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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유일 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정옥 선생

    국내 유일 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정옥 선생

    “자만하지 말고, 돈과 기교를 향한 삿된 욕심을 끊어야 좋은 작품을 후대에 남길 수 있습니다.”한 평생을 고집스레 전통 조선 백자와 씨름해온 백산(白山) 김정옥(金正玉·63) 선생을 만나면 문명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23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7대조 할아버지 때부터 고집스레 장인의 맥을 이어온 것도 그렇고 손이 많이 가는 전통식 발물레와 망댕이 가마를 여전히 고집하는 억척스러움도 감동을 준다. 그는 살아 있는 조선 백자의 상징적인 인물, 우리나라에서 사기장으로서는 유일하게 무형문화재 105호로 지정됐다. 올해 일본과 독일에서 열리는 ‘도예작품전’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생을 만나기 위해 경북 문경새재 인근에 있는 그의 가마터를 찾았다. ●7대째 이어온 장인 손길… 전통 기법 고수 그의 작업실인 ‘백산선방’에 들어서자 짙은 눈썹에 강렬한 눈빛이 사로 잡았다. 선조때부터 대물림해 내려온 물레를 힘차게 돌리며 작품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氣)가 느껴졌다. 환갑을 넘긴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백자는 감촉이 부드러우며 적당한 빙렬이 있어야 하고, 분청은 자연스러운 맛이 나야 하는데 전기 물레와 전기 가마로는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만든 이의 정성과 혼을 담을 수 없다.” 이런 연유로 그는 모든 작업에 있어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한다. 흙만 얹어도 각종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전기 물레가 도입된 지 오래지만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발물레만을 사용한다. 또 가마는 장작가마인 ‘망댕이’ 가마만을 고집한다. 망댕이란 흙을 뭉친 덩어리란 뜻으로 백산 집안이 지켜온 전통 가마다. 장작은 자기와 가장 궁합이 맞는 다는 적송(赤松)만을 사용한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200년된 발물레와 160년된 망댕이 가마는 ‘도민속자료로 지정’됐고, 현재는 그가 직접 만든 발물레와 가마를 사용하고 있다. 두 달에 한번씩 불을 지피는 가마에는 다완 100여점이 들어간다. 하지만 작품으로 남는 것은 3∼4점이 채 안된다. 대부분의 그릇은 파기된다.80∼90%의 성공확률을 보장하는 가스 가마를 외면하고 97%의 실패가 눈에 보이는 망댕이 가마만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가장 한국적인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부터 전통적이어야 한다. 많은 작품보다는 제대로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삶의 철학이자 고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탓에 그의 백자와 분청은 형태와 빛깔에서 그 만큼 남다르다. 청와백자는 옛 명품에 버금가는 깊이와 운치가 서려있다. 특히 손맛이 살아 있는 다갈색 차사발과 정호다완은 분청 중에서도 일품으로 꼽힌다. ●20여년 수련후 데뷔… 각종 상 휩쓸어 대한민국 최고의 도공에 오르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조들이 닦아 놓은 비법을 전수받아 쉽게 명장에 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 91년 대한민국 도예부문 명장 선정과 96년 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의 칭호를 얻기까지 손에 물과 흙이 마를 날이 없었다. 부친인 김교수(金敎壽) 선생은 일본에서 배우러 올만큼 솜씨좋은 도공이었지만 집은 끼니가 없을 만큼 가난했다. 결국 그는 문경서중 3학년을 중퇴하고 부친으로부터 장인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산간벽촌인 가마터에 땔감과 흙등 모든 재료를 모두 지게로 지어 나르느라 어깨가 성한 날이 없었지만 7대를 내려온 가업을 잇는 것이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여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다. 배움의 길에 들어선 지 20여년이 지난 83년 경북공예품경진대회에 다완을 출품해 입선하면서부터 그의 작품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뒤 그의 작품은 각종 전통 도예 부문의 각종 상을 휩쓸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서게 된다. 향토문화상(86년)경북문화상(87년)전승공예대전특별상(88년)을 받았다. 백자와 분청으로 대별되는 그의 작품은 ‘청화백자팔각병’과 ’분청사기철화당초문계룡산호’,‘정호다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의 작품에는 자기 과시나 수사적인 기교가 없다. 그저 투박하지만 그 속에는 고고한 자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 지난 96년에는 그의 작품이 미국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 상설전시관에 전시됐으며,98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타이완 등 4개국 장인전문가회의 한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는 미국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동방의 빛’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발돋움하게 됐다. 올해도 각종 전시회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4월 31일부터 5월 8일까지 문경도자기전시관에서 열리는 문경전통 차사발 출제의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6월에는 도쿄 경왕백화점에서 도예 작품전을 연다. 지난 87년부터 벌써 18년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통 찻사발 등 70여점이 전시된다. 이어 연말에는 독일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조선백자 맥 잇겠다” 외아들도 수련중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제자를 키우는 것. 그의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조선백자의 맥을 잇겠다고 나선 외아들 김경식(38)씨와 전수장학생 4명에게 참 도공의 길을 가르치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거쳐 왔지만 스스로 선택한 도예가의 길을 후회해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우리 전통 도예를 길이 전승하는 것에 남은 인생을 걸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대한민국 대표 도예가로 발돋움한 것은 조상의 후광이나 재능보다는 도자기에 대한 사랑과 끊임없는 노력, 집념, 고집, 실패를 즐기는 그의 삶 그자체였다. 문경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백산 김정옥의 삶 -1941년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 출생 -1991년 대한민국 도예명장 선정 -1996년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 지정 -1996년 미국 스미스 소니언 국립박물관 상설전시 -1998년 일본 도쿄 아세아 4개국 명인 전문가회의 한국대표참가 -1999년 문경대학 초대 명예교수 -2000년 대통령 표창
  • 진통예상 삼성전자 주총 ‘무난한 마무리’

    진통예상 삼성전자 주총 ‘무난한 마무리’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앞세워 진통이 예상됐던 정기 주주총회를 ‘무난하게’ 마무리지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고유가, 원화절상, 정보기술(IT)경기 하락 등 악재가 많지만 원가절감 경영 등을 통해 지난해(10조 7867억원)보다 많은 11조원대의 순이익을 목표로 설정했다. ●순이익 11조원 시대 여나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28일 정기주총에서 “올해 매출을 지난해 대비 2% 성장한 58조 7850억원으로 잡았다.”면서 “아날로그와 저부가가치 사업 철수, 신성장 모멘텀 확보 등을 통해 순이익 목표치도 지난해보다 높게 설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해마다 경영계획을 밝히면서 매출 목표는 제시했지만 순이익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1998년부터 8년째 주총 의장을 맡아 온 윤 부회장이 순이익 목표를 밝히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큰 폭의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11조원대가 예상된다. 삼성그룹도 지난해 말 올해 그룹 매출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139조 5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세전이익은 23% 줄어든 14조 6000억원으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환율변수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요 품목의 판매가격 하락을 반영한 것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 부회장이 순이익 증대를 목표로 내건 것은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좋고 LCD도 판매가격이 회복되는 등 곳곳에서 청신호가 켜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류주총은 절반의 성공 지난해 주총에서 참여연대와 설전을 벌이다 몸싸움까지 벌인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을 무사히 끝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참여연대 인사들에게 발언기회를 최대한 준 것이다. 참여연대는 예상대로 삼성카드 추가 증자 참여, 삼성자동차 채권 처리, 이건희 장학재단 출연, 김인주 사장의 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이 가운데 김 사장 선임 문제는 표결까지 갔지만 96.25%의 찬성으로 결론났다. 참여연대는 전자사업과 전혀 상관없는 신용카드에 지금까지 1조 900억원을 출자했고 매년 수천억원의 지분법 평가손을 보는 상황에서 또다시 1조 2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최도석 사장은 “추가 증자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현재 삼정회계법인에 평가를 의뢰하는 등 증자 참여 득손실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김인주 사장은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부회장은 “김 사장은 정치자금 제공 건으로 사법처리를 받지 않은데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압력 등으로 연루된 것으로 판단, 회사차원의 징계도 하지 않았다.”고 대응했다. ●여전히 남은 숙제 이날 주총이 3시간만에 비교적 원만하게 끝났지만 삼성의 ‘아킬레스건’인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삼성전자의 최대 위험 요소는 비즈니스 관련 의사결정이 아니고 지배구조와 관련된 의사결정 구조”라면서 “구조조정본부에 파견돼 있는 김인주, 이학수 이사 등이 법률적 위험의 전형적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부회장은 “지배구조가 ‘형편없는’ 삼성전자는 분식을 안 하는데 지배구조가 훌륭한 미국에서는 어떻게 엔론사태·월드콤 사태가 나오느냐.”면서 “기업의 지배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지배구조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날 주총장 분위기는 윤 부회장의 ‘논리’를 지지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김 소장은 “앞으로 이재용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주총이 있으면 3시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 여운을 남겼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잃어버린 2년” vs “전환기적 현상”

    “잃어버린 2년” vs “전환기적 현상”

    “지금의 경기침체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참여정부 2년은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돼 버렸다.” 조윤제 영국대사와 나성린 한양대 교수가 24일 경기침체의 원인과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중앙대에서 열린 ‘2005 경제학술 공동대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조 대사는 경기침체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같은 전환기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 대사는 2003년 2월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지난달까지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반면 나 교수는 참여정부가 2년 동안 ‘아마추어적’인 국정운영으로 정치·사회적 틀을 무리하게 바꾸려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조 대사,“우리 경제는 중년” 조 대사는 “서비스업 소득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지 우리의 실제 1인당 국민소득은 발표치(2004년 1만 4000달러)보다 높다.”면서 우리경제는 국민들의 생각보다 성숙된 ‘중년경제’라고 평가했다. 참여정부가 지나치게 분배위주 정책을 편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정도의 소득과 국민생활 수준을 가진 나라 가운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소홀한 나라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개인, 기업, 산업간 양극화는 거의 모든 국가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이루어진 게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정책을 폈다는 지적에 “참여정부 출범 이전부터 진행돼 온 일을 이어받은 것이 많다.”고 답했다.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은 그동안 해왔던 공정경쟁 정책의 틀안에서 이뤄진 것이고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지난 정부 때 국회에 제출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경제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않은, 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책혼선 논란에 대해서는 “각 경제부처가 정치행정 시스템의 변화를 읽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특히 조 대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강조했다. 압축성장, 압축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규직의 고용보호 축소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스페인식 모델을 추천했다. ●나 교수,“2년동안 경제 퇴보” 나 교수는 세계경제포럼(WEF)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지수가 참여정부 들어 더 떨어진 것을 예로 들며 “이는 기업들의 경쟁력보다는 정부의 경쟁력과 경제운용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개혁 부진, 비효율적 코드인사, 불요불급한 국책사업에 따른 정부예산 낭비,4대 개혁입법을 포함한 진보적 국정운영으로 인한 국론분열, 정부내 반(反)기업 정서 등을 예로 들었다. 나 교수는 참여정부가 20차례에 가까운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과 정책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해 경제회생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참여정부는 경제정책이 아예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고, 뒤쫓아가면서 부양책을 펴는 데만 급급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나 교수는 “참여정부는 경제를 중시하지 않을 경우 ‘한국경제를 퇴보시킨 정권’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그러나 다행히 올들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중심·분배우선의 국정운영을 경제중심·성장우선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경쟁은 악(惡)이고 평준화는 선(善)이라는 생각, 대기업·부자·일류학교 출신은 수구·보수적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경쟁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교육제도 확립을 주문했다. 나 교수는 현 교육제도는 ‘30년 부모에 의존해 20년을 쓰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며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취업 아니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학습제도 구축을 주문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박계동 “아나운서 출신 장관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 참석, 북한의 핵 보유 여부를 놓고 야당 의원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치열한 논리 대결은 말싸움으로 옮겨붙으면서 ‘기자 출신’이냐, 아니냐를 놓고 감정 싸움으로 옮아갔다. 1차전 포문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열었다. 전 의원은 “정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 외무성 성명의 국문·영문 제목이 다르다는 이유로 (핵무기 보유 선언을)‘북한 주장’이라고 했는데 ‘기자’ 출신인 장관이 어떻게 제목만 보느냐.”면서 “영문 성명에도 ‘have manufactured(제조했다)’라는 표현이 있다.”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미 몇 차례 이어진 설전(舌戰)으로 잔뜩 얼굴이 상기된 정 장관은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질문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같은 당 박계동 의원이 바통을 넘겨 받아 “아나운서 출신인 장관이 다보스 포럼에 다녀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구두 합의’만 된 것을 무책임하게 기자간담회를 열면 되느냐.”고 추궁하면서 정 장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 장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의원이 장관을 모욕하는 것은 좋고, 장관은 항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박 의원이 “이만 발언을 마치겠다.”고 물러나자 “저는 더 말씀드려야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면서 “저는 기자 생활을 18년 했다.”고 반박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다빈치코드’ 伊 모의법정 설전

    예수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낳은 딸이 교황으로서 적통을 이었어야 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담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역사적 진위를 가리는 모의재판이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다.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인 빈치시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개정된 모의법정에는 많은 예술 전문가들과 보수적인 가톨릭 성직자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들은 독자들이 작가 댄 브라운이 꾸며낸 ‘성서의 진실’이라는 픽션과 역사적 진실을 혼동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최후의 만찬’ 막달라 후계자 인정 꽉 찬 원고석과는 달리 소설을 옹호하는 ‘피고’석에는 수백명의 독자들만이 참석했다. 브라운은 2003년 6월 소설 출간 직후 미국 NBC방송의 ‘투데이쇼’에 출연,“주인공 로버트 랭던 등 등장인물을 제외하고 예술과 건축, 밀교의식, 비밀결사에 관한 모든 내용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설은 다빈치가 실제로는 여자 교황의 적통성에 찬동하는 비밀결사의 지도자로서 그의 작품들에 여성 교황의 적통성을 주장, 옹호하는 코드들을 교묘히 숨겨왔다는 점을 담고 있다. 예수와 12제자의 만찬을 그린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제자들 가운데 막달라를 가장 믿음직스러운 후계자로 인정했음을 드러내려고 다빈치가 의도한 것이라거나,‘모나리자’가 사실은 다빈치의 초상화로 여성의 세계 지배를 당연시하는 다빈치의 세계관이 투영된 것이라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가톨릭 지도자들이 막달라를 마녀로 낙인찍어 성배를 둘러싼 진실을 은폐하려 했으며, 교황청의 추적으로부터 예수의 후손들을 보호하기 위해 1099년부터 시온수도회가 실존해 왔다고 주장했다. ●보수 기독교계 반발… ‘유죄 평결’ 이같은 내용은 가톨릭은 물론, 보수적인 기독교단으로부터 전례없는 반발을 불러왔다. 예수를 신성한 존재에서 하루 아침에 보통 인간으로 격하시킨 신성모독이라는 항변이었다. 모의법정을 기획한 알레산드로 베초시 레오나르도 박물관장은 다빈치 초상화와 모나리자를 비교한 결과 귀와 입, 눈동자, 표정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록과 회화작품 사진 120장을 공개, 소설의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소설 속에서 성서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암약하는 바티칸의 비밀결사로 묘사된 ‘오푸스 데이’(하느님의 과업) 대표도 법정에 나와 자신들을 둘러싼 오해를 독자들에게 해명한다. 모의법정의 평결은 ‘유죄’가 예정돼 있다. 소설 ‘다빈치 코드’는 세계적으로 750만부가 팔렸고 소설 속 논란만을 정리한 책이 10종이나 쏟아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홍준표 의원 이해찬 총리 과거사 규명도 설전

    이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판 입씨름을 벌였다. 화두는 자연스레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으로 시작됐지만, 설전(舌戰)은 과거사 규명 문제로도 이어지면서 치열하게 확대됐다. 홍 의원은 우선 “‘우리 총리’ 나오세요.”라며 ‘살가운’ 단어로 이 총리를 호명한 뒤 “살풀이해야 되겠죠.”라고 농담부터 건넸다. 홍 의원은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행정부를 아우르면서 야당을 존중해야 할 총리가 ‘차떼기당’ 발언을 한 것이 옳은 일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이 총리는 “그 건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에 다 말씀드렸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홍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에도 총리가 이렇게 야당을 폄하한 적이 있는가.”라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이 총리는 “5·16 군사 정권 때는 총리가 의원들을 붙잡아가고 야단도 치고 그랬다.”고 쏘아붙였다. 홍 의원은 “아, 그랬냐.”고 받아넘기며 “차떼기당의 원조는 2000년 총선 때 권노갑 고문이 200억원을 받은 것인데, 우리는 한번도 총리의 당을 차떼기로 부르지 않았다.”,“여당 대통령후보가 사상 최초로 감세청탁에 연루됐을 때도 우리는 감세청탁당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몰아붙였다. 얼굴이 잔뜩 굳어진 이 총리는 “대정부 정책을 질문해달라.”는 답을 되풀이했다. 홍 의원은 태연하게 “총리 발언에 대해 묻는 것이 대정부질문”이라면서 이 총리의 특정 언론 폄하 발언을 추궁해 들어갔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로 넘어가면서 이 총리도 공세를 취했다. 홍 의원이 “이미 확정 판결이 난 사건인데 국정원이 조사하면 결국 대권을 앞두고 여권이 ‘공작’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자, 이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오히려 공과(功過)를 인정받는 분이니 같이 평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김종갑특허청장 - 직원 ‘혁신’ 설전

    “직렬 이기주의를 버려라.”“현 체제 하에서 혁신이 온전히 진행되겠는가.” 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김종갑 특허청장과 직원간 대화에서는 참여정부 공직의 화두인 ‘혁신’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청의 핵심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중심에서 벗어나 있고 혁신 마일리지 등에서의 상대적 박탈로 서운해 있는 심사관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성과에 급급, 부담만 가중” 심사관들은 현재의 혁신이 짧은 시간에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제도 등이 정신없이 도입되면서 기대보다는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속도조절론’도 제시했다.A사무관은 “심사물량은 변화가 없는데 기간 단축이 강조되면서 업무 강도만 높아졌다.”며 “업무성과평가의 지표화는 결국 경쟁논리만 부각시켜 심사관 결원시 특허행정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행과정에서 심사관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김청장은 “우리끼리는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밖에서는 ‘그저 그런 조직’에 불과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전 직원의)감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식재산행정 혁신에 대해서는 성과주의와 경쟁체제를 통한 효율화임을 분명히 하고 특별회계 유지, 심사·심판기간 단축, 특허청 위상 및 역량 강화를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김 청장은 “급변하는 주변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일거리를 만들거나 이벤트성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픈 만큼 성숙한 결과 나올 것” 직렬간 이견은 이날도 뚜렷이 나타났다. 혁신 분야에서 심사·심판관들의 상대적 소외감도 그대로 표출됐다. “정책, 지원부서 업무는 심사·심판이라는 고유업무가 최상의 결과를 낼 때 가치가 있는 것”“1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우는 것에 대한 심사관들의 자존심…” 등의 평가와 해석이 잇따랐다. 김 청장은 ‘직렬 이기주의’와 ‘편가르기’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심사·심판이 중요하지만 그 중심으로 업무를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심사국의 우선 팀제 도입과 재택근무 고유업무 평가 도입 등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당근(?)도 제시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복도통신 등 내부의 다양한 소리를 끌어내 사실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였다.”며 “아픈 만큼 성숙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여성포털사이트 명절증후군 호소 급증

    여성포털사이트 명절증후군 호소 급증

    “여성들의 골칫거리 설날이 돌아오네요. 조상님께 죄송하지만 올해 차례는 ‘휴무’하면 안될까요?” 설이 다가오면서 인터넷 여성 포털사이트에는 ‘명절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글이 흘러넘치고 있다. 시댁에 대한 불만을 무작정 털어놓는 한탄조에서부터, 선물에 대한 고민까지 인터넷 게시판도 설 대목을 맞았다. ●부모님 용돈 상담 줄이어 여성 포털사이트 마이클럽의 김문희씨는 “불황탓인지 유난히 시부모에게 드릴 용돈과 선물에 관한 상담이 보름 전부터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이트 게시판에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명하며 조언을 청하는 글이 빼곡했다. 아이디 ‘tns’는 “지난해 설엔 시부모님께 용돈으로 20만원을 드렸는데 올해는 형편이 어려워 10만원을 드리기에도 벅차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자 곧바로 “저도 어려워서 올해는 10만원밖에 못드리는데….10만원 드리고 과일이라도 한 박스 사시면 어떨까요.”“아무리 힘들어도 액수가 줄면 섭섭하기보다 자식 걱정을 더 하실테니 무리해서라도 20만원을 채우는게 낫지 않을까요?” 등 다양한 충고를 담은 답글이 줄줄이 달렸다. 직장에 따라서는 최대 9일 동안 이어지는 긴 연휴도 여성에게는 큰 스트레스다.“어머니가 올해는 전전날 시댁에 오래요.”라고 울상짓는 며느리의 호소에는 30개가 넘는 답글이 달렸다.‘8년차 며느리’는 “시댁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제는 집에서 전과 식혜 등을 만들어 시댁에 간다.”면서 “명절에 일을 안할 수는 없으니 요령껏 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대안없는 명절 증후군 설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름대로 명절 증후군 해소법을 터득한 고참 주부들은 여유를 보였다. 지난 30일 설 준비를 위해 서울 구로동의 대형할인점을 찾은 최모(42)씨는 “직장에 다니는 맏며느리로 명절마다 전업주부인 동갑내기 동서와 갈등이 깊었다.”면서 “지난해부터 나물과 과일은 내가 준비하고 전과 산적은 동서가 만들게 한 다음 나중에 재료비를 동서에게 전해준다.”고 털어놨다.TV를 보고 이런 방법을 생각했다는 최씨는 “이렇게 하니 지난해 설에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시댁에 가서도 가족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졌다.”면서 “올해는 차례 음식 뿐 아니라 동서가 좋아하는 갈치조림도 미리 만들어 고마운 동서를 감동시킬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최상진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결혼을 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족을 전체 세계로 보는 경향이 있어 명절 일을 노동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른과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문제를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수도권 폐교활용 문화체험공간

    수도권 폐교활용 문화체험공간

    폐교는 더 이상 폐교가 아니다. 박물관과 체험관 등으로 새로 꾸며져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심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폐교를 활용한 근교의 학습장을 들러보자. 한적한 시골의 정취도 느끼고 다양한 문화 체험학습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가볼 만한 문화체험 공간 3곳을 찾아가 보았다. ■ 강화 심은미술관 ‘한적한 시골마을의 소박한 문화예술 공간.’ 인천 강화군 하점면 이강리 심은미술관(www.simeun.org). 이곳은 2000년 2월 폐교된 옛 강후초등학교를 개조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장인 서예가 심은 전정우(56)씨가 이 학교 첫회 졸업생이다. 전 관장은 지난 87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서예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강화 출신의 유일한 예술가이다. ●한국화·서예전각 등 400여점 상설전시 모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도 안타깝게 여긴 전 관장이 사재를 털어 2000년 9월 이곳에 미술관을 세웠다. 심은미술관은 한 예술가의 유년시절의 추억과 이를 보전하려는 애절한 바람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담긴 미술관이라 더욱 의미있다. 높이 1m, 폭 3m, 미술관 대문치곤 아담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네며 철봉이며 어린이들이 뛰어놀았을 학교 운동장이 그대로 남아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계단을 오르면 100여평의 잔디밭이 보인다.10여점의 조각품이 전시된 조각정원이다. 조각정원은 날씨가 따뜻한 봄·여름이면 단체 관람객들이 바비큐 파티를 열거나 야유회·수련회를 열 수 있도록 개방한다. 연건평 200여평 규모 2층 건물인 미술관은 한국화, 서예·문인화, 서양화, 특별전시실로 총 4개관으로 구성됐다.1층 한쪽에 30평 규모의 소품전시실에서는 미술관에서 직접 만든 대추차와 국화차, 솔차, 유자차 등 전통차와 도자기류를 판매하고 있다. ●50여명 동시수용 숙박시설도 갖춰 심은미술관에는 한국화, 서양화, 서예전각작품 200여점이 상설 전시된다. 해마다 2∼3차례 기획전시회도 열린다. 올 8월에는 한국화가인 창원대 서홍원 교수의 개인 작품전이 열릴 예정이다. 전정우 관장에게 직접 서예를 배울 기회도 있다. 전 관장은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미술관 운영에 참여하는 마을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로 서예를 가르쳐준다. 이 시간에 맞추어 미술관을 방문하면 전 관장이 직접 붓을 잡고 글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글쓰기 지도도 받을 수도 있다. 가족여행, 초·중·고교생 문화체험, 기업체 연수, 대학생 MT 장소로도 개방한다. 미술관 뒤편에 단층 건물을 숙박시설로 제공한다. 강후초등학교 교사들이 사용했던 사택을 개조한 것으로 50∼60명이 머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편하게 갈 수 있다. 신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행 버스를 탄 뒤 강화버스터미널에 내리면 된다. 여기서 바로 창우리행 버스나 하정을 경유하는 외포리행 버스를 타고 심은미술관 앞에서 내리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신촌에서 심은미술관까지 1시간40분 정도 걸린다. 관람일은 수요일∼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화요일 휴관. 관람료는 성인 2000원, 어린이·청소년은 1000원.(032)933-0964. 글 강화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 ‘수만년전 이 지구에 살았던 생명체들과의 신비한 데이트.’ 26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 양오리 은암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에 가면 수천, 수만년 전 우리별의 주인이었던 생명체들과 시간을 뛰어 넘는 즐거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옛 양당초등학교의 교문이 박물관 입구다. 모형 공룡 두마리가 박물관 초입의 좌·우를 지키고 있는 입구를 통과하면 정겨운 초등학교 운동장이 보인다. 박물관은 연건평 200여평의 2층짜리 양당초등학교의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은 교실과 복도를 구분짓는 벽을 허물고 한 층을 통째로 관람실로 꾸몄다. ●교실·복도 벽 허물어 통째로 관람실 단장 1층에는 실물과 똑같은 조류, 동물류의 박제 50여점이 전시돼 있다. 반달가슴곰, 호랑이, 사슴, 여우 등 포유류와 호금조, 참매, 원앙, 부엉이, 소쩍새 등의 조류가 살아있는 듯한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동물원에 가는 것보다 날짐승과 들짐승의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 부근에서 서식하는 앵무조개, 따뜻한 바다에 사는 뼈고둥 등 30여종의 희귀 패류 또한 진귀한 볼거리이다.1억년 전에 죽은 나무 속에 규산이 스며들어 나무화석이 된 규화목과 공룡알 화석은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사료들이다. 아마존 강 유역에 서식하는 파란나비 레테노오르몰포 나비와 대만에 주로 살고 있는 검은 테두리와 검은 반점을 지닌 멧논제비나비 등 다양한 곤충류도 접할 수 있다. 은암자연사 박물관에는 화석류, 조류, 곤충류, 패류 등 3000여점의 귀한 자연사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98년 폐교된 양당초등학교 자리에 박물관이 들어선 것은 2001년 7월. 이곳의 전시품은 모두 이종옥(80) 관장이 50여년간 전 세계를 돌면서 직접 수집한 것이다. 이종옥 관장의 호를 따서 이름을 지은 은암자연사 박물관은 이관장 한 개인의 평생 재산을 털어 세운 우리나라 유일의 사립 자연사박물관이다. ●희귀한 화석·패류등 3000여점 전시 이 관장은 50년전 조각예술가로 활동하면서 패류에 관심을 갖고 수집하기 시작했다. 보석 마노나 조개 껍질을 양각으로 조각하는 카메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패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화석이나 보석으로 옮겨져 20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연사 박물관을 세우기 위한 재료를 수집했다. 이 관장이 평생 수집한 진품은 20만점으로 학계에서는 2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전시하기엔 은암박물관이 워낙 협소해 불관 3000여점만 전시되고 있다. 은암자연사 박물관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보는 것도 좋다. 신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고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내린 뒤 당산리행 버스를 타고 은암자연사 박물관 앞에서 내리면 된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는 성인 3000원, 중·고생 2500원, 어린이 2000원.(032)934-8872. 글 강화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파주 술이홀 통일체험학습실 28일 경기도 파주 적성면 가월리에 있는 술이홀 통일체험학습장(www.tongilkr.org)을 찾았다. 이곳은 1909년 문을 열어 3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98년 폐교된 옛 적성초등학교를 개조한 것이다. 6·25전까지만 해도 적성초등학교가 이 마을의 문화·생활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알려주듯 학교는 마을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가월리 버스터미널에 있는 마을 위치도에는 폐교된 지 7년이 지난 적성초등학교의 위치와 명칭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록돼 있을 정도로 마을 주민들에게 이 학교가 갖는 의미는 크다. ●북한언어·생활학습등 체험위주 프로그램 운영 파주교육청은 적성초등학교 터에서 휴전선까지 직선으로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리적 특징을 감안해 이곳에 2001년 통일체험학습장을 세우고 파주의 옛지명인 ‘술이홀’을 따 학습장 이름을 붙였다. 술이홀 통일체험학습장은 통일 이후 50년 동안이나 격리된 남과 북의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체험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여평 규모의 단층 건물은 6개의 체험학습실로 운영된다. 언어체험학습실, 생활·문화체험학습실, 북한놀이체험학습실, 통일염원실, 통일미디어실에서는 학생들이 재미있게 북한의 생활상과 문화를 공부할 수 있다. 언어체험학습실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북한의 말이 어떻게 다른지 익힐 수 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해 직접 말도 해보고 의미가 다른 우리말과 북한말을 퀴즈 형식으로도 풀어본다. 생활·문화체험실에서는 북한의 명절과 가정생활, 직장생활, 학교생활 등을 배운다. 통일 게임실에서는 북한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나 전통 놀이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다. 통일염원실에서는 한반도 지도를 말판 삼아 윷놀이를 한다. 학생들은 윷을 던지면서 북한과 남한의 지명을 익힌다. 통일미디어실에서는 북한의 생활상을 담은 다양한 사진으로 퍼즐판을 만들고 직접 조립해볼 수도 있다. 또 북한주민들이 먹는 강냉이 밥을 만들어 먹어보는 북한 음식 체험 기회도 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를 강사로 초빙해 학생들에게 북한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유치원생~고교생 단체만 접수… 야영시설도 유치원·초·중·고교 단체 관람객만 접수받는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운동장에서 야영을 할 수도 있다. 운동장 모퉁이에 취사대가 있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체험관 뒤편에 50명이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어 1박 2일 또는 2박 3일로 체험학습을 와도 좋다. 참가 신청은 술이홀통일체험학습장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예약된 학교 명단과 학습장 방문 일정을 상세히 열람할 수 있다. 각 학교의 담당교사가 직접 방문일을 택해 예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265개교 3400여명의 학생들이 통일체험학습장을 다녀갔으며 올해부터는 참여 대상 학교를 서울·경기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031)959-4215. 파주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남경필-이성헌 논쟁…反朴 vs 親朴 대리전?

    “당 지도부가 보수·우경화됐다.” “왜 박근혜 대표 보고 그렇게 말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이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정치적 공통분모가 많은 남 수석과 이 사무부총장의 논쟁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남 수석부대표는 박 대표를 추대한 소장파 의원의 한 축이었고, 이 부총장은 지난해 총선 때 박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포문을 연 것은 남 수석부대표. 이날 “한나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데 이에 담긴 메시지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완고한 보수주의와 폐쇄적인 당 운영에 그 이유가 있다.”고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이 부총장이 발끈했다. 이 부총장은 “‘4대 악법’ 협상을 둘러싼 박 대표의 행보는 강경·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왼쪽으로 한 클릭 옮긴 중도적 입장이었다.”면서 “객관적 상황을 기준으로 당 노선을 비판해야지 심정적 유추나 확대해석을 하면 무리”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지난해 말 4대법안 협상을 둘러싼 시각 차이에서 비롯한다. 남 수석부대표는 4자회담 등 여야의 협상 과정에서 박 대표가 지나치게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당의 수구적 이미지가 부각됐다고 본다. 이는 그가 속한 소장파 의원 모임인 수요모임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이 부총장은 “국가보안법만 해도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폐지론에 맞서 개정의 폭을 대폭 넓히는 유연성을 보여줬다.”면서 “박 대표에 대해 강경·보수니 하는 주장은 열린우리당의 입장인데 그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당 통합을 저해한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한나라당 내 박 대표의 지지세력과 비판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도 비쳐지면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라면서 “의원연찬회에서도 이 문제로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오늘의 눈] ‘정치’ 영화와 정치 ‘영화’/이순녀 문화부 기자

    ‘10·26’이라는 민감한 소재와 베일에 가려진 제작 과정,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그리고 언론의 논란 부추기기…. 삐딱하게 얘기하자면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마치 잘 짜여진 한편의 흥행 영화 각본을 보는 듯하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용산의 한 복합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진행된 단 한번의 시사회는 그 각본을 마무리하는 ‘화룡점정’격이었다. 여야 정치인과 문화·시민계 인사, 언론인들을 대거 초청해 열린 이날 시사회는 사전 명단 확인과 현장 보안검색 등 호들갑스러운 통제로 또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시사회 내내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박지만씨가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제기한 대목들이 실제 스크린상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각하’는 ‘엔카 잘 부르는 애를 불러달라.’고 하고, 술자리에서 여대생 품에 안겨 감회어린 표정으로 엔카를 듣는다. 일본어로 대화하는 장면도 간간이 나오고,‘애들은 맞으면서 크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투사들을 무시하는 대사도 등장한다. 최종적인 명예훼손 여부는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겠지만 일단 표면상 박씨가 문제로 지적한 내용들은 대부분 영화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난 뒤 착잡한 심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뉘앙스를 무시한 채 문제 대목만 뚝 떼어다 시시비비를 논하는 게 허망해 보여서다. 구연동화처럼 경망스러운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이 영화가 아직도 미완의 역사로 남아있는 ‘10·26’의 진실을 파헤치거나, 어떠한 정치적 성향으로 그 시대를 재구성하려는 야심 따위에는 애당초 관심없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각하는 물론이고,‘야수의 심정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쐈다.’는 김부장이나, 만찬장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차실장 등 모든 등장인물들을 희화화시켰다. 이 영화가 당대의 정치현실을 맘껏 조롱하고, 지독하게 풍자한 블랙코미디일지언정 역사적 사실여부를 정색하고 따져묻게 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얘기다. 예상대로 영화를 본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정치적 의도’와 ‘표현의 자유’라는 고리타분한 설전이 오가고 있다. 다분히 상업성 짙은 영화를 정치영화로 둔갑시키는 과잉 반응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사회를 우리는 언제쯤 갖게 될까. 이순녀 문화부 기자 coral@seoul.co.kr
  • [클릭 이슈] 문화재 보존 해법은 무엇인가

    [클릭 이슈] 문화재 보존 해법은 무엇인가

    지난해 9월 유홍준 문화재청장 취임후 ‘문화재 보존방식’을 둘러싼 설전이 뜨겁다. 취임 이전 미술사학자(명지대 교수)로 문화재 행정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그가 무분별한 복원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문화재 보존관리정책이 잇따라 재검토되고 있는 것. 그러나 복원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유홍준식 보존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아 문화재 복원문제는 당분간 문화재계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재검토되는 문화재 복원계획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보로 지정된 석조문화재 6건에 대한 보존대책 보고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석가탑, 감은사지탑 등 안전진단에서 문제가 드러난 문화재의 보수 및 복원계획이 담긴 보고서였다. 문화재청은 지난 21일 옛 국립중앙박물관 회의실에서 보고서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그러나 이 문건은 지난해 10월 이미 문화재위원회에서 사실상 해체 및 복원 결정이 났던 석가탑의 경우 장기간 지켜본 뒤 보수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는 등 유 청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되면서 ‘해체’ 또는 ‘복원’보다는 장기간의 ‘정밀관찰’이나 ‘부분 보수’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었다. 유청장은 앞서 지난 연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수 진남관은 해체복원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석가탑과 다보탑, 감은사지 동·서 3층석탑 해체및 보수계획 복원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와 함께 복원이 완료된 미륵사지 동탑을 ‘20세기 최악의 복원사업’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충북 보은 법주사의 청동대불,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 철원 도피안사의 철조 비로자나불좌상 등의 예를 들어 복원의 폐해를 강력 비판했다. 유 청장은 “차라리 그대로 두었다가 무너지면 그때가서 복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문화재 복원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해체·복원의 불기피성 주장도 적지 않아 문화재 해체·복원에 대한 유청장의 이같은 거부감에 대해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연구소 일부 전문가들은 “실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빚어진 현상”이라고 반감을 나타냈다. 문화재연구소의 한 간부는 “석가탑의 경우 정밀 안전진단 결과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 해체·복원이 사실상 결정됐었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까지 통과한 사안이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간부는 “기존의 해체복원 방안도 충분한 관찰과 추가적 검사를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청장 발언 이후 기존의 정책이 모두 무분별한 것으로 비쳐졌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전문가들 “원형손상 더 심해져” 이들은 “무너지면 그때가서 복원해도 늦지 않다.”는 청장의 말은 무분별한 해체복원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나온 상징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목조 문화재의 경우 무너지면서 목재가 늘어지거나 부러질 수 있으며, 석조 문화재도 붕괴 과정에서 석재가 추가로 부서져 원형 손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분 보수를 통해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그것마저 한계에 다다르면 해체·복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미륵사지 동탑 등 충분한 조사와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해체복원의 결과물은 유 청장의 지적대로 문제가 적지 않음을 시인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특별관리중인 문화재-석가탑 해체·복원 보수유지로 전환 현재 논의의 중심이 되는 문화재는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국보 제21호)과 다보탑(국보 제20호), 감은사지 서삼층석탑 및 동삼층석탑(국보 제112호), 미륵사지 서탑(국보 제11호), 경주 첨성대(국보 제31호) 등 6개다. 이들은 모두 7∼8세기 건립된 우리나라 최고의 석조 문화재로, 오랜 세월이 경과함에 따라 균열과 풍화, 내부 공동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어 ‘특별관리’에 들어간 지 오래됐다. 지난 21일 국립문화재연구소 배병선 건조물연구실장은 이들 석조문화재의 현재 상태와 보존관리 대책을 브리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은사지 서삼층석탑은 맨 꼭대기층을 덮은 옥개석의 탈락 우려가 있고 옥개 받침석이 파손되는 등 옥개석 구조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연구소측은 최소한 꼭대기층인 3층의 해체보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국사 3층석탑은 당초의 해체복원 계획에서 장기계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균열 및 이격 부위 등 위험 부위에 각종 계측장치를 부착해 실시간 모니터링에 들어가기로 했다. 모니터링 도중 안전상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해체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벌어지거나 파손된 부위를 석재로 메우는 방법(의석 처리)을 쓰고, 표면강화제 처리로 더 이상의 부식이나 파손을 막는 방식으로 보수를 진행하게 된다. 다보탑은 누수가 석탑 훼손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난간부 해체후 누수경로를 파악해 누수를 막고, 균열된 부재를 접합·강화처리할 계획이다. 미륵사지 서탑은 4년 전부터 해체조사가 시작돼 이미 1층만 남기고 모두 해체된 상태다.1층까지 해체조사가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보수 및 복원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서울광장] 자주의 조건/이기동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주의 조건/이기동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최근 발언은 미국에 대한, 그리고 한·미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양국관계는 불평등관계이고, 따라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를 바로잡으려는 자신의 노력을 보고 놀라는 것도 과거의 낡은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석현씨의 주미대사 내정 또한 대미(對美)저자세 인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새로운 대화채널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일리있는 말이다. 북한핵 문제는 결국 북·미가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국이 변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 또한 일리있다. 하지만 우리가 한·미관계에 매달려온 사이, 한반도 주변에서는 여러 께름칙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을사보호조약 100년, 광복 60년, 한·일수교 40년…. 새해는 여러 모로 크게 꺾어지는 해다. 숫자상 구분에 굳이 별스러운 의미부여를 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움직임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치졸한 부정선거로 패했던 야당후보가 재선거에서 여당후보를 물리친 우크라이나대선의 역전 파노라마는 감동적이다. 하지만 우리를 진짜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감동의 드라마 뒤에 모습을 숨긴 구체제의 망령이다. 이번 선거는 십수년만에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신냉전식 대리전을 치른 격이 됐다. 제국주의, 민주, 국유화 등 살벌한 냉전식 개념들이 양진영의 설전과 시위대의 구호속에 등장했다. 막대한 자금으로 야당을 지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을 추진할 태세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미국의 포위전략을 분쇄하기 위한 법적, 정치적 대응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9·11테러 이후 반테러 공동전선을 구축했던 양진영의 밀월은 어느덧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미국은 러시아의 구체제 복귀를 용납 않겠다는 결의다. 이런 태세면 두나라가 새해 6자회담에 함께 앉은들 북한핵 해법에서 전처럼 한목소리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을 미국의 팽창주의 저지에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북한이 새 변화의 틈새를 이용하려 들지도 모른다.6자회담에 관한 한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한국과 미·일·중·러 5개국이 협력하는 5+1의 구도를 추구해왔다. 미국과 러시아의 불화로 이 구도는 이제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더 큰 변수는 중국이다. 지난 10여년간 평균 10%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중국은 이제, 그들의 주 경쟁국이 미국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19세기말 서세동점기때 식민시대의 아픔을 겪은 중국은 체질적으로 부국강병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미국내에 고조되는 중국위협론을 의식해 화평굴기(和平起)의 평화론을 내세우나, 실상은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략이다. 중국이 패권 저지를 앞세워 미국과 충돌할 경우, 북한핵에 두나라가 전처럼 한목소리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북·일관계도 무시 못할 변수다. 가짜 유골문제로 일본의 대북 감정은 지금 최악이다. 아직 경제제재에 신중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지만, 여론에 계속 맞서기는 힘들 것이다. 더구나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이 되겠다는 일본이 중·러와 충돌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LA방문과 유럽순방을 통해,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예외없이 미국이었다. 친미를 경계하겠다는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중·일·러, 유럽을 당연히 우리와 한목소리를 내는 우군으로 간주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없다. 그들은 그들나름의 국익 계산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자주외교에 반대할 국민이 누가 있을까마는, 심정적(emotional)자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게 길지 않은 우리 근현대사의 교훈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진로산업 ‘고래싸움에 새우등’

    선박용 전선기업인 진로산업 인수를 둘러싼 ‘전선 라이벌’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21일 대한전선이 LG전선의 진로산업 ‘정리 계획안’을 반대한 것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던 대한전선과 LG전선은 23일 또 한번 상대방의 공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진로산업의 최대 채권자인 대한전선 임종욱 사장은 진로산업을 파산시키더라도 LG전선에 넘어 가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LG전선 구자열 부회장은 진로산업 인수를 통해 프랑스 넥상스를 제치고 선박·해양용 케이블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어 ‘진검 승부’가 불가피하다. LG전선과의 인수 경쟁에서 패배한 대한전선은 최대 채권자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 어떻게든 진로산업을 다시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로산업의 채권 매입이 인수 목적임은 지난 4월27일자 공시에서도 밝혔다고 주장했다. LG전선은 “처음에는 ‘채권 회수’가 주 목적이라고 해놓고 채권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거부하는 것은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한전선은 또 LG전선이 진로산업을 인수하면 1위(LG전선),3위(가온전선),4위(진로산업)의 통합으로 LG전선의 시장 지배력이 심화돼 전선산업의 건전한 경쟁구도가 깨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LG전선은 LG전선(30.8%·기계, 부품사업 제외), 계열사인 가온전선(10.9%), 진로산업(4.8%)을 더해도 시장 점유율이 46.5%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대한전선이 이처럼 ‘강공’으로 나오는 것은 진로산업을 청산하더라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꽃놀이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산업 채권 867억원(원리금)어치를 315억원에 매입한 대한전선은 변제가 확실한 담보채권이 많아(정리채권의 34.2%, 담보채권의 75.8% 소유) 느긋한 입장이다.LG전선이 정리계획안에서 제시한 810억원을 수용하면 200억∼300억원 정도 추가 차익이 기대되지만 그보다는 진로산업을 인수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LG전선은 “우리가 제시한 정리계획을 수용할 경우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는데도 대한전선이 반대하는 것은 진로산업을 파산시켜 놓고 헐값에 자산을 사 들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전선은 “진로산업이 파산하더라도 300여 임직원의 고용은 전부 승계할 수 있으며 진로산업 노조는 LG전선의 인수 이후 고용 보장을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선은 “진로산업 노조원 189명 가운데 184명이 LG전선의 인수를 희망하는 탄원서를 22일 법원에 제출했다.”면서 “파산으로 가면 대한전선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자들은 매우 불리한 변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진로산업은 오는 28일 법원 결정에 따라 파산하거나 LG전선으로 인수될 수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與·野 ‘기선잡기’ 가시돋친 설전

    與·野 ‘기선잡기’ 가시돋친 설전

    여야는 23일 2차 ‘4인 대표회담’을 열어 핵심 쟁점 법안인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합의정신 이행 등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앞서 회담장 앞인 국회 귀빈식당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기습적인 항의 시위를 벌이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4인 대표회담’이 재개된 23일 오전 10시16분 국회 본관 귀빈식당 앞에서 천영세 의원단대표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담장으로 들어가려던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막아서면서 양측간 설전을 벌였다. ●민노당 “국회 입법권 훼손” 민노당 천 의원단대표는 “국회 입법권 훼손이다.”라고 목청을 높였고, 열린우리당 천 대표는 “국회 무력화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민노당 심상정 의원이 “민주주의의 모욕으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고 경고하자, 열린우리당 이 의장은 “역사적 심판을 받겠다.”고 맞받아쳤다. 민노당의 기습적인 항의 시위는 15분 정도 계속됐고, 천 의원단대표는 “4인 회담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퇴장했다. ‘기습’을 당한 이 의장은 “국회에 들어온 이상 ‘거리의 정치 방식’은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국회에서는 국회의 질서를 따르고, 국회법과 관례에 따라서 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천 원내대표도 “4인 회담은 정치협상으로 막힌 현안을 풀어보려는 것”이라며 “다른 정당서 오해하는데 상임위나 소위 차원에서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라고 거들었다. ●朴대표 “악수는 잘 되고나서 합시다”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의 언질로 민노당의 기습 시위를 피해 10시32분쯤에 회담장에 도착한 박근혜 대표는 이 의장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한 차례 악수 포즈를 취했으나 취재진이 4인 모두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자, 박 대표는 “잘 되고나서 합시다.”라며 이 의장이 내민 손을 물리쳤다. 착석한 직후 이 의장은 민노당의 회담장 앞 시위를 언급하며 “ 민노당은 열린우리당의 (회담장) 입장을 저지하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저지가 안 됐으니 서로 잘 된 모양이죠.”라며 가시돋친 말을 던졌다. 이어 “한나라당이 교육위에서 사립학교법을 27일 상정, 내년 1월 공청회하자고 해서 오늘 소태씹는 맘으로 왔다.”며 “4자 회담이 한치도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왔다.”고 운을 뗐다. ●李의장 “오늘 소태 씹는 맘으로 왔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예결위 등에서 (열린우리당이) 단독 심의하고, 다른 상임위에서도 그런 식으로 하니까 그렇게 얘기 나온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천 원내대표도 “특히 교육위 문제는 깜짝 놀랄 만한 사태다. 연내 처리와는 거리가 먼 태도다. 확실히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천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회담 한 시간여 만인 오전 11시30분께 회담을 마무리한 뒤 ▲27일까지 휴일없이 4인회담 가동 ▲상임위·소위·특위 등도 4인회담과 함께 전면 가동 ▲과거사법 8인 실무팀 운영 ▲필요한 경우 2인 이내 배석 허용 등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문소영 박지연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2004 정치계 진별·뜬별

    2004 정치계 진별·뜬별

    2004년 한국 정치는 어느 때보다 인물의 부침이 심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노무현 대통령 탄핵,4·15총선, 헌법재판소의 탄핵 위헌 결정 등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핵폭탄급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내로라던 정치권의 별들이 그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그들의 빈 자리는 새로운 별들로 채워졌다. ■ “격랑에 휩쓸려” 떨어진 별들 지난 2002년 대선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내로라던 정치인들이 잇따라 소환됐다. 열린우리당에선 대표를 지낸 정대철 전 의원을 비롯해 이상수 전 사무총장, 이재정 전 의원, 한나라당에선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해 김영일·박주천 전 사무총장 등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한나라당 최돈웅·신경식·박명환 전 의원, 민주당 이훈평 전 의원 등도 영어의 몸이 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 이후 ‘깨끗한 정치’가 국민적 요구임을 감안할 때 이들은 재기의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게 됐다. 지난 3월 민주당의 발의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가세해 3야(野)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한 대통령 탄핵은 불법 정치자금 수사보다 더 큰 후폭풍을 동반했다.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와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 홍사덕 전 원내총무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4·15 총선의 벽을 넘지 못해 국회를 떠나야 했다. 경호권 발동으로 표결 처리를 용인한 박관용 국회의장도 여당 의원이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불명예 이임식’을 가져야 했다. 조 전 대표는 집 근처 도서관을 오가며 두문불출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대표도 가까운 친구들과 지지자들을 만나며 내년 4월 수도권이나 경남지역 재·보선 출마를 모색 중이다. 홍 전 원내총무도 서울 종로의 개인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내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하거나 원외에서 ‘뉴라이트’ 운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직후 실시된 4·15 총선은 민심에 반하는 정치인들에게 어떤 심판이 내려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탄핵의 승리자’였던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3당 의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를 비롯해 정균환 전 원내총무, 추미애 전 의원 등 쟁쟁한 중진들은 탄핵 역풍에 무참히 무너졌다. 한나라당 전용학, 자민련 정우택·정진석 전 의원 등 전도양양한 ‘젊은 피’들도 탄핵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들은 내년 4월의 재·보선이나 다음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재기하기 위해 열심히 바닥을 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삼두마차로 ‘천·신·정’ 체제를 구축했던 정동영 전 의장은 총선 당시 ‘노인 폄하’ 발언으로 의장직 사퇴와 함께 여권의 대선주자로서 결정적 상처를 입었다. 신기남 전 의장도 부친의 ‘친일 전력(前歷)’과 그 사실을 감춘 거짓말로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며 도중 하차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젠 우리시대” 떠오른 별들 새별 그룹의 선봉엔 박근혜 대표가 있다. 총선 때 수렁에 빠진 한나라당을 ‘기적’처럼 구해냈다. 탄핵 역풍과 불법대선자금으로 침몰 직전에 몰렸던 한나라당은 ‘박풍(朴風)’을 등에 업고 재건에 성공했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열린 4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전화위복’의 케이스다. 일각에선 ‘어부지리’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누구나 부러워하는 ‘복장(福將)’인 셈이다.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신기남 전 의장이 부친의 친일 전력 논란으로 물러나자 지난 8월부터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수장이 됐다. 내친김에 재·보선을 통해 원내 재진입을 시도하려고 저울질 중이다. 그러나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데다가 4자회담 결과에 당내 불만이 큰 것도 부담스럽다.‘복(福)’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탄핵 때 2개월여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무리없이 수행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의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질주하면서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실세총리’,‘소신총리’로 자리매김됐다.‘차떼기당’ 발언으로 한때 국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행정총리’에 머물지 않고 ‘정치총리’ 행보를 보이면서 설화를 입기도 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신파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난 6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노 대통령을 겨냥해 “계급장을 떼고 논의하자.”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국민연금의 연기금 투자문제를 둘러싸고 ‘항명’파동을 겪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을 구우면 새까매진다. 판을 갈아야 한다.”,“좌파가 아닌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 짝퉁을 갖고 명품이라고 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다.”등 잇따른 ‘말말말’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독설’을 내뿜는 여야 대변인들도 개인 어필에 성공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원내대변인과의 말싸움에 일단 승리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지금은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과 치열한 설전 중이다. 김 대변인도 이철우 의원 북한 노동당 가입의혹과 관련,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을 성경에 나오는 인물 ‘유다’로 표현하는 등 독설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사면을 기다리는 사람들 내년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2002년 대선자금 불법모금으로 구속됐거나 중간에 풀려난 사람들이 사면·복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여권은 공식적인 거론은 자제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무르익은 듯하다. 야당도 내심 공감대가 형성된 기류다. 대사면이 실행될 경우 열린우리당 쪽 대상의 중심에 정대철 전 의원이 있다. 노 대통령의 당선 1등 공신이자 창당 주역인 정 의원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지난 10일 만기출소한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도 대상이다. 출소 다음날 노 대통령은 안씨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했을 정도로 아직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자랑한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체류로 급선회했다. 특히 최근 최장집 교수가 강연연사로 나선 ‘고려대 386’ 송년모임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주목을 받았다. 복역중 풀려난 뒤 미국 유학중인 이상수 전 의원도 귀국, 조만간 노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1주일정도 체류할 계획이지만 해외연수 기간을 단축해 조기 귀국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복권설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불법대선 자금과 관련, 야당도 자유로울 순 없다. 사면·복권 이야기를 오히려 더 반기는 눈치다. 당 지도부는 이번 기회에 대선자금을 다루다가 옥살이를 한 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 당시 한화로부터 채권 1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감중인 서청원 전 대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구속된 최돈웅·김영일 전 의원도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으로부터 500여억원을 받고 복역중인 서정우 변호사도 내년 2월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국민의 정부’실세였던 권노갑·박지원씨도 은전이 베풀어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유시첸코 TV토론 ‘압승’

    |키예프 AFP 연합|오는 26일 재결선 투표를 앞두고 20일 밤(현지시간) 열린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의 야당 대선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50)와 빅토르 야누코비치(54) 총리가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유시첸코는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지난달 21일 치러진 결선투표가 적과 그의 팀에 의해 도둑맞았기 때문”이라며 “야누코비치는 300만표를 훔쳤다.”고 포문을 열었다. 야누코비치는 지난달 21일의 결선투표에서 공식적으론 승리했으나 유시첸코측의 이의 제기로 대법원이 투표 결과를 무효화했다. 야누코비치는 유시첸코의 주장에 대해 “대법원의 결정은 정치적 보복이며 이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2년간 총리로 재직해온 현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유시첸코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정통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은 유시첸코 후보가 이번 TV토론에서 야누코비치 총리를 수월하게 누르고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 여야 “더 협상은 없다” 접점없는 마이웨이

    여야 “더 협상은 없다” 접점없는 마이웨이

    “더이상 협상은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17대 국회가 침몰하고 있다. 개원과 함께 스스로 내걸었던 ‘상생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가보안법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둘러싼 여야간 정쟁은 기싸움 수준을 넘어섰다. 서로에 대한 멸시와 냉소는 물론이고 동료 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팽개친 채 연일 ‘이전투구식 설전(舌戰)’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고도 여야는 13일 “참을 만큼 참았다.”며 각자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단독으로 연말 ‘반쪽 임시국회’를 강행한 반면 한나라당은 “할테면 해보라.”며 법사위 점거 농성을 계속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상임중앙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를 잇따라 열어 전체 상임위를 단독 강행키로 하고,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를 목표로 정한 61개 민생·개혁 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가 이날 여당 단독으로 소집됐고, 통일외교통상·문화관광위 등 일부 상임위의 전체회의 또는 법안심사소위가 여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또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임시국회를 거부할 경우, 새해 예산안도 여당 단독으로 심의해 처리키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한나라당의 국보법 폐지 당론 철회 요구를 일축하고, 국보법 폐지안 상정을 계속 시도키로 해 또한번 물리적 충돌을 예고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법사위 점거와 관련,“여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의사진행 방해에 끌려다니거나 방치할 수 없다.”고 말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중임을 시사했다. 국보법 처리문제와 맞물린 ‘이철우 의원 파문’과 관련해서도 열린우리당은 ‘고문·조작 의혹 국정조사’ 방침을 재확인하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을 과거사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등 칼날을 곧추 세웠다. 한나라당도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국보법 폐지 등 4대 법안에 대한 합의처리 약속을 요구하며 임시국회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국보법 개폐와 관련한 당론을 빠르면 이번 주에 마련해 “당론도 없이 반대만 한다.”는 열린우리당의 공격을 차단키로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국회 파행의 근본적 이유는 여당이 오로지 보안법 폐지 등 4개 분열법을 밀어붙이는 데 올인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여당은 국회 파행을 자기들이 하고도 엉뚱하게 책임을 야당에 몰고, 일부 언론이 이를 잘못 보도해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임시국회 소집도 단독으로 하고 진행도 단독으로 한다는 것은 수의 힘으로 4대 법안과 예산안 등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한다는 힘의 정치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오만한 태도를 벗어나 지금이라도 수에 의한 단독처리 강행 방침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철우 의원 파문’과 관련해서도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의원이 현재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과거 운동권에서 행했던 자신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며 “이 의원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고백하지 않는다면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밝혀야 한다.”고 강경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더워지는 한반도]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 요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 1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0)’의 각료급 회담이 15일(한국시간) 개최된다. 각국 대표들은 2박3일 동안 패널 토론과 다자간 협상 등의 테이블에서 자국 이익을 대변하며 치열한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래 당사국 총회는 그동안 10차례 열렸다. 이번 총회는 시기적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협상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하며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를 러시아가 최근 비준하면서,8년 동안 공회전했던 교토의정서가 내년 2월16일부터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상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호주 등 아직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주요 선진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준 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브라질·인도·멕시코 등 1차 감축의무 대상국에서 제외된 다른 선발 개도국들과 함께 “의무감축 동참시기를 앞당겨라.”는 유럽연합(EU) 등의 주문과 압력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은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지난 6일 총회 개막에 맞춰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배출총량을 감축하는 교토의정서 방식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이미 천명했다. 정부 수석대표인 곽결호 환경부 장관은 13일 출국에 앞서 이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현지에서 특별한 사정이 생기더라도 일단은 정부 훈령대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멕시코 등과 함께 ‘자발적·비구속적인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장관은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의무감축량을 정하는 교토의정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미국의 동참거부 논리와 비슷하지 않으냐.”는 지적엔 “대체에너지원 개발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축을 주장하는 미국식 접근법과는 다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선도적·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은 이번에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각국이 저마다의 논리로 감축의무를 회피할 경우 이번 총회가 기대와는 달리 별 소득 없이 끝날 것이란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뒤에서는 자국의 득실 여부를 가리는 셈법에 매달리고 있는 탓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교토의정서 2008년부터 5년 동안 40개 선진국에 부과한 온실가스 의무 감축안.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하는 내용으로 1997년 채택됐다. 한국(2002년 11월)을 비롯, 현재 84개국이 비준한 상태다.
  • 美네오콘 호로위츠-與 386의원들 ‘비밀 설전’

    미국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이자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분류되는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지난 10일 방한 중 열린우리당의 운동권 출신 ‘386’ 의원들을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노선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호로위츠 연구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을 직접 찾아 열린우리당 송영길·임종인·우상호 의원을 잇달아 면담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12일 “현행 미국 ‘북한인권법’의 모태가 된 ‘북한자유법안’ 초안 작성에 간여한 호로위츠 연구원은 북한인권법과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여당의 젊은 의원들을 직접 만나 견해를 듣고 싶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로위츠 연구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첨예한 시각차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당내 대표적인 대북 유화론자인 임종인 의원과는 얼굴을 붉힐 정도로 독설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임 의원이 전한 대화 내용. (호로위츠)북한 주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김정일 체제는 무너져야 한다. 그것은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더 원하는 것이다. -(임종인)체제 선택은 우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가령 내가 부시 행정부를 바꾸라고 하면 되겠느냐. 세상에 국민들로부터 100% 지지받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2차대전 때 유대인 학살과 비슷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 -북한 사람 걱정 말고 미국에 있는 어려운 사람이나 걱정하라.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내 빈민층이 20% 이상 더 어려워졌다고 하지 않느냐. 왜 미국이 도덕 교사 역할을 하려 하느냐. 임 의원은 “호로위츠 연구원이 전쟁이라는 말은 안했지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호로위츠 연구원이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고 해서 만났는데, 오히려 나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임 의원은 “호로위츠 연구원은 내가 자기 의견을 시종 반박하자 인사도 안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을 정도로 무례한 사람이더라.”라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같았다.”고 비난했다. 송영길 의원도 “나는 내 의견을 얘기했고 호로위츠 연구원은 자신의 시각을 말했다.”면서 “한마디로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호로위츠)한국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 중국도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유독 노무현 정부만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정권과 사랑을 하고 있다. -(송영길)우리는 남북한 동족의 입장에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화공존을 원하는 것이다.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한다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북한 흡수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한달 단식하다가 바로 육개장을 먹자는 것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했는데 당장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이러한 잘못된 노 대통령의 시각 때문에 미국이 북한 인민을 도와야 할 때 돕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일종의 ‘사인’으로 이해해야 한다. 송 의원은 “처음 만나본 호로위츠 연구원은 아주 주관이 강한 사람이었다.”면서 “좋게 말하면 저돌적이고 정열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독선적인 사람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호로위츠 연구원이 아예 ‘나는 네오콘이다.’라고 말해 놀랐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의원도 “특별한 결론 없이 서로의 의견만 듣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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