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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관 10주년 맞는 리움 230점 보물 창고 열었다

    개관 10주년 맞는 리움 230점 보물 창고 열었다

    높은 산과 기마소년의 설화적 연출이 돋보이는 ‘산정도’(1960). 지난해 타계한 박노수 화백이 한지에 채색한 이 작품은 절제된 색채와 간결한 선묘로 한국화의 새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이 작품이 수년 만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무려 2개월이 소요됐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작품이었지만 전시장에 내놓기에는 이미 너무 색이 바랜 탓이다. 이 그림을 입수해 수장고에 보관 중이던 삼성미술관 리움 측은 지난한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색감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오는 10월 19일 개관 10주년을 맞아 리움미술관이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이어 가는 ‘교감’전에는 ‘산정도’ 외에 임옥상의 ‘새’ 등 20여점의 근현대 미술품이 처음으로 삼성미술관에 내걸린다. 전체 84점의 근현대 미술품 가운데 4분의1이 넘는 숫자다. 이번 기획전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 불교미술품인 ‘신라묵서 대방광불화엄경’(국보 196호), ‘아미타삼존내영도’(국보 218호) 등 117점의 고미술품도 나온다. 국보급 24점과 보물급 34점 등 주요 유물만 50점이 넘는다.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가 함께 한 전시에 나오는 건 처음이다. 총 230여점이 나오는 전시는 상설·기획 전시실을 아우르는 리움의 첫 전관(全館) 전시다. 기획전시실에 펼친 신작 13점을 제외하면 삼성미술관이 리움, 플라토, 호암을 통틀어 내놓는 베스트 컬렉션으로 삼성가 소장 미술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서도호, 문경원, 전준호 등 국내 작가들의 신작, 올라푸르 엘리아손, 데이미언 허스트, 나와 고헤이, 장샤오강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까지 더해졌다. 우선 상설전시실 1관에선 ‘시대교감’을 주제로 대표적 고미술 소장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연계해 시간을 초월한 예술작품 간의 교감을 시도한다. 김수자의 명상적 영상작품과 이수경의 흑자 조각, 서도호의 작품 외에 불교 미술품과 자코메티, 로스코의 작품 등을 함께 내놔 시공을 넘나드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곳에선 ‘백자철화매죽문호’(보물 1425호), ‘분청사기조화절지문편병’(보물 1229호) 등이 새롭게 공개되며 겸재와 단원의 고서화 외에 산수화의 대가인 이인문의 ‘송하관폭도’ 등이 나온다. 2관에선 ‘동서교감’을 주제로 동시대 동서양 미술이 교감을 나눈다. 박서보의 ‘묘법 88813’, 정창섭의 ‘작품 63’ 외에 안젤름 키퍼의 ‘고래자리’, 중국 미술 2세대 작가 쩡판즈의 ‘강산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등을 만날 수 있다. 요제프 보이스의 ‘곤경의 일부’, 바티 커의 ‘라오의 거울’, 데이미언 허스트의 ‘피할 수 없는 진실’, 장샤오강의 ’소년’, 이우환의 ‘관계항’도 나왔다. 이 밖에 기획전시실에선 아이웨이웨이와 문경원, 전준호 등의 설치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우혜수 리움 학예연구실장은 “보편적 가치가 상설 전시에서 드러나도록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식물국회’, 졸속 결산 재연해선 구제불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가 어제부터 2013회계연도 결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이번 심사는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이 대상인 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 대한 결산 심사권은 국회의 핵심 권한 가운데 하나다. 결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역시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결산 심사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부디 올해는 ‘졸속 결산’, ‘지각 결산’이라는 구태를 재연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여야는 지난해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정쟁을 벌이는 바람에 2012회계연도 결산안을 11월에야 통과시켜 적잖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올해도 세월호 정국에 막혀 지난해 집행한 정부 예산을 제대로 심의·의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결산심사소위원회의 일정은 단 나흘에 불과하다. 여야 각 4명씩 8명의 소위원회 의원들이 51개 부처 349조원의 예산을 심사해야 하기에 하루 평균 10개 부처 이상 처리해야 한다. 며칠 만에 대충 보고 넘기는 수박 겉핥기식 처리로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이번에는 결산심사 일정이 촉박한 바람에 공청회를 통한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도 하기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법에 의해 결산안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1일 이전 처리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오늘까지가 회기인 7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오늘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특별법 등 쟁점 법안들을 처리해 8월 임시국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2004년 조기결산제도가 도입된 이후 여야가 시한을 지킨 것은 2011년 단 한 번뿐이다. 국회의원들이 행정부가 지난 1년간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왜 이럴까. 의원들이 선심성 예산을 챙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세출구조조정으로 예산을 절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 차원에서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 등을 증액하는 일이 많아서다. 결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돈 씀씀이에 문제가 드러나면 국회는 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날림 결산’을 하는 것이 관행화되다시피하면서 이런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역의 민원성 끼워넣기 예산 편성을 막을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럴 때 예산안 심사에 못지않게 결산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국회에 계류 중인 페이고 법안(Pay-Go)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선심성 예산은 국가 채무의 주범이다. 한정된 예산을 우선순위에 의해 투입해야 하는 이유다. 불요불급한 예산 증액으로 서민층 지원 예산이 줄어들어선 안 된다. 복지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반면 경기 침체로 세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경기 대응을 위해 내년에도 적자재정 확대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지난 6월 국회 예결위를 사실상 상설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결산 심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를 당부한다.
  • 한국·한국인의 또 다른 모습, 소나무

    한국·한국인의 또 다른 모습, 소나무

    늘 푸른 소나무/정동주 지음/한길사/308쪽/2만원 ‘조선에 가서 무서운 영감을 만났다. 돈이든 영예든 현실적인 이익에는 꿈쩍도 않는 지독한 민족주의자였다. 무엇보다 그가 나를 데려간 뒷동산의 몇 아름 되어 보이는 소나무 밑에 꼿꼿이 앉아서 일본의 침략을 꾸짖는 그의 모습은 한마디로 존경스러웠다. 그는 세속적인 인간이 아니라 몇백년 된 소나무와 한몸인 것처럼 느껴졌다.’ 소나무가 잘 자라면 나라가 망할 징조라는 ‘소나무 망국론’이 기세를 올리고 있던 1926년 여름. 일본의 저명한 정치가 오자키 유키오가 월남 이상재 선생을 만나고 돌아가 남긴 글이다. 월남 선생은 서울 가회동에 있는 납작한 초가집을 찾아온 오자키를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뒷산으로 안내했다. 오자키는 “시간이 갈수록 그가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목적에 짓눌리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기록했다. 그가 본 것은 그냥 나무가 아니었다. ‘네 이놈! 정신 차려라 이놈!’ 하고 소리치는 소나무 사람이었다. 신간 ‘늘 푸른 소나무’는 한국인의 심성과 소나무의 특별한 관계를 풀어낸 책이다. 시종일관 한국인에게 솔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한국인의 삶에 얼마나 깊이 각인돼 있는지, 그리고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의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그 시작은 집을 지키고 돌보는 성주신(星主神) 설화다. ‘집 없이 사는 인간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던 성주신은 하느님께 소원을 빌었다. 크게 감동한 하느님이 응답하시기를 제비원에서 솔씨를 전해 받으라고 했다. 성주신은 솔씨를 받아 산천에 골고루 뿌렸다.’ 하늘이 내린 솔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집 지을 재목감이 되면 그중에서도 튼실한 것을 성주목으로 삼았다. 날을 받아 이 나무에 제를 지낸 뒤 베고 다듬어 집을 지었다. 새집을 짓거나 이사를 하면 성주신을 맞아들이는 성줏굿을 지냈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성주풀이다. 소나무를 신격화해 모심으로써 집안의 안녕과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소박한 신앙을 지닌 우리 조상들의 삶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줄곧 소나무와 함께였다. 아기는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고,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이 쳐진 집에서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지상에서의 첫날을 맞는다. 몸을 푼 산모의 첫 끼니도 마른 솔잎이나 솔가지를 태워 끓인 것이었으며 아이가 태어나 사흘째 되는 날과 이레째 되는 날에는 소나무로 삼신할머니에게 산모의 건강과 새 생명의 장수를 빌었다. 그리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 죽으면 소나무 관에 육신이 담기고 솔숲에 묻힌다. 무덤가에는 도래솔을 심어 망자를 지키게 했다. 솔과 함께 우주의 조화 속에서 살았던 그때는 참 아름다운 시절이다. 솔은 또 다른 한국인이요, 한국이었다. 그래서 솔이 병들면 인간도 불행해지고, 솔이 청정하면 인간도 함께 푸른 자연처럼 빛나는 것이라고 믿었다. 소나무 송(松)자가 붙은 지명도 국토 곳곳에 참으로 많다. 1961년 발간된 ‘대한민국지도’에 나와 있는 마을 이름 중 첫 음절이 ‘송’인 마을은 모두 619곳이나 됐다. 저자는 “지구 상에서 소나무만큼 인간에게 헌신하는 나무도 드물다”며 갖가지 쓰임새를 소개한다. 소나무는 생활용 그릇과 도구, 농기구의 재료가 되고 집 짓는 목재로도 사용된다. 겉껍질은 땔감과 거름이 되고 속껍질은 양식이 됐다. 관솔은 등불 재료로 유용하게 쓰였고 송진은 약재와 등불의 원료가 됐다. 솔뿌리는 약재로 쓰였고 소나무 잔뿌리에서 생겨나는 송이버섯, 송홧가루, 솔순, 솔방울, 솔씨, 솔잎 또한 생활에 필요한 귀한 것들이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솔은 외국 소나무에 비해 단단하고 강하다. 일제가 가장 먼저 욕심을 낸 것도 한국의 솔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가 침략해 오기 전 7억㎡의 땅에 임목이 있었으나 일제 36년 동안 5억㎡의 임목이 벌채돼 일본으로 실려갔다. 일제 말에는 소나무 관솔의 송진을 증류시켜 휘발유를 추출해 내기 위해 학생들을 관솔 채취로 내몰았다. 민족의 상처와 애환을 안은 소나무는 의연하게, 변함없이 푸르게 우리 곁에 있다. 소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살기에 장수를, 언제나 꼿꼿하고 푸르기에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 그래서 솔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이상이요, 정념의 푯대였다. 비록 선 자리가 천심절벽 돌벼랑 위일지라도 사뭇 의젓한 자태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가치를 잊은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 “우리 겨레가 숨 쉬는 소나무의 늘 푸른 자태와 꿋꿋한 정신의 날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포기해서는 안 될 것까지 다 버리면서 이익만을 좇아 앞으로만 질주하는 우리의 천박하고 초라한 삶을 꾸짖는 저 솔의 이름 앞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제2의 하회마을·한국판 스타벅스 키운다

    정부가 관광, 음식, 숙박업 등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비스업에 이야기를 입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광지와 관련된 설화(說話), 역사, 유명인 이야기 등을 발굴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음식·숙박 업체의 전통, 특징 등을 상품화해 ‘제2의 하회마을’, ‘한국판 스타벅스’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서비스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 가공해서 새로운 관광명소와 명품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최근 발표한 유망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에 넣지 않았지만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미 지난달 ‘서비스일자리 창출을 위한 스토리자산 구축 및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동안 관광 등 서비스업에 이야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최근 관광명소로 부상한 대구 근대골목을 예로 들며 “관광국으로 입지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관광산업도 어떤 스토리를 발굴해 입힐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잘 알려지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이야기 자산을 발굴해 서비스업에 접목하기로 했다. 관광산업의 경우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하회마을은 고려시대 중기에 허 도령이 하회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설화와 함께 하회탈춤, 별신굿 탈놀이, 조선 양반들의 관혼상제 등 유무형 전통유산이 600년간 이어져 왔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하면서 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10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정부는 하회마을과 같이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다른 관광지에도 입혀서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관광 코스로 만들 계획이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영화, 드라마의 촬영 장소를 관광 상품화하는 등 한류 콘텐츠도 적극 활용한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음식, 숙박 업소도 만든다. 기재부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를 좋은 예로 보고 있다. 스타벅스 고객들이 커피의 맛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스타벅스 커피의 변천사, 로고의 의미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 업체들도 스타벅스처럼 자신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고객들에게 홍보하면 친근감과 함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잘 활용한 업체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전통시장을 비롯해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 서비스업종이 많아 상품화시키면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다만 스토리를 남발하고 너무 억지로 만들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 스토리 발굴의 양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장 자크 루소 ‘에밀’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장 자크 루소 ‘에밀’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1712~1778)가 252년 전에 쓴 ‘에밀’은 ‘교육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이다. 1762년 이 책이 파리에서 출간되자마자 금서 처분을 받고 루소에게는 체포 영장이 발부됐을 만큼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책에 언급한 그의 종교관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더 큰 논란은 그가 과연 이 책을 쓸 만한 자질을 갖췄는가에 있었다. 루소는 상류층 여성들에게 모유 수유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큰 영향을 준 교육서를 썼지만 5명이나 되는 자식을 모두,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보낸 비정한 아버지였다. 한 인간을 올바르게 키워 내는 교육은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는 책을 쓴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산 것이다. 무엇이 그의 진짜 면모일까?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수신’(修身)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쓴 교육 이론이 얼마나 대단하겠느냐고 말한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당시 파리의 극빈자들에게는 자식을 버리는 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으며 귀족 계급도 자식을 학교나 수도원에 맡기는 게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루소의 행동을 극악무도한 일로만 여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에밀을 집필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크게 뉘우쳤다는 것에 면죄부를 주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후자다. 시대적 사정을 감안해서다. 그는 최상층 출신이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고 무분별한 아버지 밑에서 유아기를 보냈다. 10살 때부터 친척집을 전전하기 시작하면서 도제로 고용되기도 했고 방랑 생활을 하기도 했다. 정규 교육은 한 번도 받지 못했고 모든 지식을 독학으로 쌓았는데 어떻게 이런 단단한 이론적 배경을 갖출 수 있었는지 감탄스럽다. 어쩌면 바로 이런 점이 교육에 대한 책을 쓰는 동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여전히 훌륭한 교육서로 읽히는 이유는 루소의 교육 철학이 현대사회에도 꼭 필요한 이론이고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읽힌다는 점이다. 이제 성인이 돼 사랑을 앞둔 20대에게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 줄 수 있다. 교육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어떤 자질과 덕목이 필요한지를 배울 수 있다. 자녀 양육법을 고민하는 젊은 부부에게는 어떤 교육관을 가져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장황하고 방대한 책이라 처음 읽을 때 속도가 나지 않지만 일단 몰입하게 되면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에밀’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출생에서 5세에 이르는 유아기 교육에 대한 것이고 2부는 5세에서 12세에 이르는 아동기 교육, 3부는 12세에서 15세까지의 소년기 교육, 4부는 15세에서 20세까지 청년기 교육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 5부는 20세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단계마다 필요한 교육 방법을 제시하면서 전체적으로 일관된 신념을 담고 있는 장기적인 교육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연령대별로 구분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루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철학의 바탕은 바로 ‘자연’이다.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스스로 느끼고 체득한 감각을 통해 자신만의 관념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지만 사회를 만나면서 타락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사회를 만나기 전에 자유의지를 가진 완전한 자연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고 교육자가 해야 할 의무라고 말한다. 어느 누구의 이성이나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는 완전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그가 꿈꾸는 교육이다. 이를 위해서 태어나면서부터 교육이 시작돼야 하고 완전한 인간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일관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제시한 최초이자 최고의 교육자는 부모이다. 어머니의 품에서 모유를 먹고 자라고 아버지에게 교육받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런 여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에 버금가는 교육자를 골라 훈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때 교육자는 피교육자에게 이성적인 사고를 주입하면 안 된다. 마음을 헤아려 이해하거나 도와주는 조력자여서도 안 된다. 스스로 깨우친 정념을 갖게 하기 위해 안내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일부러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필요도 없고 독서를 통해 지식을 심어 줄 필요도 없다.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게 하는 것,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 현명함이 무엇인지 가르치기보다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올바른 교육자의 역할이다. 루소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려면 의식주부터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기 대신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하고 가급적 몸을 압박하는 옷을 입지 말아야 하며 도시보다는 자연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바탕으로 아동기를 넘어서면 오감을 자극하며 스스로 경험하며 느끼는 것을 중시한다. 머리보다는 손으로 익히는 직업의 중요성, 바람직한 직업을 선택하는 나이, 종교를 믿어도 되는 적절한 시기 등 한 인간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삶의 완성인 결혼을 위해 어떤 배우자가 적합하며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들려준다. ‘에밀’이 단순한 이론서에 한정되지 않고 내용을 소설화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루소는 가상의 인물인 ‘에밀’의 이야기를 책 속에 녹여 놓았다. 에밀은 그가 자신이 제시한 교육 이론을 실제로 적용시킨 예를 보여 주기 위해 설정한 인물이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한 인간의 삶을 지켜본다는 영화 ‘트루먼 쇼’처럼 에밀의 삶은 독자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에밀의 등장은 다소 선동적이고 명령적인 그의 이론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스승에 의해 변해 가는 에밀의 모습에서 그의 이론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확인하게 된다. 특히 5부에서 에밀이 소피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한 편의 연애 소설을 보는 것 같다. 루소가 5부에서 제시한 여성 교육이 전근대적인 가치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이 역시 여성에게 참정권조차 없었던 당시 사회상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판단과 능력이 자녀의 교육을 좌우하는 요즘, 에밀의 삶은 18세기를 넘어 새롭게 다가온다. 시대가 이만큼 흘렀어도 그가 주장하는 인간에 대한 교육은 변하지 않은 교훈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자식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였다는 사실마저 그럴 수 있다고 옹호하게 할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완역본으로 도전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이론을 집약한 축약본으로 읽되 완역본과 비교해 볼 필요는 있다. 출판사에 따라 1부만 소개한 책이 있기도 하고 5부까지 소개하고는 있으나 마무리 부분을 싣지 않은 책도 있기 때문이다.
  •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뮤지컬·연기과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영화·뮤지컬·연기과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국내 영화계 거장인 임권택 감독의 이름을 단과대학 명칭으로 붙인 국내 유일의 영화예술 특성화 대학이다. 영화·영상, 디자인, 디지털콘텐츠 분야 특성화 대학인 동서대는 2012년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사업)에 선정돼 해운대 연구·개발(R&D) 타운에 센텀캠퍼스를 조성, 지난해 3월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을 이전했다. 이곳에서 실기 중심의 교육을 통해 영화 관련 산업과 전문 예술인을 육성한다. 센텀캠퍼스는 영화의 전당과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등이 들어선 부산 최대 영상콘텐츠 밀집지역에 자리 잡았다. 동서대는 학부제로 운용되지만, 임권택영화예술대학만은 예외다. 2008년 영화과·뮤지컬과·연기과로 출발한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201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짧은 역사에도 200여명의 졸업생이 영화와 뮤지컬 등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손현석 영화과 학과장은 “지역 영화산업체와 산학협력해 부산 영화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들 업체에서 재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졸업생들의 창업도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만 운영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를 연중 상설화하고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시장과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장점은 기존 영화전공 및 공연예술학부 교수에다 ‘임권택 사단’까지 가세해 막강한 교수진을 갖춘 것이다. 석좌교수로 위촉된 임권택 감독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그와 함께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대거 특강 강사로 강단에서 이론과 실무를 가르친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국내에서 가장 최신의 영화 제작 장비와 첨단 실습공간을 갖췄다. 동서대는 재학생들에게 작품 제작비를 비롯해 뮤지컬 연기 제작비, 특강비, 기자재 구입비 등을 전액 지원한다. 영화과 학생들의 경우 학기당 최소 한 작품 이상의 단편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결과 재학생의 작품이 2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과 재학생이던 김병준 감독의 장편 ‘개똥이’가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되자 ‘제2의 윤종빈’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듬해 개최된 제18회 BIFF 한국영화의오늘-비전 부문에는 서호빈 감독의 ‘못’이 선정됐다. 특히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의 특강프로그램인 마스터클래스에는 임 감독을 비롯해 안성기, 이덕화, 박중훈, 조재현, 강수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기자와 감독, 영화제작자, 영화평론가 등이 강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공동으로 영화제 기간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를 운영하며, 미국 채프먼 대학 내 ‘닷지 대학’과 교류, 양 대학 학생들이 연출부터 연기, 스태프로 서로의 작품에 참여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영어 커리큘럼도 운영하고 있다. 동서대는 2012년 해운대캠퍼스에 1134석 규모의 ‘소향뮤지컬시어터’를 개관했다. ‘삼총사’와 ‘시카고’ 등 초대형 뮤지컬이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DS뮤지컬컴퍼니’와 산학협동으로 창작 뮤지컬 ‘구름빵’을 제작해 서울과 부산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에는 ‘임권택 영화박물관’도 있다. 임 감독이 연출한 100여편의 영화와 포스터, 극장세팅, 배우들의 의상, 음악, 각종 영화제 수상 트로피와 상장, 언론보도 등이 총망라돼 있다. 조기왕 교학부장은 “우리 대학은 영화의 기획·제작부터 시나리오, 연출, 사운드, 편집 등 5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시켜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서대는 영화예술에다 인문·사회과학을 접목하는 통섭을 통한 교육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5학년도부터 임권택영화예술대학과 디지털콘텐츠학부를 통합해 임권택영화영상예술대학으로 재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장제국 총장은 “영화 관련 지망생들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부산으로 찾아오게 하고자 모든 지원을 다할 계획”이라며 “특히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 출신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중국 등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센텀캠퍼스에 기숙사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윤 일병 구타 사망 파문] 軍의문사 부추기는 ‘부실 수사’

    [윤 일병 구타 사망 파문] 軍의문사 부추기는 ‘부실 수사’

    육군 28사단 윤모(21) 일병 사망사건에서 보듯 군 당국은 그동안 군 사망사건 발생 시 은폐·축소 시도를 거듭해 유가족과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 전문가들은 수사에서 재판까지 지휘관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군 사법체계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고 말한다. 1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 들어오는 군 사망 관련 진상규명·순직·보상 등의 민원은 2010년 901건에서 지난해 1560건으로 늘었다. 지난 4년 동안 총 5016건으로 집계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장례를 치르지 않아 군 병원 냉동고에 안치된 시신만 지난해 23구, 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유골은 146기에 이른다”고 밝혔다. 군 당국을 불신하기 때문에 외부기관에 군 사망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의문사위) 접수 진정사건을 분석한 결과 600건 중 11건은 부대 간부들의 주도로 부대원들이 사건을 은폐·조작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헌병대가 군 사망사건을 독점 수사하는 사법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군의문사위 같은 기구를 상설화하거나 미국 육군범죄수사사령부(CID)처럼 개별 부대의 지휘선상에서 벗어나 참모총장이나 장관에게만 보고하는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권익위도 사망사고 발생 시 민·관·군 합동으로 ‘군 사망 사고 조사위원회’(가칭)를 꾸려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군 당국에 권고한 바 있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한 형사 사건은 군 작전과는 관련이 없어 민간 검찰에서 수사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선별적으로 외부 수사기관에 수사를 맡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진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활동가는 “군이 별도 사법체계를 운영하는 구조에서는 진상규명보다는 군 조직에 미칠 피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우리는 엄마와 딸(정호선 지음·그림, 창비 펴냄) 엄마와 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 얼굴도 성격도 다르지만 누구보다 서로의 속내와 허물, 사랑을 잘 알고 있는 모녀의 교감을 진심 어린 연필화에 담았다. 실제로 딸을 키우는 작가의 경험담이 살뜰히 엮인, 세상 모든 엄마를 향한 응원가다. 1만 1000원. 박수근, 소박한 이웃의 삶을 그리다(고태화 지음, 홍정선 그림, 사계절 펴냄) 가난 때문에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고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었던 소년. 그는 자라 ‘빨래터’ ‘나무와 두 여인’ 등으로 유명한 한국 대표 화가 박수근이 된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박수근 평전이 처음 어린이책으로 출간됐다. 화가의 대표작 25점도 원화 도판으로 감상할 수 있다. 1만 1500원. 그래서 이런 음식이 생겼대요(우리누리 지음, 이진아 그림, 길벗스쿨 펴냄) 흑인들은 어떻게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어 먹게 됐을까. 주인이 버린 닭 날개와 닭발을 뼈째 씹어 먹을 수 있게 기름에 바짝 튀긴 것이다. 우리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80가지의 각국 음식에 얽힌 이야기로 맛깔나는 역사를 맛본다. 1만 1000원. 세계의 모든 거인 이야기(신정민 지음, 이경국 그림, 파란자전거 펴냄) 필리핀의 수많은 섬은 거인 부부의 하찮은 부부 싸움 때문에 생겨났다. 하늘을 떠받쳐야 했던 거인 아틀라스는 스스로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돌이 되어 거대한 산이 되어 버렸다. 전 세계 20여 개국의 신화, 설화 속 거인들에게서 지혜와 용기, 사랑과 배려 등의 가치를 배운다. 1만 1900원.
  • 도로에서 시간 버리는 휴가는 그만… 경남 마산 기차로 떠나 볼까

    도로에서 시간 버리는 휴가는 그만… 경남 마산 기차로 떠나 볼까

    거리가 여행자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흔하다. 먼 거리를 장시간 운전해서 다녀와야 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절정의 휴가철에 승용차로 이동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데 기차라면 다를 수 있다. 이동할 때만큼은 두 손과 두 발이 자유로우니 말이다. 그렇게 경남 마산(현 창원)을 다녀왔다. 현지에서의 이동은 카셰어링으로 해결했다. ●귀머거리 남편의 애틋함… 무학산 만날고개 옛 마산은 독특한 곳이다. 빼어난 산과 바다, 그리고 1970~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낡은 골목 풍경이 어우러져 있다. 먹거리도 풍성하다. 마산어시장에서 쏟아 내는 싱싱한 해산물이 마산 맛의 근간이다. ‘맛라도’라 불리는 전라도와 견줄 만하지 싶다. 여정의 첫걸음은 무학산(舞鶴山·761m)이다. 무학산 둘레길을 자박자박 걸으며 마산의 전경을 굽어보자는 뜻이다. 무학산은 마산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진산이다. 둘레길은 무학산 능선을 따라 21㎞가량 완만하게 이어져 있다. 시간과 체력을 안배해야 하는 외지인은 핵심 구간만 선택해 걸을 수도 있다. 대개의 도보꾼들은 만날고개에서 팔각정까지 왕복 코스, 또는 서원곡 유원지나 봉화산 봉국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만날고개에서 서원곡 유원지까지는 세 시간 안팎, 봉국사까지는 네 시간 안쪽에 닿는다. 시간이 없다면 만날고개 인근의 편백숲까지만이라도 발걸음하길 권한다. 만날고개는 딸을 귀머거리에게 시집보내야 했던 어미와 청상과부가 된 딸,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위해 목숨을 버린 귀머거리 남편의 애틋한 전설이 서린 곳이다. 지금도 이 전설을 토대로 해마다 음력 8월 17~18일에 만날고개 일대에서 ‘만날제’가 열린다. 주민들이 추석날에 이웃과 갖던 만남 행사였는데 이제 이 지역의 대표 민속축제로 자리 잡았다. 마산을 찾은 날,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 이런 날씨에도 모기는 쉼 없이 달려든다. 기피제를 뿌려도 별무신통이다. 숲은 깊다. 장끼와 까투리가 고개 하나 돌 때마다 푸드덕대며 난다. 도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두꺼비도 곧잘 눈에 띈다. 무엇보다 편백숲이 인상적이다. 둘레길 곳곳에 편백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만날공원 왼쪽과 무학농장 일대엔 편백숲 삼림욕장도 조성돼 있다. 무려 1만그루에 달하는 편백나무가 식재됐다고 한다. 둘레길에서 보는 마산은 확실히 남다르다. 곳곳에서 쇠락한 항도의 서정과 마주할 수 있다. 길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지만 간혹 된비알도 만난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가고파 꼬부랑길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은 ‘골목길 투어’에 맞춤한 곳. 성호동 달동네의 452m 골목길을 벽화로 다듬었다. 좁디좁은 골목이지만 어디서나 마산항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오션 뷰’다. 무학산 둘레길의 서원곡 유원지 코스 아래에 있다. 벽화마을 아래엔 옛 임항선(臨港線) 철길이 남아 있다. 전북 군산의 경암동 철길처럼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는 철로다. 예전엔 마산항 제1부두선, 또는 마산임항선 등으로 불렸다. 마산항에서 석탄과 부두화물 등을 싣고 도심을 가로지르다 보니 당연히 시민들에겐 불편하고 위험한 길이었을 터. 철길은 2011년 폐선됐고, 요즘은 주민들이 산책로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철길이 새로 얻은 이름은 ‘그린 웨이’다. 아마 낡은 잔재를 털고 푸르고 밝은 길로 조성하겠다는 뜻을 담았을 텐데 정체성을 잃은 영어식 이름을 듣자니 쓴웃음만 거푸 나온다. 옛 철길의 길이는 5.5㎞다. 주변에 코스모스 등의 꽃을 심고 조형물도 세웠다. 번듯해진 철길 대신 낡은 풍경을 보고 싶다면 성호동 쪽으로 가면 된다. 이 구간도 분단장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철길 주변의 옛집 등에서 희미하게나마 옛 모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사계절 꽃향기가 솔솔… 황금 돼지섬 ‘돝섬’ 마산 앞바다엔 작은 섬 하나가 떠 있다. 돝섬이다.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김해 가락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섬에 들어와 금빛 돼지로 변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황금돼지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섬은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화계원과 3.2㎞의 산책로, 마창대교와 어우러진 출렁다리, 공작 등 새들을 사육하는 조류원 등으로 이뤄졌다. 국내외 작가들의 조각작품 20점도 전시돼 있다. 산책로는 해안길(1.4㎞)과 숲속길(1.8㎞)로 나뉜다. 걷는 데 각각 40여분쯤 걸린다. 바다와 산을 훑어보았다면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울 차례다. 마산은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맛집 순례를 여행 아이템으로 삼아도 될 정도다. 중심지는 마산어시장이다. 예서 반경 1㎞ 안에 맛집이 수두룩하다. 마산의 별미로 꼽히는 아귀찜을 먹기 위해서는 오동동 ‘아구찜거리’로 가야 한다. 표준어는 아귀찜이지만, 마산에서는 어디를 가도 ‘아구찜’이라 부른다. 마산 아귀찜은 한겨울 찬바람에 20~30일 말린 아귀가 주재료다. 요즘 식감 좋은 생아귀를 쓰는 경우도 많은데 토박이들이 권하는 아귀찜 재료는 단연 육질 단단하고 쫄깃한 말린 아귀다. 말린 아귀를 요리 직전에 불려 콩나물, 미더덕을 넣고 재래식 된장과 고춧가루로 버무려서 쪄 낸다. ●눈과 배를 채워 줄 쫄깃한 아귀· 개운한 복 맑은탕 아구찜거리 아래쪽엔 복거리가 형성돼 있다. 매콤한 매운탕도 좋지만 개운한 국물 맛으로 보자면 역시 맑은 탕이 제격이다. 가격도 무난한 편. 가장 싼 은복은 1인분 8000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까치복은 1만 5000원 정도다. 참복은 2만원, 복껍질무침도 1만원 안팎에 맛볼 수 있다. 장어골목은 어시장에서 큰길 건너 바닷가를 끼고 형성돼 있다. 족히 400~500m 정도 되는 거리 양쪽에 장어집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글 사진 창원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유카(www.youcar.co.kr)는 코레일 자회사에서 운영하는 카셰어링 프로그램이다. 30분 단위로 쪼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렌터카와 다소 다르다. 유카 거점은 전국 67개 역에 마련돼 있다. 보유 차량은 150대. 경차 레이와 소형차 프라이드가 운행되고 있다. 프라이드(휘발유) 차량의 경우 표준요금은 시간당 7700원이다. 유카 회원은 성수기와 비수기, 주말과 주중에 따라 다양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유카 이용자와 유카 회원은 동의어나 다름없다. 앱 스토어에서 유카 앱을 다운받아 스마트폰에 깔아야 차 문을 여닫는 스마트 키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10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엔 일일 요금이 적용된다. 이 기준에 따라 목요일 오후 1시에 차를 빌려 이튿날 오후 6시 30분 반환했을 때 카셰어링 요금은 8만 9140원이었다. 총 29시간 30분을 쓴 비용이다. 여기에 유류비가 가산된다. 차 안에 비치된 신용카드로 먼저 주유를 하면 비용은 유카 회원 등록 시 함께 등록한 신용카드(법인카드도 가능)로 나중에 결제된다. 결제액은 주유량과 관계없이 자신이 운행한 총거리에 ㎞당 190원을 곱한 금액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2명까지는 기차가 승용차보다 비용 면에서 더 저렴할 것”이라며 “10시간 이상 유카를 이용하면 렌터카보다 비용이 비싸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에서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비용으로 따질 수 없는 강점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반드시 차를 빌린 역에 반납해야 한다. 돝섬까지는 월포동 돝섬유람선터미널에서 오전 9시부터 30분 단위로 유람선이 오간다. 소요 시간은 10분 남짓. 선비는 왕복 6000원이다. →잘 곳 온천욕을 겸하고 싶다면 마금산 근처 북면온천 단지를 찾으면 된다. 다만 관광지가 몰린 마산합포구 등과 떨어져 있어 오가는 데 시간이 적잖이 소요될 수 있다. 시내에선 돝섬유람선터미널 주변에 깔끔한 모텔이 몰려 있다.
  • ‘랜선효녀’ 박광온 의원 딸, 박광온 수원정 당선에 기여하며 효도…박광온 홍보 역할 톡톡히 해내

    ‘랜선효녀’ 박광온 의원 딸, 박광온 수원정 당선에 기여하며 효도…박광온 홍보 역할 톡톡히 해내

    ‘랜선효녀’ ‘박광온 딸’ ‘박광온 의원 딸’ ‘랜선효녀’가 제대로 효도를 한 걸까.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수원벨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된 박광온 수원정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광온 의원 딸의 트위터가 화제를 모으면서 덩달아 주목받았다. 박광온 의원의 딸은 “SNS로 효도하겠다”며 본인을 ‘랜선효녀로’ 지칭하고 트위터에 박광온 의원의 정치 역정과 가정에서 존경받는 아버지의 모습을 재기발랄한 멘트로 표현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당초 박광온 의원의 선거캠프에서는 SNS에서 설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해 트위터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광온 의원의 딸은 이마저도 트위터에서 에피소드로 다루며 이른바 ‘깨알 재미’를 더했다. 박광온 의원 딸의 트위터가 화제가 되면서 박광온 의원까지 덩달아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며 후보 알리기에 톡톡한 효과를 봤다는 후문이다. 비록 SNS 사용자들 사이의 화제성 이슈였지만 박광온 의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호감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됐다. TV앵커 출신 정치신인 박광온(57.새정치민주연합) 수원정 당선인은 “우리 아이들과 주민의 안전·행복을 정치 활동의 첫째 과제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당선인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우리의 미래인 파릇파릇한 아이들을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했다”며 “제가 짊어져야 할 책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랜선효녀’ 박광온 의원 딸, 박광온 수원정 당선에 기여…재치있는 트위터로 박광온 제대로 홍보

    ‘랜선효녀’ 박광온 의원 딸, 박광온 수원정 당선에 기여…재치있는 트위터로 박광온 제대로 홍보

    ‘랜선효녀’ ‘박광온 딸’ ‘박광온 의원 딸’ ‘랜선효녀’가 제대로 효도를 한 걸까.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수원벨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된 박광온 수원정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광온 의원 딸의 트위터가 화제를 모으면서 덩달아 주목받았다. 박광온 의원의 딸은 “SNS로 효도하겠다”며 본인을 ‘랜선효녀로’ 지칭하고 트위터에 박광온 의원의 정치 역정과 가정에서 존경받는 아버지의 모습을 재기발랄한 멘트로 표현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당초 박광온 의원의 선거캠프에서는 SNS에서 설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해 트위터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광온 의원의 딸은 이마저도 트위터에서 에피소드로 다루며 이른바 ‘깨알 재미’를 더했다. 박광온 의원 딸의 트위터가 화제가 되면서 박광온 의원까지 덩달아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며 후보 알리기에 톡톡한 효과를 봤다는 후문이다. 비록 SNS 사용자들 사이의 화제성 이슈였지만 박광온 의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호감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문화파워 시대의 문화행정/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부 차관

    [열린세상] 문화파워 시대의 문화행정/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부 차관

    지금 우리는 문화파워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 일상은 물론 기업과 국가경영에 이르기까지 문화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지난 20세기가 자본, 노동, 기술에 기초한 표준화된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시대였다면 자본, 노동, 토지, 기술의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진 21세기 글로벌 시대는 문화가 핵심 생산요소가 되고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화시대다. 문화파워의 원천은 무엇일까. 필자는 융합에 있다고 본다. 1994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실시된 이후 지난 20년 동안 기술·산업·문화 간 융합은 전대미문의 속도로 진행돼 왔다.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소득계층이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해 문화향유 기반이 넓어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문화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화와 제조업 등 여타 부문과의 융합도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산업제품은 디자인 등 문화를 입히지 않고서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기업으로서는 ‘문화 입히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융합현상은 의식주, 여가, 관광, 스포츠를 넘어 의료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역개발도 ‘문화마을 만들기’와 같이 문화 가치를 연계해야 주민호응을 얻기 쉽다. 국민소득과 삶의 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문화파워는 강해지고 문화융합은 가속화될 것이다. 반면 우리의 문화행정은 문화파워 시대 이전에 바탕을 둔 분산형 지원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문화파워 시대에 걸맞은 문화행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 유지돼 왔던 문화행정의 큰 틀이 바꿔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문화재정 구조개편, 부처칸막이 허물기 등 행정혁신이 1년 남짓 추진된 현 시점에서 조급한 평가는 경계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파워 시대에 걸맞은 융합행정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몇 가지 의견을 보태고자 한다. 우선 문체부 내 실·국 간 협업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문체부는 문화예술, 관광, 체육, 미디어, 도서·출판, 종무, 국정홍보 등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실·국 단위에서 수행하고 있다. 동일 부처 내에 다양한 업무영역이 공존하는 만큼 협업의 가능성이 높고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크다. 반면 실·국 간 업무중복이 발생하거나 업무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 특히 문체부는 문체부, 교육부(예·체능교육), 교통부(관광), 체육부(체육), 국정홍보처(국민소통) 등 다양한 부처에 뿌리를 두고 있어 원활한 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실·국 간 업무협의체를 상설화하는 동시에 기능과 분야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매트릭스 조직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문화재정 구조개편이다. 그동안 문화재정은 제한된 재원을 가급적 불만이 없도록 골고루 나눠주는 소규적 입장에서 운영돼 왔다. 그러다 보니 소액다건의 행사성 사업 중심으로 재원이 배분돼 왔다. 따라서 사업개수를 축소하는 단순한 통폐합을 뛰어넘는 근본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사업별 지원방식에서 탈피해 수요확충, 공급기반 조성, 인적자원개발 등 생산요소별 지원체계로 개편하고, 문화현장의 융합화가 촉진되도록 재정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지역사업은 재원과 기능을 묶어 지자체로 이전하되 성과 평가를 통해 재정운영의 책임성을 확보한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분산 설치된 소규모 재정전달기관들은 대형화·전문화를 통해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문화예술, 영화, 관광, 체육 등 영역별·장르별로 설치된 6개의 기금들은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융합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로의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융합행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융합형 행정인력이 중요하다. 유관 부처, 지자체, 민간부문과의 활발한 인적교류와 인적개발 투자를 통해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문화행정가들이 많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문화파워 시대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문화행정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혁신을 지체할 이유는 없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해법을 찾아 실천하는 대승적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 소득 불평등·계급 격차… 우리 시대 ‘잔혹한 민낯’

    소득 불평등·계급 격차… 우리 시대 ‘잔혹한 민낯’

    재미 작가 이창래(49)는 새 장편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에서 미래의 미국 사회를 재건축했다. 숨 쉴 수 없는 공기와 마실 수 없는 물, 황무지로 시작하는 소설 속 미국은 상중하 계층으로 분리돼 살아가는 계급사회다. 하지만 이야기로 걸어 들어갈수록 소설은 소득 불평등과 계급 격차 등 결국 우리 시대의 잔혹한 민낯을 벗겨낸 신비로운 우화임이 드러난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내며 발표한 다섯 편의 장편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 작가다. 특히 지난 1월 이번 소설이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권 언론들은 코맥 매카시, 조지 오웰, 올더스 헉슬리 등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이름난 작가 군단에 그의 이름을 추가했다. 소설 속 미래 사회는 엘리트층이 사는 차터, 차터 지역에 댈 먹을거리를 키우고 생산하는 B-모어, 버려진 하층민이 살아가는 ‘자치주’, 이렇게 세 곳으로 나뉜다. 상류층 생활의 집약판을 보여주는 차터에선 전염병으로 사육이 금지된 애완동물 대신 애완인간들을 취미로 키운다. B-모어에선 차터 사람들이 시키는 일만 하며 먹고사는 것에 자위한다. 전기에 하수도 시설마저 열악한 무정부 상태의 판자촌, 자치주는 영화 ‘설국열차’ 속 ‘꼬리칸’을 연상케 하는 비참한 삶이 이어진다. 삶의 질은 극과 극이지만 세 지역 모두 ‘C-질환’에 대한 공포에 짓눌려 있다는 점은 같다. 다만 먼저 죽고 나중에 죽는다는 것뿐이다. 소설은 차터 사람들이 먹을 물고기를 키우는 중국계 잠수부 소녀 판으로부터 출발한다. 헌신적이고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일인칭 복수 시점인 ‘우리’의 영웅으로 묘사되는 판은 담으로 둘러쳐진 계급사회를 박차고 상하를 모두 오가는 모험에 나선다. 계기는 C-질환에 면역성을 가진 것으로 판명 난 남자 친구 레그의 행방불명. 차터의 제약회사에서 연구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큰 레그를 찾아 자치주와 차터를 오가는 소녀의 대담하고 기묘한 모험이 소설의 골격을 이룬다. 각 사회에서 직면하는 죽음의 위기와 배신, 소중한 인연과의 만남 등으로 짜인 서사는 치밀한 조직감과 사회에 대한 날 선 시선으로 묵직한 울림을 준다. 가상의 미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한쪽에선 무감각해질 정도로 넘치고 한쪽에선 턱없이 부족한 음식, 교육, 의료, 고용 등의 문제는 우리 현실과 데칼코마니처럼 꼭 닮았다. ‘미래의 우화’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문체는 추레하고 잔혹한 풍경마저 서정적이라는 착각을 일게 할 정도로 표현이 아름답고 묘사가 생생하다. B-모어 사람들을 총칭하는 ‘우리’라는 일인칭 복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특징이다.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설화처럼 쓰려 했다”는 게 작가의 의도다. 최고급 제품과 음식, 서비스가 차고 넘쳐도 무료하고 불행한 차터, 차터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B-모어, 죽음이 일상이 된 자치주. 미래의 공동체는 어느 곳 하나 기댈 곳도 희망을 품을 곳도 없다. 하지만 작가는 오직 ‘사랑’을 찾아 위험의 행로를 감행하는 주인공을 통해,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쓴 ‘줄리어스 시저’의 한 대목으로 우리를 응원한다. ‘인간사에도 조수간만의 차가 있는 법/밀물을 타면 행운을 붙잡을 수 있지만/놓치면 우리의 인생 항로는 불행의 얕은 여울에 부딪쳐/또 다른 불행을 맞이하게 되겠지/지금 우린 만조의 바다 위에 떠 있소/지금 이 조류를 타지 않으면/우리의 시도는 분명 실패하고 말 거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용공학과

    [미래를 창조하는 학과]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용공학과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의용공학과는 우리나라 의료전자 직업교육부문 가운데 유일한 학과로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들을 길러내는 특성화 학과로 자리 잡았다. 1년 과정 의료전자(30명)와 의료기기제작(30명) 두 개 과정이 운영되며 배출인력보다 수요가 많아 공급이 달린다. 70~80% 학생들이 기존 2~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이곳 의용공학과를 찾아 실무를 익힌 뒤 배출되다 보니 어학, 인문학, 공학, 간호학, 생물학 등 자신이 전공한 학과에 의용공학 실무까지 익혀 졸업하면서 의료기기제조 관련 기업체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국내 최고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도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응용공학을 배우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입학경쟁률도 해마다 2대1이 넘는다. 현재 과정 중에 있는 추설화(26)씨는 간호학과를 졸업해 간호사 자격증이 있지만 단순 간호사 취업보다 의료기기 회사 건립을 꿈꾸며 의용공학과에 재입학해 벌써 국내 굴지의 의료기기회사에 취업이 확정됐다. 추씨는 피부미용장비 제조업체에서 교육부문을 담당한 뒤 기업체 건립 꿈을 향해 한 발씩 나가고 있다. 국내 4년제 최고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한 박모 학생, 4년제 대학에서 중국어와 일어를 전공한 다른 학생들도 자신이 배운 전공에 의료공학을 접목한 뒤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이다. 학생 대부분은 과정 동안 사무자동화산업기사, 의용산업기사, 컴퓨터설계 기능사 등 의료공학 관련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곳에서 배우는 수업은 전자계열의 의료전자반과 기계계열의 의료기기제작반으로 나눠 지난해까지 별도의 프로젝트로 진행돼 왔지만 올해부터는 두 개의 직종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제작 학생들은 의료기기 본체를 설계하고, 의료전자 학생들은 내부에 들어가는 회로 설계와 프로그램을 배워 하나의 완성된 제품을 만들기 위한 협업 체제의 프로젝트 실습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업체에서 중시하는 협업과 의사소통을 미리 학교에서부터 배워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내에 시범적으로 프로젝트 협업을 진행해 성과를 내면 내년부터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더 발굴해 소규모로 여러 개의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협업은 일주일에 1~2차례 별도로 학생들이 모여 진행사항을 서로 의논하고 협력하며 진행된다. 현재 재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의료용 청소로봇 시스템 제작, 외과 수술용 로봇팔 시스템, 의료서비스 내 개인 이동수단 등이다. 수업 대부분이 실험실습기자재들로 이뤄지다 보니 병원이나 시중에서 운용되는 의료기기들을 직접 분해해 원리를 알고 직접 설계와 제작하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의료지식이 있어야 하기에 해부생리학, 의학용어, 생체물성학 등 의료관련 수업도 필수과목이다. 전문의 과정의 깊이 있는 과정은 아니지만 기본 이론과 의료용 기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업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1년 과정이지만 수업은 3년 과정의 전문대 과목을 대부분 배우고 배출되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수업은 주 34시간으로 연간 1400시간에 이른다. 특히 이론보다 실무를 많이 배우고 있어 기업체들이 선호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과로 자리 잡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이 발달한 원주지역에서 80%, 수도권에서 20% 취업하고 있다. 대학 내에 기업전담시스템을 두고 기업체를 수시로 방문하고 수요를 조사하는 등 의료기기업체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변화에 대응하고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정보들은 커리큘럼에 반영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활용된다. 나승권 의용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 의료기기제조업체에 취업하면서 초봉은 4년제 대졸 이상은 3000만원, 2년제 전문대졸 이상은 2200만원 안팎을 받으며 만족도가 높다”면서 “더구나 정부에서 학비와 기숙사비를 무료로 제공하고 생활비와 교통비까지 지원해 주고 있어 알차게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에게 인기학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영화 多樂房] 다큐멘터리 ‘숲의 전설’

    [영화 多樂房] 다큐멘터리 ‘숲의 전설’

    간혹 내용과 상관없이 한 장의 강렬한 영화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아 영화관으로 걸음을 인도하는 경우가 있다. 핀란드 청정림의 생태를 담은 ‘숲의 전설’ 포스터는 자연 다큐멘터리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해 왔던 필자까지도 망설임 없이 시사회로 이끌었을 만큼 강렬하다. 옹골찬 새의 눈과 부리를 중심으로 몇몇 출연 동물들이 모자이크된 포스터 이미지는 야생 본연의 카리스마를 내뿜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더위에 지친 도시인의 심신을 치유해 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개미부터 맹수, 맹금에 이르기까지 생명력으로 가득한 핀란드의 신령한 숲은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숲의 전설’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숲의 탄생 및 각종 생물들에 대한 설화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다. 때문에 내레이션을 통한 스토리텔링과 편집의 묘(妙)는 보이되, 다큐의 오랜 화두인 조작이나 속임수 따위는 별로 여지가 없을 만큼 동식물의 단편적 이미지들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작품의 진정성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과 신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장장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카메라에 담아낸 대자연의 기록은 웬만한 픽션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또한 장엄한 숲의 사계를 관조하고 있노라면 철학자가 된 듯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충만한 깨달음이 인다. 한시도 멈추지 않는 숲의 분주한 움직임은 작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리며 돌아가듯 생태계를 작동시키고, 이것은 인간계를 포함하는 우주의 질서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즉각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역시 야생 동물들의 클로즈업 샷이다. 이 영화에는 다람쥐, 올빼미, 딱따구리, 사슴, 호랑이, 곰 등 동화 혹은 애니메이션의 단골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낸다. 스크린에 꽉 찬 동물들의 얼굴은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다. 그림으로 만나왔던 동물들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이 그다지 과장되거나 미화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아기 호랑이 두 마리가 뒹굴며 놀다가 나란히 카메라 방향을 응시하는 장면은 인간의 묘사로는 부족한 뭉클함과 경이로움을 전달한다. 먹고, 자고, 생육하는 것 외에는 여유롭기만 한 그들의 미니멀한 일상에서 우리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진정한 행복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숲의 전설’은 북유럽 신화와 민담을 통해 나무와 동물을 섬겼던 고대인들의 행위가 토테미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고대인들은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진리를 집단적 신앙으로 봉인했던 것이다. 숲과 대비되는 문명의 이미지나 환경파괴에 대한 쓴소리는 하나도 없지만, 고대인의 지혜와 단절된 현실이 떠올라 각성할 수밖에 없었다. 짜릿한 여름철 블록버스터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관객들, 휴가도 못 떠난 바쁜 직장인들과 북유럽의 대자연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힐링 무비다. 24일 개봉. 전체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다시 뛰는 한국경제] 아모레퍼시픽, ‘코리아 뷰티’ 中에 전파… 年 30% 고성장

    [다시 뛰는 한국경제] 아모레퍼시픽, ‘코리아 뷰티’ 中에 전파… 年 30% 고성장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에 맞춰 열린 한·중 경제포럼에서 한국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초청돼 중국에서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소개해 시선을 끌었다. 화장 인구가 1억명이 넘어서고 연 1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30% 고성장을 구가 중이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한류 덕이 크긴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선제적인 시장 진출에 있다. 1994년 선양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은 선양·창춘·하얼빈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로 K뷰티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2002년 진출한 ‘라네즈’(LANEIGE) 브랜드는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이 거둔 성공의 발판이 됐다. 120개 도시, 329개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라네즈는 지난해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정도로 중국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섰다. 라네즈는 ‘설화수’,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아모레퍼시픽 자매 브랜드의 연착륙을 이끌었다. 중국에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10월 상하이에 ‘신생산연구기지’를 착공한다. 중국 내 최고 생산·연구·물류 기능 및 친환경 시설을 갖추고 연간 7500t의 화장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현재 중국 내 생산 능력의 16배에 달한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문화 단신] ‘日 설화·신화로 역사 왜곡’ 밝혀

    한·일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신화와 설화로 일본 학자들이 왜곡한 역사의 진실을 밝힌 책이 나왔다. 김화경 영남대 명예교수가 펴낸 ‘재미있는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지식산업사)이다. 저자는 일본 유학 시절 접한 북한 학자 김석형의 ‘삼한 삼국의 일본 열도 분국설’을 원용해 ‘임나일본부설’ 등 일본 학자들의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는가 하면 설화의 비교 분석을 통해 일본 내 지역을 한반도 지역으로 왜곡하는 ‘일본서기’ 등 잘못된 기록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 ‘명수네떡볶이’ 가사, 귀에 착착 감기는 생활밀접형 가사로 네티즌들 관심 ‘훅’

    ‘명수네떡볶이’ 가사, 귀에 착착 감기는 생활밀접형 가사로 네티즌들 관심 ‘훅’

    명수네떡볶이 가사 명수네떡볶이 가사가 네티즌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박명수 신곡 ‘명수네 떡볶이’가 푸드송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개그맨 박명수가 김예림과 부른 신곡 ‘명수네 떡볶이’가 16일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명수네 떡볶이’ 가사는 ‘맵고 달콤한 여기 명수네 떡볶이’, ‘속이 꽉 찬 김말이 바삭바삭 오징어 튀김’ 등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조미료는 절대…… 조금 넣어’, ‘돈이 없는 것은 니 사정 우리 가게도 불경기’ 같은 박명수 특유의 직설화법도 드러나 있다. ’명수네 떡볶이’는 박명수가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은 곡으로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주무기로 삼고 있다. 김예림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이 곡의 하이라이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백석 詩전집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백석 詩전집

    ‘나는 북간에 혼자 앓아 누워서/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의원은…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고 한다.’(‘고향’ 중) 아파서 의원을 찾아온 시인에게 의원은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 않고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의 병이 고향 상실에서 온 병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향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 푸근한 어머니가 있는 곳, 안식과 회복이 있는 곳이다. 백석이 이 시를 썼던 1930년대는 가난과 징병으로 가족의 해체와 이산이 발발했던 시기다. 일제강점기의 상황에서 고향이란 대체로 떠나온 곳, 잃어버린 곳이다. 원인은 다르지만 백석이 느꼈던 상실감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듯하다. 디지털 유목민이라고도 하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고향을 상실한 채 도시 유랑민으로 살고 있다. 현대인은 가족의 해체와 이산을 숱하게 경험하고 있으며, 그것에서 소외와 고향의 결핍을 경험한다. 그래서 고향이 시골이든 도시이든 간에 방황하는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고향에서나 맛볼 수 있는 안식과 모성적 위로를 꿈꾸는, 향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인지도 모른다. 시속 화자처럼 말이다. 현대인이 그런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사이버에 몰입하거나 중독에 빠지거나 소외나 폭력 등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처럼 백석은 상실의 헛헛함을 시인의 언어로 매만졌다. 백석은 1988년 북한문인 해금조치 후 재조명이 이루어지며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기도 했고, 토속적인 시 세계와는 달리 결벽증이 심한 멋쟁이였으며 잘생긴 외모의 모던보이였다. 1962년 북한의 문단에서 사라진 이후 1996년 작고할 때까지 농사꾼으로 살다간 백석. 월북한 것도 아니고 다만 만주를 유랑하다 고향 정주에 남았을 뿐인데, 그의 문학이 우리에게 온 것은 20년 조금 넘었고, 분단은 그의 생애와 시 세계를 우리 가까이 두지 못하게 했다. 백석은 주로 자신이 태어난 마을의 자연과 사람을 대상으로 시를 썼는데, 종종 어린 시절로 회귀해 바라보는 원초적인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은 사진처럼, 영상처럼 이미지와 이야기가 또렷하게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특히 평안북도 정주 관서지방의 정서를 환기하는 작품이 많다. 그래서 그곳을 가보지 않은 독자라도 백석의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북방의 어느 움막이나 골짜기에 서성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시에는 농촌공동체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사물, 풍속들이 나오지만 이들은 결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합일을 이룬 상태이거나 합일을 기다리며 모여 있는 존재들이다. 이는 시인이 민족적 원형을 시적으로 탐구하여 모국어로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이 자신이 그 시대를 살아내는 시인으로서 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석은 무너진 시대 안에서 주체적인 정서와 자아를 모국어로 견고히 유지하려 했던 시인이었다. 시인의 시 세계는 시인의 역사전기적인 배경이 영향을 미치는데, 백석의 시도 유년기의 경험과 고향을 떠나 떠돌았던 경험 등이 오롯이 형상화됐다. 여우가 나오는 골짜기에 사는 가족이란 뜻의 ‘여우난골족’에서는 유년기의 경험을 토속적인 분위기로 그려낸다. 명절날 모인 일가친척의 모습을 유년의 화자의 시각으로 작품 전체에 동화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은 후각, 시각, 미각 등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한편, 평북지방의 방언과 토속적 소재들을 나열함으로써 우리 마음속에 보존돼 있는 순수한 삶의 모습에 대한 향수를 그려낸다. 얼굴이 약간 얽은 신리 고모, 열여섯 살에 마흔이 넘는 홀아비의 후처로 들어간 토산 고모, 술에 취하면 토방 돌을 뽑겠다고 주정하는 삼촌 등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소박한 인물들이 펼쳐보이는 정경은 삶의 애환마저도 평화롭고 풍성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고향 풍물의 회상을 넘어 공동체적 삶에서 건지는 생활의 힘을 드러내며 일제 식민지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의 고유한 모습, 친족공동체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노래한 것이다. 백석의 시에는 향토적인 음식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가난한 시대의 굶주림에 대한 반응이며 민족적인 정서를 이끌어 내는 도구다. ‘… 또 인절미 송기떡 콩가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대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여우난골족’ 중)이나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가즈랑집’ 중)에서처럼 음식은 현재 몸에 남아 있는 과거이며 관계하는 대상들에 대한 추억이며 감각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는 재료다. 백석 시에 나타난 동식물명도 매우 구체적이어서 ‘족제비’와 ‘복족제비’를 구별하고 조개도 ‘가무락조개’, ‘곱조개’, ‘콩조개’ 등으로 세분화해 사용한다. ‘여우난골’만 보더라도 백석은 ‘어치’라는 새와 벌레 먹은 배인 ‘벌배’와 야생 돌배나무의 열매인 ‘돌배’와 산사열매인 ‘띨배’를 나열하며, ‘배’로 끝나는 말놀이까지 연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언어들은 자연과 합일된 삶을 꿈꾸는 시인의 시선이며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며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소망의 표현이다. 백석은 식민지 시대를 견디는 시인의 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목이 편지봉투에 씀직한 것인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누군가 외로운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며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며 비극적 삶의 토양에서 시련을 견디고 제 모습을 지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떠올린다. 이는 식민지 시대를 사는 시인이 슬프고 모진 운명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다가도 한겨울에 모진 바람과 싸락눈을 꿋꿋이 견뎌내는 갈매나무처럼 자신의 품위를 지켜내기 위한 선언이다. 시인은 부모, 형제, 아내, 집마저 잃고 떠돌아 누가 편지를 보내도 받아볼 수 없었을 것인데, 이 편지를 몇 십년이 지난 우리가 받아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읽노라면 문득 백석에게 붙이지 못할 답장이라도 쓰고 싶고, 내 내면을 고스란히 보이는 편지를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어진다. 백석은 유려한 모국어로 자연과 합일된 공동체적인 삶을 과거와 현재로 연결해 시를 썼으며, 그것은 시인 자신뿐만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 어루만짐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백석의 시를 읽다 보면 오래전에 잃어버린 전설적인 경이로움이 그득한 설화적 삶 속으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 속으로 이끌리게 된다. 그 안에 있는 모국어의 아름다움, 토속적인 북방정서, 향토적인 서정세계, 자연의 마력이 건조하고 팍팍한 우리 삶을 마냥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백석이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흰 바람벽이 있어’ 중)라고 자신을 위로하듯 우리가 시의 세계로 들어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일 것이다.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국어의 아름다움과 토속적인 민족 정서를 환기하며 공동체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것은 이 시대가 놓아버린 세계이며 우리가 외면하는 세계이며, 우리에게 안식과 치유를 주는 모성적 고향의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은 회복해야 할 삶을 읽으며 고고한 위로를 받는 것이다. 시인은 어느새 우리를 이끌어 간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지만 풍요로운 삶의 비밀과 자기 위로와 회복이 있는 곳으로.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정미홍 망언 “세월호 시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김구, 김일성에 부역” 발언 논란

    정미홍 망언 “세월호 시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김구, 김일성에 부역” 발언 논란

    ’정미홍 세월호’ ‘정미홍 망언’ ‘정미홍 발언 논란’ 정미홍 세월호 망언 및 정미홍 발언 논란이 또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한 언론사 주최 워크숍에 초청강사로 강의를 한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는 세월호 발언뿐만 아니라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서도 “김일성에게 부역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는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지방에서 개최된 한 언론사 워크숍에서 정미홍 대표는 약 25분 동안 강연을 했다. 강연 주제는 ‘대한민국 건국사의 진실과 오해’였다. 이날 정미홍 대표는 앞서 지난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세월호 추모집회 참가 청소년 알바 동원’에 대한 이야기를 또 꺼냈다. 당시 그는 트위터에 “많은 청소년들이 서울역부터 시청 앞까지 행진을 하면서 ‘정부가 살인마다, 대통령 사퇴하라’고 외쳤다”면서 “내 지인은 자기 아이가 시위에 참가하고 6만원 일당을 받아왔다고 했다, 참 기가 막힌 일”이라고 썼다. 이후 이 글은 ‘근거가 뭐냐’는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는 몇 시간 만에 문제의 글을 삭제하고 대신 “어젯밤에 올린 트윗은 지인으로부터 들은 것이었지만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며 “이 엄청난 국가적 슬픔이 마무리될 때까지 절필하고 자중하며 애도의 마음만으로 지내겠다”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 논란으로 경찰은 정미홍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한 참석자가 제보한 강연 음성 파일에 의하면 이날 정미홍 대표는 당시 트위터 글을 삭제하고 사과한 이유에 대해 “선거 캠프에 영향을 줄까봐”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6·4지방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새누리당 경선 참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 트위터에서는 ‘일당 6만원을 받고 청소년들이 시위에 동원되었다’고 주장하더니 이날 강연에서는 ‘세월호 시위에 나가서 100만원을 받았다’는 믿기 어려운 주장을 내놨다. 정미홍 대표는 강연에서 “시위 나가서 100만 원 받아왔다, 그 얘기를 들었다. 선거캠프에 영향을 줄까봐 얼른 사과를 올리고 말았지만 그 자료를, 인터넷 알바 사이트에다가 시위에 참가하면 일당 준다고 광고하는 거 다 모아놨다. 이를 고소·고발해 조사를 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애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책임 회사인)그 청해진(해운)에 가서 데모하지 않는다. (시위대는)대통령 물러나라고 하지 않냐”라면서 “전부 피켓을 들고 나와서 전국을 성황당처럼 노란 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오라? (죽은 사람이)어떻게 돌아와요? 이성을 찾아야 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정미홍 대표는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서도 망언성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1948년 5월 10일 실시된 대한민국 제헌 국회의원 총선거를 설명하면서 김구 선생을 언급했다. 정미홍 대표는 1948년에 실시된 총선거를 ‘1946년에 실시되었다’고 잘못 설명하면서 이 총선거를 백범 김구가 반대했다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지금 김구 선생이 최고의 애국자라고 되어 있지만 그분은 김일성에 부역한 사람이고 좌파 역사학자들이 영웅으로 만들어놓은 사람입니다. 김구는 시골 출신으로 아무것도 모르다가, 조선의 독립운동만 하다가 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분단은 안 돼!’, 이래 가지고 이쪽(남쪽)에서 선거를 한다고 하니까 그냥 무단으로 김일성을 만나러 갔어요. 그랬더니 북한은 당시에 남한보다 훨씬 잘 살고 있어 김일성이 세 보이니까 김일성이 뭐라고 하든 무조건 ‘통일을 시키겠네’ 이렇게 묻어버립니다. 그래서 거기서 김일성 만세를 부르고 했는데…” 정미홍 대표는 이어 1946년 미군정의 식량 정책 실패에 항의하며 쌀을 달라며 시작된 대구 10월항쟁과 1948년 여수·순천사건, 그리고 제주 4·3사건에 대해서 극히 보수적인 관점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 사건이 ‘빨치산 공산주의 폭도들에게 경찰과 군인, 그리고 양민이 학살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정부가 공식 사과까지 한 제주 4·3사건에 대해서 정미홍 대표는 매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제주 4·3사건은 폭도가 유공자 또는 희생자가 되어서 지금 4·3공원에 모셔져 있는데, 그 보고서를 만든 핵심 인물이 박원순입니다, 폭도들이 경찰의 목을 따고 공격했는데”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정미홍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설화 사건을 일으켰다. 지난 2013년 7월에는 남성연대 고 성재기 대표 사망을 언급하면서 뜬금없이 “노무현보다는 10배는 더 당당하고 깨끗한 죽음”이라고 표현해 파문이 일었고, 이후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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