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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우스님, 혜능대사의 ‘육조단경’ 강설집 출간

    고우스님, 혜능대사의 ‘육조단경’ 강설집 출간

    ‘중국 선불교의 완성자’로 통하는 혜능(慧能·638~713) 대사의 법문집 ‘육조단경’(六祖壇經)을 조계종 원로 의원 고우(왼쪽·76)스님이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혜능 대사 열반 1300주기 기일(7일)에 맞춰 나온 ‘고우 스님 강설 육조단경’(오른쪽·조계종출판사 펴냄)이 그것. 동아시아 선불교의 뿌리인 혜능 대사와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의 만남으로 불교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혜능 스님은 인도에서 건너간 달마(達磨) 스님으로부터 시작된 중국 선불교의 육조(六祖). 오조(五祖) 홍인(弘忍·601-675) 스님으로부터 법을 이어받아 설법한 내용을 정리한 게 ‘육조단경’이다. 이 ‘육조단경’은 선종의 종지(宗旨)와 정견을 강조하는 선 수행 지침서로, 부처님 제자 어록 중 유일하게 ‘경’(經)이란 명칭이 붙는다. 불교의 핵심을 쉬운 말로 정확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평생 혹독한 수행으로 일관한 성철 스님이 참선 수행자들에게 책을 보지 말라면서도 직접 번역한 책으로 유명하다. 이번 강설서는 고우 스님이 2004∼2005년 스님·재가자를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묶은 것. 고우 스님은 당시 성철 스님이 번역한 ‘돈황본 육조단경’을 33개의 장으로 구분해 강의했다. 강의 내용을 정리한 뒤 보완·수정하는 작업에만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고우 스님의 이 육조단경은 ‘육조단경’의 전체 내용을 ‘중도’(中道) 사상으로 풀이한 게 특징. 고우 스님이 ‘모든 불교 수행은 결국 중도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수행의 요체이기도 하다. 스님의 지론 그대로 책은 ‘선의 바른 안목’과 ‘일상생활에서 행복찾기’를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내 본 모습은 없는데도 ‘나’라는 게 있는 것으로 착각해 살며, 그 때문에 고통받고, 대립·투쟁하게 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부처님과 혜능 스님이 깨달은 중도 진리를 알면 진보·보수며 남북 관계 등 모든 대립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그 해설집을 놓고 고우 스님은 “어려운 논리 경전과 체질화된 생활의 중간쯤 되는 법문집”이라고 한다. 고우 스님은 조계종의 현대적 수행 풍토를 다졌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대표적 선지식이다. 경북 김천 청암사 수도암으로 출가한 뒤 향곡, 성철, 서옹, 서암 선사에게 두루 참문하며 평생 참선의 길을 걸어왔다. 2007년 조계종 원로 의원에 추대됐고 지금은 봉화 문수산 금봉암에 주석하며 간화선의 생활화에 힘쓰고 있다. 2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SK측 “김준홍 자백은 본인의 이익 위해 사실 감춰” 재판부 “자백이 ‘증거의 왕’…가볍게 여기지 말라”

    거액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 최태원(53) 회장 형제에 대한 마지막 항소심 공판에서는 김준홍(48)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자백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3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20차 공판에서 SK그룹 최재원(50)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김 전 대표와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공모한 범행”이라면서 “최 부회장은 500억원 송금 사실에 대한 개괄적인 지시를 했을 뿐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 검찰의 모든 공소 사실을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 역시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펀드출자금 선지급 횡령에 동의하고 선지급했다는 혐의의 증거는 김 전 대표의 진술뿐”이라면서 “우리의 판단으로는 김 전 대표가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자백하고 있지만 일부에 대해서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증거 중의 왕은 자백이라고 했다”며 “자백이 허위인지에 대한 신빙성 여부는 법원이 관심을 가질 일이라고 하더라도 김 전 대표는 99% 자백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면서 “다른 증거와의 관련성을 비교할 때 변호인이 그런 식으로 가볍게 허위 자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의 흐름은 ‘자연의 법칙’과 같다”면서 “비가 온 뒤에 해가 나오면 무지개가 뜰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추측이 아니라 자연 법칙”이라고 덧붙였다. 항소심 공판이 끝나고 선고 공판만 남았지만 재판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타이완에서 체포된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가 항소심 공판 내내 쟁점이 됐지만 결국 김 전 고문의 증언 없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일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예비적 공소 사실도 김 전 고문이 분명한 핵심이기 때문에 김 전 고문을 통한 실체 규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 간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이미 제출한 만큼 증인 심문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재판부는 27일 오후 2시 선고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원심 형량인 징역 4년보다 높은 징역 6년을, 최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내가 용산의 한석봉…4일 휘호 대회

    ‘제8회 용산 휘호 대회’가 4일 오후 2시 서울 이태원동 용산아트홀에서 열린다. 용산구가 전통문화 계승 발전 및 지역 문화 육성을 위해 용산문화원과 함께 개최하는 것으로 용산 구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초등 1부(1~3학년), 초등 2부(4~6학년), 중·고등부, 일반부(대학생 포함)로 나눠 열린다. 참가부문은 한글, 한문, 문인화이며 창작 작품이어야 한다. 작품 규격은 4절지(70㎝ X35㎝), 2절지(135㎝ X35㎝), 2절지(70㎝ X70㎝) 3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1인 1점 제출을 원칙으로 하며 화선지는 현장에서 배부한다. 붓, 벼루, 먹, 연적, 연습지 등 준비물은 참가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공정한 진행을 위해 교재 등은 반입이 금지된다. 대회가 끝나면 오는 10일부터 심사가 진행된다. 심사위원은 총 3명으로 용산 서예협회 소속 1명과 용산 이외 지역에서 2명을 위촉해 공정하게 심사한다. 심사 결과는 13일 용산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며 27일 문화원 대강당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성장현 구청장은 “우리의 전통문화 계승에 앞장서고 주민을 위한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세한 문의는 용산구 문화체육과(02-2199-7245).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0)도심재개발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0)도심재개발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1월 22일 내무부 연두 순시를 마치고 장관실에서 (정일권) 국회의장, (김종필) 국무총리, (김현옥) 내무장관 등과 함께 점심을 했다. 식사를 마친 박 대통령은 정부청사 14층 장관실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도렴동·적선동·내자동·내수동·당주동·체부동으로 연결되는 일대에 빽빽하게 들어선 한옥 밀집 지대가 눈 아래 펼쳐져 있었다. 박 대통령은 한옥 지대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런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장차 무슨 큰일을 하겠느냐. 빨리 재개발을 추진해서 어떤 외국의 수도에도 손색이 없도록 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약간 격한 어조였다고 한다. 지시는 그날로 (장예준) 건설부 장관과 (양택식) 서울시장에게 전달됐다.”(손정목의 ‘서울도시계획이야기’)1970년대 초 서울 도심은 낮고 낡았다. 5층 이상의 드문드문 있을 정도였다. 제1차 서울 도심부 재개발이 촉발된 요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 꿈’이 실현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진 지 8개월 만인 1973년 9월 6일 소공동, 서대문, 무교·다동, 을지로1가, 장교동, 도렴동, 적선동, 동대문, 태평로2가, 남창동, 서린동 등이 재개발지구로 전격 고시됐다. 이후 80년대 중순까지 20층 안팎의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라 스카이라인을 올려놓게 된다. 재개발되기 전 무교동과 다동은 환락가였다. 1976년 무교동 일대에는 최고의 나이트클럽 코파카바나를 비롯한 230개의 유흥업소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무교동과 다동, 서린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청계천로를 20m에서 50m로 넓히는 과정에서 유흥업소 64개가 헐리고 대형 오피스빌딩이 신축되면서 차츰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한창 전성기 때에는 지금의 강남 유흥가를 방불케 했다. 소설가 이병주, 시인 구상 같은 문인들이 애용했던 서린여관은 1973년 20층짜리 서린호텔로 바뀌었다. 서린호텔도 재개발이라는 시대의 트렌드를 비켜 갈 수 없었고, 1992년 지금의 청계 11이라는 오피스빌딩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통기타 가수의 산실 세시봉이 있던 스타더스트호텔 자리에는 SK서린빌딩, 한국개발리스 등이 들어서 흥청망청하던 이 동네의 옛 영화를 짐작할 수도 없게 한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 세입 상인의 격렬한 저항을 무릅쓰고 진행된 재개발에 따라 의주로 지구에 호암아트홀(JTBC), 삼도빌딩(에이스타워)이 들어섰고, 무교다동지구에는 프레스센터와 코오롱빌딩(더 익스체인지 서울), 을지로1가에는 삼성화재빌딩·두산빌딩(하나은행 본점)이 지어졌다. 을지로2가에는 내외빌딩·중소기업은행본점·한화본사, 도렴지구에는 변호사회관(광화문 변호사회관)·로얄빌딩이, 적선지구에는 적선현대빌딩·현대상선빌딩(노스게이트빌딩) 등이 자리 잡았다. 중소 상인들을 몰아내고 삼성, 현대, SK, 롯데, 두산, 한화 등 대기업에 도심을 상납하는 형태로 귀결됐다. 대통령의 머릿속에 도심 재개발의 필요성을 절감시킨 계기는 약간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10월 31일 미국 제36대 린던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전쟁 참전 7개국 정상회담을 마치고 방한했다. 환영 행사에 학생 100만명, 시민 155만명, 공무원 20만명 등 모두 275만명을 동원한다는 어마어마한 계획이 세워졌다. 정부는 방한 당일 학교, 은행, 회사, 관공서의 임시 휴무를 결정했다. 서울 시민이 350만명이던 시대에 200만명 이상이 김포공항~한강대교~용산~시청 앞 연도에서 미국 대통령 일행을 환영한 것이다. 행사장인 시청 앞 광장에는 30만명의 시민, 학생이 대기했다. 한국전쟁을 치른 나라, 베트남전쟁으로 부흥의 기회를 잡은 나라 서울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실황중계는 35분간 이어졌는데 존슨 대통령의 연설 13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카메라는 시청 건너편 ‘추잡하기 이를 데 없는’ 화교촌(플라자호텔 자리)과 남창동·회현동의 판잣집과 창녀촌을 비췄다. 서울 도심의 슬럼가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방송을 본 재미교포 10만명이 난리가 났다. 부끄러워 못살겠다는 탄원서가 쏟아졌다. 박 대통령은 이때 도심 재개발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화교 집단촌인 소공동에서 도심 재개발의 막이 올랐다. 1882년부터 서울에 들어온 화교는 1894년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고 일본과 다툰 청일전쟁 이전까지 3000명 넘게 거주했다. 1910년 519가구 1828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조금씩 늘었다. 1970년에는 서울 거주 전체 외국인 1만 463명 중 8262명이 중국인이었다. 대부분 소공동에 모여 살았다. 화교회관 건립 등 아이디어가 속출했지만, 사업은 3년 이상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감정가 평당 30만원 정도의 땅을 현금 107만원을 주고 몽땅 사들인 것은 한국화약(한화) 창업주 김종희였다. 화교가 서울 한복판 차이나타운에서 내쫓기는 세계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1978년 그 자리를 병풍처럼 가리는 프라자호텔이 준공됐다. 서울 도심 재개발사업 제1호였다. 오늘날 한화금융프라자 등 북창동 한화타운 형성의 기반이 됐다. 관망하던 대기업들이 뒤질세라 재개발 전선에 뛰어들었다. 삼성생명이 태평로2가 일대의 토지를 소리 나지 않게 사들였고, 1976년 지하 4층 지상 26층짜리 삼성 본관이 건립됐다. 이어 1984년 동방생명(삼성생명) 빌딩이 완공됐다. 광화문 교보빌딩이 1984년, 남대문시장 서쪽 입구 대한화재해상보험이 1980년 속속 들어섰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는 1980년대 초반 도심부 재개발에 또 한 번의 공간혁명을 몰고 왔다. 서울은 인구 900만명의 메트로폴리스답지 않게 시가지는 초라했다. 1982년 마포로, 태평로, 종로, 을지로, 한강로 등 주요 간선도로변 42개 지구와 종로·중구의 도심지구 등 모두 95개 지구가 재개발촉진지구로 지정돼 고도제한이 풀리고 호텔, 백화점, 극장 등 대규모 위락시설의 신축이 허용됐다. 김포공항~여의도~마포로~서소문~시청까지 속칭 ‘귀빈로’가 상전벽해를 이뤘다. 유행가 속 ‘마포종점’은 증권·금융오피스빌딩 벨트로 변했다. 서울시가 1989년 펴낸 ‘도심재개발사업 연혁지’에 따르면 당시 사업이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126개 지구의 시행 주체는 80% 이상이 대기업이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삼성본관, 삼성생명, 종로타워, 중앙일보사, 삼성화재 등 6건이었다. 현대와 옛 대우, 코오롱, 롯데가 각 3건을 기록했다. 관철동 삼일빌딩에서 청계천 길 건너 을지로와 청계고가 3·1로에 접하는 을지로2가와 장교동·수하동 일대에는 180개의 건물에 인쇄소 519개, 식당 71개 등 모두 830개의 가게가 빼곡한 인쇄소 골목을 이루고 있었다. 1987년 프렝탕백화점, 한화그룹 본사, 중소기업은행 본점 등 3개 건물이 준공돼 정리됐다. 서울역 앞 양동 재개발은 옛 대우그룹의 몫이었다. 남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양동은 슬럼가의 대명사였다. 60년대 말 대우센터빌딩(서울 스퀘어)에 이어 1979년 힐튼호텔이 들어서면서 서울역 앞의 풍경을 바꿨다. 1994년 CJ빌딩 등의 신축으로 양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 3차 도심 재개발은 이명박 시장 때인 2004년 8월 도심 고도제한이 기존 고도제한선인 낙산(92m)보다 낮은 90m에서 20m 더 높은 최고 110m까지 풀리면서 지구별로 추진된 것이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세종로 서쪽 내수동과 사직동 일대에 풍림 스페이스본 등 4000여 가구의 주상복합이 쏟아졌고, 신문로에도 금호아시아나빌딩과 흥국생명빌딩 등이 우뚝 솟았다. 수하동 일대에서는 미래에셋의 센터원 쌍둥이빌딩이 교보빌딩보다 더 큰 덩치를 자랑하게 됐으며, 동국제강 사옥인 28층짜리 페럼빌딩도 이에 못지 않다. 2008년부터 100m가 넘는 25층 안팎의 대형 빌딩 신축 붐이 불붙은 곳은 청진·도렴지구·세종로 지구다. 교보빌딩 바로 뒤에 대림산업의 D타워, KT 광화문 사옥 뒤편에 KT 신사옥 올레 플렉스, 옛 한일관 자리에 GS 그랑 서울, 신문로 초입 옛 금강제화 자리에 미래에셋이 디럭스급 포시즌호텔을 경쟁적으로 짓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 도면을 보면 이들 빌딩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1호선 종각역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흙만 파면 유적과 유구가 쏟아지는 서울 600년의 핵심 지역인데도 그 누구도 훼손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옛 서울 보전이나 복원은 안중에도 없다. 서울시가 추진 중이던 청계천 지천 백운동천(白雲洞川)이나 중학천(中學川) 물줄기의 완전 복원도 물 건너간 셈이다. 이들 빌딩 아래를 흐르는 백운동천은 인왕산에서 청계천을 거쳐 한강으로, 중학천은 북악에서 발원해 청계천으로 모였다가 한강으로 흘러가는 한강의 35개 지천 중 하나다. 좋든 싫든 이들 빌딩이 완공되는 2014년 이후 서울 도심은 또 한 번 개벽할 전망이다. joo@seoul.co.kr
  • [금융산업 미래 성장엔진을 찾아라] (2) 신한금융지주

    [금융산업 미래 성장엔진을 찾아라] (2) 신한금융지주

    올 상반기 금융권 전반의 실적 하락 와중에도 신한금융지주는 유일하게 순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신한금융의 다음 목표는 국내의 한계를 깨고 나아가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미래성장동력으로 ▲따뜻한 금융 ▲브랜드 가치 ▲스마트 금융 ▲글로벌 시장 ▲은퇴 시장 등이 꼽힌다. ‘따뜻한 금융’은 한동우 회장이 2011년 취임하면서 줄기차게 강조해온 것이다.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나아가 고객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과 효율성만 추구해온 금융권에 사회의 시선이 냉담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것을 반성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주회사에 ‘따뜻한금융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계열사에 ‘따뜻한금융추진단’을 만들었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영세기업에 잔금의 60%까지 선지급을 하거나 입찰 시 이행보증서를 면제해 주는 것도 상생 방안의 일부다.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금융교실은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어린이 금융체험 교실은 지난해 6월부터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위해 광화문에 ‘금융교육센터’를 열 계획이다. 또한 ‘신한 해피실버 금융교실’을 열어 전국 80여개 복지관에서 6500여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세무, 노후 재테크에 대해 강의했다. 아직까지 금융업에서 브랜드를 따지는 고객은 많지 않다. 어느 금융사를 가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브랜드 가치가 미래 성장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상품이나 점포 수로 호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스스로 브랜드에 따라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한금융은 ‘가장 존경받는 브랜드’, ‘제일 일하고 싶은 회사’를 세부 과제로 정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스마트금융은 금융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신용카드사는 지금까지 대금 결제를 주로 해왔지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론 금리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체크카드 비중 증대 등 환경 변화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앱카드를 출시해 카드 발급 수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스마트폰 앱인 ‘스마트 월렛(지갑)’을 업그레이드해 내놓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수익이 악화되면서 최근 지점 숫자를 많이 줄이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새로운 채널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채널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새로운 형태의 대면 영업 방식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다. 신한금융은 현재 15개국에 70개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 위주로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 일본, 중국 등 핵심시장에서는 현지법인 체계를 갖추고 현지화 노력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중형은행인 메트로익스프레스 은행의 지분을 인수하고 올 4월 미얀마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과 아랍에미리트연합, 오만, 바레인 등 중동지역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에 비해 진출이 쉽고 시너지 창출을 할 수 있는 비은행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이미 베트남 지역에서 카드, 금융투자, 자산운용 등 사업을 시작하고 있으며 미얀마와 카자흐스탄에 같은 사업을 추진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퇴시장도 신한금융의 주요 관심사다. 신한은행은 올 6월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7조 6000억원으로 3년째 은행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6000억원으로 증권사 중 4위다.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퇴직연금 컨설팅지원센터’를 운영,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퇴시장 리서치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개인별 맞춤 은퇴 설계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법원, SK측 김원홍 증인 신청 기각…변호인 “핵심증인도 없이 재판하나”

    법원, SK측 김원홍 증인 신청 기각…변호인 “핵심증인도 없이 재판하나”

    SK그룹 총수 형제 횡령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핵심 인물인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검찰에 범행동기 등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다.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는 27일 변론재개 결정에 따라 연 공판에서 “타이완에서 체포된 김 전 고문이 당장 내일 한국으로 들어온다 하더라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면서 “이미 최태원(53) SK그룹 회장 측에서 제출한 녹음파일에 김 전 고문의 입장이 자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별도의 증언은 필요없다”고 변호인 측의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김 전 고문을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했지만 김 전 고문의 국내 송환을 기다릴 경우 최 회장의 구속기한이 만료돼 보석으로 석방해야 하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선고공판은 예정대로 다음 달 13일 열릴 전망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김 전 고문의 진술만이 범죄에 대한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준홍(47) 전 베넥스 대표의 진술도 간접증거에 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선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은 “펀드투자를 지시한 것은 사실이나 펀드 선지급금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김 전 고문을 범행의 핵심 인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450억원 횡령과 관련한 공소사실 중 범행동기와 경위를 내일(28일)까지 변경해 달라”고 권고했다. 공소장 내용을 김 전 고문의 투자권유를 받고 SK계열사 자금이 조달되도록 했다는 내용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기존 공소장에는 ‘투자위탁금 혹은 기존 채무 유지에 필요한 금융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고 돼있다. 재판부는 29일 다시 공판을 열기로 해 검찰이 28일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 바로 다음 날 이를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재판부의 권고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먹통 코레일’ 올해도 추석기차표 예매 대란

    올해도 추석 기차표를 구하기 위한 ‘예매 대란’이 반복됐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 27일 오전 6시부터 마감 시간인 오전 9시까지 110만명을 웃도는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코레일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됐다. 코레일 측은 서버를 늘리고 웹 가속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경부선과 충북선, 경북선, 대구선, 경전선, 동해남부선의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가 진행된 이날 오전에는 예매 시작 50분 만에 코레일 홈페이지 동시 접속자가 111만여명을 기록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오전 6시 직후 한꺼번에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한때 원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예매가 끝난 뒤에는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귀성객들이 고속버스 예약 시스템인 ‘코버스’로 몰리면서 오전 9시 50분쯤에는 코버스 사이트도 접속 마비 현상이 나타났다.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일어난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민현우(33)씨는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 열차 예매가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 편도 티켓도 구하지 못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변경된 코레일 홈페이지의 예약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코레일 측은 지난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한꺼번에 접속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홈페이지 입장 순서대로 대기번호를 주고 차례로 접속이 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또 대기자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해 한 사람이 승차권 예약 요청을 두 번 이상 하지 못하도록 했다. 원하는 행선지와 시간대의 기차표를 예매하려 할 때 두 번 이상 해당 표가 매진이면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 대기번호를 다시 받고 시작해야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예매를 요청할 때 원하는 기차의 남은 좌석 수 조회 버튼을 누르면 ‘많음’과 ‘적음’ ‘없음’으로 나올 뿐 정확한 잔여석 조회가 안 돼 두 번의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린 시민이 적지 않았다. 트위터 아이디 ‘super*****’은 “대기해서 접속했으면 표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면서 “마치 내 순서가 돌아오니까 역무원이 밥 먹으러 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9일에는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경춘선의 추석 기차표 온라인 예매가 진행된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정기국회 전? 대통령 해외순방 전? 추석 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며 26일째 원내외 병행 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의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김한길 대표의 단식농성을 포함한 강력한 장외투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는 온건파 간 기류 차이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며 자신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간 5자회담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민주당 내 복잡한 사정이 더욱 잘 드러났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사실상 5자회담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더 이상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으로 비쳐져서는 곤란하다는 온건론이 조금씩 목소리를 키워 가는 상황이다. 실제 당내 대화론자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회담 성사를 위해 청와대 측 인사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의 이견도 상당히 좁혀졌었다고 일부 인사들이 전했다. 양측은 3자든 5자든 회동이 끝난 뒤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비공개 양자회담 가능성에 ‘희망’을 걸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민생 관련 법안 통과가 무엇보다 시급한 청와내와 장외투쟁의 동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민주당 모두 ‘대화’의 필요성이 극대화됐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막판에 틀어졌다. 하지만 회동이 양측에 여전히 절실하다는 점은 추가적인 접촉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정기국회 일정이 촉박하다. 민주당으로선 안팎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정기국회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것이 부담이다. 박 대통령이 다음 달 4일부터 러시아와 베트남을 연쇄 방문하는 순방외교에 나서는 상황도 민주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청와대로서도 민주당의 협조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제1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산적한 민생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이 민생 5자회담 의지를 재차 밝힌 것에 대해 “러시아 방문 전까지 일정이 빡빡하지만 5자회담은 그 어떤 바쁜 일정을 제치고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까지 말했다. 합리적인 명분만 주어지면 정기국회 전이나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전에 5자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 설사 무산될지라도 여론의 뭇매를 의식해 추석 연휴 직전에 5자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외국가면 대박” 무속인 동원한 포주에 속아…연예인·주부 등 47명 원정 성매매

    연예인 출신과 모델이 포함된 외국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호주, 일본, 타이완, 미국 등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김모(27·여)씨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외국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포주 한모(32)씨와 국내 브로커 강모(55)씨 등 5명을 구속했다. 직업소개소 업주, 유흥업소 직원, 사채업자 등인 국내 브로커들은 유흥업소 종업원 등에게 접근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외국 원정 성매매를 알선하고 현지 업주로부터 1인당 100만∼150만원을 받았다. 일부 여성이 외국으로 가기 꺼리자 무속인에게 데려갔고, 미리 입을 맞춘 무속인은 ‘올해 삼재를 겪을 수 있지만, 외국으로 가면 대박 난다’는 등의 말로 여성들을 유혹했다. 이 무속인은 그 대가로 한 사람당 70만∼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대부분 20대 중·후반인 성매매 여성 중엔 전직 연예인과 현직 모델이 포함됐다. 유학생에서부터 전직 공무원, 운동선수, 가정주부도 원정 성매매에 가담했다. 모든 여성이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던 한 여성은 지난해 1월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건강 악화로 성매매를 못하게 되면서 고리의 선지급금을 갚지 못하자 벽지로 팔려나갔다. 여권을 빼앗겨 꼼짝도 못하던 이 여성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된 후 몇 달 만에 어렵게 귀국했다. 경찰은 일본에 집중됐던 원정 성매매가 호주와 미국, 유럽 등으로 점차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국내외 브로커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연예인·모델 낀 ‘원정 성매매女’ 경찰에 덜미

    연예인·모델 낀 ‘원정 성매매女’ 경찰에 덜미

    전직 연예인과 모델이 포함된 외국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호주, 일본, 대만, 미국 등으로 나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김모(27·여)씨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외국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한모(32)씨와 국내 브로커 강모(55)씨 등 5명을 구속했다. 직업소개소 업주,유흥업소 직원,사채업자 등인 국내 브로커들은 김씨 등에게 접근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겨 원정 성매매를 알선했다. 이들이 현지 업주로부터 받은 돈은 여성 1명당 100만~150만원으로 드러났다. 강씨 등은 일부 여성이 외국으로 가는 것을 꺼리자 미리 입을 맞춘 무속인에게 데려갔다. 이 무속인은 “올해 삼재(三災)를 겪을 수 있지만 외국으로 가면 대박이 난다”는 말로 여성들을 현혹시켰다. 이 무속인은 수고료 명목으로 한 사람당 7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외국으로 간 김씨 등은 현지 고객과 많게는 하루 10차례 정도 성매매를 했다. 대부분 20대 중후반인 성매매 여성 가운데는 전직 연예인은 물론 지금도 레이싱 모델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유학생은 물론 전직 공무원, 운동선수, 가정주부까지 원정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인 출신인 A씨는 고정 수입이 끊기자 “많은 돈을 준다”는 브로커의 말에 혹해 원정 성매매를 시작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바로 외국으로 나가 연락을 끊었다. 성매매 여성 상당수는 체류기간이 끝나면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외국으로 나가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큰 돈을 만진 것은 아니었다.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다 일본 도쿄로 원정 성매매를 나간 한 여성은 건강이 악화돼 성매매를 할 수 없게 되자 선지급금 2000만원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센다이로 팔려나갔다. 조사 결과 원정 성매매는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성매매 여성을 홍보하는 프로필 사진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성매매 업주의 남편이 직접 찍었다. 여성들은 상반신을 노출한 프로필 사진과 홍보영상을 찍은 뒤 사이트에 올리는 식으로 호객 행위를 했다. 이들은 사이트를 보고 연락을 한 성매수 남성들과 도쿄 시내의 가정집, 호텔 , 모텔 등지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통 2000만원 정도 선불금을 받은 뒤 10일마다 240만원씩 업주에게 갚아나갔다. 이들이 갚아야할 이자는 1년에 346%에 달했다. 경찰은 여권 브로커와 무속인, 외국 현지 성매매 업주 등 1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조중혁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대부분의 여성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유혹돼 외국 성매를 했지만 연리 346%라는 높은 사채 이자 탓에 빚을 갚는데 허덕이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본에 집중됐던 원정 성매매가 호주와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이슈&논쟁] 자사고 신입생 선발권 폐지

    [이슈&논쟁] 자사고 신입생 선발권 폐지

    교육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의 실효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심해지고 있다. 평준화 지역에 있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신입생 성적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신입생 선발권을 박탈당한 자사고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반고가 슬럼화된 원인을 자사고에서 찾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반면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고등학교 서열화 문제를 조율해 일반고 슬럼화 분위기를 차단한 건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사고 교육협의회장인 김병민 서울 중동고 교장과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에게 찬반 입장을 들어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자사고로 인해 학교 서열화 심화… 엄격한 평가로 지정 취소 등 필요”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등교육과 관련해 발표한 첫 정책이 다름 아닌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이다. 과거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작스럽게 추진했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로 인해 일반고의 슬럼화가 심각하게 진행됐다. 이제 일반고의 정상화를 위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자공고)에 부여했던 특혜를 줄임으로써 고교 교육의 서열화 문제를 줄여 보겠다는 것이 이번 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따라서 만시지탄이 없지 않지만 이 정도로라도 고등학교 서열화 문제를 조율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판단한다. MB 정부가 시작되면서 자사고가 본격 확대돼 지금은 전국적으로 50개에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기존의 특목고(과학고, 외국어고) 51개교, 국제고 4개교를 합치면 선발형 고등학교가 100개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고등학교를 만든 것은 등록금 차별화, 성적 차별화로 인해 상층의 4분의1만을 위한 정책이 됐고, 이들에게만 학교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나머지 75%에게는 열패감만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이러한 학교들은 교육과정 특성화라는 본래의 취지보다는 명문대학 진학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을 강화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편적 교육기회를 제공해야만 하는 공교육 체제에서 이러한 특수유형의 고등학교로 인해 교육기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학교 다양화 정책의 정당화 논리로 제시됐던 것에는 ‘학교 선택권 보장, 사교육 감소, 학교 특성화 유도, 사학 자율성 보장’ 등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운영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만을 보여 줄 뿐이다. 이를테면 학교 선택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지 않고,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별화만 강화했다. 학교 특성화 역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는 입시 명문고로의 지향만을 강화시켜 왔다. 사학의 자율성은 어떠한가. 자사고 진학을 둘러싼 입시 비리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2014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교육 무상화가 실시된다. 이는 새 정부의 교육공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무상교육 수준으로 우리 교육의 공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전진이다. 지금까지는 교육에 드는 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었다면, 이제는 공적(公的) 지원을 통해 진정한 공교육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등록금을 일반고의 세 배나 받는 자사고의 존재 이유는 더욱 모호해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방안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설립 초기의 취지를 위반하면 일반고로 전환시킨다고 했지만 이에 관한 뚜렷한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다. 내년부터 자사고가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재지정 취소의 조건을 분명히 제시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일반고 전환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정을 취소해 나가는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비평준화 지역의 자사고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오히려 쏠림현상이 발생하여 더 심각한 경쟁이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교육에 대해서만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공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준거를 통해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고는 그러지 못했다. 상위 계층에게 절대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이다. 교육은 현재 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다. 향후 우리 사회를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교육기회의 분배 방식만은 공정하고 평등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병민 서울 중동고 교장 “일반고 위기는 똑같은 수업 때문… 교육의 하향평준화 이끄는 패착” 일반고의 위기가 심각하다.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도 점점 늘어만 간다. 왜 이렇게 일반고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가. 교육 당국은 그 원인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에서 찾는 듯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따르면, 자사고에서 우수학생을 휩쓸어 가는 바람에 일반고의 학업 분위기가 나빠졌다는 식의 논리가 엿보인다. 그래서 교육 당국은 ‘중학교 성적 상위 50% 이내’라는 서울 자사고의 진학 제한을 없애려 한다. 앞으로 고교평준화 지역의 자사고들은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으로 학생들을 뽑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 당국이 주장하는 바다. 하지만 이는 매우 납득하기 힘들다. 먼저 일반고의 어려움이 과연 자사고 때문에 비롯되었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 ‘학교 붕괴’, ‘교실 붕괴’는 요즘 와서 오르내리게 된 말이 아니다. 오히려 평준화 정책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대 초반에 교실 붕괴라는 말이 가장 많이 통용되었다. 학업 성취도와 상관없이 한 교실에서 똑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 소질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수업을 듣는 상황은 학생들을 무기력 속으로 몰아넣었다.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등 여러 유형의 고교를 설립한 것은 이러한 평준화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제대로 살려 보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교 평준화 문제의 해법을 되레 ‘교육 문제의 원흉(元兇)’으로 내몰고 있는 꼴이다. 정책방향은 고교 평준화 때문에 생긴 문제를 평준화를 강화해서 풀겠다는 이해 못할 처방으로 치닫고 있다. 혹자는 전체 학생의 71.5%가 다니는 일반고가 자사고나 특목고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정반대인 얘기다. 적어도 28.5%의 학생들은 이제 학교에 만족하며 다니게 되지 않았는가. 보수건 진보건,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사례를 먼저 육성한 후 이를 일반화시키는 전략을 쓴다. 자사고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 많은 자사고들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높은 학부모 만족도는 공교육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28.5%의 성공한 학교를 무너뜨려, 71.5%의 어려운 학교 쪽으로 몰아가려 한다. 눈앞의 현상에만 주목하여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이끄는 패착인 셈이다. 교육 당국은 “성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성적을 반영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현행 자사고 입시제도로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방안대로 추첨으로 학생을 뽑으면 과연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가능할까. 사학(私學)들에는 저마다 설립 취지와 교육 목표가 있다. 고교는 초등학교와 상황이 다르다. 열일곱 살이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이 상당 부분 형성되어 있는 나이다. 따라서 각 고교는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 목표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추첨’으로 학생들을 무작위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수월성 교육은 불가능하다. 애초부터 ‘해당 분야의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이 아니라 ‘보통 학생’들을 위한 교육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기존 서울 자사고의 ‘성적 50% 이내 제한’이란 학생 선발 규정도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내놓은 ‘추첨’ 선발 방안은 최악이다. 이는 결국 그동안 자사고가 쌓아 왔던 교육적인 성과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다. 그 결과가 과연 ‘일반고의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의 평준화 정책이 과연 성공적인지를 물어보면 그 결과는 자명해 보인다. 자사고 신입생의 선지원 후추첨 선발 방식이 일반고 위기의 해법은 아니다. 교육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지방시대] 자연 속의 도시/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지방시대] 자연 속의 도시/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그리스 신화 중에는 유독 나무와 관련된 것들은 슬픈 이야기들이 많다. 나무를 비롯하여 자연물은 제우스 집안의 유명한 신이 아닌 님프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정이나 아가씨로 불리기도 하는 님프는 번식력을 지니고 점점 자라는 것들과 관계가 있다. 그래서 님프들은 주로 나무, 물, 바다, 샘 등과 같은 것을 담당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프고도 유명한 것은 월계수로 변한 요정 다프네의 이야기일 것이다. 에로스가 먼저 아폴론의 노래가 싫다며 놀렸다. 화가 난 아폴론은 에로스의 활 솜씨가 엉망이라며 놀리자, 에로스도 화가 나 사랑의 화살인 금화살을 아폴론에게 쏘고, 미움이 생기게 하는 납화살은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에게 동시에 쐈다. 아폴론은 다프네를 보고 사랑에 빠졌지만, 다프네의 마음에는 증오감과 혐오감만 자랄 뿐이었다. 아폴론은 다프네를 쫓기 시작했고, 겁에 질린 다프네는 도망을 쳤다. 다프네가 페네이오스의 강에 이르러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다프네는 월계수로 변해 겨우 아폴론의 구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아폴론은 전투의 승리자에게 다프네가 변한 월계수 나무의 가지로 월계관을 만들어 씌워줌으로써 이루지 못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스스로를 달랬다. 요즘 전국적으로 힐링문화가 확산되면서 숲길과 숲 가꾸기를 중심으로 휴양림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모두가 건강을 위해서다. 그런데 대전 장태산에는 힐링이니 휴양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1990년대 한 독지가에 의해 이미 숲이 가꾸어지고 휴양림이 조성되었다. 선지자는 항상 외롭듯이 운영에 어려움이 생겼고, 대전광역시가 2002년부터 이 휴양림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장태산 휴양림의 나무는 주로 메타세쿼이아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은 참 많이 있다. 그러나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곳은 드물다. 그래서 장태산 휴양림의 가치가 더 높다. 1943년 러시아 태생의 미국 세균학자 왁스먼이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오늘날까지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기능 강화를 위한 중요 물질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피톤치드다. 전국적으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조성되고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이 피톤치드 물질 때문이다. 장태산의 메타세쿼이아 숲이 전국에서 힐링을 위해 가장 좋은 숲으로 인기 있는 이유는 숲과 함께 조성된 스카이타워와 스카이웨이 때문이다. 메타세쿼이아는 35m 이상 높게 자라는데, 장태산 휴양림에서는 스카이타워와 스카이웨이를 이용하여 탐방객들이 나무와 같은 높이에서 나무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탐방객은 더 많은 피톤치드를 들이마실 수 있다. 이 방법 때문에 대전의 장태산 휴양림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다프네는 쫓아 오는 아폴론을 피해 살기 위한 생명 연장의 수단으로 나무로 변신했다. 무엇인가에 쫓기며 살고 있는 현대인은 어디로 숨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이번 주말에는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걸으며 힐링이란 치유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지?
  •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충분하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충분하다

    찜통더위에 기신거리는데 웬 뜬금없는 사막 얘기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테마파크처럼 짜릿한 즐거움이 샘솟는 사막 얘기를 들려드릴 참이다. 한낮에도 태양만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바닷가 모래사장에 선 것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어대는 곳이다. 세상에, 그런 사막도 있냐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예닐곱 시간 걸리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 그곳에서 다시 서쪽으로 서너 시간을 달리면 이집트나 외몽골의 고비사막과 진배없는 샹사완(响沙灣)에 다다른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니 이게 무슨 사막이냐 싶었다. 네이멍구 제2의 도시 어얼둬쓰(鄂爾多斯·옛 오르도스)로 이동하며 설핏 봤던 옆모습이 되작여져 그랬다. 표를 끊고 리프트에 오른다. 만(灣)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리프트 아래 150m는 될 법한 폭의 옛 하천을 굽어보며 사막에 들어선다. 원래 이곳은 몽골어로 활시위를 가리키는 쿠부치(庫布其) 사막의 일부로, 일종의 사막 테마파크로 조성됐다. 쿠부치 사막은 동서로 262㎞나 되며 면적은 1만 6000㎢로 중국에서 일곱 번째,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사막이다. 삼사월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황사의 40%가 쿠부치 등 네이멍구 사막들에서 날아오고 고비사막 것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버선으로 신발째 감고 나니 영락없는 스머프인형들이다. 낑낑 오르는데 발로 어렵사리 감지되는 모랫바닥이 의외로 단단하다. 잘 미끄러지지 않으니 사방에서 재잘거림과 속살거림이 터져 나온다. 마치 사람들로 복닥대는 수도권의 놀이공원처럼. 아니나 다를까. 귓전을 때리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 우리 노래 ‘여행을 떠나요’임을 알아챈다. 5분쯤 올랐을까. 사막 전경이 펼쳐지는데 눈이 시원해진다. 들머리에서 바라봤던 초라한 모습은 사라지고 사구(砂丘)들의 변주(變奏)가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배처럼 생긴 자동차에 오른다. 40~50명쯤 올랐는데 속력을 내니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부딪힌다. 재잘거림은 이내 환호작약으로 바뀌었다. 사막이 이렇게 서늘하다니. 이렇게 달려도 되나 싶을 즈음, 차가 멈추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선 것처럼 사람들에 떠밀려 차를 빠져나온다. 이제 놀이시설을 본격적으로 즐길 차례. 기사가 운전하는 지프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사구들을 헤집었다. 모래 바이크를 탄 뒤 마치 오아시스처럼 만들어 놓은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500명쯤 들어갈까 싶은 뷔페 식당 한쪽에 광활한 사막의 풍경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테라스가 꾸며져 있다. 다음은 낙타 타기. 앞다리를 꿇었다가 사람이 엉덩이를 안장에 붙이자 일어서는데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가 순간 하늘에라도 닿을 듯 훅! 올라간다. 현기증이 날 정도. 초원에서 말을 탔을 때보다 훨씬 안락했다. 몇 발자국 뗐을까. 허겁지겁 점심을 챙긴 여행객들이 줄줄이 낙타 등에 올라 더욱 깊은 모래뻘로 향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隊商) 행렬처럼 꼬리를 문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이곳이 사막이란 사실을 계속 가로젓게 만든다. 이곳의 7월 평균기온은 섭씨 18~24도. 사막에서도 그늘막 아래만 들어가면 선선해졌다. 10분쯤 걸었을까, 내리란다. 마음은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의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지나 저 멀리 페르시아 언덕배기를 맴도는데…. 사막 열차에 올라 4시간 넘게 이어온 사막의 정경을 눈으로 다시 훑는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가 그랬다던가. ‘사막엔 인간의 욕망이나 호기심을 끌어당길 자연이나 인공의 사물들이 없기 때문에 영원을 관조하는 데 방해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사막화란 재앙을 테마파크로 꾸며 사람들의 욕망이나 호기심을 자본주의보다 더 철저하게 살피고 유도하고 돈을 받아내는 중국식 사회주의 논리가 철저히 투영돼 있었다. 그게 커다란 아쉬움이었다. 다음은 초원인데, 사막과 이렇게 닮은꼴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샹사완은 1950년대만 해도 양들이 풀을 뜯던 곳이란다.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 놀랍기만 하다. 초원의 머지않은 미래가 사막이란 점을 깨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시라무런(希拉穆仁) 초원은 후허하오터에서 다이칭(大靑)산을 넘어 유채꽃과 해바라기가 만발한 평원 지대를 지나자 나왔다. 정말 시원(始源)으로부터 오는 듯한 바람이 계속 불어왔다. 관광객을 받는 게르(몽골의 이동식 집)촌으로 변모한 목초지들은 4㎞, 많게는 10㎞ 이상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바람이 모든 여백을 메우고 그걸로 충분했다. 고비사막 아래의 이 동네도 몇십 년이 흐르면 샹사완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조선족 여성 가이드는 “2년 전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아 멀리 보이는 초지 색깔이 누렇기만 했다. 올해는 비가 제법 와 그래도 이만큼의 푸른 때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한반도 황사도 여느 해보다 심하지 않았다. 유럽과 다른 지역에 견줘 키가 작다는 몽골말을 탔다. 세 시간 정도 그야말로 가없는 목초지를 돌아다녔다. 석양을 등에 지고 다른 게르로 향할 때는 정말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건맨들처럼, 아니면 고선지를 비롯한 옛 조상들의 기개가 가슴에 차오르는 자아도취에 빠졌다. 날이 흐려 그 멋지다는 노을은 구경하지 못했다. 또 주먹만 하다는 별들의 존재감도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게르 옆 풀밭에 누워 술잔 기울이며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 빛을 조명 삼아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다. 밤 11시가 넘자 게르마다 쏘아올린 불꽃이 목초지와 하늘을 수놓았다. 시인 이육사처럼 ‘초인이 있어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광야의 밤이었다. 글 사진 후허하오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가는 길:예전에는 베이징에서 비행기 갈아타고 후허하오터까지 간 다음 버스로 시라무런 초원이나 샹사완으로 향했다.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지난 한 달 동안 주 2회 후허하오터 직항 전세기를 운항했다. 주요 여행사들이 베이징 경유나 직항편을 이용하는 4박6일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지 않다. 준5성급(실제로는 그 이하) 호텔에서 3박하고 양변기와 샤워기까지 갖춰진 게르에서 1박한다. 놀라울 정도로 날씨가 서늘해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정도만 초원과 사막 여행을 할 수 있다. →칭기즈칸과 왕소군의 발자취:어얼둬쓰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칭기즈칸 능은 꼭 찾을 만하다. 칭기즈칸이 서하(西夏) 정벌을 앞두고 이곳을 지나다 여기 묻힐 만하다는 내용의 시를 남겼다. 그런데 원정 도중 풍토병을 얻어 이듬해 세상을 떴고, 그를 묻을 장소를 물색하던 부하들이 이곳을 지나가는데 말들이 꿈쩍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생전에 그가 휘두르던 채찍을 묻었더니 그제야 말들이 움직였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몽골에선 시신을 해치는 것을 두려워해 봉분이나 묘비를 세우지 않아 그의 시신이 진짜 묻힌 장소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후허하오터 근교에는 고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인 왕소군(王昭君) 묘가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다) 시구를 남긴 왕소군은 흉노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한나라 원제가 공주라고 속여 시집 보낸 궁녀인데 중국 정부는 민족 화합의 상징으로 영웅시하면서 묘역을 성역화했다. 이곳도 옷과 모자 등을 묻은 의관묘(衣冠墓)이며 실제 시신이 묻힌 곳은 추측만 무성하다. 바오터우(包頭)에서 멀지 않은 메이다이자오춘(美垈召村)은 한족과 몽골족, 티베트족의 생활양식과 건축 방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곳이다.
  • “외계 생명체 존재가능성 가장 높은 곳은 ‘유로파’”

    “외계 생명체 존재가능성 가장 높은 곳은 ‘유로파’”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인류의 다음 행선지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는 7일(현지시간) “태양계에서 가장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 목성의 위성 유로파”라면서 “랜드 미션(land mission)이 생명체의 징후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제트 추진 연구소의 이같은 주장은 현재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는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처럼 목성에도 우주선을 보내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이다. 실제 그간의 연구를 종합하면 유로파의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그 어떤 행성보다도 높다. 지난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유로파는 목성에서 4번째로 큰 위성으로 탐사선 보이저호에 의해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지난 2011년 미 텍사스 오스틴 대학 브리트니 스미트 교수팀은 유로파 얼음 표면 바로 아래에 거대한 규모의 호수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일각에서는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했으나 탐사로봇이 직접 유로파의 ‘뚜껑’을 열어봐야 진실을 알 수 있는 숙제를 남겼다.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 로버트 파팔라도 박사는 “인간이 보낸 탐사 로봇이 유로파에 착륙해야 조사할 것과 필요한 장비들을 알 수 있을 것” 이라면서 “그만큼 유로파에 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연구 및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삼성이 일찌감치 찜한 대구 상원고 좌완투수 이수민

    [피플 인 스포츠] 삼성이 일찌감치 찜한 대구 상원고 좌완투수 이수민

    “17개를 잡았을 때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20개를 잡아서 기록 한번 써 보라고요. 그래서 계속 힘껏 던졌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제가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을요.” 지난주 서울의 한 고등학교 야구 연습장에서 만난 이수민(18·대구 상원고)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년이었다. 앳된 얼굴을 붉히며 조곤조곤 질문에 답했지만 야구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을 반짝였다. 지난 4월 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고교야구 주말리그 동일권(경상 B권역)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좌완 이수민은 깜짝 놀랄 만한 대기록을 세웠다. 10이닝 동안 무려 26개의 탈삼진을 잡아 2006년 정영일(당시 진흥고)이 13과 3분의2이닝 동안 기록한 23개를 7년 만에 갈아치웠다. 9이닝(24개) 기록으로도 최동원(작고·1976년)과 임선동(은퇴·1991년), 류제국(LG·2001년)의 20개를 넘어섰다. 이수민의 기록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98년 역사의 일본 고교야구(고시엔) 최고 기록은 마쓰이 유키(도코학원)가 지난해 작성한 22개(9이닝)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반도 에이지(당시 도쿠시마상고)가 1958년 18이닝 동안 25개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야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했어요. 5살 많은 친형이 야구부였는데 날마다 캐치볼을 하며 놀았죠. 전 투수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이수민도 정식으로 야구부에 입단했다. 형은 고교를 끝으로 야구를 접었지만 이수민은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청소년 국가대표로 뽑힌 이수민은 이에 대해 “깜짝 놀랐어요. 따로 연락받지도 않았는데 국가대표 명단에 제 이름이 있더라고요. 2학년인 저를 뽑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라고 했다. 지난해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25회 세계대회에서 이수민은 선발진 한 축을 맡아 유일하게 2승을 따냈다. 이수민은 올해도 대표로 발탁돼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타이완에서 열리는 제26회 대회에 출전한다. 삼성으로부터 신인 우선지명을 받은 이수민은 벌써부터 푸른 유니폼을 입을 생각에 들떠 있다. 한때 미 프로야구(MLB) 구단이 그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는 삼성에 입단해 하루빨리 1군에 서는 게 목표다. “삼성 같은 명문 구단에 지명돼 너무 설레요.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선수요? 삼성에서는 오승환, 다른 팀까지 말해도 된다면 당연히 류현진(LA 다저스) 선수죠.” 이수민의 주 무기는 최고 145㎞의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다. 직구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공 끝이 워낙 좋아 엄청난 수의 삼진을 잡아낸다. 그러나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147~148㎞까지 구속을 끌어올려야 된다”며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새로운 구질도 연마 중이다. “포크볼과 너클커브를 연습하고 있어요. 특히 너클커브 던지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그립을 처음 잡는 순간 딱 느낌이 오더라고요.” 너클커브는 커브 그립에서 검지의 관절(knuckle)을 구부린 채 던지는 구질이다. 공에 회전이 많이 걸려 일반 커브보다 떨어지는 각도가 크다. 봉중근(LG) 등이 잘 구사한다. 이수민은 김형준 전 상원고 코치에게서 그립을 배웠다고 했다. 투수가 강타자와 붙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이수민은 두산의 김현수를 콕 집으며 “정확도와 힘을 모두 갖춘 정말 완벽한 타자 같아요. 1군에 올라가면 김현수 선배님과 꼭 대결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수민에 대한 박영진 상원고 감독의 믿음은 대단하다. “이수민의 최대 장점은 강한 승부근성”이라면서 “장래성이 아주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글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프로필▲1995년 9월 17일 대구 출생 ▲키 180㎝, 몸무게 88㎏ ▲구미 도산초-구미중-대구상원고 ▲2012~13년 제25, 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대한야구협회(KBA) 특별상(한 경기 최다 탈삼진) 수상 ▲프로야구 삼성 우선지명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저 나루에 사공이 몇이냐?” “늙은이가 슬하의 자식 둘을 데리고 나루질을 하고 있습니다.” “사공이 네놈의 외양을 꿰고 있겠지?” “안면이 없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거룻배에는 비렁뱅이나 문둥이, 백정이며 상여는 태우지 않는 게 풍속이었다. 때문에 네놈이나 나나 비렁뱅이나 백정은 아니겠으니, 저 거룻배를 타지 못할 형편은 아니다. 그러나 사공이 네놈의 면목을 단박에 눈치채고 등짐도 없이 빈 몸으로 회정하는 까닭을 꼬치꼬치 묻게 되면 네놈의 대답이 궁할 것이고, 대답이 궁해서 머뭇거리면 더욱 의심하여 파고들 것이야. 눈치 하나로 연명하는 사공이 내 본색까지 수상히 여기고 고을 군교나 오가는 행상들에게 귀띔을 한다면, 나와 네놈은 독 안에 든 시궁쥐 꼴 아닌가.” “거룻배로 건너가기 불편하다면 사공막 아래쪽으로 바위 벼랑을 도끼로 찍어 발 붙일 곳을 만든 벼룻길이 있습니다.” “그래? 천도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군.” “한겨울에는 등빙으로 건너지만, 장마철에 물이 과도하게 불어나 물살이 세고 거룻배 다루기가 여의치 않을 때는 벼룻길을 따라 곧은재 앞까지 갑니다. 그러나 자칫 발을 헛디뎌 소에 소금 짐을 엎지르게 되면 본전을 놓치는 것은 예사고 사람 목숨까지 거덜 나고 말지요.” “네놈은 10여년 넘게 천도를 건너다녀서 눈 감고도 건널 수 있겠다?” “발새 익은 길이라 할지라도 눈 뜨고도 겨우 건너는 길인데 무슨 배짱으로 눈 감고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놈 봐라, 비루먹은 강아지 범 복장거리시킨다더니 주제 사납게 된 것은 모르고 농지거리가 도통 기탄이 없군… 여기서 해 지기를 기다렸다가 사공막에 불이 꺼지면 벼룻길을 따라 건너기로 한다.” “그게 눈 감고 건너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이놈아. 버르장머리 없이 말대꾸가 낭자하냐. 네놈을 그 색주가에서 건져낸 장본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벌써 잊었느냐.” “도대체 무슨 위급한 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급주로 길을 줄이는 것입니까요?” “이놈… 머릿속이 뒤숭숭한 게로군. 처음엔 말구멍이 막히도록 기가 질려 있더니 결박을 풀어주니까. 넉살 좋게 제법 뇌까리고 있군. 수다스럽게 굴면, 비수로 혓바닥을 자르든지 멱을 찔러 선지를 뽑아버릴 것이야. 내가 못할 것 같으냐? 어리석은 놈아, 네놈의 목숨이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더란 말이냐?” 길세만이 힐끗 위인을 일별했다. 부릅뜨고 노려보는 눈매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매서웠다. 언성은 높지 않았으나 가슴속에 도사린 결의는 녹록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길세만은 해가 지고 어둑발이 내릴 때까지 구린 입도 떼지 않고 기다렸다. 먼 데 사람의 형용도 분별이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지자, 두 사람은 일어나 아슬아슬한 벼룻길로 들어섰다. 절벽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지 않는다면 그대로 열길 물속으로 굴러떨어질 만큼 위태로운 길이었다. 지난번 파수 때는 고래등같이 쌓아올린 소금 짐을 지고도 무사히 건너다녔던 길이건만 지금은 단출한 몸으로 건너는데도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도무지 발짝 떼어놓기가 여의치 않았다. 뒤를 따르는 위인의 재촉 때문인지 아니면 가슴속이 뒤숭숭한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코비치재를 지나면 다시 회룡천이 나타나는데, 회룡천 물길을 따라 몇 걸음만 내려가면 나룻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여울이 있었다. 두 사람은 회룡천 근처에 있는 숲속에서 야숙을 하였다. 유월이라 하지만 야기는 매우 차가워 모닥불을 피우지 않으면 눈을 붙일 만한 온기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한밤중에 모닥불을 피우면 또다른 불상사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후미진 숲속에 숨어 연기 나지 않는 싸리나무를 꺾어다 불을 피웠다. 길손들의 이목을 따돌리며 잠행하는 두 사람이 치받이길인 산수터를 지나고 넓재 어름에서 멈칫거리고 있을 때, 말래 접소에는 때아닌 울진 질청에서 행세한다는 호장(戶長)이 찾아왔다. 호장이란 관아에서 관기들을 감독하는 아전이었다. 관기가 아프거나 대처에 볼일이 있을 때, 호장에게 말미를 청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출타를 할 수 있었다. 관기들은 정해진 날짜마다 관아에 나가 점고를 받아야 했는데, 모두 호장이 맡아 처리하였다. 대개 한 달에 두 차례씩 삭망에 치러지는 점고는 구실살이하는 자가 도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집 점검이었다. 그중에 행수 기생이 있어 교방에서 어린 관기들을 통제하기도 하였다. 그런 호장이 도방을 찾아와 현령이 베푸는 소연에 참석을 해달라는 통기를 넣은 것이었다. 얼른 생각해도 넓재에서 창궐하던 산적들을 소탕한 것에 인사치레하려는 것이었다. 내키든 내키지 않든 고을의 현령이 소연을 베풀겠다면, 응당 참석을 해야 했다. 접소에서는 반수 권재만에게 급주를 놓았다. 급주를 놓은 지 닷새째 되는 날 반수 권재만이 말래 접소에 당도하였다. 부랴부랴 채비를 차리고 정한조, 곽개천, 천봉삼, 최상주, 배고령, 지난번 적환을 입어 아직 기동이 임의롭지 못한 조기출까지 관아로 달려갔다.
  • 검찰 “최태원 회장 항소심과 별개 수사”…‘김원홍 횡령주도 녹취록’ 진위도 변수

    검찰 “최태원 회장 항소심과 별개 수사”…‘김원홍 횡령주도 녹취록’ 진위도 변수

    회사 자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53·수감 중) SK그룹 회장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전 SK 고문 김원홍(52)씨의 국내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의 향방이 주목된다. 김씨는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쥔 인물로 그의 진술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소 중지 상태인 김씨가 송환되면 검찰은 법원 재판과는 별도로 김씨에 대한 나머지 수사를 바로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변론을 재개해 김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릴 전망이다. 김씨는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 회장과 최재원(49) SK 수석부회장의 범행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05년부터 무속인 출신 선물옵션 전문 투자자인 김씨를 통해 선물옵션 투자를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경우 눈에 띌 것을 염려한 최 회장은 동생 최 부회장의 계좌를 이용해 투자를 하게 됐고, 김씨는 선물투자를 대행하는 역할을 했다. 검찰은 2011년 SK 사건 수사 초기 이같이 ‘최 회장→최 부회장→김씨’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바탕으로 최 회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사건의 ‘키맨’으로 떠올랐으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중국으로 달아나 자취를 감췄다. 이후 검찰은 김씨에 대한 기소를 중지하고 수사를 일단락한 뒤 행적을 쫓아 왔다. 검찰 관계자는 2일 “김씨가 송환되면 현재 진행 중인 최 회장의 항소심 재판과는 별개로 소환 조사 및 추가 수사를 거친 뒤 사법 처리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장기간 해외로 도피해 있었던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김씨가 이번 사건을 주도한 주범으로 지목된 만큼 김씨의 진술에 따라 재판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크게 ‘펀드 자금의 이동을 곧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와 ‘자금 이동을 지시하고 사건 전반을 주도한 사람이 누군지’를 밝히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심 재판 당시 최 회장은 동생 최 부회장이 펀드 조성을 주도했고 자신은 펀드 조성과 송금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그는 펀드 조성과 투자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모든 과정이 김씨의 요구에 의해 이뤄졌고 자신은 불법 송금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2005년부터 김씨에게 맡긴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지난달 26일 김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김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될 경우 ▲최 회장 형제의 주장처럼 펀드 선지급금 송금을 주도했는지 여부 ▲최 회장이 김씨를 믿을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 ▲김씨가 최 회장 형제의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의 진위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만일 녹취록 내용 및 최 회장의 주장대로 김씨가 자신이 펀드자금 횡령 사건을 주도한 진범이라고 증언한다면 최 회장의 형량은 가벼워질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이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에서 그가 최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도 커 현재로서는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SK 측은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 핵심 관계자는 “재판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키를 가진 김씨가 나타난 것은 나쁘지 않은 징조”라면서도 “다만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조심스럽게 지켜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 등에 따르면 김씨는 그동안 여권이 취소돼 불법 체류 신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3월 19일 검찰 요청에 따라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법무부는 타이완 당국과 김씨를 강제 추방하는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SK재판 핵심 김원홍 타이완서 전격 체포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의 ‘465억원 횡령 사건’ 재판에서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전 SK해운 고문 김원홍(52)씨가 타이완에서 체포됐다. 오는 9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SK 사건’의 핵심 증인이 전격 체포돼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 타이완 북부 지룽시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타이완은 한국과 국교 관계가 단절돼 있어 법무부 등이 타이완 당국과 신병 인도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최 회장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 명목으로 SK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50억원 횡령’의 실체를 밝힐 인물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檢 수사 재개… 최회장 선고 늦춰질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전 SK해운 고문 김원홍씨가 타이완 경찰에 체포되면서 SK 항소심 재판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오는 9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가 연기되고 재판 자체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는 대로 소환해 SK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기로 해 SK 재판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1일 “SK 재판 일정 변경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 내에서는 SK 변론이 재개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중앙지법·고법 부장판사들은 “김씨가 핵심 인물인 만큼 증언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변론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씨는 최 회장의 운명을 가를 핵심 증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은 핵심 혐의인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 명목으로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65억원 횡령’ 비밀을 풀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김씨한테 홀려 사기를 당했다”며 “SK C&C 주식을 제외한 전 재산을 김씨에게 맡기고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인 계열사 자금 인출도 김씨가 자신 몰래 감행한 범행이라며 김씨를 횡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부장판사도 지난달 11일 공판에서 “김원홍이 뒤에 숨어서 이 사건을 기획·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됨됨이가 이 사건을 심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최근 김씨를 검찰에 고소한 뒤 고소장을 양형 자료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1년 5월 검찰이 본격 수사하기 전 중국으로 도피한 뒤 타이완에 체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지난 4월 29일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채택했다. 최 회장 측은 “김씨가 공교로운 시점에 붙잡혀 사건의 결말을 알 수 없게 됐다”면서 “검찰이 아니면 피고인이라도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언제 송환될지도 관심이다. 재판부가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변론을 재개할 경우 피고인들의 구속 만기가 문제가 된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이달 중순, 최 회장은 다음 달 말로 구속 기한이 정해져 있다. 법원 관계자는 “김씨가 재판에 꼭 필요하고 국내 송환이 확실시되면 피고인들을 보석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타이완과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당국 간 협의만 되면 금방 처리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하프타임]

    에인트호번, 챔스리그 예선勝 박지성(32·퀸스파크 레인저스)의 유력한 차기 행선지인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한 걸음 다가섰다. 에인트호번은 31일 에인트호번의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 1차전 쥘테 바레험(벨기에)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에인트호번은 내달 8일 2차전에서 쥘테와의 원정 경기를 치른다. 3차 예선을 통과하면 8월 말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김보경, 헤딩 선제골·1도움 김보경(24·카디프시티)은 31일 영국 브렌트포드 그리핀 파크에서 열린 리그1(3부리그) 브렌트포드와의 친선 경기에서 전반 12분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고 2분 뒤에는 프레이저 캠벨의 골을 돕는 등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카디프시티는 그러나 2-3으로 역전패했다. KIA, 외국인 좌완 빌로우 영입 프로야구 KIA는 31일 좌완 외국인 투수 듀웨인 빌로우(28)와 연봉 30만 달러에 계약했다. 미국 출신인 빌로우(191㎝, 93㎏)는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 마이너리그에서 8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3시즌 동안 43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4.27을 기록했다. 빌로우는 2일 한국에 도착, 메디컬체크를 받은 후 곧바로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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