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택사정과 건설현황을 보면(오늘의 북한)
◎주택 7만가구 김일성생일 맞춰 준공/평양에 30층아파트 5만가구 지어/자재난심각… 도마다 지원물자 할당/주택보급률 65%… 개인소유없이 모두 임대
북한은 지난 15일 김일성의 80회생일에 맞춰 평양 통일거리(낙랑구역)와 광복거리(만경대구역)의 5만세대 「살림집」(아파트)을 비롯,전국에서 총 7만2천가구의 주택을 준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일성의 80회 생일잔치에 포함돼 요란한 준공식을 가진 대규모 살림집건설사업의 하일라이트는 통일·광복거리의 아파트 완공이다.총 2만세대분의 아파트가 세워진 통일거리는 개성·평양을 잇는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조성된 신시가지.북한은 「혁명의 수도」평양의 면모를 일신한다는 계획 아래 대동강에 인접한 이 일대에 30층 짜리 고층 아파트를 집단적으로 건설했는데 길이 5㎞,폭 1백20m의 중앙도로를 축으로 총 8개단지가 들어섰다고 전한다.북한은 또 만경대구역 팔골사거리(광복역)에서 김일성 생가가 자리한 만경대 진입로에 이르는 광복거리 5.4㎞ 구간에도 2차로 3만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한 것으로알려졌다.북한언론은 이밖에 신의주 신시가지의 4천가구를 포함,순천 안주 송림등 공업지대와 문덕 신천 강령등 농업지대등 여러 도시와 농촌에도 약 2만 2천가구의 주택이 새로 들어섰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89년 12월 김정일의 지시로 착공된 통일거리와 광복거리는 「공화국의 자존심」 평양 건설사업계획에 의거,이곳에 대단위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북한의 선전책자에 단골로 실려왔던 곳.그 가운데서도 특히 광복거리는 지난 89년 제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개발된 평양의 대표적 거리로 꼽힌다.
이곳의 주택단지는 아파트밀집으로 인한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묶음식·꺾음식·탑식·계단식 등의 형태로 외형상의 변화를 꾀했으며 학교 유치원 탁아소 등 9만㎡에 달하는 근린편의시설도 건설돼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열악한 경제사정에도 불구,북한이 이처럼 주택건설에 힘을 쏟고있는 것은 「식의주」해결을 인민의 행복의 척도로 삼고 있는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택부족문제로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65%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방기관소속 간부급 이상의 고위직들만 1백% 주택배정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주민들의 주택보급률은 그보다 낮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달 10일 폐막된 최고인민회의 제9기3차회의에서 『지난해 살림집건설 투자를 그전 해에 비해 1백6% 늘리고 도시와 농촌에 현대적인 살림집을 건설하기 위해 큰힘을 넣었다』고 한 재정부장 윤기정의 91년도 결산보고는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당국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89년 평양축전 전 완공을 목표로했던 1백5층짜리 유경호텔공사가 골조만 올려진채 중단돼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있 듯,기술과 자재·자본부족등 북한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은 북한당국의 의욕적인 주택공급정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래 91년 해를 넘기기 전에 완공,김정일의 생일(2·16)축하행사에 앞서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었던 평양및 주요도시의 주택건설사업은 자재부족으로 공기가 1백일이나 늦춰졌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12일 「통일거리및 5만가구주택건설」준공식에서 그에 못지 않게 큰 사업인 광복거리 공사가 구체적인 언급없이 슬쩍 넘어간 것도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자재부족은 그들이 각 도에 일정량의 평양시 「건설지원물자」를 할당한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6·25전쟁중 60만호의 주택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해왔다.그래서 북한당국은 휴전 직후부터 평양을 비롯,도시중심의 주택건설에 나섰으며 60년대 들어서부터는 농촌주택건설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고 언론들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주택공급은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집단화하고 밀집화하기 위해「설계의 표준화와 규격화」의 방침에 따라 도시에서는 고층아파트가,농촌지역에서는 연립주택이 주로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주택건설은 매년 9만가구씩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현재 그 부족량이 1백50만호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일반노동자의 경우 결혼후 3년 이내에는 살림집배정 차례가 오지 않아 별거생활을 해야한다는게 귀순자들의 말이다.
이에따라 북한은 80년대들어 10층이상 30층까지의 고층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동시에 농촌지역에서는 2∼3층에서 5∼7층에 이르는 연립주택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연립주택들의 규모는 방2∼4개에 창고 세면장 목욕탕 화장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정도다.
북한에선 각급 주택을 계층과 지위에 따라 임대형식으로 배정,주택소유에 대한 「자본주의적 요소」를 배제하고 있다.
임대료는 비교적 헐한 편이어서 4호 아파트의 경우 여름엔 10원(우리돈 2천3백원),난방이 필요한 겨울철에는 16원을 낸다.
계층별 주택공급기준은 크게 5단계로 구분된다.
단독 고급주택인 특호는 당및 정무원의 부부장급이상,인민군소장이상이 거주할 수 있으며 그 아래 당및 정무원국장급·인민배우·대학교수·기업소책임자등이 입주할수 있는 신형 고층아파트인 4호주택이 있다.
다음 3호주택(중급단독주택및 신형 아파트로 중앙기관지도원·도급기관 부부장 이상의 중견간부),2호주택(일반아파트로 시군과장급·학교교원·천리마작업반장급)순으로 돼 있는데 1호주택은 일반근로자와 협동농장원이 입주할 수 있는 집단공영주택과 농촌 문화주택 구옥등이 해당된다.
주택의 관리및 입주배정은 시·군인민위원회에서 담당하며 주택관리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위생」 「20호」등의 검열이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