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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시대 윤리(외언내언)

    지난 6월 미국상원은 「인터넷을 통한 외설물 송·수신금지법안」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이어 7월에는 TV의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TV수상기에 「V­칩」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V­칩」은 시청 부적절프로에 등급을 정하고 이를 자동적으로 차단케 하는 장치이다. 산업체나 방송사들이 반발하고 있기는하다.하지만 클린턴대통령도 미리 이 법안에 지지를 표명했다.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도 폭력·외설류 영상물에 반대입장을 밝혀야 할만큼 영상물 선정성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지경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이 우리에게도 보도는 됐다.그러나 왜 이런 법안들까지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컴퓨터­전화기­비디오­위성방송이 한 데 묶여 세계는 지금 하나의 텔레퓨터 세계를 만들고 있다.언듯보면 환상적 변화 같다.하지만 현재는 하드웨어 구축시기.하드웨어 보급을 위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보다 재미있고 보다 자극적인 것들로 하고 있는 중이다.이 결과가 영화나 컴퓨터게임들의 극단적 폭력화와 외설화다.이 상업주의의 주역은 역시 미국.그래도 미국은 국제상품이야 어떻든 국내적 조정은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는 이 흐름 속에서 어떤 비판의식도 없이 폭력·외설물의 하부소비시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예컨대 금년 상반기에도 마치 안보면 안되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며 영국에서도 상영이 지연된 「타고난 살인자」를 상영했다.그렇다고 왜 우리가 관대한 나라가 돼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상시대는 영상화와 정보전달 속도에서 환상적 기능을 발휘하지만 보다 나은 삶의 가치와 윤리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감도 갖고 있지 않다.단지 팔리는 것을 팔뿐이다.그래서 뉴미디어의 윤리적 책임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따라서 공연윤리위 같은 기구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우리 「공윤」이미지는 심의부정으로 크게 실추됐으나 그 바른 기능은 빨리 되살리고 강화해야 한다.
  • 따질 것 따지는 일 쌀외교/강석진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지난 6월 도쿄를 방문한 북한의 이종혁 대표는 단신에 구부정한 모습이었지만 국제통다운 노련미를 과시했다.말솜씨도 화려했고 곤란한 질문에 여유있게 답변하는 모습은 딱딱한 이미지의 북한 인사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교섭이 난항을 겪을 때 그가 말한 「절에 가면 중이,교회에 가면 목사가 말하고 초청하면 주인이 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반종교 사회인 북한 인사의 말로서는 유머러스하고 인상적이었다.그는 교섭후 결과가 불만스러웠던지 일본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쌀 지원은 3월 북한을 방문한 일본 연립여당 대표단측이 제안했던 것』이라고 강조해 쌀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주겠다니까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측은 그의 말을 문제삼지 않았다.일본측 교섭대표인 외무성 가와시마 아시아국장은 「나는 어린애 심부름꾼」이라며 정치인이 벌인 일 뒤치다꺼리하는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정치인들과는 달리 「배고픈 북한」을 상대로 지원조건,물량은 물론 운반방법,투명성 요구등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짚어가는 까다로운 교섭을 진행시켰던 터이다.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북한의 무리한 기대에는 국내법등을 내세워 「될 일 안될 일」을 하나하나 따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김용순 노동당비서가 『일본이 사죄를 위해 쌀을 헌상했다』고 말하자 일본은 안색을 가다듬기 시작했다.지난 4일 일본 연립여당은 이종혁앞으로 「쌀지원은 북한이 5월 대표단을 보내 제기했던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대표는 10일 이를 확인하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연립여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21일 김비서의 말도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로 추가지원을 정부에 촉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항의문서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처분하지 못해 골치를 썩이던 수입쌀을 내주면서도 따질 것,가릴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외교에는 능하다는 북한도 워낙 궁한 처지라서 그런지 일본의 다그치는 손길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설화사건 전말을 보면서 만일 일본이 「인공기 게양사건」이나 「사진 촬영을 이유로 선박을 구금당하는 사건」을 당했으면 어떻게 처리했을까,북한의 대응은 어땠을까 따위의 궁금증이 들었다.
  • 북 김용순“사죄수용차원 일쌀 헌상받겠다”/친북 재미교포목사와 대담

    ◎7월10일 「체제옹호」 회견서 주장/“쌀 교역은 식량난과 무관” 강변/시종 남한 비방… 「관계 개선」 뒷전 최근 일본내에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북한 노동당 대남 비서 김용순의 쌀관련 발언내용이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죄 차원에서 일본쌀을 헌상받겠다』는 그의 발언이 일본 열도를 온통 들끓게 하고 있는 탓이다.더욱이 일본내에서 대북 쌀추가 지원 중단은 물론 국교수립교섭 재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등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의 그의 발언은 지난 7월10일 한 재미교포 목사와의 회견에서 처음 나왔다.워싱턴 소재 메릴랜드대 교목으로 있는 정기열목사가 방북중 가진 김용순과의 회견기가 국내 월간지인 「말」지 8월호에 게재됨으로써 뒤늦게 「설화」가 시작된 것이다.정목사는 「말」지 해외기획 위원이기도 하다. 김용순은 회견을 통해 「8·15통일대축전」 준비상황,남북 및 대일 쌀지원교섭 비사,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의 장래 등을 언급하는 가운데 시종 교묘한 수사로 북한체제의 정당성과 논리를 강변했다. 그중 쌀관련 발언은 억지와 견강부회식 논리의 극치였다.그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묻자 『우리가 기근에 처해 쌀교역을 하는 게 아니다.우리는 기본적으로 식·의·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당면한 식량난에 대해 시치미를 뗐다.사료용 곡물을 주식배급용으로 돌리고,변방지역에서 하루 두끼먹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최근 귀순자들의 증언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 얘기였다. 그는 한술 더떠 『쌀은 축산에도 쓸 수 있고 경공업에도 쓸수 있어 많을수록 좋다』고 외부로부터 쌀을 들여오는 이유를 둘러댔다.또 철천지 「원쑤」인 일본의 쌀을 받는 것과 관련,『사죄의 뜻으로 쌀을 보내겠다는데 못받을 게 없다』는 논리를 폈다. 뿐만 아니라 대북 쌀지원이 남북 당사자간 대화와 관계개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우리측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즉 『일본이 우리에게 쌀을 보내겠다니까 마치 「서해 망둥이가 뛰니까 빗자루까지 뛴다」는 식으로 남측이 자기네들도 보내겠다고 나왔다』는 그의 비아냥이 이를 말해준다.그는 일본 연립여당의 쌀제공 의도를 북­일 수교시 예상되는 배상금의 일부를 어차피 남아도는 일본쌀로 미리 지불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이는 『뒷집이 앞집에 들어가 돈이나 쌀 등을 도둑질했다면 정당한 배상이 있어야 당연하지 않겠는가』라는 그의 반문에서도 확인된다.
  • 8·15 대사면/정주영·박철언씨 “나도 풀렸나” 놀라

    ◎주요 복권 정치인의 움직임/정몽준 의원 민자 입당 “시간문제”/김근태씨는 부천·서울 출마 확실 뛰어넘는 대폭적인 사면·복권조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특히 사면·복권된 정치권 인사들의 면면을 볼 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적대관계에 섰던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박철언 전의원,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측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정치권에서는 광복 50주년을 맞은 경축분위기가 정치적인 해빙으로 이어진데 대해 국민대화합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있다.특히 정치적인 재기가 불투명했던 인사들이 거의 모두 사면·복권됨에 따라 최근 신당의 출현등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맞물려 「정치의 봄」을 기대하는 인사들도 많다.조심스럽게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는 일부 당사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먼저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은 이번 조치를 「명예회복과 화해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정회장은 정치의 근방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밝히고 있다.그러나 대한축구협회장 등으로 여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명예회장의 아들 무소속 정몽준의원의 민자당 입당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취소된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은 현재 미국 뉴저지에서 신병을 치료하고 있으며 6개월간 요양후 귀국할 것이라고 측근은 밝혔다.그나 박전최고위원은 귀국후에도 회고록 집필 등에만 전념하며 정치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민련 부총재로 이미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박철언 전 의원은 이번 조치로 「날개를 단 격」이 됐다.부인 현경자 의원에게 물려준 대구 수성갑지역구에서의 15대 출마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그러나 박전의원이 자민련의 당무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어 대구지역의 무소속 움직임이나 신당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에 복권된 김근태전민주당부총재는 현재 새정치 국민회의의 지도위원으로 고향인 부천이나 서울에서의 출마가 확실하다.정치개혁 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지막 재야」 장기표씨는 이번 복권을 계기로 장을병씨등과 함께 「3김시대」를 청산하기 위한 제3정치세력 결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민주당의 김부겸 당무기획부실장은 이부영부총재 등의 구당파 활동을 도우며 세대교체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수서사건으로 정치권에서 축출됐던 오용운 전 국회건설 위원장 등의 재기도 주목된다.건강이 안좋은 것으로 알려진 오전의원은 자민련 김종필총재와의 오랜 인연으로 정치 일선에는 나서지 않더라도 자민련을 후원하는 쪽의 소극적인 정치활동은 할 것으로 전해졌다.민주계로 한때 5공청문회 스타 대열에 끼었던 김동주전의원은 최근 개인사무실을 내고 조용히 여권을 도우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그는 민자당에 복귀할 의사를 갖고 있지만 당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이대섭 전 의원도 당분간 정치권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재기를 도모하겠다는 자세다. ◎정치권 반응/여­“신선한 충격”/야­“개혁 후퇴”/대화합정치 구현… 김대통령다운 결단­여/“민심이반 만회조치”·“긍정평가”엇갈려­야 김영삼대통령이 11일 단행한 「8·15 특별사면·복권」에 대해 여권은 예상하지 못한 큰 폭에 「신선한 충격」이라며 환영.그러나 신당과 민주당은 사정으로 처벌받은 일부 구여권인사가 포함된 데 대해 「개혁의 후퇴」라고 혹평했다. ▷청와대◁ ○…사면복권을 담당하고 있는 민정수석실의 관계자들은 발표 직전까지 『법무부에서 전담하기로 했다』면서 보안을 철저히 지키다 이날 하오에야 『뚜껑이 열리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귀띔을 했다. 다른 비서실 관계자들은 대부분 발표 때까지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으며 박철언전의원 등이 모두 특사에 포함됐다는 얘기에 『역시 YS다.통이 크다』고 놀라워했다. 청와대측은 또 특사내용이 발표된 뒤 여론의 동향이 호의적이라는 자체판단을 내리고 고무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데다 서석재전장관의 발언파동,그리고 무궁화호 발사 이상과 남북관계악화 등 악재만 있었는데 오랜만에 신선한 발표가 나왔다』고 말했다. ▷민자당◁ ○…김윤환 사무총장은 『역사적인 광복 50주년을 맞아 기쁨과 감격을 되새기고 국민화합의 전기를 이루기 위해 대폭적인 사면·복권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으며 결과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승윤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기 전 이같은 대화합의 정치를 펴는 것은 김대통령다운 정치철학의 구현』이라면서 『이같은 화합이 정당 사이에도 이어져 사회분위기를 이끌고,나가 남북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민정계의 한 당직자는 『이번 조치는 그 폭과 내용에 있어 획기적이라는 점에서 김대통령다운 정면돌파식 난국타개책』이라고 평가하고 『이번 사면·복권에서 일단 당의 요구가 대폭수용됨에 따라 앞으로 있을 당정개편 등 김대통령의 정국운영방향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야권◁ ○…김근태·장기표·김부겸씨등 주요시국관련 사범이 사면·복권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권력형 부정비리관련자가 포함된 데 대해서는 『개혁의 실종을 의미한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나타냈다. 가칭 「새정치국민회의」의 박지원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마디로 민심이반을 구여권 끌어안기로 만회하려는 조치』라면서 『사정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다수 포함된 것을 볼 때 「개혁은 끝」이라고 평가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이규택 대변인은 『국민대 화합차원에서 정부의 사면·복권조치를 환영하며 그 의의를 평가한다』고 일단 긍정평가했다. 이대변인은 그러나 5·6공비리에 연루된 권력형 부정비리관련자가 대거 사면·복권된 점을 들어 『대화합차원이라고 하지만 국민정서상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현정권의 개혁의지가 실종된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자민련은 『박철언 부총재에 대한 복권은 국민의 승리』라면서 『정부의 사면·복권조치를 전폭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부총재측은 『당연히 원상회복해야 할 일』이라고 애써 담담해 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부총재의 한 측근은 『죄가 없는 사람을 죄를 덮어씌웠으니 이를 벗겨주는 것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부총재는 이날 사면·복권대상에 포함된 사실을 모른 채 하오에 친지 몇사람과 함께 북한산 산행에 나섰다. ▷구여권◁ ○…전두환 전 대통령측은 『이번 조치가 전전대통령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사면의 폭이 예상보다 큰 데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민정기비서관은 『우리는 정치를 하지 않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정당처럼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박영훈 비서관은 『잘된 일』이라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 6공인물의 대거 사면·복권에 환영을 표시했다.그러나 노전대통령이 외유중인 탓인지,인사를 오거나 전화를 걸어오는 관계자는 뜸한 편이라고 박비서관은 설명했다. ○…현정부 출범이후 미국과 일본 등에서 「유랑생활」을 해온 박태준전민자당 최고위원측은 공소취소조치를 받게 된 데 대해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며 크게 반겼다. ◎경제계 반응/“정부­재계 냉기류 걷혔다”/무한경쟁시대 힘합쳐 대처해야 재계와 정부사이의 냉기류가 사라졌다. 정부가 광복 50주년을 맞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박태준 전 포항제철 명예회장,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들을 대거 사면한데 대해 재계는 함박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이번 조치가 기업인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재계는 환영하고 있다. 새정부 들어 정부와 재계의 관계는 최악으로 출발했다.정치에 「관여」했던 정주영 명예회장과 박태준 명예회장의 실형 선고에다,「순수」재계 인사인 김승연회장이 지난 93년11월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충격을 줬다.10대그룹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또 올 2월에는 최종현전경련 회장이 정부의 업종 전문화 정책에 도전하고,지난 4월에는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이 북경에서의 발언으로 각각 설화를 입어 관계는 더욱 꼬였다. 대사면에 앞서 정부와 재계의 관계호전조짐은 지난 9일의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감지됐다.김영삼대통령은 이날 30대그룹 총수와의 회동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대기업들의 역할과 그동안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한 참석자는 『청와대 오찬중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오찬에는 지난 달 말의 김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하려 했으나 청와대쪽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이건희 회장이 참석해 정부와 삼성,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호전됐다는 분석을 낳기에 충분했다.김대통령은 지난 7일 이회장과 단독 면담한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의 「오해」는 해소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김승연회장과도 단독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사면에 재계인사를 대폭 수용할 것이란 사전예고도 있었던 것으로 들린다.정주영 명예회장과 김우중회장은 이번 주 초 각각 대법원 상고를 취하했었다.재판에 계류중이면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의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이번 조치에 경제인들을 대거 포함시킨 것은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게다가 지난 6월의 지방자치단체 선거 결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구속의 멍에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면으로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다른 그룹관계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각계의 반응/“사면폭 커 일단 환영”/「사회 비리」 관련자 많아 뜻밖 시국공안사범 등 모두 3천1백69명에 대한 정부의 대사면이 11일 발표되자 사면의 「폭」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비리사건 등으로 구속됐던 일부 인사까지도 이번 사면대상에 포함돼 있어 「뜻밖」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유재현씨(경실련 사무총장)=분단을 맞이한 이번 대사면에 보다 많은 이데올로기 희생자들이 구제되지 못해 조금 실망스럽다.정부는 과거 독재정권에 의해 상처를 받은 양심수와 장기수들을 대화합의 차원에서 적극 제도권으로 끌어들어야 했다.그러나 우리나라 최장기수인 김선명씨가 포함돼 다행이다. ▲이필상씨(고려대 교수)=사면의 폭이 예년에 비해 커 일단 환영한다.잇따른 대형사고와 정치권의 사분오열로 우리의 민심은 크게 이반되어 있다.해방 50년을 맞아 국민대화합과 정부의 신뢰회복을 위해 구속된 재야인사에 대해서도 사면·복권이 대폭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다. ▲이창복씨(전국연합의장)=이번 사면은 정부가 약속한 광복 50년을 맞아 단행된 국민대화합의 조치로 보기 어렵다.기대를 걸었던 공안사범은 극히 적었고 경제비리사범과 수서비리 관련자에게 면죄부만 주었다.진정한 국민화합을 위해 다가오는 개천절과 성탄절에 대규모 시국사범의 사면을 기대한다. ▲최영섭씨(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생)=사회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일부 인사들도 이번 사면에 포함돼 뜻밖이다.한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적극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아직도 단절된 이념의 굴곡을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 ◎풀린 인사들 ▷일반 형사범◁ ◇정치권 인사 ▼특별사면및 특별복권 ▲김종인(전 국회의원) ▲오용운(전 국회의원) ▲김동주(전 국회의원) ▲이동근(국회의원) ▲정몽준(국회의원) ▲김형래(전 국회의원) ▼특별복권 ▲박철언(전 국회의원) ▲이원배(전 국회의원) ▲이대섭(전 국회의원) ▲김문기(전 국회의원) ◇고위공직자및 군인사 ▼특별사면및 특별복권 ▲김종호(전 해군참모총장) ▲엄삼탁(전 병무청장) ▲명의식(전 축협중앙회장) ▲안병화(전 한전사장) ▲이종구(전 국방부장관) ▲이상훈(전 국방부장관) ▲김철우(전 해군참모총장) ▲한주석(전 공군참모총장) ▲정용후(전 공군참모총장) ▲조기엽(전 해병대사령관) ▲이인섭(전 경찰청장) ▲옥기진(전 경우회 이사) ▲한호선(전 농협중앙회장) ▲김상조(전 경북지사) ▲이건개(전 대전고검장) ▲장병조(전 청와대 비서관) ◇경제인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 ▲정몽헌(현대상선 대표) ▲박세용(국민당대표 특별보좌역) ▲송윤재(〃) ▲김승연(한화그룹 회장) ▲김우중(대우그룹 회장) ▲최원석(동아그룹 회장) ▲박기석(삼성건설 회장) ▲정태수(전 한보건설 대표) ▲황경로(전 포철 회장) ▲유상부(전 포철 부사장) ▲이화일(조선내화 대표) ▲이종열(삼정강업대표) ▲정도원(강원산업대표) ▲김진홍(보성건설 대표) ▲김택기(한국자보 사장) ▲이창식(한국자보 전무) ▲박장광(한국자보 상무) ▲정의승(학산실업대표) ▲윤춘현(전 삼성항공 자문) ▲손병용(선진건업대표) ▼특별사면 ▲조기현(청우종합건설대표) ▷시국 공안사범◁ ▼미전향 장기수 형집행정지 ▲김선명(70) ▲안학섭(65) ▲한장호(72) ▼재일교포 관련간첩 가석방 ▲최해보(67) ▲신상봉(68) ▲김철(63) ▲조봉수(52) ▲유종안(62) ▼군사비밀 누설 관련 가석방 ▲이근희(전 김대중 개인비서) ▼특별감형 ▲이병설(전 서울대교수) ▼전대협관련자 특별사면 ▲김종식 ▲태재준 ▼부산동의대 사건관련자 특별사면 ▲이철우 ▲이종현 ◇정치권인사 ▼특별복권 ▲김근태(전 민주당 부총재) ▲이종국(전 충남지사) ▼특별사면및 특별복권 ▲김부겸(전 민주당 부대변인) ▲임재길(전 민자당 지구당위원장) ▲한준수(전 연기군수) ▲이진삼(전 정보사령관) ◇재야인사 ▼특별사면및 특별복권 ▲김현장(한미문제연구소장) ▼특별복권 ▲문부석(동부소장) ▲장기표(전 민중당 정책위원장) ▷공소취소◁ ▲박태준(전 포철회장)
  • 화학물질 위해성 감시 강화해야/이중한 논설위원(서울논단)

    우리의 환경문제 인식은 아직 얼마쯤 소박한 데가 있다.깨끗한 물에는 예민해졌다.어느샌가 물은 사먹는 것이라는 생각을 굳혔다.매연에는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갖고는 있으나 긴박한 반응은 없다.우선 나자신이 차를 타고 다녀야 하니까 차량규제가 어떻게 될것인가 정도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 환경오염문제는 자연자원의 축소나 파괴같은 가시적 상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이보다는 비가시적이고 즉시 확인되지 않으며 장기적 잠행성을 가진 화학물질들에서의 오염이 더 큰 심각성을 갖고 있다.페인트·니스·왁스에 사용되는 폴리염화비페닐(PCB)은 19 30년대 미국에서 개발되어 70년대말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금지되었으나,현재도 지구의 전혀 다른 지역 생물체 신체조직에서 발견되고 있다.심지어 북극 곰의 지방질에서도 어렵지않게 추출된다. ○물·매연만 환경문제 아니다 의심할바없이 기술발전은 인류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왔다.맬더스의 우려를 무위로 만든 녹색혁명기술이 그 대표적 예이다.녹색혁명을 가능케한 것은 관개사업과농업용화학물질이다.그러나 고수확품종은 수자원을 고갈시켰고 야생동물과 사람을 중독시켰다. 이점에서 기술은 많은 면에서 양날을 가진 칼이다.20세기 산업이 암석과 토양에서 찾아낸 첨단기술의 성과라는 것은 결국 천연독성물질을 추출하여 새로운 위험물질로 만들어낸 어두운 면을 갖고 있는 것이다.그 결과 현재 대기중에는 자연상태의 3백배에 달하는 납,20배의 카드뮴,4배의 비소가 축적되었다는 평가가 나와 있다. ○화학물질은 양날의 칼 20세기후반 화학회사들은 「화학제품을 통한 더 나은 생활을 위한 더 좋은 제품」이라는 기고만장한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해왔다.화학제품 없이는 생활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만큼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다.그러나 이 새로운 창조물들은 혜택과 건강위협이라는 양날을 갖고있다.그리고 이 위험은 이제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화학물질과 건강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의 힘없는 과제였다.하지만 1991년 여름 미국 위스콘신의 윙스프레드 컨퍼런스센터에 모였던 21명의 과학자들 연구결과종합토론은세계를 상당히 각성하게 만들었다.이들은 실험실 및 야생서식지에서의 연구를 통해 광범위한 종류의 오염물질들이 동물의 생물학적 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전체적인 생존능력을 해칠수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했다.이들이 조사한 많은 화학물질들은 신경계통,호르몬조절기능의 내분비계통,전염병 및 암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면역계통등 생명유지와 관련된 중요한 생리계통들을 파괴함으로써 광범위하지만 포착하기는 어려운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었다. 중추신경계통의 민감성은 더욱 중요하다.신체의 다른 세포들과 달리 신경세포는 죽으면 보충되지 않는다.그리고 어떤 독물에 노출되면 신경세포는 잃는 속도가 빨라진다.신경세포를 해마다 0.1%씩 추가로 더 잃는 사람은 60대가 되면 건강하게 산 90대 노인과 비슷한 신경세포를 갖게 된다.이 신경세포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판단된 유독화학물질에는 현재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있는 것들도 있다.살균제·방부제·합성섬유에 들어 있는 포름알데히드,드라이클리닝에 쓰이는 퍼클로로에틸렌이 그것이다. 화학물질은 산업의 경쟁적 개발대상이고 현재 개발된 것만 7만종이다.그러나 기술쪽에서는 어느 물질이 어떤 위험을 갖고있는지 확인해주지 않는다.객관적으로 환경보호차원에서 위험도의 연구와 안전관리에 나설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경차원서 연구·관리를 환경처가 최근 이 화학물질의 위해성 평가제도를 개선하려하고 있다.현재 우리에게서 유해물질로 지정돼 있는 것은 4백70종.이를 20 05년까지 1천종으로 늘리면서 단순한 유해물질지정이 아니라 「감시물질」제도를 만들겠다고 한다.환경문제인식의 차원을 한단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화학물질 감시체제는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만들어야 한다.당연히 물질별 평가와 경고체계를 수립해야하고 품목별로는 수입규제에도 나서야 한다.이렇게 하기위해 화학물질 정보관리조직도 있어야한다.국민을 계몽하는 역할도 필요하다.화학물질사회에서의 질병들은 상당수가 화학물질때문에 인간이 자연치유력을 잃고 면역체계가 와해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점점더 정설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 귀신설화연구/안병국 지음(화제의 책)

    ◎한국인 정서속에 살아있는 귀신 본질 해석 귀신이 실제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테지만 우리 정서 깊숙이 귀신관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이 책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귀신설화를 비교,연구함으로써 한국인의 정서 속에 살아 있는 귀신의 본질을 해석한 연구서다. 지은이는 귀신중에서도 원한을 품은 귀신(원귀)을 기본으로 보고 이를 다섯가지로 나눈다.곧 누명쓴 귀신,정욕을 풀지 못한 귀신,그리움이 원망으로 남은 귀신,유골이 땅에 드러난 귀신,재혼한 배우자를 원망·질투하는 귀신이다. 이같은 귀신들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까닭을 지은이는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보상행위」로 풀이한다.착한 사람에겐 복이 돌아오고,나쁜 사람은 벌받아야 제대로 된 사회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억울하게 죽는 사람(귀신)이 생겨난다.따라서 가치가 전도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귀신을 빚게 되고,그 귀신 이야기를 통해 울분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귀신 이야기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쏟는 감정의 투시 또는 전이이거나,살아 있는 사람의 의식을 표현하는 또다른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규장각 1만2천원.
  • 정전체제/북 「평화협정」 공세로 중대 고비

    ◎오늘로 42돌… 남북 정전협정의 현주소/북,91년부터 정전협정 무력화 기도/「당사자 대화」면 평화협정 논의 가능 북한이 정전체제 와해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27일로 정전협정 체결 42주년을 맞았다. 이 정전협정은 최근 북한이 정전협정을 떠받치는 두개 기둥인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를 무력화시킨채 펼치고 있는 평화협정 공세에 휘말려 중대한 고비에 서 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시한 것은 하루이틀된 일은 아니다.그러나 북한이 요즘 비무장지대안에서 고의로 협정위반행위를 벌이는 등 더욱 교묘한 책동을 펼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은 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사소한 위반행위를 저지르면서 70년대초까지 주한미군철수를 전제로 한 남북간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74년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5기 3차회의에서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로 노선을 전환한 이후 꾸준히 평화협정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북한은 91년 3월 군사정전위 유엔군측 수석대표가 한국군 황원탁소장으로 교체되자 본격적인정전협정 무시에 나섰다. 북한은 곧바로 정전위 수석대표회담을 거부한뒤 91년 9월18일 당시 연형묵총리의 유엔연설을 통해 북·미평화협정 체결과 유엔사령부 해체·미군철수를 요구했다. 이어 ▲93년 4월3일 중립국감독위 체코대표단 철수 ▲94년 4월28일 북측 정전위원회 대표 일방철수 ▲같은해 5월24일 판문점 인민군대표부 설치 ▲같은해 10월28일 정전위 중국군대표 철수 ▲올 2월28일 북측 중감위 폴란드 대표단 강제철수 등의 조치를 해왔다. 북한은 이어 6월22일 판문점 일직장교회담을 통해 6·25 45주년인 25일을 기해 정전협정 파기선언을 할 것임을 통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움직임 없이 25일을 보낸 북한은 같은달 30일 대미평화협정 체결과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외교부비망록을 발표하는 등 정전협정 무력화 조치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왔다.마침내 지난 21일에는 외교부장 김영남 명의로 부드로스 갈리유엔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군사령부의 소환을 촉구했다. 북한은 이런 가운데 지난연말 미군헬기 월경사고를 수습하는과정에서 열린 북·미간 장성급회담을 상설화할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북측의 정전협정 무력화기도에 대해 한·미양국은 원칙적으로 정전협정 틀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밝히고 있다.다만 92년 맺어진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따라 남북 당사자간 대화가 선행될 경우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문제는 북한의 태도변화와 국제적 역학관계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며,앞으로 한반도 안보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대륙의 한」 1∼2권 펴낸 이문열씨(저자와의 대화)

    ◎“백제의 요서점령은 자랑스런 역사”/4∼5세기에 진출… 북위침략군 수십만 격퇴/「근초고왕의 조카 여광이 주역」 허구 도입 이 시대 최고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문열씨(47)가 잃어버린 백제사를 되찾는 긴 여행에 나섰다.이씨는 4∼5세기 백제의 중국 요서진출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대륙의 한」1∼2권을 최근 냈다(둥지 펴냄).중국 고전소설 「삼국지」「수호지」들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웅장하고 세련된 문체를 뽐낸 그가 이제 우리 역사의 작품화에 본격 나선 것이다. 『백제가 오늘날의 산동·화북 어름에 본토보다 몇배 넓은 지역을 차지해 다스리고 있었고,더욱이 중국 북위의 침략군 수십만을 격퇴했다는 사실은 고구려의 살수대첩이나 안시성싸움처럼 호쾌한 느낌을 주었습니다.또 중국 역사책에 나오는 백제계인 백지래왕,요서8왕 이야기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소설 「대륙의 한」은 4세기 근초고왕 시대에서 시작한다.근초고왕은 남으로 마한의 잔여세력을 통합하고,북으로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이겨 국토를 넓힌 정복왕.소설은 이같은 역사적 사실에다 「근초고왕에게 왕위를 뺏긴 조카 여광이 있었다」는 허구를 접목한다.여광이 성장해 왕위를 되찾으려다 실패하자 그의 세력이 중국으로 건너가 요서 일대를 정복,통치한다는 줄거리이다.여기에 다양한 인물을 설정,치열한 책략과 뛰어난 무예를 곁들임으로써 스케일 큰 대하소설을 구성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번에 처음 소개된 것이 아니다.80년대 초 신문에 연재되다 중단된 것을 그뒤 2개 출판사가 각각 「그 찬란한 여명」과 「요서지」란 제목으로 출간했다.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책을 낸 까닭을 작가는 『소재가 워낙 아까워서』라고 말한다. 『한 작품을 세번째 낸다는 게 꺼림칙해 무척 망설였습니다.그렇지만 결코 미완성인 채 놓아둘 수 없다는 생각에 10년만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가 「요서 진출」에 집착하는 것은 그 자랑스러운 역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현재 중고교 국사교과서에 내용이 실려 있긴 하지만 워낙 빈약한데다 그동안 일반에게 소개된 적이 없어 국민 마음에 아직 그 역사가 자리잡지는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앞선 작품이 여광일당의 중국 도착에서 사실상 끝나고 뒷부분은 설명식으로 마무리해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대륙의 한」에서는 요서를 정복해 가는 과정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까지를 구체적으로 소설화하겠다고 밝혔다.따라서 작품을 두부분으로 나눠 ▲1부에서는 여광 등이 요서에 자리잡을 때까지를 ▲2부는 그들의 후손이 북위의 침략을 물리치는 등 대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모두 8∼9권으로 계획한 가운데 현재 1부의 마지막 부분인 5권째를 쓰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의 줄거리 전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자료의 빈곤』이라면서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는 리얼리즘을 확보하지 못한채 선조의 업적을 과대포장하는 것은 『싸구려 국수주의』에 불과하며 이는 『작가가 꼭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기업이 정부위에 서선 안된다”­최회장/전경련세미나서 시국관 피력

    ◎한강다리 모조리 다시 건설해야 할것/지자체장들과 현재론 대화계획 없어 최종현 전경련 회장이 5개월만에 다시 말문을 열었다. 지난 2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했다가 홍재형 경제부총리를 방문,「진사」를 하는등 곤욕을 치렀던 최회장은 21일 제주에서 전경련 출입기자단과 만나 정부와 재계와의 관계를 비롯해 최근의 잇단 대형사고등 시국현안을 보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회장은 이날 전경련 주최 제9회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에 참석한뒤 기자들과 1시간30여분동안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평소 판단이 내려지면 거침없이 입바른 소리를 하는 스타일인 그는 이날 5개월 전의 「설화」를 의식한 듯 바람직한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업가가 정부 위에 서려고 해서는 안된다.미국에서도 과거 유에스 스틸이 케네디 대통령과 싸우다가 혼이 났었다.현재의 클린턴 대통령에게 대항하려고 하는 기업이 있느냐』고 말해 종전의 입장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인 세계화 시대에도 기업이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바로 행정부의 규제이며 그것이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라며 정부의 행정규제에 여전히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최회장의 지방화 시대에 대한 인식은 다소 부정적이었다.『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1인당 GNP(국민총생산)를 3만달러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지 꼭 지방자치가 아니지 않느냐』고 다소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해찬 서울시 부시장의 서울시 지하철 노조 해직자 복직발언 파문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정치적인 이슈들을 많이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재계차원에서 이 문제들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다만 현재로서는 새로 선출된 시·도지사등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대화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흥미를 끄는 것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최근의 잇단 대형사고에 대한 인식이다.그는 먼저 『삼풍 참사를 며칠이고 계속해서 TV에 비춰대는 등 언론이 우리 사회의 어글리 페이스(추한 면)만을 지나치게 보도했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이어 『그러나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고는 그 원인이 과거 전쟁이 빚은 유산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특유의 생각을 밝혔다. 6·25전쟁때 이승만 정권이 남하하면서 한강다리를 부수느라고 애먹었고 수복후 다리를 재건하는데도 매우 힘들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전쟁의 유산이 다리를 부실하게 건설하는 요인중 하나가 됐으며 삼풍백화점 참사도 부지불식간에 그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나아가 『서울에 있는 한강다리는 모조리 다시 건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구미 출토 신라 관세음보살입상(한국인의 얼굴:37)

    ◎가는 눈·도톰한 입에 신비의 미소/화관드림·흘러내린 머리칼 소담스러워/통통한 볼 받치고 있는 목엔 세가닥 주름 신라의 불교가 관음신앙을 받아들인 시기는 7세기 초로 보인다.「삼국유사」를 보면 이 시기에 소판무림(소판무림)이 1천의 관음상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아들을 얻기위해 관음상을 조성했는데,바로 자장을 낳았다는 것이다.자장의 탄생설화는 신라가 관음신앙을 본격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을 반영한 기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한 신라의 관음신앙은 신라인들의 예술적 감각을 자극시켰다.그 결과 국보 184호 금동관세음보살입상과 같은 조형미술이 창조되었다.지난 1976년 경북 구미시 고아면 봉한2동에서 다른 금동관음보살입상과 함께 출토된 이 관음보살상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얼굴(상호)이 지극히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여러 치레걸이가 호화롭기 그지 없다.7세기께 작품이다.머리에 쓴 화관부터 찬란하다.백제 관음보살상들의 소박한 화관과 사뭇 달라 꽃장식이 어여쁘거니와 이마를 살짝 덮은 주름진 천이 부드럽다.화관 정면에 돌출한 원형장식 안쪽에는 화불이 자리잡았다.보살의 이름을 관세음으로 일러주는 화불은 앉은자세를 했다.화관에 달린 드림이 엄청 길어 어깨를 걸치고도 더흘러내려 팔꿈치께에 와서 멈추었다.드림과 겹쳐 어깨로 흘러내린 머리칼도 소담스럽다. 얼굴은 한마디로 너무 예쁘다.오목조목한데가 없이 매끄러워 보이는 얼굴 윤곽 전체에는 애티가 가득 들어있다.그래서 귀여운 얼굴이 되었고,결국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분명히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다.그런데 어디에 웃음을 담았다고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이 관세음보살상에 어린 엷디엷은 미소의 묘미를 말하라면,웃음을 지어낸 구석을 쉽사리 찾아낼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어떻든 관세음보살의 웃음은 신비롭다.하기야 풍진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헤픈 웃음과는 구별될 수밖에 없다.눈매가 가늘어 보이나 사실은 눈을 유난히 강조했다.입을 작게 표현하여 앳된 관세음보살이 되었다.통통한 볼을 받치고 있는 목에 세가닥의 주름(삼도)이 졌다.어리게 보이는 얼굴에 비해 몸은 당당하다.전혀 빈약하지 않은 목을 아래로 약간 비켜 구슬목걸이를 걸었다. 그 당당한 체구에 걸친 옷자락이 유연하게 흘러내려왔다.옷 위에다는 온갖 작은 구슬과 커다란 보주를 꿰어만든 여러가닥의 치레걸이를 덧 입었다.치레걸이는 작품의 우수성을 더 해주는 요소로 작용했다.그토록 아름다운 걸작의 조각을 창조한 신라인들의 내면세계에는 물론 깊은 신심이 깔려있다. 신라불교에서 관음신앙을 본격적으로 퍼뜨린 고승은 의상(625∼702년)이다.그와 인연을 가진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건전리 낙산사가 신라의 대표적 관음도량이다.낙산사에는 근래 만든 해수관음상이 있고,삼국유사에 기록한 서기 482년 설화속의 인물 조신의 활동무대이기도 하다.
  • 시정 공개… 부정소지 일소(행정쇄신/조순시장 시대:12·끝)

    ◎시민들 고충 청취 여론 수렵의 장 상설화/민원처리 절차 간소화·서비스행정 주력 서울시는 매머드조직이다.본청은 2실,13국,53과로 짜여져 있다.공무원수는 본청·구청·사업소 등을 합쳐 5만3천명이다. 복마전이란 오명을 쉽사리 벗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조직이 너무 방대한 탓도 있다.시장이 제아무리 깨끗하게 하려 해도 말단직원이 비위를 저지르면 판이 깨진다.비리의 소지는 여기저기 잠복해 있다. 조순 시장은 당선직후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깨끗한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이 약속을 지키려면 수많은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 취임후 열흘남짓 만에 그 도전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삼풍백화점의 건축허가와 관련,핵심간부를 포함,전직 구청장들이 구속되거나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쌓인 부패의 체질 때문이다.이를 행정쇄신으로 말끔히 씻어내야 하는 것이다. 조시장의 쇄신방향은 공개행정·참여행정이다.우선 행정정보 공개제도를 도입한다.종합정보통신센터를 설치하고 구청과 동사무소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누구든 시정에 관한 정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시민의 고충을 많이 듣기 위해 행정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하고 주요분야별로 시민위원회를 구성,여론수렴의 장을 상설화한다. 「서비스행정」도 앞세운다.경영마인드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앉아서 기다리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적극적 행정을 펴겠다는 뜻이다.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예산부정방지조례 및 내부고발자 보호조례를 제정하겠다는 복안도 있다.부정을 고발한 시민은 보상하고,공무원은 승진시키는 메리트 시스템이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행정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조시장은 꼭 필요한 것만 규제하고 행정절차를 대폭 줄이겠다고 말한다.민간의 투자의욕을 북돋우는 동시에 공무원의 부정소지를 없애려는 양면 포석이다. 공정한 인사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 생각이다.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인사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승진적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복수직급제의 도입도 검토중이다.힘든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은 일정기간 후 희망지로 보내는 「로테이션 시스템」도 도입할 방침이다. 공무원에게 재량권을 폭넓게 주되 행사방법 및 집행에 관한 규정을 마련,공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합리한 기구를 개편,업무를 간소화하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는 외부 전문가를 특채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자질을 높이기 위해 해외연수기회를 넓히고 선진국 자치단체와의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과거 임명직시장은 구청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의 승진·전보권을 갖고 있었다.그에 비해 조시장의 권한은 훨씬 쪼그라들었다.2천2백여명의 본청 직원과 1만1천여명의 사업소 직원에 대한 인사권뿐이다.그럼에도 의지에 따라서는 새 바람을 불어넣기에 부족함이 없다.
  • “첨단기술 접목… 새 농업혁명 이루자”/박원규(공직자의 소리)

    그동안 농업기술의 혁신과정을 살펴보면 19세기 전후의 윤작법에 의한 농업의 생산성향상이 첫번째 농업기술혁명이고,두번째 혁명은 20세기 중반의 육종 및 비료혁명으로 교잡육종법에 의한 다수확 신품종의 개발보급과 화학비료와 농약의 개발로 농업의 생산성이 급격한 향상을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 일어나고 있는 생명공학과 전자공학,수송 정밀기술의 발달로 인한 농업의 혁신적 변화가 제3차의 농업기술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생명공학기술은 80년대 말부터 농업부분에 실용화되기 시작하여 육종기술,물질이용기술,번식기술에서 새로운 변혁을 가져왔고 전자공학의 발달로 농업생산의 자동화와 농업정보 이용기술을 확대시켰다. 자동화기술분야에서는 농업생산환경의 자동조절을 통한 표준화,대량생산,연중생산 체제가 가능해지고 있으며 고감도센서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동식물의 집단진단,농산물 품질의 판단등도 가능해졌다. 또한 정보통신과 운송기술의 발달은 종합정보망 구축에 의한 농업경영과 유통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냉장·냉동기술의 발전과 수송수단의 발달은 수송비절감과 신선도 유지가 가능해짐에 따라 모든 농산물의 국제간 교역이 용이해지는 등 세계농업환경의 변화는 농업분야의 국제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 농수산업이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제3차 농업혁명이 될 생명공학과 전자공학,그리고 수송정보기술을 응용한 새로운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여 우리농업을 첨단기술 농업으로 변모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농업의 생산세계는 첨단기술농업으로 탈바꿈시킨다면 가난했던 노동집약농업에서 편하고 신바람나는 자본기술 집약농업으로 바뀌고 기계화,자동화,시설화가 촉진되면 일주일에 3일 쉬고 4일 일하는 농업으로 우리농촌은 쾌적한 생산공간,휴식공간,자연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돌아오는 농촌이 될 것이다.
  • 「여씨춘추」 완역 출간/김근 계명대교수,집필 5년여만에

    ◎전국시대 정치철학서 총 26편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나온 정치철학서 「여씨춘추」가 5년여 만에 완역됐다.김근 계명대교수는 여씨춘추 번역본의 셋째권인 「육론」을 최근 펴냈다(민음사 출간). 육론은 「십이기」,「팔람」과 더불어 여씨춘추를 구성하는 세부분의 하나.십이기와 팔람 번역본은 지난 93∼94년 이미 나왔으며 따라서 이번 육론 발간으로 총 26편,20여만자에 이르는 여씨춘추의 번역 작업이 완성됐다. 여씨춘추는 서기전 3세기 진나라 재상인 여불위가 제자백가의 다양한 사상을 집대성한 위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편찬케 한 정치철학서로 동양 정치철학의 원류로 꼽힌다.제왕에게 전횡을 자제하고 「백성의 부모가 되라(위민부모)고 가르친 그 내용은 한나라 이후 중국 통치철학의 줄기가 됐다.도가사상을 비롯해 유가·병가·농가·혁명가등 제자백가의 사상을 두루 담으면서도 여불위 특유의 해석이 더해져 잡가 또는 신도가라는 별도의 사상체제로 분류된다. 또 중국 역사의 시작인 삼대로부터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는 각 시대의 역사와 설화를 곳곳에 인용한 문장은 중국 고전 가운데서도 백미로 인정받는다. 여씨춘추 완역에 대해 정재서 이화여대교수는 『중국 고대의 역사와 문화,특히 진한시기의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치하하고 더욱이 난잡한 한문투 번역을 벗어나 쉬운 우리말로 표현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 한·미행협 연내 개정 추진/정부,미에 통보

    ◎「군민관계 분과위」 설치 합의 정부는 28일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한미주둔군협정(SOFA)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측에 공식 통보했다. 이날 외무부 회의실에서 열린 SOFA 합동위원회의에서 우리측 대표인 임성준 외무부 미주국장은 『최근 SOFA의 몇가지 규정이 국내법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면서 『관계부처간의 검토를 마친뒤 하반기중 한국정부의 개정 방향을 미국측에 제시할 것』이라고 미국측에 전달했다. 임국장은 또 『불합리한 SOFA 규정의 개정은 한·미 안보동맹관계를 보다 강화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 대표인 로날드 아이버슨 주한미군 부사령관은 『SOFA 개정에 관한 공식 요청은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측에 전달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최근 주한미군 관련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한국민과 주한미군과의 이해를 증진키 위해 「군민관계임시분과위」를 상설화 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또 주한미군의 대민 피해에 따라 제기되는 민사청구 소송절차가 국내의 민사소송 절차보다 평균 2배이상의 처리 기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에 따라,신속한 처리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 선거전 어록/말… 말… 말잔치

    ◎“이번선거 우유회사 모델 뽑는것 아니다”/“여당조직은 돈만큼 쓸수있는 공중전화”/“멍청도를 똑청도로·핫바지를 칼바지로” 선거가 말의 향연이라지만 「돈은 묶이고 입은 풀린」 이번 선거 유세전에서는 어느 때 보다 풍성한 말잔치가 펼쳐졌다. 오뉴월 뙤약볕에 자리를 지킨 청중들에게는 한줄기 소나기 같았을 후보 및 지원연사들의 걸쭉한 입담들을 정리해본다. ▷민자당◁ ▲서울시청을 대통령선거본부로 삼을 위험이 있는 인물(박찬종 후보를 지칭)에게 서울시장을 시험삼아 맡긴다면 서울시는 불과 몇년사이에 파산하고 말 것이다.(이춘구 대표·서울 도봉유세) ▲듣기좋은 노래도 한두번이다.흘러간 물은 돌이킬 수 없다.서산에 지는 해에 우리 운명을 맡길 수 없듯이 늙어지면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김덕룡 사무총장·서울 잠실유세) ▲JP(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때 일어나고(5·16),동조하지 않아야 할 때 동조하고(3선개헌),추종하지 않아야 할 때 추종하고(유신),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고(5공),머물러야 할 때 머무르지 않고(민자당 탈당),퇴진해야 할 때 퇴진하지 않고 자민련을 만들었다.(임정규 부대변인·논평) ▲JP가 충청도민을 자신의 안주머니에 있는 조약돌 정도로 여겨 편리할 때 꺼내쓰려 해서는 안된다.(박중배 충남도지사후보·기자회견) ▲호남사람들은 김대중선생 한분을 위해 20∼30년 동안 헌신해 왔지만 세상에는 천리가 있다.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이것은 인간이 몸부림치고 거부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김덕룡 사무총장·전남 나주유세) ▲정 민자당이 싫으면 자민련이나 민주당을 찍어라.그나마 아무일도 못하는 무소속보다는 일을 조금 더 할 수 있다.(정호용 대구시지부위원장·대구유세)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선거일인 6월27일을 기념하는 「6·27전화」를 개설,시민의 소리를 직접 듣겠다.(정원식 서울시장후보·광진구유세) ▲이번 선거는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것이지 우유회사 모델(박찬종 후보를 지칭)을 뽑는 것이 아니다.(이세기 서울시지부위원장·송파구유세) ▲내 키는 1백63㎝로 중국대륙을 호령한 등소평보다 9㎝나 더 크다.고양이가 쥐만 잘잡으면 되는 것 처럼 도지사가 도정만 잘하면되지 키나 색깔이 무슨 소용이 있나.(전석홍 전남지사후보·광양유세) ▲JP가 충청도 충청도 하지만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겨우 꼬드바리(꼴찌)해 충청도 망신시킨 것 밖에 더 있나.이제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황명수 충남도지부위원장·충남 연기유세) ▲「대구정서 대구정서」하고 대구가 마치 딴나라인 것 같이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은 놀부처럼 제비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치료하려는 사람들이다.(강재섭 의원·대구유세) ▷민주당◁ ▲3당통합에 내가 따라갔으면 최소한 2인자는 했을 것이다.민자당 대표나 국무총리를 하고 있거나 지냈을지도 모른다.(이기택 대표·부산유세에서) ▲대통령은 세차례,노벨평화상 수상은 10여차례나 떨어져 세계 낙선대회에 나가면 1등은 내차지다.(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전남 하의도에서) ▲16년간에 걸친 망명·연금·감옥생활 등으로 정상적인 나이를 먹지 못해 내나이는 사실상 54세다.(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정부 유세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빈말이라도 「내가 대통령이 됐으니 다음에는 당신(DJ)이 할 차례」라고 말하는 것이 30년 정치동지로서 점잖은 행동이다.(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청량리역 앞 유세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따라가지 않은 낙동강 오리알 두개중 하나인 김정길이가 또다른 오리알 노무현을 부산시장으로 부화시키기 위해 지원유세에 나섰다.(김정길 전최고위원·부산유세에서) ▲위험하고 잘난 척만 하는 무소속의 박찬종 후보는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박지원 대변인) ▲여당조직이란 공중전화,함잡이 조직으로 돈을 넣은 만큼 통화할 수 있고 돈을 깐 만큼 걷는 조직이다.(박지원 대변인) ▷자민련◁ ▲나를 욕하는 사람들은 실향사민이 아니냐.고향이 없어 지지해 줄 사람이 없으니 자꾸 트집이다.성질고약한 말이 뒷발질하는 것으로 여기겠다.(김종필 총재·충남 금산유세) ▲가수 박미경의 노래 「이유같지 않은 이유」의 「이제 내 가슴에는 네가 설자리가 없다」처럼 김영삼대통령도 이제 국민의 가슴에 설자리가 없다.(박준규 최고고문·대구유세) ▲김대통령은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았다고 하는데 그럼 그 안에 있던 사람이 호랑이였나.(김동길 고문·춘천유세) ▲자민련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멍청도」를 「똑청도」로,「핫바지」를 「칼바지」로 만들자.(주병덕 충북도지사후보·청원유세) ▲원주시민들이 적극 밀어준다면 머리가 깨지도록 종을 쳐 보은했다는 설화속의 치악산까치처럼 시민들에게 보답하겠다.(최각규 강원도지사후보·원주유세) ▲무소속후보는 동네 청상과부와 같다.남정네들이 이쪽저쪽에서 당기고 집적대니 세파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무정당후보는 혼자 정절을 지킬 수 없다.(구자춘 부총재·경북 경주 지원연설) ▷무소속◁ ▲물태우정권때는 대구에 비라도 많이 왔으나 김영삼 정권에서는 지난 겨울 0·3㎜밖에 오지않았다.(문희갑 대구시장후보·두류운동장유세) ▲6월27일 날씨가 좋아 젊은층이 모두 놀러가거나 장마로 비가 억수같이 와야 내가 낙선된다고 정당지도자란 사람들이 말한다.그렇게 보기 싫으면 아예 죽으라고 하지.(박찬종 서울시장후보·여의도유세) ▲나보고 경험이 없어 안된다고 그러는데,그러면 아내나 며느리 고를 때 애도 서너명 낳고 과부도 되어 본 경험이 있는 여자를 고르지 그러느냐.(김호길 원주시장후보·합동연설회)
  • 끊임없는 열정 엿보이는 「이만익 회고전」(문화가 산책)

    서양화가 이만익(57)의 그림은 독특하다.단순하면서 리드미컬하고 부드러우면서 강건한 굵은 선들과 선연한 주홍색이 조화를 이루는 그의 그림에는 유구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설화속의 늠름한 주인공들이 힘있게 살아 숨쉬고 착한 마음씨의 사람들이 정겨운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애써 귀퉁이의 서명을 보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들은 그 그림이 이씨의 작품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만익 40년 회고전」(10일까지)은 그의 개성 넘치는 작풍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그것은 끊임없는 작업과 모색,자기 변신을 위한 노력의 값진 대가였던 것이다. 전시장의 한 공간을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연필 스케치와 펜화,수채화들로 채웠다.동생과 어머니,사촌의 얼굴은 물론이고 교실에서 내려다본 학교 뒤뜰,서울거리 곳곳의 풍경,하교길에 목격했음직한 전차사고 장면도 놓치지 않고 그렸다.그밖에 밤거리의 풍경이나 기차역 대합실,음악감상실,병참학교 내무반의 동료 등을 그린 스케치도전시돼 있다.하루에 열장의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던 화가의 학창 시절을 보는 듯 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이 확연한 개성을 찾는 데는 2년간의 프랑스 체류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표현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띠었던 파리 체류 이전과 그 이후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전시,그의 변신을 관람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이전의 그림들은 강렬하지만 쿠르베,코코슈카,루오,피카소의 그림을 답습한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반면 78년 「호별상면」「청산별곡」같은 작품부터는 확연한 변화가 찾아온다. 그는 서양미술의 중심지인 파리에 가서야 세계적인 작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개성이며 민족적인 것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길이란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오랜 세월을 견뎌온 붉은 칠기의 색상에서 그의 작품의 기조가 되는 주홍색을 발견해 냈고 우리의 오랜 농경문화에서 나지막한 산과 들,논과 밭을 연상케 하는 수평구도의 굵은 선을 이끌어 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성급해요.모든 사람이 인정해주는 저의 개성을 찾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과 긴 여정이 필요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열었습니다.제게도 이런 때가 있었다는 것을 미술학도들이 보면 용기도 얻을 거구요』
  • 만화 이론·비평서 잇따라 출간

    ◎「한국만화의 역사」 「… 선구자들」 「… 만화산업 연구」/대중예술 한 장르로 파악… 체계적 연구/이론 불모지 만화발전에 이바지 “기대” 학술적인 연구대상에서 거의 소외돼 온 만화 분야에 최근 이론서·비평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올들어 나온 이 분야 책들은 열화당 미술문고 시리즈로 나온 「한국 만화의 역사」와 「한국 만화의 선구자들」을 비롯,「한국 만화산업 연구」「우리 만화 가까이 보기」등 모두 4권. 이 가운데 「한국 만화의 역사」는 우리 만화를 대중예술의 전통적인 독립장르로 파악,그 미학과 사회·문화적 성격을 전시대에 걸쳐 정리했다.우리 학계에서 나온 첫번째 만화사인 셈이다. 지은이 최열(미술평론가)씨는 우리 만화의 원형을 고려시대 불교문화에서 찾았다.10세기 무렵 제작된 「보명십우도」야 말로 『우리 만화의 원형이자 뿌리,나아가 만화의 할아버지』라고 평가했다.불교의 깨달음을 「잃어버린 소를 되찾는」과정에 비유한 이 그림은 모두 열칸으로 구성됐으며 칸마다 설명글을 붙여 지금의 만화와 동일한 형태를갖고 있다.또 불경에서 불교 전설·설화를 예로 들 때 이를 설명한 그림 「변상화」를 함께 싣는 것이 13∼14세기에 유행했는데 「변상화」는 요즘으로 치면 삽화 구실을 했다. 조선시대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바람에 불교미술의 한갈래인 만화적 전통은 크게 위축됐다.그러나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해 나온 「삼강행실도」「오륜행실도」등에서 명맥이 이어지며 18세기에는 네칸만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19세기의 몰락기를 거쳐 19 09년 6월 2일 「대한민보」창간호에 이도영의 시사만평이 실리면서 근대적 의미의 만화가 시작됐다. 현대만화의 흐름은 「한국 만화의 선구자들」에 자세히 소개된다.「시사만화의 선구자」이도영에서 70년대 중반까지를 대표하는 대중·시사만화가 13명의 작품세계와 시대배경,만화발전에 끼친 공로들을 다룬 작가론이다.이도영외에 시대순으로 김규택,김용환,신동헌·동우 형제,김성환,박기정,김종래,임창,산호,방영진,고우영,엄희자들이 나온다.한국만화평론가협회 회원 7명이 나누어썼다. 이 책을 시대적으로뒤잇는 평론집이 「우리 만화 가까이 보기」(눈빛 펴냄,만화평론가협회 엮음)이다.비평대상을 70년대이후 등장한 작가,특히 대중만화가로 좁혔다.현재 만화를 즐겨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현세·허영만씨등 13명이 평론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를 직접 밝힌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한국 만화산업 연구」(글논그림밭 간)는 만화를 예술장르라는 측면에서 비평한 것이 아니라 출판·영상·팬시등과 연결된 「거대한 산업체제」란 종합적 시각에서 분석했다.미처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분야에 처음 이론틀을 제시한 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지은이는 서강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한창완씨(28). 이밖에 열화당 미술문고가 미술의 한 장르로서 만화관련 책을 계속 낼 예정이며 만화전문 출판사로 출발한 글논그림밭도 만화이론서는 물론 만화가 대표작선집,에세이집들을 준비하고 있다.
  • 피부미용에도 신토불이 바람/한방이용 화장품·비누 등 대거 출시

    오는 6월 2일 단오를 앞두고 최근 화장품과 세안(선안)비누·목욕비누 등에도 한방을 이용한 상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이른바 피부미용에도 「신토불이」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방비누류는 순한 생약성분이 많아 피부 부작용이나 민감성 피부에 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실제로 연구결과 천연 쑥 추출물은 보습 및 미백효과,죽염은 항균작용이 강해 피부노화 방지와 노폐물 제거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백화점 등에서는 최근 창포비누(동산) 쑥비누(리도) 죽염비누(LG) 선(제일제당) 등 한방 비누상품들이 40∼50대 장년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날개 돋힌 듯 팔린다.한방 비누류는 나아가 목욕용품(죽염바디클렌저) 클렌징제품(죽염크렌싱) 등 응용제품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그레이스백화점 비식품 담당인 K계장은 『창포비누 한 품목만 월 평균 4백2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또 한방 쑥비누는 1백50만원,죽염바디클렌저는 1백80만∼2백만원의 매상을 기록했다. 화장품도 한방을 첨가한 제품들이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아모레가 개발한 한방화장품 「설화」,쥬단학의 「영비 2000」 등은 바로 한방을 응용한 제품들.특히 「영비 2000」시리즈는 영지 인삼 율무 로얄젤리 감초 황금추출물 등 한방 생약성분을 사용해 로션 밀크로션 영양크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백화점에서는 한방 미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살구가루 감초 백봉령 민들레 죽염 어성초 등 10여가지의 한방재료를 가루로 포장 판매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포장가루는 대개 한봉지에 2천∼4천5백원에 팔린다.
  • 황룡사 치미 남녀인물상(한국인의 얼굴:27)

    ◎날카로운 눈·입선 불구 부드러운 인상/남자 입가엔 수염… 여자 입은 단선처리/얼굴주위 구슬무늬 9개는 남녀대중 상징 지붕 맨 꼭대기에는 치미라는 기와가 올라간다.더 자세히 설명하면 용마루 양쪽 끝에 높게 올려놓는 장식용 기와다.귀신을 쫓고 상서로운 기운(길상)이 일기를 바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그래서 형태는 상상의 새인 봉황의 깃을 모방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치미를 말하려면 황룡사출토품을 빼놓을 수 없다.지난 1976∼83년까지 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경북 경주시 구황동 황룡사 절터에서 나온 이 치미는 높이가 자그마치 1m86㎝에 이른다.동양 최대를 기록한 명품으로 한국고대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해외전시회에도 여러 차례 출품되었다.그만큼 유명한 유물이다.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조립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때부터 부분적으로 나누어 제작한 흔적이 보인다. 이 치미의 옆쪽 양면과 봉황의 깃털 사이 뒷면에는 돋을무늬가 들어있다.손으로 빚어 만든 연꽃과 사람얼굴무늬를 서로 엇갈리게 번갈아 배치했다.치미 속의 인물상은 남녀가 구분되었다.눈과 입을 조각도로 오목새김하느라고 칼자국을 뚜렷이 남겼는데도 얼굴 전체인상은 무척이나 부드러워 보인다.마치 일렁이는 물에 얼굴이 투영된 것 처럼….그래서 신비로움 마저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 인물상의 남자 얼굴은 눈 언저리 곧 안광이 깊고 눈이 크다.이 부분은 실눈을 한 여자 얼굴과 대비되는데,남녀를 구분하기 위한 수법은 입을 통해서도 나타난다.여자 얼굴의 입은 가느다란 단선으로 처리했으나 남자의 입은 약간의 굴곡을 두고 위 아래에 수염을 새겨넣었다.수염을 표현한 솜씨가 독특해서 얼핏 입가의 잔주름을 연상시킨다.얼굴 전체의 윤곽과 귀는 생략되었다.대신 얼굴 주변에 여백을 넉넉히 남기고 구슬무늬를 돌렸다. 이 구슬무늬의 구슬 숫자는 9개로 되어있다.불교에서는 아홉이라는 홀수를 중시하면서 교리에 구자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여기서 9개의 구슬 숫자는 구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한다.도속구중이라고도 하는 구중은 9가지의 불제자를 이르는 말이다.이는 비구와 비구니,육법니,사미와 사미니,출가와출가니,우바새와 우바이로 구분된다.결국 인물상 주변의 구슬무늬는 남녀대중을 집약한 상징적 표현일 수도 있다. 인물상 치미가 나온 황룡사는 AD 533년에 착공,645년에 완성한 신라 최대의 가람이다.아비지와 같은 백제의 장인들까지 초빙되어 가람창건에 참여했다.장육삼존과 구층목탑으로 유명했던 황룡사 연기설화에는 용이 등장한다.용을 팔부중의 하나로 수용한 불교는 이를 불법 보호와 국가를 수호하는 신장으로 받들었다.그래서 신라 사람들은 황룡사를 호국사찰로 지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떻든 신라는 황룡사 창건 이후 AD 669년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그리고 황룡사는 일본 나라의 동대사창건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 성폭행 아픈상처 담담하게 고백/김형경 성장소설 「세월」1권 선보여

    ◎힘겨운 삶의 무게 이겨내고 지난날과 화해 세월의 주름살 마디마디에는 얼마나 많은 말 못할 사연이 깃들여 있을까.지난 93년 국민일보 1억원고료 장편소설공모에 「새들은 제이름을 부르며 운다」가 당선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김형경씨(36)가 자신의 절절한 내면세계를 고백한 자전적 성장소설 「세월」1권(문학동네 펴냄)을 펴내 화제다.2백자원고지 4천5백장분량 총 3권으로 완성될 「세월」은 아직도 어른거리는 지난날 성폭행의 그림자 등 작가 자신의 숨기고 싶은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30대중반을 넘기기까지 속으로만 삭여오던 「봉인된 삶」의 안쪽을 송두리째 뒤집어 보인다.아버지의 외도로 민달팽이처럼 떠돌아다녀야 하던 유년시절,별거한 부모에 의해 「버려져」 12살때부터 시작한 힘겨운 하숙생활,대학시절 연극반선배와의 「강요된」 동거로 인한 심신의 고통 등 자신의 굴곡진 성장사를 소설화자인 「그 여자」의 입을 통해 토해낸다.특히 부리부리한 눈,강인한 턱의 소유자로 묘사되고 있는 소설속 「그 남자」는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현역문인을 대번에 떠올리게 해 호사가의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말 대중문화를 다룬 소설을 1천장정도 써나가고 있을 때 펜이 더이상 움직여지지 않음을 느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있다간 그 세월의 하중에 저 자신 압사당해버릴 것만 같았어요.그래서 부랴부랴 지난해 11월16일부터 2월말까지 설악산에 틀어박혀 눈물을 흘리며 「내 얘기」를 쓰게 됐습니다』 삶의 치열함과 문학성이 한몸을 이룬 이 장편은 작가의 문학적 성년식이자 문학생활의 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세월이다.시간이 퇴적층처럼 쌓여 정신을 기름지게 하고 사고를 풍요롭게 하는,바로 그 세월이다.그러므로 세월 앞에서는 누구든 겸허해야 한다』 혹독한 인생살이를 통곡하듯 쏟아낸 작가는 이제 넉넉한 화해의 눈빛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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