는 계산서가 나온다. 이 슈퍼 지구들은 생명체가 발현하고 지성체와 문명이 출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인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된 것들이다. 천문학자들은 지구 너머의 생명체가 있다고 확신한다. “우주는 분명 생물학적 성분이 넘치고 있다”고 천문학자이자 외계행성 일급 사냥꾼인 제프 마시는 단언한다. 생명체에 적합한 조건을 가진 지구에서 별에서 별로 호핑하는 지적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단계가 있지만, 천문학자들은 드레이크 방정식을 사용하여 우리은하의 외계 문명 수를 추정한다. 비록 드레이크 방정식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최근 외계행성 발견에 비추어 해석하면 우리가 유일한 또는 최초의 진보된 문명 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한 지적 생명체에 대한 탐색을 더욱 촉진했으며, 연구자들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혼자인가?”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지적 외계인에 대한 증거의 부재를 페르미 패러독스라고 한다. 지적인 외계인이 존재하더라도 우리가 그들을 찾지 못하거나 그들이 우리를 찾지 못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주의 시간이 너무나 장구하며 그 공간이 너무나 광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은 보다 확실한 과학적인 증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UFO는 현대인의 신화이자 종교 외계인에 의한 납치와 외계인이 만든 미스터리 서클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여 지금까지의 UFO는 음모론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지적인 존재가 지구 밭의 밀을 누르기 위해 수조 마일을 여행할 것이라고 당신은 믿을 수 있는가? UFO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리라 본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다이아나 파술카 교수는 신화와 종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을 다루는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UFO는 일종의 새로운 미국 종교라고 본다.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UFO의 신념은 조현형 성격, 사회적 불안, 편집증적인 생각 및 일시적인 정신병에 대한 경향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만약 당신이 UFO를 믿는다면, 자신이 어떤 편집적 신념을 갖고 있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칼 세이건의 유명한 격언을 내려놓는다.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지만 너무 많이 마음을 열면 머리가 빠진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자동차 판매 최우수상 최민석 씨

    자동차 판매 최우수상 최민석 씨

    6년간 BMW 미니(MINI) 700대 판매해 사내 신기록 달성’한 최민석(32)씨. 코오롱모터스 MINI 대구지점에 근무 중인 최 씨는 주문식교육으로 명성이 높은 대구 영진전문대 경영회계서비스계열 출신이다. 전문대학을 통해 세일즈의 실력을 알차게 다진 결과 그는 입사 첫해부터 올해까지 내리 5년 연속 전국 최우수 판매 사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고 올 하반기에는 팀장으로 승진까지 하는 행운을 거머 지었다. 그가 26살 만학도로 영진전문대 입학 문을 노크한 것은 2013년. 최 씨는 “4년제 대학을 중퇴 후 의류 쇼핑몰 사업을 운영하며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사업 운영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면서 “경영분야 전문성을 쌓고 싶어 과감히 영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그는 입학 후 반대표를 맡아 리더십을 키웠고, 해외연수 선발돼 한 달간 미국을 다녀왔다. 또 전국 대회 UCC공모전(환경부 그린캠퍼스,2013년)에서 환경부장관상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적극적인 대학 생활을 거치며 경영과 리더십을 높였다. 졸업을 앞두고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잘 지켜본 한동후 지도교수는 그에게 자동차 세일즈를 추천했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말렸다. “수입차 판매사원이 되겠다고 했을 때 경험도 없는 데다 수입차 판매 실적을 내는 게 쉽지 않다며 다들 만류했지만, 지도교수님은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 지도는 물론 교수님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 정보들을 챙겨주시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용기를 북돋워 줘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졸업 전인 2014년 현재 회사에 입사해 2016년부터 올해까지 5연 연속 전국 최우수 판매 사원에 뽑혔고 덕분에 독일 BMW본사, 프랑스, 이태리, 미국 등으로 매년 비즈니스석 항공편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최 씨는 “입사 첫해부터 이렇게 큰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영진에서 배운 고객관리이론(CS관리 및 CRM)과 제휴마케팅 등을 실제 영업 현장에 접목하고 활용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요즘 취업도 어렵고, 특히 코로나로 수험생이나 대학 후배들이 진로로 고민이 많을 점을 감안해 “부딪혀보고,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한다면 그런 노하우가 쌓여서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며 응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北, 새달 초순 당대회...이벤트 극대화 노린다

    北, 새달 초순 당대회...이벤트 극대화 노린다

    정치국 회의에서 1월 초순 결정개최일 비공개...“의도적 모호성”전문가 “북미대화 제안 가능성”‘2인자’ 김여정 위상 강화 관측도북한의 최대 정치 행사로 꼽히는 당대회 일정이 내년 1월 초순으로 확정됐다. 개회일을 못박지 않고 ‘1월 초순’이라고만 공표한 것은 ‘이벤트 극대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먼저 열리는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낼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2차 정치국 회의가 2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며 “정치국은 당 제8차 회의를 2021년 1월 초순에 개회하는 결정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1월 1일부터 10일 사이에 회의를 열겠다고 했을 뿐, 정확한 개회일은 밝히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깜짝 대회 시작을 위한 의도적 모호성”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5년 전 열린 7차 당대회와 마찬가지로 3박 4일 일정으로 열린다면 1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 생일(1월 8일)도 감안됐다. 8차 당대회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비롯한 내부 목표와 더불어 대미·대남 정책 방향이 공개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침묵해 온 북한이 처음으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파격 수준의 제안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정치국이 8차 당대회에 상정할 일련의 ‘중대한 문제들’에 대해 검토·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북미 대화를 제안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선(先) 대화 제안’을 통해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도한다는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당대회 기간 ‘야간 열병식’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전략무기를 들고 나올 지도 관심사다.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일부러 공개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대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밝힌다면 이 또한 ‘미국도 이행하라’는 촉구 메시지 성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대화를 제안할 지 또는 남북간 연락 채널 복원을 지시할 지도 관전 포인트다. 북한의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북한의 권력 핵심인 정치국 위원으로 위상이 격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전통주 덕후’,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

    ‘전통주 덕후’,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

    “오늘은 40여 가지나 되는 술을 뽑아내야 돼서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11일 종로구 효자동 한옥집에서 만난 미국인 더스틴 웨사(38)씨가 취재진을 보자 준비하고 있던 술 증류 장비를 점검하며 내뱉었다. 그는 위스키나 와인보다 막걸리를 더 사랑하는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로 전통주를 연구하고 홍보하는 일에 오랜 시간을 바쳤다. 여러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지난 9월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신기루 식당’에서 홀팀을 맞아 전통주 추천은 물론 다양한 술과 음식의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그는 또한 전국의 산과 들, 바다로 직접 나가 토종 식재료를 채집하고 즉석에서 요리하는 팝업 레스토랑 ‘야생 식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서 전 입맛이 조금은 까다로운 편이에요. 몇몇 분들이 직접 만든 술을 맛봐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만든 술이 어떤 음식과 어울리겠느냐”라고 물어보기도 해요. 물론 기본적으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음식과 어울릴 수 있겠다’라고는 얘기는 해드리지만 제 입맛에 맞지 않는 술은 다른 분들께 절대로 추천하지 않아요.” 그가 말하는 한국 전통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국 양조장을 찾아다니면서 고된 발품을 팔면서까지 찾고자 하는, 그가 추구하고 찾고자 하는 전통주는 어떤 맛일까. 다음은 더스틴 웨사씨와의 일문일답(Q)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한국에 온 지 15년 정도 됐다. 내 인생에서 한 곳에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이 서울이다. 그만큼 한국을 빼놓고 나의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 지금은 한국 전통주 역사와 술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주를 맛보고 연구하면서 전통주 소믈리에란 직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삼겹살엔 소주, 파전엔 막걸리처럼 우리가 기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전통적인 페어링보다 좀 더 다양한 음식에 맞는 술을 매칭해 주는 일도 하고 있다. 올 한 해 코로나가 심각했지만 지방에 계신 유명 양조 명인 밑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개인적으론 운이 좋았던 거 같다. (Q) 전통주 소믈리에를 유명 레스토랑에서 VIP 대접하는 이유많은 음식이 와인과 페어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떤 요리가 어떤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 제공된 음식의 격을 높여줄 수 있는 와인은 어떤 건지. 한국음식뿐만 아니라, 북유럽, 중국, 프랑스 음식과 어떤 술이 잘 어울리는지 찾아내고 추천하고 있다. 그런 일이 너무 재밌다. 물론 무료로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 건 덤이다. (Q) 한국 전통주에 빠지게 된 계기이렇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원래는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공부하러 왔는데 한국말이 너무 어려웠고 한국어 시험 볼 때마다 매번 떨어졌다. 그래서 포기했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음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 발효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보단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게 더 좋았다. 결국 한국 발효음식과 전통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하게 됐다.(Q) 여러 종류의 전통주 자격증 보유자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증류주 마스터 자격증 등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다. 전통주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전통주에 대해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자격증을 따놓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한국에서 전통주 자격증 따는 게 크게 어렵진 않은 거 같다. 내 스스로 전통주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잘났다’,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건 아니지만 전통주에 대해 나 스스로 ‘시작했다’란 표시다. 이걸 가지고 ‘과연 내가 어디까지 갈 건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외국인이 만든 전통주를 맛 본 주변 분들의 반응오랫동안 이태원 경리단에 살고 있다. 이곳에 계신 토박이 분들께선 저를 이십 대 초반에 봤기 때문에 외국 사람으로 신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 전통주를 만든다는 건 신기해하고, 과연 어떤 맛일까, 외국인의 손맛은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전통주 맛은 달고, 새콤달콤, 신맛, 톡 쏘는 맛, 드라이한 맛 등 다양하다. 저희 동네 사시는 분들은 단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제가 만든 술은 원주에 가까워 18도 이상 나오니깐 독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주변에 직접 술을 만든 경험이 많은 바텐더 하는 친구들은 맛보고 한 단어로 ‘크리미’라고 얘기한다. 걸쭉하면서 향은 좀 달고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할까. (Q) 대부분의 단맛이 나는 전통주와 달리 본인이 지향하는 맛은전통주의 맛을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맛을 제일 많이 표현한다. 제가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문헌 속 ‘가마’, ‘동’ 등 전통적인 계량법에 의한 전통주 제조법을 당시 쓰였던 재료들을 리터, 킬로로 똑같은 비율로 환산해서 40여 가지의 술을 담궜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입맛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술이 인기가 많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단맛보다 신맛, 드라이한 맛을 내는 술이 굉장히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이 얘기는 옛날 사람들도 쌀, 누룩, 물, 온도 등의 다양한 비율을 통해서 단맛을 내는 술도, 톡 쏘는 맛을 내는 술도, 드라이한 술도 원하는 맛은 다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입맛이 모두 제 각각이지만, 전 단 것보다는 드라이한 맛을 더 좋아한다. 단 거는 많이 마시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잘 땡기는 술은 수제맥주처럼 쌉싸름하고 시원하면서 드라이한 맛이 아닐까.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입맛도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맛의 술이 음식과 함께 할 때 더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Q) ‘걸쭉한’, ‘아릿아릿한’ 등 놀라운 한국어 능력가끔씩 술맛을 설명할 때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쓸 때도 있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 우회적으로 돌리면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인들과의 대화에서 그분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표현들이 머릿속에 흡수돼 자동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꽐라’, ‘진상’ 같은 단어들도 주위 젊은 한국 친구들을 통해 쉽게 익히게 된 거 같다. 물론 저는 술이 약해 아직까지 ‘진상’ 된 적은 없다. 수업 시간에 레시피를 적을 때도 한국말로 적는다. 영어로 적으면 한국말을 머릿속에서 번역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법이나 철자가 틀려도 일단 적어놓는다. 내가 적은 거 나만 알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Q) 고추장도 직접 만들어 본다는 데한두 번 정도 만들었는데 잘 나올 때는 꽤 맛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사서 먹는데, 솔직히 말해 사서 먹는 게 두말할 나위 없이 훨씬 맛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로 발효에 대해서 공부를 계속하다보니깐 김치, 간장, 된장과 같은 발효음식에도 관심이 생겨 고추장을 만들기 시작한 거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다 해보는 중이다. (Q) 한국 음식(반찬)의 매력이라면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말할 때 삼겹살, 무침, 브라운 수프, 레드 수프 등으로 크게 구분해서 이해하고 있는 거 같다. 아마도 탕이 갈색과 빨간색으로 나눠져서 그런 말을 하는 거 같고 삼겹살은 워낙 외국인에게 유명한 음식이고. 하지만 한국 음식은 정말 다양하다. 해산물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개불도 참기름에 찍어 먹는다. 또한 바다 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식감도 좋은 굉장히 특별한 재료들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바닷속 바닥에 있는 ‘청각’으로 어떻게 동치미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해봤다. 요리는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거를 좋아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김치나 여러 반찬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서 요리책 몇 권 사서 뭔지도 모르는 ‘명란젓찜’ 같은 것도 시도해봤다.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느낌, 음식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좋았다.(Q) 전통주 관련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유튜브 콘텐츠들 대부분은 한국 전통주와 문화에 대한 거다. 기관과 일할 때도 있고, 일반 기업이랑 일할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전통주의 맛과 매력을 알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으면 한다. 저보다 경험도 많고 대단한 술을 만드는 전국의 전통주 명인들의 양조장을 소개하고 그분들의 제작 노하우를 홍보하기도 한다. 혹자는 ‘더스틴 양조장’ 하나 만들어 보는 게 어때라고 말을 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나만의 양조장을 지금으로서는 만들 생각 없다. 가끔 친한 명인들께서 함께 콜라보레이션 해보자는 말씀은 하신다. (Q) 채널에 소개하는 양조장 선택 기준이 있다면맛은 어떤지, 어떤 음식이랑 잘 어울리는지 봐달라고 술을 보내주는 곳도 있다. 고마운 마음으로 맛보고 나의 느낌을 전달해 드린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입맛이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라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술은 어떤 음식이랑 어울릴 거 같다는 정도의 조언은 해드리지만,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하지 않는다. 어떤 전통주를 맛보고 관심이 생기면 만드신 명인을 직접 찾아가 자세히 물어보고 작업의 비밀을 조금이라도 얻어 집에서 만들어 보기도 한다. 입이 무거운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명인들께선 노하우를 알려주신다. (Q) 유튜브 찍을 때 술맛을 설명하는 게 어렵지 않은지술맛 보면서 단도, 산미, 도수, 찹쌀을 썼는지 멥쌀을 썼는지, 단양주인지 이양주인지 혹은 삼양주인지, 밀누룩인지, 쌀누룩인지, 전통누룩인지 아닌지 등에 대한 베이스를 깔고 질문을 돌린다. 그리고 이후에 뿌리야채를 넣었는지 등도 물어보고 풀 향기가 나면 어떤 풀인지도 물어본다. 사과 맛이 난다든가 하면 덜 익은 아오리인지, 부사인지 등도 물어보기도 한다. 때론 시인이 표현하는 것처럼 맛과 풍미를 느끼면서 자동적으로 말이 나온다. (Q) 전통주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안한국 젊은 분들이 전통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유는 전통주를 많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전통주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단지 전통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방법으로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면 문제될 게 없다. 나도 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아는 거다. ‘이 술은 유기농 쌀로 만들었고, 몇 백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술’, ‘우리 고유의 역사가 농축된 술 맛’ 등의 접근 방법은 나이 드신 분들께는 어필될 수 있겠지만 젊은 분들에겐 호기심이 전혀 안 생길 거다. 병 디자인도 예쁘게 만들고 젊은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접근해야만 가능하다. (Q) 전통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쌀, 누룩, 물 이 세 가지다. 깊이 공부하기 전에는 레시피가 몇 개 없었다. 찹쌀 80%, 멥쌀 20% 아니면 반대로 찹쌀 20%, 멥쌀 80%로 만든 거 외엔 없었다. 거기에 단호박을 넣으면 단호박 막걸리, 야생 영지버섯을 넣으면 쓴맛의 막걸리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관심이 바뀌었다. 향을 넣어서 술을 만드는 것보다는 쌀, 누룩, 물 세 가지만 가지고 술을 뽑아내는 거다. 이 세 가지의 기본 재료를 조금씩 건들면서 비율과 숙성시간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나오게 하는 거다. 또한 이들의 다양한 배합을 통해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원하는 술을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Q) 계획과 소망한국 전통주가 충분히 알려질 때까지 방송 등을 이용해서 계속 홍보하고 싶다. 한국에서 기반을 잘 다지고 나서 뉴욕, 싱가포르, 파리 등 해외로 많이 소개하는 중심에 서고 싶다. 그런 마음 자제로 한국 전통주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다.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sungho@seoul.co.kr
  • CJ, 청소년들 꿈 실현 도와주는 ‘문화꿈지기’

    CJ, 청소년들 꿈 실현 도와주는 ‘문화꿈지기’

    CJ나눔재단은 설립 15주년을 맞은 올해 아동 청소년의 ‘문화꿈지기’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단순 후원 성격을 보완해 아동 청소년부터 청년까지 성장 단계별 체계적인 문화교육과 꿈 실현의 기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초등학생 아동이 많은 공부방에는 영화, 음악 등의 문화 분야에서 학습 가이드, 교구재를 동반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방송, 영화, 공연, 음악, 요리, 패션·뷰티 등 6개 분야의 문화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00여명의 청소년들은 다양한 영화·공연 관람 기회를 얻게 되며 마스터 멘토 특강과 창작에 필요한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재단 관계자는 “보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해 아동청소년기 창의력 고취 및 인격 형성을 돕고 나아가 미래 유망 분야 중 하나인 문화산업에 진로로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사다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물통에 버려지고 파양도 겪은 개, 경찰견으로 견생역전

    [반려독 반려캣] 물통에 버려지고 파양도 겪은 개, 경찰견으로 견생역전

    누군가 버린 플라스틱 물통 속에서 발견된 유기견 한 마리가 어느 가정에 입양돼 파양까지 겪었지만 결국 재능을 찾고 경찰견이 돼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이 영국에서 전해졌다. 최근 이브닝스탠다드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배저’라는 이름의 유기견 출신 경찰견은 서리·서식스 경찰견팀 소속으로 6개월 간의 마약 탐지견 훈련 프로그램을 완수하고 현재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지난 11월 배저는 서식스주 동부 시퍼드에 있는 벨그레이브 거리의 한 교회 안에 숨겨져 있던 마약과 현금 그리고 휴대전화 등 마약 범죄 관련 증거물을 찾아내 용의자들의 체포에 일조한 것으로 전해졌다.생후 20개월 정도 된 배저는 코커스패니얼 견종으로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이지만, 사실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배저는 지난해 7월 서리주 레드힐의 한 공원에서 누군가 놓고 간 파란색 플라스틱 물통 안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었기 때문이다. 당시 생후 6주 정도밖에 안 됐던 배저는 배가 고프고 무서워 우는 소리만 낼뿐이었다. 당시 한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물보호단체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의 구조대원의 눈에 들어온 배저의 모습은 극심한 영양 실조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게다가 피부병 탓에 얼굴의 털은 거의 다 빠졌고 눈과 귀에는 감염성 염증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안타까운 점은 배저가 이날 같은 장소에서 함께 구조된 세 마리의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서로 다른 가족에 입양됐지만, 배저 만 파양돼 다시 RSPCA의 동물 보호소로 돌려보내졌다는 것이다. 이후 RSPCA에서 배저를 돌봤던 조 더글러스는 이 개가 숨겨놓은 테니스공을 찾는 놀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견이 더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글러스는 곧바로 서리주 경찰에 연락해 배저를 경찰견으로 채용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렇게 해서 배저는 서리주와 서식스주의 합동 경찰견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해 6개월 만에 마약 탐지견 자격을 얻었다.이에 대해 현재 배저와 함께 한 팀으로 일하고 있는 핸들러 스티브 배럿 순경은 “배저가 유기견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슬픔이 밀려왔다. 하지만 RSPCA 덕분에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면서 “배저는 많은 사랑을 받고 훈련을 거친 끝에 사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고 이제 경찰견으로 훌륭하게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어리광을 부릴 때도 있지만 임무에만 들어가면 증거를 찾는 데 몰두한다”면서 “배저는 날 온종일 웃게 한다”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국민통합형 국정쇄신 개각을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3~4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에 더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또한 다음달 중순, 늦어도 설 연휴전에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등을 교체하는 청와대 개편이 뒤따를 것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장관을 교체한 ‘12·4 개각’을 단행한 지 불과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큰 폭의 인적쇄신 시동이 걸리는 것이다. 이번 개각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법원 제동으로 무효가 되면서 확대된 국정운영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다분히 위기타개용·국면전환용의 ‘카드’ 성격이 짙다. 30%대로 떨어진 심상치 않은 지지율 추이를 보면 다급한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전국 18세 이상 2008명을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2.8% 포인트 하락한 36.7%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59.7%로 현 정부 출범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0% 아래로 떨어져 국민의힘에 4% 포인트 이상 뒤졌다. 민심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봐도 ‘윤석열 효과’일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국민들은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으로 형언할 수 없는 피로감에 시달렸다. 윤 총장 징계 집행정지 결정으로 이제야 비로소 불편한 심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 대통령도 지난 25일 “결과적으로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개각의 원인을 제공한 각료에 대한 경질의 의미가 뚜렷하지 않는 한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주전선수 한 명에 후보선수 여러 명 끼워 넣듯이 몸집만 불린 ‘물타기 개각’에 국민이 감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같은 개각에는 국정운영에 대한 치열하고도 진솔한 반성과 함께 쇄신의 다짐이 젊고 유능한 통합적 인사를 통해 보여져야 한다. 하지만 변창흠 국토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여당이 단독으로 채택한 현재의 분위기와, 추 장관 후임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걱정을 불식할 만한, 국정운영을 완전히 쇄신하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담긴 개각 명단을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1년 5개월은 레임덕에 비틀거리기에도, 포용경제를 복원할 개혁을 추진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 특고·프리랜서 50만~100만원·개인택시 100만원 지원

    특고·프리랜서 50만~100만원·개인택시 100만원 지원

    정부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피해가 큰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에 50만~100만원의 지원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개인택시 기사는 일괄적으로 100만원, 법인택시 기사는 50만원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아동 돌봄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은 이번에 빠진다. 28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9일 주재하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최종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고용취약계층 지원금의 경우 기존에 받은 사람에겐 5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새로 받는 사람은 100만원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특고와 프리랜서 노동자 대다수가 거리두기 강도 격상에 따라 피해를 보는 대면서비스업 종사자인 만큼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여행이나 레저, 헬스 등 오락·여가 업종 종사자도 조건에 부합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소상공인 지원금은 노래방 등 집합금지(영업금지) 업종과 PC방 등 집합제한(영업제한) 업종엔 매출액 규모와 감소 요건 등을 따지지 않고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을 지급한다. 이들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업종은 연매출 4억원 이하면서 매출 감소 요건을 충족해야 100만원을 지원한다. 2차 지원금과 같은 기준이다. 택시기사의 경우 개인택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법인택시는 근로자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개인택시는 소상공인 일반업종 지원금 기준인 100만원, 법인택시는 고용취약계층 추가 지원금에 해당하는 5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차 지원금 때 15만~20만원씩 지급됐던 아이돌봄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은 빠졌다. 3차 대유행 상당 기간이 방학인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돌봄서비스 이용 가구의 자부담 비율을 일부 줄여 주는 별도 지원 조치를 들여다보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성격의 자금도 이번 지원대책에 포함된다. 환자 치료를 위해 공간을 제공하고, 이로 인해 다른 환자를 못 받아 손실이 발생한 만큼 보상금 성격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병원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연초 집행할 긴급재난지원금이 충분치 않을지라도 병원 경영 지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만취 승객의 택시절도? 진실은 택시기사 성폭행서 탈출

    만취 승객의 택시절도? 진실은 택시기사 성폭행서 탈출

    여성 승객 성폭행 시도한 택시기사 징역 3년 지난 4월 한 여성 승객이 술에 취한 채 택시를 몰고 질주하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붙잡혔다. 술에 취한 승객의 황당한 일탈로 보였던 ‘택시 절도’ 사건의 성격은 곧 180도 바뀌었다. 여성은 술김에 택시를 훔친 것이 아니라 택시기사의 성폭행 위협으로부터 가까스로 달아난 것이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강동원)는 준강간 미수, 무고 등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44)씨에게 지난 23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5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4월 24~25일 밤이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서 출발한 택시가 고속도로를 진입, 충남 논산까지 50㎞ 넘게 질주하다가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 인근에서 3.5t 화물차를 들이받고 멈췄다. 사고 현장에서 체포된 운전자는 여성 B씨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5%로 만취 상태였다. B씨는 해당 택시의 차주나 운전기사도 아닌 일반 승객이었다. 택시기사 A씨는 이후 “만취한 승객이 내 택시를 운전해 달아나면서 나를 들이받기까지 했다”면서 B씨를 고소까지 했다. 이처럼 술 취한 승객의 황당한 일탈로 보였던 사건은 B씨가 “택시기사에게 성폭행당할 뻔한 것 같다”며 진정서를 내면서 성범죄 사건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만취 상태였던 탓에 당시 기억이 명확하지 않았던 B씨는 자신의 속옷이 없어진 점, 택시에 머문 시간이 상당히 길었던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이 같은 결론에 이른 것이었다. 경찰은 택시기사 A씨를 불러 조사했다. 또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당시 A씨가 B씨를 태우고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추가로 발견됐다. 택시의 블랙박스가 훼손된 것이었다. CCTV 등을 조사한 결과 B씨가 문제의 택시를 처음 탄 것은 사건 전날(24일) 밤 9시 20분쯤 전주 시내의 한 거리였다. 술에 취한 상태였던 B씨는 택시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이때부터 이 택시의 이상한 행적이 이어졌다.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잠든 뒤 약 3시간 동안 전주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후 인후동의 한 도로에 택시를 주차한 A씨는 택시에서 내려 B씨가 있던 뒷좌석으로 올라탔고 이후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다만 실제 성폭행까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덕진구 팔복동의 택시 차고지로 이동했다. 뒤늦게 잠에서 깬 B씨는 자신이 누워 있던 택시가 자신의 집 근처도 아닌 곳에 운행하지 않은 채 정차해 있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당시 택시기사 A씨는 시동을 건 채 차에서 내린 상태였고, B씨는 그 틈을 타 택시를 운전해 고속도로까지 달린 것이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모은 증거를 토대로 A씨가 술에 취한 B씨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수사기관에서 성폭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택시를 훔쳐 달아나면서 앞을 가로막은 나를 차로 들이받기까지 했다”며 고소장까지 제출했다. 물론 허위 진술이었다. 검찰은 B씨가 입고 있던 청바지 안쪽과 B씨의 신체 일부에서 A씨의 DNA를 확인했다. 각종 CCTV 증거와 함께 성폭행 시도를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였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에서 피해자의 신체 일부와 청바지 안에서 피고인의 DNA가 확인됨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람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택시에 탑승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점 등에 비춰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과거 벌금 등 처벌 전력이 없는 점, 10년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피해자 B씨의 음주운전 사고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시민위원회가 B씨에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참작할 만한 사안이 있다고 판단, 만장일치로 B씨의 기소유예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B씨의 택시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송선미 “남편과 사별 후 제정신 아니었다...딸에게도 설명”

    송선미 “남편과 사별 후 제정신 아니었다...딸에게도 설명”

    배우 송선미가 남편과 사별 후 처음으로 심경을 전했다. 27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더 먹고 가’에는 배우 송선미가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결혼 12년 차인 3년 전 남편과 사별한 송선미는 임지호 셰프의 응원 밥상으로 그간의 슬픔을 위로받았다. 송선미는 남편의 죽음에 대해 “3년이 지났는데 돌이켜보면 어떻게 살았는지 싶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없어졌다는 게 인지가 안 됐던 것 같다.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딸에게도 아빠의 부재를 설명해줬다. 딸이 지금은 어려서 인터넷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데, 나중에 커서 아빠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다룬 기사를 접하고 왜곡해서 받아들일까 걱정”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송선미는 올해 6살이 된 딸에게 “사실대로 얘기했다. ‘아빠는 별로 싸우고 싶지 않은데 나쁜 사람들이 아빠를 공격해서 아빠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송선미는 남편과 함께 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는 “2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라서 싸워본 적이 없다. 항상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남편을 표현했다. 이어 “제가 좋은 배우가 되도록 지지도 많이 하고 격려도 많이 해줬다. 가끔 배역에 불만을 가지면 ‘너의 길을 알아보는 감독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며 힘이 돼 줬다”고 덧붙였다. 송선미는 남편과 사별 후 인생관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송선미는 “남편과 함께 살 때 나중으로 미뤄둔 일들이 많았는데 그게 후회됐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제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지호 셰프는 “대견하다. 오늘 먹은 족발처럼 이 세상을 튼튼하게 딛고 나가길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한편, 송선미의 남편 고모씨는 지난 2017년 8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 내 회의실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친할아버지의 재산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사촌 형 곽모씨의 지시로 청부 살해됐다. 곽모씨는 2018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며, 그의 사주를 받은 조모씨는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주명리학자 김동완 ‘관상심리학’ 출간

    사주명리학자 김동완 ‘관상심리학’ 출간

    사주명리학자 김동완(동국대 평생교육원 겸임교수)씨가 ‘관상심리학’(도서출판 새빛)을 펴냈다. ‘운명을 바꾸는 관상 리더십’의 후속작으로 얼굴의 전체 형태와 귀, 이마, 눈썹, 눈동자, 코, 입, 볼 등 부위별 특성에 따른 성격과 리더십을 자세히 분석했다.
  • 비트코인 사상 첫 3000만원 돌파… 광풍 또 부나

    비트코인 사상 첫 3000만원 돌파… 광풍 또 부나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이 장중 개당 3000만원을 돌파했다. 국제 비트코인 가격도 개당 2만 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7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3001만원에 거래됐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3000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도 오전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2999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암호화폐는 주식시장과 달리 거래소 단위로 거래가 이뤄져 같은 종류의 암호화폐라도 거래소마다 가격의 차이가 있다. 또 정규장 시간이 정해져 있는 주식시장 등과 달리 24시간 거래된다.국내뿐 아니라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인 코인마켓앱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2만 6792달러(약 2956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2017년 세계적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같은 해 12월 2만 달러(약 22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가 3개월 만에 70% 빠졌다. 올해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컸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물경기 위기 극복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했고, 주식·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자산 성격을 지닌 비트코인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0월 미국 간편결제 업체인 페이팔이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구매와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취중생] 잘 돌보지 못했다는 수치심은 왜 엄마 혼자만의 몫인가

    [취중생] 잘 돌보지 못했다는 수치심은 왜 엄마 혼자만의 몫인가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안녕하세요.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입니다. 오늘 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돌봄 공백이 커진 한국 사회에서 불과 3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세상에 알려진 ‘여수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및 아동 방임 사건’(여수 사건)과 ‘김포 양촌읍 쓰레기 산 남매 방임 사건’(김포 사건)의 닮은 점을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두 사건 모두 쓰레기산에서 남매가 방치된 채 발견됐다는 점, 장기간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아동방임형 범죄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두 아동방임 사건을 되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똑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먼저, 두 사건을 현장에 직접 가서 취재하면서 발견한 닮은 점을 말씀드리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제2,제3의 여수·김포 사건 방지책에 관해 토론해보려고 합니다.■숨겨진 여동생의 존재, 오빠가 보낸 신호로 이웃이 알았다 두 사건 모두 어린 여자 아이가 집밖으로 나오질 않다보니 이웃 주민들은 여자 아이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두 아이는 영양이 불균형하고 쇠약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생후 27개월된 여수 선원동 아파트의 여아, 6살 먹은 경기 김포 양촌읍 여아 모두 구출 직후에 음식을 삼키는 게 어려워 이유식 등으로 섭식 훈련을 해야 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집안에 방치된 채로 있는 바람에 제대로 일어나거나 걷지를 못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공통점은 그럼에도 두 사건 모두 이웃 주민들이 초등학생인 남자 아이를 통해 ‘아동 방임의 낌새’를 알아차렸다는 점입니다. 여수 사건은 ‘큰 아들의 말과 행동’에서, 김포 사건은 ‘큰 아들의 울음’이 이웃들이 눈치 챌 수 있었던 신호가 됐습니다. ‘여수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윗집 주민은 아이가 혼자서 밤 8시가 넘어서 아파트 입구에 있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던 걸 보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밥을 차려주곤 했습니다. 하루는 이 어머니가 “자, 밥 먹자”고 말을 했더니 아이가 “이거 밥 아니야”라며 손가락으로 찬장에 있는 과자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일곱 살 큰아들이 평소에 밥을 과자로 인식하고 있을만큼 친모가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또 이 아이는 몸에서 악취가 났을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반팔을 입고, 여름에는 긴팔을 입는 등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등 방임형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의 전형적인 특성을 띄고 있었습니다. 밤이 늦어도 아이가 집에 갈 생각을 하질 않자 “동생 혼자 있으면 무서울텐데 얼른 집에 가야지”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다”라고 말을 했고, 윗집 어머니는 큰 아이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음날 이 분은 아랫집 주민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냐고 물어본 뒤 “큰 아이가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를 하게 됐습니다. 사실 주민들은 쌍둥이 동생의 존재를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2013년생인 일곱 살 남자아이는 자신에게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이웃들에게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는 특이하게도 자녀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에 다니는 엄마들이 많이 살고 있어 일종의 돌봄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들은 평소에 함께 아이들을 돌보면서 깊이 교류했고, 이웃집 사정을 뻔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이웃 엄마들은 서로의 아이들의 통학을 도와주었습니다. 서로 아이들의 식사도 같이 차려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큰아들도 함께 차를 타고 와서 이웃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놀이터가 없어 아파트 앞 주차장이 놀이터 구실을 하고 있었고, 저녁 무렵 어둑해지면 아이들이 혹여라도 차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곤 했습니다.조씨의 큰 아이가 이웃집 아이들의 자전거를 빌려서 타다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조씨가 사준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큰 아이가 차 사고를 당한 날 조씨 집안으로 뛰어 올라온 주민이 쓰레기 더미가 있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최초 신고자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 가운데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의 여동생을 직접 본 이웃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조씨에게 직접 “XX이(일곱살 큰아들의 이름) 동생 있다면서요?”라고 여러 차례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조씨는 “내 아이가 아니다. 지인의 아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주민들이 쌍둥이 여아의 존재를 의심했지만 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밥을 굶고 다니는 큰 아이를 돌본 사려 깊은 윗집 주민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포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집주인이었습니다. 집주인이 이 집이 어려운 사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2017년 12월쯤 입주한 유씨가 월세가 10번 넘게 밀리면서부터였습니다. 집주인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유씨의 사정을 알고 월세 일부를 받지 않고 계속 살게 해줬습니다. 집주인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 없다”는 옆집 세입자의 전화를 받고 신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집주인은 “여자 아이의 울음 소리는 아니었고 남자 아이의 울음 소리였다”고 전했습니다. 여수 사건과는 달리 이 빌라에는 영유아들이 살고 있지 않았고, 당연히 ‘돌봄공동체’가 없었습니다. 이 빌라에 이 또래의 아이들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은 평소에 저녁 때 동네를 혼자 돌아다니는 남자 아이의 모습이 더 눈에 띄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층에 6가구가 살고 있는 이 빌라 안으로 들어가면 화장실과 부엌 겸 거실이 하나 있고, 방 그리고 베란다가 있는 7평 남짓한 곳입니다. 즉, 가족이 살기에는 충분치 않은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지난 25일에 만난 빌라 주민들은 인근 김포 신도시에서 직장 통근을 위해 집을 구한 남성들이었습니다. 대부분 보증금500만원에 55만원의 월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남자아이의 여동생의 모습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두 아이 키워야 했던 두 엄마 두 사건의 두 번째 공통점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친모가 혼자서 두 아이를 양육했다’는 것입니다.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고소득을 버는 가정에서도 생계와 육아를 동시에 책임지고 해내는 일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여수와 김포 사건의 친모 모두 혼자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여수 사건의 친모 조씨는 매일 저녁 6시 집을 나서 유흥 업소 주방에서 일하다 새벽 3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밤을 샌 조씨는 집에 돌아와서 잠을 청한 뒤 다시 일을 나가야 하는 일상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신문과 통화가 닿은 김포 사건의 친모 유씨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며 “한부모 가정 수당을 41만 5000원씩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부에게 양육비를 받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대신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주변에 없었습니다. 혼자서 세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야하는 어려운 미션을 해결하면서도 ‘독박 육아’ 상황에 처한 두 엄마를 도와줄 가족조차 없었던 것입니다.■그러나 수치심은 왜 친모 혼자만의 몫인가. 여수 김포 사건의 세 번째 공통점은 ‘두 엄마가 쓰레기 산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저장강박으로 알려진 이 정신 질환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장강박증에 빠진 사람을 호더(Hoarder)라 부릅니다. 호더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회피하게 되고 결국 저장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호더는 보통 우울증을 가지고 있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건의 친모 모두 자신이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끝까지 숨기려 했습니다. 아동 방임이 아이들의 목숨을 잃게 하고 아이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평소 한부모 가정이 받던 사회의 편견과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느끼는 사회적인 고립감은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컸을 것입니다. 여수 사건의 조씨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집에서 출산한 미혼모였습니다. 김포 사건의 유씨도 한부모가정 수당을 받으면서 혼자서 아이를 키웠습니다. 또 두 사람은 코로나19로 인해 공공 돌봄 서비스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는 날도 길어지면서 돌봄 노동의 부담도 가중됐습니다. 김포 사건의 유씨는 서울신문이 ‘외벌이로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특별한 사정이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여수 사건의 이웃 주민들은 조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공공돌봄시설에 맡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밤에 일하는 자신이 아이를 잘 못 챙길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고, 아이가 다른 집단에 가서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을 꺼려했다고 전했습니다. ‘방임형 아동학대’는 학대로 잘 인식되지 않습니다. 또 피해자인 아동들도 친모로부터 방임형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해자인 친모와 피해 아동 사이에 애착 관계가 형성돼 있기도 합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더 좋은 양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도 방임에 익숙해진 아이가 원가정의 문제점을 모르고 오히려 ‘집이 좋다’,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엄마, 아빠가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동이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명백히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건 중에서도 방임은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신체학대(51.8%) 다음으로 방임학대(21.4%)가 많고 중복학대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37.5%에 달합니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신문 손지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어린이집 등 상시 등원기관을 포함한 지역사회에서 방임형 학대 징후를 보이는 아동을 적극 발견해 신고하고, 영·유아 건강검진 등을 활용해 병원에 오지 않는 아이를 가려내야 한다”면서 “학대 가해 부모가 양육 방법을 모른다거나, 양육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원인을 파악해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김포 사건이 여수 사건보다 더 빨리 해결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여수 사건이 해결돼 가는 타임라인입니다. 2020년 11월 6일 오후 5시, 윗층 주민이 여천동주민센터에 “아랫집에 사는 아이가 우리 집에 밥을 먹으러 왔는데 아이 몸에서 악취가 난다. 이 집에는 어머니와 두 아이가 산다”며 “집 안을 우연히 봤는데 쓰레기가 가득하다. 청소를 해줄 방법이 있겠냐”는 내용의 신고를 했습니다. 11월 10일 같은 주민이 여천동주민센터에 2번째 신고를 합니다. 이때 처음으로 ‘쌍둥이 동생의 존재’에 대해 언급합니다. 주민센터는 이날 오후 3시 30분과 오후 8시 10분 2차례에 걸쳐 방문했습니다. 11월 12일 여천동주민센터가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여수시청 여성가족과에 사건을 보고했습니다. 11월 13일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친모 조씨를 만나 면담을 했습니다. 조씨는 집 안에 쌍둥이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지만 “지인의 자녀를 돌봐주고 있다”고 둘러댔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27개월된 쌍둥이 여아 이름을 아무리 검색해도 출생 등록 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아이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동명이인이 있었지만 주소지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11월 17일 친모 조씨는 ‘한부모 가정 복지 급여 신청’을 위해 11월 17일 동사무소에 오기로 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주민센터 직원과 20일에 재방문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11월 20일 아동학대로 판단한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여수경찰서 소속 경찰을 대동해 여수 선원동의 조씨의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쓰레기 산에서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와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27개월된 여자아이가 어른이 없는 상태로 장시간 방치돼 있었고, 쓰레기 산에 있다 구조됐습니다. 11월 25일 여천동주민센터 직원들과 청소 협력업체 직원들이 5톤 분량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11월 26일 청소를 했음에도 쌍둥이 동생이 발견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느낀 최초신고자인 윗집 주민이 다시 오전 9시18분쯤 여천동주민센터에 3번째로 전화를 했습니다. 여천동주민센터는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다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여수경찰서는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쌍둥이 동생이 있는게 맞느냐”는 탐문 수사를 벌인 뒤 11월 27일, 다시 조씨의 집을 수색해 냉장고에서 쌍둥이 영아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의 친모인 조씨는 주민센터의 대청소 때 자신의 회색 아반떼 차량에 아이 시신을 숨긴 뒤 청소가 끝난 뒤 다시 냉장고에 시신을 넣어뒀습니다. 11월 30일 여수경찰서는 친모 조씨가 구속된 상태로 아동학대죄와 사체유기죄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씨는 2018년 자택에서 쌍둥이를 혼자서 출산했다고 밝혔습니다. 2년 전 어느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1차 부검 결과, 숨진 쌍둥이 영아의 시신에서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이 가해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미혼모인 조씨는 첫째 아들만 출생신고를 했고, 2018년 낳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씨가 생계를 위해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유흥업소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일곱살 남아와 두살 여아는 어른 없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여수 사건은 사건을 인지한 뒤에도 집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판단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물론 주민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집주인인 부모가 허락을 해주지 않으면 방문을 열고 강제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천동주민센터는 주민 최초 신고가 일어난 11월 6일에는 현장 방문을 하지 않았고, 4일 뒤 동일인의 2번째 신고가 들어와서야 현장 방문을 했습니다. 그사이에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천동주민센터 측은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다’는 신고에 대해 “단지 쓰레기를 청소해주면 되는 문제로 여겼다”고 신고 내용을 기계적으로만 이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뒤늦은 판단을 한 것입니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친모 조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때 곧바로 경찰에 알렸더라면 조금 더 빠른 구조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물론, 공공기관의 판단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친모 조씨가 철저히 쌍둥이 영아 시신을 숨겼습니다. 조씨는 집안 내부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고, 이웃 주민들에게도, 주민센터에도 27개월된 쌍둥이 여아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둘러댔습니다. 또 조씨의 큰아들(7)은 밝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웃 주민들도 큰 아이와 친모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 교육복지사조차도 아이가 아동 방임에 처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수시청을 칭찬하고 싶은 건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사건 해결 과정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최대한 자세히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해 교훈을 얻고 복기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어쩌면 판박이 사건인 김포 사건의 처리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건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김포 사건의 개요입니다. 2020년 12월 16일, 경기 김포 양촌읍의 한 빌라 집주인이 양촌읍사무소에 “아이 울음 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내용의 신고를 했습니다. 양촌읍사무소 직원들은 곧바로 현장을 방문했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읍사무소 사회복지과 직원들은 곧바로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12월 18일,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과 김포경찰서가 현장을 방문해 열두살 남자 아이와 여섯살 여자 아이가 쓰레기 더미에서 방치돼 있는 걸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아이 엄마인 유모 씨는 경찰과 함께 동행해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로 1차 조사를 받았습니다. 12월 26일에는 2차 조사를 받았습니다. 불과 2주 정도 전에 일어난 ‘여수 사건’이 준 교훈 때문일까요. 한눈에 보기에도 여수 사건보다 사건 해결 과정이 신속합니다. 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작은 단서만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김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사실 아동 방임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여수 선원동 아파트 이웃들이 돌봤던 초등학교 1학년생인 큰 아이였습니다. 이웃들은 큰 아이가 평소에 아파트 이웃 주민들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동생들을 챙겨줄 정도로 “싹싹하고 세심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전남아동보호기관에 따르면, 임시보호시설로 옮겨진 아이는 아직도 엄마를 많이 보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현재 친모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가 구속 기소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는 앞으로 엄마를 보지 못할 것이고 그룹홈(아동공동생활가정)에서 장기보호를 받으며 자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가 엄마를 보지 못해 상처를 받는 건 안타깝지만 검사가 친권상실 청구를 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아동학대를 한 전력이 있는 원가정에서는 다시 방임형 아동 학대를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룹홈에서 성장하는 것이 여러모로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는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검사의 판단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구속 입건된 김포 엄마 역시, 둘째 아이의 몸 상태를 생각한다면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친권 박탈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사건은 한 아이를 돌보는 문제를 개인의 책임에만 떠맡겨선 안될 문제이며, 또 이웃의 작은 관심이 방임형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를 구해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건입니다. 이제 이 사건의 해결 방법에 대해 말할 차례입니다. 사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미 답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25일 저녁 이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아이를 저렇게 방치하지는 않습니다. 잘못한 건 처벌 받아야합니다”라면서도 “가해 엄마도 안타깝네요.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이었네요”라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우리 사회에도 적용됩니다. 딱한 사정을 알고 월세를 받지 않았던 김포 양촌읍 빌라 주인, 아이 밥을 친모 대신 차려줬던 여수 선원동 아파트 윗집 어머님처럼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국가는 국민의 어려움을 알려고 마음 먹으면 알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아이들이 학교에도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발굴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체납된 요금 고지서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가스비, 전기세, 월세 등 살기 위해 필수적인 돈이 오랫동안 연체되는 건 위기 가정이 보내는 공통된 신호입니다. 여수 사건의 친모 조씨는 서울신문 취재 결과 500만원 넘는 건강보험료를 비롯해 가스비, 전기세 등을 미납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김포 사건의 친모 유씨도 500만원 넘는 월세를 열달 넘게 내지 못해 2017년 12월 입주하며 맡긴 보증금을 모두 차감한 뒤 보증금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전력 등 필수 요금 미납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관이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에 취약계층의 존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주민센터에서 사례 관리에 들어가게 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미납된 요금을 읍면동 주민센터, 시군구청 단위에서 즉시 알 수 있도록 정보 공유를 하고, 위기 가정을 발굴하도록 의무화하도록 법을 만드는 것도 여수 김포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두 사건은 ‘국가 실패’ 사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아이는 학대나 방임을 받지 않고 클 권리가 있습니다. 국가는 자신의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을 마땅히 구제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위험한 재난이지만 사회적 취약 계층은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받지 못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 보호’를 핑계로 국가가 뒷짐지고 있으면 안됩니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건 ‘부작위에 의한 아동학대 방조’이자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배추밭’ 정용진과 ‘행복정담’ 최태원…오너들이 유튜브에 떴다

    ‘배추밭’ 정용진과 ‘행복정담’ 최태원…오너들이 유튜브에 떴다

    #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녹색 배추밭. 정용진(52) 신세계 부회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배추 한 포기를 뽑아든다. 이내 정갈하게 차려입고는 익숙한 솜씨로 배추전과 배추쌈, 겉절이를 뚝딱 만들어낸다. 영상 말미 손수 만든 배추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선 차세대 ‘먹방’ 스타의 기질도 엿볼 수 있다. # 검은색 헌팅캡과 쉐프복을 차려입은 최태원(60) SK 회장이 SK하이닉스 2년차 젊은 사원과 주먹을 부딪치며 ‘힙한’ 인사를 나눈다. 이들이 만난 이유는 SK에 30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들에게 최 회장이 직접 요리를 대접하기 위해서다. 회장이 손수 만든 음식에 “짜다”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편안한 분위기 속 최 회장과 직원들은 자신들의 청춘을 바친 회사와 인생에 대한 속 깊은 얘기를 터놓는다. 재계 오너들이 유튜브를 활용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권위적일 거란 편견에서 벗어나 직원과 소비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스타그램 스타’다. 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ID)는 ‘yj_loves’다. 25일 49만 90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게시물은 25개에 불과하다. 게시물은 정 부회장이 직접 관리한다. 신세계그룹 홍보팀 관계자들도 정 부회장이 어떤 게시물을 올리고 지우는지 알지 못한다. 가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해 홍보팀을 당황케 한 적도 많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24일 올린 ‘옛날통닭’ 관련 게시물이다. 신세계 한식 브랜드 ‘올반’에서 내놓은 옛날통닭 제품을 홍보하는 내용. 글도 매우 짧고 간결하다. ‘#올반 #옛날통닭 #강추 #에어프라이어 180도 20분’ 이마트는 정 부회장의 인기를 십분 활용했다. 1분 54초 광고 영상 모델을 정 부회장을 쓰기로 한 것이다. 이마트가 공수하는 해남배추를 홍보하는 영상이다. 정 부회장이 배추밭에 직접 나와 배추도 뽑고 요리도 한다. 지난 17일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약 일주일 만에 조회 수 66만 8000여회(25일 기준)를 기록했다. 최 회장도 소통을 강조하는 재계 오너 중 하나다. 직접 계정을 운영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유튜브 SK 채널을 통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며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인 ‘행복’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SK 구성원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알리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사내방송에 등장해 직접 ‘라면먹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SK그룹이 지난 22일 올린 ‘행복정담 SK와 인생’은 최 회장과 막내급 젊은 직원이 30년 이상 SK에 몸담은 직원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컨셉이다. 22분간 최 회장과 직원들의 진솔한 대화가 이어진다. 25일 기준 조회 수는 7600여회에 이른다. 정 부회장과 최 회장의 행보가 다른 기업 총수에게도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총수 개인의 성격과 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란 견해를 내놓는다. 오너리스크가 심한 기업은 오히려 이런 움직임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회사의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전문가인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과거 1세대 창업자는 ‘명령해서 움직이게 하는’ ‘명동’ 리더십이 강했지만 최근 오너 3~4세들은 ‘소통과 공감대를 통해 직원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공동’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총수를 비롯한 오너일가들은 권위라는 무거운 옷을 벗고 수평적이고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활동을 통해 기업의 실적 향상은 물론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도 높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文케어’ 덕 본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 2.4% 줄어”

    ‘文케어’ 덕 본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 2.4% 줄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덕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지급금이 2.4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던 비급여 항목이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면서 실손보험을 판 보험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정부 “내년 보험료 인상폭 줄인 근거”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24일 연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영상 회의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산출한 실손보험 지급 감소 효과를 밝혔다. 정부는 2018년에도 실손보험 반사이익을 산출했었는데 당시에는 지급 감소 효과가 0.60%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표본자료의 대표성과 조사 시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재산출했다. KDI는 이번에 실손보험 가입자 정보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모두 연계하고 최신 의료이용 현황도 종합 반영, 분석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덕에 실손보험 지급이 2.42%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비급여 항목이던 하복부·비뇨기계·남성생식기 초음파, 뇌혈관·두경부 자기공명영상(MRI)검사, 수면다원검사 등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 데 따른 결과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지난 22일 보험업계에 내년도 실손보험금 평균 인상률을 10~11% 정도로 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보험업계가 요구한 평균 21% 인상의 절반 수준이다. ●“공보험·사보험 연계” 공동시행령 제정키로 복지부와 금융위는 공보험과 사보험의 연계를 위해 보험업법 및 건강보험법을 일부 개정하고 공동시행령을 제정하기로 했다. ‘복지부·금융위 공동 공사 의료보험연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태조사와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도 개선에 관한 권고 및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보험과 사보험이 서로 보완해 주는 성격이 있기에 실태 등을 정확히 알아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비급여 현황 등 종합대책 마련안 발표도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 수립계획도 보고했다. 종합대책에는 비급여 현황을 파악·분석하기 위해 비급여 분류를 체계화하고 비급여 결정 후 평가과정 등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또 살아난 윤석열…법원 정직 중단 결정에 출근한다(종합)

    또 살아난 윤석열…법원 정직 중단 결정에 출근한다(종합)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에 대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징계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 결과는 7개월 이상 걸릴 확률이 높아 윤 총장은 내년 7월까지인 남은 임기동안 총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 김재경 김언지)는 24일 오후 3시부터 4시15분까지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진행한 후 이날 오후 10시쯤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22일 1차 심문기일을 진행한 후 양측 변호인에게 △본안심리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법치주의나 사회일반 이익이 포함되는지 △공공복리의 구체적 내용 △검사징계위원회 구성 적법성 △개별적 징계사유에 대한 구체적 해명 △‘재판부 문건’ 용도 소명 △검찰총장 승인없이 감찰개시가 가능한지에 대해 추가로 의견을 진술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날 진행된 2차 심문기일에서는 서면으로 내용을 다 확인했다며 변호인 측에 일일이 구술로 확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원이 윤 총장 측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윤 총장은 총장 업무에 바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1월 24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정지를 명령했을 때도 법원은 윤 총장의 집행정지 요청을 받아들여 일주일여 만에 업무에 복귀한 데 이어 두번째로 다시 출근길이 열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원이 윤 총장의 정직 징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 “이제 검찰총장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올곧은 법원의 판단이 검찰 개혁(改革)의 탈을 쓴 검찰 개악(改惡) 도발을 막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온전히 법질서 안에 있다는 안도를 주는 성탄절 선물 같다”며 “본안 성격의 내용까지 꼼꼼하게 오래 심리한 재판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본안 소송도 이 내용이 반영된다면, 윤 총장은 흔들림 없이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대변인은 “정부·여당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홍위병같은 도발은 이제 멈추라”며 “겸허히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대변인도도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법치주의의 요체가 되는 절차적 정당성과 검찰 독립을 통한 공공복리를 수호하고자 하는 법원의 의지표명”이라고 환영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문화마당] 이 시대의 마에스토소/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이 시대의 마에스토소/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작곡자가 남긴 악곡에 적혀 있는 지시사항을 따르고 연주자가 해석을 함으로써 악보에 있는 음표들은 느낌과 감정을 가진 소리의 표현 예술이 된다. 달콤하게, 구슬프게, 열정적으로, 애절하게, 기쁘게, 사랑스럽게, 외롭게, 자유롭게 등 악보에 쓰여 있는 다양한 형용사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고스란히 느끼는 감정들이다. 왜 그를 사랑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는 언제나 힘들 듯이, 모든 감정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자부심과 자긍심, 타인에 대한 질투와 혐오ㆍ복수심ㆍ경쟁심,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욕망과 탐욕, 그 선택에 따른 후회와 비탄 등 거의 모든 감정들은 우리의 이성적 제어를 벗어나 있다. 대부분의 감정들이 이처럼 인간의 본능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음악에서 쓰이는 다양한 감정 표현 중에 마에스토소(Maestoso)라는 지시가 있다. 위엄 있게, 장엄하게, 위풍당당하게 정도로 번역한다. 이 마에스토소가 왜 눈에 띄는가 하면, 이 표현은 본능이 아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캐릭터이자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감정의 일종이라 볼 수는 없지만, 표현예술을 하고자 하는 연주자, 연기자들에게 자주 필요한 캐릭터 중 하나이다. 장엄한 존재가 신과 자연 이외에 무엇이 더 있으랴. 감히 인간이 위엄 있고 장엄하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하고 또한 오만한 것인지. 시민과 군중을 통솔하기 위해 허세의 어깨는 뒤로 젖혀지고, 허영의 콧대는 높아져 있다. 왕정시대와 군국주의시대가 팽배했던 인류 전반의 역사에서 나온 모든 문화 창작물은 그래서 마에스토소를 빼놓고는 말하기가 어렵다. 왕과 군대의 성격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마에스토소라는 형용사는 또한 그래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순수한 감정에서 드리워지는 성격이나 행동양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협받은 느낌을 감추고 상대를 겁주기 위해 몸을 부풀리는 고양이처럼 그 내면에는 불안함이 존재한다. 만약에 누군가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됐다고 치자. 그 말과 행동에서는 다듬어진 사회적 예절이 아닌 진정한 속내가 본능적으로 나오게 된다. 있는 감정 없는 감정 모두 가슴속 바닥에서 긁어내어 다 토해 내게 된다. 술에 취했는데 위풍당당한 사람은 없다. 이성적 혹은 전략적으로 만들어지는 성격이자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술에 취해 위풍당당해진다면 절묘한 코미디 소재거리가 될 것이다. 연기자를 비롯한 모든 표현예술가들은 그 감정을 투명하고 진실되게 표현하기 위해 묘사해야 하는 역할로 감정이입을 하고, 그 역할을 스스로 본인의 삶에 대입하기까지 한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본능적인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해 민얼굴을 드러내고 벌거벗는 마음으로, 무대 의상을 입는 동시에 겉치레를 벗는다. 희로애락을 삶에 대입하고 감정을 쏟아 보지만, 위엄 있음이라는 건 여간해선 이입하기가 힘들다. 그 대상이 어차피 연기였는데 그것을 재차 연기하는 이중연기이기 때문이다. 겉치레를 벗었는데 그 안에 여전히 겉치레를 입고 있는 꼴이라 할까. 어떤 면에서는 어렵고 어떤 면에서는 반대로 쉬울 수 있는 게 바로 연기를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신과 자연이 아닌 인간이란 존재로서의 존엄을 찾고자 하면 왕과 권력자가 아닌, 고통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며 선을 이룬 용감한 시민 영웅들과 순직장병, 독립투사들을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동경하고 감사하며 그들의 가족을 위로하고 희망을 품는 감정을 가져 마땅하다. 이는 진실된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 방방 뛴 집방… OTT로 신한류 열풍

    방방 뛴 집방… OTT로 신한류 열풍

    해외 촬영 못 해 여행 예능 퇴장하면서집방 ‘신박한 정리’ ‘바퀴 달린 집’ 대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등 일본서 인기온라인 플랫폼 통해 해외 시청자 열광코로나19는 방송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국내외 대규모 촬영과 방청객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형식과 소재 변화가 불가피했다. 반면 최근 3~4년간 성장해 온 웹드라마, 웹예능,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더욱 확장하며 플랫폼 지각변동을 가속했다. ●트로트 오디션 등 음악 예능 높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제작에 차질을 빚었다. 다양한 분야의 출연진과 스태프 50~100여명이 모이는 촬영장 특성상 완벽한 방역에 어려움을 겪으며 확진자가 속출했다. 관객 참여형 공연이나 음악 방송, 공개 녹화 방송들은 전면 무관중으로 전환해야 했다. 현장감을 앞세웠던 방송들 대신 버라이어티 성격의 음악 예능은 높은 인기를 누렸다. TV조선은 연초 ‘미스터트롯’에 이어 연말 ‘미스트롯2’까지 내놓으며 트로트 열풍을 이끌었고 지상파 3사도 뒤이어 트로트 오디션에 뛰어들었다.코미디언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다시 뭉친 MBC ‘놀면 뭐하니?’도 화제성을 이어 갔다. 여름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와 이효리, 엄정화, 제시, 화사가 뭉친 환불원정대로 시청률과 음원 차트 상위권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유두래곤’, ‘지미유’ 등 ‘부캐릭터’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방송가에 ‘부캐’ 열풍을 불러왔다.●비대면 환경 속 새 콘텐츠 형식 고민한 1년 해외 촬영 불가로 여행 예능이 퇴장한 자리는 대세가 된 각종 ‘집방’이 채웠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부동산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tvN ‘신박한 정리’, ‘바퀴 달린 집’, MBC ‘구해줘 홈즈’,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KBS ‘땅만빌리지’ 등 집 관련 예능들이 속속 등장했다. 불특정 다수를 만났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해외 오지를 갔던 SBS ‘정글의 법칙’ 등은 섭외와 국내 촬영으로 콘셉트를 바꿔 위기를 넘겼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많은 제한적 조건과 비대면 환경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고민한 1년”이라며 “특히 실내에 만든 특설 스튜디오나 신기술 접목 등 성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드라마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며 새로운 한류를 일으켰다. 한반도 분단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극 tvN ‘사랑의 불시착’과 청춘 복수극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높은 화제성… 웹예능·웹드라마 봇물 웹예능과 웹드라마도 쏟아졌다. 지상파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국내 OTT 웨이브는 시네마틱드라마 ‘SF8’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앞세워 출범 1년여 만에 회원 1000만명을 끌어모았다. 지난 9월 시작한 카카오TV도 기존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애혁명’, ‘며느라기’, ‘페이스 아이디’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숏폼 예능을 앞세우며 3개월 만에 누적 조회 수 1억뷰를 돌파했다. 유튜브 웹예능도 대거 등장해 방송 콘텐츠까지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에 따르면 가학성 논란과 생존 예능 신드롬을 동시에 불러온 ‘가짜 사나이’의 피지컬갤러리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구독자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원의 요리비책과 ‘네고왕’ 등을 만든 달라스튜디오는 채널 구독자 증가 2, 3위를 기록해 단시간에 높은 화제성을 증명했다. 정 평론가는 “플랫폼은 이미 상당 부분 OTT를 비롯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며 “지상파가 플랫폼에서 힘의 우위를 갖는 시대가 지나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해외까지 반향을 일으키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법무부 측 “검찰총장도 검사징계법 따라 징계 받도록 규정”

    법무부 측 “검찰총장도 검사징계법 따라 징계 받도록 규정”

    법무부 측이 22일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처분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민주적 통제의 일환으로 (징계권이) 행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무부 측 이옥형 변호사는 정직 처분 집행정지 1차 심문 기일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도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를 받도록 규정돼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징계 처분이 이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면서 한 직무배제 처분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재판부에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공공복리와 관련돼 조직 안정이 깨질 우려가 있고 이미 국론 분열도 심각하다”라며 “대통령의 재가도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막겠다는 취지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검사징계법의 취지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징계권을 규정하는 것”이라며 정직 처분의 집행이 정지되면 ‘헌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징계 절차 위법 지적에 대해서는 “역대 어느 공무원의 징계와 비교하더라도 징계혐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됐고 흠결도 없다”며 일축했다. 법무부 측은 재판부가 집행정지 요건과 함께 징계 사유 등 본안 쟁점까지도 심도 있게 살피면서 재판이 속행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장은 집행정지 사건이 사실상 본안 재판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간략하게 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재판부 측이 징계 처분의 정당성 등 본안 소송에서 다룰만한 쟁점까지 심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추가로 심리 기일을 지정한 것은 양측에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조만간 양측에 추가 질의서를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 정직 처분의 집행정지 사건 2차 심문은 오는 24일 오후 3시 진행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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