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설사병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항암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엑스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의전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정치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1
  • [무죄받은 제주 4·3] “재판이 뭐야, 그냥 쏴죽일 땐데… 앞줄 15년, 뒷줄은 무기 이랬지”

    [무죄받은 제주 4·3] “재판이 뭐야, 그냥 쏴죽일 땐데… 앞줄 15년, 뒷줄은 무기 이랬지”

    제주 4·3사건은 한국 근대사의 ‘대학살극’이다. 2003년 발표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른 공식 희생자(사망, 행방불명 등)만 1만 4000여명이다. 추정되는 희생자는 그 두 배가 넘는다. 세상이 이승을 떠난 수많은 넋을 기리는 동안, 억울하게 전과자가 돼 몸을 낮추고 살아야 했던 불법 군사재판의 피해자들은 71년을 더 살아왔다. 이름도 불리지 않고 형량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국 각지 형무소에 흩어져 청춘을 허망하게 보내버린 18명의 피해자들이다. 육체에 남은 크고 작은 흉터만큼, 이들에게 남겨진 전과기록도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몸과 마음을 괴롭혔다. 서울신문은 구순이 다 돼서야 공권력이 찍은 낙인을 떨치게 된 이들의 한 맺힌 삶을 들었다. 인터뷰는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피해자들의 자택에서 진행됐다.●“그냥 살았는데 내란죄래… 따지지도 못했어” 4·3이 극으로 치닫던 1948년 10월. 군경 토벌대는 제주도 해안에서 5㎞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폭도로 간주해 총살하기로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토벌 작전으로 희생됐다. 미처 해안가로 이주하지 못해 사살된 주민들도 있었고, 뒤늦게 내려온 주민들도 ‘폭도들을 지원했던 것 아니냐’며 무차별적으로 끌려갔다.양근방(86) 할아버지도 군경 작전으로 부모님과 떨어지고 형제도 잃었다. 중산간 마을에 혼자 남아 총살될 위기에 처했던 양 할아버지는 겨울이 되자 산에서 버틸 수 없어 헌병대에 자수했다. 곧바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배에 실려갔더니 인천형무소였어. 마당에 줄줄이 앉혀 놓더니 ‘이 열은 7년, 이 열은 15년, 이 열은 무기(징역)’ 이러더라고….” 6·25 전쟁이 발발해 인민군에 의해 풀려난 양 할아버지는 광주까지 갔다가 다시 붙잡혀 형이 추가됐다. “광주고법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넌 북한군이 풀어줬으니 도피자다’라면서 징역 10년을 더 때리더라고. 그땐 10년인 줄도 몰랐어. 최근에 광주형무소에 신원조회해서 알았지.”부원휴(90) 할아버지도 학교에 다니던 19세 때 집에 들이닥친 계엄군에게 체포돼 군사재판을 받았다. 지금도 봉투에 싸서 고이 간직하고 있는 ‘제주공립농업중학교 학생증’을 황급히 내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군 막사에 붙잡혀 갔는데 ‘너 삐라 같은 거 안 뿌렸냐. 산사람들한테 쌀 갖다주지 않았느냐’ 하더라고. ‘학생이어서 그럴 시간도 없었다’고 하니까 봉으로 마구 팼어.” 전주형무소로 갔다가 인천형무소로 이감된 부 할아버지는 1948년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유는 ‘내란죄’라고 했다. 왜 내란죄냐고 미처 따지지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7년, 15년 선고받았는데 ‘난 살았다’고 생각했지. 그땐 재판 없이 가두고 쏴 죽이고 아주 무법천지였어.” 형무소 시설이 좁고 수형자 관리가 엉망이어서 부 할아버지가 있던 전주형무소에는 전염병이 돌았다. “세면장에 가면 피고름이 섞인 똥이랑 온갖 이물질이 쌓여 있었어. 제대로 먹질 못해서 이질(설사병)도 걸리고 많이 죽어나갔지.” 1949년 7월 열여섯 살이던 김순화(86) 할머니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전주형무소에 갇혔다. 변론할 기회도 없었고, 몇 년 형인지도 몰랐다.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김 할머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이유가 뭔지. 재판도 안 받고 붙잡혀 있다가 배 타고 형무소로 갔어.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토벌대가) 부모님을 왜 죽였는지도 모르겠어.”●“전과자 낙인 찍히니 육지로 돌아다녔지” 형을 마치고 살아 나왔지만 흉터는 진하게 남았다. 김 할머니는 왼쪽 팔에 있는 콩알만 하고 동그란 초록색 문신을 보여 줬다. “형무소에 같이 수감됐던 분이랑 각자 왼팔에 바늘로 이렇게 새겼지. 나중에 만나서 알아보게.” 함께 문신을 새긴 김경인(87) 할머니와는 69년 뒤 같이 재심을 청구하는 동지로 다시 만났다. 작은 문신은 71년 세월을 버텼고, 김 할머니의 아픈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다 끝났으면 좋겠어. 피곤해. 그냥 묻어버리고 싶어. 생각만 하면 너무너무 속상해.” 양 할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가장 한이 맺힌 일이 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1960년 10월 출소해 고향으로 돌아오자 불과 7개월 전에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1960년 3월에 아버님이 형무소로 면회를 오셨어. 내가 나갈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니까 아버님이 ‘너를 두고 어떻게 제주로 가느냐’ 하시고, 돌아서서 막 눈물을 흘려. (나도) 감옥에 돌아가서 한참 울었어.” 양 할아버지의 부친은 제주로 돌아온 뒤 일주일 만에 숨졌다. 마을 사람들 말로는 면회를 다녀온 뒤 식사를 하지 않고 줄곧 피를 쏟아내더니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고향에 돌아온 양 할아버지는 10년 만에 육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4·3으로 10년 가까운 형을 산 양 할아버지는 경찰의 ‘요시찰 인물’이 돼 있었다. 일을 해 모은 돈으로 밭을 살 때도 조총련과 연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결국 연고도 없는 경기도 파주로 거처를 옮겨 목장 일을 하며 20년을 살았다. 그렇다고 정부의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다. “전과자가 신고도 안 하고 제주도에서 없어지니까 ‘북한으로 가려는 거 아니냐’면서 제주도로 다시 잡아가더라고. 남의 목장에서 월급 받고 산다고 말해서 하룻밤 조사받고 풀려났어.” 양 할아버지가 다시 제주로 돌아온 건 1990년이었다. 전과기록 탓에 자꾸만 찾아와 감시하는 경찰들 때문에 부 할아버지는 본적도 바꿨다. “원래 본적이 화북리였는데 이도1동으로 옮겼어. 옮겨도 얼마간은 찾아오더라고.” 부 할아버지는 이후 19년간 공직에 몸을 담았지만 전과 기록 때문에 하마터면 운명이 달라질 뻔했다. “공무원도 전과가 있어서 못할 뻔했어.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된 거야. 제주 사람들은 4·3으로 억울하게 형무소 갔다 왔다는 걸 다 아니까.” ●“만시지탄… 그래도 새로 태어난 기분” 재심이 시작될 수 있었던 토대가 된 ‘수형인 명부’는 1999년 추미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처음 발견했다. 이후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진상보고서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불법재판의 피해자들이 유죄의 낙인을 지우는 데는 그로부터 15년이 더 걸렸다. 재심 당사자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정기성(97) 할아버지는 치매가 악화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후부터 공판에 출석하지 못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원칙이지만 재판부는 정 할아버지의 상태를 고려해 진단서로 대신하면서 공판을 진행했다. 부 할아버지는 인터뷰 도중 거듭 “만시지탄”이라고 되뇌었다.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양 할아버지는 연방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험하고 험한 가시밭길을 걸어 오늘에 왔어.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야.” “이제 우는 것도 귀찮다”던 김 할머니도 기뻐했다. 김 할머니는 4·3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자식들에게까지 함구한 채 살았다고 한다. “내가 형무소에 갔다 왔다는 기록만 없어졌으면, 아이들에게도 그(형무소에 갔다 왔다는) 기억만 없어졌으면 좋겠어.” 글 사진 제주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성 불평등 심할수록 5세 이하 소녀 사망률 높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성 불평등 심할수록 5세 이하 소녀 사망률 높다

    지난 9월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유엔 공동으로 ‘2018 아동 사망률의 수준과 경향성’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5세 이하 아동 630만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540만명은 5세 이하의 영유아였다고 합니다. 5초에 1명꼴로 숨을 거둔 것인데 치료나 예방이 가능한 폐렴, 말라리아, 설사병, 임신 중 합병증 등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습니다.5세 이하 아동 사망률의 절반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이, 30%는 남아시아 지역이 차지했다고 합니다. 선진국들의 5세 이하 아동 사망률은 185명 중 1명인데 남아프리카 지역에서는 13명 중 1명꼴로 일어나는 흔한 일이라는 통계도 있었습니다. 아동 사망률이 높은 지역들은 출생신고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망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보건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저소득 국가의 아동들에 대해 예방접종, 깨끗한 물 제공, 최소 기준의 영양분 제공 등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2030년까지 5세 이하 아동 56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WHO는 전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런던 퀸메리대 1차진료·공중보건센터, 요크대 사회학과, 임페리얼칼리지 공중보건대,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 공동연구팀이 한 국가의 ‘성 평등’(Gender equality) 수준이 5세 이하 소녀들의 사망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BMJ 국제보건학’ 31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성 불평등이 심할수록 아동 사망률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성 불평등에 따른 성별 영아 사망률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성 불평등과 아동 사망률의 관계를 보기 위해 유니세프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출한 2015년 기준 195개국의 ‘5세 이하 성별 사망률’, ‘국가별 성비’와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하는 성 불평등지수(GII)를 비교분석했습니다. GII는 국가별로 천차만별인데 스위스가 가장 낮고(0.040) 중동의 예멘(0,767)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5세 이하 남자아이들의 사망률이 여자아이들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GII를 대입하게 되면 GII가 높은 나라일수록 소녀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 여성의 타고난 생물학적 이점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라고 합니다. 성 불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의 경우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데 교육을 받기보다 집안일을 비롯한 허드렛일을 하며 각종 건강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할례 같은 비문명적 행위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예방백신 접종 순위에서도 남자아이보다 후순위에 밀리게 되기 때문에 소녀 사망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0월 30일 기준 전 세계 인구는 약 76억 5312만명이며 여성은 약 37억 9282만명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들은 성별에 따라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거나 제한하지 않고 오직 개인의 능력에 따라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잘 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타고난 성별 때문에 ‘세계의 절반’이 차별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요. edmondy@seoul.co.kr
  • 그의 목표는 ‘아이를 구하는 것’

    그의 목표는 ‘아이를 구하는 것’

    휴머니스트 오블리주/애덤 파이필드 지음/김희정 옮김/부키/504쪽/1만 8000원 1980년 전 세계 5세 이하 아동사망률은 정상 출산 1000명당 117명에 달했다. 2013년에는 46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1년간 사망한 어린이 수는 1390만명에서 630만명으로 반 토막 났다. 이러한 아동생존혁명은 죽기 직전까지 15년간 유니세프 총재를 지냈던 제임스 그랜트(1922~1995) 덕택이다. 그는 어린이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설사병을 잡는 사업을 펼쳤고 예방접종 확대에 매진했다. 그 결과 1980년 16∼17%였던 예방접종률은 1991년 80%를 넘었다. 엘살바도르 내전에서는 총에 맞는 게 아니라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 정부와 반군을 설득해 휴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독재자에게도 잘 보이려 했던 그랜트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소독약 없는 전쟁터… 상처엔 구더기가 보약

    소독약 없는 전쟁터… 상처엔 구더기가 보약

    전쟁에서 살아남기/메리 로치 지음/이한음 옮김/열린책들/352쪽/1만 6000원 연일 으르딱딱대는 북한과 미국의 위협 속에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전쟁에서 살아남기’다. 발간 시점이 참 절묘하다. 저자는 평소 시신 활용법(‘인체 재활용’) 등 쓰기 꺼려지는 주제들을 대놓고 풀어내기로 유명한 이다. 이번엔 ‘전쟁의 과학’에 시선을 돌렸다.책은 주로 군인과 군수용품 등을 소재로 쓰여졌다. 방탄 군복을 만들 수는 없는지, 부상병에게 생식기를 이식할 수는 없는지 등 다소 기발하고 엉뚱한 군사 과학의 세계를 경쾌한 필치로 담아냈다.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부류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민간인이 미군처럼 ‘자기 정화 속옷’에 방염, 방수 재질의 전투복을 갖춰 입을 수는 없다. 그러니 책을 든 당신이 민간인이라면, 위급 상황 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염두에 두면서 읽어야 한다. 예컨대 파리의 역설을 보자. 전쟁터는 파리에게 풍요의 낙원이다. 파리는 음식물에 앉는 순간 소화 효소를 토해낸다. 그렇게 음식물을 죽처럼 만들어 빨아 먹는다. 이 과정에서 대장균 등 치명적인 세균들을 쏟아낸다. 전쟁터에선 음식이 귀하다. 설령 파리가 먹던 음식이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먹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제까덕 설사 같은 감염병에 걸린다. 미국 남북전쟁 때 설사나 이질로 죽은 병사가 9만 5000명에 이르고, 베트남 전쟁 당시 설사병이 말라리아보다 4배 더 많은 군인을 입원시켰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설사병에 유용한 건 재수화액이다. 물에 설탕과 소금, 베이킹소다를 섞어 만든다. 전쟁이 나면 아빠는 라면 확보를 위해 마트로 가고, 엄마는 재수화액을 만들어 놔야 할 판이다. 그런데 파리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정확히는 구더기 때 그렇다. 구더기는 죽거나 썩은 고기를 좋아한다. 미군 소속 외과의사였던 윌리엄 베어가 실험을 했다. 감염이 심한 상처 부위에 금파리 구더기를 올려놓았더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분홍빛 육아조직(새살)이 상처를 채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가 행한 89건의 실험 중 환자가 감염에 굴복한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당신이 상어가 득실대는 서해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치자. 어떻게 해야 할까. 상어는 사람의 오줌 냄새를 싫어한다. 반면 스트레스로 인한 겨드랑이의 분비물 냄새는 상어의 공격 본능을 격렬하게 일깨운다. 그러니 부득이 보령 앞바다에 떠있어야 한다면, 겁먹지 말고 ‘따스하게’ 배뇨부터 해야 살 확률이 좀 더 높아진다. 전쟁터에선 영국의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 ‘코스프레’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책을 살짝 비틀어 읽으면 그 방법을 알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설사가 설마? 서둘러 달래요!

    ‘염증성 장질환’은 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과 소장, 대장 등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장 점막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증상을 방치하면 극단적인 경우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 방치 땐 암으로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염증성 장질환자는 5만 6909명으로 5년 만에 환자가 28% 증가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3만 8000여명, 크론병 환자는 1만 8000여명에 이른다. 염증성 장질환이 생기면 주로 만성 설사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발열, 전신 쇠약감에 시달리게 된다. 혈변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크론병 환자는 치질, 치루 같은 항문 주위 질환에 많이 시달리고 장협착이나 누공(장에 구멍이 난 것)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젊은층은 단순 복통이나 설사병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느 순간 증상이 완화됐다가 다시 악화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크론병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이 질환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서서히 증상이 진행해 장협착, 천공,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강상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안타깝게도 현대의학으로도 아직은 완치가 불가능한 난치병”이라면서도 “하지만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만성질환인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얼마든지 정상 생활이 가능한 병”이라고 설명했다. #장건강 위해 채식 위주 식단으로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는 항염증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쓴다. 이 중에서 생물학적 제제는 손상된 장 점막의 회복을 돕고 염증을 줄여 수술 가능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 중에 ‘항종양괴사인자제’를 쓰는 환자들이 있는데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나진 않고 사용한 다음에 서서히 약효가 떨어질 때도 많다”며 “약물 농도를 유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검사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장 건강을 위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이용하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염증성 장질환으로 진단받으면 가급적 금연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일석삼조’ 모유수유…건강, 생명, 경제적 효과 연 363조원

    ‘일석삼조’ 모유수유…건강, 생명, 경제적 효과 연 363조원

    신생아뿐만 아니라 산모에게도 건강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 모유수유가 경제적 효과까지 뛰어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세브라질 펠로타스대학의 세자르 빅토라 박사가 속한 연구진은 모유수유와 산모 및 아이의 건강, 경제 혜택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28건의 문헌과 연구 등을 살폈다. 그 결과 모유수유는 전 세계 신생아 82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뿐만 아니라 무려 3020억 달러(약 362조 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유수유는 어머니로부터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존율 및 평균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미생물균 유전체를 전달받을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맞춤 치료제(영양제)라고 볼 수 있다. 또 소득수준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유수유를 하면 아이의 평균 지능지수(IQ)가 평균 3포인트 이상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은 성인이 된 이후 높은 소득 및 생산성을 유발하는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 논문에 따르면 모유수유가 늘어나면 미국은 3억 1200만 달러, 영국은 4800만 달러, 중국은 3000만 달러에 달하는 의료서비스지출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무려 3020억 달러가 절감된다. 이는 모유수유를 통해 신생아 및 유아들의 면역력이 강해지고 각종 질병을 앓을 위험이 낮아지면서 정부 혹은 개인이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모의 입장에서도 모유수유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모유수유를 한 여성은 자궁암과 유방암의 위험이 줄어들며, 모유수유로 2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을 에방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더불어 유아돌연사 사망률이 높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갓난아기들의 사망률을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호흡기 감염이나 설사병 등의 감염을 3분의 1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들며, 각국 정부와 관련 기관 등이 나서 산모가 모유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도시 곳곳에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모유수유와 관련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란셋’(Lancet)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모유수유의 경제적 혜택… “매년 363조원 절감”

    모유수유의 경제적 혜택… “매년 363조원 절감”

    신생아뿐만 아니라 산모에게도 건강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 모유수유가 경제적 효과까지 뛰어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세브라질 펠로타스대학의 세자르 빅토라 박사가 속한 연구진은 모유수유와 산모 및 아이의 건강, 경제 혜택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28건의 문헌과 연구 등을 살폈다. 그 결과 모유수유는 전 세계 신생아 82만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뿐만 아니라 무려 3020억 달러(약 362조 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모유수유는 어머니로부터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존율 및 평균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미생물균 유전체를 전달받을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맞춤 치료제(영양제)라고 볼 수 있다. 또 소득수준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유수유를 하면 아이의 평균 지능지수(IQ)가 평균 3포인트 이상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은 성인이 된 이후 높은 소득 및 생산성을 유발하는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인 효과도 있다. 논문에 따르면 모유수유가 늘어나면 미국은 3억 1200만 달러, 영국은 4800만 달러, 중국은 3000만 달러에 달하는 의료서비스지출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무려 3020억 달러가 절감된다. 이는 모유수유를 통해 신생아 및 유아들의 면역력이 강해지고 각종 질병을 앓을 위험이 낮아지면서 정부 혹은 개인이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모의 입장에서도 모유수유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모유수유를 한 여성은 자궁암과 유방암의 위험이 줄어들며, 모유수유로 2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을 에방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더불어 유아돌연사 사망률이 높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갓난아기들의 사망률을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호흡기 감염이나 설사병 등의 감염을 3분의 1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들며, 각국 정부와 관련 기관 등이 나서 산모가 모유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도시 곳곳에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모유수유와 관련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란셋’(Lancet)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金겹살’ 되나… 돼지고기값 고공행진

    ‘金겹살’ 되나… 돼지고기값 고공행진

    돼지고기 값이 도매 가격 기준으로 ㎏당 6000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돼지고기 대표가격은 5월(1~22일) 평균 ㎏당 5862원까지 올라 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돼지고기 대표가격이 ㎏당 580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6월 5838원 이후 처음이다. 2011년 12월 6072원을 기록한 이래 가장 비싸다. 돼지고기 대표가격이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정하는 ㎏당 평균 도매가격이다. 돼지고기 수요는 휴가철이 시작되는 6월부터 늘어나기 때문에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캠핑 문화 확산으로 나들이 구이용 돼지고기가 인기를 끌면서 여름철에는 돼지고기 값이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생한 유행성 돼지 설사병과 구제역의 영향으로 돼지 폐사가 잇따랐던 것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설사병 등으로 어미 돼지 수가 감소하면서 이달 출하되는 돼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122만 7000마리로 추산된다. 여름철 나들이가 줄어드는 9월 이후에야 돼지고기 값이 안정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돼지질병 ‘축사 시설·환기 부적절’이 원인

    최근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부실한 사육 시설과 부적절한 축사 환기가 돼지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한한돈협회와 한돈자조금은 18일 지난해 9~10월 전국 돼지 농가 6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돼지 질병의 원인으로 ‘축사 시설 및 환기 부적절’(43.5%)이 가장 많이 꼽혔다고 밝혔다. 이어 ‘질병 관리 부적절’(23.4%), ‘오염된 외부 씨돼지 구입’(13.6%), ‘차단방역 미실시’(9.1%) 등의 순이었다. 돼지 질병은 호흡기로 전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환기가 잘 안 되고 낙후된 시설에서 밀집 사육되는 돼지가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민들은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았던 2013~2014년 가장 큰 피해를 준 병으로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28.3%)과 돼지유행성 설사병(17.8%)을 꼽았다. 농민들은 가축 질병을 막기 위한 조치로 ‘방역의식 강화’(34.1%)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병에 걸리지 않은 씨돼지 공급’(23.1%), ‘떨이돼지 유통 근절’(9.6%) 등 유통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또 ‘제도·규제 개선’(12.5%), ‘신고체계 구축’(11.5%), ‘국경검역 강화’(7.0%) 등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국산 돼지고기값 고공행진

    올 들어 돼지고기 값이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고공행진이다. 닭·오리 등 가금류와 수산물 대신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비 물량은 물론 공급 물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2일 “올해 돼지고기 총공급량은 직전 최고 기록인 지난해 115만 8000t보다 2.9% 늘어난 119만 2000t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은 어미돼지 감축과 유행성 설사병 탓으로 지난해보다 3.2% 줄어든 82만 6000t에 머물 전망이다. 국산 돼지고기 도매값은 이달 들어 평년보다 1000원 이상 높은 5000원 내외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실장은 “돼지고기 가격이 평년보다 33% 정도 높다”면서 “공급 감소로 11%, 수요 증가로 22%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세계 평균수명 20년새 男 5.8년 女 6.6년 늘어 (란셋)

    세계 평균수명 20년새 男 5.8년 女 6.6년 늘어 (란셋)

    최근 20여년간 전 세계 평균수명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5.8년과 6.6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대 크리스토퍼 머레이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1990년부터 2013년까지 188개국에서 240가지 요인으로 사망한 데이터를 분석한 ‘세계 질병부담 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에서 위와 같이 추정됐다고 세계적 의학전문지 영국의 ‘란셋’(Lancet)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생 남성은 평균 78.1세, 여성은 85.3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인구의 평균 수명은 연구 기간인 1990년 65.3세에서 2013년 71.5세로 6.2세 늘어났는데 남녀 각각 5.8년과 6.6년이 길어졌다. 평균수명 증가 원인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암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각각 15%, 22% 감소했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소아 설사질환 및 낮은 호흡기감염, 신생아 장애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사하라 이남의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와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률의 증가로 이 지역의 평균 수명은 5.1년 줄었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는 일부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어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1990년부터 125% 증가), 약물 사용 장애 (63% 증가), 만성신장질환(37% 증가), 당뇨병 (9% 증가), 췌장암(7% 증가) 등이 포함돼있다. 연구는 인도에서 자살 증가가 공중 보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세계 자살 사망자의 절반이 인도나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5세 미만의 사망은 1990년 760만명에서 2013년 370만명으로 격감했지만, 낮은 호흡기감염, 말라리아, 설사병이 지금도 세계 어린이의 5대 사망 원인에 포함돼 그 때문에 매년 약 200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또다시 살처분 공포

    살(殺)처분에 대한 공포가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수천 마리의 돼지와 닭 등을 땅에 묻어야 했던 방역 담당 공무원들의 잠 못 드는 날이 또 시작됐다. 살처분에 동원돼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충북 진천군 공무원들은 돼지 구제역 재발 소식에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고병원성 AI 감염 등을 이유로 살처분한 오리와 닭이 1446만 마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2008년(1020만 4000마리)을 이미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진천에서 돼지 구제역까지 발생했다. 앞서 7월에도 돼지 구제역 발병으로 수천 마리를 살처분해야 했다. 문제는 구제역에 따른 돼지 살처분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유럽과 캐나다에서도 AI 등의 가축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살처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한 방역 당국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방역담당 공무원은 “중앙부처도, 지자체 공무원들도 AI와 살처분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털어놨다. AI는 지난 1월 전국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다가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였다. 농식품부는 지난 9월 4일 축산농가 이동 제한을 완전히 풀며 사실상 ‘종식선언’을 했다. 하지만 20일 만에 전남 영암 오리농장에 이어 전남 나주·곡성·보성 사육농가에서 잇따라 AI 감염이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전북 김제와 경북 경주 토종닭까지 AI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의 가금류에서도 고병원성 AI(H5N8형)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캐나다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됨에 따라 캐나다산 가금류(닭, 오리, 타조 등)와 가금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살처분 보상금으로 1251억원을 지급했다. 지난 9월 이후 피해와 소득·생계안정자금, 매몰비용 지급 등을 고려하면 피해보상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돼지 구제역도 지난 7∼8월 영남 지역 양돈농가 3곳에서 발병한 후 주춤하다가 지난 3일 충북 진천(살처분 200마리)에서 재발했다. ‘돼지 유행성 설사병’(PED)이 확산되는 겨울철이어서 돼지 사육 농가뿐 아니라 방역 당국도 힘든 시기가 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5월까지를 ‘특별 방역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AI 및 구제역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AI·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 공항과 항만 41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반도 운영한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때아닌 삼겹살값 고공행진 왜

    때아닌 삼겹살값 고공행진 왜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주 동료 5명과 함께 삼겹살 회식을 했다. 1인분(200g)에 1만 6000원이라 좀 비싸다 싶었지만 소고기보다는 쌀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강행했다. 하지만 회식비는 40만원이나 나왔다. 김씨는 “술도 별로 먹지 않았는데 이 정도 나올 줄 알았으면 차라리 소고기를 먹을 걸 그랬다”며 속상해했다. 여름 행락철이 지나 겨울이 다 돼 가는데도 삼겹살 등 돼지고기 가격이 여전히 오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삼겹살이 수입 소고기(호주산 냉동 갈비)보다 오히려 비싼 상황이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삼겹살의 비싼 가격 때문에 고객 선호도가 행여 다른 고기로 옮겨 갈까 봐 제조업자들이 가격 인하를 결의하기까지 했다. 지난 7월 초에 이어 두 번째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평균 삼겹살(냉장, 중품) 소매가격은 100g당 1874원으로 지난달보다 오히려 3.3%(60원)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 가격에 비하면 22.2%(340원) 비싸졌다. 삼겹살 가격은 호주산 냉동 갈비(100g당 1846원)보다도 1.5% 비싸다. 올해 1~2월에는 호주산 갈비가 국산 삼겹살보다 비쌌지만 3월부터 가격이 역전됐고 비수기인 겨울철이 돼도 삼겹살이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삼겹살만 비싼 건 아니다. 평소 겨울철 돼지고기 전체의 도매가격은 ㎏당 4000원 내외에서 형성됐는데 최근에는 6224원으로 평년보다 56%가량 비싸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미국, 캐나다, 칠레 등 우리나라에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나라에서 돼지유행성설사병(PED)이 발생해 국제 가격이 크게 올랐고, 올해 우리나라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번져 닭·오리고기 수요가 돼지로 몰렸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배추값 하락 등으로 김장을 직접 담그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보쌈용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자 사육 농가들은 자율적으로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농식품부에서 강제로 가격을 내리거나 수입 물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적정선에서 형성돼야 소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날 대한한돈협회와 농·축협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당 6000원 이상이면 2%를 내리기로 했다. 가격이 5500~6000원 사이에서 형성되면 1%를 내릴 방침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이유 있는 ‘金겹살’

    국내에서 사육되는 돼지 숫자가 최근 1년 동안 50만 마리 넘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급 감소로 최근 ‘금값 삼겹살’을 불러온 셈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돼지 사육 마릿수는 968만 마리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말 1018만 1000마리 대비 50만 1000마리(-4.9%)나 줄어든 수치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1만 8000마리(-0.2%)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부터 돼지유행성설사병(PED)이 번지면서 새끼 돼지를 중심으로 폐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사 마릿수는 지난해 2분기 말 47만 9000마리에서 1년 사이에 57만 8000마리로 뛰었다. 공급 감소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축산종합정보유통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돼지고기 1㎏의 소비자 가격은 2만 2085원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치였던 지난 2월 27일 1만 4495원 대비 30% 가까이 상승하는 등 5개월 남짓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당 1만 1881원에 그쳤던 지난해 3월 27일 가격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 이후에나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삼겹살값 미스터리

    삼겹살값 미스터리

    통상 공급이 많고, 수요가 줄어들면 상품 가격은 떨어진다. 그런데 돼지고기 삼겹살은 요즘 도축량은 평년보다 늘었고, 세월호 사고 여파로 수요도 줄었는데,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도 학계도 정확한 원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도축된 돼지 수는 130만 6000마리로 평년 도축량(직전 3년간의 4월 도축량 평균)인 110만 5000마리보다 18.2%가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 삼겹살 가격은 100g 1929원으로 평년 가격(직전 3년간의 4월 가격 평균)인 1661원보다 16.2% 올랐다. 3월 가격도 14% 상승했다. 지난 9일 가격은 1942원으로 평년 가격인 1686원보다 15.2% 상승했다. 지난달 말 세월호 사고로 인해 행락객은 크게 줄었다. 레저업 매출은 지난달 1~15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늘었지만 16~30일에는 오히려 3.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콘도 매출도 10.8%에서 -1.0%로 급락했다. 삼겹살의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지난달만 해도 돼지 유행성 설사병(PED)의 발병으로 돼지 수가 줄어든 것이 삼겹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PED의 국내 영향은 거의 없어 공급량은 오히려 평년보다 늘어난 상태”라면서 “업계에서는 오는 6~8월 돼지고기 공급 부족을 예상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업계는 PED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지방의 소규모 유통업체들이 6~8월 대목 물량을 비싼 값에 사들여 저장해 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본다. 소매점들이 삼겹살의 수요가 줄어도 손해를 보면서 싸게 팔 수 없다는 것이다. 육가공협회 관계자는 “삼겹살이 잘 나가야 비인기 부위인 다릿살을 싸게 살 수 있는데 세월호 이후 삼겹살 판매 정체로 햄이나 소시지 원료인 다리 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면서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삼겹살 가격 고공행진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산 가격은 국내산 가격의 지지선 역할을 한다. 해외 PED 발병과 중국·러시아의 고기 열풍으로 수입산 가격은 급등세다. 전체 돼지고기 유통량의 10% 정도인 경매 물량만으로 평균 가격을 정하는 시스템도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김원태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해 학교 급식에 국내산 돼지가 집중 공급되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면서 “7월까지는 가격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참을 수 없는 장바구니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장바구니의 가벼움

    ‘양파, 배추 등 물량이 너무 많다는데 시장 보는 비용은 왜 더 드는 것 같지?’ 요즘 가정주부들의 주요 의문 중 하나다. 채소나 과일 등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했지만 축산물 가격은 반대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또 농축산물 가격을 품목별로 분석해 보면 가격이 오른 품목과 내린 품목의 수는 거의 비슷하다. 비싼 축산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비교적 저렴한 채소 가격은 하락하면서 생긴 가격 양극화에 장바구니 사정은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27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정보시스템(Kamis)에 나온 61개 농축산물 가격을 분석한 결과 국산 돼지 생삼겹살(100g)의 지난 26일 가격은 1954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1213원)보다 61.1%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호주산 소갈비가(100g) 1814원에서 2585원으로 42.5% 상승했고 계란(10개)이 1440원에서 2030원으로 41% 올라 3위였다. 단감(29.8%)과 미국산 소갈비(27.9%)가 뒤를 이었다. 5위 중에 4개가 축산물일 정도로 축산물 가격은 크게 치솟았다.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돼지 설사병(PED)이 유행하면서 올랐다. 새끼 돼지의 폐사율이 5%에 이르는 병이다. 이에 따라 수입삼겹살도 지난 1년간 9.7% 상승하면서 국내산 삼겹살의 공급부족을 모두 메워주지 못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유행도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반면, AI에 대한 학습효과로 닭의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아, 닭 가격(1㎏)은 6309원에서 6360원으로 0.8% 올랐다. 수산물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굴(1㎏)은 1만 3220원에서 1만 5151원으로 14.6% 상승했고, 김(8.4%), 건미역(7.3%), 건멸치(4.3%), 물오징어(2%) 등도 올랐다. 가격 하락폭 상위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채소였다. 당근가격이 지난해 3월 26일 7058원에서 지난 26일 2139원으로 69.7% 급락했고, 배추(-52.6%), 양파(-49.5%), 파(-39.8%), 팥(-37.1%) 순이었다. 산지 풍년으로 물량이 많아진 탓이다. 이들 품목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일정량을 수매하거나 폐기하는 시장격리 조치를 시행했지만 내림세는 그대로다. 총 27개 채소 품목 중에 20개의 가격이 내렸지만 호박(17.5%), 풋고추(16.6%), 토마토(12.9%) 등 7개의 가격은 올랐다. 또 총 61개 품목 중에 가격 상승 품목은 28개이고, 내린 것은 33개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 채소 가격 급락에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은 이유다. 특히 단가가 비싼 축산물 가격이 모두 오른 탓이 크다. 송우진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돼지농가의 유행성 열병으로 6∼8월 도축 마릿수가 지난해보다 6.4% 줄고, 5월까지 한우의 출하량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본다”면서 “당분간 축산물 가격의 오름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삼겹살 가격 폭등 이유는?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올라

    삼겹살 가격 폭등 이유는?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올라

    ‘삼겹살 가격 폭등’ 삼겹살 가격이 폭등하면서 ‘금(金)겹살’이란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좀처럼 가격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오리와 닭 대신 돼지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데다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삼겹살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어 삼겹살 가격은 쉽게 내려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삼겹살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00g당 1890원으로 한 달 전 1642원보다 15.1% 상승, 1년 전 1271원보다 48.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돼지유행성 설사병이 확산해 출하량이 줄고 있어 수입 냉동 삼겹살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유럽산 냉동 삼겹살의 경우 지난달까지 1kg에 3.9~4.4달러로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4.1~4.5달러에 거래되며 평균 5% 정도 가격이 올랐다. 지난 1월 수입한 돼지고기는 1만 9000여t으로 지난해 12월보다 4000t이나 늘었지만, 시중에서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 업계에서는 도매업자끼리 사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나들이철이 시작되면서 폭등하고 있는 삼겹살 가격에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2부)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③ 자선 패러다임 바꾼 게이츠재단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2부)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③ 자선 패러다임 바꾼 게이츠재단

    “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 우리가 이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997년 1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아버지에게 들뜬 투로 이메일 한 통을 보냈다. 인도 등 제3세계 아동이 설사병 같은 비교적 가벼운 질병 탓에 매년 수백만명씩 죽어간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첨부했다. 시애틀 지역 자선가였던 부모의 기부 권유에도 “사업 성공이 지역에 가장 확실히 공헌하는 길”이라며 눈감았던 억만장자는 외면할 수 없는 비극과 마주치자 결심을 굳힌다. 게이츠 부부 등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은 이렇게 탄생했다. 게이츠는 회사 설립을 위해 22살 때 하버드대를 뛰쳐나왔던 것처럼 2008년 재단 운영에 전념하고자 MS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쉰두 살 때 일이다. 그리고 이제 “재미로 치면 자선이 지금껏 해본 일 중 최고입니다. 결혼만 빼면요.”라고 말하는 진짜 자선가가 됐다. ●총자산 335억弗… 세계 최대 민간재단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5번가. 지역 명물인 스페이스니들과 게이츠재단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재단은 화살표 모양의 건물 세 동이 기묘하게 엉켜 있다. 멜리사 밀번 재단 공보국장은 “재단의 지원을 받아 빈곤층 등을 돕는 세계 곳곳의 활동가를 향해 양팔을 뻗은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한눈에 둘러본 게이츠재단은 정보통신(IT) 벤처기업의 자유로운 사내 풍경과 퍽 닮았다. 특히 ‘거실’로 불리는 1층 로비에서 “어떻게 결핵을 없앨 것인가.” 등을 주제로 토론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재단을 이끄는 게이츠는 IT에서 비정부기구(NGO)로 전업했지만 특유의 ‘혁신 본능’을 감추지 못했다. 전례 없는 파격적 재정 규모와 전략으로 자선계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게이츠재단은 우선 엄청난 자산과 지출 덕에 기존 공익재단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을 벌인다. 재단의 총자산은 335억 달러(약 38조 2134억원)로 독보적이다. 미국 2위의 공익재단인 포드재단(103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많다. 연간 26억 달러(약 2조 9658억원)의 지원금을 재단의 3대 사업인 국제 보건과 국제 개발, 미국 내 불평등 해소 등에 투입한다. 베냉(연간 정부 예산 19억 9000달러)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1년 예산보다도 많다. 공격적 사업가인 게이츠에게 재단이 언제까지 유지되느냐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보다 세계적 난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재단에서 만난 마사 최 최고행정책임자(CAO)는 “빌과 멀린다는 ‘우리 부부 사후 50년 내 전 자산을 쓴 뒤 재단을 해산한다’는 원칙까지 세웠다.”면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보고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정해진 기간 내 풀어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라리아 퇴치 사업 과정을 보면 게이츠의 공격성이 드러난다. 게이츠는 매년 1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 질병을 뿌리 뽑고야 말겠다고 공언했다. 제약업계가 경제성을 이유로 백신 개발을 외면하자 말라리아 백신 개발 사업을 하는 NGO인 PATH에 4억 5600만 달러(약 5200억원)를 지원했다. 글로벌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함께 말라리아 감염 방지를 위한 살균제도 개발 중이다. 게이츠는 선진국이 말라리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지식콘서트인 테드(TED) 강연 도중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떼를 풀어놓기도 했다. ●‘기술만이 해결책은 아냐’ 비판도 게이츠재단의 공격적인 ‘경영’은 최대 기부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버핏은 2006년 게이츠재단에 총 310억 달러(약 35조원) 기부를 약속하며 “안전한 프로젝트는 하지 마라. 진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책임져라.”라고 주문했다. 버핏이 게이츠재단에 기부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재단을 설립, 운영해도 게이츠 부부보다 잘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2위 부자가 1위 부자의 재단에 사재를 기부하는 모습은 미국 자선 역사에 새 이정표가 됐다. 덕분에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에서 ‘오마하의 성인’으로 별명이 ‘격상’됐다. 업계의 ‘공룡’이 된 게이츠재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3세계의 의료 문제는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기술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또 워낙 엄청난 돈을 퍼붓다 보니 다른 재단들의 활동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도 있다. 게이츠재단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을 잘 알고 있다. 우리와 다른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기고] 사막화 방지, 말잔치로 끝나지 않아야/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기고] 사막화 방지, 말잔치로 끝나지 않아야/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통용되지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아프리카에 가 보면 알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좋은 호텔에서도 샤워기로만 물이 나오고 욕조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을 긷기 위해 아프리카의 여성과 아이들이 하루 평균 4~5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 이 말의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최근 네덜란드의 환경평가회는 아프리카에서 물 부족으로 10년 안에 9000만~2억 2000만명이 희생된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발간된 유엔 미래보고서도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25%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물 부족은 곡물 생장이나 가축용 초지에 악영향을 미쳐 식량문제를 심화시킨다. 나아가 오염된 식수와 불결한 생활로 인한 질병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현재 9억명에 가까운 지구인들이 불결한 식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저개발국 질병의 80%가 수인성 질병이라고 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해마다 어린이 1800만명이 설사병 때문에 사망, 오염된 물은 에이즈보다 더욱 큰 위협이라고 설명한다. 물 부족은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물 부족의 결과이자 원인은 바로 사막화이다. UNDP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서울시의 약 200배에 달하는 1200만ha의 토지가 사막화되고 있다. 우리도 매년 10일 이상을 황사주의보 속에서 사는 만큼 직접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크게 늘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ODA 규모는 1조 8700억원으로 국민소득 대비 0.15%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 대비 13.5% 증액되어 전체 예산 증가율 5.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앞으로 이 규모는 더욱 확대되어야 하겠지만 이를 어떤 분야에 쓰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으나 앞으로 아프리카 최빈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 대한 ODA의 중점은 수(水)자원에 두어야 한다. 이는 농업생산력을 증대시키고 불결한 생활로 인한 희생을 막을 수 있어 가장 효과가 큰 사업이다. 반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지만 효과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중요성에 비해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산림청 등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물 문제와 사막화 해결에는 국제적인 공여자 간 협력이 중요하다. 마침 지난달 10일부터 21일까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가 산림청과 경상남도 주관으로 창원에서 열렸다. 이 협약은 심각한 사막화를 막기 위한 협약으로서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더불어 유엔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이다. 156개 당사국 대표 등 약 6000명이 참석해 물 부족과 사막화 문제해결을 위해 우리나라가 제안한 ‘창원이니셔티브’를 채택하였다. 정부는 이것이 말의 잔치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개개인이 물을 아끼고 주변의 숲과 나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첫걸음일 것이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은 ‘소중히 아끼며 쓴다.’는 뜻이어야 한다.
  • [이목희칼럼] MB·朴 갈등관리법

    [이목희칼럼] MB·朴 갈등관리법

    정국이 심하게 꼬일 때면 생각나는 이가 있다. 허주(虛舟) 김윤환. 그가 살아 있어 정치를 계속했더라면 세종시 정국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박근혜 전 대표 욕을 한참 할 것이다. 국가백년대계를 생각 않는다고. 면담이 끝날 때쯤에 그가 지나가는 듯 한마디를 날린다. “근데, 박 전 대표에게도 정치적인 퇴로는 열어줘야지요. 교육과학기술부 정도를 이전하는 게 어떨까요.” 허주가 다시 박 전 대표를 만난다. 이번에는 이 대통령 흉을 본다. “약속을 지키자는 박 전 대표 말이 옳다.”는 톤으로 일관하다가 끝은 반전이다. “임기가 한참 남은 이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득”이라고 설득한다. 여권의 1, 2인자 갈등은 언제나 드라마틱하다. 특히 박 전 대표처럼 강력한 2인자가 1인자를 공개리에 치받을 때는 더말할 나위가 없다. 6공(共)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YS) 여당 대표 사이의 갈등 양상이 지금과 비슷했다. 사실 그때가 훨씬 험악했다. 자고 일어나면 분당과 탈당 얘기가 난무했다. 오죽했으면 열 받은 노 대통령이 신경성 설사병에 걸렸을까. 그래도 깨지지 않고 3년여를 굴러간 중심에 허주가 있었다. 김동영·최형우·박준병·김용환 등 중진들이 허주의 중재를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정치권 물갈이가 빨라지면서 1, 2인자 사이를 오갈 중진이 안 보인다. 얼마전 진영 한나라당 의원의 상갓집.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친박계의 구상찬 의원에게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을 열심히 설파했다. 돌아온 것은 핀잔뿐. 박 수석도, 박형준 정무수석도 기획력을 갖췄고 몸을 아끼지 않는 형이다. 그러나 친박계에 무게 있게 다가서기엔 힘이 부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를 오갈 중진을 만드는 게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다. 총리를 지낸 원로급 인사가 청와대의 부탁을 받고 박 전 대표 설득에 거의 성공할 뻔했다는 얘기도 있긴 하다. 그러나 꾸준하고 집요하게 중재를 하려면 역시 현역 정치인이 낫다. 중량감과 중재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을 아쉬운 대로 찾을 수 있다. 박희태·김덕룡·홍사덕-. 정치 인생을 정리해야 할 연조에 들어선 그들에게 역할을 주면 어떨까. 그것 말고도 노태우-YS 갈등관리법에서 참고로 할 부분이 또 있다. 1, 2인자의 정례회동이 그때 시작되었다. 대통령과 여권 중진과의 회동 자리를 수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박 전 대표와의 독대 시간을 자연스레 늘리면 된다. 사전 중재 없이 세종시만을 위한 일회성 담판회동을 가지라는 제안은 양인에게 큰 부담을 줄 뿐이다. 아군을 상대 진영 한가운데 넣는 방안도 6공 때의 정치기획이었다. 신경식·최창윤 등 당시 노태우 대통령 사람이면서 YS에게 거부감이 덜한 이들이 YS의 비서실장으로 들어갔다. 친박계 핵심 인사를 장차관, 청와대 참모로 기용하는 대신에 친이계 인사가 박 전 대표 조언자로 들어가는 방안을 실현 불가능하다고 미리 선을 그을 일은 아니다. ‘대권은 이어받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는 명제가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대선까지 길이 멀다. 후계자, 정권 재창출은 아직 이른 얘기다. 요동을 쳐도 몇번은 더 요동을 칠 것이다. 그보다는 당장 국정이라는 쪽박을 깨서 국민들을 괴롭히지 말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다가 중도포기했던 인사의 언급이 새롭다. 그는 대권행보를 멈춘 이유를 두세 가지로 요약했다. 정치인들의 지지가 낮 다르고, 밤 달랐다고 했다. 무엇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하자 정치자금이 들어오질 않더라고 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기업쪽은 현직 대통령의 입김이 굉장하더라.”고 토로했다. 차기 대권 레이스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한 번의 전투 승리가 전쟁의 승리를 담보하지 못한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 모두 전략적 사고를 갖길 바란다. mhle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