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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여년 만에 빗장 푼 제주 차귀도

    30여년 만에 빗장 푼 제주 차귀도

    차귀도를 아십니까. 제주시 한경면 자구내 포구에서 2㎞쯤 떨어진 섬입니다. ‘일출은 성산, 일몰은 차귀’란 말이 전할 만큼 제주의 해넘이 명소로 통하지요. 제주 해안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만 섬엔 30여년간 사람의 온기가 없었습니다. 1970년대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최근 공휴일 100명에 한해 입도가 허용되면서 차귀도에 점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습니다. 차귀도는 제주 본섬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난 풍경을 감춰두고 있습니다. 제주올레 12코스에 속한 이 구간에서 ‘제주 올레 걷기 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일정을 그에 맞춘다면 보고 즐길 것 많은 제주 나들이가 될 듯합니다. “서제주의 보석들을 주우며 가는 길”이라고 했다. 제주올레길 12코스에 대한 고광훈 고산 1리 이장의 단상이다. 그는 무릉리 무릉생태학교에서 절부암 전설이 깃든 용수포구까지 가는 동안 수월봉 등 보석 같은 풍경들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보석이 차귀도다. ●“서(西)제주의 보석들을 주으며 가는 길” 차귀도는 면적 0.16㎢로 제주에 딸린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크다. 큰섬, 혹은 죽도라고 불리는 차귀도와 매바위(지실이섬), 쌍둥이 바위(썩은 섬) 등 부속섬들이 모여 차귀도를 이룬다. 제주의 서쪽, 고산리 자구내 포구에서 약 2㎞쯤 떨어졌다. 섬은 척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섬의 테두리는 죄다 바다를 향해 솟았고, 중심부는 평지와 얕은 언덕들로 이뤄졌다. 무엇보다 섬 주변의 해안절벽들이 인상적이다. 수차례 일어난 화산 폭발의 흔적들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였다. 인터넷 검색창에 차귀도를 치면 수많은 자료들이 검색된다. 거개가 일몰, 혹은 낚시 명소로서의 차귀도에 관한 내용들 일색이다. 하지만 이 모두가 밖에서 본 차귀도 이야기들일 뿐, 섬의 내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1970년대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이후 30여년 동안 섬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제한된 일부의 사람들이 섬을 방문한 이후, 비로소 세상에 제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엄밀히 보자면 차귀도는 제주올레길 구간이 아니다. 대신 ‘차귀도 트레일’이 조성돼 있다. 섬이 작은 만큼 트레일 길이도 1.5㎞로 짧다.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섬이 작다고 담긴 풍경마저 작으랴. 북유럽의 척박한 섬을 연상케하는 이국적인 풍모와 다양한 식생들, 그리고 화산이 남긴 풍경만큼은 여간 옹골차지 않다. 특히 미기록종 동식물이 꾸준히 발견되는 등 학술적 가치도 높다. 2000년에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2호)로 지정된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볼레기 언덕에 서면 바람이 보인다 자구내 포구에서 ‘도댓불’(어류의 기름을 태워 불을 밝힌 제주 전통 등대)의 배웅을 받으며 5분여 달리면 차귀도다. 섬에 들면 오른쪽에 커다란 해식동굴이 보인다. 고춘자(60) 문화해설사는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신나게 놀았던 곳”이라고 전했다. 20여m 쯤 오르막을 오르면 차귀도는 그제야 제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볼레기 언덕과 등대가 아련하고, 가까이는 사초 등 키 낮은 잡초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아우성을 처댄다. 언덕 오른쪽엔 누군가 살았음직한 건물이 벽만 남긴 채 스러져 가고 있다. 트레킹은 왼쪽 언덕을 오르며 시작된다. 자구내 포구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이 이곳이 제주에 속한 섬이란 걸 새삼 일깨우고 있다. 언덕 꼭대기에 서면 바다 위로 크고 작은 무인도들이 가득하다. 장군바위와 매바위(독수리 바위), 쌍둥이 바위 등 차귀도를 이루는 작은 섬들은 죄다 이곳에 모여 있다. 조막만한 차귀도지만 전해 오는 얘기들은 예닐곱을 넘는다. 우선 길 들머리의 장군바위다. 주민들은 흔히 ‘500장군 바위’라고 부른다.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 할망이 500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그 중 ‘막내’가 차귀도 장군바위란다. 나머지 499명은 한라산에 있다는 것. 안내판은 “장군바위는 ‘송이’(Scoria)를 분출한 화산 활동 때 화도에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지 않고 굳어져 암석이 된 것”이라고 적고 있다. 언덕 아래는 붉은 황토 빛깔의 송이 지대다. 일종의 돌숯으로, 화산 폭발 때 고열에 탄 화산석을 가리킨다. 주민들이 ‘부끌레기’라고 부르는 제주의 독특한 광물질이다. 제주 외부로의 방출은 금지돼 있지만, 화장품 등의 원료로 알려져 있어 언제까지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화산이 만든 해안 풍경을 지나면 볼레기 등대다. 섬 주민들이 ‘볼렉볼렉’(헐떡헐떡) 가쁜 숨을 내쉬며 돌과 흙을 날라 만들었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 등대가 서 있는 볼레기 언덕 또한 뜻은 같다. 볼레기 언덕 아래는 대마 난류와 구로시오 난류의 분기점이다. 늘 물살이 거세지만, 그 덕에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볼레기 언덕에 서면 바람이 보인다. 거센 바람이 불 때마다 사초와 억새들이 일렁인다. 차귀도는 바람 많은 제주에서도 드센 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고춘자 해설사에 따르면 평균 초속이 제주 여느 지역에 견줘 두 배가 넘는 9.6㎧에 이른다고 한다. 사초와 억새가 점령한 섬 한 편에서 제주조릿대 군락지가 눈에 띈다. 조릿대를 캐러 차귀도에 오다가 조난 당한 용수포구의 어부와 그를 기다리다 숨진 아내가 등장하는 절부암 전설의 연원이 된 곳이다. ●제주가 가장 아름다울 때 열리는 올레걷기축제 ‘2012 한국 방문의 해 기념 특별이벤트’에 선정된 ‘2012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오는 31일~11월 3일 제주올레 10~13코스 구간에서 열린다. 코스 길이는 평균 16㎞다. 참가자들은 매일 1개 코스씩 5~6시간 정도 걸으며 15개 마을에서 준비한 문화공연을 즐기고 각종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소리울 오카리나 연주, 곶자왈 챔버오케스트라 등 음악공연도 준비됐다. 억새풀 넘실대는 바닷가 언덕에서 듣는 첼로와 바이올린의 앙상블은 정말 감동적이다. 창작 뮤지컬 ‘힐링 제주’, 올레꾼 전통혼례, 도자기 아울렛 등 50여개의 다채로운 체험과 볼거리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안전대책도 마련됐다. ‘나홀로’ 여성 탐방객은 공항 등에서 ‘SOS 단말기’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위급상황 발생시 버튼만 누르면 치안센터 등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경찰 등 약 600명으로 구성된 올레길 순찰대와 약 150명의 민간인이 참여하는 올레길 지킴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개막행사는 31일 오전 9시 10코스 출발점인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폐막식은 11월 3일 오후 6시 저지리 녹색체험마을에서 각각 열린다. 폐막식엔 1980년대 최고의 록 밴드로 꼽히는 ‘들국화’가 출연한다. 홈페이지(www.ollewalking.co.kr) 참조.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차귀도는 주말과 공휴일 등에 한해 100명씩만 들어갈 수 있다. 배낭과 스틱 등은 지참할 수 없다. 11월말까지만 운영되다 새해 3월부터 다시 입도가 허용될 예정이다. 배삯은 왕복 1만원이다. 차귀도 뉴파워보트 738-5355. 고광훈 이장 773-1943. -하얏트 리젠시 제주(www.jeju.regency.hyatt.kr)는 제주 올레 걷기 축제 기간 동안 호텔 투숙객 중 올레 패스포트 소지자에게 ‘올레 안전 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간단한 구급약과 휘슬, 양말, 생수, 올레 코스 지도 등이 들어 있다. 또 모든 올레패스포트 소지자에게는 호텔 정문 앞에 마련된 올레 카페에서 무료로 아메리카노 1잔을 제공하며, 호텔 레스토랑의 메뉴 이용시 10% 할인된다. -제주관광공사가 중문단지 컨벤션센터에서 운영하는 내국인 면세점도 올레 축제 기간 중 축제장에 비치된 할인 쿠폰을 가져온 고객에 한해 10% 추가 할인혜택을 준다.
  • 강남구, 숨은 재산 540억 찾아

    강남구는 지난 3월부터 ‘우리구 재산찾기 사업’을 추진해 공시지가로 540억원 상당의 구유 재산을 찾았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공유재산 토지등기 정비계획에 따라 토지대장과 등기사항 전부증명서 불일치 사항을 정리하던 중 1988년 지방자치제 도입 시 20m 미만 도로는 자치구가 관리하도록 돼 있음에도 서울시에서 강남구로 소유권 이전이 누락된 5필지(4318㎡), 49억원 상당의 토지를 발굴했다. 구는 누락 재산이 더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지난 5월부터 서울시에서 자치구로의 이전대상 토지 2320필지에 대한 토지대장, 지적도 등 토지 관련 공부와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시유재산 소유권 이전등기 촉탁 승낙서 등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등기가 없어서 소유권 이전이 안 된 토지 4필지(358㎡) 등 총 134필지(6만 4923㎡), 공시지가 기준 491억원 상당의 구유 재산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 중에는 개포 구룡마을 도시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사업부지 29필지(8749㎡·30억원)와 수서·자곡·세곡동 일대 수도권 고속철도건설사업 구간 15필지(5115㎡·6억 6000만원) 등이 포함돼 있어 이들 토지에서만 공시지가의 2~3배 수준인 100억원 정도를 보상받을 것으로 구는 예상했다. 신연희 구청장은 “재산찾기 사업이 구 재산의 효율적 관리뿐만 아니라 구 재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철강사도 잇단 감산… 산업계 위기 확산

    철강사도 잇단 감산… 산업계 위기 확산

    외국 기업에 비해 경기불황을 잘 견디던 국내 철강업계가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아끼고 줄이면서 내핍경영 중인 다른 업종에서도 수출 부진과 내수 감소가 길어지면 임금 삭감과 대량 감원, 공장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설비 보수 일정을 조정, 이달 중 전기로(하이밀) 열연의 평균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여름 휴가철이나 가격 조정 등에 따른 일시적 감산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조적 감산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던 2009년 1월 이후 3년 6개월여 만이다. 포스코는 철강재 수요의 감소, 재고분 상승, 중국산 저가 공세 등 삼중고의 상황을 체크하며 조정량을 정하기로 했다. 외국의 유수 철강사들이 이미 감산은 물론 공장 폐쇄, 매각 등 악화 단계인 것에 비하면 양호한 상황이지만, 선두 포스코의 조치는 나머지 국내 철강사들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 A열연공장의 월 2만t에 이르는 수출분 열연강판 20%를 감산했다. 특히 국내 4위 업체인 동부제철은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1700여명의 전 임직원 임금을 일률적으로 3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169억원 적자와 올해 상반기 767억원의 연속 적자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감산에 뒤이어 내린 고육책이다. 동부는 2009년에도 9개월간 임금 30%를 삭감했었다. 앞서 지난 6월 동국제강은 지난 22년간 꾸준히 후판을 생산해온 포항제강소 1후판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내수가 부진할 때에는 물량을 수출로 돌려 생산라인을 유지하는데, 지금은 국제 제품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져 수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의 일부 기업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인적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달 전 직원(5500여명)의 14%인 800여명을 희망퇴직시켰다. 영업점 130여개 폐쇄에 이은 조치였다. 한국지엠도 부장급 이상 희망자 130여명의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쌍용차는 4년째 무급휴직자 455명의 복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또 조선업계의 한진중공업 임직원 500여명은 1년 가까이 연봉 50%만 받으며 휴직 상태에 있다. 이 밖에 GS칼텍스(70여명)와 대한항공(50여명)도 희망퇴직을 받았고 오뚜기(574명)와 광전자(352명), 효성ITX(289명) 등은 지난 1년 동안 자연감소 등의 이유로 인원이 줄었으나, 이를 충원하지 않고 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건설사 9곳에서는 4년간 26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특종 경쟁이 원인…장쩌민 사망 보도 ‘홍역’

    세계에서 신문의 영향력이 제일 큰 일본에서는 종종 대형 오보 사건이 발생한다. 영향력이 큰 만큼 경쟁이 치열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잘못된 제보를 그대로 보도해 홍역을 치른다. 일본의 대표적 보수 신문인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10월 중국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장 전 주석이 공개석상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하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냈다. 2009년 일본의 유력 민간 방송사인 니혼TV는 한 건설사 전직 임원의 제보를 토대로 기후현청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도했지만 허위 증언에 의한 오보로 판명됐다. 니혼TV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오보 재발 방지를 위한 검증 프로그램을 방송하라는 권고를 받는 굴욕을 당했다. 특히 정보가 제한된 북한에 대해 일본 언론은 빈번히 대형 오보를 냈다.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종 경쟁을 벌이다가 오보를 양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TV아사히는 2009년에 엉뚱한 한국인의 사진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근 모습이라고 보도했다가 한국 언론으로부터 오보 지적을 받고 공개 사과를 했다. 미국 언론들도 종종 오보 추문에 휩싸인다. 2004년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CBS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군 복무 비리 의혹을 보도하면서 근거로 조작된 문건을 제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간판 앵커였던 댄 래더는 오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쏟아지는 강남 오피스텔, 옥석 가려야 실패없다

    쏟아지는 강남 오피스텔, 옥석 가려야 실패없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틈새시장인 오피스텔이 몇년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들까지 오피스텔 분양시장에 뛰어들면서 과잉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 분양될 예정인 오피스텔은 3700여실에 이른다. 크기는 모두 전용 40㎡ 이하의 초소형이고 대부분이 지하철역을 끼고 있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해 있고 교통 등 생활환경이 좋은 강남권에 오피스텔 분양이 집중됐다. 이달 분양되는 오피스텔 3700여실 중 80% 이상인 3100여실이 강남에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으로 출근하는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면서 “분양 물량이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기 때문에 분양이나 임대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출근 시간대(오전 7~9시)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권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수는 2006년 하루 19만 9988명에서 2010년 22만 7689명으로 2만 7000여명이 늘어났다. 출근 시간대 15㎞ 이상 장거리 이동을 통해 강남으로 들어오는 인구도 39만 5000여명에 이른다. 자곡동 강남보금자리지구는 강남 중에서도 오피스텔 분양의 핵심이다. 포스코건설이 ‘더샵 라르고’ 오피스텔 458실을 분양하는 등 현대건설, 한라건설 등 중대형 건설사들의 분양이 잇따르면서 이달 강남권 오피스텔 분양 물량의 60%가 넘는 2000여실이 자곡동 일대에서 이뤄진다. 강남보금자리지구는 서울시가 수도권 KTX 종착역을 서울 수서역으로 확정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분양가가 다른 강남지역보다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자곡동 주변 오피스텔 분양가는 3.3㎡당 1000만~1100만원대로 삼성동이나 역삼동(3.3㎡ 당 1700만~1900만원) 등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입지가 좋고 수요가 풍부하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공급이 집중되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먼저 강남보금자리지구는 현재 개발 초기단계여서 임대료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기존 오피스텔의 몸값이 꾸준히 올라 분양가가 비싸지만 임대료 상승세는 더디다는 점 등 고려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오피스텔은 분양가가 비싸 연수익률이 4~6%로 강북이나 대학가에 비해서 낮은 편이지만 수요가 많아 공실 걱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물량이 쏟아질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공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빚만 늘린 경인아라뱃길

    지난 5월 25일 개통된 경인아라뱃길의 수익 및 물동량이 타당성 조사 당시 예측보다 현저히 낮아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이 수자원공사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인아라뱃길에 2조 6759억원을 투입했지만 배후부지 48%를 분양해 5165억원만 회수했다. 나머지를 분양해도 6562억원을 추가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문 의원은 “경인아라뱃길의 근본적 한계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비 회수가 기대에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익도 예상보다 훨씬 저조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자원공사는 5개 부두 운영사에 임대료 및 접안료 등 시설사용료 5315억원을 징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 의원은 “현재 계약한 5개 부두사의 연간 임대료는 71억 5400만원으로 10년간 회수해도 700억∼800억원 수준”이라며 “운영유지비도 발생하고 있어 임대료와 시설사용료로 5315억원을 회수하는 것은 2030년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공사는 국가귀속 토지에 대한 보상비(3289억원) 등은 사업계획 수립 시 전제된 국가 재정지원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의 예산 사정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인아라뱃길의 물동량 역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개통 첫해 수요예측보다 화물, 여객 모두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개통 첫해 컨테이너 화물 29만 4000TEU가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개통 이후 3개월간 실적은 5536TEU에 그쳤다. 이를 12개월로 환산해도 2만 2144TEU에 불과해 예상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객의 경우 KDI는 연간 59만 9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난 3개월 실적은 6만 8694명이 고작이었다. 문 의원은 “경인아라뱃길은 건설사들의 일감을 위해 수자원공사 부채만 늘려놓은 사업으로, 목적이 불분명하고 투자에 비해 경제성도 떨어지는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면서 “다시는 경인아라뱃길 같은 예산낭비가 없도록 국회 청문회로 진상을 규명하고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현재 12조 5809억원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코픽스 오류 미수정협약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은행권의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잘못 공시돼 고객들이 이자를 더 내는 피해를 입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12일 “코픽스 오류 공시를 수정하지 않게 돼 있는 금융권 협약을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외국도 공시된 금리는 일절 수정하지 않으며 우리도 협약에 따라 오류를 수정하지 않게 돼 있다.”며 협약 손질에 난색을 보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코픽스 오류 재발을 막기 위한 3단계 개선책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9개 은행과 은행연합회가 맺은 협약에 따르면 (공시 오류를) 안 고치게 돼 있다.”며 “그것을 고치려면 협약한 은행들을 다 모아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픽스는 대출뿐 아니라 파생상품 등 많은 거래의 금리 잣대로 쓰여 설사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거래 안전성을 위해 재공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코픽스 산정 방식은 영국 런던은행 간 단기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금리인 ‘리보’(LIBOR)처럼 현재 시장 상황이 적용돼 파생상품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형태가 아니다.”라면서 “과거 예금의 평균 금리 등을 뽑아 산출하는 것이라 수정 공시 조항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과 사정이 다른 만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코픽스 오류를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3단계 검증 시스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단계는 개별 은행에서 두 명 이상이 같은 수치를 입력해야 은행연합회로 전송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2단계는 은행연합회가 공시 전까지 은행들이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금융당국을 포함한 제3자가 사후검증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별 현장점검을 통해 샘플조사를 실시해 금리 산출에 적용된 상품이 적정하게 들어갔는지, 금리 산출 과정에 오류는 없는지 등을 들여다본다는 복안이다. 현행 협약이나 운영지침에 고객 피해와 관련된 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연합회의 ‘코픽스 금리 산출 및 운영지침’에는 수치 오류에 따른 고객 피해 보상 규정이 전혀 없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불소증기 확인하고도 경보해제 성급한 정부 대응이 화 키웠다”

    정부가 경북 구미 불산가스 사고지점에서 불화수소(불소)가 함유된 증기가 확인됐는데도 화학물질사고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11일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구미공단 불산 누출사고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2시 30분쯤 국립환경과학원이 사고지점에서 미스트(mist) 형태의 증기가 탱크 주변에 정체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스트는 기체 안에 떠다니는 매우 작은 액체 입자로, 상온에서 액체 물질이 물리적 힘을 받거나 증발한 뒤 공기 중에서 다시 액체로 응축될 때 생긴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증기를 육안으로 확인한 지 1시간 만인 3시 30분쯤 3개 지점의 간이 측정 결과만으로 심각 단계 경보를 해제했다. 그런 뒤 사고반경 50m만 통제한 채 주민대피령을 해제하고 주민들을 복귀시켰다. 이 같은 환경부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불산가스 2차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의원은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심각 단계 경보를 내릴 때와 위기경보 수준을 조정할 때, 대통령실 및 행정안전부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면서 “설사 이명박 대통령이 매뉴얼대로 보고받지 못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심각 단계 해제시 청와대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답변을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co.kr
  • “인수가격 2조 4000억 안팎” “배당금·이자 합하면 더 올라”

    “인수가격 2조 4000억 안팎” “배당금·이자 합하면 더 올라”

    ‘이번에는 진짜?’ 얀 호멘 ING그룹 회장이 이달 말 방한한다. 날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25~26일쯤으로 전해졌다. KB금융지주에 ING생명 한국법인을 파는 계약서에 드디어 ‘도장’을 찍는다는 얘기다. 곧 나올 듯하던 인수 발표가 계속 지연돼 온 터라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지만 11월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라 양측 모두 이달 내 마무리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인수전을 둘러싸고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 8대 궁금증을 짚어 본다. 가장 말이 많은 대목은 인수가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10일 “2조 5000억원이니, 2조 7000억원이니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인수가격은 2조 500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2조 4000억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또 다른 소식통은 “ING그룹 측이 ING생명의 올해 배당금과 계약 체결 이후 잔금에 대한 이자를 요구하고 있어 이 돈을 모두 합치면 실제 인수가격은 훨씬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협상 관계자는 “ING 측이 잔금 이자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집 판 사람이 계약금과 잔금 수령 사이 기간의 이자를 받는 것 봤느냐.”면서 “M&A에서도 잔금 이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수가격을 올리려는 ING 측의 꼼수라는 것이다. 배당금 지불 문제도 KB로서는 고민거리다. ING그룹은 KB지주 지분 5.02%를 가진 3대 주주이다. ING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자금 100억 유로를 갚기 위해 ‘KB지분’을 볼모로 배당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설사 이런 가욋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적정 인수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2조 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해도 지난해 ING생명의 순익이 241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 수익률(자기자본이익률)은 10%에 불과하다. 외환은행(순익 1조 7245억원) 지분 51%를 3조 9156억원에 인수한 하나금융의 수익률이 2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싸게 샀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국민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배당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하려던 계획도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KB 측은 “웅진 사태 때문에 이런저런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인수대금 마련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고가 인수’ 논란은 ‘타이밍’ 논란과도 이어진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보험업계가 장기 저금리로 역마진 비상이 걸린 현 시점에서 굳이 2조원 이상을 들여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ING생명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남성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해 인수 매력도 반감된 만큼 좀 더 기다리면 싼값에 인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ING생명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변액연금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가 최저 수익 80%를 보장한 상품을 판 데다 (매각을 앞두고) 계약 밀어내기를 했다는 의혹도 있어 (인수 뒤) KB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G생명 노조가 강성으로 꼽히는 점도 KB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KB 측은 “그룹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3%로 쏠림이 너무 심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라도 보험사 인수가 꼭 필요하다.”면서 “보험사들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실제 주가는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저축성 보험 위주인 KB생명과 보장성 보험이 많은 ING생명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외이사들도 인수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인수가격 등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ING생명 인수가 성사되면 어윤대 KB지주 회장의 사실상 첫 M&A 결실이 된다. 굵직한 ‘한 건’을 내놓기 위해 어 회장이 다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인수전에 별 문제가 없는지 이례적으로 사전 점검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인수에 따른 충당금 추가적립 부담 등 건전성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경북 문경 ‘토끼비리’

    경북 문경 ‘토끼비리’

    길이 산을 만나면 재가 되고 강을 만나면 나루터가 됩니다. 그런데 발로 넘을 수도, 배로 건널 수도 없는 강변 절벽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처럼 힘 좋은 건설 장비가 없던 시절엔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절벽을 깎아 길을 내야 했을 겁니다. 산자락 낮은 곳을 골라 안부를 만들고, 그곳을 기반 삼아 돌을 나르고 석축을 쌓아 잔도를 만들었겠지요. 바로 그런 길, 그러니까 돌 틈 사이사이로 선인들의 땀방울이 맺혀 있고, 닳고 닳아 반들반들해진 바위마다 오가던 보부상들의 체취가 고여 있을 것 같은 길이 경북 문경의 토끼비리입니다. 풍경으로만 보자면 길은 그리 빼어날 게 없습니다. 한데 길에 축적된 시간의 크기가 주는 감동은 여느 옛길에 견줘 한결 묵직합니다. 선인들의 흔적이 절벽길 곳곳에 화석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길이 국가지정 문화재가 된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오가는 길에 문경 온천에 들러도 좋겠습니다. 짧은 가을 하루가 준 감동을 반추하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은 없겠지요. ●옛기억과 만나는 옛길… 국내 첫 명승 지정 우선 이름의 연원부터 짚자. 그래야 길의 모양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희경 문화해설사가 ‘신증동국여지승람’을 근거 삼아 전하는 얘기의 얼개는 이렇다. 927년 9월쯤이었다. 후백제 견훤의 침입을 받아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놓인 신라 경애왕이 고려 왕건에게 ‘SOS’를 쳤다. 남정(南征)에 나선 왕건이 문경의 북쪽, 계립령을 넘어 고모산성에 이르렀을 때, 하필 가을 장마로 물이 불어난 영강이 길을 막았다. 산성의 양 옆은 천길단애.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왕건의 군대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어디선가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났다. 한국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토끼는 고모산성 아래의 성벽을 지나 절벽 쪽으로 겅중겅중 뛰어 갔다. 도무지 길이라곤 없을 것 같은 곳으로 토끼가 뛰어 가자, 왕건은 절벽 어딘가 오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가 토끼를 쫓아 군사를 몰아간 길이 바로 토끼비리다. ‘토끼가 뛰어간 비리(벼랑의 사투리)’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토끼비리의 다른 이름인 관갑천(串岬遷)처럼, 사람들은 산허리(岬)를 꿰(串)서 낭떠러지(遷) 위에 길을 냈다. 길은 곧 부산과 한양을 잇던 영남대로와 연결됐고,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미투리와 짚신이 길 위를 오가며 파놓은 흔적들은 고스란히 화석처럼 남았다. 이처럼 옛 모습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길이란 평가 덕에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명승(제31호)으로 지정됐다. ‘길이 문화재로 지정될 수도 있나.’라는 상식의 틀을 깬 문화유산인 셈이다. 길은 길지 않다. 옛 기록엔 6~7리쯤 된다고 했다. 석현성 끝에서 개여울(犬灘·견탄)까지 2㎞가 조금 넘는 거리다. 오늘날 남아 있는 토끼비리는 600m쯤 된다. 나머지는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자연스레 숲으로 환원됐다. 토끼비리는 풍경보다 기억과 만나는 공간이라 보는 게 옳겠다. 얼마나 많은 선인들이 오갔던지, 길 위로 솟은 바위는 죄다 반들반들하게 닳았다. 문경은 둘러친 산들의 기세가 장쾌한 곳이다. 주흘산, 운달산 등 1000m를 넘는 산만 9개에 이른다. 험산 중턱으로 토끼비리 같은 길을 낸 것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일 터다. 이처럼 험한 문경의 지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문경 활공장이다. 활공장 정상에 서면 문경을 에워싼 산들이 얼마나 험한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산태극 수태극이 어우러진 진남교반 문경을 관통하며 흐르는 영강의 물길은 산세를 닮았다. 태극 모양의 지형을 따라 강도 자연스레 태극을 그린다. 오랜 시간 산과 강이 서로를 보듬으며 흘러가는 동안, 산이 끝나고 물이 시작되는 곳에 기암절벽들이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경북 8경 중 제1경인 진남교반(鎭南橋畔)이다. 깎아지른 층암절벽과 노송, 모래사장 등이 철교·구교·신교 등 3개의 교량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토끼비리 또한 진남교반을 이루는 풍경 가운데 하나다. 진남교반을 제대로 맛보려면 고모산성(姑母山城)에 올라야 한다. 신라가 북진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축조된 계곡과 마을을 끼고 선 포곡식 산성이다. 고모산성의 정문 노릇을 하는 건 진남문이다. 진남문의 양 옆으로 날개를 펼친 성곽은 익성(翼城) 역할을 하는 석현성(石峴城)이다. 한쪽은 고모산성, 다른 한쪽은 토끼비리와 잇닿아 있다. 옛 문헌엔 임진왜란 중인 1596년(선조 29년)에 처음 축조했다고 기록돼 있다. 길이는 401m. 석현성의 관문인 진남문과 함께 없어진 것을 문경시가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성 안쪽에는 주막거리를 재현해 놓았다. 주막거리 옆에는 오래된 서낭당이 남아 있다. 고모산성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풍경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진남교반과 문경 일대의 거친 산자락들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아래를 굽어 보면 영남대로 옛길과 국도, 철로, 고속도로가 모두 이곳을 지난다. 다만, 새 국도를 내기 위해 강변의 병풍바위를 세로로 뚝 자른 것은 옥에 티다. 토끼비리와 더불어 문경이 전국 최초로 만든 것 가운데 하나가 철로 자전거다. 문경은 일제 강점기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탄광이 들어선 곳이다. 탄광이 사라지며 기능을 잃은 폐철로를 따라 영강 일대에 ‘철로 자전거’가 들어섰는데, 이게 ‘레일 바이크’의 효시가 됐다. 진남역을 출발해 2㎞를 돌아오며 진남교반을 감상할 수 있다. ●따뜻한 온천수로 피로 풀고 문경은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성분을 가진 두 종류의 온천수가 공급되는 것이 강점이다. 문경새재 아래 온천단지가 조성돼 있다. 가장 먼저 생긴 문경온천은 사라졌고,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문경기능성온천과 개인이 운영하는 문경종합온천 등 두 곳이 영업 중이다. 두 업소 모두 공급되는 온천수는 같다. 문경시에 따르면 관내 온천공은 두 곳이다. 하나는 황토빛 감도는 칼슘 중탄산수로, 문경읍 요성리에서 난다. 지하의 온천수는 맑은 빛깔이지만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산소와 결합해 황토빛으로 변한다고. 다른 하나는 맑은 알칼리 성분의 온천수로, 문경읍 진안리가 원천이다. 문경시에서 두 곳의 온천수를 배관으로 연결해 각 업체에 공급한다. 요금은 6000원 선이다. 글 사진 문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으로 나와 3번 국도 상주·문경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진남휴게소까지 곧장 가면 된다. 고모산성과 토끼비리, 진남교반 등 명소가 죄다 휴게소 주변에 있다. ▲맛집:문경에선 약돌을 먹여 키운 돼지고기가 유명하다. 화강석 비슷한 약돌을 갈아 사료와 함께 돼지에게 먹이는데,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영양성분도 강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새재할매집(571-5600)은 약돌돼지고기에 고추장 양념을 해 석쇠에 구워낸다. 석쇠구이정식 1만 2000원(2인 이상), 더덕정식 1만원. 묵조밥을 내는 소문난식당(572-2255)도 맛집으로 꼽힌다. ▲잘 곳:문경온천 주변에 깔끔한 모텔들이 많다. 킹모텔(571-5558)은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우수 숙박시설인 굿스테이 업소다.
  • [꺼져가는 용산의 꿈(하)] “부동산 경기 반영, 사업 방식·기간 전면 조정을”

    [꺼져가는 용산의 꿈(하)] “부동산 경기 반영, 사업 방식·기간 전면 조정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와 개발 방식을 둘러싼 주주 간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9일 열릴 예정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 이사회가 사업 정상화 여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주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이날 이사회에서 2010년 롯데관광개발이 인수한 삼성물산의 용산역세권개발㈜ 지분 45.1%를 회수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자신들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으면 3명의 이사진을 철수시킨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용산 개발 사업은 와해 수순에 접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용산 개발의 거듭된 표류가 한국형 개발 방식의 부작용”이라며 “총체적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업의 공공성 담보를 위해 정부와 서울시의 역할도 강조했다. 31조원짜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표류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코레일과 건설사 등 투자자는 물론이고 5년 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주민들에게도 엄청난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 설계 공모 등을 통해 용산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던 서울시와 코레일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경우 국가 공신력의 손상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재 방식으로는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뜨거웠던 2006~2007년에 세운 사업계획이 더 이상 현실성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사업의 방법과 조건, 기간 등에 걸쳐 총체적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사업 방법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덩치에 따라 위험의 크기도 커지는 것이 개발 사업의 특징인데 용산은 31조원이라는 규모만큼이나 위험도 큰 사업”이라면서 “당시 부동산 경기만 믿고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계획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커다란 마스터 플랜은 한 곳에서 정리하더라도 세부적인 개발은 개별 사업자들에게 나눠 줘서 구역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레일 등이 부지 개발을 진행한 후 개별 사업자들에게 용지를 매각해 용도에 맞게 개발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나 코레일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용산 개발은 낙후된 서울의 중심을 제대로 세운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사업”이라면서 “민간 자본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라데팡스나 영국 카나리 워프 개발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이룬 성과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사업 조건과 기간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 사업이 시작될 당시 개발이익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재는 적자만 내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8조원에 달하는 개발 부지 가격과 용적률, 기반시설 등에 대한 서울시와 코레일의 양보가 필요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영국 런던의 금융중심지가 된 카나리 워프나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의 경우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수익성 향상을 위해 정부가 사업 조건을 일부 변경해 줬다.”면서 “특혜 논란 때문에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317만㎡를 10년 만에 개발하겠다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면서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 그 자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4대강 사업 현대건설 비자금조성 의혹 고발”

    검찰이 4대강 건설 비리 의혹과 관련해 대우건설 등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도 한강6공구(강천보) 공사를 하면서 하도급 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5일 하청업체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다음 주초 서울중앙지검에 현대건설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대위 관계자는 “4대강 전역에 있는 건설사들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이고 현대건설의 경우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이해할 만한 문건이 발견됐다.”면서 “하청업체 10여곳에서 제보가 들어와 취합해 본 결과 현대건설이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업체들에 입단속을 시키고 있는 것 같아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시작하도록 다음 주초쯤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현대건설의 4대강 사업 관련 비자금 조성에 대한 제보를 받았으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꺼져가는 용산의 꿈(상)] 대주주 이권싸움에 날 새고 돈줄은 막히고… 출구 없는 용산

    [꺼져가는 용산의 꿈(상)] 대주주 이권싸움에 날 새고 돈줄은 막히고… 출구 없는 용산

    장밋빛 꿈에 부풀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골칫거리가 된 이유는 뭘까. 우선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더라면 아파트나 빌딩 등의 분양 전망이 밝아 투자자가 몰려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필두로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이 구도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의 표류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이 사업에 참여한 기관이나 경영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이 부도 직전의 위기에 몰린 것은 개발 방식과 자본 조달 등을 둘러싼 주주들의 반목에다 무능한 경영진, 책임의식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일부 주주들의 욕심 때문이다. 4일 용산역세권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과 관련, 주요 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개발 방식이나 자본 조달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전체 사업이야 어떻게 되든 자사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위기로 부동산시장 꽁꽁 자본 조달과 관련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출자사들의 모임이자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드림허브)의 1대 주주 코레일(25%)은 자본금을 1조 6000억원 늘리는 안을 지난 6월부터 드림허브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현재 1조 4000억원 규모인 수권 자본금을 3조원대로 확충해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증자 계획은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15.1%)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혔다. 롯데관광개발은 당초 계획대로 건설 예정인 오피스빌딩을 담보로 5조 600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이 증자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자 이후 자신들의 지분이 감소해 소액주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드림허브에 1500억원 이상을 출자한 롯데관광개발은 추가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업 진행 방식에서도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6년까지 일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코레일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사업계획을 2020년까지 늘려 순차적으로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코레일은 지난달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으로부터 인수한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내놓으라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2010년 삼성물산이 코레일과의 갈등으로 용산역세권개발에서 발을 빼면서 지분 45.1%를 내놓자 롯데관광개발은 ‘투자자가 나설 때까지’라는 조건으로 이 주식을 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관광개발의 용산역세권개발 지분은 70.1%로 늘어나 대주주가 된 상태다. 코레일은 이 45.1%를 롯데관광개발이 내놓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용산역세권개발의 1대 주주임을 앞세워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의 무능도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의 발목을 잡는 데 한몫했다. 2010년 10월 용산역세권 개발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해춘 대표이사 회장은 취임 초 화교 등의 자본 유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가 약속한 외자 유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 경영인으로서 실력을 발휘해 양대 주주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거나 사업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억원이 넘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박 회장에 대해 “외자 유치를 위해 부른 구원투수가 등판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허가권 쥔 서울시도 ‘불구경’ 다른 투자자들과 서울시도 책임이 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4.9%의 드림허브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서울시는 사업에 필요한 각종 허가권을 손에 쥐고 있다. 재무·건설 투자자들도 나무 아래서 홍시 떨어지기만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이젠 부산의 아이콘이 된 광안대교의 경관 조명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야경 크루즈 등 부산의 밤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던 때였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외모는 줄곧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운대에 국내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섰고, 남항대교가 새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걸음마 단계였던 부산 세계불꽃축제는 ‘폭풍성장’을 거듭해 이제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했지요. 부산의 밤 풍경이 빼어난 건 여백과 반영 때문일 겁니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의 크기만큼 어우러져 있고, 바다는 뭍의 마천루들이 뿜어내는 빛을 고스란히 비춰 냅니다. 부산에서 건물들로만 빽빽한 여느 대도시와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겁니다. 해운대 바닷가. 한여름의 열기도, 한가위의 번잡함도 가뭇없이 사라졌다. 이럴 땐 가수 송창식의 ‘철 지난 바닷가’가 제격이다. 파도는 소리 죽여 울고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다. 어깨 위로 쌓이는 당신의 손길이 없다 한들 어떠랴.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럽기만 하다. 부산 밤 풍경의 주역은 광안대교다. 부산의 야경을 감상한다는 건 사실상 이 다리를 어디서 볼 거냐는 말과 맥이 통한다. 부산 야경 감상의 ‘고전’은 황령산과 금련산이다. 특히 황령산은 부산의 야경을 즐기며 걷는 야간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이웃한 금련산 또한 야경의 보고여서 부산의 ‘필수 관광코스’로 꼽힌다. 차로 오를 수 있어 야간 데이트를 즐기려는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해운대 뒤편의 장산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광안대교와 마천루가 늘어선 해운대 일대 등 부산 시내가 ‘기막히게’ 펼쳐진다. 다만 높이가 해발 634m나 돼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달맞이 언덕과 동백삼거리 일대는 야경의 주인공이자 유명한 야경 감상 포인트다. 달맞이 언덕은 정상부의 해월정이나 미포 선착장 뒤, 공용주차장 부근이 감상 포인트다. 1.5㎞ 길이의 ‘문탠로드’ 중간쯤에 있는 바다전망대도 좋다. 들머리에서 도보로 20분이면 닿는다. 밤 11시까지 조명을 밝힌다. 동백섬 누리마루 주차장은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의 마천루들이 펼쳐 내는 화려한 야경이 압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80층짜리 아파트도 이곳에 있다. 특히 바람 잔 날 물에 투영되는 마천루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바다에서 보는 야경도 색다르다. 해운대 동백섬 들머리에서 ‘티파니21호’가 매일 저녁 운항한다. 식사와 라이브 공연이 제공되는 3층짜리 크루즈선이다. 해운대와 광안대교, 광안리해변 등을 돌아본다. 야경 감상에 나서기 전 불꽃축제 일정을 확인해 두는 것도 좋겠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가 주최하고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후원하는 행사로, 오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열린다. 26일 K팝 콘서트에 이어 27일 오후 8시부터 50분 동안 광안대교 1.2㎞ 구간에서 모두 8만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진다. 500m까지 치솟은 후 직경 400m나 퍼지는 ‘대통령 불꽃’과 광안대교를 따라 바다로 떨어지는 ‘나이아가라 불꽃’이 장관이다. 홈페이지(www.bff.or.kr)에 자세한 일정과 이벤트들이 나와 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오래된 풍경들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진다. 감천동 태극도 마을, 보수동 책방 골목 등 빈티지풍의 부산 여행지들이 각광받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송도 해수욕장도 그런 경우다. 송도 해수욕장은 근 100년 전인 1913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이다. 한때 최고의 피서지로 꼽힐 만큼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그러다 1990년대 대도시 부산의 오폐수들이 밀려들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2008년 남항대교가 들어서고,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고래 조형물을 세우는 등 힘겨운 노력이 이어진 끝에 점차 낡은 여행지란 관념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이곳에 ‘송도해안볼레길’이 조성됐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입구까지의 해안 절벽을 철제 난간으로 이었다. 길이는 불과 1.2㎞. 걷기를 즐기는 사람에겐 성에 차지 않을 거리다. 하지만 축약된 풍광만큼은 일품이다. 송도 해수욕장 중간, 그러니까 볼레길 들머리 어름에 덕성관이 있다. 1940년대에 세워진 숙박 업소다. 이희경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찾으며 군사정권을 꿈꿨던 곳”이다. 덕성관을 지나면 볼레길이 시작된다. 해안선을 따라 들려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정겹다. 인구 360만명의 대도시에서 해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볼레길 풍경은 평화롭다. 갯바위에선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맞은편에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갯바위 돌 틈 위에 세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엿보지 못했을 풍경들이다. 멀리 부산항 묘박지(배 정박지)에 뜬 거대한 배들과 동행하며 두 개의 흔들다리를 건너고 나면 암남공원이다. 해운대 해변 끝자락의 미포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영화 ‘해운대’(2009)를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는 부산 사람들에게조차 적잖이 생경한 마을이었다. 미포의 매력은 철도 건널목에 있다. 미포 오거리에서 철길 너머의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짧은 내리막길은 퍽 인상적이다. 동해남부선 철도가 길을 가로지르고, 멀리로는 오륙도가 아스라하다.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를 떠올리면 알기 쉽다. 거대한 쓰나미가 건물과 철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덮치는 장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와 달리 철길 너머 바다는 마치 장판을 깐 듯 잔잔하다. 기차가 지난 뒤 바리케이드가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는다. 해가 뜨고 질 무렵 찾으면 한층 서정적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런 넉넉한 풍경도 올겨울이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미포 건널목의 한 철도원은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가 끝나면 기차는 더 이상 미포 건널목을 오가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말 완공되는 해운대 위쪽의 장산터널을 통해 기차가 오가기 때문이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 7번 출구에서 미포오거리 방향으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글 사진 부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1) 맛집: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BIFF 광장 맞은편의 자갈치어시장에 생선구이집 10군데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볼락 등 6종 모둠구이는 1만 7000~3만 5000원. 제일횟집(246-6442)이 이름났다. BIFF 광장에선 해바라기씨 등이 들어간 ‘씨앗호떡’을 맛봐야 한다. KBS ‘1박2일’의 이승기 덕에 유명해졌지만, 현지인들은 그 탓에 가격이 700원에서 900원으로 ‘폭등’했다며 볼멘소리다. BIFF 광장 인근에 부평동 족발골목이 있다. 여러 업소 중에서도 이혼한 아내와 남편이 10m 거리에서 각각 운영하는 업소가 가장 유명하다니 손맛과 애정은 별개인 듯하다. 족발골목에서 한 블록 떨어진 부평시장은 ‘맛의 보고’다. 거인통닭, 미도어묵 등 부산에서 ‘원조’ 소리 듣는 집은 죄다 몰려 있다. 그중 세정한치모밀(241-5216)은 현지인이 ‘강추’하는 맛집이다. 한치를 살짝 얼려 메밀국수와 함께 낸다. 일종의 술안주여서 오후 5시 이후에나 맛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해운대 센텀시티의 마담투소는 밀랍인형 전시관이다. 영화배우 조니 뎁, 니콜 키드먼, 한류스타 송승헌 등 ‘유명 인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인형 하나가 무려 2억원가량 된다고. 가발, 수염 등 소품을 이용해 함께 사진을 찍고 다양한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입장료 9000원. 745-1519. ‘뚜껑 없는 버스’로 불리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알짜배기 시내 일주를 즐겨도 좋겠다. 해운대와 태종대를 기점으로 도는 순환형과 역사문화 탐방, 야경 등을 둘러보는 테마형 등 두 종류다. 테마형은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어른 1만원, 청소년 5000원. www.citytourbusan.com, 464-9898.
  • 작가와 함께 서귀포 산책하기

    작가와 함께 서귀포 산책하기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 펜더는 프랑스 여행 중 살바도르 달리,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 스콧 피츠제럴드 등과 만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한다. 길 펜더를 부러워할 필요 없다. 제주도 ‘작가의 산책길’을 거닐면 한국의 유명 예술인인 이중섭, 변시지, 현중화 세 사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 ‘작가의 산책길’은 서귀포시가 이중섭 미술관, 기당 미술관, 자구리 해안, 서복 전시관, 소암 기념관과 같은 문화 관광지를 엮어 만든 4.9km의 걷기 코스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길은 이중섭 거리에서 시작한다. 일직선으로 뻗은 길 중간에는 이중섭 미술관과 이중섭 거주지가 마주보고 들어서 있다. 화가 이중섭은 참으로 ‘짠’한 사람이다. 그의 일생을 따라다닌 건 지독한 가난과 지리멸렬한 그리움이었다. 일본인 아내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과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자신은 뜨내기처럼 떠돌았다. 생의 마감도 처절하다. 말년에는 정신분열증을 앓을 정도로 신경이 쇠약해졌으며 결국 서대문의 어느 병원에서 돌보는 이 하나 없이 싸늘하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산책길에선 이중섭 선생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평생 생이별에 시달렸던 그였지만 서귀포에서만큼은 가족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1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가족과 사랑을 나누고 서귀포의 바다를 벗 삼아 작품 활동을 했다. 칠십리시 공원과 이어진 자구리 해안 앞에도 그의 행복한 시절이 묻어나는 작품 <그리운 제주도 풍경>이 세워져 있다. 평안남도 출신인 이중섭과 달리 ‘폭풍의 화가’로 불리는 변시지 선생과 서예가 소암 현중화 선생은 제주도 서귀포시가 고향이다. 그들이 태어나 뛰놀던 고향인지라 산책길에서 만나는 두 사람의 흔적은 더 반갑다. 특히 변시지 선생은 ‘제주화’라는 화풍을 만든 장본인이다. 황톳빛 자욱한 바탕에 먹색의 선이 묘기를 부리는 현대적인 수묵화를 선보인다. 바람, 조랑말, 소년 등 작품 속 등장하는 소재만 봐도 제주도가 훤히 그려진다. 변시지 선생의 작품은 산책길의 주요 거점인 기당 미술관에서 상시로 만날 수 있다. 소암 현중화 선생의 작품이 전시된 소암 기념관은 산책길에 방점을 찍는다. 1년간 바닥에서 천장까지 얇은 종이가 쌓일 정도로 글씨를 썼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그는 평생 글씨를 다듬었다. ‘우리 고향이 제일 좋아’라고 써 내려간 글씨 앞에선 서귀포를 향한 소암 선생의 마음이 느껴진다. 작품을 떠나 소암 기념관은 건물 자체가 아름답다. 꼭대기 층에 서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travie info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작가의 산책길’ 탐방┃일시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주요 코스 이중섭 공원→이중섭 미술관→기당 미술관→칠십리시 공원→서복 전시관→소암 기념관 소요시간 약 3시간 20분 참가비 무료 문의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064-769-2481~6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6)정선 정암사 주목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6)정선 정암사 주목

    세상의 모든 생명은 나무가 지어내는 양식으로 살아간다. 이 땅에 살아 있는 생명체 가운데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양식을 지어내는 건 식물밖에 없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물 한 방울 위에 부는 바람과 햇살을 그러모아 나무는 자신의 삶을 이어갈 양식뿐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필요한 양식을 지어낸다. 뿐만 아니라 나무는 자신의 생명을 고집하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가진 것을 내려놓으며 다른 생명을 일으켜 세운다. 번잡한 세상살이에서 가진 것들을 내려놓지 못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로서는 나무가 베푸는 생명의 넉넉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불가에서 말하는 ‘아상소멸’(我相消滅)의 수행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자장율사가 정암사를 세운 증표로 남겨 강원 정선 함백산 골짜기에 자리 잡은 적멸보궁 정암사의 덕진(德眞) 스님은 불가(佛家)의 수행 과정을 아상소멸로 이야기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 없이 내려놓음으로써 세상의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말하고자 했다. “정암사를 세운 자장스님도 오랫동안 아상소멸의 수행을 거치셨지만 아쉬움이 있었죠. 살아 생전에 그토록 알현하고자 했던 문수보살을 뵙기 위해 이곳에 자신의 육신을 남겨두고 떠나신 겁니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이 있어서 굳이 법당 안에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인 정암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세우고 주석하다가 입적한 명찰이다. 이곳에서 문수보살을 애태우며 기다리던 자장율사는 그러나 허름한 차림으로 찾아온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하고 돌려보낸 과를 범하고 말았다. 교만함, 즉 아상을 버리지 못한 탓이었다. 자장율사는 마침내 아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육신을 정암사에 내려놓고 이 세상을 떠났다. “자장 스님은 ‘육신을 잘 보관해 두면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하셔서 절 근처의 동굴에 그분의 육신을 잘 모셔두었지만 굴 안에 불이 나면서 스님의 육신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어요. 결국 스님이 남기신 발자취는 나무 한 그루밖에 없는 셈이지요.” 덕진 스님이 가리킨 나무는 자장율사가 이곳에 적멸궁을 처음 세운 증표로 꽂아두었던 주장자, 즉 지팡이 나무다. 전설대로라면 나무의 나이는 1300살을 넘는 고목이다. 덕진 스님은 조선 고종 때 정선군수를 지낸 오횡묵(吳宖?·1834~?)이 남긴 일기 ‘정선총쇄록’에도 이 나무가 나온다며, 책장에서 옛 문헌을 꺼내 왔다. ●꼭대기서 허옇게 말라죽은 나무 줄기 신비로워 1887년 기록인 정선총쇄록에서 오횡묵은 이미 죽은 나무이지만 장한 기세를 잃지 않고 꼿꼿이 오랜 세월을 버티고 서 있는 이 나무를 자장율사의 지팡이라고 한 뒤, “자장법사가 재생한다면 필시 다시 살아나 잎이 피고 무성할 것”이라고 했다. 120여년 전의 문인 오횡묵의 생각대로 자장율사의 주목은 다시 살아났다. 정확히 하자면 다시 살아난 것처럼 보인다. 자장율사의 상징으로 남은 나무가 죽은 채로 침묵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푸르게 생명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다. 나무는 고깔 모양으로 자란 평범한 주목으로 보이지만 오래 바라보면 말로 채 다 하기 어려운 신비로움이 담겨 있다. 우선 나무 꼭대기가 그렇다. 꼭대기 위쪽으로는 허옇게 말라죽은 나무 줄기가 가느다란 꼬챙이 모양으로 1m 넘게 솟아 있다. 아랫부분의 주목과는 마치 별개의 나무인 것처럼 부조화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푸른 잎을 싱그럽게 돋운 중심 줄기 부분에도 야릇한 부조화가 담겨 있다. 분명 살아 있는 주목이건만 껍질 부분은 마치 죽은 나무처럼 시커멓게 썩은 데다 온통 푸른 이끼가 덮여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죽은 나무로 보이는 이 주목에서 뻗어나온 가지와 푸른 잎은 매우 싱그럽게 살아 있다. 절집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자장율사의 지팡이로 알려진 이 주목이 처음 이 자리에 뿌리를 내린 것은 1300년 전이다. 물론 지팡이가 자란 것인지, 자장율사가 심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승의 흔적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때의 나무는 그러나 오래전에 죽어서 여느 고사목처럼 줄기 안쪽부터 서서히 썩어 텅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 어두컴컴한 공간 깊은 바닥에서 한 그루의 주목이 태어나 지금처럼 자라난 것이다. 덕진 스님은 “누가 죽은 나무 안쪽에 어린 나무를 일부러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씨앗이 저절로 그 안에서 자라났다고도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근원은 알 수 없어도 지금 이 나무는 죽음을 뚫고 다시 태어난 자장율사의 현신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죽은 나무의 안쪽에 배어든 견고한 침묵과 칙칙한 어둠 속에서 생명의 싹을 틔운 나무의 생명력이 놀랍기만 하다. ●죽음보다 깊은 어둠 속에서 자라난 새 생명 새로 자란 나무는 조금씩 제 몸피를 키우며 자신을 둘러쌌던 죽은 나무의 껍질을 조금씩 부수는 중이다. 불과 이태 전만 해도 죽은 나무의 껍질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까닭에 안쪽에서 새 나무가 자라났다는 걸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태 사이에 죽은 나무의 껍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서지고 떨어져 나갔다. 이제는 얼핏 보아도 살아있는 나무 줄기의 둘레에 죽은 나무의 껍질이 붙어 있다는 걸 알아볼 수 있다. “세상의 만물은 다 변하지요. 저 나무도 세월이 지나면서 겉 부분이 서서히 벗겨지며 거의 절반가량이 무너졌어요. 안쪽에서 자란 새 주목이 선명하게 보이잖아요.” 자신을 온전히 버리기 위해 육신을 내려놓고 이승을 떠난다고 했던 자장율사의 뜻을 따라 그의 지팡이 나무는 자신의 몸 전체를 덜어내고 그 안에 새 생명을 키웠다. 곱게 늙은 절, 정암사 뜰을 지키고 서 있는 늙은 고사목 한 그루에서 배우는 아상소멸의 수행이다. 글 사진 정선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1. 중앙고속국도의 제천나들목으로 나가서 국도 38호선을 이용해 제천과 영월을 거쳐 정선으로 들어간다. 정선의 사북읍에 닿으면 사북터널과 고한터널을 지나게 된다. 고한터널을 빠져나가면 곧바로 상갈래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정암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개울을 옆에 두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산길을 2.5㎞ 남짓 가면 정암사 일주문 앞 주차장이 나온다. 일주문 앞에 문화재해설사 안내소가 있고, 나무는 정암사 경내의 적멸궁 앞에 있다.
  • “누구나 공평과세 원칙 지키도록”… 서울시의 초강수

    대기업 회장을 지낸 최모(73)씨는 주민세 37억 6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본세 21억 2900만원에 가산금 16억 3100만원이 붙었다. 재산 조회 결과 서울 도봉구 창동 땅 198㎡,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땅 540.5㎡ 등 부동산 2건, 스포츠 회원권 1건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부동산 2건을 압류했다. 그러나 선순위 채권 탓에 실익은 없었다. A씨는 재단법인 명의로 된 서초구 양재동 고급 빌라에서 호화생활을 즐겨 세금을 피할 속셈이라는 심증을 불러일으켰다. 시 38세금징수과는 재단에 재산을 숨기고 있는지 여부를 캐기 위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다음 달 가택 압수수색을 벌이기로 했다. 서울시가 최씨 등 고질 체납자 4명에 대해 1차적으로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통해 강제 조사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공평과세 원칙을 바로세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방세법 개정 이전에는 제3자를 통한 체납 고의성을 의심할 만한데도 강제 조사권을 발동하지 못해 설사 고발해도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단계에서 기각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난 4월 관련 법 개정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의 전유물이던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사법권이 체납세금 징수 공무원에게 부여되면서 악질 체납자가 숨기 어렵게 됐다. 세금을 회피하는 재산가의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가 확산되는 만큼 고강도 처방은 불가피하다. 지방세 체납은 지난해의 경우 전국 3조 3947억원, 서울 8195억원이다. 따라서 서울시 대책은 다른 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시는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시중은행 개인 대여금고를 압류해 개봉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권해윤 38세금징수과장은 “세금을 낼 여력을 갖고도 납부를 회피하는 악덕 체납자에 대해서는 조세정의 구현 차원에서 끝까지 추적해 받아내는 한편 형사처벌 고삐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LH, 택지사업 과감한 정리로 부채비율 70%P 낮춰

    LH, 택지사업 과감한 정리로 부채비율 70%P 낮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음 달 1일 통합 3주년을 맞는다. LH는 25일 통합 3주년을 맞아 그간의 경영 성과를 발표했다. LH는 지난 상반기에 9조 260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조 597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4배 늘어났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15조 2000억원보다 1조 8000억원 늘어난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할 당시 가장 걱정됐던 부채 문제도 많이 개선됐다. 통합 당시 국민은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지고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불안해했다. 2009년 525%이던 LH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455%로 떨어졌다. 금융부채 비율도 361%에서 344%로 개선됐다. 무엇보다 통합 이전 두 기관이 무리하게 추진한 택지개발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부채의 싹을 잘라냈다. 해당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욕을 먹었지만 국민으로부터는 박수를 받았다. 고질적인 미분양 택지 정리, 각종 사업 과정에서 만연했던 비리·비효율 경영 프로세스를 원천 차단한 것도 큰 성과다. LH는 “당초 2014년을 넘어서야 경영개선 효과가 지표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면서 “부채비율 하락을 넘어서 부채금액 자체를 점차 줄이는 경영전략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면서도 보금자리주택, 세종시 건설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했다. LH는 5차까지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사업에서 13개지구 36만 8000㎡에 16만 3000가구를 짓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금자리주택사업의 83.5%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14일 강남보금자리시범지구 입주가 첫 작품이다. 세종시 건설사업도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2030년까지 50만명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는 이 사업은 이달까지 61.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2% 부족하다. 구성원 간의 화학적 통합은 아직 미진하다. 주공과 토공 직원 간의 인사교류로 겉은 합쳤지만 조직 깊숙한 곳까지는 아직 물이 들지 않았다. ‘한 지붕 두 가족 노조’가 대표 사례다. 이지송 사장은 “서민주택공급 확대, 차질 없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불안한 시선으로 통합을 바라봤던 국민에게 희망을 준 것이 3년간의 성과였다.”며 “부채를 줄이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수출입은행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프로젝트 금융의 키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미래 10년 계획인 ‘비전 2020’ 경영전략을 선포했다. 수출입은행이 대출, 보증 등 전통적 금융지원 외에도 직접출자, 인수합병, 금융주선 및 자문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 수출신용기관이 되자는 전략이다. 수출입은행은 은행 명칭이 수출입·해외투자금융, 남북협력 등 기존 업무 외에 새 업무영역까지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한국국제협력은행’(KBIC)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 상반기 38조원을 지원했다. 우리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자문부 등을 신설하고 기술전문가 등도 충원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필요자금 6000억원가량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해운·건설 등 취약산업에 대한 금융제공도 늘렸다.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중견 건설사의 해외 진출을 위해 5000억원의 추가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글로벌 PaSS 프로그램’도 가동,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해외 동반진출 및 동반성장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9억이하 미분양’ 양도세 전액 감면

    올해 말까지 ‘9억원 이하 미분양주택’을 사면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받는 방안이 24일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조세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이런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감면 조치를 담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일’인 이날부터 소급 적용된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내달 초 공포될 것으로 보이지만 감면 조치는 상임위 처리와 동시에 시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모든 미분양주택에 대해 100% 양도세 감면혜택을 주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민주통합당이 9억원 초과 주택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부자 감세’라고 반발해 대상을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축소했다. 미분양주택에 대한 세금 감축 방안이 축소된 데 대해 건설·부동산 업계는 실망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3만 가구 중 적지 않은 수가 고가 중대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미분양의 40%가 중대형 고가 아파트인데 이들이 정책의 혜택에서 제외됐다.”며 “제한적인 혜택으로 얼어붙은 분양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한적이지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9억원 이상의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층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은 “9억원 이하의 미분양 해소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이 3개월만 시행되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6~9개월 동안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여야 간 이견으로 취득세 감면을 위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에 진통을 겪었다. 모든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50% 인하하자는 정부 발표와 관련, 민주당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취득세를 현행 4%에서 3%로 1% 포인트만 내리자고 수정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난색을 보였다. 김효섭·김동현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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