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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선진화법 개정 힘 받나… 새누리, 의원 152명 찬성 확보

    새누리당이 17일 헌법재판소에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조속한 심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당 소속 의원 160명 가운데 152명(95%)이 서명함에 따라 선진화법 개정 찬성론자 수는 재적의원(298명)의 과반을 달성했다. 새누리당의 단독 개정 움직임에도 동력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 법률지원단장인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안건을 최우선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탄원서를 냈다. 김 의원은 “국정의 발목을 잡은 선진화법이라는 나쁜 유산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국회의 정상화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며 조속한 심리를 촉구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성 판단과 투트랙으로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도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선진화법을 여야 합의로 개정해 의회민주주의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당·청 회동에서도 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탄원서 서명을 통해 선진화법 개정 찬성론이 사실상 당론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도 선진화법 개정에 힘을 더하고 있다. 개정을 위한 강력한 명분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서명하지 않은 의원 8명 가운데 5명은 해외 일정과 구속 수감 등 개인 사정으로 서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 선진화법 개정 반대론자가 ‘입법의 주역’인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김세연·황영철 의원 등 3명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선진화법 개정안도 일반 법률안이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하지만 최대 난관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하는 일이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다수결로 가결되지만, 미합의 시에는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을 위한 재적의원 5분의3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일어나라 한국경제] 산업계 “위기는 기회”… 전자·자동차 등 수출 총력

    [일어나라 한국경제] 산업계 “위기는 기회”… 전자·자동차 등 수출 총력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이 말이 국내 산업계에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다. 밖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치이고 있고 안으로는 예기치 못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때문에 좋아지려던 내수 경기도 다시금 꺾였다. 기업들의 상황은 얼마나 좋지 않을까. 국내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6조 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5.38%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중국, 인도 등에서 경쟁업체와의 경쟁이 심해져 다소 부진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어렵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어든 20조 9428억원, 영업이익은 18.1%가 줄어든 1조 5880억원을 기록했다. 내수 경기를 살펴볼 수 있는 백화점의 실적도 암울하다. 국내 백화점 1위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밖에도 국내 대표 산업인 철강과 조선은 저가 중국산의 공습과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국내 산업계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30대그룹 상장사 인건비·수익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인건비는 2014년 4.9%를 나타냈다. 하지만 1인당 영업이익은 2014년 17.7%, 1인당 매출액은 4.1% 각각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한국경제를 탄탄하게 뒷받침해 줬던 수출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3%를 기록했던 한국의 수출물량 증가율은 올해(1~4월) 2.3%, 수출단가는 9.6% 각각 줄어들며 지난해보다 감소 폭을 더 키웠다. 신현수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은 세계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출 물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 하락 등 수출단가의 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국내 산업계는 어려울 때일수록 분발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광·유통업계는 서로 힘을 합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호텔신라와, 아시아나항공은 롯데호텔과 각각 손잡고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초청 행사를 열기도 했다. 희망의 빛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국내 산업계가 선진국의 경기 회복, 유가 안정에 힘입어 수출은 상반기(-7.6%)보다 개선된 3.2%의 감소를, 생산·내수는 전년 동기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조선 부문 수출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드릴십 등이 인도될 예정이라 상승세가 기대된다. 또 자동차 수출은 소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모델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상반기 감소세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전경련은 건설과 석유화학산업의 호조를 기대했다. 건설산업은 안으로는 재건축 시장의 활성화와 신규 분양이 확대되고 밖으로는 이란과 동남아 지역 중심의 발주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또 석유화학 산업은 저유가 효과와 중국 경기 부양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에 격려가 필요한 요즘이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국내 대표 기업 70여곳은 오늘도 묵묵히 주력 제품을 생산해 내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합병 오늘 결판… 주총 표심 삼성에 유리한 듯

    합병 오늘 결판… 주총 표심 삼성에 유리한 듯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일합을 겨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7일 각각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와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콘퍼런스홀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두 회사 합병계약 승인 안건을 주주 결의에 부친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양 사는 지난 5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날 주총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합병을 마무리한다. 합병이 통과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9월 1일자로 합친다. 합병 후 회사는 삼성의 얼굴인 지주회사가 된다.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 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쓸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를 보유하게 돼 합병 후 회사 1대 주주로 삼성전자 등 그룹에 대한 지배를 강화한다. 양사가 합병하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기존의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2013년부터 진행돼 온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이날도 일간지 등 언론에 표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광고문을 게재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표를 공략하는 데 힘을 모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필수 과제여서 다른 대안을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세는 삼성에 나쁘지 않다. 합병안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주주 참석률이 80%에 달할 것으로 가정할 때 삼성이 주총 합병안 통과를 위해 필요한 최소 지분은 53.3%다. 삼성은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13.82%)과 삼성물산의 ‘백기사’로 나선 KCC(5.96%), 국민연금(11.21%) 이외에도 국내 기관투자가(11.05%) 표심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다. 엘리엇(7.12%)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26.41%)와 소액주주(24.43%) 중 상당수도 삼성에 위임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엘리엇이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항고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KCC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이 1심과 같이 모두 기각돼 우호 여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삼성 측의 시각이다. 엘리엇은 비슷한 성향의 헤지펀드로 알려진 메이슨캐피털(2.2%)을 비롯해 일부 외국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국제의결권자문기관(ISS) 등이 합병 반대 권고를 내린 영향으로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엘리엇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주 참석률을 80%로 가정할 때 부결에 필요한 지분은 26.7%다. 엘리엇 폴 싱어 회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직접 출연해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부당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반대표 결집에 나섰다. 그는 “기업을 적정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도로 반대에 나섰던 것”이라면서 “합병은 주주 표결을 통과해야 성사되기에 (이미 패소한) 법적 사항뿐만 아니라 투표에도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그룹의 엘리엇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도 선진국처럼 경영권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수출 늘어도 성장률 제자리 이유 있었네

    우리 기업들이 100원짜리 상품을 수출해도 국내에서 부가가치로 창출되는 것은 59원밖에 안 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주요 수출 품목의 핵심 부품을 일본 등 선진국에서 사 오고, 조립·가공을 중국 등에서 하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어도 성장률이 제자리에 머무는 이유다. 기업은 신소재 부품을 개발하고 정부는 기업이 국내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이런 내용의 ‘우리나라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13~2014년 2년 연속 사상 최대의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2년 동안 경제성장률은 각각 2.9%, 3.3%에 그쳤다. 국제적인 분업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이 스마트폰을 수출해도 부품은 일본에서, 조립은 중국에서 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 성장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 활동을 더 하도록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높은 진입 장벽 등을 해소해 줘야 한다”면서 “앞으로 금융과 유통, 지식기반 사업 서비스와 제조업 사이의 융합이 커질 것이고 여기서 높은 부가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과감한 규제 철폐와 서비스 분야 개방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일어나라 한국경제] 두산중공업,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글로벌 톱’

    [일어나라 한국경제] 두산중공업,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글로벌 톱’

    두산중공업은 최근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술이란 고효율, 발전설비 소형화 등의 장점이 있는 차세대 발전기술로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상용화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의 발전설비는 고온·고압의 증기로 발전소 터빈을 구동하지만,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술은 에너지효율이 좋은 이산화탄소를 가열해 터빈을 돌린다. 설비 소형화로 건설비용이 적고, 수분으로 인한 터빈 부식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술은 시멘트, 철강 등 버려지기 쉬운 플랜트 발전설비용으로 각광 받는다. 정부도 지난 3월 발표한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에 따라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기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두산중공업은 3월 7000억원 규모의 강릉안인화력발전소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총 2000㎿ 규모로, 1000㎿급 한국형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발전소 2기가 공급될 예정이다. 원자력발전소 1기를 세우는 것과 맞먹는 수준의 대형 설비다. 두산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전전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등과 함께 2008년 해당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미국, 일본 등 일부 선도업체만 보유한 기술을 두산이 독자 모델로 개발하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해졌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당·청 청와대 회동] “민생·경제 위해 코피 흘릴 것”… “어찌 그리 말씀을 잘하시나”

    [당·청 청와대 회동] “민생·경제 위해 코피 흘릴 것”… “어찌 그리 말씀을 잘하시나”

    “대선 때 선거운동 하면서 코피 흘린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도록 하겠습니다.”(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잘하십니까. 하하.”(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16일 청와대 회동에서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원 원내대표가 “당에서 저와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합의로 선출해 주셔서 선거 비용이 남았다”고 하자 박 대통령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원 원내대표가 “그래서 (남은 돈으로) 찰떡을 사서 돌렸다”며 “당·청 간에 찰떡같이 화합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빵빵 터졌다. 대통령이 많이 웃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회동은 오전 10시 56분부터 11시 32분까지 36분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일명 ‘경제활성화복’으로 불리는 빨간색 재킷을 입고 회동에 임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상징색으로 ‘깔맞춤’을 한 것이 회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성의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때도 빨간색 코트를 입었다. 이어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단독 면담이 19분 정도 이어졌다. 대화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김 대표는 회동 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이달 말 미국 방문 계획을 듣고 “아주 잘하셨다. 잘 다녀오시라”는 덕담을 건넸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독대’인 만큼 내밀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을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로 하겠다는 뜻을 전하고, 박 대통령이 국회선진화법의 조속한 개정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관련한 언급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당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는 힐난을 쏟아 냈던 박 대통령은 이날 달라 보였다. 분위기는 3주 만에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얼어붙었던 마음도 녹아내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향후 총선 공천 문제 등을 놓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내재돼 있다. 관심사였던 당·청 간 정례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시론] 인구센서스 D데이/유경준 통계청장

    [시론] 인구센서스 D데이/유경준 통계청장

    올해 11월 1일이 디데이인 통계청의 인구센서스(인구주택총조사)는 오는 24일이면 D-100일이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거행 일자를 표기했던 디데이(D-Day)의 어두 D는 그냥 막연한 날짜인 Day의 약자라고 한다. 군사용어였던 디데이가 이제는 일상용어로 자리잡으면서 지금은 중요한 목표일이란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원래 군사용어여서 그런지 디데이라고 하면 약간은 장엄하고 뭔가 중요한 날이라는 느낌이 든다. 학생들은 수학능력시험일을, 군인들은 전역일을 디데이로 설정하고 날짜를 거꾸로 세면서 기다리기도 한다. 따라서 통계청으로서도 인구센서스 D-100일인 24일이 설레는 날로 다가올 것이다. 올해 인구센서스는 우리나라에서 1925년 인구조사를 시작한 이래 90년 만에 처음으로 전수 방문조사 대신 각 행정기관의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 등의 공공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조사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변경돼 실시된다.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행정자료로 대체되고 대신 인구와 가구, 주택에 대한 상세한 특성을 묻는 표본조사의 규모는 기존 10%에서 20%로 두 배로 늘렸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점과 통계청의 선진 통계작성 역량이 과감하게 선진조사 방식을 도입한 배경이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에서 인구조사를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에 불과하다. 초창기 인구센서스의 조사 방식 변경을 검토할 당시에 학자들이나 일부 공무원도 선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 등록센서스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한국의 상황에 맞는 등록센서스 방법을 연구하는 동시에 고품질의 행정자료가 인구조사에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노력해 왔다. 기준과 대상이 서로 다른 행정자료들을 표준화하고 하나의 등록센서스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데만 4년이 넘게 걸렸다. 등록센서스 도입으로 인한 유무형의 효과도 막대하다. 우선 인구센서스에 소요되는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기존 전 국민이 참여하던 현장조사 대신 표본으로 선정된 20%의 국민만 조사에 참여함에 따라 국민의 조사 응답 부담이 크게 경감됐으며 현장방문조사의 비중이 줄어 국가예산도 1400여억원이나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행정자료를 이용하면 인구·주택 데이터의 중복과 누락을 피할 수 있어 더 정확하고 높은 품질의 통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등록센서스 방식의 장점이다. 또한 행정자료 제공 기관에 등록센서스 결과를 피드백해 행정자료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유능한 정부의 실현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센서스의 결과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와 가구 대상 표본조사를 위한 모집단과 표본틀 역할을 한다. 또한 장래 인구 추계 등 2차 가공통계 작성과 대학, 연구기관, 기업체 등의 연구 및 경영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통계청에서는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2014년 기준으로 750여종의 통계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전체 약 1700만건의 이용건수 중 인구센서스를 기반으로 한 통계가 120여만건을 차지해 단일 종으로 가장 많은 이용률을 기록할 만큼 활용도가 높다. 인구센서스에 응답하는 작은 실천이 본인을 포함해 가족과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행복정책으로, 국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믿고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통계정보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디데이가 가까워질수록 초조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기쁜 마음으로 디데이를 맞이하려면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변경된 조사 방식으로 처음 실시되는 올해 인구센서스가 국민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통계청은 오랜 준비 끝에 도입해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될 이번 인구센서스의 성공을 위해 대국민 홍보, 조사원 모집, 홈페이지 개편, 지자체와의 협업 등 모든 분야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 가고 있다. 전 국민의 응원과 함께 특히 조사 대상으로 선택된 20% 국민의 자발적인 조사 협조를 기대한다.
  • [일어나라 한국경제] K-water, 깐깐한 물관리 기술… WHO도 적용

    [일어나라 한국경제] K-water, 깐깐한 물관리 기술… WHO도 적용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미래 성장동력은 건강한 물 생산과 스마트 물관리 기술이다. 우리 수돗물의 품질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깐깐한 관리를 거쳐 생산된다. K-water의 상수도는 국내 먹는물 수질기준(85개 항목) 외에도 자체적으로 165개 항목을 추가해 수질검사를 거친 뒤 공급한다. 미국(113개 항목), 일본(124개 항목)과 비교해도 검사 항목이 훨씬 다양하고 꼼꼼하다. 수질기준도 상향 조정, 운영한다. 항목별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미국·일본·호주 등 선진국의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품질은 최고 수준인 5스타(star) 등급이다. 정수장에서 생산한 고품질 수돗물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공급하는 ‘건강한 물’ 공급 사업도 중점 투자 대상이다. 낡은 수도관 때문에 생기는 이물질, 염소 처리에 따른 냄새 등을 줄이기 위해 노후관로 교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뭄과 홍수 등 재해를 예방하는 데도 집중 투자한다. 스마트 물관리 기법 수출도 미래 성장동력이다. K-water통합물관리시스템은 물관리 표준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우수한 기술이다. 태국, 알제리, 루마니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은 세계 물관리 전문가들에게 우리의 물관리 경험과 기술을 널리 알리는 데 좋은 기회가 됐다. 물관리 기술과 함께 4대강 사업 추진 경험 수출도 기대된다. 류찬희 기자 chani@seoul.co.kr
  • [일어나라 한국경제] 대한항공, 친환경·무인 항공기·140개 도시… 하늘을 달린다

    [일어나라 한국경제] 대한항공, 친환경·무인 항공기·140개 도시… 하늘을 달린다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도입, 신규 노선 취항을 통한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무인항공기 개발 등으로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항공기를 도입해 창사 50주년인 2019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에어쇼 현장에서 보잉사의 B737MAX-8 기종 50대, 에어버스사의 A321NEO 기종 50대 등 차세대 항공기 100대를 도입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항공기 도입에 투자할 금액은 약 13조원(122억 3000만 달러)이다. 두 항공기는 최신 엔진과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로 기존 동급 항공기보다 15~20%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좌석당 운항 비용과 정비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함께 신규 노선을 취항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도 대폭 강화한다. 올해 중국 4개 노선을 신규 취항해 하늘길을 넓혔고 미주,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2019년까지 운항 도시를 현재 126개에서 140개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무인항공기 체계 개발 사업 등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07년 해안, 산불, 환경 등에 대한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KUS-7 무인항공기 개발에 이어 2009년 군 전술 임무를 수행하는 선진형 무인항공기인 KUS-9를 개발했다. 현재 틸트로터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를 개발해 시장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의사들의 전쟁’

     최근 들어 국내 각급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질병을 치료한다는 고답적인 의료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한 결과다. 즉, 의료가 더 이상 병원이나 지역에서 보수적으로 영향권을 지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개척적 발상이고, 오는 환자만을 치료하는 과거의 진료권 행사 방식을 뛰어넘는 도발적인 시도다. 이런 변화는 의료의 산업화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가까운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가 패퇴한 아픈 기억들을 가진 우리지만, 의료의 해외 진출이 의료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개념의 영토 확장, 시장 확장이라는 점에서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의료 해외진출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의료진이 직접 찾아나섰던 예전의 왕진(往診)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왕진이 아픈 환자만을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였다면, 해외 진출은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의료의 확대이자 동시에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물론, 이런 의료 수출의 배경에는 단기간에 우뚝하게 성장한 우리의 의료, 그리고 그 의료와 연계된 자본이 존재한다. 사실, 자본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거창하다. 왜냐면, 해외 시장을 열겠다고 독하게 맘 먹고 ‘나라 밖의 전쟁터’에 나서는 의료인들이 가진 자본이라는 ‘전쟁비용’은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이나 대기업이 책정한 전략예산처럼 거액이 아니다. 그렇다고 병원이 대는 비용도 아니다. 오로지 의사 개인 돈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각오가 더 비장하고, 그들의 의지가 더 결연하다.  혹자는 “돈 까먹으러 가는 거지”라거나 “돈 많이 벌어놓은 모양이네”라고 쉽게 말하고 마는 의료인들의 그 답 없는 도전, 총성도 없는 살벌한 전쟁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찾아오는 환자는 늘었지만…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는 한국브랜드병의원협회(회장 안건영) 주최로 의료 해외진출과 관련한 의미있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한림대 정왕교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김장욱 분석평가실장의 발표를 보면, 우리가 이 시점에서 왜 ‘의료’라는 상품을 들고 마치 ‘기업가’처럼 해외로 나가야 하는 지를 설득력있게 보여 준다.  먼저, 정왕교 교수의 발표를 보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2년 15만 9464명이던 것이 2013년에는 21만 1218명으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이로 인한 수익은 1030억원이서 3930억원으로 4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들여다 보자.  병원 이용 형태(2013년 기준)별로는, 외래진료가 17만 270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입원 2만 137명, 건강검진 1만 8379명 등이었다. 이들이 이용한 병원으로는, 7만 7738명(36.8%)이 상급종합병원을, 5만 2996명(25.1%)이 종합병원을, 4만 6366명(22.0%)이 의원을, 1만 8638명(8.8%)이 병원을 각각 이용해 이들이 전체의 93% 가량을 차지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활약이다. 규모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해외 환자 유치율이 22.0%라는 건 의사 수 등 규모의 불리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선전’이라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환자들의 국적 분포는 어떨까. 역시 중국이 5만 6075명(26.5%)으로 압도적이다. 이어 미국 3만 2750명(15.5%), 러시아 2만 4026명(11.4%), 일본 1만 6849명(8.0%), 몽골 1만 2034명(5.7%)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베트남 카자흐스탄 캐나다 필리핀 영국 호주 우스베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아랍에미레이트 독일 프랑스 등이 0.4∼1.4%대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를 국가별 증감 추이로 분석해 보면 우리 의료에 대한 각 나라별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2011년 1만 9222명에서 5만 6075명으로 3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고, 러시아는 9650명에서 2만 4026명으로 2.5배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비해 미국 환자는 약간의 증가 수준이었고, 일본 환자는 2만 2491명에서 1만 6849명으로 오히려 상당히 감소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 간단한 분석은 우리 의료의 해외 진출이 어느 곳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답은 중국과 러시아다. 사실, 미국 환자는 속을 들여다 보면 실상과는 약간 다르다. 미국에서 직접 우리나라를 찾는 환자라기보다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나 한국에 체류하는 주한미군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고 보면 중국이 우리의 의료 수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타깃임을 간파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든, 우리나라를 찾아 의료 서비스를 받는 해외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 현상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몇 가지 문제가 남는다. 이처럼 찾아오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으며, 이미 국내 의료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냉정한 평가가 그것이다. 또 인도적·선의적 관점에서도 의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곳을 찾아가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권장할 일이다.  이에 따라 국내 각급 병·의원들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 운영을 시작했는가 하면, 연세의료원·삼성의료원 등 대형 병원과 우리들병원을 비롯한 병·의원들의 해외 진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 김장욱 분석평가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건수는 모두 125건으로, 2013년의 111건 대비 12.6%의 증가 추이를 보였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35건, 동남아 18건, 몽골12건, 중동 5건 등으로 나타났다.  진출 형태도 눈여겨 볼만 하다. 진출 사례 125건 중 단독 진출이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센싱(브랜드) 26건, 프랜차이징 25건, 연락사무소 21건, 합작 10건 등이었다. 나머지는 자선진료소나 위탁경영 등이었다. 특징적인 것은,미국의 경우 단독진출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던데 비해 중국은 라이센싱과 프랜차이징이 각각 11,15건을 차지(단독 진출은 4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 진출한 의료기관의 진료과목에는 우리 의료의 강점과 약점이 함축적으로 투영돼 있다. 피부·성형이 39건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었고, 한방 23건, 치과 13건, 종합 10건, 건강검진 4건 등이었다.    ■‘의료’와 ‘산업’ 사이  문제는 이렇게 물꼬가 트였지만,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이 해외로 진출할 때는 대부분이 산업적 목적을 1차적으로 지향한다. 하지만 국내 의료 관련법에 따르면 의료법인으로서는 원천적으로 해외 진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중국 등지의 광대한 시장으로 노리고 진출하는 대부분의 병의원들은 개인투자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외 시장으로 나갔던 수많은 의료기관들이 패퇴했다. 개인 자격으로는 현지 협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의료행위에 대한 현지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정부의 보호 정책이 거의 없어 시쳇말로 현지 당국과 중간에 개입하는 거간꾼들의 쉬운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중국에 진출했다가 고전 끝에 철수한 한 의료인은 “법과 제도 때문에 인력 파견이나 송금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현지 정보 부재와 자금 등의 문제 때문에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의료법인이 아니라 개인 자격의 해외 진출은 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기 어려워 분쟁 상황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데, 이는 곧 실패를 의미한다”고 털어놨다.  한국브랜드병의원협회 안건영 회장은 “많은 국내 의료기관들이 해외로 나가 시장을 확보하고, 앞선 의료를 통해 국위를 선양할 기회를 갖고 싶어 하지만, 국내 법과 현지 정보부족, 현지 지원체제 부재와 인력수급,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의료법인의 투자 규제 문제를 단시일 내에 전향적으로 풀어낼 수 없다면, 해외에 진출할 경우에만 산업적 기준을 적용하는 등 이원체제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는 규제나 법규정의 측면에서 서로 융합하기 어려운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우리나라는 의료가 수익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진료가 우선이라는 고전적 의료관이 의료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의료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또 현재의 국민건강의료보험 체계도 이같은 공공성을 전제로 구축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 의료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해외에서의 의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병원에 앉아서 찾아오는 환자만 치료하던 고답적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외 진출 논의가 달아오르고, 실제로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의료가 아닌 산업적 관점으로 보아야만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김정욱 분석평가실장이 의료 해외진출의 애로사항으로 제시한 △정보 부족 △현지 네트워크 부재 △법과 제도 미비 △인력수급의 어려움 △자금 조달체계의 부재 등은 뒤집어 말하면 우리 의료기관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기본 요소 중에서 의료인들의 의지 말고는 갖춰진 게 거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태라면 ‘수출’로 표현되는 고부가 의료산업의 해외 진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많았지만, 성공 사례가 손으로 꼽을 만큼 희귀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수많은 제약과 규제의 벽을 넘어 현재 중국 정부가 비준한 유일한 한중 합작병원으로 자리 잡은 상하이 서울리거성형미용병원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상하이 서울리거성형미용병원의 도전  상하이 중심가 동방명주와 월드금융센터, 상하이센터가 한눈에 보이는 황푸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료수출협회가 공인한 의료수출 제1호 병원이다. 중국 철도 시설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한 연건평 2000여 평의 이 병원은 한국 의료기관이 아니라 의료인 개인의 중국 진출이라는 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3년여에 걸쳐 현지 규제기준 이상의 인력과 시설을 갖췄다. 반도체 공장 수준의 무균 시스템병원에다 심장 격인 수술실은 천재지변에 대비한 비상 동력 공급장치을 설치했으며, 최근 급신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을 감안해 최고 수준의 스파 치료시설도 마련했다. 이 병원의 목표는 간단하다. 중국 최고의 글로벌 미용성형 병원을 만들어 최고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앞선 의료시스템과 잘 훈련된 의료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피부과, 성형외과, 모발이식 등으로 중국 현지 의료의 ‘거대한 틈새’를 공략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이곳에서 치료받고 있는 한 중국인 환자는 “중국에서 가장 발전했다는 상하이에서도 지금까지 정도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는 어려웠다”면서 “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 앞선 성형 및 피부 관련 의료서비스를 한국인 의사로부터 제공받는다는 점 뿐 아니라 중국 의료의 수준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리거병원이 중국에서 주목할 성공을 거둔 것은 철저한 현지화 결과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홍성범 병원장은 중국 현지화의 관건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들었다. “이곳에서 중국을 단순한 시장으로만 보려고 하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부가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고, 성실하게 진료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 “현지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 자본 등에서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정착할 때까지는 물론 안정된 후에도 철저한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리거병원의 현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홍성범 병원장은 “한국의 의료라고 해서 당장 중국 환자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면서 “중국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기보다 중국의 의료 발전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현지 의사들을 교육하는 등의 접근도 중요한 현지화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리거병원은 한국의료수출협회로부터 ‘국제 성형외과 의사교육센터’로 공인받아 중국 의사들을 교육하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 의료기관의 중국 진출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안지에로펌 이수철 변호사는 “의료 수출의 전제조건은 철저한 현지 분석과 대응, 그리고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는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정부의 금융지원은 물론 국내에서는 당장 현실화가 어려운 영리병원 문제에 대한 보완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제도 보완이 없으면 문화적·지리적으로 우리와 이질감이 적고, 시장이 큰 중국에서도 다른 경쟁국에 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  홍성범 병원장은 “법적 명의가 중국 측에 있어 권리 행사가 극히 제한적인 원내원(院內院) 방식이나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는 기술제휴 컨설팅 방식이 아니라 서울리거병원은 투자자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합작병원 방식으로 중국에서 입지를 다졌다”면서 “이를 성공이라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성공으로 가는 한 과정일 뿐이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적은 현장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13년에 한 조사기관이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시스템 해외 진출 현황 및 전망’조사 결과, 특별법 제정 등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무려 49.8%에 달했다. 또 전문기관과 전문가 육성을 통한 지원이 45.4%, 전문 펀드 조성 등 금융 지원방안 마련이 33.8%에 이르렀다. 정부간 보건의료 협력외교(29.7%), 해외진출 병원에 대한 별도의 평가 및 인증절차 마련(23.1%)도 중요한 대책으로 꼽혔다.  사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국내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현안이다. 경제력의 격차가 의료 격차로 나타나는데 대한 국민적 거부감 때문이다. 여기에다 영리병원을 허용해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보는 집단이 민간보험사일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꼽힌다. 영리병원의 비싼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부유층은 사보험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 사보험은 배를 불리는 반면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또 사회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자본이 대거 병원 경영에 유입되는데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있는 한 영리병원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필자는 지금도 국내에서의 영리병원 허용에 반대한다. 논리는 이렇다. 같은 감기 환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데, A 병원의 진료비는 1000원이고 B 병원의 진료비를 5000원이다. 이는 진료 수준이나 치료 방식, 약제의 차이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진료 외적 서비스에서 발생한 차별이라고 보는 게 옳다. 가뜩이나 양극화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의료를 두고 이런 불평등이 현실화한다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보 가입자가 속속 사보험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발생하는 건강보험 체계의 붕괴는 국민보건 차원에서 볼 때 재앙이다. 국내외 민간 보험사들이 영리병원 허용에 목을 매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 때문에 의료 수출까지 막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의료와 산업이라는 두 측면에서 볼 때, 국내 의료인력과 시설은 이미 포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적절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의료에너지를 투입할 합리적인 용처가 필요하다. 의료수출을 통해 의료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다른 관점은, 의료를 적극적으로 산업화해 국부 창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 우리 의료는 임상 분야에 지나치게 치중해 왔다. 당장은 진료의 질과 양이 일정 수준 확대되는 효과를 보였으나, 기초연구를 통한 의료 수준의 향상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의료 신기술은 물론 의료와 밀접한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도 비효율성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의료 수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의료의 산업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관련 법령의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결국 의료의 낙후와 건강보험 수급체계의 왜곡, 의료수익의 투자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개원의 원장 집에서 발견된 거액의 현금 다발은, 투자 등 선순환 체계로 끌어들이지 못한 의료수익이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에 터를 닦은 서울리거병원이 실패하면 적어도 의료 분야에 있어 중국은 더 이상 한국 의료의 이상향이 될 수 없게 된다”는 홍성범 원장의 비장함이 상징하는 한국 의료의 현실이 더 이상 의료선진화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번 두드려보고 마는 식이 아니라 실효성있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국민적 합의를 끌어 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야심 만만한 우리 의료인들이 ‘의료’라는 무기를 들고 해외로 나가 전쟁을 벌이는 판에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어서는 되는 일이 아니다.  jeshim@seoul.co.kr
  • 아리랑, 프랑스 아비뇽 녹이리

    아리랑, 프랑스 아비뇽 녹이리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지난 15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청 앞마당에서 때아닌 아리랑 노랫가락이 울려 퍼졌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리허설을 하는 청소년들의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더운 날씨 탓에 여학생들의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 삼복더위에 이렇게 공연을 하는 이들은 바로 광진구립청소년합창단.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리는 연극제에 거리공연을 나서기 전 리허설 무대를 진행한 것이다. 광진구 관계자는 16일 “청소년합창단원 20명이 ‘독도의 꿈 아리랑’이란 주제로 아비뇽에서 경복궁 타령과 아리랑 모음곡, 줄넘기 놀이 등 우리 전통춤과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광진청소년합창단이 멀리 프랑스까지 거리공연을 떠나는 이유는 우리 문화를 알리고 또 세계 각국의 공연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다. 구 관계자는 “일종의 문화사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사절단이란 자부심 때문인지 학생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대원여고 1학년 윤지원양은 “지난 4월부터 일주일에 13시간씩 열심히 연습했다”면서 “세계 각국의 전문 예술인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최선을 다해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오겠다”고 말했다. 광남중학교 3학년 김태한군은 “해외에 나가는 게 처음이라 약간 떨린다”면서 “단순히 공연에 그치지 않고 한국 청소년들의 끼와 열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준비도 철저하게 진행된다. 구립합창단은 18일 오후 4시 30분 나루아트센터, 19일 오후 4시 30분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옆 분수광장에서 거리공연을 할 예정이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올해 처음 광진구립청소년합창단이 해외로 나가 음악을 통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 우리 문화를 알리고, 선진문화도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구는 매년 청소년들에게 세계적인 문화공연 참여 기회를 마련해 경험과 추억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와우! 과학] 태양광·전기 비행기 알프스를 넘다

    [와우! 과학] 태양광·전기 비행기 알프스를 넘다

    전기 자동차나 전기·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아직은 비용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지만, 배터리 및 제반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국제적인 온실가스 규제 노력이 더해지면서 이는 시대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기 비행기는 실험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아무리 배터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저장 밀도에서 화석 연료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무게와 항속 거리에 민감한 항공기에서 사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기에 도전하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여기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국가 기관도 있고 에어버스 같은 거대 다국적 항공 기업도 있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규모 벤처들도 있다. 이 중에서 독일의 PC-Aero는 후자에 속한다. 이 회사가 내놓은 '일렉트라 원 솔라'(Elektra One Solar)는 전기·태양광 하이브리드 방식의 초경량 비행기다. 일렉트라 원 솔라는 폭 8.6m의 날개와 무게 180kg 불과한 초경량 비행기로 1인승이다. 날개에는 280개의 태양전지가 탑재되어 내장된 배터리와 함께 동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순수한 전기 비행기보다 항속 거리가 훨씬 길며 솔라 임펄스 같은 24시간 항속 태양광 비행기에 비해서 크기가 작고 현실적인 초경량 비행기다. 지난 6월 25일 독일에서 이륙한 일렉트라 원 솔라는 오스트리아의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산(Grossglockner)을 넘어 알프스 산맥을 비행했다. 이후 이 비행기는 다시 고도 3,000m 이상의 높이로 190km를 비행해 귀환했다. 이 전기 태양광 비행기는 최적의 조건에서 5시간을 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00km 정도이다. 11.5-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이 있으며 필요한 전력의 30%는 날개에 있는 태양 전지에서 얻기 때문에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최대 비행 거리는 500km 정도로 다른 초경량 비행기보다 뒤지지 않는 성능이다. 그 성능은 알프스 산맥 왕복으로 어느 정도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조사 측은 보다 큰 크기의 전기 태양광 비행기를 제작하려고 하고 있다. 2인승 이상의 경비행기 시장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배터리와 태양 전지의 조합을 통해서 현실적인 전기 비행기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한편 에어버스 같은 대기업도 에어버스 E 팬 같은 상용화를 목표로 한 전기 비행기를 개발 중이다. 에어버스 E 팬은 최근 영국해협을 건너면서 성능을 과시했다. 이와 같은 노력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하늘을 나는 전기 비행기를 실제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재계 인맥 대해부 (5부)업종별 기업&기업인 종근당] 한국 제약사 최초 자체 연구소… 토종기업 첫 3번째 신약 눈앞

    [재계 인맥 대해부 (5부)업종별 기업&기업인 종근당] 한국 제약사 최초 자체 연구소… 토종기업 첫 3번째 신약 눈앞

    “흔히들 기업은 경영자의 분신이라고 한다. 종근당(鐘根堂)이라고 사명에 내 이름을 붙인 것은 도매업을 할 때 쌓은 작고 순수한 내 개인의 신용을 토대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1969년부터는 다시 한글로 사명을 바꿔 종근당이라는 기업의 성공을 위해 부단히 도전하고 응전해 왔다. 1941년 5월 7일 창업 이래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 오면서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부단히 힘써 왔다.” 1979년 2월 26일 종근당의 제24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창업주 고(故) 이종근 사장이 회장으로 추대되고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한 말이다. 지난해 544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출액 기준 제약업계 6위를 기록한 종근당은 고촌(高村) 이종근 창업주의 신념으로 만들어진 역사가 오래된 기업이다. 이 창업주는 1919년 11월 1일 충남 당진시 고대면 성산리 작동마을에서 아버지 고 이택기씨, 어머니 고 신택순씨의 5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이 창업주가 제약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34년 봄이었다. 그는 서울 종로3가에 있던 4년제 화광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해 졸업한 뒤 한동안 이종사촌 형이 운영하는 동춘당약방에 나가 일을 도왔다. 이때 처음으로 약이 무엇이고 약국이 뭘 하는 곳인지 알게 됐다. 이런 경험으로 이 창업주는 1941년 5월 7일 아현동 282-3에 ‘궁본약방’(宮本藥房)이라는 약방을 열었다. 그는 도매상에서 약을 구입해 자전거 짐받이에 싣고 서울 외곽과 지방을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약을 팔았다. 하지만 일제시대 당시 일본이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소규모 업자들을 통폐합하면서 궁본약방은 문을 닫았다. 이 창업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광복 후 그는 1946년 4월 1일 마포구 아현동 85에서 40㎡의 1층짜리 가게를 얻어 ‘종근당약국’(鐘根堂藥局)이라는 간판을 걸고 다시 시작했다. 이때도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약을 팔았다. 그러나 1948년 당시 인플레이션으로 약값이 두 차례나 인상되면서 판매가 어려워졌고 그때 인상되지 않은 값으로 활명수를 공급하겠다는 사람이 이 창업주를 찾아왔다. 이 창업주는 그 사람을 통해 활명수를 구입해 공급했으나 활명수가 가짜 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때 그는 약을 사서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믿을 수 있는 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광복 이후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 이 창업주는 종근당약국이 들어선 건물 2층에 대광화학연구소라는 제약회사를 설립하고 바셀린에 다이아진 분말을 혼합해 튜브에 넣은 ‘다이아졸연고’를 종근당 최초의 제조약으로 출시했다. 6·25 전쟁 이후 피란을 갔다 서울로 돌아온 이 창업주는 1956년 1월 당시 자본금 500만환(약 3454만원)을 가지고 종근당제약사를 정식 법인으로 해 새 출발했다. 이어 이 창업주는 원료의약품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봤고 1963년 6월 신도림동 부지를 매입해 국내 최초의 합성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1965년 10월 종근당은 국내 수요가 가장 많으면서도 종근당이 가장 먼저 수입했던 클로람페니콜을 합성하게 됐다. 1970년대는 종근당의 자신감이 하늘로 치솟은 시기다. 해외의 선진 제약회사들과 기술 및 제품 제휴를 추진한 데 이어 1972년 5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소를 신설했다. 이어 1980년대는 종근당이 현재의 충정로 종근당빌딩을 완공하며 연구에 좀 더 박차를 가하던 때다. 회사가 성장해도 이 창업주는 어렵게 자랐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지 않았다. 그는 1973년 사재 2000만원을 털어 종근당고촌재단을 설립했고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12월 5일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종근당고촌재단은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국내 제약업계에서 최대 규모인 6730명에게 358억원의 장학금 등을 지원했다. 1993년 2월 7일 74세로 타계한 이 창업주는 1941년 3월 23살 때 3살 아래인 경기 수원 출신의 김옥란(2014년 작고)씨를 중매로 만나 결혼해 2남 3녀를 뒀다. 이 창업주의 5남매 가운데 셋째이자 장남인 이장한(63) 회장은 종근당을 20년 넘게 이끌어 오고 있다. 그는 부인 정재정(52)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뒀다. 3남매는 모두 종근당 관련 지분을 조금씩 가지고 있으며 현재 해외 유학 중이다. 이 창업주의 막내이자 차남인 이덕한(57)씨는 중견 제약회사인 메디카코리아의 회장이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에머리대, 조지아주립대, 일본 와세다대 상학부에서 공부한 뒤 1996년 7월 동일신약을 인수했고 메디카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이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이종문(87) 암벡스벤처그룹 회장은 한때 종근당 전무까지 지냈지만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 신화를 쓴 인물로 유명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당·정·청 소통 민생 마라톤 계속 뛰겠다”

    “당·정·청 소통 민생 마라톤 계속 뛰겠다”

    새누리당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에게는 최근 불협화음이 있었던 당·정·청 관계를 복원하고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꽉 막힌 대야 협상을 원만하게 이끌어 가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생 공약을 개발해야 하는 책임도 원내지도부의 몫이다.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건만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원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정·청 소통의 정상화를 통해 민생 마라톤을 계속 뛰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원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직에 합의 추대된 소감을 말해 달라. -당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마음이 무겁다. 당내 화합과 당·정·청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가뭄 이후 서민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하루빨리 민생 안정을 이루고 경제를 살려내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당·청 관계는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인가. -당·청은 기본적으로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당·청은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공동 운명체로 소통과 협력의 관계다. 당·청 간에 불협화음이 있으면 국민들이 불안해진다. 고위 당정회의나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끊임없이 정책을 만들고 국정 과제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가도록 도울 예정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 평가하자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려운 시기에 원내대표로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 처리도 당의 총의에 따라 처리했고, 국무총리 인준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그 점에 대해선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당·청 소통 관계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김무성 대표에 대해 평가한다면. 향후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김 대표는 지금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셨고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견인하는 데 큰일을 하셨다. 원내대표로서 당연히 당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김 대표가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도) 실시 주장을 했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나. -오픈프라이머리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해당 지역의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사람이 후보로 결정되는 절차를 내포하고 있는 공천 방법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미 당론으로 추인된 상황이다. 야당도 우리의 이런 정치 발전을 위한 선택에 같이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 →내년 총선을 위한 민생 공약 개발은 어떻게 해 나갈 생각인가. -정책위의장 시절에 끊임없이 민생, 서민 중심의 정책을 발표하고 만들어 왔다. 도시가스요금과 전기요금, 가계 통신비를 인하했다. 또 서민 대출도 확대했다. 이런 민생 위주의 서민 정책 드라이브를 계속 걸어 왔다.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서 첫 번째로 얘기한 것도 민생 원내대표가 돼서 민생 마라톤을 뛰겠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구체화시키는 데 앞장서는 원내대표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여야 협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제 원내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제일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찾아뵙고 추경의 신속한 처리를 말씀드렸다. 추경의 신속한 처리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시는데 내용과 관련해서는 조금 이견을 보이셨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는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은가. -잘 맞는다. 경기도 출신 4선 의원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평소에도 의정활동을 같이 해 온 분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한다면 대야 협상도 잘 풀릴 것으로 본다. →원내지도부 조합은 잘된 것으로 보나. -일단 기본적으로 능력 위주로 인선이 됐고, 지역을 안배한 거다. 김정훈(부산 남갑) 정책위의장과 조원진(대구 달서병) 원내수석부대표의 조합은 능력과 지역을 적절히 안배한 좋은 사례다. 수도권과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아주 잘 맞지 않은가.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1인분 삼겹살·등심 ‘반반팩’… 싱글족 히트 상품

    1인분 삼겹살·등심 ‘반반팩’… 싱글족 히트 상품

    서울에 사는 싱글남 차모(35)씨는 매일 저녁 끼니가 걱정이다. 퇴근하고 혼자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기가 일쑤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걸치면 좋겠지만 혼자 고깃집에 가기는 창피하다. 결혼한 친구들을 불러내자니 제수씨 눈치가 보인다. 퇴근길에 또 동네 편의점을 찾았다. 그런데 냉장고를 살피던 중 못 보던 삼겹살이 눈에 띄었다. 1인분(200g)씩 포장돼 혼자 먹기에 딱이다. 옆에 있는 목살 1인분까지 산 차씨는 오랜만에 남부럽지 않은 저녁 식사를 즐겼다. ●삼겹살 100g 3400원… 물류비 탓 200원 비싸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반반팩’이 인기다. 반반팩은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1~2인분(200~400g)씩 소포장한 상품이다. 농협은 15일 ‘칼 없는 정육점’의 지난달 총매출이 1억 8600만원으로 1년 새 5.5배 늘었다고 밝혔다. ‘칼 없는 정육점’은 동네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고기를 팔 수 있는 무인 정육 유통 시스템이다. 고기를 잘라줄 사람도,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다. 1.5㎡ 좁은 공간에 냉장 진열장이나 냉장고 한 대만 들여놓으면 된다. 이 칼 없는 정육점의 최대 히트상품이 바로 반반팩이다. 가격은 일반 정육점보다 다소 비싸다. 소량 공급이어서 포장비와 물류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삼겹살의 경우 100g당 3400원 수준으로 정육점보다 200원가량 비싸다. 한만구 농협 칼 없는 정육점 팀장은 “고기는 통상 1근(600g) 단위로 파는데 1~2인 가구는 한 번에 다 먹지 못해 남은 고기를 냉동실에 넣어야 한다”면서 “얼리면 고기맛이 떨어져서 신선한 고기를 먹기 원하는 싱글족과 핵가족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삼겹살+목살’ 혹은 ‘삼겹살+항정살’처럼 각기 다른 돼지고기 부위를 반반씩 담은 반반팩도 있다. 축산식품업체 선진의 ‘선진포크 반반팩’이 대표적이다. 칼 없는 정육점에서는 삼계탕, 곰탕, 꼬리곰탕 등 육가공 제품도 판다. 전국에 350여개 칼 없는 정육점이 있다. 농협은 내년에 4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사육 줄어 올 추석 한우 1등급 구경 힘들 듯 한편 올 추석에는 1등급 한우를 구경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우 사육 마릿수가 계속 줄어서 추석(9월 27일)에 시장에 나올 한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20% 줄어들 전망이다. 물량이 달리다 보니 8~9월 한우 1등급 평균 도매가격은 ㎏당 1만 7000~1만 9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예측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육아 천국’ 스웨덴·독일서 찾아보는 우리 보육의 미래

    ‘육아 천국’ 스웨덴·독일서 찾아보는 우리 보육의 미래

    교사 1명이 맡고 있는 아이들은 15명,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대한민국의 보육교사 대다수는 일한 만큼의 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악영향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과 자질 향상이 보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열쇠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보육은 보육교사에게만 전적으로 맡긴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복지 선진국일수록 보육은 부모와 교사, 직장, 사회, 국가 모두가 관심을 기울인다. 16일 밤 11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특집 다큐 ‘함께하는 보육, 함께 키우는 미래’에서는 ‘보육천국’ 스웨덴과 독일에서 우리 보육의 미래 모습을 찾아본다. 스웨덴은 자녀 한 명당 480일에 이르는 육아휴직 제도가 보육을 떠받친다. 특히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보편화돼 한 손엔 유모차, 한 손엔 커피를 든 아빠인 ‘라테파파’들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 부모가 언제든지 어린이집에 찾아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열린 어린이집’ 시스템이 정착됐다.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보육시스템을 자랑하는 독일은 다양한 보육 실험을 진행 중이다. 양로원과 어린이집을 결합해 노인과 아이가 함께 어울리도록 하는가 하면,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놀도록 하는 ‘숲어린이집’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우리 어린이집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모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는 어린이집, 직장 어린이집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체 등을 통해 우리나라 보육의 미래를 내다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주목받는 반려동물 시장, 통계가 없다/김진석 노트펫 대표

    [열린세상] 주목받는 반려동물 시장, 통계가 없다/김진석 노트펫 대표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몇몇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분명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시장을 정확히 읽어낼 만한 통계가 없다는 점이다. 당국과 관련업계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꼴, 가구별로는 20% 가까이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아직 반려동물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의 55~65%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내에서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1~2인 가구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선진국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실제 수많은 펫 박람회나 지방자치단체 주관의 반려동물 축제 현장은 늘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행사의 규모와 내용도 해가 갈수록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때문에 최근 10년 새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던 아웃도어 시장의 바통을 반려동물 시장이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마저 흘러나온다. 그러나 반려동물 시장이 생명·의료·교육·문화산업으로서 올곧게 발전, 성장하려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앞서 관련법과 통계 시스템의 정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통계라는 나침반이 없이 먼 길을 나선다는 것은, 자칫 길을 잃고 제자리만 맴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전체 반려동물 시장규모를 2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오는 2020년에는 6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그 규모를 배 이상 높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양쪽 모두 근거를 뒷받침할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초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의 추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례로 반려동물 사료업계의 경우 전체는 물론 개별회사의 매출규모도 확인이 어렵다. 공식적이고,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자료가 없는 탓이다. 용품업계도 다양한 분야가 있으나,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의 소자본 회사들이 많아 큰 틀의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동물치료와 교육·훈련분야도 정도의 차이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개별분야의 데이터가 취약하다 보니 전체적인 통계는 추정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앞서 당국이 추정한 현재의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국내 라면시장이나 도시락시장의 규모와 엇비슷하다. 적절한 비교는 아닐지라도, 반려동물 시장의 크기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산업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미약하다. 경제적 관점에서, 어느 분야든 태동기를 거쳐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기초통계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바른 정책의 수립은 물론, 선택적 투자와 산업의 미래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말이다. 미국과 일본의 체계적인 관련 통계를 접할 때면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생각뿐이다. 물론 이들 나라의 인구나 시장의 크기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통계는 그러나 시장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도 통계에 대해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보여주지 않는 비키니와 같다”며 그 한계성을 피력한 바 있지만, 그래도 통계의 필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동물보호법 제4조에는 “국가는 동물의 적정한 보호·관리를 위해 5년마다 동물복지종합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 초 발표된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는 반려동물의 기초통계 확보를 위해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때 반려동물 관련항목이 조사에 포함되도록 통계청과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요즘같이 급변하는 세상, 5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지 않을까. 정책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앞서가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변화된 환경만큼은 뒷받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려동물시장의 산업화를 위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플(Pet+People)을 염두에 둔 복지정책을 위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초통계의 확보가 절실하다.
  • 설탕 열량의 5% ‘살 덜 찌는 감미료’ 美 수출

    CJ제일제당이 칼로리를 획기적으로 낮춘 감미료 ‘알룰로스’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콜라나 주스 등에 들어가는 액상과당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어서 탄산음료 소비 대국인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알룰로스는 건포도나 무화과, 밀 등에 미량 존재하는 당 성분이다. 칼로리가 1g당 0~0.2㎉로, 설탕(1g당 4㎉)의 5%에 불과하다. CJ제일제당은 알룰로스를 설탕 등과 혼합해 식품에 첨가하면 살이 덜 찌고 자연스러운 단맛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장점에도 대량생산이 어려워 상용화가 미뤄져 왔다. CJ제일제당은 2007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화학적 공법 대신 효소를 활용해 알룰로스를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품 등록까지 마친 CJ제일제당은 미국의 기능성 소재 전문 유통업체인 앤더슨글로벌그룹(AGG)과 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북미 지역에 알룰로스를 수출한다. 일부 선진국이 당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세계적인 음료회사 펩시가 다이어트콜라에 아스파탐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미를 중심으로 액상과당과 인공 감미료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연간 2조원 규모의 북미 감미료 시장에서 알룰로스 판로를 개척한 뒤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업체가 2011년 내놓은 가루 형태의 감미료인 자일로스와 타가토스는 각각 체내 설탕 흡수를 낮추고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유럽시장에서 설탕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교통안전 행복두배]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들어본 실태와 대책

    [교통안전 행복두배] 여형구 국토부 2차관에게 들어본 실태와 대책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집중적인 단속, 교통시설 개선 효과가 사상자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다. 고의적인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인 보복운전, 음주운전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과 교통안전공단은 주요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리고 지역별 교통안전 취약점을 찾아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6회에 걸쳐 싣는다. 14일 여형구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만나 교통안전 실태와 대책에 대해 먼저 들어봤다. →최근 보복운전이 사회문제로 번졌다. -보복운전은 일반 교통사고와 다르다. 실수나 부주의에 따른 일반 교통사고가 아니다. 엄청난 사고를 불러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저지르는 고의성 있는 범죄행위다. 국토부도 보복운전에 대한 위험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지만 운전자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 경찰의 단속이 지속되지 않으면 근절되지 않는다. 보복운전에 대한 언론의 집중 조명과 경찰의 집중 단속이 시작된 만큼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의미 있는 한 해였다. 1978년 이후 최초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4000명대로 낮아졌다. 4000명대가 적다는 얘기가 아니다. 마(魔)의 5000명대를 깨는 데 37년이나 걸렸다. 1970년대에는 자동차등록대수가 50만대를 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 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630명이 감소했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빠른 감소율을 보였다. 올해 목표는 450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활동을 펼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교통안전은 인적요인, 도로요인, 자동차요인이 함께 개선될 때 가능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에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이 적극 참여하고 언론이 적극 나서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한 덕분이다. 졸음쉼터를 늘리고 생활도로구역(주택가 주변도로 30㎞/h 제한) 확대로 도로 안전성을 개선한 것도 주효했다. 속도제한장치 설치 의무화 등 자동차 안전기준 강화도 대형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아직도 교통안전의식 수준은 선진국의 꼴지 수준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OECD 평균은 1.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배가 넘는 2.4명으로 OECD 32개 회원국 중 31위이다. →교통안전의식 수준, 특히 안전띠 착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안전띠 착용률은 교통안전의식 수준의 바로미터다. 우리나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2%에 불과하다. 독일(97%)이나 영국(89%), 미국(74%)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모든 자리에서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입법예고됐다.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위한 생명벨트라는 생각으로 착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또한 중요하다. 고령 인구비율은 12.2%(2013년 기준)인데,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38%를 차지한다.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4500명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고가 많은 고령자 등 보행사고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노인보호구역(Silver Zone)의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속 단속장비, 과속방지턱 등 안전시설을 늘리고 있다. 고령 보행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을 중심으로 노인보호구역도 확대 중이다. 생활도로구역을 전면 확대하고, 국도 내 마을 인접 구간에 빌리지존(Village Zone)을 지정해 속도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의 안전 준수도 강화해야 하지 않나. -교통안전 제도를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도록 운전자 주의 의무를 강화할 방침이다. 고령 운전자의 인지, 신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성검사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사업용 자동차의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뒷좌석에 안전띠 경고장치 장착 의무화를 제도화하고,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유도하고 있다. 사고발생 시 자동차 스스로 사고정보를 전송토록 하는 시스템 연구를 시작하고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 시범사업도 추진할 것이다. 사업용자동차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5.8%에 불과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체의 18.1%를 차지한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비사업용보다 4배 높다. 안전점검을 내실 있게 운영, 개선 권고에 그치고 있고 실제 권고 사항의 이행 여부까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개선하려고 한다. →사업용 자동차 사고는 무엇보다 인적 요인이 크지 않은가. -사망 사고 등 중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수종사자에 대한 안전체험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다. 운수업체에 운전자 고용 시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통안전 체험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중대 교통사고 유발자는 교통안전체험교육(8시간)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이수에 따른 제재 수단이 없어 제도 운영에 따른 실효성 확보에 한계가 따른다. →디지털 운행기록만 제대로 분석, 활용해도 운행 행태가 개선되지 않을까. -버스나 택시는 디지털 운행기록기를 모두 달고 운행한다. 화물차는 98% 정도 달렸다. 문제는 분석 능력이다. 현재 하루 20만~30만대의 기록기를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50만~60만대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 100% 분석이 가능하다. 6개월마다 이뤄지는 자동차 검사 때 운행기록기를 분석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첨단 미래교통시장이 뜨고 있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 아닌가. -선진국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의 뛰어난 기술을 활용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2009년부터 첨단안전자동차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뿐만 아니라 교통안전공단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의 공공기관, 학계(서울대학교), 자동차제작사(현대모비스) 등 ‘정부-학계-산업계’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자율주행자동차, 자동차안정성제어장치, 자동비상제동장치, 차선유지지원장치 등을 시연했다. 첨단 안전장치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효과는 자동비상제동장치 20%, 차선유지지원장치 15% 등으로 우수하다. 이들 장치 장착을 점차 의무화할 방침이다. →교통안전, 계도로만 가능할까.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 수가 상반기에 19% 감소했다. 졸음운전 위험성 홍보가 주효했다. 하지만 점검과 단속도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2010년 서울 행당동 CNG버스 내압용기 파열사고 이후 공단의 철저한 사전 검사로 단 한 건의 파열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안전을 위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전점검 결과 공단 검사 불합격률은 19%이고, 민간 검사기관 불합격률은 9%다. 공단이 깐깐하게 검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단이 출장 서비스를 늘려 시행하도록 했다. 철저한 검사와 함께 실효성 있는 단속도 계속돼야 한다. 교통사고를 분석, 맞춤형 단속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교통안전 당부사항은.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은 기본이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안전띠 착용은 행복을 지키는 습관이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3배 높다. 6세 미만의 자녀들은 안전띠를 착용하고 카시트에 앉혀야 한다. 운전 중 DMB 시청이나 휴대전화 사용은 운전자의 시각적 분산을 가져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글 사진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국회선진화법 반드시 개정해야”

    “국회선진화법 반드시 개정해야”

    새누리당 김정훈(58) 신임 정책위의장은 14일 “국회선진화법은 사실상 만장일치법이다.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율사 출신인 김 의장은 17~19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갑에 출마해 내리 3선을 했다. 김무성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이 비상”이라며 김 의장을 적극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와 김 의장은 한양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김 의장은 의정활동 기간 공보담당 원내부대표(현 원내대변인)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원회 선임부의장 등을 거치는 등 풍부한 원내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18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을 때 ‘명품 수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정무위원장을 맡아 2년간 단 한 차례도 상임위 파행이 없었을 정도로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옛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으로 지금은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나 계파색이 옅다는 게 중론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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