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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늘아, 맞벌이해라” 가시처럼 콕 박혀요

    “며늘아, 맞벌이해라” 가시처럼 콕 박혀요

    차례 부담·적응안된 시댁 분위기 출산 등 경력 단절이 스트레스로 성인 644명 설문조사 결과 “명절 스트레스 없다”도 34% 세태 변했지만 68% “차례 지내” “저희 시댁은 제사가 없어서 조금 나아요. 그런데 시부모님이 자꾸 맞벌이를 강요하세요. 이번 추석에도 일은 알아보고 있느냐고 하실까 봐 걱정이에요.” 결혼 3년차인 김지은(31·가명)씨는 “3년간은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고 싶은데 시어머니의 강요와 경제적 부담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추석에 맞벌이 얘기가 나올 텐데 시부모님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벌써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아이가 태어나면서 무역회사를 그만뒀다. 지난달부터 동종업체에 원서를 넣고 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아직 없다. “노원구 하계동에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은행 빚이 2억원가량 생겼거든요. 맞벌이를 하긴 해야죠. 하지만 시어머님이 말씀하시면 가시처럼 가슴에 콕 박히는 것 같아요. 월 130만원씩 받던 실업급여도 이번 달이 마지막이어서 걱정인데, 이번 추석은 이래저래 심란하네요.” 서울신문이 8일 잡코리아에 의뢰해 추석을 화두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명절 스트레스를 보다 많이 받는 범주는 ‘기혼’ ‘여성’ ‘30대’ ‘경력구직자’ 등 4개 유형인 것으로 파악됐다. ‘새 일자리를 찾고 있는 30대 기혼 여성’이 추석을 앞두고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추석 차례에 대한 부담, 익숙하지 않은 시댁 분위기, 경력단절에서 오는 취업의 어려움, 경제적 부담 등이 명절을 반기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644명(성인남녀) 중에 29.8%(192명)가 ‘명절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극심하다’고 답했다. 3명에 한 명꼴이다. 36%(232명)가 ‘보통’이라고 답했고 ‘거의 없다’와 ‘아예 없다’고 답한 이들은 34.2%(220명)였다. 결혼 여부로 보면 기혼자의 스트레스 정도가 심했다. 271명의 기혼자 가운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35.9%인 반면 미혼자의 비율은 26.7%에 그쳤다. 이외 여성(35%)이 남성(23.8%)보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연령별로 보면 30대(31.6%)가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는다고 답했다. 직업별로는 경력구직자(34.9%)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학생(34.2%), 신입구직자(30.1%), 직장인(28.4%) 등이 뒤를 이었다. 추석 당일 경기 양평에 있는 시댁에 방문한다는 정모(32)씨는 “시댁과 친정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문제도 그렇고 미혼일 때보다 신경 써야 할 게 크게 늘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주관식 문항에서는 ‘가족 간의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열등감’, ‘취업, 결혼, 출산에 대한 압박’, ‘또래 친척과 비교당하는 스트레스’, ‘선물과 차례상 등 추석 비용’이 언급됐다. 한편 세태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응답자 가운데 68.2%(439명)가 차례를 지낸다고 답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31.8%(205명) 중에는 그 이유를 ‘종교’(50.2%)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허례허식이어서’(28.8%)가 뒤를 이었다. ‘추석 하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가족과 함께하는 풍요롭고 푸근한 날’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4.6%(287명)로 가장 많았지만 ‘그냥 긴 휴일’이나 ‘귀찮고 번잡한 날’이라고 부정적인 응답을 한 경우도 각각 21.6%, 14.6%로 많았다. 이외에 조상에 감사하는 날이라고 답한 경우가 10.6%였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추석은 과거 농경시대에 풍작을 이루게 해준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비롯됐지만 세대와 시대가 바뀌면서 휴일의 개념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세대 간 갈등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미풍양속을 지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가족 간 배려하는 명절을 보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설문 조사는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잡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조사로 이뤄졌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며늘아, 맞벌이해라” 가시처럼 콕 박혀요

    “며늘아, 맞벌이해라” 가시처럼 콕 박혀요

    성인 644명 설문조사 결과 “명절 스트레스 없다”도 34%세태 변했지만 68% “차례 지내” 차례 부담·적응안된 시댁 분위기 출산 등 경력 단절이 스트레스로 “저희 시댁은 제사가 없어서 조금 나아요. 그런데 시부모님이 자꾸 맞벌이를 강요하세요. 이번 추석에도 일은 알아보고 있느냐고 하실까 봐 걱정이에요.” 결혼 3년차인 김지은(31·가명)씨는 “3년간은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고 싶은데 시어머니의 강요와 경제적 부담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추석에 맞벌이 얘기가 나올 텐데 시부모님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벌써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아이가 태어나면서 무역회사를 그만뒀다. 지난달부터 동종업체에 원서를 넣고 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아직 없다. “노원구 하계동에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은행 빚이 2억원가량 생겼거든요. 맞벌이를 하긴 해야죠. 하지만 시어머님이 말씀하시면 가시처럼 가슴에 콕 박히는 것 같아요. 월 130만원씩 받던 실업급여도 이번 달이 마지막이어서 걱정인데, 이번 추석은 이래저래 심란하네요.” 서울신문이 8일 잡코리아에 의뢰해 추석을 화두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명절 스트레스를 보다 많이 받는 범주는 ‘기혼’ ‘여성’ ‘30대’ ‘경력구직자’ 등 4개 유형인 것으로 파악됐다. ‘새 일자리를 찾고 있는 30대 기혼 여성’이 추석을 앞두고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추석 차례에 대한 부담, 익숙하지 않은 시댁 분위기, 경력단절에서 오는 취업의 어려움, 경제적 부담 등이 명절을 반기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644명(성인남녀) 중에 29.8%(192명)가 ‘명절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극심하다’고 답했다. 3명에 한 명꼴이다. 36%(232명)가 ‘보통’이라고 답했고 ‘거의 없다’와 ‘아예 없다’고 답한 이들은 34.2%(220명)였다. 결혼 여부로 보면 기혼자의 스트레스 정도가 심했다. 271명의 기혼자 가운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35.9%인 반면 미혼자의 비율은 26.7%에 그쳤다. 이외 여성(35%)이 남성(23.8%)보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연령별로 보면 30대(31.6%)가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는다고 답했다. 직업별로는 경력구직자(34.9%)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학생(34.2%), 신입구직자(30.1%), 직장인(28.4%) 등이 뒤를 이었다. 추석 당일 경기 양평에 있는 시댁에 방문한다는 정모(32)씨는 “시댁과 친정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문제도 그렇고 미혼일 때보다 신경 써야 할 게 크게 늘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주관식 문항에서는 ‘가족 간의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열등감’, ‘취업, 결혼, 출산에 대한 압박’, ‘또래 친척과 비교당하는 스트레스’, ‘선물과 차례상 등 추석 비용’이 언급됐다. 한편 세태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응답자 가운데 68.2%(439명)가 차례를 지낸다고 답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31.8%(205명) 중에는 그 이유를 ‘종교’(50.2%)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허례허식이어서’(28.8%)가 뒤를 이었다. ‘추석 하면 어떤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가족과 함께하는 풍요롭고 푸근한 날’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4.6%(287명)로 가장 많았지만 ‘그냥 긴 휴일’이나 ‘귀찮고 번잡한 날’이라고 부정적인 응답을 한 경우도 각각 21.6%, 14.6%로 많았다. 이외에 조상에 감사하는 날이라고 답한 경우가 10.6%였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추석은 과거 농경시대에 풍작을 이루게 해준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미에서 비롯됐지만 세대와 시대가 바뀌면서 휴일의 개념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세대 간 갈등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미풍양속을 지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가족 간 배려하는 명절을 보내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설문 조사는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잡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조사로 이뤄졌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비리로 얼룩진 법조계] “애인 마음 돌리게 돈 좀”… 스폰서 검사의 민낯

    [비리로 얼룩진 법조계] “애인 마음 돌리게 돈 좀”… 스폰서 검사의 민낯

    김 부장검사 수시로 급전 요구 내연녀 계좌 찍자 “500 입금” ‘능력 있는 검사이자 자상한 가장’으로 알려졌던 김형준(46·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의 ‘두 얼굴’이 법조계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홍만표(57·구속기소) 변호사, 진경준(49·구속기소) 전 검사장 사건 등 최근 잇따라 드러난 전·현직 검사들의 비위와 맞물려 단순한 개인 비위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장검사가 중·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씨와 대화를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OO(내연녀)에게 돈을 보내 달라”는 등 부끄러운 현직 검사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6일 공개된 그와 김씨의 SNS 대화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자주 급전을 요구했다. 지난 2월 3일 김 부장검사는 내연녀 명의의 계좌번호를 보냈고 김씨는 한 시간 뒤 “5백 보냈다. 그냥 회사 이름으로 했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구”라고 송금 사실을 전했다. 다음달에도 김 부장검사는 “내게 빌려주는 걸로 하고 월요일에 보내줘. (내연녀) 마음 완전히 되돌리려 해. 도와주라 친구, 개업하면 이자 포함 곧바로 갚을 테니”라며 송금을 요구했다. 그는 내연녀에게 줄 오피스텔 계약을 김씨에게 맡기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해 말 김씨에게 시내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시세를 뽑아 달라 요구했고 강남 오피스텔을 추천하자 “○○일 (내연녀) 생일이라니까 바쁘겠지만 계약해주면 선물로 주고 타이밍 좋겠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진경준 검사장 주식 파동 보면서 나도 (증여받은) 농지는 우선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검사장 승진도 그렇고 차후 총선에 나가려 해도 공천에 도움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김씨에게 농지 매각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고급 유흥업소에 종종 드나들었다. 술값은 김씨가 냈다. 지난 2월 1일 김 부장검사는 “오늘 저녁 ○○○ 갈 거야? 오늘 아님 난 설 전에 목요일 좋아~ ”라고 문자를 보냈고, 또 다른 날에도 “일찍 가서 파트너 골라둘게ㅋㅋ”라며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도주 우려 때문에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는 앞서 취재진에게 “술집에 갈 때면 최소 100만원에서 300만~400만원씩 냈고 김 부장검사에게 빌려준 1500만원은 내연녀에게 준 돈이라 변제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검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빌린 돈은 이미 갚았고 화성 땅 매각 등은 친구에게 상황을 얘기한 잡담이었을 뿐”이라면서 “김씨와 간 술집은 싱글몰트바, 가라오케 2곳뿐이고 소위 말하는 룸살롱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와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김 부장검사가 “○○○ 술집 2차 되는 룸살롱이라고 했어?”라고 확인하며 “물어보면 싱글몰트바이고 여자애들 한둘 로테이션해서 술값도 50만~60만원이라고 해줘”라는 등 허위 진술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휴대전화를 바꾸고 사무실 메모를 점검하라는 등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제기되는 모든 비위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는 자에게는 엄정한 책임을 묻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대검이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사실상의 특별감찰팀을 꾸리고 이르면 7일 김씨를 불러 조사한 뒤 김 부장검사와 대질신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예금보험공사에 파견됐던 김 부장검사를 이날 서울고검으로 전보 발령했다. 대검찰청의 감찰이 시작된 만큼 외부기관에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김 부장검사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자금을 환수하고 증권범죄 사범 200여명을 구속하면서 ‘여의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트 검사로 통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 서른, 잔치는 끝났나?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 서른, 잔치는 끝났나?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 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감히 입에 올리기도 무시무시한 시가 있다. 2005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노처녀’ 김삼순의 나이는 30세였다.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속 여주인공 은수는 이렇게 말했었다. “스물아홉 가을, 나는 갓난아이에게 홍역 예방접종을 맞히는 엄마의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와라! 서른살, 맞서 싸워주마. 절대 지지는 않을 테다.” 서른을 향한 무시무시한 경고는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서른, 정말 말처럼 잔치는 끝났나? 서른을 딱 넉 달 앞두고, ‘그것이 알고 싶었다’. ◆ 윤종신이 부릅니다. 서른 되도록 원룸에서 살지 몰랐었어~♬ 각종 단톡방과 개인톡으로, 이 달로 29.7세쯤 접어든 88둥이들에게 서른에 관한 질문들을 던져 봤다. 짜 맞춘듯 남자 다섯, 여자 다섯 딱 10명이 성실한 대답을 보내 왔고(실제로 짜맞췄다), 그 결과를 여기에 공개한다. 단 10명 조사한 것이기에 신뢰도는 낮고 표본오차는 크다. “서른이 두렵니?”라고 묻자 10명 중 5명이 ‘약간 두렵다’고 했다. 다음으로 ‘그냥 그렇다’(20%)와 ‘별로 두렵지 않다’(20%), ‘아예 두렵지 않다’(10%) 순이었다. ‘약간 두렵다’를 선택한 5명 중 3명은 “서른이 되면 무엇인가는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돼 있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갖는 사회적 통념에 걸맞지 않는 자신의 미성숙을 탓한 것. 열심히살면좋은날도오겠지(女)는 “서른이면 어른으로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겨우 4개월후 내가 그런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안 그럴 것 같다.”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정작 자신은 ‘그냥 그렇다’를 선택한 핑크바트(男)는 “삼십살이 변화가 어렵거나 늦은 나이로 인식되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가 서른이 되면 ‘크게 변하지 않을거다’ 혹은 ‘변하기 어렵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변할거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보임”이라고 자못 어른스럽게 대꾸했다. ‘미성숙’은 비단 정신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더 현실적인 것은 ‘돈’이다. 5평 남짓한 신림동 원룸에 기거하는 신림동촉새(男)는 “어렸을 때는 내가 서른 되도록 원룸에서 살게 될 거란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이어 “결혼을 생각해야할 나이지만 돈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임”이라고 슬프게 읊조렸다. 그러나 예상외로 ‘별로 두렵지 않다’, ‘아예 두렵지 않다’는 의견들도 만만찮게 많았다. “서른이라고 뭐 별거냐 사람 사는 게 다 매한가지”. 이노키오(男)는 “22에서 23이 되는것이나 26에서 27이 되는것이나 29에서 30이 되는 것이나 똑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그것”이라는 의견을 펼쳤다. 서른이 두려운 이유로 “노처녀 or 노총각으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라는 의견은 1표, 나왔다. 10여년 전의 삼순이가 서글프게, 이제 더 이상 서른이 ‘노(老)’를 가름하는 잣대는 아니지 싶었다. ◆ “여자 나이 서른이면 소개팅도 잘 안들어와~” 정말? 서른에 대해 궁금한 것 한 가지. 언니들이 주구장창 말하는 “서른 되면 소개팅도 잘 안들어와. 지금 실컷해~” 다. 여자 나이 서른이 되면 정말로 소개팅이 줄어들까? 단톡방에 미끼를 던졌더니 남녀 할 것 없이 ‘덥석’ 물었다. 소개팅 뿐 아니라 확실히 서른줄의 연애에 대해 여자들은 생각이 많았다. 이전보다 ‘재고 따지고 할 것’이라는 것. “내가 맞이할 서른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 라는 질문에 “다툼이 줄어들고 대신 눈치보기와 경우의 수 계산이 늘어나는 연애”(용호동류샤샤), “이십대 때 보다 재고 따지는 게 많아서 설렐 수 있을지 걱정”(얘쁜이)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반면 남자들은 서른이라는 나이의 연애에 별다른 방점을 두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잃어버린십년(29·男)은 “한 개인의 생물학적 연령은 관계에 있어서의 인격적 성숙도와 무관하므로 크게 변하지 않음”이라고 했다. 신림동촉새는 “씀씀이가 커져 그나마 좀 더 비싼 음식을 먹고 비싼 선물을 사줄 수는 있겠지만 모두 20대때 하던 것들의 ‘압축적 반복’”이라고 했다. 시크한 열심히살면좋은날도오겠지(29·女)는 ‘내 서른 살의 연애는 어떨 것 같나?’ 라는 질문에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그래서,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들은 중 가장 흥미로웠던 서른 개론은 이것이었다. 올해 서른 하나, 내년 이면 서른 둘을 맞는 이미조녜보스인망고공쥬는 “실제로 서른은 서른 한 살부터”라는 이론을 폈다. “우리 스무살 때 생각해 보면 갓 대학생이 돼서 대학생 리듬에 적응하기 바쁘잖아. 서른에도 갓 30대가 돼서 적응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본인이 서른인 걸 자각을 못해. 31살 때부터야 자기가 서른인 걸 자기도 아는 거야.” 더이상 이립(而立)이라는 거창한 말이 수식하는 ‘서른’은 아니지만, 여전히 30대로 굴절돼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제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그러나 곧 ‘설은 서른’을 맞을 29세들에게 말하자면 ‘잔치는 끝났다’는 시집이 나온 것은 1994년.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다. 그 새 평균 수명도 1995년 73.53세에서 2014년 82.40세로 무려 8.87세나(!) 늘었다. 그 시대의 서른을 지금은 8.87세를 더해서 38.87세다. 게다가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시인의 의도일랑 제쳐두고, 알아서 해석해보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떠나는 kt 마르테…팬들이 만든 기념 영상 보며 눈물 ‘펑펑’

    떠나는 kt 마르테…팬들이 만든 기념 영상 보며 눈물 ‘펑펑’

    케이티 위즈의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33)가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가기 전 팬들과 직접 만났다. 마르테는 4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구단 대회의실에서 참가신청에서 당첨된 팬 15명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팬들에게 귀국 인사를 하고 싶다는 마르테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마르테는 지난달 22일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오는 7일 가족과 도미니카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르테는 “아낌없는 응원과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선수로서 마땅한 도리”라며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해 더는 팬들 앞에 설 수 없어 아쉽고, 시즌 마지막까지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귀국 후 재활과 훈련에 힘쓰며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내년 시즌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팬이 선물한 기념 영상을 본 마르테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 서른, 잔치는 끝났나?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 서른, 잔치는 끝났나?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 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감히 입에 올리기도 무시무시한 시가 있다. 2005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노처녀’ 김삼순의 나이는 30세였다.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속 여주인공 은수는 이렇게 말했었다. “스물아홉 가을, 나는 갓난아이에게 홍역 예방접종을 맞히는 엄마의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와라! 서른살, 맞서 싸워주마. 절대 지지는 않을 테다.” 서른을 향한 무시무시한 경고는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서른, 정말 말처럼 잔치는 끝났나? 서른을 딱 넉 달 앞두고, ‘그것이 알고 싶었다’. ◆ 윤종신이 부릅니다. 서른 되도록 원룸에서 살지 몰랐었어~♬ 각종 단톡방과 개인톡으로, 이 달로 29.7세쯤 접어든 88둥이들에게 서른에 관한 질문들을 던져 봤다. 짜 맞춘듯 남자 다섯, 여자 다섯 딱 10명이 성실한 대답을 보내 왔고(실제로 짜맞췄다), 그 결과를 여기에 공개한다. 단 10명 조사한 것이기에 신뢰도는 낮고 표본오차는 크다. “서른이 두렵니?”라고 묻자 10명 중 5명이 ‘약간 두렵다’고 했다. 다음으로 ‘그냥 그렇다’(20%)와 ‘별로 두렵지 않다’(20%), ‘아예 두렵지 않다’(10%) 순이었다. ‘약간 두렵다’를 선택한 5명 중 3명은 “서른이 되면 무엇인가는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돼 있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갖는 사회적 통념에 걸맞지 않는 자신의 미성숙을 탓한 것. 열심히살면좋은날도오겠지(女)는 “서른이면 어른으로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겨우 4개월후 내가 그런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안 그럴 것 같다.”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정작 자신은 ‘그냥 그렇다’를 선택한 핑크바트(男)는 “삼십살이 변화가 어렵거나 늦은 나이로 인식되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가 서른이 되면 ‘크게 변하지 않을거다’ 혹은 ‘변하기 어렵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변할거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보임”이라고 자못 어른스럽게 대꾸했다. ‘미성숙’은 비단 정신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더 현실적인 것은 ‘돈’이다. 5평 남짓한 신림동 원룸에 기거하는 신림동촉새(男)는 “어렸을 때는 내가 서른 되도록 원룸에서 살게 될 거란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이어 “결혼을 생각해야할 나이지만 돈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임”이라고 슬프게 읊조렸다. 그러나 예상외로 ‘별로 두렵지 않다’, ‘아예 두렵지 않다’는 의견들도 만만찮게 많았다. “서른이라고 뭐 별거냐 사람 사는 게 다 매한가지”. 이노키오(男)는 “22에서 23이 되는것이나 26에서 27이 되는것이나 29에서 30이 되는 것이나 똑같은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그것”이라는 의견을 펼쳤다. 서른이 두려운 이유로 “노처녀 or 노총각으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라는 의견은 1표, 나왔다. 10여년 전의 삼순이가 서글프게, 이제 더 이상 서른이 ‘노(老)’를 가름하는 잣대는 아니지 싶었다. ◆ “여자 나이 서른이면 소개팅도 잘 안들어와~” 정말? 서른에 대해 궁금한 것 한 가지. 언니들이 주구장창 말하는 “서른 되면 소개팅도 잘 안들어와. 지금 실컷해~” 다. 여자 나이 서른이 되면 정말로 소개팅이 줄어들까? 단톡방에 미끼를 던졌더니 남녀 할 것 없이 ‘덥석’ 물었다. 소개팅 뿐 아니라 확실히 서른줄의 연애에 대해 여자들은 생각이 많았다. 이전보다 ‘재고 따지고 할 것’이라는 것. “내가 맞이할 서른의 연애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 라는 질문에 “다툼이 줄어들고 대신 눈치보기와 경우의 수 계산이 늘어나는 연애”(용호동류샤샤), “이십대 때 보다 재고 따지는 게 많아서 설렐 수 있을지 걱정”(얘쁜이)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반면 남자들은 서른이라는 나이의 연애에 별다른 방점을 두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잃어버린십년(29·男)은 “한 개인의 생물학적 연령은 관계에 있어서의 인격적 성숙도와 무관하므로 크게 변하지 않음”이라고 했다. 신림동촉새는 “씀씀이가 커져 그나마 좀 더 비싼 음식을 먹고 비싼 선물을 사줄 수는 있겠지만 모두 20대때 하던 것들의 ‘압축적 반복’”이라고 했다. 시크한 열심히살면좋은날도오겠지(29·女)는 ‘내 서른 살의 연애는 어떨 것 같나?’ 라는 질문에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그래서,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들은 중 가장 흥미로웠던 서른 개론은 이것이었다. 올해 서른 하나, 내년 이면 서른 둘을 맞는 이미조녜보스인망고공쥬는 “실제로 서른은 서른 한 살부터”라는 이론을 폈다. “우리 스무살 때 생각해 보면 갓 대학생이 돼서 대학생 리듬에 적응하기 바쁘잖아. 서른에도 갓 30대가 돼서 적응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본인이 서른인 걸 자각을 못해. 31살 때부터야 자기가 서른인 걸 자기도 아는 거야.” 더이상 이립(而立)이라는 거창한 말이 수식하는 ‘서른’은 아니지만, 여전히 30대로 굴절돼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제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그러나 곧 ‘설은 서른’을 맞을 29세들에게 말하자면 ‘잔치는 끝났다’는 시집이 나온 것은 1994년.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다. 그 새 평균 수명도 1995년 73.53세에서 2014년 82.40세로 무려 8.87세나(!) 늘었다. 그 시대의 서른을 지금은 8.87세를 더해서 38.87세다. 게다가 시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시인의 의도일랑 제쳐두고, 알아서 해석해보자.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추석선물 과대포장 집중단속…적발땐 최대 300만원 과태료

    환경부는 30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대포장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필요한 비용부담과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선물세트 등에 대한 포장기준 위반 여부를 31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전국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단속대상은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포장횟수가 과도하거나 제품크기에 비해 포장이 지나친 제품이며, 위반한 제조·수입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명절 판매량이 많은 식품·화장품 등의 선물세트(종합제품)는 포장횟수 2차 이내, 포장공간비율이 25% 이내여야 한다. 한편 지난 설 명절 기간 단속에서는 포장기준을 위반한 59개 제품에 대해 53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고 이중 종합제품이 18개로 30.5%를 차지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남편도 추석이 두렵다

    남편도 추석이 두렵다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으면서 당신 딸한테 뭐라고 할 거면 차라리 이혼하라고 하시더군요.” 직장인 정모(34)씨는 29일 “장모님과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지난 설에 돈 문제로 다퉈 하마터면 이혼할 뻔했다”며 “이번 추석이 벌써부터 두렵다”고 말했다. ●돈 문제로 장모님이 투명인간 취급 정씨는 아내보다 수입이 적어 평소에도 장모에게 핀잔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아내가 말도 안 하고 처가에 큰돈을 부쳤어요. 화가 나서 한마디 했는데 그걸 장모님께 얘기했더군요. 설날에 세배하러 갔는데 종일 투명인간 취급을 하더니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돈도 못 벌면서 이런 일로 화낼 거면 이혼하라고 하셨죠. 아내와 장인이 말리지 않았다면 큰 싸움이 벌어졌을 겁니다.”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많은 여성이 시댁 스트레스를 걱정하는 반면 처가를 들러야 하는 남편들의 스트레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와 차별 대우를 받고 주변 사위와 비교를 당해 지친다는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회사 핑계로 처가 안 가고 싶어 자영업자 황모(35)씨는 “회사 업무를 핑계로 명절에 처가에 가지 않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입을 뗐다. 그는 “손위 동서가 둘 있는데 한 명은 돈 잘 버는 사업가, 다른 한 명은 변호사”라며 “형님들이 오면 장모님 눈빛과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운데 내게는 쏘아붙이듯 말씀을 하시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원 김모(34)씨는 명절 선물을 두고 비교를 당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올해는 추석 상여금이 없어요. 그런데 명절 때면 누구 사위가 처가 식구들 해외여행을 보내 줬다더라, 처가에 식기세척기를 사 줬다더라 같은 이야기가 꼭 나오거든요. 상여금이 나올 때도 작은 선물밖에 못 사 갔던 처지에 그냥 도망치고 싶어지죠.” 보습학원 강사 이모(38)씨는 “아내가 원하는 크기의 집을 못 사서 그런지 명절 때마다 ‘의사와 선보고 했던 애였는데 잠시 사랑에 눈이 멀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처가댁 식구들 때문에 피곤하다”며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직장 동료에게 털어놓으면 쫀쫀한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되고 답답하다”고 전했다. 처가에서 극진히 대해 줘도 가시방석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박모(37)씨는 “처가댁에서 귀한 사위 왔다고 일을 하나도 못 하게 하시는데, 명절이 끝나면 시댁과 처가댁에서 온통 시달린 아내 눈치를 보는 게 너무 힘들다”며 “처가에서 설거지라도 하게 놔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모-사위 갈등, 아내 역할 중요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장서 갈등(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특히 많아졌다고 했다. 이옥이 한국남성의전화 센터장은 “장서 갈등의 비중이 계속 늘어 요즘에는 부부 갈등에 대한 상담 가운데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부 갈등과 마찬가지로 장서 갈등도 전통적인 가족 중심적 문화에서 기인한다”며 “자녀를 부모에게 속해 있는 존재로 보지 말고 각 가구의 독립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가족상담연구소 연구원은 “평소에 가사 노동을 하는 남편들도 명절 준비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에는 익숙하지 않다”면서 “고부 갈등에서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듯 장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내가 주도적으로 남편과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풀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옐런, 잭슨홀 미팅서 ‘비둘기 메시지’ 선물할까

    옐런, 잭슨홀 미팅서 ‘비둘기 메시지’ 선물할까

    역대 의장 금융 안정 발언 많아 일각선 “9월 인상 신호 가능성” 글로벌 금융시장의 눈이 미국 와이오밍주의 작은 휴양지로 쏠리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오는 25~27일(현지시간) 이곳 잭슨홀에서 열리는 미팅에 2년 만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그간 잭슨홀 미팅에서 ‘비둘기’(돈 풀기를 통한 경기 부양파) 메시지를 내며 시장을 안정시킨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도 이런 관행이 통할지 주목된다. 캔자스시티 연준이 주최하는 잭슨홀 미팅은 해마다 8월 각국 중앙은행장과 미국 내 지역 연방은행장, 경제학자가 모여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학술적 성격이 강하지만 연준 의장들이 종종 중요한 정책 발표 자리로 활용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벤 버냉키 전 의장과 옐런 의장은 잭슨홀에서 비둘기 면모를 보였다.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 우려가 커졌던 2010년 버냉키 전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추가로 경기 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는 등 2차 양적완화(돈 풀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 국채를 사고 단기 국채를 팔아 장기금리를 낮추는 부양책)와 3차 양적완화 시그널을 내는 등 잭슨홀에서 잇따라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옐런 의장도 2014년 잭슨홀 데뷔 무대에서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가 없다”고 말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우려하던 시장을 안심시켰다. 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지 않은 해에는 긴축이 단행되거나 시장이 출렁였다. 옐런 의장은 지난해 별다른 이유 없이 불참해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시장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걸 우려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결국 옐런 의장은 그해 12월 제로 금리 시대의 종지부를 찍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13년 ‘버냉키 쇼크’로 불린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뒤 잭슨홀 미팅에 불참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을 앓았다. ‘미래를 위한 탄력적인 통화정책 틀 설계’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미팅에서 옐런 의장은 26일 마이크 앞에 설 예정이다. 강연 주제는 ‘연준의 통화정책 도구’다. 미국 실업률이 지난 6월 4.9%까지 떨어진 점을 근거로 9월 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신호가 나올 것으로 보는 진영이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조기 금리 인상 발언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아직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한 데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도 부담이라며 ‘비둘기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저성장·저금리·저물가의 뉴노멀에 대비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다시 올 경우 쓸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주식팀장은 “옐런 의장이 현 상황에서 9월 금리 인상에 대해 명확한 시그널을 내는 건 큰 부담”이라며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중국인 소고기 폭식’ 무역 판도 바꿨다

    ‘중국인 소고기 폭식’ 무역 판도 바꿨다

    소고기 자본주의/이노우에 교스케 지음/박재현 옮김/엑스오북/272쪽/1만 4800원 섭생 아닌 이익수단 된 먹거리 통해 동물·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 고발 美월가 ‘머니자본주의’ 폐해 되새겨 공존 가능한 사회시스템 구축 역설 이제 먹거리는 생존을 위한 섭생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익 창출을 위한 투자 거래의 유용한 수단이란 속성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NHK방송의 시사보도 PD가 쓴 이 책은 바로 소고기를 중심으로 가속화하는 ‘먹거리의 자본화’를 파고들어 흥미롭다. 그 천착의 출발점은 일본에서 음식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소고기 덮밥이다. 저자 자신도 2주에 한 번꼴로 끼니를 때운다는 소고기 덮밥 가격의 인상에 의문을 품고 전 세계를 다니며 실상을 건져낸 보고서로 읽힌다. 우선 그 소고기값의 폭등 원인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통적인 중국의 식육은 돼지나 닭이었다. 왜 바뀐 것일까. 우선 글로벌 중산층 문화의 중국 유입이 큰 원인이다.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돼지나 닭 대신 소고기 섭취로 옮겨간 것이다. 미국 농무부 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 그 추세가 또렷하다. 일본의 소비량이 10년 이상 평행선을 유지한 반면 중국의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유럽연합(EU) 전체 소비량과 비슷하게 됐다. 소고기 수입량을 보면 그 추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2014년까지 5년간 6배나 증가했고 2013년 무렵엔 일본을 앞질렀다. 중국의 소고기 폭식에는 중산층 문화 유입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으로 EU에 기계제품을 팔아 먹고살던 무역상들이 소고기 수입에 눈독을 들이면서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소고기가 뛰면 양고기도 뛴다.” 저자의 이 표현대로 중국의 소고기 폭식 후유증은 곳곳으로 뻗친다. ‘사람보다 양이 더 많이 산다’던 뉴질랜드의 낙농업자들이 양 아닌 소를 사육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양 사육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질랜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유제품과 소고기 수출액은 최근 1년 새 80%나 증가했다. 브라질의 광활한 세라두초원은 빠른 속도로 사료용 콩, 옥수수 밭으로 바뀌고 있다. 베트남에는 중국의 거대 식육 가공업체가 진출했다. 전 세계를 훑어 건져낸 실상의 편린들은 역시 갈수록 심해지는 동물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로 모아진다. 그 과정에서 짚어내는 소비자본주의의 거대화가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준의 현장 이야기와 사람들 모습을 통해 속속들이 고발된다. 월스트리트의 흐름도 빼놓지 않았다. 월스트리트는 잘 알려졌듯이 누구보다 앞서 엄청난 자금을 흡수해 이율을 높이는 새 금융상품을 개발해 내는 연금술사들의 경연장이다. 저자는 생필품 ‘인덱스 펀드’가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개발된 점에 주목한다. 월가가 생필품 인덱스 펀드를 개발한 것은 금융 쇼크 이전이지만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에 열을 올린 것은 금융 쇼크 이후이다. 인덱스 펀드가 선물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밀의 시장가격은 37%나 급등했다. 금융 쇼크 이후 주식, 채권, 금융파생상품의 투자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돈의 거친 물결이 코모디티(상품)로 흘러들어 비정상의 상황을 부른 것이다. 돈이 돈을 낳는 머니자본주의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몫으로 돌려지기 마련이다. 뉴욕 맨해튼 뒷골목엔 중산층으로 풍요를 누리던 노숙자들이 무료 급식소를 찾아들고 있다. “언젠가는 소고기 덮밥을 먹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저자는 책 말미에 2014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을 전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벌어진 경제 격차의 확대는 미국의 가치관을 흔들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이렇게 매듭짓는다. “성장, 수익 일변도의 트랙에서 벗어나 우리가 현재 발붙이고 사는 그 땅에서 자연친화적인 생산환경을 만들고 공존 가능한 사회시스템을 구축할 때 희망이 보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美참전용사 등 10만명 “트럼프 지지 철회하라” 매케인 의원에 청원서

    美참전용사 등 10만명 “트럼프 지지 철회하라” 매케인 의원에 청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무슬림 출신 전사자 후마윤 칸 가족을 비하한 발언 때문에 애초 그의 지지 기반으로 꼽히던 참전용사와 군인 가족의 표심도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진보적 시민단체 ‘무브온’ 등의 후원을 받은 일부 참전용사가 4일(현지시간)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집무실을 찾아가 참전용사 및 그들의 가족과 일반 유권자 등 10만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전달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청원서에는 “공화당 지도부는 즉각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트럼프가 최고사령관(대통령)의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천명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군인과 군인 가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플로리다와 버지니아, 뉴햄프셔,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주 등에서 트럼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트럼프가 11월 당선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합 지역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는 지난 2일에는 참전용사 출신 지지자에게 ‘퍼플하트’ 무공훈장을 선물받으면서 “이렇게 훈장을 받는 게 더 쉽네”라고 농담을 던졌다 되레 참전용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군 참전용사 아들을 둔 콜로라도주의 매리언 퀘스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트럼프의 솔직함에 끌렸었지만 이제 아들이 트럼프 같은 군 통수권자 아래 있다고 생각하니 몸이 떨린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슬로베니아 출신인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1995년 미국에서 모델로 불법 취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불법 이민을 막겠다던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 캠프는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매클라치 마리스트가 지난 1~3일 113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48%로 트럼프(33%)보다 15% 포인트 앞섰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위스콘신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트럼프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한 것이 그에게 백지수표를 준 것은 아니다”라며 트럼프에게 잘못된 언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다급해진 농어촌 의원들 시행령 손질로 전략 수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정을 받자 농어촌 출신 의원들이 다급해졌다. 당장 지역구 농어민들의 생계에 타격이 우려되자 야당 의원들은 법 시행 전에 정부를 압박해 시행령을 손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음식 접대, 선물값, 경조사비의 상한액은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다. ●황주홍 “상한 5만·10만·20만원으로 상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김영란법 특별소위 위원장인 국민의당 황주홍(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29일 “오는 8월 4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관계자들을 소위로 불러 모을 예정”이라면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 전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행령에 규정된 음식 접대 상한액 3만원, 선물 상한액 5만원, 경조사비 상한액 10만원을 각각 5만·10만·20만원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농어민 판로 못 찾아 걱정 태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농어민들은 판로를 찾지 못하고 고급 농축산물 대신 값싼 미국산 소고기, 중국산 저가 수산물이 우리 고유 명절인 설과 추석 상차림에 버젓이 놓이게 될까 걱정이 태산 같다”면서 “정부는 이런 농어민들 우려를 헤아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석호·이완영·김종태, 법 개정 추진 반면 새누리당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시행령 손질보다 법 개정을 목표로 움직였다.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명절 등에 한시적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두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김종태(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도 농·축·수산물을 금품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여야 3당 지도부는 일단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뒤인 만큼 일단 법 시행 후 상황을 지켜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논의해 보자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영란법’, 9월 28일 시행···박지원 “농어민 생계 고려해 시행령 고쳐야”

    ‘김영란법’, 9월 28일 시행···박지원 “농어민 생계 고려해 시행령 고쳐야”

    지난 28일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모두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이 투명하게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오는 9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반부패 투명지수가 획기적으로 개선될수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 언제까지 우리가 그런 반투명적인 관습을 지켜왔던가를 반성하면서 이를 계기로 투명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농수축산업계에서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에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허용되는 가액 기준 금액을 ‘밥값 3만원, 선물값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해 2018년 말까지 시행해 보고 타당성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농수축산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농어민들은 부정청탁금지법을 이대로 시행되면 판로를 찾지 못하고 고급 농축산물은 고사하고 값싼 미국산 쇠고기, 중국산 저가수산물이 우리 고유명절인 설과 추석 상차림에 버젓이 놓이게 될까 걱정이 태산같다”면서 “정부는 이런 농어민들 우려를 해아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행령상의 허용 기준액 상향을 요구한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영란법 합헌결정에 농민, 상인들 울상 “기반 무너진다”

    김영란법 합헌결정에 농민, 상인들 울상 “기반 무너진다”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농민들과 식당, 상인들이 매출감소를 우려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축산농가들 사이에서는 ‘김영란법은 축산농가 죽이기법’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 최고의 명품 브랜드 ‘횡성한우’를 생산하는 강원 횡성지역 농민들은 합헌결정이 나자 앞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적게는 2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씩의 고가 명품 선물로 그동안 인기를 끌어왔는데 자칫하면 한순간에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김영란법 기준으로 횡성한우 등심을 5만원 미만 선물세트로 구성하면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등심 200g 2개가 겨우 들어간다. 이마저도 포장재 값을 감안하면 1인분을 담을 정도에 그쳐 사실상 선물용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결국 특수 실종에 따른 판매 부진 등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축산농가들의 얘기다. 이준연 횡성군 한우명품계장은 “접대용 선물이나 식사를 위해 한우가 최고 인기상품이었지만 법이 시행되면 선물은 못하고 갈비탕이나 설렁탕 한 그릇으로 끝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며 “법이 시행되더라도 축산기반을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충북한우협회 박병남 회장은 “추석과 설 때 판매되는 한우선물세트의 양이 1년간 유통되는 한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김영란법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게 사라지면 한우농가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선물 가격을 낮추다 보면 수입육으로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래저래 축산농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국내 4위 규모의 한우를 사육 중인 충남 홍성군 축산 농가들은 태풍 전야의 분위기다. 이지훈 전국한우협회 홍성지부장은 “국회의원 제외 등 불합리한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힘없는 한우 농가들을 파탄으로 모는 법을 어느 축산농가가 납득하겠느냐”면서 “합헌 결정 이후 소 값이 떨어지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과일 농가들도 걱정이 크다. 황대영 청송군농협조합공동사업 대표는 “청송 사과 명절 선물세트의 경우 대부분이 5만원 이상“이라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최소한 절반 정도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명품 청송 사과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영강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청송 사과’, ‘성주 참외’, ‘상주 곶감’, ‘풍기 인삼’ 등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지역 브랜드 농산품의 소비가 큰 타격을 입을 게 확실해 보인다”며 “일부 영농조합과 농가는 도산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당 상인들은 식당이 모두 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일산지부 이광길 지부장은 “횟집, 소고기집, 복집 등 1인당 5만원 넘는 집들은 3만원 이하의 돼지갈비나 삼겹살집, 설렁탕집 등으로 전업할 것”이라며 “이러다 보면 같은 업종이 너무 많아서 식당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고양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추석선물 5만원 미만 품목 확대…유통업계, 김영란법 발빠른 대응

    추석선물 5만원 미만 품목 확대…유통업계, 김영란법 발빠른 대응

    ‘김영란법’시행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은 추석 대목에 앞서 5만원 미만의 선물 품목을 대폭 늘리거나 추석 선물 예약 기간을 예년보다 연장하는 등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올 추석에 판매할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 물량을 각각 최대 20%와 30%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도 5만원 미만 선물세트를 30여종 더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만원이 넘었던 키위 선물세트 구성을 24개에서 20개로 줄이고, 신세계백화점은 ‘견과 육포’ 선물세트의 육포 원산지를 국내산에서 호주산으로 바꾸는 등 기존 상품의 구성을 변경해 가격을 5만원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형마트도 5만원 상품을 크게 늘렸다. 롯데마트는 올해 5만원 미만 선물세트 품목(신선식품 기준)을 전년 8개에서 34개로 대폭 늘렸다. 5만원 미만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전년 28.6%에서 올해는 절반에 가까운 47.9%로 확대했다. 이들 유통업체가 이처럼 발빠르게 나선 이유는 김영란법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9월 28일 시행돼 올 추석(9월 15일)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법안이 적용되는 내년 설부터는 5만원 미만의 선물 수요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올 추석에 5만원 미만 선물 판매 추이를 바탕으로 향후 김영란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체들은 추석 선물세트 예약 시기도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 이날부터 접수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더 이슈화돼 이탈할 수 있는 고객층을 미리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대형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실속형 선물세트를 늘려 불황 속에 선택의 폭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김영란법을 앞두고 5만원 미만 제품의 판매량을 사전에 확인해 보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김영란법 ‘3·5·10만원’ 규개위 통과

    김영란법 ‘3·5·10만원’ 규개위 통과

    2년간 성과 분석 후 권익위서 재검토 시행령 제정안 9월 초까지 최종 확정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가 이른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에 동의했다. 제정안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이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가격 범위를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규개위는 시행령의 일몰기한을 2018년 말로 정했다. 규개위는 지난 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요청한 김영란법 제정안에 대한 규제심사를 진행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규개위는 “심의과정에서 국민 의식 수준과 선진국 수준에 맞는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 구현을 위한 범사회적인 노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규개위는 가액 기준에 대한 경제계 등의 이견을 감안해 2018년 말까지 규제의 집행성과를 분석하고 타당성에 대해 권익위에서 재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이날 심사의 대상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에 대해 허용되는 선물, 음식물 등의 가액 범위와 직무 관련 외부 강의료 상한액이다. 공무원과 공직유관기관 공직자는 민간인이 아니어서 규제개혁 심사에서 제외된다. 규개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속 위원 19명과 권익위,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안건으로 올라온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의 규제 타당성 등에 대해 심의했다. 앞서 20일 농식품부 등은 규개위에 농축수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액 기준을 높이고 시행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다른 경제부처들도 금액 기준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규개위는 향후 2년간 추이를 지켜보고 관계부처의 우려대로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경우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규개위 회의에 참석한 권익위 관계자는 “규개위원들이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을 정도로 원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였다”며 “향후 2년간 설, 추석 등 명절 때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영향이 어떨지 살펴보고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시행령 제정안은 법제처로 넘어가 법제 심사를 받게 된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9월 초까지 시행령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영란법 공식’ 외워라…재계 벼락치기 공부 중

    ‘수수액 x >100만원 또는 ∑x >300만원→3년 이하 징역’, ‘x <100만원 또는 ∑x <300만원→2x < 과태료 y <5x’.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 임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20일 오전 7시 30분에 실시한 ‘부정청탁금지법과 기업의 대응전략’ 설명회에서 이처럼 복잡한 수식이 제시됐다. 말로 풀면 한번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 초과 금품을 주고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한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더라도 수수액의 2~5배 수준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일(9월 28일)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가 ‘열공’(열심히 공부) 중이다. 기업별 사내 법무팀은 김영란법 위반 시나리오를 만들고, 경조사비·외부 자문료 등에 관한 매뉴얼을 정비해 공유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 간부에게 김영란법 세부 적용 범위 강의를 청한 데 이어, 이날 김앤장의 정교화 변호사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다. 김앤장을 비롯한 로펌들은 김영란법 관련 서비스를 발굴하며 때아닌 특수를 맞이했다. 설명회나 로펌 자문을 받은 뒤 김영란법 대응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법이 단순히 접대를 금지하는 수준을 넘어서 회사 내 업무 분장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예컨대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언론’이란 정기간행물사업자를 뜻해 기업들이 발간하는 사보·웹진도 이 범주에 많이 포함된다. 즉 홍보실 소속 사보 제작 직원도 언론사 기자들처럼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 10만원 이상 경조사비를 제공받지 못하는 제재 대상이 된다. 한 광고회사 직원은 “여론 형성 기능이 없어 김영란법 예외 대상이 되는 정보간행물로 사외보 내용과 형식을 전환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면서 “김영란법 제정 뒤 화훼산업·축산업 위축이 우려됐는데 이러다 사외보를 인쇄하는 출판업계도 위축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별 설명회가 이어지면서 김영란법에 걸렸을 때 낼 과태료 수준을 가늠, 행동 기준을 정하는 ‘죄수의 딜레마’ 식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설명회에선 지방자치단체 건축 허가 심의위원 A에게 건설사 임원 B는 70만원짜리 양주를, 직원 C는 30만원짜리 상품권을, 다른 직원 D는 30만원어치 식사를 제공할 경우 A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B는 140만~350만원의 과태료를, C와 D는 60만~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고 강의한다. 단, 안 걸리면 벌금도 과태료도 없다. 열공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이 과도한 접대·비리 관행을 잠재울지 기업들은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그래도 김영란법 직후 ‘접대 절벽’이 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인터넷 기업 부장은 “공공기관 직원, 언론인, 교사와 그들의 가족까지 적용받는 데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무관하게 금품수수만으로 처벌받는 법이기 때문에 검찰이 작심하면 기업이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면서 “무조건 첫 번째 적발 대상만 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전문성 부족한 공정위] “담합을 다 보는 채팅방서 할까요?” 묻자 심사관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요” 쩔쩔

    상임위원 지적에 답변 제대로 못해 농협 고시수익률은 사실관계도 틀려 설선물세트 등 잇따라 무혐의 ‘굴욕’ 일각선 “소송까지 가기 전 결단” 평가 “(상임위원) 담합은 범죄입니까, 아닙니까?” “(심사관) 범죄입니다.” “(상임위원) 그럼 범죄를 공모하는데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은 사람들도 다 있는 채팅방에서 모의를 할까요? 담합 합의가 어디에서 있었다는 건가요?” “(심사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CD금리 담합 의혹’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달 22일. 심판정에선 설득력이 떨어지는 ‘과장급의 채팅방 담합’ 등에 대한 상임위원의 날 선 지적과 공정위 사무처의 ‘굴욕’이 이어졌다. 심지어 심사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달라 보고서 내용을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담합이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 나자 은행권에선 6일 “애초부터 무리한 조사였다”는 관전평이 잇따랐다. “심판이 오버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심판(공정위)이 시도 때도 없이 레드카드(조사권)를 내밀고 엉터리 휘슬을 불어 선수(은행)를 멈춰 세웠다. 권한이 있다고 심판이 이렇게 오버해 권력을 휘두르면 경기(은행 경영)가 제대로 진행이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미 금이 간 신뢰는 어디 가서 보상받느냐는 은행들의 항의도 빗발쳤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공정위가) 결과적으로 실수를 저지른 것인데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 불발, 서별관회의 논란 등 다른 이슈에 묻혀 어물쩍 넘어갈 것 같다”면서 “공정위의 자책골이나 무리한 조사에 대한 제동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위 심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아예 사실관계가 틀리기까지 했다. 농협은행 측 변호인은 “농협이 ‘특수은행 고시수익률’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했는데 농협은 기업·산업은행과 달리 CD금리와 관련해서는 특수은행 수익률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이는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공정위 사무처 측은 “철회하겠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도 공정위의 전문성 부족이 자주 도마에 올랐다. 조사 초기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공정위 직원이 (오디오용 CD인 줄 알고) CD 달라고 했다더라”라는 과장된 낭설이 퍼졌을 정도다. 공정위는 지난 3월 대형마트 3사의 설 명절용 선물세트값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 1월 이디야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지난해 12월 KT의 계열사 부당지원, 스크린골프 1위 업체인 골프존의 부당 공동행위 사건도 같은 결론을 냈다. 라면값 담합 의혹 등 대형 과징금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하며 후폭풍이 일자 공정위 전원회의가 예전보다 훨씬 깐깐하게 사건을 심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설적으로 공정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매기고 몇 년 뒤 소송에서 패할 확률이 반 이상이라면 그사이 국내 은행들이 입을 대외 신인도 문제와 국민적 신뢰도 하락까지 피해가 엄청나니 신중하게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여론의 뭇매를 예상하면서도 공정위가 무리한 (담합) 결론을 밀어붙이지 않고 증거 부족을 자인한 것은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확정된 187개의 공정위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중 공정위가 패소한 사건은 54건으로 패소율이 28.3%에 달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오키나와 미야코지마-미야코블루에 취하다

    오키나와 미야코지마-미야코블루에 취하다

    OKINAWA 미야코블루에 취하다 투명한 에메랄드빛이 찬란한 오키나와의 바다. 그 너머에 생소한 이름의 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섬이 ‘미야코지마宮古島·Miyakojima’다. 일본 최남단에서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숨겨진 땅. 2시간 20분간의 비행. 구름을 뚫고 내려온 비행기 창밖으로 ‘미야코 블루’가 펼쳐진다. 한가로운 오후 햇살이 어울리는 섬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300km 떨어져 있다. 오키나와 나하시에서 비행기를 타도 50여 분이 걸린다. 이른바 ‘미야코 열도’라 불리는 지역의 중심이 되는 섬인데, 지리적으로는 일본과 타이완의 중간쯤이다. 비행기 창문으로 미야코지마를 보면 이 섬의 가장 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산이 없다. 둔덕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섬 전체가 평평한 평지다. 오키나와 군도는 매년 태풍이 관통해서 지나가는 길목의 정중앙에 있다. 산이 없어 바람을 막아 주지 못하는 미야코지마는 매년 태풍이 올 때마다 피해가 크다. 몇년 전에는 초속 90m가 넘는 태풍에 풍력발전을 위해 세워둔 프로펠러가 통째로 쓰러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미야코지마의 두 번째 특징은 섬 전체가 거대한 석회암지대라는 점이다. 큰 호수나 연못 같은 공용 저수 시설을 보기 어려운 것도 특이하다. 5만5,0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빗물이 모인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저수시설은 지하에 마련돼 있다. 섬을 돌아다니면서 품었던 의문점, ‘대체 이 지역의 사람들은 생활용수를 어떻게 해결하는 거지?’에 대한 답이 거기에 있었다. 빗물을 모아 저장하는 시설의 규모가 꽤 방대하다고 한다. 국내에 미야코지마는 훌륭한 골프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매주 적잖은 사람들이 미야코지마를 찾아 골프를 즐긴다. 많은 골프 코스가 개발돼 있고,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그중에서도 ‘에메랄드 코스트 골프 링크스’는 모든 홀이 해안가에 인접해 있어 이국적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일본인들에게도 미야코지마는 레저의 천국이다. 골프뿐 아니라 철인 3종 경기, 마라톤 대회 등이 미야코지마에서 열리고, 연중 20도 이상의 따뜻한 기온과 아름다운 바다 속 산호는 많은 스쿠버 마니아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고 칭송받는 해안 절경 또한 미야코지마를 찾게 되는 이유다. 오키나와의 물빛 역시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미야코지마의 물빛은 오키나와와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에메랄드빛이 더해진 짙푸른 색채. 일본인들은 미야코지마의 그 물빛을 ‘미야코 블루Miyako Blue’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촬영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히가시헨나자키東平安名崎’는 일본 100대 절경 중 하나로, 미야코지마를 찾으면 반드시 가 봐야 할 명소다. 미야코지마는 본섬과 함께 이라부지마, 이케마지마, 쿠리마지마 등 3개의 섬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섬은 다리로 연결된다. 세 개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 중 마지막 다리는 2016년 1월 말에 완공됐다. 미야코지마에서는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나가면 어디서든 해안의 절경이 펼쳐진다. 그 아름다운 절경을 끼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맛은 더없이 일품이다. 미야코지마의 바다를 즐기기 좋은 포인트는 여러 곳이 있지만, ‘이케마 대교’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제법 색다르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의 풍경은 미야코지마만의 풍광을 잘 보여 준다. 한가로운 오후 햇살이 더없이 평화롭다. 작은 섬을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 미야코지마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NPONon-Profit Organization·민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각종 체험에 참여해 보는 방법은 추천할 만하다. 미야코지마는 비록 작은 섬이지만,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NPO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특히 미야코지마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미야코지마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다랑어 낚시 체험, 미야코지마의 자연 생태계를 볼 수 있는 나이트 투어, 이라부섬 어촌 체험 등 7~8개의 프로그램들이 운영 중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미야코 신사 영웅이야기’ 투어와 ‘이라부섬 어촌 체험’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미야코 신사 영웅이야기’는 미야코지마의 역사를 공부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 섬의 기원부터 주요 왕조를 이뤘던 왕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야코지마와 한반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은 자못 흥미롭다. 미야코지마는 조선인들이 표류 끝에 당도했던 섬이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1400년대부터 적잖은 조선인들이 미야코지마로 흘러 들어왔다.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이 세웠다는 율도국도 이쪽 지역이라는 설도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투어는 미야코 신사에서 시작해 역대 왕들의 무덤을 거쳐 인근 마을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유적지를 돌아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왕들의 무덤은 모두 비슷한 양식을 지니는데, 마치 로마의 공연장처럼 돌계단을 쌓아가며 밑으로 내려가도록 만든 점이 매우 독특하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들만의 장묘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라부섬 어촌 체험’은 직접 생선회 써는 법을 배워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라부섬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구가 번성했지만, 본섬과 연결되는 다리가 놓인 이후 급격하게 쇠퇴했다. 이에 어민들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 어촌 체험이다. 여기서는 다랑어 낚시 체험, 직접 잡은 다랑어로 회를 떠 보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배가 뜰 수 없어 낚시 체험은 할 수 없었다. 대신 이라부섬의 어부가 가르쳐 주는 대로 다랑어회를 떠 보는 건 가능했다. 전문 횟집에서 사 먹는 회만 접하던 사람에게 그 과정을 배울 수 있다는 건 다소 신선했다. 제공된 다랑어는 옐로우핀이었다. 고급 어종은 아니지만 어부들이 직접 미야코지마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이다. 횟감을 손질하는 과정은 재미난 추억을 쌓기에도 좋다. 직접 잡은 싱싱한 다랑어회는 점심식사로 제공된다. 어촌 주민들이 직접 준비해서 내오는 식사는 꽤나 괜찮은 한 끼다. 어촌 사람들의 투박함이 살아 있지만, 꽤 수준급의 솜씨들이다. 참다랑어에 비하면 기름진 맛이 덜한 옐로우핀을 마요네즈에 찍어 다랑어 뱃살의 맛을 내는 방식도 어촌이기에 배울 수 있는 나름의 재미다. 소박하고도 열정적인 사람들의 땅 “미야코지마에 오면 이 집은 꼭 한 번 가 봐야죠.”현지 관계자는 미야코지마에 발을 디뎠다면 ‘우사기야うさぎゃ’라는 이름의 주점은 필수라고 했다. ‘우사기야’는 미야코지마 도심 복판에 위치한 이자카야다. 음식이 좋아 추천해 주는 집인가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매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오키나와 지역의 민속음악과 춤을 선보이는데 흥이 넘친다. 이 공연은 일본 내에서도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모양이었다. 이 가게를 오기 위해 미야코지마를 찾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마실 거리와 먹을 거리가 깔리고 술이 한 순배 돌 때쯤 공연이 시작된다. 오키나와 전통악기 산신三線 연주에 퓨전 타악기인 카혼이 곁들여졌다. 공연은 달달한 분위기의 음악에서 시작해 흥이 넘치는 음악으로 이어졌다. 음악이 흐르는 중간중간 서빙을 보던 종업원들이 입을 맞춰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우는 게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종업원들이 북을 치며 춤을 추기도 하고 무대 앞으로 나와 오키나와 전통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어느새 술잔을 내려놓고 박수를 치거나 춤을 따라 추며 낯선 민요를 즐기고 있었다. “아히야 히야사사!”공연이 절정에 달하자 연주자와 손님들이 모두 입을 맞춰 독특한 추임새를 외쳤다. 우리 식의 “얼쑤!”와 같은 오키나와 방언이다. 어느새 손님들과 종업원들은 한데 어우러져 기차놀이를 하며 전통 춤을 추고 있었다. 짧은 추임새와 세 박자의 간단한 춤이 주점 안에 있는 모두를 카타르시스로 몰아갔다. 오키나와 지역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훌륭한 공연이자 관광 상품은 그렇게 완성됐다. 이 주점의 사장과 종업원들이 모두 청년들이라는 점은 더 큰 에너지를 내는 듯했다. 자기가 태어나 살고 있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대하는 그네들의 자세가 한편으로는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미야코지마 현지인들은 미야코지마 사람들이 한국인들과 무척 닮았다고 말했다. 흥이 많고 술을 좋아하는 점이 그렇다면서. 전통적인 술 문화도 많이 닮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미야코지마 사람들에게는 술을 돌려 마시는 문화가 뿌리 깊게 정착돼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과 달리 한국인들을 만나면 술자리에서 쉽게 친해진다고 했다. 공연을 통해 한 차례 절정에 치달았던 분위기는 술자리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술을 주고받는 분위기도 한층 친밀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미야코지마 사람들이 무척 순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열정적이었다. 술잔이 몇 순배쯤 돌고 흥겨운 밤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귓가에 추임새가 맴돌았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미야코지마 사람들의 순박하지만 열정적인 성품을 그대로 보여 주는 듯한 그 말. “아히야 히야사사!” 명품을 만들어 내는 보물섬 미야코지마를 오면 꼭 들러 보게 되는 곳이 있다. 소금공장이다. 미야코지마에서는 일본 전역을 통틀어 가장 유명하다는 소금 ‘유키시오雪鹽’가 생산된다. 이 소금은 미네랄 함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고 한다. 또 식품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몽드 셀렉션Monde Selection’에서 2006년부터 4년 연속 금상을 수상한 명품 소금으로도 유명하다. 유키시오는 그 이름이 나타내듯 눈처럼 희고 입자가 매우 곱다. 생산 방식도 재밌다. 22m 아래에 집정된 해수를 펌프로 끌어올려, 뜨거운 열풍에 스프레이처럼 분사한다. 이 과정에서 2초 만에 순간 건조가 일어나 하얀 눈처럼 만들어진 소금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유키시오의 입자가 고운 것은 이 독특한 건조방식 때문. 이런 식으로 생산되는 소금의 양이 하루에 20톤이 넘는다. 유키시오 공장에 가면 꼭 먹어 봐야 할 게 있다. 매장에서 파는 소금 아이스크림이다. 별미 중의 별미다. 아이스크림 자체는 별 다를 게 없다. 그런데 그 위에 뿌리는 소금 맛이 천차만별이다. 코코아, 고추냉이, 히비스커스 등 10여 종의 소금이 준비돼 있다. 하나씩 뿌려가며 맛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고추냉이맛 소금이 가장 독특하고 인기가 좋은 편이다. 미야코지마에서 생산되는 명품 중에서 술을 빼놓을 수 없다. ‘아와모리’라고 불리는 소주다. 아와모리는 본래 오키나와 일대에서 생산되는 소주를 일컫는데, 미야코지마에서 생산되는 아와모리는 그중에서도 맛좋기로 유명하다. 미야코지마 내에서 생산되는 아와모리 브랜드만 6개다. 일행들이 찾아간 양조장은 ‘타라가와多良川’ 주조. 이 양조장의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여기서 생산되는 아와모리 중 ‘류큐오초琉球王朝’를 포함한 두 개의 브랜드가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아와모리가 다른 지역의 술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향이다. 주조 단계에서부터 우리가 ‘안남미’라 부르는 인디카 종의 쌀을 사용하고 흔하게 보는 누룩이 아닌 검은 누룩(쿠로코지·黒麹)을 사용한다. 이 주조법은 600년 전 태국에서부터 전래된 주조 방식이라고 한다. 거기에 미야코지마에서 생산되는 아와모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물 때문이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 본섬에 비해 물이 맛있다. 기본적으로 술을 빚는 쌀은 동일하지만, 물에 의해서 맛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미야코지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해 명품을 만들어내는 보물섬인 셈이다. ▶travel info Airline미야코지마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오키나와 나하를 거치거나, 혹은 단번에 가거나. 오키나와 나하를 거치는 방법은 당연히 국제선에서 국내선을 갈아타는 방법이다. 저가항공을 비롯한 많은 항공사들이 한국에서 오키나와 나하시까지 직항을 운항하고 있으니, 일본 국내선 시간만 잘 조율하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 출발해 미야코지마로 향하는 공식 직항노선은 없다. 단번에 가는 방법은 전세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인천과 미야코지마를 오가고 있다. ACCOMMODATION콘페키Konpeki최근 이라부지마에 자리를 잡은 풀빌라다. 이라부대교가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 전망이 좋다. ‘콘페키紺碧’는 감청색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미야코지마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휴식에 최적화된 인테리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총지배인이 한국인이라는 점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큰 장점이다. 콘페키의 전경과 미야코지마의 바다를 함께 조망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이닝 공간도 추천할 만하다. 일식과 양식 조리장 두 명이 주방을 담당하는데, 수준급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konpeki.okinawa RESTAURANT미야코지마의 음식은 오키나와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미야코지마만의 색깔이 있다. 미야코지마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토속음식점은 스무바리すむばり 식당이다. 대표적인 음식은 ‘미야코 소바’. 오키나와 소바처럼 밀가루를 써서 만든 하얀 면발에 깔끔하고 진한 육수를 부어 만든다. 오키나와 소바는 여타의 면 요리처럼 고명을 위에 올려서 나오지만, 미야코 소바는 면 아래에 깔아 낸다. 문어의 쫄깃한 식감이 매우 인상적인 문어덮밥도 추천 메뉴다. 1990년,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는 마을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그래서 ‘논밭의 구석’이라는 뜻의 미야코지마 방언인 ‘스무바리’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미야코지마의 또 다른 맛집 메뉴는 순두부다. 미나아이야皆愛屋는 미야코지마의 대표적인 순두부 맛집이다. 순두부 정식인 ‘유시도후 세트’가 500엔, ‘유시소바 세트’가 680엔, 두부로 만든 오니기리가 150엔이다. 한 끼로 부족함이 없음에도 매우 저렴하다. 스무바리 식당 | 沖縄県宮古島市平良字狩俣 768-4 +81 980 72 5813 10:00~19:00 www.sumbari.com소바 540엔, 소키소바 780엔, 문어덮밥(타코동)860엔, 스무바리덮밥(스무바리동) 980엔 미나아이야皆愛屋 식당 | 沖縄県宮古島市下地字与那霸 1450-62+81 980 76 6778 11:00부터 ACTIVITY반잠수정 ‘시스카이’미야코지마는 아름다운 산호로 유명한 섬이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줄 모른다면 반잠수정을 이용해 바다 속을 구경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반잠수정 ‘시스카이’를 이용하면 미야코지마의 산호와 수중 생태계를 마음껏 관람할 수 있다. 시스카이가 이동하는 거리는 총 2.8km. 거북이의 서식지를 지나 산호지대를 유람한다. 1,000년 동안 생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9m의 거대 산호를 만나는 수심 20m 지점은 반잠수정 유람의 백미다. 운이 좋다면 바다뱀과 함께 산호초 사이로 거대한 상어가 숨어 있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09:00~11:00, 13:00~16:00 매시 정각 출발 성인 2,000엔, 어린이 1,000엔hakuaiueno.com/seasky.html 미야코지마 체험공예촌 예부터 전해지는 미야코지마의 전통공예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대표적인 미야코지마 공예인 미야코 상포, 띠 공예, 쪽염, 도예, 조개 세공, 나무 세공 등을 저렴한 가격에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중 미야코 상포는 바나나잎으로 실을 뽑아 만드는 전통 공예품이다. 체험공예마을은 열대식물원 내에 위치해 있어 미야코지마의 생태계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정기휴무와 체험료는 공방마다 다르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것. www.miyakotaiken.com DRINK CULTURE오토리オト-リ미야코지마 사람들이 한국인들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술 문화 때문이다. 미야코지마에는 ‘오토리’라고 불리는 음주 문화가 있다. 일종의 ‘파도타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술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이 술을 돌려 마시는 방식인데, 술자리의 대표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건네고 술잔을 비우면 그 옆자리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같은 방법으로 술잔을 비운다. 미야코지마에서는 현지인들과 친분이 생기면 오토리 술잔을 선물받는데, 음주에 자신이 없다면 포장을 뜯지 말 것. 뜯는 순간부터 ‘파도타기’가 시작된다. 글·사진 Travie writer 정태겸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오키나와관광 컨벤션뷰로 www.visitokinawa.jp/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구본영 칼럼] 솔로몬의 해법 찾아야 할 신공항 갈등

    [구본영 칼럼] 솔로몬의 해법 찾아야 할 신공항 갈등

    ‘갈등 공화국’에 뇌관을 하나 더 보탠 건가. 다음주 발표 예정인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뇌관을 향한 인계 철선은 이미 타들어 가는 듯하다. 밀양을 미는 대구·경북·경남·울산과 가덕도를 희망하는 부산 간 지역 갈등에 양쪽 정치인들이 앞장서 불을 붙이면서다. 새누리당 대구·경북과 부산 지역 의원들 간 신공항 갈등이 내연한 지는 오래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바람을 잡자 얼마 전 역시 친박계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음모론으로 맞섰다. 며칠 전 가덕도 유치 기원 촛불문화제에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역 의원 4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신공항이 야권에도 여권 분열을 유도할 꽃놀이패만은 아님이 금세 드러났다. 차기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가덕도를 찾아 “부산 시민들이 입지 선정 평가가 공정한지 걱정한다”고 팔이 안으로 굽는 발언을 하자 같은 당 대구 출신 김부겸 의원이 “정치인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쪽으로 결정 나도 갈등은 폭발할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 다닐 적 친구에게 전화를 돌렸다. 국책연구기관에서 항공교통계획을 맡고 있는 그는 “정치권의 치킨 게임이 된 터라 이제 경제 논리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괜히 구설에 오를까 봐 잔뜩 몸을 사렸다.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해 몇 편의 연구 논문도 읽어 보았다. 신공항 성공의 관건은 이른바 ‘허브 공항’으로서 입지 확보 여부임을 알았다. 바다를 메워 건설할 가덕도 공항의 부지 보상비는 상대적으로 덜 든다고 치자. 하지만 구미나 울산 공단의 소화물이 컨테이너 차량에 실려 꽉 막히는 길을 돌아 가덕도로 가느니 지금처럼 KTX로 인천공항으로 가거나 대구·울산 공항을 이용하면 만사휴의다. 역으로 밀양 공항과 영남권 주요 대도시 간 물류비용상의 이점을 인정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과연 동남권에서 여객 수요가 가장 큰 부산 시민들이 인근의 김해공항을 두고 밀양으로 향할 것인가. 결국 동남권 허브 공항에 대한 기대는 불확실한 미실현 수익일 뿐이다. 무안·양양·울진 공항인들 처음부터 실패를 예견했겠나. 활주로 옆에서 고추를 말리는 일이 생길지는 상상도 안 했을 게다. 반면 어느 한쪽이 탈락해서 빚어질 지역 갈등은 가공할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사실 신공항의 성공을 담보할 해법은 분명하다. 내가 갖지는 못하더라도 친자식을 살리려 한 솔로몬 재판 속 생모의 심정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가덕도든 밀양이든 신공항 입지가 결정되면 영남권 모든 지자체들이 합심해 화물·여객 수요를 몰아주는 양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신공항은 성공할까 말까인데 발표도 되기 전에 불복 조짐이 나타난다면 싹수는 노랗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항 공약 실현을 고집해 큰 화근을 남길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민주는 꽃피고 있지만, 또 다른 헌법 정신인 공화주의는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다. 시민의 자유와 권익은 어느 정도 대변되고 있지만, 사회 공동체의 공동선은 버린 자식 취급이니 말이다. 이른바 ‘핌피(Pimfy) 현상’에 열심히 복무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제발 내 앞마당에 짓자’(Please in my front yard)는 영문 머리글자를 딴 핌피는 돈 되는 사업만 내 고장에 유치하려는 발상으로, 지역 이기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 설령 신공항의 잠재적 가치가 크다 한들 소지역주의가 부딪치면서 국민 통합을 저해해 입게 될 국익의 손실을 능가할 순 없다. 아마 지난 정부에서도 그래서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됐을 법하다.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장들이 입지 심사를 중립적 외국 업체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맡기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불공정 시비를 벌이며 불복 명분을 만든다고? 먼 안목의 국익보다 현재의 지역 이익에만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다. 이러니 김해공항 등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등 제3의 길을 고민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 고개를 드는 게 아닐까 싶다.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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