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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밸런타인데이 콘돔·비아그라 불티

    베이징의 칭런제(情人節·밸런타인데이)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뜨겁다. 급속히 유입된 서방 문화에다가 과감한 성개방 풍조까지 더해진 탓이다. 특히 올 칭런제는 춘제(春節·설날) 휴가와 이어지면서 중국 젊은이들은 어느 때보다 더욱 극성스러운 밸런타인데이를 보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아그라와 콘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 베이징(北京)의 한 약국 주인은 “작년보다 판매량이 40∼50%가 늘어났다.”며 “밸런타인데이는 우리에게 황금 시즌”이라고 즐거워했다. 베이징사범대학 심리학과 쉬옌(許燕) 교수는 “편안한 분위기가 남녀간의 생리적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들은 ‘연인의 날 만찬(情人盛宴)’ 메뉴를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장쑤(江蘇)성 성도 난징(南京)의 5성급 호텔 좡위안러우(狀元樓)는 1인당 2999위안(40만원)짜리 만찬을 내놓았다. ‘천상인간(天上人間)’이란 이름의 이 만찬은 바다가재, 프랑스 거위간 요리 등 별미 요리와 함께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분위기가 압권이다. 일부에서는 의미있는 애정공세도 펼쳤다. 광저우(廣州)에서는 2만여명의 연인들이 ‘백년 애정나무(百年情人樹)’를 심고 연인의 이름을 돌에 새기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독신 남녀들의 인터넷을 통한 공개 연인 찾기도 붐을 이뤘다. 신랑(新浪),21스지(世紀), 첸룽(千龍) 등 웬만한 대형 인터넷 사이트마다 ‘독신파티’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신상 명세서를 올린다.‘칭런제 저녁 뜨거운 정열을 불태우자.’는 유혹이 쇄도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나를 가져가세요. 당신의 칭런제를 따뜻하게 보내세요.”라는 대담한 문구로 유혹의 손길을 내뻗고 있다. oilman@seoul.co.kr
  • [누드 브리핑]이명박시장 “경제가 살아난다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떠드니…. 바닥 경기가 진짜 문젠데 말이오.”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해 또다시 정부 쪽 심기를 살짝 건드렸다. 이 시장은 설날을 앞두고 오전 11시30분부터 한 시간 남짓 서울 강동구 상일동 179에 있는 지체장애인 시설 ‘주몽재활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하루 전 재래시장을 찾아간 느낌을 전하며 “체감경기가 말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재활원을 운영하는 재단 관계자들이 “요 며칠간 강추위가 몰아쳤지만 오늘은 따뜻해서 다행입니다.”라고 하자 이 시장은 “어제가 입춘이었죠, 아마.”라고 인사를 건넸다. 주몽복지법인 장선옥(62·여) 이사장이 “오늘 입춘입니다.”라고 고쳐주자 이 시장은 “다른 때면 ‘입춘대길’이라고 써붙였겠다.”라면서 “하지만 겨울은 겨울다워야 ‘추위 장사’를 하는 분들에게 좋을 텐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걱정이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마침 동행한 신동우 강동구청장도 한마디 거들었다.“얼마 전 관내 천호시장을 둘러봤는데 마찬가지로 경기가 아주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장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경제가 살아난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처럼 좋은 말이 오가지만 실제로는 백화점만 보고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이 기업체를 운영할 때의 일을 떠올려가며 사례를 들어보기도 했다. “오래 전이지만 현대그룹에 재직할 때 백화점 대표를 5년간 겸직한 적이 있는데, 보통 부풀려 실적을 올리거든….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입니다. 이를 그대로 믿어서 그처럼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이 나오는 게지요.” 신 구청장이 웃는 얼굴이기는 하지만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아니, 신문사 기자까지 지금 현장에 와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셔도 괜찮은 것인지…. 그럼 최근 경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도 ‘뻥’이란 말입니까?” 이 시장은 “(지금 경기가 그나마 좋다는 것은) 정부에서 선물을 돌려도 괜찮다고 한 데다,(지난해 추석 때 경로당 등에 위문품을 돌렸다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 기초자치단체장들을 두고) 구청장은 줘서 안된다고 하지만, 설 쇠러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반짝’하는 것”이라고 받았다. 일행의 경제 분석은 한창 재활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둘러보러 사무실을 나가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2月의 명절/김경홍 논설위원

    평양 모란봉 기슭에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은 지난 1977년 4월15일 김일성의 65회 생일을 맞아 준공됐다.1989년 시민혁명으로 처형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이를 보고 대통령궁을 지었다고 한다. 준공 당시는 금수산의사당, 주석궁으로 불리다가 김일성 사망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후 ‘궁전’으로 승격된 것이다. 유럽식 궁전을 본떠 만든 5층 복합 석조건물 앞에는 콘크리트 광장이 조성돼 있는데 그 너비가 415m, 길이가 216m다.‘415’는 김일성의 생일을,‘216’은 김정일의 생일을 상징한다.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부터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태양절)까지 두달동안을 축제기간으로 정해놓고 일반인의 혼인식도 자제할 정도다. 북한이 지난주 설날 연휴기간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더니, 내부적으로는 ‘2월의 명절’로 불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3회 생일준비로 분주하다고 한다. 평양방송은 “장군님은 역사가 일찍 알지 못하는 희세의 위인, 절세의 애국자, 불세출의 영웅”이라면서 “선군정치를 따르는 것은 세계의 흐름”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중앙TV는 김 위원장이 태어났다는 ‘백두산 밀영’의 기슭에 버들개지가 피었다고 소개하며 2월 평균기온이 영하 25도를 오르내리는 백두산에서 버들개지가 핀 것은 자연의 현상을 초월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김 위원장을 세계적 지도자로 부각시키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한 잡지는 김 위원장을 세계 최악의 10대 독재자 중 2위로 선정했다.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한 언론이 김 위원장을 독재자 상위에 랭크했다고 해서 공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숭배 강요, 적대계급으로 분류된 북한주민 3분의1에 대한 차별,25만명의 수용소 감금, 공개처형 등 독재라는 굴레를 씌운 선정 이유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남의 명절이나 생일, 축제에 재를 뿌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협박이나, 봉건왕조 시대에도 없던 개인숭배 현상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북한이 특수한 국가라는 것만으로는 체증이 가시지 않는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살가워진 CEO

    “김정만 사장입니다. 설날을 맞아 임직원 여러분 가정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며 연휴 잘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지난 설 연휴때 LG산전 직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김정만 사장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받고 놀랐다.1999년 LG산전 부사장으로 취임한 뒤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정상으로 돌려 놓은 김 사장인지라 이처럼 ‘살가운’ 모습은 기대하지 못한 것. 스치기만 해도 찬바람이 불던 대기업 CEO들이 부드러워지고 있다.IMF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위기경영’으로 조직이 어느 정도 단련됐다고 판단,‘훈풍’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LG산전은 김 사장 재임동안 엘리베이터, 자동판매기, 동제련 사업을 매각하고 부채비율을 1000%에서 200%대로 낮추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자율 복장이던 본사 직원들에게 넥타이를 다시 매게 하는 등 무섭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다.LG산전 관계자는 “회사가 그동안의 구조조정으로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분위기가 많이 팍팍해져 올해부터는 ‘믿음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를 가꿔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지난달 청주 혁신학교 야간행군에 불시 참가해 교육생들을 놀라게 했던 김 사장은 앞으로 직원들과의 ‘생맥주 미팅’, 등반대회, 애프터서비스 기사들과의 간담회, 주니어보드 간담회 등 ‘스킨십’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 달부터 2900여 직원의 결혼기념일에 일일이 축하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감사팀장을 지내 한때 ‘공포의 대상’이던 삼성SDI 김순택 사장은 “CEO는 때론 자상한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꿈을 심어주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10일에 이어 14일에도 신입사원 특강에 나서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회사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에는 성년이 된 직원들에게 축하메시지를 담은 곰인형을 선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 LCD총괄 이상완 사장도 ‘겉보기’와 달리 다정다감한 CEO로 통한다. 이 사장은 최근 ‘중국집 주방장’으로 변신, 천안사업장 인근의 장애인 재활시설 ‘죽전원’ 원생들에게 자장면 130그릇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설날 연휴에도 충남 탕정사업장으로 출근,3월 양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8) 서산 창리 영신제·위도 원당 띠뱃굿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8) 서산 창리 영신제·위도 원당 띠뱃굿

    조상에게 드리는 차례보다 소중히 여기는 제사가 있다. 사람들은 조상 차례가 당연히 중요하다고 여기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유교적 의례가 철저히 요구될 때도 이곳 민중들은 무속적인 굿을 앞 줄에 놓았다.‘동네 제사’라 할 수 있는 마을굿이 그것이다. 지금도 전국의 바닷가에서는 새해 정초만 되면 동제, 동신제, 당산제 따위의 이름으로 마을지킴이를 모시는 제를 올린다.‘못생긴 놈들은 얼굴만 보아도 반갑다.’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오랜만에 똑같이 ‘못생기고’ 낯익은 이웃들이 모여 들었다. 객지로 떠돌다 재산을 몽땅 털어먹고 돌아왔어도, 외항선 선원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어도, 당산은 거기 제자리에 우뚝서서 지친 이들을 넉넉하게 품어 주었다. 서해안의 대표적인 설맞이 마을굿을 찾아나섰다. 충남 서산의 부석면 창리 영신제, 태안군 황도의 붕기 풍어굿, 서천군 서면 마량의 도둔리 당제, 부안군 위도의 원당제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마을굿이 설날을 기해 일제히 열린다. 몸이 하나라서 모두 돌아볼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깝다. 다행히 각각의 제마다 시간차가 있어 요령있게 일정을 짠다면 두어 군데 정도는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모진 환경이 만든 작품 ‘창리 영신제’ 충남 바닷가에서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창리 영신제는 어쩌면 모진 환경이 만들어낸 ‘작품’일는지 모른다. 천수만 A·B간척지가 조성될 당시 현대건설 간척본부가 부석면의 끝자락인 창리포구에 자리잡았다. 정확하게 공사 중간지점이라서 몸살을 앓았다. 1982년, 처음으로 포구를 찾아 들어갔을 때 한적했던 포구는 중동 공사현장에서 되돌린 엄청난 중장비 덕분에 흡사 기갑부대의 야전사령부 같았다. 얼굴 맞대고 살던 이들끼리 지내던 영신제에 공사장 잡부를 비롯한 외부인의 얼굴도 보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마을굿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지형이 변했지만, 외딴섬에 자리잡아 최소한 300년 이상 자란 소나무들이 장대숲을 이룬 곳이었다. 당산 꼭대기에는 임경업 장군 내외를 모신 영신당이 자리해 포구를 지켜왔다. 대개의 당산이 그러하듯 이곳의 나뭇가지 하나만 건드려도 탈이 난다. 예전에 비하면 영험이 형편없이 추락한 오늘날에도 함부로 나무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다. 섣달 그믐이면 생기복덕을 엄정히 가려서 부정없는 이로 당주를 삼는다. 당주는 부정을 피해 상갓집 문상도 가지 않으며, 추운 겨울에도 얼음물로 목욕재계를 한다. 마을지킴이를 받드는 일인지라 한 치도 마음 놓을 수 없다. 금기는 당주만의 몫이 아니다. 마을 공동체 전체가 성스러운 시간으로 접어든다. 동구와 공동우물에는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둘러 뿌려 잡귀를 쫓는다. 폭풍 전야의 침묵이라고나 할 고요가 마을을 감싼다. 우스갯소리조차 주고받지 않는다. ●굿당, 에너지 발산하는 해방구 역할 정월 초이튿날, 이윽고 날이 밝으면서 마을 공터에서는 꽹과리 소리 요란하게 새해가 왔음을 알리는 파열음이 터진다. 당줏집 마당에서는 기세를 돋우면서 당줏굿을 친다. 배마다 1개씩 오색기를 앞장 세워 당에 오르는데, 참으로 볼 만한 풍경이다. 당오름 자체가 하나의 경관을 만들어 낸다. 당에 오르면 부정풀이부터 시작해 지토굿, 각시굿, 손님굿, 오방굿 등 각각의 굿거리로 연출되는 영신제가 봉행된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영신제 내내 울려퍼지는 배치기다. 배치기는 만선의 기쁨을 노래하며 ‘배에서 치던 소리’.‘연평바다 널린 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들여라, 에~에헤여~에헤에헤.’ 구성진 목소리가 울려퍼지면 ‘칭칭칭칭’ 징소리로 화답하며 밤새도록 그렇게들 논다.‘흑인들은 동일한 곡조를 밤새도록 반복하면서도 지겹지 않게 놀 곤한다.’고 격찬할 때, 잠시 우리의 배치기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제3세계의 음악이 대개 그러하듯, 그 단순하게 반복되는 곡조만 가지고도 며칠밤을 지새울 수 있는 음악이다. ●“환경이 변하니 우리라도 뭉쳐야죠” 배치기의 신명은 놀이의 해방력을 웅변하며, 엄청난 에너지로 발산된다. 굿당이 해방적 놀이공간으로 변하며 굿놀이 자체가 한판의 열린 신명으로 폭발하는 것. 창리의 영신제가 그러하며 여타 마을굿이 대부분 그러하다. 무엇보다 푸근한 것은 커다란 가마솥에 족히 두어말은 됨직한 떡국을 끓여서 공동체가 나눔의 잔치를 벌인다는 점. 천수만이 막히고 어장이 시들해지면서 더러는 양식업으로 전환하고, 더러는 횟집 운영으로 버티는 까닭에 예전 같은 떠들썩함은 사라졌다. 그래도 면면히 굿의 맥락을 이어감은 주변 환경이 예전 같지 않음에 대한 역반응일 수도 있다.“자꾸 환경이 변해 가니까 우리라도 똘똘 뭉쳐서 지켜야 허지 않겠어유.” 당주를 대물림해 온 김석준씨의 말이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당주를 대물림 받았으니, 그이처럼 대물림으로 당주를 맡는 이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지난해까지 당을 지켜왔던 배남복(1924년생)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그 옛날 당제의 전통을 아는 이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다. 천만 다행인 것은 전통이란 게 묘한 것이어서 외압을 받으면 소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전통으로 지속, 발전해 나가는 양면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핵폐기장에 몸살 앓은 ‘위도 띠뱃굿’ 영신제가 간척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면, 위도 띠뱃굿도 핵폐기장으로 몸살을 앓았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핵폐기장 수용 여부로 부안 주민들 간에 골깊은 갈등이 빚어졌고 핵폐기장은 끝내 물 건너 갔지만 위도에는 아직도 그 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았다. 파장금에서 만난 어떤 주민은 “페리호 사건보다 더 큰 상처”라며 머리를 내저었다. 일부 주민들이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육지 주민들과의 갈등은 물론이고 위도 내에서도 패가 갈렸다. 정부야 손을 떼면 그만이지만 계속 그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로서는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었다.“격포항에 들어가도 예전처럼 반가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한 주민의 말에서 핵폐기장이 남긴 상처를 어림할 수 있었다. 이렇듯 같은 부안군민이되, 전혀 이질적인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마을제사는 지내야 했으므로 몸과 마음을 추슬렀고 저마다 제기의 먼지를 털어냈다. 섣달 그믐밤에는 모두 모여 장단을 맞추며 손발을 가다듬기도 했다. 어김없이 배치기 소리가 바다로 퍼져나갔다.‘황금 같은 내조기야 어낭청 가래질이야/어디 갔다 인제왔냐 어낭청 가래질이야/만경창파 너른 바대 어낭청 가래질이야/질을 잊어 인제 왔냐 어낭청 가래질이야.’ ●당산 높아 오르는 것만으로도 장관 지도책을 보면 전라도 칠산바다 너른바다 위에 점으로 나타나는 섬들. 위도, 치도, 식도, 상왕도 등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중 가장 큰 섬이 위도로, 칠산어장의 전진기지였다. 파장금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가면 곧장 대리에 이른다. 칠산은 조기잡이 어장으로 유명했던 곳. 지난 시절, 한반도 최대의 어장답게 칠산바다 위도에는 지금도 대리의 높은 당제봉에 원당이 있어 칠산바다를 지켜준다. 원당마누라와 장군서낭, 애기씨 등 12서낭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제관을 뽑아 정월 초사흗날 오색 뱃기를 들고, 풍물을 치면서 무당과 제관, 짐꾼들이 모두 정갈한 마음으로 당에 올라 제를 모신다. 높은 당산에 오르는 그 일만 해도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산을 오르다 보면 대리포구는 물론이고 칠산바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마을공동체가 신년맞이를 이처럼 집단적으로 맞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성주굿, 산신굿, 서낭굿, 깃굿 등 원당굿을 마치면 배마다 돌아가며 축원 덕담과 풍어를 기원해 준다. 굿이 파하면 하산하여 용왕밥을 던지고서 ‘주산돌기’라 하여 마을의 요소요소 지킴이들에게 고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때에 맞춰 앞바다에서는 띠배를 만들어 용왕제를 올린다. 띠풀과 짚, 싸리나무 등을 함께 엮어 만든 띠배에는 과일, 떡, 밥, 고기 등 제물을 넣고 허수아비를 여러개 태운다. 물론 돛대도 세우고 닻도 만들어 배 형체를 갖춘다. ●떠나가는 배… 모든 액 싣고 멀리 가기를 띠배는 망망대해로 떠나간다. 저마다 한해 소원을 비는 가운데 온갖 액운을 가득 싣고서 바다로 먼 길을 떠난다. 이때쯤이면 바다가 어둠에 잠겨들고 제축을 끝낸 마을은 다시 일상의 평온함에 묻힌다. 이같은 행위를 띠뱃놀이라 하였으니, 본디는 띠뱃굿이 정확한 명칭이리라. 위도뿐만이 아니라 제주도를 비롯하여 평안도 바닷가에도 이런 유형의 굿놀이가 있었다. 액을 실어보내고, 사해 용왕을 달래서 만선의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려는 신심이 깃들어 있다. 위도 어업의 몰락과 더불어 소박한 민중의 의례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마음속으로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를 부르며, 그 띠배에 핵폐기장 문제를 비롯한 모든 재액도 함께 실려 가기를 기원했다. 창리나 위도 어민이 실제 뱃전에서 불러댈 힘찬 배치기를 언제나 들을 것인가. 영영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니며, 또한 이렇게 마을굿에서나 들어야 하는 것인가. 망연한 바다는 말이 없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중선배가 바다 어딘가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은 천수만과 칠산바다에 그 옛날 고기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 [건강칼럼] 설 후유증 ‘3박자 관리’

    설날 황금연휴를 보내고 맞는 첫번째 월요일이다. 기운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는 월요병에 연휴 후유증까지 겹쳐 출근길 직장인들의 몸이 무겁다. 휴가 동안 일상의 사이클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의 생활 리듬을 빨리 되찾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 가벼운 운동과 음식 3박자를 맞춰줘야 한다. 휴식을 위해서는 잠이 기본이다. 우리 몸은 잠을 자면서 낮 동안에 사용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따라서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면역력이 떨어진다. 개인차가 있으나 보통 7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출근 후에도 정 피곤하다면 점심 시간을 이용,20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금씩 낮잠을 자주는 것이 좋다. 또 중요한 일과는 출근 첫날이나 둘째 날 이후로 미뤄 업무상 실수가 없도록 한다. 지치고 피곤할 때 음악으로 긴장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음악치료(music therapy)라고 한다.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음악에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제1곡 봄, 헨델의 모음곡 ‘수상음악’,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61 등이다. 두번째 박자는 운동으로 맞춘다. 피곤하다고 몸을 아끼는 것은 피로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운동량이 적으면 에너지 대사가 되지 않아 몸이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주 동안만이라도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 한 정거장쯤 미리 내려 걷는 운동에 나서기를 권한다. 가벼운 스트레칭은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신선한 산소를 더 많이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아침에 5분, 하루 중에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준다. 마지막으로 먹을거리를 챙기면 3박자가 완성된다. 식단은 비타민과 미네랄 위주로 짠다. 이런 성분이 부족하면 신체의 항상성이 떨어져 더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비타민C는 스트레스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철분은 권태감과 무력감 극복에 좋고, 칼슘은 쾌적한 수면을 도와준다. 겨울에 많은 감귤, 홍시와 미역, 톳 등 해조류를 즐기는 대신 술을 삼가고 식사를 거르지 않으면 연휴후유증도 금세 사라진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토요일아침에] 마음에 세우는 솟대/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설 연휴가 행복했으리라 믿으며 독자들 가정에 화기만당하고 모든 궁리들이 형통하여 소망 성취하기를 기원한다. 공교롭게도 금년 설날은 우리 교회에서 예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절(고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었다. 이날 가톨릭교회에서는 금욕과 단식을 하면서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을 갖는다.“사람아,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하면서…. 그런데 아무래도 민족 전통의 설날 축제 분위기와 참회의 사순절은 어울리지 않는다. 즐거워해야 할 명절 잔칫날에 교회 율법을 강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싫어하실 것이다. 우리 본당에서는 고향에 가지 못한 교우들과 함께 설 차례상을 차려놓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모두 나와서 조상님을 위한 분향으로 기도 드렸다. ‘새해가 서는 날’이라 해서 설날이라 하였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이다. 그래서 생명을 주신 부모님의 은덕을 감사하여 세배 드리고 조상의 산소에 성묘하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또 풍성한 음식을 바치고 이웃과 나누면서 햇빛과 비를 제때에 주셔서 곡식을 얻게 하신 하늘에 감사함도 당연하다. 모두가 내 존재의 뿌리를 생각하는 의식들이다. 우리의 전통에는 설날부터 보름 사이에 마을의 공동 작업으로 솟대를 세우는 풍습이 있다. 긴 원목 기둥 위에 오리 모양의 나무를 만들어 올려놓고 마을 입구에 세우는 것이다. 오리는 한 해 동안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산의 축복을 지켜주는 의미다. 아마도 철새인 오리가 늦가을에 나타나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계절에는 하늘에 살다가 오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하늘의 전령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솟대는 신라시대 ‘소도(蘇塗)’라는 제의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소도는 마을 주변의 특별한 곳을 거룩한 성역으로 규정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침범하지 않은 곳이다. 자제와 절제, 경건 정직한 생활과 환란긍휼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서로 돕고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정신적 영적 중심의 장소가 된다. 정월에 마을 입구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공동체의 평화 강녕을 빌며 솟대를 세우는 우리의 전통은 참으로 속뜻 깊은 종교적인 작업이다. 공동체가 의식도 삶도 산산이 붕괴되어 가는 시대다. 어린이 젊은이 어른 할 것 없이 사용하는 기술 문명의 도구들마다 퍼스널 제품들뿐이고 그것이 ‘행복한 개인주의’를 만들기 때문이다. 생활수준이 이토록 높아져도 늘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불만족스럽고 그래서 감사함이 없다. 참견없는 자유로움만 가득하여 스스로 거룩하게 여기는 시간도 공간도 대상도 없다. 국가적인 성역도 권위도 원로도 없는 시대다. 필자는 설날 미사를 봉헌하면서 금년에는 모두 마음의 솟대 하나씩을 세우자고 강론했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화평하고 아름답게 발전하기 위해 감사함과 거룩함의 솟대를 세우자고 했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항상 감사와 거룩함의 삶이 필요하다. 날마다 자신의 솟대를 바라보면서 감사함으로 사는 이들의 얼굴은 늘 맑고 흠흠한 향기로 가득할 것이며 그 생활은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할 것이다. 생명 가진 모든 것을 성스럽게 보면서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들이 많은 사회는 자유로우면서도 질서 있고 활기차면서도 따뜻함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일 것이다. 정월 보름이 되기 전에 교우들과 함께 솟대를 세우고 싶다. 명절에 독자 여러분들이 기억한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축원한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춘제 폭죽놀이 금지 딜레마

    지난 9일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전후로 베이징에만 14만명의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섰다. 중화민족이 1000년간 이어온 춘제 풍습인 ‘폭죽놀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해마다 폭죽놀이로 전국에서 수백명씩 목숨을 잃고 수천명의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이번에 확실하게 잡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다. 당국은 명절을 전후해 폭죽 판매상과 소지자 523명을 적발,16만발의 폭죽을 압수했다. 이중 3명을 구금하고 520명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베이징의 경우 1993년 이래 도심지역인 4환로(四環路) 안에서의 폭죽놀이가 금지돼왔고 올해부터 5환로로 지역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7∼9일 사이 베이징에서만 폭죽놀이 도중 2명이 숨지고 290명이 다쳤다. 폭죽은 중국어로 ‘비볜파오(鞭)’라고 하는데 원통형의 폭죽을 줄줄이 달아 한 묶음으로 만들어 일시에 터트리는 것이다. 요란하게 터뜨려야 귀신과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성능이 좋은 폭죽은 1통에 800∼1000위안(약 10만∼13만원)이나 한다. 한달 수입이 2000위안(26만원)에 불과한 택시기사나 샐리리맨들도 폭죽비 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폭죽놀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훌륭한 민족문화와 전통을 계승해야 할 정부가 법을 앞세워 민족문화를 억압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중국문학예술연합회 정이민(鄭一民) 부위원장은 “설날 폭죽소리를 듣지 못하면 일년이 개운치 않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당국이 어떻게 위로할 것이냐.”고 반문한다. 향후 10년내에 ‘무성(無聲)의 설’을 맞을 것이라는 개탄의 소리도 들린다.90년대 초 광저우(廣州)시가 처음 설 폭죽놀이를 금지시킨 이후 현재 30여개 도시가 뒤쫓고 있다. 안전사고를 막겠다는 중국당국과 전통문화를 고수하려는 인민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oilman@seoul.co.kr
  • [2005설날장사씨름대회] 다윗 박영배 “으랏차차”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던 승부는 그러나 다윗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1일 2005설날장사씨름대회 마지막날 백두장사 결정전(3판 다선승제)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무서운 아이’ 박영배(23·현대삼호중공업)와 ‘원조 골리앗’ 김영현(29·신창건설)이 맞붙었다. 유연한 허리를 바탕으로 대학시절 뿐 아니라 프로에서도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5)을 거푸 꺾어 ‘골리앗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박영배였지만 김영현과의 역대 전적에서는 1승8패로 절대 열세였다. 키도 184㎝로 백두급 최단신. 김영현의 217㎝와는 무려 33㎝ 차이. 하지만 박영배는 첫 째판 시작과 동시에 과감하게 들배지기를 시도,3초 만에 김영현을 모래판에 뉘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체육관을 흔들었다. 이어 둘 째판. 첫판을 내준 골리앗 김영현은 작심한 듯 압도적인 신장으로 박영배를 내리눌렀다. 하지만 다윗의 허리는 꺾이지 않았고 단단히 균형을 잡았다. 끈질기게 버텨낸 결과는 무승부. 결국 1-0(1무)의 극적인 승리를 움켜쥐었다. 올해 프로데뷔 3년 차가 된 박영배는 이로써 생애 처음으로 민속씨름 꽃가마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박영배는 “프로 데뷔하기 직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면서 “올해 더욱 열심히 훈련을 해 연말 천하장사에 도전장을 내는 것은 물론, 현대씨름단의 명가 재건에 앞장 서겠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백승일 8강서 계체패 백승일(29)과 최병두(21·현대삼호중공업)가 마주친 설날 백두장사 8강전. 지난해 말 LG씨름단의 해체로 무소속으로 출전한 백승일은 같은 처지의 염원준(29)이 16강전에서 실업팀 장성복(25·동작구청)에게 불의의 배지기를 당하며 탈락하는 바람에 고독한 싸움을 치러야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함께 훈련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다짐으로 안간힘을 다했지만 2분짜리 단판 경기는 결국 무승부.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에게 승리가 돌아갈 터. 먼저 최병두가 체중계에 올라갔다.144.8㎏을 가리켰다. 백승일은 145.5㎏. 불과 700g 차. 백승일의 계체패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한국씨름연맹 측에 재계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경만 전 LG감독은 쓸쓸히 머리를 떨구고 돌아서는 왕년 천하장사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야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설 민심 ‘꽁꽁’…고개 못든 의원들

    설 민심 ‘꽁꽁’…고개 못든 의원들

    설 연휴기간 지역구를 찾은 여야 의원들은 “서민들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갈망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에서 지난 추석보다 형편이 나아진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여전히 경기는 밑바닥이라는 평가다. 특히 충청권의 신행정수도이전, 호남권의 새만금사업, 영남권의 천성산공사 등 지역경제 회복과 밀접한 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지역 민심은 정치권에 강력한 추진을 요구했다. 여야는 이같은 매머드급 현안으로 험해진 설날 민심 달래기에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은 설 민생탐방 보고서를 만들고, 한나라당은 ‘나눔문화 정착을 위한 5대 입법’을 추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원님들, 경제를 살려 주오” 열린우리당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은 재래시장 상인들로부터 “이렇게 장사 안되는 설은 처음이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일부 상인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뽑아준 것이 후회스럽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과일·채소·방앗간 등 먹는 장사는 좀 살아났는데 옷·잡화 가게들은 아직도 몹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김문수(경기 부천소사) 의원은 “작년보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상인은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희정(부산 연제) 의원은 “대통령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릴 정도로 민심이 악화됐다.”며 “재래시장에 가보니 경기가 안좋아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한 상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충청, 신행정수도 플래카드 ‘도배’ 열린우리당 박병석(대전 서갑)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을 여야 합의대로 2월에 끝내달라는 게 지역 여론”이라면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후속대책마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고 민심을 전했다. 같은당 박상돈 의원도 “행정수도이전 후속대책을 충청도의 자존심과 연결시켜 지켜 보고 있다.”면서 “지역에 ‘신행정수도 계속돼야 한다.’는 플래카드가 도배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 역시 “고향 충남 금산에 내려가는 길에 ‘신행정수도는 원칙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플래카드가 가득한 걸 봤다.”고 민심을 전했다. ●호남,“새만금 계획대로 하자.” 열린우리당 장영달(전북 전주완산갑) 의원은 “새만금사업에 대해 정부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부안의 핵폐기장 선정문제에 이어 2014년 동계 올림픽도 강원도로 넘어간 데 대해 상대적 박탈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항소심에서 완벽하게 대응해서 법원의 결정 내용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규성(전북 김제·완주) 의원도 “전라북도는 ‘계획대로 하자.’는 의견이 95% 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도롱뇽보다 경제가 우선” 열린우리당 윤원호(비례대표) 의원은 “추석 때보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 호전됐다.”면서 “경제가 어려워 사람 살기도 어려운데 도롱뇽 때문에 터널을 못 뚫는다는 것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양수(경남 양산) 의원은 “지율 스님이 고생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지역에선 냉담했고, 썰렁한 반응”이라면서 “정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하루 빨리 공사가 시작되어야 형편없는 지역 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당 최구식(경남 진주 갑) 의원도 “서울에선 어떨지 몰라도, 지역에선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한데, 천성산 문제 같은 ‘고급 주제’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앞날에 대한 낙담, 정치에 대한 절망으로 지역 분위기가 내내 무거웠다.”고 말했다. 문소영 박록삼 박지연기자 symun@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형주는 재규의 정치적 야욕에서 비롯된 정략적 맞선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마지못해 맞선을 보고, 사실을 알게 된 인표는 더욱 더 영실을 다그치며 말리는데, 영실은 고아라는 자신의 처지를 새삼 슬퍼한다. 정님을 바래다 주는 길에서 영실과 정님은 서로의 너무 다른 꿈에 대해 얘기한다. ●여자플러스(SBS 오전 11시10분) 설날하면 생각나는 음식 만두. 모양도 다양하고 색깔도 화려하다.‘만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어울릴 듯한 이색 만두열전. 입도 즐겁고 눈도 즐거운 맛있는 만두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또 설날이 끝나고 나면 주부들의 골칫거리인 설날 남은 음식을 변신시키는 방법도 알아본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 자식과 아내를 외국에 보낸 채 홀로 지내왔던 기러기 아빠들의 회포는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조기유학의 급증으로 기러기 아빠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 이런 기러기 아빠들의 현황과 증가요인, 대책 등을 논의한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설날이 지나고 나면 정월 대보름이 돌아온다. 우리 소리, 우리 가락 마지막 시간에는 정월 대보름이나 팔월 한가위 같은 명절에 부녀자들이 모여 손을 잡고 부르는 강강술래를 배워본다. 여럿이 원무(圓舞)를 추는 전통은 고대 제천의식에 기원을 뒀다고 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후(MBC 오전 9시45분) 선천성 심장이상으로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혜성에게는 심장이식만이 살 길이었다. 마땅한 기증자를 찾지 못하고 퇴근하던 혜성의 아버지는 한적한 길에서 사람을 치고 만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을 본 그는 혜성이를 살리기 위해 뺑소니 교통사고로 위장하기로 결심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30분) 매일 아침 해돋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지리산 왕시루봉의 6남매. 지식 위주의 교육보다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 아빠는 산골행을 택했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 만큼이나 교육법도 독특하다. 자연과 하나된 천진난만한 지리산 6남매의 겨울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본다.
  • 천안서 전철타면 ‘귀경체증 끝’

    “이제 명절 교통은 걱정없어요.” 10일 오전 10시쯤 충남 천안 전철역은 고향에서 설을 보내고 귀경하는 인파로 붐볐다. 지난달 경기도 수원 병점∼충남 천안구간의 전철이 개통되면서 서울까지 연결된 덕분이다. 이곳에서 만난 K대 4년 김경태(25)씨는 여자 친구와 함께 즐거운 표정으로 서울행 전철에 올라탔다. 김씨는 “서울 아현동까지 간다.”면서 “고향인 공주에서 설을 쇤 뒤 전철을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시외버스 편으로 천안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설 이틀 전 같은 방법으로 고향에 내려왔다고 했다. 김씨의 여자 친구도 “시발역이라 자리도 많이 나 좋다.”고 거들었다. 서울∼공주는 명절에 버스를 타면 보통 4∼5시간, 체증이 심할 경우는 그 이상 걸리지만 전철을 이용하면 시외버스 소요시간을 합해도 2시간 반이면 족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서울 구로동 친정길에 나섰다는 주부 이상희(44)씨는 “일부러라도 타고 싶었는데 전철을 타고 명절에 친정을 간다니 마음이 설렌다.”며 활짝 웃었다. 이씨의 남편도 “시간도 단축되고 교통비도 크게 줄어 일석이조”라고 장단을 맞췄다. 승용차로 가면 3∼4시간이 걸리고 기름값과 고속도로통행료까지 하면 4만여원이 들지만, 전철을 이용하면 2시간쯤 걸리고 3명에 6000원이 채 안든다. 천안역의 경우 평일 승하차 승객이 각각 6000명에 그쳤지만 설날(9일)에는 귀경객만 1만 559명에 달했다. 김진철 천안역 역무팀장은 “설 연휴엔 출퇴근자가 없어 이같은 승객수는 엄청난 것”이라고 밝혔다. 병점역 아래 오산에서 천안역까지 새로 개통된 8개 역을 이용하는 승객수도 평일 5만 2000명에서 설날에는 7만 9800명으로 크게 늘었다.5박6일간 휴가를 얻은 이교흔(21) 상병은 “예전에는 휴가를 받으면 버스로 경기도 안산 집까지 갔는데 설 연휴로 길이 막힐 것 같아 전철을 타러 나왔다.”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오늘의 경기]

    ■ 프로농구 ●KTF-전자랜드(부산)●KCC-삼성(전주 이상 오후 3시) ■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우리은행(오후 2시 수원) ■ 설날장사대회 백두장사결정전(장충체 오후 1시)
  • [독일월드컵 2006] 독일행 첫단추 ‘꽉 꽉’ 채웠다

    [독일월드컵 2006] 독일행 첫단추 ‘꽉 꽉’ 채웠다

    ‘일단 첫 단추는 잘 채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설날(9일) 안방으로 불러들인 쿠웨이트를 2-0으로 가볍게 꺾고 독일행 티켓에 한발짝 다가서면서 1986년 이후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가능성도 더욱 높였다. 해외파가 합류한 한국팀은 지난 4일 이집트에 무기력하게 졌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전력을 보여줬다. 전·후반 슈팅수 15대2에서 알 수 있듯 경기 내내 파상공격을 퍼부었다. 승리의 원동력은 강한 허리진. 그중에서도 박지성(24·에인트호벤)과 김남일(28·수원)의 플레이가 단연 돋보였다.‘순둥이’ 박지성은 예의 강철 같은 체력을 바탕으로 전·후반 90분 내내 상대 수비진을 휘젓고 다녔고 후반에는 이영표(28·에인트호벤)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연결, 두번째골을 엮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초반부터 강력하게 상대 수비를 압박하며 공격을 차단, 가로채기에 여러 차례 성공하면서 공격진에 결정적인 기회를 자주 만들어줬다. 전반에 터진 이동국(26·광주)의 선제골도 그의 발끝부터 시작됐다. 반면 스리백 수비라인의 불안함은 여전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결국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유상철(34·울산)을 대표팀에서 빼고 중앙수비수로 유경렬(27·울산)을, 좌·우 수비수로는 박재홍(27·전남)과 박동혁(26·전북)을 각각 기용했다. 하지만 가끔씩 나온 쿠웨이트의 역습에도 우왕좌왕하며 커버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특히 박동혁은 걷어낸다는 공을 여러 차례 상대 공격수에게 가로채기당해 위험을 자초했다. 다음달 26일 원정경기로 펼쳐질 사우디아라비아전이 독일행의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한달여 남은 기간 동안 수비조직의 개편이 한국팀의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다. 적지에서 선전하고도 일본에 아깝게 1-2로 패한 B조의 북한도 한국과 ‘동병상련’인 입장이다. 북한이 지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0년만에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내려면 반드시 수비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강철체력’과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공격진의 빼어난 활약이 합격점을 받은 반면, 북한 수비진은 위험지역에서 볼을 재빨리 처리하지 않다가 상대의 강한 압박에 흔들리는 모습을 여러번 보였고 특히 골키퍼의 공중볼 처리가 미숙했다. 한편 한국과 같은 A조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은 1-1로 무승부를 기록,A조에서는 유일하게 승리를 챙긴 한국이 조 선두로 올라섰다. 북한과 같은 B조의 이란과 바레인도 0-0으로 비겼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데스크시각] 독일 월드컵과 한국축구/곽영완 체육부장

    ‘베른의 기적’이라는 독일 영화가 있다. 독일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감동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는 예선전에서 3-8 패배를 안긴 당시 세계 최강 헝가리와 베른에서 치러진 결승에서 다시 만나,3-2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우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인들은 2차 대전 패전의 상처를 딛고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린 발전 신화를 이루게 한 원동력으로 스위스 월드컵 우승을 꼽는다. 축구에 관한 한 독일의 신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독일은 월드컵 본선 14회 출전이라는 유럽국가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결승에만 7번(54·66·74·82·86·90·2002년) 올랐고, 그 가운데 3번(54·74·90)은 우승컵까지 안았다. 엄밀히 말해 2002년 월드컵 결승 진출을 제외한 모든 기록은 통일 독일 이전 서독이 이룬 위업이지만, 어쨌든 독일은 축구 강국으로 세계 스포츠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축구는 독일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축구 클럽에 가입한 회원수만 약 480만명. 전체 스포츠클럽 회원수의 약 24%가 축구회원이다. 축구의 나라답게 팀 또한 많다.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가 모여 있는 분데스리가(Bundesliga)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분데스리가 1부에는 18개 팀이,2부 리그에는 20개 팀이 있다. 분데스리가 1부에서 뛰는 팀들의 선수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이 있다. 월드컵의 역사에서 독일만큼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진 못했지만 한국도 축구에 대한 열정에선 독일 못지않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아시아 국가 중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신화를 일궈냈고, 통산 6회,5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아시아 최고 기록도 지니고 있다. 축구가 매개체가 되진 못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점도 독일과 비슷한 데가 있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진 분단국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밖에도 독일과 한국축구는 인연이 많다. 한국이 월드컵에 처녀출전한 대회가 바로 독일이 첫 우승한 1954년 스위스월드컵이었고, 첫 패배를 안긴 팀이 헝가리였다. 한국프로축구(K-리그) 수원 삼성의 차범근감독은 80∼90년대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이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날렸고, 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만나 명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그에 앞서 94년 미국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도 양국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현 독일대표팀 감독이 그 당시 한국을 상대로 2골을 퍼부으며 독일에 3-2승을 안긴 위르겐 클린스만이라는 점과, 그가 이끄는 독일팀이 지난해 12월19일 한국 초청 경기에서 1-3으로 패해 사상 최초로 아시아국에 진 오명을 뒤집어썼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는 2006년 월드컵은 독일에서 열린다.1974년 서독월드컵 이후 두번째, 통일 이후 처음 독일 땅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한국도 물론 본선 진출을 다짐하고 있다. 성공하면 6회 연속이고, 이젠 1승에 목말라 하는 아시아 변방의 약체국이 아니라 월드컵 4강의 위업에 재도전하는 당당한 강호로서 대접받을 것이다. 엊그제 상암동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진 한국과 쿠웨이트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한국이 2-0으로 이겼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동안 역대 예선에서 한국이 겪은 험난한 과정과 비교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건진 승리라 더욱 뜻 깊다. 아무쪼록 한국과 여러가지 면에서 깊은 인연이 있는 독일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길 바란다. 곽영완 체육부장 kwyoung@seoul.co.kr
  • [하프타임] 모제욱 설날 한라장사 등극

    ‘변칙 씨름의 달인’ 모제욱(30)이 10일 열린 2005설날장사대회 한라장사 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팀 해체의 설움을 날려버렸다. 준결승에서 재경기를 두번이나 벌이는 등 30분간의 혈투 끝에 ‘탱크’ 김용대(29·현대삼호중공업)에 계체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른 모제욱은 이준우(25·신창건설)를 맞아 감각적인 밀어치기로 1-0(1무) 승리를 거뒀다. 모제욱은 전 소속팀(LG투자증권)의 해체로 이번 대회에는 고향 경남 진주를 팀명으로 내걸고 출전했다. 전날 열린 금강장사결정전에서는 김경덕(27·신창)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 외국인노동자 ‘눈물의 설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설날은 더 서러웠다. 고향을 찾아 가족들을 만나는 명절이기에 그들의 향수는 더욱 짙어졌다. 특히, 지진해일 피해를 당한 동남아 근로자들의 고통은 사그라지기는 고사하고 더욱 커지기만 했다. ●동료 대신 고국방문… 가족에 소식 전하다 눈물 불법체류자 신분인 페마 랄(34)은 지진해일로 쑥대밭이 된 고향을 뒤지고 있다. 랄의 고향은 스리랑카 남부 해안 지역인 당갈라. 이 작은 도시에서만 20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랄은 부모님, 남동생과 연락이 끊기자 지난달 초 급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동료들을 대표해서 불법체류자 신분을 무릅쓰고 8년만에 한국을 떠난 것이다. 다행히 가족은 모두 무사했다. 짧은 해후 뒤 친구들이 준 주소를 갖고 골, 마타라, 한반토 등 피해지역을 찾아갔다. 친구 가족들은 살아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미크(33) 가족처럼 해일에 휩쓸려 사망한 사람도 많았다.“친구 부모님을 찾아가면, 아들 소식을 물으며 눈물만 흘립니다.‘왜 너만 왔느냐.’고 다그치면 할 말이 없지요.” 가족의 사망 소식을 친구에게 전화로 알리다 함께 울기도 했다. 랄은 가족이 사라져 전하지 못한 친구들의 편지도 3통이나 간직하고 있다. ●“형가족 잃었지만 생존 부모 위해 일 더해야” 칼바람이 몰아치는 경기도 광주 외국인 노동자의 집. 랄의 친구 다미크는 얼음장 같은 3층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요즘 일자리가 없어 이곳에서 먹고 잔다. 랄에게서 소식을 들은 다미크는 “잊어야 하는데 힘들다.”고만 했다. 다미크는 바닷가 근처에 살던 형과 형수, 조카 두 명을 잃었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간신히 살았지만, 그가 8년간 일해 마련한 집은 산산조각이 났다.“랄이 난민수용소에서 부모님을 만났는데 ‘우리 아들은 언제 돌아오냐.’고 하셨대요.” 다미크는 그래도 돌아갈 수 없다. 스무살 때부터 가장 역할을 해온 그는 “가족을 굶길 순 없다.1∼2년만 더 일하겠다.”고 말했다. ●“재입국 허용” 정부 발표도 못 믿어 불법체류자들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불법체류자라도 해일 피해를 당한 가족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재입국 규제를 풀었는데도 믿지 못했다. 정부는 1월5일부터 2월10일까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 미얀마 등 지진해일 피해국 출신 불법 체류자들이 출국하더라도 범칙금을 물리거나 입국을 규제하지 않았다. 큰 혜택을 베푼 셈이다. 그러나 출국자는 지난 4일까지 2234명뿐이다. 해당국 노동자 9만 8700여명(불법 3만 7300여명)의 2% 정도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김상헌 사무국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정부의 정책을 쉽게 믿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고용허가제 명부 관리는 해당국이 맡고 있어 한국 정부가 요청해도 그 정부가 이름을 올려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6년이 지난 스리랑카 노동자 안토니(29)는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됐다. 불법체류자가 된 뒤에도 홀어머니(61)에게 돈을 보내며 생계를 책임졌다. 그는 지진해일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닷가에 살던 어머니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름 만에 어머니가 바닷물에 휩쓸렸다가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은 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옷도 한 벌 챙기지 못한 채 허리를 크게 다쳤다고 해요. 난민수용시설에 계시다는데….” 그러나 안토니는 돌아가지 않았다.“어머니를 치료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집도 다시 마련해야 합니다.” 울음을 참느라 꽉 깨문 안토니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고국에 집·학교 지으려 모금 그들은 서로 다독이며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안산지역 스리랑카 노동자모임인 ‘스리랑카 독립협회’는 회원 250명에게서 5만∼10만원씩 모았다. 모은 돈으로 고국에 집과 학교를 지을 계획이다. 집 한 채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350만원. 이들은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렇게 되뇐다.“내가 한국에서 일하니까, 가족들이 고국에서 살 수 있는 거예요.”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귀경 체증…광주~서울 8시간30분 걸려

    귀경 체증…광주~서울 8시간30분 걸려

    설날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오후 전국의 고속도로에서는 귀경 차량이 몰려 밤늦게까지 정체와 서행이 반복됐다. 이날 하루 서울로 들어온 차량은 34만대로 전날의 31만대보다 많았다. 승용차로 서울까지 오는 데 부산에서는 7시간 30분, 광주 8시간 30분, 대전 4시간 50분, 목포 5시간 30분, 대구 5시간 10분, 강릉 4시간 10분이 걸렸다. 11일에는 평소와 비슷한 28만대, 주말인 12일과 13일에도 30만대가 각각 서울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설 귀경길은 서울∼부산, 서울∼광주 구간의 최대 소요시간이 예년에 비해 30분 정도 짧았지만,10일 오후 차량이 몰리면서 혼잡을 빚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그러나 “공휴일 직후 금요일에도 쉬는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많아 귀경길 교통이 적당히 분산되면서 극심한 정체현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 방향 청주∼천안 37㎞, 망양휴게소∼성환활주로 9㎞, 안성휴게소∼남사정류장 7㎞ 구간에 부분지체 현상을 보였다. 중부고속도로는 일죽∼모가정류장 5㎞구간에서 정체됐다. 영동고속도로는 이천∼용인 22㎞ 구간에서 차량들이 밀렸다. 호남고속도로에서는 삼례∼여산휴게소 15㎞ 구간이 부분 지체현상을 보였다. 서해안고속도로는 해미∼서산 10㎞, 화성휴게소∼비봉 7㎞ 구간에서 차량이 서다가다를 반복했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역귀성·행락 차량은 20만대로 전날의 30만대보다 훨씬 줄어 원활한 흐름을 보였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고속철 광명역 부근 터널 (서울기점 19㎞)속에서 서울발 부산행 KTX 제9호 열차가 고장으로 멈춰섰다. 이 사고로 하행선 KTX 7개 열차가 1시간 이상,3개 열차가 10∼30분 지연됐다. 열차에 탔던 승객 600여명은 뒤따라오던 83호 열차가 사고열차를 터널밖으로 밀어내기까지 1시간 넘게 갇혀 불안에 떨었다. 사고는 터널 내 신호장애로 KTX 열차가 천천히 가던중 전기공급이 끊기는 ‘사(死)구간’에서 차량에 이상이 생겨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고속선과 기존선이 갈라지는 시흥역 남쪽 구간에서 회로 장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재훈 박지윤 박승기기자 nomad@seoul.co.kr
  • 작년 같지 않은 ‘부모님 건강’ 챙기자

    작년 같지 않은 ‘부모님 건강’ 챙기자

    ‘올 설에는 부모님 건강 좀 챙깁시다.’떨어져 살다가 모처럼 뵌 부모님이 원인도 모르는 이런저런 질환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죄스러움과 안타까움이 앞선다. 노인들이 겪는 각종 질환의 고통은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자식도 낱낱이 알기는 어렵다. 올 설날 귀향 때는 마음 먹고 부모님의 건강을 살피는 기회를 갖는 게 어떨까. ●퇴행성 관절염 온돌 중심의 좌식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노인들 대부분이 노후에 퇴행성 관절염을 겪는다. 무릎을 구부리거나 쪼그린 자세, 방바닥에 눕고 일어나는 행동이 반복돼 척추와 무릎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우리나라 55세 이상 노인의 80%,75세 이상 노인 대부분이 앓을 정도로 흔하다. 이 질환이 나타나면 앉았다 일어서기가 힘들 정도로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아직 완벽한 치료법이 없어 통증을 줄이고 관절의 기능을 유지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진통·소염제의 경우 위장관 출혈 등 부작용이 따르므로 조심해야 한다. 흔히 ‘연골주사’라 불리는 하이알루론산 주사는 초기 관절염엔 효과가 있지만 진행된 관절염에는 효과가 없다.‘뼈주사’라는 스테로이드주사는 관절이 붓거나 심한 통증 조절에는 효과가 있으나, 부작용이 있어 남용은 금물이다. 증상이 심하다면 인공관절도 권할 만하다. 최근에는 인공관절의 질이 좋아져 20년 정도는 통증없이 살 수 있다.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일상적으로 의자와 소파, 좌변기를 활용하고 식사도 밥상보다 식탁을 이용한다. 또 방바닥보다 딱딱한 매트의 침대에서 자는 것이 좋다. 운동은 관절에 충격이 적은 걷기, 수영, 실내자전거 타기가 적당하다. ●골다공증 여성은 폐경기 이후 호르몬 부족으로, 남성은 음주·흡연으로 뼈의 칼슘이 빠져나가면서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렇게 초래된 골다공증이 무서운 것은 약해진 뼈가 쉽게 부러지고, 부러지면 잘 낫지 않아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 특히 척추가 주저앉아 허리통증을 일으키는 척추압박골절은 특별한 외상 없이도 생기곤 한다. 척추골절이 일어나면 허리뼈가 굽어 배가 눌리고 허리와 등에 심한 통증이 오며, 식욕과 호흡기능이 떨어진다. 이를 방치하면 허리가 구부정하게 되면서 만성요통이 온다. 치료에는 다친 척추뼈에 의료용 골시멘트를 주입하는 척추성형술이 일반적이다. 국소마취로 시술이 가능하고, 시술 3시간 후면 활동이 가능하다. 압박골절을 예방하려면 우유, 멸치, 생선 등 칼슘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을 생활화해 근력을 키워야 한다. ●치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74세 노인의 치아는 12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5세 이상은 2.46개로, 이런 상황에서는 음식을 제대로 섭취할 수가 없어 건강에 치명적이며 더러는 우울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빠진 이를 방치하면 입술이 안으로 말려들어가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섭취 장애, 치아 불균형으로 인한 턱관절 손상은 물론 척추만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인들의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틀니, 임플란트, 투키 브리지(two-key brige) 등이 있다. 틀니는 비용이 싸고 시술 기간도 3주 정도로 짧지만 깍두기나 고기류를 먹기 힘들고 잇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금속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인공치아를 얹는 방법으로, 씹는 힘은 자연치와 차이가 없으나 잇몸 뼈가 부실하거나 당뇨·고혈압 등 전신질환자는 시술이 어렵다. 최근에 선보인 투키 브리지는 남은 치아에 구멍을 내 인공치아를 다리(브리지)처럼 거는 시술법으로 치아가 연속해 4개까지 없는 경우에도 시술할 수 있으며, 당뇨나 고혈압 등 전신질환자나 고령자에게도 시술이 가능하다. ●노인변비 소화기관이 노후해 나타나는 변비가 만성화되면 변을 볼 때 무리하게 힘을 주게 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며, 치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인은 대장의 운동기능이 약해져 변을 밀어내지 못하기 때문. 변비 초기라면 대장 운동을 촉진하는 약물로 치료되지만 만성인 경우 대장 기능을 상실해 대장을 절제하기도 한다. 노인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과 배변습관의 개선이 무척 중요하다. 노인들은 치아가 부실해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찾지만 대장 운동을 돕기 위해서는 식이섬유와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잡곡밥, 고구마, 과일, 야채, 된장국, 토란국, 미역국 등이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한 식품이다. 아침에 찬물을 두컵 정도 마시는 것도 좋다.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져야 하며, 가벼운 산책이나 맨손체조 등 전신운동도 장운동을 돕는다. 간혹 대장·직장암이 변비를 유발하기도 하므로 50세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해보는 것이 좋다. ■ 도움말 성연상 21세기병원 부원장, 이동근 한솔병원장, 황성식 미소드림치과 원장 ■ 증상으로 질환 읽기 ●호흡기질환 호흡곤란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기관지천식, 흡연자가 이런 증상을 보이면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간질성 폐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희거나 분홍색 거품의 가래와 함께 다리가 부을 경우에는 심장병이나 폐부종을, 진한 황갈색 혹은 검은 가래가 나오면 만성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확장증, 여기에 체중이 5㎏ 이상 줄었다면 폐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숨소리가 쌕쌕거리고 기침이 심하면 기관지천식일 가능성이 있다. ●체중감소 다뇨, 다음, 다식, 피로감에 체중이 줄었다면 당뇨병, 식사량은 늘었으나 물을 많이 먹지 않으며 체중이 줄었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 속쓰림과 설사, 구토, 복통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체중이 줄었다면 소화기 장애를 생각할 수 있다. 성욕이 감퇴하고, 털이 빠지며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체중이 줄면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일 수 있다. ●당뇨병 피로감, 체중감소 또는 식욕 급증과 체중증가는 초기 당뇨병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다음, 다뇨, 다식에 피부 종기가 잘 낫지 않고 가려우며, 여성은 음부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특히 당뇨일 경우 발에 상처가 있는지를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암 항문 출혈이 있고 대변이 가늘거나, 대변보는 습관이 바뀌었다면 대장암, 성교후 출혈과 피 섞인 분비물, 생리기간이 아닌 때의 출혈이 보이면 자궁암이 의심스러우며, 악취 분비물과 요통, 하지통, 하지부종, 혈뇨가 보이면 진행된 자궁암일 가능성이 있다. ●뇌졸중 뇌졸중은 전조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신체 한 쪽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진다▲시야장애가 나타나거나 갑자기 한 쪽 눈이 안 보인다▲말이 잘 안되거나 발음이 어눌해진다▲갑자기 어지럽고 휘청거린다▲전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이 온다면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서둘러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두통 다음 중 1가지 증상이라도 있으면 정밀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두통이 항상 일정 부위에 온다▲생전 겪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온다▲전부터 앓던 두통 횟수가 증가하고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묵직하던 두통이 욱신욱신하면서 터질 것 같은 통증을 보이며 오심, 구토가 따른다▲자세에 따라 두통이 생기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두통이 발생한다. ■ 도움말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南·北축구 “설날 승전 세배”

    南·北축구 “설날 승전 세배”

    ‘남북한이 손잡고 독일에 함께 간다.’남북한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월드컵 동반 진출을 위한 장정에 나섰다. 첫 승전보는 설날인 9일 전해진다. 한국은 이날 쿠웨이트와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한은 이보다 30분 빠른 저녁 7시30분 일본 사이타마 월드컵경기장에서 일본과 숙명의 한판을 벌인다. ■ “해외파 앞세워 쿠웨이트 제물로” 한국-쿠웨이트전은 ‘해외파’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본프레레호가 국내파 위주로 가진 지난 4일 이집트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죽을 쑨 이후 믿을 건 ‘역시 해외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결국 설기현(26·울버햄프턴), 박지성(24), 이영표(28·이상 에인트호벤)를 주축으로 한 해외파 공격진이 답답한 ‘골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잉글랜드 7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설기현이 쿠웨이트 격파의 선봉에 선다. 쿠웨이트는 역습에 능한 기술의 팀으로 70∼80년대 중동의 강호였다.90년 들어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최근 전력이 다시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54위로 한국(21위)에 비해서는 뒤지지만, 역대 전적은 6승3무8패로 한국이 오히려 뒤진다. 다행히 지난해 7월 아시안컵에서 이동국의 2골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두며 지긋지긋한 ‘쿠웨이트 징크스’에서 일단 벗어났다. 쿠웨이트 선수들은 체격은 크지 않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좋고 기습 속공에 능하다. 다만 수비 조직력이 다소 떨어지고 중앙수비수의 배후 공간 커버플레이가 약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한국팀으로서는 좌우 윙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과 기습에 대한 방어가 절실히 요구된다. 경계대상 1호는 골잡이 겸 팀의 리더인 바샤르 압둘라(27). 지난달 24일 강호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플레이 끝에 1-1로 비길 때 골문을 열었던 선수다. 키는 크지 않지만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고 문전 위치 선정도 탁월하다.99년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올해의 선수’ 후보에도 올랐었다. 압둘라와 함께 20살의 ‘젊은 피’ 알 무트와도 득점능력을 갖춰 방심할 수 없는 선수. 결국 이들의 발을 묶기 위해서는 허리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해야 하고 수비라인에서도 협력 및 커버플레이로 사전에 슛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12년만의 나들이 일본 딛고 부활” ‘40년 만의 부활을 노래한다.’ 북한 축구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룬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다. 19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뒤 12년 동안 움츠러들었다가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전력은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93년에는 4연패 뒤 1승을 신고하며 탈락했지만, 지난해 지역 2차예선에서는 정신력과 스피드, 체력을 앞세워 당초 예상을 깨고 5조 1위(3승2무1패·득11실5)를 차지하며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7위로 최종예선 B조에서 일본(19위) 이란(20위) 바레인(50위)에 이어 최하위지만,60∼70년대 아시아 강호였던 북한을 얕보는 팀은 아무도 없다.2000년대 들어 ‘강호 조선’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 자질 향상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아시아청소년(U-17)선수권 4강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첫 경기에서 맞붙는 일본도 역대 전적(75년 이후)에서 4승3무4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어 마음을 놓치 못하고 있다. 특히 열도는 일본인 납치 등 정치 문제와 맞물려 총성 없는 ‘전운’이 가득하다. 일본 팬들의 광적인 응원과 더불어 조총련계 재일동포들도 5000명의 현장 출동은 물론, 대대적인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어 일본 정부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5000여명의 병력을 경기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윤정수(43) 감독이 이끄는 북한대표팀은 북한내 최강팀인 ‘4.25체육단’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2차예선 4골로 팀내 득점 1위인 홍영조(23·175㎝)와 김영수(26·173㎝)가 투톱을 맡고,J리거 안영학(27·나고야)과 이한재(23·히로시마)가 미드필드에 가세, 전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왼쪽 측면 공격을 도맡고 있는 안영학은 지난해 태국과의 2차예선 홈경기에서 2골을 뽑아냈고 이한재도 10월 예멘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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