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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일간 불타는 축제… 미래가 온다, 문화가 있다

    100일간 불타는 축제… 미래가 온다, 문화가 있다

    ICT 결합 미디어아트 시선 끌고 발레·클래식·국악 공연 풍성 경포해변 등 밤마다 화려한 불꽃 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또 하나의 축제인 ‘문화올림픽’은 이보다 빨리 막을 올린다. ‘날마다 문화가 있고 축제가 있는 문화올림픽’을 기치로 올림픽 기간 전후로 강원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는 음악, 전시, 문학, 공연, 조형 미술, 미디어아트 등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무대에 오른다.9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평창올림픽플라자는 소공연과 전통문화 향연의 메카로 자리할 전망이다. 문화ICT관에는 백남준, 이중섭, 김환기, 이우환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된다. 소공연과 정보통신기술(ICT) 체험 전시, 전통미를 융합한 미디어파사드 쇼가 날마다 펼쳐진다. 전통문화관에서는 누비장, 침선장, 갓일 등 무형문화재 기능장의 시연과 대금, 가야금, 판소리 등 예능장의 공연을 매일 즐길 수 있다. 전통문화마당에선 민속체험행사와 탈춤, 농악 등 전통 야외 공연도 이어진다. 메달플라자에선 메달 시상식을 전후해 다양한 공연과 불꽃축제가 펼쳐지고, 낮에는 대형스크린을 이용한 경기 생중계와 문화 공연이 진행된다. 빙상경기장이 밀집한 강릉올림픽파크에서도 거리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인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강릉아트센터는 문화올림픽의 또 다른 무대가 된다. 강릉 라이브사이트에서도 경기 생중계와 함께 케이팝 콘서트, 난타 등의 공연과 ‘대~한민국’을 외치는 야외 응원도 열린다.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야외무대에서 선보인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가 오는 19~20일 강릉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지난해 11월 예술의 전당에서 첫선을 보인 국립발레단의 명작 발레 ‘안나 카레니나’는 다음달 10~11일 강릉아트센터를 찾는다. 국내 시각미술가 2018명의 작품에 국민 응원을 담은 ‘아트배너전 올 커넥티드’도 강원도로 옮겨오고, 국내 대표 음악제인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이달 말부터 강릉, 서울, 춘천, 원주를 방문하며 올림픽 분위기를 흥겹게 돋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문화올림픽 프로그램들은 문화 국가의 인상을 심어주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대한민국의 이미지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도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올림픽 개회식에 엿새 앞선 다음달 3일 강릉원주대에서 문화올림픽 개막 축제를 시작으로 44일간의 문화올림픽 대장정을 시작한다. 강릉원주대 운동장에서 풍물, 재즈, 힙합 공연을 선보이고 강릉 도심에서는 아트 퍼레이드를 펼쳐 도시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 경포호수에서는 강릉의 밤을 아름답게 밝힐 ‘라이트 아트쇼’가 열리고, 경포해변에서는 떠오르는 태양을 주제로 한 설치미술전 ‘파이어 아트 페스타’가 눈길을 모은다. 전통문화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미디어 기술과 스토리를 더한 독창적 프로그램들도 소개된다. 강릉원주대 해람문화관에서는 다음달 3일부터 24일까지 테마공연 ‘천년향’이 열린다. 단오제를 모티브로 갈등 극복과 평화 염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넌버벌 형식의 댄스 퍼포먼스로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공연장 전체를 무대화해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환상적인 무대 구성이 돋보인다. ‘청산★곡’은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한 미디어아트쇼로 패럴림픽 폐막일인 3월 18일까지 강릉 솔향수목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약 2.6㎞ 코스를 걸으며 강원의 전설과 선조의 숨결, 숲속의 사계 등 각각의 주제 공간에 펼쳐진 파노라마 쇼를 체험할 수 있다. 세계적인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예술 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으는 ‘DMZ 아트 페스타 2018-평화의 바람’은 다음달 4~21일 고성 통일전망대와 DMZ 일원에서 열린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 내내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시내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문화 행사장을 연결하는 전용 셔틀버스도 별도로 마련한 만큼 문화올림픽을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심사평] 21세기판 죄와 벌… 제목에 담긴 콘셉트 집중해 긴장감 유지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심사평] 21세기판 죄와 벌… 제목에 담긴 콘셉트 집중해 긴장감 유지

    2018 신춘문예 희곡부문은 완성도를 갖춘 응모작들이 늘어났다. 작품의 경향과 정조 면에서 눈에 띄는 차이점은 비극적이거나 감상적이었던 정서가 줄어들고, 사회와 인간성에 대한 풍자적 조롱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최종까지 거론된 작품은 세 편이었다.가난한 ‘앨리스’ 들의 지하세계 모험을 다룬 ‘공동의 쥐’는 빈자들의 삶의 절망과 위로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뉴미디어와의 협업이나 설치미술 등을 통해 표현될 때 보다 매력적일 수 있겠다. 후반부에서 언니의 지하여행과 귀환 부분에서 이야기가 더 확장되지 못하고 주저앉은 느낌이다. ‘경비실’은 갑을관계 속에서 을의 패배를 다룬다. 고용기회를 앞에 두고 벌이는 갈등 양상과 신참의 방관 태도가 리얼하다. 늙은 경비원의 수용과 체념이 담긴 마지막 장면에서는 비애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세태를 충실히 담아낸 데서 그친 아쉬움이랄까, 반격의 한 수를 바라는 결말, 삶의 안쪽 한 겹을 더 보여줬으면 하는 갈증이 남는다. ‘가난 포르노’는 21세기 판 ‘죄와 벌’의 세계를 다룬다. 노파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젊은 부부의 자기합리화와 적의를 유지하기 위한 분투 상황이 씁쓸하다. 고독사를 두려워하는 독거노인의 동기와 그로 인한 선의뿐인 관계설정이 아쉽다. 그러나 제목에 담긴 콘셉트를 일관되게 집중하고 있고, 이야기의 긴장감을 지속하고 확장시켜 가는 재능이 믿음을 주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이 밖에도 ‘소우주’, ‘구멍’, ‘비디오를 사세요’ 등 주목할 만한 작품이 많아 선자들은 행복한 주저 속에서, 희곡의 미래에 대한 낙관 속에서 심사할 수 있어 기뻤다.
  •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이색 만화방으로 탈바꿈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이색 만화방으로 탈바꿈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가족·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만화전시가 열린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오는 20~26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 ‘우당’에서 우리동네 만화방 ‘숨바꼭질’전이 개최된다. 문화기획사 ‘사람 잇’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정형화된 전시 형식에서 벗어나 관람객들이 자유롭고 친근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우당’의 안방과 건넌방·마당 등 크고 작은 공간들을 모두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일상 공간에서 숨바꼭질하듯 상상하며 곳곳에 숨어있는 전시물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전시의 묘미다. 이번 ‘숨바꼭질’전은 20년 경력이 넘은 이향우·신명환·최인선·변병준 4인의 중견 만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대표작 ‘우주인’으로 알려진 만화가 이향우는 이번에 신작 ‘모니와 친구들’로 오랜만에 관람객과 만난다. 설치미술가이자 만화전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카투니스트 신명환은 자신의 캐릭터 ‘당당토끼’를 주제로 한 설치만화를 선보인다. 또 1995년 데뷔해 주목 받는 만화가 최인선은 ‘일상일상(日常一像)’ 시리즈를 선보인다. 만화가 겸 ‘피쉬(2008)’을 연출한 영화감독 변병준은 영화와 함께 2015년 강원도 횡성으로 귀촌한 이후 작업한 새로운 신작 만화 일러스트들을 선보인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은평한옥마을 아래 ‘우주의 기운’ 품은 공공미술

    은평한옥마을 아래 ‘우주의 기운’ 품은 공공미술

    서울 은평구는 15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은평한옥마을 공공미술프로젝트 ‘집宇(우)집宙(주)’ 특별기획전을 연다고 밝혔다.이번 특별기획전은 내년 3월 25일까지 열린다. ‘집우집주’에서 집은 안으로 사람을 담고 밖으로는 우주와 통한다는 개념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으로 지역 학생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일부 작품에 참여했다. 박물관 실내전시와 은평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야외전시가 펼쳐진다. 외부에 설치되는 최 작가의 9점의 작품 중 은평한옥마을 입구에는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새집’과 마을의 폐자재를 활용한 ‘세기의 선물’이 전시된다. 당나무 아래 설치되는 ‘숨 쉬는 꽃’은 일본 교토 니조조에서 전시를 마치고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또 박물관 외관에는 최 작가와 은평구 학생 900여명이 참여한 ‘모이자 모으자’ 작품이 설치된다. 일상의 모든 게 예술이 되고 모두가 작가라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은평구 내 진관초등학교(400명), 은진초등학교(340명), 연천중학교(150명) 학생들이 참여한 대형 설치작품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생활 플라스틱과 작가가 수집한 플라스틱을 섞은 후 반별로 모여 미적 배열에 관해 토론해 5m 와이어에 플라스틱을 엮었다. 이렇게 모인 작품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박물관 외관에 설치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지역홍보물로 기능하는 기존의 공공미술과 달리 인근 주민과 학생들이 공공미술설치에 참여해 마을을 조성해 가는 공동체 체험을 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미필적 또는 심정적 일탈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미필적 또는 심정적 일탈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제아무리 길었던 휴일도 막상 지나고 보면 짧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마 꽤 긴 시간을 길에다 허비해서일 터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귀성을 선택한다. 이제 곧 사라질 미풍양속(?)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여전히 우리는 때가 되면 길을 떠나고 돌아온다. 길고 지루한 여정을 가슴 설레도록 즐기는 추억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영화 ‘파리로 가는 길’(2016)은 그 방법을 알려 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성공한 영화제작자 마이클(앨릭 볼드윈 분)의 아내 앤(다이앤 레인 분)이다. 자동차로 단숨에 내달리면 8~9시간이면 충분할 거리를 남편 친구의 오지랖 넓은 호의로 1968년형 푸조 504 컨버터블을 타고 칸에서 파리로 올라오는 40여 시간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파리로 가는 길을 서두르던 앤은 남편 친구 자크(아르노 비야르)에 이끌려 뜻하지 않게 칸에서 엑상프로방스, 리옹 그리고 부르고뉴 지방을 거치며 프랑스의 맛과 향 그리고 풍경과 건축과 박물관을 두루 섭렵한다. 그의 느긋함에 조바심을 내면서도 한편으론 이를 즐기는 앤은 차까지 고장 나자 1박 2일 만에 돌고 돌아 파리에 당도한다.어찌 보면 프랑스 관광홍보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름다운 남불(南佛)의 풍경을 담은 영상과 중년의 남녀가 설레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는 러브라인은 보는 이들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로맨틱하다. 낭만적인 프랑스 남자 자크는 평생 일만 좇아온 남편과 대비되며 아내와 엄마로서 자신을 잊고 살아온 앤의 가슴속으로 시나브로 들어온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신을 대하는 자크를 통해 앤은 자신을 새삼 발견하고 삶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다. 영화의 감독은 엘리너 코폴라로, 영화 ‘대부’와 ‘지옥의 묵시록’ 등을 연출한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부인이자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라의 어머니다. 엘리너는 이미 ‘회상, 지옥의 묵시록’ 등 약 10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고 미디어 아티스트로, 설치미술가와 작가로 활동해온 내공 있는 작가다. 남편과 딸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녀는 극본을 쓰고 연출한 이 영화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특히 2008년 남편과 함께 칸 영화제에 갔다가 코감기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어 자동차로 파리로 올라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어 더욱 특별하다.“목적지도,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떠나는 척해 봅시다”며 자크가 차의 시동을 걸자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C장조 K 465 불협화음이 흘러나온다. 금방이라도 애인이 될 듯 말하는 자크에 취해 앤은 그가 건네는 말마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 나른해지며 혼란스럽다. 음악은 앤의 설렘을 보여 주며, 스물한 종의 포도가 블렌딩된 와인 샤토 네프 뒤 파프는 앤이 여정 내내 겪을 내적 갈등을 예고한다. 함께 길을 떠난 프랑스 남자와 미국 여자는 엑상프로방스를 지나면서 세잔을 만난다. 말년에 세잔은 빅투와르산을 서른 점 넘게 그렸다. 모든 형태는 구와 원통 그리고 원추로 귀결된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빅투와르산은 자연의 절댓값이었고 변함없는 원칙이자 원형이라 생각했다. 앤은 흔들리는 마음을 이 그림처럼 현실을 되새기며 다잡는다. 이내 라벤더 꽃과 향이 넘쳐나는 그라스를 지나 가르 데파르트망에 있는 고대 로마의 수도교를 지나온 두 사람은 날이 늦어 묵은 호텔에서는 프랑스 와인과 음식의 맛과 향에 취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파리로 길을 재촉하는 가운데 자동차가 고장 나지만 앤의 응급처치로 정비소에서 다른 차로 바꿔 타고 리옹에 도착한다. 뤼미에르영화박물관에서 자크가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앤은 묘한 시샘을 느끼며 스스로 놀란다. 두 사람은 2만번 이상 접었다 펴도 견딜 만큼 질기고 탄력성이 있는 태피스트리와 비단생산의 중심지였던 리옹의 직물박물관에서 아름다운 카펫과 섬유예술품들을 둘러보고 또 폴 보퀴즈 재래시장에서 다양한 음식재료들을 구경한다. 하지만 갈 길이 먼 두 사람은 강가에 차를 세우고 점심식사를 즐기는 여유도 부린다. 강가에서의 점심식사 장면은 마네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식사’(1863)를 재현한 것이다. 모더니즘의 서막을 알린 이 작품은 원근법을 버리고 대상을 단순화하면서 윤곽을 강조한 화법으로 평면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림은 규범이나 도덕보다 현재의 본능과 마음에 충실하라는 자크의 메시지를 전한다. 베즐레이에서 로마네스크 양식의 마들렌 성당을 거쳐 파리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출발할 즈음 결혼식 피로연에서 음악이 들려오고 갑자기 자크는 앤의 손을 이끌며 춤을 청한다. 마치 르누아르의 ‘부지발의 무도회’(1883)처럼. 전형적인 프랑스 농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은 마을 부지발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던 인상파 화가들에게는 작은 천국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르누아르는 수잔 발라동을 모델로 이 작품을 그렸다. 밝고 신선하고 풍요로운 색채로 건강한 대기의 향기가 넘쳐나지만 여성은 남성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마치 영화 속 앤처럼 말이다. 그는 앤이 찍은 사진을 보며 “사소한 것들을 잘 잡아내네요. 영감이 넘치는데요. 다 보여 주지 않으면서 전체를 상상하게 만들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자크의 말에 설레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여성은 없을 것이다.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사진을 지우던 앤은 망설이다 딱 한 장을 남겨두는데 그 대목이 다시 관객을 설레게 한다. 중년남녀의 플라토닉한 사랑을 그린 영화는 감정의 변곡점마다 그림을 삽입해 상징적,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를 통해 제자리를 지키는 자신을 새삼 확인하다. 그래 파리가 어디로 가니? 이제라도 오고 가는 길,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낭만을 즐겨 보자. 때로는 게으름과 여유, 늦장이 휴일보다 더 달콤하다는 사실을 누려 보자.
  • 연휴 후반기에는 서울거리축제...공연 미술관 행사도 다채

    연휴 후반기에는 서울거리축제...공연 미술관 행사도 다채

    열흘 간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4일로 닷새나 남았다. 이 기간에도 서울 도심에서는 서울거리축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된다. 다채로운 명절 세시풍속과 전통문화 체험 행사도 놓칠 수 없다.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와 함께 5∼8일 서울광장과 서울 도심 일대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 2017’을 연다. 국내외 공연진들이 펼치는 48편의 무료 공연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배우들로 구성된 ‘보알라’가 라이브 음악에 맞춰 대형 구조물을 활용해 하늘을 날아오르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승환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물어본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와 영국 록밴드 ‘뒤샹 파일럿’의 음악이 함께 한다. 5일과 6일 오후 8시 서울광장에서 볼 수 있다.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뒤편에는 프랑스의 ‘그룹 랩스’의 ‘키프레임’이 설치된다. 신체 동작과 움직임을 본떠 디자인된 캐릭터들이 ‘달리기와 점프’, ‘클래식 댄스’, ‘태권도 격투’ 등 6가지 테마를 담아 반짝인다. 8일까지 오후 8시부터 하루 3시간씩 볼 수 있다. 훈련받은 시민 공연자 8명이 ‘거리의 마사지사’가 되어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에게 종이 마사지를 해 주는 코너도 마련됐다. 전신 크기의 종이를 덮고 하는 종이 마사지를 통한 예술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5∼8일 오후 5시(7일은 오후 4시)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 뒤 무교로에서 진행된다. 영국 저글링 그룹인 ‘간디니 저글링’의 배우 9명이 빨간 사과 100개와 4세트의 도자기를 이용해 전통 저글링과 현대 서커스를 넘나드는 공연을 벌인다. 7일과 8일 하루에 두 차례씩 서울광장에서 25분간 펼쳐진다. 축제 마지막 날인 8일 오후 7시에는 스페인의 ‘데브루 벨자크’와 한국 ‘예술불꽃 화랑’의 불꽃쇼가 펼쳐진다. 스페인팀이 세종대로부터 서울광장까지 이동하며 50분간 리듬에 맞춰 불꽃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친 뒤, 한국팀이 서울광장에서 리듬에 따라 높낮이가 변하는 거대한 불기둥과 함께 공연한다. 마지막으로 KBS 탑밴드3 우승팀인 ‘아시안체어샷’의 공연이 펼쳐진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선 온 가족이 모여 추석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 지내는 풍습을 재현하는 ’남산골 추석 모듬‘이 열리고 있다. 4일에는 대형 차례상을 차려 방문객과 함께 차례를 지낸 뒤 음식을 나눠 먹는다. 5일에는 전과 막걸리를 나누며 한가위 분위기를 내는 ’추석 전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조선 말기 한양 저잣거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7일 열리는 ’남산골 야시장‘을 찾으면 된다.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은 5∼7일 사흘간 ’박물관 큰잔치‘를 연다. 백제 문양 복판 찍기,수막새 목걸이 만들기,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윷놀이판 만들기 체험이 열리는 가운데 풍물놀이가 흥을 돋운다.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선 5일 하루 동안 ’한가위 한마당‘ 행사가 개최된다. 평양예술단이 북한민속공연을 하고, 한가위 전통민속놀이인 거북놀이와 판굿이 벌어진다.조선시대 왕과 왕비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다. 다양한 공연도 줄을 잇는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6∼7일 이틀간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인 라보엠이 공연된다. 강북구 꿈의숲아트센터는 젊은 소리꾼들이 달군다. 팝·가요를 우리소리로 해석한 공연 ‘한가위 맞이 희희낙락: 아는 노래뎐’이 6일 열린다. 한복을 입고 공연장을 찾으면 반값에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7일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서혜연 교수와 함께하는 ‘박물관 토요음악회’를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연휴 기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과 돈의문박물관 마을이 무료 개방된다. 다만 추석 당일(4일)과 정기 휴관일인 월요일(9일)은 휴관한다. 서울비엔날레는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비엔날레다. 300여 개에 이르는 전시·체험 행사를 통해 전 세계 도시가 직면한 도시 문제를 푸는 방법을 제안한다. 디자인박물관에서는 ‘훈민정음·난중일기 전’을 공짜 관람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간송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한글,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밖에 세종문화회관에선 7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세종예술시장 소소’가 열린다. 예술품 프리마켓이 열리는 가운데 재즈 공연과 설치미술가 김정태의 가상현실(VR)기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오페라가 현대미술을 만났을 때

    오페라가 현대미술을 만났을 때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1832년 5월 초연된 희극 오페라로 아름답고 부유한 여인 아디나와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로 유명한 이 오페라를 현대미술 작품과 함께 감상하는 이색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사랑의 묘약-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에서는 한국과 대만, 미국, 일본, 스페인 등 작가의 회화, 조각, 일러스트, 사진, 영상 작품 100여점이 아디나와 네모리노 등 오페라 주인공들의 감정에 따라 분류된 10개의 공간에 소개되고 있다. 오페라 줄거리를 따라가며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는 크게 남자의 마음, 여자의 마음, 사랑을 이루어 하나가 된 마음 등 세 가지 주제로 분류돼 있다.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순진하고 성실한 농부 네모리노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 주는 작품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다쿠 반나이의 콜라주 작품이다.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하사관 벨코레가 연적으로 등장해 아디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스토리는 점토 조각을 만들어 이를 3D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한 이르마 그루엔홀츠의 작품과 함께 걸렸다. 다급해진 네모리노가 엉터리 약장수에게 사랑의 묘약을 구입하는 대목에서는 안민정 작가의 ‘콩깍지에 관한 연구’가 등장한다. 자신을 보고도 태연한 체하는 네모리노의 모습에 아디나가 느끼는 공허함을 표현한 ‘아디나의 방2’에서는 빛을 주제로 작업하는 정보영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상대가 다가와 주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한 ‘아디나의 방4’는 설치미술가 신단비와 미디어아티스트 이석이 뭉친 신단비이석예술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실제 연인인 두 작가가 각각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함께 진행하고 두 개의 이미지를 하나로 만든 사진작품과 영상이미지, ‘둘이 함께 앉아야만 앉을 수 있는 의자’ ‘두 낫 세퍼레이트’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 대만 출신 사진작가인 신왕의 사진작품과 암투병하는 아내를 웃게 하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핑크빛 발레복을 입고 촬영하는 ‘투투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던 밥 캐리 등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출품됐다. 서울미술관 안진우 팀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에게 우리가 근원적으로 열망하는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재고하고 풍부한 감성 경험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2018년 3월 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버려진 병뚜껑 엮어 현대문제 은유…“예술은 예술…국적 중요하지 않아”

    버려진 병뚜껑 엮어 현대문제 은유…“예술은 예술…국적 중요하지 않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1세계, 2세계, 3세계라는 문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술은 예술일 뿐입니다. 예술에서 국적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서울에 온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엘 아나추이(73)는 26일 전시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서울 갤러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식민지라는 환경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성인이 되면서 진짜 나의 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나의 문화가 갖는 상징에 집중하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환경, 문화, 전통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조각에 대한 관습 거부·실험… 국제적 명성 그는 “식민지교육은 서구문화를 가르쳤지 아프리카 문화를 가르치지 않았다”며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하면서 내가 받았던 교육에서 무엇인가 ‘빠진’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우리의 콘텐츠, 문화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조각에 대한 전통적 관습과 정의를 거부하는 예술적 실험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아나추이는 다양한 정치적, 역사적 입장을 표현해 온 사회참여적인 예술가다. 그는 특히 버려진 병뚜껑 등 수많은 알루미늄 조각을 구리 끈으로 엮어 마치 금속성의 양탄자처럼 변형시킨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를 통해 소비와 낭비, 환경이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또 식민지 시대 서구에 의해 체결된 반강제적인 무역협정에 따라 수입되기 시작한 술병 뚜껑을 모은 그의 작업은 아프리카 문화에 여전히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서구문화의 영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아나추이는 ‘관용의 토폴로지’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서도 버려진 금속 소재들을 이용한 태피스프리 신작과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나무 쟁반 이미지를 본뜬 판화 작업 9점을 소개한다. 아나추이는 버려진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손으로 만지면 마치 그 사람의 DNA 혹은 에너지가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미 사용한 것, 만진 것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면서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역사와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현대미술 대표… 대영박물관 등 소장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나추이의 작품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드영미술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독일 뒤셀도르프의 쿤스트팔라스트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으며 그의 금속 태피스트리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 파리 트리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전시 행사에서 소개돼 왔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한 바 있는 그는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전시가 열리는 바라캇서울은 고대 예술품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전통의 글로벌 화랑 바라캇의 서울 분점이다. 전시는 오는 11월 26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박신양 ‘내 방 안내서’ 출연, 스페인 예술가와 방 바꿔 “인생은 여행”

    박신양 ‘내 방 안내서’ 출연, 스페인 예술가와 방 바꿔 “인생은 여행”

    배우 박신양이 두 번째 예능 도전에 나선다.박신양은 최근 SBS 새 예능 파일럿 ‘내 방 안내서’(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 출연을 확정지었다. 다음달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촬영을 위해 출국한다. 28년 차 연기자인 박신양은 예능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배우였다. 그러나 지난해 tvN 예능 ‘배우학교’를 통해 예능에 처음 도전해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출연으로 두 번째 도전에 나선 것이다. ‘내 방 안내서’는 한국의 톱스타가 해외 유명인과 5일 동안 방을 바꿔 살아보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배우 박신양과 방을 바꿀 주인공은 스페인 예술가 프란체스카 로피스로 알려졌다. 프란체스카 로피스는 회화, 사진, 영화제작, 비디오 아트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스페인 대표 여성 설치미술가다. 박신양은 아마추어 미술가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미술 활동에 집중했고, 오는 9월 말 열리는 한중 화가들과의 단체전에 그림을 출품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에 작업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작품활동에 적극적이다. 예술에 대한 오랜 관심이 박신양을 프란체스카 로피스의 집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박신양은 “인생은 여행이다. 사실 많이 망설였지만, 이런 기회가 내게 언제 또 오겠나 싶었다. 그래서 어렵지만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내 방 안내서’는 총 6부작으로 구성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오는 10월 초 추석 연휴 중 첫 회가 방송될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벌써 20살 ‘시댄스’… 저항·역사·여성의 몸짓

    벌써 20살 ‘시댄스’… 저항·역사·여성의 몸짓

    英 안무가 말리펀트 ‘숨기다’ 주목 폐막작엔 스페인의 ‘죽은 새들’ 국내 전미숙·차진엽·김보라 눈길국내 최대 규모의 무용 축제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가 스무 번째 막을 연다. 올해는 영국과 스페인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세계 무용의 다양한 경향을 소개한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0회 시댄스’는 새달 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중구 CKL스테이지, 구로구 디큐브시티 플라자광장에서 열린다. 1998년 시작된 시댄스는 지난 20년간 75개국 394개 해외 무용단, 528개 국내 무용단의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며 무용계 안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19개국 41개 작품이 무대를 장식한다.‘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영국 특집’에서는 개막작인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의 ‘숨기다 | 드러내다’가 주목할 만하다. ‘육체의 시인’으로 불리며 영국 현대무용의 최전선을 걸어온 안무가 러셀 말리펀트는 영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상 올리비에상을 두 차례 받은 것을 포함해 사우스뱅크쇼상, 영국비평가협회 선정 국립무용상 등을 휩쓸었다. 무용수의 우아한 움직임과 화려한 조명을 통해 무대의 한계에 저항하는 모습을 그린 ‘투X스리’를 포함한 4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춤과 조명과 음악의 빛나는 삼중주’라는 찬사를 받은 공연이다.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 외에도 영국 신진 안무가인 로비 싱의 ‘더글라스’, 한·영 합작 프로젝트 작품인 ‘파 프롬 더 놈’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스페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스페인 특집’도 마련됐다. 특히 폐막작으로 선정된 스페인 무용가 마르코스 모라우의 무용단 라 베로날의 ‘죽은 새들’이 스페인 특집의 핵심이다. 200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이 작품은 스페인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머물렀던 시대와 장소의 분위기를 이미지로 구현한다. 피카소 시대의 복고풍 의상과 소품, 무표정한 종이인형 같은 군무 등 즐길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그 밖에도 어린이와 가족 관객 대상으로 한 아우 멘츠 댄스시어터의 무용극 ‘그림자 도둑’, 유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안무가 기 나데르의 최신작 ‘시간이 걸리는 시간’ 등도 관객들과 만난다.국내 작품 중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 여성 무용가 전미숙, 차진엽, 김보라의 3부작 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세 사람은 새달 25~26일 전미숙무용단과 함께 여성이 겪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여 줄 예정이다. 전미숙이 무용수로서의 자기 자신에게 위안을 전하는 작품인 ‘아듀, 마이 러브’, 성적인 관점이 아닌 다양한 의미를 지닌 여성을 그린 차진엽의 ‘리버런: 불완전한 몸의 경계’, 무용수와 안무가로서의 몸을 탐구하는 과정을 담은 김보라의 ‘100% 나의 구멍’ 등이 이어진다. 그 밖에도 의상도 없이 몸 하나만으로 음악과 리듬을 만드는 ‘스위스의 샛별’ 안무가 야스민 위고네의 솔로 무대인 ‘포즈 발표회’, 한국 전통음악·서양 중세음악·현대무용·설치미술 등을 결합한 정마리컴퍼니의 ‘정마리의 살로메’ 등도 이목을 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최초의 사설 공연장 원각사 잇는 ‘정동극장’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최초의 사설 공연장 원각사 잇는 ‘정동극장’

    근대의 향기가 가득한 정동에서 서울미래유산은 정동극장이 유일하다. 대부분 지정문화재나 등록문화재이기 때문이다. 1995년 건립된 정동극장은 근현대 건축물인 정동교회와 동일한 붉은 벽돌을 사용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점이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정동극장의 정체성은 뭐니 뭐니 해도 원각사의 맥을 이어받았다는 데 있다.정동극장은 신극과 판소리 전문 공연장으로 1908년에 문을 열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근대 극장 원각사를 복원하려는 의도로 지어졌다. 원각사는 1902년 실내 공연장 형태를 갖춘 최초의 관립극장 협률사가 대중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되자 새로 인가를 얻었다. 종로 새문안교회 앞에 위치한 원각사는 신극의 효시인 이인직의 ‘은세계’를 처음으로 공연한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두 곳 모두 개화기의 대표적 서양식 극장으로 산대놀이, 창극 등 우리 민족정서를 기본으로 한 대중공연장이었다. 이후 동대문 부근의 광무대, 종로의 단성사, 낙원동의 연흥사를 비롯해 종로 우미관, 을지로 국도극장, 인사동 조선극장, 서대문 동양극장 등 상설 영화상영관 시대로 공연예술의 중심이 옮겨 갔다. 정동극장은 마당과 공연장으로 구성돼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설치미술가 전수천의 1997년작 ‘혹성들의 신화, 놀이, 비전’이라는 대형 외벽 벽화가 관객을 맞는다. 가로 11.5m, 세로 6.7m 크기에 35만개의 타일로 구성된 이 벽화에는 한국적 율동미를 자랑하는 여인상과 비전을 상징하는 나선형, 사람들의 다리와 가족 등이 현대와 전통의 조화와 이상적인 문화공간을 그려낸다. 마당 한쪽에는 조선말 명창 이동백(1866~1949)의 입상이 있다. 동편제와 서편제라는 편제를 초월한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한 사람이다. 주로 원각사 무대에서 활동한 명창의 가락이 정동극장까지 이어지도록 1999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세웠다. ‘정동극장 상설국악공연’이란 이름으로, 한국의 전통예술공연을 무용·풍물·기악연주·소리의 4종류로 나누어 궁중음악과 민족음악 모두를 다양하게 공연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정오의 예술무대’를 통해 일반 관객에게 다가갔다. 지금은 사물놀이, 탈춤, 한국무용, 오고무 연주, 국악 등 한국 전통 공연예술을 총망라한전통 뮤지컬 ‘미소’(美笑) 전용공연장으로 자리잡았다.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팀
  • [방방곡곡 가을에 빠지고 축제에 빠지고] ‘국제’ 빠졌지만… 더 국제적인 ‘세계관’ 온다

    [방방곡곡 가을에 빠지고 축제에 빠지고] ‘국제’ 빠졌지만… 더 국제적인 ‘세계관’ 온다

    지구촌 최대의 공예축제인 ‘2017 제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가 13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40일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펼쳐진다. 18개국에서 780여명이 참가해 4000여점의 공예작품을 선보인다.조직위원회는 올해부터 행사명에서 ‘국제’를 빼기로 했다. ‘비엔날레’의 사전적 의미가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행사인 데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어서다. 그동안은 1개 국가의 공예작품만을 전시하는 ‘초대국가관’을 운영했지만 이번에는 독일, 몽골, 스위스, 싱가포르, 영국, 이탈리아, 일본, 핀란드, 한국 등 9개 나라의 400여개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세계관’이 운영된다. 조직위 문희창 기획홍보부장은 “세계관은 지난 20여년간 9번의 행사를 치르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물”이라며 “영국은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전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8개국 4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융합전시로 꾸며진다. 건물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인 미디어 파사드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돼 공예를 미디어아트로 풀어낸다. 세계적 설치미술가인 미국의 재닛 에첼먼은 이번 비엔날레 기획전을 통해 국내 첫 전시에 나선다. 그는 관람객들이 카펫에 서거나 누워서 천장에 매달린 그물망의 색과 부피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에르메스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해 신제품 디자인에 나서는 우리나라의 김진식 작가는 돌과 금속을 활용한 작품을 전시한다. TV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세트장을 활용해 공예작품을 사고파는 청주공예페어와 청주아트페어가 마련되며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모여 비엔날레와 공예의 미래를 논하는 학술행사도 진행된다. 행사 기간 중 매주 토요일과 추석 연휴에는 워크숍 ‘공예, 너에게 미치다’가 진행된다. 음악, 과학, 문자, 음식 등에 스며든 공예의 가치를 조명하고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비엔날레 입장료는 현장구매 기준 성인 1만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청주는 고대 철기문화의 발흥지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인쇄된 곳이다. 시는 이런 역사적 맥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1999년부터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설치미술가 양혜규, 亞 여성 최초 ‘볼프강 한 미술상’

    설치미술가 양혜규, 亞 여성 최초 ‘볼프강 한 미술상’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전시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양혜규(46) 슈테델슐레 순수미술학부 교수가 세계적 권위의 볼프강 한 미술상 2018년 수상자에 선정됐다고 국제갤러리가 5일 밝혔다.1994년 제정된 볼프강 한 미술상은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을 후원하는 근대미술협회 주최로 현대미술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중견작가에게 돌아간다. 수상자는 10만 유로의 상금을 받게 되며 이 일부는 수상자의 작업을 루드비히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매입하는 데 운용된다. 로렌스 와이너(1995), 신디 셔먼(1997), 이자 겐츠켄(2002), 로즈마리 트로켈(2004), 마이크 켈리(2006), 피터 도이그(2008), 피슐리 바이스(2010), 황용핑(2016)이 수상했으며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양혜규가 최초다. 이번 수상자 선정에는 유럽 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미술협회로 손꼽히는 하노버 케스트너 게젤샤프트의 관장 크리스티나 페그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페그는 양혜규의 작품에 대해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화된 물품들을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해방시켜 공간을 압도하는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시키는 섬세한 작품 배치는 수평적 관계로 제시된 동서양 문화 규범 간의 소통이자 동시에 독특하고도 고풍스러운 요소를 드러내는 새로운 추상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삶의 질 높이는, 제1회 환경교육 축전

    환경부와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KEEN)가 국내 환경교육을 조명하고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환경교육 축전’은 ‘환경교육, 내일을 만듭니다’를 주제로 31일까지 진행된다. 최근 미세먼지·가습기살균제 피해뿐 아니라 입시 위주 교육, 지능화되는 학교 폭력, 청소년 자살률 증가 등도 심각하다. 이웃간 갈등을 초래하는 층간 소음도 사회적 환경 이슈다. 날로 다양화, 심각해지는 환경 이슈 대안으로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는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형식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경과목이 있지만 학교에서는 쓰레기 버리지 않기, 에너지 아끼기, 식물 기르기 등 단순 환경미화 수준이다. 높아진 의식을 교육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학교 안팎에서 진로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교육 축전에는 전국 60개 환경교육 기관·단체가 참여해 실제 운영 중인 환경교육을 체험할 수 있다. 환경교육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와 토론회, 청소년에게 다양한 환경 진로를 소개하는 녹색직업 토크콘서트,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지도자들의 사례 발표도 마련된다.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를 위해 1000권의 환경도서로 도서관이 세워지고, 설치미술을 활용해 환경정책(미세먼지)에 대한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는 정책 제안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최돈형 센터장은 “깊이 있고 큰 가능성을 지닌 전인교육이자 지속가능발전의 기반인 환경교육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사진)지난 6월 13일 경기 안양 관악초 1학년 학생들이 학교숲에서 나무에서 물이 지나가는 소리를 청진기로 들어보는 ‘특명, 우리 학교의 숲을 조사하라’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국가환경교육센터 제공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우리 창원이 확~달라졌어요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우리 창원이 확~달라졌어요

    대도시가 대개 그렇듯, 경남 창원 역시 양파와 비슷합니다. 갈 때마다 새로운 곳과 만나고 익숙했던 곳도 어느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도심에 깃든 용지못에선 밤마다 보름달이 뜨고, 솔라타워 같은 거대한 구조물들은 소박한 주변 섬과 어우러져 SF영화 속 미래도시를 보는 듯합니다. 전남 담양‘급’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마주하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이 키 큰 나무들은 늦가을에 얼마나 더 서정적인 풍경을 선사할까요. 다소 이른 방문이 아쉬웠지만, 가을옷 입은 나무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이번 창원행은 그러니까 변화했거나 새로 발굴한 명소들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예쁘다! 달라진 너 변화한 명소부터 꼽자. 먼저 ‘콰이강의 다리’. 1987년 세워진 철교다. 생김새가 옛 영화 ‘콰이강의 다리’ 속의 다리와 닮았다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옛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서 돼지 형상의 저도(猪島)와 육지를 잇고 있다. 그러다 2004년, 바로 옆에 저도연륙교가 놓였다. 새 다리가 놓이면서 콰이강의 다리는 차량 통행이 중지됐고, 사람만 오가는 인도교로 명맥을 이어 왔다. 빨간색 철골 구조의 다리는 예부터 ‘연인의 다리’로 불렸다. 당시엔 콰이강의 다리가 별칭이었다. 지금은 공식 이름이 콰이강의 다리다. 최근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비롯된 변화다.창원시는 지난 3월 교량 상판의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특수 강화유리를 깔았다. 이른바 ‘스카이 워크’ 구간이다. 딛고 선 발의 13.5m 아래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밤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빛을 낸다. 이 덕에 신비로운 은하수 길이 연출된다. 사라진 것도 있다. 연인들의 자물쇠다. ‘연인의 다리’로 불리던 시절엔 양쪽 다리 난간에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자물쇠들이 빼곡했다. 지금은 다리 건너기 전 공터에 따로 자물쇠를 걸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뒀다. 낡은 교량의 안전과 환경 미화를 위해서다. 그렇다 해도 영 제맛이 나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다리 위에 자물쇠를 거는 건 어떤 위태로운 환경에서도 사랑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위일 터다. 그런데 다리와 거리가 있는 평탄한 곳에 자물쇠를 걸어야 하니 강렬한 상징성을 원하는 연인들로서는 맥이 빠질 법하다. 콰이강의 다리는 10월까지 오전 10시~오후 10시, 11월~2월은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콰이강의 다리에서 옛 마산 시내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신촌삼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해양관광로, 오른쪽은 1002번 지방도다. 둘 다 시내로 향한 길이지만, 다소 돌더라도 해양관광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남해안을 끼고 돌며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 끝자락엔 사물놀이섬이 있다. 장구섬과 징섬, 북섬이 장구마을 앞에 있고, 꽹과리섬은 콰이강의 다리 왼쪽에 있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해거름 풍경이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 너머로 해가 지는데, 제법 장관이다.우도로 넘어간다. 옛 진해 지역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섬의 해안선 길이는 겨우 2.8㎞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돌아볼 거리다. 우도로 가려면 창원해양공원에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사람만 오갈 수 있는 보도교다. 다리의 형태가 빼어나다. ‘바다를 가로지르며 항해하는 배와 그 뒤로 나타나는 뱃길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우도는 ‘나비섬’이라고도 불린다. 섬이 나비를 닮았다고 해서다. 창원해양공원의 솔라타워에 올라 굽어보면 날개를 팔랑대는 나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섬에 들면 예쁜 벽화로 단장한 마을이 객을 맞는다. 2015년 조성된 ‘휴(休) 벽화길’이다. 우도 왼쪽으로는 거대한 방파제가 새로 놓였다. 길이 480m의 ‘명동마리나 방파제’다. 바다 산책로 겸 요트 계류장 등의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우도 오른쪽으로 돌면 뜻밖에 너른 풍경과 만난다. 짙푸른 남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수평선 위로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그림처럼 떠 있다. 저물녘에 찾는 것도 좋겠다. 우도와 맞은편의 솔라타워가 어우러져 멋진 일몰 풍경을 선사한다.우도와 맞닿은 창원해양공원은 창원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곳이다. 136m짜리 솔라타워에 오르면 사방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전망대 바닥 일부엔 투명유리를 깔아 모골이 송연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해양공원 옆 동섬은 초등학교 축구장만 한 크기의 무인도다. 썰물 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동섬에서 부산 방향으로 고개를 하나 넘으면 삼포가 나온다. 강은철이 부른 대중가요 ‘삼포로 가는 길’의 배경이 된 포구다. 마을 초입에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노랫말만큼은 아니지만 도시 속 소박한 갯마을과 만날 수 있다. ■반갑다! 새로운 너 이제 새로 발견한 것들을 말할 차례다. 가장 앞줄에 세울 곳은 용지못이다. 창원시청 앞에 있는 작은 호수다. 둘레는 겨우 1.2㎞ 정도. 크기로만 보면 최근 조성된 것처럼 여겨지지만 연혁을 거슬러 올라가면 뜻밖에 조선시대에 가 닿는다. 용지못은 조선시대 축조된 농업용 저수지다. 당시 이름은 용지제. 그러다 1970년대에 창원이 계획도시로 건설되면서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모했다. 용지못은 밤에 더 멋들어지다. 곳곳에 조성한 설치미술 작품과 이를 밝히는 경관 조명 덕이다. 낮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하다. 호수 뒤쪽의 잔디광장에선 다양한 형태의 조각 작품들이 은은한 불빛에 자태를 드러낸다. 이탈리아의 조각가 밈모 팔라디노의 ‘말’ 등 지난해 창원조각비엔날레에 출품됐던 작품들이다. 많은 가족과 연인이 작품 아래 돗자리를 깔고 여름밤의 서정을 즐긴다. 분수쇼도 펼쳐진다. 음악과 조명이 결합된 음악분수쇼다. 용지못의 밤 풍경 가운데 가장 도드라지는 건 보름달이다. 지름 3.8m짜리 등(燈)으로 달을 형상화했다. 등 겉면에 달 표면의 무늬를 그려 넣은 덕에 불이 켜지면 꼭 보름달을 보는 듯하다. 그러니 용지못에선 매일 밤 보름달이 뜨는 셈이다. 용지못 주변은 가로수길이다. 도로 양쪽으로 높지거니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630여 그루가 이색적인 풍경을 펼쳐낸다. 가로수 길은 장방형으로 총 3.3㎞ 구간에 걸쳐 조성돼 있다. 나무 아래로는 카페촌이 형성돼 있다. 모두 50여개 업소에 달한다. 작은 갤러리 등도 군데군데 들어섰다. 경남도민의 집(옛 경남도지사 관사)과 경남 여성능력개발센터, 창원남산교회 주변의 가로수 풍경이 빼어나다. 마지막으로 삼풍대를 덧붙이자. 못생긴 나무들이 모여 이룬 숲이다. 규모는 작아도 2013년 산림청 등 주최로 열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을 만큼 ‘내공’은 만만치 않다. 삼풍대는 인공숲이다. 삼계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정기가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했다. 숲은 북풍을 막는 방풍림 역할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삼계마을의 삼(三),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풍(豊) 자를 따서 삼풍대(三豊臺)라 이름 지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을 겪으며 숲은 제 모습을 잃었다. 숲의 곧고 굵은 나무들은 베어져서 통영의 세병관 기둥이나 거북선, 함선 등의 자재로 쓰였다. 그리고 어리고 굽어 쓸 수 없었던 나무들만 남아 현재의 숲을 이루게 됐다. ‘못난 나무가 선산을 지킨’ 셈이다.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에 있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맛집:옛 마산 일대는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중심지는 마산어시장이다. 예서 반경 1㎞ 안에 맛집이 수두룩하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아귀찜거리’와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옛날우정아구찜(223-3740), 오동동진짜초가집원조아구찜(246-0427), 마산아구찜(222-8916) 등이 이름났다. 복거리 쪽에선 남성식당(246-1856), 고성복집(221-5848), 광포복집(242-3308) 등이 알려졌다. 남성동 수협 어판장 일대엔 장어거리가 조성돼 있다. 운치 있는 마산항 야경은 보너스다. 마산장어구이(242-0992), 신포장어(221-3630), 합포장어구이(224-5206) 등이 이름났다. 옛 진해 쪽에선 석동 제주복집(547-5555), 선학곰탕(543-6969) 등이 알려졌다. →잘 곳:호텔 사보이(247-4455)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온천욕을 겸하고 싶다면 마금산 근처 북면온천 단지를 찾으면 된다. 시내에선 돝섬유람선터미널 주변에 깔끔한 모텔이 많다.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서울역·숭례문 등 ‘역사 합창’… 예술적 상상 불러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서울역·숭례문 등 ‘역사 합창’… 예술적 상상 불러

    말복 다음날인 지난 12일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은 답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며 참가자들을 강우규 동상 앞으로 불러 모았다. 60세의 나이에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일행을 향해 폭탄을 투척한 의사의 위엄과 기개가 느껴졌다. 지금은 문화역서울284로 이름을 바꾼 옛 서울역과 광장에서는 오늘도 다양한 집회와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공중정원으로 다시 탄생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향해 이동했다. 한 청소년은 “도심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식물을 접하게 된 것이 놀랍다”며 신기해했다. 정순희 해설자가 들려주는 남대문교회와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공중정원을 서쪽으로 건너가 만리동 광장에서 설치미술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을 감상했다. 지하 4m의 공간과 스테인리스 루버를 통해 보는 서울의 풍경은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만리재 길을 따라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기념관과 동상이 있는 체육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월계수를 머리에 쓰고 부상으로 받은 그리스 청동투구를 양손으로 든 선생의 가슴에는 태극기가 선명했다. 얼굴에는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단 당시의 슬픔과 자괴감이 서려 있었다. 월계수 묘목은 커다란 나무로 자라 역사적 증표로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은 어둠 속에서도 고즈넉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발이 아파 올 무렵 마지막 목적지인 서울미래유산 염천교 구두거리에 도착했다. 50여년이 넘게 수제화를 만들었다는 성광제화 송종오 대표가 늦은 시간에도 문을 열어 놓고 투어단을 반겨주었다. 오늘 서울로7017 한가운데 서서 공간에 대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서울역, 서울역 광장, 숭례문, 남대문교회와 서울스퀘어, 옛 벽산빌딩이 함께 어우러져 합창을 하고 있었다. 인간을 억압하던 건물과 눈높이를 마주하고, 발아래 기차나 자동차와 상관없이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었다. 이제야 서울의 중심에 내가 온전히 서 있음을 느낀다.
  • 여야 대표 등 각계각층 조문 이어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는 24일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빈소를 찾았다. 이 대표는 조문 뒤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를 위로하며 “오늘 가서 당 입장으로 ‘위안부 합의는 무효다. 파기는 우리한테 책임 있는 게 아니라 일본 측에 있다. 빨리 사과 제대로 해라. 재협상이다’는 뜻을 모으려고 한다”고 했다. 오후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대표들이 잇따라 조문했다. 추 대표는 이 할머니에게 “반드시 사과드리게 하겠다. 만천하에 ‘잘못했다’라고”라고 말했다. 소녀상 농성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 시민 등의 조문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나눔의 집은 25일 오전 8시 30분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나눔의 집 역사관 앞에서 1시간여 동안 노제를 열 예정이다. 노제 뒤 서울 양재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하고 유해는 나눔의 집 법당에 안치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수원교구의 은인이었던 김 할머니를 예우하고자 25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광주시 퇴촌성당에서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장례미사를 한다.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이 요안나인 김 할머니는 2년 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며 수원교구에 1억원을 쾌척했다. 인터넷 누리꾼들도 일본 정부의 사과를 끝내 받지 못하고 숨진 김 할머니를 애도했다. 네이버 아이디 ‘doub****’는 “할머니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chek****’는 “할머니 편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애도의 글을 올렸다. 한편 김군자 할머니의 어린 시절 삶을 담은 그림 동화책이 고인의 영정 앞에 헌정됐다. 미술작가들의 모임인 문화살롱 ‘공’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엮어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촉각도서로 만든 책이다. 작가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3개월간 매주 김군자 할머니를 찾아가 위안부로 끌려갔던 아픈 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설치미술작가 문미희(38·여)씨는 “지난해 배춘희·이옥선 할머니 이야기책 등 3권을 전해 드렸고 올해 김군자 할머니 이야기책을 포함한 3권을 기증하려고 했는데 책 나오는 것도 못 보시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도도한 클래식의 고향… 아찔한 대륙의 용광로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도도한 클래식의 고향… 아찔한 대륙의 용광로

    비행기로 장거리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환승을 경험하게 됩니다. 보통 서너 시간 안팎이지만 더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대개는 공항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인데, 몇몇 공항에서는 환승 시간 동안 경유 도시를 돌아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보통 각 지역의 허브를 자처하는 공항, 혹은 항공사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내놓습니다. 이게 환승 여행입니다. 본인이 원해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스톱 오버’와는 다소 다릅니다. 스톱 오버의 경우 화물을 내렸다 다시 실어야 하는 불편이 따릅니다. 반면 환승 여행은 짐을 뺄 필요없이 단출하게 여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 한 번에 두 도시를 여행하는 횡재를 하는 거지요. 그렇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터키 이스탄불을 돌아봤습니다. 뭐 수박 겉핥기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태 대륙의 용광로라는 이스탄불에 발을 딛지 못한 ‘촌놈’으로서는 그마저도 감동이었습니다.잘츠부르크의 키워드를 꼽자면 소금, 모차르트, 그리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정도다. 잘츠부르크의 명소로 꼽히는 곳은 거의 어김없이 세 키워드와 연관이 깊다. 익히 알려졌듯 ‘잘츠’(Salz)는 소금, ‘부르크’(Burg)는 성(城)이다. 지금도 이 일대의 소금은 ‘명품’ 대접을 받으며 공급되고 있다. 잘츠부르크엔 유난히 멋쟁이들이 많다. 차 한 잔 마시러 외출하면서도 드레스에 정장 갖춰 입은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이 더위에 말이다. 흰색 재킷에 갈색 구두 맞춰 신고 시가를 입에 문 노신사를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래 고풍스러운 걸 좋아하는 건지, 옛 제국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도시 전체에서 턱을 치켜들고 도도하게 걷는 귀족의 풍모가 느껴지는 건 분명하다.●모차르트와 카라얀을 길러낸 음악의 고장 잘츠부르크는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모차르트를 길러냈고, 지휘자 카라얀도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거리의 속삭임’(Street Whispers)이라 불리는 거리의 악사들조차 시험 보고 뽑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할 만큼 클래식 음악은 도시 전체에 두루 퍼져 있다. 잘츠부르크 도시 여행의 들머리는 미라벨 정원이다. 아름다운 분수와 조각상, 그리고 빼어난 전망을 가진 정원이다. 정원의 중심이 되는 미라벨 궁전은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와 자녀를 위해 지었다. 소금무역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그는 결혼할 수 없는 성직자의 신분이면서도 이를 무시할 만큼 절대자로 군림했다. 종국엔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고, 미라벨 궁전이란 현재 이름은 후임 대주교가 바꾼 것이다. 현재는 시 청사와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 미라벨 궁전 옆의 페가수스 분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여주인공인 마리아와 아이들이 부른 ‘도레미 송’의 촬영 장소로 널리 알려졌다.카라얀의 생가가 있는 훔멜 거리를 지나면 잘자흐강이다. 신구 시가지를 가르는 강이다. 옥빛 강물 위로 옛 시가지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여 있다. 마카르트 다리다. 난간 곳곳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숱한 연인들의 약속들이 단단하게 매달려 있다. 자물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리가 무너진 적도 있다니, 간절함의 무게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던 게다. 다리를 넘어서면 게트라이데 거리다. 여기서부터 옛 시가지가 펼쳐진다. ‘성당의 도시’로 불리는 옛 시가지는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이 좁은 길에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다. 외벽이 노란색인 데다 오스트리아 국기를 길게 늘어뜨려 단장한 덕에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모차르트는 이 집에서 1756년 태어나 17세 되던 해까지 살았다. 모차르트의 유년기 작품 대부분이 이 집에서 작곡됐다고 한다. 모차르트 생가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모차르트 카페’가 있다. 모차르트와 별 관계는 없지만 미모의 남성들이 서빙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명소 대접을 받는 곳이다. 눈요기를 겸해 쉬어 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곧잘 찾았다는 카페 토마셀리는 생가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져 있다. 1703년 세워져 여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일대에 가장 오래된 약국, 초콜릿 가게 등이 어울려 있다. 옛 시가지의 구심점은 대성당이다. 모차르트도 이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다. 성당과 성당 앞 무대에서는 거의 매일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회가 열린다. 1920년 모차르트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연주회는 지금까지 잘츠부르크페스티벌로 이어져 오고 있다.●호엔잘츠부르크성 아래로 흐르는 ‘보리수’ 카피텔 광장으로 간다. 호엔잘츠부르크성으로 오르는 푸니쿨라를 타기 위해서다. 광장에는 설치미술 작품 ‘발켄홀-모차르트 공’이 세워져 있다. 독일 조각가 슈테판 발켄홀의 작품이다. 황금빛 공 위에 남자 조각상이 서 있는 모양새다.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면 호엔잘츠부르크성이다. 묀히스베르크산(542m)을 타고 앉은 덕에 잘츠부르크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성문 앞 우물 곁엔 보리수가 서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의 내용 그대로다. 쉬어 갈 겸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 들어 단꿈을 꾸는 것도 좋겠다. 성채 북쪽은 독일이다. 멀리 베르히테스가덴 일대가 아련하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아돌프 히틀러가 자신의 별장인 ‘독수리 둥지’를 세웠던 곳이다. 차가운 피를 가진 그였지만 고향 가까이 머물고 싶은 마음은 장삼이사와 다르지 않았던 게다.●두 시간 비행 후 짧지만 알찬 ‘환승 여행’ 그리고 두어 시간의 비행 뒤 마주한 이스탄불. 항공사에서 마련한 투어 버스에 오른다. 아라스타 바자르가 짧은 여정의 출발점이다. 수다스러워 보이는 터키 아줌마가 가이드다. 향료 등을 파는 작은 바자르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건축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아야 소피아다. 화엄사 보제루를 지나 각황전을 눈에 담았을 때의 감동이랄까. 나지막한 탄성이 무의식 중에 목젖을 스친다. 아야 소피아는 원래 성당이었다. 1453년 오스만튀르크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가 점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견고한 성벽을 무너뜨리고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젊은 술탄은 가장 먼저 아야 소피아를 찾았고 수많은 기독교인 앞에서 “알라 외에 신은 없다”고 외쳤다고 한다. 젊은 술탄은 십자가를 떼고 네 개의 첨탑을 세워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인다.오후 5시 10분. 아잔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무슬림 국가에 왔다는 걸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아야 소피아 맞은편은 술탄 아흐메트 사원이다. ‘블루 모스크’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왜 ‘블루’ 모스크인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알게 된다. 아야 소피아를 능가하는 모스크를 열망했던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사원 내부를 수십만 개의 푸른색 타일로 장식했다. 블루 모스크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극적으로 열린 중앙의 너른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교도인 탓에 벽 모서리에 기댄 채 목을 빼고 봐야 했다. 여기저기서 땀냄새와 발냄새가 진동했지만, 그 무엇도 옛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가리지는 못했다. 사원 밖은 히포드롬 광장이다. 한때 10만명이 들어차는 전차 경기장이었다는 곳.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델피에서 가져온 기둥이 바늘처럼 솟아 있다. 이른바 ‘지하 궁전’이라 불리는 예레바탄 사라이를 보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 영화 ‘인터내셔널’ 마지막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줬던 곳이다. 무려 7000여명의 노예가 동원돼 여러 신전에서 가져온 336개의 아름다운 대리석 기둥을 세웠다고 한다. 아쉬운 곳이 어디 여기뿐일까. 짧은 하루해가 유럽 서쪽으로 진다. 잘츠부르크·이스탄불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이스탄불 시티투어는 터키항공에서 환승 시간이 긴 승객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교통과 식사 등 일체가 무료다. 이스탄불 환승 대기시간이 6시간 이상인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신청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아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하다. 투어 프로그램은 요일별로 다르다. 매일 5가지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전 8시 30분~11시, 오전 9시~오후 3시, 오전 9시~오후 6시, 낮 12시~오후 6시, 오후 4~9시 등이다. 현지 교통 상황에 따라 여정이 다소 단축될 수 있다. 신청자가 많아 최소 1시간 전에 신청해야 한다. 적정 인원이 차면 이용할 수 없다. 아타튀르크 공항의 1층 오른쪽 호텔 데스크에서 신청을 받는다. 유료 소지품 보관소도 옆에 있다. 인천~잘츠부르크 노선의 경우 잘츠부르크행은 화, 목, 금, 일요일(현지 기준) 운항편의 환승 시간이 약 11시간이다. 이스탄불에 오전 5시 5분에 도착해 오전 8시 30분~11시 또는 오전 9시~오후 3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인천 복귀 때는 월, 수, 토요일 운항편이 환승 시간 약 10시간 30분이다. 이스탄불 도착 시간이 오후 2시 50분으로, 이번 여정에선 오후 4~9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 청주, 세계 공예축제 활짝… 제천 ‘한방산업의 미래’ 열린다

    청주, 세계 공예축제 활짝… 제천 ‘한방산업의 미래’ 열린다

    충북에서 오는 9월 국제행사가 잇따라 펼쳐진다. 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청주에서는 2017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약초의 고장 제천에서는 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가 개막한다. 올해 10회를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전 세계 공예인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지구촌 공예 축제다. 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는 한방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축제다.■10회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는 ‘HANDS+ 품다’를 주제로 오는 9월 13일부터 10월 22일까지 40일간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린다. 주제에는 그동안 열렸던 비엔날레의 성과, 한계, 공예의 소재 등을 모두 품자는 의미가 담겼다. 시는 10회를 맞아 공예비엔날레에 변화를 줬다. ‘비엔날레’의 사전적 의미가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행사인데다 그동안 행사를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았다고 판단해 이번부터 행사 이름에서 ‘국제’가 빠진다. 또한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세계관을 꾸민다. 9회까지는 하나의 국가만을 집중 조명하는 초대국가관이 운영됐지만 이번에는 한국,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핀란드, 몽골, 독일, 대만, 일본 등 9개국이 공동 참여하는 전시관이 운영되는 것이다. 많은 나라가 세계관에 참여하는 것은 공예비엔날레의 국제적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영국은 청주의 러브콜도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전해 왔다.스위스는 ‘이것이 내일이다’를 주제로 유리, 도자, 철, 종이 등 다양한 재료의 공예품을 전시한다. 스위스 공예인 50여명과 학생들이 협업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몽골은 전통주거 천막인 ‘게르’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의 생활방식을 담은 공예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관에는 우란문화재단이 참여한다. 우란문화재단은 워커힐미술관 설립자인 고 우란 박계희 여사의 뜻을 이어받아 2014년 설립됐다. 2015년부터 매년 우란 기획전을 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밀라노 트리엔날레 국제전람회 한국공예 전시를 후원했다. 미디어를 활용한 기획전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8개 나라 49명이 참여해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창을 통해 공예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한다. 건물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인 미디어 파사드,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해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 등이 활용된다. 기획전에서는 지난 비엔날레 참여작가와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회 공모전 대상 수상 후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히로시 스즈크와 4회 공모전에서 독특한 첨장기법으로 대상을 받은 윤주철 작가 등이 참여한다. 8회 비엔날레 기획전의 메인 작가이자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화려한 전시경력을 소유한 포르투갈 출신의 조아나 바스콘셀로스 작품은 미디어로 재조명된다.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설치미술가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재닛 에컬먼의 작품도 선보인다. 교육 콘텐츠도 한층 강화됐다. 과학, 테크놀로지, 디자인과 공예가 융합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전자 부품을 활용한 웨어러블 액세서리 만들기, 재활용품을 이용한 드로잉 머신 제작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의 창작 과정과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예정이다. 문희창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기획홍보부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13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라며 “청주비엔날레가 지구촌 최대의 공예이벤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공예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도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하다. 비엔날레 행사장으로 활용되는 연초제조창 때문이다. 연초제조창이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1년 처음으로 거칠고 야성적인 옛 담배공장에 세계 작가들의 혼이 깃든 공예작품이 전시되자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환상적인 전시공간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국내 최대 ‘제천한방엑스포’ 충북도와 제천시가 손을 잡고 개최하는 2017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는 9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19일간 제천 한방엑스포 공원 일원에서 진행된다. 행사장은 천연자원의 우수성과 생활 속 한방바이오기술을 보여 주는 테마전시, 한방의 지혜를 활용해 3대 알레르기 정복 솔루션을 제공하는 특별전시, 한방바이오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제천의 약초를 구입할 수 있는 비즈니스전시로 꾸며진다.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한방알레르기관이다. 국내 알레르기 환자는 900만명에 육박하지만 많은 사람이 원인 파악 등을 소홀히 하는 등 자신의 알레르기를 방치해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한방알레르기관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의 역사와 심각성을 소개하고 3대 알레르기인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의 원인과 치유법이 소개된다. 또한 한의사 1명과 아토피협회 회원들이 상주해 상담하며 알짜배기 정보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3대 알레르기의 공동 원인인 집먼지, 진드기 퇴치의 중요성을 놀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전시관 한쪽에는 편백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공간에서 한방차를 시음할 수 있는 피톤치드 정원이 꾸며진다. 피톤치드는 항균·항염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바이오생활건강관도 가 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한의학연구원 관계자들이 나와 사상체질 진단기를 통해 방문객들의 체질을 진단해 줄 예정이다. 첨단화된 한방의료기기인 맥진기와 설진기로 건강 체크도 이뤄진다. 또한 자가문진 시스템으로 개인 맞춤형 한약이 제조되는 기술을 체험하는 코너가 운영되고, 이 문진 결과를 토대로 부족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비타민이 제공된다. 산업엑스포답게 기업들과 바이어, 소비자들을 위한 기업관과 마켓관도 마련된다. 조직위는 한곳에서 제품전시·투자·상담·홍보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관과 마켓관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한방이 접목된 건강기능보조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생산하는 국내외 250여개 업체와 바이어 3500여명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방바이오 업체들의 수익 창출과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한 직거래장터인 한방약초장터도 마련된다. 엑스포 기간 동안 한국바이오협회와 세명대산학협력단, 한국약용작물협회 등이 주관하는 학술대회도 진행된다. 입장권 요금은 현장판매 기준 일반 1만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입장권 소지자는 제천지역 관광지인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랜드, 청풍호유람선, 청풍리조트 이용 시 할인혜택을 받는다. 정사환 엑스포 조직위 사무총장은 “이번 엑스포 개최로 전국적으로 964억원의 생산효과와 452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740여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된다”며 “엑스포 현장에서는 230억원의 수출계약과 20억원 규모의 현장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천은 조선시대 3대 약령시장 가운데 하나로 2005년 약초웰빙특구로 지정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바이오산업단지, 천연물원료 제조거점시설, 약용작물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다. 화산동에 있는 약초시장에서는 전국 황기의 80%가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990농가에서 2764t의 약초를 재배했다. 시가 한방을 테마로 국제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은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를 개최해 왔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포토] ‘러버덕’은 지금 어디에…행방은?

    [포토] ‘러버덕’은 지금 어디에…행방은?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대형 설치미술작품인 ‘러버덕’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항구에 떠 있다. ‘러버덕’ 캐나다 전시는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진행됐다. 러버덕은 지난 2014년 서울시 송파구 석촌 호수에도 전시된 바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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