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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이제는 희망을 얘기할 때

    최근 한 방송에서 급증하는 자살 사건을 조명한 프로그램을 인상깊게 본적이 있다. 자살 동기 중 가장 큰 것은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상실감이 깊이 내재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올들어 유난히 늘어난 ‘일가족 동반자살’의 현실은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한다.생활고를 비관해 자식들과 동반 자살한 어느 주부의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지만 비정한 현실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사회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높은 실업률과 자살률,이민열풍이 세태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국가 앞날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푸념만 할 수는 없다.더욱이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 때보다 더 하다.’는 게 요즘 통설이지만 빈익빈(貧益貧)부익부(富益富)의 논리로 이 모든 난제들을 풀어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목표로 각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그러나 각각의 해법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점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건전한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고 움츠러든 기업의 의욕이 되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청년 세대들은 취업난을,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무엇이 문제인가.견실한 중소기업들은 미래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대기업 중심의 체질을 개선해 중소기업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인력 풀(pool)을 체계화해 인턴십 강화와 글로벌 현장 실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자리를 창출,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실업을 방지하고 산업 전반에 걸친 불경기를 해소하는 값진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나라의 기본이 채 갖추어지기도 전에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지금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국을 사수한 우리의 아버지와 형님들은 나라를 구해야 되겠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숱한 고통을 이겨냈다.전쟁의 파편이 던지고 간 허허벌판에서 맨 주먹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공업입국의 기치를 드높였다. 이같은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서로에 대한 믿음과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어떠한 상황에서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잠재적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고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가지지 못한 것,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련과 욕심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상대적인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혹독한 시련은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던가.태풍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재민도 남겼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희망만은 가져가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간절히 의지해야 한다.정부가 국민에게,대기업이 중소기업에,부유한 이가 가난한 이에게,명예를 가진 이가 평범한 이에게 또 그 반대의 입장에서도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요구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고 상생(相生)의 두바퀴를 만들어야 할 때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지는 또다른 비극적인 자살 사건을 계속 지켜보며 살아갈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태 용 대우 인터내셔널 대표
  • 대선자금 공방 / “앞으로 기업서 한푼도 안받겠다”한나라 연석회의 사과성명

    31일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비자금 정국을 헤쳐가기 위한 다양한 쇄신책들이 쏟아졌다.특히 지구당 폐지와 지구당위원장직 총사퇴 등이 정면 거론되면서 원내외 갈등도 노출되는 등 당이 거대한 용광로로 빠져들고 있다. ●“중앙당사·연수원 팔아 100억 갚자” 소장파 의원들은 “돈 먹는 하마인 지구당 폐지와 중앙당 축소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치권이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서는 법인세 1% 기탁제 등 정치개혁안도 국민들이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오세훈 의원은 “당장 내일부터 대표나 총무가 국회내 사무실로 옮겨달라.”면서 “중앙당사와 천안연수원을 팔아 SK 100억원을 갚자.”고 제안했다. 남경필 의원은 “이른 시일 내 지구당위원장직을 총사퇴해야 한다.”면서 “새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선 공정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원희룡 의원은 “자기고백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가 대선자금 진상을 파악해야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면 국민이 우릴 범죄집단으로 보고 결국 당이 망한다.”고 가세했다. 초선들의 발언이 다소 과격했던지 술렁거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특히 원외위원장들은 사고는 중앙당에서 터졌는데 왜 지구당이 유탄을 맞느냐는 불만을 제기했다.사퇴하려면 ‘금배지’부터 내놓으라는 감정적 대응도 나왔다. 이원복 위원장은 “정당생활 20여년인데 이번 달엔 어떻게 결제할지가 내 사고를 지배한다.”면서 “중앙당에서 월 100만원이 내려오면 내 연봉이 1200만원인가 싶지만 그것마저 운영비로 다 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구당위원장직 총사퇴 등 거론 최병렬 대표는 “내일은 누가 불려갈지,또 무슨 말이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위기감을 고조시켰다.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조만간 신당측에서 대선자금을 전격 공개하는 정치쇼를 한 번 더 할 것”이라며 “권력의 칼끝을 물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회의의 대미는 ‘앞으로 기업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사과성명으로 마무리됐다.기자들에겐 따로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돌렸다. 박정경기자 olive@
  • 주택거래신고 어떻게 하나/ 1차 실거래價 신고 동사무소서

    주택 실거래 가격 신고는 1차적으로 읍·면·동사무소가 담당하고,불성실 신고에 대해서는 시·군·구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실거래가격으로 신고,확인된 매매계약서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인계약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정창수 건설교통부 주택국장은 30일 주택거래신고제 실시와 관련,“주택거래 신고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실거래가격 통계 구축과 세법개정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실거래가격 통계 기반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한국감정원이나 국민은행 등이 제공하는 아파트 가격 정보를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국장은 “신고자의 편의를 위해 실거래 신고를 통과한 경우는 별도의 계약서 검인 절차를 생략하고,불성실 혐의가 있는 경우만 구청에서 2차 검증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신고 내역 전산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전산망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올해 말 구축되는 건축물관리대장에 우선 입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사무에서 실거래가 파악 건교부가1차 신고를 동사무소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신고자 편의를 위해서다.구청보다 해당 지역 동사무소가 가격 정보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구청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유다.서울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 거래 건수는 3만 2000여건(검인계약서 기준).구청 직원 1명이 하루 100여통의 계약서에 검인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행정자치부는 그러나 실거래가 확인을 위한 업무를 동사무에 맡길지,구청에서 담당할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실거래가 신고 성공전제요건 실거래가 정착을 위해서는 관계기관 협조가 우선돼야 한다.신고 가격을 검증하는 공무원은 행정자치부 소속이고,검인계약서는 사법부 소관이다.때문에 관계 기관의 협조가 뒤따르지 않으면 주택거래신고제는 자칫 헛구호에 그칠 우려가 크다. 실거래가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통계 구축도 시급하다.현재 5∼6곳의 부동산 시세정보업체와 감정원,국민은행이 제공하는 가격정보는 있지만 모두 호가 위주 통계다.때문에 거래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공무원이 실거래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실거래가격 통계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예산지원과 관련 공무원의 인력 보강·통폐합도 필요하다.종합부동산전산망이 구축되는 2004년말까지는 신고된 실거래가를 우선 건축물관리대장이나 국세청 전산자료에 입력하는 방안도 있다. 조세 문제도 풀어야 한다.세율 조정없이 실거래로 세금을 물릴 경우 취득·등록세,양도세 등이 지금보다 3∼4배 올라 엄청난 조세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세율을 조정하든지,연착륙을 위한 경과 규정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찬희기자 chani@
  • 경기 극과극 / 내수 ‘쩔쩔’ 수출 ‘펄펄’

    ‘떠받치는 수출,발목잡는 소비’ 우리 경제가 수출로 ‘연명’하고 있다.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물량이 늘면서 지난달 생산이 크게 늘었고,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3억달러로 5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반면 소비는 4년 9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극명하다.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도 넉 달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마이너스로 꺾였다.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올 4·4분기나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한 절름발이 경제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3억 4900만달러로 전월(13억 91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한은 예상치(20억∼3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1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수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수출 호조는 국내 생산도 크게 끌어올렸다.통계청이 같은 날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지난 해 같은 달보다 6.6%나 증가했다.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에 힘입어 제조업 평균 가동률(78.7%)도 80%에 육박했다.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 출하량이 급증(14.3%)한 덕분이다.반도체를 제외하면 산업생산 증가율은 2.5%에 불과했다. ●멈춰선 ‘한 축’ 소비 수출과 더불어 경기의 양대 축인 소비는 좀체 살아날 기미가 없다.도·소매 판매액은 전년동월대비 3.0%가 줄어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감소폭도 지난 1998년 12월(-3.5%) 이후 4년 9개월만에 가장 크다.특히 백화점 판매액은 무려 14.0%나 급감했다. 10월 정기세일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춘 탓이 커 보인다.냉장고 등 내구 소비재 판매실적도 신통찮아 정부의 특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무색케 했다. 설비투자 역시 감소세(2.3%)를 벗어나지 못했다.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던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하락세(전월대비 0.1%포인트)로 다시 돌아섰다. ●정부,“늦어도 내년 봄에는 경기 바닥치고 회복” 김민경(金民卿) 경제통계국장은 “경기선행지수가 꺾였지만 감소폭이 미미하고,설비투자도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어 경기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김 국장은 그러나 “자동차 파업 등 특수요인이 많아 정상적인 경기 판단이 어려운 데다 수출이라는 한 축만 돌아가고 있어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여전히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낙관론만 펴고 있다.조윤제(趙潤濟)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29일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경영자 조찬회에서 “설비투자가 회복 준비단계에 있다.”면서 “국내 경제가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바닥을 치고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
  • 한나라 ‘특검 추진 / 靑 “위기국면 호도 물타기”

    청와대는 27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조사가 포함된,대선자금 조사를 위한 특검법안을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면전환용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검의 실시여부는 물론 대상이나 기간 등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 특검법안을 불쑥 내미는 것은 “SK비자금 사건에 따른 위기국면을 호도하려는 저의”라는 것이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법안을 제출한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면서 “대선자금을 다 털고 가자고 하면서 특검 대상이나 기간에 대해 전혀 합의가 없는 상태서 특검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국면호도용으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특검 기간을 당내 경선 때부터 한다든지,아니면 후보 확정 때부터 한다든지 등에 대해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유 수석은 전날 “정치권의 합의가 있는 경우라면 노 대통령이 지난 7월 제안한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 의한 공개검증 취지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우리로선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전날 전면적인 특검 도입을 요구한 것과 관련,‘철저한 검찰수사 선행’의 입장을 재확인했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끝난 뒤 정치권이 합의해 특검을 공식 제기하면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청와대 회동’ 정국 이슈별 해부

    ■특검제 도입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6일 제안한 ‘대선자금 특검제’도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일단 긍정반응을 보였다.이에 민주당은 “특검에 반대 안한다.”고 밝혔지만 열린우리당은 “검찰수사를 회피하려는 수단”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 ‘특검’을 둘러싼 정치권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특검 실시는 여야의 대선장부가 전부 공개된다는 것으로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 힘들다.이 때문에 명분을 선점하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기싸움일 뿐,실제 특검 도입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특검 거부·유보’라는 해석이 분분하자,“노 대통령은 지난 7월21일 기자회견에서도 특검수사든,검찰수사든 정치권이 합의해 오면 어떤 제안도 받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수용의 뜻을 분명히 했다.유 수석은 “‘정부조직의 최고 책임자로서 특검논의가 적절치 않다.’는 대통령의 말 뜻은 검찰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먼저 ‘특검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야당의 검찰에 대한 불신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수석은 “특검 수용은 지금까지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대선자금까지도 모두 수사의 대상으로 삼자는 것인 만큼 각 당이 대선자금 회계장부를 국민에게 완전히 공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 수석은 그러나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한나라당 대선자금인 SK비자금에 대해 “현 검찰의 수사가 형평성을 잃거나 불공정한 것이 아닌 만큼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정치권이 특검에 대해 언제 합의할지도 모르는데 수사에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한나라당측은 현재 SK비자금 검찰수사도 특검으로 넘기자는 입장인 만큼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유 수석은 “정치권이 특검에 대해 합의한 뒤 SK비자금 수사를 특검으로 넘길 수는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문소영기자 ■재신임투표 재신임 국민투표를 놓고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 기싸움이 여전하다.양측 모두 뱉은 말을 주워담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다.추세를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오는 12월15일 전후 재신임 국민투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위헌 소지와 경제적 낭비 등을 이유로 실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한나라당은 국민투표를 실시하되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열린우리당만 원칙적으로 재신임 국민투표에 찬성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며 빼낸 ‘칼’을 명분없이 거둬 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노 대통령은 “제의는 내 뜻대로 했으나,거두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해 정치권의 합의나 대안제시를 요구한 상태다.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은 “정치권이 국정을 흔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압력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재신임 투표 철회를 위한 정치해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현재 거론되는 대안으로는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이 밝힌 ‘국민투표 시행시기 재조정’방안과,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제안한 ‘책임총리제 실시’ 등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재신임 투표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26일 청와대 회동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재신임 투표의 위헌시비가 있으므로 신속히 헌재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이에 대해 노 대통령도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위헌 여부를 한번 판단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청와대 쇄신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의 청와대 참모진 경질 요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불가능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당·청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특히 일부 강경 소장파 의원들은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나온 직후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대통령과 소장파 의원들의 정면충돌 양상마저 표출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각은 그렇다 쳐도 청와대 참모진 경질이 정기국회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발끈한 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의사표명과 관계없이 조속히 자진사퇴해야 하며,대통령도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7일 아침 의원들과 대책을 숙의한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동안 작심하고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개편을 여러차례 주장했던 천정배·신기남 의원 등도 이날 밤 접촉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치권에서는 천정배 의원 등이 노 대통령 당선에 1등공신 역할을 한 대표적 친노(親盧)의원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귀국하면 인적쇄신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었는데,예상이 빗나간 셈이다.그러나 일부 참모진을 자연스럽게 개편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상연기자 carlos@
  • 靑 “대선자금 철저 수사”

    청와대가 대선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한나라당이 검찰의 당 계좌추적 검토에 반발하는 등 SK비자금 정국이 대치위기로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3·4면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의 단독회담에서 “정치자금 대사면특별법 추진에 앞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검찰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24일 “검찰이 최돈웅 의원의 SK자금 100억원 수수를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대사면법’을 제안하면 검찰 수사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면서 “아직은 대사면을 제안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나라당 등에서 먼저 제안할 경우는 ‘재신임 국면’ 등을 고려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있지 않으냐.”며 노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청와대 회동에서 비자금과 재신임투표 문제의 ‘일괄타결’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다음 주 초 비상특위를 구성하는 등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노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공세를 펼칠 방침이다.이회창 전 총재도 측근들과 잇단 면담을 갖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최병렬 대표는 “노 대통령이 자기 자신의 수많은 부패는 덮어놓고 한나라당의 목만 죈다면 모든 것을 걸고 전면에 나서 노무현 정권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전날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일 검찰이 당 계좌를 조사한다면 이는 명백히 노 대통령의 지시로 야당 선거자금 전반을 추적하는 것으로 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송 검찰총장은 “최 대표의 발언으로 수사에 대한 압력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총장은 그런 것을 막아주라고 있는 것”이라고 엄정수사원칙 고수를 강조했다. 진경호 문소영기자 jade@
  • ‘동네북’ 코엘류호, 오만에 1-3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약체에 또 망신을 당했다. 한국은 22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2004아시안컵 2차예선 E조 2라운드 2차전에서 홈팀 오만에 1-3으로 역전패했다.오만이 5승1패로 선두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베트남과 3승2패로 동률을 이뤘지만,골득실차에서 앞서 2위를 간신히 지켰다. 네팔과의 3차전을 남긴 한국은 이길 경우 자력으로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확보하지만 패하거나 비길 경우 베트남-오만전의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지난달에 견줘 무려 17계단이나 뛰어 올라 22위에 랭크된 한국은 이틀전 98위 베트남에 덜미를 잡힌 수모를 떨쳐내려 했지만 오히려 80위 오만에 참패를 당해 본선행을 걱정하는 군색한 처지가 됐다. 한국은 후반 2분 최진철의 헤딩패스를 정경호가 골문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차넣어 선제골을 올렸으나 월등한 체력과 투지에 1만 5000 홈관중의 응원까지 등에 업은 오만의 역습에 휘말려 끝내 역전패의쓴잔을 들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국제경제 플러스 / 美 경기선행지수 6개월만에 하락

    |뉴욕 연합|지난달 미국의 경기선행지수(ILE)가 지난 3월 이후 6개월만에 처음으로 0.2% 하락했다고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가 20일 발표했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3월 바닥을 친 뒤 2.3% 상승했는데 9월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함에 따라 지난 99년 이후 분기 성장률로는 최대가 될 전망인 올 3분기 성장세가 둔화되리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컨퍼런스 보드의 이코노미스트 켄 골드스타인은 “비록 앞길이 평탄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면서 동행지수는 지난달 소폭 상승했음을 강조했다.
  • 편집자에게/ “공무원 인턴선발 제도적 보완 선행돼야”

    -‘고시정원 10% 대학추천 허용’ 기사(대한매일 10월20일자 1면)를 읽고 공무원 채용 역사상 처음으로 ‘인턴제’가 도입된다고 한다.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이 대학총장의 추천을 받은 뒤 일정기간의 인턴생활을 거쳐 5급으로 정식채용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시 공부에 매달리고,이른바 ‘고시 낭인’들마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인턴제 도입 등 공무원 채용방식의 다변화는 이같은 사회 병리현상을 없애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또 전문분야에서 상당한 학문적 지식을 취득했지만 취업의 ‘좁은 문’을 뚫기는 쉽지 않은 대학원생들에게 희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고시 등 공무원시험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공헌한 바가 큰 만큼 추천을 통해 인재를 선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인턴과정에서 탈락하는 지원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객관적인 판단 기준도 필요하다. 또 고시생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 시행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대학별 수준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지만,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대학별 추천인원을 제한한다면 역차별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장현아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 체전, 변해야 산다/국가대표 빠지고 매년 치러져 ‘동네잔치’ 전락

    ‘그들만의 잔치는 이제 그만.’ 지난 10일부터 전북 일원에서 7일간 열전을 펼친 제84회 전국체육대회가 16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전국체전도 이제는 보다 경쟁력을 갖춘 스포츠 축제로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전국체전이 철저한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는 데서부터 비롯된다.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조차도 자발적이라기보다 동원된 인력이 더 많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국체전이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우선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다.이번 대회에서도 내년 아테네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대부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불참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성적 지상주의와 과열경쟁의 폐단은 여전했다.레슬링 고등부 그레코로만형 46㎏급에 출전하려던 김종두(17·전북체고 2년)군이 무리한 감량 운동 중 쓰러져 끝내 숨을 거뒀고,태권도 경기에서는 판정 시비 끝에 집단 패싸움이 벌어져 4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 다시 지적되는 것이지만 체전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최소한 격년제 개최와 지나치게 비대해진 출전 종목 정비,개최 시기 조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특히 개최 시기 조정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다. 물론 프로스포츠와 아마스포츠에 대한 관심으로만 경중을 가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개최 시·도 ‘그들만의 축제’가 아닌 국민적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토대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곽영완·전주 최병규기자 kwyoung@
  • ‘재신임’ 정국 / ‘수싸움’ 들어간 국민투표 전망

    재신임 국민투표 여부가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양상이다.15일 민주당은 국민투표 철회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고,한나라당은 내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채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자민련만이 국민투표 대비 체제를 꾸리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야당이 반대하면 강행할 뜻이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와 국민투표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된다.다만 야3당은 ‘선(先) 진실규명’에는 뜻을 함께 하고 있어 국정조사와 특검제는 언제든 유효한 카드다. 하지만 국조나 특검 도입에 대한 야3당의 속내에도 다소 차이는 있다.청와대는 물론 야3당 간에도 본격적으로 ‘머리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두마리 토끼’ 쫓는 한나라당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국조나 특검은 그 ‘선행요소’이다.탄핵에 해당하는 사유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투표를 대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조사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최병렬 대표가 대표연설 직후 사석에서 피력했듯,당 지도부는 ‘결국 국민투표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어차피 국민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도 최도술씨 등 측근비리를 철저히 파헤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민주당,국민투표 불가·탄핵 반대 박상천 대표는 이날 “국민투표는 위헌이어서 반대한다.”고 못을 박았다.공식적 언급은 없지만,탄핵에도 반대하는 분위기다.“측근 비리가 탄핵으로 갈 만한 사안이냐.”는 얘기다.현재로서는 ‘대통령이 헌법에도 없는 국민투표를 강행할 경우에만 탄핵사유가 된다.’는 분위기다.정가에서는 “대통령이 국민투표에서 불신임되거나,탄핵이 된다면 차기 대통령이 한나라당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둘 다 찬성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자민련,‘침체의 탈출구’ 자민련은 12월 재신임 국민투표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도 1%라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는 만큼 노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보수층과 충청권의 표심을 이끌어 내자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상황에 따라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장기전’으로 흐르나 이처럼 야3당의 시각이 달라 3당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분석이다.그렇다고 이런 점이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만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야3당과 청와대간 장기전도 예상되기 때문이다.이럴 경우 청와대는 국민투표를 밀어붙이기도,철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특검이나 국조가 야3당에 동일한 효과를 부여하는 게 있다면 ‘시간 벌기’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시간’이 어느 쪽에 독이 되고 약이 될지는 아직 예상하기 쉽지 않다. 이지운기자 jj@
  • [김광림의 플레이볼] 한국시리즈 기상도

    SK가 삼성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기아마저 3연승으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다.감독의 철저한 분석과 선수단의 정신력이 한데 어우러져 한수 위로 평가받던 팀들을 제압했다고 볼 수 있다.이같은 맥락에서 기아의 패인을 진단하고 한국시리즈를 예상해 보자. 필자는 기아의 가장 큰 패인을 좌투수 부재라고 단언한다.기아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LG의 좌타자 라인에 일격을 맞으면서 좌완 투수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꼈음에도 올시즌을 앞두고 이에 대비하지 못했다.결국 또다시 SK의 좌타자 라인에 뭇매를 맞고 3연패로 무너져 버렸다.기아가 우승을 목표로 했다면 노장 김정수(전 한화)나 김영수(전 롯데) 등 확보 가능한 좌투수를 SK보다 한발 앞서 영입했어야 했다.이러한 아쉬움은 최종전이 된 3차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3-2로 앞선 기아는 3회말 2사 2·3루의 위기에서 좌타자 양현석을 대타로 맞이했다.이때 기아벤치는 잠수함 투수가 좌타자에 약하다는 점을 감안,좌투수를 투입했어야 했다.다만 마땅한 좌투수가 없어사이드암 신용운으로 교체해 초구에 2루타를 맞고 4-3으로 역전당했다.양현석의 2타점 적시타가 결승 타점이 된 점을 감안한다면 기아로서는 투수 로테이션에 승부수를 던졌어야 했다. 그렇다면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될 것인가.필자는 이번 한국시리즈야 말로 최고의 명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 명장 현대 김재박 감독은 예상치 못한 작전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 특기다.게다가 한국시리즈의 우승 경험도 두차례나 있어 한국시리즈를 처음 치르는 조범현 감독보다는 벤치워크에서 앞선다고 할 수 있다. 투수력에서는 현대 정민태,바워스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에 SK는 채병룡,스미스 등이 당일 컨디션에 따라 맞설 전망이다.하지만 양팀 모두 대타 요원이 풍부한 점을 감안하면 선발투수보다는 미들맨의 선택과 투입 시점이 승부의 최대 변수로 여겨진다.기아가 SK의 좌타자를 막지 못한데 비해 현대는 풍부한 경험의 조규제,묵직한 공의 마일영,속구의 이상렬이 불펜에서 대기한다.결국 투수력에 있어서는 플레이오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SK김원형과 이승호의 구질을 현대 타자들이 얼마나 분석했느냐가 관건이다.공격력에서는 한국시리즈가 펼쳐질 수원·문학·잠실 구장이 크다는 특성과 단기전 특성상 철저한 분석이 선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타력보다는 기동력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광주방송 해설위원 kkl33@hanmail.net
  • ‘사교육비 경감방안’ 공청회 논란/“현실성 없다” “또다른 혼란만…”

    “글쎄요.”,“현실성이 없어 보이네요.”,“바람직한 것 같지만 또다른 혼란을 부추기지 않을까요.” 14일 오후 대전교육청 대강당.한국교육개발원 주최로 열린 ‘사교육비 경감 방안 공청회’가 한창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대책 발표 이후 첫 공청회다.강당을 가득 메운 400여명의 교사와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방안에 대해 한 목소리로 ‘의문부호’를 던졌다. 학제 개편과 수능 등급제 등 개발원의 방안이 듣기에는 좋지만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또다른 혼란만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었다. 대전 봉우중 전미영 교사는 “내용은 바람직하지만 과연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사교육비가 사회적 대우와 출세 요건 등 사회구조적인 부분과 직결돼 있는 만큼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충남고 조혜란 교사는 “학제개편과 수능 등급제 등은 필요하겠지만 대학 입시제를 비롯한 교육제도를 자주 바꾸게 되면 또다시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한 뒤 “어렵겠지만 현 체제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며 답답해했다. 대전 동신중 이모 여교사는 “학제개편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수능 등급제로 대입 제도를 바꾸면 결국 또 하나의 줄세우기에 따른 사교육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원의 대책에 학부모들은 걱정이 앞섰다. 토론자로 나선 학부모 추경옥씨는 “개발원의 방안은 시행하기에는 너무 현실성이 없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비판한 뒤 “학교 야간 자율학습을 양성화시키는 것만이 사교육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면서 “교육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야간 자율학습을 무조건 막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충남대 김두정 교수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진급과 유급에 대해 학교와 국가가 책임지고 관장하는 고교 졸업자격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기초학습 부진아에 대한 개인지도를 제외한 선행학습이나 교습을 금지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주부교실 이숙자 사무국장은 “학교 시설을 활용해 학교안에서 사교육을 시행하겠다는 발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면서 “한꺼번에 모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시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교사와 학부모들의 만남을 1년에 4차례로 정례화하겠다고 하는데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 문제로 수시로 의논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면서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대전 만년고 전용우 교사는 “학원과는 달리 학교에서는 사실상 수준별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상위권이나 중하위권 학생 모두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준별 수업의 도입을 촉구했다.이어 “특기적성 수업 외에 학생들이 원하는 것에 따라 기초학습반과 영재반 등을 개설해 수준에 맞는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이 원할 경우 밤 늦게까지 학교를 개방하되 이에 드는 비용은 수요자인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 김재천기자 patrick@
  • LOTTO 복권문화를 바꾸자 /(중)기부문화 생활화된 ‘복권 선진국’

    우리나라보다 로또복권 등을 앞서 도입한 ‘복권 선진국’들은 복권을 대부분 자선(Charity)이나 기부(Donation) 또는 재미(Fun)로 구입한다.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행심 시비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오히려 복권 구입자나 발행자,판매자 모두 복권 판매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상당수가 ‘대박’을 꿈꾸는 우리 풍토와는 사뭇 다르다.특히 이들 국가는 관련 법규에 따라 복권 기금을 국가별 특성에 맞게 활용하고 있으며,사용 내역도 1센트 단위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미국의 경우 기금으로 학교시설에 투자하고 있으며,프랑스는 문화·예술분야에,영국은 과학기술 분야에,호주나 캐나다 등은 공공시설물 건립에 투자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복권=기부' 사행심 시비 없애 복권 선진국들은 복권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공공단체에 위임해 운영하는 등 여러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복권 수익금을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공공기금으로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대부분 정부의 일반기금으로 전입,사용되지만 특정목적 기금으로 조성해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각 주마다 복권을 발행하는 미국은 지난해 복권판매를 통해 조성된 기금의 대부분을 교육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건립 등에 투자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지난해 복권판매로 조성된 기금 9억 6918만달러 전액을 유치원이전 프로그램,교사 교육훈련보조금,공립도서관이나 공립학교 보수 등에 사용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로또복권 판매로 조성된 기금 130억달러의 80∼90%를 공립학교 교사 고용,고등교육기관 컴퓨터실 기자재 구입,교사 워크숍,과학프로그램 기금 등으로 사용했다. 매사추세츠주는 지난 12년간 모두 83억 2882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내 351개 시와 지역에 배분,주내 관공서와 고등학교 및 초등학교 개보수 비용으로 사용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조성된 120억파운드(약 23조원)의 기금으로 과학센터건립과 문화유산 복원 등에 사용했다. 독일은 복권 기금 대부분을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에 재투자하고,스포츠와 이공계 과학연구비에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호주는 복권 기금으로 호주의 상징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건립했으며,현재는 복권기금의 30∼40%를 서민들을 위한 주립병원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보다 1년여 앞서 로또복권을 도입한 타이완도 우리와 같은 ‘로또 광풍’에 시달렸지만 심신장애자와 원주민 등 사회적 저소득층에 로또 판매를 맡기고 판매액의 27%를 사회복지비로 사용하는 등 공익성을 강조하면서 광풍을 잠재웠다. ●복권법제정 기금 엄격관리 복권 선진국들은 대개 정부 산하에 복권위원회를 두고 복권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특히 관련 법규에 따라 사용내역을 1센트,1실링 단위까지 투명하게 밝힌다. 관련 복권법에는 발행기관의 설립 및 운영,당첨금과 미지급 당첨금의 사용,구매가격과 조성기금의 사용,소매인 관리 등이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주 복권법을 두고 복권관리위원회를 설치,조성된 공익기금을 목적에 맞게 엄격히 집행하도록 관리한다.주별로 관련법에 따라 공익기금의 사용처를 1달러,1센트 단위까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영국은 국립복권위원회를 통해 복권과 관련된모든 정책을 관장하고 있으며,복권발행기관 사이트를 통해 공익기금이 어디에 얼마가 쓰였는지를 실링 단위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7개 주 가운데 3곳의 복권판매를 민간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으나 내부 회계사와 외부회계감사,주정부 재정담당관의 상시감사 등 3단계 회계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통합복권법이 제정되지 않아 기금이 어디에,얼마나 쓰여졌는지 명확하지 않다.아직까지는 복권발행 기관에서 기금을 일반기금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복권발행위원회는 지난 9일 고건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지난 8월30일까지의 로또복권 수익금 75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에 대한 사용내역을 공개했다.수익금은 10개 부처에 배분돼 국민임대주택 건설지원(2418억원)과 중소기업·과학기술 지원(817억원),지역균형발전(423억원),산림환경보전(15억원) 등에 사용됐다. 지난 6월 방한한 북미복권협회 마크 자라미파 회장은 “미국의 복권판매 기금 수익금은 공원 조성이나 사회시설 확충,교육시설 건립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별로 지원하고 이를 지역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면서 “한국도 로또복권의 사행심 시비를 줄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기금의 적절한 사용과 투명한 공개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 ■곽보현 로또공익재단운영위장 “‘인생역전’으로 잘못 인식된 복권문화를 ‘자선·기부’로 바꾸는 등 선진 복권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복권 수익금의 사회환원과 국민적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설립된 로또공익재단의 운영위원장인 곽보현(사진·38) 미래사회전략연구소 부소장은 “복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복권 수익금의 쓰임새에 대한 의심 때문”이라면서 “복권 수익금의 올바른 활용을 통해 복권 구입이 사회적 기부라는 인식을 뿌리내리는 데 힘쓰겠다.”며 공익재단 설립 취지를 밝혔다. 곽 부소장은 “복권 구입자들이 당첨됐을 때 ‘대박’은 잘 알지만 당첨이 안된 경우 자신이 낸 복권 대금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고,‘꽝’이면 무의미하게 날려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복권에 낙첨됐더라도 그 기금은 공공기금으로 보람있게 쓰여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복권 선진국에서는 복권의 사회적 공익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도 복권을 대박 또는 인생역전으로만 인식하고 사행심 조장 등 역기능만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공익재단은 복권기금의 사회적 환원을 위한 체계적인 기부사업을 펼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민들은 복권 수익금이 정말 어떤 곳에 쓰였는지 직접 보고 피부로 느끼고 싶어한다.”면서 “우리나라도 복권 선진국처럼 국가 상징물을 건설하거나 교육시설을 짓는 데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로또 공익재단은 연말까지 사회복지시설 100곳을 선정해 차량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한편,재정난 및 재해 등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한 자립지원비 및 물품지원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복권기금으로 세운 세계 유명 건축물 복권 선진국들은 복권 기금의 가시적인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복권 수익금으로 국가의 상징물을 짓는 경우가 많다.특히 복권기금으로 지어진 각국의 주요 건물은 국민들의 복권 의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건물은 지난 73년 완공된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이 두 건축물은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으로 자리잡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오페라하우스는 건축공학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룩한 건축물로 세계인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잭슨만 위에 아치 모양으로 놓여져 있는 하버브리지는 시드니 시가와 북부를 연결,교통난 해소에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호주는 당시 오페라하우스 건축비용의 83%를 복권기금으로 사용했다.현재 ‘로터리 커미션’이 발행하는 복권 수익금의 25%는 예술기금으로 사용 중이다. 영국은 게이츠헤드 지역에 있는 ‘북의 천사상’,웨일즈의 ‘카디프 성’과 ‘밀레니엄 스타디움’,런던의 ‘프랭크 바르너스 농아학교’ 등도 복권기금으로 지어진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북의 천사상은 폐허가 된 땅을 이용해하루 수천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유명한 명물로 자리잡았고,밀레니엄 스타디움도 오가는 사람들이 쉬고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시민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은 80년대 초반 보스턴 하버드대학의 신입생 기숙사인 ‘스터턴 홀’과 ‘홀워디 홀’을 복권기금으로 건립하는 등 교육시설에 투자했다.건물 현관 동판에 ‘이 건물은 복권기금으로 지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주롱버드 공원’과 ‘과학센터’,‘적십자회’,‘실내 스타디움’ 등의 설립에 복권기금을 적극 활용했다. 조현석기자
  • 외국인 ‘바이코리아’ 열풍 이라크 파병 부추기기?

    순매수와 순매도를 반복하던 외국인들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굿모닝신한증권은 7일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세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외국인 매매의 퍼즐 맞추기’라는 이색 자료를 냈다. 지난 6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7월14일 이후 최대 규모인 4042억원을 순매수했다.올들어 외국인들이 4000억원대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도 330억원의 순매수를 하는 등 4일 연속 순매수를 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세에 대해 지난주말 미국 뉴욕증시가 정보기술(IT)업종을 중심으로 상승 탄력을 받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지만 매수강도가 예상치를 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최근 2주 동안의 시장흐름을 보면 외국인 매수세는 IT업종의 모멘텀 외에 국제정치적 논리가 개입하고 있다는 심증을 갖게한다고 밝혔다.이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이에 대한 논거로 이라크 파병에 대한 유엔 결의와 관계없이 이라크파병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태국·터키·일본 등에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거나 외국인 매수세가 강세를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태국은 9월 말 442명을 이라크에 파병했다.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지난 2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터키는 지난 1일 의회에 1만명 규모의 전투병 파병을 요청했다.그 이후 터키 증시는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9월24일 이라크 파병 논의를 위한 한국대표단 실사가 시작된 뒤 외국인 매수가 강세를 보였다.특히 올들어 외국인 매수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컸던 타이완의 경우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된 반면,한국에 대한 매수세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굿모닝 증권은 이런 정황으로 보아 외국인들의 최근 매수세는 이라크 파병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음모론’이 작용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하향 또는 상향 조정하기 전에 외국인들의 선행적 매매형태가 계속됐다는 점에 착안,이같은 분석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 “부양책 쓴다면 투자활성화뿐”김대유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이라크전 등 대외변수의 우려에 따른 불안감이 해소되고 있고,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조짐 등에 힘입어 4·4분기부터 경기가 서서히 나아질 것입니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내수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으며 일자리는 감소추세다.거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김대유 경제정책국장을 6일 만나 정부 경기전망의 허실을 따져보았다.김 국장은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앞으로의 관건은 기업의 투자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4분기부터 경기가 확장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 분석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다.지난 9월 무역수지 흑자가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26억달러(3조원)를 기록하는 등 수출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미국·일본의 경기회복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크고,우리나라 무역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높은 성장도 호재다.앞으로 이라크전 등과 같은 추가 불안요소도 없을 것이다.특히 태풍 매미의 피해 복구를위한 향후 재정지출도 4분기 경제성장률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지난해 4분기 태풍 ‘루사’에 따른 재정지출(4조원가량)로 경제성장률이 3분기의 5.8%보다 1%포인트 높은 6.8%를 기록한 점으로 볼 때 올해도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미국·일본경기 호전의 근거는. -미국은 올들어 전(前)분기 대비 3%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연율로 따지면 12% 증가다.일본도 올해 전분기 기준으로 3∼4%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다만 일본은 금융불안 해소가 관건이다. 수출과는 달리 내수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현재는 내수를 진작시킬 때도 아니고,그럴 수도 없다.가계빚이 해소되지 않고 청년실업이 줄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소비는 후행지수의 성격이 강한 반면 투자는 미래의 수익을 염두에 둔 선행지수로 볼 수 있다.그래서 투자활성화가 절실하다.앞으로 의도적인 부양책을 쓴다면 투자활성화 밖에 없다.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데 부동산값은 계속 뛰고 있다. -부동산값 상승은 독일·일본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저금리현상 때문이다.경기가 좋지 않고 기업투자가 저조한 상황에서,더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시중자금이 갈 곳이 없어 부동산(실물자산)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경기가 좋아지면 금리가 오르게 되고,투자활성화쪽으로 시중자금이 흡수돼 부동산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그 때까지는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 우려가 적지 않은데.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강남지역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부동산 버블 붕괴가 가시화되려면 우선 전국적으로 부동산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가 떨어져야 하고,부동산 소유자들의 금융부채가 많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부동산 소유자들이 금융부채를 감당해낼 수 있을지도 변수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값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상승폭이 크지 않다.또 자산가치가 하락했을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 우려도 크지 않다고 본다.현재 금융권의 주택담보비율이 50∼60%수준인데,이를 단순하게 보면 부동산값이 40∼50% 떨어져도 금융권의 부실로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다만 금융권이 담보자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연쇄적으로 부동산값 폭락으로 이어질 소지는 있다.현재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부동산 버블 붕괴가 가사화돼 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주병철기자 bcjoo@
  • “시화호는 선사시대 보물창고”/시화호 지킴이 15년 최종인씨

    “1억년 전에도 시화호는 호수였습니다.시화호 주변엔 공룡알의 화석을 비롯,바가지만큼 큰 굴 껍데기,돌칼 등도 발견되고 있습니다.역사적으로 가치있는 보물창고인 만큼 우리가 잘 보전해야 합니다.” 15년째 ‘시화호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최종인(崔鍾仁·50·안산시청 조수보호 감시원)씨를 찾았을 때 그는 생태학습에 나선 중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시화호의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작고 깡마른 체구에서 ‘시화호 예찬론’은 끊임없이 이어졌다.시화호에 얽힌 역사와 주변 자연환경까지 꿰뚫고 있는 최씨의 감칠맛 나는 현장수업에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했고 뭔가에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97년부터 직장 그만두고 시화호 출퇴근 시화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물론 공무원과 일반인들의 현장학습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덩달아 최씨의 일과도 한층 바빠졌다.지금까지 최씨의 안내를 받은 인원만 해도 10만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한다. 그가 시화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정보화시스템 사업체에 근무하던 그의 근무처가 경기도 안산시로 바뀌면서 이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시화호에서 낚시도 하고 조깅도 하던 그는 바지락 등 생명체들이 죽어 나뒹구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하는 의문이 들었다.이때부터 틈만 나면 시화호로 달려갔다.결국 1997년 잘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퇴직금을 털어 서적과 각종 장비들을 사들였다.동영상 촬영을 위한 비디오 카메라와 수중촬영기구 등 첨단장비도 장만했다. 이런 최씨의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환경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직장까지 팽개치느냐.” “환경운동은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하는 것이지 개인이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 “미친짓 그만해라.”는 비아냥과 비난이 쏟아졌다.하지만 그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매일 시화호로 나가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과 밀렵꾼들을 감시하고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들에 대해 연구했다. ●희귀 동식물사진 20만장 보유 산업쓰레기를 버리는 현장을 적발하고 밀렵을 하기 위해 시화호로 숨어 든 사람들을 찾아내설득하는 과정에서 멱살잡이는 예사였고, 갖은 욕설과 협박은 차라리 일과였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시화호하면 그의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해졌다.‘시화호지킴이’란 별명도 붙었다. 최씨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시청 인근의 옛 보건소 창고를 개조한 여섯 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희귀조류 사진과 시화호 지도를 비롯,각종 자료서적들이 즐비하다.시화호의 오염현장을 고발한 사진과 슬라이드,3000년 전에 살았다는 대형 굴껍질은 물론,역사교과서에서나 보았던 빗살무늬 토기도 눈에 띈다. 시화호의 각종 철새와 야생 동·식물을 담은 사진만 20만장이 넘는다.공룡알 화석 등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물건들은 안산시청 홍보관에 기증했다. 그는 “돈벌이도 못하는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떳떳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만으로도 족하다.”면서 “한때 죽어가던 시화호가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힘이 솟고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그가 갖고 있는보람과 긍지도 대단하다. 지난 97년에는 철새들을 촬영하다 공룡발자국과 공룡알 화석을 발견,이 지역 480만평이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또 시화호에서 검은머리 갈매기의 둥지를 국내 처음으로 확인하는 성과도 올렸다. ●안산시청 공적 인정 일용직 채용 안산시청은 그의 노력과 공적을 인정해 일용직인 조수보호 감시원이라는 직책을 주고 월 100만원 가량의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사무실도 안산시청에서 마련해준 것이다. 아직도 시화호를 ‘썩은 호수’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정부가 시화호 담수계획을 포기한 뒤 수질이 3급수를 유지하고 갯벌이 살아나면서 많은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특히 국제보호 조류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새 등 20여종 10만 마리의 철새가 이곳을 찾는다.주변의 갈대밭에는 각종 야생동물들도 무리지어 살고 있다.시화호가 살아나면서 주변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증거다. “갯벌과 철새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갯벌이 사라지면 철새도 찾아들지 않습니다.눈 앞의 이익만을생각해서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우(愚)를 더이상 저지르지 말아야 합니다.” 최씨는 시화호가 언제 다시 파괴될지 모를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또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에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간척지를 개발하기에 앞서 농사법을 개량한다든지 휴경농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도 시화호를 교훈삼으면 된다고 지적한다.푸른 물이 넘실대고 철새들이 다시 찾아드는 시화호.그가 있는 한 시화호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유진상기자 jsr@
  • [열린세상] 외교안보팀 문책해야

    이라크 치안상태를 점검하고 돌아온 정부합동조사단의 치안상태 평가가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추가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평가와 함께 조사결과가 단편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출범 초기부터 이라크 파병문제로 곤욕을 치른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한번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추가파병을 결정할 경우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상실하게 돼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장래는 불투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추가 파병에 대한 논의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지난 1차 파병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관련 책임자들의 문책이 선행돼야 한다.외교안보팀의 잘못된 상황판단과 무능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현 외교안보팀이 그동안 보여온 행태는 맹목적인 미국 추종과 무책임,기만과 말바꾸기로 일관돼 있다.이들은 노 대통령에게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고 잘못된 조언을 통해 외교안보정책을 왜곡시키고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이번 현지조사단의 보고 또한 이런 문제점은 없는지 신중하게 생각할 일이다. 파병의 주요한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후세인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지 않다는 것은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마저 시인하고 있는 형편이다.부시와 블레어를 비롯해 전쟁 주동자들이 정보를 조작하고 왜곡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국내에서 곤경에 처해 있다.그런데 당시 미국의 왜곡된 주장을 추종하면서 파병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우리 정부내 책임자들에 대해 왜 우리 사회와 언론들은 해명과 문책을 요구하지 않는가? 국회가 관련 책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또 당시 이라크 파병의 주요한 논리는 이른바 ‘국익론’이었다.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고,주한미군 재배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고,이라크 재건사업 참여 등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추가파병 논의에 앞서,1차 파병 후 지금까지 파병으로 우리가 어떤 ‘국익’을 얻었는지 따져 보아야 하지 않는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강경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베이징 6자회담에서도 미국은 기존의 대북강경 주장을 되풀이했다.우리 기업들이 이라크 석유개발 사업권을 따냈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 없다.오히려 미국은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해 고율의 상계관세로 답했다. 당시 비전투병 파병이 결국 전투병 파병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정부는 전투병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이처럼 대규모 전투병 파병으로 이어지게 된 데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해명과 책임은 고사하고,이제 이들은 다시 똑같은 논리와 주장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면서 전투병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주한미군 2사단 재배치 문제만 해도 국방부는 도대체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가.재배치 유보를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자랑했지만,거짓말로 드러나는 데는 보름도 걸리지 않았다.지난 6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2차회의에서도 유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파병을 북한 핵문제와 연계시키겠다는 발상에는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현 외교안보팀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파병해 준다고 북한 핵문제가 풀리는가.미국은 내년 대선까지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현상유지 쪽으로 갈 것이다.북한 역시 부시의 재선이 불투명해진 상태에서 대미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추가 파병은 이라크에서의 실패로 곤경에 처해 있는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해 주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돕는 일에 불과하다.부시가 재선된다면,다시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물 건너가게 된다.2005년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무엇이 국익인가? 이 철 기 동국대교수 평화연대 공동대표
  • [癌없는 세상]유전자 치료란

    1.우리는 암을 정복해가고 있나 현대는 언어 인플레시대이다.‘최신’ ‘첨단’ ‘최신예’ 등의 단어가 ‘그저 그런 정도’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무엇을 정복했다.’는 말이 ‘무엇을 조금 알게 됐다.’는 말을 대신하고 있다.이런 까닭에 “누군가에 의해 획기적 치료법이 개발됐으며,곧 암이 정복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들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양치기 소년’ 우화를 떠올리게 된다. 암 연구자들이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인간이 어쩔 수 없이 1가지씩 중병을 선택해 죽어야 하는 운명일 때 모두가 암을 선택한다면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보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고,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정복해 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아직 그렇지 못하지만,노력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벌써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암 사망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美선 왜 암 사망률 감소할까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말이 ‘진리의 열쇠는 금’이라는 것이다.투자없이 과학의 진보는 없다.1971년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적인 암 정복사업을 시작했다.이 국책사업은 지금도 계속돼 최근 5년 동안 암 연구비 규모가 2배로 증가했으며,미국의 올해 암 연구비 총액은 47억 달러로 늘었다.이는 연방정부 연구비 1118억 달러의 4.2%,연방정부 예산 2조 1629억 달러의 0.2%에 이르는 규모다.이런 투자의 결과로 지난 90년부터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줄기 시작했다. 3.우리의 암정복 대책 우리나라도 국립암센터와 암정복 연구사업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암 연구에 돌입했다.누군가는 “많은 연구비를 쏟아붓기보다 다른 나라의 연구 결과를 도입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할지 모른다.그러나 그런 발상은 남의 숙제를 베끼는 것과 다를 게 없다.우리의 암 발생 양상이 다른 나라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즉,우리나라에서는 위암-간암-폐암 순으로 발생하지만,미국은 전립선암-유방암-폐암 순이고,일본은 위암-대장암-폐암 순이다. 우리와 서구인의 유전자 역시 차이가 있고,생활 양식이 달라 암 발생 기전과 양상 또한 같지 않다.따라서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이다. 4.획기적 신약은 없는가 모두가 획기적인 암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그 획기적인 치료제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수술을 제외한 암 치료는 게릴라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게릴라들은 민간인 틈에 섞여 있어 민간인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는 이들을 섬멸할 수 없다.또 한 마을의 게릴라를 모두 섬멸했다고,이웃 마을에 게릴라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 기대하는 ‘획기적인 신약’은 스마트 폭탄처럼 인체에 투여되면 암세포가 어디에 있든 추적하여 섬멸한다.그러면서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이 정도면 ‘획기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흔히 ‘스마트 항암제’로 불리는 이 획기적 신약으로는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암세포만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제,유전자 치료제 등을 들 수 있다. 5.항체를 이용한 항암제 암세포만 죽이는 항암제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된 것은 항체를 이용한 항암제이며,현재 7종이 시판중이다.원래 항체란 외부에서 세균 등이 침입하면 우리 몸에서 특이적으로 결합해 이 세균을 죽이도록 생성되는 물질이다.암세포 또한 정상적인 인체에는 매우 드문 생리분자들을 세포막 표면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자들에 결합하는 특정 항체를 개발,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스마트 항암제를 탄생시킨 것이다.실제로 항체 역할을 하는 분자는 체내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일종의 ‘생약’인데,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즉 탈모와 구토 등 항암제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카이메라 항체(chimeric antibody),인간화 항체(humanized antibody)로 불리는 이런 항체는 최근 들어 파지 디스플레이방법이나 인간 항체유전자만을 가지도록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생쥐,인간항체 라이브러리 등의 방법을 통해 항체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다.실제로 2002년 현재 470종이 넘는 항체가 약품으로 개발중이며,70종의 항체가 임상시험 중이다. 6.암세포 성장 억제 항암제 또 다른 스마트 항암제가 있다.암세포에만 존재하는 특정 신호 전달체계를 방해해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제가 그것이다.만성골수성백혈병과 위장관벽에 생기는 일부 암에 효과가 입증된 글리벡이 이런 유형의 항암제이다.대부분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에는 특이한 종류의 세포막 단백질인 bcr/abl이 존재한다.이 단백질과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정상 세포에는 없고,백혈병 세포에만 존재한다.이 단백질이 암세포에 신호를 보내 무한정 분열하도록 유도한다.의학자들은 이 단백질이 세포내로 이런 신호를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물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글리벡이다. 참고로 글리벡의 개발 과정을 보자.우선 정상세포에는 없고 백혈병세포에만 있는 유전자를 찾아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에 작용,백혈병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이것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방법,즉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유전자를 찾아 이를 이용해서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첫번째 사례다.그러나 글리벡은 기존 항암제와 달리 대부분의 백혈병세포를 죽이지만,일부 모세포는 죽이지 못한다.따라서 항암제 투여를 중단하면 언제든백혈병세포가 다시 자랄 수 있다.즉,글리벡은 암을 파괴하는 대신 조절해 암환자가 암을 지니고도 오랫동안 살도록 한다.이점이 기존의 항암제와 다른 점이다.다시 말해 암을 일종의 만성질환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글리벡은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불치병 치료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암세포 유전자의 단백질에 작용해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찾아내 항암제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암세포에만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혹은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발견이 무척 빨라졌다. 7.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치료란 유전자 재조합 방법을 이용한 치료법이다.치료용 유전자를 환자의 세포에 도입시켜 유전자의 결함을 교정하거나,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유전적 변형을 유도함으로써 암 등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병을 치료,예방하는 방법이다. 이 치료법은 지난 9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앤더슨 박사가 유전질환인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를대상으로 처음 시도한 이래 많은 희망적 결과들을 찾아내고 있다.처음에는 주로 단일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 질환에 적용되었으나 분자생물학,생화학,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가 접목되면서 여러 가지 난치병의 치료를 위해 연구되고 있는 추세다.특히 암,AIDS,알츠하이머,심혈관질환과 신경 손상,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많은 분야에서 유전자 치료가 연구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전 세계에서 636건의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대상 질환은 암 69%,선천성 유전질환 8.9%,감염질환 11.8%,심혈관질환 1.7% 등이다. 이중 암에 적용되는 유전자치료법은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거나,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암백신 유전자치료법,화학요법이나 방사선에 대한 암세포의 감수성을 증가시켜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을 극소화하면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하여 암세포를 살상하는 종양세포를 증식하는 등 부작용은 줄이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새치료법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국립암센터가 연구중인 방법,즉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 파괴하고,그 자리에 치료용 세포살상 유전자를 주입하는 지능형 유전자치료법도 향후 결과가 주목되는 실험이다. 이 방법은 유전자 치료제가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특성이 있으며,암 유전자 파괴와 치료용 유전자의 투입이 동시에 일어나 효과가 배가되는 장점이 있다.동물실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2∼3년 내에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가 실질적 치료법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치료용 유전자를 원하는 부위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유전자 전달체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왜냐하면 성공적인 유전자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유전자를 인체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유전자 전달체 개발이 필수적이나 이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따라서 유전자 이상이 원인인 암 치료에도 당연히 유전자치료가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최근들어 여러가지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발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성과로 암의 유전자 특성이 자세히 규명되는 단계여서 머잖아 실제 임상에 유전자치료를 처방할 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후 국립암센터 기초과학연구부장 정준호 국립암센터 분자종양학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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