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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 주머니에 온기 더해요] 대출금리 2%까지

    성동구는 서민들의 경제 자립을 위해 소액대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삼성미소금융재단이 구청 1층 민원실에 ‘성동생활은행’을 개설,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고 27일 밝혔다. 정원오 구청장의 민선 6기 공약사항 중 하나인 성동생활은행 설치는 구청사 내 미소금융지점을 유치해 미소금융에 대한 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주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미소금융이란 ‘아름다운 소액대출’이라는 취지로 자활의지는 있으나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 저신용 계층에 창업임차자금, 운영·시설개선자금 등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해 경제적 자립 기반을 뒷받침하는 사업이다. 성동생활은행은 평일(월~금)에 운영되며 상담 가능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5시다. 개인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 또는 저소득 계층에 해당되는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대출금액은 종류에 따라 500만원부터 7000만원 한도로 연 2~4.5% 이자율이 적용된다. 정 구청장은 “미소금융 성동구청 1인 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삼성미소금융과 협력해 지역 내 많은 서민 자영업자들의 금융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가짜주민증 찍어내 스마트폰 6000대 개통

    사회 취약계층의 개인정보로 위조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고가의 스마트폰 수천대를 개통한 뒤 해외에 팔아넘긴 일당 40여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불법 개통 스마트폰 6000여대, 통신사 피해 40억원, 구속 25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불법 휴대전화 개통 사건이다.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로 너무도 쉽게 위조 주민증을 ‘벽돌’처럼 찍어 내 범죄에 활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은 김모(40)씨 등 25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소 중지 6명까지 모두 46명이 사법 처리됐다. 개인정보 판매상, 주민증 위조책, 휴대전화 개통책, 휴대전화 대리점, 장물업자 등이 결탁한 일당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점조직 형태로 범행을 저지르며 교묘하게 단속을 피해 왔다. 일당은 우선 이름·주민번호로 이뤄진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또 대리점의 휴대전화 개통 기록과 일일이 대조, 개통 사실이 없는 ‘무회선자’ 3000여명을 찾아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 지방 소재 병원이나 요양원·양로원 등에 있는 취약계층이었다. 첫 휴대전화 개통이라 피해자들이 개통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노렸다. 중국에서 신분증 프린터기와 신분증 위조 프로그램 등을 들여온 위조책은 무회선자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가짜 주민증을 찍어 내 장당 40만원씩 개통책에게 넘겼다. 홀로그램까지 입혀 언뜻 봐서는 위조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웠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개통책들은 대리점과 짜고 80만~100만원의 최신 고가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불법 확보한 주민증 사본 2000여장도 개통에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대리점은 통신사로부터 대당 20만~40만원의 개통 수수료까지 받아 챙겼다. 불법 개통된 스마트폰은 장물업자를 통해 대당 50만~60만원에 중국 등으로 팔려 나갔다. 1개당 20만원에 별도 판매된 유심칩은 대포폰에 꽂혀 소액결제 사기, 불법 스팸문자 발송, 보이스피싱 등에 이용됐다. 명의 도용자에게는 최대 1000만원이 넘는 ‘요금 폭탄’이 부과되기도 했다. 실제 징수되지는 않았지만 범행이 적발되기 전까지 납부 독촉을 받는 등 정신적 피해가 컸다. 일당은 신규 개통된 휴대전화가 3개월간 일정 통화량이 없어 대리점이 챙기는 개통 수수료가 환수되지 않도록 팔아넘긴 휴대전화 고유식별번호(IMEI)를 복제해 다른 단말기에 입력하는 등 계속 사용하는 것처럼 위장해 통신사를 속였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검찰, 선거법 위반 혐의 권선택 대전시장 다음주 소환

    검찰, 선거법 위반 혐의 권선택 대전시장 다음주 소환

    권선택 대전시장의 6·4지방선거 캠프 불법 선거운동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다음주 초 권 시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어서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대전지검 공안부는 19일 권 시장의 최측근인 김종학(51) 대전시 경제협력특별보좌관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특보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0일 이뤄진다. 김 특보는 권 시장 선거사무소가 선거를 앞두고 전화홍보 선거운동원 77명을 동원해 유권자들에게 18만여통의 지지호소 전화를 걸게 하고 수당 등의 명목으로 4600여만원을 건넨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권 시장의 선거운동 조직으로 알려진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 설립 및 운영에 관여하면서 포럼 회원들로부터 회비 등의 명목으로 1억 7000여만원을 걷어 일부를 선거비용으로 쓰는 등 불법 선거운동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지난 7월 말 권 시장 캠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조모(44) 선거사무소 조직실장과 김모(46) 미래포럼 사무처장, 전화홍보업체 박모(37) 사장·오모(36) 부장 등 4명을 구속했다. 김 특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이어 김모(48) 캠프 회계책임자의 구속영장도 재청구하기로 하는 등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권 시장 소환 조사만 남았다. 김 특보는 1987년 7급 공채로 들어와 17년간 대전시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시 행정부시장 등을 거친 권 시장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8년간 보좌관을 맡았던 측근 중의 측근이다. 그는 6·4지방선거 당시 캠프와 미래포럼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지만 사실상 선거운동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시장을 소환해 김 특보와 불법 선거운동을 공모하거나 지시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자가 100만원 이상,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오키나와현, 자위대 기지 반대 투표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정부의 주일 미군 기지 정책에 반대하는 후보가 지사로 선출된 데 이어 자위대 기지 설치에 맞선 주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다. 18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서쪽 끝에 있어 중국, 타이완과 인접한 섬인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초 의회는 지난 17일 임시회의를 열어 육상자위대 해안감시부대를 요나구니섬에 배치한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행하는 조례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조례안은 섬 주민 가운데 중학생 이상인 1200여명을 상대로 찬반 투표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주민투표 결과가 법적인 구속력을 지니지는 않지만 기지 설치 반대가 다수로 나오면 반대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방위성은 영공의 경계 지역을 방위한다며 부대 배치 공사를 올해 4월 시작했으며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 주민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현직 나카이마 히로카즈 지사를 꺾은 오나가 다케시 당선자는 미군 기지를 현 내부에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나가 당선자는 미군 후텐마비행장을 오키나와 본섬 북쪽의 헤노코 연안으로 옮기는 계획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의향을 17일 밝혔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국민의 기업인가 회장님의 기업인가

    국민의 기업인가 회장님의 기업인가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조돈문·이병천·송원근·이창곤 엮음/후마니타스/768쪽/3만 5000원 2008년 4월 22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지하 1층 국제회의장.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 있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든 뒤 천천히 읽었다.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습니다.” 3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다. 이어서 삼성은 이건희·이재용 등 총수 일가의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계좌 재산 사회 환원 등을 약속했다. ‘삼성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4조 5000억원 규모의 차명재산 실체가 확인되며 비판적 여론이 비등할 때였다. 2006년 2월 불법 대선자금 제공(삼성 엑스파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증여 등 문제로 대국민 사과성명을 낸 이후 두 번째 대국민 사과였다. 그러나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꿨으며, 차명계좌 사회 환원은 여태껏 감감무소식이다.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양면적이다. 외국에 나갔을 때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해 주는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이라는 감정이 그 하나다. 실제 한국의 수출총액과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20% 안팎을 차지할 만큼 삼성그룹의 경제 비중은 막대하다. ‘삼성이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무노조 경영으로 상징되는 노동 탄압, 편법과 탈법을 서슴지 않는 비정상적 부의 축적,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독점적 지배·경영권을 구축하려는 탐욕 등 세계 일류 기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도 있다.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은 경제학자, 사회학자, 법학자, 언론학자, 변호사, 시민사회 관계자 등 27명이 모여 만든 ‘삼성 종합보고서’다. 이들은 삼성의 지배구조, 노동인권 유린, 사회적 지배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기업의 실제 현황을 분석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삼성은 성공한 세계적 기업이라는 국민적 자존심을 상징함과 동시에 불법행위와 관련해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의 빛과 그늘 중 어두운 그늘을 걷어 내고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기업 집단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이 책 출판의 기획 취지”라고 말했다. 가장 핵심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다.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가 쓴 ‘법을 조롱하는 자’에서는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과 비정상적 경영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삼성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대한민국에 대한 삼성의 지배력과 영향력이 어느 재벌보다 강하고 광범위해서라고 짚는다. 전환사채를 경영권 세습의 목적으로 이용한 것은 삼성이 최초인 데다 삼성 앞에서 사법 정의 및 언론의 감시 능력이 무기력하다는 점도 꼽았다. 삼성의 사회적 지배력의 배경도 짚었다. 백주선 변호사는 삼성이 어떻게 법조를 지배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왜곡하는지 분석하고,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삼성이 다양한 방법의 언론계 관리를 통해 어떤 식으로 삼성에 대한 호의적 이미지를 구축해 왔는지 분석했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한국 사회 지배력에 반해 삼성의 사회적 책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제기됐다. 2010~2011년 고용 창출 규모를 보면 국내에서는 1만 6000명에 그친 반면, 해외에서는 4만 7000명이었다. 삼성그룹의 실효 법인세율(회계상 순이익 대비 법인세비용)은 2011~2012년 16.9%로 현대자동차그룹 19.6%, SK그룹 24.2%, LG그룹 23.2% 등 다른 대그룹에 비해 특혜 수준의 세금 혜택을 받았다. 일례로 2012년 삼성전자의 실효 법인세율은 16.1%로, 공제 감면액은 1조 8715억원에 달한다. 경쟁사인 미국 애플사의 30.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꼬박 6개월이 지났다. 삼성은 조용히 지배구조 개편 및 안정적 경영 후계 구도 정립을 준비하고 있다. 경영 후계 체제가 완료되기 전까지 ‘이건희 회장은 죽어도 죽으면 안 된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 국민적 자존심이라는 대접만큼 사회적 책임에서도 당당한 기업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들이 삼성 종합보고서에 담겨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美 공화 8년 만에 상원도 장악… 오바마, 중간선거 참패

    美 공화 8년 만에 상원도 장악… 오바마, 중간선거 참패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100석 가운데 과반을 넘게 얻어 하원에 이어 상원도 장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이 불가피해 보인다. CNN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현재 공화당이 상원 100석 중 최소 52석을 얻어 승리를 확정했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상원 경합 주 13곳에서 공화당이 최소 10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당초 45석에서 과반 달성에 필요한 6석 이상을 무난히 추가 확보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도 최소 243석을 차지했으며, 주지사 선거 역시 최소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공화당은 이로써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갖게 됐으며, 야당이 8년 만에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해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됐다. 공화당은 민주당 후보가 우세했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예상을 뒤집고 승리했다. 돌풍을 일으킨 무소속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캔자스와 아이오와·콜로라도 등 경합 주에서 잇따라 당선자를 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게 되면서 오바마 정부의 남은 임기 2년은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은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2016년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것으로 보여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참패에 대한 공식 입장을 이날 오후 2시 50분 백악관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 국정운영 방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팀 스콧 남부 첫 흑인상원에…부시 손자 웃고 카터 손자 울고

    팀 스콧 남부 첫 흑인상원에…부시 손자 웃고 카터 손자 울고

    4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남부에서 처음으로 흑인 연방 상원의원을 탄생시켰다. 또 기존 최연소 여성의원 기록도 갈아치우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다. 우선 한인·지한파 후보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계로 유일하게 도전한 민주당 하원 후보 로이 조 변호사는 뉴저지주 5선거구에서 공화당 6선 현역인 스콧 개럿 의원에게 패했다. 33세의 신예로 중앙 정치무대에서 첫 선거를 치른 조 후보는 43%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의회 내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소속 상원의원 중에서는 공화당 쪽 공동의장인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의원이 예상대로 무난히 승리했다. 마이크 켈리(공화·펜실베이니아), 피터 로스캠(공화·일리노이) 의원도 모두 6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찰스 랭글(민주·뉴욕) 의원은 87.4%로 압승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해 국내에도 지명도가 높은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도 당선됐다. 반면 탈북자 인권운동가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버지니아주 11지역구에서 4선을 노린 제럴드 코널리 코리아코커스 하원 공동의장에게 밀려 의회 입성에 실패했다. 이번 상원 선거에서 최연소 당선자는 아칸소주에서 당선된 공화당 톰 코튼(37) 후보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아버지로 둔 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2005년 장교후보생으로 입대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야전 지휘관으로 활약했다. 2006년 뉴욕타임스의 기밀 프로그램 공개를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남부지역에서 첫 흑인 상원의원도 선출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 팀 스콧(49)은 2년 전 짐 드민트 상원의원의 사퇴로 후임 의원으로 지명돼 활동하다가 이번 선거에 출마해 당당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이로써 스콧 의원은 남북전쟁이 종료된 1880년대 이후 남부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흑인 상원의원이 됐다. 뉴욕에서는 공화당 소속 엘리스 스테파닉(30)이 하원의원에 당선돼 1972년 31세의 나이로 뉴욕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엘리자베스 홀츠먼(민주)이 갖고 있던 최연소 여성 의원 기록을 경신했다. 그녀는 “미국의 최연소 여성 의원으로 선출됨으로써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에 하나의 균열을 추가하게 돼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중진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72) 의원은 주 국무장관 출신 민주당 앨리슨 런더건 그라임스(36·여) 후보를 압도적 표 차로 누르고 켄터키주에서 1984년 이래 여섯 번째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번 중간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전직 대통령 손자들의 희비도 교차됐다. 민주당 후보로 조지아주 주지사 선거에 나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 제이슨 카터(39)는 공화당 현직 주지사인 네이선 딜에게 패했다. 반면 부시 가문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받는 조지 P 부시(38)는 텍사스주 장관급 요직인 랜드 커미셔너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부시 가문의 첫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의 손자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임자인 조지 W 부시의 조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기고] 선거법제 손질로 혈세 아낄 때/황순철 중앙선관위선거자문위원·변호사

    [기고] 선거법제 손질로 혈세 아낄 때/황순철 중앙선관위선거자문위원·변호사

    올해 세수 부족액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보다 많은 9조원 안팎으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이라 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거둬야 한다고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선거와 관련해서도 잘못된 선거법규나 선거공영제의 맹점으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선거 때마다 수백억원씩 새나가고 있으니 더 이상 낭비되지 않도록 선거법제를 한시 바삐 고쳐야 하겠다. 첫째, 당선 무효된 자가 국가로부터 받은 선거비용 등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그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2006년 이후 국가로부터 선거비용 등을 보전받은 후 당선무효형을 받고도 반환하지 않은 선거비용 등이 147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발벗고 나서 선거범죄로 기소된 경우 재판 확정 시까지 선거비용 보전을 유예하고, 선거비용 등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사람에 대해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내용의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후보자가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도피한 것이 확인될 경우 피선거권 제한을 추가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하기 바란다. 둘째, 재·보궐 선거 비용은 원인 제공자나 추천 정당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재·보궐 선거의 선거관리 비용으로 2000억원가량이 지출됐다고 한다. 재·보궐 선거 사유로는 당선자가 선거법을 위반해 당선이 무효되거나 뇌물수수 등 개인 비리로 중형을 선고받은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우리 헌법이 선거공영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까지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닐 것이므로 재·보궐 선거의 원인 제공자와 정당이 연대해 선거관리 비용을 부담하도록 바꿔야 한다. 셋째, 정당 추천 후보자가 중도에 사퇴하면 지급받은 선거보조금을 국가에 반환하도록 고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이 정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정당에 대해 특별히 보호하도록 규정하여 국가는 정당 운영에 필요한 경상보조금을 분기별로 나눠 지급하고,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 때마다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국가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할 때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논리적으로 볼 때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가 사퇴하면 정당은 지급받은 선거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지. 이는 법 논리를 떠나 상식에 해당한다. 넷째,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의 통로로 사용되는 출판기념회를 손질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이 출판기념회 자체를 없애거나 정가로 책을 판매하는 것만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는 등 출판기념회의 폐단에 공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은 국민 모두 지지할 것이다. 다만, 국민의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미봉책으로 논의만 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도 우리나라에서 더이상의 무풍지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혈세가 새는 곳이 없는지 먼저 살펴 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 할 것이다.
  • [국감 하이라이트] 유승민 “朴대통령 대선공약 파기”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7일 국정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재연기된 것과 관련해 “대선공약 파기”라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방침에 각을 세우고 나선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감에서 “전작권 전환은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자 당선자 시절 인수위 보고서, 취임 후 국정과제 보고서에도 들어 있었다”며 ‘공약 파기’를 주장했다. 이어 “지도자가 직접 ‘북한의 위협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이 변경된 것을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유 의원은 자료 배포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낸 정부를 향해 “이거 청와대 얼라들이 하는 겁니까”라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야당도 국방위원회와 외통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부와 여당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국방위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905년 을사조약으로 일본에 외교 주권을 강탈당했다면 지금은 군사 주권을 우리 스스로 타국에 헌납한 것”이라 주장했고,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군 수뇌부의 영혼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도 물러서지 않고 역공을 펼쳤다. 국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불안정한 안보 현실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외통위 소속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과거 정부의 안보 실패를 뒤늦게나마 이렇게라도 바로잡은 것이 다행”이라며 야당을 겨냥했다. 서울 용산기지의 한미연합사와 동두천 미 2사단 210화력여단을 잔류시키기로 한·미가 합의하면서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용산기지이전계획(YRP)을 수정해야 하는 것과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지를 놓고도 논란도 일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비준 동의 사항”이라고 주장했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또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미국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한 빅딜이 아니냐”는 추궁에 “그런 딜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에 대해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하며 군은 그렇게 보고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해군에서 함정 근무만 하는 수병의 복무 기간을 1개월 단축하는 내용의 수병 차등복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ITU 표준화총국장에 이재섭 당선

    ITU 표준화총국장에 이재섭 당선

    이재섭(54) 카이스트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됐다. 표준화총국장은 ICT 세계 표준을 총괄하는 자리로 이 당선자는 한국인 최초로 ITU 고위직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이 연구위원은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ITU 전권회의 본회의에서 진행된 표 대결에서 터키의 아흐메트 에르딘 ITU 설립 150주년 이사회 부의장과 튀니지의 빌렐 자모시 ITU 표준화총국 연구분과장을 따돌리고 ITU 입성에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총 투표수 169표 가운데 과반이 넘는 87표를 받았다. 당선 직후에는 “앞으로 4년간 표준화총국 업무의 가치와 효율성을 높이고자 전력을 기울이겠다”면서 “국장으로서 표준화총국의 활동과 결과물의 가치를 증진할 수 있도록 이끌고 ITU 바깥 단체들과 협력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ICT 표준화 분야에서만 27년간 재직한 국내 최고의 표준화 전문가로 꼽히는 이 당선자는 건국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1986년 KT 연구개발본부에 재직하며 표준화 업무와 첫 인연을 맺었다. 임기는 4년으로 공식 취임은 내년 1월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與 김무성호 ‘이빨 빠진 호랑이’ 위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7·14 전당대회를 통해 호기 있게 꾸려진 지도부가 출범한 지 불과 100여일 만에 비정상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김 대표는 개헌론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전’했다가 청와대로부터 공개 면박을 당하는 ‘헛발질’로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다.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와 격렬한 경쟁 끝에 2위를 기록한 친박근혜계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시의 앙금이 여전한 듯 최고위원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고 있다. 3위로 선전한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갑자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아예 지도부에서 나가 버렸다. 지도부의 핵인 전당대회 1, 2, 3위가 이처럼 비정상을 초래하면서 거대 여당의 최고위원회의는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무기력해진 모습이다. 공석이 된 자리는 당 전국위원회 보궐선거를 통해 후임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지만, 전당대회 당선자와는 정통성 면에서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가에서는 김 대표 체제가 임기 2년을 못 채우고 와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만약 친박계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이 맘먹고 동반 사퇴할 경우 정치적으로 김 대표 체제는 존속하기 힘들고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실제 3년 전 새누리당에서 그런 전례가 있다. 2011년 7·4 전당대회로 출범한 ‘홍준표(현 경남지사) 대표 체제’는 같은 해 12월 ‘디도스 사태’로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하면서 공중분해됐다. 당시 홍 대표는 만류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결국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섰다. 김 최고위원이 24일 정기국회 기간 경제활성화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심상치 않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이 “경제활성화법이 통과 안 되면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각오를 하는 게 옳다. 그런 모습을 보여 줬을 때 국민적 신뢰나 대통령의 공감도 얻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 배경을 둘러싼 의문점도 증폭됐다. 전날 김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하며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는 듯했던 김 최고위원이 이날은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개헌 시기에 대해 “경기활성화 법안 통과와 대통령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내년은 본격적으로 개헌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최고위원이 청와대 및 친박계에 구애(求愛)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년 개헌 정국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에 비해 홀대를 받는 것에 불만을 품고 최고위원직 사퇴 카드로 재를 뿌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물론 김 최고위원이 친박계와의 사전교감 아래 사퇴 카드를 던졌다는 해석도 여전하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이날 사전 교감설에 대해 “전혀 아니다. 그건 사이비 정치”라며 부인했다.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날 “(김 최고위원의 사퇴는) 대학생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사전 교감설에 대해 “아니다 라고 말씀드리긴 그렇고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 대표는 이날 이장우 원내대변인의 부친 장례식장에서 김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거듭 사퇴를 만류했다. 김 대표는 “개헌과 경제살리기 모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게 김 최고위원 소신이라면 당직에서 그 소신을 거듭 강조하라”며 삼고초려했다. 김 최고위원도 사퇴 철회 요구가 잇따르자 “당의 상황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사퇴를) 좀 더 고민해 볼 여지가 생겼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최고위원이 결국 사퇴를 번복한다면 신중치 못한 처신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누리당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전후해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추진을 청와대에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제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세월호 3법,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내 처리, 개헌 논의, 남북관계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위선자 이광수의 참회

    [최동호 새벽을 열며] 위선자 이광수의 참회

    춘원 이광수를 위선자라고 지칭한다면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이광수의 막내딸 이정화 여사가 한 신문과 대담한 것을 읽고 위선자라는 지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내의 설교’라는 시 때문이다. 여기서 춘원은 아내를 화자로 설정했다. 아내의 시각에서 춘원을 바라보고 쓴 것이다. ‘당신은 악인(惡人) / 나도 악인/그렇지만 나는 스스로 악인이라고 인정하는데, 당신은 선인(善人)인 척해 남들로부터 존경받는다/나는 손이 닳도록 당신을 위해 살았는데 당신은 나를 위해 무얼 했소/그러니 나를 이해하는 남편이라도 돼주소서’라는 부분을 읽을 때 춘원은 아내의 진정한 소망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남편이 아니라 아내의 시각에서 남편에 대해 썼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내의 현실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춘원은 선인인 척하여 남들로부터 존경받는 위선적 인물로 보였을 수도 있다. 허파와 신장을 하나씩 떼어낸 병약한 몸을 아내에 의지해 살고 있던 춘원으로서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최종고 선생이 편한 춘원 자서전 ‘나의 일생’이 최근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춘원 전집에 산재한 춘원의 여러 글을 한데 모아 700쪽에 가까운 이 책은 춘원 자신이 기술한 내면 풍경을 종합한 최초로 저술이다. 과연 어린 시절부터 춘원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았으며 친일 행적 이후 어떠했는가를 춘원 자신의 입을 통해 알 수 있는 흥미로운 편집이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 춘원의 변명을 듣고자 하지는 않는다. 춘원의 생애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도쿄에서 ‘2·8독립선언’을 주도했던 적극적인 항일운동으로부터 1922년 ‘민족 개조론’에 이르는 소극적 친일 협력이 첫 번째 단계이며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체포된 1937년 이후의 적극적 친일의 단계가 그다음이다. 국가 총동원체제를 준비하고 있던 당국에 의해 안창호를 비롯해 100여명 넘는 동우회원들이 체포된 이 사건은 4년 후 경성고등법원 상고심에서 전원 무죄로 판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병보석으로 입원 중이던 안창호가 1938년 3월 서거했다. 안창호의 죽음은 커다란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후 창씨개명을 하고 친일에 적극 가담하여 학병 권유에 나선 것이 춘원이다. 춘원을 존경하고 따르던 수많은 청년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춘원의 세 번째 단계는 광복 후 반민족특별위원회에 나가 ‘민족을 위해 친일을 했다’는 강변으로부터 1950년 납북과정에서 지병인 폐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이다. ‘병든 아버지를 풀어 달라’고 큰아들 영근은 혈서를 썼다. 춘원은 ‘민족을 위해 친일’했다고 주장하면서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족 앞에 사죄하지 않는 춘원에 분노한 국민감정은 그의 사후에도 망령처럼 그의 유족들을 뒤쫓아 다녔다. 춘원은 정말 사죄하지 않았던 것일까. 광복 후 돌베개를 베고 산 춘원은 1948년 ‘나는 독립국자유민이다’라는 시에서 ‘나는 죄인. 비록 대청광서(大淸光緖)에 나고 /명치(明治), 대정(大正)의 거상 입고 /천조(天照), 소화(昭和)에 절한 더러운 몸이언마는//건국 선거에 투표하는 날 /조국은 나를 용납하여 불렀다 /칠월 십칠일 헌법 공포식 중계방송 듣고 /흘린 감격의 눈물로 먹을 갈아 /사는 날까지 조국 찬양의 노래를 쓰련다/그리고 독립국 자유민으로 눈감으련다’라고 썼다. 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하고 독립국 자유민으로 죽고 싶다고 증언한 것이다. 법정에서의 공식적 사죄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뉘우침과 반성이다. 친일한 춘원을 우리는 사랑할 수는 없다. 그는 위선자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를 전면 부정하는 것도 어렵다. 단적인 한 예로 1918년 ‘무정’을 제외하고 한국 근대소설의 첫머리를 기술하기 어렵다. 어느 한쪽이 그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민족적 감정이나 애증의 감정을 넘어서야 하는 시기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무정’ 백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보다 성숙한 시선으로 죄 많은 인간 그러나 근대문학의 선구자 춘원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서울광장] 문제는 권력갈등이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제는 권력갈등이다/진경호 논설위원

    인도에 가본 분들은 동의하리라 믿는다. 거리마다 사람 얼굴을 담은 대형 광고판이나 현수막이 차고 넘친다. 죄다 그 지역 정치인들 사진이다. ‘지상 최대의 자유민주국’이 아니랄까봐 그런가. 인도인들의 ‘정치 사랑’은 짐작을 뛰어넘는다. 아직도 신분계급제를 갖고 있는 나라이건만 내 손으로 뽑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신분에 관계없이 뜨겁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모순 아닐까. 현지인의 설명은 안타까웠다. “그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장, 지방의원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내 삶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마다 연줄과 이권으로 얽혀 있어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내가 앉는 의자의 높이와 지갑의 두께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가. 하루 쓰는 돈이 1달러가 안 되는 사람만 3억명인 인도하고는 그래도 다를까. 민선자치 20년간 이런저런 이권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된 지방의원이 1000명을 웃도는 통계수치는 인도와 우리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중앙정치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니 더하다. 김영삼 정부 들어 빚어진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의 권력 다툼을 보면서 우린 비로소 둘이 같은 영남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론 정치적 물갈이가 어떤 건지, 정권교체는 내 주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일터에서까지 목도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권에 따라 잘나가는 주변 인사가 5년 단위로 바뀌는 오묘한 현상을 보며 ‘세력교체’가 어떤 것인지도 실감했다. 엊그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내놓은 자료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이념도, 계층도, 지역도 아닌 권력의 유무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정치사회 엘리트 이념의식 조사’라는 이름 아래 정치인(국회의원·보좌관)과 기자, 교수, 시민운동가 70명씩 280명을 상대로 서울대 동아시아연구원이 실시한 통합위의 설문조사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이들 여론주도층은 이념 갈등을 계층 갈등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으로 꼽았다. 한데 문제는 자신을 진보 또는 보수라고 대답한 인사들 가운데 일관되게 진보나 보수의 가치를 견지한 인사는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을 진보라고 말한 응답자 중 5개 항목에서 일관되게 진보적 가치를 주장하거나 진보정책을 지지한 사람은 17.9%에 불과했다. 나머지 10명 중 8명은 1개 이상 항목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자신이 보수라고 답한 사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6.7%만이 일관되게 보수적 가치를 말했고 나머지는 오락가락했다. 여론주도층조차 분명한 이념적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서로에게 돌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권이 바뀌면 자신의 인사나 사회활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응답이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가 ‘자칭 진보’는 73%, ‘자칭 보수’는 51%였다. 모두에 밝힌 인도 거리의 풍경이 어른댄다. 정권 향배에 목매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보수정권에 대한 진보진영의 피해의식이 더 크다는 점은 지금의 갈등 정국을 읽는 단서로 손색없다. “이념갈등이란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이 만들어낸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고 한 미국 정치학자 앨런 울프가 “한국을 보라”며 목에 힘 줄 수치다. 이제라도 갈등의 다층구조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 이념·계층·세대·지역으로 구분되는 갈등은 사실 표피적 양태나 포장에 불과하고 그 뿌리에는 내 삶을 바꿔줄 권력을 둘러싼 정파와 세력의 쟁투가 자리해 있다는 사실을 바로 봐야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논의 불가피’ 발언으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갈등의 뿌리가 권력 독점이니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이를 나누자는 발상은 언뜻 자연스럽다. 그러나 권력을 나눠 먹는 개헌이 갈등 해소나 정치부패 척결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정권과의 거리가 내 삶의 질을 결정짓는, 또는 결정짓는다고 느끼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떤 개헌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jade@seoul.co.kr
  • 불경기에도… 광나는 기부

    불경기에도… 광나는 기부

    어렵게 지내는 이웃 돕기 1억 1426만원. 수십억 자산가나 대기업이 내놓은 게 아니다. 대개 ‘구두닦이’라 낮춰 부르는 구두수선대 운영자들이 25년간 기부한 돈이다. 관악녹지회는 지난 15일 ‘사랑의 구두닦이 행사’를 가졌다. 관악녹지회는 관악구의 구두수선대 33곳의 운영자들의 모임이다. 강규홍 회장은 “1990년 우리도 만나서 술만 마시지 말고 좋은 일을 해보자는 뜻으로 모임을 만들게 됐다”면서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아 25년째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오래 남을 돕다 보니 기억에 남는 봉사도 수두룩하다. 강 회장은 “1992년 간경화로 쓰러졌다는 서울대생 이야기를 듣고 이틀 동안 치료비 마련을 위한 구두닦이 행사를 펼쳤다”면서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 안타까웠지만 아직도 그 학생의 어머니가 가끔 가게를 방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좋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이들에게 최근 걱정이 생겼다. 봉사활동으로 버는 금액이 줄고 있어서다. 올해 모금액은 225만원. 지난해 210만원보다 15만원 늘었지만 예전 추세만 못하다. 강 회장은 “불경기 탓인지 구두를 닦는 사람이 줄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그래도 행사의 취지가 좋다고 일부러 구두를 닦으러 오시는 분도 계시고, 이따금 구두 닦는 비용의 몇 배를 모금함에 넣는 손님도 나타난다”고 털어놨다. 하루에 보통 5만원, 운수 좋은 날이면 7만원 정도를 번다는 정 회장은 자기 벌이가 줄어드는 것보다 모금액 줄어드는 것을 더 걱정했다.  봉사의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2012년 6월부터는 구두수선대와 가로판매대 운영자가 손잡고 ‘다사랑 봉사단’을 꾸려 주민들에게 길 안내와 도로불편사항 모니터링, 빗물받이 책임관리 등 활동 폭을 더욱 넖히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토지문학제 소설大賞 이지안씨 시 등 문학상 부문별 8명 선정

    토지문학제 소설大賞 이지안씨 시 등 문학상 부문별 8명 선정

    2014 토지문학제 문학상 평사리문학대상 소설 부문 당선작에 이지안(39·여·서울)씨의 ‘안락사회’가 선정됐다. 토지문학제운영위원회(위원장 김원일)는 2일 올해 토지문학제 문학상 부문별 당선자 8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시 부문에는 김혜영(47·여·광주)씨의 ‘실종’, 수필 부문에는 윤혜주(58·여·경북 포항시)씨의 ‘숲. 내 머리위의 자화상’이 각각 당선작으로 뽑혔다. 평사리 청소년문학상(소설) 대상은 광주 수피아여고 2학년 배송문 학생의 ‘회전목마를 타고’가 차지했다. 평사리문학대상 소설 당선작은 1000만원, 시·수필은 각 500만원, 청소년문학상 대상은 1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일 토지문학제 개회식 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주무대에서 한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지방선거 당선자 중 선거비용 최고 지출자는 남경필 경기지사

    지방선거 당선자 중 선거비용 최고 지출자는 남경필 경기지사

    지난 6·4 지방선거 당선자 중 선거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한 후보자는 남경필(새누리당) 경기지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위례시민연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신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광역 시·도지사 중에서는 남 지사가 35억 2801만원을 사용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박원순(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33억 7396만원), 홍준표(새누리당) 경남지사(14억 4496만원) 순이었다. 시·도지사 중 최저액 사용자는 원희룡(새누리당) 제주지사였다. 남경필 지사가 사용한 금액의 16분의 1가량인 2억 2162만원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많은 선거비용을 지출한 사람은 김진표(새정련) 경기지사 후보로, 41억 1683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 시·도교육감 중에서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39억 176만원을 써 최고액 사용자로,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3억 9472만원을 써 최저액 사용자로 기록됐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에서는 박춘희(새누리당) 송파구청장이 2억 5천708만원으로 최고, 유종필(새정련) 관악구청장이 1억 944만원으로 최저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67억원 김기현 울산시장 시·도지사 중 ‘최고 부자’

    67억원 김기현 울산시장 시·도지사 중 ‘최고 부자’

    6·4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공직자 573명의 평균 재산은 10억 8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방선거 신규 당선자들의 재산등록 사항을 30일자 관보에 게재했다. 재산등록 시점인 지난 7월 1일을 기준으로 신규 당선자들의 평균재산(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포함)은 4년 전 당선자들의 평균재산 8억 8000만원보다 2억원가량 더 많았다. 재산등록 의무가 발생한 공개 대상자 및 평균액은 ▲광역단체장 11명 22억 3000만원 ▲기초단체장 92명 10억 7200만원 ▲광역의회의원 462명 10억 6400만원 ▲교육감 8명 3억 5500만원 등이다. 시·도지사 중에는 김기현 울산시장이 67억 4673만 3000원을 신고함으로써 재산이 가장 많았다. 김 시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재선 시·도지사 6명의 지난 3월 재산공개 자료(출마 후보자)를 포함해 비교하더라도 시·도지사 중 ‘최고 부자’에 해당된다. 새로 당선된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박우정 전북 고창군수가 87억 234만 2000원을 등록해 가장 많았다. 교육감 중에서는 설동호 대전교육감이 8억 4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재산보다 빚이 각각 8571만원, 5억 6485만원 더 많아 눈길을 끌었다. 재산신고 대상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사람은 성중기 서울시의원으로 132억 6336만 9000원을 신고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8개 여성단체, 성매매업소 입주 건물주 87명 고발

    8개 여성단체, 성매매업소 입주 건물주 87명 고발

    성매매에 반대하는 여성단체들의 모임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 등은 19일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 업소에 임대를 준 전국 87개 건물의 건물주와 토지주들을 8개 여성인권단체 대표 명의로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이날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 대상자들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업소들이 입주한 건물의 건물주와 토지주들로서,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사실을 알면서도 건물을 빌려줄 경우엔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임대료 등 수익도 몰수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1건, 경기 9건, 경남 9건, 부산 4건, 경북·대구 31건, 광주·전남 12건, 전북 10건, 충남·대전 9건, 제주 2건 등이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성매매집결지는 물론이고 안마시술소, 유흥주점의 경우에도 성매매알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이므로, 피고발인들이 구체적인 영업 형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더라도 성매매 영업 사실에 대해서는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따라서 수사기관은 피고발인들의 성매매장소제공 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중한 처벌과 함께 범죄수익 전부를 몰수, 추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사기관은 성매매업소 단속 시 건물주는 성매매 영업 사실을 몰랐음을 전제로 1차 경고 조처하고, 계속 단속에서 적발되면 건물주도 형사 입건하는 방식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5개 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을 맞이해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산업착취구조를 해체하고 성매매여성이 비범죄화돼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면서 강력한 수요차단 정책으로 ▲성매매알선자 및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다양화 되고 법의 사각지대로 파고드는 성산업에 적극 대응하며 ▲성매매여성을 비범죄화하고 탈성매매 정책을 확대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날것 그대로의 초록빛, 구름인 양 머물다 갈까나

    날것 그대로의 초록빛, 구름인 양 머물다 갈까나

    강원 평창 쪽의 대관령 능선에 ‘대관령 하늘목장’이 새로 들어섰다. 그것도 진작부터 유명세가 뜨르르한 삼양목장의 코앞에 터를 잡았다. 두 목장으로 가는 길은 하나. 어느 목장에 발을 디뎌야 할지, 대관령 일대의 초원 구경에 나선 이들로선 고민스러울 법하다. ‘새로 들어섰다’고는 하나 없던 걸 새로 만든 건 아니다. 닫혔던 문을 열었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1974년 조성됐다. 너나없이 어렵던 시절, 축산업 육성에 따른 식량자급을 목표로 이웃한 삼양목장과 함께 개발됐다. 삼양목장은 오래전부터 목축업과 관광업을 병행했다. TV 드라마 가을동화(2000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한층 이름값을 높였다. 반면 하늘목장은 목축에만 힘을 썼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관령 고원이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면서 지난 1일에야 비로소 빗장을 풀었다. 그 덕에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초원과 마주할 수 있다.하늘목장의 면적은 약 1000만㎡(약 300만평)다. 삼양목장(약 700만평)보다는 작지만, 여의도 면적(제방 안쪽 290만㎡)의 3배가 넘는 거대한 규모다. 하늘목장의 외형은 새의 날개와 비슷하다. 삼양목장을 ‘V’자 형태로 에워싸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삼양목장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목장이란 역설도 그래서 생겼다. 하늘목장은 몇 가지 점에서 삼양목장과 구별된다. 먼저 ‘자연순응형 체험목장’이다. 방문객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소나 말, 양 등을 직접 만질 수 있고 넓게 펼쳐진 초원을 마음껏 내달릴 수도 있다. 목장 안에 사람 손길 타지 않는 계곡도 있다. 이게 볼만하다. 수정 같은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르고, 하류 쪽엔 몇 개의 폭포도 만들어뒀다. 계곡 주변에는 꽃무릇 등 가을꽃이 식재돼 있다. 늦가을이면 선홍빛 꽃무릇이 절경을 펼쳐낼 터다. 하늘목장은 1, 2단지로 나뉘어 있다. 양 날개를 펼친 형태 그대로 나눴다. 핵심은 1단지다. 탈것, 체험장 등 놀거리와 계곡, 초원지대 등 볼거리가 몰려 있다. 하늘목장에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환경보전을 위해서다. 내방객들은 트레킹 삼아 조붓한 산책로를 걷거나, 트랙터가 끄는 32인승 마차를 타고 목장전망대까지 이동해야 한다. 1단지에는 모두 4개의 산책로가 있다. ‘너른풍경길’은 그중 첫손 꼽을 만하다. 하늘목장에서 저 유명한 선자령(1147m)에 이르는 약 2㎞짜리 산책로다. 목장전망대를 기준으로, 아래를 향해 걷는 다른 산책로와 달리 위를 보고 오른다. 당연히 하늘목장 산책로 가운데 가장 힘든 축에 속하지만, 선자령에 오르는 일반적인 코스, 그러니까 옛 대관령휴게소를 들머리 삼아 오르는 것보다는 한결 쉽다. ‘너른풍경길’을 따라 초지 사이를 걷다 보면 길 중간쯤에서 너른 개활지를 만난다. 여기가 이른바 ‘별맞이 언덕’이다. 푸른 초원으로 직접 들어가 마음껏 ‘초록빛 샤워’를 즐길 수 있다. 물론 풀숲에 들기 전 해충 등에 대비한 옷차림은 필수다. 별맞이 언덕에서 선자령은 그리 멀지 않다. 선자령은 흔히 눈꽃 산행지로 알려졌지만 가을 풍경도 빼어나다. 길섶마다 마타리 등 다양한 가을꽃들이 피고 진다. 선자령 정상에 서면 일망무제의 풍광이 흐른다. 발 아래로 목장의 구릉들이 깔리고, 멀리 강릉과 동해가 손에 잡힐 듯하다. ‘가장자리숲길’은 옛 목부들의 이동로를 따라 계곡과 목장 사이에 형성됐다. 고산지대 특유의 목장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년) 가운데 초원에서 미끄럼을 타고 멧돼지와 쫓고 쫓기는 장면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아울러 목부들이 지름길로 이용하던 ‘종종걸음길’과 우거진 나무숲 터널 사이로 나 ‘숲속여울길’도 걸을 만하다. 하늘목장 2단지는 1단지와 도로를 경계로 마주하고 있다. 입구에서 정상인 ‘하늘채’까지 약 3㎞ 떨어졌다. 1단지와 비슷하지만 풍경의 깊이는 좀 더 나은 편. 다만 외승(야외에서 말을 타는 것)을 즐기는 승마 숙련자들에게만 개방돼 아쉽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으로 나온다. 횡계 시내에서 ‘의야지 바람마을’ 쪽으로 곧장 가면 나온다.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입장료는 오는 10월부터 받는다.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목장 입구∼하늘마루 전망대 간 2.2㎞를 오가는 트랙터 마차 탑승료는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승마, 양 먹이주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332-4888. →맛집 이효석문학관 앞의 ‘메밀마당’(334-3383)은 메밀전과 감자전, 메밀막국수 등이 맛있는 집이다. ‘김가네손만두’는 상호 그대로 만두를 손으로 빚어낸다는 집이다. 차진 만두피와 풍성한 만두소가 잘 어우러졌다. 면온리 피닉스파크 리조트 가는 길에 있다. 332-0930. →잘 곳 가족 단위라면 휘닉스파크 리조트를 추천할 만하다. 슬로프 주변에 가을꽃들이 활짝 피어 산책 삼아 걷기 좋다. 봉평 읍내 인근의 붓꽃섬 캠핑장(www.irispension.co.kr, 336-1771)은 캠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곳. 무의천과 흥정천이 합수되며 만든 섬 위에 조성된 캠핑장이다. 예약제로 운영된다.
  • [우리 몸 궁금증 풀어드려요] 입덧은 왜?… 태아 보호하려는 진화 과정의 산물?

    임신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가운데 하나가 ‘입덧’이다. 대부분 속이 메슥거리고 헛구역질을 하는 정도로 끝나지만 심하면 식사를 하지 못해 영양실조까지 오는 일도 있다. 아이를 가지면 태아의 성장발달을 돕는 쪽으로 몸의 모든 기능이 강화되는데, 임신부가 영양실조로 태아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입덧은 왜 오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입덧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된 게 없다. 다만 임신 중 태반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의 영향으로 입덧을 한다고 추측할 뿐이다. 임신을 하면 ‘융모성 성선자극호르몬’(HCG)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 수치는 임신 10주까지 지속적으로 올라가 임신 13주가 되면 차츰 줄어든다. 이와 비슷하게 입덧도 대개 임신 9주부터 시작해 13주까지 이어지고 이후 증세가 없어진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민형 전문의는 “HCG 호르몬뿐만 아니라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프로락틴 등 다양한 호르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여기에 스트레스 등 감정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입덧이 생기는 것으로 추측된다”면서도 “입덧이 심한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어 단순히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입덧이 태아를 음식물 속 나쁜 미생물이나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라는 견해도 있다. 영국 리버풀 대학의 크레이그 로버츠 박사는 21개국에서 발표된 56건의 입덧 관련 연구 논문을 종합 분석한 논문을 통해 입덧은 음식물의 독소로부터 태아를 보호할 목적으로 진화과정에서 여성의 신체에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대개 설탕, 감미료, 카페인, 육류, 우유, 계란, 생선 등을 먹을 때 입덧을 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런 식품은 현대식 냉장고나 식품처리기술이 없었던 시대에 해로운 미생물이 묻어 있거나 태아의 장기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큰 음식들이라는 것이다. 입덧은 임신 3개월이 지나면 차츰 사라지는데, 이 시기가 되면 태아가 많이 성장해 유해물질로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아동전문병원 연구진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92~2012년 세계 5개국 임신 여성 85만명에 대한 입덧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먼저 입덧을 경험한 임신부일수록 태아의 조기·저성장 출산 위험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입덧을 오래 앓은 여성의 조산 확률은 6.4%로, 그렇지 않은 여성의 조산확률(9.5%)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유산율도 입덧을 경험한 임신부들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입덧을 줄이고 싶다면 가급적 우유나 기름진 음식, 카페인 등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또 입덧이 너무 심하면 영양실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정하지 말고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음식에 한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게 좋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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