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일가 우상화 작업 가속/백두·금강산 등 명산 크게 훼손
◎눈에 잘 띄는 기암괴석 등 절경지 390여곳/찬양문구·체제선전·친필글씨 마구 새겨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북한의 명산들이 김정일 부자와 김의 생모인 김정숙을 찬양하는 우상화 작업으로 크게 훼손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일 일가의 우상화를 위해 집체보다도 더 큰 글자로 김정일일가 찬양문구나 가요,친필글씨,체제선전 구호 등을 눈에 잘 띄이는 기암절벽에 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훼손되고 있는 산들은 백두산을 비롯 금강산,묘향산,구월산,칠보산,수양산,약산 등 북한의 명산이 총망라되고 있으며 최근까지 3백90여곳에 2만여자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까지 2만여자 새겨
가장 최근의 경우만 해도 구월산의 바위에 우상 글귀가 새겨졌다.북한은 지난 23일 김정일의 구월산 시찰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김정일 찬양글귀를 새기고 제막식 행사를 가졌다고 중앙방송이 보도했다.이 방송은 지난 5월의 구월산 유원지 건설현장 시찰을 기념해 구월산성으로 오르는 갈림길 우측 오봉바위에 ‘서해명승 구월산 김정일 1997년 5월1일’이라는 글귀가 새겨졌다고 전했다.이 글귀의 글자당 높이는 13m,너비가 5.5m,획의 깊이는 0.5m이다.이와 관련,중앙방송은 “서해 명승이 자연경치에 어울리게 조형 예술적으로 최상의 수준에서 완성된 노동당시대의 또 하나의 기념비적 국보”라고 주장했다.
구월산에 앞서 금강산에도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 출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찬양글귀가 새겨져 지난 18일 제막됐다.국지봉의 한 바위에 ‘항일의 여장군 김정숙’이라고 씌어진 글귀의 글자당 크기는 높이 4m,너비 3m이고 김정숙이란 이름의 글자당 높이는 6m,너비는 5m라고 중앙방송은 전했다.
○글자 높이 14m나
김정일 일가의 우상화 작업으로 자연이 훼손된 대표적 사례는 백두산의 정일봉을 들 수 있다.북한은 지난 87년 김정일의 47회 생일을 맞아 해발 1천7백91m의 봉우리를 ‘정일봉’이라고 개명하고 이 일대를 ‘백두산 밀영’이라고 명명했다. 이어 88년 11월 글자당 60t의 화강석에 ‘정일봉’이라는 글자를 새겨 봉우리에 설치했다.다른 지역에서는 자연바위에 글자를 음각했으나 정일봉만은 기존바위를 깍고 다듬은 후 다른 곳의 화강석에 글자를 새겨 이곳에 붙이는 아주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설치됐다.
금강산도 지난 90년부터 훼손되기 시작했다.북한 당국이 노동당 창건 45주년을 맞아 ‘조선의 영광,민족의 자랑 김정일’이란 찬양글귀를 새긴 것이다.이 글귀의 글자당 크기는 높이가 무려 14m,너비는 9m이며 김정일이라는 이름은 글자당 높이가 18m에 너비는 13m로 새겨졌다.또 94년엔 외금강의 옥녀봉 대형바위를 가로 세로 각각 35m로 다듬은 후 사망한 김일성을 찬양하는 글귀를 새겼다.
○충성 결의모임 등 개최
묘향산은 이들 산보다도 더 일찌기 훼손됐다.북한당국은 81년 5월 김정일이 묘향산을 등정한 기념해 용연폭포와 산주폭포 사이에 ‘묘향산은 천하절산입니다.김정일’이라는 글귀를 새겨 놓았다.이 글귀는 묘향산에 새겨 놓은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높이 80m,너비 40m의 깍아지른듯한 절벽에 글자당 높이 6m,너비 5.6m로 크게 씌여있다.이밖에 우상화 글귀가 새겨진 산들이 북한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해주시 북쪽에 있는 수양산의한 바위엔 지난 72년 김일성의 60회 생일을 맞아 길이 96m,너비 15m 크기로 ‘김일성 동지 만세’라고 새겨져 있다.
북한은 이같은 우상화 글귀를 새겨 놓은 곳에서 해설모임이나 충성의 결의모임,노래모임 등을 갖도록 해 김정일 일가에 대한 충성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