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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총리 안대희 지명] ‘정치개입’ 南·‘세월호 설화’ 金 문책… 악화된 민심 수습용

    [새 총리 안대희 지명] ‘정치개입’ 南·‘세월호 설화’ 金 문책… 악화된 민심 수습용

    남재준(위)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아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전격 경질되면서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대폭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이 물러나면서 강경 원칙을 중시하는 대북 정책에도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지만, 현 정부의 초대 정보기관의 수장인 남 원장이 줄곧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경질로 해석될 측면도 있다.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과 관련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여야의 대치 국면을 야기했다. 남 원장은 지난달 15일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이튿날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기사회생하는 듯했다. 김 실장의 교체는 지난달 23일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데 따른 문책 성격이 강하다. 김 실장의 이 같은 태도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전체로 불똥이 튀었다. 국정 책임을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부처로 미룬다는 불신을 키웠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 등 안보 상황이 우려되는 가운데 나온 두 사람의 퇴장은 박 대통령이 현 시국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자 향후 민심 수습을 위한 동력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유임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 내 외교안보 부문의 수석비서관 개편 여부도 변수로 떠올라 현 정부 출범 1년 3개월 만에 2기 외교안보 라인이 구축될 여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북 기조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7명 중 절반 정도가 군 출신으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외교안보 정책을 직접 관리·결정했다는 점에서 참모들의 교체가 기조에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로 미뤄진 통일준비위원회 출범과 맞물려 경색된 남북 관계의 국면 전환을 모색할 수도 있다. 정부 내에서는 군 출신의 재중용 여부와 외교 부문 인사들이 얼마나 약진할지 등 박 대통령의 후속 인사가 전체적인 방향성을 드러내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목판으로 만나는 유교 집단지성의 산물

    목판으로 만나는 유교 집단지성의 산물

    강원 원주시 치악산의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는 1797년(정조 21년) 왕명으로 간행된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 합판본이 존재한다. 백제 도미 부인의 열녀설화 등을 새긴 것으로, 유일하게 전하는 오륜행실도 목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온전한 형태를 갖추진 못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화로를 보호한다며 나무 싸개로 사용한 탓이다. 문집 간행을 위한 목판 제작에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아깝지 않게 써 버리던 우리 조상들이 알면 까무러칠 일이다. 예컨대 1843년 ‘퇴계선생문집’을 다시 간행하는 과정에선 책판 2500여장과 인력 2000명, 비용 4144냥이 들었다. 오늘날로 치면 6억 2000만원을 웃도는 걸로 추산된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문집을 찍어 내기 위해 정성을 쏟았고, 이렇게 책판 형태로 유교 덕목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다음 달 23일까지 제1기획전시실에서 ‘목판, 지식의 숲을 거닐다’ 특별전을 연다.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유교 목판(718종 6만 4226장)의 등재를 신청한 것을 기념해 준비한 전시다. 이곳에 나오는 목판 대부분은 경북 안동시의 국학진흥원이 2001년부터 ‘유교 목판 10만장 수집운동’을 벌여 모은 6만 5000여장 가운데 가려 뽑은 것들이다. 수집운동에는 전국 305곳 문중과 서원들이 참여했다. 대동여지도 목판(보물 제1581호), 도산서원 현판을 비롯해 포은 정몽주 초상, 포은 선생 문집 등 목판 관련 유물 총 122종 268점이 전시된다. ‘종이에 쓰다’, ‘나무에 새기다’, ‘세상에 전하다’, ‘생활에 묻어나다’의 4개 영역으로 구성된 전시는 다양한 문방구와 함께 판각 과정도 보여 준다. 국학진흥원 측은 “유교 목판은 편집과 판각, 간행, 전승 등이 민간의 자발적인 힘으로 이뤄진 세계사에 유례없는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유교 목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 유네스코에 한국을 대표하는 12번째 세계기록유산 후보로 오른 유교 목판의 등재 여부는 내년 5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엘리베이터 탄 비로자나불/서동철 논설위원

    강원 철원의 도피안사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다. 철원평야에 둘러싸인 도피안사가 중요한 것은 큰법당인 대적광전의 철조비로자나좌불상 때문이다. 국보 제63호인 비로자나불은 신라 경문왕 5년(865) 조성됐다. 철원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불상으로는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일원에서 비교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 2012년 2월 시작된 중창불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는 25일 비로자나불의 이운(移運) 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대적광전을 새로 짓고, 옛 대적광전은 서쪽으로 옮겨 세우면서 극락보전의 편액을 달았다. 이제 마당 한쪽의 임시법당으로 옮겨뒀던 비로자나불을 다시 제자리로 모시는 것이다. 절은 몇 년 사이에 제법 규모를 갖추게 됐다. 며칠 전 찾은 도피안사에서 뜻밖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 지은 대적광전의 비로자나불을 모실 자리에 현대적 기술을 동원한 강철 구조물이 들어선 것이다. 비로자나불이 앉는 바닥 구조물은 유사시 버튼을 누르면 법당 지하로 내려가고, 지붕도 덮어 씌워 외부의 상당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비로자나불이 탄 채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비상용 엘리베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옛 철원 일대는 6·25전쟁의 격전지였다. 대적광전이 불타고 누군가 땅에 묻은 비로자나불이 다시 햇볕을 본 것이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나 지난 1959년이다. 이후에도 도피안사 일대는 오랫동안 주지 스님의 허락을 받고 군 검문소에 주민등록증을 맡겨야만 출입할 수 있는 민간인 통제지역이었다. 비로자나불 전용의 자동식 지하 수장고를 만든 것은 또 다른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폐허만 남은 노동당사 건물이 지척인 만큼 분단을 소재로 하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강철 구조물로 만든 엘리베이터를 탄 비로자나불이란 도무지 자연스럽지가 않다. 극락왕생을 비는 극락보전의 존재도 그렇다. ‘유점사 본말사지’에는 도피안사의 창건 설화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담겼는데, 안양사에 봉안하려던 비로자나불이 사라져 찾았더니 도피안사 자리에 좌정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안양(安養)이란 극락의 다른 말, 도피안(到彼岸)이란 해탈의 경지를 가리킨다. 불교 신앙이 기복(祈福)으로만 흐르지 않고 참다운 가치를 갈구하는 단계로 발전했음을 상징한다. 비로자나불의 명문(銘文)에서도 철원평야에 살던 보통사람들의 의식이 깨어가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극락보전을 새로 세운 것은 도피안사의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읽지 못한 때문은 아닌지….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아모레퍼시픽 “불황은 없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불황 속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제품 경쟁력, 유통 채널 확대, 해외 사업의 성장이 실적 호조의 배경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9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영업 이익이 21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1%, 매출은 9318억원으로 16%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화장품 사업 매출은 12.3% 성장한 6076억원, 해외 화장품은 중국과 아세안 지역 등에서 사업을 확대하면서 49.7% 성장한 1923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주력 시장에서는 라네즈 BB쿠션과 슬리핑팩, 설화수 윤조에센스 등 히트상품의 판매 확대로 기존점 매출이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향신료의 지구사(프레드 차라 지음, 강경이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향신료는 ‘천국의 향기’라 불리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독특한 맛과 향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아 왔다. 책은 ‘최고의 향신료’로 꼽히는 시나몬, 클로브, 칠리페퍼, 넛메그, 페퍼 등을 중심으로 먹을 거리가 어떻게 인류 역사를 바꿨는지 살펴본다. 이들 다섯 가지 향신료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혹은 아메리카에서 유럽, 아시아로 전파된 과정을 쫓으며 향신료가 인류의 역사를 결정하게 된 순간들을 그린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돼 고대, 중세, 탐험의 시대, 산업혁명기, 20세기 이후 향신료의 역사를 훑는다. 향신료는 전 세계의 식탁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지구의 동과 서, 남과 북을 이어 다양한 문화를 탄생시켰고 급기야는 경제세계화를 이끌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한국어판 특집에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전공) 교수가 쓴 한국의 향신료 역사를 실었다. 다섯 가지 주요 향신료가 한반도에 어떻게 전래됐는지, 한반도에서 원래 사용하던 생강, 마늘, 파 등이 어떻게 한국 음식의 양념으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다. 304쪽. 1만 6000원. 명성황후 최후의 날(김영수 지음, 말글빛냄 펴냄) 1895년 10월 8일 새벽 5시 45분 명성황후 시해 당시 유일한 서양인 목격자로 알려진 러시아 건축사 세레진 사바친이 쓴 마지막 날 24시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청일전쟁 직전 일본군대는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고종을 감시하며 위협했다. 불안한 고종은 궁궐 내 일본인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외국인을 경복궁에 상주시켰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조선에 최초로 서양식 건물을 지은 사바친이 그중 한 명으로 1894년 9월부터 1주일에 4일씩 저녁에 경복궁에 출근해 아침에 퇴근했다. 시해 당일 야간 순찰을 돌고 있던 그의 눈에 비친 궁궐의 긴박한 분위기, 궁궐 시위대와 일본군과의 충돌 등 치욕의 역사인 명성황후 마지막 날, 을미사변을 시간대별로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 한국근대사와 한·러관계사를 전공하고 현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으로 있는 저자의 첫 역사 대중서다. 272쪽. 1만 3000원. 하이누웰레 신화(아돌프 엘레가르트 옌젠·헤르만 니게마이어 지음, 이혜정 옮김) 인도네시아 몰루카 제도의 작은 섬인 세람의 농경 기원 신화이며 신화학 분야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지역 농경 문화권에 수천 년 동안 전승되어 온 ‘하이누웰레 형’ 신화 433편이 담겼다. 저자인 독일 역사학자 아돌프 엘레가르트 옌젠과 헤르만 니게마이어는 1937년 2월부터 1938년 3월까지 직접 탐사대를 이끌고 세람 섬 등 몰루카 제도와 당시 네덜란드령의 뉴기니 섬을 답사했다. 귀국 후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1939년 책으로 내 세상에 알렸다. ‘하이누웰레’(Hainuwele)는 ‘코코야자 가지’라는 뜻으로 세람 신화에 나오는 소녀 이름이다. 사람들은 제 몸에서 보물을 만들어 낳는 소녀의 기이한 능력을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점차 시기했고 결국 소녀를 구덩이에 밀어넣어 죽여 버린다. 소녀의 시신이 여러 조각으로 절단돼 묻힌 그 자리에 구근 식물이 생겨났다. 신(神)이나 거인 또는 인간의 시체나 배설물 등에서 식용작물이 생겼다는 작물 기원 신화의 탄생이다. 고대설화와 문화의 연속성을 비교하고 신화가 오늘날 인류의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804쪽. 2만 9000원.
  • 봉오리째 뚝, 진달래를 보내다… 경남 창녕 화왕산 ‘꽃들이 속절없이 진다’

    봉오리째 뚝, 진달래를 보내다… 경남 창녕 화왕산 ‘꽃들이 속절없이 진다’

    이른 봄, 화르르 켜졌던 꽃등불들이 하나둘 진다. 두메에 피어 이름조차 불러주지 못했던 그 꽃들이 속절없이 진다. 불러주지 못할 바에야 피우지나 말 것을. 잔인한 4월이다. 모가지 꺾어 봉오리째 떨어지는 꽃은 동백뿐인 줄 알았다. 한데 진달래도 그랬다. 그 모습 보며 시인은 읊조렸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가도 울지 않을 것이라고. 심지어 당신이 가는 그 길에 자신의 꽃술을 아낌없이 뿌려주겠다고 말이다.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오기와 역설의 정한이 진달래에서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었을 터다. 경남 창녕으로 간다. 옛 ‘비화가야’의 심장부였던 곳. 이 땅 가장 높은 곳에서 진달래가 지는 모습을 본다. 그렇게 진달래도 지고 봄날도 간다. 창녕 화왕산(火旺山, 757m) 하면 열에 여덟아홉은 억새를 떠올린다. 한데 4월은 다르다. 산 전체가 진달래의 영토다. 화왕산은 품이 넓다. 진달래와 철쭉, 초원과 억새, 그리고 눈꽃이 계절을 좇아 번갈아 흐드러진다. 기암절벽도 옹골차다. 이 특유의 산세 때문에 탐화객뿐 아니라 암릉 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곧잘 찾는다. ●화왕산 등산코스 따라 걷다보면 시름이 싹~ 진달래와 만나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한다. 여러 등산코스가 있지만 자하곡 매표소를 들머리 삼아 도성암~솔숲 산림욕장~화왕산 정상~화왕산성 동문~남문~서문~배바위~암릉지대를 거쳐 다시 자하곡 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일반적이다. 거리는 7㎞ 남짓. 산행 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짧지만 그만큼 알찬 코스다. 이름에서 보듯 화왕산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됐다. 한편에선 우포늪 등 습지가 많은 창녕의 수기(水氣)를 누르기 위해 고을 진산의 이름을 화왕산, 곧 큰불뫼라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정상부엔 분화구를 중심으로 완만한 능선이 펼쳐져 있다. 남문 옆엔 장방형의 연못이 있다. ‘용지’(龍池)다. 창녕 조씨의 시조인 조계룡이 태어났다는 설화가 깃든 곳이다. 능선 가장자리 쪽엔 급경사 면을 따라 화왕산성이 축조돼 있다. 성벽 안쪽으로는 억새밭과 진달래꽃밭이다. 진달래는 서쪽과 북쪽 사면의 절벽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성 서문 환장고개, 허준 드라마 세트장, 정상 능선, 산성 동문, 관룡산 능선을 따라 쭉 이어진다. 드라마 세트장의 초옥과 어우러진 진달래밭도 좋고, 정상부 경계를 따라 꽃테를 두른 풍경도 곱다. 절정은 지났지만 땅 위에 떨어진 꽃들과 곧 떨어질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된 등산에 대한 위로가 되는 듯하다. 정상부 분지를 에두른 화왕산성도 이채롭다. 축성 시기는 불확실하지만,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된다. 둘레는 2.6㎞쯤 된다. 화왕산성엔 임진왜란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홍의장군’ 곽재우(1552~1617)의 무용담이 야사(野史)로 전해온다. 홍철릭 떨쳐입고 수성에 몰두하던 곽 장군은 성벽 위로 새끼줄을 치고 그 위에 베를 걸어 시야를 가린 뒤 기병들을 배회하게 했다. 멀리서 이를 보던 왜장은 수많은 복병이 있는 것으로 판단, 산 뒤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과연 배후의 방비는 부실했고 이상한 궤짝만 잔뜩 널려 있었다. 왜장은 군량미가 담긴 궤짝인가 싶어 뚜껑을 열게 했는데, 그 안에서 벌떼가 쏟아져 나왔다. 왜군들은 혼비백산했고, 곽 장군은 재빨리 병사를 풀어 왜군의 선봉을 도륙 냈다. 이튿날 새벽, 왜군이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곽 장군은 이번엔 궤짝을 왜군 진영으로 던지게 했다. 전날 혼쭐이 난 왜장은 궤짝을 불태워 버리라 명령했다. 한데 궤짝엔 폭약이 잔뜩 들어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궤짝들에다 곽 장군 휘하 정예병들의 공격을 받은 왜군은 또다시 대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창녕은 ‘제2의 경주’… 교동·송현동 고분군에 와~ 창녕은 ‘제2의 경주’라고 불린다. 신석기 이래 다양한 시대의 문화재가 분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분이 많다. 비화가야의 수도였던 만큼 가야시대 무덤 형태를 한 고분이 1만기가량이나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중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이 볼만하다. 송현동 고분군엔 ‘송현이 길’도 조성돼 있다. ‘송현이’는 1500여 년 전 송현동 15호분에 순장된 비운의 소녀다. 2007년 비교적 온전한 상태의 인골로 발굴됐다. 종아리와 정강이뼈 분석에서 무릎을 많이 꿇었던 것으로 드러나 주인 곁에서 시중들던 시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첨단과학의 힘을 빌려 실리콘 몸을 가진 키 152㎝의 가야 여인으로 복원됐다. 창녕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영산읍에도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만년교가 첫손 꼽힌다. 실개천 위에 세워진 홍예교다. 흐드러진 수양벚 등과 어우러져 늦봄의 정취를 선사한다. 창녕까지 가서 ‘지구와 동년배’라는 우포늪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내부 탐방로는 출입통제됐고, 바깥쪽에서 둘러봐야 한다. 우포 오가는 길에 ‘버들국수’를 꼭 들러보는 게 좋겠다. ‘우포에는 맨발로 오세요’라는 시로 널리 이름을 알린 송미령(56) 시인이 주인장이다. 이 집에선 두 가지를 맛보고 체험할 수 있다. 우선 족욕체험이다. 상호에서 보듯 버드나무가 주재료다. 그것도 잎은 모두 떨어뜨리고 동면 상태로 겨울을 난 나뭇가지만 쓴단다. 여기엔 까닭이 있다. 봄~가을 나무는 나뭇잎 등의 생장을 위해 대부분의 영양분을 쓴다. 겨울엔 다르다. 체내의 수분은 사라지고 영양분은 오롯이 나뭇가지 속에 머문다. 버드나무가 아스피린의 원료로 쓰이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요오드 등의 성분도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포늪 ‘버들국수’ 족욕 체험·국수 맛에 푹~ 송 시인은 또 “전깃불조차 없는 오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만 고집한다”고 했다. 사람 틈바구니에서 스트레스받으며 자란 버드나무는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잘라 낸 버드나무 가지는 뜨거운 물에 삶는다. 이 과정에서 추출한 진액을 1인용 족욕기에 넣고 따뜻한 물과 섞어 낸다. 그는 “무릎이 아팠던 (자신의) 할머니가 애용했던 민간요법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버들국수도 독특하다. 먼저 버들잎을 따서 잘 덖은 뒤 말차처럼 곱게 간다. 이걸 밀가루와 섞어 반죽한 뒤 면으로 뽑아낸다. 쫀득한 식감을 위해 섞는 가성소다 따위는 일절 넣지 않는다. 버들잎 자체에 찰기가 있기 때문이다. 버들잎 섞인 면은 다소 쓴맛이 감돈다. 이를 덜어주는 게 육수다. 멸치, 다시마 등 갯것들에 표고버섯과 밤, 대추 등 뭍의 산물들을 섞어 3시간 정도 우려낸다. 이 육수를 각종 고명 얹은 면에 부어 먹는다. 버들계란도 조리과정은 비슷하다. 버들잎 우려낸 물에 하루를 꼬박 삶는다. 노른자까지 연갈색을 띠는 건 그 때문이다. 글 사진 창녕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게 가장 알기 쉽다. 유채꽃 축제장인 남지들녘을 먼저 둘러보겠다면 남지 나들목, 우포늪과 화왕산 등은 창녕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맛집 ‘버들국수’의 족욕체험은 5000원이다. 버들국수도 5000원, 버들계란은 3개 2000원이다. 매달 셋째 목요일, 일요일은 쉰다. 우포 인근에 있다. 532-8584. ‘우포붕어찜’은 붕어찜 요리로 이름났다. 532-2088. →잘 곳 읍내에도 숙박업소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부곡온천 쪽에서 묵는 게 낫다. 부곡하와이관광호텔(536-6331), 부곡로얄관광호텔(536-7300), 일성부곡콘도(536-9870) 등 호텔과 콘도가 많다. 모텔도 즐비하다.
  • 경북 북부지역 잇단 관광·휴양 시설

    경북 북부지역 잇단 관광·휴양 시설

    경북 북부지역에 호텔, 리조트, 연수원 등의 관광·휴양시설이 잇따라 들어설 전망이다. 경북도와 북부지역 시·군들이 수려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관광자원 등 지역 특성을 살린 투자 유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도와 문경시는 일성리조트와 콘도미니엄 건립에 대한 투자양해각서를 교환했다고 18일 밝혔다. 일성레저산업은 2017년까지 931억원을 들여 문경읍 상초리 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 입구 5만 6000㎡에 230실 규모의 콘도와 아쿠아·스파,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종합휴양 레저시설을 짓는다. 150명의 일자리 창출과 매년 10억원에 달하는 지역 농산물 판매 효과가 기대된다. STX그룹은 현재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타워형 콘도미니엄을 운영하고 있다. 대명그룹은 2018년까지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관광단지 내 부지 7만여㎡에 1200억원을 투입해 콘도미니엄 25동(객실 400여개)을 건립하기로 하고 최근 청송군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달엔 경북도와 안동시, 스탠포드코리아㈜가 안동시 풍천면 신도청 소재지에 한옥형 호텔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300억원으로 건립될 한옥형 호텔은 내년 착공, 2016년 완공 예정이다. 스탠포드호텔은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으며 서울과 파나마, 칠레 등지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글로벌 그룹이다. 또 동아쏘시오그룹은 내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해 상주시 은척면 무릉리 성주봉 자연휴양림 인근 부지 1만 5000㎡에 연간 2만명 이상의 교육생이 사용할 수 있는 연수원을 짓는다. 다양한 레저 시설 등도 조성된다. 상주엔 내년까지 1555억원이 투입되는 낙동강 자전거 및 역사 이야기촌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문경지역에는 2016년까지 녹색미래관, 영상체험관, 백두대간 에코센터가 들어선다. 안동시 도산면 일원에는 전통극 공연장, 설화극장 등이 건립될 예정이다. 이병환 도 일자리투자본부장은 “영주 등지에도 호텔과 연수원 등을 유치해 북부지역을 최고의 관광·휴양 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뉴스 플러스]

    CJ오쇼핑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 획득 CJ오쇼핑을 통해 해외에 간접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관세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CJ오쇼핑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 최초로 ‘업체별 원산지인증수출자 인증서’를 획득했다고 8일 밝혔다. CJ오쇼핑은 자사를 통해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원산지증명서를 자체 발급해 수출 중기들은 이와 관련한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EU 현지 바이어들은 이 인증서를 토대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1~14% 포인트(평균 약 4% 포인트)에 이르는 관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어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게 됐다. 신세계면세점 김해공항점 10일 문열어 신세계조선호텔은 10일 신세계면세점 김해공항점을 연다고 8일 밝혔다. 김해공항점은 해운대에 있는 부산점에 이어 신세계면세점의 두 번째 매장이다. 김해공항 면세점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호텔 측은 밝혔다. 샤넬·시슬리·설화수·오휘 등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해 향수·잡화·선글라스·시계·패션·주얼리·식품·전자 등 130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홍삼농축액 등 3개품목 할랄 인증 받아 KGC인삼공사는 8일 정관장 뿌리삼과 홍삼농축액 등 3개 품목이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살·가공된 식품과 공산품 등에 부여된다. 홍삼의 경우 일부 제품은 제조 방식에 따라 추출 과정에 이슬람 율법이 금하는 알코올을 이용하기 때문에 할랄 인증을 받아야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에 수출할 수 있다. 인삼공사는 이번 인증으로 이슬람 지역 홍삼 수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권기일 동구청장 예비 후보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권기일 동구청장 예비 후보

    권기일 동구청장 예비 후보는 ‘처음’이란 단어와 인연이 깊다. 그는 대구 덕원고 1회 졸업생이다. 또 대구경북경제구역청조합회 초대 의장을 지냈다. 대구시의회 예결위가 상설화된 뒤 첫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당시 시 예산을 처음 부결시켰다. 그는 8년간의 의정 활동 동안 성실하다는 평가와 함께 전문성도 인정받았다. 특히 서민 정책 제시에 노력했고 규제 철폐에 관심을 기울였다. 공공단체 투명성 확보와 중소기업 지원 정책 강화에 힘썼다. 그 결과 비정상적인 규제였던 개인택시 차고지 증명제 폐지를 실현했고 참전 유공자에게 보훈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달구벌 명인제도를 도입해 지역 기능장의 자긍심을 높였다. 출자출연 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조례 제정으로 최우수 조례상을 받았다. 그는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건설,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으로 동구가 대구의 중심이 된다”면서 “더 나은 동구를 위해 봉사한다는 심정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군위 ‘삼국유사 가온누리’ 사업 탄력

    우리 민족의 정체성 확립 등을 위해 경북 군위에 조성 중인 ‘삼국유사 가온누리’(세상의 중심)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군위군은 최근 열린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 지역발전분과위원회 심의에서 삼국유사 가온누리 사업이 원안 가결돼 신발전지역 발전촉진지구 개발 계획이 최종 확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이 사업은 2008년 9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5+2광역경제권 실현을 위한 30대 선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됐고 2011년 4월 ‘신발전지역 육성을 위한 투자촉진특별법’에 의거해 국토부의 신발전지역 종합발전구역 및 종합발전계획에 반영된 이후 지난해 7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군은 조만간 국토부의 발전촉진지구 지정 고시가 이뤄지면 경북도 사업실시계획 인가 등의 제반 행정 절차를 거쳐 오는 6월쯤 착공키로 했다. 2016년까지 군위 의흥면 이지리 일대 부지 71만 8000㎡에 국비 894억원 등 총 1374억원을 투입해 완공할 계획이다. 사업 부지는 난개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92만 9000㎡보다 21만 1000㎡가 줄었으나 사업비는 변동 없다. 삼국유사 가온누리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삼국유사 관련 자료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삼국유사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공간 확보뿐만 아니라 삼국유사의 신화, 문학, 설화, 놀이, 장소 등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산업을 접목한 문화관광단지가 조성된다. 장욱 군위군수는 “삼국유사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산업을 접목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문화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인도 타왕-신과 설산의 축복 타왕 Tawang

    인도 타왕-신과 설산의 축복 타왕 Tawang

    타왕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인도인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국이 호시탐탐 노려 왔고 인도인들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한다는 타왕은 내가 알던 인도의 경계를 다시 세웠다. 인도의 북쪽 창문 ‘타왕’ 인도의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에 속한 타왕은 북쪽으로는 티베트, 서쪽으로는 부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해발고도 3,500m 높이에 위치하며 히말라야의 청정 자연, 유서 깊은 티베트 불교문화, 소수민족의 전통이 어우러진 곳이다. 들숨과 날숨의 기도 호텔은 고작 3층짜리였다. 그러나 계단을 오를 때마다 발이 천근만근, 숨이 턱턱 막혔다. 그 들숨과 날숨이 일깨워 준 것은 지금 내가 타왕이라는 해발고도 3,500m의 도시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헉헉거리며 오른 호텔의 옥상에서 바라본 서쪽 하늘의 풍경은 구름 반, 안개 반. 그 사이에서 신비로움과 위엄을 함께 발산하고 있는 손톱만한 집채가 바로 타왕 사원이었다. 1681년, 작은 오두막 하나 짓기도 어려웠을 히말라야 북쪽 3,300m 고지에 사원이 세워진 것은 한 마리의 말 때문이었다. 달라이 라마 5세(나왕 롭상 감쵸Ngawang Lobsang Gyamtso)를 위해 새로운 사원을 세울 장소를 찾던 메락 라마 로드레 가쵸Merak Lama Lodre Gyatso는 마땅한 후보지가 나타나지 않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기도가 끝난 후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애마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그는 찾아 헤맨 끝에 옛 왕궁이 있던 자리에서 말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신탁으로 여겨 그 자리를 사원 부지로 결정하고 ‘말’을 뜻하는 ‘타Ta’와 ‘선택’을 뜻하는 ‘왕Wang’을 합쳐 타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크고 오래된 타왕 사원 공식 이름은 Galden Namgey Lhatse의 창립 설화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린다는 법회에 고양이처럼 스며들고 싶었으나 법당 안은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북새통 중에도 스님들은 한결같은 자세로 범패를 연주했고 동자승들은 졸음에 겨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티베트 불교의 최대 종파인 겔루파에 속하는 타왕 사원에는 450명 이상의 승려들이 살고 있다. 아무리 꼬마여도 예의를 다하기 위해 발끝을 들고 걷는데 똘똘하게 동자승 하나가 턱짓으로 이리 와 보란다. ‘아~네’ 하는 동작으로 다가가니 사진 한 장 찍어 보란다. 냉큼 한 장 찍어 올리니, 한 장 더 찍어 보란다. 네네, 분부하신 대로 몇 번이고 사진을 찍어 대령하다 보니 어느새 법회가 끝나고 말았다. 대법회가 끝난 법당 앞마당에는 이미 사람들의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붉은 승복과 진자주빛 문파족 전통 의상의 조화. 그들이 만든 원 한가운데서 가면을 쓰고 색동저고리 같은 전통의상을 입은 승려들이 라마야나 댄스의 티베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지 랴뮤 댄스Aji Lhamu Dance 등을 추기 시작했다. 언제 졸았냐는 듯 건물 2층과 옥상을 점령한 동자승들은 몸이 쏟아질 듯 집중하고 어른들도 세상에 볼거리는 이것 하나뿐이라는 듯,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집중력에 비하면 공연은 턱없이 짧은 맛뵈기였다. 아쉬움의 뒤끝을 짧게 끊어 준 것은 때마침 내린 비. 아낙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들어간 집집마다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저녁 공양에 나선 동자승들은 우산 대신 양철 냄비를 머리에 올렸다. 굴뚝마다 새어 나온 연기들이 춤을 추며 하늘로 올라갔다. 발가락도 닮았을까? 타왕의 주인(?)은 기원전 7세기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문파Monpas족이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이 티베트-몽골 부족의 생김새는 우리와 너무나 비슷하다. 얼굴만 닮았나 했더니 끈끈한 정이 넘치는 것도 닮았고, 음주가무를 기똥차게 즐기는 것도 닮았다. 축제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는 그들의 전통공연은 마당극과 비슷한 가면극부터 귀여운 동작을 반복하는 민요까지 풍성했다. 그 결정판은 우리의 북청사자놀음과 거의 유사한 그들의 민속춤 셍게 가참Senge Garcham이었다. 대륙계, 북방계인 사자무의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잃어버린 형제라도 만난 듯 마음이 들떴다. 그 열기를 더 후끈 달아오르게 한 것은 쌀로 만든 전통술 아라Ara. 추운 지역답게 40도가 훌쩍 넘는 독주를 뜨끈하게 데운 후 야크 버터 한 스푼을 녹여 낸다. 약간 꼬릿하면서도 짭쪼롬한 맛의 뒤끝은 매우 기름져서 식기 전에 마시는 것이 음용시 주의사항. 추위에 떨던 몸이 버터처럼 녹아내린다는 것이 효능이다. 특별한 날에만 구색을 맞춰 빚어내는 자기네 전통주에 환장을 하는 이방인들이 신기했을까. 우리를 대하는 문파족들의 시선도 이내 따스해졌다. 친절하고, 정감있고, 근면하고, 배려 깊으며, 동물과 아이들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 문파족에 대한 설명이었다. 가부장제지만 남아선호사상이 없는 그들은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며 활쏘기, 말타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볼거리가 드문 산골도시 타왕에서 페스티벌은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 행사다. 타왕 방문 기간에 진행되었던 랴밥 듀첸Lhabab Duechen 페스티벌은 음력 9월마다 대승의 열반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하는 것이었다.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높은 분들의 개회사가 길어지는 동안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제장 둘레에 늘어선 부족들의 전통가옥과 수공예품 전시 부스들, 그 뒤편으로 막 들어선 게임부스와 먹거리 노점상들이 궁금했기 때문. 나무껍질로 종이를 만들어내는 전통이 오직 타왕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종교적인 행사가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신기해서 눈이 바쁜데 누군가 등을 콕콕 찔렀다. 어제 사원에서 나를 ‘사진 노예’로 부리던 동자승 녀석이 먼저 아는 체를 하고 있는 것. 녀석은 좌우로 친구들을 거느리고 주사위 놀이, 카드놀이 등을 전전하며 용돈을 탕진하고 있었다. 날이 날인 만큼 12살 꼬마의 일탈을 누가 막으랴. 웃음이 날 뿐이었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무대는 본격적으로 흥을 내기 시작했다. 부족들은 민속공연으로 릴레이 무대를 이어갔고 가수들은 노래를, 모델들은 패션쇼, 관중은 최선을 다해 구경을,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급 하강한 기온에 적응을 못한 이방인들은 전통가옥 안에서 타오르는 모닥불가로 대피했다. 연기에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도 엉덩이를 떼지 못할 정도로 밖은 추웠다. 앉은 김에 종일 불 옆에서 훈제된 쫄깃한 돼지껍데기와 짜릿한 술까지 주문을 마치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 사이 축제의 열기도 무르익어 현란한 폭죽들이 타왕의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그 불꽃들은 사라지지 않고 하늘로 올라가 촘촘한 별빛으로 박혔다. 타왕에 문파족Monpas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타왕이 속한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무려 50여 가지나 된다. 연중 7회 정도 펼쳐지는 페스티벌마다 넘실거리는 전통의상의 향연이 그 증거다. 첫 설산의 풍경에 눈뜨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는 도심(?)을 벗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따라 10여 분 달렸을 뿐인데 길은 외길, 그 자체로 이정표다. 군부대와 띄엄띄엄 자리잡은 오두막 몇 채가 교차하는 동안 고도는 점점 높아지고, 시야는 점점 더 넓어진다. 마을도, 사원도, 그 모든 것을 둘러싼 산과 골짜기, 심지어 구름까지도 발아래다. 이대로 달려가 티베트로 넘어가고 싶은 발길을 멈춰 세운 것은 ‘하늘호수’라는 표현을 납득시키는 팡캉텡쵸Pankang Teng Tso였다. 4,200m 높이에 고인 호수 한가운데에는 영락없이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타왕에는 해발고도 3,000m 이상에만 108여 개의 호수가 있는데, 그중 가장 신성시 되는 호수는 시내에서 101km 떨어진 방가장Banggachang 호수다. 뭐에 홀린 듯 별 생각 없이 시작한 호숫가 산책은 1시간 이상 길어졌다. 그 길 위에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부족한 산소를 채우는 방법은 오직 더 깊은 호흡과 더 느린 걸음뿐이라는 것. 척박한 오지, 타왕의 사람들이 그토록 따뜻한 것은 결핍을 채우는 나눔과 결속 때문인 것 같았다. 사실 타왕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주의 관문 도시인 구와하티에서 타왕까지 육로로 장장 16시간의 거리다. 해발고도 4,200m가 넘는 셀라 패스가 그 여정에 포함되어 있다. 그 시간을 2시간으로 단축시켜 준 것은 커다란 군용 헬기였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흠. 그런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타왕에 의외로 호텔이 많은 이유는 이 도시가 티베트 불교권에서 손에 꼽는 성지이기 때문이다. 타왕은 6번째 달라이 라마, 상양 가초Tsangyang Gyatso의 출생지이기도 하고 현재 16대인 달라이라마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종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 정부의 호위 아래 타왕을 방문했던 2009년 11월에 3만명의 신도들이 작은 도시에 집결했었다. 타왕 사원 외에도 1595년에 세워져 가장 오래된 비구니 곰파 등 중요한 불교 유적을 타왕에서 만날 수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 암벽 등반, 오프로드 주행, 온천 등 다양한 관광자원에도 불구하고 타왕이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기쁘고, 한편으로 안타깝다. 작은 옷가게에 들어가 여성용 전통의상을 한 벌 구입했을 때 주인 내외는 값을 크게 깎아주며 한마디 했었다. “네가 우리집에서 옷을 산 첫 외국인이거든!” 축제가 끝난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고리셴Gorichen 산 정상에 서설이 내렸다.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산은 해발 6,858m나 되지만 히말라야에서는 고봉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반 이상은 백발일 그 산의 첫 설경을 보기 위해 집집마다 옥상이 북적였다. 신성한 곳 어디에서 나부끼는 오색 깃발 타르초처럼 이 사람들의 마음에는 항상 자연에 대한 경건함이 펄럭이는 것 같았다. 타왕의 겨울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취재협조 인도정부관광청 ▶travie info 교통편 관문도시인 구와하티까지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타왕까지는 헬리콥터로 2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정규운항을 중단한 상태. 차량으로는 413km의 육로를 16시간에 걸쳐 달려야 하는 긴 여정이다. RAP 발급 타왕은 중국과의 국경분쟁 때문에 군부대가 상주하는 곳이다. 외국인·내국인 할 것 없이 타왕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 외에 별도의 여행허가서인 PAPProtected Area Permit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인도 외무부나 주정부, 혹은 정부가 공인한 여행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비용은 1인당 50달러다. 문의 타왕관광국 03794-222359 타왕 사원 뮤지엄 달라이 라마 6세의 조각상과 사원 설립자인 메락 라마의 유품들, 금으로 글자를 쓴 문서 등 값어치를 헤아릴 수 없는 교단의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전쟁 기념관 중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1962년 벌어졌던 시노-인디아 전쟁Sino-India War의 참전용사들에게 헌정된 전쟁 기념관도 타왕의 국제정세와 지정학적 위치를 알려준다. 기념품 부족마다 다양한 전통의상과 장신구가 있다. 수공예로 짠 카페트나 울 소재의 외투, 모자, 수공예 종이 등은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지만 흔치 않은 기념품이 된다. 액티비티 히말라야 상공 위를 나르는 패러글라이딩, 고리첸 산에서 즐기는 암벽 등반 등 자연환경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액티비티를 타왕에서 즐길 수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여행정보 www.arunachaltourism.com
  • 광주·전남 복지 사각 ‘철퇴’

    광주시와 전남도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한다.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기준 등 기존 복지지원 대책 가운데 비현실적인 것을 현실에 맞게 고치기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선정기준 현실화 ▲긴급복지 특별지원 확대 ▲생활고 관련 자살 예방 민관 협력 강화 ▲종합지원 체계 구축 및 특별조사·발굴 상설화 ▲채무힐링행복상담센터 활성화 등 5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시는 우선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수급자에서 탈락됐거나 수급액이 낮게 책정된 가구는 전원 구제할 방침이다. 또 정부의 긴급복지 지원기준 중 최저생계비는 현행 120% 이하에서 150% 이하로, 금융재산은 3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한다. 생활고 관련 자살 예방을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교육·응급대응 체계 구축도 강화된다. 생명지킴이 양성교육, 전남대·조선대 사례관리전담팀 구성, 119·112와 연계한 신속한 현장출동 시스템을 갖춘다. 시는 또 현재 개별·산발적으로 운영되는 채무힐링행복상담과 자살예방센터 등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연계해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천사 콜전화’(1004번)를 운영하고 자치구별 복지 사각지대 긴급구조 지원센터를 개설한다. 전남도도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 정책을 강화한다. 도는 지역 내 18세 이하 발달장애인 2000여명에 대한 지원을 위해 공공후견인제를 강화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경북 ‘근·현대 문학 관광벨트’ 지지부진

    경북 ‘근·현대 문학 관광벨트’ 지지부진

    이문열, 김주영 등 한국 문학사를 빛낸 작가를 다수 배출한 안동, 청송, 영양 등지에 흩어진 문학 관광 자원을 연계하는 경북도의 ‘한국 근·현대 문학 관광벨트’ 구축 사업이 유명무실하다. 19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안동, 청송, 영양 등 북부 지역에 한국 근·현대 문학 관광벨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 구축된 문학 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융복합형 관광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목적이었다. 안동은 일제강점기 때 저항시인 이육사의 출생지로 생가와 묘소, 문학관이 있고 청송은 작가 김주영을 배출한 곳이다. 또 영양은 ‘시원’(詩苑)을 창간한 시인 오일도, 청록파 시인 조지훈, 소설가 이문열 등의 출생지다. 매년 5월과 7월이면 영양과 안동에서 ‘지훈문학제’와 ‘이육사 문학축전’이 열린다. 이문열의 고향 마을인 영양 두들마을은 작품 ‘선택’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금시조’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등의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는 주요 사업으로 이육사문학관~영양 주실마을(조지훈)·감천마을(오일도)·두들마을(이문열)~청송 객주 테마파크(김주영) 구간에 문학관광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었다. 이들 지역을 연계한 월별, 계절별 릴레이 문학 축제를 개최하고 도보 탐방로를 조성하는 한편 교육·체험 복합형의 대규모 근대문학 테마타운도 건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들 작가와 관련된 근대문학 공원, 문인의 집 등도 짓기로 했다. 문예대학 운영과 학생 문예캠프 상설화 등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 이 일대를 근·현대 문학관광특구로 지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업 대부분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오는 25일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에 73억원을 들여 객주문학관을 준공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도가 당초 계획했던 경북 북부 지역 문학 관광벨트 조성을 통한 관광객 유치 등이 겉돌고 있다. 시·군 관계자들은 “도의 문학 벨트 조성 사업이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면서 “도가 안동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한국 정신문화 중심 도시 육성’ 사업 등에 문학 벨트 조성 사업을 포함시켜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국민사위’ 함익병 직설화법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좋아” 왜?

    ‘국민사위’ 함익병 직설화법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좋아” 왜?

    ‘국민사위’ 함익병 직설화법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좋아” 왜? SBS 예능 프로그램인 ‘자기야-백년손님’을 통해 ‘국민 사위’라는 애칭을 얻은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52) 원장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함익병 원장은 최근 월간조선 3월호 인터뷰에서 같은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질문에 “안 의원은 의사라기 보단 의사면허 소지자”라면서 “좋게 말하면 과대망상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쟁이”라고 밝혔다. 함익병 원장은 “‘가족에게 말도 안 하고 군대 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하는 걸 보면 뻥이 좀 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함익병 원장은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익병 원장은 “세계 주요국 중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한국, 대만, 이스라엘이다. 이 중 여자를 빼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단,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 논리가 아니라 계산을 철저히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익병 원장은 아울러 “제 자식들은 지금까지 투표권이 없다. 나이가 안 찬 게 아니라 제가 못 하게 했다”면서 “국민의 4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함익병 원장은 “독재가 왜 잘못된 거냐.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다. 이름이 좋아 철인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라면서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고 본다”고 독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만약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라면서 “저는 박정희의 독재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독재를 선의로 했는지, 악의로 했는지, 혹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함익병 원장은 심지어 “북한은 세습 독재이니 잘못된 것이고, 중국의 경우 민주주의라곤 할 수 없지만, 그 시스템은 잘 돌아간다”며 “분명 독재이지만 웬만한 민주주의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함익병 원장 인터뷰에 네티즌들은 “함익병 원장,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함익병 원장, 이번에는 너무 경솔하게 말한 것 같다”, “함익병 원장, 솔직한 성격은 좋지만 말은 좀 가려서 해야지. 독재도 좋다니”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모레퍼시픽 중화권 공략 박차…홍콩 합작법인 종속 회사로 편입

    아모레퍼시픽이 중화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자 홍콩 합작사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 글로벌 오퍼레이션(AGO)이 지난 1월 홍콩 합작법인인 아모레퍼시픽 홍콩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 30%에서 77%로 늘려 종속회사로 편입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001년 간접 투자 방식으로 홍콩에 진출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중화권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직접 경영을 위해 홍콩 법인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홍콩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등 대표적인 브랜드의 아시아권 진출 및 사업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브랜드와 채널 다각화를 통해 홍콩 내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키워 중국 및 기타 아시아 지역 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홍콩 사업 인수로 글로벌 사업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루이비통이 전통악기를 만났을 때

    루이비통이 전통악기를 만났을 때

    순수미술과 명품 가방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현란한 소비문화에 흠뻑 젖은 현대사회에서 팝아트풍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술관의 전시공간과 초현실적인 백화점의 명품관 인테리어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허상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을 돌아보고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소비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 부분까지 있다. 오는 1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페이스K에서 공개되는 루이비통의 사회공헌 미술프로젝트 ‘아티잔스’(ARTisans)는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미술과 명품 브랜드 ‘콜라보레이션’(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젝트는 영상과 악기, 설치미술, 조각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마치 미술관과 백화점 명품관 사이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이번 협업의 소재는 백수광부의 아내 여옥이 불렀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구슬픈 사연을 담은 노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으로 꼽힌다. 현대미술 작가 전준호(45)·문경원(45)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최초의 악기란 어떤 형태일지, 소리의 원료와 원형은 어떤 모습일지를 담은 다큐멘터리 ‘공무도하’를 찍고 있다. 두 작가는 2대째 전통악기를 제작하는 이영수(85·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보유자)·이동윤(58·악기장 전수교육조교) 부자를 만나 영감을 얻었다. 악기장 부자는 또 순수미술, 도예, 가구, 디자인, 작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6명의 신진 작가에게 관련 작품을 만들도록 도움을 줬다. 아울러 젊은 작가들은 2개월간 악기장 부자를 도와 가야금을 만들었다. 프로젝트는 이렇게 장인-현대미술가-신진작가를 잇는다. 협업에 필요한 2억원의 예산은 루이비통이 댔다. 루이비통이 국내 작가를 초청해 전시를 연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1년여에 걸쳐 전통문화와 현대예술의 교류를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이동윤 악기장은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나무 트렁크를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는 회사의 역사를 듣고, 전통과 현대적인 것이 만나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루이비통 입장에선 비교적 적은 돈으로 수월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다. 이 회사는 앞서 제임스 터렐, 아니시 카푸어, 그자비에 베이앙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주요 매장 내에 전시해 예술적 메시지를 전하고, 일본의 팝아티스트인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해 제품(루이비통 다카시 백)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등 미술협업 분야에선 ‘선수’로 꼽힌다. ‘아티잔스’와 비슷한 미술 협업의 사례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에서 찾을 수 있다. 설화수는 2007년부터 매년 전통 장인과 현대 미술가를 잇는 ‘설화문화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활을 주제로 궁장 권무석, 궁시장 김윤경·유영기 등과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획전을 열었다. 가방 브랜드인 쌤소나이트도 2011년부터 배병우, 이용백, 황주리 작가와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올해 초 시작한 신진작가 공모전도 미술협업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미술계 인사는 “‘예술의 상업화’란 비난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와 미술 작가는 협업을 통해 이미지 상승과 경제적 도움이란 상호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14 우수기업 우수상품]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윤조에센스’

    [2014 우수기업 우수상품]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윤조에센스’

    ‘설화수 윤조에센스’는 세안 후 맨 처음 바르는 ‘부스팅 에센스’라는 컨셉트의 한방 에센스다. 피부 노화 현상의 근본적 처방인 ‘자음단’ 성분을 바탕으로, 기초 단계인 스킨케어를 강화해 피부의 영양과 보습을 극대화한다. 주요 성분이자 설화수 고유 처방인 ‘자음단’은 옥죽, 작약, 백황, 연자육, 지황 등 5가지 원료로 이뤄져 있으며, 각 성분이 서로 만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고 각 효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게 하는 ‘포제법’을 통해 완성됐다. 자음단은 재생, 생기, 탄력, 투명, 영양 등 5가지 기능으로 피부 속 부족한 기운을 채우고 흐트러진 피부 균형을 맞춰 피부에 촉촉한 윤기를 제공한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17년째 설화수 전체 제품 중 매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달까지 2000만개가 판매되며 누적 판매액 1조원을 돌파했다. ‘설화수’는 우리나라 땅에서 얻은 원료를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에 적용해 피부를 아름답게 가꿔주는 대표적인 한방 화장품 브랜드다.
  • [길섶에서] 마야부인/서동철 논설위원

    불교를 신라의 국교(國敎)로 끌어올린 진흥왕은 인도신화에 나오는 이상적인 제왕 전륜성왕을 자처했다. 태자의 이름은 동륜이었는데, 이 역시 전륜성왕을 이른다. 동륜은 보좌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 아들 백정이 왕위에 올랐으니, 곧 진평왕이다. 백정은 인도 카필라국의 왕이었던 석가모니의 아버지 이름이다. 그러니 진평왕비 김씨를 석가 어머니의 이름을 따 마야부인이라고 부른 것은 자연스럽다. 진평왕은 딸 셋을 두었는데, 덕만, 천명, 선화 공주다. 잘 알려진 대로 덕만은 선덕여왕이 됐고, 선화는 백제 무왕과 익산 미륵사 설화를 낳았다. 부여 왕흥사터에서 석가를 출산하는 마야부인을 연상케 하는 작은 청동상이 나와 화제다. 왕흥사는 무왕이 대가람으로 발전시킨 절이다. 2009년 출토된 미륵사탑 사리기는 무왕과 선화의 로맨스를 확인시켜 주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설화를 완전히 부인하는 증거도 아니었다. 여전히 설화 내용을 믿는다면 성왕에게 진평왕비 마야부인은 장모가 된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왕흥사의 마야부인상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靑 NSC·北 국방위’ 후속 대화채널 사실상 구축

    남북이 14일 고위급 접촉을 통해 후속 대화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청와대가 대북 관계의 전면에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우리 측 수석대표는 이례적으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맡았다. 김 1차장이 북한과의 후속 접촉을 합의한 주체인 만큼 후속 접촉도 그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수석대표로 한 이번 고위급 접촉 대표단을 북한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대표단이라고 밝혀 남북이 사실상 최고위급 수준의 대화 채널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이는 남북이 기존 대화 채널인 ‘통통라인’(통일부-통일전선부) 외에 별도의 대화 루트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경색된 남북 관계를 큰 틀에서 전환시킬 모멘텀은 최고권력자의 결단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의 합의 도출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수렴청정’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이 같은 ‘톱다운’ 방식의 남북 대화 프로세스가 일회성 성격의 ‘단막극’으로 끝날지, 향후 연속극으로 정례화될지 현 단계에서는 미지수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NSC 사무처 부활 등 조직 자체를 상설화한 만큼 대북 정책과 남북 관계는 NSC가 주도하고 통일부는 실무·보조적 역할로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부총리급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카운터파트로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부상할 수도 있다. 남북 관계에서 이른바 ‘김양건-원동연’라인 대 청와대 ‘김장수-김규현’ 라인의 대진표가 새로 짜이는 셈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살아있음에 경탄하라… 순간에 몰입하라”

    “살아있음에 경탄하라… 순간에 몰입하라”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구본형·박미옥·정재엽 지음/생각정원/444쪽/1만 8000원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의 유작이 출간됐다. 인문학과 자아경영의 접목을 시도했던 그에게 변화경영의 화두를 안겨줬던 동서양 문학과 철학 고전 17편을 소개한다. 갑상선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방송했던 EBS FM 라디오 ‘고전읽기’의 83시간 분량 녹취록을 바탕으로 ‘구본형 칼럼’과 ‘마음편지’ 등 1000여편에 담은 고전 내용을 취합해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이 엮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세상은 무상하다. 그러니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라”는 석가의 마지막 설법을 언급하며 살아있음에 경탄하고 순간에 몰입하라고 주문한다. 또한 고전이야말로 불완전한 인간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사랑의 창이며 아름다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해 주는 보이지 않는 안내자라고 단언한다. 책의 전반부는 자신의 내면을 깨우는 고전들로 구성됐다.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정약용의 ‘다산문선’,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플라톤의 ‘향연’ 등을 통해 도전, 성장, 자유, 정의, 성과 사랑을 논의한다. 후반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우리 민족의 방대한 신화와 설화를 담은 일연의 ‘삼국유사’,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등에서 인생의 지혜와 가치를 설명한다.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고 의지를 실천하며 자기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던 저자는 이 책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도전과 모험을 선동하고 그들을 위한 안내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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