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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 퇴출정책 건설사 죽어난다

    춤추는 퇴출정책 건설사 죽어난다

    #사례1 “우리 아파트 시공사가 퇴출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중도금을 냅니까. 퇴출 건설사 명단이 발표될 때까지는 기다릴 생각입니다.”(경기 용인에 건설 중인 D아파트 입주 예정자) #사례2 “언론에 나온 D사가 OO건설 맞지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해약은 받아줍니까.”(부산 해운대 D아파트 입주 예정자) 정부와 금융권의 건설업계 구조조정 방침이 오락가락하면서 아파트 당첨자는 물론 수도권과 지방에서 미분양을 안고 있는 건설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입주 예정자들은 자신들이 입주할 아파트 시공사가 퇴출될까 걱정하며 중도금 납부를 미루고 있고, 건설업체들은 중도금 납부와 금융기관이 돈줄을 죄는 바람에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말을 전후해 퇴출 건설사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튼튼한 대형 건설사 몇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중도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만간 발표되는 퇴출업체 명단을 본 뒤에 중도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 당국자가 일부 그룹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듯한 언급을 하고, 지방신문이 퇴출 기업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부산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 D사에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입주예정자들의 사실확인 및 해약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몰렸기 때문이다. 울산에 살면서 이 아파트에 청약한 박모(54)씨는 “정부와 일부 언론이 확인도 안 된 내용을 언급하면서 입주 예정자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퇴출기업 발표가 임박하면서 금융기관들도 눈치를 보며 대출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다. 주거래은행이 해당 건설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지켜본 뒤에 대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이런 상태라면 퇴출명단이 나오기도 전에 흑자 부도 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며 정부에 기업과 입주 예정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지난해에는 대주단에 가입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공갈(?)을 치더니 이제 와서는 대주단은 아무런 소용도 없고 새로운 기준을 들고 나와서 건설업계를 흔들고 있다.”면서 “정부와 금융권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오히려 건설업계를 사지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정부와 금융권이 건설업체에 대주단 가입을 독려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퇴출 여부를 지켜본 뒤 청약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주단에 이어 이달에는 다른 기준으로 퇴출기업을 선정하기로 하면서 수요자들은 다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양도세 한시면제나 분양가상한제 폐지,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해제 등 시장이 관망세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퇴출이나 규제완화를 놓고 일관된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분양시장은 올스톱 상태”라면서 “기업을 살리겠다는 정부와 금융권의 정책이 오히려 죽이는 정책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퇴출기업 선정도 빨리 해 다른 기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단체장 새해 설계]박준영 전남지사

    [단체장 새해 설계]박준영 전남지사

    2009년 새해들어 박준영 전남지사가 던진 화두는 ‘일자리 만들기’다. 미래성장동력인 젊은층을 붙들어서 인구감소를 막겠다는 에두른 표현이다. 6일 집무실에서 만난 박 지사는 올 정부부처 시책 발표에 따른 전남도의 발빠른 대응방안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선택과 집중’이다. 예산을 쪼개서 생색을 내는 반짝효과 대신에 미래를 내다본 가치투자로 부가가치를 키우는 쪽에 방점을 찍겠다고 했다. 도는 올 예산 4조 6000억원 가운데 상반기에 2조 8000억원을 조기집행한다. ●혁신·기업도시 등 성장거점 본격화 전남도가 천혜의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미래 가치투자의 최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조선산업 집적화단지 조성, 생물산업 등 친환경식품산업 육성, 해양리조트 개발, 실버산업 분야가 이미 뜬 상태다. 도는 경제대책추진협의회를 통해 공공물자 조달 때 지역제품 우선구매, 지역건설사 하도급 우선참여의무화 등을 결의했다.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집행하기 위해 긴급입찰제, 선급금 확대 등 공공투자를 확대한다. 박 지사는 “공공투자 확대로 미래산업과 연구개발기업 육성,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 성장거점 5대 신도시 본격 건설, 생명산업 확대, 농·식품 브랜드 가치 향상, 미래에너지 산업화 기반구축 등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도는 지난해 462개 기업 유치로 일자리 2만 3000개를 창출했다. 박 지사는 경제난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서민과 노인, 위기가정 등 8만여명에게 17개 지원사업(1조 2500억원)을 편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서남권종합발전계획 국책사업 확정, 영산강 살리기 착공, 서남해안관광레저기업도시 개발 가시화, 무안산업교역형 기업도시 연말 착공, 광양항 서측배후단지 자유무역지대 확대, 나주에 들어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에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 등을 지역균형 발전의 추진체로 설명했다. ●2012여수박람회… 해양관광도시 기대 박 지사는 “전남의 섬과 바다, 해안선, 갯벌, 해조류, 어패류 등은 전남 발전의 동력이자 자산”이라며 해양시대를 맞는 전남의 미래상을 확신했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와 2010~16년 영암 포뮬러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 개최 등 2개 국제행사를 해양 관광산업 도약의 전환점으로 기대했다. 또 남해안권발전 종합계획을 연안권 개발을 위한 밑그림으로 완성해 정부의 선(SUN)벨트 구상과 연계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구체화를 하겠다고 역설했다. 박 지사는 “서남해안에 신재생 에너지벨트를 조성하고 조선산업, 해양관광, 해양생물 등 해양자원 개발과 산업화,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한 해양경영을 통해 지역의 부와 가치 창출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목욕탕 등 편의시설 있는 보건소 건립 올해 전남도는 174억원을 들여 시·군 보건소와 보건지소 41곳을 새로 짓는다. 박 지사는 “공직자들이 선출직 단체장을 의식해 주민의 요구대로 보건소를 늘릴 게 아니라 여기에 운동시설과 목욕탕 등 복합시설을 넣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기존의 행정집행 관례를 지적했다. 나아가 해조류 공동처리장 보다는 저장시설이나 가공시설을 짓거나 재래시장 시설현대화 사업도 한 곳을 집중지원해 현대식 할인마트로 바꾸는 선택과 집중 식으로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지사는 “전남은 잠재력을 갖춘 ‘기회의 땅’에서 희망이 넘치는 ‘역동의 땅’으로 운명이 바뀌어 가고 있고 도민들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당장의 성과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뉴스 다큐 시선] 공중전화가 본 세상

    [뉴스 다큐 시선] 공중전화가 본 세상

    ‘시선(視線)’은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 주의 또는 관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달부터 화요일마다 기존의 ‘라이프&’과 격주로 연재될 ‘뉴스다큐 시선’ 역시 누군가의 ‘눈이 가는 길’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따라가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수없이 많고 서로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그 가운데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시선들을 표현할 것입니다. 한순간을 포착하기보다는 뉴스다큐라는 이름처럼 오랜 시간을 지켜보며 충분한 사실·느낌·생각을 전달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세상의 많은 시선들과 함께 긴 여운을 느껴 보세요. ‘뉴스다큐 시선’의 첫 주인공은 공중전화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입니다. 휴대전화에 밀려 늘 퇴출될 위기 속에 있지만 묵묵히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공중전화는 경기침체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우리네 처지와 비슷합니다. 새해 첫날과 이튿날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촌, 서울역, 영등포경찰서 민원실에 있는 공중전화를 통해 본 사람들은 저마다 아련한 사연을 안고 있었으며,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들에게 공중전화는 차가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정감어린 소통의 수단이었습니다.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를 많이 찾아요. 불황이 심각해지면서 휴대전화나 집전화 요금이 버거워진 사람들이 주로 저를 이용하죠. 수입은 월 20만원이 넘고요. 사람들은 늘 저를 필요로 하지요. 항상 바쁘지만 사라질 염려가 없어 맘이 편해요.”-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촌 공중전화 “저는 ‘신상’ 공중전화기랍니다. 휴대전화처럼 문자메시지까지 보낼 수 있는 최신형이죠. 제 옆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있어요. 하지만 첨단이면 뭐합니까. 제 발밑에는 항상 노숙자들이 자고 있어요. 저에게 들인 돈이 아까워 당장 철거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없어지겠죠.”-서울역 최신형 공중전화 “월 1000원도 못 번답니다. 회사는 늘 저를 퇴출시키려고 노려보고 있죠. 하지만 경찰서 안에 있기 때문에 버틸 만해요. 공공성 때문에 섣불리 저를 제거할 수 없답니다. 동료 전화기들은 저를 철밥통이라고 부러워하지만 매일 외줄 타는 기분이에요.”-영등포경찰서 민원실 공중전화 ●불황에 중국 가족에게 전화 횟수도 뜸해져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가리봉동 시장 입구에는 공중전화 3대가 나란히 있다. 이 전화기들은 매일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의 가족들과 나누는 애틋한 대화를 엿듣는다. 1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0여명이 공중전화를 찾았다. 중국동포 박모(52)씨는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새해 안부를 전했다. 박씨의 눈은 전화기 액정화면에 뜨는 전화카드 잔액에 고정돼 있었지만 귀는 가족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듯 수화기에 꼭 붙어 있었다. 그는 “요금을 못내 두 달 전에 휴대전화가 끊겨 공중전화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2007년말 한국에 와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박씨는 고향에 있는 가족과 1년에 두세 번밖에 통화하지 못 한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100만원을 보내면 8000위안은 됐는데, 지금은 몇달을 모아 200만원을 보내도 1만위안밖에 안 돼 전화비도 부담스럽습니다.” 중국 옌지에서 온 성모(36)씨는 중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일자리가 여의치 않아 다시 들어가야 할지 상의했다. 그 역시 요금이 부담돼 휴대전화는 쓰지 않았다. “이 동네 공중전화는 외로움을 달래는 소중한 수단이죠. 전화를 걸러 나왔다가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전화부스가 약속장소가 되기도 하지요.” ●전화기 앞에서 고개 숙인 사나이 1일 오전 7시 이경수(46·일용직근로자)씨는 가리봉동 시장 공중전화기의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정작 전화는 걸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1988년 결혼했지만 경마에 빠져 전 재산 3억 5000만원을 탕진했고, 2001년 이혼하고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새해 첫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할까 망설였는데,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화드릴 면목이 없어서 그냥 끊었다.”고 힘없이 말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알뜰족도 눈에 띄었다. 이해중(55·회사원)씨는 “휴대전화가 있지만 요금을 아끼기 위해 일반전화번호로 걸 때는 공중전화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겨울이라 춥다고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다 낭비죠.” 이씨가 자리를 뜨고 30여분이 지나자 한 할아버지가 전화기를 일일이 수색(?)했다. 자세히 보니 카드투입구나 동전반환구에 쓰다 남은 카드나 동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할아버지 바로 뒤에 전화기를 쓴 김모(24·여)씨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느라 휴대전화 요금이 49만원이나 나왔는데, 이 돈을 결제하지 못해 결국 휴대전화가 끊겨 어쩔 수 없이 공중전화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외화내빈 공중전화의 고민 서울역 광장에 있는 공중전화는 현금자동입출금기와 나란히 서 있다. 빨간색 가로기둥이 산뜻한 느낌을 준다. 공중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하루 종일 지켜봐도 이 전화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만 오후 5시가 되자 노숙자 3명이 전화기 밑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셨다. 밤이 깊어지면 노숙자들의 잠자리가 됐다. 서울역 광장 종합관광안내소에서 일하는 직원마저도 신형 공중전화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주위 상인들은 “기능과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곳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김포 해병대 2사단에 근무하는 김모(23) 병장은 부산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이병 때는 부대 내 공중전화를 아예 붙잡고 살았다.”면서 “군대 오기 전에는 공중전화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부대 안에서는 정말 소중하더라.”고 말했다. 엄경헌(22) 상병은 “공중전화를 쓰면서 잊어버렸던 전화번호를 많이 외우게 됐다.”면서 “편리함은 종종 사람의 능력을 퇴화시킨다.”고 말했다.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지난 2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봉사실에 있는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KT링커스측은 “월 1000원 미만의 수익을 내는 곳으로 공중전화 한 대당 연간 관리비가 1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효율성이 최악인 전화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서 측은 공공성을 위해 이 전화기가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등포경찰서 경무계장은 “노인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왔거나 배터리가 떨어진 민원인들, 정액제 요금을 다 사용해 휴대전화가 먹통인 중고생들에게는 이 전화가 없어서는 안 된다. ”면서 “수익성을 따지자면 당연히 수지가 안 맞겠지만 한 명의 민원인이라도 전화가 필요하다면 전화기를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경찰은 “요즘 유행하는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수익성으로만 보면 세상에 남아날 것들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치안서비스처럼 평소에는 잘 모르지만 평생에 단 한 번 필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세상에는 정말 많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김민희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석춘호씨의 80년대 공중전화 추억 “구멍가게 번성 일등공신… 시위학생 방패막이였죠” “1980년대에는 상점마다 공중 전화를 서로 가까운 데 놔달라고 전쟁을 벌였죠.” 1983년 10월에 입사해 2000년까지 서울 영등포구, 동작구 등지에서 공중전화 설치,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담당한 KT링커스 총무팀 석춘호(44) 팀장은 5일 ‘공중전화 전성시대’였던 80년대를 추억했다.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기계식 전화는 요금조절 장치가 너무 조여지면 동전을 넣어도 통화가 안 되고 느슨하면 돈을 넣지 않고도 무료로 통화가 가능하기도 했다. 석씨는 “상점 주인들은 공중전화가 주위에 있어야 장사가 잘된다고 서로 가게 가까이 놔달라고 졸랐다.”고 회상했다. 요즘은 가게 앞에 공중전화를 설치하면 가게 출입문을 가리니 옮겨달라고 항의한다. 그래도 아직 보람을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비상수단으로 공중전화를 찾는다는 것. 하지만 도서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공공성을 명목으로 설치하기가 힘들어 늘 안타깝다.1987년 서울대 공중전화를 관리하러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다가 급작스럽게 터진 최루탄에 잔디밭을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데모를 하던 여학생들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남학생들은 정문 쪽에 있던 전화부스를 눕혀 바리케이드로 사용했다. 석씨는 “데모가 끝나면 전화기를 전부 수리하고 교체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80년대 여의도 국회의사당 1층에 있는 공중전화는 흥행의 보증수표였다. 특히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1층에 공중전화를 쓰려는 공무원들과 기자들이 긴 줄을 섰다. 석씨는 “당시에는 비상근무조가 있어 24시간 근무했지만 요즘은 아예 당직도 없어졌다.”면서 “공중전화가 추억이 되는 것을 보면서 말 그대로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워싱턴 입성 오바마 출발 전부터 삐걱 역술인 이철용 “흙기운 센 해…무리하면 불벼락” 박근혜 “국민에 고통”에 “그동안 뭘했다고” 미네르바 “난 악마의 도구…IMF때 도움 못 돼 조국에 죄송”
  • [뉴스 다큐 시선] 공중전화 속의 세상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를 많이 찾아요. 불황이 심각해지면서 휴대전화나 집전화 요금이 버거워진 사람들이 주로 저를 이용하죠. 수입은 월 20만원이 넘고요. 사람들은 늘 저를 필요로 하지요. 항상 바쁘지만 사라질 염려가 없어 맘이 편해요.”-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촌 공중전화 “저는 ‘신상’ 공중전화기랍니다. 휴대전화처럼 문자메시지까지 보낼 수 있는 최신형이죠. 제 옆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있어요. 하지만 첨단이면 뭐합니까. 제 발밑에는 항상 노숙자들이 자고 있었요. 저에게 들인 돈이 아까워 당장 철거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없어지겠죠.”-서울역 최신형 공중전화 “월 1000원도 못 번답니다. 회사는 늘 저를 퇴출시키려고 노려보고 있죠. 하지만 경찰서 안에 있기 때문에 버틸 만해요. 공공성 때문에 섣불리 저를 제거할 수 없답니다. 동료 전화기들은 저를 철밥통이라고 부러워하지만 매일 외줄 타는 기분이에요.”-영등포경찰서 민원실 공중전화 ●불황에 중국 가족에게 전화 횟수도 뜸해져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가리봉동 시장 입구에는 공중전화 3대가 나란히 있다. 이 전화기들은 매일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의 가족들과 나누는 애틋한 대화를 엿듣는다. 1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0여명이 공중전화를 찾았다. 중국동포 박모(52)씨는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새해 안부를 전했다. 박씨의 눈은 전화기 액정화면에 뜨는 전화카드 잔액에 고정돼 있었지만 귀는 가족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듯 수화기에 꼭 붙어 있었다. 그는 “요금을 못내 두 달 전에 휴대전화가 끊겨 공중전화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2007년말 한국에 와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박씨는 고향에 있는 가족과 1년에 두세 번밖에 통화하지 못 한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100만원을 보내면 8000위안은 됐는데, 지금은 몇달을 모아 200만원을 보내도 1만위안밖에 안 돼 전화비도 부담스럽습니다.” 중국 옌지에서 온 성모(36)씨는 중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일자리가 여의치 않아 다시 들어가야 할지 상의했다. 그 역시 요금이 부담돼 휴대전화는 쓰지 않았다. “이 동네 공중전화는 외로움을 달래는 소중한 수단이죠. 전화를 걸러 나왔다가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전화부스가 약속장소가 되지도 하지요.” ●전화기 앞에서 고개 숙인 사나이 1일 오전 7시 이경수(46·일용직근로자)씨는 가리봉동 시장 공중전화기의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정작 전화는 걸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1988년 결혼했지만 경마에 빠져 전 재산 3억 5000만원을 탕진했고, 2001년 이혼하고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새해 첫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할까 망설였는데,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화드릴 면목이 없어서 그냥 끊었다.”고 힘없이 말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알뜰족도 눈에 띄었다. 이해중(55·회사원)씨는 “휴대전화가 있지만 요금을 아끼기 위해 일반전화번호로 걸 때는 공중전화를 고집한다.”고 말했다. “겨울이라 춥다고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다 낭비죠.” 이씨가 자리를 뜨고 30여분이 지나자 한 할아버지가 전화기를 일일이 수색(?)했다. 자세히 보니 카드투입구나 동전반환구에 쓰다 남은 카드나 동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할아버지 바로 뒤에 전화기를 쓴 김모(24·여)씨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느라 휴대전화 요금이 49만원이나 나왔는데, 이 돈을 결제하지 못해 결국 휴대전화가 끊겨 어쩔 수 없이 공중전화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외화내빈 공중전화의 고민 서울역 광장에 있는 공중전화는 현금자동입출금기와 나란히 서 있다. 빨간색 가로기둥이 산뜻한 느낌을 준다. 공중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하루 종일 지켜봐도 이 전화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만 오후 5시가 되자 노숙자 3명이 전화기 밑에 앉아서 막걸리를 마셨다. 밤이 깊어지면 노숙자들의 잠자리가 됐다. 서울역 광장 종합관광안내소에서 일하는 직원마저도 신형 공중전화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주위 상인들은 “기능과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곳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김포 해병대 2사단에 근무하는 김모(23) 병장은 부산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이병 때는 부대 내 공중전화를 아예 붙잡고 살았다.”면서 “군대 오기 전에는 공중전화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부대 안에서는 정말 소중하더라.”고 말했다. 엄경헌(22) 상병은 “공중전화를 쓰면서 잊어버렸던 전화번호를 많이 외우게 됐다.”면서 “편리함은 종종 사람의 능력을 퇴화시킨다.”고 말했다.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지난 2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봉사실에 있는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KT링커스측은 “월 1000원 미만의 수익을 내는 곳으로 공중전화 한 대당 연간 관리비가 1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효율성이 최악인 전화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서 측은 공공성을 위해 이 전화기가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등포경찰서 경무계장은 “노인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왔거나 배터리가 떨어진 민원인들, 정액제 요금을 다 사용해 휴대전화가 먹통인 중고생들에게는 이 전화가 없어서는 안 된다. ”면서 “수익성을 따지자면 당연히 수지가 안 맞겠지만 한 명의 민원인이라도 전화가 필요하다면 전화기를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경찰은 “요즘 유행하는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수익성으로만 보면 세상에 남아날 것들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치안서비스처럼 평소에는 잘 모르지만 평생에 단 한 번 필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세상에는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경주 김민희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석준호씨의 80년대 공중전화 추억 “구멍가게 번성 일등공신… 시위학생 방패막이였죠” “1980년대에는 상점마다 공중 전화를 서로 가까운 데 놔달라고 전쟁을 벌였죠.” 1983년 10월에 입사해 2000년까지 서울 영등포구, 동작구 등지에서 공중전화 설치,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담당한 KT링커스 총무팀 석춘호(44) 팀장은 5일 ‘공중전화 전성시대’였던 80년대를 추억했다.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기계식 전화는 요금조절 장치가 너무 조여지면 동전을 넣어도 통화가 안 되고 느슨하면 돈을 넣지 않고도 무료로 통화가 가능하기도 했다. 석씨는 “상점 주인들은 공중전화가 주위에 있어야 장사가 잘된다고 서로 가게 가까이 놔달라고 졸랐다.”고 회상했다. 요즘은 가게 앞에 공중전화를 설치하면 가게 출입문을 가리니 옮겨달라고 항의한다. 1987년 서울대 공중전화를 관리하러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다가 급작스럽게 터진 최루탄에 잔디밭을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데모를 하던 여학생들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남학생들은 정문 쪽에 있던 전화부스를 눕혀 바리케이드로 사용했다. 석씨는 “데모가 끝나면 전화기를 전부 수리하고 교체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회상했다. 80년대 여의도 국회의사당 1층에 있는 공중전화는 흥행의 보증수표였다. 특히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1층에 공중전화를 쓰려는 공무원들과 기자들이 긴 줄을 섰다. 석씨는 “당시에는 비상근무조가 있어 24시간 근무했지만 요즘은 아예 당직도 없어졌다.”면서 “공중전화가 추억이 되는 것을 보면서 말 그대로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르헨 아파트 건설현장서 17세기 범선 발굴

    아르헨 아파트 건설현장서 17세기 범선 발굴

    아르헨티나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17세기 것으로 보이는 범선이 발견돼 화제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신흥 개발구역인 ‘푸에르토 마데로’ 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17세기 말∼18세기 초에 침몰한 것으로 보이는 스페인 갈레온 선(3∼4층 규모의 대형 범선)이 최근 발견됐다. 범선에선 지금까지 대포 5문과 사기로 제작된 올리브기름병, 마욜카(도기의 일종) 등이 발굴됐다. 발굴 작업은 계속되고 있어 추가로 어떤 유물이 발견될지 주목된다. 한 고고학자의 ‘본능적 감각’이 범선을 발견했다. ‘라 나시온’ 등 현지 일간지는 “아파트 건설현장이 매립된 땅이라 역사·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유물이 발견될 수 있다고 예상한 한 고고학자가 시공 건축회사에 협조를 요청해 6개월 전부터 굴착작업을 하면서 조사를 병행했다.”고 전했다. ‘감’이 맞아떨어지면서 범선이 모습을 드러낸 것. 발굴팀 관계자는 “당시 이 곳을 드나들던 건 영국과 스페인 범선인데 영국과 관련된 유물이 나오지 않고 있어 현재로선 스페인 범선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본적인 선체가 남아 있어 당시의 항해기술 등을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문화당국은 “시(市)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발굴작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관계자는 “현재 연대측정 정밀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14∼60일 정도면 17세기 말 전후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범선이 정확히 어느 시대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나시온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대금결제 미루는데 납품 계속해도 될까

    Q 건축자재를 조달해 건설현장에 납품하는 개인사업자입니다.몇 년 동안 저희 가게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거래처인 W회사가 납품대금 결제를 2달 정도 지연하고 있습니다.W회사에서는 원청업체의 워크아웃이 개시돼 공사대금을 받으면 즉시 지급해 준다는데 무작정 믿고 기다리며 납품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되기 시작합니다. -한재서(가명·46세) A 현대는 신용사회입니다.재화,용역의 공급과 그 대금 결제 사이에 며칠씩,몇 달씩 시차가 생기는 외상거래도 있고,돈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전부 직접 소비하거나 투자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수요자에게 빌려주는 금융도 있습니다.법적으로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로 나타나는 신용거래는 경제활동에 기여하지만,장차 상환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계획적인 사기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어쨌든 전과 같이 결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채무자의 재산상태가 악화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워크아웃을 검토하는 은행 자신도 채권자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하는 당사자인지라 그것이 실행되는 것도 의문이거니와 W기업이 보살펴야 하는 채권자들이 오로지 귀사만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자유사회에서는 평상시 발생하는 경제적 실패를 거래에 기여한 자,즉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내부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자신의 재산을 넘겨야 하고,채권자는 그 재산으로부터만 자신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으며 거래와 관계 없는 사회에 법적 책임을 주장하지 못합니다.민사법적으로는 현재 채무자가 가진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영원히 빚독촉을 하면서 채무자가 재산을 취득하면 빼앗을 수 있지만,법인인 채무자의 경우 무의미하며 개인채무자인 경우에도 파산제도에 의해 면책될 수도 있습니다.즉 거래처의 실패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손해를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거래를 중단하면 새로운 손해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지만,어차피 기존 채권의 회수는 쉽지 않습니다.기업의 재무위기 상황은 여러 군데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인데 한 채권자의 추심행위와 법적 조치는 다른 채권자들의 비슷한 채권회수 경쟁을 촉발하고 그렇게 되면 채무자인 기업은 더 이상 조업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원청업체가 기업에 지급할 공사대금 채권을 한 채권자가 가압류해 운영자금의 확보를 박탈해 버려 기업의 파산을 촉발하는 예는 흔히 있습니다.어차피 회수의문인 상태의 채권이라면 차라리 과감한 할인조건을 제시해 채무자의 자발적인 상환을 기대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외환위기를 겪는 기업에 채권을 가진 선진국의 은행이 신용평가를 해 보고 기업에 일시변제 조건으로 50% 탕감을 제시해 회수하였는데 다른 채권자들은 전액 변제를 고집하다가 나중에 파산절차에서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둘째,거래 중단은 채권자도 중요한 매출처를 잃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그렇다면 거래를 계속하되 신규 거래에 대하여는 거래조건의 변경으로 귀사의 이익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현금결제 또는 담보제공을 받게 되면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기존 납품가를 유지 받으면 새로운 이익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기존 채무의 미결제로 인한 신용하락을 이유로 납품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그 인상분으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을 드는 것이지요.국제 상거래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신용장이나 국내 건설공사 등에 이용되는 보증보험은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어느 것이나 채무자인 기업과의 사이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교섭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 얼마나 이것을 현명하게 행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어떤 채권자는 거래유지를 위한 담보 제공을 빌미로 기존 채권도 확보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어떤 채권자는 아무 대책도 없이 자신의 자원을 소진하다가 그 자신이 파탄에 이르기도 합니다.
  • 김의장 “선열에 민망해 현충원 참배 취소”

    여야는 1일 경제위기 극복과 ‘MB악법’ 저지를 각각 다짐하며 새해 아침을 맞았다.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이후 정치권의 압박을 피해 비워온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이날 복귀했다.김 의장은 이날 낮 의장실 관계자 등과 가진 신년 인사회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국 진입을 위한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 기조를 강조하며 ‘눈은 밖으로,손은 안으로’라는 화두를 던졌다.그동안 호텔과 지방 등을 전전한 그는 이날 현충원 참배를 취소한 것과 관련,“(국회 대치상황 때문에) 선열들에게 미안하고 민망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4대강 유역 건설현장의 해머 소리를 시작으로 전 국토가 일거리가 생기는 거대한 공사장이 되고,위대한 조국 건설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단배식을 갖고 “혼신의 노력과 단결력으로 MB악법을 막아낼 것을 다짐한다.”며 상창난기(上蒼難欺)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바다위 달리는 인천대교의 첨단공학

    EBS ‘다큐프라임-원더풀 사이언스’는 새해 특집으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는 첨단공학의 현장을 찾아간다.우리나라의 다리 건설 역사에서 최고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인천대교 건설 현장을 담은 ‘바다를 달리는 첨단공학,인천대교’ 편을 새해 1월1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하는 것. 해상구간 12.3km로 국내 최장의 사장교인 인천대교.애초에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5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인천 앞바다는 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 차가 최대 9m에 달한다.안개와 바람 또한 다리 건설의 방해 요소다.월평균 작업 일수도 20일밖에 안 되는 열악한 조건이지만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것은 바로 다양한 첨단공법의 도입이었다. 인천대교의 핵심인 주탑의 높이는 238.5m로 여의도 63빌딩의 높이에 육박하고,서해대교와 영종대교의 주탑보다 훨씬 높다.이 주탑을 세우기 위해서 자동상승거푸집과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고압콘크리트 압송설비 등을 통한 급속시공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동원됐다.선박들이 지나다니며 충돌시 생길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충돌보호공도 세계 최대 규모다. 한편 지난 2008년 12월16일은 인천대교 공사의 역사적인 날이었다.사장교의 마지막 상판이 연결되는 날이기 때문이다.마지막 상판을 맞추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려 지난 4년여의 공사가 쉽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이날을 위해서 공사관계자들은 노심초사하며 그 현장을 지켜봤다.드디어 상판이 연결되며 동쪽인 송도신도시와 서쪽인 영종도가 하나로 연결됐다.연인원 23만여명의 기술자들이 땀 흘린 결과인 것이다. 제작진은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하고 있는 인천대교 건설현장에서 대한민국 교량 기술의 오늘과 미래의 모습을 예측해보고자 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회공헌 특집-쌍용건설]신입사원 교육에 자원봉사 필수

    [사회공헌 특집-쌍용건설]신입사원 교육에 자원봉사 필수

    쌍용건설은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 자원봉사 시간을 매년 포함시키고 있다. 2008년 대졸 신입사원들은 7월 연수기간 중 건설현장 체험과 더불어 봉사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해비탯’에 참여했다.충남 아산시에서 진행된 이번 활동은 새내기 33명과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무주택자들을 위한 집짓기 작업을 벌였다. 쌍용건설은 2007년 전역장교 및 대졸 신입사원 23명이 경기도 양주에서 해비탯 행사에 참여했고,2006년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들도 해비탯 운동에 참여,천안시 일대에서 무주택자를 위해 집을 지어줬다.해비탯은 무주택자들을 위한 사랑의 집 짓기 운동으로 가장 절박한 가정을 정한 뒤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지어 주고 있다. 쌍용건설은 노동조합과 함께 올 1월19일 직원 34명이 태안군민돕기 기름띠 제거 봉사활동을 벌였다.또 노동조합이 각 부서에서 1년 동안 사랑의 돼지저금통 행사를 통해 모금한 200만원과 모델하우스 소품 경매행사를 통한 수익금 200만원 등 총 400만원을 태안군민 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또 쌍용건설 여직원 모임인 ‘선용회’ 회원 등 직원 10여명은 2007년 11월23일 경기도 성남의 ‘안나의 집’을 방문,400여명의 노숙자들에게 저녁 배식 봉사 활동을 하고,100만원의 성금도 전달했다. 지난해 11월15일에는 쌍용건설 마산 교방 상록아파트 현장 직원들이 현장 인근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빗물이 새는 지붕을 수리해 주고,집 앞의 고철더미를 정리한 뒤 생필품도 전달했다.쌍용건설은 2003년부터 강원도 ‘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과 긴밀한 유대를 맺고,바자회 참가 등 각종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신입사원 교육 과정에 이 복지관에서의 봉사활동 과정을 포함하고 있을 정도다.2004년부터 매년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가하고 있으며,지난 11월에도 직원 48명이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벌였다.이날 담근 김치는 주변의 무의탁노인,소년소녀가정 등 30여가구에 전달됐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꼴찌들에게 희망의 보약을”

    “꼴찌들에게 희망의 보약을”

    “우리 사회의 비주류인 꼴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청소년 장편소설 ‘꼴찌들이 떴다’(비룡소 펴냄)로 비룡소의 창작문학상인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은 작가 양호문(48·본명 손양호)씨는 11일 자신의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작가의 첫 단행본인 ‘꼴찌들이 떴다’는 제목 그대로 꼴찌들의 이야기다.춘천의 한 공업고등학교 3학년인 주인공들은 어른들에게 속아서 고압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된다.전공을 살릴 줄 알았던 주인공들은 건설현장을 떠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늘 탈출에는 실패한다.그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어른들과 만나게 되고,점차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해 나가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양 작가는 실제로 춘천공고 2학년에 다니는 자신의 아들과 그의 친구들을 모델로 했다.여기에 지방의 소규모 건설회사와 철 구조물 생산 회사 등에서 일한 잡다한 자신의 경험을 비빔밥처럼 버무려 청소년 소설을 써낸 것이다.공부를 못하는 아들에게 늘 불만을 쏟아내다가 문득 자신도 꼴찌 인생을 살았다는 자각을 하면서,‘일등’이 되지 못한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동시에 ‘일등’에게만 관심을 쏟는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소설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수상과 단행본 발간으로 생계는 아내에게 맡겨 두고 거의 10년째 글쓰기에만 몰두해온 자신에게도 큰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2000만원 상금으로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도움을 줘온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면목도 선다고.한국 나이로 49살이 돼서야 중앙문단에 입성한 그는 그동안 젊은 작가들이 큰 상을 받는 보도를 보면 기가 죽었다고.2000년 지방언론사에서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교산허균문학상’을 받긴 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하지 않고 다른 직종에 종사할 때마다 “다른 사람 신발을 신고 언덕길을 올라가는 듯한 어려움을 느꼈다.”는 그는 “글쓰기는 나의 운명”이라고 말한다.중학교 3학년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공무원인 아버지에게 떠밀려 대학 행정학과에 진학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그는 이번 출간을 계기로 ‘꼴찌는 없다’, ‘꼴찌 만만세’라는 제목으로 꼴찌 시리즈를 써볼까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② 노숙자 배양하는 ‘저수지’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② 노숙자 배양하는 ‘저수지’

    “비록 몸이 성치 않아 수급을 받고 있지만 일을 하면 수급권이 박탈돼 할 수 있는 일에도 나서지 못해요.일을 해 가난을 탈출하고 싶지만 수급권 없이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기초수급자 정진혁(42·가명)씨 “보통 일주일에 10만원을 벌지만 한 푼도 모으기 힘듭니다.게다가 요즘은 일감도 없어 공치기 일쑤입니다.‘일하겠다’는 의지마저 약해지고 있습니다.”-일용직 노동자 박수형(35·가명)씨 서울 영등포역 주변에서 만난 기초수급자들은 수급권이 ‘생명줄’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빈곤 탈출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일용직 노동자들은 불황으로 일감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노동 의지마저 잃는다면 곧바로 노숙자로 전락할 처지였다.이들은 거리에서 잠을 자는 전형적인 노숙자는 아니었지만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했고,잠자는 곳이 일정하지 않았으며,각종 지원센터에서 나오는 겨울 옷을 얻어 입었다. ●기초수급자의 딜레마 취재팀에 합류한 노숙자 장영철(41·가명)씨와 지난 3일 오전 20만원짜리 J고시원을 찾았다.곰팡이 냄새와 한 명이 어깨를 펴고 다니기도 좁아 보이는 복도,햇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3층 2호실.지저분한 이불이 깔려 있는 바닥에 컵라면 용기 등이 뒹굴고 있었다.기초수급자 정진혁씨는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다.정씨는 하루 24시간을 월 5만원에 고시원에서 빌려 주는 컴퓨터로 ‘고스톱’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돈이 너무 궁해 성치 않은 몸이지만 일을 하러 나갔다.일을 하면 수급권이 끊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둘러대야 했다.막노동은 힘들어 건물 청소를 하고 5만 4000원을 받았지만 하루벌이로 끝이었다.소득이 파악돼 수급권을 빼앗길 것이 두려워 일을 더이상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그는 “아픈 몸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사람답게 살아보려 해도 수급권이 아까워 일을 못한다.”면서 “수급권은 결국 ‘돈 줄 테니까 노숙하지 말고 방안에 박혀 있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영등포역 뒤쪽 B고시원에서 또 다른 수급자 이재용(45·가명)씨를 만났다.이씨는 “수급비를 받는 20일을 ‘공무원 월급날’이라고 부른다.”면서 “사람들이 술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고시원 수급자들은 방에서 꼼짝 않는다.”고 전했다.허리 디스크로 수급 대상이 된 이씨는 수급비 38만 2000원을 5일 만에 다 쓴다.수급비 받는 날은 고시원비 25만원이 나가는 날이다.담뱃값 등 잡비로 6만원이 나가고,인터넷 비용 등으로 7만원이 또 빠져나가면 이씨는 ‘빈털터리’가 된다. ●“벌어도 남는 게 없다면 차라리…” 지난 3일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5만원을 받은 일용직 정주용(45·가명)씨는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로 향했다.정씨는 “오늘 번 돈 가운데 2만원은 이번 주말 마사회에서 쓸 것”이라고 했다.영등포에 도착한 정씨는 먼저 K교회를 찾아 저녁을 해결했다.저녁식사 후 1만원을 내고 담배 4갑을 샀고,2000원으로 소주 2병을 사 마셨다.술에 취해 쉼터에 갈 수 없는 그는 8000원을 내고 인근 사우나에 들어갔다.지난 7일 한국마사회 영등포지점에서 다시 만난 정씨는 이미 이틀 전에 2만원을 경마에 다 탕진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 절망 딛고 행복을 팝니다

    절망 딛고 행복을 팝니다

    “세상살이가 힘에 겨워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했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 있을 거라는 믿음이 헛되지 않았나봐요.내 가게를 갖는 게 이렇게 눈물나게 좋은 일인 줄 미처 몰랐어요.” 강남구 일원동 영희초등학교 앞에 청과물가게를 연 이준용(45)씨 부부는 개점을 하루 앞둔 8일 기쁨과 회환으로 얼룩진 눈물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이씨의 청과물 가게가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나라 안팎의 경제도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강남구가 전국 최초로 저소득층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해 마련한 ‘희망실현창구 사업’ 1호점이기 때문이다. 2006년 가락시장 청과도매점에서 일하다가 실직한 이씨는 그동안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막노동으로 버는 돈으로는 매월 100만원씩 들어가는 장모의 병원비와 초등학생과 중학생 3남매의 학비를 대기에도 버거웠다.아내가 한복가게 점원을 해서 겨우 끼니를 이어갈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보였다.강남구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장기 저리의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일명 ‘희망실현창구 사업’을 접했기 때문이다.이 사업은 기술과 경험은 있지만 신용과 담보가 없어서 일반 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제도다.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빈곤 퇴치를 위해 빈민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실시해 대성공을 거둔 데 착안한 강남구의 역점사업이다. 이씨는 지난 9월 창업 신청을 해 9대1의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자(4인)에 포함되는 기쁨을 안았다.고진감래의 순간이었다.그는 5000만원을 지원받아 자신의 가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대출조건도 일반 금융권에선 도저히 접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조건이다.연리 2%에 원금 3000만원은 5년 뒤 상환하면 되고,나머지 2000만원은 3개월 뒤부터 57개월 분할 상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청과물시장에서 20년 이상 잔뼈가 굵은 그는 “청과물 고르는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서 “경제 위기로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반드시 성공해 도움을 준 강남구청에 보답하고,제2,제3의 희망실현창구가 성공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한편 강남구는 지난 8월 사회연대은행과 희망실현창구 창업지원사업 위탁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뒤 모금과 예산을 통해 지금까지 12억 1000만원을 창업자금으로 확보했으며,앞으로 모금활동을 확대해 ‘종잣돈’을 2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샐러리맨형 예술가’ 만드는 사회/서동철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샐러리맨형 예술가’ 만드는 사회/서동철 문화부장

    몇해 전이었던 것 같다.중학교에 갓 들어간 딸 아이가 바이올린을 곧잘 한다고 자랑하던 친구가 어느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주위에선 본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들 충고 하는데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음악으로 대학에 보내겠다는 마음은 이미 접은 듯했다. “그냥 취미로 시키면 어때.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바이올린 한 곡쯤 연주할 수 있으면 멋있는 인생일 것 같은데….그리고 어차피 음치인 너를 닮았으면 정경화처럼 되기는 어렵잖아?”이렇게 막역한 친구의 마음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위로’했다. 웬만한 사람은 지레 겁을 먹고 일찌감치 마음을 접어야 할 만큼 예술계 대학에 진학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특정 대학을 놓고 일류다,이류다 구분하기도 하지만 예술계는 서열을 가르는 것조차 배부른 얘기일 만큼 대학이라고 이름만 붙어있으면 관문을 통과하기가 어렵다.하기는 예술이란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늘 즐겁지만,공급자는 언제나 고통스러웠다. 며칠전 읽은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밥을 먹으러 갔어요.그런데 시중드는 녀석 둘이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예요.적어도 요리사 녀석들보다는 제가 상석에 앉아야 한다는 것을 아시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라고 한다.요즘 한창 인기있는 직업으로 떠오른 요리사들에게는 정말 송구스럽지만,당시 음악가들은 예술을 고민하기에 앞서 밥먹는 데서부터 자존심이 상해야 했음을 알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모차르트가 활동하던 18세기 후반과 오늘날 음악가의 사회적 지위는 비교가 불가능하다.이 땅에서 빚어지고 있는 예술계 대학의 입시난 역시 음악가를 비롯한 예술가의 높아진 사회적 지위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렇게 치솟은 사회적 지위의 정점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예술 대학 교수의 일부가 입시철마다 빚어내는 불협화음은 예술가의 지위를 다시 모차르트 시대와 다름없게 스스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최근 어느 미술대학 교수가 입시비리의 구체적인 수법을 폭로했다고 하여 떠들썩했다.신문과 방송은 ‘충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하여 보도했고,고발당한 동료교수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을 모았지만,내용을 살펴보니 충격은커녕 싱겁기 그지없었다.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을 만큼 흔하게 벌어졌고,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고전적 부정의 나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만드는 일을 하는 학교 선배를 오랜만에 만났다.대학의 이공계 학과를 졸업한 뒤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일찌감치 현악기 제작에 뛰어든 분이다.몇몇 음대 교수가 제자와 학부모에게 비싼 외국산 옛악기를 강권하면서 어떤 복덕방보다도 높은 비율의 ‘중개료’를 챙기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가슴앓이를 하던 그였다. 요즘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음악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는 세태라고 했다.토목공학과 출신의 건설현장기사가 퇴근하면 콘크리트를 비비지 않듯,음대 출신도 연습이나 연주를 마치면 음악을 손에서 놓아버리는 분위기를 말한다.열정과 재능이 예술계 대학 진학 조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이를 비집고 ‘샐러리맨형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있다는 뜻이다. 입시부정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부정을 저지르는 교수나 그 부정에 영합하는 학부모가 단순히 자기 자신이나 자기 자식을 망치는 데 그치지 않고,우리 문화예술의 미래를 멍들게 하기 때문이다.하루 24시간도 부족한 예술분야에서 샐러리맨형 음악가와 샐러리맨형 화가만 차고 넘친다면 무슨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동철 문화부장 dcsuh@seoul.co.kr
  • 4년만의 첫 직장 석달만에 쫓겨나

    4년만의 첫 직장 석달만에 쫓겨나

    “내가 뭐 잘못했노.시험은 만날 2점차로 떨어지고,마음 고쳐먹고 눈 높이 낮춰 힘들게 취직해서 죽도록 일했는데 3개월만에 짤리고….이게 뭐꼬.” 4일 그는 끝내 눈물을 떨궜다.2004년 2월 지방 사립 K대 토목과를 평점 4.0으로 졸업한 설찬희(30·무직)씨.졸업과 동시에 갑자기 들이닥친 취업대란에 9급 지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그 해 졸업한 50명의 토목과 동기 중 40명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다. 택시운전을 하면서도 “아들,어디 가서 ‘꿀리면’ 안 된다.’고 비싼 등록금에 용돈까지 대준 아버지에게 설씨는 더 이상 손 내밀 염치가 없었다.그래서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주말에는 ‘전공을 살려’ 건설현장에 인부로 나가 생활비를 벌었다. ●공시 도전 8회 실패 수험생활을 시작한 2004년.경남 창원시 공무원시험의 합격선에 단 2점이 모자라 떨어진 설씨는 ‘창원은 경쟁률이 높다.’는 생각에 이듬해인 2005년 경남 거제시에 지원했다. 또 2점차 낙방.거제시도 만만치 않았다.그 해에는 서울에 올라와 중앙 정부직에도 도전했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배가 아파 시간 조절에 실패했다.이번엔 1점차. 수험생활 3년째인 2006년.창원시 시험을 치고 나서 ‘이번엔 확실하다.’고 믿었는데 또 2점차.포기하고 싶었다.설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신세한탄을 늘어놨다.그래도 ‘남자’라서 울지는 않았다.마음을 다잡고 경북도 시험에 임했다.또 2점차.머릿속에는 ‘설찬희 2점,설찬희 2점….’이라는 자학만 가득했다. 2007년.창원과 경북 둘 다 2점이 모자랐다.‘진짜 마지막’는 생각에 올해 경북 시험을 쳤지만 또 2점차.오는 2009년에는 공무원 신규채용을 줄인다는 소문이 돌았다.어느새 서른인 설씨는 ‘더 이상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공무원에 미련을 버리고 눈높이를 낮춰 취직에 도전했다. 100곳이 넘는 중소제조업체·건설업체에 원서를 넣었고 수십번 면접을 봤다.천신만고 끝에 지난 9월 콘크리트 블록을 생산하는 공장에 취직했다. 비록 수습사원이지만 판로를 뚫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자존심 구겨가며 20여명의 공무원 친구들에게 전화까지 했다.졸업 후 4년 7개월.첫 직장에서 첫 월급으로 140만원을 받았다.너무 기뻤다. ● “눈 낮춰도 일자리 없어” 10월부터 들이닥친 불황에 거래는 끊기고 재고는 쌓였다.3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갈 무렵인 지난 11월28일 설씨는 결국 회사에서 ‘잘렸다’. 고용보험,실업급여의 혜택도 못 받은 설씨는 “그래도 사장 안 밉다.아들 같은 수습사원 손잡으며 미안하다며 고개숙인 채 내쫓아야 하는 사장은 얼마나 부끄럽겠노.”라고 말했다.설씨는 ‘스낵카를 끌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자재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일 서울에 올라왔다. 하지만 만만찮은 스낵카 가격과 노점 펼 자리마저 구하기 힘든 현실만 확인했다.“4년제 대학 나오고 노점 끄는 거 부끄럽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는 “도대체 어디까지 눈을 낮춰야 하노.”라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마주 앉은 친구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설씨는 대기업 건설사 지방본부의 면접을 봐야 한다며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배웅하는 친구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방대 나오고 나이도 많은 나를 대기업이 뽑아주겠나? 기대는 없다.그래도 희망은 안 버린다.너무 걱정마라 친구야.”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경주 방폐장 관리 손놨나

     내년 6월 첫 폐기물이 반입,저장되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사실상 관리부재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현재 방폐장 건설현장에는 책임이 없는 파견 지원인력만 근무하고 있을 뿐 단 한 명의 주재관도 배치되지 않고 있다.  27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 초 교과부가 경주 방폐장 주재관으로 6명의 정원을 신청했으나 행정안전부는 단 한 명도 배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원자력국 4급 공무원 1명을 현장에 파견지원 형식으로 배치했고,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사무직원 한 사람을 현지 고용해 배치했을 뿐이다.  특히 현장에 파견된 공무원에게는 감시권한이 없을 뿐더러 업무에 대한 책임도 지울 수 없다.이 때문에 내년 6월 이후 폐기물이 저장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장 실태파악이 어려운 것은 물론 현안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른바 ‘책임소재 부재’ 상황이 빚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방폐물 처리시설은 원자력 발전 등에 따른 필수적 부산물인 방사성 폐기물이 가지고 있는 독성(유해 방사선)으로부터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폐쇄 후 최소 300년간 제도적 관리가 필요할 만큼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경주 방폐장(80만드럼 저장)의 절반 규모인 40만드럼 저장 규모의 아오모리 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에 모두 10명의 상주 감시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무너지는 지방경제](상) 호남 최대 신도시 ‘광주 수완지구’를 가다

    [무너지는 지방경제](상) 호남 최대 신도시 ‘광주 수완지구’를 가다

    23일 찾은 호남 최대의 택지지구인 광주시 광산구 ‘수완택지지구’.이 곳은 한국토지공사가 1조원을 투입해 조성한 신도시(460만 3000㎡)다.입구에 들어서자 시원하게 뚫린 단지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아파트 숲’이 펼쳐진다.올 하반기부터 연차적으로 총 2만가구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들어선다.현재 14개 건설사가 분양 중이다.입주가 코앞에 닥쳤지만 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도로와 건물 곳곳에 ‘잔여가구 특별 분양’,‘입주자 중도금 이자 면제’ 등 분양을 알리는 플래카드만 나부낀다.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앞둔 아파트단지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다.  현장에서 만난 건설사 김모(40) 부장은 “이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공사에 착수했다.”며 “올 안으로 전체 가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 징후는 공사 현장 곳곳에서 나타난다.건설사가 시공한 일부 아파트는 공사가 잠시 중단되거나 입주일을 늦추기 위해 ‘찔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입주 시기에 맞춰 진행될 은행권의 자금회수 요구를 늦춰 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원청업체의 자금난을 예상한 하청업체들이 철수하면서 공사는 더욱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방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건설업계가 폭풍전야다.불만 붙이면 ‘부도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질 기세다.‘어느 어느 업체가 부도난다더라.’는 등의 루머는 지역건설업체의 입지를 더욱 옥죈다.B건설업체 관계자는 “돈줄이 막히면서 일부 사업장의 공사를 중단했다.”면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어느 지역이나 사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2006년 아파트를 분양한 A사는 자금난으로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하도급 업체들이 공사율 70%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해 버렸다.대구의 상당수 아파트 건설현장이 이처럼 현재 자금난을 못이겨 공사를 중단한 상황이다. 광주시 광산구가 파악하는 수완지구 분양률은 평균 60%선.하지만 이는 업체들의 주장일 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처럼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고,부도설까지 겹치면서 사업계획을 취소하거나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광주지역 ,D사는 지난해 터파기를 마친 뒤 공사를 중단했다.E사는 이달 초 3개 블록 1000여가구의 주택건설사업 승인 취소를 구청에 요구했다.사도 공사를 중도에 포기했다.  수완지구의 아파트 구입에 나섰던 박모(47·광주 북구 오치동)씨는 “계약금 1500만원을 치르고 42평형을 분양받았지만 잔금을 낼 여력이 없어 입주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H건설사의 ‘현장 샘플하우스’를 찾은 주부 이모(54)씨는 “현재 살고 있는 42평형 아파트를 처분해 38평형을 분양을 받으려 해도 1억원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나는 데다,그나마 살던 집이 안 팔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지역 생활정보지에는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원 낮은 가격의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일부 지역에서는 20~30%의 분양가 ‘폭탄 세일’도 쏟아지고 있다.하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평형과 층수에 따라 분양가 인하,대출이자 지원,발코니 새시 설치 등 각종 혜택을 내걸고 있으나 백약이 무효”라면서 “이는 수요자들의 자금 사정이 안 좋은 데다 향후 분양가가 더 내릴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부동산 김모(40) 대표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특히 가격상승을 예상하고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계약금(분양가의 5) 을 포기한 채 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건설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지방에 아파트 건설현장을 많이 운용하는 업체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매입에 나섰지만 자금력이나 브랜드 가치가 덜한 지역업체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무너지는 지방경제] “하도급 받기도, 일자리 얻기도 별따기”

     “올들어선 공사 한 건도 못하고 있습니다.”  경남 합천에서 소규모 건축업을 하고 있는 T건설 유모(42)씨는 “지난해 수주했던 관급 토목공사 현장 2곳으로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5명의 임금을 충당하며 버티고 있지만,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안해 했다.  큰 건설회사에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에 기대어 꾸려가는 영세업체에 이르기까지 지방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없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경남 사천시 D건설 대표 문모(46)씨는 “상가 등의 일반 건축공사는 끊긴 지 오래됐고,가뭄에 콩나듯이 나오는 관급 공사마저 일감이 없는 원청회사가 직접 시공을 하기 때문에 하도급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문씨는 “건설공사 발주량은 줄었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건설업체는 넘쳐나 도태되는 회사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경남 마산의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관급공사에 죽기 살기로 달려들다 보니 입찰 경쟁이 치열하고,낙찰되고 나면 하도급을 받기 위해 또 한차례 전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중견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지방의 3~4개 현장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사업장마다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며 “요즘은 생사여탈권을 쥔 은행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토해 냈다.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시회 관계자는 “관내 190개 종합건설회사 가운데 20개 업체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20개 업체는 다른 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겼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이 사라짐에 따라 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창원시 봉곡동 지귀상가 근처의 인력공급사무실 4~5곳에는 매일 새벽 10~20명의 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다.그러나 일자리가 연결돼 일을 나가는 근로자는 대기자의 3분의 1수준이다.허탕을 친 근로자들은 내일을 기대하며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 21일 새벽 6시쯤 창원시 한 인력공급사무실에 나와 일자리를 기다리던 김모(45)씨는 “하루 일당으로 6만원을 받지만 올들어서는 한 달에 보름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김씨는 “식당일을 하는 아내의 수입을 합쳐도 중·고교에 다니는 남매의 학원비 대기가 버겁다.”며 한숨지었다. 전국종합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주말탐방] 건설 현장 3인의 여전사

    [주말탐방] 건설 현장 3인의 여전사

     금녀의 벽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에게 건설분야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곳입니다.거친 말투와 험한 현장,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한계가 매일매일 생기는 그런 곳입니다.최근 건설 현장에서 여성들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건축에 관심 깊은 여학생들이 늘고 있고요.하지만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은 극히 드뭅니다.한 대학 토목공학과 여학생 비율을 보면 최근 10년간 100명 가운데 여학생이 10명을 넘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실제로 현장에서 뛸 준비가 된 여성은 적다는 뜻이죠.건설회사도 비슷합니다.여성 신입사원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주로 행정,공무를 맡는 것이 대부분이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타워크레인 기사 지남순,한국수자원공사 김형숙 과장,GS건설 백소영 과장은 그래서 더욱 진귀한 존재입니다.여성 특유의 강인함과 섬세함으로 건설 현장에서 빛을 발하는 그녀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타워크레인 기사 지남순씨   상공 130m 한평(3.3㎡)남짓한 공간.이곳이 제가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곳입니다.타워크레인 기사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죠?아파트 같은 높은 건물을 지을 때 각종 건축 자재를 옮기는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일을 합니다.현재 은평뉴타운 금호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요.이 현장에는 고공 타워크레인 10대가 있는데 기사들 가운데 경력 16년의 저 지남순(49)이 최고참 베테랑이랍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아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나만의 일을 갖고 싶었고,마침 타워크레인 기사를 보고 “멋지다.”라고 생각한 것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타워크레인 꼭대기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마치 제가 어미새가 된 느낌입니다.철근 같은 건축자재를 건설 현장으로 날라다 주는 게 마치 어미새가 새끼새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 것 같거든요.어쩌면 이 분야에서 여성들이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것도 어미새의 마음으로 행여나 다치지는 않을지 조심조심 꼼꼼하게 일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국에 1500명 정도 되는 타워크레인 기사 가운데 여자가 300명쯤 됩니다.전문기술이어서 보수나 대우에 있어서 남자들과 비교해 전혀 차별을 받지 않습니다.현장에서도 여자들이 집중도가 높고 섬세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입니다.하루종일 타워크레인에 있으면서 땅에 발을 디디는 것은 딱 한번 점심 시간뿐입니다.가끔 타워크레인으로 먹을 것을 배달 받기도 합니다.그러다가 갑자기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냐고요.꾹 참든가 아니면 작은 용기 같은 곳에 알아서 해결해야죠.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도 직업병이 있습니다.매일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팔다리가 자주 아프죠.또 늘 긴장한 상태에서 조종간을 잡고 있다 보니 허리가 아프거나 어깨가 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공에 하루종일 떠있다 보면 가끔 외로워질 때도 있습니다.오로지 지상과 대화할 수 있는 통로는 무전기뿐이죠.마땅한 대화 상대도 없이 하루종일 혼자 지내야 하는 제게 유일한 친구는 라디오입니다.요즘에는 DMB TV를 보는 분들도 있지만 TV에 정신이 팔렸다가 여차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좋은 점도 있습니다.타워크레인에 오르면 멋진 경치가 한눈에 들어옵니다.지금 일하고 있는 은평 뉴타운지구에서는 북한산의 절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지요.한강변 오피스텔을 지을 때는 한강 다리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하는 행운도 누렸죠.여러분도 타워크레인 기사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수자원공사 토목공사 감독 김형숙씨  한강 바닥을 가로질러 수돗물이 공급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서울 성산대교 아래 한강 바닥에서 땅속으로 43m,길이 1.3km,직경 3.8m에 이르는 거대한 수도관(터널)이 묻혀 있습니다.  지난 5월 준공된 이 하저(河低)터널은 공사 기간만 3년이 걸렸습니다.국내 수로공사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공사였습니다.첨단 무진동·무발파 터널굴착(TBM) 공법을 사용했는데 혹시라도 바위를 만나거나 하면 공사를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터널을 뚫어야 했습니다.그래서 사전에 지질조사를 완벽하게 끝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공사를 성공시켰습니다.이 공사로 내년부터 고양·파주 등 수도권 서북부 주민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죠.이 공사의 총 감독을 맡았던 주인공이 김형숙(34) 과장입니다.한국수자원 공사에서 첫 여성 현장 과장을 맡음과 동시에 한강 하저터널을 뚫으라는 임무를 부여받았죠.처음엔 현장 근로자들이 “여자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눈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옛날부터 터널공사 현장과 배에는 부정탄다고 해서 여자를 들이지도 않았는데 여자 감독이라니요.  하지만 꼼꼼하게 공정을 챙기는 제 모습을 보고 근로자들도 조금씩 달라지더군요.체력면에서도 결코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았습니다.단 한번도 회사 회식자리에 빠지지 않았고,다음날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타났죠.여기에 남자들에게는 부족한 센스와 눈치까지 무장하고 나니 결국 아무도 저를 여자라고 무시하지 않더군요.  3년에 걸친 공사를 마치고 수로터널 관통식 날 너무 감격스러워서 근로자들과 함께 “만세!”를 불렀습니다.시공 회사도 “여자 감독인데 대단하다.덕분에 공사를 무사히 마쳤다.”고 하더군요.1997년 신입 사원 때 근로자들의 반대로 터널 공사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를 떠올리니 감개무량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일산 정수장 건설 현장을 감독하고 있습니다.내년 8월 정수장이 준공되면 이 지역 주민들에게 하루 35만t의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대학(93학번) 토목공학과에서 유일한 여학생이었고,입사할 때도 홍일점이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토목·건축학과에 여학생이 많이 늘었고,건설현장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여사원이 많습니다.하지만 아직은 여성들이 건설 현장에 나오는 것을 남다른 눈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남자 못지않다는 평가 대신 “남자 열 명 몫을 한다,남자 열 트럭 갖다줘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곧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GS건설 건축 시공기술과장 백소영씨  아침 6시30분.아직은 바깥이 어둑어둑한 이 시간.저는 13년째 매일 아침 공사현장으로 출근합니다.요즘 갑작스러운 추위에 공사장에 부는 ‘돌바람’은 한결 더 매서워졌습니다.  제 이름은 백소영(39).현재 GS건설 영등포 경방 K프로젝트 건설현장의 기술시공 과장입니다.현장의 건축기술과 관련한 책임자라고 할 수 있죠.제가 책임지고 감독하는 인원이 작업 인부까지 포함하면 400명 정도 됩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안전벨트,안전모,각반(바지자락이 걸리지 않게 모아주는 밴드),안전화(신발) 등을 착용하고 나면 이제 일할 준비 끝.  6시 50분,공사현장의 직원들과 안전 체조를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이 공사장에는 하루 1500명이 투입되는데 한꺼번에 체조를 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장관이지요.  이어 현장을 돌면서 점검을 합니다.설계대로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지,레미콘은 잘 뿌려지고 굳고 있는지,위험하게 방치돼 있는 장비는 없는지 건물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닙니다.  과장으로 진급하기 전 기사라는 직책일 때는 인부들을 대신해서 레미콘을 붓거나 방수턱에 흙 손질을 직접 하는 일도 허다했습니다.그때 별명이 ‘백기사’였죠.  예전엔 여자 기사라고 해서 얕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차마 여자라서 때리지는 못하고 멱살을 잡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겁을 주거나,손가락으로 얼굴을 꾹꾹 찌르면서 모멸감을 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이제 모두 옛날 이야기지만요.  지금은 인부들과 부딪치는 일이 있더라도 소주 한잔 하면서 풀거나,“삐쳤어요?”라면서 제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합니다.이렇게 사람들끼리 부딪치는게 현장만의 매력이죠. 제 말투가 군인 같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예,그렇습니다.”“~합니까.” 같은 말들은 현장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저절로 몸에 밴 습관인데 말이죠.  90년 입사 당시 여자 동기가 저를 포함해 2명이었는데 지금은 저만 남았습니다.일이 좋아서 살다 보니 아직 결혼도 안 했습니다.하지만 제 손으로 지은 아셈 컨벤션센터(서울 삼성동)나 LG텔레콤 사옥(서울 가리봉동) 등을 떠올리면 결혼보다 아직은 현장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퇴근은 오후 10시를 넘깁니다.하지만 저는 작업복이 참 좋습니다.이 옷만 입으면 가슴이 쫙 펴지고 마음이 편해집니다.내일 아침은 더 어둡고 춥겠지만 전 6시30분 어김없이 현장으로 출근할 겁니다.지난 13년동안 그래왔듯이.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삼성전자 ‘럭비폰’ 극한 상황에서도 정상작동 화제

    삼성전자 ‘럭비폰’ 극한 상황에서도 정상작동 화제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선보인 ‘강한’ 휴대전화 ‘럭비폰’이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럭비폰은 삼성전자가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AT&T를 통해 지난달 출시한 럭비폰(Rugby. SGH-a837)으로 건설현장.탄광.밀림·정글 탐험 등 거칠고 험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에서는 사용자가 럭비폰을 흙탕물에 빠뜨린뒤 10분 정도 있다가 건져내 작동시키거나 동물뼈로 내려치기도 하고 아이들이 장난삼아 높이 던지는 등 휴대전화에는 가혹할만큼 극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럼에도 동영상 속 럭비폰은 외부 케이스의 흠집외에는 별다른 손상없이 정상 작동해 전 세계 네티즌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이 동영상은 27일 현재까지 6만여건이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럭비폰은 물과 먼지에 강하도록 고어텍스 등 첨단 소재를 적용해 방수와 방진 기능을 높였으며 외부 휴대전화 케이스 외에 내부에 휴대폰 부품을 보호하는 케이스를 추가 적용해 외부 충격에 강하도록 만들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국방성 규격(Military Standard 810F)도 만족시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익스트림 스포츠 인구가 많은 북미에서 충격에 강한 휴대전화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서인지 이러한 동영상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세계를 짓는다-국내 건설사 해외현장 탐방] (3) 삼성물산 건설부문

    [세계를 짓는다-국내 건설사 해외현장 탐방] (3) 삼성물산 건설부문

    |두바이 김성곤기자|지난 2004년 12월1일 두바이 국영개발회사 이마르(Emaar)사 회장 저택. 알라바르 이마르 회장과 메트루시 이마르 사장 곁에 앉은 김계호 삼성건설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의 얼굴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 알라바르 회장이 마침내 정적을 깼다.“역시 삼성건설이 없으면 안 되겠습니다.”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두바이’의 시공 리딩 컴퍼니로 삼성물산이 선정되는 순간이었다. 두바이공항에서 비행기가 선회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버즈두바이다. 소총 같기도 하고, 우리의 솟대(장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공항에서 버즈두바이는 손에 닿을 듯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그 유명한 두바이 교통체증에 걸려 공항에서 버즈두바이까진 40여분이나 걸렸다. 가까이 가자 두바이의 상징인 사막의 꽃을 형상화한 거대한 나선형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5월에 찾았을 때보다 주변이 많이 정돈돼 있었다. 골조공사는 끝났고 이달 말부터는 첨탑공사를 시작한다. 세계 건설사에 길이 남을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의 버즈두바이 건설현장이다. ●세계 3대 마천루 건설 삼성건설의 버즈두바이 공사는 피 말리는 수주전 끝에 일궈낸 성과다. 초고층 실적을 갖춘 세계 30여개 건설회사 간의 숨막히는 경쟁에서 이겨 삼성건설이 초고층 분야에서 ‘세계 1등 건설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발주처가 삼성건설을 택한 것은 10년간 국내외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 7개를 시공한 경험과 풍부한 인적자원, 삼성 브랜드의 국제적 신뢰도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삼성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뒤 메트루시 사장은 “삼성 없이는 버즈두바이가 있을 수 없다.”며 “비용보다는 삼성의 초고층 시공경험을 높이 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발주처의 신뢰에 보답하듯 버즈두바이는 공사를 시작한 지 정확히 31개월만인 지난해 7월23일 140층 골조공사,512m로 당시 세계 최고층이던 타이완TFC 101타워를 제치고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우뚝섰다. 삼성건설은 초고층 건축분야의 세계 최강자다. 전세계 초고층건물(50층 이상, 200m 이상) 404개 중 7개를 시공했다. 이런 초고층건물을 3개 이상 시공한 건설업체는 16개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버즈두바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타이베이금융센터빌딩(타이베이 101빌딩) 등 세계 3대 마천루를 건설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삼성건설은 초고층과 하이테크 시설, 도로·교량, 항만, 발전플랜트 등을 6대 핵심 상품으로 선정하고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량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질적 성장만이 급변하는 건설환경 속에서 생존을 가능케 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초고층 분야 세계1위 입증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세계 최고를 달성한 분야가 초고층이다. 삼성물산은 2010년까지 초고층 시장 규모가 6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초고층 분야의 인재 확보를 위해 성균관대 대학원에 초고층 관련학과를 신설하는 등 적극 대비하고 있다. 초고층 분야 최고를 위한 시동은 1993년 11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공사를 수주하면서 걸었다. 지하 6층 지상 88층, 높이 452m로 당시 세계 최고층이던 미국 시카고 시어스타워(지상 110층, 높이 443m)를 뛰어넘었다.1993년 2월 입찰이 발표된 후 세계 굴지의 건설업체와 입찰경쟁을 벌여 1개 동과 스카이브리지 연결공사를 2억 200만달러에 따냈다. 최신 공법과 장비가 총동원된 이 공사는 300여 가지가 넘는 설계변경 등 어려운 작업 여건과 촉박한 공사일정으로 1일 2교대 24시간 근무제를 택했다. 결국 다른 동의 건설을 맡은 일본 하자마 건설보다 한 달가량 늦게 공사를 시작하고도 마지막 콘크리트를 앞서 타설,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건설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수주와 성공적인 공사수행의 여세를 몰아 말레이시아에서 지상 50층의 암팡타워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태국 지상 45층 칼람타워, 필리핀 최고층 빌딩인 55층 피비콤(PBcom)타워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동남아시아 초고층 시장 최강자로 부상했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국내 최고층인 타워팰리스 시공실적은 또 다른 신화를 잉태했다.2001년 10월 타이완 타이베이국제금융공사가 발주한 101층 규모 타이베이금융센터 마감공사를 수주한 것. 특히 세계 최고층인 버즈두바이 시공은 삼성건설의 기술력과 공사수행능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 같은 시장의 신뢰는 중동 최대 전시장 건설공사인 ‘두바이익스비션월드(DEW)’ 수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공사를 하고 있거나 수주 가능성이 있는 것만 따져도 40억달러에 이른다. 김계호 부사장은 “초고층 빌딩 계획을 갖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빼놓지 않고 받을 정도로 초고층 빌딩에 관한 한 삼성건설의 명성은 세계 최고”라면서 “2010년까지 5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초고층 건설시장에서 삼성의 위치는 확고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sunggone@seoul.co.kr ■ 초고층 건설 신기록들 - 신기술로 3일에 1개층씩 완성 ‘3일만에 한 개층 완성, 세계 최고높이 콘크리트 타설, 세계 최고강도 콘크리트 사용, 세계 최장 타워크레인용 강철 길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세계 초고층 건설사에 각종 신기록을 보유한 신기록 제조기이다. 삼성건설은 초고층 실적에서 국내 1위, 세계 6위이지만 ‘버즈 두바이(800 m 이상)’,‘타이베이금융센터(TFC 101·508m),‘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 ’ 등 세계 3대 초고층빌딩을 시공했다는 점에서 발주처나 경쟁기업들에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삼성물산은 초고층 건축사에서 숱한 기록들을 세웠다. 대표적인 게 콘크리트 압송기술. 버즈 두바이에서 지상 601m까지 튜브를 통해 콘크리트를 쏘아 올려 일본 업체가 기록한 450m의 신기록을 깨뜨렸다. 이런 기술을 활용, 버즈 두바이는 3일에 한층(4m)씩 높이가 올라간다. 일반 빌딩(보통 7~8일)보다 공사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 버즈 두바이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가로 세로 높이 1㎝의 좁은 면적에 몸무게 70㎏인 남성 11명이 동시에 올라가도 끄떡없는 초고강도이다. 버즈 두바이의 오차범위는 25㎜.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성항법장치(GPS) 기법으로 초정밀시공을 하고 있다. [용어 클릭] ●버즈두바이 두바이 정부가 총사업비 260억달러를 투입하는 ‘글로벌 두바이’ 5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두바이 성공신화의 상징이다. 총공사비가 8억 8000만달러로 2005년 1월 착공,2009년 10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공사금액은 이미 11억달러로 늘어났다. 두바이 사막의 꽃을 형상화했다. 이슬람 건축 양식을 접목시킨 독특한 나선형 외관으로 주목받는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김경준 현장소장 “버즈두바이 통해 20억弗 추가 수주” “삼성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그 사람들 요즘은 우리를 부러워합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버즈두바이’ 건설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삼성물산 김경준 현장소장(상무)은 21일 “버즈 두바이는 적자공사가 아니라 효자공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소장은 “공사 수주 때 당초 쓴 금액보다 높여서 수주했다.”면서 “만약 적자 수주를 했다면 공동 시공사인 아랍텍 등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신이 한 공사 중에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주 당시 경쟁사는 공사를 따내기 위해 가격 낮추기에 몰두했다. 이에 반해 삼성건설은 기술심사에 승부수를 띄웠다. 최종 입찰금액을 더 낮게 쓴 업체가 있었지만 결과는 삼성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버즈두바이는 삼성건설에는 그야말로 ‘노다지’ 현장이다. 이 공사를 통해 두바이에 진출하면서 추가로 20억달러가 넘는 공사를 따냈다. 현재 수주 상담을 벌이는 공사도 이에 못지않은 금액이다. 김 소장은 “버즈두바이 수주는 기술과 공정관리, 풍부한 경험의 합작품”이라면서 “한국 건축사와 건축시공기술 발전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 공기를 맞추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삼성건설이 공사를 시작할 때쯤 건설인력 보호를 위해 낮시간대인 12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작업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해 야간작업을 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초고층빌딩 건축전문가다. 버즈두바이 현장소장에 앞서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현장소장을 맡았다. 타이베이금융센터빌딩은 본사에 있으면서 직접 관리하기도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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