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에 대응/과학영농화/선진 농어촌으로 가꾼다
◎「농업구조개선」 추진의 배경과 의의/시혜적 대증처방 탈피,개혁 유도/기업화 겨냥,창업지원제도 도입/특화작물 개발·전문인력 양성에도 주력
농업협동조합 창립 30주년을 맞아 14일 농민대표 1만5천여명이 참가한 「제1회 농협인대회」에 노태우대통령이 참석,『앞으로 10년간 42조원을 농어촌개발에 투입하는등 농어촌 구조개선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복지농어촌사회를 이룩하기위한 획기적인 조치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복지농촌 발돋움 부축
전근대적인 경영구조와 낮은 생산성에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파고에 밀리고 있는 농어촌을 현재와 같은 소득보상위주의 대증요법만으로는 농수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높여 선진농어촌으로 발돋움하는데 어렵다는 판단이 이번 대책과 노대통령의 치사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집단화된 우량농지를 중심으로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주요단지를 중심으로 농업의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우리 농업에 하나의 전환점을 세우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사실 86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시된 7차례의 농어촌대책가운데 농어촌발전 특별조치법의 제정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시혜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앞으로 10년간의 농어촌 미래상을 제시한 측면에서 구상되었다는 점이 다른 대책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42조원이 투입되는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게된 배경에는 오늘의 농촌현실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밖으로부터는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으로 인한 농산물 수입개방이라는 태풍이 눈앞에 다가와있고 안으로는 일손부족·노임상승,기타 영농비 상승이라는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은 구조적으로 소농인데다 영농시설및 기계화가 초기단계에 있어 소득기반이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농외소득 향상에 주안
실제로 가구당 경지면적이 평균 1.2㏊이며 전체 농가중 농경지 1㏊미만을 소유한 가구가 62%나 차지,영세한 소농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특히 쌀생산을 통한 소득이 농업소득의 49%로 쌀농사에 매달려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가구당 경지규모는 미국(1백87㏊)을 제외해도 네덜란드(15㏊) 독일(16㏊) 프랑스(27㏊)는 물론 일본(1.25㏊)보다도 작은 면적이다.
여기에 경지정리면적이 전체 농지의 45%이며 배수개선면적도 대상의 44%에 불과하는등 농업생산기반이 취약하고 농업기계화도 전반적으로 미흡한 상태에 있다.
더욱이 농어촌지역의 젊은층이 농촌을 떠나거나 농사를 짓기 싫어하기 때문에 농업 노동력이 감소되고 노령·부녀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가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6백66만1천명으로 10년 전보다 4백16만6천명이나 줄었으며 농업취업자의 연령분포도 50세이상이 전체의 56.3%로 10년전보다 24.1%포인트가 높아졌다.
이러한 여건에서 농업소득이 늘지않는데다 농외소득마저 농공단지조성등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큰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농외소득률이 현재 전체 농가소득의 43.2%로 10년전보다 겨우 8.4%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비해 일본은 농외소득률이 86.1%로 농가소득문제를 농외소득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이같은 농업여건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등으로 국내 농산물시장의 개방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전면개방도 시간문제가 돼있다.
따라서 외국농산물에 밀리지 않는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이는데 모든 노력을 쏟지 않을 수 없게돼 있고 이것만이 국내 농업의 살길이다.
○기술인력 15만명 양성
이번 대책의 기본전략은 개방화·국제화 시대를 맞아 이같은 현실인식과 그동안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빚어진 시행착오 등을 감안,분산적이고 타협적인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이 타결될 경우의 이행기간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품목을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단화·기계화가 가능한 농지 1백10만㏊에 대해 생산기반을 모두 갖추기로 한 것이 그 구체적인 방안이다.
나아가 생산시설을 일관성 있게 기계화하고 선진과학영농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영농·영어인력 15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곁들여 있다.
특히 생산비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영농조직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토지생산성은 다소 낮아지더라도 노동생산성을 크게 높이자는 취지에서이다.
또 전문인력 확보와 기술혁신을 겨냥해 농수산업에도 창업지원제도를 도입,중소기업과 같은 수준의 벤처 캐피틀 정신을 부여하는 것도 두드러진다.
이번 대책중 특히 전문화 된 정예영농가를 매년 양성하고 영농단지의 대규모화로 영농기계화를 실현키로 한 것은 농업이 살 수 있기 위한 눈에 띄는 접근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영농기술인력의 대량확보 없이는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영농기계화가 실현돼야만 생산단가의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 해 외국의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는 농업기반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책 및 지원만으로 우리 농업이 국제·개방화시대에서 생존하고 선진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농산물 애용 중요
농민은 농민대로 그동안의 정부보호에만 의지하려는 자세에서 탈피,첨단농업기술 활용,유기농법 등을 통한 무공해 농산물의 재배 등 경쟁력을 스스로 키우고 여기에 소비자·상인·무역업체 등에서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는의식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대통령이 이날 농산물시장 개방압력 등 국내 농업에 대한 모든 도전을 극복,선진농촌을 이룩하는데 농민과 정부가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자고 밝힌것도 이같은 농민을 비롯한 국민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함축된 뜻을 강조한 것이다.
◎「농어촌개발 10개년 계획」 주요내용/우수 농어민후계자엔 1억까지 특별지원/채소·과수등 주산단지 1군에 1곳씩 지정
정부는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에 따른 농수산물시장 개방에 대비,오는 2001년까지 모두 42조원을 농어촌에 투자하는등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을 마련,추진한다.
복지농어촌으로 가꾸기 위해 정부의 대책중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농어민후계자 육성=현재 매년 1천5백명씩 뽑던 농어민후계자를 1만명으로 늘리고 이들에게 2천만원의 자금지원을 비롯,기술 판로 등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한뒤 3∼5년뒤 경영평가를 거쳐 선발된 우수후계자에는 5천만원까지 추가지원한다.
이후 선도농어가로 선발되면 1억원까지 특별지원해준다.
◇농업전문대학 설립=가공·포장등 분야별로 전문지식을 갖추도록 우수농업고교를 농업기술전문대학으로 개편하고 농장경영경험이 있거나 영농기술이 있는 경우 농업기술사 자격을 주고 1억원에서 3억원까지 금융지원을 해준다.
영농해외연수대상을 현재 연 5백명에서 1천명으로 늘리고 연수기간도 10일에서 3∼6개월로 연장한다.
◇영농단지의 대규모화=현재 조사중인 농업진흥지역을 중심으로 조성될 논 1백만㏊와 밭 10만㏊를 묶어 대규모 기계화영농이 가능하도록 농로와 배수로등의 생산기반을 완비한다.
쌀 수요감소에 대비,논을 밭으로 겸용할수 있게 전환토록 한다.
진흥지역이외의 농지와 간척지의 일부는 공장등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전용이익을 환수해 농업기반 조성재원으로 쓴다.
◇시설현대화=전업농·기계화영농단·위탁영농회사에 대해서는 논갈이에서 쌀포장에 이르는 벼농사의 모든 과정을 기계화할 수 있도록 2천만∼1억5천만원의 자금을 지원해준다.
시설채소·과수등 지역특성에 맞는 주산단지를 1개군에 한곳씩 조성하도록 60억원씩의 자금을지원해준다.
◇유통구조개선=대도시에 공영도매시장 13개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중소도시에는 공영도매시장과 농수축협의 공판장을 확충한다.
또 시범가공공장을 각도에 2∼3개씩 설치한다.
주요농산물에 대해 품질 및 규격표시와 산지증명제를 실시한다.
양곡가공업과 도매업의 허가제를 등록제와 신고제로 바꾼다.
포장육은 냉장시설이 완비된 곳에서는 자유롭게 판매토록 한다.
◇전업농의 영농규모 확대=벼농사의 적정기준을 현재 2㏊에서 5㏊로 늘리도록 농지매매사업을 지원한다.
시설원예는 0.2㏊에서 0.5∼1㏊로,과수원은 0.8㏊에서 1∼1.5㏊로 확대시킨다.
젖소는 최소 30∼40마리,돼지는 5백∼1천마리,닭은 2만∼3만마리로 늘리도록 유도한다.
◇농외소득원개발=현재 2백20군데인 농공지구를 93년까지 3백50군데로 늘리고 입주업체에 대해 자금을 융자해준다.
농촌에 인접한 중소도시에 학교·병원·도로·통신등 생활시설을 확충한다.
부엌 및 화장실개조등 주택개량지원금을 가구당 1백20만원에서 2백만원으로 늘린다.
◇농수산물 수출촉진=사과·배등 주요농산물의 수출확대를 위해 수출업체와 주산 또는 생산단지의 계약재배를 유도한다.
또 적자수출때는 생산자단체의 손실보전을 제도화한다.
◇농어촌 투융자확대=앞으로 10년간 42조원을 농어촌에 투·융자한다.
농가에 대한 투·융자액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농어촌 구조개선 특별회계」를 설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