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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결국 사람과 문화의 문제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결국 사람과 문화의 문제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사회가 슬픔에 젖어 있다. 정말 많은 사람이 꽃다운 나이에 그 꽃봉오리를 피워 보지도 못하고 죽거나 실종됐다. 세 자식을 기르고 있는 아버지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진다. 답답한 구조 과정을 보면서 무능한 정부를 욕해보기도 한다. 선박회사와 선장을 포함한 승무원들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정부의 답답한 대응능력이 연일 언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사고는 어느 나라고 어디서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수출규모 7위, 경제규모 13위인 이른바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나고 또 후속 조치는 이토록 한심한가. 우선 안전 시스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그러잖아도 요 며칠 사이 여기저기서 국가 안전시스템의 부실을 지적하고 완벽한 안전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질책이 줄을 이었다. 안전에 관한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야 하는 것은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국가적 차원의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우왕좌왕한지를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똑똑히 보았다. 오죽했으면 국제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었을까.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대수가 아님도 알게 됐다.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는 범정부적 대응체제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함을 절감했다. 국가 안전을 위해 비싼 전투기며 잠수함, 함정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하드웨어 구축 못지않게 그것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배양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안전 시스템은 국가차원의 시스템에서부터 말단 현장까지 확실하게 가동돼야 한다. 안전시스템이 현장에서 정확하게 작동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민간이든 정부든 매뉴얼을 제대로 준비하고 이를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감독관청은 정직하고 철저하게 공무를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시스템을 갖추는 것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과 문화의 문제다. 안전시스템을 마련하고 이를 운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의 사고와 행동은 그 사회의 문화적 소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고가 날 때마다 인재(人災) 타령을 한다. 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져야 함에도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을 보고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그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그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자리를 지켰을까. 좀 생뚱맞은 얘기 같지만 해외 생활을 하며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공동체 의식과 문화가 부러웠다. 나만이 아니라 내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고 공적(公的) 가치를 귀중하게 여기는 그들의 문화가 우리에게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내 몸 다치지 않고 남보다 출세하는 것이 덕목인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내가 우선 잘살고 보자는 문화가 강한 분위기에서 살았다. 법을 몇 번이나 어긴 범법자도, 부당하게 군대가지 않은 사람도 정치가와 최고위 공직자가 되고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는 데 별 지장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공동체 교육을 가정에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부끄럽지만 그럴 도덕적 가치도 의지도 부족한 것이 솔직한 우리네 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선뜻 내키진 않지만 정부가 나서야 한다. 특히 유치원 때부터 사람에 대한 존중, 남을 배려하는 마음, 사회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쳐 줘야 한다. 유치원 자율에 맡기면 힘들다. 영어 단어 하나 더 가르치길 원하는 학부모들의 등쌀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기본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 반드시 이를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괜히 잘하고 있는 일부 대학들에까지 칼을 휘두를 생각 말고 정말 공교육이 필요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교육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안전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허술한 사회 시스템과 느슨한 시스템 운영, 직무능력의 부족과 무책임한 직무유기는 결국 사람과 문화의 문제다. 문화는 그냥 원래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고 나중 공동체에서 학습되고 축적되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어른들이 먼저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행동으로 본을 보이자. 무엇보다 우리의 어린 후손이 유치원 때부터 더불어 사는 교육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가르쳐 주자.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 국민을 위한 정부는 어디에…

    국민을 위한 정부는 어디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00시간이 넘었지만 구조와 수색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1970년 326명이 숨진 남영호 침몰 참사 이후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이번에도 40여년 전과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20일 재난·방재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영호 침몰 참사 이후 1993년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 훼리호 참사, 2010년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이 터졌을 때 정부 안팎에서는 선진 재난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제대로 된 후속 조치는 없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 1년 뒤인 2011년 정부가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에는 사건 초기부터 침몰 상황에 대한 보고 및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선을 초래했고, 위기관리 시스템에 따른 대응과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러한 문제점은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서해 훼리호 참사 이후 승선자 명단 파악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에서는 승선자 명단에도 없는 사망자가 나오는 등 탑승자 숫자가 다섯 차례나 변경됐고, 구조자 숫자도 여덟 차례 바뀌는 등 혼선이 벌어졌다. 또 ‘해상안전에 대한 국제협약’에 국제선을 운항하는 3000t 이상 크루즈는 통신과 항적 변화를 기록하는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세월호는 6000t급이 넘지만 국내 여객선은 협약 준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과적이 원인이 된 남영호 침몰 사고 이후 한국해운조합에서 선박 화물적재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나 실제 화물 적재량과 해운조합에 보고한 기록은 서로 달랐고, 점검도 형식적인 것에 그쳤다. 해상 재난사고 대응 매뉴얼도 부실했고,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승객 대피를 책임져야 할 선장 이준석(69)씨와 항해사, 조타수, 기관사들은 현장 지휘와 응급처치, 구명정 작동, 외부와의 교신 등을 담당해야 했지만 가장 먼저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들 선박직 15명은 전원 생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은 325명 중 75명(23%)만 구조됐다.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사고 초기부터 우왕좌왕했다. 해경과 해군, 어선이 투입됐지만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 되면서 사고가 발생해 배가 침몰할 때까지 2시간 20분 동안 제대로 된 구조 작업을 하지 못했다. 방재 안전 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사건은 현장에서 일어나지 정부 청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가 비상 시스템을 현장 중심으로 법·제도화하고 그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전문가인 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는 “위기 발생 시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현장 ‘사고지휘시스템’(ICS)의 통합 구축이 절실하다”면서 “위기 상황을 사례별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서울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27) 중국 금융시장의 특징과 한국은행의 투자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27) 중국 금융시장의 특징과 한국은행의 투자

    중국은 2010년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으며 수출입을 합친 무역규모의 경우 작년에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세계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 경제 지표 또는 전망의 변화가 주요국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실물 경제의 성장세 및 영향력에 비해 중국 금융시장은 규모, 개방도 등의 측면에서 아직 발전이 더딘 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다양한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경제 성장 과정에서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중시하면서 채권 및 주식시장과 같은 직접금융시장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자금조달을 다변화할 필요가 커지면서 이들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앞으로 금융 부문에서 시장의 역할이 커지고 신용평가 선진화 등이 이뤄질 경우 자본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의 채권시장 규모는 26조 위안(4조 3000억 달러)으로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2위다. 금리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이후 금리 자유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단기금융시장 및 채권금리는 자유화됐으나 작년 중반까지 예금금리의 상한 및 대출금리의 하한을 규제해 왔다. 이를 통해 은행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고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해 경제성장을 지원했다. 중국 정부는 금융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작년 7월 대출금리에 대한 규제를 전격 철폐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예금금리 규제는 예금보험제도 도입 등을 거쳐 향후 2년 내에 자유화할 계획이다. 중국 자본시장은 개방도가 낮아 외국인이 중국의 위안화 채권 및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로부터 한도승인(quota)을 받아야 한다. 한도승인을 통한 외국인의 투자경로는 크게 적격외국기관투자자(QFII), 위안화 적격외국기관투자자(RQFII) 및 은행 간 채권시장 투자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QFII는 2002년에 도입됐으며 한도를 부여받은 투자자는 외화를 위안화로 환전해 중국의 채권 및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작년에 QFII 총한도가 8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확대됐으며 이 중 실제 한도부여액도 계속 증가해 현재 500억 달러를 넘었다. 투자가능 대상 증권도 당초 주식 및 거래소 채권으로 제한됐으나 작년에 은행 간 채권시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위안화 국제화 계획의 일환으로 2011년 도입된 RQFII는 홍콩 등 역외 위안화 자금이 직접 중국 내 주식 및 채권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며 그 대상 지역이 홍콩 이외에 타이완, 싱가포르, 런던으로 확대됐다. 은행 간 채권시장 투자한도는 외국 중앙은행과 위안화 무역결제은행 등이 중국 내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중국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은 국채 및 정책금융채가 전체 채권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채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채권시장 투자자 중 외국인 투자자는 2% 내외에 불과하고 국내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대외 금융여건 변화가 중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제한적이다. 중국의 국내 투자자는 은행 및 보험사의 비중이 높다. 이들 기관은 잦은 매매보다는 주로 장기 보유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채권의 유동성이 높지 않다. 한국은행은 2012년 중국 위안화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는데 중국 정부로부터 QFII 및 은행 간 채권시장 투자한도를 부여받아 주식 및 채권에 투자했으며 2013년에 이들 한도가 증액됐다. QFII는 국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중국 주식에 간접투자하고 있다. 은행 간 채권시장 투자에서는 한은이 직접 채권을 운용하고 있으며 중국 국채 또는 이에 준하는 신용도가 높은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투자는 투자 통화 및 자산 다변화, 중국과의 긴밀한 실물 및 금융 부문 연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됐다. 중국의 중장기 국채금리는 미국, 영국 및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2∼3% 포인트 높고 단기금리의 경우 그 격차가 더 크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자금유출이 확대되면서 신흥국 통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였지만 위안화는 지난 한 해 동안 2.9% 강세를 보였다. 금년 들어서는 위안화 기준환율대비 일일변동폭이 1%에서 2%로 확대되고 위안화 강세 기대가 약해지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주요 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경상수지 흑자 및 위안화 국제화 노력 지속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위안화 투자에 대한 주요국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안정적인 성장전망, 높은 금리에 따른 수익성 제고, 주요 신흥국보다 높은 신용등급, 저금리 기조하의 통화 및 자산 다변화 필요성 등에 기인한다.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들이 위안화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5% 수준까지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안화가 준비 통화로서의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안화의 국제화가 긴요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2009년 위안화 무역결제제도를 도입했다. 이 규모는 홍콩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해 중국 무역액의 18%까지 확대됐다. 위안화 무역결제 확대로 위안화가 역외로 유출되면서 역외 위안화 금융시장 형성의 기반이 마련됐으며 중국 본토 위안화(CNY) 시장과는 별도로 홍콩을 중심으로 역외 위안화(CNH) 시장이 육성됐다. 현재 홍콩의 위안화 예금은 8600억 위안에 달하고 홍콩 내 딤섬본드는 5000억 위안을 넘는 등 그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중국인민은행은 20개 이상의 중앙은행과 약 2조 5000억 위안에 달하는 통화스와프를 통해 안정적인 위안화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런던 및 프랑크푸르트와 위안화 결제은행 설립에 합의했으며, 세계결제통화 순위에서 위안화는 작년 1월 13위에서 올 2월 스위스프랑에 이어 8위로 상승했다. 중국은 투자 및 수출 위주에서 국내 소비 및 서비스산업 육성 위주의 경제로 전환하고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부채, 과잉투자 등 당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다양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고 금리자유화, 자본시장 개방확대, 위안화 국제화 등의 금융개혁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위안화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욱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신흥시장팀장 [쏙쏙 경제용어] ■은행간 채권시장 중국 채권시장은 크게 장외시장인 은행간 채권시장과 장내시장인 거래소 채권시장으로 구분되며 대부분(94%)의 채권이 은행간 채권시장에서 거래된다. 주요 시장 참가자들은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며 국채, 정책금융채, 회사채 등이 거래된다. 우리나라도 80%가량의 채권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된다. ■딤섬본드(Dim Sum Bond) 중국 본토 이외의 지역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주로 홍콩에서 발행된다. 홍콩의 대표적 음식인 딤섬에서 이름을 따왔다. 2007년 중국개발은행이 처음 발행했으며 초기에는 중국계 및 홍콩 은행만 딤섬본드를 발행했다. 2010년 이후 다른 국가의 은행 및 글로벌 기업도 발행할 수 있다. ■CNY·CNH 둘 다 중국 위안화(RMB)를 의미하나 CNY는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를, CNH는 중국 본토 이외의 지역(주로 홍콩)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를 지칭한다. CNY는 인민은행 고시환율 대비 일일변동폭에 제한이 있으나 CNH는 시장의 수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자유변동환율제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 [글로벌 시대] 철저한 여행안전시스템 구축 시급하다/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철저한 여행안전시스템 구축 시급하다/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되어 등교하던 여고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지 20년 만에 이번에는 바다에서 안산시 단원고 수학여행단 325명을 포함해 총 476명이 탑승했던 세월호가 침몰했다. 극심한 안개 속에서 무리한 급선회로 인해 침몰하는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조난 신고 후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신속한 구조활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은 더 심각한 일이다. 탑승자 중 174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302명은 사망 또는 실종됐으나, 이들을 구출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 등 선박직 선원 15명은 전원 탈출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아직도 고객의 생명은 제쳐 두고 직원 자신들의 안위만 신경 쓰는 기업이 있다니, 이게 과연 21세기형 선진한국의 모습인가 의문이다. 국민들이 종전처럼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애도에서 그치지 않고 크게 분노한 것은 이번 참사를 생생히 지켜보면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신뢰의 붕괴’이다. 앞으로 내 아들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한테 그 안전을 의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은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에 5명 정도의 외국인도 탑승하였고 그중 일부가 실종돼 국제적 뉴스거리가 되면서 한국관광의 국제적 신인도(信認度)도 땅으로 떨어졌을 게다. 또한 최근에 나타난 사고들의 특징을 보면, 국민들의 자유시간 영역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5일 근무제 및 수업제가 정착되고 휴가분산제, 대체휴일제 등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자유시간 제도가 확대되고 있는데, 유독 대형 사고가 즐겁고 행복해야 될 자유시간대에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항공사고, 올 2월 경주 리조트에서의 체육관 붕괴사고, 고속도로 버스대열 운행으로 인한 연쇄 추돌사고 등은 귀책사유도 없는 여행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했던 대표적 사례들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도록 공적 여행안전 서비스를 좀 더 확실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학여행 등 단체여행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교통, 숙박, 음식 등의 핵심 요소에 대한 상시 안전점검이 실시돼야 한다. 더는 침몰, 추락, 추돌 등으로 인해 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또 사고수습과 향후 대책 마련에 있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편의지향적 ‘대충대충형’ 문화도 속히 청산하고 과학적이며 데이터 분석에 입각한 ‘철두철미형’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선장과 항해사의 조종 미숙이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넓게 보면 정부나 기업, 그리고 사회 지도층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상시 안전운행 관리나 재난극복 훈련을 더 철저히 했어야 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은 물론 종사원들의 고객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안전지향적 생활문화와 교육을 강화했어야 했다. 이번 참사를 보고 뼈저리게 느꼈지만, 대형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국민의 자유시간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 그리고 민관협력을 통한 체계적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제 국내 여행 시 ‘여행의 즐거움’에 앞서 ‘여행의 안전’이 더 기본적 가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관광정책 당국과 업계부터 안전 사각지대와 취약요소를 먼저 발본색원하고, 국민의 자유시간이 잘 보호되도록 제도 개선을 주도해야 한다. 더는 국민들의 자유시간에 행복은커녕 슬픔을 주지는 말자.
  • “돌파구 밖에서 찾자”… 우리금융,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돌파구 밖에서 찾자”… 우리금융,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우리금융그룹은 오는 6월까지 인도네시아 현지 자회사인 인도네시아우리은행과 현지 은행인 사우다라은행을 합병하기로 했다. 그룹 민영화 일정이 지연되면서 두 은행의 합병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으나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20일 “당장 민영화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지만 새 주인 찾기와 별개로 새 성장동력 확보는 조금도 소홀히 하거나 멈출 수 없는 과제”라면서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해외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다른 그룹보다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 순익이 그룹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나 된다. 해외시장 공략은 국내 금융권의 공통된 화두다. 하지만 실적은 아직 초라하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은 33개국 148개 해외영업점(지점 62개, 법인 41개, 사무소 45개)을 운영 중이다. 이들 현지점포가 지난해 상반기에 올린 순익은 2억 827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3억 3060만 달러)보다 14.5% 감소했다.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초국적화 지수(총자산과 총수익 등에서 해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을 평균해 산출)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4.8%다. HSBC(2012년 말 기준 64.7%), 씨티(43.7%), 미쓰비시UFJ(28.7%) 등 주요 선진 은행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2012년 지분 33%를 인수한 사우다라은행만 해도 인도네시아 전역에 110여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7억 2700만 달러다. 개인고객 중심이어서 기업고객 중심인 인도네시아우리은행과 합쳐지면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1992년 설립된 인도네시아우리은행의 총자산은 6억 3300만 달러다. 두 은행이 합쳐지면 총자산 13억 달러가 넘는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주식 매매에 대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승인이 늦어져 애를 태웠으나 올해 초 최종 승인이 나면서 합병 절차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정부·기업·개인 등 모든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17개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 영업망도 64개에서 180여개로 껑충 불어난다. 신한은행(68개)을 제치고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거느리게 되는 것이다. 이 회장이 사우다라은행과의 합병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인도네시아 전역을 상대하는 합병은행의 탄생은 국내 은행의 ‘해외 영토전’ 판세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미얀마 등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회장은 “동남아 현지은행을 인수해 합병한다는 것은 관련국 공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면서 “사우다라은행 인수합병(M&A)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해외) 공략대상을 넓혀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액 대출이나 할부금융과 같은 비은행업으로 먼저 시작한 뒤 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진출 전략도 다변화할 방침이다. 최상학 인도네시아우리은행장(법인장)은 “동남아 국가는 은행업이 아직 성숙돼 있지 않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우리은행이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도 현지 은행들은 취급하지 않던 ‘적금’을 선보인 덕분”이라고 전했다. 최 은행장은 “발달된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선진 금융서비스와 현지 수요를 결합시키면 (동남아 진출 시 은행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우리은행이 ‘당일 달러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자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들과 해외 유학생을 둔 부모들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현지에서 달러 송금은 최소 하루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한국 은행들 가운데 가장 먼저 직불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2년 4월 진출한 인도 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끌어내고 있다. 설립 첫해에 총자산 5000만 달러, 영업수익 250만 달러에 불과했던 첸나이지점은 지난해 말 총자산 1억여 달러, 영업수익 400만 달러로 1년 새 두 배 성장했다. 여세를 몰아 뉴델리와 뭄바이 등 인도 전역으로 영업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시작한 베트남 지점(하노이·호찌민)의 법인 전환 작업도 올해 안에 끝낼 작정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 맨 먼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깃발’을 꽂은 곳도 우리은행이다. 2011년 9월 브라질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도 넘보고 있다. 중동은 이미 두바이 지점 개설 작업에 착수했다. 아프리카는 SC·씨티 등 먼저 진출한 선진 은행과 손잡고 ‘코리아 데스크’를 운영 중이다. 임기 안에 중국에서 동남아를 거쳐 중동, 아프리카, 남미로 이어지는 ‘글로벌 벨트’ 밑그림을 완성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포부다. 이 회장은 “2016년까지 아시아 톱10, 글로벌 톱50 은행에 진입한다는 목표가 달성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20년에는 해외영업망 300개 구축이 목표다. 해외 자산과 수익 비중을 지금의 5%에서 15%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낸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전략 시사점’ 보고서에서 “해외 진출의 성패를 가늠 짓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최고경영자(CEO)의 비전”이라면서 “왜 그 나라에 진출하려고 하는지, 어떤 형태로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려 하는지 등에 대한 CEO의 목표가 뚜렷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분양시장 ‘회복세’...관심지역 남양주, ‘호평파라곤’ 잔여세대 분양 중

    분양시장 ‘회복세’...관심지역 남양주, ‘호평파라곤’ 잔여세대 분양 중

    부동산 분양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등 각종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며 적극적인 주택시장 부양에 나서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년동월 대비 주택거래량 및 매매가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맞아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전셋값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있어 세입자들은 전전긍긍인 상태다. 집값을 상회할 수준으로 가격이 뛴 전셋값에 세입자들의 체감경기는 지속적으로 냉랭하다. 전세매물 마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아예 집을 사기로 결심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의 전세대란을 피해 서울 인근지역으로 이주를 결정하고 있다. 수도권 일대 알짜단지들은 서울 전셋값 보다 싼 값에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내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서울 인근지역으로 전입한 인구가 전체 전입 인구 65만 명 중 35만 4천명으로 54.4%로 조사됐다. 남양주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및 인접지역에서 전세 및 매매수요가 유입되면서 거래량이 늘어나고 집값이 부쩍 올랐다”며 “친환경 주거지임에도 불구하고 중대형 아파트 평균 시세가 서울 전셋값 수준이라는 점이 경쟁력이다”고 전했다. 한편 남양주 지역은 전체 행정구역의 절반 이상이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일 정도로 친환경 입지를 자랑한다. 일명 친환경 프리미엄 지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서울과 탁월한 접근성과 우수한 교통망으로 입주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러한 남양주의 호평동에 위치한 ‘호평 파라곤’은 현재 남아 있던 잔여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현재 일부 대형평형대만 남아있다고 전해졌다. 이 아파트는 천마산을 배후로 호만천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명당 입지에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주변이 풍부한 녹지공간으로 둘러싸여 있다. 녹지비율이 48%에 달하는 이곳은 단지 곳곳에 주변 자연지형들과 조화를 이루는 조경시설들이 현대적 감각으로 배치됐으며, 주차시설도 모두 지하로 두어 지상을 공원화했다. 교통여건도 우수하다. 수서~호평 간 도시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강남과 강북으로 이동이 편리하며, 경춘선복선전철 호평 평내역을 이용하면 서울지하철 7호선 상봉역까지 20분 대로 이동할 수 있다. 한편 호평 파라곤은 지하 3층 지상 15~20층, 25개 동, 전용면적 84~281㎡형, 1275가구의 유럽형 대단지로 구성됐다. 주택형 별로는 84㎡형 258가구, 115㎡형 150가구, 127㎡형 118가구, 159㎡형 364가구, 182㎡형 330가구와 테라스하우스 225㎡형 15가구, 281㎡형 40가구 규모다. 분양문의: 031-590-7300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국민안전’ 국정기조 심각한 난맥상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국민안전’ 국정기조 심각한 난맥상

    박근혜 정부가 ‘국민 안전’을 주요 국정목표로 출범했으나 재난에 대한 예측성과 선제적 준비에 대한 부족으로 ‘예기치 않은 사고’에 속수무책 당하면서 ‘국정 지표’가 무색해지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총괄조정 부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개정해 지난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심으로 구축하고 본부장을 맡는 안행부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지휘권을 강화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중대본은 정보 공유 부재와 각 부처 간 혼선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컨트롤타워로서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결국 17일 정홍원 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가 구성됐다. 이는 정부 스스로 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시스템을 부정하는 꼴이 되면서 정부의 국정기조는 심각한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만 놓고 보아도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관 부처가 안행부인지 국토부인지, 그것도 아니면 해수부인지 모호하다. 국정과제 83번인 ‘총체적인 국가 재난관리’는 주관 부처가 안전행정부이고 84번인 ‘항공, 해양 등 교통안전 선진화’ 항목은 주관 부처를 국토교통부로 명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난관리 방향이 정부기관 위주로 돼 있는 반면 실제 인적재난 상당수는 다중이용시설이나 선박, 공장 등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다는 것도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사회가 고도화·첨단화·산업화·도시화되면서 정부 부처가 지원·협력·조정·네트워크(연계)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정부 분위기는 장관들조차 청와대 눈치만 보며 지시만 바라본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 판단이 들어설 자리가 더 좁아진 셈이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정부가 안전을 1~2년 강조한다고 곧바로 안전해지는 건 아닌 만큼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선장을 비롯한 책임자를 처벌하면 모두 해결된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부처를 관장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원칙으로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가 하나 있기 전에는 비슷한 원인을 가진 사고가 29번이 존재했고, 또 그전에는 300번은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이번 여객선 침몰 이전에도 수십 번이나 되는 경미한 사고가 분명히 있었지만 놓쳤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안전과 환경은 규제 완화의 대상이 되선 안 된다”면서 “조그만 사고가 많이 나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보고, 대형 사고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계층 등 5개 부문 갈등 MB정부 때보다 완화”

    한국학술연구원(이사장 박상은)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회 국가대전략회의를 열어 정치선진화, 사회통합, 외교안보통일 등 3개 연구분과별로 박근혜 정부 1년의 국정상황 전반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들을 논의했다. 정치선진화 연구분과 발제자로 참여한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안철수 의원이 자기 스스로 ‘함께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규정했던 민주당과 통합한 것은 정치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뒤로 미뤄둔 채 현실 정치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행태로, 자신이 주장하는 새 정치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통합 분야 발제자로 나선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박근혜 정부 1년차인 2013년까지 4년간 이념, 계층, 자본과 노동, 세대, 지역, 지방과 수도권 등 6개 갈등 항목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 인식을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 들어 이념을 제외한 5개 갈등 항목에 있어서 심각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통일 분과에서 김태환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우리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그리고 잠재적 소셜파워를 적극 활용한 ‘중견국 공공외교 패러다임’을 만들고, 이를 선도함으로써 외교 다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후진적 참사 못 막으면 선진국 진입 요원하다

    참담하다.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는 우리 사회의 후진국형 재난대응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고 발생에서부터 후속 대응, 정부의 조치까지 무엇하나 과거 대형 참사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별반 없다. 참사가 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재난 예방·대응 체제의 개선을 되뇌었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고가 반복됐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무신경한 사회와 무책임한 어른들이 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비통한 일이다. 해양경찰청(해경)은 어제 이번 사고가 ‘무리한 변침(變針)’ 때문에 일어났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항로를 변경하다 뱃머리를 급격히 돌리는 바람에 선상의 화물과 자동차 등이 한쪽으로 쏠렸고 이 때문에 무게중심을 잃었다는 얘기다. 20년이나 된 낡은 선박을 2년 전 일본에서 들여온 뒤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고 무리하게 구조를 변경했고 이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이야 어떻든 수익을 올리면 그만이라는 장삿속에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번 참사 역시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초동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도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선장과 기관사 등은 승객들에게는 ‘제자리를 지키라’고 안내방송을 하고는 제일 먼저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 비상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드는 이유다.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했거나 판단을 잘못했다는 변명은 있을 수 없다. 조타실을 지키며 마지막까지 탈출을 지휘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 선원법상 선장의 임무다. 대다수 실종된 승객들은 안내 방송만 믿고 있다가 앉아서 화를 당했다. 정부 당국과 관련 기관의 대처도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조난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세월호가 절반 이상 가라앉았을 때에야 늑장 출동했고, 초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배가 완전히 침몰한 뒤에야 대규모 구조 장비를 추가 투입했다. 한 술 더 떠 중대본과 해경은 사고 직후 실종자 집계를 두고 오락가락했고, 피해 학교인 안산 단원고를 관할하는 경기교육청은 한때 ‘학생 전원 구조’라고 밝히는 등 우왕좌왕했다. 재난 대응체계가 겉돌고 있는 사이 침몰 여객선에 갇힌 학생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엄마, 배가 반쯤 기울어져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아네(안에) 사람 잇(있)다고 좀 말해줄래’ 등의 긴박한 메시지를 보내며 생사를 넘나드는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무고한 학생들의 희생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최악의 순간에 가동됐어야 할 구명 장비도 먹통이었다. 세월호에는 침몰 시 자동으로 펴지는 25인용 구명뗏목 46개가 실려 있었지만, 정상 가동된 것은 하나뿐이었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의 안전성 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형식적인 장비 점검에 그쳤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여객선이 침몰할 때까지 2시간 20여분 동안 위기의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재난 대응체계는 이처럼 유명무실했다. 한마디로 재난대응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다. 이러고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재난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정작 승객 구조를 도운 이들은 한배를 탄 학생과 시민이었다. 50대 승객은 커튼과 소방호스로 로프를 만들어 20여명의 목숨을 구했고, 단원고 2학년생은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고는 뒤늦게 탈출했다. 20대 선사 여직원은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끝내 고인이 됐다. 이번 참사는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이후 최악의 해양 사고로 기록될 듯하다. 과연 우리 공동체의 재난대응체계는 20년 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정부와 이번 사고 관련 당사자들 모두는 엄중히 자문해 보기 바란다.
  • “안전 관리” 그토록 외치더니… 무기력한 정부

    현 정부 조직개편안의 핵심인 ‘안전관리’가 전남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를 통해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부는 앞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하고 안전관리본부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개정해 안행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재난 대응 총괄·조정기구로 두는 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17일 “D+3시간, 즉 사고 발생 뒤 3시간 이내에 재난 대응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오전 8시 52분 전남소방본부 상황실에 침몰 신고가 최초로 접수됐지만 중대본이 가동된 건 오전 9시 45분이었고, 전남도가 대책본부 상황실을 가동한 건 오전 9시 50분이었다. 또 잠수 구조 인력이 현장에 투입된 건 낮 12시가 지나서였다. 팩스와 전화통화로 이뤄지는 비상 업무 처리는 ‘정부3.0’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현재 중대본은 해경으로부터 팩스로 상황보고서를 받고 있다. 인명 피해 현황 등을 각 중앙부처와 사고 현장의 지방자치단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전산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다면 지난 16일 노출한 현황 집계 과정에서의 혼선은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는 중대본 외에도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규정상 이 본부는 해당 일선 지자체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업무 지원 및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자칫 부처 간 협업이나 일관성 있는 현장 지휘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장은 “중대본에 순환 근무를 배제하고 전문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인 ‘총체적인 국가 재난관리체계 강화’와 ‘항공, 해양 등 교통안전 선진화’ 관련 업무가 안행부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돼 있다”면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와 해양 사고율 10% 저감을 목표로 한 범정부 해상 안전대책 시행이 유기적인 연결 없이 따로 나열만 돼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각 부처별로 역할을 나눠 인명 구조와 수색, 원인 규명, 가족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안행부는 전남도에 사고 수습에 필요한 비용(특별교부세)을 지원하고 현장상황실과 해경청 등에 국·과장급 연락관 39명을 파견했다. 해수부는 선박 인양과 피해 가족 지원 및 보상 등 사후 수습 지원을 맡는다. 해경청은 해상 및 선체 내부 수색 지속, 선체 구난계획 실행, 수사본부 설치 및 합동조사반 구성을 통한 수사를 진행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9) 동물원 폐장과 입장료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9) 동물원 폐장과 입장료

    모름지기 동물원은 조금 시끌벅적해야 제맛이다. 겨울철 우리네 동물원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50일이나 쉬었다. 다행히 벚꽃이 꽃망울을 막 터뜨리기 시작한 4월 4일 재개장해 참 좋았다. 역사적으로 동물원이 문을 닫게 된 경우는 1, 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 탓이다. 6·25전쟁 때는 서울이 포격을 맞아 창경원이 폐장했다. 아프가니스탄 내전 땐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병사 1명이 용기를 뽐내려고 사자 우리에 뛰어들어 격투를 벌이다 중상을 입고 죽자 그 형이 복수심에 불타 수류탄을 터뜨리는 바람에 사자의 두 눈이 실명했는데 담당 사육사는 끝까지 사자를 지켜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1971년 개장한 이라크의 바그다드 동물원은 80만 9371㎡(24만 4835평) 면적에 동물 1000여 마리를 보유했던 곳이다. 2003년 미국과 벌였던 2차 걸프전 때 공습을 받아 35마리만 목숨을 지켰다. 사람들은 식량난 탓에 동물을 잡아먹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꼭 좋은 동물원인 것은 아니다. 1891년 개원한 이집트 카이로 기자 동물원은 한때 세계 최고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는 딴판이다. 자연 서식지와 비슷하게 친환경적으로 조성됐으며 이집트 고유의 야생동물도 400종을 웃돌았지만 2004년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 회원 자격을 잃었다. 연회비를 내지 못한 데다 WAZA 감독자들의 권고 사항을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서울동물원은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고객을 맞았다. 전쟁이 아닌 다음에야 문을 닫는 일이 커다란 사건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러는 동물원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문을 닫는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월요일에 휴장하는 동물원이 숱하다. 주말에 많은 시민이 다녀간 다음 날인 월요일엔 동물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출근해 청소 및 사료 급여, 행동 관찰 등의 기본 업무를 본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 대도시에 있는 대규모 동물원 가운데엔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날 휴장하는 곳도 있다. 겨울철 관람객이 없으면 폐장한 것처럼 을씨년스럽다지만 해외의 경우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 클리블랜드·콜럼버스·브룩필드·털리도·신시내티·브롱크스, 캐나다 토론토·캘거리 동물원은 모두 서울동물원과 비슷한 기후대에 있지만 멋진 실내 전시장을 둔 선진 동물원이다. 실내체육관 같은 거대한 온실에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멋지게 재현함으로써 동물 전시 효과를 극대화한다. 바깥은 영하 15도 이하로 춥고 30㎝의 눈이 쌓였지만 동물원 실내 전시장은 27도를 웃도니 관람객은 금세 반팔 차림으로 바꿔야 한다. 다행히 충남 서천군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이 이런 개념을 살려 스위스 취리히 동물원을 벤치마킹했다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올해로 서울대공원 개원 30주년이다. 우리나라도 멋진 열대우림이나 아시아 정글을 한겨울에도 보여주는 실내 전시관 하나쯤 갖춰야 할 때다. 시설 개선과 관련해 입장료 문제도 떠오른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문화시설 요금과 견줘 현실화해야 한다. 동물원 관계자끼리 만나면 으레 던지는 질문이 있다. 입장료가 얼마인지부터 동물 보유 현황, 직원 수, 연간 입장객에 대한 것이다. 서울동물원의 입장료가 성인 기준 3000원이라고 말하면 방대한 시설에 비해 너무 싸다며 놀란다. 해외 동물원의 입장료는 덴마크 코펜하겐 3만원, 스위스 취리히 2만 6000원, 영국 런던 4만 1000원, 오스트리아 쇤브룬 2만 3000원, 일본 우에노 6000원, 요코하마 6000원, 홋카이도 8000원, 싱가포르 2만 3000원, 미국 호글 1만 2000원, 샌디에이고 4만 6000원, 애니멀킹덤 9만 7000원, 캐나다 토론토 2만 1000원, 캘거리 2만 1000원이다. 물론 모든 동물원이 입장료를 받진 않는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세인트루이스 동물원, 시카고 링컨파크는 무료다. 수익성보다 공익성을 앞세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이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국민에게는 값싸게, 외국 관광객에게는 10배 이상 받기도 한다. 입장료를 올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해외 선진 동물원을 보면서 참 부러웠던 것은 기부문화다. 기업이든 단체든 개인이든 동물원에 여러 형태로 기부하고 참여한다. 정유회사 ‘셸’이나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의 기업이 동물사를 짓는 데 기부하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의 종 보전 활동기금을 내거나 동물원 벤치 또는 가로등을 설치해 준다거나 하는 형태다. 서울동물원과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타이완 타이베이 동물원 자이언트판다 전시관 또한 재벌인 신광그룹이 기부한 것이다. 지난해 7월 6일 위안위안이라는 어미 판다가 출산한 위안짜이라는 새끼 판다의 앙증맞은 모습을 실시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가 하면 기념품점에선 관련 인형이나 사진 등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 vetinseoul@seoul.go.kr
  • [열린세상] 한국의료 현주소 ‘풍요 속의 빈곤’/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한국의료 현주소 ‘풍요 속의 빈곤’/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갑상샘암에 대한 ‘과잉진단‘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갑상샘암을 조기 발견하는 초음파검진기기가 지나치게 많이 보급돼 있다는 것이다. 초음파를 이용한 검사가 선진국들에 비해 저렴하고, 갑상샘암 수술도 의료비의 5%만 본인이 내면 되기 때문에 큰 경제적 부담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임종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논란 이면에는 연명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장비가 충분히 보급돼 있는 의료 환경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한국인 인구당 CT, MRI와 같은 고가 의료장비 보유 대수는 선진국의 두 배 수준이고,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횟수나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도 두 배다. 외국에 체류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낮은 수가로 어느 나라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자원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던 과거의 한국이 아니고, 과도한 의료기기 공급과 저수가가 수요를 창출하여 오히려 과잉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항암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말기 암 환자에게 항암제는 도움을 주기보다 손해를 끼칠 위험이 더 높아 의학적으로 추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임종직전 한 달간 항암제를 사용하는 비율은 미국(9%)의 3배를 넘어 30%를 초과하고 있다. 그러나 야간 응급실이나 신생아 중환자실과 같은 필수의료서비스조차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지역이 있고, 병원에 갈 형편이 되지 못해 가정 간병에 지친 보호자가 환자와 동반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빈도가 높은 곳도 한국이다. 1년 동안 건강보험으로부터 1억원 이상의 진료비 지원을 받는 사람이 1000명을 넘고, 이 중 22억원의 혜택을 받는 환자도 있지만, 집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환자는 거의 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못해 아버지가 간병 부담 때문에 딸의 인공호흡기 전원을 중단하는 비극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계층은 저수가 의료정책 덕분에 과잉에 가까운 혜택을 누리고 있는 반면, 소외된 계층이나 지역에서는 필수의료서비스조차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어 말 그대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의료비 총액이 7.2%에 이르러 의료서비스에 100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소비되고,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 규모도 50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어떤 질환에 걸렸는지, 의료서비스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말기 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1000만원에 달하는 항암제를 쓰겠다고 하면 5%만 부담하면 되지만 호스피스는 이용조차 어렵다. 암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진료비의 95% 할인 혜택을 받고, 4대 중증 질환이 아니면 아무리 심각한 질환이어도 큰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어떤 질환에서는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의료비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다른 질환에서는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조차도 제공되지 않는 의료자원 분배정책이 결정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흔히 비급여 고가 약과 시술을 더 많이 급여화해 주는 것이 의료 보장성 강화의 핵심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보험료를 매년 올리는 명분만 제공할 뿐 소외계층은 여전히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질병치료에 의료비가 아낌없이 투자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건강보험료를 무한정 올릴 수 없고 재원은 언제나 한정돼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쓰일 수 있도록 넘치는 곳을 막아 부족한 곳을 채워주는 공평하고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 [생각나눔] 3㎞ 예방적 살처분… 美·日은 해당 농가만

    [생각나눔] 3㎞ 예방적 살처분… 美·日은 해당 농가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단행되는 광범위한 예방적 살처분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방역 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AI가 발생해도 해당 농가 가금류만 살처분하지만 우리나라는 발생 농가 반경 3㎞ 이내 농가의 가금류에 대해서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사례가 많아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전북도와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AI가 발생할 경우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오염지역), 3㎞(위험지역), 10㎞(경계지역) 등 3단계 방역대를 설정한다. 이는 정부의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 따른 것이다. 방역대 설정과 함께 반경 500m 이내 오염지역에서는 사육 중인 모든 가금류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와 함께 살처분을 실시한다. 반경 3㎞ 이내에 대해서는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살처분을 허용한다. 위험지역의 경우 역학조사 결과 AI가 확산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되면 방역협의회가 예방적 살처분을 결정한다. 반경 10㎞ 경계지역은 방역과 함께 검사를 한 뒤 안전하다고 판단된 가금류에 대해서만 이동을 허용한다. 반면 5차례 AI가 발생한 일본은 발생 농가에 한해 24시간 안에 살처분하고 반경 3㎞ 이내 가금류 농장에 대해 이동 제한을 하고 있다. 미국도 AI가 발생하면 해당 농장만 24시간 안에 살처분하고 2마일(3.2㎞) 반경 위험지역 가금류는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반경 3㎞ 이내 농가에서 사육하는 닭과 오리까지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경우가 많아 살처분 가금류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발생한 AI로 지난달 20일 현재 전국에서 1139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으나 실제로 AI가 발생한 28개 농장의 가금류는 56만 8000마리로 5% 남짓한 실정이다. 발생 농장 반경 500m 이내 살처분이 204만 마리, 3㎞ 이내가 878만 마리로 나타나는 등 예방적 살처분 수량이 95%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AI가 발생하면 선진국과 같이 해당 농장 가금류만 살처분하든지 500m 이내에 대해서만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까지 확대하는 예방적 살처분은 과잉 대응이란 분석이다. 올해의 경우 반경 500m 이내 오염지역만 살처분했다면 살처분 가금류가 18%로 줄어들어 이에 따른 보상금 예산과 행정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양계 농가 들은 AI가 발생하더라도 예방적 살처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방적 살처분을 확대하는 것은 방역 현장 사정과 AI 확산 이유를 잘 모르는 일부 학계의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실제로 지난 1월 28일 전북 정읍시 영원면 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지자체는 당초 3㎞ 이내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하기로 했다가 논란 끝에 2월 7일 살처분 범위를 500m 이내로 축소하고 위험지역에 대해서는 이동 제한 조치만 했는데 AI는 확산되지 않았다. 만약 반경 3㎞ 이내 농장까지 살처분했더라면 이는 과잉 대응이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종환 전북도 축산과장은 “AI 방역 대책은 나라별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닭과 오리 사육 농가가 밀집돼 있어 예방적 살처분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커넥톰 완성되면 뇌·정신활동 수수께끼 풀려요”

    “커넥톰 완성되면 뇌·정신활동 수수께끼 풀려요”

    “‘커넥톰’은 뇌 신경망의 설계도이자 인간 정신의 지도입니다. 게놈 프로젝트 이후 인류 최대의 과제인 커넥톰이 완성되면 뇌와 의식에 감춰진 수수께끼도 풀리게 됩니다.” 재미 물리학자인 승현준(4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자신의 저서 ‘커넥톰, 뇌의 지도’(김영사) 국내 출간에 즈음해 한국을 찾았다. 15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승 교수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뇌 연구 경쟁은 20세기 미국·소련 간 우주 개발 경쟁 못지않게 치열하다”고 운을 뗐다. 하버드대에서 24세에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벨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승 교수는 2010년 TED 강연에 ‘커넥톰’이란 생소한 개념을 소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세계 최고 의학연구기관인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발표한 ‘뇌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 정부들은 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은 인간 뇌 속 100억개 이상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인 커넥톰을 밝히는 프로젝트에 장기적으로 수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의 해법이 커넥톰이란 지도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죠. 뇌 속 뉴런들은 그 연결 형태에 따라 우리의 지각이나 생각에 영향을 끼치고, 연결 체계가 경험에 따라 변형돼 우리가 학습하고 기억하도록 도와줍니다.” 커넥톰 이론이 장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대중 강연을 많이 한 탓에 지난 2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인간 망막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데까지는 연구가 진척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지구촌 800명 새마을운동 종주국 집결

    지구촌 800명 새마을운동 종주국 집결

    20년 전 부족 간 갈등 탓에 수십만명의 무고한 주민들이 숨진 죽음의 땅 르완다에 최근 새마을운동 사업을 통한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무심바를 비롯해 르완다 수도 키갈리 외곽 지역에 있는 마을들을 중심으로 주민 스스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차근차근 진행됐다. 그 결과 버려져 있던 습지와 늪지대가 농토로 개간돼 벼농사가 가능해졌다. 상수도가 놓여 생활용수 공급이 원활해졌고, 마을회관을 새로 지어 주민들끼리 여가 생활을 보내는 일도 많아졌다. 정부가 2009년부터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전파해 온 새마을운동 사업 추진 현황을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공유하고 현지의 새마을운동 정착을 위해 국제협력을 도모하는 국제 행사가 국내에서 처음 열린다. 안전행정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미얀마, 캄보디아, 르완다, 우간다 등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76개국 중 일부 정부 관계자 30여명과 유엔개발계획(UNDP) 및 세계은행 관계자 등 국내외 인사 800여명이 참석하는 ‘제1회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대회’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릴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대회는 세미나(21일), 본 행사(22일), 현장견학(23~24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첫날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리는 세미나 현장에서는 해외 새마을운동 지도자 및 정부 관계자가 현장 경험을 소개한다. 이어 새마을운동을 중심으로 국제개발 협력 방향을 제시하는 ‘지구촌 새마을운동 선언문’이 발표된다. 정태옥 안행부 국장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물량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새마을운동 지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선진국 중심의 기존 공적개발원조(ODA) 개념과 다른 국제협력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날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개도국 빈곤 극복을 위한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설명하고 유엔 차원에서 새마을운동 확산에 힘쓸 것을 약속할 예정이다. 셋째 날 대회 참가자들은 경북, 충청, 전남 지역으로 각각 나뉘어 새마을운동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룬 농촌지역 현장을 방문하고 새마을운동 지도자 간담회 등을 갖는다.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은 지난해 기준으로 몽골, 스리랑카, 네팔 등 17개국에 걸쳐 49개 마을이 시범마을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개도국 41개국 1255명의 인사가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온 것으로 집계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부고]

    ●고진호(동국대 입학처장)진수(테라다인코리아 부사장)진환(MJ코퍼레이션 사장)진석(스터디코드네트웍스 이사)씨 부친상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227-7556 ●김덕기(전 중앙출판사 회장)씨 별세 진우(제이에코텍 사장)씨 부친상 장국현(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사무총장·전 전경련 상무)박인국(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전 유엔 대사)고희봉(C4 대표)씨 장인상 14일 서울대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072-2091 ●윤성우(한국외대 철학과 교수)씨 부친상 15일 경남 고성영락원장례식장, 발인 17일 오전 9시 (055)672-4444 ●전종민(서울시의원)종관(아람코 엔지니어)종원(법무법인 정률 변호사)씨 모친상 유선주(LG전자 차장)씨 시모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20분 (02)3010-2231 ●박준서(한국은행 국제금융선진화팀장)장서(신라호텔 상무)시영(약사)씨 부친상 15일 을지병원, 발인 17일 오전 10시 (02)970-8444 ●박영문(KBS N 감사)씨 장인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410-3151 ●정원기(완도대성병원 원무과장)씨 모친상 강승천(평택 중앙약국 약사)박복수(녹십자랩셀 대표)씨 장모상 15일 완도대성병원, 발인 17일 오전 10시 (061)554-4456
  • [경기 ‘봄의 역설’] 세계경제도 봄은 봄인데… 아직 ‘꽃샘추위’ 예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 지난해 3% 성장한 세계경제가 올해는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 성장률은 지난해 1.3%에서 올해 2.2%로 오르고, 신흥국은 4.7%에서 4.9%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인 일본의 소비세 인상, 신흥국의 대표격인 중국 경기의 둔화 등 복병이 곳곳에 숨어 있다. 구석구석 경제 회복의 온기가 전해지지 않는 것은 세계경제도 마찬가지다. 14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6대 요인은 ▲미국의 출구 전략 ▲신흥국 금융불안 확산 ▲중국 성장 둔화 ▲유럽 장기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사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의 불확실성 등이다. 중국의 3월 수출은 지난해 3월보다 6.6%나 떨어졌다. 시장 예상치인 4.8% 성장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하지만 중국은 유동성 대량 투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16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되지만 시장의 예상은 어둡다. 7.3%로 지난해 4분기(7.7%)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는데, 이 수치가 현실화되면 2009년 1분기(6.6%) 이후 최저다. 그림자 금융, 회사채 부도 등의 위험 요소도 남아 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 재정지출 효과 감소 등으로 완만한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IMF도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4%로 낮췄다. 유럽은 그리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채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 부진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오는 17일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표가 만날 예정이지만 각국의 입장 차이가 크다. 인도네시아 총선과 관련한 정치적 불안이 금융시장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경기 ‘봄의 역설’] 국회·대기업이 ‘손톱 밑 가시’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규제개혁 조치 등 경기를 살리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살림살이가 나아진다고 느끼지 못한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책 효과가 국민들에게 100% 전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경제 분야 중점 법안 52개가 국회에 묶여 있다. 여야 모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지만, 정작 민생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정말로 경제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는지 검증할 필요는 있다”면서 “하지만 정책 효과는 시행된 이후 뒤늦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회에 막혀서 시행되지 못한 정책들이 너무 많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회복의 열매가 일부 수출 대기업에만 돌아가는 점도 문제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477조원으로 3년 전인 2010년 말(331조원)에 비해 43.9% 늘어났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임금도 늘지 않아 내수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투자환경이 나쁘다고 하지만 기업 투자가 경기 활성화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기업의 투자를 반드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7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전·월세 가격 등은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보다 비싸다. 지난달 품목별 물가 상승률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축산물 가격은 3.3%나 올랐고 감자(9.5%), 바나나(6.8%), 생강(9.7%), 피망(4.8%) 등도 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전셋값은 3.0%나 올랐고, 월세 상승률도 1.3%를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 농산물 가격 등이 오르면 체감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농산물 유통구조를 효율화하고 집값이 싼 변두리 지역에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서 전셋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문화재 관리 현주소] (하)전·현 문화재청장이 본 문제점·제언

    [문화재 관리 현주소] (하)전·현 문화재청장이 본 문제점·제언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아랫사람은 다시 업체에 미루더군요.” 지난달까지 숭례문·광화문·경복궁의 복원 실태를 광범위하게 수사한 경찰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직원들이 과연 공복(公僕)인지 의심스러웠다”고 일갈했다. “서너 명의 문화재청 직원이 상주해 업체나 감리사의 주관이 작용할 여지가 없었다”는 숭례문 복원 현장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뢰 혐의가 드러난 공무원 가운데 일부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문화재 복원수리업체인 J사의 현장소장이 수기로 작성한 장부가 혐의를 입증할 거의 유일한 증거물인 탓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3년 넘게 걸리는 공무원 ‘떡값’ 관련 공판에선 대다수 공무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왔다.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누각에서 치솟아 오른 불길은 화재 발생 5시간 만에 굉음을 내며 숭례문을 집어삼켰다. 상징적이나마 국보 1호인 숭례문이 화마에 무너지자 국민 여론은 들끓었다. “유사 이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었다”는 어느 대학교수의 고백처럼 불씨는 순식간에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문화재청 공무원과 문화재위원의 수뢰, 입찰 담합, 문화재 수리 기술자 자격증 대여 등 문제가 불거져 조용한 날이 없었다. 문화재청은 우리 문화 유산을 보존·관리·연구하는 막중한 소임을 지닌 국가 기관이다. 청장 산하에 1관·3국·19개과와 문화재위원회가 있다. 본부기관 외에 서울과 지방에 대학교, 관리소, 연구소, 박물관 등 8곳의 산하기관을 두고 있다. 몸담은 직원만 정규직 890여명을 포함해 1600명에 이른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일관성 있는 정책 수행과 책임을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서울신문은 숭례문이 불탄 2008년을 기점으로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부터 이건무, 최광식, 김찬, 변영섭, 나선화 등 6명의 전·현직 청장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3명은 대학교수, 2명은 학예직, 1명은 행정직 출신이다. 이들은 “무얼 말할 게 있겠냐”며 참담한 심정부터 드러냈다. “3년간의 청장 재임 기간이 너무 힘들어 나중에 회고록이라도 한 줄 써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취임하면 보통 2~3년은 일하는데, 앞선 청장이 잡아 놓은 예산과 사업을 추스르다 보면 어느새 퇴임할 때가 됩니다. 내가 의욕적으로 벌이려던 사업은 다음 청장의 몫이 되는 셈이죠. 개혁을 하려 해도 기존 공무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요. 신상필벌이라지만 징계를 하려면 사무관급 이상은 중앙징계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청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사도 과장급 이하에 불과합니다.” 이건무(67) 전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행정 개혁과 관련한 조언을 부탁하자 답답함부터 토로했다. “청장 한두 명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더라”면서 “미래를 보고 정책을 끌어가야 하는데 물리적 한계 탓에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의 좌표 설정을 하지 못하고 돌려막기에 급급한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전 청장은 또 “문화재청 업무는 굉장히 잡다하고 정치권 민원도 적지 않다”면서 “지역 문화재 보존을 위한 국고 지원 못지않게 지역 개발을 위한 지정해제와 관련,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규제와 연관돼 늘 정치권과 부딪친다”고 하소연했다.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지정 때마다 지역 정치권에서 서로 지역민을 뽑아 달라고 아우성치거나,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놓고 갈등이 불거진 것 등은 지역 이기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언젠가 해코지를 당해 결국 (심의기구인) 문화재위원회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문화재청장의 위상은 이처럼 생각만큼 견고하지 못했다. 기존 공무원 조직의 경직성과 청와대의 인사권, 정치권의 외풍에 흔들려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에 대한 동력을 스스로 찾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 9일 ‘문화재 수리체계 혁신 대책’을 내놓기까지 나선화 현 청장도 좁은 입지 때문에 고충이 적지 않았다. 문화재 수리체계에 한정된 이번 혁신 대책은 수리시험 체계 개선, 수리실명제 도입, 업체의 기술·기능자 의무보유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나 청장은 수리체계 혁신안 발표 이후 타 부처와의 직원 교류와 문화재위원회 개편에 방점을 찍은 조직 혁신안을 후속 방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나 청장은 극심한 반발을 의식해 세부 개편안을 단계적으로 발표할 복안도 갖고 있다. 숭례문 단청 박락에서 비롯된 부실복원 논란과 직원 비리 등이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문화재청과 문화재 행정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전임 청장들은 어느 정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뜻에서 대부분 말을 아꼈다. 유홍준(65·명지대 석좌교수) 전 청장은 “좋은 말을 해야 하는데, 할 말이 없다”고 뭉뚱그렸고, 나 청장의 전임자인 변영섭(63·고려대 교수) 전 청장은 “새 청장이 임명된 지 얼마나 됐다고 내가 누를 끼치면 되느냐”고 했다. 숭례문 화재 당시 청장이었던 유 교수는 그간 “최근 불거진 문제들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짚어 왔다. 변 전 청장은 “문화재만큼은 경제·정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가치 중심으로 가는 철학이 (현장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털어놨다. 이 전 청장은 “문화재청은 조직이 작아 기관 내에서도 인사 교류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다른 기관과의 인적 교류는 기피 인물을 서로 떠넘기는 경향이 강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주무관부터 사무관, 과장까지 특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는 문화재청의 조직 특성도 장애물이다. 이 전 청장은 “싱가포르처럼 조그마한 부정이라도 엄하게 처벌하려는 기강 확립과 윗사람 지시에도 신념을 꺾지 않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며 “그러려면 정치권이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최광식(61·고려대 교수) 전 청장은 “산하 문화재위원회도 전문성 못지않게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며 “문화재청의 위상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교통부처럼 지청을 설립해 최소한 경주와 서울의 문화재라도 직접 관리하도록 해야 체계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숭례문 복원의 ‘속도전’ 논란과 관련해선 “이명박 정부가 아닌 참여정부 때 이미 2012년 말 늦어도 2013년 2월까지 숭례문 복원을 완료하도록 계획이 잡혀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콘텐츠산업실장과 문화재청 차장 등을 거친 김찬 전 청장은 최근 기독교 봉사활동에 매진하며 문화재계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은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현직 청장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문화재 행정의 개혁과 관련, 문화재위원장 출신의 원로학자인 정양모(80)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김정배(74) 전 고려대 총장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관장은 “일본 문화청은 지방 문화재까지 직접 관리한다. 우리 문화재가 소중하고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자산이란 인식을 갖고 문화를 근간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장은 “문화재위원회의 경우 합동분과로 운용의 묘를 살리고, 행정가가 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의 심의기구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현행 문화재 관련 제도는 그 자체로만 봐선 여느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제도를 지키는 사람들의 인식과 수준이 향상돼야 문화재 행정의 후진성을 탈피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청년 해외진출은 정부3.0의 시금석/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부 차관

    [열린세상] 청년 해외진출은 정부3.0의 시금석/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부 차관

    30여년 전 필자가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대학 졸업장은 취직 보증수표였다. 일부 인기학과 학생들은 기업으로부터 입도선매용(?) 장학금을 받는 호사도 누렸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취업준비를 위해 졸업을 1~2년씩 미루고도 취업이 어려우니 미안하고 안쓰럽다. 미취업이 장기화되면 인적자본의 질이 저하되고 결국 국가경쟁력도 추락한다. 취직이 안 되니 결혼이 미뤄지고 저출산 문제도 생긴다. 활기찬 청년정신은 사라지고 사회는 불만 속에 갈등과 급격한 노화가 진행된다. 청년실업은 어느 특정 국가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경제 선진국들이 청년실업으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해법은커녕 문제만 악화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하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매년 2조 원가량을 투입하고 있으나 청년 취업자 수는 2000년 이후 계속 줄어들어 작년에는 1980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베이비부머들의 대량 은퇴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일자리를 단순히 나누거나 공무원 채용 3% 늘리기와 같은 개수 채우기식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규제개선, 투자·창업 활성화, 서비스산업 육성 등 고용잠재력을 높이고 노동수급의 미스매치를 축소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의 해외 진출은 포화상태의 국내 고용, 창업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와서 청년해외취업사업(K-move)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만 머물렀던 일자리의 지평을 세계로 넓히는 동시에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청년들에게 더 큰 세상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대에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2012년 한 해에 해외에서 취업한 청년이 4000명을 넘어섰고 취업분야도 IT, 건설, 서비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해외 진출에 뛰어들기에는 막막한 것도 현실이다. 청년 해외 진출은 개인의 사전준비, 열정, 역량뿐만 아니라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어려운 창업이나 취업을 해외에서 하기란 더욱 어렵다. 반면 지원기관과 정책들이 여기저기 산재돼 있어 선뜻 해외 진출을 실행에 옮기기는 역부족이다. 그러기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3.0의 핵심인 부처 간 벽을 허무는 융합행정이 청년 해외진출 사업에 절실히 요구된다. 첫째, 유관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묶어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자.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청년창업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청년봉사단,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경험 은퇴인력 활용프로그램, 교육부의 외국인 장학생 초청사업, 재외동포재단의 한상 네트워크 등이 연계돼야 한다. 이들 프로그램을 연결한 창업팀을 구성해 현지조사를 지원하고 사업계획을 구체화한 후 전문가 심사와 컨설팅을 거쳐 자금과 기술을 지원한다. 둘째, 각종 지원프로그램과 현지 정보를 수요자 관점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KOICA, 재외동포재단,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물론 해외공관, 무역협회, 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등의 지원프로그램과 현지 채용·창업정보를 연결하는 포털을 구축한다. 셋째, 국내창업과 해외창업의 프로그램 간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창업 경험은 해외에서의 창업에 실패할 가능성을 줄어준다. 글로벌 창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써 국내창업을 활용할 수도 있다. 국내창업단계에서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창업이 이뤄지도록 정보 제공, 공동 지원 등 국내 창업지원기관과 해외 창업지원기관 간 협업을 강화한다. 넷째, 해외 진출사업에 대한 지원확대와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정 성과를 제고해야 한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스펙쌓기용 사업을 축소하고 그 재원을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에 집중한다. 글로벌 시대에 더 많은 청년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세계를 상대로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펼 수 있는 날이 오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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