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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못믿을 미국 쇠고기,그리고 反美/문소영 경제부 차장

    [데스크시각] 못믿을 미국 쇠고기,그리고 反美/문소영 경제부 차장

    “1년 내내 미국 쇠고기를 실컷 먹고 나서 웬 딴소리냐.” 2년 전 미국 연수를 함께 다녀왔던 선배의 핀잔이다. 기자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가 수입되니 광우병이 걱정돼 쇠고기 자체를 먹을 수 없다.’고 푸념했기 때문이다. 그 선배의 핀잔은 연수기간 미국에서 먹었던 쇠고기와, 앞으로 한국에서 먹게 될 미국 쇠고기가 똑같은 상품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그러나 기자는 여기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당시 미국의 양판장인 ‘샘스클럽’에서 사먹은 쇠고기 ‘초이스’급이나 대형 식료품점 ‘푸드라이언’,‘해리스티터’에서 사먹은 ‘프리미엄’급은 미국 정부가 주장하듯이 20개월 안팎의 쇠고기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양보해도 ‘30개월 미만’일 것이다. 현지 교포인 이선영 주부도 한 방송에서 “미국인과 한국교포 250만명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먹는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대충 생각해 봐도 미국산 쇠고기가 내수용과 수출용이 같은 상품이라면 양국 정부는 수입 쇠고기의 월령 제한을 20개월 안팎으로 낮췄어야 맞다.20개월 미만만 수입하는 일본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논란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사라진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 한국에 30개월 이상을 강요한 점도 의심스럽다. 미국 내에 30개월 이상의 소들이 존재하고, 그 소들을 처리할 ‘출구’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축산농가들에 따르면 12개월 이상된 암소 1마리가 2번 송아지(가임기간 280일×2=약 19개월)를 낳으면 최소 31개월을 넘게 된다고 했다. 암소 1마리가 1마리의 송아지만 낳고 도축될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고, 사육소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30개월 이상의 미국 쇠고기를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홀인원할 확율보다 낮다,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희박한 홀인원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비행기를 탈 때마다 여행자 보험도 든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위험이 낮다는 것은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무책임하게 ‘위험하다 판단되면 소비자가 사먹지 않으면 된다.’고 주장해 정부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소비자들은 매년 설날이나 추석 즈음해서 젖소나 수입소가 한우로 둔갑하는 우리나라의 유통구조에서 사먹는 한우가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기는 정말 어렵다.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 들어 이윤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업자들은 어떡할 것인가.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값만 싸다면 납이 든 생선이라도 들여오는 한국 수입상들을 예로 들며 “초과이윤을 추구하는 한국 수입업자들이 미국에서 어떤 쇠고기를 수입할지 충분히 예상된다.”며 씁쓰레했다. 그런 점에서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며,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자율 결의를 했다.”고 한 발언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까지 하신 분으로서 참으로 순진한 믿음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기자는 게다가 최근에 “선배 같은 사람 때문에 광우병 쇠고기가 개방됐다.”는 비난도 받았다. 지난해 4월7일자 본지 ‘여담여담’에 “쇠고기도 실컷 먹고, 물가도 낮추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해야 한다.”고 쓴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자를 한·미 FTA 반대자들로 매도하는 편가르기도 그만둬야 한다. 서울 사는 아들에게 “설렁탕은 이제 사먹지 말라.”며 전화로 걱정하는 시골의 늙은 어머니가 무슨 반미주의자겠는가. 국민의 식탁을 불안케 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농림부 장관 해임 등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 문소영 경제부 차장 symun@seoul.co.kr
  • [사설] 한국 경제 지금 추락하고 있는데

    경기 지표에 온통 빨간 불이 켜졌다. 이미 올해 목표치를 뛰어 넘은 물가는 안정 기미가 없고, 유가는 끝없이 치솟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엊그제 “올해 4.5% 이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빠르면 상반기 중 당초 전망치인 4.7%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환율은 1주일 새 53원이나 오르는 등 달러당 1040원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신규 취업자 수는 18만여명으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이 잠재 성장률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호들갑을 떨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기가 정점을 넘어 하강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쇠고기 협상에 따른 광우병 논란,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예고된 경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의 주요 정책이 국론 분열 등으로 차질을 빚을 경우 경기는 급강하할 수 있다. 광우병 파동과 AI로 축산 농가와 서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산지 한우는 값을 내려도 사려는 이들이 없다고 한다. 스테이크, 설렁탕, 오리고기, 닭갈비집 등 외식 업체는 파리를 날리고 있다. 정부는 검역 대기 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곧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추가로 수입할 경우 생길 파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확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지 철두철미하게 모니터링하는 등 각 부처가 책임을 지고 제역할을 다해야 한다. 정부의 경제 정책 우선 순위도 성장과 물가 안정을 조화롭게 하는 쪽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물가가 경상수지나 성장의 뒷전으로 밀려 있는 느낌을 시장이 계속 갖는 한 인플레 기대 심리만 커져 성장도 물가 안정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열린세상] 정부가 신뢰 잃을 때 괴담이 떠돈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정부가 신뢰 잃을 때 괴담이 떠돈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는 것이다. 정부의 협상 때문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위험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담배는 피우는 사람이 피울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입된 쇠고기 속에 특정위험물질(SRM)이 들어있는지 안 들어있는지를 알 수도 없고, 들어 있지 않은 쇠고기를 선택할 수도 없다. 학교, 병원 등 단체 급식을 피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광우병 발병 확률이 몇 퍼센트인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위험에 대해서 국민들을 보호할 1단계,2단계,3단계의 조치를 정부가 취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다. 방패가 되는 보호 단계를 한꺼번에 무너뜨렸다는 실망과 공포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괴담’ 운운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괴담’이 도는 것은 바로 정부의 설득 능력 부재가 원인이다. 정부가 신뢰를 받으면 이런 괴담이 떠돌지 않는다. 정부의 메시지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지도 못했다. 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경하게 20개월 미만을 주장하고 작은 뼛조각 하나에도 민감할 정도로 강력 반발하던 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는지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협상이 끝난 후 대통령은 “안 먹고 싶은 사람은 안 사먹으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국민을 화나게 했다. 사회 여론이 악화되자 청문회에 공무원들이 나와서 방어하는 발언을 했다. 설렁탕을 많이 먹는 우리 국민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어느 공무원은 굳이 영어단어를 써가며 이런 식의 답변을 했다.“그건 안 좋은 식습관입니다. 국민들이 ‘behavior’를 바꾸어야 합니다.” 광우병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설득은 전략이 없었고 전달도 안 되었다.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풀기에는 전문가들의 답변이 너무 어려웠다. 정부의 해명은 전문적인 용어로 가득 차 있었다. 와 닿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초기에는 담화문과 문답자료만 나와 있었고, 그나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알기 쉬운 내용이 아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측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은 즉각적으로 와닿는 것들이다.“엄마가 뿔났다!” 자극적이지만 “뇌에 구멍 송송 나기 싫어요.”라는 구호까지 있다. 선동적이라고 매도만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이런 메시지들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메시지는 쉽고 단순하게 귀에 와서 착 달라붙어야 설득력 있다. 착착 달라 붙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쾌한 메시지다. 복잡한 전문용어, 복잡한 통계 수치, 복잡하고 추상적인 개념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통은 친절해야 된다. 서비스 정신이 없을 때 어려운 메시지가 여과 없이 나간다. 쉽고 단순한 메시지로 소통하고자 할 때, 그 메시지에 힘이 붙는다. 대중과의 소통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하고 쉽게 전달하려는 서비스 정신이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싸고 상황이 점점 더 험악해지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섰다.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 불가론에서 조건부 재협상론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대통령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한·미 양측이 이미 사인한 협상 내용 중 일부를 부분적으로 파기하겠다는 발언이다. 정부가 이렇게 물러난 것은 협상 때의 실수를 자인한 셈이다. 임시방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신뢰받는 정부가 되려면 소통의 전략이 필요하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커지는 광우병 논란] 도축장 승인권 美로,왜?

    [커지는 광우병 논란] 도축장 승인권 美로,왜?

    “미국산 쇠고기는 미국 국민은 물론 수많은 미국 여행객들도 먹고 있습니다. 한국인 유전형이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지만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다음은 광우병 의혹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반론이다.( )는 정부의 설명. ▲곰탕이나 설렁탕은 안전한가 (미국에서 누구나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고, 미국에서도 뼈로 우려낸 육수를 수프나 소스 등으로 활용하지만 아직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광우병의 잠복 기간은 10∼30년이고,2003년 12월 광우병이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010년 이후에야 광우병의 위험이 검증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도축 안전한가 (미국 도축장에 연방정부 수의사가 상주하며 임상 검사를 실시하고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의 제거 여부를 감독할 것이다.) 하지만 박 국장은 “과거에는 우리가 도축장 승인권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 측으로 오히려 넘어갔다.”면서 “우리 현지 실사단이 안전하다고 판정한 도축장에서 지난해 뼛조각이나 등뼈 등 SRM이 나왔는데 무엇이 안전하다고 강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물성사료를 먹지 않은 소는 괜찮은가 (미국에서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가 시행된 1997년 이후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이 아직 확인된 사례가 없다.) 그러나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는 여전히 미국 안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 이번 협상에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조건이 미 연방정부가 동물성사료 금지를 법제화한다는 공고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미 축산업계는 막대한 자금 소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지 않은가 (한국인의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형 ‘MM형’을 갖고 있다는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인에게서 광우병 위험이 더 높다는 결론을 연구자가 내리지 않았고,MM형 유전자가 광우병 감염설의 절대적 요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해명은 ‘과학적으로 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 역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뜻이다. ▲혈액, 살코기 등에서도 광우병 전달물질인 프리온이 발견될 수 있는가 (아직까지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다.) ‘프리온이 없다’는 확답은 아니다. 수입을 강행하는 정부조차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100% 신뢰할 만한 근거를 갖지 못한다는 말이다. ▲젤리, 화장품 등 소 성분이 미량 들어있는 식품 섭취는 안전한가 (젤라틴이나 콜라겐은 소가죽으로부터 만든다. 국제수역사무국은 소가죽은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이는 지금까지 소가죽에서 광우병 병원체인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2005년 이전까지는 화장품이나 젤라틴도 유발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안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동물사료 중 뇌와 척수만 금지했다. 정부는 이로써 90%의 위험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10%의 위험은 남아있지 않은가 (미국은 1억마리중 2마리꼴로 광우병이 발생했다. 이는 1989년 이전에 영국·유럽으로부터 수입된 육골분 사료 때문에 발생했을 수 있다.1997년 반추동물로 만든 사료를 반추동물에게 금지한 사료조치 이후에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상황으로는 광우병 발병 위험이 정상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본다.) ▲20년 전에 비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사망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일부는 인간광우병이라는 설도 있는데 (인간광우병과 알츠하이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알츠하이머는 평균 발병연령이 60세 이상이라면 인간광우병은 평균 발병연령이 29세이다. 증상도 알츠하이머가 신경과적 증상이 많다면 인간광우병은 정신과적 증상이 많다. 두 가지가 혼동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동대문구 “설렁탕 드시러 오세요”

    “선농대제 관람하고, 설렁탕 한 그릇 드세요.” 조선시대 임금이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 후 손수 쟁기를 잡고 밭을 갈았다는 선농대제(先農大祭)가 동대문구 제기동 선농단(사적 제436호)에서 25일 열린다. 농사일을 마치면 백성들을 대접하기 위해 소의 여러 부위를 넣고 푹 끓인 국밥을 돌렸는데 지금의 ‘설렁탕(先農湯)’의 유래가 됐다. 24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동대문구청∼선농단(1.3㎞)구간을 주민과 자원봉사자 320여명이 참가하는 어가행렬로 시작한다. 취타대를 선두로 해 문무백관, 임금을 지키는 금군과 별시위군, 환관으로 이어지는 어가행렬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어가행렬 관계로 오전 10시부터 10시40분까지 고산자로와 왕산로 일부가 통제된다. 오전 11시부터는 본 행사인 선농대제가 진행되는데 농업의 신에게 폐백(예물)을 드리는 전폐례를 시작으로, 술을 올리고 음복을 하는 본격적인 제사가 진행된다. 폐백과 축문을 태워 땅에 묻는 망요례가 끝나면 공식적인 선농대제가 끝나는데 이어 전통설렁탕을 재연해 구경나온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도 준비된다. 선농대제는 조선 태조 때부터 마지막 왕인 순종 때(1909년)까지 이어져오다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에 의해 중단됐다. 그 후 70여년간 굳게 닫힌 선농단의 문은 1979년부터 뜻있는 제기동 마을주민들이 모여 1년에 한번씩 제를 올리면서 다시 열렸다.1992년부터는 동대문구가 농림부, 동대문문화원, 선농제향보존위원회등과 함께 공동주관하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한우값 하루새 8% 급락

    한우값 하루새 8% 급락

    정부가 미국에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사실상 합의하자 한우 값이 하루 만에 8% 급락하는 등 국내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일 총리 공관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며,21일 오전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한다. 갈비탕 등에도 원산지 적용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2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 등에 따르면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가 발표된 지난 18일 경북 경주 소시장에서 암수 송아지 가격은 평균 174만원과 181만원에 거래됐다. 하루 전인 17일보다 각각 8.4%와 7.2% 떨어졌다. 전북 장수에서도 암수 송아지 가격이 하루 만에 4.9%와 4.6% 하락했다. 지난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에는 전국 암수 송아지 가격이 18.5%와 6.6%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 한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또다시 하락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우 농가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일 오후 4시 총리 주재로 기획재정부, 농식품부, 보건복지가족부, 여성부 등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 회의를 가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1일 발표될 대책은 크게 ▲축산유통 개선 ▲품질관리 강화 ▲생산성 향상 ▲수입위생 강화 등 4가지 분야라고 밝혔다. 특히 수입 쇠고기의 국내산 둔갑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구이용 쇠고기에만 적용한 원산지 표시를 갈비탕과 설렁탕, 육개장, 육회, 갈비찜 등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운영하고 있는 이력추적제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한편 녹색연합과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1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를 규탄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여성&남성] 잔인한 봄바람

    [여성&남성] 잔인한 봄바람

    봄바람이 분다, 살랑∼. 봄바람은 달콤하다. 여자의 마음이 들뜨고 남자의 마음도 따라 설렌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남자는 주로 ‘잔인한 봄바람´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은 오르고 취업전쟁은 시작됐다. 지출은 늘어나고 가족들은 매주 나들이를 강요해 휴식이 줄었다. 여자는 주로 ‘우울한 봄바람´이라고 말했다. 옷값 때문에 지출이 늘고 미팅·소개팅에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성과는 없다. 봄을 타는 들뜬 마음은 감정의 기복을 심하게 하기도 한다. 봄바람은 이렇게 달콤잔인하게 불어 왔다. 쌀랑∼ 사건팀 kdlrudwn@seoul.co.kr ■ 女-옆구리는 허전하고 ‘봄우울증’에 한숨만 ● “봄맞이 지름신이 오셨어요” 회사원 김모(25·여)씨는 이번 달 가계부에 적자가 났다. 겨울 동안 외출을 자제하다 따뜻한 봄이 오면서 명동과 강남 거리를 다니다 보니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야시시한 옷도 보이고 날씬한 예쁜 여성들만 보였다.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불쑥불쑥 솟았다. 결국 여름철을 겨냥해 다이어트를 하려고 3개월에 15만원을 주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봄에만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게 올해로 벌써 네 번째다. 게다가 겨울엔 잘 사지 않던 옷도 몇 벌 사면서 지출이 늘었고 결국 지난 25일 월급날이 채 되기 전에 통장은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평소 월급을 아껴쓰고 남는 돈은 주식에 투자하곤 했는데, 이번 달은 단 한 주도 구입하지 못했어요. 다 봄바람 탓이죠.” 지난달 결혼한 회사원 이모(27·여)씨는 봄만 되면 새 신발을 사는 버릇이 도진다. 거리를 다니다 다른 여성들의 봄 신발이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 등으로 화려하고 예쁜 걸 보면 동참하고 싶어 안달이 나기 때문이다. 봄마다 구입한 신발이 분홍색, 하늘색, 베이지색 운동화 세 켤레에다 분홍색과 하늘색 줄무늬, 금색과 바다색 구두 등 네 켤레를 더해 모두 일곱 켤레나 된다.“왠지 봄에는 원색의 신발을 신어줘야 나도 봄의 화려함에 낄 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최근에도 ‘지름신´이 동하려고 하지만 신랑한테 야단맞을까봐 꾹 참고 있답니다.“ ● ‘봄 우울증´아시나요? 대학생 유모(25·여)씨는 요즘 신경이 예민하다. 맑은 봄 하늘을 바라보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따끔거린다. 최근에는 1년6개월이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 다만 ‘봄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친구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유씨는 취업 준비 탓에 마음이 심란한데 지방에서 회사에 다니는 남자친구는 자기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평소에는 그러려니 이해했지만 확실히 봄은 여자의 마음을 좁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멀리 있어서 더 신경쓰고 잘해 주려하는데, 봄 하늘만 바라보면 왠지 서운해져 한숨만 나온답니다.” 취업준비생 이모(24·여)씨는 요즘 부쩍 “봄 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졸업한 지 2년가량 지났지만 이씨는 아직 ‘백조´다. 그녀에겐 남자친구도 없다. 친구들은 모두 일 때문에 바쁘단다. 친구들은 주말에도 피곤하다면서 이씨를 피하기 일쑤다. 이씨는 요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횟수가 늘었다. 길거리에 다니는 직장 여성들을 볼 때마다 그녀는 더욱 주눅이 든다. “트렌치 코트에 백을 들고 바쁘게 걸어가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너무 부럽다는 생각만 들어요. 겨울엔 추워서 집에만 있다가 따뜻한 봄이 돼 길거리에 자주 나오다 보니 나만 이 세상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부쩍 든답니다. 그래서인지 더 우울하고 요즘 봄을 많이 타고 있는 것 같아요.” ● “봄바람이 옆구리를 더 시리게 해요” 대학생 석모(22·여)씨는 봄바람이 부는 요즘,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개강 후 부쩍 늘어난 캠퍼스 커플들을 볼 때마다 솔로인 자신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남자 동기들은 신입생 여자 후배들을 벌써부터 여럿 사귀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석씨는 남자친구 만들기 ‘대작전´에 돌입했다. 석씨는 3월 한 달간 소개팅 17번에 미팅 6번을 했다. 마음에 드는 남자도 있고 별로인 남자도 있었다. 하지만 성과는 전무. 소개팅한다고 마련한 봄옷 때문에 카드 할부만 늘었다.“거의 매일 소개팅이나 미팅을 한 셈이에요. 처음엔 신나서 하다가 요즘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더 서글프더라고요. 이게 다 괜한 봄바람 탓이에요.” 남자친구 없이 솔로로 살아온 지 어언 4년째인 김모(30)씨. 어느덧 30대가 돼버린 그녀는 더 이상 결혼을 미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봄엔 꼭 결혼할 상대를 찾고 싶다는 그녀는 부모님의 소개로 이번 달만 3명의 남자와 맞선을 봤다. 학교 선생님도 있었고 평범한 직장인도 있었다. 하지만 3명 모두 김씨의 맘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맞선을 볼 계획이다.“올봄엔 꼭 결혼 상대를 만나고 싶어요. 계절을 타는 건지 봄이 되니까 외롭기도 하고 빨리 제 반쪽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 男-취업전쟁 시작되고 전세대란 허리휘네 ● 주말마다 나들이 타령에 쉬지도 못해 동기들은 대부분 졸업했지만 학점이 모자라 캠퍼스를 지키고 있는 대학생 김모(26)씨는 “봄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못박았다. 그가 말하는 ‘봄바람´은 취업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나팔소리에 불과하다. 여자친구도 떠난 지 오래다. 게다가 선천성 비염까지 있어 봄만 되면 숨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올해 황사가 더 심하다던데 봄바람 자체도 싫지만 들뜬 사람들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 짜증난다. 게다가 밀려오는 선배들의 결혼소식에 축의금을 마련하려면 정말 고역이다.”고 말했다. 취업 전쟁을 치르는 학생에게 ‘싱숭생숭 봄바람´은 최고의 적이다.“공부 잘하는 사람이 놀기도 잘한다는 말은 이제 안 통해요. 다들 들떠 있는 봄에 자기관리를 잘해야 취업전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선다고요.” 회사원 김모(32)씨에게 봄바람은 ‘전세 대란´의 신호탄이다. 봄이 되면 이사하는 사람이 많아져 전셋값이 폭등하곤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최근 전세금 1000만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다른 집을 찾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그는 “봄이 즐거운 건 총각들의 얘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이번에 아파트를 구입한 오모(32)씨에게도 걱정이 많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6000만원의 이자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새 아파트를 꾸미려면 지출이 더 늘어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봄이라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업체에 근무하는 성모(30)씨는 ‘봄바람은 또 다른 스트레스´라고 정의했다. 이제 막 네 살과 두 살이 된 두 딸과 부인은 봄이 오자 주말마다 나들이를 가자고 졸라댄다. 그의 직장은 제주도에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관광지가 매력이 아니라 일종의 스트레스다. 주말만은 마음 놓고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지만 봄바람이 휴식을 망친다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다. “지난주에는 도두봉에 다녀왔는데 이번주에는 또 어디를 가야 하는지 월요일부터 골치가 다 아파 오네요.” 대기업에 다니는 윤모(32)씨는 남자에게 부는 봄바람은 주머니 사정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미혼인 데다가 애인도 없는 그는 봄이 오면서 거의 매주 소개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아 거의 모든 여자들이 애프터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비용도 대학 시절에는 남녀가 반반씩 내곤 했는데 직장인끼리 만나면 처음에는 거의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 주중에는 여자 후배들에게 사주는 식사 값이 너무 많이 나간다고 불평했다. 사내 커플도 노려 본다는 그는 봄이라서 그런지 여자 후배들이 김치찌개나 설렁탕을 피하고 점심부터 칼로 써는 음식을 찾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옷을 몇벌 사면 금방 카드에 구멍이 나던데요. 한 달에 외식비만 70만원 나왔다면 누가 믿겠어요.” ●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매출 쑥쑥 쌀국수 관련 외식업을 하는 최모(30)씨는 봄바람은 ‘돈바람´이라면서 즐거워했다. 봄이 되면 겨울 동안 얼었던 매출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인들의 점심 약속이 일주일에 3∼4번으로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매출도 급격히 오릅니다.”고 말했다. 특히 쌀국수·스파게티 등 여심을 자극하는 음식들은 더 많이 팔린다. “하지만 영업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좋아요. 여자와 함께 식당으로 와서 주머니를 여는 것은 남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대학원생인 최모(29)씨는 봄이면 ‘여행바람´이 분다. 대학 때부터 봄바람이 불면 배낭을 메고 혼자 전국으로 돌아다니는 게 일종의 습관이다. 그는 “부모님은 봄만 되면 돌아다니니까 무슨 병처럼 보는데, 남 모르는 곳에서 홀로 봄바람을 만끽할 때 가슴이 고동치는 것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봄에 혼자 보름간 강원도를 여행할 예정이다. 이제 맘에 맞는 여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최씨는 “부모님은 저의 방랑벽을 막아줄 여자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저와 함께 떠나줄 여인만 원해요.”라고 말했다. ■ ‘잔인한 봄바람’에 지친 마음 달래볼까 경남 진해로 서울 여의도로 벚꽃 나들이 꽃샘 추위가 끝나고 4월로 접어들면서 꽃들이 만개한다. 봄꽃이 핀 근처 동산으로 가는 소풍도 좋지만 도시민이라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꽃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봄꽃을 만나는 좋은 기회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꽃,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벚꽃이다. 그만큼 축제도 가장 많다.2일부터 13일까지 경남 진해에선 진해 군항제 및 벚꽃 축제가 열린다.13일 밤에는 ‘노래 실은 벚꽃 열차´를 타고 음악과 벚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된다. 또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손을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혼례길´이라 불리는 화개꽃길에서도 벚꽃축제가 열린다. 오는 4일부터 6일까지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화개장터 벚꽃 축제´가 열린다. 서울에서도 벚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11∼25일에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윤중로 주변에서 한강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린다. 축제에선 거리예술축제, 백일장, 콘서트 등의 행사도 함께 열린다. 봄소식을 몰고 온다는 분홍빛 진달래 축제도 열린다. 전남 여수시에서는 ‘영취산 진달래 축제´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열린다.6일에는 진달래 아가씨 선발 행사가 있고, 마술 쇼와 품바 쇼, 시화전 등 각종 문화행사가 준비돼 있다. 경남 거제시 대금산 일대에서도 ‘대금산 진달래축제´가 있다. 오는 12일까지 열리는데 남해안의 따뜻한 기후 덕택에 만개한 진달래의 군무가 일품이다. 충남 당진에서도 7∼8일 이틀간 ‘면천 진달래 민속축제´가 열린다. 면천의 명물 두견주를 만드는 행사와 진달래 떡 만들어 나눠 먹기 등 진달래로 만든 음식을 즐기는 먹거리 행사가 준비된다. 산수유꽃 축제도 빠질 수 없다.4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이천에선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다. 각종 문화행사와 함께 산수유 비누 만들기, 산수유 꽃 그리기 행사 등이 열린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물가관리 52개품목 선정 안팎

    물가관리 52개품목 선정 안팎

    “자장면은 관리 대상이지만 짬뽕은 아니다.”“맥주는 서민층이 먹는 주류로 볼 수 없다.”“의류를 대표하는 것은 셔츠가 아니라 바지이다.” 정부가 25일 가격관리 대상 생필품 52개를 선정했다. 월 소득 247만원 이하 가구들이 주로 구입하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로 급하게 만들다보니 선정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선정 원칙을 4가지로 제시했다.▲서민층 구입빈도 ▲생활비 지출비중 ▲서민생활 안정 ▲최근 가격상승이나 변동폭 등이다. 이에 따라 통계청이 지출비중 등을 감안, 먼저 50개 품목을 제시했다. 이어 소비자단체가 세제와 유아용품, 밀가루, 설탕, 유선방송료 등을 추가했고 티셔츠와 운동화를 뺐다. 기획재정부는 “통계청 조사기준으로 선정하다 보니 기준이 다소 들쑥날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의식주 관련 품목 가운데 식품류는 24개인 반면 의류는 1개뿐이다. 당초 셔츠와 운동화가 포함됐으나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의류를 대표하는 품목으로 바지만 정했다는 것. 바지는 남자와 여자 바지로 구분되며 가격 변동폭이 적다고 덧붙였다. 교복비도 고려했으나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제외시켰다고 했다. 또한 스낵과자와 빵, 납입금, 학원비 등은 품목별로 선정됐으나 자장면은 외식품목 가운데 특정 상품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같은 중국집에서 자장면 값은 그대로 두고 짬뽕이나 탕수육 등의 가격을 올릴 개연성이 있다. 재정부는 “외식 품목에는 설렁탕과 된장찌개 등이 포함돼 외식 품목 자체를 관리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생필품을 고르는 취지와 동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면서 “자장면은 서민의 대표적 외식 품목”이라고 밝혔다. 스낵과자는 최근 논란을 빚은 새우깡을 비롯해 대표적인 제품군을 선정, 평균지수를 선정한다. 학원비와 납입금도 초중고 및 대학 관련 가격을 평균하고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정육점에서 파는 부위별 가격을 합산해 지수화한다.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기준이 아니다. 주류의 경우 맥주는 서민 품목이 아니고 막걸리는 소비량이 적어 제외됐다.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는 전·월세비를 뜻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데스크시각] 아침형 대통령, 여유도 필요하다/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데스크시각] 아침형 대통령, 여유도 필요하다/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자체들이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분주하다. 경북도는 대통령이 밀가루로 된 ‘설렁탕 사리’의 문제점을 언급한 다음날 쌀국수 시식회를 열고 쌀국수 개발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또 회의 시간을 오전 7∼8시로 앞당기고, 간부들이 휴일에도 출근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통치자와 코드 맞추기는 여전히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높은 분들이 필히 갖춰야 할 ‘덕목’인가 보다. 노무현 정권의 코드를 만드는 고리가 이념과 철학이었다면 이번에는 딱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실용’을 떠올리기에는 즉흥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냥 ‘대통령 따라하기’라고 하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말과 행동은 사소한 것이라도 정책이나 지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지금은 정권 초기라는 상황과 대통령의 스타일이 맞물려 지난날 어느 때보다 위력을 발휘한다.‘대불공단 전봇대 뽑기’와 같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당선인 시절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니까 인수위에서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몰입 교육을 들고 나왔다.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을 기업인들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모색토록 지시하자 즉각 귀빈실 확장 공사가 시작됐다. 공항 관계자들은 귀빈실 사용이 남발되면 검색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나중의 일일 뿐이다. 이처럼 대통령의 말은 바로 현실화될 수 있기에 ‘정제된’ 상태에서 드러나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의 말을 여과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의욕이 넘치다 보니 부처 국장급들이 다뤄야 할 세부적인 사안까지 언급하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국장 아니라 팀장의 영역까지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일상화되면 문제가 다르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다. 전반적인 국정을 조정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나무에 얽매이면 숲을 볼 수 없듯이 미시적인 접근 자세는 국가라는 거대한 틀을 창의적으로 운영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초대 내각 인사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체적인 인재상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코드와 성과에 집착한 결과다. 성과만 중시하는 기업식 인사 스타일이 능력과 함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무위원 인사에 무리없이 적용될 수는 없다. 공직자들의 근무 패턴이 바뀌어 가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과연 효율적인가를 되새겨봐야 한다. 대개의 공무원들은 규정된 근무시간만 잘 활용해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말대로 ‘머슴으로서의 자세’가 중요하다. 대통령이란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종합 능력을 시험하는 자리다. 상황을 주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각적인 고려 때문에 수동적·종속적 역할을 강요받기도 한다. 때문에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맥을 짚어가며 기다리거나 포기하는 타이밍을 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부지런함과 의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이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에 토대가 되리라고 믿는다. 다만 여기에다 중요한 순간에 한번쯤 호흡을 고르는 ‘여유의 미학’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든다. 추진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추진력만큼 중요한 것은 신중함과 철저함이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성북, 가격안정 업소에 인증서

    최근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가격 안정에 기여한 모범업소는 구청에서 주는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17일 성북구에 따르면 근처 음식점들은 설렁탕 한그릇 값을 4000∼7000원을 받고 있는데, 성북동 A음식점은 몇 년전부터 5000원 그대로다. 쇠고기, 야채 등 식재료 가격이 올라도 “손님과의 약속”이라며 가격을 고수했다. 모범업소는 소비자의 추천을 받거나 업소 스스로 신청하면 구청의 평가를 통해 선정된다. 모범업소로 선정되면 구 소식지에 소개되면서 구청 홈페이지와 연결된 서울시의 ‘좋은 가격 신속정보’ 온라인 코너에 등록된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음료업체 줄줄이 고급 식당 여는 이유

    음료업체 줄줄이 고급 식당 여는 이유

    외식 경쟁이 뜨겁다. 식음료업체들이 고급 레스토랑이나 식당 체인 등 외식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엇보다 현금유동성에 도움이 되고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의 흐름을 먼저 읽고 이를 자사 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못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 고급화 전략 식음료업체 외식사업의 공통점은 고급화다. 서울 강남이나 고급 백화점 일대를 주무대로 하고 있다. 식당도 식당이지만 회사 이미지 제고에 신경쓰기 때문이다. 농심은 최근 강남구 역삼동에서 카레 레스토랑 코코이찌방야 한국 1호점을 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면전문점인 농심가락과는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코코이찌방야는 ‘여기가 최고의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란 뜻이다. 일본 카레업계 1위인 하우스식품이 만든 카레로 이찌방야 외식 체인을 통해 판매된다. 일본 내 1100여개 점포를 비롯해 중국, 타이완, 미국에도 체인이 있다.2015년까지 국내에 50호점 이상 낼 계획이다. 매일유업도 최근 인도 요리 레스토랑인 달 3호점을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냈다. 달(DAL)은 인도어로, 렌틸콩(중동, 북아프라카 토착작물)이라는 뜻. 매일유업이 만든 국산 브랜드다. 회사 관계자는 14일 “치즈·와인 등 매일유업에서 만드는 제품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달에서 잘 팔린 라씨를 일반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더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면서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삼청동과 역삼동에도 점포가 있다. 이밖에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은 최근 청담동에 유기농 레스토랑인 퀸즈파크를 오픈했다. 샐러드, 해물 스테이크, 수프 등 메뉴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빵, 차 등이 주요 메뉴다. 오리온그룹 계열의 브랜드인 베니건스도 일반 패밀리레스토랑과의 차별화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전 매장에 자체 주방장을 두는 셰프(chef) 레스토랑으로 변신했다. 남양유업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고급 백화점 위주로 자사가 개발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하는 외식업체 급식·외식사업의 대표기업인 아워홈은 최근 식품 브랜드인 손수를 출시하고 식품제조업 진출을 선언했다. 제품은 손수의 전문쇼핑몰을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다. 삼계탕·갈비탕·설렁탕·청국장·훈제연어·국수 등이다. 가격은 2000∼5000원선. 회사측은 올해 매출 목표를 4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아워홈은 점유율 1위인 급식사업 외에도 서울 중구 서울신문 인근에서 돈가스전문점인 사보텐 등 18개 레스토랑 사업과 식자재사업을 하고 있다. CJ그룹의 급식 계열사인 CJ푸드시스템은 최근 CJ프레시로 사명을 바꾸고 기존 급식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의 상업용 오븐과 일반 주방기기의 국내 수입 유통권 독점 계약을 맺는 등 신규 사업도 벌인다. 또 지난해 홍콩 국제공항과 중국 칭다오공항에서 한식당을 오픈한 데 이어 올해는 베이징 국제공항에서도 한식당을 내는 등 해외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패션업체들도 외식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제일모직은 오는 21일 서울 청담동에서 식사와 쇼핑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멀티숍인 이탈리아식 편집매장 꼬르소꼬모를 낸다. 이에 앞서 LG패션은 지난해 말 역삼동에 있는 미국 해산물 레스토랑인 마키노차야 한국점을 인수했으며, 연내에 2개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사업이 침체기라는 말도 있지만 경쟁력 있는 외식업체들은 성장하는 추세”라면서 “웰빙과 고품격을 키워드로 하는 외식 시장은 계속 시장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25) 만성신부전

    [한국인의 질병] (25) 만성신부전

    몸 안의 콩팥(신장)을 노폐물을 걸러내는 ‘쓰레기장’ 쯤으로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짜게 먹으면 몸이 붓는데, 이것은 콩팥이 몸안의 염분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분을 내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좌우 두 개를 합쳐 300g에 불과한 콩팥은 이밖에도 혈압을 유지해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또 적혈구 생성에 관여하는 조혈호르몬을 생성하는 데다 산은 배출하고 알칼리를 재흡수해 혈액을 중성으로 유지시키는 ‘똑똑한’ 장기다. 그러나 콩팥이 망가지면 이 모든 기능이 중단돼 건강에 치명적이다. 특히 ‘만성신부전’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신장내과 정우경(42) 과장을 만나 만성신부전의 치료와 예방법을 들어봤다. ●당뇨병의 2배 육박 대한신장학회가 ‘2008년 세계 콩팥의 날’(3월13일)을 맞아 전국 39개 종합병원의 건강검진센터에서 2005년 한 해 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18세 이상 성인 남녀 32만 9581명을 분석한 결과,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된 환자가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이는 당뇨병(4.2%)과 빈혈(3.5%)보다 높은 수치다. 콩팥의 기능이 50% 이하까지 떨어진 환자는 2.67%로, 전체 환자의 35%나 됐다. 또 학회가 2006년 말 기준으로 전국 505개 의료기관에서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은 중증 만성신부전 환자 수를 조사했더니 1986년 2534명에서 2006년 말 4만 6730명으로 21년 만에 17.4배 증가했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만성신부전환자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만성신부전은 콩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특히 식습관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만성신부전은 콩팥의 노폐물 여과 기능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따라 병의 경중이 결정된다. 근육에서 생성되는 ‘크레아티닌’이라는 노폐물이 여과되는 정도를 ‘사구체여과율’이라고 하는데, 일반 정상인은 110을 오르내린다. 하지만 사구체여과율이 30 이하(3기)로 떨어지면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하고,15 미만(5기)으로 떨어지면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혈당·혈압 관리로 발병 예방해야 전문가들은 특히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 등의 병이 있는 사람이나 만성신부전 환자는 몸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당뇨 환자의 경우 당화혈색소를 7%,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130/80㎜Hg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비만인 경우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25 이하로 유지해야 만성신부전 발병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금은 혈압을 높여 콩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루 섭취량을 7g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 운동은 걷는 것을 위주로 주당 3∼5회 이상, 각 30분 이상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한다. “몸이 부으면 콩팥이 나빠졌다고 지레 짐작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섣불리 민간요법을 사용했다가 오히려 콩팥을 더 망가뜨리기도 하죠. 가장 중요한 수칙은 관련된 만성 질환을 치료하고 염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먹는 소금의 양을 3분의1로 줄여야 합니다. 또 혈당과 혈압 조절을 잘하면 만성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만성신부전은 피로감이나 집중력 및 식욕 감퇴, 수면 장애, 피부 건조증, 잦은 소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일반인이 다른 병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일반 종합검진에도 포함돼 있는 소변검사(단백뇨 검사)나 혈액검사(혈중 크레아티닌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소변·혈액검사 통한 조기 발견 절실 최근에는 신장이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장기 공여자가 많지 않아 장기간 혈액투석으로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버티다 못해 중국으로 장기 이식을 받으러 갔다가 간염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감염돼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또 혈액투석도 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덜어졌지만 여전히 전체 치료비의 20%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결국 조기 검진을 통해 병을 확인하고 몸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자 예방법인 것이다. “당장 마음이 급하다고 민간요법에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옥수수 수염 같은 것을 달여 먹었더니 만성신부전이 완전히 나았다는 식의 소문을 믿어선 안 됩니다. 오히려 콩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혈압약으로 혈압을 낮추고 당뇨약으로 혈당을 조절하면서 몸을 관리하면 큰 부담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현실적으로 대처해야 병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2년전 신장·췌장 이식… 정상 생활 2006년 국내 첫 신장·췌장 동시이식 수술의 주인공 백현국(사진 왼쪽·48)·박춘화(오른쪽·34) 부부. 백씨는 당시 애인이었던 아내에게 만성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콩팥과 췌장을 나눠줘 화제를 모았다. 박씨는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교수의 집도로 이식 수술을 받은 뒤 당뇨병까지 사라져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부부는 현재 각자 유통업체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박씨는 혈액투석조차 불가능해 복막투석을 받아야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였다. 백씨는 “그야말로 아무런 치료법도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장기 공여자가 부족해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장기이식 시스템은 오히려 이식 대기중인 말기 신부전 환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백씨는 장기 제공자의 공증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등 까다로운 이식 절차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씨는 “우리 부부와 같은 동시 이식 희망자들이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수개월씩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때 이식을 받지 못해 고통 받는 환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잡곡밥보다 쌀밥·채소는 잎만 먹어야 만성신부전과 관련된 속설은 유난히 많다. 물을 많이 마셔야 콩팥에 좋다고 여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물을 많이 마시면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생기며, 심한 경우에는 숨이 찰 수도 있다. 몸에 좋은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는 잡곡밥은 쌀밥보다 ‘인’이 많이 들어 있어 환자에게 해롭다. 콩팥이 건강할 때 인은 칼슘과 짝을 이뤄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안좋으면 이들 간에 균형이 깨져 인을 많이 섭취할수록 문제가 생긴다. 만성신부전 환자가 잡곡밥과 같이 인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가려움증, 관절통, 부종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에는 뼈가 쉽게 부스러지기도 한다. 인 섭취를 줄이려면 사탕이나 꿀 등 단순당을 간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 반대로 소뼈를 곤 곰탕, 설렁탕, 참외·토마토·바나나·키위 등의 과일,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은 멀리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땐 오렌지, 바나나, 토마토, 감자, 호박같이 ‘칼륨’이 많이 든 과일·야채를 많이 섭취해선 안된다. 칼륨은 신경과 근육의 작동을 돕는 중요한 물질이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칼륨 배설 기능도 함께 떨어져 근육쇠약과 부정맥, 심지어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푸른잎 채소, 호박, 버섯 같은 채소는 껍질과 줄기에 칼륨이 많이 있다. 따라서 만성신부전 환자는 껍질을 벗기거나 잎만 요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또 요리 재료가 되는 채소와 비교해 10배 정도의 물에 2시간가량 담갔다가 여러 차례 물로 헹구고, 재료의 5배 이상 되는 물에 5분 동안 끓이거나 헹구는 작업이 필요하다. 삶아낸 물은 꼭 짜버리고 필요한 경우에 다시 물을 넣어 조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장내과 조원용(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교수는 “칼륨과 인의 조절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중요한 수칙”이라며 “또 일부 항생제나 진통제, 방사선 조영제 등은 콩팥에 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시 없이 함부로 약물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등심구이 값 9%↑ 1위 김밥·햄버거값 ‘그대로’

    지난 2년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외식품목은 등심구이와 불고기로 나타났다. 반면 죽과 김밥, 햄버거 등은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 외식품목 39개의 가격지수는 103.9로 연평균 2%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 물가가 지난 2년간 4.8% 상승한 것에 비하면 외식품목이 덜 오른 셈이다. 품목별로는 등심구이가 9% 올라 가격상승 1위를 차지했다. 불고기(7.4%), 설렁탕(5.8%), 쇠갈비(5.8%), 갈비탕(5.1%) 등 쇠고기류 품목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여파로 국산 쇠고기 가격이 1.9%, 수입산 쇠고기가 5.2% 각각 하락한 것에 비하면 쇠고기류 외식 품목의 상승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학교급식비(8%)와 구내식당식사비(7.1%), 샐러드(6.9%), 커피(6%), 튀김닭(5.4%) 등의 가격 상승률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과 스파게티 역시 5.1%씩 뛰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과 삼계탕 가격은 4.5%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반면 죽은 2년간 가격 상승률이 0%에 머물렀고 김밥(0.8%)과 햄버거(0.9%)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피자(1.8%)와 된장찌개(2%)·김치찌개(1.9%) 등의 백반류 가격은 2년간 외식품목 상승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밖에 가격이 2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 품목으로는 냉면(2.3%), 비빔밥(2.6%), 탕수육(3%), 볶음밥(3.4%), 스테이크(3.7%), 돼지갈비(4%), 돈가스(4.2%) 등이 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개성, 사무치게 그리웠다…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개성, 사무치게 그리웠다…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유년기를 보낸 시골마을, 기억나십니까. 포장도로라고는 달랑 신작로뿐, 대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길은 이내 흙먼지 폴폴 나는 흙길로 바뀌지요. 때에 전 옷차림의 개구쟁이들이 겨울이면 비료포대로 눈썰매타던 마을 고샅길이며, 아버지 읍내 나가시던 둑방길이 그랬습니다. 버스를 타고 돌아 본 고려 500년 도읍지 개성의 풍경이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마을 공동우물에서 남바위 비슷한 털모자를 쓴 아낙네가 물을 길어 등지게에 지고 나릅니다. 선죽교 부근의 냇가에서는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며 빨래 방망이를 휘두르는 여인네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버스가 마을을 지날 때 제법 용감한 개구쟁이는 언덕 위에서 늠름하게 폼을 잡고 손을 흔드는 반면, 수줍음 많은 녀석은 담장 뒤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손짓합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세계가 교차하는 듯한 풍경이었지만, 참 정겨웠습니다. 버스를 함께 탔던 관광객 누구에게서도 잘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상대적 우월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금강산 일대가 처음 개방됐을 때와 비교하면 주민들의 표정도 놀라울 만큼 변했습니다. 버스가 지나는 길목마다 군인들이 지켜서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예전처럼 외면하거나 심지어 등을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웃고 손을 흔들며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전혀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었지요. 박연폭포, 선죽교 등 고도(古都) 개성의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았지만, 주민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더욱 좋았습니다. 개성에서의 체류 8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그 사이엔 이념과 체제의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지요.60년 세월을 에둘러 돌아왔기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을 훔쳐보는 묘한 즐거움도 각별했고요. 시간대별로 개성관광의 묘미를 소개해봅니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흔히 출입국사무소로 알고 있지만, 서로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하지 말자는 뜻에서 ‘국’자를 뺐다)에서 개성관광증을 받는 등 수속을 마친 다음 버스에 올라탔다. 5분 정도 달린 버스가 개성표시판을 지날 즈음 전신주 가운데 테두리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뀐다. 북한 지역으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버스 행렬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북한군 지프차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쯤이다. 경계근무를 서는 앳된 얼굴의 북한군 병사 몇 명을 지나면 곧바로 북측 출입사무소. 간단하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버스에 동승한 북한 안내원 2명과 함께 개성으로 향했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기 전까지는 여전히 낯익은 남측의 풍경이 이어진다. 공장 건물 사이로 24시간 편의점도 있고,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버스가 출근길의 북한 근로자들을 실어 나른다. 개성공업지구를 지나 15분쯤 경의선 철길과 나란히 달리면 개성의 초입 송남동에 닿는다. 고려를 세운 왕건이 거란에서 보낸 낙타 50마리를 굶겨 죽였다는 약대다리가 있는 곳이다. 개성 주민들에게는 ‘야다리’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개성에서 경의선 열차가 매일 한차례 와닿는 봉동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야다리를 건너야 한다. 송남동을 지날 무렵, 느닷없이 머리 위로 고가도로가 나타났다. 안내원은 장차 서울과 평양을 연결할 고속도로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개성과 평양을 오가는 데 이용된다. 고기남새, 세거리 사진관, 리발관 등 개성시내 건물에 내걸린 간판들이 마치 1960∼70년대를 재현한 영화 세트장을 보는 듯하다. 슬그머니 사진을 찍고도 싶었지만, 안내원의 경고대로 ‘피곤한 여행’이 될 듯해 꾹 참고 말았다. 시내는 거의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다. 주민들의 옷이며, 건물들이 검고 어두운 색깔 일색이다. 거기에 낮게 깔린 안개까지 더해지며 무채색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간밤에 무척이나 추웠던 듯, 주민들 대부분이 두툼한 옷차림이다.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동여맨 여인네의 얼굴이 시선을 붙잡았다. 차가운 날씨 탓에 볼에서 귀밑머리에 이르도록 빠알갛게 얼어 있다. 개성에서 박연폭포까지는 40분 남짓 소요된다. 개성시 외곽의 고갯길에 서면 개성을 둘러싸고 있는 송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만삭이 된 여인이 두 팔 벌려 개성을 보듬고 있는 형상이란다. 그래서 개성 시민들은 송악산을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멸망을 재촉하기 위해 고려 왕조에 정기를 불어넣어 주던 송악산의 여신을 임신시켰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개성시내를 벗어나자 처녀의 젖가슴처럼 봉긋한 산자락이 겹겹이 다가섰다. 나긋나긋한 느낌, 박연폭포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산세가 우람해지기 시작했다. 고봉준령은 아니지만 바위산답게 흰 눈을 이고 선 모습이 당당하다. 길도 제법 험하다. 좌우로 휘어지는 모양새가 설악산 한계령에는 못 미쳐도, 속리산 말티재에는 버금갈 듯하다. 마침내 박연폭포 앞에 섰다. 서경덕, 황진이와 더불어 송도삼절의 하나로 꼽히는 곳. 북측에선 천연기념물 제388호로 지정해 놓았다.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 38m 높이 암벽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겨울이라 가늘어지긴 했지만, 금강의 구룡폭포와 설악의 대승폭포 등과 더불어 국내 3대폭포를 이룰 만한 자태다. 이쯤에서 관광안내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오래전 박연폭포를 찾은 기생 황진이는 폭포 아래 고모담에 훌쩍 뛰어들어 목욕을 즐깁니다. 목욕을 마친 황진이는 폭포 바로 옆 룡바위에 올라 젖은 머리에 먹물을 묻혀 초서체로 시 한 수를 적습니다.‘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 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이란 내용이지요.1957년 이곳을 처음 방문한 김일성 주석께서 그 문장을 ‘날아흘러 곧추 아래로 떨어진 물이 삼천척이나 되니,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지 의심스럽구나’라고 해석해주셨습니다.” 안내원은 또 “황진이가 적은 글씨를 곧바로 도공들이 새겨 오늘까지 전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연폭포의 전경을 감상하기에는 고모담 오른쪽의 범사정이 으뜸이다.‘박연폭포가 안개 위에 떠있는 듯하다’는 뜻의 정자. 범사정에 앉아 쉼을 청한 이옥임(81·하남시)할머니의 눈가에도 옅은 물방울이 괸다.“70년 전 개성에서 소학교 다닐 때 걸어서 소풍왔던 곳이야. 아침나절 개성을 출발하면 저녁 무렵 도착하지.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구경한 다음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지.” 범사정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흥산성 북문이 나온다. 고려때 개성 방위를 위해 천마산과 성거산 등의 봉우리를 따라 쌓은 석성이다. 황진이의 연인 서경덕도 산성 동쪽 성거산에 터를 잡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성 왼쪽의 박연(朴淵)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박연폭포란 이름의 유래가 된 못이다. 폭포 위쪽에 있다. 박씨 성 가진 사람이 폭포 앞에서 피리를 불었는데 그 소리에 반한 용녀가 그를 유혹해 결국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고모담(姑母潭)은 아들이 용녀를 따라 죽자 그의 어머니가 몸을 던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대흥산성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관음사에 닿는다.970년 조성된 사찰. 작고 화려한 대웅전의 뒷문 장식에 슬픈 전설이 숨어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관음사 조성공사에 동원된 조각 신동 운나(당시 11세)는 뒷문 장식물 조각에 열중하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전갈을 받는다. 곧바로 하산하려 했으나, 공사 진행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공사 관리자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왼손잡이였던 운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도끼로 자신의 왼팔을 자른다. 결국 뒷문 왼쪽은 완성됐지만, 오른쪽은 미완으로 남게된 것. 그는 왼쪽문에 왼팔이 잘린 자신의 모습을 새겨 놓았다. 박연폭포를 출발한 버스는 50분쯤 걸려 개성시내 중심부의 통일관에 도착했다. 앞으로는 개성 시내와 개성 남대문, 뒤로는 자남산과 김일성 동상이 펼쳐져 있다. 낡은 벤츠 승용차 뒷좌석의 흰 드레스 입은 신부, 파란색 복장의 교통보안원, 삼삼오오 걸어가는 주민 등 모두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관광객들을 관찰하고 있다. 시간이 느린 화면처럼 더디게 흐르는 느낌이다. 그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겨우 수m 쯤. 하지만 말을 걸 수도, 더더욱 손을 잡을 수도 없다. 통일관의 자랑은 닭곰탕과 장지단(계란조림), 이면수 조림 등으로 구성된 ‘개성 13첩 반상기’. 쌀밥에 13가지 반찬이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개성지역 토속요리다. 여기에 입에 불이 날 만큼 독한 송학소주가 곁들여진다. 개성시 문화회관 뒤편의 숭양서원은 정몽주와 서경덕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1573년 정몽주의 생가터에 지어졌다. 입구 알림판에 따르면 ‘특별한 장식없이 간소하게 지었으나 이 곳 지형조건을 효과적으로 리용하여 크고 작은 집들을 합리적으로 배치하고 조화시킨 우수한 건축물’이다. 정몽주의 영정과 저잣거리에 버려진 정몽주의 시신을 수습한 친구 우현보, 서경덕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선죽교앞에 섰다.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피살당한 곳으로 너비 2.54m, 길이 6.67m의 자그마한 돌다리다. 일제 강점기에 만든 인공수로가 물길을 대신하기 이전엔 송악산에서 발원한 로계천이 선죽교 아래를 흐르고 있었다. 선죽교를 지난 로계천은 사천강, 예성강 등과 차례로 만나 서해로 흘러 들어갔다. 원래 선지교(善地橋)라 불리던 것을 정몽주가 흘린 핏자국이 없어지지 않고 충절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돋았다고 해서 선죽교(善竹橋)라고 고쳐 부르게 됐다. 자세히 보면 다리가 두 개인데, 난간이 있는 멋진 다리가 진짜다. 1780년 이곳에 부임한 정몽주의 후손 정호인이 선조할아버지의 피가 묻은 곳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다니자 원래 다리에 난간을 만들고 그 옆에 새 다리를 놓았다고 전해진다.‘문제의’ 핏자국은 화강암의 철분이 산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개성 출신의 명필 한석봉이 썼다는 비석 맞은 편에 두 채의 비각이 서있다. 하나는 변을 당하기 직전 마지막 만난 친구 성여완의 것이고, 또 하나는 피습을 눈치챈 정몽주가 도망치라고 했음에도 끝까지 그와 함께한 하인 김경조의 것이다. 선죽교 건너편에는 표충비가 있다. 거북이 두 마리가 정몽주 충정을 찬양하는 비석을 이고 섰는데, 각 각 조선의 21대,26대 임금이 만들었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마지막 일정은 고려박물관. 성균관 건물을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균관은 992년 고려시대 국자감으로 창설됐다가, 이후 성균관으로 개칭한 국내 최초의 대학이다. 서울의 성균관보다 500년을 앞선다. 원래 건물은 임진왜란때 모두 불타 없어지고,17세기 초에 개축했다. 노거수(老巨樹)들의 집합소라고 할 만큼 넓은 뜰에 심어진 1000년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등이 인상적이다. 국보로 지정된 곳인데도 건물 내부를 들고 남이 자유롭다. 성균관 내 4개의 전시관에 고려청자, 금속활자 등 1000여점의 고려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헌화사 7층탑 등 북측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개성을 빠져 나오는 길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오전에 비해 몇 배는 많은 숫자다. 때는 이미 땅거미지는 시간. 전력이 부족한 마당에 어두컴컴해 진 건물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을 게다.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보일 듯 말 듯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개성 시내 한 쪽을 가로지르는 경의선 철길 위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기차가 자주 지나지 않으니 무서워할 것도 없을 터. 어른들도 무시로 지나다닌다. 은행나무도 마주 봐야 열매를 맺는다던가. 등돌리고 있었던 겨레가 금강산과 개성 등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서서히 간극을 좁히려 하고 있다. 그것은 곧 열매를 거둘 날도 머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글·사진 개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 :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오전 6시 전후 서울 계동, 광화문 등에서 출발한다.5000원. 자가용의 경우 임진각까지 간 다음, 임진각에서 셔틀버스(6시40분∼7시20분 운행)로 출입사무소까지 가면 된다. 예약은 현대아산의 개성관광 홈페이지(www.ikaesong.com)에 링크된 전국의 개성관광대리점에서 할 수 있다. 현대아산 02)3669-3000, 도라산사무소 031)954-3940,950-5195.1일관광 요금은 18만원이다. ▲신분증 : 현지에서의 신분증은 개성관광증이 대신한다. 관광증 발급에는 여권 사진 2장이 필요하다. 관광증을 훼손하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국내 출국 수속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중 하나는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화폐 : 개성에서는 미국 달러 외 원화나 카드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출발 전 환전해 가는 것이 좋다. 개성 북측 출입사무소 출구에서도 환전할 수는 있다. ▲휴대 금지 물품 : 필름 카메라는 반입 금지. 디지털 카메라는 허용되지만 초점거리 160㎜ 미만 렌즈, 광학 기준 24배줌 미만일 경우만 가능하다. 남측의 신문·잡지, 휴대전화(배터리 등 관련 용품 포함),MP3와 GPS, 내비게이션, 소형 라디오, 녹음기 역시 반입금지. 해당 물품은 현대 아산측이 보관, 관광 후 돌려준다. ▲국내 반입금지 물품 : 북측에서 구입한 뱀술, 령정술 등 동물을 재료로 만든 주류와 비아그라·우표·불온 서적 등은 들여올 수 없다. ▲남측출입사무소 1층에 설렁탕 등 간단한 아침 식사를 파는 매점이 마련돼 있다.
  • [길섶에서] 삼부자?/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은퇴한 지 10년 넘은 선배, 현직 문화부 기자인 후배와 함께 셋이서 모처럼 지방여행을 다녀왔다. 셋이 다 각각의 인연으로 친하게 지내온 문화계 인사가 지방에서 후진 양성을 하고 있는데, 우연한 연락 끝에 셋을 한꺼번에 초대한 것이다. 하룻밤을 지내고 귀경하는 토요일 오후, 도로는 몹시 붐볐다. 경부 고속도로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다시 국도로 길을 바꿔가며 서울에 겨우 발 들여 놓은 시각이 밤 9시쯤. 소주에 설렁탕 한그릇씩 시켜놓고 허겁지겁 배를 채우는데 주인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묻는다.“세 분이 삼부자이시죠?” 아마 종업원들과 내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럴 법도 했다. 선배는 7순, 나는 50대 초, 후배는 40대 후반이니까. 그래도 외모로 봐서는 닮은 구석이 하나 없는데, 게다가 담배도 한대씩 같이 피웠는데 부자지간처럼 보였다니. 우리는 숟가락을 놓고 한동안 낄낄거렸다. 같은 일을 하며 오래도록 만나면 선후배 사이도 부자처럼 보이는가. 어쨌든 기분 좋은 오해였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데스크시각] 북어국집과 대기업의 경영/ 곽태헌 산업부장

    # 사례 1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A설렁탕집이 있다. 지난 1999년 지금은 없어진 정당인 새정치 국민회의를 출입할 때 당사 옆에 있던 그 설렁탕집을 몇번 드나들었다. 상호(商號)는 설렁탕집으로 돼 있었지만 삼겹살 맛도 괜찮았다. 설렁탕집은 같은 상호속에 두개의 작은 음식점으로 나눠 운영됐다. 당시 기자가 들은 얘기로는 A설렁탕집 속의 두개의 음식점 종업원들의 월급이 달랐다. 기본급은 차이가 없었지만 성과급이 달라 종업원들은 맛과 친절에 신경을 썼다.A설렁탕집의 영업이 잘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식당 종업원의 입장에서 볼 때 정해진 월급이 있다면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이 귀찮을 수 있다. 음식점이 망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오는 게 ‘최상’이다. 해고되지 않을 정도의 손님만 오면 된다. 그러나 성과급에 따라 손에 쥐는 게 차이가 있다면 사정은 물론 달라진다. 음식점 주인의 경영마인드가 중요하다. # 사례 2 과음을 한 다음날 아침에는 회사 뒤편의 B북어국집을 찾는다.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그 북어국집의 손님은 무척 많다. 점심 때에도 오전 11시30분부터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문을 닫는 저녁 8시까지 손님들로 넘친다. 기자는 미식가도 아니고 다른 북어국집을 가본 적도 없어 맛을 비교할 수는 없다.A설렁탕집처럼 메리트 시스템이 작동하는지는 모르지만 B북어국집 종업원들은 친절한 편이다. 그들은 밥이 부족한지, 국이 부족한지 귀찮을 정도로 물어본다. 이 북어국집 주인은 경영안목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손님들은 상 위에 있는 반찬통에서 스스로 필요한 만큼 반찬을 덜어내면 된다. 손님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줄고 음식점 주인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음식점측에서 반찬을 일률적으로 내놓을 때보다 낭비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손님들이 자신들의 양과 취향에 따라 적당히 반찬을 덜어내기 때문이다. 몇달 전부터는 아침밥의 양을 점심이나 저녁에 비해 줄였다. 아무래도 아침 식사양이 많지 않은 것을 감안한 것 같다. 남아서 버리는 것이 줄면 자연스럽게 이익은 더 늘게 마련이다. 양을 줄였지만 밥을 더 달라고 해도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 사례 3 회사 뒤에 그리 비싸지는 않은 C일식집에 몇 번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손님은 왕이 아니고 종업원이 왕이다. 회를 시킬 때 다소 적게 시키면 꼭 손님 수대로 시키도록 강권한다.“남기 때문에 당초 주문대로 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식이다. 몇번 이런 일을 당하고 난 뒤 기분이 나빠 이 집을 찾지 않기로 다짐했다. 손님의 주문을 무시하는 이러한 음식점들을 주변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는 음식점들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음식점들이다. 음식점을 선택할 때 물론 맛도 중요하겠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곳, 친절한 종업원이 있는 곳에 마음이 끌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음식점은 끊임없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시스템 정비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손님에게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 순간 돈을 벌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정직과 성실이 성공의 길이다. 메리트 시스템도 빠뜨릴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일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거나 똑같은 월급을 받고, 능력이 있거나 없거나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그 조직의 발전은 기약할 수 없다. 고객을 왕처럼 받드는 자세와 겸손, 친절과 혁신은 작은 음식점에만 적용되는 성공의 원칙이 아니다. 작은 음식점이나 글로벌 기업이나 중견·중소기업이나 성공과 실패의 요인은 다를 게 없다. 곽태헌 산업부장 tiger@seoul.co.kr
  • [변양균·신정아 수사] “신씨 빨리 들어올 줄 몰랐다”

    서울 서부지검 구본민 차장검사는 17일 “신정아씨의 체포영장 시한이 18일 오후 5시10분까지로 이때까지 수사한 뒤에 신병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씨의 건강과 수사는. -어제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초조하고 긴장돼 오는 도중에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녁 식사 후에는 진정이 좀 되고 해서 그 후에는 순순히 수사에 응했다. 저녁은 설렁탕을 먹었다. ▶신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대면은.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서(대면시킬 수도 있다). ▶신씨의 휴대전화는 찾았나. -아직 못 찾았다.(어제) 휴대전화도 안 가지고 왔다. ▶신씨가 어제 들어올 것은 전혀 예상 못 했나. -(이렇게) 빨리 들어올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변 전 실장 혐의 인정했나.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어떤 것을 인정했나. -확인해 줄 수 없다. 왜냐하면 신씨측과 변 전 실장측이 그동안 상당히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수사내용을 말하면 방해가 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신당 5人5色 연설스타일

    신당 5人5色 연설스타일

    마이크가 터질 것 같다. 누구랄 것 없이 젖 먹던 힘을 다해 연설을 한다. 후보마다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9일 제주 이도1동 제주시민회관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첫 대선 경선후보 합동연설회인 ‘비전창조릴레이’가 열렸다. 이곳에서 드러난 각 주자의 연설 스타일을 분석해 본다. “당 선관위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여기가 시민회관이다. 이 앞에는 ‘시민 설렁탕’집이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 경선위에서 조심해 주시기 바란다.” 유시민 후보는 ‘썰렁한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평소 ‘독설가’라고 불리는 것을 의식한 듯 좌중을 한 차례 웃긴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유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운하 공약을 “섬나라 대한민국에 운하를 파서 또 둘로 쪼개겠다고 한다. 백두대간을 뚝 잘라서 어쩌자는 거냐.”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어 경쟁 후보들이 제주도를 위해 내놓을 만한 공약까지 미리 “실현하기 어렵다.”고 선공을 날렸다. 하지만 무조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꼬집었다. 하지만 그는 “제주도 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변절’하는 것”이라면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 인기가 없지만 원망하지 않았다.”며 정동영 후보를 겨냥,‘까칠함’을 드러냈다. 변진섭의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배경음악으로 등장한 한명숙 후보.‘어머니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는 한 후보는 연설도 부드러웠다.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이 아니라)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면 감싸 안겠다.”고까지 말했다. 공약을 설명할 때도 화려한 표현을 동원하지 않고 친절하게 또박또박 설명하는 스타일이다. 제주도의 교통·물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좌중을 조근조근 설득했다. 한 후보는 이런 점 때문에 좌담회에는 걸맞지만 대중 연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다른 주자에 대한 공격은 신랄하다. 한 후보는 정 후보를 겨냥,“정권 말기 어렵다고, 지지도 떨어졌다고 배신하지 않았다.”고 했고, 손학규 후보를 향해 “이당 저당 오락가락한 후보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후보는 예의를 중시한다. 영국 신사 같은 정중한 태도로 준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이날 연설 도중 관중석에서 누군가 ‘이해찬’이라고 외치자 “영어도시 만들 사람은 손학규다, 이해찬이 아니다.”라고 응수했지만 이내 미안한 표정이다. 손 후보의 연설 내용은 경기도지사 시절 치적이 중심이 된다. 수치를 하나하나 제시하며 능력을 과시한다. 하나는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하는 ‘민심 대장정’이다. 경기고-서울대로 대표되는 엘리트 이미지를 벗기 위해 서민들과 현장에서 함께했던 경험을 연설에 자주 소개한다. 하지만 연설에는 다소 부적합한 장문을 많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강의형’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편이지만 좌중을 빨아들이는 연설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대중 연설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후보는 단연 정동영 후보다. 방송기자·앵커 출신에 당 의장을 두번이나 한 만큼 정치 연설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가 다시 청중에게 여유를 주고 다시 장내를 달구는 등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줄 아는 후보다. 내용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개성공단 얘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여기에 통일부 장관 시절 업적까지 다양한 얘기를 풀어놓는다. 연설의 완성도는 높지만 화려한 수사에 가려 내용 전달은 오히려 부족한 편이다. 군더더기 없이 지나치게 매끈한 연설은 인간적인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간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어린 시절 어려웠던 생활도 자주 소개한다. 그는 “정동영은 고생 안 한 사람 같다고 말하지만 시골에서 홀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상경해서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옷장사 하면서 먹고 살았다.”면서 서민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이해찬 후보는 ‘관료형’ 연설가다. 이 후보가 연설할 때면 국무총리가 지역에 와서 정부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갖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지적에 따라 “표를 달라.”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표정이 지나치게 딱딱하다는 평가에 따라 미소를 많이 짓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아까 보니 제 푯말 든 분들이 한 총리 연설할 때 환호하시던데 이번(본경선)에는 한표만 찍는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바짝 차려라.”며 같은 친노 후보인 한 후보를 경계하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 후보는 총리 시절 추진했던 사업들을 자신의 공으로 돌려 능력을 과시하는 편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지낸 만큼 제3기 민주 정부의 적자임을 강조한다. 제주 나길회 박창규기자 kkirina@seoul.co.kr
  • [우리동네 맛집] 청진동 ‘한성옥’

    [우리동네 맛집] 청진동 ‘한성옥’

    우리 주변에 제법 맛있다는 설렁탕, 곰탕 집은 수두룩하다. 더구나 맛집이 넘쳐나는 종로에서 돋보이는 집을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그런데도 서슴없이 구청 민원실 건너 편 도가니설렁탕집 ‘한성옥’을 추천했다. 공식 행사가 없으면 얼른 달려가서 고소한 국물 맛에 흠뻑 빠지곤 한단다.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전군표 국세청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등도 자주 찾는다. 한성옥 설렁탕은 뽀얀 국물이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난다. 비결은 뽀얀 색이 우러나는 반골(엉덩이뼈)과 맛이 고소한 사골(다리뼈) 고은 국물을 1대3의 비율로 섞은 데 있다. 고명으로 얹어주는 고기는 값 싼 머리고기가 아니라 산후 미역국에 넣는다는 질좋은 양지머리다. 18년째 한성옥을 경영하는 김옥란(57)씨는 “소금으로 간을 한 국물에 새우젓을 곁들이면 색다른 맛이 나고, 양지머리 고기도 새우젓에 찍어 드시면 맛이 다르다.”고 권했다. 소금은 전북 부안의 천일염을 다시 볶아서 잘게 빻아 쓴다. 새우젓은 7·8월에 곰소항에서 나오는 이른바 ‘추(秋)젓’이라 짜지 않고 깊은 맛을 자랑한다. 계절에 따라 감칠 맛나는 젓갈이 반찬으로 나오는데, 요즘엔 밴댕이젓이 손님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주인 김씨가 직접 담근 파김치도 일품이다. 설렁탕을 먹기 전에 꼬리찜(한 접시 5만원)이나 도가니찜(4만 5000원)을 곁들이면 첩경이다. 모듬수육(5만원)에는 꼬리와 도가니, 양지머리 등이 함께 나온다. 음식점 규모가 120석으로 넓은 편이지만 낮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다리기 일쑤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년간 의식구조 어떻게 변했나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년간 의식구조 어떻게 변했나

    20년 전에는 맑은 공기 등 쾌적한 환경을 주거지 선택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사람이 5명 중 2명꼴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요새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직장과의 거리, 교통 편리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흡연남성의 비율이 20년 새 84%에서 56%로 줄었다. 20년간의 의식구조 변화를 추적해 보기 위해 1987년 서울신문이 당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을 현재의 직장인 823명(남성 526명, 여성 297명)에게 똑같이 물었다. 상당수 문항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생활수준에 대한 만족도 20년 전보다 하락 전체적인 생활수준은 눈부시게 높아졌지만 스스로의 만족도는 87년보다 나빠졌다.‘나는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87년에는 상류 2%, 중상류 18% 등 자기 생활이 평균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 20%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15%(상류 1%·중상류 14%)로 줄었다. 중류라는 답도 58%에서 54%로 축소됐다. 반면 중하류·하류 등 중간 수준도 안 된다는 사람은 22%에서 31%로 확대됐다. ●집은 크고 직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주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87년 조사에서는 전체의 40%가 맑은 공기 등 쾌적한 환경을 최고로 쳤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직장과의 거리 26%, 교통편리성 23%, 투자가치와 주변시설 각각 19% 순으로 나타났다.20년 전 1위였던 맑은 공기는 6%에 그쳤다. 집의 투자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은 20년 새 6%에서 19%로 3배가 됐다. 큰 집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했다.40평 이상 되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이 87년 5%에서 올해에는 20%로 늘었다. 서울에 대한 선호현상도 심해졌다.87년엔 44%가 서울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했지만 올해에는 69%가 이렇게 답했다. 자기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으로 87년에는 거실 55%, 안방 15% 순으로 답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거실(53%)에 이어 나만의 공간이 30%를 차지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자기 중심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테크 수단으로는 주식·수익증권이 87년과 올해 각각 39%와 37%로 가장 선호됐다. 하지만 87년 26%로 3위였던 부동산이 올해 2위(35%)로 치고 올라온 반면 과거 2위였던 은행 예·적금(28%)은 24%로 비중이 축소됐다. 계(契)는 4%에서 0.4%로 줄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건강관리 방법은 87년의 충분한 휴식 27%, 운동 26%, 건강식품 18%에서 올해에는 운동 31%, 충분한 휴식 19%, 건강식품 11%로 바뀌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1%에서 25%로 늘어난 것은 흥미로운 결과였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은 87년 27%에서 올해 47%로 뛰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남성의 경우 87년 84%에서 올해 56%로 크게 줄었다. 여성 중 담배를 피운다는 응답은 6%였다. 여가생활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87년에는 쉬는 날 집안일을 한다는 응답이 25%로 가장 많고 이어 음악·스포츠 관람 19%, 가족과 나들이 18%, 운동과 휴식 각각 14%였으나 올해에는 가족 나들이와 휴식이 각각 28%로 가장 많고 운동(14%)과 음악·스포츠 관람(13%)이 뒤를 이었다.20년 전 가장 많았던 집안일은 4%로 급감했다. 휴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인식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87년 54%에 이어 올해에도 53%가 ‘휴가는 매년 가족과 함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축구·야구 등 좋아하는 스포츠의 종류는 대체로 비슷했으나 스키·스노보드가 87년 2%에서 올해 12%로, 골프가 4%에서 10%로 각각 늘어 스포츠·레저의 고급화 현상을 보여줬다. ●아침밥 안 먹거나 빵 먹는 사람 늘어 아침에 꼬박꼬박 밥을 챙겨먹는다는 사람은 87년 65%에서 올해 40%로 줄었다. 커피·우유·빵 등 서구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은 13%에서 23%로 늘었고 아예 아침을 거른다는 응답도 19%에서 26%로 증가했다. 옷에 대한 관점도 예쁜 옷에 가장 무게를 두는 쪽으로 변했다.87년엔 옷을 고를 때 디자인과 실용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응답이 각각 38%로 공동 1위였지만 올해에는 디자인이 56%로 가장 많고 실용성은 21%로 축소됐다. 색상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응답은 14%에서 2%로 줄었다.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본다는 응답은 87년에는 거의 없었지만 올해에는 7%를 차지했다. 김효섭 강주리기자 newworld@seoul.co.kr ■당시 사회면 장식했던 뉴스들 신문은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는 정보가 되지만 후대 사람들에게는 역사가 된다.1967년 서울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뉴스들을 통해 당시 모습을 들여다보자.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67년, 물가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눈초리는 지금보다 매서웠다.‘악덕상혼(商魂)’에 대한 비난의 강도도 거셌다. 연말연시를 틈탄 서비스료 인상이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70∼80원짜리 설렁탕을 100원으로,120원짜리 불고기백반을 150원으로,30원짜리 커피를 45원으로 각각 올려받는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해 초 당국은 업주들의 ‘기습인상’을 엄벌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며칠 뒤 서울 중구 다동 H다방 주인이 커피를 35원으로 5원 비싸게 팔았다가 즉심에 넘겨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 발길은 예나 지금이나 들뜨고 붐볐다. 그해 설 서울역은 귀성객 5만명이 몰리는 북새통을 이뤘다.13건의 소매치기가 신고됐고 암표상이 기승을 부렸다. 한 시민은 ‘귀성객이 많아 정신없다.’는 이유로 거스름돈 10원을 주지 않은 서울역 매표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밤손님’들이 활개치던 그때, 도둑들의 최고 인기품목은 TV였다.TV는 당시 근로자의 반년치 봉급인 10만원을 줘야 살 수 있었다. 선풍기, 미싱 등도 도둑들이 눈독 들이는 물건이었다. 졸업·입학 시즌이면 사진사들이 대목을 잡던 시절, 한 여고 졸업식장에서 좋은 목을 차지하겠다며 사진사들끼리 싸움이 벌여져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과속차량 감지기가 ‘레이다’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경찰은 앞으로 음주운전 측정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동헌 감독이 만든 국내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이 대한극장에서 개봉됐다.‘7인의 여포로’와 ‘춘몽’을 만들었던 유현목 감독은 각각 반공법 위반과 음화(淫畵) 제작 혐의로 기소됐다. 반공법에선 무죄를 받았지만, 여배우를 나체로 출연시킨 데 대해서는 벌금 3만원을 선고받았다. 남북한 극한대치로 군대 생활이 말할 수 없이 살벌했던 당시, 휴가를 나왔던 사병이 목숨을 끊었다. 부대 빙상대회에 쓸 스케이트와 운동복을 자비로 마련해 오라는 지시를 받고 휴가를 나왔다가 이를 구하지 못하자 부대 인사장교에게 “앞으로 사병을 괴롭히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6살 여자아이가 군에 ‘입대(?)’하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마포의 강변 판잣집에 살던 신모씨가 군대에 간 사이 어머니가 병으로 숨졌다. 부대에선 신씨가 제대할 때까지 동생을 부대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문보도 이후 이들에 대한 독지가들의 지원약속이 이어졌다. 그해 무려 6304명의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 사유는 근무태만이 가장 많았고 뇌물죄나 공금유용 및 횡령, 직권남용, 공문서 위·변조 등도 있었다. 허위진단서 발급도 기승을 부렸다. 일부 의사들이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허위진단서를 끊어주고 있다는 고발기사가 나가자 경찰이 이에 대한 집중단속을 펴 많은 사람들을 처벌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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