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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이야기] (38)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서울이야기] (38)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극화, 특히 소득 양극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실제로 한 일간지에서는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994년 조사에서 70%이던 것이 작년 말 조사에서 56%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줄어든 중산층은 상류층으로 진급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누가 빈곤층일까. 그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빈곤층’의 정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붕괴되었다거나 양극화가 심해져 빈곤층이 늘어났다고 말할 때의 빈곤은 상대적 빈곤의 개념이다. 이는 다른 사람에 비해 적게 가지는 것, 즉 상대적 박탈이나 불평등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반면에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빈곤의 척도는 절대적 빈곤 개념이다. 절대적 빈곤이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생활수준(이를 빈곤선(貧困線)이라고 한다.)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기초적인 생계조차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그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바로 절대적 빈곤층이다. 절대적 빈곤은 생존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 사회에서 복지사업의 일차적 대상은 이들 절대빈곤층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가장 가난한 절대빈곤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하 수급자)’들이다. 흔히 생활보호대상자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기존의 생활보호법이 1999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바뀌면서 보호대상자를 지칭하는 용어도 생활보호대상자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바뀌었다. 부양해 줄 가족이 없고 소득수준이 정부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수급자가 될 수 있다. 수급자가 되려면 동사무소에 신청하여 본인 및 부양가족의 소득과 재산에 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사업이지만, 필요한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분담할 뿐 아니라 수급자 신청접수에서 자격 심사, 급여 지급 등 거의 모든 업무가 자치구 및 동사무소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복지사업이기도 하다. 실제 동사무소 사회복지전문요원 업무의 대부분이 수급자 선정 및 관리라 할 수 있다. ●가장 가난한 계층 기초생활 수급자 기초생활수급자를 공식적으로 가장 가난한 절대빈곤층이라고 할 때, 서울에는 가장 가난한 사람이 2005년 말 기준으로 18만 6181명이 있다. 이는 서울시 전체인구의 약 1.8%에 해당하며, 전국의 수급자 비율 3.2%에 비해서는 60%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적은 것은 서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라는 이유가 크다. 산술적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도 그만큼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는 매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저생활에 필요한 경비, 즉 최저생계비를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급자를 선정한다.2006년 정부가 발표한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가 월 41만 8309원,4인 가족은 월 117만 422원이다.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때,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최저생계비가 전국 공통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2006년 기준으로 4인 가족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저생계비는 서울에서 살건 산골에서 살건 상관없이 월 117만원이다. 서울은 다른 지방보다 일거리를 얻을 기회도 많고 일당도 더 높게 받기 때문에 최저생계비 기준인 월117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급자 수가 적다. 그러나 서울에서 117만원으로 생활하는 사람과 시골에서 117만원으로 생활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어려운 생활을 할까. 시골에서는 월 117만원으로 4인 가족이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택가격을 비롯하여 서울의 높은 물가를 고려하면 서울에서는 최저생계비 기준보다 높은 120만원,130만원을 번다하더라도 최저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수급자로 지정되지도 못한다. 소득이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수준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에 실제 가난한 사람이 적어서라기보다는 수급자 여부를 결정하는 최저생계비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상의 문제 때문에 수급자 비율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생계비 지원도 전국동일 수급자로 지정되면 일차적으로 생계비 보조를 받는다. 보조받는 금액은 본인의 수입과 가족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06년 기준 1인 가구에 월 32만 4909원,4인 가족에게는 월 95만 9424원이 지급된다. 수급자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인 최저생계비가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계비 지원액도 전국이 동일하다. 즉, 서울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수급자로 지정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지원받는 생계비 액수도 서울의 높은 물가를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는 타지역에 비해 훨씬 적게 받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간 편차 때문에 전국 공통인 생계비 보조 이외에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는 저소득 시민을 대상으로 명절이나 월동기 등 추가 지출요인이 많은 시기에 현금 또는 현물지원을 하고 있다.2005년 기준으로 서울시는 연 2회 추석과 설날에 가구당 3만원씩 명절위문품을 전달하였으며, 월동대책비(연료비 및 양곡구입비) 명목으로 가구당 5만원을 지원하였고, 자녀교육 경비로 중고생은 연 27만 6000원, 초등학생은 연 2만 5000원을 지원했다. 또한 긴급구호비로 1인당 1회에 한해 7만 4000원, 그리고 결식학생 급식비로 한 끼당 2500원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지원액수도 적을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지원이기 때문에 부족한 생계비 지원액을 보충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역별 분포 전통적으로 서울에서 저소득층 지역이라고 하면 봉천동, 신림동 같은 달동네를 떠올렸지만, 이제 봉천동, 신림동은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동네가 아니다. 재개발로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많은 주민들이 중산층으로 바뀌어 버렸다. 대신에 대규모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새로운 저소득층 밀집지역이 되고 있다. 수급자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혜택 가운데 하나가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격이다. 서울에서 영구임대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와 강서구이다. 정부가 강서구와 노원구에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면서 영구임대아파트도 대단위로 함께 지어 이 지역에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서울의 전체 수급자 18만 6000명 가운데 11.5%에 해당하는 2만 1000여명이 노원구에 거주하여 노원구는 수급자가 가장 많은 자치구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10.5%에 해당하는 1만 9000여명이 강서구에 살고 있다. 수급자들은 여러 가지 복지사업의 우선 서비스 대상이기 때문에 수급자들이 많이 사는 노원구와 강서구에는 자연스럽게 사회복지관이나 노인복지시설과 같은 각종 복지시설도 가장 많이 들어서 있다. 반면에 서초구는 수급자가 2900여명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수급자가 가장 적은 자치구다.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강남구에도 8000여명의 수급자가 있는데 이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7번째로 많은 것이다. 강남구에 수급자가 많은 것은 수서지구에 대단위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급자 개인특성 최근 서울복지재단의 의뢰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서울시 저소득층 복지수요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수급자 가구의 가구주 가운데 55.5%가 여성이고,52.4%는 60세 이상 고령자이며,33.4%는 장애를,45.8%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가구주가 58.3%이고,79.9%는 현재 미취업 상태이다. 한 가구의 경제수준은 가구주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이러한 조사결과는 절대빈곤층 가운데 상당수가 고령자나 장애인으로 근로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학력과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취업도 어려운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 고령,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 때문에’(37.1%),‘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23.5%)를 들어 경제활동 참여가 어렵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다. 향후 3년간 경제상태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4.2%에 불과하여 이들이 빈곤상태에서 벗어날 가능성 또한 높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정부 이후 복지정책에 있어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생계비를 지원하기보다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정부의 복지사업 대상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하는 복지를 지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위의 조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는 경제활동에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 창출, 직업훈련, 자활지원사업 등 일하도록 만드는 복지정책도 필요하지만 기초생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도 여전히 필요한 복지정책이다. 사회 일부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생계비를 보조하고 무료식사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일방적인 지원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면, 비록 밑 빠진 독이라도 계속 물을 부어 주어야 한다. 이 독이 깨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생산적 복지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에서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생산적 복지의 의미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김경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사회부 선임연구원
  • [발언대] 미국에 부는 한류 열풍/구은희 미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

    중국을 비롯한 일본, 동남아 등지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아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내의 아시아인들에게도 불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동양인들뿐 아니라 백인들도 즐겨 보는 미국의 아시아 케이블 방송에서 ‘겨울연가’와 ‘풀하우스’를 영어 자막과 함께 방영한다고 하니 그 열풍이 인종과 관계없이 미국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일들이 미국 내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도 나타난다. 몇 년 전만 해도 성인학습자들의 한국어를 배우는 계기가 배우자가 한국인이거나 한국인 친구가 있어서, 혹은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는 부쩍 한국 연예인이 좋아서, 한국 드라마를 한국어로 이해하고 싶어서 등등 한류와 관계된 이유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매달 ‘한국영화의 밤’을 개설하여 무료로 외국인들에게 영어자막이 들어간 한국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그 반응이 아주 좋다. 또 설날을 맞아 함께 떡국을 먹고, 한복을 입어보고, 절 하는 법을 배우며, 윷놀이도 하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요즘 한국어를 배우고자 학교를 찾거나 개인교습을 원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이 늘었다. 한류는 한국사람들이 노력해서 얻어낸 성과라기보다는 어쩌면 운 좋게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운을 그저 지나쳐가는 하나의 유행으로 버려둘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경향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발전시켜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도 지원해야 한다.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대부분 대학을 중심으로 학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교재 또한 한국에서 발간된 교재나 미국 대학에서 사용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어 교재 개발이 시급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많은 공연도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어가 미국 수능시험으로 채택된 지도 어언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미국 아시안 지역 내에 불고 있는 이 한류 바람이 미국을 강타할 만한 큰 태풍이 되어 미국 내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에 큰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구은희 미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
  • [길섶에서] 두시간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아이들과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누구네 아이는 미국으로 단기연수를 떠났고, 누구는 아빠랑 스키캠프를 다녀왔다는데 고작 반나절 놀이공원이라니…. 하긴 이런 발품조차 안 팔고서야 어찌 아이들 개학을 맞겠나. 콩나물 시루 속을 아이들은 잘도 누비고 다녔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깨금발로 아빠와 키를 다투는 큰 놈도 그저 아이일 뿐이었다. 1시간 줄서서 아이들 들여보내곤 다시 다른 놀이기구로 가서 줄서기를 몇시간.“하나만 더!”를 외치는 아이들 애원에 시간은 훌쩍 오후6시를 넘겼고, 그제서야 온종일 잊고 있던 어머니가 생각났다.“언제쯤 오냐?” 서울 온 김에 일산 큰외숙댁을 찾겠다며 중간에 내리시는 어머니께 “5∼6시쯤요.”라고 무심히 답하고는 그대로 차를 몰지 않았던가. 저녁 8시가 돼서야 도착한 집엔 벌써 다녀온 어머니가 홀로 우두커니 앉아계셨다.“불이라도 켜고 있지 그랬어요?” 죄송스러운 마음이 외려 볼멘소리로 터져나왔다. 손자녀석들과 저녁을 먹겠다며 한사코 외숙의 손길을 뿌리치고 6시에 맞춰 돌아온 당신이었다.“저녁 됐다….” 닫힌 방문은 침묵만큼 단호했다. 못난 아들은 지금도 늘 이렇듯 당신을 조금씩 비켜간다.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신연숙칼럼] 설날 생각

    [신연숙칼럼] 설날 생각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 세태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우리 집안에까지 이렇게 빨리 시류가 밀려들지는 몰랐다. 어느 추석엔가 싱글로 사는 직장 후배가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같이 갈 생각 없느냐고 물어왔을 때 ‘그럴 상황이 되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해 본 적은 있었다. 결혼을 한 여성이 연휴에 혼자 여행길에 나서는 일에는 난관이 많다. 더구나 명절 연휴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외가 친척 모두의 결속이 걸려있는 ‘초(超)개인적’ 기간이다. 가족과 친인척, 더더구나 돌아가신 조상들을 나 몰라라 하고 제 잇속만 차리는 것은 ‘산 넘어 산’인 일인지라, 현실의 벽에 속박감을 느끼면서도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섣달 보름쯤 돼서 친정 올케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설날부터는 신정(新正)을 쇠기로 했으니 그날 집에 오라는 것이다. 추석 연휴에 여행지 콘도에서 차례를 지내는 집이 많다든가, 설은 신정을 쇠고 설연휴는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다든지 하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 형제들끼리도 나눠봤던 이야기이긴 했다. 그러나 갑자기 현실이 되어 나타나자 복잡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비록 친정집 쪽에만 해당되는 일이긴 했지만 어쨌든 연휴기간동안 하나의 의무가 감면된 셈이니 짧은 여행이라도 계획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명절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설날에 늙으신 부모님이 쓸쓸하게 지내게 될 것에 생각이 미치자 허전함이 밀려왔다. 그 며칠전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여행 때 어린이처럼 행복해했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떠오르자 허전함은 섭섭함으로까지 번졌다. 여행에서 어머니는 칠순에도 불구하고 눈썰매를 타보고 싶어했다. 딸이 작은 돈을 쓰는 것도 아까워하며 말리던 아버지도 눈썰매장 입장권을 사는 것은 말리지 않았다. 부상 위험 때문에 썰매 앞자리에 어머니를 태우고 내려오면서 어머니의 가늘어진 허리를 실감해야 했지만 즐거워하는 어머니와 모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버지의 표정에 딸도 행복해지던 여행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왔던 터라 서운함은 더했던 것 같다. 과연 신정 세배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세뱃돈을 나누는 것도 흥이 덜했다. 결국 설연휴 여행은 결행하지 못한 채로 설날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여동생 가족을 집으로 불렀다. 저녁 시간을 함께하며 내린 결론은 내년에는 다시 옛날 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족과 친척, 부모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나이듦의 증거인지도 모른다. 명절의 의미에 연연하는 건 낡은 세대가 됐다는 뜻일 수도 있다. 우리 세대는 이른바 ‘낀 세대’다.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문화적으로도 그렇다. 그만큼 아랫세대에게 어떤 문화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우리 세대의 몫이 아닌가 한다.‘사랑만이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남들과 연계될 수 있는 유일한 자질’이라던 한 사회학자의 말을 떠올린다. 결국 사람 간의 연계는 가족에서 시작하고 우리의 명절은 이를 매개하는 문화적 장치로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긴 한 세대 아래인 여동생은 또 다른 형태의 연계를 실천하고 있었다. 주부의 쌈짓돈 규모지만 증권투자에서 올린 수익중 일부를 소년소녀가장에게 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청에 전화를 해 기부처를 안내받았다고 했다. 신세대다운 의외의 발상이었다. 이번 설날은 우리시대 가족과 사회의 연대감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됐다. 논설실장 yshin@seoul.co.kr
  • [길섶에서] 행복이 가득한 집/ 육철수 논설위원

    며칠전 설날, 가까운 친척 누님 집을 찾은 것은 큰 소득이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가정에서 진정한 행복이 뭔지를 한 수 배웠기 때문이다. 누님은 초등학교 교사다. 매형은 사업을 접고 지금은 쉬고 있다. 형님은 일찌감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이런저런 사업에 손댔으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큰 딸 J는 집안의 불운에 정신적으로 방황했고, 재수 끝에 대학생이 됐다. 둘째딸 S는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 5월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올해 다시 1학년이 된다. 사업실패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그리고 힘들어하는 가족을 십수년동안 추스른 것은 오로지 누님의 신앙심과 헌신 덕분이었다. 누님 가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S가 등교하다가 버스에 치여 얼굴이며 몸이 만신창이가 됐을 때는 “저 아이가 과연 다시 일어나 공부할 수 있을까.”하고 마음 아파했던 게 어제 같다. 설날 만난 S는 건강과 웃음을 완전히 되찾았다. 일자리를 못 구한 형님은 이에 괘념치 않고 집안일과 교회 봉사활동에 열성이다. 서로가 상처를 보듬으려는 듯, 네 식구가 주고받는 눈길엔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 온 집안에 사랑이 잔잔하게 흐르는 걸 느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칩거 끝내고 다시 풍수 연구 나선 최창조 前서울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칩거 끝내고 다시 풍수 연구 나선 최창조 前서울대 교수

    “올해는 ‘호랑이 똥침’을 꼭 줘야 합니다.” 한 풍수의 대가가 간절하게 내뱉는 말이다. 웅비하는 한반도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렇다면 ‘똥침’의 위치는 어디일까? 원래 ‘풍수가’는 지관(地官) 또는 지사(地師)라고 하며 하늘과 땅의 이치를 통달한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예부터 나라의 도읍을 정하는 일이나 집안 가족의 묏자리와 집터를 정할 때 유명한 풍수가의 자문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정치 또는 사업에 야망을 둔 사람들은 풍수이론에 근거해 조상의 묏자리를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관계인사들 또한 진급을 앞두고 이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맥이 밑으로 흐르는 곳에 거처하면 온갖 병이 생긴다는 이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명산이나 좋은 묘터, 명당으로 소문난 터는 여전히 높은 값에 거래된다. 이처럼 풍수는 첨단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우리 일상과 상당히 밀접해 있다. 삶이란 논리보다는 이해와 느낌으로 살아간다는 이치에서다. 최창조(56) 전 서울대교수. 풍수학자이면서 우리나라의 풍수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한국의 풍수지리’ 등 관련 단행본만 10여권 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때 ‘천도불가론 아홉가지 이유’를 발표, 주목을 받았다.1992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시절 “풍수도 학문이라고 가르치냐.”라는 비아냥이 나오자 타고난 결백성으로 그냥 문을 박차고 홀가분하게 나와버렸다. 이후 칩거하다시피 지내다 얼마전 ‘풍수잡설’‘닭이 봉황되다’라는 책을 발간하는 등 풍수연구에 다시 나섰다. 한 단계 더 득도한 스님처럼. 설날 직전,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 위치한 최씨 자택(아파트)을 찾았다. 근황도 궁금했고 또 풍수학적으로 우리나라는 올해 어떤 형국인지 묻고 싶어서였다. 최씨는 아파트단지 입구까지 마중나와 해맑은 소년처럼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선생님, 언제 이사 오셨죠?” “봉천동에서 살다 온 지 꼭 2년 됐습니다. 처음에는 경기도 과천을 생각했으나 가격을 맞추다 보니 여길 선택했지요.” “그렇다면 풍수 고수가 정한 자리여서 당연히 명당이겠네요?” “명당은 마음속에 있지요. 수맥만 아니라면, 사랑해주면 자연 명당이 됩니다. 조용하고 아주 살기 좋아요.” 바로 옆에 대형 할인점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최씨는 “저것 덕분에 아파트값이 올라가 주민들이 좋아하니 아마 명당자리인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아파트에도 풍수가 있나요?” “묘터나 집터잡기에는 (풍수가)일상사가 됐지요.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됩니다. 수맥을 제외한 사랑과 믿음이 가는 곳이면 되지요.” 또한 남향이면서 햇볕이 들고 주위에 산이 있으면 아파트로서는 좋은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모든 풍수가 현장 위주여야 하듯 집을 살 때에도 직접 발품을 팔아 주위를 꼼꼼하게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귀띔해 준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올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국토는 호랑이가 잔뜩 웅크리고만 있어요. 이놈을 깨워야 합니다. 똥침을 주어 깜짝 놀라게 해야지요. 그래야 웅비합니다.” “똥침의 위치는 어딘가요?” “영일만쪽이지요. 그 일대에서 남쪽까지는 풍수학적으로 금계포란(金鷄包卵)형입니다.” “알을 품은 금닭인가요?“ “예, 맞습니다. 그 아래로 바다건너 제주도가 바로 금란(金卵), 즉 금닭의 알이지요.” 최씨의 이론을 해석하면 그동안 영남일대에 여러 인물들이 나왔지만 이치에 맞는 똥침을 제대로 주지 못해 아직까지 웅크린 형국이라는 것. 따라서 올해 한반도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제주도는 비록 똥침과는 거리가 멀지만 ‘금닭의 알’로서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씨는 “제주도는 정말 살기좋은 자연의 혜택을 받았지요. 특별자치도가 되면 타도 사람들은 아마 입도료를 내야 할 걸요.”하면서 웃는다. 화제를 돌렸다. 정재계 인사들과 흥미로운 일화에 대해 슬쩍 물었다. 정계쪽에는 별로 관심없지만 일부 재계 인사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다음은 최씨가 들려주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과의 일화. 92년 여름 최씨가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둔 직후였다. 최 회장 측근에서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최씨는 ‘산소 자리나 봐달라는 것이겠지.’ 하면서 거절했다. 며칠 후 손길승 SK그룹 경영기획실장실 사장과 김수길 부사장이 서울 봉천동 집으로 불쑥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루어졌다. 최씨가 술 몇잔을 들고 나서 “최 회장이 왜 나를 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손 사장은 “우리는 사업하는 사람으로 물건을 파는 입장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람은 키도 작고 영어도 잘 못한다. 때문에 우리의 우수한 것을 돕겠다는 게 최 회장의 뜻이다.”고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최씨가 “그렇다면 명분을 주시오.”라고 했다. 손 사장은 이에 “좋은 생각이 있다. 한달에 한번 사장단 회의가 있으니 그때 강연을 하면 되지 않겠소.”라며 거듭 제안했다. 결국 최씨는 얼마후 SK그룹 사장단 회의장에서 ‘풍수일반론’을 강의했고 최 회장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나는 풍수를 안 믿는다. 하지만 그냥 순수하게 돕고 싶다.”는 말로 최씨를 설득했다. 그래서 한달 300만원을 받기로 하고 1년 동안 연구계획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충북 보은 등 지방에 칩거허면서 풍수관련 연구를 하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도 인연이 있다. 하루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불러 청와대에 들어갔다. 관계자는 북악산 요새와 청와대 경내의 오래된 정자를 치워도 되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풍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문화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이어 침식된 산, 양쪽으로 노출된 암반, 파인 계곡 등의 지세(地勢)를 보아 청와대는 원래 사람이 살던 땅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이로부터 얼마후 경내의 일본식 건물이 철거되고 요새화 작업으로 파인 곳곳을 깨끗이 메웠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최씨는 또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집터와 관련된 소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둔 직후였다. 대통령 관저가 북악산의 기맥을 압박하고 있어 좋지 않다는 주장을 해온 최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은 풍수학상 좋지만 노 대통령의 자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 괘씸죄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잘렸다는 것. 이에 대해 최씨는 “그런 얘기를 한 기억이 없는데 일본인 노자키 미쓰히코(오사카시립대 교수)가 쓴 ‘한국의 풍수사들’(94년 출간)이란 책에서 우연히 접해 알게 됐을 뿐”이라고 했다. 최씨는 평소 북악산이 주산(主山)이 아니기 때문에 독불장군형이라고 주장해 왔다. 좌로 인왕산, 우로 둔덕이 둘러치고 전방으로만 확 트여 있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대통령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독선과 자만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2004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풍수학적으로 불가한 여덟가지 이유를 내놓는 등 중대 사안 때마다 이래저래 자의반 타의반 엮여져 왔다. 서울 출생인 그가 풍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경기고 재학 시절. 우연히 망우리 공동묘지에 찾아가면서였다. 시인도 있고 독립투사도 있으며 정치범으로 사형당한 사람의 무덤이 있는 그곳에 가면 왠지 평등을 느꼈고 평정심을 얻었다. 이때 한 중년 사내를 만나 풍수를 배우면서 최면처럼 빠져들었다. 그래서 서울대 지리학과에 진학했고 교수시절에도 항상 현장 위주의 풍수학을 강조해 왔다. 요즘 건강을 다시 찾은 덕분에 관악산 등 주변 산을 찾아 땅과의 대화를 나누는 재미를 만끽한다. “이제는 땅을 보면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전에는 경험과 이론을 동원해 땅을 해석하려 했지만 지금은 만나는 순간 어떤 느낌을 갖지요. 땅을 사랑하려면 정을 주어야 합니다.” 주말매거진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0년 서울 출생 ▲68년 경기고 졸업 ▲73년 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동대학 석사(91년) ▲77년 경북대 지리학 강사 ▲79년 전남대 지리교육과 강사, 국토개발연구원 주임연구원 ▲81∼88년 전북대 지리교육과 교수 ▲88∼91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92년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삼성생명 자문위원 ▲주요 저서 풍수에 대한 지리학적 해석(78년), 한국의 풍수사상(84년), 풍수사상에서 본 통일한반도의 수도입지선정(89년), 터잡기의 예술(92년), 한국의 풍수지리(93년), 땅의 눈물 땅의 희망(2000년), 풍수잡설(2005년) 등 15권.
  • [독자의 소리] 아련히 떠오른 ‘대목장’의 추억/이학구

    새해 첫날 설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새로움이 가득 차 있다. 나는 어릴 때 ‘대목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설이나 추석 명절 직전에 열리는 5일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동네의 어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대목장’을 다녀온다. 십리 길 이십리 길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지고, 지게에 싣고, 양 손에도 보따리를 들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걷는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가끔 대목장을 따라가곤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이 먹고 싶고, 팥죽이 먹고 싶고, 콩 박힌 알사탕도 먹고 싶고, 떡도 먹고 싶었다. 조르고 졸라서 겨우 팥죽 한 그릇과 ‘센베’과자와 꽤 큰 설탕가루가 묻어있는 알사탕을 먹었지만 만족할 만한 양이 아니었다. 대목장은 다른 때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설 명절에 쓸 물건과 적어도 몇 달 정도 쓸 생활용품도 구입해야 했다.‘설빔’이라는 새 옷 등은 꼭 사야 했다. 어머니께서는 설날 새벽 미지근하게 데운 물을 큰 통에 떠다놓고 오랫동안 씻어내지 못한 묵은 때를 벗겨 주신다. 그러고 대목장에서 사온 새 것 냄새 물씬 나는 새 옷가지들을 입는다. 그때의 느낌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요즘 대목장이란 말은 듣기 어렵다. 한꺼번에 구입해야 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교통의 발달로 걸어서 시장에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언제든 구입하기 때문이다. 긴 행렬들이 모여서 대목장을 이루고, 파는 사람 사는 사람들이 만나서 정을 나누던 그 모습은 나의 어릴 적 추억 속에만 있을 뿐이다. 대목장의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던 때가 아련하다. 이학구<전북 전주시 원평초 교감>
  • 이태현 뒤집고 백두봉 박영배, 세대교체 선언

    모래판은 세대교체를 간절히 원했고,‘골리앗 킬러’ 박영배(24·현대삼호중공업)가 그 중심에 우뚝 섰다. 프로 4년차 박영배는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 백두급 결승에서 ‘황제’ 이태현(30·현대삼호중공업)을 2-1로 제압하고 차세대 기수임을 선언했다. 4강에서 ‘아마추어 돌풍’ 이충엽(수원시청)을 들배지기와 밀어치기로 누르고 결승에 선착한 박영배의 상대는 각종 대회 36회 우승 및 통산 최다승(468승)과 최다상금(5억 8146만원)에 빛나는 이태현.유연한 허리를 바탕으로 대학과 프로에서도 ‘테크노골리앗’ 최홍만(25)을 거푸 꺾어 골리앗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박영배였지만 덩치와 기술을 겸비한 이태현과의 상대 전적에서는 3전전패의 절대 열세. 더군다나 백두급 최단신인 박영배의 신장은 184㎝에 불과해 이태현(197㎝)을 뽑아들기엔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은퇴 뒤 요리사를 꿈꾸는 ‘신세대 씨름꾼’ 박영배는 결코 기 죽지 않았다. 첫 판을 들배지기로 따낸 뒤 두번째 판을 배지기로 내줬지만, 마지막 판에서 신기에 가까운 뒤집기로 이태현을 모래판에 뉘었다.생애 두번째 타이틀인 동시에 2년연속 설날장사. 박영배는 또한 지난 92년 시작된 설날장사대회에서 2연패를 한 유일한 씨름꾼으로 기록됐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세뱃돈/육철수 논설위원

    설날의 진정한 의미는 뭘까. 아무래도 조상을 기리고, 친지나 이웃끼리 모여 덕담을 나누고 희망을 얘기하며, 특히 한해의 계획을 실천하는 첫날이라는 뜻이 담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깊은 뜻을 알 턱 없는 아이들은 오직 세뱃돈에만 관심을 가질 법도 하다. 그래서 어른께 세배드리고 세뱃돈을 챙기는 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가장 기다려지고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세뱃돈을 주는 것은 예절을 중시하는 아시아 몇몇 나라의 설 풍습이다. 세뱃돈 풍습의 원조 격인 중국에서는 춘제(春節)에 야쑤이첸(壓歲錢)이란 세뱃돈을 훙파오(紅包:붉은 봉투)에 넣어 주면서 “궁시파차이”(恭禧發財:돈 많이 버세요)란 덕담을 건넨다. 일본에는 큰절을 안 해도 주는 ‘오도시다마’란 세뱃돈 풍습이 있고, 베트남에는 빨간 봉투에 새 지폐를 담아주는 ‘리시’라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다. 몽골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을 건네고, 그 대신 어른은 아랫사람에게 선물을 준다고 한다. 설 연휴동안 전국의 아이들이 받는 세뱃돈의 규모는 1조 1500억∼2조원이라고 한다. 물론 공식 통계는 없다. 올해 은행들이 설 자금으로 방출한 게 2조 3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절반을 새돈으로 바꿔간 점으로 미루어 하한선을 1조 1500억원으로 잡았다고 한다. 헌 지폐도 세뱃돈으로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세뱃돈 특수도 제법 짭짤하다는 소식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아이들은 영화관·게임방·노래방에서 즐기며, 옷과 액세서리점은 호황이고, 소형가전·학용품에다 동네 구멍가게까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린다고 한다.1조원 이상 세뱃돈이 시중에 풀려 소비에 기여한다니 만만찮은 규모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설날만큼은 코묻은 돈이라고 무시하면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우리의 세뱃돈 풍습에는 아이들에게 저축·근면 습관을 길러주자는 뜻이 강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옛날에는 달걀 대여섯개 살 만큼의 세뱃돈을 주었단다. 달걀로 닭을 만들고, 돈을 불려 송아지를 사서 소를 기르며, 그 돈으로 논밭을 사서 열심히 살라는 의미에서다. 어른들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세뱃돈의 양극화도 심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세뱃돈을 통해 알뜰살림을 배우고, 돈의 많고 적음보다는 어른들의 정성과 마음의 크기를 느껴줬으면 좋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독일월드컵 2006] 주·전·충·돌

    설날인 29일 홍콩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칼스버그컵 4개국 축구대회 한국-크로아티아전을 TV 중계로 지켜본 축구팬들은 “양국 대표팀 모두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이 빠져 최상의 전력은 아니다.”는 친절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는 표현에는 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국내파를 제치고 즉시 선발로 뛸 수 있다는 뜻이 함유돼 있는 것. 과연 그럴까. 크로아티아 선수들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지만 한국의 유럽파, 특히 포워드진에 관한 한 이는 결코 맞는 말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6주간의 전지훈련을 함께 하고 있는 국내파 포워드 박주영(FC서울) 이천수(울산) 이동국(포항) 등의 활약이 안정환(MSV 뒤스부르크) 설기현(울버햄프턴) 차두리(프랑크푸르트) 등 유럽파를 압도할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 4개국 축구대회 1차전 그리스전에서 ‘아드보카트호’ 승선 이후 첫골을 터뜨리며 1-1무승부의 수훈을 세운 이후 25일 핀란드와의 2차전에서도 연속골을 잡으며 1-0 승리를 견인, 확실한 골게터임을 입증했다.29일 크로아티아전에는 후반 교체출장해 득점을 추가하진 못했지만 날카로운 공격력 만큼은 손색이 없었다. 스페인 리그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복귀한 이천수 역시 핀란드전에서 박주영의 득점에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해주며 공격포인트를 얻은 뒤 29일 2-0완승을 거둔 크로아티아전에선 직접 추가골까지 터뜨려 물오른 골감각을 드러냈다. 두 선수와 함께 공격 최전방 스리톱을 구축한 이동국 역시 29일 이천수의 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지금까지 와는 달리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크로아티아전을 신호탄으로 국내선수의 경쟁 뿐만 아니라 해외파들의 경쟁까지도 본격화됐다.”고 단언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해외파라는 타이틀만으로 무조건 출전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국내파와 해외파의 경쟁을 부추겼다. 한편 같은 해외파라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등 미드필드진의 주축들은 포워드진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 국내파 미드필드진이 경험이 없는 신예 위주로 구성된 데다 확실한 주전감이 떠오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인 이회택 부회장은 “박지성과 이영표는 따로 언급이 필요없을 만큼 국내파와의 경쟁에서 앞서 있다.”며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들을 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보상 문제로 이웃간 서먹 “뒤숭숭해 설맛 안난다”

    충남 연기·공주 행정도시 예정지 주민들은 이번 설연휴를 뒤숭숭하게 보냈다. 보상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마다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 걸리고 불안과 초조가 주민들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 연기군 남면 송원리 주민 홍창표(61)씨는 30일 “마을이 뒤숭숭해 설맛이 안난다.”며 “예전에는 설이 끝나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농악과 윷놀이를 하면서 즐겼는데 이번 설은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날에는 마을 어른 집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리고 했는데 올해는 보기 어렵다.”며 주민 간에 보상문제를 놓고 미묘한 감정이 형성돼 서먹서먹해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행정도시 건설 발표 후 계속돼온 자식들의 고향찾기도 더 심해졌다. 연기군이 고향인 한 충남도 국장은 “설 아침 고향을 다녀왔는데 예년과 달리 길에 자동차들이 꽉 차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고향을 지키려는 노부모와 보상금 수령을 원하는 자식 간 갈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군 동면 합강2리 주민 최용운(54)씨는 “고향을 떠나기 싫은 주민들은 마음이 심란한데 자식들은 찾아오고, 플래카드는 여기저기 휘날리고 이번 설은 참 어수선했다.”고 밝혔다. 이런 틈을 타 도굴꾼들도 설치고 있다. 설 1∼2일 전 연기군 동면 용호리 600년 정도된 ‘부안임씨’ 시조의 4째 아들 묘가 도굴 당했다. 임창철 부안임씨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어떤 부장품이 털렸는지 아직 확인이 안되고 있다.”며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도굴꾼까지 날뛴다.”고 한탄했다. 임 사무총장은 “보상금을 수령한 이들은 주로 외지인”이라며 “우리 문중과 토착민 대부분은 ‘보상을 받지 않겠다.’고 결의까지 하고 있지만 마음이 심란하고 불안해 이번 설은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보상 문제로 이웃간 서먹 “뒤숭숭해 설맛 안난다”

    충남 연기·공주 행정도시 예정지 주민들은 이번 설연휴를 뒤숭숭하게 보냈다. 보상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마을마다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 걸리고 불안과 초조가 주민들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 연기군 남면 송원리 주민 홍창표(61)씨는 30일 “마을이 뒤숭숭해 설맛이 안난다.”며 “예전에는 설이 끝나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농악과 윷놀이를 하면서 즐겼는데 이번 설은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날에는 마을 어른 집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리고 했는데 올해는 보기 어렵다.”며 주민 간에 보상문제를 놓고 미묘한 감정이 형성돼 서먹서먹해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행정도시 건설 발표 후 계속돼온 자식들의 고향찾기도 더 심해졌다. 연기군이 고향인 한 충남도 국장은 “설 아침 고향을 다녀왔는데 예년과 달리 길에 자동차들이 꽉 차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고향을 지키려는 노부모와 보상금 수령을 원하는 자식 간 갈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군 동면 합강2리 주민 최용운(54)씨는 “고향을 떠나기 싫은 주민들은 마음이 심란한데 자식들은 찾아오고, 플래카드는 여기저기 휘날리고 이번 설은 참 어수선했다.”고 밝혔다. 이런 틈을 타 도굴꾼들도 설치고 있다. 설 1∼2일 전 연기군 동면 용호리 600년 정도된 ‘부안임씨’ 시조의 4째 아들 묘가 도굴 당했다. 임창철 부안임씨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어떤 부장품이 털렸는지 아직 확인이 안되고 있다.”며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도굴꾼까지 날뛴다.”고 한탄했다. 임 사무총장은 “보상금을 수령한 이들은 주로 외지인”이라며 “우리 문중과 토착민 대부분은 ‘보상을 받지 않겠다.’고 결의까지 하고 있지만 마음이 심란하고 불안해 이번 설은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문화콘텐츠 강국으로 가는 길〉(EBS 낮 12시) 한류 열풍 속에서 콘텐츠 산업의 가치가 새롭게 각인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알리고, 해외 성공사례 취재를 통해 문화산업 강국 코리아로 성장하기 위한 요건들을 제시한다. 또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의 비전 등에 대해서 알아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심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생물체들이 최대 500만 종까지 서식하고 있다. 원유 사업에 있어 해저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무인잠수정이 이제는 새로운 생물들을 찾는 일을 돕고 있다. 무인잠수정으로 과학자들도 처음 보는 희귀 물고기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 발굴이 남긴 흔적 등을 촬영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1시) 1975년 미국의 한 중년남자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황금 권총 하나를 구입했다. 구입한 권총을 닦던 중년 남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자신이 파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남자는 결국 새로 산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말았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황금 권총. 이 총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었을까.   ●설날특집 일요일이 좋다(SBS 오후 6시) 설날특집으로 다시 돌아온 2006년 新 좋은세상 만들기 ‘운수대통 쌀가마 퀴즈’를 선보인다. 어르신들의 구수한 입담과 인생의 에피소드가 담긴 장독대 퀴즈, 어르신들의 재치와 연예인들의 순발력으로 함께 하는 세대공감 쌀가마 스피드 퀴즈, 사랑방토크 코너 등을 선보인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담긴 10폭의 자수병풍. 농사를 준비하고 추수하는 모습들을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수놓았다. 특별한 용도를 위해 제작되었다고 하는 이 병풍에 담긴 궁금증을 알아본다.`춘첩´이라는 제목의 글씨 한 점이 의뢰되었다. 파란 꽃문양이 그려진 종이에 쓰여진 이 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맛있는 설날(KBS2 오전 8시)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설날 음식은 무엇일까?민족의 대명절 설. 설 음식에는 한해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까지 담겨 있다고 한다. 음식 하나하나에 특별한 맛과 의미가 담겨 있는 설 음식과, 한국의 대표 설 음식은 무엇인지 앙케트를 통해 알아본다.
  • 설연휴 외롭지 않은 이방인들

    대구·경북지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다양한 설맞이 위안행사가 펼쳐진다. 26일 경북지역에서 외국인 근로자(6000여명 추정)가 가장 많은 구미시와 사회단체들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맞이 위안잔치와 우리 전통문화 체험 등 각종 문화축제를 마련, 시민과 함께 하는 한마당 잔치를 펼칠 계획이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는 28일 금오민속박물관에서 외국인 근로자 90여명을 초청해 우리떡 만들어 먹기, 솟대 만들기, 민속놀이 등 전통문화 체험행사를 연다.설날인 29일에는 낮 12시부터 전통음식 나눠먹기, 장사씨름대회 관람 등의 행사를 마련한다. 구미제일교회도 28일 오후 5시부터 15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한복 입어보기, 전통예절 배우기, 윷놀이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또 29일엔 떡국 만들어 먹기, 장사씨름대회 관람, 레크리에이션 등 전통문화 체험행사를 실시한다. 대구 동신교회도 28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 등 지역 400여개 업체에 근무하는 중국인 근로자와 경북 경산 등지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등 모두 500여명을 초청할 계획이다. 중국인들을 위해 윷놀이와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고리던지기, 비사치기, 팽이 돌리기 등 7가지의 전통문화 체험행사와 한복입기, 세배하기, 중국요리 만찬 등의 행사를 마련한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 관계자는 “다양한 설맞이 위안 행사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로하고 한국의 전통과 멋, 예절을 소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구미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형식보단 의미… 이런 명절 어때요”

    “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봉사활동을 하면 차례 못 지내는 것을 조상님이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이신애(가명·29·여)씨는 설날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대신에 지난해부터 온 가족들이 모여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명절 음식을 나눠주며 봉사활동을 한다. 이씨는 일곱자매 중 막내로 미혼이지만 언니들은 모두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이 때문에 설날에 차례 지내기가 어렵다. 특히 3년 전 부친이 세상을 뜬 뒤에는 차례 지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명절만 되면 고민하던 이씨는 언니·형부들과 상의한 끝에 형식적인 데 너무 얽매이지 말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설날 봉사활동’이다. 이씨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 대신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어 모든 가족들이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가족간 ‘종교갈등’ 해소를 위해 형식을 버리는 집도 있다. 전북 전주에 사는 김석태(30)씨는 2003년부터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장남인 김씨 아버지는 종교가 없어 차례를 고집하지만, 작은 아버지 3명이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작은 갈등이 있어 왔던 게 사실. 절을 하거나 차례를 지내지는 않지만 반대로 기도나 찬송가도 없다. 일가친척이 모여 조촐하게 차린 명절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형식이라면 형식이다. 김씨는 “명절이면 종교 때문에 갈등을 겪는 집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면서 “형식에 연연하지 않으면 서로 자기 가치관에 맞는 절충점을 찾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한국서 첫 설 ‘15만원의 행복’

    한국서 첫 설 ‘15만원의 행복’

    “처음 맞은 한국의 명절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생겼네요.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보낼 수 있게 됐어요.” 인천 남동공단의 한 홈시어터(영화감상용 음향기기) 제조회사에서 일하는 태국 출신의 부사라(25)는 26일 “한국에 온 이후 가장 기분 좋은 날”이라며 즐거워했다. 부사라는 이날 기대하지 못했던 설 보너스를 받았다. 본봉의 25%라고 해봐야 15만원 남짓. 여기에 비누세트가 더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잔업을 채워야 한달 100만원 조금 넘는 봉급을 받는 그녀에게는 결코 적지 않다. 부사라는 이곳에 오기전 김포의 봉제공장에서 두달 동안 하루 3시간밖에 못자며 일했지만 봉급도 받지 못한 쓰린 기억이 있다. 인천으로 옮긴 뒤에는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휴일도 즐기는 등 여건이 좋아졌다. 부사라는 태국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그녀가 한국에 온 목적은 한국어를 배우고 돈도 벌겠다는 것.3년쯤 뒤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어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부사라는 이번 주들어 한국인 동료들이 고향가는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면서 설이 무엇인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보너스에 3일의 휴식까지 더해진다는 소식은 반갑기만했다. 부사라는 “이번 설에는 한국을 좀 더 아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소 휴일에는 독서로 소일했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설 풍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시내 구경도 하고 설 음식도 먹어볼 생각이다. 태국의 설은 무더운 4월13일의 ‘쏭끄란’. 태국인들은 새나 물고기를 방생하고 서로 향수를 뿌려 주며 행운을 빈다. 그녀는 “올해는 한국에서 처음 맞는 ‘추운 설날’이지만 태국에서 함께 와 같은 공단에서 일하는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싶다.”고 기대했다. 부사라는 “오늘은 어머니와 동생들이 너무 보고 싶어 꼭 안부 전화를 해야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향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꼭 꿈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 이동구 류재림 기자 yidonggu@seoul.co.kr
  • 포근한 설연휴 해돋이는 못볼듯

    포근한 설연휴 해돋이는 못볼듯

    설 연휴에는 흐린 날씨가 이어져 원단(元旦)의 일출은 보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기온은 평년보다 높아 포근한 명절이 되겠다. 기상청은 “연휴 첫 날인 28일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겠지만 중부지역은 점차 구름이 많아지겠다.”면서 “설날인 29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이 차차 흐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밝혔다. 연휴 마지막날인 30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오전에 흐리고 곳에 따라 비 또는 눈이 온 뒤 점차 개 귀경길에 불편이 예상된다. 연휴 동안 기온은 평년(최저 영하 11도∼영하 1도, 최고 1∼7도)보다 높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겠다.27일은 고기압의 영향을 점차 받아 전국이 점점 맑아지겠다. 설 연휴 뒤에도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2월 기온은 대체로 평년(영하 6도∼영상 7도)보다 높지만 기온 변동폭이 크겠으며 남부지역은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11시5분) 겨울,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숲에는 포유류를 거의 볼 수가 없다. 대부분 밤에 움직이며 낮에는 굴이나 숨겨진 보금자리에 숨어 지내거나 추위와 먹이 부족을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겨울잠을 잠으로써 사람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숲에 다양한 형태의 흔적을 남기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최근 들어 복제기술은 국내는 물론 세계 과학계의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생명탄생은 자연의 권한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힌 것으로, 과학기술의 효용성을 믿는 사람들은 질병을 치료하고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여긴다. 동물복제의 가능성과 윤리적 문제점들을 알아본다. ●스타 팔씨름 대격돌(MBC 오후 5시25분) 민족의 명절 설을 맞이하여 특별하게 재구성된 민족 고유의 전통놀이 팔씨름. 국내 최고의 팔씨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 출연진을 두 팀으로 나누어 펼쳐지며, 남녀 개인전, 단체전으로 이어지는 예선을 통해서 결선에 올라갈 정예 멤버를 뽑게 된다. ●설날특집 동안 선발대회(SBS 오후 6시40분) 대한민국 최고의 동안(童顔)을 찾는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30대, 키우는 애완견도 어려 보이는 동안 가족, 다리 찢기부터 허리춤의 달인,60대 밸리 댄스 할머니, 동안 15명이 펼치는 최종 결승전을 지켜본다. 전국에서 선발된 내로라하는 동안들이 어려 보이는 비결과 비법을 공개한다. ●세계인의 건강밥상, 쌀(KBS1 오전 10시50분) 지금 세계가 쌀을 먹고 있다. 그동안 쌀을 거의 먹지 않았던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서는 쌀의 효능, 즉 다이어트, 항암 등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최근 쌀을 먹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2006년 설을 맞이하여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에서 건강식으로 애용되고 있는 다양한 쌀 문화를 소개한다. ●설특집 빅스타 X파일(KBS2 오후 6시30분) 가수보다 뛰어난 노래와 춤 실력, 개그맨을 웃기는 유머 감각을 겸비한 빅 스타들의 도전을 살펴본다. 방송보다 더 재미있는 NG퍼레이드. 빅 스타들의 포복절도 미공개 NG파일이 공개된다. 또 가슴을 저민 최고의 최고의 눈물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화려한 액션신 등 명장면도 살펴본다.
  • 국립대총장 첫 징계 진통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 총장 징계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장관급인 국립대 총장 징계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대상은 전북대 두재균(52) 총장. 그는 평교수 재직 당시 연구비를 빼돌려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사기)로 기소돼 지난 12일 전주 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전북대 교수협의회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두 총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두 총장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교육부가 지난 23일 전북대 구성원들을 상대로 여론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교수회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총장직 유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다. 한 관계자는 “총학생회 등 8개 관련 단체들을 만나본 결과, 이렇게 나왔다.”면서 “총학생회는 두 총장이 개방적이고 개혁적인데다 대학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 총장직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소개했다. 반면 교수협의회(회장·이중호 윤리교육과 교수)는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어느 조직보다 도덕성과 명예를 중시해야 할 대학총장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자리에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교수협의회는 2월1일 두 총장 징계요구건을 안건으로 채택, 대통령에게 직위해제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장관급인 국립대 총장에 대한 해임 등 징계는 전례가 없다. 국립대 총장으로서 개인신상 등의 문제로 물러난 경우는 서울대 선우중호·이기준 총장이 있으나 이들은 스스로 사퇴했다. 교육부는 설날 이후 두 총장 징계위 구성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사상 초유의 국립대 총장 징계위 구성 및 징계 수위가 주목된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설 연휴 ‘맞선데이’

    설 연휴 ‘맞선데이’

    ‘설날=선날?’나이가 꽉찬 미혼남녀들은 설날이 싫다.‘싱글 스트레스’는 명절이 되면 최고조에 이른다. 가족이나 친지들이 무심코 건네는 “올해는 결혼해야지.”라는 덕담은 덕담이 아니다. 싱글들의 명절 스트레스 해소책이 바로 설 연휴를 이성과 만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일이 바빠 이성을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명절 연휴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확인되지 않은 속설일 수도 있지만 ‘명절 맞선’은 성사율도 높다고 한다. ●연휴 내내 맞선만 보기도 대기업 연구원 박모(29·여)씨는 설날인 29일 맞선을 본다. 평소 바쁜 직장생활로 남자 소개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 박씨는 “가족모임에 빠지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설날에는 유명 맞선장소들이 덜 붐빌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A(32)씨는 박씨보다 더 적극적이다. 부모와 명절을 보내지 않고 연휴 첫날부터 3일간 내리 맞선을 볼 계획이다. 다음달 임용이 되면 바쁠 것 같아 맞선에 ‘올인’하기로 했다. 명절을 가족과 지내지 못해도 빨리 결혼하는 게 더 효도라고 생각한다. ●원정 맞선도 ‘연휴 맞선’의 또다른 장점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 전주에 사는 대학원생 권모(31·여)씨는 서울 남자와 맞선을 본다. 서울 사람을 원했던 그는 결혼정보업체쪽에 특별히 설날 ‘서울 맞선’을 부탁했다. 마침 특수 전문직이어서 평일에는 시간을 좀체 낼 수 없는 남자가 있어 ‘택일 궁합’이 일치했다. 권씨는 설 전날인 28일 맞선을 본 뒤 서울 사는 작은아버지댁에서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강원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원모(38)씨도 ‘서울 여자’를 만나기 위해 상경한다. 원씨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 사는 여성을 만나고 싶다. 연휴기간에 맞선을 보면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명절 맞선이 결혼골인 가능성 높아” 명절을 ‘결전의 날’로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결혼정보업체도 호황이다.㈜듀오의 경우 설 연휴를 앞두고 상담건수가 평소보다 30%가량 늘었고 실제 가입자 수는 10%가량 증가했다.㈜선우 등 다른 업체도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50∼100% 늘었다. 커플매니저 백경선씨는 “주위의 압박 때문에 빨리 짝을 찾고 싶다는 심리적 조바심이 강해져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마음에 들면 그 다음날 바로 또 만날 수 있는 점도 연휴 맞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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