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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귀가 씌었다’며 딸 잔혹하게 살해한 母 “신병 앓았다” 진술 확보

    ‘악귀가 씌었다’며 딸 잔혹하게 살해한 母 “신병 앓았다” 진술 확보

    ‘애완견의 악귀가 딸에게 씌었다’며 친딸을 잔혹하게 살해한 어머니가 “결혼 전 신병을 앓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21일 살인 등 혐의로 체포된 피해자 어머니 A(54·여)씨와 오빠 B(26)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할 계획이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A씨의 조모가 과거 무속인이었고, A씨도 결혼 전 한동안 신병을 앓다가 증상이 멈추자 무속인 길을 거부한 채 결혼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무슨 이유에선지 15일부터 A씨와 B씨 숨진 C(25·여)씨 등이 식사를 하지 않아 굶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울러 범행 당일 3명은 밤새 이야기를 나눴으며 새벽부터 애완견이 심하게 짖자 “악귀가 씌었다”고 생각해 애완견을 죽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무당이던 할머니에서부터 내려온 신내림을 받지 않은 A씨가 아들·딸과 5일간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청과 환각에 의해 ‘악귀’를 운운한 것이 범행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A씨 등은 19일 오전 6시 40분 시흥시 자신의 집에서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딸이자 여동생인 C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받고 있다. 아들 B씨는 범행 직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알렸고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현장을 찾은 지인이 숨져있는 C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C씨는 목이 잘려 머리와 몸이 분리된 상태였다. 범행 이후 달아났던 A씨 등은 남편의 자수 권유로 경찰서로 향하던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경찰서 인근 도로에서 검거됐다. 당초 경찰은 아들 B씨가 아버지에게 ”여동생을 살해했다“고 말한 점에 비춰 B씨의 단독 범행으로 예상했지만 A씨가 범행 당시 현장에있던 사실을 확인, A씨와 B씨 모두 체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상대에서 무덤까지…세계를 울린 올림픽 명장면

    시상대에서 무덤까지…세계를 울린 올림픽 명장면

    이번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올림픽에서 세계인을 감동시킨 단 한 장면. 넘어진 경쟁자에게 내민 두 손, 지난 16일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에서 나온 모습이다. 트랙을 달리던 뉴질랜드 대표 니키 햄블린은 3000m 지점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뒤따르던 미국 대표 애비 다고스티노까지 햄블린에 걸려 넘어졌다. 관중들은 두 선수가 황급히 일어나 달리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두 선수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다고스티노는 햄블린 탓에 경기를 망쳤음에도 먼저 달려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넘어져 좌절에 빠진 햄블린을 일으켜 세우더니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갈채가 나오기 시작했다. 두 선수는 다시 5000m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선수가 트랙 위로 넘어졌다. 이번에는 무릎 통증이 심해진 다고스티노였다. 햄블린 역시 앞서 자신을 일으켜 세워준 다고스티노를 외면하지 않았다. 햄블린은 넘어진 다고스티노를 부축해 함께 달렸고, 두 선수는 비록 하위권이지만 끝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선수는 결승선 통과 직후 서로 끌어안았고, 이 모습은 세계의 주요 뉴스로 전해졌다. 이렇듯 올림픽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감동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그간 전 세계 관중들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올림픽 명장면들을 살펴봤다. 1.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조애니 로셰트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어머니를 잃은 지 나흘 만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아픈 마음까지 스포츠 정신으로 이겨낸 그녀는 결국 동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 1988년 서울 올림픽 요트경기에 출전한 캐나다 선수 로렌스 르뮤는 강한 바람에 전복된 다른 선수의 요트를 발견한 즉시 과감히 경기를 포기하고 다친 두 명의 선수를 구했다. 르뮤는 부상자들을 구조대에 인도한 다음에야 경주를 재개했지만 11명의 선수보다 앞선 21위의 기록을 남기며 경기를 마쳤다. 이후 르뮤는 영웅적 행동을 인정받아 명예 메달을 받았다. 3.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육상 400m 경기 중 영국 선수 데렉 레드몬드는 허벅지 뒤쪽 부분의 힘줄인 햄스트링이 끊어지는 치명적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극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레드몬드는 일어나 레이스를 계속했다. 그런 그를 도운 것은 관중석에 있다가 울타리를 넘어 들어온 그의 아버지였다. 레드몬드의 아버지는 그를 부축한 채 남은 거리를 함께 달렸고, 결승선 직전에 레드몬드를 놓아줘 혼자 힘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게 했다. 4. 미국인 스피드스케이트 선수 댄 잰슨은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선지 정확히 10년 만인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1994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전까지 댄은 세 차례의 올림픽에서 걸쳐 고배를 마셨다. 특히 그 중 두 번째였던 캘거리 올림픽에서는 자신의 누이가 사망한 당일 경기를 치러야 해서 고통이 더욱 컸다. 잰슨은 오랜 노력 끝에 획득한 금메달을 누이에게 바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5.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200m 메달 수상자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시상대에서 검은색 장갑을 낀 채 손을 들어 올리는 ‘블랙 파워 설루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당시 극심했던 인종차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들은 더 나아가 당시 신발을 신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 흑인들의 빈곤한 삶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은메달을 수상한 백인 호주 선수 피터 노먼 또한 가슴에 다른 두 선수와 똑같이 OPHR(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 배지를 달아 이들의 의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웅적 행동 뒤 이들에게 찾아온 운명은 가혹했다. 올림픽위원회는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행위가 정치적이었으며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두 선수는 결국 메달을 박탈당하고 선수 자격까지 잃었다. 피터 노먼 또한 용기 있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자국에서 이로 인해 조롱을 받았으며 4년 후 뮌헨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노먼은 여러 팀에서 코치로 활동하다가 2006년 세상을 떠났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세 사람의 뜨거운 동지애는 36년이 지난 뒤에도 빛났다. 노먼의 사망 소식을 접한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노먼의 장례식에 참석, 직접 관을 옮기며 고난을 함께 겪은 경쟁자이자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진해군항서 잠수정 수리중 폭발로 3명 사망·1명 중상···가스누출 원인 추정

    진해군항서 잠수정 수리중 폭발로 3명 사망·1명 중상···가스누출 원인 추정

    경남 진해 해군부대에서 수리를 받던 잠수정이 중간에 폭발한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장교, 부사관 등 4명은 온몸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폭발 사고로 다친 상사 공모(46)씨는 경남 창원의 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이미 숨이 멎어있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병원과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폭발 충격 때문인지 그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특히 상반신과 얼굴, 손·발의 피부 손상이 심각한 상태였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해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수리를 받기 위해 부대 내 도크에 올라온 잠수정 해치를 여는 순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잠수정이 폭발했다. 박모(45) 원사는 사고 당시 잠수정 밖에 있다 폭발의 충격으로 바다로 튕겨나갔다. 그는 수색 작업 끝에 낮 2시가 넘어 숨진 채 발견됐다. 선내에 있던 잠수정장 이모(28) 대위와 김모(25) 중위, 공 상사 등 3명은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부산 지역 병원으로 옮겨진 김 중위는 치료를 받다 숨졌다. 다치거나 숨진 장교, 부사관 등 4명은 모두 이 잠수정 승조원이었다. 일단 해군 측은 폭발이 잠수정 내 가스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잠수정 안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승조원들이 가스 누출을 알고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폭발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내 한 장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잠수정 수리하는 곳과 부대가 멀어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지만 사고 소식이 전파된 후 얼마 있지 않아 앰뷸런스가 비상등을 켜고 큰 소리를 울리며 부대 밖으로 급하게 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해군은 이날 오후 병원으로부터 사망진단서를 받은 후 공 상사 시신을 해군 의료기관인 해양의료원으로 옮겼다. 헌병 수사관 등 해군 관계자들은 이날 공 상사 시신이 있던 응급실에 모여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사고 경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침통한 얼굴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태 돋보기] 볼바키아, 성을 교란하라/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볼바키아, 성을 교란하라/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다윈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명체의 화두를 진화이론으로 집대성했다. 다윈 이후 생물학자들은 각 생명체가 어떻게 생존하고 번식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고자 노력해왔고 또 많은 답들을 찾아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고등한 생명체는 성이라고 하는 매우 독창적인 방법으로 번식한다. 다윈은 생물의 성비에 관해 1871년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는 명확히 기술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1874년 2판에서는 자신의 가설을 버렸다. 신다윈주의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인 피셔는 생물의 성과 성비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일대일 성비’에 대해 최초로 해석한 연구자이기도 하다.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불리는 해밀턴은 1967년 ‘사이언스’에 획기적 논문을 발표하는데, 벌의 성비가 왜 암컷으로 치우치는지와 성을 교란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이기적인 존재에 대한 예측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71년 미국의 옌과 바는 집모기류의 개체군 간 번식 실패가 모기의 세포질에 살고 있는 ‘볼바키아’(Wolbachia)라는 공생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한다. 그 후 여러 곤충에서 개체군 간 번식 실패가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과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교미하는 경우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현상이 20세기 기초 곤충학의 8대 발견 중 하나인 ‘세포질 불합치’다. 또 번식 실패뿐 아니라 다른 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차례로 알게 된다. 일부 나비와 딱정벌레에서 볼바키아는 수컷이 될 알을 발생 초기에 죽인다. 공벌레는 유전적으로 수컷인 개체가 볼바키아에 감염되면 정상적인 암컷으로 태어나 다른 수컷과 교미해 자손을 낳는다. 여러 기생벌류에서는 수컷 자체가 없이 모든 자손이 볼바키아에 감염돼 암컷으로 발생해 자손을 낳는 단위생식을 한다. 성을 교란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이기적 존재에 대한 해밀턴의 예측이 들어맞는 순간이다. 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는 ‘기생체에 대한 저항기작’이다. 그런데 볼바키아는 그 성을 교란할 수 있게 진화했다. 그렇다면 개체는 자체적으로 성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볼바키아는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이토록 성공적일까. 비밀은 볼바키아 삶의 터전이 숙주의 세포질이라는 데 있다. 고등동물에서 수컷은 자손에게 유전자만 제공하는 반면 암컷은 세포질도 함께 전달한다. 따라서 볼바키아는 자신의 터전을 마련해 주는 암컷으로 숙주 개체의 성을 극적으로 유도하며 필요 없는 수컷을 없애거나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자손을 남기는 것을 세포질 불합치를 통해 억제한다. 볼바키아는 진화라는 거친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커버스토리] 디지털 셜록 홈스 “누가 아파트 관리비 횡령했는지 알고 있다”

    [커버스토리] 디지털 셜록 홈스 “누가 아파트 관리비 횡령했는지 알고 있다”

    2012년 11월 17일 새벽 5시 30분, 미국 뉴욕의 한 음식거리 뒷골목. 해산물 레스토랑의 보조 주방원인 파블로 로드리게스(26·가명)가 큰 들통을 끌고 나왔다. 불안한 눈동자로 좌우를 살핀다. 아무도 없다. “하긴 토요일 새벽에 누가 있겠어.” 혼잣말을 내뱉고는 들통의 노란 액체를 하수구로 흘렸다. 폐식용유였다. 식용유 무단 방류는 불법이다. 그때 누군가 로드리게스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당신이 버릴 줄 알았어.” 뉴욕시청 환경보호국 소속 단속반원 잭 포드(46·가명)였다. 그는 어떻게 로드리게스의 행동을 예측했을까. 답은 뉴욕시의 빅데이터 행정 시스템에 있다. 2012년 뉴욕시 데이터분석국장으로 영입된 마이클 플라워스는 뉴욕 배수관 막힘 원인의 50% 이상인 폐식용유 무단 방류 해법을 찾기 위해 레스토랑 소득세 기록과 폐식용유 처리 기록을 비교했다. 매출보다 폐식용유 합법적 처리량이 현격히 적은 업체 주변에 단속반원을 잠복시켰고 적중률은 95%에 달했다. 미 언론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디지털 셜록 홈스’라며 칭찬했다. 빅데이터 행정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과 경기 등 자치단체도 쌓아 놨던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범죄, 화재 등 위기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데이터 행간을 읽어 숨은 부조리를 찾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빅데이터 행정 사례를 살펴봤다. ●범죄·위험 예측 크고 작은 위기 가능성을 데이터로 미리 읽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경찰의 범죄예측시스템 ‘지오프로스’가 대표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처럼 ‘예정된 범인’을 특정할 순 없지만 한 지역의 범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순 있다. 지오프로스는 죄종별 범죄 발생 위치와 시간, 특정지역의 유동인구와 가구소득, 폐쇄회로(CC)TV 수, 유흥업소 현황, 당일 기상정보 등의 데이터와 전국을 37만여개 블록으로 나눈 지도를 연동시켜 범죄 가능성을 1부터 100 사이 숫자로 표현한다. 예컨대 가구 소득이 높거나 유흥업소가 많으면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원들이 마을 곳곳을 무작정 순찰하는 대신 범죄 가능성이 큰 곳 위주로 영리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봄·가을철 공포의 대상인 산불도 산림청의 ‘산불 위험지수’를 참고해 미리 막을 수 있다. 산불위험지수는 1991년 이후 발생한 산불 1만여건의 정보를 분석해 만들었다. 산불 발화·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기온과 습도, 풍속 등 기상요소와 특정 산의 고도, 경사면의 방향, 나무 종류 등 지역요소 등 10가지 인자 데이터가 알고리즘(컴퓨터로 답을 얻기 위해 만든 연산 공식)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 이 공식으로 48시간 내 3490여개 읍·면·동에서 산불이 날 가능성을 예보한다. 예를 들어 일조량이 많아 건조해지기 쉬운 산의 남쪽 사면이 북쪽 사면보다 산불 가능성이 높고, 송진 탓에 불이 잘 붙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으면 자연발화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산림청은 관심(50 미만), 주의(51~65), 경계(66~85), 심각(86 이상) 단계로 구분해 산불 예보를 하고 심각 단계이면 감시인원을 늘린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 2~5월 산불 중 87%가 경계 또는 심각 단계일 때 발생했다”며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다. ●부조리 감시 감춰진 비리를 찾아낸다. ‘난방비 열사’로 주목받은 배우 김부선씨는 비리를 찾겠다며 관리소 측과 몸싸움까지 벌였지만 빅데이터 분석만으로도 공동주택 관리비의 부조리 정황을 찾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와 경기도는 안양시 160개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관리비가 적정한지 따졌다. 한국전력 등으로부터 전기료와 난방비, 수도료 등 47개 항목 데이터를 받은 뒤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자에게 부과한 관리비와 비교했다. 차이가 현격한 아파트 단지 위주로 실사했더니 관리비 부정 사례가 많았다. 박연병 행자부 공공정보정책과장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비위 행위를 감시하면 무작위 현장 실사를 다닐 때보다 인력과 시간 투입이 주는 등 효율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고용·산재 다발 사업장 정보와 건강보험체납 내역, 장애인 지원 현황 등 빅데이터를 토대로 부당근로사업장을 찾아낸다. ●교통·상가 등 시민 편의 분석 빅데이터로 시민들의 생각을 읽어 편의를 끌어올린 행정 사례도 많다. 서울시 공공 심야버스인 ‘올빼미 버스’가 대표적이다. 시는 2013년 이 노선을 2개에서 8개로 늘릴 때 노선 선정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시 통계데이터 전문가들은 우선 법인·개인택시에 설치된 디지털통합운행데이터(DTG) 기록을 통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수요가 많은 목적지와 행선지를 파악했다. 통신사 KT에서 심야 통화기록 30억여건을 얻어 고객이 전화를 건 위치와 주소지를 비교해 귀갓길을 파악했다. 자영업자를 위해 골목상권을 분석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도 있다. 중국집, 편의점 등 43개 생활밀착업종의 카드매출, 임대시세 등 빅데이터 2000억개를 분석해 어떤 지역에 특정 업종을 신규 창업하면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화사업에 올해 모두 2178억원을 투자하는 등 행정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인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日, 소녀상 철거前 10억엔 출연…한일, 사용처 합의”

    한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해 이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엔(약 108억원)의 사용처 등에 대해 합의했다고 교도통신이 12일 전했다. 교도통신은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이날 오후 전화로 합의 사항을 최종 확인한 뒤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측은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하지 않고 이달 중에 출연금을 재단에 지원할 전망이다. 위안부 재단은 이 출연금을 이용해 위안부 피해자나 유족에게 ‘치유금’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덧붙였다. 아울러 출연금은 이들의 의료 및 간병 등 생활 지원에도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교도통신은 한일 정부간에는 과거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출연금이 배상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를 출연금 지급의 조건으로 삼으려 했지만 지난해말 한일간 위안부 합의 상 일본측의 의무인 출연금 지급을 우선 이행함으로써 한국측에도 소녀상 철거에 나서도록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등에 대한 한일, 한미일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재단 출연금 선지급이 필요하다는 고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국은 지난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국장급 협의를 하고 일본의 자금 출연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 박지원 “광복절 이후 손학규 만날 것”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9일 입당을 계속 권유하고 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이달 말쯤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에 유력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도 시사했다. 이날 전북 전주를 방문한 박 비대위원장은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6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 평화의 밤 콘서트’에서 손 전 고문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15일 넘어 만나자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목포에서 손 전 고문이 있는 강진까지 30분 거리”라면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데, 어떻든지 열린 마음을 갖고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헌·당규상 당 대표가 1년 전에 사퇴해야만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는데, 비대위원장은 상관없지만 그런 벽을 좀 허물어줄 필요가 있다”면서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1년 전 사퇴를) 6개월로 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독주 구도’를 경쟁 구도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그는 “손학규, 정운찬 등 이런 분들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를 선택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방문에 나섰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태로 추락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첫 행선지로 지지율 하락세로 고심하고 있는 호남을 택한 것이다. 전주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단독] 항공기 조종사 학원 느는데… 교육환경은 ‘저공비행’

    [단독] 항공기 조종사 학원 느는데… 교육환경은 ‘저공비행’

    5년 새 3배 증가… 현재 16곳 학생들 환불 요청 속출하지만 교육원 측은 “돈 없다” 배짱만 항공기 조종사에 대한 수요 확대로 사설 비행교육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교육훈련 중 경비행기가 추락해 발생한 사망사고가 올해만 두 건이다. 그러나 유족들에 대한 배상은 미흡하다. 또 수천만원에 이르는 교육비를 환불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설 교육원도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설 비행교육원은 모두 16곳으로, 5곳에 불과하던 2010년 이후 5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저비용항공사들의 공격적인 노선 확대로 부기장급 조종사 수요가 증가하고 그만큼 조종사 준비생도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항공사에 취직하면 정년이 보장되고, 비행시간 외에 자유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부기장 취업 조건인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은 비행 200시간을 채우면 되는 터라 통상 2년이면 취득이 가능하다. 이 자격증 발급 건수는 2012년 598건에서 2013년 784건, 2014년 868건, 지난해엔 1012건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그러나 비행교육원이 난립하면서 안전 문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일어난 실습용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벌써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사망사고에 대한 보상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유족과 사설 교육원 간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6월 전남 무안군에서 발생한 TTM코리아의 훈련용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이상은 교관의 유족과 교육원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이 교관 유족 측은 “교육원이 배상책임보험금 1억원만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억울한 부분이 많아 변호인을 선임해 교육원 가압류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서울 김포공항에서 발생한 사설 교육원 한라스카이 경비행기 추락사고 때도 유족 측은 배상책임보험금 1억원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TTM코리아의 사고 이후 다른 교육생들은 항공기 점검 등의 이유로 한 달간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에 교육생 65명 중 30명이 교육비 환불을 요구했지만 교육원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교육생들은 입학 당시 4000만~5000만원의 교육비를 현금으로 선지급한 상태라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회사 측이 교육생에게 돌려줘야 할 돈만 3억 7000여만원에 이른다. TTM코리아 관계자는 “교육비를 받으면 곧바로 사업비로 지출하기에 수억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환불해 줄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설 교육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시아조종사교육원에서 비행 교육을 받다가 비행 일정 취소가 잦아 지난 3월 환불을 요청한 박모(27)씨 역시 교육비 900여만원을 아직 못 받았다. 이 교육원 관계자는 “교육비 수천만원을 선불로 받는 게 업계 관행으로 굳어지다 보니 환불 요구에 즉각 응하질 못하는 실정”이라며 “최대한 서둘러 환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설 비행교육원의 이 같은 문제들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 책임도 한 요인이다. 항공대나 한서대와 같은 전문교육기관과 달리 사설 교육원은 항공기사용사업자로 분류돼 교육과정이나 장비, 시설 등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또 국토부 산하 기관인 각 지방항공청이 사설 교육원을 감독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학원비 환불 규정도 따로 없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길섶에서] 이른 출근길/임창용 논설위원

    지난봄부터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당겼다. 시작은 딸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올해 처음으로 잡은 직장에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성남의 집에서 여섯 시 반쯤 출발해 딸을 중간에 내려 주고 회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일곱 시 반이다. 그때부터 한시간 정도 회사 옆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예전에도 회원 등록은 해 놓았지만 시간 내기가 어려워 돈만 낭비했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약속이 있을 리 없으니 웬만해선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 출근은 업무 시간에 맞춰서 해야 하는 걸로 생각했다. 일찍 나오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한데 막상 해 보니 이점이 적지 않다. 우선 시간 이득. 길이 시원하게 뚫리니 집에서 한시간 뒤에 나오는 것보다 20분 정도 덜 걸린다. 건강도 좋아졌다. 운동을 거르지 않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가장 큰 이득은 딸과 오붓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30분씩이나. 딸이 말수가 많지 않아선지 출근길의 몇 마디 대화가 참 귀하다. 예전엔 새벽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동정하곤 했다. ‘고되게 산다’면서 말이다. 직접 동참하고 보니 자발적 ‘얼리버드’가 제법 많다. 섣부른 예단의 어리석음을 새삼 깨닫는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비즈 in 비즈] 폭언·갑질 금수저 기업 맡겨도 될까

    [비즈 in 비즈] 폭언·갑질 금수저 기업 맡겨도 될까

    3년간 12명…. 정일선(46) 현대BNG스틸 사장이 갈아치운 운전기사 숫자다. 석 달에 한 번꼴로 운전기사를 바꿨다. 대충 보면 그냥 좀 까칠해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40페이지나 되는 ‘갑질 매뉴얼’을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 ‘모닝콜은 전화 받으실 때까지 악착같이 해야 됨’, ‘사모님 기상 직후의 첫 대면은 피할 것’, ‘운동복 세탁물을 1시간 내에 배달하지 못할 경우 기사가 이동 후 초벌세탁 실시’,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을 경우 위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호, 차선, 과속카메라, 버스전용차로 무시하고 목적지 도착이 우선임’ 등이다. 실제로 이 매뉴얼을 얼마나 실천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불법적이고 비인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정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에 현대가(家)에서 더 각별하게 챙긴다는 소문이다. 그래선지 1999년 서른 살에 기아자동차 이사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6년 만인 2005년 현대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현대BNG스틸은 스레인리스 냉연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최대 주주는 현대제철이다. 지난해 6890억원의 매출과 1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생산품 대부분은 현대·기아차 그룹이 산다. 내부 거래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지난해는 당기순이익이 69.9% 줄었다. 하지만 그는 12억 3000만원을 회사로부터 받아 갔다. 지난 27일 고용노동부는 정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운전기사 1명에 대한 폭행에 대해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용부 조사 결과만 봐도 그는 12명의 운전기사들에게 주 56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1명을 상습적으로 때렸고,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 사장과 직원 사이를 주종관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안하무인격인 재벌 3세 조태오가 현실에 재림한 듯하다. 한 기업의 대표가 되려면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 존경은 고사하고 아랫사람을 학대하는 비뚤어진 인식을 가졌다면 대표 자격이 없다. 아무리 ‘창업자의 손자’라도 마찬가지다. 김동현 기자moses@seoul.co.kr
  • “서울 ‘집값’의 70%”… 남양주 내 집 열풍

    “서울 ‘집값’의 70%”… 남양주 내 집 열풍

    “서울 중랑구, 노원구 쪽에서 오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은 잠실 쪽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요. 다산진건지구로 오는 이유가 특별한 것이 있나요. 서울 전셋값보다 집값이 더 싸니까 분양을 받겠다는 사람이 많은 거죠.”(경기 남양주 A공인중개사) ●중도금 대출규제 수도권 택지 풍선효과 이달 1일 중도금 대출 보증 제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한 고가 아파트 분양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반면 중도금 대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가격(분양가 9억원 이하)인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택지지구의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22일 경기 남양주 진건지구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지난 8일 문을 열었던 한양수자인 2차 모델하우스에도 사람들이 수십미터씩 줄을 섰다”면서 “공공택지이지만 전용 85㎡ 초과 물량이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청약 가점순으로 당첨되지만,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분양물량의 50%만 가점순으로 뽑고, 나머지는 추첨을 통해 분양을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해선지 중대형에 대한 선호가 없지 않다”고 전했다. ●도심과 강남 접근성 눈길 다산신도시에선 지난 8일 한양수자인 2차(291가구)를 시작으로 ▲유승한내들 골든뷰(316가구)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Ⅰ(944가구) ▲지금 유보라 메이플타운 2.0(1261가구) 등 분양이 이어진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라면 이번에 분양을 진행하는 4개 단지도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한양수자인 2차는 청약 결과 평균 24.2대1을 기록했다. 지역 부동산에선 “공공택지라 전매가 불법이고, 요즘 단속이 강화된 탓에 거래가 쉽지 않다”면서도 “초반 웃돈이 3000만원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는 경기도시공사가 광교신도시에 이어 2010년부터 추진 중인 475만㎡ 규모의 공공주택사업이다. 다산신도시는 다시 ‘진건지구’와 ‘지금지구’로 나뉘는데, 개발이 완료되면 3만 1900가구에 8만 6000여명이 거주하게 된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진건지구를 중심으로 8개 단지 8603가구를 분양해 모두 완판했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지하철 8호선 연장선 별내선이 개통되면 잠실과 강남 방향으로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면서 “또 중앙선 도농역을 이용하면 청량리와 왕십리까지는 20분대, 서울시청역까지는 40분 안팎으로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일자리가 많은 3대 업무지구인 강남과 도심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분양가 다산신도시가 주목을 받으면서 분양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지난해 950만~1100만원이던 3.3㎡당 분양가는 올해 들어 1100만원 중반대로 올라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산신도시의 경우 분양권 당첨자들의 가점이 높다. 그만큼 실수요층이 많다는 뜻”이라면서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주변보다는 싸다”고 분석했다. 실제 KB부동산 시세를 살펴보면 남양주에서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가장 비싼 별내동도 3.3㎡당 1218만원으로 서울 강동구(1825만원)의 70% 수준이다. 이제까지 다산신도시에 공급된 8개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048만원으로 서울 평균 전셋값 1264만원(3.3㎡당)보다 낮다. 업계에서는 이번 진건지구 분양이 마무리 되고 지금지구의 분양이 시작되면 분양가가 100만원가량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로교통 개선·공급 물량은 고민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올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진건지구 아파트들에는 최고 5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층이 비슷한 수도권 택지에서 쏟아지는 주택 공급량이 과잉 공급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경기에는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하남미사지구, 구리갈매지구 등에서 8만 1000가구가 입주를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남 미사강변신도시가 8월 1455가구를 시작으로 9월 1145가구, 12월 1389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하남 미사지구의 수요층은 다산신도시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다산신도시의 입지가 나쁘지 않지만 주변 택지지구의 물량이 쏟아지면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무리하게 프리미엄을 주고 사는 것이 입주시점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로교통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기도시공사는 송파와 도심으로 향하는 기존 도로 4곳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도로교통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지금도 출퇴근 시간대는 도로가 혼잡한데, 도시가 완성되고 나면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라면서 “기존 도로를 확충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도로건설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건·지금 차별화 가능성도 도시가 완성된 이후 진건지구와 지금지구 간 차별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별내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진건지구는 8호선이 연장되는 다산역을 중심으로, 지금지구는 도농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 것 같다”면서 “나중에 학군 형성과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상황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다산지구가 지금지구보다 교통과 생활여건 등에서 높게 평가받을 요소가 많다”고 전망했다. 글 사진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올림픽 관광객들이 맛볼 ´강원 특선 음식 30선´ 미리 구경하세요

    올림픽 관광객들이 맛볼 ´강원 특선 음식 30선´ 미리 구경하세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가 힘을 합쳐 개발한 ´강원 특선 음식 30선´ 시연 및 시식회가 20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관광공사 케이 스타일 허브 한식체험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6월부터 평창과 강릉, 정선지역의 고유한 식재료 및 전통음식을 소재로 국내외 관광객들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음식을 개발?보급하고자 국내의 역량 있는 요리사들이 참여해 개발한 작업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평창 10선(한우불고기, 메밀파스타, 메밀더덕롤까스, 황태칼국수, 송어덮밥, 송어만두, 비빔밥샐러드, 사과파이, 굴리미, 초코감자)’은 영월 출신의 요리사 에드워드 권이 메밀과 황태, 송어 등 평창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융합(퓨전) 형태로 개발했다.    ‘강릉 10선(삼계옹심이, 째복옹심이, 크림감자옹심이, 초당두부밥상, 두부삼합, 두부샐러드, 바다해물밥상, 삼선비빔밥, 해물뚝배기, 마파두부탕수)’은 가톨릭관동대 산학협력단의 김호석 교수와 최현석 요리사가 감자옹심이, 초당두부, 해산물 등 강릉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전통 형태로 개발했다.    또 ‘정선 10선(곤드레비빔밥, 곤드레버섯불고기, 더덕보쌈, 콧등치기국수, 감자붕생이밥, 황기닭백숙, 황기족발, 느른국, 채만두, 옥수수푸딩)’은 영화 ´식객´의 요리감독이었던 김수진 요리사가 곤드레, 황기, 옥수수 등 정선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하여 전통 형태로 개발했다.    이날 시연 및 시식회에서는 개발에 참여한 에드워드 권과 김수진 요리사, 김호석 교수가 직접 비빕밥샐러드(평창)와 더덕보쌈(정선), 삼선비빔밥(강릉)의 조리 방법을 시연한다. 시연 뒤에는 평창 메밀파스타와 비빔밥샐러드, 송어만두, 강릉 삼계옹심이, 두부샐러드, 삼선비빔밥, 정선 곤드레비빔밥, 더덕보쌈, 옥수수푸딩 등 3개 지역 별로 3선씩 모두 9종의 음식을 맛본다.    한편 평창군과 강릉시, 정선군에서는 관광객들이 ‘특선음식 30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음식업체 보급 및 판매를 위한 재료 손질, 조리법 등 레시피 교육을 23회에 걸쳐 428명 참여한 가운데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르면 9월부터는 지역 내 음식점에서도 특선음식이 판매될 계획이다.    문체부는 지역 음식점을 대상으로 ‘특선음식 30선’에 대한 현장교육과 사후 관리 등을 통해 특선음식이 지역의 대표음식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관령눈꽃축제와 평창송어축제, 강릉겨울문화페스티벌, 정선고드름축제와 같은 강원 지역 겨울축제 등을 통해 국내외 관광객들에도 지속적으로 소개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협의해 선수촌 식단에도 특선음식이 오르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갈수록 걱정되는 ‘깡통 전세’…서울 5개區 집값의 80% 넘어

    갈수록 걱정되는 ‘깡통 전세’…서울 5개區 집값의 80% 넘어

    “집값 꺾이면 전세금 못 돌려줄 판” 전셋값이 쉬지 않고 오르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생활이 편한 서울 동북권과 서남권 일부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집값의 90%에 육박했다. 부동산114는 지난 8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73.5%를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은 70.4%를 기록해 전국 평균보다 낮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80%를 넘는 자치구가 5곳이나 됐다. 먼저 성북구가 84%로 가장 높았고, 이어 동대문구(81.1%), 관악구(80.8%), 중랑구(80.6%), 동작구(80.2%) 등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성북과 동대문, 관악구 등은 생활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서 생활하기는 불편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곳들”이라면서 “실수요는 많고, 아파트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서울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2단지’(89.5%)와 도봉구 창동 ‘상아1차’(89.5%), 노원구 상계동 ‘은빛2단지’(89.4%), 성북구 종암동 ‘삼성래미안’(89.4%),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1차’ (89.4%), 관악구 봉천동 ‘두산’(89.3%), 금천구 독산동 ‘금천현대’(89.3%) 등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딱 붙어 있었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를 이용한 갭투자 문의가 늘면서 전셋값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금리가 낮아선지 (주인들이) 대부분 반전세를 원해 전셋값은 정말 주인 마음”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에 대한 걱정도 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이 오르는 상황이라 괜찮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꺾이게 되면 그 피해가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이해찬 전 총리, 더민주 복당 길열려

    이해찬 전 총리, 더민주 복당 길열려

     더불어민주당은 탈당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지역구인 세종시 지역위원장을 비워두기로 했다. 친노(친노무현) 좌장 격인 이 전 총리가 복당하는데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진만큼 오는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이해찬 복당론’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또한 4·13 총선에서 참패한 호남 지역구도 무더기로 사고지역위에 포함됐다.  더민주 비대위는 6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후보자 심사 결과를 토대로 222곳을 지역위원장 단수 추천 지역으로, 6개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결정하는 등 총 253곳 지역구 심사결과를 의결했다.  20곳은 지역위원장을 별도로 임명하지 않고 비워두는 ‘사고지역위’로 결정했는데 세종시가 포함됐다. 세종시에는 지난 총선에 출마했으나 3위로 낙선한 문흥수 변호사가 단독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3위 낙선자에 대해서는 ‘정밀심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최근 탈당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 강기정 전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갑, 총선 당시 이용섭 전 의원이 출마했던 광주 광산을도 사고지역으로 분류됐다. 최근 ‘가족채용’ 논란을 일으킨 서영교 의원의 지역구 서울 중랑갑은 결론을 보류하고 계속 심사를 하기로 했다.  6곳 경선지역에 포함된 전북 김제·부안은 김춘진 전 의원과 최규성 전 의원이 경선을 하게 됐으며, 인천 남구을(박규홍 신현환), 경기 안양동안을(박용진 최대호), 경기 안산단원갑(고영인 김현), 경기 김포을(이회수 정하영), 전북 전주을(이상직 최형재)도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재경 대변인은 “총선 출마자를 최대한 단수 추천했지만, 신청자 간 종합점수 차이가 근소한 경우는 경선지역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집주인 매입임대주택 새달 16일부터 공모

    집주인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본격 시작된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16일부터 나흘간 집주인 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 1차 공모분 600가구를 선착순으로 접수한다고 3일 밝혔다. 집주인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개인이 임대용 주택을 사들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임대 관리를 맡기면 주거 취약계층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8년 이상 임대하는 주택이다. 해당 주택은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등이며 집값의 80%까지 LH가 지원하고 임대와 관련한 공실 위험도 LH가 책임진다. LH가 보증금(집값의 25∼30%)을 선지급하기 때문에 집을 매입할 때 계약금으로 사용할 수 있고, 집값의 50%까지 주택도시기금에서 연리 1.5%로 융자해 준다. 대신 집주인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8년 이상 임대를 줘야 한다. 입주 대상은 집주인이 매입하려는 집이 ‘원룸형’이면 대학생·독거노인, 원룸형보다 크면 ‘소득이 도시근로자 연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무주택가구’로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신청은 매수인뿐 아니라 매도인도 할 수 있다. 국토부는 1차 공모 때 600가구를 선착순으로 접수한 뒤 절반인 300가구를 사업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지역별 접수 물량은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140가구(70가구씩 선정), 인천에서 35가구(18가구), 영남 지역에서 110가구(55가구), 충청에서 80가구(40가구), 호남에서 70가구(35가구), 강원에서 25가구(12가구) 등이다. 국토부는 공모로 접수된 주택을 평가해 입지에 따라 1∼3등급을 부여하고, 입지가 우수한 곳부터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Surprising China] 신장웨이우얼 자치구-광활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

    [Surprising China] 신장웨이우얼 자치구-광활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

    광활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창고신장웨이우얼 (신강유오이, 新疆維吾爾) 자치구 모래가 물결치는 사막을 지나면 울창한 침엽수가 가득한 숲이 나오고, 양이 풀을 뜯고 있는 광활한 초원이 등장한다. 비단길을 오가는 상인들이 쉬어 가던 도시에는 도파를 쓴 노인들이 한가롭게 두타르를 연주하며 흰 수염을 휘날리고 있다. 하루 종일 걸어도 중국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곳, 바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다. 신장(신장, 新疆)은 광활하다. 신장이라는 이름은 ‘새로 넓혀진 땅’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성급 행정지역으로, 면적이 166만 평방킬로미터다. 중국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16배 이상 크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 땅을 서역이라고 불렀다. 신장이 중국에 편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청나라 때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장은 베이징에서 3,000km나 떨어져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진 땅에는 우뚝 솟은 산부터 메마른 사막, 푸른 초원, 고원 지대까지 다양한 자연이 반짝이고 있다. 투루판(토로번, 吐魯番)과 카스(객십, 喀什), 우루무치(오노목제, 烏魯木齊), 쿠처(고차, 庫車 )등 신장의 주요 도시들은 실크로드의 중요한 통로였다. 이곳에는 빛나는 역사와 함께 위구르족의 독특한 문화가 숨 쉬고 있다. 어디에 가든 전통복장을 입고 모스크에서 기도하는 위구르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연과 역사, 문화를 만나는 것과 함께 불에 막 구워 낸 양꼬치를 먹는 것도 신장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불의 선물, 투루판 명품 포도 신장은 달다. 하미(합밀, 哈密)의 하미과를 비롯해 이리(이리, 伊犁)의 사과, 투루판의 포도 등 지역별로 맛 좋은 과일들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 최고의 생산량과 품질을 자랑하는 투루판의 포도다. 여름이 되면 투루판은 도시 전체가 포도세상으로 변한다. 시장에도 길거리에도 포도가 넘친다. 시내 중심에 있는 약 3km 길이의 청년로에 포도터널이 만들어진다. 포도 덩굴 아래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족들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 낭만적이다. 주렁주렁 열린 포도 아래에서 오가는 대화는 달디 달다. 투루판 어디에서든 포도를 쉽게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기 힘들다면 투루판에서 7km 떨어진 포도 밸리를 찾으면 된다. 8km에 달하는 협곡에 포도송이가 끝도 없이 이어진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루판의 포도는 일반 포도와 비교해 당도가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포도 몇 알만 먹어 봐도 입 안에 확 퍼지는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종류도 그렇다. 백포도, 홍포도, 장미향 포도 등 500여 종의 포도가 있을 정도다. 투루판 포도는 급이 다르다. 투루판에서 이렇게 맛있는 포도가 생산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온 건조한 날씨 덕분이다. 연평균 강수량이 16.6mm인 데 비해 증발량은 3,000mm다. 서울의 연평균 강수량이 1,350mm 정도니 투루판이 얼마나 건조한 땅인지 상상할 수 있다. 7~8월이 되면 투루판의 온도계는 45~50도를 오르락내리락한다. ‘하늘에 태양이 10개 있다면 그중 9개는 투루판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불의 도시’라는 별명이 딱 맞다. <서유기>를 읽어 본 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화염산이라고. 손오공이 파초선을 빌려 불을 껐다는 화염산이 투루판에 있다. 멀리서 보면, 산 전체가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 투루판에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천년의 지혜라 할 수 있는 카레즈다. 카레즈는 ‘지하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인공 지하수로로, 천산의 눈 녹은 물을 포도밭까지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지하로 연결된 카레즈 길이가 5,000km에 달한다니, 눈앞에 두고도 믿기지 않는다.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투루판 투루판은 2,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다. 그래서 투루판 주변에는 교하고성交河古城과 고창고성高昌古城, 베제클리크 천불동千佛洞, 이스타나 고분군 등 유적지가 즐비하다. 손오공과 삼장법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화염산을 지나면 베제클리크 천불동이 나타난다. 베제클리크는 ‘아름답게 장식한 집’이라는 뜻으로, 산허리에 조성된 석굴 안에 5세기에서 9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불상과 벽화가 가득 담겨 있다. 둔황의 막고굴과 함께 실크로드에서 불교예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손꼽히지만, 대부분 파괴되어 안타까움이 남는다. 고창고성은 499년 한족인 국문태가 세운 성으로, 신장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고성이다. 흙빛의 고성은 뜨거운 태양에 사라지지 않고 긴 시간을 버텨 왔다. 고창고성 안에서 여행자들이 꼭 찾는 곳 중 하나가 현장법사가 설법한 것으로 알려진 공간이다. 인도를 향하던 현장법사가 잠시 고창국에 들렀는데, 고창국 왕이 현장법사의 설법에 감동받아 설법을 청했다. 이를 계기로 현장법사는 한 달간 고창국에서 설법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투루판에서 10km 떨어진 곳에는 중국 고대 차사전국의 수도였던 교하의 고성이 남아 있다. 교하고성에서는 사람들이 살던 동쪽 거주지 지역과 불교 사원이 있던 북쪽 지역 등 수천년 전 도시의 형태를 엿볼 수 있다. 특이하게 자연적으로 생긴 섬 위에 만들어져, 성을 걷다 갑자기 나타나는 가파른 절벽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위구르 사람들의 정신적 고향, 카스 중국 서쪽 끝에 있는 카스는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다. 카슈가르Kashgar라고도 한다. 전성기는 실크로드가 한창일 때였지만, 오늘날의 카스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파키스탄을 비롯해,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주변 국가로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스가 국경을 나누고 있는 나라는 6개국. 국제적인 도시인 데다 위구르족의 문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도시다. ‘신장에 와서 카스를 보지 않고서는 신장을 본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구르 사람들은 카스를 정신적인 고향으로 생각한다. 카스 중심에는 신장 최대의 모스크이자 ‘작은 메카’라고 불리는 이드가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남북 140m, 동서 120m로 약 2만명이 동시에 예배를 올릴 수 있다. 평일에도 기도하러 오는 이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카스 시내에서 4km 떨어진 곳에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품은 향비묘가 있다. 청나라 건륭제는 카스의 여인 향비가 아름답고 총명하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래서 중국으로 불러들였는데, 첫눈에 반하고 만 것. 건륭제는 향비에게 궁에 머물 것을 요청했지만 향비는 정절을 굽히지 않았다. 괘씸죄를 받은 향비는 타향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위구르 사람들은 몸은 중국에 있지만 마음은 위구르족에 남겨 둔 향비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있다. 반면 중국 쪽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향비는 건륭제의 총애를 받아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향비가 죽자 건륭제는 평소에 고향인 카스로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던 향비의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 향비를 카스로 보낸 것이라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향비의 위구르족에 대한 사랑만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위구르족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시장구경 카스에서 빠트리지 말고 가 봐야 할 곳이 시장이다. 카스는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오래 전부터 수많은 나라에서 흘러 들어온 물건들이 차고 넘쳤다. 시내 북동쪽에 있는 일요시장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위구르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옛날에는 일요일마다 열렸지만, 지금은 매일 열린다. 일요일마다 열릴 때는 위구르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교류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상설시장으로 변한 이후부터는 교류의 역할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상점이 있고 구역 또한 잘 나누어져 있다. 들어가자마자 사탕을 파는 가게들이 눈을 달달하게 만들어 준다. 위구르 사람들이 쓰는 털모자와 악기, 카페트가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위구르 사람들이 치장하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반짝거리는 비즈가 달린 화려한 옷감들도 산처럼 쌓여 있다. 북적거리는 시장을 오가며 케이크를 파는 아이들은 시종일관 밝게 웃고 있다. 그 웃음에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일요일이 되면, 카스 외곽에서 열리는 가축시장에 가야 한다. 신장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키우는 지역이라, 가축시장의 주요 거래 품목은 역시 양이다. 시장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양과 씨름을 벌이는 할아버지, 풀을 먹이며 달래 보는 아저씨, 아빠를 따라 시장구경 온 아이들. 시장 입구부터 각양각색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도파를 쓴 할아버지들이 양을 살펴보고 흥정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양을 다루는 시장이다 보니, 양을 묶을 때 쓰는 줄과 방울, 양을 다룰 칼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용품들도 볼 수 있다. 신장의 중심, 우루무치 투루판과 카스가 신장의 주요 도시지만,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성도는 우루무치다.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을 가진 우루무치는 옛날부터 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우루무치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는 천지天池. 천지라고 하면 백두산을 먼저 떠올리지만, 우루무치에도 천지가 있다. 1,950m 높이에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어 놀라움을 안겨 준다. 높은 곳에 펼쳐진 호수도 멋지지만 천지까지 오르는 길 또한 장관이다. 폭포와 숲으로 가득해 걷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변에는 해발 5,445m인 보고다봉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더 없이 평화로운 풍광을 연출해 낸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에 빠져 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이 남산목장이다. 온통 초록 세상이다. 이곳에서는 게르에 머물며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감상할 수도 있고, 낮에는 말을 타고 여유롭게 목장을 둘러볼 수도 있다. 남산목장은 우루무치 시민들의 주말 여행지로도 인기다. 카스의 시장만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우루무치의 바자르도 여행자들을 끌어당기는 곳이다.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로 지어진 국제 대바자르에 가면, 위구르 사람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견과류가 가득한 가게부터 흥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악기점까지 신기한 것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또 주변에는 두툼하고 맛있는 양꼬치를 파는 식당도 있다. 감탄사를 멈출 수 없는 쿠처의 신비대협곡 지금은 빛 바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실크로드의 핵심도시 중 하나가 쿠처다. <서유기>에서는 ‘여인국’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고 고구려 고선지 장군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도 나오는 동아시아에 불교를 전파했던 핵심 도시가 바로 쿠처다. 쿠처에는 키질 천불동이나 이슬람 사원인 쿠처대사 등 둘러볼 곳이 많지만, 천산신비대협곡이 가장 인기가 있다. 그랜드캐니언을 연상하게 하는 협곡들이 이어져 있다. 여기에 천산신비대협곡은 한술 더 떠 협곡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다. 철분 성분 때문이란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협곡 속으로 들어간다. 놀라운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사만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투루판과 카스, 우루무치를 거쳐 쿠처를 돌아보니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지역 자체가 쿠처의 신비대협곡 같다는 생각이 든다. 놀라움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은 그런 곳 말이다.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 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과 중국남방항공이 여름과 가을 인천에서 우루무치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매년 직항편 운항시작 시기는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직항편을 이용했을 때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인천에서 우루무치까지 거리는 3,376km로 한중 항공노선 중 비행거리가 가장 길다. 직항편이 없을 때는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경유해 우루무치로 들어간다. TIP신장타임│꼭 기억해야 할 것이 시간대다. 공식적인 시간은 베이징시에 맞춰져 있지만, 신장은 신장 시간이 따로 있다. 베이징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여름에는 11시가 되도 해가 지지 않을 정도다. 관공서나 버스터미널에서는 베이징시를 사용하지만, 비공식적인 시간은 대부분 2시간 차이가 나는 신장 시간이기 때문에 현지인과 약속을 할 때 신장 시간 기준인지 베이징시 기준인지 확인해야 실수가 없다. 양꼬치의 고장│신장은 양꼬치의 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 두툼한 살코기를 꼬치에 막 구우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길을 가다 냄새를 맡고 나면 발걸음은 절로 양꼬치집으로 향하게 된다. 빤미엔拌面│위구르인은 국수를 주식으로 먹는다. 양고기와 토마토, 고추, 피망을 볶은 소스를 면에 얹어 비벼 먹는데, 중국어로 ‘빤미엔’이라고 부른다. 매콤하면서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 신장에 간다면 꼭 맛볼 것.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길섶에서] 새소리 감별/임창용 논설위원

    집 앞이 바로 산이다. 나지막하지만 숲이 꽤 우거져선지 새들이 제법 많다. 산책을 하면서 갖가지 새소리를 듣는다. 요즘은 여름 철새 천지다. 뻐꾸기와 소쩍새가 낮과 밤을 교대해 울어 댄다. 이곳에 이사 와 뻐꾸기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누군가의 스마트폰 벨소리로 착각했다. 아파트촌에 뻐꾸기가 살 턱이 없기 때문이다. 소쩍새도 마찬가지다. 조용한 밤 소쩍새 소리가 반가우면서도 참 생경했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울음소리와 달리 달밤 소쩍새 소리는 깊고 아련했다. 요즘 특히 자주 듣는 게 산비둘기 소리다. 말 못할 슬픔이 묻어 있는 듯하다. 처음엔 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몰랐다. 한동안 무심코 지나다니다 주인공이 궁금해졌다. 스마트폰에 담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산비둘기란다. 그렇게 새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뒤 산책길에 마주치는 새 한 마리 한 마리가 저마다 각별하다. 이름도 생소했던 호랑지빠귀, 노랑할미새, 딱새, 꼬까 참새, 청딱따구리도 그렇게 만났다. 모를 때는 그저 새였지만, 알고부터는 동무다. 동행하는 아내에게 할 말도 늘었다. 때론 지루했던 산책길이 바쁘고 즐거워졌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명품 장미, 화사한 자태와 향기 일품

    장미공원 섬진강 꽃길 등 장관 연출 기차마을 미니기차·레일바이크 인기 제6회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지난달 29일 24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아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한 가운데 폐막했으나 여전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에 자리한 1004장미공원에서는 화사한 장미가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뽐낸다. 지난 6일 현충일 연휴에는 하루 2만여명이 찾는 등 명품 장미의 매력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미공원과 함께 섬진강 물길 따라 자전거길, 자동차길, 꽃길, 기찻길, 숲길이 마치 음악의 오선지처럼 겹을 이뤄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철길 자전거인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기차마을을 한 바퀴 도는 미니 기차, 중앙광장 음악분수, 드림랜드, 곡성전통체험관, 동물농장, 요술랜드, 4D입체영상관, 치치뿌뿌놀이터까지 다양한 즐길거리도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을 떠나 증기를 내뿜고 기적을 울리며 섬진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선선한 섬진강 바람을 맞고 초록빛으로 물든 야트막한 산을 감상하면 편안함과 여유로움에 빠져든다. 은어구이와 참게매운탕, ‘2015 농식품 파워 브랜드’ 대통령상으로 인정받아 향과 당도에서 전국 최고인 곡성 멜론, 청정 지역에서 재배해 당도가 높고 단단해 품질이 우수한 곡성 블루베리까지 친환경 우수 농산물의 맛도 즐길 수 있다. 곡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광장] 바보들아 본질은 무기야!/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보들아 본질은 무기야!/박홍환 논설위원

    1976년 6월 26일 일본 도쿄 부도칸 체육관. 프로복싱의 일인자 무하마드 알리와 프로레슬링을 주름잡던 안토니오 이노키가 사각의 링에 들어서자 전 세계 시청자들의 숨이 멎었다. 3분씩 15라운드로 진행된 세기의 대결은 허무하게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유리턱’ 이노키는 알리의 강펀치를 맞지 않으려고 경기 내내 링 바닥에 누워 발 공격만 해 댔고, 알리는 정강이를 걷어차이지 않으려 엉덩이를 뒤로 죽 빼고 주먹만 휘둘렀다. 한 사람은 허공만, 한 사람은 바닥만 노린 ‘따로국밥’ 같은 지루한 싸움이었을 뿐이다. ‘세기의 사기극’이라는 혹평을 얻은 40년 전의 특급 이벤트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혹세무민 행태와 어떤 연유에선지 닮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전직 검사장 출신의 전관 변호사가 검찰 후배인 차장 검사에게 20여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집요하게 의뢰인의 구명 로비를 벌였는데도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했다고 검찰은 자신 있게 얘기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관 비리 근절책으로 판사실에 걸려오는 변호사들의 전화를 녹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본질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이고,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사건 처리에 불과하다. 지난 한 달 우리 사회는 어느 힘없고 가련한 젊은이의 죽음에 슬퍼했다. 백지장 같은 생사의 공간을 사이에 두고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보수하다 사고를 당한 19살 김군 이야기다. 어느 언론은 그가 작업 수칙을 어기고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성의 없이 책임을 김군에게 돌렸다. 서울시는 비슷한 사고 예방을 위해 ‘메피아’를 근절하고, 외주로 돌렸던 서울메트로의 험한 일을 직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역시 사안의 본질을 읽지 못한 해석이고, 피하기에 급급한 미봉책일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오늘도 어느 프랜차이즈 대리점 사장은 본사의 ‘갑질’에 일언반구도 못 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애꿎은 대차대조표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힘이 없으니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설 때까진 “꽥” 하고 소리도 못내 볼 판이다. 연쇄적으로 그 화(禍)는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 있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에게 고스란히 쏟아질지도 모르겠다. 약육강식,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야만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기회균등이라든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는 현실에 발을 딛는 순간 물과 융화되지 못한 비누거품처럼 허공을 떠돌다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똑똑히 목도하게 된다. 헌법상의 원칙과 현실의 괴리, 그게 우리의 본질적 문제다. “루저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가?”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나 나옴 직한 대사가 횡행하기도 한다. 슬픈 현실이다. 형사소송법상의 대원칙 중에 ‘무기(武器) 평등의 원칙’이 있다. 법률적 소양과 지식, 공권력 등으로 무장한 검사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체급과 주특기가 다른 이노키 대 알리의 우스꽝스러운 이벤트처럼 불신을 자초하지 말고, 격을 맞춰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사자 대등주의’라고도 한다. 최근 사석에서 한 중견 법조인이 전관예우·법조비리 해결책으로 꺼내 든 방안 중 하나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 흔하게 본 이 ‘무기 평등의 원칙’만 제대로 이행해도 전관예우라든가, 법조 비리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 검·판사가 변호사만 일대일로 만나지 말고, 공익적 감시인을 동석시킨다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이미 만나서 뭘 요청하는 단계는 지났다. 최유정 변호사는 수시로 전화 변론했고, 홍만표 변호사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에게 20차례나 청탁 전화를 걸었다는 것 아닌가. 그 엄청난 ‘화력’에 무릎 꿇지 않을 판·검사가 도대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사지로 내몰린 김군이나, 프랜차이즈 박 사장은 또 어떤가. 대등한 무기를 갖추지 못한 그들이 무슨 항변이나 할 수 있겠는가. ‘무기 평등의 원칙’, 선언적 명제가 아닌 현실화된 규칙이 필요하다. 문제의 본질은 무기에 있기 때문이다.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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