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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프랑스인 김우중/육철수 논설위원

    근대적 국가개념이 확립되기 전인 전제군주시대에는 민족이나 혈통 자체가 국적이나 다름없었다. 옛날에도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사람들이 많긴 했으나 그냥 가서 뿌리내리고 살면 그 나라 백성이 되는 것이지, 지금처럼 법적으로 어쩌구 저쩌구 하는 복잡한 절차는 필요없었다는 얘기다. 근대적 의미의 외국국적을 처음 취득한 한국인은 구한말 서재필 박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갑신정변 후 김옥균 등과 일본으로 달아났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1890년 미국 시민권을 얻고,‘필립 제이슨’이란 이름도 가졌다. 세계화와 이민 등으로 국제적 이동이 활발해진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외국국적 취득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국적 상실자는 한해에 1만 5000∼2만 8000명에 이른다. 우리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 국적 상실자를 외국국적 취득자로 보면 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외국국적을 취득해도 신고의무가 없어 10∼20년 동안 입 다물고 있는 사람이 많단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어느 나라 국적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만 해마다 자국으로 귀화한 한국인의 명단을 우리 정부에 통보해줘 통계에 잡힐 뿐이다. 해외도피생활 끝에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온 김우중씨의 국적이 18년째 프랑스였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한창이다. 인터폴의 적색수배자(사전영장 발부자)인데도 프랑스·독일·수단·태국·베트남 등 ‘넓은 세계’를 거리낌 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국적이 든든한 배경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프랑스인 김우중’이 전경련 등 각종 단체의 장(長)을 맡고, 한국인으로서 혜택도 다 누렸다고 말들이 많지만 세금 내고 국민으로서 의무도 한 만큼 크게 문제삼을 일은 못된다. 더구나 세계를 무대로 누비는 기업인으로서 당시 동유럽의 시장개척을 위해 프랑스 국적이 필요했다니 수긍이 간다. 국적이 어디든 설렁탕과 라면, 미역국을 먹으며 이제야 기력을 회복한 걸 보면 그는 확실한 한국인이다. 그래서 이참에 국적법을 시대상황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이스라엘 등은 이중국적을 허용하며, 미국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를 지구촌이라 부르는 마당이다. 재외동포가 인구의 12%인 560만명이나 되는 나라에서 국민의 이동반경과 활동을 제약하는 법은 아무래도 뒤떨어진 느낌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김우중 ‘판도라 상자’ 열리나] 서울행 기내서 “설렁탕 먹고싶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를 떠나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아시아나항공 734편) 안에서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오랜 해외 도피생활로 ‘고국 음식’이 그리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김 전 회장은 5년여 만의 고국땅에서의 첫 끼니를 북어국으로 대신해야 했다. 검찰이 아침식사로 북어국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안에서는 김 전 회장을 인터뷰하려는 취재진들로 한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과 동승한 소의영(아주대병원 의과대 교수) 주치의는 “김 전 회장이 비행기 안에서 거의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고 전했다.“미안하다.” “피곤하다.”라는 말만 언론에 되풀이하며 내내 착잡한 표정이었다는 전언이다.종종 자필로 쓴 대국민 사과문(국민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읊조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사과문 발표를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인천공항에서 이 글을 직접 읽지는 못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국내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여론 자극이나 동정론 확산을 경계하려는 검찰의 의지로 분석된다. 김 전 회장이 귀국하면서 프랑스 여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이달초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KIM WOO CHOONG’이라는 한국 국적 시절의 영문이름 그대로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의제(擬制)한국 국민’으로 입국했다. 법적으로는 김 전 회장이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어 내국인이 아니지만 외교당국이 한국민으로 간주하는 증명서를 발급해준 것. 프랑스인으로 손쉽게 출입국 절차를 밟을 수도 있었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해 번거로운 절차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예나 이제나 박람회엔 복권

    예나 이제나 박람회엔 복권

    안내 : 김화진(金和鎭) 옹 특등, 천원짜리 자동차 한대 1915년 공진회(共進會) 120만 인파 제1차 한국무역박람회가 서울 영등포구 구로동에서 열리고 있다.「내일을 위한 번영의 광장」이라는「캐치·프레이즈」그대로 믿음직한 구경거리로 날이 날마다 사람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한데 이번 무역박람회를 계기로 궁금증이 하나 더 늘었다. 우리 나라에는 언제부터 박람회가 있었으며, 그 옛날 박람회의 풍경은 어떠했나 하는 것이 그것이다. 옛날의 박람회는「가관(可觀)」투성이었고 일정 때였으므로 말 못할 울분도 많았다. 사실 우리에게는 우리 손으로 마련한 박람회가 없었다. 1906년의「기차박람회」, 이듬해의「경성박람회」, 1915년의「물산공진회」, 29년의「조선박람회」등이 다 일정이 그들의 식민지정책을 선전하기 위한 선전장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공진회」때,「공진회는 무엇인가, 시정 5년 기념일세. 천황폐하 덕택으로…」운운하는 노래를 주입시켜 가르친 것으로 보아도 당시의 사정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먼저 1906년「기차박람회」의 그 기차를 김화진옹(74)과 함께 타 보자. 이동시장 - 물건이 싸대요 박람회기차는 전국 35구(區) 돌고 돌아… 『물건이 싸대요. 광목을 좀 사야겠어』 마을에 기차가 들어오자 아낙네들의 입에서는『물건이 싸대요』가 사방에서 튀어나왔고,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다. 아낙네들, 남정네들은 앞을 다투어 기차로 덤벼들었고, 광목, 옥양목, 비단 등의 옷감을 사들였다. 아마 2할쯤 싸게 살 수 있었던 듯. 그러나 기차 안에 진열해 놓은 물품은 별로 볼 것이 없었다. 대한매일신보 광무(光武) 10년(1906년) 11월 8일자 기사에 의하면「기차박람회」는 상품을 진열한 기차가 각 지방을 순회한 이동식 박람회. 낡은 상품진열차 3대와 화차 1대를 3천 5백원에 구입, 내부를 개조해서 진열장을 만들었다. 전국 35구(區)에서 출품했는데 1구 진열청원금은 1백원, 열차에서 먹는 식비는 각 출품인이 스스로 부담했다. 이「박람기차」가 순회한 곳은 남대문, 영등포, 수원, 대구, 김천, 부산, 마산, 인천, 대전, 평양, 신의주, 정주, 선천, 황주 등. 이해 8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전국을 돌았다. 이 기차는 이동시장의 역할도 겸한 셈이어서 각 지방에서는 다른 지방의 특산물들을 앉아서 살 수 있었다. 「덕맥(德麥)」과 고치안주로 진탕 일녀(日女)의 교태 - 경성박람회 다음이 1907년의「경성(京城)박람회」. 지금의 내무부 자리에서 열렸던 듯하다. 당시 통감부의 일방적인 계획으로 열린 것인 만큼 일본 물건 전시장. 요정이 있었고. 기생들이 술을 따르는 등 애교와 수작으로 손님을 끌었다. 술은「덕맥(德麥)」(독일맥주)과 일본 약주(정종), 그리고 안주는 고치안주. 13세 소년 김화진은 국수와 떡을 얻어 먹었고, 초밥을 보고는 주먹밥이라고 불렀다. 일본 기생들은 삼미선(三味線:사미센)을 뜯으며 관객을 유인했고, 여자 관객을 위해「부인의 날」을 따로 두어 부녀자만 입장케 했다. 남녀유별, 여인들은 쓰개치마와 장옷을 쓰고 입장했는데 그런 식으로나마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관용과 개화였을 터. 진열품은 여자 화장품, 그릇, 견직물, 완기 등 7만 6천여 점에 달했고 관람자 수는 20만 8천여 명. 한 집에 한 사람 강제징발(徵發) 「공진회 보따리」는 명월관행 1915년「물산공진회(物産共進會)」. 물론 일본의 시정(施政)선전장이었으므로, 시골 사람들을 강제로 징발, 한 집에 한 사람씩 서울로 와야 했다. 기차값도 할인해 주고, 서울에 여관을 정해 주고, 개인 집도 임시 여관으로 쓰게 했다. 군수나 면장의 인솔로 서울에 온 시골 사람들은 한결같이 보따리들을 들고 있었는데, 이것이 유명한「공진회 보따리」라는 것. 새까만 보따리에서 갖가지 역겨운 냄새가 났는데, 그 뒤 무슨 나쁜 냄새를 풍기는 물건이 있으면『공진회 보따리냐?』빈정거렸다. 「공진회」는 경복궁에서 열렸는데, 당시 총독부에서「공진회」장소로 사용한다고 경복궁을 몰수했다. 진열품도 질이 나쁜 것과 좋은 것을 나란히 놓고, 나쁜 것은 조선 것, 좋은 것은 일제의 시정(施政) 때문에 잘 된 것이라고 선전했다. 경복궁 안에는 야외극장, 요정, 대중식당 등이 갖춰져 있었고 야외극장에서는「서커스」, 노래, 춤 등으로 관객의 흥을 돋우었다. 요정이라는 것은 서울의 유명한 요정들의 임시 출장소. 명월관(明月館) 출장소, 장춘관 출장소, 혜천관(惠泉館) 출장소 등이 나와 있었다. 대중식당에서는 장국밥, 설렁탕, 추탕 등을 팔았고 식권도 나누어 주었다. 농산물, 견직물, 농기구, 원서, 고서 등이 진열되었고 농악대가 장내를 돌아다니며 꽹과리와 피리를 불어댔다. 관람자수 1백 16만 4천여, 출품인원 1만 8천 9백여 명. 변사(辯士)의 신명에 넋 잃고 경복궁의 호화판 조선박람회 1929년의「조선박람회」. 가장 크고 호화로운 박람회였다는 이 박람회는 장소가 좁다는 이유로 경복궁의 작은 건물들을 헐어버리고 진열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복권을 팔아서 관객을 모았다. 특등이 자동차(「호로)형 자동차) 그리고 광목, 소, 유성기, 사진기, 과자,「아사히」(朝日)담배 등의 상품이 구미를 돋우었다. 이만규(李晩珪)라는 사람이 자동차를 탔는데, 그것을 1천원에 팔아서「실컷 두들겨 먹고」집도 한 채 장만했다. 박람회 사무실에서는 신문기자들에게 2천원씩 주었고, 어떤 기자는 그 돈을 기금으로『삼천리』라는 잡지를 내기도 했다고. 장내에는 야외 영화관이 있어서 서양영화(주로 서부활극)를 상영. 무성영화였으므로 서상호(徐相昊), 성동호(成東鎬) 등 일류 변사들이 열을 올리고 있었다.『앞에 가는 자동차는 악당의 자동차, 뒤에 가는 자동차는 순사의 자동차…』또는『그때였다, 바람처럼 나타난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밖에『춘향전』,『심청전』,『배따라기』등,「구식연극」을 했고,「무도장」이라는 데서는 칼을 휘두르며 소리치는 일본 무사춤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농악과 함께 볼만했던 것은 봉산탈춤, 산대놀이 등의 가면무(假面舞). 당시『배따라기』와『항장무(項壯舞)』를 춘 조선 기생 백운선(白雲仙)은 지금도 7순의 나이로 살아있다. 8·15를 4년쯤 앞둔 1941년께에 동대문 밖 제기동 벌판에서 소규모의 박람회를 열기도 했으나, 그때는 소위 대동아전쟁 이후 일본이 피곤했을 때이므로 빈약했다. 그 후 우리 손으로 연 박람회가 1962년 4월부터 6월까지 열린 군사혁명 1주년기념「산업박람회」. 그리고 지금의「무역박람회」에 이른다. <宗> [ 선데이서울 68년 9/29 제1권 제2호 ]
  • [나도 사장님! 소자본 창업] ②먹을거리 문화의 달인이 되어라

    [나도 사장님! 소자본 창업] ②먹을거리 문화의 달인이 되어라

    1억원 미만의 소자본 창업대상 업종으로 쉽게 떠오르는 업종이 외식업이다. 치킨, 피자 등 배달을 위주로 하는 외식업과 전문성을 살린 음식, 분식점, 토스트 등이 대표적. 소자본이라 창업은 쉽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독특하면서도 유행을 고려해야 한다. 성공한 소자본 외식 창업 사례의 특성을 알아본다. ●‘세숫대야 냉면’ ‘삼초삽삼겹살’등 서울 공릉동에서 ‘장비왕냉면·왕온면’을 운영하는 김경덕(42)씨는 지난 3월 이 업종에 뛰어들었다. 세숫대야를 연상시키는 큰 그릇에 냉면을 담는 일명 ‘세숫대야냉면’이 주종. 한 그룻에 4000원 하는 저렴한 가격과 원하는 만큼 사리를 추가해 먹을 있는 푸짐함이 특징이다. 본사에서 소스 및 김치류 등 대부분의 재료를 완제품 상태로 받아온다. 메뉴는 왕냉면(물, 비빔), 왕온면, 만두 4가지. 본사에서는 겨울에 온면과 설렁탕으로 메뉴를 바꿔 제공한다. 창업 비용으로 점포 임대보증금 4000만원, 가맹비와 인테리어비 4500만원 등 총 8500만원이 들었다. 서울 수유동에서 ‘삼초삽삼겹살’(www.3Cho.co.kr)을 운영하는 신현목(49)씨는 기존에 운영하던 감자탕 전문점을 지난해 12월 삼겹살 전문점으로 리모델링해 개업했다. 가마를 이용해 삽 위에 고기를 얹어 초벌구이를 한 뒤 손님 테이블에 삽을 그대로 옮겨 불판 삼아 굽도록 하는 삼겹살 전문점이다. 점포 안에 숯불가마가 있어 일괄적인 초벌구이가 가능하고 삽을 그대로 가져가 쓰기 때문에 이벤트 효과도 있다. 가마 구매에 1500만원을 썼고, 인테리어나 주방설비 등은 그대로 쓴다.80평 2층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것까지 합해 총 3700만원이 들었다. ●차별화에 중점 투자 ‘아로하치킨’(www.arohachicken.co.kr)측은 매장을 두고 치킨을 팔라고 권한다. 치킨의 낮은 마진율을 호프 등 술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층, 가족단위 고객이 주요 타깃이므로 동네상권에 입점하는 게 좋다. 프라이드치킨은 5500원, 숯불바비큐치킨은 6500원.20평 점포 기준 총 4000여만원이 든다. 기존 호프집을 치킨호프 전문점으로 리모델링한다면 인테리어 비용 1000만∼1500만원이 든다. 분식점도 차별화돼야 한다. 김밥, 떡볶이, 순대 등 일반적인 메뉴에서 탈피해 고급화를 하거나 아예 특정 메뉴에만 집중해 전문화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각양각색 재료를 넣은 라볶이 전문점이나 가격을 대폭 내리는 가격파괴 전략, 분식은 물론 경양식, 간단한 후식까지 취급하면서 다양한 메뉴를 갖춘 복합 매장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토스트도 노점상 토스트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 프랜차이즈 형태의 신감각 토스트 전문점들이 대거 등장했다. 포장 판매 위주여서 4∼5평 내외의 소점포에서도 영업이 되며,A급 상권이 아니라면 점포 임대료를 포함해 5000만원 이하로 창업이 가능하다. ●성공 포인트 성공한 소자본 외식 창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매장은 10∼20평 정도로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고객이 특정 음식점을 찾는 데에는 매장 규모보다 음식 맛과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입지도 A급이 아닌 만큼 맛과 경영 역량을 충실하게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점포가 작다고 해서 주먹구구식 운영을 생각해서는 금물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소점포에서 하는 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려면 사업주가 부지런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면서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사업주가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매일매일 영업상태를 점검하고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설렁탕 한 끼도 내 밥값은 내가”

    지난 6일 오전 9시20분쯤 경기 성남의 ‘D설렁탕’. 지역 상인들과 설렁탕을 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식당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문앞에 있던 사무처 당직자가 ‘당당하게’ 말했다.“자, 십시일반(十匙一飯)입니다.” 그러자 5선(選)의 김덕규 국회부의장부터 이미경 상임중앙위원까지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이렇게 모인 ‘배춧잎’으로 한 그릇에 6000원 하는 설렁탕 값을 치렀다. 서영교 부대변인은 9일 “당의 모든 행사는 선수(選數)와 연배에 관계없이 참석자가 조금씩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눈먼 돈·스폰서 1년전부터 실종” 여의도 정가에도 “내 밥값은 내가 낸다.”는 ‘더치 페이’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예전처럼 ‘당’이 나서서,‘선배’가 미풍양속을 잇느라, 혹은 ‘스폰서’가 알아서 밥값을 내는 일이 줄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선거법이 워낙 엄격한 데다 ‘눈먼 돈’도 사라졌고,17대에 대거 들어온 초선 의원들이 “옛날 문화는 싫다.”며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은 “전에는 ‘선배 의원님’들이 많이 냈다지만, 요즘엔 정치자금법도 엄격하고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여유가 없다.”면서 “지난 1년 동안 ‘스폰서’가 밥을 샀다는 얘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도 “얼마전 초선들끼리 골프를 칠 일이 있었는데, 나이 지긋하고,‘돈’ 많은 ‘형님’이 낸다기에 다들 말렸다.”면서 “모두 10만원씩만 보태면 그만인데, 누군가 혼자 백만원 이상을 뒤집어쓰면 서로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회비 거둬 김밥·샌드위치로 점심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의 한나라당 초선 모임인 ‘초지일관’은 애초부터 더치 페이를 실천하고 있다. 요즘에도 회원 23명이 한 달에 3만원씩 회비를 낸다. 이 돈으로 첫째·셋째 목요일 점심에 샌드위치나 김밥을 먹으며 난상토론을 벌인다. 공동 대표를 맡은 안명옥 의원은 “처음에는 정확하게 N분의1로 부담하려고 했는데, 계산이 너무 복잡해 3만원 회비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그 자리에서 정확한 액수로 돈을 거두어 내려면 야박해 보이는 측면도 있어, 아예 돌아가면서 한번씩 ‘쏘는’ 문화가 더 자연스럽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에는 바로 이런 뜻을 살린 ‘돌밥회’라는 모임도 있다.‘돌아가면서 밥을 산다.’는 의미다. 남경필·임태희·원희룡·정병국 의원 등 6명이 회원이다. ●“후배의원들이 못 쏘게해 기분좋았다” 기존의 ‘의사당 문화’대로라면 밥도 사고, 골프값도 내야 할 ‘중진급’ 초선인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격세지감이다. 세월이 변했다.”며 꽤나 좋아하는 눈치다. 그는 “후배들과 필드에 나갔다가 먼저 지갑을 열었더니 다들 심하게 만류하더라.”면서 “그 뒤로는 알아서 각자 돈을 내는데, 기분은 썩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며 껄껄 웃었다. 문소영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朴대표 “대선 3敗는 없다”

    朴대표 “대선 3敗는 없다”

    “대권 3패(敗)는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권 4수(修) 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를 따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3일 점심 때 기자들과 설렁탕을 먹으면서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번실패 국민이 용서치 않을것” 박 대표의 언급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번 재·보선에서 ‘박풍(朴風)’을 또다시 일으켜 여당에 전패(全敗)를 안겨준 만족스러움도 엿보였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재·보선에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보여준 기대에 부응해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번 실패했는데, 세번째 실패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하나하나 지켜가면 이번 선거 분위기가 2007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상생정치와 장외투쟁 자제 등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당이 많이 변해왔다.”면서 “이런 노력에 대해 국민이 서서히 인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평했다. ●“공천에 지도부 참여토록 할 것” 이번 선거에서 느낀 점을 묻자 “유세 과정에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 정부에 철학과 소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때 유권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소개했다. 공천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지도부는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지도부가 공천에 참여하는 쪽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9일부터 당선사례 투어 나서 오찬장에는 이례적으로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박 대표의 굳어진 위상을 반영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 김무성 사무총장, 유승민 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과 박성범·곽성문 의원 등이 자리했다. 정희수 국회의원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4명도 함께했다. 박 대표는 9일부터 사흘간 ‘당선사례 투어’에 나선다. 불모지대로 여겼던 충남 아산과 ‘수성(守城)’을 이뤄낸 경북 영천 등 당선 지역 5곳은 물론 유일하게 패배한 충남 공주·연기에도 내려간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웰빙 가족나들이 이천으로…

    웰빙 가족나들이 이천으로…

    가족 나들이에도 ‘웰빙’ 열풍이 거세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피로도 풀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곳이 각광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23일부터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경기 이천은 최적의 웰빙 가족 여행지. 지구촌 도자기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맛있기로 유명한 이천 쌀밥을 맛보고, 온천으로 쌓인 피로도 풀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 농촌마을인 부래미마을과 노란색 산수유가 핀 산수유 마을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이천 나들이의 장점은 할인행사가 풍성해 4인 가족이 6~7만원 정도의 여행 경비로 하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남도지방으로의 나들이가 버거운 수도권 주민들에게 이천은 알짜배기 당일 나들이 코스. 초등학생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웰빙 여행 ‘바겐 세일’중인 이천으로 부담없이 떠나도 좋다.23일 시작되는 세계도자비엔날레를 미리 다녀왔다. 이천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9:00 도자기 비엔날레 세계 67개국 도예가 3000명이 참가하는 도자기의 제전 ‘2005 제 3회 세계 도자비엔날레’ 행사장인 이천 세계도자센터(031-631-6507)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오전 7시 서울을 출발, 경부·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이천 IC를 빠져나와 도로변에 설치된 안내표지판을 따라 가자 쉽게 행사장인 설봉공원에 도착했다. 정문에 들어서자 꽃으로 장식된 축제 마스코트 토야(TOYA)가 반갑게 맞이했다. 흙(地)을 ‘토(土)와 야(也)’로 풀어 쓴 것으로 ‘지상의 모든 생물은 전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깊은 뜻을 가진 마스코트다. 행사 규모에 비해 입장료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이천 세계도자센터를 비롯해 여주세계생활도자관, 광주 조선관요박물관 등 3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는 당일권이 어른 8000원, 초등학생 4000원.22일까지 미리 예매(www.wocef.com)하면 20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부모와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포함해 1만 6000원이면 된다. 2년마다 가을에 열리던 행사를 올해부터는 봄으로 바꿔 한층 화사해진 것이 특징이다.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이 핀 언덕길을 오르자 전시관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전시장 1층에 있는 안토니 곰리(영국)의 작품 ‘아시아의 땅’.1만 9000여개의 얼굴모양을 한 10여㎝의 작은 도자기가 50여평의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중국 상하이에서 학생과 주민들이 만든 30만개의 도자기중 일부를 가져왔으며, 같은 모양의 얼굴은 하나도 없다.”는 게 세계도자기엑스포 남기명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이어 이천 국제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인 필립 바스(스위스)의 얼굴모양 용기 등 작품을 비롯해 도자기로 만든 자동차, 침대, 한복 등 다양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센터 옆에 있는 ‘도자만권당’(631-6649)은 국내 유일의 도자기 도서관. 중국과 일본, 영국,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주요 도자전문자료와 관련잡지, 학위논문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봄소풍을 나온 이천 설봉어린이집 아이들은 신기한 듯 토야를 이리저리 만지며 즐거워했다.“꽃으로 만든 토야가 너무 예쁘다.”며 수줍은 듯 말하는 양유빈(5) 어린이가 봄꽃만큼이나 귀엽다. 한편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 바로 옆에 있는 광주 조선관요박물관(797-0614)에서는 미국 보스턴 미술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과 함께 우리나라 국보와 중국 1급 문화재, 일본 중요문화재 등 전세계에서 모인 국보급 청자 200여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로 나오면 만나는 여주세계생활도자관(884-8715)에서는 세계의 작가 20여명이 출품한 서재와 주방, 침실과 욕실, 휴게 공간 등 도자기를 실생활에 접목시킨 작품을 볼 수 있다. 모두 이천에서 3번 국도를 따라가면 각각 10∼2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도자기 엑스포 www.wocef.com, 631-6509. 12:00 이천쌀밥 점심 오전 내내 도자기를 꼼꼼하게 감상하느라 허기진 배를 달래는데는 이천 쌀밥이 최고. 예로부터 이천 쌀은 맛있기로 유명해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던 진상미다. 쌀밥집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은 모두 가마솥에 고슬고슬 지어낸 쌀밥에 된장 뚝배기와 간장 게장 등 30여가지 반찬을 함께 내놓는다. 3번 국도변에 쌀밥집이 많은데 옛날쌀밥집(633-3010)과 고미정(634-4811), 임금님쌀밥집(632-3646) 등 20여곳이 관광 식당으로 지정돼 있다. 가격은 9000∼1만원. 미란다호텔 앞 도가니 설렁탕 전문점 푸주옥(635-7892)의 24시간 우려낸 국물로 만든 도가니탕이 일품이다.1인분에 9000원. 광주에서는 소머리 국밥과 도공들이 붕어찜, 여주에서는 남한강에서 갓 잡아올린 민물생선 매운탕과 천서리 막국수가 유명하다. 13:00 웰빙식기 골라봐 이천 시내 곳곳에서는 웰빙 열풍을 타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다양한 도자식기를 구입할 수 있다. 요장에 들러 구입할 수도 있지만 3번 국도변 신둔면과 사음동 일대에는 10㎞ 거리에 걸쳐 300여개의 도자기 전시·판매장이 모여 있다. 전국의 도예 명장들이 몰려 있어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생각만큼 비싸지 않다.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도예 명장인 세창도예(632-7711)의 김세용선생 등의 작품을 제외하면 몇천원짜리 생활 자기도 많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도자기 쌀항아리의 경우 2만∼10만원이면 2말에서 반가마까지 들어가는 것을 구입할 수 있다. 밥그릇과 접시, 컵 등은 누가 만든 것이냐에 따라 수천원에서 수십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지천도요(633-7668) 지창운 대표는 “청자와 백자, 분청 등 예술작품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쓰이는 찻잔, 머그잔, 액세서리 등 소품 등을 상설 전시·판매하고 있다.”면서 “생활자기의 경우에는 일반 백화점 가격에 비해 50%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입시 주의할 점은 도자기는 낮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밤에는 도자기의 흠집이나 색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5:00 노란 산수유 마을 도자기를 감상하면서 피로해진 눈을 다스리는데는 노란 산수유가 제격. 설봉공원에서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산수유 마을을 산책하면 좋다. 노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산수유 마을은 백사면 도립리와 경사리, 송말리 등 5만여평.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산수유 군락지다. 조선 중종 14년 기묘사화때 낙향한 선비들이 이 곳에 은거하면서 처음 산수유를 심었다고 전해진다.100년 이상된 고목들이 많아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에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비롯해 화가,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담한 마을 입구에 있는 도립리 ‘육괴정’은 기묘사화를 피해 낙향한 여섯 선비의 우의를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다. 산책로 곳곳에서 판매하는 산수유 차와 산수유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 산수유는 자양강장과 피로회복, 식용증진, 변비, 해열 등 다양한 질병에 좋은 열매. 차 한잔에 1000원, 막걸리는 3000원. 산수유 열매를 봉지에 담아 판다. 한봉지에 3000∼5000원. 지난해까지만 해도 1만∼2만원에 팔던 것이 중국산 수입으로 가격이 크게 내렸다. 마을 인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 이천백송과 반룡송 등이 인상적이다. 반룡송(천연기념물 381호)은 하늘로 오르기 전에 땅에 서리고 있는 용의 모습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농촌체험마을인 부래미마을(www.buraemi.invil.org)에 가면 좋다.3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마을주위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과 입구의 동그란 저수지가 아늑하고 포근함을 더해주고 있다.‘부래미(富來美)’라는 마을명은 정신적으로 부유하고 문화적으로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는 품격 높은 부자마을이라는 뜻이다. 계절별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있는데 봄에는 나물캐기, 도자기 시연, 염색, 떡메를 쳐서 인절미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료는 식사를 포함해 1만 7000∼1만 8000원(643-0817). 18:00 마무리는 온천 온천은 나들이의 단골 코스. 도자기비엔날레 기간 중 40%의 파격적인 할인행사가 펼쳐진다. 600여년 전인 조선시대부터 뜨거운 물이 올라와 ‘온천배미’라고 불려왔던 곳에 온천시설이 들어섰다. 한 농부가 사철 솟아나는 더운 샘물에 세수를 하였더니 눈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온다. 미란다호텔 스파플러스(633-2001)가 유명한데 실내·외 온천탕과 레저탕 등 30여가지 기능성 온천탕을 갖췄다.5000여명이 동시에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초대형 온천 테마파크로 요금은 주중 성인 1만원에서 6000원, 어린이는 7000원에서 4200원이며, 주말에는 성인 1만 2000원에서 7200원, 어린이 9000원에서 5400원으로 할인됐다. 귀가는 온천에서 피로를 푼 뒤 러시아워를 피해 9시 이후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올라오는 것이 좋다.
  • 서울 자치구 제례의식 잇따라 거행…전통문화 계승 열기

    서울 자치구 제례의식 잇따라 거행…전통문화 계승 열기

    서울 도심에서 한 해의 풍요와 안녕을 비는 전통 제례의식이 잇달아 열린다. 새 봄이면 왕과 왕비까지 나서 자연 앞에 겸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던 우리 조상들의 뜻을 오늘날 되새겨보는 뜻깊은 행사다.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20일 사적 제436호로 지정된 제기2동 ‘선농단’에서 ‘선농제향(先農祭享)을 올린다. 선농제향이란 조선시대 역대 국왕이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입춘 뒤 첫 해일(亥日)이 되면 선농단에서 농업신으로 모시던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지내던 제례를 말한다. 이때 왕은 제사를 지내면서 쟁기를 들고 밭을 가는 친경(親耕)을 몸소 실행했다. 제례가 끝난 뒤 왕은 행사에 참여한 백성들에게 소를 잡아 국밥과 술을 내렸는데, 그 국밥은 선농단에서 내린 것이라 하여 ‘선농탕(先農湯)’이라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 설렁탕의 유래가 됐다. ●동대문·성북구등 풍요·안녕 기원 선농재향과 친경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중단됐다가 1979년부터 제기동 마을주민들이 조직한 ‘선농단 친목회’를 통해 매년 곡우(穀雨)날 다시 열리게 됐다.1992년부터는 동대문구를 중심으로 농림부와 동대문 문화원, 선농제향 보존위원회가 공동주관하는 국가행사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본행사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동대문구청에서 선농단까지 약 1.3㎞구간에서 학생과 주민 300여명이 함께 참여하는 어가행렬이 재연된다. 경찰악대와 의장대, 기마대 등이 어가행렬의 앞뒤를 호위한다.11시 본행사인 선농제향 봉행이 끝나면 커다란 가마솥에 설렁탕을 끓여 참여한 구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백일장 등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홍 구청장은 “조선시대 임금이 직접 봉행했던 선농제향은 동대문구만의 지역행사가 아니라 전국의 풍년과 안녕을 비는 국가적 행사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구청장 서찬교)는 다음달 6일 사적 제83호로 지정된 성북동 선잠단지에서 ‘선잠제례(先蠶祭禮)’를 개최한다. 선잠제례란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하여 고려 시대부터 국가적인 행사로 매년 봄 길한 뱀날(巳日)에 잠신(蠶神)인 서릉씨(西陵氏) 신위를 모시고 지낸 제례를 뜻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날 왕비가 직접 누에치기에 나서는 침잠례(親蠶禮)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농제향·선잠제례등 다양 이 행사 역시 대한제국 말기인 1908년부터 중단됐다 지난 1993년부터 구청 주관 아래 다시 열리게 됐다.2003년부터는 구청 대신 주민들이 참여하는 ‘선잠제 보존위원회’를 통해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는 추계예술대 학생들의 제례악 연주와 함께 봉행하게 되며 ▲신을 맞아들이는 의식인 ‘영신례’ ▲신위에게 예물을 올리는 의식인 ‘전폐례’ ▲신위에게 첫 잔을 올리는 의식인 ‘초헌례’ ▲신위에게 둘째 잔을 올리는 의식인 ‘아헌례’ ▲신위에게 셋째 잔을 올리는 의식인 ‘종헌례’ ▲제주가 복을 받아 작을 올리는 의식인 ‘음복례’ ▲축문을 태우는 의식인 ‘망료례’의 순서로 진행된다. 서 구청장은 “왕이 친경을 하고 왕비가 친잠례를 하면서 신하와 백성 앞에 나서 솔선수범하던 정신과 몸가짐을 오늘날 이어받을 수 있는 소중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여의도의 맛집들

    [뒷골목 맛세상] 여의도의 맛집들

    누가 뭐라고 해도 여의도는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국회가 있고, 증권가가 있으며 게다가 방송 3사가 한꺼번에 몰려있다. 이런 식이라면 권력과 금력을 비롯한 무소불위의 강력한 힘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셈이다. 아니, 또 있다. 단일교회로는 그 크기나 신도의 숫자에 있어서 세계에서 으뜸으로 꼽힌다는 순복음 중앙교회가 있으며, 가장 높은 63빌딩이 있다.1970년대만 해도 고작 군용비행장이 그 쓰임새의 전부였던 넓고 황량한 모래벌판이 30년이 조금 넘는 기간에 나라의 중심을 차지하는 땅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권력이며 금력이 모여 있는 여의도에 자연스럽게 맛집들 또한 넘쳐나지 않을 수 없다. 얼핏 보면, 하늘이 낮다고 치솟은 금융가의 빌딩들, 고급아파트단지 일색의 살벌한 풍경 속에 어디 한 구석 사람냄새라고는 맡을 수가 없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빌딩 사이사이의 내면 도로 안에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맛집들이 넉넉하게 숨어 있다. 사람냄새가 풍기는 맛집에 어찌 도타운 정이 없으랴. 그리하여 샐러리맨들을 위시한 여의도 주민들은 마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을 찾아 모여드는 불나방이처럼 기꺼이 정이 도타운 맛집들을 찾아서 모여든다. ●살벌한 풍경속 도타운 인심 자랑 여의도 백화점 앞 백상빌딩 1층에 율도(02-784-8877)라는 일식집이 있다. 실내 디자인이며 객실 분위기는 얼핏 보기에 여느 일식집과 다를 바 없는 그저 평범한 일식집일 뿐이다. 그러나 주인 내외를 만나는 순간 율도의 인상은 전혀 달라진다. 안주인 마정수씨도 그렇지만 특히 바깥주인 이춘형씨를 만나는 순간, 대뜸 끌려드는 끈끈한 정을 어쩔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순박하고 착한 표정이며 충청도 사투리의 어눌한 말투가 사람으로 하여금 보자마자 전혀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이는 타고난 천성이 사람을 좋아하여 누구와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다정다감한 이다. 그리하여 그이는 손님과 인사만 나누었다 하면 열이면 열 그 자리에 합석하여 함께 즐기는 이다. 율도를 처음 찾는 이라도 그곳에서 주인 되는 이춘형씨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다. 그저 그이를 자리에 불러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술을 한잔 건네면 된다. 만일 어느 정도 드나들어서 서로 얼굴을 아는 이라면, 주인 되는 이가 먼저 술병을 들고 손님을 찾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리하여 술이 몇 순배 돌면, 그이가 먼저 종업원을 부른다. “꽃게 간장이 잘 익었던데, 그것 좀 가져와요. 생태깍두기도 잊지 말고.” 그러면 이번에는 종업원 대신에 안주인 마정수씨가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꽃게장이 담긴 접시를 들고 나타난다. 그러고는 그이 또한 싱글벙글 웃으며 기꺼이 손님이 건네주는 술잔을 받는다. 그리고 안주인이 다시 한번 종업원을 부른다. “아무래도 회가 부족한 것 같은데, 도미나 방어뱃살로 한 접시 더 가져와요.” 일찍이 1970년대 우리나라 일식업계의 대부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북창동의 미조리에서 갓 스물의 젊은 나이로 소위 ‘칼질’을 처음 배워서 ‘이다바’가 되었다가 마침내 여의도의 일식집 주인까지 오른 이춘형씨는 술이 취하면 농담 한 마디를 빼놓지 않는다. “지가유, 충청도 유구 촌놈으로 마침내 여의도까지 입성했구먼유, 저그 저 지하도를 못 건너가서 그렇지유.” 이춘형씨가 가리키는 지하도 저편에는 물론 국회가 있다. 그런데 그이가 국회를 들먹이는 데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암울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율도를 드나들며 거의 공짜로 먹고 마시던 소위 운동권 인사이자 한편 백수건달인 많은 이들이 1990년대가 되자 너나없이 국회의원이 되어 지하도를 건너간 것이었다. 이해찬, 임채정, 김근태, 김부겸, 이길재, 유인태, 원혜영, 유시민, 배기선, 설훈 등등. 그런가 하면 시인 신경림을 위시해서 소설가 현기영, 극작가 안종관 등의 문인들이나 동아투위 출신의 기자로 연합통신 사장을 지낸 김종철이며 출판사 사장 김학민도 모두 그이가 ‘거둬 먹인’ 이들이었다. 횟집 주인 이춘형씨가 뜬금없이 운동권인사들과 어울리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이의 외삼촌 되는 성래운 교수 때문이었다. 몇 해 전에 벌써 고인이 되었지만,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던 성래운 교수가 하루아침에 해직교수가 되어 감옥까지 가게 된 것은 박정희 시절에 전남대학교의 송기숙교수 등과 어울려 발표한 ‘우리의 교육지표’ 때문이었다. 이른바 이 땅의 민주화교육을 위한 지침으로 여겨지는 이 ‘우리의 교육지표’ 때문에, 성래운 교수는 참으로 오랫동안 일자리를 잃고 교단이 아닌 운동권 인사들과 어울렸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의 술자리로 자연스럽게 조카 이춘형씨의 율도를 제공한 것이었다. ●‘거둬 먹인’ 인사들 이젠 정·관계 주역 운동권 시절 성래운 교수는 교육학 전공 교수보다는 낭송시인으로 더 유명했는데, 그이는 무려 100여편에 이르는 시들을 모두 암송하여 민주화 운동의 무슨 행사에서는 물론, 뒤풀이 자리에서도 낭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꺼이 낭송을 하고는 했다. 그이의 시낭송은 거기에서도 끝나지 않고, 조카 이춘형씨의 결혼식 주례를 맡고서도 주례사 한 마디 없이 양성우 시인의 ‘겨울공화국’을 낭송하는 것으로 끝마쳐 신혼의 부부는 물론 하객들을 아연 긴장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서슬 푸른 유신시절 양성우 시인은 바로 ‘겨울공화국’이란 시 때문에 감옥에 가있고, 시인 고은과 조태일마저도 다름 아닌, 겨울공화국을 시집으로 펴냈다는 이유 때문에 역시 감옥살이를 하는 중이었다.‘…총과 칼로 사납게 욱박지르고/논과 밭에 자라나는 우리들의 뜻을/군화발로 지근지근 짓밟아대고/밟아대며 조상들을 비웃어대는/지금은 겨울인가/한밤중인가/논과 밭이 얼어붙는 겨울 한때를/여보게 우리들은 우리들은/무엇으로 달래야 하는가….’ 결혼식에서 주례가 잘 살으라는 주례사는 하지 않고 불온한 시나 낭송해대니 앳된 신혼부부는 얼마나 무서웠으랴. 율도의 자랑은 점심 때 나오는 율도정식이다.1인분 3만 5000원의 율도정식에는 모듬생선회에다가 제주갈치탕이라는 다른 집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탕에 제주갈치구이, 초밥, 새우튀김, 메로구이 등이 뒤따른다. 제주갈치탕은 이춘형씨가 제주도의 갈치국에 전라도의 갈치조림을 충청도식의 탕으로 변형시켜낸 것인데, 무, 감자, 시래기, 토란대, 호박에 청양고추며 파, 마늘을 넣어 끓여낸 갈치탕은 갈치국의 시원한 맛과 갈치조림의 진하고 고소한 맛을 함께 살려낸 셈이다. 또 하나 자랑은 도시락인데, 소위 1997년 IMF초기의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시절에 임창렬 부총리와 함께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점심이며 저녁까지 도시락으로 때울 때, 바로 하루에 100여개 이상씩 공급했던 일화가 있는 도시락이다. 이밖에도 점심메뉴로는 장어구이, 도미머리구이, 장어덮밥, 회덮밥, 전복죽, 은대구탕 등이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율도의 으뜸은 단연 회 뜨는 솜씨에 있다. 이춘형씨의 칼잡이로서의 30년을 훌쩍 뛰어넘는 경력 끝에 나오는 회는 다른 집보다 두터우면서 길고 가는 회뜨기가 자랑인데, 회뜨기 자체만으로도 입안 가득히 감겨드는 맛은 일품이다. 저녁에 나오는 특생선회는 1인분에 7만원인데, 방어뱃살, 도미뱃살, 도미, 농어뱃살, 광어, 광어뱃살, 전복 등이 오르고, 곁들여 나오는 안주에는 키조개, 뿔소라, 개불, 문어, 고둥, 곰피, 붉은 새우에 비단멍게, 홍삼, 홍어내장, 산마 등이 따른다. 원효대교를 건너 여의도를 접어들어 직진하면 KBS별관과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나오는데, 그 직전의 네거리를 넘어서는 왼편 가각 우정빌딩 1층에 서글렁탕집(02-780-8858)이 있다. 지금부터 30년 전 여의도의 절반 정도가 개발이 되지 못하고 아직은 황량한 벌판으로 남아있을 때, 일찍 자리를 잡은 서글렁탕집은 여의도에서는 그야말로 터줏대감 같은 맛집일 터이다. 처음에 설렁탕집을 했는데, 설렁탕과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주인이 서글서글 인상이 좋다는 손님들의 한 마디에 힌트를 얻어 서글렁탕집으로 했다는 이 맛집은 뜻밖에도 삼겹살 양념구이로 유명한 집이다. ●공짜로 먹기엔 미안한 선지해장국 모르기는 해도 삼겹살을 양념간장에 발라 숯불에 석쇠를 올려 구워먹는 식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일 것이라는 주인의 단언이 그대로 수긍 가는 집이기도 하다. 원래 삼겹살을 간장에 발라 숯불에 구워먹는 식은 청주와 충주 일대에 옛날부터 전해오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맛을 본 주인이 서글렁탕집만의 양념간장을 개발한 것이다. 삼겹살에 바르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양념간장은 손님들 사이에서는 양념소스로 더 알려졌다. 계피, 흑설탕, 초콜릿, 마늘, 파 등의 양념에 간장을 부어 만드는데, 바로 이 간장에 서글렁탕집만의 숨겨진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서글렁탕집의 주인은 모두 4명이다. 형 홍정원, 동생 홍동원 형제에다가 형의 부인 손승인, 동생의 부인 장덕순 이렇게 4명이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이좋게 홀이며 주방을 맡아 식구끼리 운영하고 있다. 아니, 또 있다. 형의 아들 홍주성이 대학을 휴학하고 홀에서 서빙을 하며 서글렁탕집의 비법을 전수받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런 가족끼리의 운영이 서글렁탕집의 도타운 정과 함께 1인분 7000원짜리 삼겹살 치고는 양이며 질이 넘쳐난다 싶게 풍성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런 풍성함이 옛날 TBC시절부터 직원들의 입소문을 타고 번져 서글렁탕집을 일약 유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서글렁탕집에서는 삼겹살을 시키면 상추며 깻잎 같은 야채와 파무침에 곁들여 선지해장국 한 그릇이 공짜로 나오는데, 그 진하고 고소한 국물맛이며 뚝배기에 가득한 선지덩이가 어쩐지 공짜로 먹기에는 미안한 기분이다. 그뿐이랴. 삼겹살을 먹다보면 어느새 대형 콜라 한 병까지 터억, 탁자에 놓이기 마련이다. 이 콜라도 공짜인 것은 물론이다. 서글렁탕집에서는 삼겹살 이외에도 등심이며 염통과 콩팥도 있고,4000원하는 설렁탕과 내장탕, 그리고 3000원하는 선지해장국도 있다. ■김치요리 모두 모인 ‘김치방’ KBS별관을 따라 골목을 돌아들면 오른편으로 두일빌딩이 나오는데, 이 두일빌딩 1층에 김치방(02-780-2489)이 있다. 김치방은 상호 그대로 김치로 만든 요리 일색인 김치 전문집이다. 김치전골, 김치국밥, 김치국수, 김치주먹밥, 김치전, 두부김치, 김치해물전, 그리고 하다못해 묵은 김치에 돼지고기와 홍어를 곁들여 먹는 삼합까지, 얼핏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거의 다 있는 셈이다.2만 4000원짜리 삼합을 빼고는 가격이 저마다 3000원에서 5000원 안팎인데, 그중에 김치국수와 김치국밥은 김치방에서 자랑스럽게 내놓는 메뉴이다. 김치국수는 주인 되는 김진주씨의 시부모님이 함경도 출신인데, 겨울이면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시어머니가 갖은 전과 함께 만들어 내놓는 김치국수를 어깨 너머로 배운 솜씨에다가 본인의 손맛을 가미한 것이다. 먼저 김치를 담글 때 김치통이 절반 못 담기게 양을 조절하여 김치를 담고, 그 위에 돌을 눌러놓은 다음에 맑은 생수를 부어넣는 식이다. 그렇게 김치를 숙성시킨 다음에 보름 정도 냉장으로 보관했다가 국수사리에 김치국물과 김치를 얹어낸다. 그이는 김치국수의 국물 맛을 내기 위하여 처음에는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김치에 사골육수를 붓거나 멸치국물을 부어보고, 새우국물도 부어본 중에 가장 맛깔스러운 것은 뜻밖에도 아무런 가미 없이 생수만 부은 김치였다. 돼지고기를 넣는 김치전골과는 달리 김치국밥은 해물을 위주로 한다. 굴, 홍합, 새우, 오징어를 넣고 멸치국물을 육수로 하여 김치와 콩나물을 넣어 끓여 내는데, 그 담백함이란 얼핏 상상이 안 될 정도이다. 이렇듯 김치국밥이나 김치국수에 3000원짜리 김치주먹밥까지 곁들이면, 주인 되는 이의 넉넉한 품성과 함께 먹는 일의 즐거움이 새삼스러울 터이다.
  • [정치자금법 어떻게] “돈 줄 죄면 편법 활개” “소액·다수 후원으로”

    [정치자금법 어떻게] “돈 줄 죄면 편법 활개” “소액·다수 후원으로”

    ■ 현실맞게 바꾸자 국회의원들의 ‘돈줄’을 눌러 놓은 이른바 ‘오세훈법’에 대한 개정논의가 정치권 물밑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연초부터 본격 공론화될 조짐을 보이다가 요즈음엔 일단 수면하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최근 공개된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평균 1억원 정도 증가하고, 의원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뢰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등의 보도들이 뒤따르면서 국민여론이 악화된 탓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아줬으면 정치개혁협의회 김광웅 위원장은 지난 2일 “정치자금은 눌러 놓으면 편법이 활개치는 등 음성화된다.”며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와 후원금 모금행사를 허용하는 등 너무 구속적인 면은 해결해야 한다.”며 개정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앞서 여당인 열린우리당 소속의 국회 정치개혁특위 이강래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관련 공청회에서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렇게 돈줄을 막아 놓으면 생계형 의원들이 돼서 4년 후에는 신용불량자가 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또 불법 정치자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개정이 필요한 구체적 이유를 제시했다. 개정론자들은 ▲모금방식 ▲모금한도 ▲법인 등 기부대상의 허용 등을 요구하는 ‘전면개정론자’와 후원회 행사만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부분개정론자’로 나뉜다. ●수입·지출 투명성 강화 필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도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을 보장해 정치인들이 불법정치자금의 ‘우회로’를 찾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개정론을 주장하고 있다. 최 의원은 “현행 1년 1억 5000만원을 모금해서는 중진들이 당내 경선으로 인한 지방순회유세 등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서 “쓸 곳이 있는 상황에서 돈줄을 막아 놓으면 그것이 부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모든 정치인을 일괄적으로 1억 5000만원에 묶어 놓아서는 안 되고, 열심히 일한 정치인이 더 많이 걷어서 쓸 수 있도록 한도를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난 뒤로 후원금으로 3000만원을 걷었을 뿐이라는 그는 모자라는 만큼을 자신 소유의 법률회사 월급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요즘 국회의원들이 각종 모임에 가서 밥을 얻어 먹고 다니는데, 만약 그 모임이 로비를 위한 자리였다면 극단적으로 N분의1만큼 뇌물을 받은 것이 된다.”면서 “후원금 한도를 풀어서 의원들이 로비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금 한도 묶고 법인기부 허용을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후원금 한도는 묶어 두되 법인의 기부를 허용”하는 ‘부분개정’을 희망하고 있다. 정 의원은 “후원금 모집을 위한 집회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한도 1억 5000만원도 채우기 힘들다.”면서 “모임을 허용하고 현재 막고 있는 법인의 기부를 개인들의 기부와 마찬가지로 1인 500만원 연간 2000만원으로 한정해서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후원금으로 “6000만원을 모았다.”면서 “현행 한도를 유지해야 정치활동의 ‘거품’이 제거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기홍 의원은 “의원들이 10만원짜리에서 모금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중앙당은 후원회를 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도 후원회 행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부분개정을 요구했다. 지난해 6000만원을 모금한 이인영 의원은 “지난해 한도를 절반도 채우지 못해 올해 한도를 채우는 것이 목표지만, 현재의 모집방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완곡하게 후원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행대로 해보자 “정치인 후원은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욕도 하는 식이죠.”(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 “변화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금단현상이 괴롭다고 아편을 다시 가까이 해서는 안 됩니다.”(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올 초 정치권에서 정치자금법 개정론이 솔솔 흘러나왔지만, 국회의원 재산공개 이후에는 여론이 심상치 않아서인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시행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무슨 개정이냐.’라며 오히려 정자법 취지를 더욱 분명히 하자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 기준 속에서도 소액 다수의 후원을 통해 투명하게 후원금을 집행하는 등 모범적인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후원회 통해 정치참여·관심 유도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지난 2001년부터 ‘천원 후원회’를 시작해 왔다. 매달 꾸준히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이 3000여명에 이른다. 후원금은 한달 평균 300여만원. 후원금 자체보다는 후원회를 통해 참여와 관심, 지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한 결과다. 최 의원측은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과거처럼 지구당 운영에 들어가는 돈이 사실상 없어졌다.”면서 “후원회는 돈을 조달하는 기능과 함께 정치인 활동 감시하고, 자원봉사·정책봉사 등 다양한 참여를 보장하는 쪽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강력한 ‘정자법 개악 반대론자’다. 그는 “금연을 했으면 체질을 바꿔야 담배 생각도 안 나고 건강해지듯이 저비용 고효율 정치구조를 다짐했으면 정치 행태도 바꿔야 한다.”면서 “정치문화를 바꾸는 흐름에 동참할지, 아니면 구태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한다.”고 정자법 개정론을 비판했다. 값비싼 식사와 대형 차량운용 등 활동 관행을 바꾸고, 활동방식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세비·후원금으로 활동비 충당 ‘전북의 GT(김근태)’로 불리며 80∼90년대 전북지역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온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은 ‘청빈 의정 활동’이 소신이다. 최근 국회의원 재산 신고액은 빚만 1100만원.294명 국회의원 중 뒤에서 아홉번째다. 지역구(전주 완산을)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느라 교통비를 포함해 매달 1300만∼1500만원 남짓씩 ‘깨지는’ 것이 예사다. 그래서 어지간한 식사 약속은 대부분 국회 구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세비 600만원도 노모와 딸·아내 등을 위한 가족 생활비 200만원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사무실 운영경비, 정책활동 지원비 등 활동비로 지출했다. 지난해 모집한 후원금이 1억여원이 될 정도로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지역구민의 경·조사에 부조를 할 수 없도록 선거법에 돼 있는 만큼 돈 쓸 데가 없다.”면서 “적게 걷어 적게 쓰는 이대로의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신선한 정치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살림 빠듯하지만 떳떳해서 좋아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공언한 대로 후원회 없이 세비만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강원도 원주)에는 연락사무소만을 둬 운용경비를 최소화했다. 약속은 구내식당 또는 설렁탕 등 간단한 식사로 대신한다. 공청회, 의정보고서 등은 국회의 지원으로 간소화한다. 이 의원측은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장점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살림은 빠듯하지만 시대정신에 맞으니 오히려 떳떳하고 좋다.”면서 정자법 현행 유지론에 힘을 실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시민단체·학계 시각 ‘정치자금법? 당연히 바꿔야지. 더욱 엄격하게.’ 정치권에서 현행 정치자금법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비판적이다 못해 아예 냉소적이다. 엄격하게 적용해도 부족할 판에 흥청망청하던 옛날을 못 잊고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정치권은 자신들의 과거 관행을 반성하고 이를 극복, 변화하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면서 “법을 바꾼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아직 씻기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하 처장은 “입법 활동에 필요한 의정보고서 제작비, 공청회·토론회 개최비 등 비용은 물론 올해부터 입법활동비 3000만원을 추가로 국회에서 이미 지원하고 있고, 선거법·정당법 등이 바뀌어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다.”면서 “정자법 개정 논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정치권의 개정 시도를 차단했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100만원 이상 고액 정치후원자의 신원이 인터넷 공간에서 상시적으로 공개되도록 해 국민들의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쪽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나머지 부분은 손댈 필요가 없다.”고 정자법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연 120만원 이상 기부자의 신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람과 복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반면 일부 학계에서는 지난해 개정한 정자법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현실화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성공회대 정치학과 정해구 교수는 “정자법 덕분에 정치권 부패 청산이 많이 된 것 같다.”면서도 “정치인들이 돈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한다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정치 본래의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정자법 개정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박록삼 김준석기자 youngtan@seoul.co.kr
  • [빌딩 X파일] 신동아화재

    [빌딩 X파일] 신동아화재

    “안전한 사무실을 찾으신다면 단연 보험회사 건물이 최고죠.” 서울프라자호텔 뒤편에 자리잡은 신동아화재빌딩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안전대상’에서 우수시설부문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받았다. 보험회사의 특성을 반영하듯 국제적인 수준의 소방시설과 노약자를 위한 특수안전시설, 빌딩관리 능력 등을 갖춰서다. 이 건물은 은행과 보험사를 겨냥해서 세워진 금융전문 빌딩답게 1∼4층만 운영하는 고객 전용 엘리베이터와 금고 등이 있다. 지난 2001년 모습을 드러낸 이 건물은 부지 973평, 연면적 1만 5128평에 지상 23층, 지하 8층으로 지어진 인텔리전트빌딩이다. 작지 않은 규모지만 도심 빌딩숲에 가려 튀는 외형은 아니다. 다만 서울광장에 맞닿은 서울프라자호텔, 한화빌딩과 함께 한화그룹 소유의 빌딩군을 이뤄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의 장점은 단연 빼어난 조망권이다.23층에서 덕수궁쪽을 향하면 도심속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전경이 들어온다. 서울프라자호텔이 비슷한 높이에 고급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도심에서 조망권만은 뒤처지지 않는 위치다. 지하 2∼8층은 주차장으로 수용대수는 법정대수를 30%나 초과한 484대.1층 로비에는 농협 지점과 커피숍이 들어있다.2층에서 22층까지는 일반 사무실로 신동아화재 외에도 하나로텔레콤, 대한생명, 한국이토추 등이 입주해 있다. 외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은 지하 1층 아케이드와 9층 웨딩홀이다. 아케이드에는 설렁탕집을 비롯해 치과 의원, 양복점, 분식점, 미용실, 편의점, 돈가스집, 퓨전레스토랑 등이 입주해 있다. 음식점들은 깨끗한 분위기에 가격도 비싸지 않아 인근 회사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 때문에 건물 상주인구는 하루 1600명에 불과하지만 건물 유동인구는 하루 2500여명으로 늘어난다. 아케이드는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연결된다. 임대료는 평당 월 7만원으로 명동 은행연합회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초 현대자동차가 빠져나간 공백을 하나로텔레콤이 채웠으며 현재 빈 사무실은 없다. 하나로측은 일산 본사에서 서울프라자호텔 뒤편 신동아화재빌딩으로 옮겼다.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정보통신부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이 건물을 택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지난 해 11월에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약간 색다른 공로상이 발표되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한 술집 주인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이 공로상은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 끝내 시상을 하지 못하고 말았는데, 기념식에 참석한 문인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운 빛이 역력했다. 공로상의 주인공은 한복희라는 이로 탑골이라는 카페의 주인이었다. 카페 탑골은 이름 그대로 탑골공원 뒤편 골목에 자리해 있었는데,1980년대부터 주로 문인들을 위시한 예술인들이 마치 제집 안방처럼 무람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탑골을 드나들던 문인들로는 위로는 시인 신경림·민영·김지하, 작가 황석영을 비롯해서 시인 이시영, 작가 박범신·김성동이며 나를 거쳐 아래로는 시인 강형철·이영진·박철·김사인, 작가 김영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작가회의에 적을 둔 문인들로서는 한두 번 이곳을 드나들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술집 주인에 공로상… 한가닥 미안한 마음 달래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작가회의가 굳이 탑골 주인에게 공로상까지 마련한 것은 아닐 터이다. 지금에 와서도 1980년대의 탑골시절을 돌이키면, 저 암흑 같은 시절을 과연 탑골이 없이 제대로 견딜 수 있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이를테면 탑골이야말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대는 문인들에게는 참으로 제집 안방처럼 아무 때나 무람없이 찾아들어 술이며 안주로 배를 채우고, 더 나아가 지친 몸을 기대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1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문인들이 한낱 술집 주인에 불과한 한복희씨에게 기꺼이 공로상을 주기로 한 데에는, 너나없이 그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 가닥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문인들이 얼마든지 외상으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게다가 술청의 아무데나 쓰러지는 식으로 잠자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탑골 말고는 달리 없었으리라. 탑골이 문을 닫은 후에, 오죽하면 문인들 때문에 결국 탑골이 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1980년대의 탑골 풍경에 대해서는 시인 이시영이 ‘김사인의 흰고무신’이라는 산문시에서 다분히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날 밤은 모든 것이 예정된 것처럼 보였다. 폭우 속을 뚫고 김사인이가 왔었고 흰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새로 막 시작된 술자리가 새벽으로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천둥소리 속에 밖에서 누가 희미하게 나무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설연이가 귀를 쭝긋 세우고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송기원과 나의 처가 거센 빗줄기 속에서 기세등등 들이닥치고 있었다.“복희년 나오라고 그래!” 바로 그때였다. 나와 송 사이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사인이가 갑자기 일어나 문밖으로 내빼는데 흰고무신 신은 발이 비호처럼 빨랐다. 그리고 빗속을 번개처럼 가르며 사라졌다. 복희씨가 졸린 눈을 뜨기도 전에, 송과 나의 처가 시퍼렇게 걷어붙인 팔을 풀기도 전에 일어난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1980년대라면 개인적으로는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든 언저리의 나이이다. 그리고 이미 살아낸 삶은 물론이려니와 또한 앞으로 살아내야 할 적잖은 부피의 삶이 너무 무거워서 비단 술에 취하지 않아도 거의 날마다 어쩐지 걸음이 비틀거리던 나이이다. 그렇듯 비틀거리는 걸음은 때로는 지극히 퇴폐적인 행태로, 때로는 황폐한 스캔들로 나타나 탑골 주변에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보면 그렇듯 퇴폐적이고 황폐한 나이에 내가 그나마 사람냄새를 풍길 수 있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탑골 덕분이었다. 나의 사람냄새 속에는 분명히 탑골의 따뜻하고 넉넉한 분위기와 주인되는 이의 너그러운 품성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골목 어느집이든 2000~3000원이면 한끼 해결 기이하게도 탑골공원 주변에는 카페 탑골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돈을 버는 장사라고 여기기에 앞서, 우선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앞서는 식당들이다. 탑골공원 담벼락을 끼고 돌아 낙원상가가 시작되는 어름에서 카페 탑골로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있는 유천식당(02-764-2835)은 아예 간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영업합니다’ 하고 무슨 구호처럼 써놓았다. 식당에 들어가서 한 그릇에 2500원짜리 설렁탕이나 돼지머리국밥을 시켜보면 그 구호가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설렁탕이며 돼지머리국밥은 양도 양이지만 맛 또한 여느 5000원이나 6000원짜리 식당보다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 그릇으로 양이 부족한 이라면 시쳇말로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밥보다 술이 우선인 손님이라면 한 접시 수북이 쌓아올린 3000원짜리 돼지고기에 소주 한 병이나 막걸리 한 주전자면 충분하다. 이 유천식당이 탑골공원 뒷골목에 한 그릇에 1500원짜리 추어탕의 소문난추어탕집이나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의 황태식당이나 2000원짜리 선지해장국의 고향집 등을 있게 한 원조격이다. 유천식당의 주인되는 문용춘씨는 80이 가까운 나이인데, 여전히 정정한 몸으로 주방을 맡고 있다. 벌써 4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설렁탕과 돼지머리국밥만으로 식당을 해온 그이는 평안남도 덕천에서 1·4후퇴때 월남한 피란민 출신인데, 어릴 적부터 하도 배고프게 자라서 자신만이 아닌 남들까지 실컷 배불리 먹이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 소원이 자연스럽게 식당을 하게 했다. 일찍이 할아버지로부터 비롯하여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들까지 벌써 4대째 독실한 천도교 집안인 그이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 속에는 ‘사람이 하늘이다’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사상이 들어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이로서는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 한 그릇에 500원이었던 설렁탕 값이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2500원으로 오른 것이 못내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이는 평생토록 집 한 채 마련해본 적이 없이 지금도 일산의 백석동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10년동안 가정식 백반 한상에 2500원 고수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쪽으로 20m쯤 걸어오면 길 건너편에 낙원장모텔과 세느장모텔 골목이 있다. 이 낙원장모텔 골목을 굽어돌면 수련집이니 찬미식당이니 남양식당이니 하는 난데없는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끝에 바로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이 있게 한 원조격인 부산집(02-744-2331)이 숨어 있다. 부산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집인 것은 마찬가지다. 가정식백반에는 병어조림이며 조기조림에서부터 미역무침, 김, 콩나물, 갓김치, 배추김치 같은 반찬들이 수북수북 나오고 미역국에 고봉밥까지 곁들여 한 상을 이루는데, 이 푸짐한 한 상에 2500원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이 집 또한 밥이며 반찬이 손님의 양에 따라 얼마든지 리필이 된다. 부산집에는 가정식백반 이외에도 3000원짜리 돼지갈비탕이 있는데, 만일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함께 허한 이라면 마땅히 돼지갈비탕을 권하고 싶다. 돼지갈비탕도 반찬은 가정식백반으로 나오는데, 주인의 인정이 함께 전해 와서 허한 마음이 저절로 채워질 터이다. ●국수보다 해물이 더 많이 들어간 칼국수 얼핏 주방을 올려다보면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에 떠억 하니 자리잡은 주방 한 가운데에서 주인되는 이영자씨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뭐 좀 더 드려?” 환갑 언저리에 이른 그이의 넉넉한 자태와 반말 비슷한 말투가 어쩐지 마음 한 쪽에 따뜻하게 스며오는 것을 느끼며 수저를 들면, 자칫 목이라도 멜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그이는 10년 전에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을 차린 후에 단 한번도 값을 올린 적이 없이 그대로 지켜내고 있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모르기는 해도 단골손님들의 이제 그만 밥값을 올리라는 주문은 한마디로 내칠 것이다.“올려서 뭐하게?” 역시 지하철 5호선의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앞으로 오면 건너편에 희망상회가 있는데, 바로 그 골목에 찬양집(02-743-1384)이라는 칼국수집이 있다. 찬양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주인되는 김옥분씨는 환갑 언저리에 이른 고운 자태인데, 어쩌다 반가운 단골손님이라도 오면 처녀같은 수줍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진한 표정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카페 탑골 시절부터 비롯하였으니 20년 가까운 단골이기도 한데, 나보다 오랜 단골손님들 중에는 800원부터 시작한 칼국수값이 지금 3500원으로 올랐다는 것에 대해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이가 없다. 오히려 칼국수 한 그릇에 국수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듯한 갖은 해물들을 대하다 보면, 이것을 정말로 3500원만 받아도 장사가 될까 하는 걱정을 앞세울 뿐이다. ■사랑의 칼국수 ‘찬양집’ 찬양집에 가면 1990년대 초에 내가 어느 일간지 칼럼에 썼던 이 집에 대한 기사가 그대로 스크랩되어 벽에 걸려있다. 이제 노랗게 빛이 바래 글씨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기사를 힐끔거리다 보면, 비틀거리던 40대 언저리의 내가 그대로 되살아오는 기분이기도 하다. ‘종로3가에서 낙원상가로 빠지는 한옥 뒷골목에 내가 잘 가는 칼국수집이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살리느라고 벽을 빙 둘러가며 송판을 붙여 탁자를 대신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까지 탁자를 마련하였다. 내가 이 칼국수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도 5년 남짓 되었다. 주로 몇 십년을 다니는 이 집의 단골들의 경력에 비하면 나는 어쩌면 단골이랄 수도 없을지 모른다. 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병적인 감정 중의 하나로, 이따금씩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싫어서 못 견디는 순간이 있다. 한편으로는 어디 발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라도 정을 쏟고 싶은 마음 여린 순간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칼국수집을 찾는다. 그리하여 칼국수가 마련되는 동안 주인아주머니가 밀가루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마침내 칼국수를 먹는다. 그렇게 칼국수를 먹으면서 이따금씩 한두 방울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언제 그렇듯 못견뎌 했냐 싶게 기분이 좋아져 있다. 스스로는 역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칼국수 만들기에 바쁜 주인아주머니는 손님에게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터럭만큼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 혼자서 칼국수 한 그릇에 그렇듯 감동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집이 지니고 있는 선의(善意)이다. 자, 우선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 좀 보아라. 화학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멸치를 끓여 우려낸 국물에는 커다란 대합 한 마리에, 맛살조개에, 미더덕에, 미역에, 호박에, 감자에, 깻잎에, 김가루에… 이런 건더기들이 오히려 수제비보다 많을 지경이다. 그리고 2000원만 내면 양은 먹을 수 있는 한두 그릇도 좋고 세 그릇도 좋다. 독실한 신앙인인 주인아주머니는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을까 하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예수님이 나타나 바로 칼국수집을 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라고 일렀다는 것이다. 나 같은 무신론자 비슷한 사람에게도 이런 경우 예수는 참 재미있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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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게! 멋지게! 스키를 즐기자 [쿠폰]

    ‘끌리면 오라.’ 설원(雪原)의 유혹이 시작됐다. 스키장들은 보다 넓어진 슬로프와 최첨단 장비, 시설을 갖추고 스키어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지난 18일과 19일 용평스키장과 보광휘닉스파크가 문을 연 데 이어 나머지 스키장들은 이번주부터 12월 초까지 차례로 은빛 시즌을 시작한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좋다.’ 올해는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운 스키어들의 사정을 고려해 스키장들이 각종 할인제도를 도입, 스키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알뜰하게 ‘은령의 질주’를 만끽할 수 있다.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와 함께 스키시즌을 열어보자. 한준규·조현석기자 hihi@seoul.co.kr ●스키장들의 치열한 설원 지존 경쟁 올해는 스키장들이 ‘누가 먼저 문을 여느냐’를 놓고 치열한 눈치 작전을 벌였다. 개장 초부터 스키장들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용평리조트는 휘닉스파크가 19일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18일로 개장일을 앞당겼다. 용평은 당초 지난 13일 개장을 하려 했으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개장을 한 주 늦췄으나 ‘전국 첫 개장’이라는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해 휘닉스파크보다 개장일을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개장을 하루 빨리 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사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스키어들에게는 민감하게 비춰진다. 그만큼 문을 먼저 여는 스키장은 눈이 가장 먼저 많이 온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어 ▲26일 현대성우리조트, 양지파인리조트, 지산리조트, 비발디파크 ▲27일 베어스타운 ▲11월말 알프스 리조트 ▲12월3일 LG 강촌리조트, 사조리조트 ▲12월4일 무주리조트를 끝으로 모두 문을 열게 된다. 개장일 경쟁만큼이나 올해는 슬로프와 설질, 교통편, 야간스키 시설 경쟁도 유달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용평리조트와 휘닉스파크, 성우리조트 등 강원권 스키장들은 최상의 설질에 최대의 슬로프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울에서 1시간 이내인 지산과 양지, 베어스타운 등 수도권 스키장들은 전체 슬로프에 야간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코스에서 스키를 탈 수 있도록 했다. 무주리조트 등 수도권에서 거리가 떨어져 있는 스키장은 얼음축제, 콘서트, 온천욕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 전국스키장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꼭 챙기자! 알뜰 이용가이드 스키어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스키장별로 다양한 할인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스키장에 가기전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인 신용카드 여부와 할인율, 할인 쿠폰 등을 꼼꼼하게 챙겨가야 한다. ●무주리조트 사이버 회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20∼25% 할인 쿠폰을 다운받거나 우편으로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 국민카드로 결제할 경우 30% 할인혜택도 주어진다. ●용평리조트 입구에서 내야 했던 입장료(1인당 3000원)가 폐지됐다. 개장 이후 1주일간 리프트와 렌털, 스키학교를 30% 할인한다. 또 개장 하루 전인 3일에는 리프트 무료, 렌털, 스키학교는 50% 파격 할인하는 이벤트를 연다. 정기 여행사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일일스키 패키지 상품으로 정상가격보다 약 20% 할인된 가격에 리프트와 렌털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일요일 저녁이나 주중 기간에는 무주리조트 객실요금을 최고 40%까지 할인해 준다. ●강촌리조트 주중 리프트와 렌털 패키지를 묶어 4만 9000원에 판매하고,10%를 할인하는 청소년 요금을 신설했다. 시즌권 구입시에는 자동 스키보험 가입도 해주고 스키보관, 스키수리도 무료다. 또 사우나와 식당이용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회원가입하면 시즌권을 25% 특별할인한다. ●휘닉스파크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바코드 형태의 모바일 회원권을 휴대전화에 다운로드 받으면 리프트, 렌털 및 초급 스키강습을 30∼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다운로드 금액은 2000원, 한번만 다운 받으면 시즌 내내 무제한으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우리조트 스키장 방문 날짜와 생일이 같으면 리프트를 50% 할인해 주는 것을 비롯해 수험생(12월20∼31일)은 40%, 입학·졸업생(2005년 2월)은 40%를 해당 시기에 각각 할인해 준다. 오는 30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버회원으로 가입하면 시즌권을 3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리프트권 구입시 즉석복권을 제공해 3009명에게 골드카드와 백화점 상품권, 디지털 카메라 등 경품도 제공한다. ●파인리조트 강남과 잠실, 목동뿐아니라 안산, 인천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오픈일에는 리프트가 무료. 시즌권을 구입하면 무료 혜택이 더욱 많다. 스키·보드 보관소, 주중 강습, 간단한 음료와 편의시설이 있는 전용라운지, 사우나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산리조트 할인카드인 ‘해피카드’를 사면 시즌내내 리프트와 강습을 30%할인 받을 수 있다. 입회비 5만원을 내면 카드발급과 함께 1장의 무료리프트권을 준다.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해 6번째는 리프트를 50%할인, 11번째는 무료 리프트권을 준다. 단 한시즌에 15회씩만 사용할 수 있다. 오후나 야간마감 1시간30분전에는 리프트권을 1만 5000원에 파는 ‘해피아워’ 서비스를 운영한다. 군인, 경찰, 소방관, 장애인들에게는 리프트를 50%, 직계가족에게는 30%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서울뿐 아니라 수원, 안산, 안양, 인천, 일산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알프스리조트 챔피언A 코스를 올 시즌부터 보더들에게 개방하는 한편 지역주민에겐 무료 스키강습 실시 예정이다. ■눈길따라 눈길잡는 이색이벤트 스키장들은 연예인 초청 행사와 눈꽃 축제, 스키·스노보드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 기간을 미리 챙겨 방문하면 은빛 질주와 함께 또 다른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용평리조트 레드슬로프 아래에 10억원을 들여 야외무대를 제작, 각종 콘서트와 패션쇼 등의 행사를 주말마다 진행할 예정이다. 27일에는 넥스트와 노을, 레이지본 콘서트가 예정돼 있으며, 송년을 전후해 혼성그룹 거북이, 내년 1월에는 인기그룹 동방신기 등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비발디파크 시즌 내내 ‘세계빙등 축제’가 열린다. 중국 하얼빈의 얼음 조각가들이 직접 조각한 350여 개의 작품이 돔 형식의 전시장에 전시되며 이벤트 체험장에서는 겨울놀이 문화인 팽이치기, 연날리기, 썰매타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대인 1만원, 소인 8000원. 슬로프 곳곳에 숨어있는 사진전문가들이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주인공들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사진 콘테스트’, 각종 스키·보드대회와 콘서트, 연예인 팬사인회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베어스타운 휴대전화문자메시지 전송(SMS) 서비스로 스키장 정보를 제공하고, 개장 20주년을 맞이 스키 리그전과 각종 보드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무주리조트 ‘무주 얼음조각 건축전’은 루브르 박물관, 아부심벨 대신전, 피사의 사탑, 만리장성과 같은 세계 유명 건축물을 거대한 얼음 조각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전시. 스키를 탄 뒤 피로한 몸을 풀기에도 적당한 세솔동 사우나는 수영복을 입고 즐기는 노천탕으로 연인과 가족들에게 인기다. 아이들을 위한 눈썰매장, 스노모빌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파인리조트 록카페에 볼링장, 당구장, 실내 수영장까지 모든 레포츠와 작업(?)장으로 ‘물’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스키를 즐기면서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 휴게소, 유아들을 위한 놀이방과 길이 500m에 달하는 눈썰매장, 실내수영장, 볼링장, 노래방, 록카페 등 다양한 부대시설로 젊은이뿐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 슬로프·리프트 업그레이드 스키어들에게 가장 중요한 스키장 선택기준은 슬로프와 리프트다. 좁은 슬로프와 질척질척한 눈, 곳곳에 드러나는 아이스반은 스키어를 짜증나게 만든다. 또한 스키장에 리프트를 기다리는 지루함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각 스키장들은 스키어들의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슬로프와 리프트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용평리조트는 200억원을 들여 슬로프와 리프트를 재정비했다. 용평은 그린과 뉴그린슬로프 중간에 있는 산비탈에 180m 폭의 메가그린슬로프를 만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메가그린슬로프는 축구장 2개가 들어갈 정도 크기로 스노보더 47명이 동시에 일렬로 내려올 수 있다. 지난해 확장했던 옐로코스도 더욱 넓혀 초보자 강습전용 슬로프로 재탄생시켰다. 또 초중급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골드계곡을 우회하는 슬로프를 신설했다. 골드와 뉴그린의 리프트를 완전자동식 고속 6인승으로 교체, 리프트를 보다 빠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스노보드 유명 브랜드인 버튼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초보자도 2시간만에 턴을 할 수 있는 LTR(스노보드 배우기)강습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아울러 건제설기 12대를 추가 구입해 제설능력도 한층 높였다. ●홍천 비발디파크는 힙합(중상급)슬로프 상단에 있던 엑스 존을 익스트림 파크로 확장했다.FIS(국제스키연맹)가 공인한 경사 17도, 길이 160m, 폭16.5m, 높이5m의 국제 대회용 슈퍼 파이프를 포함하여 점프대 4개와 레일 4개(초급 3, 중급 1)를 갖추어 묘기에 도전하고자 하는 보더들의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국제 스노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슬로프를 두개나 갖추었다. 올빼미족을 위한 밤샘스키(밤 10시부터 새벽 5시), 새벽스키(밤 12시부터 새벽 5시) 등 슬로프 운영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 스키어들이 언제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양지파인리조트는 보드 전용 슬로프인 스노파크장에 ‘에스박스레일’과 전 세계적으로 보더들에게 인기있는 ‘킨크박스레일’ 등을 설치해 장애물을 타고 넘는 재미까지 느끼게 했다. 또 일본 프로 라이더를 초청해 강습회 및 라이더쇼 특별 이벤트를 연다. 스노파크장에 휴식공간을 만든 것도 자랑이다. ●지산리조트는 하프파이프 슬로프 상단을 연장해 총길이 150m, 높이 5m, 경사도 15도로 조정해 보더들이 짜릿한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보더들이 국내 최초의 프로스노보더팀인 ‘Ch.5’에 직접 그라운드 트릭, 점프 등 고난이도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보광휘닉스파크는 제설시스템을 완전 교체해 개장 초기부터 3개 슬로프를 동시 오픈하고 다음달 중순에는 전체 슬로프를 개방한다. 새로운 하프파이프 ‘메지션’은 스노보드 전문 라이더가 직접 하프파이브를 관리한다. 초보자들을 위한 미니 파이프는 별도로 설치해 수준에 맞게 파이프를 즐길 수 있다. 또 다양한 점프를 즐길 수 있는 램프와 레일, 쿼터파이프 등도 곳곳에 설치해 스노보드 트릭에 재미를 더했다. 최초의 테마형 슬로프인 조이슬로프는 기존의 웨이브 코스에 더해서 스노 모빌,4륜모터, 크로스 컨트리 등이 합쳐진 새로운 테마파크. 마니아를 위한 모글, 프리스타일 코스가 새롭게 선보여 스키어나 보더 모두 짜릿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성우리조트는 상급자용 찰리3 코스의 상단부와 중급자용 브라보2 코스의 중단부, 초보자용 알파4와 브라보1의 합류지점을 넓히는 등 상습정체를 빚어온 슬로프를 넓혔다. 대표적인 슬로프인 스타익스프레스(S1)코스에는 타워조명 10개와 가로등 15개를 설치해 야간에도 정상휴게소에서 시작되는 이 코스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국내 최초로 델타2 코스에 스노보드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길이 150m, 폭 16.5m, 높이 4.5m의 ‘하프파이프’를 새롭게 조성했다. ●무주리조트는 국내 최초로 멀티 리프트를 설치하고 기존 80m였던 하프파이프를 국제 규격에 맞는 100m로 연장하였으며 경사도는 기존 12도에서 18도로 높였다. 또 레일과 램프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보딩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시설이 좋아졌다. 토요일 야간을 길게 즐길 수 있는 심야 스키와 주말, 공휴일 새벽의 상쾌한 바람과 함께 하는 새벽 스키를 운영한다. 새벽 스키는 6시 30분부터 시작되고 심야 스키는 밤 12시까지다. ●강촌 리조트는 가족단위의 스키어들을 위해 퓨마 슬로프를 상급자에서 초·중급자수준으로 조절했고, 디어 슬로프 중단부 및 제브라 슬로프 하단부를 슬로프를 더욱 넓게 했다. ■ 스키타다 출출하면 맛보세요 스키장 주변의 음식점들은 은빛 활강의 즐거움만큼이나 맛있는 먹거리로 스키어를 유혹하고 있다. 구수한 된장찌개에서부터 푸짐한 고기와 해산물, 산채나물 등은 춥고 배고품을 달래 주고 스피드의 짜릿함을 배가시키는데 손색이 없다. ●용평리조트 납작식당(033-335-5477)은 횡계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오징어 불고기의 원조. 고추장 옷을 입힌 오징어를 불판에 구워먹는 오징어 불고기(6000원)와 오징어·삼겹살이 만난 오삼불고기(7000원)는 용평스키장의 또다른 즐길 거리. 횡계버스터미널을 지나 로터리에서 대관령쪽으로 50m쯤 가면 있다.항태덕장(335-5942)은 황태국(5000원)·황태구이(8000원)가 맛있다.먹쇠루(335-3792) 해물볶음 짜장(2인분 1만원)부산식육식당(335-5415) 된장국을 곁들인 등심(1인분 3만원), 삼겹살(7000원). ●비발디파크 스키장입구에 위치한 한솔가든(033-435-0175)은 대명 마니아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 주인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이는 우렁된장(5000원)은 ‘예술’이다. 동치미와 세가지 이상의 김치가 항상 곁들여 나오는 것이 주인의 철칙, 버섯전골(8000원), 흑돼지삼겹살(8000원)도 맛있다.양지말화로구이(435-7533)의 화로구이(8000원), 메밀 막국수(5000원), 구름속의 산책(434-9944)의 와인을 곁들인 바비큐정식(2만 5000원)과 스페셜정식(2만원)도 겨울의 맛이다. ●성우리조트 자매식당(033-344-2317)은 동해에서 잡은 멸치를 우려낸 장칼국수(4000원)가 구수하다. 그날 담근 겉절이 김치도 입맛을 돋운다. 만두국(3500원)과 왕만두(3500원)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둔내막국수(342-1644)는 막국수(3000원) 전문점으로 강원도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파인리조트 옛날밥상(031-336-3439)은 이름 그대로 옛날 밥상에 오르던 음식들을 차려 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란찜. 뚝배기 위로 푹 익은 노란계란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식사 후 보리밥 누룽지도 별미. 보리밥을 눌러 만든 누룽지에 국물이 듬뿍 담겨 있다. 뚝배기에 끓여낸 우거지와 솎은 배추, 묵은 김치볶음, 들깨 가루를 묻힌 토란줄기 등은 남도식 백반이 7000원. 돼지고기를 연탄불에 직접 구워먹는 돼지연탄구이(1만 2000원)도 맛있다.신촌댁 설렁탕(321-1820)은 구수한 탕과 시큼한 깍두기가 함께 나오는 돌솥밥이 으뜸이다. ●지산리조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름진 이천쌀로 만든 밥을 짓는 제일가든(031-631-5999)은 스키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집. 돌솥에 따끈따끈한 밥과 묵무침 버섯무침 청국장찌개 조기 등 20여가지의 반찬이 같이 나오는 ‘쌀밥’(8000원)이 인기. 밥을 떠내고 물을 부어 만들어 먹는 구수한 누룽밥은 배가 불러도 손이 갈 정도.지산가든(638-8626)은 흑돼지 소금구이(8000원)와 김치전골(6000원)이 맛있다.들밥(637-6040)의 백반(5000원)도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강촌리조트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는 집,툇마루(033-261-1589)가 가볼 만하다. 인테리어가 시골집처럼 소박하고 정갈하다. 상추 겨자잎 등 8가지 야채와 편육, 된장찌개가 곁들여지는 쌈정식(7000원)은 소주를 한 잔 해도 넉넉할 정도로 양이 많다. 두부, 장떡 등 11가지 반찬도 푸짐하다. 얼큰한 맛 두부전골(4000원), 닭도리탕(2만 5000원)도 강추.명물 닭갈비(262-1515)의 닭갈비와 쟁반막국수,발래꽃 식당(261-4865)의 매운탕도 유명하다. ●무주리조트 콩나물과 양념돼지고기의 조화가 일품인 덕유산 회관(063-322-3780)의 콩나물 돼지양념 불고기는 주인이 직접 재배한 태양초 고추장에 갖은 양념을 첨가한 돼지고기와 살짝 익힌 콩나물을 불판에 얹어 구워 먹는다.1인분에 7000원, 주인이 직접 만든 청국장도 인기 6000원.명가(322-0909)의 참나무흙돼지구이(8000원)과 돼지통뼈 김치찌개(7000원), 어죽(4000원)이 맛있는 금강식당(322-0979)도 추천한다. ●휘닉스파크 흔들바위(033-334-6788)는 신선한 강원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산채정식(1만원), 더덕산채정식·황태산채정식(1만 5000원)이 일품.일송정(333-7043)에서는 한우생등심(1인분 2만 7000원), 송어회(1㎏ 2만 3000원)등이 먹을 만하다. ■ 홍계표 상무의 스키·보드 100배 즐기기 스키와 스노보드, 아는 만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스키장 기본 에티켓을 숙지해 이를 지키며 안전하게 타는 것도 중요하다. 스키어들의 궁금증을 홍계표 스키지도자연맹 상무와 Q&A로 풀었다. ●스키와 스노보드 중 어느 것이 더 빠른가. 단순 비교는 쉽지 않지만 종목별 일정 수준에 있는 선수를 선발해 측정한 결과 스키가 스노보드보다 두배가량 빠른 속도를 낸다. 알파인 스노보드의 경우 활강시 시속 70∼80㎞를 낸다. 반면 알파인 스키는 활강시 평균 시속 130㎞를 낸다. 스키부분 스피드 최고 기록은 공식 시합이 아닌 이벤트 경기에서 시속 238㎞를 낸 적이 있다. 요즘 진행되는 월드컵 경기에서는 남자선수가 시속 200㎞ 전후의 기록을 내고 있다. ●스키장 인공 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설로만 스키장 리조트를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대당 수천만원을 웃도는 제설기를 동원, 밤샘 작업을 통해 눈을 만들어 뿌린다. 원리는 충분히 춥고 습도가 많은 슬로프에 제설기로 물과 공기를 혼합해 고압으로 뿌려주는 것이다. 온도는 영상 3∼4도 이하가 되어야 하고 습도도 60∼70%를 유지한다. 비용은 하루 약 600만원으로 스키장마다 지난해 한시즌 5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였다. ●스키장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스키를 타다 넘어지거나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자의 스키를 벗긴 뒤 그대로 두고 안전요원(패트롤) 등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성급히 피해자를 움직이게 해서는 안 된다. 스키 골절은 뼈가 S자형으로 뒤틀리는 골절이 많아 정강이뼈 혹은 무릎관절, 발관절, 인대손상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충돌 등으로 상해가 일어났을 때에는 신원을 상대방 혹은 패트롤에게 밝혀 사고후의 문제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카빙스키가 일반스키보다 타기 편한 이유는. 카빙 스키는 일반 스키보다 쉽고 빠르며, 재미있게 만들었다. 카빙스키는 일반 스키와 모양은 물론 스키 기술까지 변화시켜 줬다. 스키의 길이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중을 실어 스키에 힘을 전달했을 때 설면과의 접촉시점이 빨라져 턴이 쉽고, 설면과의 접촉면이 넓어 밀리지 않고 턴을 할 수 있다. 또 좌우 운동폭이 커졌기 때문에 무게 중심도 전보다 많이 낮아졌다. ●스키장 매너와 주의 사항은. 리프트를 타고 내릴 때는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탑승시 리프트를 흔들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정상적인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리프트의 탑승을 기다릴 때는 질서를 지켜 줄을 서고 차례로 탑승해야 한다. 슬로프에서 다른 스키어들을 위협하는 동작을 해서는 안 되며, 다른 스키어의 좌우를 지나갈 때는 충분한 공간을 남겨두고 지나가야 한다. 스키타기전에는 장비 이상유무를 확인해야 하며, 반드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야 한다. 스키지도자연맹 상무이사 ■ 스키용품 어떻게 고르나 스키와 스노보드 장비는 실력과 경제적인 능력을 고려해 자신에게 적당한 것을 골라야 한다. ●스키 플레이트는 길이가 길수록 스피드가 나지만 다루기가 쉽지 않다. 최근 보편화된 카빙 스키의 경우 초보자는 자신의 신장과 비슷하거나 10㎝정도 짧은 것이 좋다. 부츠는 스키를 컨트롤하는 중요한 장비로 발이 부츠안에서 움직여서는 안되며, 꼭 맞는 것이 좋다.바인딩은 넘어지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플레이트와 부츠를 분리시켜 골절을 막는 장비로 이탈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폴은 스키를 착용한 상태로 섰을 때 팔꿈치가 직각이 될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스노보드 스노보드는 다양하고 화려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프리스타일보드’와 회전과 대회전 등 레이스용으로 설계된 ‘알파인 보드’로 나뉘는데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구입해야 한다. 보드 테크의 길이는 자신의 목에서 코끝 정도가 적당하고 체중이 많을 수록 조금 길게 타야한다. 부츠는 편안함을 고려해야 하며, 사용할수록 늘어나는 만큼 약간 조이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바인딩은 자주 신고 벗기 때문에 쉽게 조이고 풀 수 있는 기능을 봐야한다. 이 밖에 보드는 눈위에 자주 앉거나 넘어지는 만큼 엉덩이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 손목 보호대가 필수다. ■ 스키용품 알뜰 구매·렌털 주머니가 넉넉지 못한 사람들에게 스키와 스노보드 장비를 마련하는 것은 큰 부담거리다. 한 시즌에 3∼4번 스키장을 가면서 장비를 굳이 사야 하느냐는 생각과 그래도 제대로 타려면 나만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엇갈린다. 고민하는 스키어와 스노보더를 위해 스키 장비 할인 판매와 중고스키 구매, 렌털 등에 대해 알아본다. ●할인 유통업체들이 풍성한 할인 행사를 마련해 스키어를 유혹하고 있다. 이월상품을 이용하면 최고 80% 이상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19∼25일 수도권 전 점포에서 ‘스키·스노보드 대축제’를 진행한다. 이월상품은 50∼70%, 일부 신상품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스키세트(플레이트, 부츠, 바인딩, 폴 등)는 39만∼79만원, 스노보드 세트는 39만원에 내놨다. 삼성홈플러스는 오는 30일까지 스키·스노보드 용품 특별기획전’을 열어 용품을 최고 60%까지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22일 수도권 7개 점포에 스키시즌 매장을 열어, 스키세트는 40만∼50만원, 보드세트는 40만원선에서 살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음달초까지 이월 상품을 최고 75% 싸게 판다. 스키세트는 17만∼19만원, 보드세트는 25만∼42만원이다. 중고스키는 인터넷상의 중고장터나 스키숍 등을 이용하면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중고제품 중고제품은 박순백박사 칼럼(spark.dreamwiz.com)의 알뜰장터나 스키114(www.ski114.com) 중고장터, 싼스키(www.ssanski.co.kr)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렌털 스키장을 1∼2번 찾을 사람이라면 스키를 빌려 타는 것이 경제적이다. 스키장 렌털하우스를 이용하면 스키의 경우 당일은 3만원선이며, 보드는 5만원선이지만 스키장 주변에 즐비한 스키렌털숍을 이용하면 스키장보다 30~50%이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 눈에 띄는 ‘눈길 패션’ 따라잡기 눈이 채 산을 덮기도 전에 마음이 설레는 것은 멋진 패션으로 눈을 가르는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어떤 이는 집에서도 보드복을 완벽하게 갖춰입고 시즌을 기다리기도 한다.)아직 스키·스노보드복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트렌드에 맞춰 시선을 끌어보자. 이미 샀다면 어쩌냐고? 액세서리로 멋내면 된다. ●고전 스키복 촌스럽다는 편견을 버려 지난 시즌만 해도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점퍼와 타이트한 나팔바지의 스키복은 촌스러웠다. 고전적인 스키복과 힙합스타일의 보드복의 중간 느낌이 나는 스타일이 인기였지만 이번 시즌엔 스키복도 복고풍이다. 허리부분에 고무밴드를 넣거나 벨트 장식을 달거나 모자에 모피를 달아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제품들이 많다. 허벅지는 죄고 밑단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진다. 화려한 색상이 인기를 끌 전망. 화이트 블랙 등 무색에 레드 그린 퍼플 오렌지 등 튀는 색상이 포인트로 가미된 의상들이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다. 다양한 지퍼와 아웃포켓 등을 세부 장식으로 처리해 기능성도 가미했다. ●엉거주춤 보드복은 역시 힙합풍 보드복은 역시 힙합 스타일이 최고다. 움직임이 많은 보더는 상의나 하의 모두 품이 넓은 게 좋다. 바지를 한껏 내려 다리가 짧아보이는 패션도 보더에게는 용서된다. 대신 보드복은 스타일보다는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통기·방수는 기본이고 나침반을 장착하거나 고글닦이, 탈부착 가능한 무릎·엉덩이 보호 패드 등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기능적 디테일이 강한 제품이 인기가 좋다. 때가 덜 타는 무채색이 주류인 가운데 골드펄, 실버펄, 카키, 네이비 등을 사용한 것도 많아 튀고 싶어하는 보더들에게 좋다. ●은나노 소재로 향균·악취제거도 슬로프에서 넘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옷 속으로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 점퍼가 좋다.‘고어텍스’같은 기능성 소재는 방수·방풍·투습성이 우수해 겨울스포츠에 적합하다. ‘휠라’는 얇지만 추위와 습기, 바람으로부터 보호 기능을 강화한 스키·보드복을 선보였다. 재킷과 바지 모두 2만㎜ 이상의 방수기능으로 여러번 빨아도 좋은 방수성을 유지한다. 남성 세트 60만원선, 여성 58만원선. ‘EXR’는 은나노 소재를 사용해 항균·악취제거 기능을 높였다. 나침반, 고글닦이 등을 상의에 달아놓거나 무릎패드를 탈부착할 수 있다. 상의 30만∼40만원, 하의 20만∼30만원선.30일까지 스키·보드복 신상품을 사면 보호대를 준다.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1만㎜이상의 방수성과 높은 투습성으로 쾌적함을 유지한다. 벨크로(찍찍이)로 인해 탈부착 가능한 포켓이 달린 디테일이 인기. ‘나이키’는 작은 주머니, 겨드랑이 부분과 정면 부분에 통풍용 지퍼 등 세심한 디테일로 활동성과 기능성을 높였다. 이너웨어와 아우터를 분리할 수도 있어 평상시에도 가볍게 입을 수 있다는 게 장점. 상의 25만∼38만원선, 하의 10만∼25만원선. ●액세서리로 멋내기 의류뿐만 아니라 고글, 장갑, 모자, 헬멧도 필수 아이템이다. 이런 기본 액세서리로 충분히 멋진 코디가 가능하다. 장갑은 가볍고 견고한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의류와 비슷한 계열로, 상·하의 색상이 다른 경우 바지와 같은 색상을 골라도 멋스럽다. 백팩이나 힙색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간단한 음식물, 짐을 넣는 백팩은 뒤로 넘어질 일이 많은 보더에게 좋은 쿠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색상의 상·하의라면 백팩·힙색을 조금은 튀게 코디하는 것도 좋다. 단 초보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매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모자와 스키 마스크, 귀마개는 얼굴을 추위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이다. 전체 분위기와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약간 밝게 선택하면 멋진 패션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화려하게 촉촉하게 스키장에서는 과감한 메이크업을 시도해도 좋다. 눈매를 강조하는 것이 좋고, 자외선이 강한 만큼 피부 관리는 필수. 실제보다 한단계 낮은 톤으로 피부를 환하게 표현한다. 자외선을 이중삼중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차단크림은 물론 기능을 갖춘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을 사용한다. 화이트 펄 섀도로 은은하면서 빛에 반사됐을 때 더욱 화사해보이는 눈매를 표현한다. 전체 분위기에 따라 블루, 핑크 등 튀는 색상으로 쌍꺼풀 부위에 포인트를 준다. 아이라인은 깔끔하게, 입술은 립글로스로 사랑스럽게 연출한다. 고글, 선글라스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장비를 착용하거나 땀이 많이 나면 화장이 밀려 보기 흉하다. 따라서 메이크업 베이스는 꼼꼼하게 바르는 게 좋지만, 파운데이션으로 피부를 두껍게 표현하는 것은 금물. 사실 스키장 환경은 피부의 적이다. 자외선은 물론 라이딩을 할 때 맞닥뜨리는 차가운 바람은 피부를 망가뜨리는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보습에센스와 크림으로 늘 피부를 촉촉하게 가꾸고, 씻을 때 비누보다는 보습효과가 있는 클렌징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화끈거리는 부위는 화장수를 듬뿍 적신 화장솜을 올려 진정시키고, 미백 전용 에센스로 거뭇해진 피부를 하얗게 유지시킨다. 서울신문은 스키어와 보더의 알뜰 스키를 돕기 위해 스키장 주변 식당과 렌털숍의 협찬을 받아 할인 쿠폰을 만들었습니다. 렌털 쿠폰은 렌털숍 공지 가격의 할인율을 적용받는 것으로 쿠폰을 이용할 경우보다 저렴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더 알뜰하게, 더 즐겁게 지내세요!
  • [뒷골목 맛세상] 안성의 요리 명가

    [뒷골목 맛세상] 안성의 요리 명가

    경부고속도로 안성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시내로 향하다 보면 중앙대학교 안성 캠퍼스 정문과 나란히 안성맞춤 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에는 바로 ‘안성맞춤’이란 단어를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바뀌게 한 안성유기의 역사며 제작방법에서부터 수저와 그릇 같은 반상기, 제기, 불구(佛具), 징이며 꽹과리 같은 악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흔히 놋쇠라고 부르는 유기는 만드는 기법에 따라 방짜유기와 주물유기로 나누어지는데, 나로서는 놋쇠를 불에 달구어 일일이 메질을 되풀이하며 얇게 늘려 형태를 잡아가는 기법으로 만들어진 방짜유기에 예사롭지 않은 관심이 갔다.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낸 섬세하면서도 정교한 모양도 모양이지만, 어딘가 보이지 않는 깊은 공간에서 새나오는 것 같은 은은하면서도 황홀한 빛은 흡사 무슨 향기로운 생명이라도 깃들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자칫 바라보기마저 외경스러운 기분이었다. 그럴지도 몰랐다. 소위 많은 명품들이 그렇듯이 안성유기 또한 그것을 만든 이들의 장인정신(匠人精神)이 낱낱의 작품 속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아직까지 살아 숨쉬고 있을지도 몰랐다. 안성에서 살아 숨쉬는 장인정신은 비단 유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맛세상에서 만난 요리에서도 어렵잖게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저 요리에 있어서 장인정신이란 무엇인가. 요리 하나 하나에 자신의 생명까지 불어넣을 정도로 몰두하여 마침내 자신의 삶과 요리가 기꺼이 한 몸이 되는 경지가 아니랴.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에는 ‘포정’의 이야기가 나온다. 포정은 숙수 혹은 주방장 같은 요리사를 일컫는 말로, 옛날에는 직업으로 이름을 삼는 일이 흔했다. 포정이 양나라 혜왕 문혜군(文惠君)을 위해 소를 잡는데, 그 손을 놀리는 것이나 어깨로 받치는 것이나 발로 딛는 것이나 무릎을 굽히는 것이나 쓱쓱 칼질하는 품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흐름마저 음률에 맞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문혜군이 그 재주를 감탄하자 포정이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도(道)입니다. 도는 재주에 앞서지요. 처음 제가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은 소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년이 지난 뒤에는 소가 보이지 않았고, 지금은 오직 마음으로 일할 뿐 눈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곧 손발이나 눈 따위 감각기관은 멈춰버리고 마음만이 작용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소 몸뚱이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따릅니다. 뼈와 살이 붙어있는 큰 틈바구니를 젖힐 때나 뼈마디가 이어져 있는 큰 구멍에 칼을 넣는 일들은 모두 자연의 이치를 따라 갈라갑니다. 그래서 제 재주는 뼈와 살이 맺힌 곳에서도 아직 한번도 칼이 다치지 않도록 하지요. 하물며 큰 뼈에 부딪치는 일이 있겠습니까. 솜씨 있는 포정은 일년에 한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살을 베기 때문이요, 보통 포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뼈에 부딪혀 칼을 부러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칼은 이제 19년이나 지났고 잡은 소의 수가 수천 마리에 이르는 데도, 칼날이 지금 막 새로 숫돌에 간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저의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을 틈이 있는 곳에 집어넣기 때문에, 넓고 넓어 칼날을 휘둘러도 반드시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19년이나 지난 칼인데도 막 숫돌에서 새로 간 것 같지요. 그러나 지금도 막상 뼈와 심줄이 한데 얽힌 곳을 만났을 때는 저도 그 다루기 어려움을 알고 두려워하며 조심합니다. 눈길을 집중하고 몸놀림을 천천히 하며 칼놀림 또한 매우 미묘하게 합니다. 마침내 뼈와 살이 쩍 갈라지면 마치 흙덩이가 땅에 철썩 떨어지는 것 같은데, 그때에야 저는 흐뭇한 마음으로 칼을 닦아 품에 간직합니다.” 문혜군은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훌륭하구나! 포정의 말을 듣고 나는 비로소 양생법을 깨우쳤도다!” ‘안일옥’(031-675-2486)은 옛날의 안성장에서부터 비롯하여 80년이 넘게 소위 쇠전머리 장국밥의 입맛을 대물림해오는 3대 전통의 명가다. 예부터 안성장은 유기뿐만이 아니라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 또한 유명하여 전국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드는 큰 장으로 발전되었는데, 바로 안성장에서 떠돌이 장돌뱅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장국밥이 안일옥에서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작고한 1대의 이성례에서 비롯하여 2대의 이양귀비(87세),3대의 우미경(42세)에 이르면서, 요리에 몰두하여 마침내 자신의 삶과 요리가 기꺼이 한 몸이 되는 도의 경지는 더욱 깊어졌으리라. 한 가지에만 전념하여 80년,3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안으로 흐르는 장인정신이 없이는 전혀 불가능할 터이다. 벌써 아흔에 가까운 이양귀비 할머니는 더 이상 식당일에 관여하지 않지만,3대의 우미경은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방에서 손수 요리를 다루고 있다. 어찌 며느리 우미경뿐이랴. 이양귀비의 3남 6녀의 자녀들은 이미 작고한 장남 김종선이 송탄에 안일옥 분점을 낸 것을 필두로,2남 김종안이 도기동 쇠전머리에 새집을 지어 장터국밥집을 열 준비를 하고 있고,3남 김종열이 안일옥 본점을 맡고 있다. 4녀 김종숙이 평택에,5녀 김종금은 안일옥 본관 바로 옆에 별관을 열어 약간 색다른 메뉴로 보신탕이며 삼계탕을 선보이고 있다. 이만하면 가히 요리만으로 명가다운 집안을 이룬 셈이다. 이중에서 3남이면서도 안일옥의 전통을 내리 이어받은 김종열은 아내 우미경을 도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일찍이 중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거기에서 외식산업경영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하는 둥, 경험과 학문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직 중학생인 아들 김형우를 시흥에 있는 조리과학고등학교에 입학시켜, 미리부터 4대를 이을 준비도 하고 있다. 안일옥의 메뉴는 일찍이 쇠전머리 장국밥에서 발전하여, 해장국(4000원)부터 설렁탕(5000원), 곰탕(5000원), 내장곰탕(5500원), 갈비탕(5500원), 꼬리곰탕(1만원), 도가니탕(1만원), 족탕(1만 2000원), 안성맞춤우탕(1만 5000원), 소머리수육(1만 5000원), 도가니수육(2만원), 모듬수육(2만 5000원), 꼬리수육(3만 5000원), 족수육(4만원)으로 다양하여졌다. 만일 모처럼 외식에 나섰거나 몸이 허약해서 보양식을 찾는 중이라면 약간 무리하다 싶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꺼이 안성맞춤우탕을 권하겠다. 안일옥에서 특별히 만들어낸 메뉴인 안성맞춤우탕에는 한 그릇 가득히 우족을 위시해서 꼬리, 도가니, 갈비, 소머리고기가 다양하게 들어 있는데, 맛도 맛이지만 양 또한 넘쳐나서 비싸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우정집’(031-675-4029)은 냉면전문집이다. 그리고 과연 냉면전문집답게 메뉴는 냉면과 비빔냉면 딱 둘뿐이다. 흔히 냉면과 함께 팔기 마련인 수육마저도 없으며 소주나 맥주 같은 주류도 없이 다만 냉면뿐인 것이다. 혹시 종교적인 이유에서 술을 팔지 않는 것인가 하고 물어보았더니, 술을 팔다 보면 술꾼들 때문에 냉면이 좋아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 팔지 않는다는 단순한 대답이었다. 수육의 경우는 자칫 수육을 그날 팔지 않으면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음날은 수육의 고유한 맛을 잃어버릴 터이고, 그런 수육을 차마 손님들에게 내놓을 수가 없어서 아예 포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우정집의 주인 배석윤은 황해도 출신으로 갓 스물 무렵에 서울 수표동의 유명한 음식점 경희장의 주방에서 요리사로서의 첫 수업을 쌓아 경력 40년이 훌쩍 넘은 소위 요리의 장인이다. 그이가 안성에 터를 잡은 것은 1968년 당시 미화장이라는 안성에서 가장 큰 음식점 주방장으로 내려오면서부터였다. 미화장이 없어지자 그이는 바로 미화장 앞에 터를 잡아 1975년에 냉면전문집을 열었다. 그런 그이가 요즈음 들어 애오라지 하는 일이란 전혀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이다. 그이는 나와의 인터뷰마저도 아내 복경순과 이미 대학의 외식산업과를 나와 전문요리사가 되어있는 아들 배승태에게 맞긴 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듯이 우정집은 이미 경기도 지정업소며 모범업소로 선발되었지만 어디에도 인정서 따위는 보이지 않고, 붙은 것은 냉면과 비빔냉면 각각 5000원이라고 적힌 메뉴판이 전부였다. 우정집에서 생각 없이 냉면을 먹다 말고, 나는 자칫 입에 문 냉면 몇 올마저도 목구멍으로 흘려 넘기기가 불현듯 외경스러운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런 이도 있는 것일까. 전문요리사출신인 아들마저 아버지의 길은 옆에서 보아내기만 해도 너무 고달프고 힘들어 도저히 뒤따르지 못하겠다며 그만 포기하고만 길을 걷는 이. 길이 깊어지다 못해 이제는 애오라지 자신을 세상에서 숨기려 드는 이. 그렇게 장인정신 깊어지면 안으로 갈무리되어 어디론가 또 다른 공간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일까. 그리하여 어느 날 눈 밝은 이를 만나면 은은하면서도 황홀한 빛을 내어 무슨 향기로운 생명체로 다시 새나오는 것일까. 안성교육청 앞에 숨어있는 ‘향교식당’(031-675-4288)이라는 40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도 나로서는 장인정신이 빛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 집은 기실 안성 부근에 작업실이 있는 내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들르는 단골집이다. 어떤 날은 향교식당의 백반을 먹다 말고 자칫 심약해진 나머지 눈물마저 글썽일 때가 없지 않다. 나를 그렇듯 심약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반찬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이 집 주인의 선의(善意)이다. 누군가는 한갓 가정식백반에서 장인정신 운운하는 나를 너무 싸구려라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구태여 한 마디 변명하자면, 손님에 대한 선의가 없이 어떻게 장인정신이 우러날 수 있으랴, 되물을 수밖에. 시어머니 오은자와 며느리 서강열이 사이좋게 솜씨를 내는 향교식당 4000원짜리 백반의 반찬은 가짓수가 무려 16가지가 된다. 돼지불고기, 꽁치조림, 청국장찌개, 고추버섯볶음, 소고기장졸임, 미역쌈, 무장아찌, 시금치, 오이소박이, 어묵볶음, 오이노각, 김, 깻잎장아찌, 멸치땅콩볶음, 콩나물, 깍두기…. 반찬들의 어느 하나 고부의 정성이며 선의가 깃들지 않은 것이 없지만, 김같이 사소한 것도 쉽게 사서 쓰는 일이 없이 일일이 품을 팔아 들기름에 구워내는 식이다. 뿐이랴,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시켜서 양껏 밥을 먹고 나면, 한 양푼 가득히 갓 끓여낸 누룽지탕을 다시 가져다준다. ● 설렁탕 역사는 수백년 설렁탕이 조선시대 선농단과 왕실소유 토지인 직전에서 해마다 봄이면 거행된 왕의 친경행사에서 유래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친경행사에서 왕이 선농제라는 일종의 풍년제를 올린 후 제사에 쓴 소를 재료로, 문무백관이며 인근의 백성들까지 두루 나눠먹게 하기 위하여 솥 가득히 끓여낸 음식이 바로 설렁탕이라는 식이다. 이 설렁탕은 원래 선농탕이 변한 것이다. 이후 민간에서는 요리법이 차츰 발달하여, 우선 사골을 넣고 10시간 정도 끓인 다음에 소머리, 양지고기를 넣고 다시 3시간 정도 끓여서 고기만을 건져낸 다음에 부위별로 썰어내고, 뼈는 다시 푹 고아서 손님에게 내게 되었다. 설렁탕에 반해 곰탕은 사골 같은 뼈는 쓰지 않고 주로 내장 위조로 푹 고아서 말 그대로 곰탕을 만들어낸다. 해장국은 선지에 우거지를 넣어서 고아낸다.
  • [송기원 맛세상]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송기원 맛세상]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그대가 아무리 먹는 일에 무관심할지라도 얼핏 남대문 시장의 갈치조림골목에 대해서 한두 번은 흘려들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렇게 들은 풍문에 따라 어느 날 정오 무렵 문득 갈치조림 골목을 찾아간다면,그대는 우선 남대문 시장 초입에 있는 본동상가라는 낡은 건물을 발견할 것이다.그리고 그 본동상가 건물 사이사이로 두 사람이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쳐야 하는 골목도 발견할 것이다.너무 비좁고 어두운 데다가 지저분하게만 여겨지는 골목 앞에서 그대가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추었을 때,문득 골목 안 저편에서 한 줄로 늘어서서 무언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일단의 행렬을 발견할 것이다.마침내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한 그대가 그 행렬을 따라가보면,그대는 마침내 푸른 가스불 위에서 맹렬하게 끓고 있는 열 개 남짓한 뚝배기들도 발견할 것이다. 어디 그 행렬 앞에서 뿐이랴,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골목 여기저기에서 끓어대는 뚝배기들로 인하여 그대는 삽시간에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렇듯 혼미해지는 정신 속에서,야릇도 해라,그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가슴마저 두근두근 뛰고 있는 것을 느낄지도 모른다. ●여기저기서 끓어대는 뚝배기 뚝배기 속에서 맹렬하게 끓고 있는 것은 바로 갈치조림이다.그대로 하여금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가슴마저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겨우 5000원짜리 갈치조림이라는 사실에 그대는 피식,헛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그러나 좀더 안으로 기억을 더듬어오르다 보면,그대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따라나선 시골장터 풍물에까지 이를지도 모른다.장터의 모든 풍물들이 무슨 요술처럼 신기하기만 한 어린 촌놈인 그대에게,더군다나 흡사 넋이라도 빼앗아 갈 것처럼 현란한 것은 여기저기에서 한 솥 가득 넘치게 끓고 있는 국밥이며 팥죽이며 칼국수며 갖가지 떡들이었을 것이다. 어떤가.그대의 기억이 끓고 있는 갈치조림 뚝배기에 겹쳐 저 까마득한 시절의 장터풍경에 이르렀다면,하찮은 갈치조림 앞에서 가슴마저 두근거리고 있는 자신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지 않으랴.어쩌면 그대뿐만이 아니라 저렇듯 길게 늘어선 행렬들은 갈치조림 보다는 정작 장터에서 보았던 국밥이며 팥죽이며 떡같은 추억을 먹고 싶은 것이리라. 갈치조림 골목을 지나 반대편 입구에 다다르면 그대는 무심코 1950년대 적산가옥처럼 생긴 낡은 이층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 이층 건물에 붙어 있는 ‘막내횟집’(02-755-5115)이라는 입간판도 아울러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오늘 내가 그대에게 소개하고 싶은 곳은 갈치조림 골목보다는,바로 골목의 연장선상에 있는 ‘막내횟집’이다. ●특색이라고는 별로 없는 허름한 풍경 금방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횟집의 문을 열면,그대는 별로 넓지 않은데다 별 특색이라고는 없는 허름한 횟집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아니,그대가 이제 막 어스름이 지기 시작한 저녁 무렵에 횟집의 문을 밀쳤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그대는 이미 좌석을 꽉 채운 손님들로도 모자라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문 앞에서 서성이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을 바로 그대 앞에서 만날 것이다. 그대가 손님들 뒤에서 언제까지 서성이고 있어봤자 손님은 물론 회 접시를 들고 분주하게 오가는 주방 아주머니들까지 누구도 그대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결국 그대가 먼저 나서서 주인인 듯싶은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 수밖에 없다. “저어,자리가 없을까요?” 약간 당돌한 듯,그리고 무슨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어딘가 건방져보이기까지 한 주인 아주머니는 그때에야 비로소 그대에게 아는 채를 할 것이다. “예약은 하고 오셨어요?” “아니요.” “그럼,오늘은 안되겠네요.” 그대는 결국 명함 한 장만 달랑 손에 들고 가파른 계단을 되짚어 내려오는 수밖에 없다.만일 그대가 예약을 하고 다음 날 저녁에 막내횟집을 다시 찾는다면 그대는 당연히 자리를 잡을 수 있다.그대가 횟집에 오면서 설마 일행도 없이 혼자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그대가 일행과 같이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에,메뉴판에 적힌 대로 주문을 한다면,느닷없이 여기저기서 킥킥,웃음소리가 터질지도 모른다. 막내횟집의 메뉴판이야말로 엉터리다.광어 얼마,도다리 얼마,농어,우럭,아나고,낙지 얼마,얼마하고 적혀 있지만,누구도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이 집에서 나오는 메뉴는 단 한 가지 ‘모듬회’뿐이다.대중소로 나누어져서 각각 4만원,3만원,2만원 하는 모듬회도 손님 마음대로 시킬 수가 없다.대중소로 나누는 것마저도 주인아주머니 마음대로이다.손님이 두 명이면 소,세 명이면 중,네 명 이상이면 대다. ●엉터리 메뉴판… 주문도 주인 마음대로 어떤가,횟집 주인이 이 정도로 횡포를 부리면 정의감 넘치는 그대는 이쯤에서 당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그러나 그대 이외에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주인의 횡포에 항의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손님이 없다.만일 그대가 다시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서 주인아주머니가 주는 대로 회며 기본안주를 먹고 소주를 마신다면,결국 계산대에 서서야 그대는 비로소 주인아주머니의 횡포에 대하여 왜 누구 한 사람 나서서 항의를 하거나 따지지 않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막내횟집의 모듬회는 완도에서 날마다 직송해오는데,철에 따라 횟감의 종류가 조금씩 달라 어느 때는 광어와 도다리,어느 때는 우럭과 농어,어느 때는 숭어로 대개 두세 가지를 함께 낸다.기본안주는 달랑 5가지이다.어린아이 주먹만큼 큼직큼직한 감자조림과 고등어조림,오징어볶음,매운탕이 나오고,회를 다 먹으면 야채비빔밥이 나오는데 이 비빔밥이 별미다.만일 정말로 회를 많이 먹는 이라면 회 또한 덤으로 더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실컷 먹고 마신 가격이 한 사람당 1만 5000원 수준이다.아무리 많이 먹고 마셔도 결코 2만원 수준은 넘지 않는데,주인아주머니의 특별한 배려 때문일 터이다.그렇게 계산이 끝나고 나서야 그대는 비로소 약간 당돌한 듯,그리고 무슨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어딘가 건방져보이기까지 한 주인아주머니의 표정에 대해 이해하게 되리라.막내횟집은 결국 넘쳐나는 손님들을 주체하다 못해 다음 골목의 연세악세서리 주차장 옆에 똑 같은 이름으로 별관(02-776-6445)을 내었다. ●계산 마치고 나면 모든걸 이해 나에게 처음 막내횟집을 소개해준 극작가 안종관 선배는 소위 놀량패로 호가 난 이다.놀량패답게 마음씨 좋은데다가 마당발이기도 해서 문단은 물론 연극계며 음악,무용같은 예술인들과 두루 통하고,그이들 중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남모르게 뒷바라지 잘하기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이이가 또 호사가 기질이 다분하여 엉뚱하게도 호텔 일식당 주방장 출신을 데려와 막내횟집 횟감을 시식하게 한 바,일류 일식집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다는 것을 흔쾌하게 인정받았다고 한다.나를 처음으로 데려간 날 안종관은 자랑스럽게 주방장 출신의 말을 전하면서 덧붙였다. “나,이번 주일에만 오늘로 네 번 왔어.” 주인아주머니 김선자(金善子) 여사는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스무 살이 갓 넘어 당시 남대문 시장에서 역시 좋은 횟집으로 이름이 높던 ‘할머니횟집’의 종업원으로 들어와 15년 가까이 막일을 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횟집을 차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막내횟집이란 옥호의 ‘막내’는 아마도 할머니가 부르던 호칭이지 않았나 싶은데,주인아주머니는 자신이 지금은 없어진 할머니횟집의 정신적 계승자임을 분명히 한다. 돌이켜보면 주인아주머니는 회를 만지는 일로 청춘을 보내고 어느덧 반백 년의 나이에 이른 셈이다. 결국 주인아주머니의 손님들에 대한 횡포나,표정에 있어서의 당돌함과 건방져 보이기까지 한 자신감은 20년도 훨씬 넘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인지도 모른다.회에 대해서 만큼은 대한민국의 누구와 견주어도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나에게는 그런 자부심이 어쩔 수 없이 눈부시다. 막내횟집의 한쪽 벽에는 우리은행에서 강연을 하는 주인아주머니의 사진이 생뚱맞게 걸려있다.내가 무슨 사진이자고 묻자,주인아주머니는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회 뜨고 손님들 접대하고 그런 것에 대해서 부장급 이상 간부들한테 이야기하래요.그래서 그대로 이야기해줬더니 그걸 보고 마케팅전략인가 뭔가 그러대요.” ●갈치조림 골목의 이모저모 점심시간에 갈치조림 골목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은 곳은 희락(02-755-3449)과 중앙식당(02-752-2892)이다.이 두 집은 서로 원조임을 내세우고 있는데,적잖게 매스컴을 타서 식당 홀 중앙에 TV에 방영된 사진이 위압적으로 걸려있다.갈치조림 골목에 온 첫날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행렬의 끝에 붙어서서 두 집 중 한 곳으로 들어가 어렵사리 자리를 차지하고는 쫓기듯이 서둘러 갈치조림을 먹어야 했다.두 번째 갔을 때 나는 두 집을 피하여 다른 집을 찾아들었다.당연하게 손님이 적어서 넉넉한 시간에 천천히 갈치조림 맛을 음미할 수 있었는데,그래서일까,첫 번째 집보다 훨씬 맛이 깊은 느낌이었다.모름지기 너무 매스컴을 믿지 말 일이다. 갈치조림 골목에서 나는 갈치조림보다는 닭진미(02-753-9063)의 닭곰탕(5000원),닭내장탕(4000원),고기백반(6000원) 같은 각종 닭요리나 진주집(02-753-9813)의 해장국(4500원),설렁탕(5000원)이나 꼬리곰탕,방치찜,꼬리찜 같은 별미를 권하고 싶다.두 곳 다 40,50년이 넘는 동안 다져온 맛과 솜씨가 숨은 보석처럼 갈치조림 골목에서 빛나 보인다.
  • 100년 맛 이어받은 전성근 ‘이문설농탕’ 주인

    100년 맛 이어받은 전성근 ‘이문설농탕’ 주인

    ●설렁탕 서울을 대표하는 토속음식이다.조선시대 왕이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몸소 쟁기를 끄는 친경례(親耕禮)를 하면서 60세 이상의 노인에게 곰국을 대접하면서 비롯됐다고 한다.왕은 친경례에서 수고한 백성에게 석잔의 술과 음식을 내려줬다.이때 내린 것으로 술은 막걸리,음식은 설렁탕이었다.설렁탕은 현장에서 쟁기질 하던 소를 잡아 끓인 것이 아니다.소를 마구 잡는 법이 아닌데다 설렁탕은 국물이 제대로 우러나오려면 하루는 족히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쇠고기는 성균관 인근에서 살면서 서울의 쇠고기를 독점 생산,판매하던 반촌(泮村)의 반인들이 댔다고 한다. ■“손기정·김두한·박헌영씨도 한때 단골” “맛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게 100년 장수의 비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 뒤쪽 이문설농탕 주인 전성근(田聖根·59)씨는 역사의 비결을 묻는 물음에 “오래 됐다고 손님들이 오는 게 아니라 맛이 똑같기 때문에 옵니다.”라고 말했다. 1907년 개업,한 자리에서 98년째 문을 열고있는 최고의 음식점 주인 말치곤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신선하다.하지만 그 말 속에는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담겨있음을 읽을 수 있다.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이 넘는다곤 하지만 100년 가까운 식당은 참으로 드물다.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 치열했던 근세사를 건너기가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 최근 외식산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취업도 어렵고,정년도 짧아진 세태에서 쉽게 생각하고 창업하는 것이 ‘먹는 장사’다.한 집 건너 새로 문을 열고 그만큼 간판을 내리는 업종이 외식업이다. ●70대는 ‘어린’단골 이런 까닭으로 최고(最古)의 이문설농탕이 주목받는다. 이문설농탕은 전씨 집안이 전적으로 일으킨 가업은 아니다.전씨의 어머니 유원석(2002년 작고)씨가 1960년,양모씨로부터 이문설농탕을 인수해 지켜오다 아들인 전씨에게 물려줬다. 이문설농탕의 간판을 처음 단 사람은 홍모씨로 알려져 있고 그뒤 양씨가 인수해 운영해왔다.이들은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창업 연도도 여러 갈래다.당시 경복궁 주위의 경기·배재·중앙·휘문고보 등을 다녔던 노인들의 기억에 따르면 멀게는 1902년부터 짧게는 1907년까지 거슬러 간다.그래서 전씨는 가장 짧은 1907년을 개업 연도로 삼고 있다. 전씨는 “옛날에 이 부근에서 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이 할아버지가 돼 손자들 손을 잡고 오시지요.3·4대째 단골이 많지요.저희 집에선 70대는 청춘이고 90대가 돼야 어른 대접을 받습니다.60∼70년 단골이 부지기숩니다.”라며 은근히 자랑한다. 70년대 초 건국대 농대를 졸업한 전씨는 경기도 수원에서 부친과 함께 목장을 운영했다.목장이 사실은 할아버지(田熙哲)대부터 내려온 가업.할아버지는 목원대 전신인 감리교 대전신학원 초대교장을 지낸 목회자였다. 전씨가 식당일에 나선 것은 어머니를 돕기로 한 1981년부터.2∼3년 ‘잠시’ 돕겠다고 식당에 나왔다.“당시만해도 식당일을 한다는 것은 사회적 선입견이 달갑잖았지요.”하지만 식당일을 계속하면서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이집은 보통 집이 아니야.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이야.”하는 노인들의 격려에 힘을 얻은 전씨는 식당 운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오늘의 이문설농탕이 있게 한 공로를 어머니께 돌렸다.그의 어머니 유씨는 1930년대에 이화여전 가사과를 나온 당시의 ‘신여성’이었다.동기로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의 어머니 이원숙씨가 대표적이다.한국전쟁중이던 50년대 초 부산 광복동에서 유씨는 이씨와 동업으로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유씨는 이후 음식점 운영의 길을 걸었다. 이 집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단골들도 역사의 한 자락을 차지했다.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영웅 손기정,이시영부통령,국어학자 이희승박사,남로당 거물 박헌영,주먹천하의 김두한 등이 단골이었다.김두한은 10대때 한때 종업원으로 일했다고 전해온다. 80년대는 먹성좋은 운동선수 특히 유도 복싱 레슬링 등 격투기 선수들이 많이 찾았다.당시 유도대표 선수들은 YMCA 체육관에서 연습을 했고,유도선수들의 소개로 복싱 레슬링 선수까지 이어진 것이다.유도의 하형주,복싱의 김광선 문성길 등이 대표적이다. 단골이 많은 이 집의 한결같은 맛은 100년 전이나 똑같은 설렁탕을 끓여내는 방식에 있다.단지 장작이 연탄에서 액화석유가스(LPG)로,다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뀌었고,무쇠솥이 압력솥으로 변한 것 뿐이다.건물도 일제시대 그대로다. ●퓨전을 이기는 전통의 맛 이 집의 설렁탕은 소의 거의 모든 부위를 넣고 15시간 푹 곤다.국물이 뽀얗고 맛이 담백하면서도 짙다.그래서 설농탕(雪濃湯)이라고 부른다. 농후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국물에 분유나 프림 등을 섞는다는 소문이 나돌아 한때 많은 집들이 타격을 입었다.하지만 제대로 끓여내는 것으로 단골로부터 인정을 받아온 이문설농탕은 오히려 더 장사가 잘됐다. “음식을 엉터리로 만들면 손님이 먼저 알아차립니다.”그는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유혹도 많지만 맛에 대한 고집으로 프랜차이즈나 분점도 내지 않고 있다. 상호는 1970년대에 이미 등록했다.“요즘 젊은 사람들이 ‘국적없는’ 퓨전 음식을 찾지만 이들도 나이가 들면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문설농탕은 일본 언론매체가 특집으로 다루면서 10여년 전부터 일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특히 아침 손님은 일본인이 더 많다.전씨는 이런 이유로 이문설농탕은 이제 자신 개인소유의 식당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한다.역사의 명소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점이 된 까닭이다.“저희 집은 값도 마음대로 못올립니다.단골 어르신들에게 먼저 의향을 여쭤봅니다.”설농탕 보통 한 그릇에 5000원.수십년째 가격에 못이 박혔다. 뽀얀 국물처럼 햇빛에 바래 역사가 쌓이고 있는 이문설농탕.“전통을 잇는 장인의 각오로 이 자리를 지켜나가겠습니다.”라는 전씨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 피맛골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 피맛골

    피맛골이라는 지명을 스쳐듣고 우연히 그곳을 찾아든 이들은 대부분이 우선,‘에게,이게 뭐야.’ 하고 눈살부터 찌푸릴 터이다.당연한 반응이다.서울의 어디를 가나 흔하게 대할 수 있는 지저분하고 꾀죄죄한 풍경이 애써 나들이한 발걸음을 선뜻 골목 안으로 한 걸음 더 옮기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광화문 교보문고 뒤편에 남아 있는 피맛골은 고작 두 사람이 지나쳐도 쉽게 어깨를 부딪치게 마련인 비좁은 골목길에다가 길이도 20여m를 넘지 않는다.그렇다고 무슨 뛰어난 음식점이 즐비하게 들어찬 것도 아니다.고작해야 열차집이라는 두어 평 남짓한 빈대떡집과 대림식당이라는 생선구이집,그리고 반대편 초입에 서린낙지라는 간판의 낙지집이 한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의식주 해결할 물산의 집합소 이 교보문고 뒤편의 피맛골 말고도 종로 2가에서 인사동으로 접어드는 어름에 또 다른 피맛골이 남아 있다.서피맛골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그럴듯한 장명등 간판까지 내걸고 떠들썩한 주점가로 변하여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지만,정작 인사동 일대의 관광지구 작업에 편입되어 피맛골 자체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변질시킨 듯한 싸구려 지분 냄새를 숨길 수가 없다. 피맛골이란 이름의 이 특이한 뒷골목은 원래 종로 1가 교보문고 뒤편에서 시작하여 종로 2가를 거쳐 3가에 이르기까지 연결되어 있었지만,큰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도중에 여기저기 골목이 끊기는 바람에 결국 두 곳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나로서는 이 두 곳 중에서도 피맛골 하면 역시 교보문고 뒤편의 지저분하고 꾀죄죄한 골목이 그 이름에 걸맞은 것 같아서 못내 그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조선시대에는 지금 종각이 있는 종로 네거리 부근을 운종가라고 하였는데,이 운종가는 소위 ‘상것’들이 사는 곳이었다.운종가의 이 ‘상것’들은 사농공상이라는 봉건 가치의 가장 아랫자리를 차지한 상인들로,종이나 백정 혹은 갖바치 같은 다른 상것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천한 신분이었다. 당시의 가장 윗자리 신분에 있던 사대부의 입장에서 보자면,이 운종가의 상것들은 여느 상것들과도 달리 참으로 처치곤란한 일종의 필요악이었다.애오라지 학문과 수신에만 힘써 마침내 입신출세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필생을 바쳐야 하는 사대부로서 비록 굶어 죽을망정 어찌 당장에 급하다 하여 먹고 입고 자는 따위 천한 값어치에 눈길을 줄 수가 있으랴. 바로 그런 윗자리 신분의 필요에 따라 그들 대신에 먹고 자고 입는 데 필요한 모든 물산들을 주무르는 이들이 모여 이룬 거리가 다름 아닌 운종가였다.종각 네거리 일대에 이른바 육의전이 늘어섰으니,포목 무명,명주,종이,모시,생선 등이 운종가의 주된 물품이었으며,나아가 구리개나 동대문의 배우개 저자거리에는 옥패물,유기며 사기그릇,호랑이 가죽이며 수달가죽,엽초,과일 등 조선 팔도의 모든 물산들이 빠짐없이 다 모여들었다. ●윗자리 행차 피한데서 유래 운종가가 번화하면 할수록 높은 가마 위에 앉아 물렀거라,비키거라,호령과 함께 이곳을 지나치는 윗자리들은 저마다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외로 돌리지 않은 이가 없었다. ‘쯧쯧,선현께서 이르시되 상업이 흥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느니….’ 운종가의 상것들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윗자리들이 또한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비록 신분상 아랫자리에 위치한 천한 상것이라지만,누구보다 영리하고 사리에 밝아 윗자리들의 허허실실이며 허장성세를 뚜르르 꿰뚫는 데다가 이재와 처세술 또한 뛰어나 정도 이상의 부를 이루어 먹고 입고 자는 일에 신분에 걸맞지 않은 호화를 누리는 그들로서는 윗자리의 때 아닌 눈살이며 외고개짓이 마음 편할 수는 없었다. ‘쳇,그놈의 잘난 벼슬 좀 잡았다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란….’ 이런 아랫자리와 윗자리 사이의 눈살이며 외고갯짓이 한데 어울려 운종가 뒷골목에 언제부터인가 희한한 명칭의 골목길이 생겼으니,바로 피맛골이었다. 운종가에 한번 윗자리의 행차가 떴다 하면,아랫자리들은 재빨리 뒷골목으로 숨어들어 윗자리의 행차를 피하다 보니 뒷골목 이름 자체가 피맛골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듯 윗자리를 피해 숨어든 아랫자리들을 노려 다시 싸리나 간짓대에다가 술을 빚는 용수를 내건 선술집이 생기고,그 옆에는 다시 1m 남짓한 백지 괘등을 내건 장국밥,설렁탕,곰탕집들이 생겨나니,피맛골은 윗자리들은 결코 넘볼 수 없는 아랫자리들만의 공간이 된 것이다.아랫자리들이 만든 이 소중한 놀이공간은 피맛골이라는 이름으로 조선 봉건시대 500여년을 면면히 맥을 이어왔다. 만일 그대가 아직도 이 시대의 아랫자리라고 여기거나 혹은 사는 일 자체를 힘들어한다면 한번쯤은 피맛골로 발걸음을 옮길 것을 권하고 싶다.함께 올 동료가 없다면 스스럼없이 혼자 와도 좋다.그리하여 이제 막 땅거미가 스멀거리기 시작하는 피맛골에 접어들어 열차집(02-734-2849)의 허름한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서라.벌써 빈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 자리라도 가서 낯선 사람에게 합석할 것을 부탁하라.백이면 백 기꺼이 응해줄 터이다. ●빈대떡에 소주 몇잔… 세상 시름 훌훌 마침내 자리를 잡으면 3장에 7000원인 빈대떡 한 접시에다 소주 한 병을 시켜라. 빈대떡이 아니라면 굴전이나 파전을 시켜도 좋다.그리하여 술과 안주가 탁자에 놓이면 소주 한 잔을 따라서 목 안에 깊이 털어넣어라. 그리고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그대는 이미 혼자가 아니다.얼핏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그대에 비해 크게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는 얼굴,한 잔의 소주 혹은 한 사발의 막걸리에 이미 불콰하게 술기운이 오른 얼굴,바로 그대 자신의 얼굴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에서 그대를 이 시대의 아랫자리에 위치하게 한 윗자리들의 허허실실과 허장성세에 대해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있을 터이다. 그대가 술과 함께 밥도 먹을 작정이라면 열차집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대림식당(02-730-1665)으로 가도 좋다.삼치와 굴비,고등어 따위 생선구이 백반들이 저마다 5000원에다가 된장찌개 또한 맛이 뛰어나다.이 대림식당을 끼고 좀더 골목으로 접어들면 몇 걸음 안 가서 부산복집과 처마를 나란히 한 청진식당(02-732-8038)을 만나게 된다.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이 4000원에 비하면 넘칠 정도로 풍부한 양에다가 반찬은 물론 공기밥 한 그릇이라도 더 주기 위해 꾹꾹 눌러담는 주인아주머니의 큰 손이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는 것 자체까지도 공연스레 즐거워지게 한다. 만일 그대가 혼자가 아니라 서너 명의 벗들과 함께라면 좀더 골목을 에돌아 5000원짜리 한정식으로 이름난 남도식당(02-734-0719)을 찾거나 교보문고 뒷길에 있는 안성또순이집(02-733-5830)에 가서 20년 동안 생태찌개 한 가지만을 지켜오는 특별하고 맛깔스러운 고집을 만나기 바란다.비록 한 냄비에 4만원이지만 네 명이 충분히 먹고도 남아 크게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일찍이 시인 신경림은 노래했다.‘못난 놈은 서로 얼굴만 봐도 반갑다.’피맛골 안의 여기저기에서 만나는 결코 낯설지 않은 얼굴,바로 자신을 닮은 얼굴들이 어찌 반갑지 않으랴.잘난 놈만 먹고 노는 게 아니라 못난 놈도 즐겁게 먹고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 피맛골이다.
  • 얼음재킷… 휴대선풍기… 점심2시간

    입추·말복까지 지났지만 ‘10년 만의 무더위’가 이달 들어서도 계속되는 가운데 산업현장이 막바지 더위 식히기에 여념이 없다.단순한 사원 복지 수준이 아니라 더위 자체가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위 관리도 중요한 생산관리의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더위에 지친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수원사업장에서 ‘아이스웰빙 페스티벌’ 행사를 벌이고 있다. 임직원들은 사내식당에서 한방설렁탕과 얼음열무국수 등 ‘보양식’을 먹은 뒤 얼음조각 예술가의 공연을 보고 직접 얼음을 조각하며 더위를 이기고 있다.또 태국의 마사지 전문가 20여명을 초빙해 마사지를 받고 물풍선 던지기 등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게임에도 참여했다. 삼성전기 이상표 상무는 “매년 여름 보양식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를 벌여왔지만 올해는 워낙 더워 좀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유독 더위를 타기 쉬운 현장도 직원 건강 챙기기에 바쁘다. 경남 진해 STX조선은 낮 기온이 섭씨 29도 이상 올라가는 날이면 점심 시간이 2시간이다.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도 28.5도 이상이면 30분,32도 이상이면 1시간씩 점심 시간을 늘린다.또 영양닭죽,쇠고기영양탕,장어수제비,장어구이 등 거의 매일 보양식을 내놓는다.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밀폐 사업장에 대형 옥외 에어컨 126대를 설치했다.개인용 에어재킷 2000여개와 제빙기 44대,에어컨 880대를 선박 조립 공장에 제공했다.부산 한진중공업은 용접 직원 700여명에게 시원한 공기가 나오는 에어쿨링 재킷을 지급했다. 현대중공업도 10억원을 들여 옥외에어컨 52대와 현장용 에어컨 30대를 긴급 설치했다.개인용 휴대선풍기 7000여대도 지급했다. 2000도의 용광로와 씨름을 해야 하는 철강업계도 ‘비상’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중순부터 의사,간호사,산업위생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지원팀이 고열 작업장 14개 부서를 돌며 직원들의 땀띠나 무좀,내과 질환 등 건강 상태를 점검해 주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라도 공장 내부가 바깥보다 덥지는 않지만 여름철에는 용광로 부근 작업자 등에게 방열복 외에 얼음재킷을 따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천 INI스틸은 제빙기와 냉장고 등을 작업 라인에 설치했고 대한제강도 기중기 운전자에게는 냉동팩 재킷을 입게 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허경화 연구원은 “무더위가 계속되면 작업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면서 “정제염보다는 오이냉국 등 음식으로 부족한 전해질을 보충하고 휴식시간도 자주 갖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박태준(26·서울대 국사학과) 장은미(26·LG생활건강 인재개발팀)

    “천사,악마의 설렁탕 한 그릇에 넘어오다.” 저는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인문대 악마’라고 불리곤 했습니다.이곳저곳 술자리에 빠지지 않으며 장난끼있는 행동을 많이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저는 생긴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100% 연관성이 있다고들 하지요.제 신부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인문대 천사’라고들 했습니다.누구에게나 웃음 가득한 얼굴로 친절한 한마디를 건네는 그녀는 그러나 그때까지는 저의 천사가 아니었지요. 1999년 겨울,저는 집에서 나와 학교 앞에 있는 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고 있었습니다.마침 서울에 올라오셨던 어머님께서 친구와 먹으라면서 설렁탕을 싸주셨습니다.우유팩에 담긴 설렁탕을 달랑달랑 손에 들고 학교로 올라가자,제 신부를 포함한 동기들은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공부는 무슨 공부야.맛있는 거 싸왔으니깐 얼른 내려가서 소주나 한잔 하자.”출출했던 친구들은 흔쾌히 동의했고,자취방에 모여서 설렁탕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어,쌀이 없다.은미야,집에 가서 쌀 좀 가져와라.”친구의 한마디에 제 신부는 집에 가서 쌀을 퍼와야 했고 저는 그 길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이전부터 호감을 가졌던 여자와 단 둘이 걷는 그 날 밤의 싱숭생숭한 마음. “은미야,춥지?”손 한번 잡고자 건넸던 말에 돌아온 답은 무뚝뚝하게도.“아니.” 그날 밤 30여분을 걸으며 “춥지?” ,“아니!” 를 몇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릅니다.설렁탕에 소주 한잔 걸치고 은미를 집까지 데려다주며 수줍게 고백을 했습니다. “난 사랑보다는 정을 믿는다.너라면 평생 정들어서 함께 살고 싶다.” “난 아직 준비가 안 됐거든.사흘 후에 대답해주면 안될까?” 제 평생 가장 길었던 사흘이었을 겁니다.사흘 후 돌아온 대답은,“그날 밤 설렁탕 너무 맛있었어.나중에는 더 맛있는 거 많이 사 줄거지?”였다. 그렇게 맺어진 지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좋은 신부를 얻을 수 있게 미끼를 제공해주신 어머님께 감사드리며,허술한 미끼에 모른 척 넘어와 준 신부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처음 고백했던 그 마음 그대로서로에 대한 믿음을 지켜가고자 합니다.˝
  • [오늘의 눈] 새 지사가 할 일/이정규 사회교육부 부장급

    7일 오전 제32대 경남지사로 취임한 김태호(金台鎬) 지사는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민생현장을 찾았다.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변화다.취임식 자체는 전임 지사들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지만 식후 다과회 등이 모두 생략됐다. 그는 마산 어시장에 들러 상인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지난해 태풍 ‘매미’에 찢어진 상처를 달랬다.이어 오후에는 장애인 시설도 둘러봤다.저녁에는 창원시내에서 근로자와 택시기사,장애인 등 서민들과 설렁탕으로 저녁을 때웠다.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민생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을 만나고 돌아설 때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이제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할일을 찾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잇따른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일이다.선거과정에서의 대립과 갈등을 털어내고,도민들이 일상생활로 되돌아 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반대편에 서서 자신의 허물을 들추고,약점을 지적했던 이들에게도 아량을 보이기 바란다.대선이 끝난 지 1년6개월이 됐지만 아직까지 ‘친노와 반노’로 갈라진 채 반목하면서 국력을 낭비하는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들떠있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한다.총선에 이은 재·보선으로 공무원들의 기강이 풀어진 것은 사실이다.이를 다잡아야 하지만 물리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공정한 인사만이 공직사회에 신바람을 불어넣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지금 공직사회에는 선거결과에 따른 논공행상식 하마평이 무성하다.선거에 이겼으니 논공행상이 없을 수 없겠지만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마치 점령군들이 전리품을 챙기듯 공직을 차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도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다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정규 사회교육부 부장급 je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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